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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과정을 비판하면서 “미친 ×들”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21일 뒤늦게 알려져 막말 논란이 일었다. 유 전 이사장은 전날 공개된 유튜브에서 “이 대사가 믿을 만한 사람이면 (해외로) 안 보냈는데 불리해지면 말을 할 사람이라 ‘빨리 빼라’고 해서 언론 접촉이 불가능한 외국 대사관에 딱 포획해서 가둬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여당) 여론조사 지지율이 좋았다. 이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았을 것”이라며 “여론조사가 하루에 2%, 3%(포인트)씩 계속 오르는 게 나오니까 그 미친”이라고 말한 뒤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곧바로 “근데 미친 ×들인 게 (지지율) 40%가 높은 것이냐”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은 “28%까지 갔다가 40%로 오르니 엄청 오른 걸로 착각한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지지율)이 제일 낮았을 때 수준이다. 진짜 제정신이 아니어도 분수가 있지”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갈등 국면과 관련해서도 “(한 비대위원장이) 안 맞아서 그렇다”며 “가끔 맞아야 하는데 지난번에도 한 번 대들었다”라고 했다. ‘구타’를 의미하냐는 진행자 질문에 유 전 이사장은 “정치적 구타”라며 “지난번에도 화재 현장에 가서 정치적 구타를 당하고 수그렸지 않았느냐. 이번에도 저러다가 정치적 체벌을 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아무리 유튜브 방송에서 하는 농담이라 하더라도 한때 장관까지 한 분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치고는 상당히 저급하다”고 비판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화순 예비후보인 손금주 전 의원이 18일 “현역인 신정훈 의원 측의 조직적 이중투표 유도행위를 규탄한다”며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손 전 의원은 전날 결선에서 신 의원에게 패했다. 손 전 의원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신 의원 측이 당내 경선을 앞둔 시점인 이달 4일 나주시 동강면 주민들 앞에서 이중 투표 및 중복응답을 유도 및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해당 사안으로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고 ‘선거 규정을 엄수하겠다’고 했지만, 경선 투표 기간인 11~12일 다수 권리당원과 신 의원이 포함된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현직 시의원, 도의원 등의 조직적인 이중투표 유도와 셀프 인증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이어 “대화방에 ‘권리당원투표’ ‘일반시민투표’라는 이름의 명단이 작성돼 있었고 10명 이상 중복되는 이름이 명시돼 이중투표를 조직적으로 권유, 유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채팅방에서 해당 명단을 확인한 신 의원은 ‘캬! 울 00의원님! 감사해요’라며 호응하고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손 전 의원 측은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현직 나주시장도 신 의원에게 투표했다는 셀프인증을 해 관권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이중투표와 셀프인증, 관권석거는 당선무효형에 이를 수 있는 중대범죄인 만큼 당 지도부는 철저한 감찰을 통해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전 의원 측은 사법당국에도 수사를 요청하는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지난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을 인터뷰() 했는데 그가 ‘조국혁신당’에 대해 재밌는 포인트 하나를 짚더군요.―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민주당이 슬쩍 다시 조국의 손을 잡으려는 것 같다. ‘조국혁신당’이 야권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야권 파이를 키우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민주당 파이를 나눠 가진다고 생각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20대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0%더라. 민주당이 지난 대선 때 20대 표심을 끌고 오지 못해 대체 몇 번을 사과했냐. 그 때 얼마나 많은 반성과 사과를 했는지를 다 잊고 또 이러고 있구나, 과거의 판단 실수를 다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20대, 30대는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 기존 우리의 파이를 나눌 게 아니라 더 가져와야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박 의원이 언급한 조사는 3월 1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입니다. 창당 후 이뤄진 첫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6% 지지율을 보이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이어진 3월 2주 차 조사에선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7%를 보였고요.지지율에 들뜬 듯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합한 파이가 더 커지고 있다”(10일 MBN 방송)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을 가고, 나는 우리의 길을 가다 보면 크게 봐선 파이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19일 김어준 유튜브) 등 연일 ‘범(汎)야권 파이론’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15일 YTN 라디오에선 국민의힘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표준어로 하면 어감이 살지 않을 것 같아서 부산 사투리로 한마디 하겠다. ‘느그들 쫄았제’”라고도 했죠. 자신감이 상당히 충만해 보입니다. 민주당도 조국혁신당의 기세에 당황한 듯하더니 어느덧 점점 노골적인 협업 체제로 가려는 모양새입니다. 이해찬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9일 선대위 회의에서 “조국혁신당에 그동안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어느 정도 참여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앞으로 저도 그쪽(조국혁신당) 분들과 더 많이 만나서 대화도 하고, 방향을 조율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수도권에 출마한 한 의원은 “3월 초 들어 갑자기 야권 우세로 분위기가 확 바뀌고 있는데, 이게 다 조국혁신당이 등판하고 나고부터다. 호남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 민주당 텃밭마다 조국혁신당 바람이 심상치 않다. 지금 민주당으로선 좋든 싫든 다시 조국의 강으로 자진해서 뛰어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라고 전하더군요. 이런 기류에 ‘미스터 쓴소리’ 박 의원이 20대 지지율이나 좀 제대로 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겁니다. 3월 첫 주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의 18~29세 지지율은 응답이 50 사례 미만이라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20대 중에선 ‘무당층’이라는 응답이 4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민주당 27%, 국민의힘 17%, 개혁신당‧진보당 4% 순이었습니다. 3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18~29세의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0%였습니다. ‘무당층’이 42%로 여전히 1위였고, 이어 민주당 28%, 국민의힘 22%, 개혁신당 3% 순이었습니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은 3월 첫 주 40대 12%, 50대 11%, 60대 8% 순이었고, 둘째 주엔 50대 14%, 40대 11%, 60대 8%였습니다.물론 아직 선거일까지 20일 이상 남은 만큼 추이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지 20대는 조국을 용서하지 못한 듯합니다. 이들은 ‘조국 사태’가 터졌던 2019~2020년 14~25세였죠. 한창 입시 중이거나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겠네요. 우리는 이미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를 거치며 ‘불공정’과 ‘아빠찬스’ 등에 분노하던 20대 표심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도 선거를 앞두고는 지지율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20대를 향해 수도 없이 사과했죠.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 “(2019년 이해찬 당시 당 대표)“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가 되도록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2021년 6월 송영길 당시 당 대표)“공정성이 문제 되는 시대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민께 공정성에 대한 기대를 훼손하고. 실망시켜드리고 아프게 한 점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2021년 12월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 이렇게 구구절절 사과해놓고 이제 와서 눈앞의 지지율이 다급해지니, 또다시 조국의 손을 잡는 길을 택하겠다는 겁니다. 조국 대표는 20대가 조국혁신당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현재 20대는 조국혁신당에 대해서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죠. 그러면서 “20대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같이 노력해야 한다”며 “현재 20대, 30대는 단군 이래 가장 스펙이 높은 세대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연애하기 힘들고 이런 상황에 있다는 건 신생 정당이긴 하지만 저희 당을 포함해 기성 정당과 세대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20대의 정치혐오에 가장 크게 기여하신 분께서 저런 말씀을 하시니 너무 황당합니다.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한 조 대표는 22대 국회가 열리면 ‘한동훈 특검법’부터 발의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 대상 안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문제도 포함하겠다고 했죠. 그는 이 자리에서 “논문 대필, 해외 웹사이트 에세이 표절, 봉사활동 ‘2만 시간’으로 부풀려 봉사상 등 수상, 전문 개발자가 제작한 앱을 직접 제작한 것처럼 제출 등을 실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업무방해 사건”이라며 한 위원장 딸 관련 의혹을 일일이 읊기도 했습니다.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 이것 역시 너무 황당합니다.그는 연일 “일기장, 체크카드, 다녔던 고등학교까지 압수수색한 제 딸에게 했던 만큼만 (한동훈 위원장 딸에게도) 하라”, “한 위원장을 만나면 법무부 장관 시절 따님의 11개 입시 비리가 모두 무혐의 처분된 데 대해 의견을 물을 생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영화 ‘테이큰’ 속 딸을 지키려는 리암 니슨 컨셉이라도 잡은 것 같습니다. 그의 공세에 한 위원장은 “3심에서 유죄가 확실시되는 분”이라고 맞받았고요. 그야말로 자기 딸만 소중한 아빠들의 이기적인 대리전 양상이네요. 이거 뭐 법무부 장관 출신 아버지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저도 이런데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미래를 홀로 묵묵히 준비 중인 수많은 20대는 오죽할까 싶습니다.‘모두 다 관심없거나 싫다’는 20대 무당층 비율이 40%대로 가장 높다는 점을 모두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선 ‘분노 투표’라도 했던 20대가 어느덧 더 이상 화낼 힘조차 없는 건 아닌지, 정치를 통해 바꿔보자는 마지막 희망조차 포기한 건 아닌지 정치인 모두 책임을 갖고 고민해야 할 숫자입니다. ::3월 1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5~7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전화 조사원이 무선전화로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응답률은 14.4%‧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3월 2주 차 한국갤럽 여론조사::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02명에게 전화 조사원이 무선전화로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응답률 14.7%‧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의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후보 경선에서 권향엽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이 해당 지역 같은 당 현역 서동용 의원을 누르고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17일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권 후보는 4년 만에 치러진 경선 리턴매치에서 서 의원을 제치고 공천장을 받았다. 