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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가 126년 만에 ‘건지산 봉수’ 원위치를 찾았다.”용인시는 2021년 5월 10일 “처인구 원삼면 건지산에서 1895년 이후 멸실된 것으로 알려진 건지산 봉수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봉수는 낮에는 연기, 밤에는 불로 변방의 급한 소식을 한양에 알리는 국가 통신시설이었다. 조선 초기인 세종대왕 때 설치된 뒤로 1895년(고종 32년) 공식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약 450년간 사용돼 주요 국가시설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경기 안성시 망이산 봉수에서 신호를 받아 처인구 포곡읍 석성산 봉수로 신호를 전달했다는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남아 있다. 특히 건지산 봉수는 조선의 5개 봉수 노선 가운데 부산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제2거 직봉(直烽) 노선의 42번째 내지(내륙)봉수로서 의미가 있다. 용인시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봉수 전문가 김주홍 박사의 말을 인용해 “건지산 봉수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봉수 제도가 사라진 후 봉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산 정상 부근에 있었다고 추정만 될 뿐 정확한 위치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에 용인시는 2020년부터 현장답사를 진행했고, 이듬해인 2021년 4월 22일 위치를 확인한 것이다.용인시는 “이번 건지산 봉수 원위치 발견으로 관내 2개 봉수를 모두 확인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며 “올해(2021) 안에 건지산 봉수터 발굴조사에 착수하고,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나머지 하나는 석성산 봉수다. 서울 남산(목멱산)∼성남 천림산∼용인 석성산으로 이어지는 주요 봉수로에 위치해 역사적·지정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11월 경기도문화재(기념물 제227호)로 지정됐다.그런데 용인시의 이 같은 계획에 급제동이 걸렸다. 현장조사를 위한 측량을 실시한 결과 봉수 위치가 사유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작성된 토지공부(公簿: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이 법규에 따라 작성 비치하는 장부)에는 국유지로 돼 있다. 하지만 국제표준에 따라 재측량한 결과 40m가량 오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건지산 봉수 위치 사유지로 드러나결국 사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1년 6개월 이상 늦어진 지난해 말 현장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조동우 용인시 문화재팀장은 “연말까지는 조사를 마무리 짓고, 그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 보호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지켜봐야 했던 문화재청도 한동안 속앓이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봉수 유적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한 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해서다. 한국 봉수는 수가 많지 않은 데다, 신호전달체계로서 연결성이 중요하기에 일부가 빠지면 문화재적 의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이처럼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될 가능성이 큰 국가 유물이 위치한 땅이 왜 국유지가 아닌 사유지로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전근대적인 측량기술로 제작한 지적도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110여 년 전인 1910년부터 1918년까지 일본 도쿄를 기준(원점)으로 대나무자나 평판(平板: 땅 모양을 직접 재어 그리는 나무판) 등을 이용해 측량한 뒤 손으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종이로 제작한 탓에 마모로 변형된 데다,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손실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지진이나 홍수,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 토지 경계가 달라지는 경우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대표적이다.●지적불부합지로 토지 경계 분쟁 잇따라이는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우선 실제 국토 이용 상황과 지적공부 등록사항이 일치하지 않는 ‘지적불부합지(地籍不符合地)’가 적잖다. 정부는 전체 국토 3700만여 필지 가운데 554만 필지(약 15%)가 이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시도별로 보면 전남이 82만2000필지로 가장 많고 강원(72만 9000필지), 경남(58만3000필지), 충북·전북(55만7000필지), 경기(55만 필지), 충남(42만2000필지), 경북(40만 필지), 제주(20만 필지) 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 광주(18만5000필지), 부산(17만 필지), 서울(14만9000필지) 등도 10만 필지 이상이 지적불부합지인 것으로 집계됐다.이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에 따르면 토지 경계 분쟁으로 매년 3800억 원 소송비용과 900억 원 경계측량비용이 발생할 정도다. 재산권 행사에도 걸림돌이다. 지적공부 등록사항에 대한 정정 작업이 끝날 때까지 토지 거래나 건물 신축 같은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실제로 서울을 포함한 주요 대도시 도심 지역에 새 건물을 올리려다 이웃들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MBC가 최근 보도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이 모 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50년 넘게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이 씨는 살던 집을 헐고 새 건물을 올리기 위해 측량을 실시한 결과 이웃집 경계를 2m가량 침범한 사실이 드러났다.이에 이 씨가 수천만 원을 배상하고 마무리하려 했지만 사건은 또 다른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 씨에게 배상을 받았던 이웃 역시 다른 이웃의 땅을 2m가량 침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LX의 조사 결과 해당 필지는 지적도상 경계와 실제 점유 상황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서로 달라지는 이른바 ‘편위형’ 지적불부합지였다.이 밖에 지적불부합지에는 지적도와 달리 △실제 토지가 겹쳐 있는 ‘중복형’ △이웃한 토지 경계가 떨어져 있는 ‘공백형’ △위치가 아예 다른 ‘위치오류형’ 등이 있다. 지적도가 아예 실제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불규칙형’이나 재난·재해로 지형이 바뀐 ‘지형변동형’ 등도 있다.지적불부합지의 또 다른 문제는 국토의 활용 가치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토지개발사업 시 토지 이용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사업비용이 증가하고 개발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공유지의 비효율적인 활용이나 정책 집행의 비효율성 등 손실도 발생한다.●정부 지적재조사 진행 중이나 예산 부족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2012년부터 지적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까지 1조3000억 원(2012년 예타 기준)을 투입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이 지적공부를 최신 기술로 새롭게 등록하면서 지적불부합지를 바로잡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최첨단 위성장비와 정보기술(IT)로 측량하고, 토지 경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종이 대신 디지털로 지적정보를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지적재조사가 완료되면 적잖은 효과가 기대된다. 우선 지적불부합지 정리로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토지 경계 확정으로 고질적인 토지 경계 분쟁도 줄일 수 있다. 강원 양구군 해안면 일대 무주지(無主地: 주인 없는 땅) 6200만㎡가 대표적이다. ‘펀치볼’로 불리던 이 지역은 6·25전쟁 이후 피란민 대부분이 북한으로 넘어가 돌아오지 못했고, 대규모 무주지가 발생했다. 이후 약 70년간 소유권과 경작권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졌으며,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도 어려웠다. 이에 정부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20억 원을 투입해 지적재조사를 실시해 관련 민원을 모두 해결했다.토지 경계 조정을 통한 토지 활용도 증대와 그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1930년대 개설된 전남 여수시 덕양시장의 경우 토지 소유권은 여수시가, 건물은 개인이 각각 보유하면서 91년간 민원이 계속됐다. 이에 2021년 9월부터 2022년 말까지 국유지 경계를 재조정하는 등 지적재조사를 진행했다.이 밖에 디지털 지적이 구축돼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기반이 조성되고 언제 어디서나 토지 정보 확인이 가능해지는 등 부동산 관련 행정 서비스의 선진화도 기대할 수 있다.이런 효과에도 지적재조사는 기대만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2만 필지(25.7%)에 머물러 있다. 사업 종료 시점까지 8년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특히 서울(1.5%)과 부산(14.2%), 울산(17.7%), 광주(18.9%) 등 대도시 지역과 제주(8.6%), 경남(19.7%) 등은 사업 진행률이 매우 낮다.1차적 원인은 지적재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토지 분쟁이나 소송에 따른 시간 지연이다. LX 관계자는 “지적재조사를 통한 토지 경계 확정 과정에서 발생한 주민 간 분쟁이나 소송이 정리되는 데 평균 2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쟁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관련 예산 확보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문제를 키웠다. 일부 지자체는 토지 경계 확보에 필요한 비용(지자체 조정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정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2030년까지 사업 완료를 위해 매년 1200억 원가량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올해 지적재조사에 542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전년(716억 원)보다 24% 줄어든 규모다.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K-City 사업’을 아시나요. 국토교통부는 21일 ‘2023년 K-City 네트워크 사업’(이하 ‘K-City 사업’)으로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신청한 8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한 K-City 사업은 올해까지 포함하면 모두 23개 나라, 38개 도시, 41개 프로젝트에 달합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추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의 다양한 신도시 개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한국형 스마트시티’인 K-City의 ‘맛’을 세계 각국에 보여줌으로써 관련 국내 기업들의 수주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와는 별도로 올해 9월 스마트시티 분야의 전 세계 정부, 기업, 전문가들이 함께 모이는 아태지역 최대의 스마트시티 행사로 평가받는 ‘월드스마트시티엑스포’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국제행사인데, 지난해에는 60개 나라에서 301개 기업이 참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수백조~수천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거대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 마켓’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를 2021년 4570억 달러(약 600조 원)에서 2026년 8737억 달러(약 115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도 2025년 시장 규모를 최대 1조 7000억 달러(약 2200조 원)로 전망할 정도입니다. 성장 가능성도 높습니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유엔인간정주계획)의 ‘2020 세계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 인류의 56.2% 수준인 도시 거주 인구가 2030년에 60.4%, 2050년에 6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새로운 도시 건설 수요를 포함한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뜻입니다. 이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혁신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시티의 복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합니다. 또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한국에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70여년 만에 신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모델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 도시 건설 기술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했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셈입니다. ● 고부가가치 신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K-City’ 도시 수출은 국내 건설업계가 오래 전부터 꿈꿔온 고부가 가치의 신성장 동력입니다. 막대한 전후방 산업 연계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신도시 개발은 단순히 도로망 상하수도 등과 같은 인프라와 주택을 건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며 “관련 시설을 완공한 이후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운영 관리 등 지속적인 수요 창출이 가능한 복합 수출상품”이라고 설명합니다. 단순히 건물을 짓거나 다리 도로만 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지 매입부터 각종 자재 조달, 주택 분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신도시 수출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 대 중반입니다. 분당 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로 쌓은 경험과 자금을 바탕으로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일감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알제리, 베트남, 이라크 등에서 신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추진한 해외신도시 사업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토지 확보부터 주택 및 도시 인프라 조성, 주택 및 상업시설 분양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법적 행정적 규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결과 도시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대한 수익을 밑돌거나 아예 적자를 보는 일도 잇따랐습니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고,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신도시 수출은 중요 국가사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2010년에 접어들며 사업은 ‘한국형 신도시’에서 ‘한국형 스마트시티’로 이름이 바뀝니다.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재생시키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사회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2017년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종합계획의 명칭도 ‘유비쿼터스시티(U-City)’에서 ‘스마트시티’로 수정됩니다. 2018년 7월에는 관련 사업을 주도할 공기업(‘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도 만들어졌습니다. 이어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스마트시티 활성화 방안’)이라는 종합대책을 내놓습니다. 현 정부도 지난해 6월에는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통해 KIND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리며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 중심에 K-City 사업이 있습니다.● 전세계 23개국, 38개 도시에 진출하는 ‘K-City’스마트시티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로 2020년부터 매년 진행되는 K-City 사업은 전세계 나라 정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계획을 공모한 뒤 평가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합니다. 선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일정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하고, 국내 관련 기업을 해당 국가나 지역에 파견해 사업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를 추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올해까지 지원대상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모두 23개 나라에 달합니다. 도시는 38개이고 프로젝트는 41개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중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는 사업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사업 첫해인 2020년에는 전세계 23개 나라에서 80건의 신청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11개 나라, 12건의 프로젝트가 대상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말레이시아(코타키나발루) 미얀마(달라) 베트남(메콩 델타) 인도네시아(신수도) 라오스(비엔티안) 태국(콘캔) 몽골(울란바토르) 등 아시아 7개 나라에다 러시아(볼쇼이카멘) 페루(쿠스코) 콜롬비아(보고타) 터키(가지안텝/앙카라) 등 4개 나라 5개 도시의 프로젝트입니다. 최근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꾼 터키에서는 당시 6개 지자체에서 16건의 사업을 신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국 2개 도시의 프로젝트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2021년에는 무려 39개 나라에서 111건을 신청하면서 뜨거운 경쟁을 펼쳤고, 결국 11개 나라, 11개 프로젝트가 지원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치열했던 경쟁만큼이나 선정된 나라들은 다양했습니다. 아시아에선 필리핀(클락) 인도네시아(신수도) 베트남(하이퐁) 우즈베키스탄(타쉬켄트) 아제르바이잔(바쿠) 등 5개 나라로 전년에 비해 조금 줄었습니다. 대신 케냐(나이로비) 볼리비아(산타크루즈) 불가리아(카잔루크) 터키(가지안텝) 미국(볼티모어) 스페인(산탄데르) 등이 지원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원대상 프로젝트는 국내업체가 볼티모어시청과 협력해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리수거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폐기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폐기물 배출자와 수거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실증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2022년에는 스마트도시 계획수립과 스마트솔루션 해외실증사업 두 개 부문으로 나눠 공모를 진행했는데, 17개국 33개 사업이 신청해 9개국 10개 프로젝트가 지원대상으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도시계획수립 부문에서는 키르기즈(이식쿨) 몽골(준모드) 말레이시아(클랑) 방글라데시(쿨나) 아제르바이잔(장길란)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볼리비아(와르네스) 베트남(호치민) 등 8곳이 지원대상이 됐다. 이들 지역 사업들은 대부분 해당지역의 도시문제나 관광자원을 연계한 도시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솔루션 해외실증 부문에서는 태국의 묵다한과 인도네시아의 마디운 2곳이 선정됐습니다. 두 곳에서 추진하는 스마트도시 시스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확산방안을 모색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도시 개발과 관련된 기본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계획수립형과 우리나라 기업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제품 등을 해외도시에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외실증형, 두 가지로 나뉘어 지원 프로젝트가 선정됐습니다. 계획수립형은 우크라이나 우만,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집트 바드르, 아제르바이잔 아그담 등 4곳의 사업이 선정됐습니다. 이들 지역 가운데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우만의 경우 전후 복구를 위한 교통·인프라·주택 등 분야에 대한 스마트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앞으로 진행될 전후복구에서 체계적인 사업추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입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는 신수도에 들어설 스마트도시 관제센터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지원하여 사업성을 검증하는 사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수도 스마트시티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올해 해외실증형 사업으로는 방글라데시 랑푸르, 베트남 하이퐁, 튀르키예 사카리아, 인도네시아 바뉴마스 등 4건이 선정됐습니다. ● 9월에 K-City 홍보 위한 국제 엑스포 개최 정부는 K-City 사업이 앞으로도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외국 정부 또는 도시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현지에서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학술회의나 기술 소개를 위한 로드쇼를 개최해나갈 계획입니다. 오는 9월 6~9일에는 국내 스마트기술을 홍보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네트워킹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월드스마트시티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국제행사인데 지난해의 경우 60개 나라에서 301개 기업이 참가했고, 전세계 관련 전문가 172명이 연사로 참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비즈니스 상담도 활발했습니다. 상담액만 2억3000만 달러에 달하고, 계약도 8400만 달러가량이 이뤄졌습니다. 올해 예정된 엑스포에는 스마트 도시건설과 인프라, 스마트교통, 스마트 에너지&환경, 스마트 라이프&헬스케어, 스마트경제, 스마트정부 등과 관련한 기업들의 최첨단 제품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 델타시티(EDC)에 조성 중인 ‘국가시범도시’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범도시관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처럼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5년 임기의 정부에서 성과가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신도시 조성은 토지 매입부터 건설, 분양에 이르는 사업 전체과정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그런 과정을 견뎌내며 한국형 신도시라는 깃발을 세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국내처럼 활발한 신도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걸림돌입니다. 최근 K-팝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 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K-컬처가 세계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국가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형 스마트시티, 즉 K-City가 후속주자로서 그 바통을 이어받기를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개발제한구역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7월부터 시·도지사가 갖는 개발제한구역 해제 면적 기준을 ‘30만㎡ 이하’에서 ‘100만㎡ 미만’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입니다. 