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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새 팀 안방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른 첫 경기부터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LA 다저스 팬 5만2667명은 박수와 환호로 오타니를 응원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오타니는 29일 세인트루이스와의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 내 개막전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1회말 첫 타석부터 2루타를 치는 등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을 기록하며 팀의 7-1 승리를 도왔다. 다저스는 20, 21일 서울시리즈를 통해 정규시즌 개막을 맞이한 뒤 미국에서 다시 시범경기를 치렀다. 서울시리즈 도중 7년간 오타니의 통역을 맡고 있던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불법 도박 사실이 밝혀졌다. 오타니가 도박 빚을 갚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에서 안타 3개를 쳤던 오타니는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시범경기 일정을 마쳤다.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돈을 훔친 거다. 나는 도박과 무관하다”고 항변했지만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도 “야시엘 푸이그(34·전 LA 다저스)가 처벌 위기에 몰린 건 베팅이 아니라 거짓말 때문”이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우리도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지금껏 세 번밖에 없던 기록이다. 기준에 따라 한 번밖에 없던 기록이기도 하다.류현진(37·한화)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LG를 상대로 3과 3분의 2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볼넷을 3개 내주는 동안 삼진은 하나도 잡지 못했다.류현진이 이전까지 한국프로야구 경기에서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건 2007년 9월 25일 대전 삼성전 딱 한 번밖에 없었다.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86경기에서는 0탈삼진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이 경기가 28일까지 한화가 기록한 유일한 패전이다.한화는 이후 4연승을 달리며 4승 1패로 프로야구 10개 팀 중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한화가 시즌 개막 후 5경기에서 4승 1패를 기록한 건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류현진이 한화에 처음 입단한 해다.류현진은 이해 5월 11일 청주 경기에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를 상대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7점을 내주며 프로 첫 패전을 기록했다.한화는 이후 4연승을 달렸다. 그러니까 올해 초반처럼 ‘류현진 패전 → 팀 승리 → 팀 승리 → 팀 승리 → 팀 승리’(류승승승승) 기록이 나왔던 것.다만 이때는 한화가 4연승을 기록한 5월 16일 문학 경기 선발이 류현진이었다.이듬해(2007년) 5월 17일~22일 사이에도 ‘류승승승승’이 나왔다. 류현진은 5월 23일 역시 청주 현대전에서 7과 3분의 3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면서 5연승을 이어갔다.같은 해 9월 18일에도 류승승승승이 나왔다.류현진이 이날 수원 현대전에서 3이닝 4실점한 뒤 팀은 4연승을 달렸다.이때는 바로 다음다음 경기 선발이 류현진이었다.이 경기가 바로 류현진이 삼진을 하나도 잡지 못한 2007년 9월 25일 대전 삼성전이었다.그러니까 류승승승승 자체는 세 번이지만 류현진이 한 차례만 등장하는 류승승승승은 한 번밖에 없는 것이다. 류현진은 29일 KT를 대전으로 불러들여 치르는 안방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나선다.한화로서는 2007년 5월처럼 류승승승승승을 기대하고 있을 터.KT는 이에 맞서 쿠에바스(34)를 선발로 예고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시범경기 타율 0.488도 부족했던 모양입니다.박효준(27)이 결국 마이너리그 AAA에서 2024시즌을 시작합니다.스토브리그 기간 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박효준은 초청 선수 신분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스프링캠프에 참가했습니다.그리고 시범경기에서 43타수를 기록하는 동안 2루타 5개, 홈런 1개를 포함해 21안타를 쳤습니다.OPS(출루율+장타력)로 계산하면 1.163에 해당하는 성적입니다.