민주당은 당초 해당 선거구를 ‘여성 전략 특구’로 지정하고 권 후보에게 단수 공천을 줬다. 하지만 권 후보가 2022년 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대선 후보 직속 기구인 배우자실 부실장으로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권 후보는 단수 공천 철회 후 경선을 요청했고 이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여 100% 일반 국민 투표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경선이 치러졌다. 권 후보는 경선에서 여성 정치인 가점 25%를 받았다. 당 관계자는 “가점이 반영되면 현역 의원으로선 이기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했다. 권 후보는 본선에서 3선 의원 출신인 국민의힘 이정현 후보와 경쟁하게 됐다. 이 후보는 19대와 20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으로 이 지역에서 당선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첫 선대위 회의에서 권 후보 공천을 겨냥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이지, 더 이상 공당으로 부를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사진)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황 수석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황 수석 사퇴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일단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개인 사과 선에서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황 수석 사퇴 요구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2차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한 위원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황 수석)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는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페이스북에 “황 수석은 자진사퇴하기 바란다”며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 후보가 사퇴했는데,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고 적었다. 악화된 총선 구도 속에 여당 수장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출신 수도권 총선 후보가 한목소리로 황 수석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수석이 식사 자리에서 과거 일을 언급하고, 농담을 한 것임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발언이 실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석 직을 내려놓을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수석은 16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개인 명의 입장문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되 야권의 사퇴 요구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황 수석은 주말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업무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6일 황 수석을 “언론협박수석”으로 부르며 “책임 있는 처신은 사과가 아니라 사퇴다. 비뚤어진 언론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협박을 뱉어내는 황 수석을 당장 경질하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 대해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에선 총선을 앞두고 황 수석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황 수석 사퇴가 필요하다는 건의가 대통령실에 전달됐다. 일단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개인 사과 선에서 사건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황 수석 사퇴 요구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2차 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황 수석)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는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도 페이스북에 “황 수석은 자진사퇴하기 바란다”며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 후보가 사퇴했는데,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고 적었다. 악화된 총선 구도 속에 여당 수장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출신 수도권 총선 후보가 한 목소리로 황 수석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수석이 식사 자리에서 과거 일을 언급하고, 농담을 한 것임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황 수석의 발언이 실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석 직을 내려놓을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황 수석은 16일 자신의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있게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황 수석은 개인 명의 입장문에서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황 수석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되 야권의 사퇴 요구에는 응할 뜻이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황 수석은 주말에도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업무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황 수석은 14일 일부 기자들과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16일 황 수석을 “언론협박수석”으로 부르며 “책임 있는 처신은 사과가 아니라 사퇴다. 비뚤어진 언론관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협박을 뱉어내는 황 수석을 당장 경질하라”고 했다.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여야가 ‘막말 리스크’ 파문 확산 우려에 도태우,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심야에 급히 취소한 것을 두고 15일 정치권에선 “예고된 공천 참사”라는 평가와 함께 “‘제2의 도태우, 정봉주’가 얼마든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독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성 지지층만 공략하는 극단적인 정치 문화가 판을 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이를 방치하고 공천 과정에서도 부실하게 검증해 공천 취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비판이다. 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마련한 경선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이전 총선에 비해 넓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 ‘디지털 소통 실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원 임기 시작 후 40개월 동안 올린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게시물이 1000건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생기면서 현역 의원들의 강성 정치 유튜브 출연이 급증했다. 이에 질세라 원외 인사들도 지지층 사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치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출마 선언도 유튜브에서 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1월 ‘이동형 TV’에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출마 선언을 한 뒤 경기 용인병 경선에서 현역 정춘숙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도 당 텃밭인 서울 강남 3구와 대구·경북, 강원, 부산·울산·경남에서만 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경선을 치렀다. 나머지 다른 지역은 일반 국민이 80%, 당원은 20%였다. 국민의힘은 “텃밭엔 당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원 조사로도 충분히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발언과 ‘일베’ 게시글 공유 등이 논란이 돼 공천이 취소된 도 후보가 대구 중-남에서 공천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민심보다 강성 보수 지지층 당원들의 당심이 과하게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일반 여론조사도 성별, 연령 할당 없이 선착순으로 진행해 적극 지지층 혹은 동원자가 과표집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결국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 입김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양당 경선이 워낙 지지층 중심으로만 돌아가다 보니 다 같이 ‘막말 감수성’이 낮아진 탓에 정작 본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유튜브서 막말 → 강성층 업고 공천 → 검증 부실로 취소 ‘악순환’예고된 공천참사野김준혁 “자승입적, 궁정동 떠올라”… 양문석은 “노무현 불량품” 논란與장예찬 “여자들 백 좀 작작 사고”과거 부적절 발언 검증없이 공천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원내대표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3선 박광온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친명(친이재명)계 김준혁 후보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과 관련해 “자승 죽음이 석연치 않다. 왜 자꾸 궁정동 안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궁정동 안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0·26사태가 벌어졌던 곳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괜한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데다, 불교계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당에서 ‘전통문화특위’까지 만들어 불교계에 오래 공을 들여왔는데 정봉주 전 의원의 ‘조계종 김정은’ 발언 논란에 이어 또 한번 공든 탑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후보가 해당 글을 쓴 시점은 당 총선기획단이 “막말과 설화 등 부적절 언행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때였다. 결국 당의 ‘부실 검증’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장예찬 후보의 막말과 관련해 공천 취소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친명 양문석 “노무현은 불량품” 논란 김 후보 외에도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과 함께 주로 비명계 경쟁자들을 향한 막말성 공격을 이어왔던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은 친명 양문석 후보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하하는 표현) 뿌리를 뽑겠다”는 극언을 했다가 당직 정지 3개월 징계를 받고도 공천장을 따냈다. 그는 친명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 내 수박들 바퀴벌레들” 등의 혐오 발언도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던 사실이 뒤늦게 다시 알려지면서 당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양 후보는 당시 한 온라인 언론사에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 등의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노무현 씨에 대해 ‘찬양’하는 일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노무현 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양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며 답을 피했다. 