다만 수도권은 현재대로 30만㎡ 이하로 제한됩니다. 이번 조치는 ‘2023년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의 후속조치입니다. 또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5월 이후 8년여만의 일로, 개발제한구역 관리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 국토부도 대통령 업무 보고 당시 “지방자치단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개발사업의 85%가량이 100만㎡ 미만”이라며 “해제 위임 면적을 넓히면 지자체들이 30만㎡ 제약을 벗어나 주도적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반도체, 방산, 원전 등 국가전략산업을 위한 해제는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할 방침입니다. 그만큼 개발제한구역의 해제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셈입니다. 게다가 수도권 지역에서도 개발제한구역 해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의원 입법으로 추진 중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선출직 후보자들이 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해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습니다.개발제한구역은 1971년 7월 처음 도입된 이후 20년가량 ‘대도시의 허파’로 여겨지며 신성불가침 구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민주화에 따른 개인재산권 보호 요구가 거세지고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부족에 따른 부동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쌈짓돈’으로 치부되고 있습니다.그 결과 최초 지정 이후 면적이 추가된 적은 한 번도 없고, 야금야금 줄어들어 현재는 70%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로 그 면적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기상이변에 따른 환경 보호와 저출산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된 상황에서 이러한 개발제한구역 이용방식이 바람직한가는 의문입니다. 개발제한구역의 의미와 미래를 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다목적 카드로 도입된 개발제한구역개발제한구역은 잘 알려진 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큰 애착을 갖고 밀어붙인 정책입니다. 그 출발은 52년 전인 1971년입니다. 그해 1월 19일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는 ‘도시계획법’ 전부 개정을 통해 개발제한구역을 처음 도입합니다. 그리고 이 규정은 그해 7월 20일부터 시행됩니다. 참고로 도시계획법은 2002년 2월 24일 폐지되고 ‘국토이용관리법’과 함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국토계획법’)로 통합됩니다. 그리고 현재 개발제한구역은 2000년 1월 28일 새로 만들어진 ‘개발제한구역법’에 따라 관리되고 있습니다. 당시 법 개정 이유에 대해 건설부는 “정부의 강력한 공업화 정책에 따라 이룩한 산업구조의 고도화로 도시 주변에 많은 인구가 집중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한 도시의 급격한 팽창은 현행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도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여기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린벨트(greenbelt) 개념을 끼워 넣은 것은 박 대통령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중앙일보가 1999년 7월 10일부터 12월29일까지 45차에 걸쳐 연재한 특집 시리즈(‘실록 박정희 시대’)를 참고할 만합니다. 이 시리즈 20회 ‘그린벨트’에 따르면 1971년 6월 12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박 대통령은 당시 김의원 건설부 국토계획종합담당관(전 경원대 총장)에게 “그린벨트란 거 있지, 그린벨트”라고 말합니다. 수도권 도로망 재정비 관련 업무지시를 위한 회의가 막 끝난 뒤였습니다. 그의 앞에는 수도권 도로망 외곽에 두 줄로 띠를 두른 뒤 영어로 ‘Green Belt’라고 직접 쓴 16절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한 번 빙 둘러쳐 봐. 빨리 계획 짜서 가져와.” 지시를 받은 김 담당관은 축척 5만분의 1 지도 위에 그린벨트를 그려갔고, 몇 차례 수정을 거쳐 한 달 뒤인 7월30일 처음으로 서울 주변부 일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선정됐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다른 증언도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21년 개발제한구역 지정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월간 학술지(‘월간 국토’ 477호) 특집기사에서 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1971년 개발제한구역 지정작업은 3개월 동안 극비로 진행됐다”고 말했습니다. 즉 2개월 이상 시차가 발생합니다. 최 명예교수에 따르면 당시에는 GPS나 정확한 지도가 없었고, 항공사진도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군이 가지고 있었는데, 군사기밀로 분류돼 제공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당시에 1만분의 1로 축적된 지도를 사용해야 했는데, 연필 선 굵기에 따라 5m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연필 선이 어디를 지나느냐에 따라 개발제한구역이 결정됐고, 하나의 집인데도 둘로 나뉘어서 마당과 아래채는 개발제한구역이고, 위채는 개발제한구역이 아닌 집이 1만 채 이상 발생합니다.이런 작업을 통해 1971년 7월 서울 인천 성남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1977년 말까지 8차례에 걸쳐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35개 시, 21개 군, 49개 구에 5397㎢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됩니다. 이는 당시 국토 면적의 5.4%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재밌는 점은 당시 개발제한구역은 앞서 언급했듯 ‘대도시의 무분별한 확산’뿐만 아니라 ‘농지 확보’와 ‘안보적인 이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최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1960~1970년대 쌀 부족 문제는 국가적인 이슈였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 장려 등 쌀 소비억제 정책과 함께 쌀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농지를 보전하는 정책 수단으로 개발제한구역이 도입됐다”고 소개했습니다.당시 서울 주변에 김포평야, 마들평야(현재 노원구, 도봉구 일대) 등 대규모 농지가 있었고, 지금은 ‘아파트 숲’으로 변한 강남의 수서, 개포동, 대치동(당시 경기도 광주) 일대도 우량농지였습니다. 서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들 우량농지에까지 주택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가 도입됐다는 것입니다.한편 도시 확산과 농지 보호 목적과는 별개로 휴전선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의정부나 서울의 은평과 마곡지구 일대도 안보상의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됩니다. ● 군부대 기왓장 옮길 때도 정부 사전 허가 개발제한구역은 도입 이후 한동안은 매우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중앙일보는 특집시리즈에서 “외국에선 ‘20세기 각국의 국토계획 중 대표적 성공사례로 환경보전정책의 백미(白眉)’라는 극찬을 받았고, 국내에선 ‘대도시 주민들의 숨 쉴 공간을 마련했다’는 얘기와 함께 박정희의 최대 걸작이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개발제한구역을 소개한 일본이 제도 도입 후 얼마 뒤 관련 정책을 포기한 상황과 비교되면서 이런 평가에 힘이 실렸습니다.여기에는 제도를 설계한 박 대통령의 애착도 한몫했습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누리집에 실린 ‘그린벨트’에 대해 “건설부령 그린벨트 관리 규정을 처음 결재할 때부터 박정희 대통령은 겉표지에 ‘건설부 장관이 개정할 수 있으되 개정 시 반드시 대통령의 결재를 득(得) 할 것’이라고 써놓아 주무장관의 재량권도 사실상 봉쇄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관리 근거가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에 불과한데도 이를 개정할 때는 반드시 사전 재가를 받도록 했다는 것은 그린벨트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개발제한구역 내 군부대 초소의 기왓장 몇 개를 바꿀 때도 건설부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했습니다. 또 개발제한구역을 잘못 관리한 공무원은 가차 없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1972년부터 1979년까지 개발제한구역 관리 부실로 파면, 감봉, 견책, 직위해제 등의 징계를 받은 공직자가 무려 2526명에 달했습니다. 이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은 박 대통령 재임 시에는 단 한 번의 구역 변경도 없었습니다.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단속도 강력했습니다. 건설부가 1999년 발행한 정책해설서(‘개발제한구역 해설’)에 따르면 읍면동 단위로 건축물 관리대장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하고, 시장 군수는 매년 1회 이상 항공사진을 촬영해 무허가 개발행위를 단속해야 했습니다. 또 100m 단위로 1m30cm 높이의 표지석과 2km 단위로 초소 등을 설치해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매월 결과를 보고하게 했습니다.그 결과 그린벨트를 훼손하거나 불법 점했다는 이유로 교도소를 간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별채가 다 허물어져도 새로 집을 못 짓게 했습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집을 넓힌 사람도 항공사진을 찍어 1년 전후를 비교한 뒤 다르게 나타나면 처벌하기도 했습니다.다만 자식 분가 등을 위해 새로 집을 지어줘야 할 때 그린벨트를 해제해주지 않고 대신 새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이축권(移築權)입니다. 어떤 개발행위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축권은 비싼 값에 팔렸습니다. 대규모 음식점들이 이를 사들여 ‘OO가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짓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그린벨트에 ‘OO가든’이라는 상호의 음식점이 많아진 이유입니다.수도권 1기 신도시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5곳으로 지정된 이유도 개발제한구역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후에 입지가 결정된 2기와 3기 수도권 신도시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들어선 점과 대비되는 조치입니다. 당시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 김대중 정부 이후 본격화된 개발제한구역 해제이처럼 개발제한구역은 1980년대까지 군사기지를 방불케 하는 감시와 관리를 받으며 대도시의 허파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사회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개인재산권의 과도한 침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고개를 듭니다. 특히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80%가 사유지이며, 자연환경보전과는 동떨어진 이미 시가지나 취락지역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역까지 개발제한구역 지역으로 설정됐다는 점이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이후 각종 선거가 있을 때마다 개발제한구역 조정은 공약으로 나오게 되고, 실제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가 됩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의 ‘무조건 고수’ 원칙에서 ‘제한적인 활용’으로 선회를 시도합니다. 1988 서울 올림픽 이후 체육·휴식 공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1990년 10월 당시 ‘도시계획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 생활의 불편해소 및 생업시설 확대, 여가·휴식 공간 활용 등을 위한 공공건물·체육시설 설치 및 건축물의 신·증축 등이 허용됩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 과천 경마장시설, 태릉선수촌 등 전국 30곳에서 370만여㎡ 규모의 개발제한구역이 이용됩니다. 다만 이때에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당 지역이 해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개발제한구역 해제작업은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면서 본격화합니다. 김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개발제한구역 전면 해제를 선거공약으로 내겁니다. 그리고 집권 이후인 1998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개발제한구역 제도개선협의회’(이하 ‘협의회’)를 만들어 개발제한구역의 전면 조정 절차에 착수합니다.1999년 6월에는 개발제한구역에 근린시설 신축을 허용하여 건폐율 20%, 용적률 100% 범위 안에서 3층 이하의 단독주택은 물론 약국과 독서실 등 26개 유형의 근린생활시설 신축을 허용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협의회는 1999년 7월 춘천, 청주, 전주, 여수, 진주, 통영, 제주권 등 7개 중소도시권역을 전면 해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안’을 마련합니다. 이에 따라 2001년 8월 처음으로 제주권이, 2002년 12월까지 강원 춘천, 충북 청주시, 전남 여수·여천권 등 4곳이 개발제한구역에서 모두 해제됩니다. 이어 2003년 6월 전주, 같은 해 10월 진주와 통영 지역이 각각 해제됩니다. 협의회는 또 한편 시가지 확산 압력이 높고 환경관리의 필요성이 큰 수도권과 부산권 등 7개 대도시권에 대해선 ‘선 계획, 후 해제’ 원칙에 따라 환경평가와 도시계획을 통해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도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인접한 2개 이상의 도시와 주변 지역을 포함한 광역도시권의 경우 광역도시계획을 세운다면 환경평가 결과 보전 가치가 낮은 4·5등급 지역을 중심으로 ‘조정가능지역’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게 했습니다.● 개발제한구역 둘러싼 ‘개발’과 ‘보전’ 엇갈려이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까지 주택 공급용 택지 확보와 산업용지 확보 등을 이유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합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2015년 30만㎡ 이하의 중·소규모 해제 권한을 지자체로 위임하면서 아버지의 대업이었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촉진하는 조치를 단행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개발제한구역은 1604㎢가 해제되고, 수도권과 6개 광역도시권 등 모두 7곳에 3792㎢ 정도가 남았습니다. 최초 지정 당시 면적(5397㎢)과 비교하면 7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개발제한구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여전히 적정한 개발과 보전이 엇갈립니다. 개발론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등 주요 거점지역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선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산업단지 개발 등 정부가 앞장선 개발제한구역 개발 분위기를 타고 불법, 편법, 투기와 같은 행위가 개발제한구역을 대상으로 빈발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적잖습니다. 반면 대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최상철 명예교수는 국토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개발제한구역 영구 보전을 위해 국가가 직접 땅을 사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당장은 못 사더라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매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대 상황에 맞게 개발제한구역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중은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제한구역의 핵심 가치를 공익과 사익, 개발이익의 귀속, 재산권의 범위, 환경보전 등으로 나눠서 현재 상황에 맞게 심층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를 ‘실질적 행정수도’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행복도시 건설의 최상위 계획인 기본계획을 수정하면서 도시 기본 방향을 ‘복합형 행정·자족 도시’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실질적 행정수도’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 중심부에 국가의 입법·행정·문화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상징 공간을 조성하고,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주택용지도 현행 계획보다 2%p 이상 높이고, ‘중고밀 주거지역’을 추가하기로 했다. 고속국도와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망 체계도 고속철도와 도심항공교통(UAM), 개인형 이동교통수단(PM) 등 미래형 교통시설 등과 연계한 형태로 바뀐다. 또 주택용지는 늘어나고 상업·업무용지는 줄어든다(표 참조).정부의 이번 조치는 행복도시에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가 확정된 이상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2004년 10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을 앞세우며 법 제정을 추진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전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국토연구원은 5월 31일 세종 국토연구원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기본·개발 계획 변경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변경안)을 발표했다. 이는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의 용역 의뢰로 진행된 연구 결과다. 행복청은 변경안에 대해 6월 중 시민과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청취 및 협의 등을 거쳐 9~10월 행복청 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은 뒤 10월 중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17년 만에 실질적 행정수도로정부가 행복도시 건설 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기본계획’을 바꾸기로 한 것은 2006년 7월 처음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수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17년이 지나는 동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 요구가 커졌고, 스마트도시나 탄소중립 실현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는 것이다.여기에 2021년 10월 국회법이 개정돼 국회세종의사당이 설립될 근거가 마련된 데다, 지난해 6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약칭 ‘행복도시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임락 행복청 차장은 공청회 개회사를 통해 “국회세종의사당, 대통령 제2집무실 등 국가 중추 시설을 계획적으로 설치하기 위해 행복도시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의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행복도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최종 목표 시점인 2030년을 앞두고 대중교통 미비에 대한 들끓는 민원과 심각한 수준인 행복도시 내 상가 공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런 요구가 모두 반영된 변경안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행정수도로 바꾸겠다고 명시한 점이다. 연구용역을 주도한 국토연구원의 박정은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전체 기본계획의 목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해 도시 건설의 정책 목표나 이념은 그대로 유지했다”며 “다만 변화된 여건 등을 반영해 기본 방향을 수정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실질적 행정수도’로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임락 행복청 차장도 “(변경안은) 현 행복도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넘어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적인 기틀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센터장도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도 제4차 국토종합계획 등에서 이미 행복도시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인정하고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면서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어 ‘실질적’이라는 표현을 앞세웠다”고 강조했다.연구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은 변경안 마련을 위해 그동안 추진돼온 사업들에 대한 평가와 함께 최근 3년간 언론 보도나 민원게시판 등에서 언급된 세종시 관련 주요 키워드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도시 건설 이념을 ‘공생의 도시’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미래 도시’로 바꿨다.중심부에 입법·행정·문화 집적 공간 배치도시 건설의 4가지 기본 방향도 시대 환경에 맞게 수정했다. 우선 첫 번째로 복합형 행정·자족 도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교체하기로 했다. 국가 균형 발전의 구심점으로서 광역도시권의 상생 발전과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다만 두 번째 ‘살기 좋은 인간 중심 도시’는 그대로 유지했다. 세 번째인 ‘쾌적한 친환경 도시’는 ‘쾌적한 탄소중립 도시’로 바꿨다. 현행 기본 방향이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조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변경안은 기후위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인당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네 번째 ‘품격 높은 문화·정보 도시’는 ‘품격 높은 문화·스마트 도시’로 조정했다. 미래지향적인 첨단 정보·통신계획 도시(유비쿼터스)를 넘어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도시 구조 구상도 일부 바뀐다. 현재는 행복도시 주요 기관을 원형으로 배치한 환상형 구조다. 도시 기능 분산을 통해 민주적이고 균형 있는 도시를 형성하고, 균형 발전 등 분권화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이다.변경안은 환상형 도시 구조를 유지하되, 중심부에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상징 공간이자 국가 운영을 책임질 입법·행정·문화 관련 시설이 밀집한 ‘열린공간’을 배치했다. 열린공간은 환상형 대중교통에 자전거도로 등으로 연결된다.열린공간을 포함한 국가 중추 기능 입지 지역은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한다. 대상 지역은 중앙행정기관과 국립수목원 등 행복도시 내 국가 주요 시설이 입지하는 지역과 국책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행복도시의 기본계획과 개발계획을 일관성 있게 구현하고, 도시 완성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게 된다.이런 기본 방향과 도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부문별 계획도 크게 바뀐다. 우선 주택용지가 늘어난다. 현재 개발계획상 주택용지는 전체 행복도시 예정 지역 면적의 17.9%로 책정돼 있다. 이를 20% 내외로 확대한다. 또 저밀-중저밀-중밀-고밀 등 4단계로 돼 있는 주거지 밀도 구분에 ‘중고밀 주거지’를 추가한다. 주거 쾌적성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구 50만 명을 수용하는 주택 20만 채 건립 목표는 유지한다. 이번 조치는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등이 들어서면서 부족해진 택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주택용지 늘고, 상업·업무용지 줄어교통계획도 달라진다. 현재는 국가기간교통망 수정계획(2000~2019)에 따라 주요 도시에서 2시간 내외로 접근 가능한 고속국도 위주의 광역교통망과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교통망, 환상형 대중교통 중심 도로를 주요 수단으로 하는 대중교통 체계를 갖추게 돼 있다.