박효준 스스로도 “생애 최고의 오프시즌을 보냈고 그 결과를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다”며 빅리그 재진입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그러나 오클랜드는 대럴 에르나이스(23)에게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습니다.아직 MLB 출전 경험이 없는 에르나이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율 0.306(49타수 15안타), OPS 0.660을 기록했습니다.이전 10년(2014~2023년) 동안 시범경기에서 40타석 이상 들어서 타율 0.488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8명밖에 되지 않습니다.이 중 MLB 개막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 건 2018년 히오바니 우르셀라(33·당시 클리블랜드) 한 명뿐입니다.그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500(42타수 21안타)을 기록한 우르셀라 역시 AAA에서 시즌을 시작했습니다.그리고 트레이드를 거쳐 그해 5월 12일 토론토 선수로 MLB 무대에 섰습니다.기간을 11년으로 늘리면 야시엘 푸이그(42·당시 LA 다저스)도 이 명단에 들어옵니다.2012년부터 미국 생활을 시작한 푸이그는 2013년 MLB 시범경기에서 타율 0.517(58타수 30안타)를 기록했지만 AAA도 아닌 AA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습니다.다만 푸이그는 기량보다는 생활 태도에 물음표가 붙었던 상황.푸이그는 마이너리그 40경기에서 타율 0.313, 8홈런, 37타점, 13도루를 기록한 뒤 6월 3일 MLB 로스터 진입에 성공했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박효준(28·오클랜드)은 거의 틀림없이 이번 스프링캠프 최고 타자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매체 MLB닷컴은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로 MLB 시범경기에 참가해 최다 안타 공동 1위(21개)에 이름을 올린 박효준의 활약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24일까지 박효준과 시범경기 최다 안타 공동 1위인 와이어트 랭퍼드(23·텍사스)는 63타석, 블레이즈 알렉산더(25·애리조나)는 52타석을 기록했다. 박효준은 44타석밖에 들어서지 않았다. 박효준은 이날까지 42타수에서 2루타 5개, 홈런 1개를 포함해 21안타를 치며 타율 0.500을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 미달로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번 시즌 시범경기에서 4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타율이 가장 높은 선수가 박효준이다. OPS(출루율+장타율)도 1.190에 달한다. 득점권에서도 6타수 3안타(2루타 2개)를 기록하며 ‘해결사’ 노릇까지 해냈다.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오클랜드는 3루수와 외야수를 번갈아 맡는 미겔 안두하르(29)가 부상자 명단(IL)에 이름을 올리면서 대체자가 필요한 상황. 박효준은 MLB에서 3루수 100이닝, 외야수로 64이닝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마크 카세이 오클랜드 감독도 “(박효준이) MLB 출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선수인데도 이번 캠프에서 아주 좋은 인상을 남겼다”며 힘을 실어줬다. 박효준은 야탑고 2학년 시절 1년 선배 김하성(29·샌디에이고)을 2루수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유망주였다. 야탑고 졸업을 앞두고 2014년 MLB 최고 명문 구단으로 평가받는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그러나 7년 뒤인 2021년 7월 17일이 되어서야 ‘트레이드 쇼 케이스’로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고 결국 5일 뒤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됐다. 피츠버그에서 2년간 68경기에 출전한 박효준은 2022년 시즌 종료 후 두 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애틀랜타 소속이 됐다. 지난해에는 줄곧 애틀랜타 산하 트리플A 팀에서 뛰었다. 2022년 9월 8일 이후 빅리그 출전 기록이 없는 박효준은 MLB닷컴 인터뷰에서 “생애 최고의 오프시즌을 보냈고 그 결과를 시범경기에서 보여줬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난 준비가 됐다”며 MLB 재입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하야시다 리코(林田リコ·25·순창군청)가 처음 출전한 회장기 소프트테니스(정구)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하야시다는 23일 전북 순창군에서 열린 제45회 회장기 여자 일반부 여자 단식 결승에서 한국 국가대표 이민선(26·NH농협은행)을 4-1로 제압했다.원래 남자 팀만 있던 순창군청은 이번 시즌 여자 팀을 창단하면서 하야시다를 영입했다.한국 소프트테니스 실업 팀에 외국인 선수가 이름을 올린 건 하야시다가 처음이다.