이 밖에 서울 은평을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인 강병원 의원을 꺾고 승리한 친명계 김우영 후보도 과거 유튜브에서 강 의원을 겨냥해 “나이도 어린놈의 자식”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페이스북엔 강 의원 등 비명계 실명을 적고 영화 ‘서울의 봄’ 대사를 일부 인용해 “전차를 몰고 저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라고 썼다. 강 의원은 올해 1, 2월 두 차례에 걸쳐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김 후보의 막말 및 증오 발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묵살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관위가 알고도 묵인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막말 논란 친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공천 국민의힘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도 이미 과거부터 여러 차례 같은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익히 알고도 강성 지지층 여론만 의식해 눈감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중-남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후보는 극단적 발언을 이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의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하는가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했고, 2019년 2월 유튜브에선 “(5·18에)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 된다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도 했다. 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 역시 당 지지층이 선호하는 강성 발언을 토대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는 지지층 내 인기를 통해 지난해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됐고 이번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초선)을 꺾고 공천장을 따냈다. 장 후보는 이날도 “남자들은 룸(룸살롱) 두 번 갈 거 한 번만 가면 몇 명을 후원할 수 있는 거냐. 여자들은 백(가방) 좀 작작 사시고”라는 등의 과거 막말이 드러나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사과했다. 당 공관위 관계자는 “장 후보의 문제성 발언은 이미 알려져 있던 것”이라며 “지역 내 장 후보 지지율이 워낙 높은 게 (공천 취소 등 조치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도 막말 파문이 불거지자 충남 보령-서천의 이기원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이 후보는 2017년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대자보로 붙여 놓는 꼴”이라고 발언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여야가 ‘막말 리스크’ 파문 확산 우려에 도태우,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전날 밤 급히 취소한 것을 두고 15일 정치권에선 “예고된 공천 참사”라는 평가와 함께 “‘제2의 도태우, 정봉주’가 얼마든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독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강성 지지층만 공략하는 극단적인 정치 문화가 판을 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이를 방치하고 공천 과정에서도 부실하게 검증해 공천 취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비판이다.여야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마련한 경선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입김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이전 총선에 비해 강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평가 기준에 ‘디지털 소통 실적’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원 임기 시작 후 40개월 동안 올린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의 게시물이 1000건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생기면서 현역 의원들의 강성 정치 유튜브 출연이 급증했다. 이에 질세라 원외 인사들도 지지층 사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정치 유튜브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출마 선언도 유튜브에서 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1월 ‘이동형 TV’에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출마 선언을 한 뒤 경기 용인병 경선에서 현역 정춘숙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국민의힘도 당 텃밭인 서울 강남3구와 대구·경북, 강원, 부산·울산·경남에서만 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경선을 치렀다. 나머지 다른 지역은 일반 국민이 80%, 당원은 20%였다. 국민의힘은 “텃밭엔 당원 수가 많기 때문에 당원 조사로도 충분히 민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 발언과 ‘일베’ 게시글 공유 등이 논란이 돼 공천이 취소된 도 후보가도 대구 중-남에서 공천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민심보다 강성 보수 지지층 당원들의 당심이 과하게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일반 여론조사도 성별, 연령 할당 없이 선착순으로 진행해 적극 지지층 혹은 동원자가 과표집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결국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 입김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양당 경선이 워낙 지지층 중심으로만 돌아가다 보니 다 같이 ‘막말 감수성’이 낮아진 탓에 정작 본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원내대표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3선 박광온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친명(친이재명)계 김준혁 후보는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과 관련해 “자승 죽음이 석연치 않다. 왜 자꾸 궁정동 안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궁정동 안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0·26 사태가 벌어졌던 곳이다.민주당 관계자는 “괜한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데다, 불교계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당에서 ‘전통문화특위’까지 만들어 불교계에 오래 공을 들여왔는데 정봉주 전 의원의 ‘조계종 김정은’ 발언 논란에 이어 또 한번 공든탑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후보가 해당 글을 쓴 시점은 당 총선기획단이 “막말과 설화 등 부적절 언행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때였다. 결국 당의 ‘부실검증’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명 양문석 “노무현은 불량품” 논란김 후보 외에도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과 함께 주로 비명계 경쟁자들을 향한 막말성 공격을 이어왔던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은 친명 양문석 후보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비하하는 표현) 뿌리를 뽑겠다”는 극언을 했다가 당직정지 3개월 징계를 받고도 공천장을 따냈다. 그는 친명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 내 수박들 바퀴벌레들” 등의 혐오 발언도 했다.2008년 광우병 파동 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던 사실이 뒤늦게 다시 알려지면서 당 내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양 후보는 당시 한 온라인 언론사에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 등의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그는 해당 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인 노 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해서도 “노무현 씨에 대해 ‘찬양’하는 일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노무현 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을 후보로 공천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민주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양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동문서답으로 답했다.이밖에 서울 은평을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인 강병원 의원을 꺾고 승리한 친명계 김우영 후보도 과거 유튜브에서 강 의원을 겨냥해 “나이도 어린 놈의 자식”이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페이스북엔 강 의원 등 비명계 실명을 적고 영화 ‘서울의 봄’ 대사를 일부 인용해 “전차를 몰고 저 비겁자들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라고 썼다. 강 의원은 올해 1, 2월 두 차례에 걸쳐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김 후보의 막말 및 증오발언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사실상 묵살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관위가 알고도 묵인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막말 논란 친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공천국민의힘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도 이미 과거부터 여러 차례 같은 지적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익히 알고도 강성 지지층 여론만 의식해 눈 감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구 중-남 공천이 취소된 도태우 후보는 극단적 발언을 이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향해 “문재인의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하는가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했고, 2019년 2월 유튜브에선 “(5·18에)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라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도 했다.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 역시 당 지지층이 선호하는 강성 발언을 토대로 인지도를 높여왔다. 그는 지지층 내 인기를 토대로 지난해 청년최고위원에 당선됐고 이번 경선에서 현역 전봉민 의원(초선)을 꺾고 공천장을 따냈다. 장 후보는 이날도 “남자들은 룸(룸살롱) 두 번 갈 거 한 번만 가면 몇 명을 후원할 수 있는 거냐. 여자들은 백 좀 작작 사시고”라는 등의 과거 막말이 드러나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차 사과했다. 당 공관위 관계자는 “장 후보의 문제성 발언은 이미 알려져 있던 것”이라며 “지역 내 장 후보 지지율이 워낙 높은 게 (공천 취소 등 조치 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개혁신당도 막말 파문이 불거지자 충남 보령-서천의 이기원 후보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이 후보는 2017년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할머니가 강간당한 사실을 대자보로 붙여 놓는 꼴”이라고 발언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4‧10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률이 19%로 집계됐다. 지난주(15%)에서 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34%,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24%, 조국혁신당 19% 순으로 나타났다. 한 주 전 같은 갤럽 조사 때보다 국민의미래는 3%포인트 , 더불어민주연합은 1%포인트 빠진 반면 조국혁신당은 지지율이 올랐다.조국혁신당에 비례대표 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은 광주‧전라에서 25%로 가장 높았다. 지난주보다 5%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어 서울과 인천‧경기가 각각 22%로 한 주 전보다 각각 6%포인트, 5%포인트씩 늘었다.