변경안은 광역교통망에 고속국도 이외에 제2차 국가기간교통망 계획(2021~2040)과 4차 국가철도망계획(2021~2030) 등을 반영해 고속철도 등과 연계된 교통계획을 제시했다. 또 도시교통과 대중교통망에 도심항공교통, 개인형 이동교통수단 등 미래형 교통시설을 연계한 도로 설계 및 운영 시스템을 설치한다.높은 상가 공실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가·업무용지 비율을 줄였다. 현재 기본계획에는 상업·업무용지 비율이 전체 면적의 3%로 책정돼 있는데, 이를 2%로 낮춘다. 또 상업용지와 업무용지의 활용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즉 필요에 따라 상업용지를 업무용지로 전용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교육·문화 부문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현행 기본계획 및 개발계획에선 종합대(대학원 포함) 2~3개를 유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변경안에서는 행복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성장동력을 위해 산업계·학계·연구계·관계가 한데 어우러진 클러스터를 전략적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공동캠퍼스’와 ‘복합캠퍼스’를 설치하기로 했다.공동캠퍼스는 60만㎡ 규모로 조성되는 공간으로, 다수의 대학(대학원)과 연구기관이 교육·연구·자원시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해 기관 간 융복합 교육 및 연구가 가능하다. 85만㎡ 규모로 조성되는 복합캠퍼스는 교육·산업·연구·주거 기능이 밀집된 융복합 캠퍼스 타운이다.행복도시에서 도시의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지역에 배치하기로 했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한곳에 밀집한 형태인 ‘국립박물관단지’(일명 ‘뮤지엄몰’)로 조성된다. 이곳에는 어린이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 문화유산센터, 국가기록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등 6곳이 들어선다.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현재의 행복도시가 행정중심도시를 넘어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적 기틀을 다지고자 합니다.” 지난 5월 31일 세종특별자치시 국토연구원에서 행복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기본·개발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최임락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차장은 공청회 개회사를 통해 “세종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등 국가중추시설 설치가 결정됐고, 이를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설치하기 위해서 행복도시건설 기본계획과 개발계획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본계획은 행복도시의 기본적인 공간구조와 도시건설의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이자, 행복도시 건설의 최상위 계획입니다. 개발계획은 기본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부문별 계획입니다. 모두 법정 계획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게다가 기본계획과 개발계획 모두 2006년 7월 수립된 이후 17년 동안 한 번도 수정되지 않은 채 유지돼 왔습니다. 또 2004년 노무현 정부가 행복도시 건설을 추진할 때 시도했던 ‘행정수도’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행복청과 변경안 연구용역을 주도한 국토연구원은 “국가 중추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만큼 이번 기본계획 변경 작업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변경안이 나온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심각한 상가공실 문제 해결’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끕니다. 실제로 행복도시를 포함한 세종시의 상가공실 문제는 심각합니다. 2021년 하반기 입주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경우 전체 상가 168실 가운데 160실이 공실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입니다. 공실률도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세종시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21.5%로 전국 평균(13.3%)을 크게 웃돕니다. 또 소규모 상가는 14.4%로 전국 평균(6.9%)의 배를 넘습니다. 집합상가도 16.2%로 전국 평균(9.2%)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행복청과 국토연구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업용지와 업무용지 목표를 전체 행복도시 예정 면적의 3%에서 2%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또 수요에 따라 상업용지를 업무용지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줄 방침입니다. 현재 행복도시의 1인당 상가 연면적은 12.7㎡로, 전국 도시기본계획의 1인당 상업시설면적 평균(14.8㎡)보다 작습니다. 그런데도 공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온라인 유통 활성화에 따른 오프라인 상가 수요 감소와 경기 침체, 인구 유입 속도를 감안하지 않은 상가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상가는 시장 상황과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시장 상황을 잘 읽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기대할 수 있어 여윳돈 투자자들이 매력적인 부동산상품으로 꼽는 상가시장의 상황과 대응 전략을 짚어봅니다. ● 올해 신규 공급 상가 2만9500실 일단 올해 신규로 공급되는 상가는 지난해보다 15%가량 줄어든 2만94485실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자사가 개발한 상업용 부동산 솔루션인 RCS를 통해 집계한 결과입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5년(2019~2032년) 새 가장 적은 물량이라는 점입니다. 2019년에 3만9914실로 전년(2만582실)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뒤 2020년(3만4120실) 2021년(3만4862실) 2022년(3만4514실)까지 꾸준하게 3만 실 이상을 유지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2만477실)이 전년(2만7331실)보다 25% 넘게 줄어든 반면 비수도권(9008실)에서 전년(7183실)보다 25% 이상 늘어났습니다. 유형별로는 근린상가가 전국 1만464실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주상복합상가(5529실) 단지 내 상가(5253실) 오피스상가(3644실) 지식산업센터 상가(2385실) 기타상가(1601실) 복합쇼핑몰(609실)의 순이었습니다. 전체의 72%를 차지하는 근린상가나 주상복합상가, 단지 내 상가는 주거지 수요를 배후에 둔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주택시장의 미분양 문제가 이들 상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오피스나 지식산업센터 등 업무시설을 낀 상가 입주 물량은 사업체가 집중된 수도권(5363실)에 비수도권(666실)보다 8배 이상 많았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리포트(‘올해 입주상가 2.9만개, 지방은 전년 대비 증가’)에서 “업무시설을 낀 상가 투자를 한다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나 성동구 성수동처럼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아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고 확장 가능한 상권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반면 기존 상가 매물은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매물은 작년 같은 기간(11만7309실)보다 2% 정도 늘어난 11만9198실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9만2323실, 비수도권이 2만6875실이었습니다. 유형별로는 신규 공급과 마찬가지로 근린상가(4만3955실)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기타상가(3만1055실) 단지 내 상가(1만9376실) 오피스상가(9870실) 주상복합상가(8323실) 지식산업센터상가(4558실) 복합쇼핑몰(2061실)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유형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상가 매물 수가 줄었지만 지식산업센터 상가는 크게 늘어났습니다. 지식산업센터가 업무지구를 낀 중심상권을 벗어나 위치한 데다, 수요층이 지식산업센터 내 근무자로 한정되면서 임차인(세입자) 확보가 쉽지 않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선 또 다른 리포트(‘1분기 수도권 상가 매물 수, 지방 대비 3배 이상’)에서 “앞으로 상가 매물은 지역별, 유형별로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며 “상권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임대수익률이 개선되는 지역에서는 매물량이 줄고, 세종 등과 같이 상가 과잉공급이 우려되는 지역은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유형별로는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한정된 지식산업센터상가, 택지지구 내 신축 근린상가 등에서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 상가 투자수익률 하락에 공실률도 제자리 상가의 수익성은 어떨까요. 이에 대해서는 한국부동산원이 분기 단위로 발행하는 보고서(‘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참고할 만합니다. 가장 최근 보고서는 지난달 발행한 것으로, 올해 1분기 시장 상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가 규모별 투자수익률 ▲공실률 ▲임대료 ▲임대가격지수 ▲층별 임대료 및 층별 효용비율 등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임대가격지수는 2020년 4분기(100.0)를 기준으로 임대가격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또 층별 효용비율은 1층 임대료를 기준으로 각 층의 임대료 수준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 가운데 주목할 지표는 투자 가치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투자수익률과 공실률입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분기 상가의 투자수익률은 전 분기 대비 모두 떨어졌습니다. 중 대형상가가 0.69%로 전분기(0.84%)보다 0.15% 하락했고, 소규모상가(0.80%→0.58%) 집합상가(1.07%→0.84%)도 내림세였습니다.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거래시장 위축과 투자수요 감소로 자산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중대형상가의 경우 지역별로 경기 대전 세종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대구 인천 제주는 낮았습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미분양 증가 등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파급효과와 전반적인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수익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소규모 상가는 세종 충남 강원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대구 인천 제주는 낮았습니다. 강원은 강릉 교동이나 묵호항 등에서 엔데믹 전환 이후 계절적인 요인으로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면서 임대수입이 유지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집합상가는 대전 울산 경기 등이 높은 반면 대구 세종 제주는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특히 울산은 전반적인 제조업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력 산업의 업황이 회복되면서 안정적인 임대수입을 올린 것이 주효했습니다. 공실률은 중대형(13.2%→13.3%) 소규모(6.9%→6.9%) 집합(9.4%→9.3%) 등이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경기둔화 우려에 대한 소비심리 위축이 혼재한 탓입니다. 중대형 상가는 세종(21.5%) 울산(21.8%) 경북(20.2%) 등이 20% 이상 고공 행진하며 전국 평균 대비 높은 공실률을 보였습니다. 반면 서울(8.6%)과 제주(8.4%)는 한 자릿수로 선방했습니다. 소형 상가는 세종 전북 광주는 전국 평균을 웃돌았고, 부산 울산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집합상가는 경북 전남 울산 등이 전국 평균을 넘었지만, 경기 인천 광주는 낮게 나타났습니다. ● 최근 5년 새 100대 생활업종 변화 극심 성공적인 상가 투자를 위해서는 상가점포의 최대 수요자라 할 수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사회적인 변화를 잘 읽고, 수요가 늘어나는 업종 맞춤형 상가점포를 찾는다면 짭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겨냥해 시중에는 다양한 마케팅 분석 보고서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 가운데 국세청이 매월 발표하는 ‘100대 생활밀접업종 동향’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자료는 국세청이 창업이나 취업을 준비 중인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관련 사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만드는 자료입니다. 주로 소매와 음식·숙박, 서비스에 속하는 업종 가운데 소비자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이나 용역을 판매 또는 취급하는 업종들의 창업 상황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40개 업종만 소개됐으나 2017년 11월 이후 100개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최근 5년(2018~2022년)간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데이터분석’)는 반드시 챙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성별, 연령별, 상가의 존속기간 현황 등이 담겨 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00대 생활업종의 총사업자 수는 292만3000명으로 2018년 말(228만4000명) 대비 28.0%(63만9000명)이 증가했습니다. 업종별로는 2020년까지 한식음식점이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는 통신판매업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업종별 증가율은 통신판매업(148.4%), 펜션·게스트하우스(115.2%), 커피음료점(80.0%)의 순이었습니다. 통신판매업은 온라인 플랫폼의 지속적 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확산 등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반면 감소율은 간이주점(-33.8%), 호프전문점(-25.7%), 구내식당(-22.9%) 순으로 두드러졌습니다. 주 52시간 활성화에 따른 회식문화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직격탄이 됐습니다. 시도별 증가율은 세종시(62.7%), 경기도(42.1%), 인천광역시(37.8%) 순으로 높았습니다. 시군구 단위로는 경기 하남시(104.4%), 김포시(76.0%), 화성시(72.2%) 순이었습니다. 최근 새 아파트 입주가 활발했던 지역들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성별 사업자는 남성(138만2000명·47.3%)보다 여성(154만 명·52.7%)이 조금 많았습니다. 연령별 분포(사업자 수 상위 10개 업종)를 보면 20~30대는 통신판매업· 피부관리업·커피음료점, 40대는 교습학원, 50~60대는 부동산중개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100대 생활업종의 평균 사업존속연수는 8년 9개월이었습니다. 담배가게(17년11개월)가 가장 길었고, 이발소(16년), 시계·귀금속점(15년 11개월)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통신판매업(2년7개월), 커피음료점(3년1개월), 스포츠시설운영업(3년6개월)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업종은 상대적으로 짧았습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1 지난해 3월 부동산중개사이트 ‘다방’에 올라온 한 오피스텔 월세매물이 화제였다.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한 33.05㎡(전용면적 기준) 규모의 원룸 오피스텔인데, 보증금 150만 원에 월세 27만 원으로 무척 저렴한 조건이었다. 다만 월 관리비가 105만 원으로 책정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에는 이런 식으로 보증금과 월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반면, 관리비가 비정상적으로 비싼 매물이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었다.이에 대해 전년도에 도입된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월세를 낮추는 대신 관리비를 올리는 ‘꼼수’를 쓰는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임대수익이 공개돼 세금을 더 내는 것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이 월세는 낮추고 관리비를 대폭 올려 수입을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월세 30만 원 또는 보증금 6000만 원 넘는 전월세 거래는 정부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2021년 6월 도입됐지만,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6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최근 이 제도 시행을 1년 더 늦추기로 했다.#2 5월 22일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한 오피스텔. 전체 10층에서 중간층에 위치한 동일 면적(15.63㎡) 오피스텔 2곳이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6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관리비가 한 곳은 1만 원, 다른 곳은 10만 원으로 10배 차이가 났다. 두 곳 모두 인터넷, TV 연결이 관리비에 포함됐다고 명시했을 뿐 추가 설명은 없었다.이르면 6월 중 이런 식의 오피스텔이나 다가구 원룸 광고는 찾아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월세 10만 원 이상 원룸·오피스텔 정액관리비의 경우 부과 내용을 세분화해 표시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공인중개사는 임차인(세입자)에게 관리비 정보를 정확히 안내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500만 원 과태료를 물 수 있다.집주인 맘대로 관리비 적잖아국토교통부(국토부)는 5월 22일 이 같은 내용으로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관리비 투명화 방안)을 마련해 6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50채 미만 공동주택이나 다가구, 원룸, 오피스텔 관리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세입자들이 매물을 구할 때 관리비 관련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또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소규모 주택 임대인(집주인)이 마음대로 관리비를 책정하는 일이 적잖았다. 심지어 일부는 임대료 인상 상한이나 임대차 신고제 등을 의무화한 임대차법을 무력화하고 임대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임대료 대신 관리비를 높이는 등 위법적이고 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았다.실제로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관리비 7만 원을 받던 곳에서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30만 원, 관리비 30만 원을 요구하는 일도 나타났다. 또 월세는 27만 원으로 책정하고 관리비로 105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사례1 참조)도 있었다.세입자가 5만 원이던 관리비가 8만 원으로 오르자 구체적인 산정 근거를 요구해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집주인이 “왜 그런 걸 요구하느냐. 나를 의심하는 거냐”며 화를 내 싸움으로 이어진 것이다.국토연구원이 2월 발행한 보고서 ‘비아파트 세입자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오피스텔, 다가구, 원룸 등 비아파트의 경우 임대차법 개정 전후 관리비 상승폭이 아파트보다 13.6~25.3% 컸다. 비아파트에서 임대료의 관리비 전가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20, 30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에게 돌아갔을 개연성이 크다. 오피스텔 등에 사는 거주자의 절반 이상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 ‘건설이슈포커스: 오피스텔 100만호 시대, 성과와 과제’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현재 오피스텔 거주자의 51.1%가 20, 30대였다. 특히 20대가 36.1%로 가장 많았다.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5월 22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은 그간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과도한 관리비가 부과되더라도 청년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대책으로 관리비가 ‘제2 월세’로 악용되는 구조를 차단하고 임대인이 부당하게 관리를 올리는 관행을 끊어내 임대차시장이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정부의 ‘관리비 투명화 방안’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뉘어 추진된다. 첫 번째로 전월세 매물 광고 시 정액관리비 표시 내역 세분화다. 현재는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인터넷을 통해 전월세 매물을 광고할 때 관리비 월평균 금액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시 정액관리비를 일반관리비와 사용료(전기·수도료, 난방비 등) 및 기타관리비로 구분해 금액을 표시해야 한다. 특히 10만 원 이상 정액관리비에 대해서는 관리비 부과내역 세분화 표시가 의무화된다.관리비 내역 세분화 표시 의무화예컨대 현재는 관리비 15만 원이라고 적고 청소비, 인터넷, TV 포함으로 소개하면 끝난다. 하지만 앞으로는 관리비 15만 원에 △일반관리비 8만 원 △수도료(2만 원), 인터넷(1만 원), TV(1만 원) 등 사용료 4만 원 △기타관리비 3만 원 등과 같이 내역을 세세히 구분해 소개해야 한다. 정액이 아닌 경우에는 관리비 항목과 산정 방식을 밝혀야 한다. 즉 ‘세대별 사용량에 따라 부과’라거나 ‘전체 사용량을 세대수로 나눠 부과’라는 식으로 고지해야 하는 것이다.두 번째는 부동산중개플랫폼에 표준화된 관리비 입력 세분화 기능 추가다. 온라인 부동산중개플랫폼에 전월세 매물 등록 시 현재는 월 관리비 총액과 이에 포함되는 항목(청소비, 인터넷·TV 등)만 간략히 입력하게 돼 있다. 이에 항목별 금액을 확인할 수 없고 플랫폼업체별로 표시 양식도 달라 임차인이 매물별 관리비를 비교·분석하기가 쉽지 않다.앞으로는 부동산중개플랫폼의 관리비 입력 기능을 개선해 매물 등록 시 정액관리비와 실비로 부과되는 관리비 항목을 구분하게 하고, 정액관리비에 대해서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에 따른 비목별로 표준화된 양식에 맞게 세부 금액을 입력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할 방침이다.또 10만 원 미만 정액관리비가 부과되는 경우에도 중개사·집주인이 원하면 자율적으로 세부 금액을 입력하게 하고, 플랫폼 자체적으로 매물별 관리비 비교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플랫폼업계와 협의해 표준화된 관리비 입력 양식을 6월 중에는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세 번째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사항에 관리비 항목 추가다. 부동산공인중개사가 계약 전 임차인에게 확인·설명해야 하는 항목에 관리비도 넣어 세입자가 매달 관리비 정보를 정확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관리비는 전월세 계약 시 보증금, 월임차료와 함께 매물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현재는 임대차계약서 작성 전 부동산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사항에 관리비가 포함돼 있지 않다. 국토부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을 9월까지 개정할 방침이다.임대차계약서에 관리비 내역 명시해야네 번째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및 확인·설명 의무 위반 모니터링 도입이다. 이번 대책으로 10만 원 이상 정액관리비가 부과되는 매물의 경우 관리비 비목별 금액을 표시하고, 계약 전 중개대상물을 확인·설명하는 절차가 의무화된다. 이를 어기면 표시·광고 명시사항 누락은 50만 원, 확인·설명 의무 미이행은 최대 5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정부는 이를 강제하고자 △부동산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관리비 비목별 금액을 표시하지 않거나 △실제 관리비와 현저히 차이 나는 금액으로 표시하는 경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할 방침이다. 또 위반 사례가 확인되면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 부과 같은 처분을 내리도록 요청할 계획이다.