하야시다는 2017년 일본 소프트테니스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고고하이(皇后杯)에서 고교생으로는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천재 소녀’로 통했던 선수다.하야시다는 우에마쓰 도시키(上松俊貴·26)와 함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혼합 복식 동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관계자는 “하야시다가 실업 팀에서 뛰는 것뿐 아니라 국가대표 꿈나무 선수 육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부에서는 전진민(31·수원시청)이 진인대(33·순창군청)를 4-2로 꺾고 우승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Let’s go to France together(프랑스에 함께 가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19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일전이 열린 1997년 11월 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 내건 응원 문구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상태로 이 경기를 치렀다. 반면 일본은 이 경기를 꼭 이겨야 사상 첫 본선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결과는 일본의 2-0 승리였다. 붉은악마와 일본 서포터스 ‘울트라 닛폰’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응원전을 이어갔다. 울트라 닛폰이 “한국! 한국!”이라고 연호하자 붉은악마도 북소리로 화답했다. 당시 붉은악마 회원 한 명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이 완패해 속상하기는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온 울트라 닛폰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위안을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에는 스즈키 이치로를 비판하는 기사도 실렸다. 이날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일프로야구 골든시리즈 1차전에 출전한 이치로는 수비만 한 뒤 타석에는 들어서지 않고 경기에서 빠졌다. 동아일보는 “6일 전 다친 허리 상태가 악화됐다”고 전하면서도 “한국 투수에게 자칫 삼진이라도 당한다면 일본 최고 스타의 자존심이 구겨지기 때문에” 교체를 자청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기사 제목부터 ‘오만한 이치로’였다. 이치로 이후 일본 최고 스타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다. 이치로와 달리 오타니는 ‘한국에서 이렇게 사랑받은 일본인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걸그룹 ‘트와이스’ 일본인 멤버 사나 팬 여러분 쉿!) LA 다저스 소속인 오타니는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태극기 이모티콘 앞에서 한국 팬들에게 ‘손하트’를 날리는가 하면 입국 후 기자회견에서도 “한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해 팬심을 더욱 들끓게 했다. 만약 손흥민이 토트넘 선수 대표 자격으로 일장기 이모티콘 앞에서 손하트를 날리고 “일본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인터뷰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한국 팬들은 손흥민을 응원해줄 수 있었을까. 오타니의 태극기는 느낌표로 끝나지만 손흥민의 일장기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한국과 일본은 결국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함께 갔다. 월드컵이 끝나고 석 달 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국회에서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김대중 정신’을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반일 정서를 부채질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붉은악마가 프랑스에 함께 가자고 일본을 응원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이 그 경기를 내줘도 별 타격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제 손흥민이 일장기 앞에서 웃어도 ‘자본주의의 미소’라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력도 강해지지 않았나. 일본 언론에서 ‘일본 없는 반일(日本のいない反日)’이라고 표현하는 일방적인 반감을 버리지 못하는 게 이제는 더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닐까.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남자부 역사에 남을 만한 ‘UTU’ 기록을 남겼습니다.UTU(Up Team is Up)는 스포츠 팬들이 ‘올라갈 팀은 올라간다’는 뜻으로 쓰는 은어입니다.