반면 같은 기간 국민의미래의 서울 지지율은 40%에서 27%로 13%포인트가 빠졌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같은 기간 서울 지지율은 18%에서 29%로 11%포인트 늘었지만, 전통 텃밭인 광주‧전라는 47%에서 39%로 8%포인트가 하락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도 30%에서 26%로 4%포인트 낮아졌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의 막말 논란 등이 특히 텃밭 지지층의 이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조국혁신당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전주보다 1%포인트 상승한 7%를 보였다. 서울 지지율이 9%로 한주 사이 4%포인트가 올랐고 대전‧세종‧충청에선 같은 기간 9%에서 3%로 6%포인트가 빠졌다. 연령별로는 50대 지지율이 14%로 가장 높았고, 이어 40대(11%)였다. 20대는 지난주에 이어 0%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37%로 전주와 동일했고 민주당은 32%로 전주보다 1%포인트 늘었다. (12~14일 조사,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서 무작위 추출한 표본에 대해 전국 1002명에게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4.7%.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결국 뒤늦게 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한 가운데 당내에선 정 전 의원 외에도 추가 ‘막말 리스크’ 인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경선 과정에서 유독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친명(친이재명) 원외 인사들의 자극적인 발언 등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쏟아졌는데 해당 막말이 결국 본선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제기다.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원내대표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3선 박광온 의원을 꺾고 공천을 받은 김준혁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30일 페이스북에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입적과 관련해 “자승 죽음이 석연치 않다. 왜 자꾸 궁정동 안가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궁정동 안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10·26 사태가 벌어졌던 곳이다.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자승 스님 입적에 대해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데다, 굳이 궁정동 안가라는 점을 언급해 불교계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전통문화특위’까지 만들어 불교계에 오래 공을 들여왔는데 정봉주 전 의원의 ‘조계종 김정은’ 발언 논란에 이어 또 한번 공든탑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후보가 해당 글을 쓴 건 당 총선기획단이 “막말과 설화 등 부적절 언행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천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라, 결국 당의 ‘부실검증’ 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겨냥하기 위해 비명계 경쟁자들을 향한 막말 공격을 이어왔던 공천자들도 추가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기 안산갑 경선에서 친문(친문재인) 현역 전해철 의원을 꺾은 양문석 후보는 “수박 뿌리를 뽑겠다”는 극언을 했다가 당직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친명 성향의 유튜브에서 “민주당 내 수박들 바퀴벌레들, 이들이 계속해서 암약하거나 대놓고 뛰어다니는 모습들을 보기 싫었다”고도 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온라인 언론사에 ‘이명박과 노무현은 유사불량품’, ‘미친 미국소 수입의 원죄는 노무현’ 등의 제목의 칼럼을 썼던 것도 비하 논란으로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이밖에 서울 은평을 경선에서 비명계 현역인 강병원 의원을 꺾고 승리한 친명계 김우영 후보도 과거 유튜브에서 강 의원을 겨냥해 “나이도 어린 놈의 자식”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마저 유튜브에서 하는 등 SNS에서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강성 지지층에게 인지도를 높이려는 원외 인사들이 유독 많았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더 자극적인 막말이 결과적으로 당의 경선 과정에서 공천 가산점으로 작용한 탓에, 정작 본선에선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13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책상 위에는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상’ 상패가 놓여있었다. 그는 “경선을 끝내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와보니 ‘국회도서관 입법지원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해 뛰어난 의정활동을 했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을 줬더라”며 “그런데도 우리 당에선 나보고 현역 의원 ‘하위 10%’라고 한다”며 웃었다.이틀 전 치러진 결선에서 하위 10% 페널티로 득표 30%를 감산당하고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한 박 의원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기대한다”며 “다만 좋은 결과가 나쁜 과정까지 대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총선 후 이재명 대표가 ‘사천 파동’뿐 아니라 위성정당 창당에 따른 진보당과의 연합, 조국혁신당과의 사실상의 연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반듯하게 정치하려는 사람들, 상식적으로 정치하려는 사람들, 국민 눈높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 합리적인 민주당, 다양성의 민주당을 재건해 야권 전체를 통합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경선 결과에 대한 소회는“내 예상치와 완전히 다른 결과여서 실감되지 않았다. 권리당원과 일반 국민투표에서 모두 과반이 넘었다. 투표에선 이기고 개표에선 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뜻밖에 이상하게 담담하다. 어제 저녁 낙천한 의원 3명과 만나서 ‘민주당 바보들 모임’을 하기로 했다. 바보처럼 당에 남아서 경선을 끝까지 다 치르고 당에 정성을 다하는 바보들, 이 구박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민주당아 남아있는 바보들의 만남을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문제였다고 보는가“민주당은 신뢰를 잃었다. 하위 10%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공관위조차 절차를 어기고 곧장 기각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내게 전화로 ‘나도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황당했고, 점수를 모두 공개하겠던 약속을 두 번이나 뒤집었다. 절차 위반 문제에 대해선 가처분신청을 걸면 100% 승소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하면 당이 진짜 망가질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이재명 대표가 웃으면서 ‘동료 의원 평가 0점을 맞은 분도 있다’고 말했는데“절차적 시스템이라는 게 조롱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차라리 박용진 동료평가가 꼴등이라고 공개했으면, 당장 반발이 나왔을 거다. ‘나는 박용진에게 0점을 준 적이 없다’는 동료 의원이 당연히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럴까봐 평가기록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이른바 불신, 신뢰를 잃어버린 과정이다. 이게 두고두고 민주당에 큰 상처가 될 것 같다.”―사실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을 공략해서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다“민주당이 사막화로 가는 길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막은 조용하고 어떤 생명체도 없다. 민주당을 이어온 생명은 다양성이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상생작용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왔다. 민들레도 피고 들꽃도 피고, 새 노랫소리도 들리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는 생명 가득한 당이어야 한다. 우세종 하나로만 가면 단 하나의 유행병, 바이러스 침범으로 다 멸절돼버린다.”―지금 민주당의 가장 문제는 무엇인가.“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사막화 과정에 접어들어, 조금은 다른 의견과 애정 어린 비판조차 용납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DJ)도 비주류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조순형, 정대철 이런 분들이 DJ를 얼마나 ‘성가시게’ 했나. DJ가 당시 자기를 비판하는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공천을 안 주려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아가서 그건 안 된다고 결사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DJ가 마지막에 ‘아 맘대로 하시오’하고 수용했다고 한다. 만약 DJ가 이해찬, 노무현을 내쳤다고 한다면, 그는 야당 당수로만 끝났을 것이다.”―이번 공천이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고 보는가“당 대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책임지는 자리다. 이 대표가 선택한 길이라고 보고, 이번 총선 결과로 선택에 대한 책임이 생길 것이라 본다.”―총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어렵겠지만 민주당이 이기길 기대한다. 민주당 내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나라 전체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의무도 있다.”―그럼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다’라고 할 수 있다“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이번 공천 과정에서 유독 탈당이 많았다. 당을 떠난 동료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그들의 억울함과 분노, 왜 이해 못하겠나. 지금도 나한테 같이 하자고 연락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각자의 선택,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최종 결과, 그리고 4‧10 총선 이후 민주당 재건을 위해 어떤 역할을 서로 할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할 거라고 본다.”―당을 이미 나간 사람들과도 함께 고민할 수 있는가“김종민 금태섭 조응천 의원 등 모두 정치적 선택은 달리했지만, 적어도 그럴듯한 정치, 국민이 흐뭇해할만한 정치, 바른 정치를 하려는 뜻은 같다. 그 분들이 당을 나갔지만 국민의힘으로 가지 않은 것에 주목한다. 여전히 민주당 자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다. 민주당이 철학적인 기반이 같지 않은 군소정당들, 우리 사회 일반적이지 않은 인식들로 무장한 세력이랑도 같이 하려고 하는데,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이 비록 쓴소리를 하고 나갔지만 야권 전체 승리를 위한 대연대라는 틀 안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판을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철학적 기반이 같지 않은 군소정당들을 언급했는데, 민주당이 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물론 진보당의 인식과 시선도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를 받아서 그만큼 의석수를 가지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그 이상을 반영하려고 한다. 울산 북구에선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까지 했다. 2012년 통합진보당과의 후보 단일화 문제 때문에 민주당은 두고두고 곤욕을 치렀다. 2020년 총선 때도 위성정당 문제 때문에 두고두고 반성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통진당의 후신인 진보당과의 연대전술, 더 노골적 형태의 위성정당이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걸 전략적으로 선택했고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앞으로 지방선거, 대선에서 두고두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등 조국혁신당과의 암묵적 협력 기류도 있다“조국혁신당이 정말 야권 파이를 키우는 것이 맞는가. 