마지막 다섯 번째는 임대차계약서에 비목별 관리비 내역 명시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 대책에 따라 임대차표준계약서에 관리비 금액을 밝히게 했다. 이번에 추가로 관리비 비목별 세부내역도 표시하게 함으로써 관리비가 과도하거나 부당하게 부과되지 않았는지 계약 시점에 최종 확인할 수 있다.또 현장에서 부동산공인중개사협회의 표준계약서인 ‘한방계약서’가 주로 사용되는 점을 고려해 협회와 협의한 뒤 임대차표준계약서의 개정 시점에 맞춰 한방계약서에도 관리비 세부내역을 표시하도록 개선하기로 했다.이와 함께 개선된 표준계약서가 현장에서 널리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참여를 유도하고, 주 수요층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우리 집 관리비 알권리 찾기’ 같은 홍보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화 조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늦어도 연말까지는 시행할 방침이다.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이 기사는 1392호에 실렸습니다〉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6월 6일. 이날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제2 중동 붐’의 원조인 1차 중동 건설 붐이 씨앗이 뿌려진 날입니다. 당시 삼환기업(현 SM삼환기업)은 3전 4기의 정신으로 도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카이바~알울라 고속도로 7공구 건설공사 입찰에서 유럽의 유명 업체 6개 사를 제치고 1등을 차지합니다. 사업비는 2427만 달러로, 현재 기준으로 보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해 우리나라 수출액(16억2400만 달러)의 1.5%에 달하는 큰 규모였습니다. 이 사업은 국내업체가 사우디에서 따낸 첫 사업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 프로젝트는 2012년 6월 국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5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10대 해외건설 사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삼환기업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250만 달러 적자를 낼 정도로 많은 고생을 합니다. 첫 사업으로서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공기 지연에다 4차 중동전(1973년 10월)으로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자잿값과 인건비 등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이 사업을 인연으로 이듬해인 1974년 9월 사우디에서 두 번째 공사인 지다 시 미화공사(수주액·2427만 달러)를 따냅니다. 지다는 사우디 남서쪽 홍해에 위치한 항구도시로, 이슬람 성지 메카의 외항이자 사우디 제1의 상업도시입니다. 이 사업은 중동지역, 특히 사우디가 국내건설업계의 텃밭이 되는 데 결정적인 단초가 됩니다. 당시 사우디 정부는 삼환에 지다 공항에서 메카 쪽으로 향하는 2km 길이의 도로 확장 공사를 40일 이내에 끝낼 것을 주문합니다. 이에 삼환은 ‘8시간 3교대 24시간 작업’을 벌입니다. 이 과정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현장에서 야간작업을 위해 매일 수백 개의 횃불을 동원했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 늘어선 횃불은 불꽃 군무를 방불케 하는 장관을 이뤘습니다. 우연히 이를 목격하고 큰 감명을 받은 사우디 국왕은 한국 업체에 추가 공사를 주도록 명령합니다. 이를 계기로 중동지역에 ‘꼬리(코리아의 현지 발음)’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국내업체들이 앞다퉈 사우디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 뛰어들게 됩니다. 50년 전 일을 다시 떠올린 것은 최근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올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해외건설 활성화를 삼았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할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키는 등 적잖은 공을 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UAE를 방문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수주 활동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언론 보도의 요지입니다. 하지만 성급한 분석이라는 반론도 나옵니다. 해외건설공사 계약 특성상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주장입니다. 어떤 말이 맞는 것인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빨간불 들어온 해외건설시장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수주액은 87억 달러로 연간 수주목표액(350억 달러)의 25%에 머물러 있습니다. 1년의 절반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서 기대를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실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03억 달러)보다 15% 이상 줄어든 규모입니다. 기간을 2007년까지 확장해보면 조금 더 실망스럽습니다. 5월까지 수주액이 100억 달러를 밑돈 것도 연간 수주액이 223억 달러로 가장 적었던 2019년(89억 달러)을 포함해 이번까지 2번에 불과합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간 목표 달성은커녕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300억 달러 연속 수주 기록을 유지하기도 힘겨워 보입니다. 실적 부진에는 최근 진행된 대형 공사 입찰에서 국내업체들이 수주에 실패한 게 직격탄이 됐습니다. 현대건설은 3월에 있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건설공사’ 입찰에서 프랑스·레바논·그리스 컨소시엄에 밀렸습니다. 사업비만 1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PDH/PP) 수주전에서 영국과 중국 업체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 프로젝트도 사업비가 15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삼성엔지니어링의 2분기 주요 수주 사업 목록에 올려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기가 침체하면 공사비 부담이 커져 발주처가 신규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공사입찰 일정을 늦추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지역별 수주 규모를 봐도 큰 기대를 모았던 중동지역이 1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억 달러)을 밑돕니다. 사우디의 경우에는 3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11억 달러)의 35% 수준입니다. 최근 국내업체들의 주력 시장으로 부상한 아시아도 34억 달러로 지난해(65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나머지 태평양·북미나 아프리카, 중남미에서는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수주액 규모가 미미합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해외건설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한 건이 수억~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현시점에서 실망하기엔 이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반기에 사우디 등지에서 굵직굵직한 공사입찰이 준비돼 있어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도 지난달 9일 발행한 보고서 ‘2023년 세계 건설시장 규모 수정 전망’에서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4.7% 늘어난 14조 1019억 달러로 추정한다”며 “이는 올해 1월 전망치(2.8% 성장) 대비 1.9%포인트 상향 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별로는 낙후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은 중남미(8.2%)와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발주환경이 개선된 중동(8.0%)의 성장률이 평균을 웃돌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업체의 수주 상황에 민감한 증권가도 낙관적입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발행한 투자보고서에서 “70달러대 이상의 고유가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2021년 이후 중동지역 발주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건설사 수주 파이프라인 감안 시 올해 중순 이후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1965년 첫 진출 이후 비약적 성공 이러한 기대감에는 열악한 조건과 환경을 극복해나가며 쌓아 올린 해외건설 신화에 대한 믿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토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3월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는 중견 중소건설업체와 건설업계의 새내기들을 위해 ‘해외건설 완전정복 개정판’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 1965년 11월 현대건설이 태국에서 540만 달러짜리 도로공사를 따내며 시작된 국내 해외건설의 역사가 잘 요약돼 있습니다. 책은 해외건설 역사를 크게 6단계로 나눠 소개합니다. 개척기(1965~1975년)-확장기(1975~1983년)-침체기(1984~1992년)-도약기(1993~1997년)-조정기(1998~2003년)-재도약기(2004~현재) 등입니다. 개척기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미군 사업이나 차관 사업 관련 공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졌습니다. 또 대부분 저비용 단순 시공인력을 투입하는 도로와 건축 공사 중심이었습니다. 다만 당시 벌어들인 외화 수입이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는 자금원으로 쓰이면서, 해외건설이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그해에 삼환기업이 사우디에서 진출하면서 중동지역의 문도 열렸습니다. 확장기는 해외건설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시기입니다. 1973년과 1978년에 발생한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로서 톡톡한 역할을 해냅니다. 당시 해외건설 수주액은 매년 2, 3배씩 성장을 거듭했고, 1981년에는 100억 달러 수주라는 금자탑도 쌓아올렸습니다. 이후 1983년까지 3년 연속 100억 달러 수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며 미국에 이어 해외건설 2대 강국에 올라섰습니다. 당시 수주액의 92%를 중동지역에서 올리면서 ‘중동 붐’이라는 말이 회자됩니다. 하지만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중동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일감이 줄자 중동에 집중됐던 국내 업체의 해외건설 취약점은 고스란히 문제로 부각됩니다. 그 결과 1984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해외건설은 긴 침체기를 걷습니다. 100억 달러가 넘던 연간 수주액도 1987년에는 17억 달러 수준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1990년 동아건설이 리비아 대수로 공사 2단계(46억 달러)를 따내며 그해 수주액이 67억 달러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1993년까지 수주액은 50억 달러를 밑돌았습니다. 1993년부터 해외건설은 다시 도약기를 맞습니다. 이번에는 신흥 개발도상국이 밀집해 있는 아시아가 중심이 됐고, 1996년에 1983년 이후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다시 넘어섭니다. 또 이듬해인 1997년 140억 달러를 수주할 정도로 성장합니다. 이 시기에는 투자개발사업이 또 다른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습니다.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로 아시아 시장의 공사 물량이 크게 줄어들자 국내업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체질 개선에 성공합니다. 토목과 건축 중심에서 플랜트와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수주 타깃을 바꾼 것입니다. 이는 이후 커다란 결실을 맺습니다. 2004년 이후 국내 업체들은 ‘제2의 해외건설 중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해외공사 수주액은 2005년부터 매년 1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2010년에는 716억 달러를 수주하며 역대 최고 수주 기록을 세웁니다. 이후에도 2016년(282억 달러)과 2017년(290억 달러) 2019년(223억 달러) 등 3차례를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300억 달러 이상의 수주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 내년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달성 가능성 이런 과정을 거쳐 5월 말 현재 국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총액은 9391억 달러에 달합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르면 내년 중이나 늦어도 2025년에는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 결과 세계적인 건설전문지 ‘ENR’이 매출액 기준으로 매긴 순위에서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5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현재도 해외건설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함께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5년(2018~2022년) 평균 해외건설 수주액만 봐도 드러납니다. 이 기간 반도체(1154억 달러)가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자동차(444억 달러), 석유제품(424억 달러) 해외건설(302억 달러)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10.2)과 엔지니어링업(11.0)이 전체 산업 평균(8.0)을 크게 웃돕니다. 고용유발계수는 생산을 10억 원 늘릴 때 신규 노동 인력을 몇 명이나 취업시킬 수 있는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이같은 성공 신화 비결은 시공 기술과 기자재 조달, 품질관리, 설계기술 등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데 있습니다. 여기에 1970년대 이후 쌓아온 중동과 아시아지역에서의 수주 네트워크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역경에도 정해진 계약기간에 반드시 공사를 끝내는 한국 건설인 특유의 성실성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한국 건설인들의 인내력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인들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오지에서 작업을 하다 현지 반(反)정부 세력이나 테러범 집단에 납치를 당하고, 포탄이 쏟아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지키는 일도 감수했습니다. 때로는 살갗이 타들어 갈 듯 뜨거운 태양과 숨 쉬는 것조차 쉽지 않은 모래바람, 머리통이 깨질 듯 차가운 겨울 추위도 이겨냈습니다. 지하 수십∼수백 m에서 언제 바닷물이 쏟아져 무너질지 모르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지하터널을 뚫고, 악어나 각종 해충이 들끓는 늪지대를 몇 달씩 배회하며 가스파이프를 연결해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 한국 건설업의 성공을 이끌어낸 경쟁력들이 더 이상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빠르게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전략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지난 4월에 발표한 보고서 ‘건설동향브리핑 903호-해외건설 시장의 변화와 수주 전략’에서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치중했던 공사 프로젝트 단위의 수주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양적성장, 투자중심, 기술모방을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해외건설 성장기에 효과적이었지만 앞으로는 통하기 어려운 전략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 창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해외협력사업을 추진하고,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정책금융지원과 민관협력 진출 지원, 미래신산업 지원 등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새로운 수요가 일어나는 분야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사업 분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중남미나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지역을 넘어 지하나 해저, 우주 진출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해외건설이 한국 경제의 튼튼한 성장 버팀목으로 자리 잡아주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택은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또 우려와 달리 1주택 보유자가 90%를 훌쩍 넘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 이들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했다. 반면 국내 토지를 보유한 외국인의 절반 이상은 미국인이었다. 다만 이들 가운데 순수 외국인은 10명 가운데 1명 남짓에 불과했다. 즉 검은 머리 외국인이 절대적으로 많음을 시사한다. 이들이 소유한 토지는 경기 전남 경북 등 비교적 전국에 고르게 분포했다. 국토교통부는 31일(오늘) 이런 내용의 ‘외국인 토지·주택 보유통계’(이하 ‘외국인 보유통계’)를 발표했다. 정부가 외국인 보유 토지 관련 통계는 1998년 토지시장 개방 직후인 1999년부터 공개됐지만, 주택 관련 통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집값이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기적 거래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취해진 조치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1월 이후 2022년 5월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외국인의 주택 거래(분양권 포함) 2만28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만145건이 투기성 거래 의심을 받았다. ● 국내 주택 보유 외국인 절반 이상 중국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주택을 보유한 외국인은 모두 8만1626명이었다. 보유주택은 8만3512채로 전체 주택(1895만 채)의 0.4% 수준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전체 외국인의 절반을 훌쩍 넘는 58.7%(4만7912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21.9%·1만7891명) 캐나다(6.0%·4859명) 대만(3.7%·2892명) 호주(1.8%·1498명)의 순이었다. 국적별 보유주택 수도 중국인이 절반이 넘는 53.8%(4만4889채)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23.9%·1만9923채) 캐나다(7.0%·5810채) 대만(3.9%·3271채) 호주(2.1%·1740채) 등이 뒤를 따랐다. 주택유형별로는 아파트(5만135채)와 연립·다세대(2만5824채)를 포함한 공동주택이 7만5959채로, 전체의 91.0%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용도복합용 주택이었다. 외국인 소유주택 위치는 전체의 73.6%(6만1498채)가 수도권이었다. 특히 경기에 3만1582채(37.8%)가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도 26.2%(2만1882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충남이 5.4%(4518채)로 1위를 차지했다. 시군구별로 외국인 보유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경기 부천시로 4202채였다. 이어 안산단원구(2549채) 평택시(2345채) 시흥시(2341채) 서울 강남구(2281채)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주택 소유 외국인의 93.5%(7만6334명)는 1주택자였고, 2주택자가 5.0%(4121명)였다. 나머지 3주택 이상 보유자는 1.4%(1171명)에 불과했다. ● 토지는 두 명 중 한 명이 미국 국적자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2억6101만㎡로 집계됐다. 전체 국토면적(1004억3185만㎡)의 0.4%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전년(2억5941만㎡)에 비해 1.8%(460만㎡) 늘어났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1.6배에 해당하는 면적이 외국인 소유로 바뀐 셈이다. 국적별 외국인 토지 보유 상황을 보면 미국인이 전체의 53.4%(1억4095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7.8%·2066만㎡) 유럽(7.2%·1903만㎡) 일본(6.3%·1672만㎡)의 순이었다. 다만 주체별로 분석하면 외국 국적 교포가 55.8%(1억4732만㎡)나 됐다. 이어 합작법인 등 외국법인도 34.1%(8996만㎡)나 됐다. 반면 순수외국인은 9.9%(2618만㎡)에 불과했다. 토지의 경우 검은 머리 외국인 소유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집중됐던 주택과 달리 경기(18.4%·4862만㎡)와 전남(14.8%·3916만㎡) 경북(14.0%·3690만㎡) 강원(9.2%·2418만㎡) 충남(8.6%·2269만㎡) 등에 고루 분포돼 있었다. 용도별로는 임야나 토지 등 기타용지가 67.4%(1억7796만㎡)로 가장 많았고, 공장용지(22.4%·5904만㎡) 레저용지(4.5%·1182만㎡) 주거용지(4.2%·1102만㎡)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세사기 가담 의심 공인중개사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위반행위 가운데 절반 정도는 징역이나 최소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벌할 수준에 해당할 수 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 대해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과태료 부과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렸고, 범법 가능성이 의심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오늘) 이런 내용의 ‘전세사기 의심 공인중개사 특별점검 결과’(이하 ‘1차 특별점검’)를 발표했다. 또 수도권에 국한해 진행된 1차 특별점검과 별도로 7월말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2차 특별점검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10명 중 4명 이상 위반행위 국토부에 따르면 1차 특별점검은 2021~2022년까지 2년 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사고를 일으킨 8242건 가운데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의 임대차 계약을 2회 이상 중개한 수도권 지역 공인중개사 24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조사에는 국토부,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의 관계자 150여 명이 투입됐으며, 임대차계약 중개과정에서 공인중개사법령 등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대상자 242명 가운데 99명(41%)이 108건의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적발됐다. 이 가운데 53건은 관련 법령 위반이 의심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나머지 55건은 ▲등록취소(1건) ▲업무정지(22건) ▲과태료 부과(26건)와 같은 행정처분이 내려졌다. 또 수사의뢰 대상 53건 가운데 가장 많은 41건은 무등록 중개 혐의를 받고 있다.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5건은 거짓 언행으로 중개의뢰인의 잘못된 판단을 유인한 경우로 의심받고 있는 데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의 처벌 대상이다. 등록증 대여 혐의는 2건으로,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나머지 5건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데도 공인중개사 유사 명칭을 사용한 경우로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이번에 적발된 공인중개사 가운데 9명은 위반행위가 2건으로 확인돼 중복 처벌 조치가 취해졌다. 3명은 ‘업무정지와 과태료’, 5명은 ‘업무정지와 수사의뢰’, 1명은 ‘과태료와 수사의뢰’ 처분을 각각 받았다.● 리베이트 받고 전세사기에 가담하기도 1차 특별점검을 통해 적발된 사례 가운데에는 관련 법령에서 금지한 행위들을 버젓이 저지른 경우가 적잖았다. 경기 부천시에서 적발된 공인중개사 A가 대표적이다. 그가 중개했다가 보증사고를 일으킨 신축빌라의 경우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34건의 임대차계약이 집중적으로 체결됐다. 이 과정에서 중개보조원 B와 C가 A에게 접근해 자신들의 물건에 대한 임대차거래 계약서를 작성해주면 일정금액(보증금액의 0.2% 수준)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A는 또 두 사람 이외에 D와 E도 중개보조원으로 신고하지 않고 근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경기 부천시는 이와 관련, 지난 4월 7일 5명 모두를 경찰에 넘겨 수사를 의뢰했다. 