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첫 17경기에서 4승 13패로 승점 16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그리고 17번째 경기가 끝난 뒤 최태웅 전 감독을 경질했습니다.이후 19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승점 39(14승 5패)를 추가한 끝에 ‘봄 배구’ 무대로 가는 마지막 티켓을 따냈습니다.통계학적으로 이런 기록을 남길 확률은 0.0000002%밖에 되지 않습니다.이전까지 봄 배구에 진출한 팀 가운데 가장 확률 낮은 UTU 기록을 남긴 팀은 2015~2016시즌 현대캐피탈이었습니다. 최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이었던 현대캐피탈은 첫 17경기에서 승점 31을 기록한 뒤 이후 19경기에서 승점 50을 추가했습니다.이런 기록이 나올 확률도 0.00015%밖에 되지 않지만 0.0000002%와 비교하면 700배 이상 높습니다.당시 현대캐피탈은 ‘업 템포 배구’를 앞세워 17번째 경기까지 3위였던 순위를 결국 1위로 끌어올렸습니다.현대캐피탈은 당시 후반기 18경기에서는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상태로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냈지만…챔프전에서는 시몬(37)을 앞세운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에 1승 3패로 무릎을 꿇었습니다.8시즌 만에 UTU 기록을 새로 쓴 현대캐피탈의 준플레이오프 상대 역시 OK금융그룹입니다.2015~2016시즌 챔프전 이후 두 팀이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과연 현대캐피탈이 8년을 기다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아니면 OK금융그룹이 이번에도 ‘미러클 브레이커’로 명성을 떨치게 될까요?통계학적으로는 현대캐피탈이 예상 승률 64.8%로 우위지만 OK금융그룹은 2015~2016시즌 예상 승률 8.1%도 현실로 만든 팀입니다.이번 시즌 봄 배구 시작을 알리는 두 팀 맞대결은 21일 오후 7시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막을 올립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전통의 소프트테니스(정구) 명가’ NH농협은행이 회장기 여자 일반부 단체전 2연패에 성공했다.20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전날 전북 순창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6회 회장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옥천군청에 4-3 재역전승을 거뒀다.NH농협은행은 올해 국가대표인 문혜경-임진아 조가 출전한 제1 복식에서 이현정-이초롱 조에 5-0 완승을 거뒀다.그러나 역시 국가대표인 이민선이 2단식에서 이수진에게 3-4로 패했다.이어 열린 제2 복식에서도 김흥주-한수빈 조가 진수가-고은지 조에 3-5로 패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분위기를 바꾼 건 ‘에이스’ 문혜경이었다.문혜경이 제2 단식에서 진수아를 상대로 4-0 완승을 거두면서 두 팀은 마지막 복식을 통해 챔피언을 가리게 됐다.결국 이민선-이정운 조가 이수진-문혜원 조를 5-2로 물리치면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에 올해도 우승기를 차지했다.남자 일반부 단체전에서는 순천시청이 문경시청에 3-0 완승을 거두고 정상을 차지했다.국가대표 선수인 추문수가 제1 단식에 이어 류태우와 함께 출전한 제2 복식에서도 연달아 승리를 따내면서 우승을 이끌었다. 순천시청이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건 2019년 실업추계연맹전 이후 5년 만이다.회장기만 따지면 2016년 제37회 대회 이후 8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우리카드는 16일 대전 방문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2-3(24-26, 25-23, 25-20, 21-25, 14-16)으로 재역전패를 당했습니다.우리카드(승점 70)에 이 패배가 뼈아팠던 건 승점 1 차이로 대한항공(승점 71)에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넘겨줘야 했기 때문.우리카드는 전반기(1~3라운드)를 승점 39로 마감했습니다. 이런 팀이 후반기에 승점 32 이상을 더할 확률은 97.3%에 달하지만 우리카드는 이날 패배로 이 확률을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재미있는 건 우리카드를 이끄는 신영철 감독에게는 3월 16일 경기 풀 세트 패배가 낯설지 않다는 점입니다.우리카드는 지난해(2023년) 3월 16일 인천 방문 경기에서도 2-3(20-25, 21-25, 25-20, 25-23, 14-16)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승점 56으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하면서 4위 한국전력(승점 53)과 준플레이오프(준PO)를 치렀습니다.