나는 기존 민주당 걸 나눠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조국혁신당의 20대 지지율이 0%, 30대 지지율이 1%(한국갤럽, 3월 5~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전화조사원이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신뢰수준, 응답률 14.4%)였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20대 지지율을 끌고 오지 못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고, ‘조국 사태’에 대해 몇 번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는가. 과거 전략적인 판단 실수를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 ―민주당 뿐 아니라 한국 정치 전반이 각자 지지층만 바라보며 강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심각하다. 아까 민주당이 사막화되고 있다고 했는데, 한국 정치는 트럼프화되고 있다. 정치는 결국 누군가는 이기고 지는 과정이지만, 그 절차에 대해선 투명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서로 합의한 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두고 통합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인데,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자기 진영 안에서만 힘을 얻고, 밖에 나가선 주장이 힘을 잃는 상태다. 나는 예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며 ‘권한을 가진 자기가 그냥 하면 되지 왜 굳이 저들을 설득하고 대화하려 하지’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설득의 과정이라 생각하셨던 거다. 그런 김대중 노선, 만델라 노선을 미련하고 바보스럽게 꾸준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공동체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있고, 참아야 하는 일이 있다. 이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한국 정치가 트럼프화되어 가는 와중에도 상식과 바름을 갖고 ‘이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비록 다 패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게 맞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겠다.”―이재명 대표가 ‘박용진 의원도 공천 걱정 없는 당’을 만들겠다 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결선 후 이 대표로부터 혹시 연락온 게 있는지“연락은 없었다. 그 때도, 지금도 그 말에 큰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 문제를 떠나서 정치인이라면 자기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과 여건이 달라졌다고 말을 바꾸거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많아지면 무신불립의 상황이 된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더불어민주당은 생명체가 없는 ‘사막화’의 과정에 들어갔다. 조금 다른 의견, 애정 어린 비판조차 용납 못 하는 당으로 국민에게 비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의 공천 파동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북을 재선 현역인 박 의원은 11일 치러진 경선 결선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해 탈락했다. 박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지난 대선 및 전당대회 때 연이어 경쟁했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거듭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하는 등 당내 대표적 소신파로 꼽힌다. 그는 지난달 스스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경선 과정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위 10%는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당한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조하지 않아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어야 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순형, 정대철 등 ‘성가시게’ 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끌어안았기에 야당 당수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까지 됐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날 당에 경선 결과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다. 다만 “재심 결과에 관계없이 남아 당의 정상화와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해 하위 10∼20%에 들고도 끝까지 경선을 치른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민주당 바보들’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어제(12일) 저녁에도 낙천한 의원들끼리 ‘바보들의 모임’을 했다”며 “반듯하고 상식적으로 정치하는 ‘민주당 바보들’이 당이 사막화되는 과정에서도 끝내 상식과 바름을 토대로 합리성과 다양성을 되찾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패배의 길을 가는 것 같지만, 그 길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지금 민주당과 달리… DJ, 비판하는 사람도 품고 대통령 돼” 민주당 박용진 의원 인터뷰이상한 시스템 공천 탓 이기고도 져… 당 망가질 것 같아 가처분신청 안 해조국당-진보당과 연대 잘못된 선택… 총선 이겨도 과정 평가 따로 있어야DJ, 이해찬-노무현 등 내쳤다면… 야당 당수로서만 정치 마쳤을 것 13일 찾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책상 위에는 ‘국회도서관 이용 최우수상’ 상패가 놓여 있었다. 그는 “경선을 끝내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와보니 ‘국회도서관 입법지원 서비스를 폭넓게 활용해 뛰어난 의정 활동을 했다’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상을 줬더라”면서 “그런데도 우리 당에선 나보고 현역 의원 ‘하위 10%’라고 한다”며 웃었다. 이틀 전 치러진 결선에서 하위 10% 페널티로 득표 30%를 감산당하고 강성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배한 박 의원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기대한다”며 “다만 좋은 결과가 나쁜 과정까지 대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총선 후 이재명 대표가 ‘사천 파동’뿐만 아니라 위성정당 창당에 따른 진보당과의 연합, 조국혁신당과의 사실상의 연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반듯하게 정치하려는 사람들, 상식적으로 정치하려는 사람들, 국민 눈높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합리적인 민주당, 다양성의 민주당을 재건해 야권 전체를 통합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선 결과에 대한 소회는…. “내 예상치와 완전히 다른 결과여서 실감되지 않았다. 결선에서 권리당원(51.79%), 일반 국민(51.62%)으로부터 모두 절반 이상을 득표했다. 30% 감산만 아니었으면 당연히 이기는 결과였다. 당심과 민심에서 모두 이겼지만 이상한 ‘시스템 공천’ 때문에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문제였다고 보는가. “민주당이 신뢰를 잃었다. 하위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는데 공관위조차 절차를 어기고 곧장 기각당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내게 ‘나도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황당했고, 점수를 모두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두 번이나 뒤집었다. 절차 위반 문제에 대해선 가처분 신청을 걸면 100% 승소할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하면 당이 진짜 망가질 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박용진 의원도 공천 걱정 없는 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달랐다. 결선 후 이 대표로부터 혹시 연락이 왔나. “그때도, 지금도 그 말에 큰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연락은 없었다. 다만 이 문제를 떠나서 정치인이라면 자기가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과 여건이 달라졌다고 말을 바꾸거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많아지면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상황이 된다.” ―‘개딸’(개혁의딸) 등 강성 지지층을 공략해서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다. “민주당이 사막화로 가는 길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막은 조용하고 어떤 생명체도 없다. 민주당을 이어온 생명은 다양성이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상생 작용을 일으켜 에너지를 만들어 왔다. 민들레도 피고 들꽃도 피고, 새 노랫소리도 들리고 풀벌레 소리도 들리는 생명 가득한 당이어야 한다. 우세종 하나로만 가면 단 하나의 유행병, 바이러스 침범으로 다 멸절돼 버린다.” ―민주당의 가장 문제는 무엇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비주류에게 공간을 열어줬다.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렸던 조순형, DJ에게 당권 도전까지 했던 정대철까지도 DJ는 품었다. DJ가 당시 자기를 비판하는 이해찬 전 대표에게도 공천을 안 주려고 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찾아가서 그건 안 된다고 결사반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DJ가 마지막에 ‘아, 맘대로 하시오’ 하고 수용했다고 한다. 만약 DJ가 이해찬, 노무현을 내쳤다고 한다면 그는 야당 당수로만 끝났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사막화 과정에 접어들어, 조금은 다른 의견과 애정 어린 비판조차 용납 못 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저녁 낙천한 의원 3명과 만났다고 했다. 그는 그 모임을 “하위 통보를 받고도 미련하게 당에 남아 끝까지 경선을 치르고, 온갖 구박과 모욕을 당한 바보들의 모임”이라고 부르며 “곧 사발통문을 돌려서 ‘민주당 바보’들끼리 만나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사막화되는 과정에서도 상식과 바름을 갖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비록 다 패배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도, 결국은 그게 맞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공천이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라고 보는가. “당 대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책임지는 자리다. 이 대표가 선택한 길이라고 보고, 이번 총선 결과로 선택에 대한 책임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총선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어렵겠지만 민주당이 이기길 기대한다. 민주당 내의 비정상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 나라 전체의 비정상을 바로잡을 의무도 있다.” ―그럼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다’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 그는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진보당과의 연대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니 조국혁신당의 20대 지지율이 0%, 30대 지지율이 1%(한국갤럽, 3월 5∼7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전화조사원이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 95% 신뢰수준, 응답률 14.4%)였다. 우리가 지난 대선 때 20대 표심을 얻지 못해서 그렇게 고민하고 여러 번 사과했는데 또다시 잘못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했다. 통합진보당 후신인 진보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권 비례정당을 통해 원내 입성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진보당의 인식과 시선도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만 의석수를 가지면 된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그 이상을 반영해 주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아, 정말 이 정도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정녕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이상형으로 선택할 정도로 ‘선당후사’의 정신을 갖춰야만 되는 걸까요. 