또 중개보조원 B와 C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인천 서구청에 위치한 중개사무소에 근무한 사실도 확인돼 인천 서구청에서 해당 사무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진행 중이다. ● 전세사기에 중개업소 상호와 이름 빌려주기도 집주인이나 중개알선인과 짜고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바지임대인(집주인)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전세사기를 벌이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최근 피해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잇따르고 있는 인천 미추홀구 사례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20년 11월 임차인(세입자) e는 부동산어플을 통해 중개알선인 b로부터 주택을 소개받은 뒤 임대차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a가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이 주택은 중개알선인 b와 주택소유자 c는 세입자를 유인해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은 뒤 바지임대인 d에게 소유권을 넘겨 채무는 회피하고, 보증금은 떼먹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공인중개사 a는 임대차계약을 알선인 b가 주도했고, 자신은 대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일한 사례가 2건이나 더 존재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인천 미추홀구는 공인중개사와 a와 중개알선인 b에 대해 중개업소 상호 및 이름 대여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 7월 말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2차 특별점검 실시 한편, 정부는 이번 1차 특별점검과 별도로 전세사기 의심거래 대상을 확대해 2차 특별점검을 22일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7월 말까지 실시될 2차 특별점검 대상은 ▲HUG 보증사고 가운데 악성임대인 소유 주택 거래횟수를 한 차례라도 거래한 중개사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이하 ‘기획단’)이 선별한 이상 거래 2091건에 개입한 중개사 ▲전국 시도에서 자체 점검을 통해 선정한 중개사 등 3700여 명이다. 특히 기획단이 선정한 중개사는 전세거래량이 급증했던 2020~2022년까지 신고 접수된 빌라나 오피스텔, 저가 아파트 거래 가운데 전세사기 등이 의심되는 경우에 참여한 이들이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서울 도시계획에는 철학이 없습니다.”1974년 10월 26일 당시 서울시장이던 구자춘 시장과 점심을 하던 김형만 국민대 건축과 교수는 “모든 도시기능이 종로구와 중구에 집중돼 있는데, 이런 상태로는 앞으로 큰일이 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는 서울을 한양도성과 영등포·여의도, 강남 등 3개 지역을 중심지로 하는 ‘삼핵(三核) 도시 구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 서울의 도시발전계획의 기본방침으로 활용돼 왔습니다.(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교수, ‘서울 도시계획이야기 39-다핵도시 구상의 파급효과’)다만 1974년 당시 계획에는 강북지역은 국심(國心)으로서 중추적 중앙행정기능의 도심으로, 여의도를 포함한 영등포는 경인·경수 간 산업지대 중심기능의 도심으로, 강남지역(당시에는 영등포 동쪽에 위치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영동지역’)은 기존 강북 도심의 기능 가운데 과밀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는 기능의 분산지역으로 육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강남 이전 대상에는 ▲서울역의 일부 기능 ▲서울시청을 포함한 2차 관청이 집합된 새로운 시청센터 ▲금융 및 업무기능 등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정과정을 거쳐 삼핵 구상의 세부 내용은 달라집니다. 2014년 발표된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에는 ▲종로구와 중구를 중심으로 하는 강북 도심은 역사문화의 중심지로 ▲영등포와 여의도는 국제금융특화지역으로 ▲강남지역은 글로벌 업무중심지로 각각 육성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새삼 40년 전 일을 떠올린 것은 오세훈 시장이 ‘한국판 맨해튼’으로 만들겠다며 최근 잇따라 굵직굵직한 여의도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5일부터 주민 대상 열람공고가 진행 중인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이하 ‘여의도 계획’)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따르면 동여의도 일대 112만여㎡의 용적률은 최대 1200%까지, 높이규제는 350m 이상도 허용됩니다. 이미 여의도는 한국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지역 모두 큰 강을 끼고 있는 섬이고 금융기업들이 입주한 고층빌딩들이 밀집한데다 한복판에 대형 도시공원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입니다. 게다가 여의도는 수도권지역 최초의 계획 신도시로서 맨해튼에서 볼 수 있는 격자형 도로망을 갖췄습니다. 또 세계 문화 중심지로 불리는 맨해튼처럼 여의도도 한 때 국내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모여 있으면서 국내 대중문화의 산실로 여겨졌습니다.오 시장의 여의도 계획은 별명에 머무는 수준을 넘어서 여의도를 실제로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육성해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금융업은 파생효과가 큰 만큼 계획대로 된다면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내 경제에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잠재적인 대권후보인 오 시장에게도 큰 득점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정부 차원에서 여의도를 국제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추진됐지만 성과는 기대를 크게 밑돕니다. 모래밭으로 뒤덮인 인적 드문 섬에서 목장과 비행장을 거쳐 수도권 최초의 계획도시로 변신을 거듭했던 여의도는 과연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 목장에서 군 비행장을 거쳐 신도시로여의도는 문헌상에 잉화도(仍火島), 나의도(羅衣島), 여의도(汝矣島) 등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넓은 섬이라는 뜻의 ‘너벌섬’을 한자어로 음차한 것입니다. 다만 여의도가 홍수로 물에 잠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여의도에서 제일 높은 지역이었던 양말산(현재 국회의사당 자리)만 나타나 부근 사람들이 나의섬, 너의섬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또 여의도를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 너나 가질 섬이라는 뜻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영등포구청, ‘영등포 근대 100년사’) 여의도는 조선시대에 주로 국가가 관리하는 짐승을 기르는 목장이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2021년 여의도 100년사를 기획전시(‘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여의도’)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종실록 등에서 여의도를 가축을 기르는 섬으로 소개했습니다. 또 소수이지만 여의도에 대를 이어 사는 정착민들이 폐쇄적인 섬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목축장이면서 척박한 농지였던 여의도는 일제가 강점기인 1916년 비행장을 설치하면서 세상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일제는 여의도를 군용지로 매수해 연병장으로 사용했는데, 그 중 일부에 활주로와 격납고를 세우고 간이비행장으로 활용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어 1929년에 ‘경성비행장’이 되고, 군용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시설로 바뀝니다. 만주와 일본 가운데 위치한 지리적인 특성에 여의도비행장은 항공교통의 요지로 자리 잡습니다. 처음에는 우편비행으로 시작했지만 여객항공으로 발전했고, 1930년대에는 일본 도쿄-경성-중국 다롄(大连)을 잇는 정기 항공노선까지 개설됩니다. 광복 후에도 여의도비행장은 국내에서 외국을 나갈 때 이용하는 관문 국제공항으로 이용됩니다. 하지만 여름철 홍수 때마다 물에 잠겨 안정적인 이용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에 1958년 김포국제공항 준공과 함께 관문공항 역할은 폐기됐고, 1970년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이 개항하면서 여의도비행장은 완전히 문을 닫습니다. 1968년 여의도는 상전벽해를 하게 됩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이 인구과밀화에 따른 주택난으로 몸살을 앓던 서울 도심부의 문제를 해결할 신도시 후보지로 여의도를 점찍은 것입니다.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그는 취임 다음날부터 서울의 지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사업들을 대대적으로 펼쳤는데, 여의도 개발도 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핵심은 홍수로 물에 잠기기 일쑤인 여의도에 제방(윤중제)을 설치하고 지반을 높인 뒤 집을 짓고, 강북도심의 행정시설을 대거 이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20세기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을 중심으로 젊은 건축가들이 만든 계획에 따라 최첨단의 아파트 단지와 고층의 업무시설 등이 새로 지어지고, 국회의사당 등이 이전시설로 정해졌습니다. 1968년 2월 윤중제에 사용할 골재 확보를 위해 밤섬을 폭파하고, 군사작전을 펼치듯 몰아붙인 덕에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윤중제 조성 공사는 불과 5개월 만에 준공됩니다. 그런데 김 시장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립니다. 1970년 4월 서울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에 위치한 시민아파트(일명 ‘와우아파트’) 일부가 무너지면서 33명이 죽고, 38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에 책임자였던 그가 시장자리에서 물러납니다. 후임자였던 양택식 서울시장은 개발계획을 전면 수정합니다. 1969년 수립된 여의도 개발계획에 따르면 지상 7m 높이의 거대한 보행로가 섬을 동서로 관통하고, 보행로 양 옆을 고층건물이 에워싸는 ‘입체적 업무도시’였습니다. 또 여의도 서쪽 끝에는 국회의사당, 동쪽 끝에는 서울시청과 대법원, 종합병원 등이 들어서게 돼 있었습니다.양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첫 사업으로, 대법원 예정지에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씻기 위해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시범아파트를 건설합니다. 또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됐던 서울시내 개발사업들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여의도 내 사업부지들을 민간건설업체에 대거 매각합니다. 여기에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초대형 아스팔트 광장인 5·16광장(현 여의도공원)을 여의도 중앙에 조성하면서 김수근 등이 만든 여의도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갑니다.● 모래섬이 한국의 맨해튼이 되다 거침없던 양 시장도 예상치 못한 일에 발목이 잡힙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터진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사망하자 양 시장도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의 뒤를 이은 사람이 바로 구자춘 당시 경북도지사입니다. 1974년 9월 취임한 그는 한 달여 뒤인 10월 26일 김형만 교수를 만나 ‘서울 삼핵 도시 구상’을 접하게 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여의도가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지로 거듭나게 되는 계기입니다. 이후 1979년 7월 2일 대한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가 명동에서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이러한 구상은 현실화되기 시작합니다. 이에 앞선 1978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도 여의도로 옮겨옵니다. 이후 1980년대 중반 경제 호황으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증권사들은 거래 업무 전산화가 진행되자 빠른 전산거래를 위해 거래소 전산시스템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위해 여의도로 이전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여의도로 옮긴 증권사는 대신·대우·럭키증권(현 우리투자증권) 등 18곳으로, 거래소 뒤편에 1차로 터를 잡았습니다. 1990년대에는 한국·대한·국민 등 3대 투신사와 서울(현 유진투자증권)·제일(현 한화증권)·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이 여의도광장 쪽으로 이전해오면서 현재 여의도 일대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 사이 코스피 지수는 1000(1989년), 2000(2007년) 포인트를 차례로 넘어서며 자본시장 규모도 급성장합니다. 덩달아 주식 투자자와 거래량이 늘고, 펀드가 대중화하면서 여의도 증권사들의 수입도 크게 늘어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여의도는 돈과 정보, 인프라가 고루 갖춰진 명실상부한 자본시장의 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굳힙니다.여기에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을 발표하자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가 2006년, 파크원이 2007년에 각각 착공합니다. 또 금융위원회가 2009년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지정하면서 여의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방송사들은 금융업체들보다 한 발 앞선 시점에 여의도에 둥지를 틉니다. 1976년 KBS가 서여의도에 신사옥을 건설한 이후 1980년 동양방송(TBS·현 KBS2), 1983년 MBC가 각각 동여의도로 이전합니다. 1990년에는 SBS도 서여의도에 위치한 태영빌딩에서 개국합니다. 지상파 3사가 모두 여의도에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여의도에는 방송 관련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방송산업은 여의도를 대표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습니다. 또 방송과 연관된 산업들이 밀집하면서 여의도는 한국 방송의 메카이자 대중문화의 산실로 불리게 됩니다. ● 여의도, 다시 세계 금융허브를 꿈꾸다이처럼 1980년 이후 2010년 초반까지 한국의 정치, 금융, 대중문화의 중심지로 화려한 시기를 보내던 여의도는 최근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우선 방송사들이 여의도를 줄줄이 떠났습니다. 2014년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로 SBS와 MBC가 이전하고 일산, 목동 등으로 방송가가 흩어지면서 현재 여의도에는 KBS만이 남아 있습니다.금융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합니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2016년 본사를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옮겼습니다.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과 합병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자산운용사가 있는 중구 수하동 센터원 빌딩으로, 대신증권은 명동 중앙극장 터에 새집을 지어서 이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은 2004년 명동으로 본사를 옮겼습니다. 또 삼성증권은 여의도에 있던 전신 한일투자금융을 1992년 삼성그룹에 편입하고서 여의도를 떠나 중구 국제빌딩과 내외빌딩, 종로타워 등 명동과 을지로, 태평로 등지를 떠돌다 2016년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이사했습니다. 삼성자산운용도 2011년 여의도를 떠나 태평로빌딩에 있다가 2016년 삼성타운에 합류했습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여의도를 떠나는 이유는 정보기술(IT) 발달로 더 이상 지리적인 위치가 업무 효율성을 저하시키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적잖습니다. 게다가 수익원 다변화 차원에서 시중은행 본사와 외국계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등이 다수 자리하고 있는 명동, 광화문, 을지로, 종로 등 서울 도심지역으로 옮기는 게 유리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가 발표했던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이 흐지부지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정부는 2020년까지 한국을 홍콩과 싱가포르 수준의 금융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2005년 한국투자공사(KIC)를 발족시키는 등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로 동북아추진전략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립니다. 또 금융규제 개혁과 금융중심지 지원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영국 글로벌 컨설팅사 ‘지옌’이 집계하는 GFCI(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서울은 한때 6위(2015년 9월)까지 올라갔던 순위가 36위(2019년 3월)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올해 3월 평가에서 다시 10위로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2015년 이후 8년만의 일입니다.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영국계 컨설팅 그룹 지옌(Z/Yen)과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이 2007년부터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씩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비교 분석한 결과입니다. 올해 3월 발표는 전세계 130개 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서울시는 5개 평가분야 중 ▲인프라(5위) ▲도시 평판(9위) ▲기업환경(10위) ▲금융산업 발전(10위) 등 4개 분야에서 10위권에 진입했습니다.서울시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을 ‘글로벌 톱5 금융허브 도시’로 도약시키고 그중에서도 여의도에 국제 디지털 금융지구를 조성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이번에 마련한 여의도 계획은 이런 구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도시설계 가이드라인입니다. 오 시장의 계획이 제대로 추진돼 반드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세를 제거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세처럼) 사회에 뿌리내린 제도가 생긴 데에는 참여자들의 여러 이유가 있고, 이런 행동의 뿌리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원 장관은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6일 “전세제도가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시장에서 ‘전세무용론’이나 ‘전세폐기론’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세제도 폐기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펼쳐졌다. 원 장관의 폴란드 발언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 장관은 앞으로 추진할 임대차제도의 개선방안에 대한 밑그림을 소개하면서 전세제도와 관련한 금융시스템 개선방안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전세사기나 역전세 등으로 전세 문제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시점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성급한 발언으로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세제도 유지하면서 보완해 나가겠다원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았다. 23일 간담회는 이를 취재하기 위해 원 장관과 동행한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전세를 선호하는 참여자나 전세가 해온 역할을 한꺼번에 무시하려는 접근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무제한 전세대출을 끼고 갭(gap) 투자를 하고, 경매로 넘기는 것 빼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데도 천연덕스럽게 재테크 수단인 것처럼 얘기 되는 부분은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즉 전세제도를 없애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지만 시스템은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보완방법에 대해서는 “일정 숫자 이상의 갭 투자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갭 투자 규모가 무한하게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받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경우 여러 채를 살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선순위 보증금, 근저당 등과 같은 기존 채무가 있을 경우에 보증금을 제한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담보가치가 남아 있는 부분의 일정 비율만큼만 전세 보증금으로 받도록 한도를 두고, 나머지는 월세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임차인(세입자)의 보증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안전판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이어 “(전세제도 보완을 포함한 임대차제도 개선방안에)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도 반영할 것”이라며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을 통해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결과는 내년 1월 이후 나올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은 없다는 의미이다.● 에스크로제 도입 없다원 장관은 16일 언급했던 에스크로(ESCROW·결제대금예치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에스크로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당시 언급한 것”이라며 도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원 장관의 에스크로 도입 발언을 전세제도의 무력화 조치로 받아들였다. 에스크로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전자상거래에서 물품대금을 거래 완료 때까지 제 3자에게 예치해 두는 것이다. 반면 전세제도는 세입자가 맡긴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임대인)이 재테크 등의 종자돈(시드머니)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에스크로가 도입되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신탁사나 보증기관 등에 맡겨야 하고, 집주인은 이자에 해당하는 수익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임대인들의 집단 반발 등을 불러왔다. 원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넘겨받은 보증금을 전액 금융기관에 맡기고 쓰지 말라고 하면 전세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현재까지 검토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 도입 언급은 원 장관의 전세제도 무용론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부동산 관련 에스크로제는 2000년 공인중개사법(당시 부동산중개업법)이 개정될 때 도입됐다. 당시 개정 법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거래계약의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거래당사자에게 계약금 및 중도금을 금융기관·신탁회사 등에 예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계약이 파기될 경우 계약금 등의 반환채무의 이행이 보장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부동산 에스크로를 운용하는 회사는 없다. 2004년 7월 대한공인중개사협회(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다올부동산신탁(현 하나자산신탁) 등이 농협의 전자금융시스템을 활용한 상품 판매에 나섰다가 실패했다. 원인은 비싼 0.3%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에 있었다. 이에 국토부는 2016년 2월 발표한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2016년 9월 퍼스트아메리칸권원보험(FA)과 직방, 우리은행 등과 협약을 맺고 다시 상품을 선보였지만 또다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0.05%에 불과한 낮은 수수료가 문제가 됐다. 