이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카드가 승점 2만 더했어도 준PO 없이 바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우리카드는 준PO에서 1-3(19-25, 18-25, 25-18, 22-25)로 업셋을 당하면서 한 경기 만에 ‘봄 배구’ 일정을 마감해야 했습니다.2022년 3월 16일 안방 경기 상대 역시 대한항공이었고 경기 결과 역시 2-3(21-25, 25-18, 23-25, 25-23, 10-25) 패배였습니다.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경기는 2021~2022시즌 6라운드 세 번째 경기라 만회할 기회가 남아 있었다는 점입니다.하지만 3위 우리카드(승점 59)는 이때도 4위 한국전력(승점 56)과 승점 3 차이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준PO를 치러야 했습니다.같은 해 만우절(4월 1일) 열린 이 시즌 준PO 결과 역시 우리카드의 1-3(28-30, 25-18, 22-25, 19-25) 패배였습니다.우리카드 역사에서 가장 아쉬운 3월 16일 경기는 역시 2019년에 열렸습니다.2013~2014시즌 (재)창단한 우리카드는 2018~2019시즌 정규리그 3위로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습니다.우리카드는 천안 방문 경기로 열린 PO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과 풀 세트 접전을 치러 14-13으로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았습니다.그러나 박진우(34)가 서브 범실을 저지른 끝에 결국 2-3(25-20, 21-25, 12-25, 25-23, 14-16)으로 경기를 내줬습니다.신 감독은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5년 3월 16일 대전 경기에도 역시 풀 세트 패배를 경험했습니다.그러니까 신 감독이 우리카드 사령탑에 앉은 뒤 갑자기 3월 16일 징크스에 시달리게 된 건 아닙니다. 다만 이 경기는 2015~2015시즌을 통틀어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였기 때문에 앞에 등장한 경기보다는 부담이 적었습니다.한국전력은 이날 승점 1을 보태며 여전히 구단 역사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승점 65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그렇다고 신 감독이 3월 16일에 계속 패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대한항공 감독 시절인 2010년 3월 16일 안방 경기에서는 3-1(25-21, 25-15, 23-25, 25-19) 승리를 거둔 적이 있습니다.이 경기는 이제는 여자프로농구 팀 신한은행 안방이 된 도원체육관에서 열렸고, 상대 팀 역시 이제는 프로배구에 참가하지 않는 신협상무였습니다.이 정도면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팀은 3월 16일에는 제발 경기 일정을 잡지 말아 달라고 한국배구연맹(KOVO)에 읍소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삼성화재가 프로배구 남자부 역사상 가장 지독한 ‘DTD’를 경험한 팀이 됐습니다.DTD는 원래 프로야구 팬들이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는 뜻으로 쓰는 표현입니다.삼성화재는 13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1-3으로 패하면서 승점 추가에 실패했습니다.이제 16일 시즌 최종전에서 승점 3을 더한다고 해도 후반기(4~6라운드)에 따낸 승점은 17이 전부입니다.삼성화재는 승점 34로 전반기를 마쳤으니 전·후반기 사이에 승점이 최소 17 차이 나게 되는 것.이는 2009~2010시즌 KEPCO45(현 한국전력) 그리고 2017~2018시즌 삼성화재가 남긴 15 차이를 뛰어넘은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만약 삼성화재가 이 경기에서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 여자부를 포함해 최다 타이기록을 남기게 됩니다.현대건설도 2022~2023시즌 전반기에 승점 45, 후반기에 25로 20 차이가 난 적이 있습니다.비율로 따지면 최종전 결과에 따라 이번 시즌 삼성화재(50%)가 지난 시즌 현대건설(55.6%)보다 더 나쁜 후반기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습니다.여자부 2위 기록은 삼성화재와 대전 충무체육관을 함께 쓰는 정관장(당시 KT&G)가 2007~2008시즌 남긴 18(전반기 34, 후반기 16)입니다.이때는 KT&G(47.1%)로 이번 시즌 삼성화재보다 더욱 심한 DTD를 경험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아, 프로배구가 현재 방식으로 승점을 계산한 건 2011~2012시즌부터입니다.이번 ‘발리볼 비키니’에 등장한 승점은 당시 경기 결과를 요즘 방식으로 다시 계산한 겁니다.지난번 ‘발리볼 비키니’()는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ng System)’을 다뤘습니다.삼성화재는 전반기를 엘로 평점 1654로 마감했습니다.13일 경기 패배로 이 점수는 1303점까지 351점이 내려왔습니다.전·후반기 사이에 엘로 평점이 이렇게 크게 하락한 남자부 팀 역시 삼성화재가 처음입니다.