공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요즘 민주당 원외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재명 우상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된 안귀령 대변인은 지난해 2월 동아일보 유튜브에서 ‘외모 이상형 월드컵’을 하던 중 ‘이재명 대 문재인’, ‘이재명 대 조국’을 묻는 질문에 모두 “이재명”이라고 답했습니다. 배우 ‘차은우 대 이재명’에서조차 이재명을 선택한 안 대변인에게 진행하던 기자들마저 “차은우는 아니지!”라고 경악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더군요.안 대변인이 전혀 연고가 없는 도봉갑에 전략 공천되자 뒤늦게 ‘차은우 논란’이 다시 소환됐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등판해 “취향은 존중한다. 그렇지만, 만약 국민의힘 후보 중 제가 차은우보다 (외모가) 낫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절대 공천 받지 못할 것이다. 왜냐면 아주 높은 확률로 굉장한 거짓말쟁이거나 굉장한 아첨꾼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차은우의 난’을 시작으로 민주당 내 ‘이재명 찬양’은 계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후보들일수록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공략할 수 있는 발언에 더 신경이 쓰이겠죠.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경기 수원정 경선에서 원내대표 출신 3선 현역 박광온 의원을 꺾고 본선행에 오른 김준혁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의 ‘소나무’ 발언입니다. 그는 2021년 12월 21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경북 안동 생가를 방문했던 경험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습니다.“완전히 다 쓰러져가는 집이고, 검은색 비닐하우스가 있거든요. 그 비닐하우스 앞에 200년 넘은 큰 소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소나무의 기운이 이재명한테 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막 드는 거야.”정조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역사학자로, 한신대 부교수로 재직 중인 김 부위원장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이던 2021년 8월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라는 책도 출간했었죠. 정조가 이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책에서 그는 이 대표와 정조의 리더십을 비교하며 “개혁이란 공통의 열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더군요. 김 부위원장은 당시 유튜브에서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이 후보가 잔잔한 톤으로 ‘억강부약(抑强扶弱)’ ‘대동세상(大同世上)’을 말할 때 흥분됐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최근, 이 내용을 공유하며 “역시 이 대표에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은 시대정신이자 손흥민이다.”정청래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손흥민에게 빗댔습니다. 그는 지난달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으로 깃발과 상징이 계승됐다. 축구로 치면 차범근 황선홍 박지성 손흥민으로 깃발이 계승된 것과 같다”고 했죠. 최근 이어지는 민주당 공천 논란과 관련해 축구팬들이 현재 국가대표 주장인 손흥민 선수를 지지하듯 민주당도 현재 당 대표인 이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해야 한다는 겁니다. 역시 지지층은 열광했습니다. 이 대표 팬카페에는 “역시 월클(월드클래스)끼리는 통하는 데가 있다” “한국팀의 승리를 위한 주장 손흥민의 마음, 민주당의 승리를 위한 당 대표 이재명의 마음” 등의 옹호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같은 ‘이재명 우상화’ 작업이 위태로워 보이는 건 민주당엔 비슷한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열공하던 ‘재명학’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이재명 알리기’ 운동을 시작했고, 당 홍보 소통본부는 각 시·도당위원회에 ‘왜 이재명인가’라는 제목의 핵심 당원 교육용 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했죠.송영길 당시 당 대표는 당원들에게 이 대표의 일대기를 다룬 ‘인간 이재명’을 읽고 세 명씩 릴레이로 추천하자고도 제안했습니다. 자신도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합니다”라고 달리는 KTX 안에서 이재명 관련 책들을 쌓아둔 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고요. 그 뒤로 실제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습니다.정청래 의원은 이 책을 흐느끼며 읽었다죠. 그는 페이스북에 “인간 이재명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이토록 처절한 서사가 있을까? 이토록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또 있을까? 유능한 소설가라도 이 같은 삶을 엮어낼 수 있을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그 다음 전당대회에서 수석 최고위원이 됐고, 이번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단수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해식 의원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고 썼습니다. 그도 이번에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을에 단수공천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또 ‘친명’만 유리하게 썼다고 민주당이 반발할 테니 안타까운 사례도 추가합니다. 당시 선대위 홍보 소통본부장을 맡았던 기동민 의원은 “해당 책이 후보를 좀 더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주변에 널리 권했다”고 말했지만, 이번 총선 때 컷오프됐습니다. 김의겸 의원도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라고 한참 독후감을 썼지만, 군산에서 비명계 신영대 의원과 치른 경선에서 탈락했네요. “1일 1이재명”이라는 페이스북 글을 시작으로 이 후보 자서전을 다룬 유튜브 영상 링크 등을 공유하던 이동주 비례 의원도 친문 좌장 현역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된 뒤 인천 부평을에서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결국 패배했습니다전문가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양극단 정치 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대선 당시 끝내 독후감 릴레이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 의원은 “우리 당이 맨날 검찰독재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면서 우리는 더 심한 충성경쟁을 종교처럼 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바라볼 땐 누가 더 한심해 보이겠냐. 특정 개인에 대한 찬양과 미화는 우리 당이 더 심한 것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경선까지는 당원 입김이 중요할 지 모르겠지만, 본선에선 국민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재명 우상화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4·10 총선을 30일 앞두고 여야 공천 및 대진표가 속속 마무리되는 가운데 수도권 내 ‘스윙보터(선거 때마다 정당에 번갈아 표를 던지는 부동층 유권자)’ 지역 표심 잡기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48석), 경기(60석), 인천(14석) 등 수도권 122석은 전국에서 의석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중도층이 두꺼워 총선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10일 동아일보가 19∼21대 총선을 분석한 결과 서울 49개 지역구(21대 총선 기준) 중 18곳(36.7%)에서 세 번의 총선 중 한 번이라도 승리 정당이 바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는 59개 지역구 중 22곳에서, 인천은 13개 지역구 중 3곳에서 여야 모두에 ‘내리 3선’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야는 이번 총선 때도 “수도권을 잡는 당이 승리한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스윙보터 지역에서 반드시 승리해 김포 등 수도권 지역을 탈환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민주당은 “서울 한강벨트와 강북의 스윙보터 지역을 중심으로 반드시 사수하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강벨트 9개 지역구 가운데 용산과 동작을, 중-성동을 3곳에선 한 차례 이상 승리 정당이 바뀌었다. 용산은 19대에 새누리당, 20대엔 민주당, 21대엔 다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이겼다. 중-성동을은 20대 때 선거구 획정에 따라 지역구가 일부 조정됐으나, 성동을만 놓고 보면 19대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20대 새누리당, 21대 민주당 승리 지역이다. 동작을은 19대와 20대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이겼으나 21대엔 민주당이 승리했다. 서울 내 통상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은평을, 강북갑, 도봉을, 노원갑·을 등 강북 지역에서도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에만 표를 몰아주지는 않았다. 은평을은 19대 때 새누리당이 한 차례 승리한 뒤 20대, 21대엔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강북갑과 도봉을은 민주당, 새누리당, 민주당 순으로 한 차례씩 승리 정당이 바뀌었다. 국민의힘 우세 지역인 강남을과 송파을에서도 20대 총선 때 민주당이 한 차례씩 승리했다. 송파병은 19대는 새누리당이 승리했으나 20대, 21대는 모두 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다. 경기 내 스윙보터 22곳에는 수원의 5개 지역구를 가리키는 수원벨트에 자리한 수원병, 김포시 서울 편입론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김포갑·을 지역구 등이 포함됐다. 인천에선 연수갑-을, 부평갑 등 3곳이 최근 총선에서 선거 결과가 바뀌었다. 이날까지 확정된 여야 간 전국 대진표는 총 193곳이다. 미확정 지역구는 61곳만 남았다. 서울은 48개 지역구 중 42곳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경기에선 44곳, 인천에선 11개 지역구의 여야 후보가 확정됐다.중·성동을-강동갑-양천갑 ‘안갯속 승부’… 여야, 부동층 잡기 사활 19~21대 총선 ‘스윙보터 지역’ 분석강동갑, 새누리→민주→민주 승리… 이번엔 與 전주혜 - 野 진선미 대결한강벨트 3곳, 승리 정당 바뀐 경험… 與野 중·성동을 후보는 아직 못정해 서울 강동갑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신동우 의원이 승리한 이후 2016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연이어 승리한 곳이다. 9일 발표된 국민의힘 경선 결과 서울중앙지법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비례대표)이 강동갑에서 승리하면서 진 의원과 맞붙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두 번 연속 이겼고, 이번에도 현역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21대 총선 이후 고덕신도시 등 대단지 재건축이 이어지면서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고, 집값도 크게 올라 보수세가 강해졌다”고 했다.● 한강벨트 3곳, 19∼21대 승리 정당 바뀌어 동아일보가 19∼21대 총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강동갑을 비롯해 서울 총 18개 지역이 승리 정당이 한 번이라도 바뀌었던 ‘스윙보터’ 지역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지역구는 49곳이었다가 선거구 조정으로 1곳 줄어 이번 총선부터는 48곳이다. 한강 이남에선 강동갑 외에도 동작을, 송파병, 송파을에서 승리 정당이 바뀌었고, 중심부(용산 중-성동을 서대문을)와 강서(양천갑 양천을 강서을 관악갑 관악을), 강북(강북갑 은평을 노원갑 노원병 도봉을)에서도 한 차례 이상 승패가 엇갈렸다. 마포와 용산, 성동, 동작, 광진 등 9개 지역구가 포함된 한강벨트는 중-성동을을 제외하고 대진표가 완성됐다. 한강벨트 가운데 용산과 동작을, 중-성동을 등 3곳이 한 번이라도 승리 정당이 바뀌었던 스윙보터 지역이다. 중-성동을은 여야 모두 전·현직 의원이 경선을 치를 정도로 격전지로 꼽힌다. 3선 전·현직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이혜훈 전 의원이 결선을 치러 지역구 현역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정호준 전 의원 경선 승자와 맞붙는다. 용산은 2012년과 2016년 진영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당 후보로 한 차례씩 승리했고, 지난 총선 때 권영세 의원이 탈환했다. 목동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양천에서도 거듭 승리 정당이 바뀌었다. 양천갑의 경우 2012년 새누리당(길정우)이 승리했지만 2016년부터 민주당 황희 의원이 내리 2선에 성공했고, 이번엔 국민의힘 구자룡 비상대책위원과 맞붙는다. 