은행은 시큰둥했고, 보험사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여기에 부동산 중개업소도 의무사항도 아니고, 이득이 없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부가 23일(내일)부터 불법하도급이 의심되는 일부 건설공사 현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한다. 기간은 8월 30일까지 100일 간이다. 대상현장은 노무비 지급률과 퇴직공제부금 납부율, 전자카드(‘건설근로자 전자카드’) 발급률 등이 일반적인 현장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현장이다. 정부는 이들 현장에서 무자격자에 대한 하도급이나 일괄하도급, 다단계하도급 등 관련 법령에서 금지하는 6개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또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공사현장이 위치한 관할지역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구하는 등 처벌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22일(오늘) 이런 내용의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집중 단속 계획’(이하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과 이달 11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이하 ‘5·11 대책’)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단속현장 당초 계획보다 71곳 늘어나국토부에 따르면 23일부터 진행될 단속현장은 전국 508곳으로 ‘5·11 대책’ 발표 당시(437곳)보다 71곳이 늘어났다. 모두 노무비 지급율과 퇴직공제부금 납부율, 전자카드납부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건설현장들이다.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2557억 원이던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2021년 2353억 원으로 8.0% 가량 감소했지만, 지난해엔 2638억 원으로 다시 12.1% 증가했다.여기에 내년부터 전자카드제 대상이 현행 공공공사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 100억 원에서 공공 1억 원 이상, 민간 5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는 데 따른 사전정지 작업의 의미도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전자카드제는 건설근로자가 건설현장 출퇴근 때마다 전자카드를 휴대하게 함으로써 현장 출퇴근 내용을 기록·관리하고, 사업주는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근로일수 신고 및 공제부금 납부를 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근로자의 퇴직공제 근로일수 신고 누락과 임금체불, 공사대금 유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11월27일에 도입됐다. ● 불법하도급 6개 유형 집중 단속국토부는 앞으로 100일간 건설산업기본법이 금지하는 6개 유형의 불법하도급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우선 무자격자 하도급이다. 해당 건설공사의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에 하도급을 맡기는 경우다. 대체로 건설공사 일부를 시공팀장(이른바 ‘십장’)에게 하도급을 맡기는 식이다. 두 번째는 일괄하도급이다. 도급금액의 80% 이상을 직접 시공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다. 국토부가 지난해 상반기에 실시한 건설현장 하도급 규정 준수여부 실태점검에서 적발된 현장 36곳 가운데 무려 34곳이 이에 해당했을 정도로 건설현장에 만연된 행태이다. 세 번째는 전문공사 하도급이다. 전문공사를 도급받은 다음 직접 시공하지 않고 하도급을 주는 경우다. 네 번째는 다단계 하도급이다. 하도급을 받은 전문건설업체가 발주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전문업체에 공사를 다시 하도급 하는 경우이다. 다섯 번째는 10억 원 미만 공사를 도급받은 사업자가 일부를 떼서 다른 종합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소규모 하도급’이다. 마지막은 상호시장 하도급이다. 종합공사를 도급받은 전문건설업체가 발주자의 승낙을 받지 않고 공사대금의 20%를 초과해 하도급을 주는 경우이다. ● 관할지자체에 행정처분 요청과 수사기관 고발국토부는 조사 결과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공사현장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행정처분은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불법하도급 대금의 30% 이내 과징금 부과이다. 필요시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위법이 발견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국토부는 또 다음달에 불법하도급 관리의무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5·11대책’을 통해 불법하도급을 막기 위해 발주자와 원청업체에 하도급 관리를 의무화하고, 불법하도급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의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할 방침을 선언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하도급은 공사비 누수,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협하고 근로자들의 근로여건을 해치는 한편 건축물의 품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가는 만큼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철저하게 단속하고 처벌 하겠다”고 밝혔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저점이 길어지거나 다시 한 번 소폭 조정 가능성이 있다.”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기대가 확산되는 가운데 하반기에 또다시 하향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 ‘부동산시장 동향(2023-04호)’을 통해 “부동산시장이 2022년 11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지나고 있다”면서도 이처럼 결론지었다. 하반기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다수 전문가와 연구기관도 최근 나타나는 부동산시장 반등은 일시적이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는 데 적잖은 걸림돌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꽁꽁 얼어붙었다 해빙 분위기를 맞은 부동산시장을 언제든 다시 깨질 수 있는 살얼음판처럼 여기게 만드는 요인들은 무엇일까.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더해 거침없이 오르던 기준금리가 1월 이후 최근까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 컸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가 거래량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3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2333건으로 집계됐다. 전월(4만1191건)보다 27.0%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5만3461건)과 비슷한 수준이다.시장 변화를 민감하게 보여주는 실거래 매매가격지수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이 5월 15일 발표한 보고서 ‘2023년 3월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공표’에 따르면 3월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는 118.6로 전월(117.7)보다 0.75% 상승했다.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던 전월(0.42%)에 이어 2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폭도 커졌다.불안심리 자극하는 전세시장부동산시장 소비심리도 좋아졌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3월 전국 주택매매 소비자심리지수는 103.6으로 전월(102.1)보다 1.5p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도 4월 22.3으로 전월(21.9)보다 0.4p 상승했다.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연초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와 기준금리 인상 랠리 중단에 따라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하향 안정돼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곳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전세사기와 역전세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반등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가 실거래 가격지수다. 4월 잠정 실거래 가격지수의 오름폭이 서울을 제외하고 모두 줄었고, 비수도권 지역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최근 전세사기의 주 타깃이 됐던 연립·다세대주택은 침체 기미가 뚜렷하다. 2월 상승 반전에 성공했지만 3월에 다시 0.67% 떨어진 것이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연립·다세대주택의 침체는 4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잠정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0.20%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서울(1.73%)과 인천(0.29%)이 상승 반전에 성공하면서 낙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아파트 전세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월 기준 실거래 가격지수는 110.6으로 전월보다 0.84% 떨어졌다. 시도별로도 강원(1.32%), 전북(0.55%), 대구(0.44%), 광주(0.32%)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가 모두 하락세에 머물렀다.문제는 전세금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전세시장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전세사기나 역전세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와 함께 2020년 7월 개정된 임대차 2법으로 전세금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비롯됐다. 2017년 12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하락세였던 전세금은 2019년 10월 상승세로 반전한 뒤 2020년 6월까지 0.09~0.28% 사이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년 7월 0.32%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해 그해 12월에는 0.97%를 기록했다. 이후 2022년 8월까지 거침없이 오르던 전세금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조정받기 시작했고, 역전세와 깡통전세가 속출했다.게다가 2021년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매가와 전세금의 차이(갭)가 적은 주택에 투자하는 이른바 ‘갭투자’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우려를 키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가의 70%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한 건수가 2021년 7만3347건으로 전년 2만6319건보다 2.8배 늘어났다.우려는 이미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4월까지 집주인이 전세계약 종료 후에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발생한 보증사고액이 1조8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고 금액(1조1726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보증사고액은 2021년 5790억 원에서 지난해 2배 이상 뛰는 등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건설업계 애태우는 미분양미분양 아파트도 하반기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04채로, 정부가 위험수위 기준으로 삼고 있는 20년 장기 미분양 주택의 평균인 6만2000채를 훌쩍 넘었다. 미분양 발생은 지난해 하반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수요가 급작스럽게 위축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기존 주택 매매가는 떨어진 반면, 새 주택 분양가는 자잿값 상승 등으로 지속해서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5월 16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분양 주택이) 부동산시장 전체에 충격을 주고, 금융기관 일부에 충격을 주고, 건설회사 현금흐름에 경색을 유발하는 움직임은 3∼4개월 내에는 없을 것”이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 개입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건설업계 생각은 다르다. 건설업계는 이미 건설회사들이 수십억~수백억 원 이익을 포기하고 할인 분양 등 각종 고육책을 내놓았지만 미분양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줄도산’ 후폭풍이 불 것이라며, 좀 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이런 건설업계 주장을 마냥 엄살로 보기만은 어렵다. 실제로 건설업계의 부도와 폐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부도업체는 모두 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곳)보다 2개 늘었다. 폐업 업체 수는 더 많다. 5월 17일(오후 4시30분) 기준 138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1개)보다 20.4% 증가했다.황관석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전망팀장은 이와 관련해 5월 17일 한국주거복지포럼과 LH토지주택연구원(LHRI)이 개최한 토론회(‘주택시장과 서민주거안정’)에서 보고서 ‘미분양주택 현황과 정책방향’을 통해 미분양 물량별 위기 단계를 구분한 뒤 단계별로 적절한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분양 물량이 6만8000채 이상이면 관심, 10만4000채 이상이면 위험진입단계, 13만9000채 이상이면 위험발생단계로 볼 수 있다”며 미분양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와 건설업체 부도에 따른 건설경기침체 등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살아 있는 시한폭탄, 부동산 PF지난해부터 경고등이 켜진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하반기 부동산시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관련 대출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이달 초 발행한 보고서 ‘부동산 PF 시장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40조6000억 원으로 2017년 말(66조2000억 원) 대비 2.1배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2017년 말 대비 지난해 9월 대출잔액은 은행이 1.8배 증가에 그친 반면, 보험사 2.0배, 저축은행 2.5배, 여신전문회사 4.3배로 비은행권 PF 대출이 특히 크게 증가했다.문제는 최근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경색이 본격화되면서 PF 대출 시장이 위축됐고, 이로 인해 PF 대출 상환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2021년 말 0.18%에 불과하던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0.56%로 증가했다. 또 저축은행(1.22→2.05%), 여신전문회사(0.47→2.20%) 등에 비해 증권회사의 연체율은 3.71%에서 10.38%로 6.67%p 급증했다.이는 결국 건설사에 채무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동원력을 갖춘 대기업보다 중견·중소업체에 큰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추정한 건설사의 한계기업,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9.4%, 5.5%였으나 중견업체와 중소업체는 15.0%, 11.9%로 크게 높았다.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이대로라면 2750년, 한국이라는 나라는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습니다.”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77)가 지난 17일 국내에서 열린 심포지엄(‘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그는 17년 전인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 한국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당시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인구 구조 악화가 각국 정부의 신용 등급이 ‘투자 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전했습니다.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18일 보고서(‘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를 통해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란불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부동산시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구는 부동산 가치를 구성하는 3대 요소(시간, 공간, 인간)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중요합니다. 외환위기 직후나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는 끝났다. 부동산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첫 논거가 인구감소였습니다.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인구수를 늘릴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문제 해결에 280조 원 넘게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율이 0.78로 또다시 떨어지면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습니다.여기에 한국은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비수도권의 소멸위기라는 오래된 숙제도 갖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도권 거주인구 비율은 50.4%로 전년보다 0.2%포인트가 높아졌습니다. 2000년 46.3%에서 매년 꾸준히 올라 2019년(50.0%)에 50.0%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좌우를 막론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잖은 공을 들였습니다. 1983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행정수도 이전과 공기업 지방이전 등이 대표적인 대책들입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해법을 내놨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대한 관한 규정’(이하 ‘생활인구 규정’)입니다. 핵심은 ‘생활인구’라는 확장된 인구개념을 인구정책에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그 의미와 가능성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 인구문제 해결사로 등장한 ‘생활인구’행안부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국가 총인구 감소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교통·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그동안 정부나 연구기관 등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인구 관련 연구에서 활용하는 인구통계는 주로 ▲등록인구(주민등록 등록인구)나 ▲상주인구(한 지역에 주소를 두고 늘 거주하는 인구) ▲체류인구(객지에 가서 머무르는 인구) ▲유동인구(일정 기간에 한 지역을 오가는 사람) 등이 사용돼 왔습니다. 특히 인구정책은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인구의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대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한계에 부닥칩니다. 특히 국토균형 발전정책 등과 같은 인구분산 정책은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제로섬’(zero sum)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생활인구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방책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생활인구 규정과 관련 법령(‘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크게 3가지로 됩니다. 첫 번째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된 사람입니다. 기존에 활용돼온 등록인구를 의미합니다. 둘째는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입니다. 예컨대 A에 주민등록 주소를 두고, B지역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주말마다 부모님이 사시는 C지역을 찾고, 한 달에 한 번정도 D지역에 위치한 캠핑장을 이용하는 홍길동 씨(가명)는 A~D지역의 생활인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기존 개념으로 보면 체류인구에 해당합니다. 이 때 체류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정한 것은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따른 조치입니다. 국토연에 따르면 유형별 체류시간은 일(평균체류시간·3시간 1분) 학습(3시간29분) 여가(3시간39분) 등이 모두 3시간대였습니다. 지역별로도 인구감소지역(4시간47분)과 관심지역(3시52분)에서 평균 3~4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셋째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을 했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입니다. 예컨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재미교포이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 등이 해당됩니다.결국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에다 ‘체류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를 더한 값이 됩니다. 결국 그만큼 인구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구수가 최대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올 하반기에 전국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할 계획입니다. 이후 내년부터 전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해 공표할 방침입니다.행안부는 생활인구 활용방안과 관련해서 성별·연령대·체류기간·목적 등 지역의 생활인구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즉 젊은 직장인의 관광 목적 단기방문이 많은 지역에는 ‘워케이션’ 사업을 지원하고, 노년층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실버타운’ 등의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일본은 관계인구, 독일은 복수주소제 도입 운영행안부는 생활인구가 국내에서만 시도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8년부터 ‘관계인구(關係人口)’라는 개념을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고령화에 취약한 국가로 지목된 독일도 2003년부터 ‘복수주소제’를 도입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의 의미와 향후과제’)에 따르면 일본의 관계인구는 이주해 정착한 정주인구(定住人口)보다는 관계가 약하고, 관광하러 온 교류인구(交流人口)보다는 관계가 강한,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을 응원하는 외지인과 해당 지역의 연관성을 심화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외지인이 해당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개념입니다. 즉 새로운 인구가 지방으로 유입하는 것을 촉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행안부에 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약 15억 엔(19일 기준 환율 적용·144억여 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지자체 관계인구 창출 사업에 지원합니다. 지원대상 사업은 지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 사전 이주 체험, 이주자의 정주·정착 지원업무 등입니다.일본은 또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 운영 중입니다. 지자체가 고향납세 포털사이트에 사업을 등록하면 도시거주자가 응원하고 싶은 사업을 선택한 뒤 고향납세(기부)를 하는 것입니다. 지자체는 이를 이용해 고향이주 교류 촉진사업에 활용하는 한편 기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부자가 미래에 해당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독일의 ‘복수주소제’는 거주지로 등록된 지역과 실제 생활공간이 다른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거주자가 주로 사용하는 주택이 있는 지역을 주 거주지로 보고, 주 거주지 이외에 추가적인 주택이 있는 지역을 부 거주지로 보는 게 핵심입니다.