그전에는 2009~2010시즌 KEPCO45가 1496점에서 1163점으로 333점 떨어진 게 기록이었습니다.이리 보고 저리 봐도 삼성화재는 참 지독한 DTD를 경험한 셈입니다.여자부에서는 (이번에도) 현대건설이 2016~2017시즌 1731점에서 1349점으로 382점 떨어진 게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아본단자) 감독님이 내 나이를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상기시켜드리고 있다.”‘배구 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은 5일 화성 방문 경기에서 팀의 3-1 승리를 이끈 뒤 이렇게 말했다.흥국생명 지휘봉을 잡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이 스스로 “적지 않은 나이”라고 말하는 김연경을 중용하는 건 물론 김연경이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아본단자 감독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전 세계 배구 소식을 전하는 ‘월드 오브 발리’도 최근 전 세계 현역 남녀 선수 톱10을 선정하면서 김연경을 포함시켰다.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여자 선수 5명은 평균 32.8세로 김연경은 3.2세가 많았다.이 매체는 “한국 출신 배구 선수 가운데 가장 명성 높은(decorated) 선수인 김연경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고 평했다.다음은 월드오브발리 선정 현역 남녀 선수 톱 10(가나다 순).▽남자 △막심 미하일로프(36·러시아·오퍼짓 스파이커) △시몬(37·쿠바·미들 블로커) △오스마니 후안토레나(39·이탈리아·아웃사이드 히터) △왈라시 지 소자(37·브라질·오퍼짓 스파이커) △윌프레드 레온(31·폴란드·아웃사이드 히터)▽여자 △가브리엘라 기마랑이스(30·브라질·오퍼짓 스파이커) △김연경(36·한국·아웃사이드 히터) △브렌다 카스티요(32·도미니카공화국·리베로) △주팅(朱婷·29·중국·아웃사이드 히터) △타이자 메네지스(37·브라질·미들 블로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지금 현재’ 가장 강한 팀은 어디일까요?‘정관장‘이라고 답하시는 분이 제일 많을 겁니다.정관장은 7일 대전 안방 경기에서 GS칼텍스에 3-0 완승을 거두고 7연승을 질주했습니다.정관장이 7연승을 기록한 건 2009년 2월 15일~3월 15일 8연승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그래도 순위표 제일 높은 곳은 여전히 현대건설(승점 74) 차지입니다.지금껏 ‘쌓아 놓은 숫자(승점)’가 가장 많으니까요. 그러면 지금 당장 제일 강한 팀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숫자는 없을까요? 그래서 세상에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ong System)’이 등장했습니다. 원래 체스 선수 랭킹 계산에 쓰려고 만든 이 시스템은 일대일 매치만 존재한다면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엘로 평점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1500점에서 시작해 상대가 강할수록 그리고 크게 이길수록 점수를 많이 가져가고 반대일 때는 점수를 크게 내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 유저라면 이 시스템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계산 방식도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물론 위에 있는 그림처럼 프로배구에도 당연히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사실 정관장은 올해 1월 1일만 해도 엘로 평점 1375가 전부였습니다.페퍼저축은행(1181) 딱 한 팀만 정관장보다 엘로 평점이 낮았습니다.그러다 4라운드 두 번째 경기를 치른 새해 첫날 한국도로공사에 3-1 승리를 거둔 걸 시작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이제 3위 정관장(승점 61)이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을 하나도 추가하지 못하고 4위 GS칼텍스(승점 51)가 승점 6을 보태도 준플레이오프는 열리지 않습니다.GS칼텍스 역시 4라운드 후반까지 정관장과 엎치락뒤치락했지만 5라운드서 승점 2(1승 5패)를 추가하는 데 그치면서 결국 ‘봄 배구’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엘로 평점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팀이 어떤 시즌을 보냈는지도 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현재 정관장 엘로 평점 1769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한 구단 역대 최고 기록입니다.그러니까 ‘고희진(감독)과 아이들’이 프로배구 출범 이후 가장 상대를 두렵게 만드는 팀을 구축한 겁니다.이전까지는 2011년 12월 25일 수원 방문 경기에서 현대건설을 3-0으로 꺾고 1745를 찍었을 때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KGC인삼공사라는 이름을 쓰던 당시 정관장은 이날 이전 11경기에서 10승 1패로 승점 26을 쌓았습니다.