강서을도 새누리당 김성태 전 의원이 2번 연속 승리했으나 21대 땐 민주당 진성준 의원에게 내준 지역이다. 이번엔 진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맞붙는다. 국민의힘 박진 의원과 민주당 현역 김영호 의원이 맞붙는 서대문을은 2012년엔 새누리당 정두언 후보가 승리했으나 2016년부터는 김 의원이 사수에 성공한 지역이다.국민의힘 배현진 의원과 민주당 친명 송기호 변호사가 맞붙는 송파을은 2012년 새누리당, 2016년 민주당,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매번 승리 정당이 바뀌었다. 제3당의 등장이 변수가 된 적도 많았다. 강북갑은 통상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으로 2016년엔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오영식 후보가 승리했지만, 20대 총선 땐 국민의당의 등판으로 진보 진영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 정양석 후보가 승리했다. 21대 땐 다시 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탈환해 재선에 도전한다.● 여야 서울 대진표 42곳 완성 여야가 주말인 9, 10일에도 공천 발표를 이어가면서 서울 48개 지역 중 42곳의 대진표가 완성됐다. 19대 때 새누리당, 20∼21대 때 민주당이 이긴 스윙보터 지역인 노원갑에선 국민의힘 현경병 전 의원이 공천을 확정지었다. 민주당은 노원갑 현역인 고용진 의원과 선거구 획정에 따른 지역구 합병으로 이 지역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우원식 의원(노원을) 간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지난 대선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계파와 모임으로 구성된 시끌시끌한 당이었다. 청와대 출신 친문재인 그룹(고민정 김영배 윤건영 윤영찬 한병도 등)을 주축으로 노무현 정부 출신 친노 그룹(김한정 이광재 전재수 등)이 있었고, 친이해찬계(김성환 윤호중 조정식 등), 친정세균계(김교흥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등), 친이낙연계(설훈 이개호 등)에 더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이 주축이 된 당내 최대 의원모임 더좋은미래(강훈식 기동민 우상호 등)와 김근태 의원계 모임인 민평련(우원식 이인영 홍익표 등)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친이재명(친명)계는 존재감 없는 비주류 중 비주류였다.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며 정치권에 입문했던 이 대표는 개인기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계속 당선됐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행정가일 뿐, 중앙정치 경험이 없어서 안 된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 때 ‘비문’으로 찍힌 뒤론 완전히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원내 측근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함께 한 정성호 의원 등 극히 소수였다. 그렇게 음지에서 버티던 이 대표는 2021년 20대 대선 경선 때 이낙연 당시 대표가 삐끗하면서 자신에게 넘어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 대선 후보가 된 그는 다시는 ‘주류’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하다. 이듬해 대선에서 지고도 보궐선거에 나가 기어이 의원 배지를 달았고, 8월 전당대회까지 직행했다. 그러고는 민주당의 오랜 체계에 야금야금 손을 댔다. ‘이재명 방탄용’이란 비판을 샀던 당헌 80조 개정이 대표적이다. ‘부정부패로 기소 시 즉시 당직을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에는 ‘정치 탄압 등으로 인정되면 예외로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대표는 실제 지난해 3월 기소 당일 이 예외조항을 이용한 ‘셀프 구제’를 통해 당 대표직을 유지했다. 지난해 12월에도 당헌을 개정해 전당대회 때 대의원 투표 비중을 줄이고, 대신 권리당원 비중을 대폭 키웠다. 자신에게 배타적이던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직업 정치인의 권한을 줄이고 강성 지지층에 힘을 실어준 거다. ‘개딸’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자연스레 원내에서도 ‘친명 호위무사’ ‘친명 호소인’을 자청하는 ‘신(新)친명’계가 주류가 됐다. 요즘 그의 엄청난 총선 공천을 보면 이것도 차기 전당대회까지 내다본 사전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 다른 계파들은 와해됐다. 2022년 6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자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는 ‘모임 해체’를 선언했다. ‘우리도 자진 해산할테니, 이재명계도 작작 하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2년가량 지난 지금, 당시 친이낙연계 대표로 모임 해체 기자회견을 했던 이병훈 의원은 경선 탈락 후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며 재심을 요구 중이고, 정세균계 김영주 이원욱 의원은 탈당했다. 당에 남은 친문, 운동권도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다. 친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더미래 소속 기동민 의원은 경선도 하기 전에 컷오프됐지만 이재명 지도부의 ‘갈라치기’ 앞에 더 이상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계파’는 없다. 이미 ‘비주류’ 이재명이 완전히 당을 점령한 것이다.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제가 기억하는 한 21대 국회 초반까지는, 즉 지난 대선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굉장히 말이 많고 시끄러운 당이었습니다. 일단 인원 자체가 많다 보니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뭉치는 계파도 많고 모임도 많았죠.2020~2021년 제가 기록해뒀던 민주당 계파 분류를 오랜만에 다시 꺼내 봤는데요, 당내 계파 및 모임이 10개에 육박하더군요. (물론 그 새 배신과 의절이 판을 쳤기에 지금 계파와는 또 다릅니다)①청와대 출신 친문재인 =고민정 김영배 윤건영 윤영찬 전해철 정태호 한병도 등②친이해찬=김성환 김태년 윤호중 이해식 조정식 등③참여정부 출신 친노무현·친문=김종민 김한정 이광재 전재수 홍영표 등 ④친정세균=김교흥 김영주 안규백 이원욱 등⑤친이낙연계=설훈 이개호 전혜숙 등⑥더좋은미래·운동권·민평련=강훈식 송갑석 우원식 우상호 이인영 인재근 등⑦친박원순계=기동민 김원이 박홍근 천준호 등⑧친이재명계=김병욱 김영진 이규민 정성호 등⑨비문·비주류=박용진 변재일 이상민 조응천 등 ⑩더민초=고영인 등 초선 의원 모임당연히 여러 주장과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의원총회는 물론이고 고위 당정청(당-정부-청와대) 회의, 당정 협의 때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매번 갈등설이 불거지면 지도부는 “원래 건강한 정당은 일사불란하지 않다. 다양한 목소리가 민주주의”라고 수습하기 바빴죠. 그때는 그런 갈등과 말썽이 나쁜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을 보고 있자면 그때가 나았던 듯싶습니다. 저 명단만 봐도 알 수 있지만, 21대 국회 초반만 해도 이재명계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습니다. 이 대표는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당시 후보를 지지하는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정치권에 입문했죠. 이후 성남시장, 경기도지사에 줄줄이 당선됐지만, 당내에선 여전히 “이재명은 행정가일 뿐, 중앙정치 경험이 없어서 안 된다”는 박한 평가가 많았습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표적 ‘비문’으로 찍힌 뒤 더욱 아웃사이더가 됐습니다. 가까운 의원도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함께 한 정성호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 김영진 등 극히 소수에 불과했죠.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과격한 팬덤 활동으로 줄곧 논란을 일으켰던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손가락혁명군’도 늘 문제 집단으로 분류돼왔고요.그렇게 음지에서 버티던 ‘미운 오리새끼’ 이재명에게 20대 대선 경선 때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대선주자 1위 가도를 달리던 이낙연 당시 대표가 ‘사면 발언 논란’으로 삐끗하면서 당 대선주자가 된 거죠. 돌고 돌아 어렵게 주류가 된 이 대표는 다시는 그 자리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듯합니다. 그해 대선에서 지고도 “0.73%포인트 격차였다”고 ‘정신승리’하더니, 불과 2개월 만에 다시 선거판에 직접 뛰어들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원내에 입성합니다. 인생 첫 배지를 단 그는 멈추지 않고 8월 전당대회까지 직행했죠. 이 과정에서 ‘개딸’이란 이름으로 재무장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요. 원내 입성 직후부터 이 대표는 민주당의 오랜 체계를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 8월 전당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 당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됐을 때 당직을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라고 살짝 개정했습니다. 당시에도 이미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 대표는 그 정도 논란에 눈도 깜짝 안하죠. 지난해 3월 기소되자마자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모두 검찰의 정치탄압”이라는 마법의 논리를 앞세워 실제 당헌80조 개정의 첫 수혜자가 됐습니다. 미리 개정해 둔 당헌으로 ‘셀프 구제’해 당 대표직을 유지한 거죠. 그렇게 악착같이 살아남은 이 대표는 당내 장악력을 계속 더 키워갔습니다. 지난해 12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비중은 줄이고, 권리당원 비중을 지금보다 키우도록 당헌을 개정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 등 직업 정치인의 힘은 빼고 자신의 강성 지지층의 힘을 대폭 키워준 겁니다.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자연스레 원내에도 ‘친명 호위무사’, ‘친명 호소인’ 등을 자청하는 ‘신(新)친명’계도 두터워졌습니다. 권리당원 권한 강화 움직임에 그때도 혹시 이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재선을 노리고 미리 손쓰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죠. 당시엔 ‘설마’하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그의 엄청난 총선 공천 작업을 보면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실제 민주당의 당헌 당규엔 ‘당대표 및 최고위원의 임기는 다음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로 한다’ 한 줄 뿐, 연임 등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민주당의 당직자는 “이제까지 전례가 없을 뿐, 연임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며 “이 대표라면 연임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하더군요.이 대표가 이렇게 민주당을 점령해가는 사이 다른 계파들은 와해됐습니다. 2022년 6월,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자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는 각각 ‘모임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은 “친목 모임 해체 결정이 당내 남아있는 분란의 싹을 도려내고 당이 새로 태어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고, ‘정세균계’인 김영주, 이원욱 의원은 “당내 모든 계파 정치의 자발적 해체만이 당 재건을 이룰 수 있다”고 촉구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자진 해산할 테니, 이재명계도 작작하라’는 거죠. 하지만 이 대표가 누굽니까. 어떻게 점령한 당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습니까.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병훈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 동남을 경선에서 탈락하고 억울하다며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김영주 의원은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에 반발하며 탈당을 선언해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이원욱 의원은 일찌감치 “이재명 너 밑에선 아무것도 안 하련다”며 가장 먼저 탈당했죠.당에 남아있는 친문, 운동권도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컷오프되던 당일, 임 전 실장 측은 당내 친문들에게 유세 현장에 지원을 와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날 저녁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홍영표, 윤영찬, 송갑석 의원뿐이었죠. 