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는 생활의 기준점으로 판단합니다. 예컨대 주말 부부라면 실제 거주와 생활시간은 직장 근처의 부 거주지가 더 길지만,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곳을 생활의 기준점으로 보고 주 거주지로 봅니다. 주민은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 모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부 거주지를 신고한 사람은 부 거주지에 제2거주지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제2거주지세를 징수해 지방공공재 또는 행정서비스 제공 비용 등으로 사용합니다. 다만 직장 등을 이유로 부 거주지를 가진 경우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제2거주지세가 면제됩니다. 또 부 거주지에서 생활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임대료, 주 거주지로 이동하는 왕복 교통비 등)을 소득세에서 세액공제해 줍니다. 따라서 부 거주지를 신고한 개인 및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부 거주지를 신고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있습니다. ● 생활인구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앞서 언급했듯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 또는 정주인구 대비 인구수가 최대 150%가량 늘어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강원 양양군입니다. 양양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2만7866명입니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양양군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638만 명에 달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양양 앞바다가 ‘서핑 성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데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강릉선 KTX가 개통된 게 주효했습니다. 이를 반영할 경우 양양군의 생활인구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인구감소시대, 체류인구를 활용한 지역유형별 대응전략 연구’)를 통해 양양군이 전체 인구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1만3200명 정도의 체류인구가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양양 외에도 제주 서귀포시, 강원 강릉시, 충북 단양군, 충남 공주시 등도 체류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 생활인구를 적용하면 인구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귀포는 6만9062명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38.0%에 해당합니다. 주민등록 인구가 3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단양의 체류인구는 70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06년 이곳에 설립된 농촌유학센터에 자녀를 보낸 부모 등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체류인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따라서 이처럼 늘어난 인구수에 걸맞은 생활인프라나 행정서비스 확충 등에 필요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지방교부세가 증액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각종 정부 정책 수립에서 인구 수 증가에 따른 정책 변화와 지원 확대도 예상됩니다. 그만큼 정주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어서 부동산 가치 상승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만 지자체의 무리한 생활인구 늘리기를 막기 위한 명확한 생활인구 선정 기준과 측정방식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등록인구나 외국인등록인구는 법령에 따른 신고의무가 있어서 정부가 비교적 정확한 수치로 집계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체류인구는 구체적인 정보수집 방식이나 이를 검증할 방식을 모두 새로 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생활인구 규정의 제정 및 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국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활인구는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정부의 바람대로 생활인구가 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집중이라는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난제를 해결할 ‘황금열쇠’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부동산경기 침체가 올해 말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 등을 포함하는 공동주택 실거래가 움직임이 심상찮다. 3월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가가 상승세 반등에 성공한 전월보다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세 반전에 성공했다. 특히 서울과 세종을 중심으로 아파트 실거래가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한국부동산원은 15일(어제) 이런 내용의 보고서(‘2023년 3월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 공표’)와 관련 통계자료를 누리집에 공개했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부동산원이 표본을 통해 산정하는 주간/월간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제 거래된 공동주택의 가격 변동을 모두 조사한 결과이다. 거래 신고 기간(30일)과 분석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지만 시장 분위기를 비교적 정확하게 보여준다. 다만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특정 단지 위주로 거래량이 발생하는 경우 변동 폭이 불안정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월간 매매가격지수를 집값 추이를 설명하는 주된 지표로 사용하고, 실거래 가격지수는 보조지표로 활용한다.● 실거래가 상승세 전환 지역 확대 16일 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전국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는 118.6으로 전월(117.7)보다 0.75% 상승했다. 전월(0.42%)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실거래 가격지수는 지난해 4월(138.1)에 정점을 찍은 뒤 5월(137.0)부터 올 1월(116.7)까지 9개월 동안 꾸준하게 떨어졌다. 특히 3월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상승세로 돌아서 눈길을 끈다. 2월에는 서울(전월 대비 상승률·2.19%)과 경기(0.88%)만 상승세 반전에 성공했고, 나머지 지역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 이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에서 두드러진다. 2월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지역 가운데 서울(3.08%)과 세종(1.85%) 울산(0.40%) 경기(0.41%) 제주(3.14%) 등 5곳만 상승세를 보였다. 그런데 3월에는 전북(-0.11%)과 전남(-0.68%) 제주(-2.32%)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시도가 모두 상승세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연초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와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하향 안정으로 급매물이 팔려나가면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전 거래가보다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다만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4월 잠정 실거래 가격지수의 오름폭이 서울을 제외하고는 줄어들었고, 비수도권 도지역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 규모에 상관없이 고르게 올랐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지수는 크기에 상관없이 고르게 올랐다. 다만 작은 규모보다는 대형 아파트의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40㎡(전용면적 기준) 이하 초소형이 전월 대비 0.39%, 소형(40㎡ 초과~60㎡ 이하)은 0.74%가 각각 올랐다. 그런데 중소형(60㎡ 초과~85㎡ 이하·상승폭 1.46%) 중대형(85㎡ 초과~135㎡ 이하·1.21%) 대형(135㎡ 초과·1.13%)은 모두 1%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월 추정 결과에서 초소형(0.92%)이 소형(0.21%)은 물론 중소형(0.77%) 중대형(0.39%) 대형(0.12%)을 모두 앞지를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실거래 가격지수의 치명적인 단점인 거래량이 많지 않을 때 변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 전세사기 여파로 연립·다세대는 부진 이어가 한편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은 침체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월에 상승 반전에 성공했지만 3월에 다시 0.67% 떨어졌다. 아파트와 달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하락세에 머문 반면, 광역시(0.34%)와 지방광역시(1.17%) 지방도(2.05%)는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연립·다세대의 침체는 4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4월 잠정 집계 결과, 전국적으로 0.20%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서울(1.73%)과 인천(0.29%)이 상승 반전에 성공하면서 낙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아파트 전세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월 기준 실거래 가격지수가 110.6으로 전월보다 0.84% 떨어졌다. 시도별로도 대구(0.44%) 광주(0.32%) 강원(1.32%) 전북(0.55%) 등 4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가 모두 하락세에 머물렀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최근 하락폭을 줄이던 오피스텔 매매가 지수가 지난달에는 전달 수준에 머물렀다.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졌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인한 수요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 매매가 지수는 2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의 영향으로 오피스텔 전세금은 다시 하락폭을 키웠다. 반면 월세는 하락폭을 소폭 줄였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소폭 오르면서 오피스나 중대형상가는 물론 국고채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도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은 15일(오늘) 이런 내용의 보고서(‘2023년 4월 오피스텔 가격동향’)를 발표했다. ● 2년 전으로 돌아간 매매가 보고서에 따르면 오피스텔 매매가는 지난달에 전국 평균 0.36% 하락했다. 전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해 7월(-0.03%)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오피스텔 매매가는 올해 1월(-0.44%)을 정점으로 2월(-0.39%)과 3월(-0.36%)을 거치며 소폭이지만 하락폭을 줄였다.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2월과 3월에 하락폭을 줄인 것은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를 3.50% 높인 뒤 지난달까지 동결하면서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었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에 하락폭을 추가로 줄이지 못한 것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에 수요 자체가 줄어든 탓”으로 풀이했다. 지역별로는 지난달에 수도권(-0.35%)과 비수도권(-0.43%) 모두 떨어졌다. 수도권은 전달과 동일한 수준의 하락폭을 유지했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전달(-0.40%)보다 더 떨어졌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비수도권 지역은 주택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갭투자 감소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된 탓”으로 설명했다. 이처럼 오피스텔 매매가가 꾸준히 떨어지면서 지난달 오피스텔 매매가 지수는 100.20으로 2년 전인 2021년 3월(100.22) 수준으로 돌아갔다. 오피스텔 매매가 지수는 2020년 6월을 기준(100.0)으로 산정한다. 오피스텔 매매가 지수는 2021년 1월(100.05)부터 100.0을 넘어선 뒤 지난해 6월까지 18개월 동안 꾸준히 오르면서 102.86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10개월 만에 거의 제자리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 전세금 하락폭은 다시 확대 오피스텔 전세금은 지난달 0.43% 떨어지며 전달(-0.37%)보다 하락폭을 키웠다. 지역별로는 수도권(-0.44%)과 비수도권(-0.38%) 모두 전달보다 더 떨어졌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0.38% 하락하며 2월(-0.33%)과 3월(-0.33%)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수도권 지역에서는 일부 전세에서 월세로의 수요 이동이 나타난 결과”로 풀이했다. 즉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실수요자들이 전세를 기피하고 월세로 돌아서면서 하락폭을 키웠다는 의미이다. 반면 지방은 오피스텔과 대체제인 주택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수요가 이탈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을 보유한 대구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전세금이 0.43%나 떨어졌다. 대구는 지난해 말 대비 하락폭도 2.52%나 돼 전국 1위이다. 월세는 지난달에 0.02% 떨어지면서 전월(-0.07%)보다 하락폭이 줄었다. 특히 수도권은 경기(0.09%)가 소폭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지난달(0.00%)에 제자리걸음을 했다. 비수도권도 세종시(0.11%)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지난달(-0.10%)에 전달(-0.12%) 대비 낙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원은 이에 대해 “수도권에서는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기피에 따른 영향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세종의 경우에도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등 전세 관련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월세선호도가 높아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 수익률 오르며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높아져 규모별로는 40㎡ 이하의 경우 지난달 매매가(-0.34%)와 전세금(-0.43%)은 떨어졌지만 월세(0.00%)는 보합이었다. 반면 나머지 ▲40㎡초과~60㎡ 이하 ▲60㎡ 초과~85㎡ 이하 ▲85㎡ 초과는 모두 매매가와 전세금, 월세 지난달에 모두 하락세를 면하지 못했다.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은 전국 평균이 84.76%로 전반적으로 높았다. 특히 세종은 92.79%에 달했다. 전세금 대비 월세보증금 비율은 전국 평균이 7.88%였고, 부산(10.69%)과 대전(10.25%)가 특히 높았다.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5.32%)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가 모두 전국 평균(5.81%)을 웃돌았다. 특히 대전은 7.05%로 가장 높았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지난달 4.92%로 전월(4.90%)보다 소폭 높아졌다. 이는 오피스와 중대형상가, 국고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도 높은 것이다. 지역별로는 서울(4.38%)과 울산(4.46%) 경기(4.98%)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모두 5%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대전(7.09%)과 광주(6.37%)은 6%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하루 전인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의 소회를 담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부동산 문제의 뿌리가 전 정부에 있다는 의미다.10여 분간 진행된 이날 모두 발언에서 부동산에 대한 언급은 이것이 전부라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정부는 5월 3일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성과자료집’과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통해 “국민 주거 안정 기반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반면 5월 9일 오전 좌파적 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한국도시연구소 등은 ‘윤석열 정부 1년 주거·부동산정책 평가 좌담회’를 열고 “자산불평등을 심화하고 주거권을 후퇴시킨 정책이었다”며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양측 평가와 분석 모두 예상된 수준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의 생각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과 한국리서치가 최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모두 긍정 평가보다 부정 평가가 앞섰다. 다만 부정적인 총평과 달리 세부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양호한 평가가 많았다. 평가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시장 기능 회복 통한 주거 안정 실현윤석열 정부 주거 정책의 핵심은 “시장 기능 회복을 통해 주거 안정을 실현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에서 여러 주택 공급 대책을 제시했지만 수요 억제를 위한 과도한 규제 등으로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집값이 급등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들로 ①주택 공급 확대와 시장 기능 회복 ②부동산 세제 정상화 ③주택금융제도 개선 ④주거복지 지원 강화 등이 추진됐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8월 ‘국민 주거 안정 실현 방안’(‘8·16 대책’)을 통해 2023~2027년 주택 270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2022년 6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2022년 9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2022년 12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2023년 2월)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은 지난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부동산시장 관리 목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납세자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했다는 판단에 따라 취해진 조치들이 주를 이룬다. 우선 지난해 8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시행령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다. 1개월 뒤인 9월에는 종부세법을 개정해 고령자 및 장기 보유자의 종부세 납부 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과세표준 12억 원 이하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다주택자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기본세율은 0.5~2.7%, 3주택 이상 보유자 세율은 0.5~5.0%로 인하했다.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제도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와 보유·거주 기간 재기산 제도 폐지, 일시적 2주택자의 세대원 전원 전입 의무 폐지 등을 담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했다.주택금융제도 개선은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LTV 규제 합리화 방안이 핵심이다. 우선 지난해 8월 은행업 감독규정 등을 개정해 생애최초 주택구입가구의 LTV를 주택 가격·지역·소득과 관계없이 80%까지 완화하고, 대출한도를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 12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의 LTV를 50%로 단일화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서민·실수요자 LTV 우대 혜택 확대 같은 조치도 실행했다. 올해 3월에는 다주택자(주택 임대·매매사업자 포함)의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LTV 30%까지 허용했다.주거복지 지원을 위해서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올해 1월 공개한 ‘서민·취약계층 주거복지 강화 방안’ 등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50만 채 공급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정비(2022년 11월 ‘2023~2027년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추진 로드맵’) △주거비 지원 확대 통한 주거복지 사각지대 해소 △고령자, 비정상거처 가구 등 취약계층 지원 강화 같은 조치들을 추진했다.전문가 긍정 평가정부의 지난 1년간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념적 성격에 따라 엇갈렸다. 전문가 평가는 현재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반면 좌파 지향의 시민단체들은 “주거복지와 세입자 정책은 크게 후퇴하고, 자산불평등 심화를 가져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긍정 평가의 대표주자는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다. 그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발행한 ‘한선브리프’를 통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①기민한 위기관리 대응 ②규제 완화 ③주거복지 ④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⑤전세사기 대응책 등 5가지로 나눠 평가했다. 정 교수는 특히 위기관리 대응 면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역대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시장 과열 최고점에서 정부를 인수해 파국을 우려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1년 만에 시장 붕괴를 막아야 했는데, 늦지 않은 대응으로 잘 처리했다”는 것이다.최민섭 호서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주택시장 정상화와 임대차 시장의 생태계 복원에 기여했다”며 “전반적으로 ‘A’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고금리 태풍으로 경착륙 위기에 놓인 부동산시장에 적절히 개입해 연착륙에 기여했다”며 “80점 이상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반면 참여연대 등은 △주택 공급 △부동산 금융 △부동산 세제 △주거복지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분야별 전문가들의 주제 발표와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집중 성토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은 금리인상 등으로 주택 수요가 급감하는 현 상황과 맞지 않다”며 “과도한 주택 공급 목표를 낮추고,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금융 부문에서는 “정부가 가계 및 주택의 금융화를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금리인하 등으로 향후 경제 여건이 호전될 경우 주택 투기가 성행해 또다시 부동산 거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세제 부문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가 세수입 감소로 이어져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주거복지도 “‘국민 누구나 따뜻하고 깨끗한 집에서 살 수 있는 나라’라는 대통령 공약이 구호에 머문 채, 주거복지와 세입자의 주거권이 후퇴했다”고 강조했다.