그리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현대건설의 추격을 3승 2패로 뿌리치고 프로배구 출범 이후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당시 우승은 지금까지도 정관장의 마지막 우승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정관장은 6라운드 들어 ‘양강’ 흥국생명(3-1)과 현대건설(3-2)을 모두 꺾었습니다.그래도 봄 배구 무대에서는 ‘언더도그’로 분류하는 게 합리적인 평가일 겁니다.일단 고 감독은 삼성화재 선수로 여덟 번 우승했지만 사령탑으로는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무대입니다.또 7일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이소영(30·아웃사이드 히터)이 언제 어떤 컨디션으로 코트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고 감독이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처럼 올 시즌 정관장도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처럼 사고 한번 제대로 칠 수 있을까요?고 감독은 “아직 끝이 아니다. 선수들을 믿는다. 우리 선수들은 분명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해마다 ‘각 팀 팬이 생각하는 라이벌 팀’을 조사한 다음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라는 책자를 통해 공개합니다.이 협회가 최근 펴낸 2023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 사이에서는 두산, LG 팬이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두산 팬 가운데는 61.7%, LG 팬 가운데는 55.5%가 상대 팀을 라이벌 1위 팀으로 꼽았습니다.두산 팬이 LG를 선택한 것보다 높은 비율로 특정 팀을 라이벌 1순위로 평가한 팬덤은 없었습니다.얼핏 생각하면 당연한 일 같지만 꼭 그렇지 않습니다.‘스포츠조선’은 2019년에 전년도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LG팬은 두산이 라이벌이라는데…두산팬은 달랐다!’고 제목을 달았습니다.당시에는 LG 팬 65.7%가 두산을 라이벌로 꼽았지만 두산 팬 가운데는 19.7%만 LG를 라이벌로 지목했습니다.심지어 LG보다 SK(현 SSG)를 라이벌로 꼽은 두산 팬 비율(20.6%)이 더 높았습니다.2018년뿐만이 아니라 이 협회에서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계속 그랬습니다.LG 팬이 두산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비율이 그 반대 케이스보다 계속 더 높았습니다.그러다 지난해 처음으로 크로스가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두산 팬이 LG를 라이벌로 평가하는 비율이 6.2%포인트 더 높습니다.이미 많은 분이 짐작하셨겠지만 이 결과는 역시 성적과 관련이 큽니다.2022년까지만 해도 어떤 팀 팬으로부터도 2위 안에 드는 라이벌로 지목받지 못한 팀은 한화 한 팀뿐이었습니다.지난해에는 한화뿐 아니라 정규시즌 최하위 키움 역시 라이벌로 인정받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또 NC 팬이 두산을 2순위 라이벌로 지목한 걸 제외하면 수도권 팀은 수도권 팀끼리 나머지 팀은 나머지 팀끼리 라이벌 관계를 이루는 것도 특징입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류현진(37·한화)이 4172일 만에 팀 안방 대전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7일 구단 자체 연습경기에 백팀 선발투수로 나서 3이닝 1피안타(2루타) 1실점을 기록했다.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을 활용한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공을 총 46개 던졌고 삼진 3개를 잡는 동안 볼넷 1개를 내줬다. 최고 구속은 1회초에 기록한 시속 143km였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최고 기록(시속 139km)보다 4km가 올라간 속도다. 2012년 10월 4일 넥센(현 키움)전 이후 11년 5개월 3일 만에 대전구장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에게 피안타와 실점을 안긴 선수는 주황팀 4번 타자 채은성(34)이었다. 채은성은 2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치고 나간 다음 이재원(36)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점수까지 올렸다. 류현진은 경기 후 “채은성이 안 봐주더라”며 웃은 뒤 “(대전구장 마운드는) 예전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재미있게 경기한 것 같다. ABS도 거의 생각한 대로 콜(판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경기를 중계한 한화 유튜브 채널 ‘이글스TV’에는 최다 동시 시청자 수 7만997명이 몰렸다. 이글스TV 역사상 최다 기록이다. 