한 친문 관계자는 “친문 중에서도 이미 공천을 확정받은 한병도, 윤건영, 고민정 등은 자기 지역 선거 챙기기 바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기동민 의원도 컷오프된 뒤 “같은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 이수진(비례) 의원은 경선을 치를 수 있고 나는 왜 안 되냐”며 당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이고요. 이게 그 시끄럽던 민주당이 모두가 입 다물고 조용해지는 ‘이재명당’이 되는 과정인가 봅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4·10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공천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여야 모두 당 주류 세력들이 본선행을 확정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여야가 서로 상대 공천을 비난하더니 결국 ‘친윤(친윤석열) 불패’ ‘친명(친이재명) 불패’가 확인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與 현역 67% 공천, 초선 6명 줄탈락 총 254개 지역구 가운데 198곳을 확정한 여당은 3일 기준 지역구 현역 3명 중 2명꼴인 90명 중 60명(66.6%)이 공천을 확정했다. 현역 강세 속에 핵심 친윤계 인사들도 ‘불패’를 이어갔다. 친윤계 핵심 의원 가운데 불출마를 선언한 3선의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 외에 경선에서 탈락했거나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은 없는 상황이다. 지역구 현역 전체로 보면 불출마가 8명, 공천 탈락이 7명이다. ‘원조 친윤’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과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 마산회원)은 단수공천을 받았다. 공천관리위원인 ‘찐윤’(진짜 친윤)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도 경쟁 후보의 경선 포기로 본선에 올랐다. 친윤계 초선인 강민국(경남 진주을), 박수영(부산 남갑),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 등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또 다른 친윤계 초선 박성민 의원(울산 중)은 3자 경선을 치러야 하고 이용 의원(비례)은 경기 하남갑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가운데 검사 출신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과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경기 용인갑)은 여당에서 양지로 꼽히는 지역구에 단수공천됐다.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경기 성남 분당을)도 본선행을 확정했다.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했던 ‘영남 물갈이’ ‘중진 물갈이’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3선 이상 영남 중진 16명 중 11명은 모두 경선에서 승리하거나 전략공천을 따냈다. 반면 임병헌 김병욱 의원 등 영남 초선 6명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TK) 25곳에선 절반이 넘는 현역 의원 13명이 재공천을 받았다. 남은 공천 심사에서 TK 의원 전원이 탈락해도 4년 전 총선 TK 현역 생존율인 40%보다 높다.● 민주, 지도부 25명 중 20명 단수공천 176곳의 후보를 확정한 민주당은 3일까지 현역 의원 62명을 단수공천했는데, 이 중 40명이 친명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도부의 경우 전체 25명 중 20명이 경선 없이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이재명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 단수공천을 받았고, 최고위원 중에선 서영교(서울 중랑갑) 박찬대(인천 연수갑)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정청래(서울 마포을) 의원이 각각 현 지역구에 경선 없이 공천장을 받았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갑)과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경기 수원병)도 공천을 받았다. 이 밖에 공천 업무를 총괄한 조정식 사무총장(경기 시흥을),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서울 동작갑), 김윤덕 조직사무부총장(전북 전주갑),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서울 동대문갑) 등도 모두 단수공천을 받았다. 비명계 지도부도 고민정 최고위원(서울 광진을)과 홍익표 원내대표(서울 서초을) 외에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전북 익산을)도 공천을 받았다. 지난 대선까지 친이낙연계였던 이개호 정책위의장(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지난달 25일 단수공천을 받았다가 “다른 예비후보들과의 경쟁력 격차가 크지 않다”는 재심 요구가 받아들여져 다시 3인 경선으로 바뀌었으나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단수공천이 확정됐다. 친문(친문재인)과 친노(친노무현),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을 포함한 비명계에선 17명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친문 진영에선 문재인 청와대 통일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장관을 각각 지낸 이인영(서울 구로갑), 한정애(서울 강서병), 진선미(서울 강동갑) 의원이 공천을 확정받았다. 이 밖에 청와대 출신 윤건영 의원(서울 구로을)과 부산의 친노 진영 박재호(부산 남을),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 등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도 공천 결과상 친명과 비명 후보 수 차이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명단 면면만 봐도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가 4·10총선에서 광주 지역 출마를 확정했다. 새로운미래는 29일 “이 대표가 3월 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한다”고 공지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지역구로 출마한다면 광주 지역 출마를 최우선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광주 내 지역구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광주 서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서을은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의 지역구로, 양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경기 용인갑으로 출마한다.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김경만 의원(비례)과 김광진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양부남 민주당 법률특보 간 3인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야권 관계자는 “전남도지사 출신인 이 대표가 광주에서 얼마나 바람몰이를 하느냐에 따라 제3지대의 성공 여부도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이달 20∼22일 진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1003명 대상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3.1%포인트에 95% 신뢰 수준, 응답률은 15.5%)에 따르면 새로운미래에 대한 광주·전라 지지율은 2%였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쌍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법이 2월 29일 본회의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1월 5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55일 만이다. 이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출석의원 281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재석 의원 전원과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권은희 전 의원 등 재석 180명 중 찬성 180표로 통과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권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도 이날 28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됐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선 18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뒤 재투표까지 걸린 55일은 양곡관리법 9일, 간호법 14일, 방송법·노조법에 비해 훨씬 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으로 특검법 처리를 질질 끌어왔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주당 공천 잡음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 이탈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김희국 김용판 김웅 의원 3명만 불참하고 110명이 투표에 참여해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변재일 유기홍 이병훈 김홍걸 황운하 의원, 공천 논란에 반발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동작) 박영순 의원 등 13명이 불참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민주당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실제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는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가결정족수에 훨씬 못 미치는 표가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추가 의혹들을 포함해 김건희 특검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명품백 논란과 양평고속도로 등 추가된 논란을 포함해 발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런 선거용 악법을 갖고 여야가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정쟁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쌍특검’(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도입 법안)법이 2월 29일 본회의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됐다. 지난달 5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55일 만이다.이날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무기명 수기 투표 결과 출석의원 281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9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7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재석 의원 전원과 당시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권은희 전 의원 등 재석 180명 중 찬성 180표로 통과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권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퇴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도 이날 281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04명으로 부결됐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해 12월 28일 본회의에선 181명이 투표해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민주당은 김 여사에게 제기된 추가 의혹들을 포함해 김건희 특검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본회의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나 “명품팩 논란과 양평고속도로 등 추가된 논란을 포함해 발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치권에선 오히려 최근 민주당 공천 잡음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 이탈표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민주당 기대에 못 미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실제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는지는 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론으로 부결 채택하고, 폐기시킨 것은 양심과 국민 눈높이를 완전히 거부한 행태”라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런 선거용 악법을 갖고 여야가 국민을 피로하게 하고 정쟁을 주고받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가결정족수에 훨씬 못 미치는 표가 나왔다”며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표를 갖고 이러니 저러니 다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