일반인 여론조사 전반적으로 부정 평가전문가들의 평가와 별개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다소 앞선다. 한국갤럽이 4월 11~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표본오차 ±3.1%p)결과 ‘잘한다’는 응답은 27%에 머물렀고, ‘못한다’가 47%나 됐다. 한국갤럽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분기 단위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긍정 평가가 전분기보다 떨어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긍정률은 지난해 8월 30%, 11월 31%, 2023년 1월 31%로 꾸준히 30%대를 유지했지만 이번에 20%대로 내려앉았다.하지만 이런 평가에 낙심할 필요는 없다. 지난 정부의 경우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출범 1년 직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분위기가 반전해 부정 평가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권교체 빌미가 될 정도로 악화됐다.한국리서치가 1월 27~30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총평과 달리 ‘재산세 경감’ ‘청약제도 수정’ 같은 세부항목에 대해서는 긍정 응답이 50%를 넘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8월 발행한 ‘20대 대통령선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과거 이념적 특성에서 벗어나 실용적인 태도를 보였고, 앞으로 이런 ‘생활정치(Lifestyle Politics)’가 선거 경쟁에서 중점 이슈로 자리 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 핵심에 부동산 정책이 있다. 앞으로 남은 4년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황재성 기자는… 동아일보 경제부장을 역임한 부동산 전문기자다. 30년간의 기자생활 중 20년을 부동산 및 국토교통 정책을 다루는 국토교통부를 취재했다.*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황재성 동아일보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21일 밤 10시 10분 서울 근교에 30여 명으로 추산되는 북괴무장간첩이 나타나 경비 중이던 경찰과 교전, 간첩 1명을 사살하고, 1명은 생포했으며 괴한들이 갖고 있던 기관단총 2정 등 무기를 노획했다.” 동아일보가 1968년 1월 22일 발행한 호외(號外·특별한 일이 발생했을 때 임시로 발행하는 신문)에는 당시 채원식 치안국장(현 경찰청장)이 오전 7시 50분 다급한 목소리로 전날 밤에 벌어진 사건 상황을 소개한 긴급 발표가 실렸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장한 북한의 특수부대원 31명이 고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할 목적으로 침투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군경합동수색대에 의해 29명은 사살, 1명은 북으로 도주, 나머지 1명은 생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측의 피해도 컸습니다. 군인 25명이 죽고, 민간인 7명이 사망했고, 5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른바 ‘1·21 사태’입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만들어지고, 예비군이 창설됩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실미도’의 소재가 된 북파 공작부대인 ‘684부대(1968년 4월에 창설돼 붙여진 이름)’도 이를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은 “서울시민 350만 명을 대피시킬 방공호 구실을 할 지하 건설을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게 서울시청에서 명동으로 이어지는 ‘소공지하상가’입니다. 이와 더불어 주택에 지하층이 들어서게 됩니다. 1970년 3월 2일 당시 건설부(현 국토교통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인구 2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지상층 연면적 200㎡ 이상인 건물을 신축할 때 지하층을 짓도록 의무화합니다. “언제 발발할지 모르는 긴박한 남북관계를 감안해 유사시 대피소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국토연구원, 국토이슈리포트-‘영화 기생충이 소환한 지하거주실태와 정책점 시사점’·이하 ‘지하거주실태 시사점’) 최근 기상이변으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지하 주택’의 출발입니다. 느닷없이 반지하 주택을 찾은 이유는 환경부가 15일(월요일)부터 10월 15일까지 앞으로 5개월 동안을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범정부적으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발생한 아까운 인명피해와 수천억 원대의 재산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못잖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따라야 합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정부만의 힘으로 막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반지하 주택에 대해 되짚어보는 이유입니다. ● 전쟁 대비시설에서 서민용 주거시설로 보고서 ‘지하거주실태 시사점’에 따르면 1970년 전쟁과 같은 유사시 대피시설로 활용할 목적으로 도입된 지하층이 주거용도로 바뀌게 된 계기는 1975년 12월 31일 개정되고, 이듬해 2월 1일부터 시행된 건축법입니다. 이 법 19조에서 ‘(반지하) 주택의 거실 설치’에 대해 ‘주택의 거실을 지표면 이하에 설치하고자 할 때에는 환기 기타 위생상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조치는 지하 주거를 비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지하층 전용이 급격하게 확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도 경제 성장기에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서울 등 대도시로 밀려온 사람들이 저렴한 주거시설을 찾으면서 반지하가 인기를 얻자 정부가 이를 합법화한 것으로 풀이합니다. 이어 정부가 1984년 12월 말에 지하층 관련 규정이 또다시 개정하면서 반지하 주택은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당시 정부는 개정 이유에 대해 “다세대주택의 경우 공동주택에 관한 요건을 적용하던 것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고, 지하층의 경우 사람이 거주하는 경우도 있어 편의를 위해 지하에 묻히는 부분을 축소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지하층은 이전까지 바닥에서 지표면까지의 높이가 천정까지의 높이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했지만, 연면적 330㎡ 이하의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은 바닥에서 지표면까지의 높이가 2분의 1이상이 되면 지하층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반지하 주택은 창문을 이전보다 크게 만들 수 있게 돼 채광이나 환기가 나아지게 됐습니다.여기에 1980년대 후반에 주택가격과 전세금이 급등하자 1988년부터 추진된 ‘주택 200만 채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1990년 2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다가구주택을 허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반지하 주택은 대도시 서민의 대표적인 주거시설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며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20만2741채에 달하는 반지하주택 가운데 80%가 1995년 이전에 지어졌습니다. 특히 1986~1995년 사이에 12만 430채가 지어졌습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 반지하주택의 60%에 육박하는 물량입니다. 급증하던 반지하주택은 1997년과 2002년에 주택의 주차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필로티(기둥만 있고 벽이 없는 공간)를 이용한 주차공간 확보가 권장되면서 크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1999년 지하층 의무 설치규정이 폐지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어 2010년 태풍 곤바스로 반지하 주택 상당수가 침수피해를 입자 정부가 2012년에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가 가능’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합니다. 또 지난해 여름 홍수피해로 1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 지하주택 신축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주거환경·안전 등을 고려해 조례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통계청에 따르면 정부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 반지하주택 거주자 비율은 2004년 3.69%에서 2010년 2.98%, 2020년 1.6%로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 수도권에 전체 반지하 96% 밀집 2020년 기준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000여 채이며, 이 가운데 96.0%(31만4000채)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한 탓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서울에 20만1000여 채(61.4%)가 밀집돼 있습니다. 반지하주택 문제가 ‘서울의 주거 문제’로 봐도 무방한 이유입니다. 이어 경기에 8만9000여 채(27.2%), 인천에 2만4000여 채(7.3%)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의 반지하 주택은 어디에 몰려 있을까요. 또 상태는 어떨까요. 이에 대해서는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서울의 반지하주택 얼마나 있나’)를 참고할 만합니다.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서울시내 반지하 주택은 모두 20만2741채로 추산됩니다. 이는 서울시 전체가구(404만6799채)의 5.0%에 해당합니다. 주택유형을 보면 다가구주택이 8만303채(39.6%)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7만3581채·36.5%) 다세대주택(4만2130채·20.8%) 다중주택(6727채·3.3%)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5년 단위로 사용승인 연도별 물량을 보면 1991~1995년에 7만6424채로 가장 많고, 1986~1990년(4만4006채) 1996~2000년(2만2292채) 1976~1980년(1만3771채)에 각각 1만 채 이상 지어졌습니다. 또 1990년 이전 사용승인을 받은 물량이 8만6707채로 전체의 42.8%에 달합니다. 40년이 넘어서 노후화가 상당 수준 진행돼 정비가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줍니다. 25개 구별로 보면 관악구가 1만6265채(8.0%)로 가장 많습니다. 이어 강북(1만4121채) 중랑(1만2793채) 성북(1만2604채) 은평(1만2499채) 광진(1만1165채) 동작구(1만553채) 등도 1만 채 이상의 반지하 주택이 관내에 있습니다. 1990년 이전에 지어진 반지하주택의 비중은 조금 다릅니다. 금천구가 전체 반지하주택(6222채)의 절반을 훌쩍 넘는 3562채(57.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강동(전체 6429채 vs 40년 이상 3436채, 53.4%) 서대문구(8701 vs 4379채, 50.3%) 등도 관내 반지하주택의 절반 이상이 노후화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태입니다. 반면 동대문구는 40년 넘은 반지하주택이 821채로 전체(5712채)의 14.2%에 불과했습니다. 또 관악(1만6265채 vs 5311채, 32.7%) 용산(5178채 vs 1708채, 33.0%) 강남(5464채 vs 1829채, 33.5%) 강서(8669채 vs 3064채, 35.3%) 노원(4009채 vs 1464채, 36.5%) 송파구(6150채 vs 2419채, 39.3%) 등도 30%대에 머물며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낮았습니다. 서울에 뒤를 이어 반지하주택이 많은 경기도는 31개 시군별 분포 수 편차가 큽니다. 지역이 넓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도 싱크탱크인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반지하의 거주환경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지하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부천시로 1만 5450채였습니다. 뒤를 이어 수원시(1만 4452채) 성남시(1만2165채) 안양시(1만155채)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양평군은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연천군(34채) 포천(68채) 등도 100채를 밑돌았습니다. 이어 여주시(102채) 파주시(153채) 오산시(207채) 동두천시(231채) 안성시(255채) 가평군(452채) 의정부시(445채) 김포시(588채) 남양주시(732채) 화성시(750채) 이천시(766채) 구리시(850채) 평택시(931채) 등도 1000채 이하였습니다. ● 남성, 50대, 비정규직 1인 가구가 주로 이용그렇다면 이러한 반지하주택에는 누가 주로 거주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통계청이 지난 2021년 말 발표한 ‘2020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가구·주택 특성 항목’(이하 ‘표본 집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이에 따르면 반지하주택 가구주(32만7000가구)의 60.9%(19만9000가구)가 남성으로, 여성(12만8000가구·39.1%)보다 많았습니다. 가구주의 연령은 50대(7만9000가구·24.2%)가 1위를 차지했고, 뒤로 60대(6만8000가구·20.8%) 70대(5만2000가구·15.9%) 40대(5만1000가구·15.6%) 30대(4만 가구·12.2%) 29세 이하(3만7000가구·11.3%)의 순이었습니다.점유 형태는 보면 월세가 가장 많았습니다. 전체의 절반 이상(16만7000가구)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전세(7만4000가구) 자가(6만9000가구) 무상(1만4000가구) 사글세(3000가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영화 ‘기생충’으로 지하방이 크게 주목받던 2021년 4월 국토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지하주거 현황분석 및 정책과제’)도 참고할 만합니다. 이 보고서는 2019년 주거실태조사의 기초자료 등을 활용해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지하방 또는 (반)지하주택이라 불리는 ‘지하주거’ 거주자(지하주거 임차 가구)의 평균소득은 182만 원으로 아파트 임차가구(351만 원)의 절반 수준(51.9%)에 머물렀습니다. 또 저소득층이 거주 가구의 74.7%를 차지했고, 비정규직(52.9%), 1인 가구(60.5%)가 주를 이뤘습니다. 연령대별로는 노년(65세 이상) 가구주가 19.2%로 가장 많았습니다.주거환경은 고시원과 판잣집,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움막 등과 같은 ‘비주택’보다는 나았지만, 주거환경에 대한 불만은 가장 높았습니다. 최저주거기준에서 미달하는 주택의 비율은 비주택이 95%에 달했지만, 지하방은 10.7%에 머물렀습니다.주거유형별 주거비 부담은 지하 주거가 아파트나 비주택보다는 낮았습니다.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아파트 임차 가구는 29.2%(평균 기준), 비주거가 25.4%였습니다. 반면 지하방은 23.8%에 불과했습니다. 또 주거비 부담이 30%를 넘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되는 비율도 아파트(38.6%)와 비주택(35.5%)보다 지하방(24.7%)이 낮았습니다.특히 보증금 없이 매월 상당한 월세를 지급해야 하는 월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주택(96.1%)에 비해 지하방은 20.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국토연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정책 과제를 제시하면서도 “지하방 거주자는 주거지원이 가장 시급한 최저 소득층으로 보기 어렵고, 지하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 정책대상이 되면 정당성 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이렇다할 후속조치가 마련되지는 않았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전세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린다. 한국주거복지포럼과 LH토지연구원(LHRI)은 공동으로 17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주택시장과 서민주거안정’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3개 소주제에 대한 주제발표와 전문가 토론으로 진행되며 유투브 ‘하우징 TED’를 통해 생중계된다. 주제발표는 ‘전월세시장의 진단과 전망’(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미분양주택 현황과 정책방향’(황관석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 ‘임대차시장 상생방안’(이종덕 대진대 법학과 교수) 등 3가지이다. 김근용 한양대 겸임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할 전문가 토론에는 김현철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신형섭 LHRI 수석연구원,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이상영 명지대 교수,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정성용 인천전세사기피해예방센터 컨설턴트,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주거복지포럼은 2013년 보편적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학계와 연구기관, 정부부처, 시민단체,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 5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LHRI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설 연구원으로 1962년 대한주택공사가 설립한 주택도시연구원과 1995년 한국토지공사가 설립한 국토도시연구원이 2009년 양 공사 통합을 계기로 합쳐져 출범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부가 건설노조의 불법 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신고포상금제 도입, 건설공사 전 단계의 영상기록 의무화, 타워크레인 작업기록장치 도입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불법 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현장 특별사법경찰을 투입하고, 부실공사의 고질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인 불법하도급을 차단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임금 체불을 막고 근로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공사현장 출입내역을 관리하는 전자카드제 도입 대상을 확대하고, 모든 하도급 관련 계약에 사용될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11일(오늘) 이런 내용을 담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이하 ‘5·11 건설현장 불법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에 따라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많이 줄었지만,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제도적인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책을 크게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과 ▲불법하도급 차단 등을 통한 근로여건 개선의 두 개 축으로 나눠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법, 노동조합법 등 5개 법을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으로 지정하고, 신속하게 개정 절차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불법행위 근절 기반 마련 불법행위 근절 방안에서 핵심은 과도한 월례비 수수나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방행 등과 같은 처벌 근거가 불분명한 불법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불법행위 처벌조항과 신고포상금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레미콘 등 건설기계의 임대차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등록 취소 등과 같은 제재 방안을 담아 건설기계관리법도 보완할 방침이다. 현재 행정상의 처벌인 과태료 부과에 머물러 있는 건설노조의 채용강제에 대한 처벌 수위도 형사처벌 수준으로 높인다. 이를 위해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하기로 했다. 형사처벌로 처리한다는 것은 형법상 범죄행위로 보고, 법적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형벌에는 사형부터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에 이르기까지 9가지가 있다. 여기에 타워크레인 작업을 실시간으로 기록 관리하는 ‘스마트 작업기록장치’ 도입과 건설공사 전 단계에 대한 영상기록 의무화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허가청이나 발주자 등이 건설현장에 대한 원격 감독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타워크레인의 투명한 임대차계약과 근로여건 향상을 위해 표준임대차계약서도 연내 마련한다. 또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재입국 절차를 6개월에서 1개월로 줄이는 등 외국인력 고용 규제도 합리화한다. ● 특사경 도입해 불법행위 불법하도급 단속 건설현장의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제도(이하 ‘특사경’)도 도입한다. 지방국토관리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불법행위를 단속하지만 수사권한이 없는데다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관련해. “전국의 건설현장이 매년 평균 17만 개 이상 유지되고 있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불과해 태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현장 특사경은 앞으로 ▲불법하도급, 공사입찰방해, 채용 및 건설기계 사용강요, 부당금품수수, 공사방해 등과 같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행위부터 ▲감리·감독 명령 위반, 품질·안전규정 위반, 점검방해 등과 같은 ‘건설기술진흥법’ 위반행위 ▲건설기계 이용 공사방해나 부당금품 제공 및 수수, 운송거부 등과 같은 ‘건설기계관리법’ 위반행위 등을 수사하게 된다. 특사경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불법하도급까지도 단속하게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불법하도급의 경우 정상적인 하도급보다 공사비가 크게 깎이면서 부실시공과 근로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상공사의 경우 재하도급 계약금액은 원도급의 73% 수준이다. 즉 100원 짜리 공사라면 73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반면 최근 적발된 불법하도급 현장의 경우 100원짜리 공사가 불법재하도급업체에 전달되면서 14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이 현장에서는 철거공사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지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는 불법하도급을 막기 위해 발주자와 원청사에게 하도급 관리를 의무화하고, 불법하도급에 대해서는 과징금과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한편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의 경우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불법하도급 여부를 알 수 있는 전산망 시스템을 구축하고, 민간건축공사 감리에게 하도급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도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주택법 개정 사항이어서 7월 중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 전자카드제 도입 확대 통해 임금 체불 방지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인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일부 현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출입내역 관리 전자카드와 임금 직접지급 시스템(대금지급시스템)의 적용대상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전자카드는 공공공사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 100억 원 이상 규모 현장에만 적용된다. 내년부터는 공공공사는 1억 원 이상, 민간공사는 50억 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사실상 거의 모든 건설공사 현장에서 전자카드가 도입된다는 의미이다. 대금지급시스템도 공공공사는 의무화된 반면 민간공사는 자율적으로 이용하게 돼 있다. 앞으로는 민간공사도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2024년 하반기부터는 300억 원 이상, 2025년 하반기부터는 100억 원 이상, 2026년 하반기부터는 5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근로계약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업체와 개별근로자가 사용할 표준근로계약서도 마련된다. 현재는 하도급업체와 현장팀장(이른바 ‘십장’)간 관행적인 도급계약만 존재해 저임금이나 임금체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