자체 연습경기인데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다 12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던 것. 프로야구 역대 최고인 총액 170억 원(8년)을 받는 조건으로 한화에 복귀한 류현진은 시범경기에 두 차례 나서 투구 수를 끌어올린 뒤 23일 서울 잠실에서 LG와 맞붙는 정규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한화 선발 로테이션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KT와 상대하는 29일 안방 개막전 선발도 류현진이 맡게 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을 둔 워킹맘 A 씨. 입학을 코앞에 두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학교 시설 공사로 입학이 2주 미뤄진 것. ‘돌봄 공백’과 마주한 A 씨는 휴가를 내야 하나, 친정어머니 손을 빌려야 하나 전전긍긍했다. A 씨를 구원한 건 태권도장이었다. 태권도장이 종일반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동네 학부모들 숨통을 터준 것이다. 태권도장은 현존 최고 맞춤형 돌봄 센터다. 시작은 ‘하교 서비스’다. 필요에 따라 다음 학원으로 인계하는 ‘셔틀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장에 머무는 동안에는 태권도뿐 아니라 요즘 초등학교 필수 종목인 줄넘기는 기본이고 축구, 피구 같은 구기 종목도 가르친다. ‘태권도장 겨울 캠프 때 스키를 처음 타 봤다’는 아이도 적지 않다. 태권도장은 학교 체육 실기시험은 기본이고 학예회 준비도 돕는다. 태권도장 이름은 ‘지역명+관장 졸업 대학명+효(孝)+태권도’ 구조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 이름에 정말 충실하다. 태권도장은 ‘자립심을 길러준다’면서 도장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까지 불러다 주말 합숙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합숙을 마친 저학년 아이들은 부모와 만나자마자 눈물을 터뜨리기 일쑤다. 효심이 깊어진 건 물론 고학년 형 누나들과 하룻밤을 함께 보낸 것만으로 ‘내 고집대로만 했다가는 큰코다치게 된다’는 사실까지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보다 좋은 ‘인성 교육’이 또 있을까. 말하자면 태권도장이 있기에 대한민국 출산율이 그나마 아예 제로(0)가 되지는 않는 것이다. 태권도장만큼 한국의 여성 경제참가율을 끌어올리는 업종도 없다. 아이 넷을 키우는 B 씨는 “회사에 있을 때 남편보다 (아이들과 더 가까이에 있는) 태권도 관장님과 더 자주 통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학기부터 초등학생이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머물 수 있도록 하는 ‘늘봄학교’를 도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1학년에게 문화예술·체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문체부가 마련한 프로그램을 훑어보며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로서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학부모들이 체육 활동을 선호하는 건 태권도장처럼 해달라는 거지 은퇴 스타 선수들이 얼굴을 비춰달라는 게 아니다. 태권도장은 되는데 관제(官製) 돌봄 프로그램은 왜 안 될까. 이 저출산 시대에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이들 대부분은 아이를 얼른 키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다. 저녁은 언제든 아이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정부는 이 문제는 내버려두고 ‘퍼블릭 케어(public care)’만 강조한다. 부모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해줄 수 있다고 믿는 건 오만이다. 그러니 관제 돌봄을 ‘남의 것’으로 느끼는 부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늘봄학교 이전 버전인 돌봄학교 참여율은 지난해 기준 11.5%에 그쳤다. 정부가 늘봄학교를 성공시키고 싶다면 제발 ‘태권도장은 어떻게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대만 등에서도 돌봄의 끝판왕이 되었나’부터 연구해 보시라.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스포츠팀 성적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 효과로 한국 스포츠 팬들 사이에 ‘축구는 역시 감독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반면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감독이 축구 경기 결과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그렇다면 배구 경기에 감독이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 때는 감독들 인터뷰 레토터리가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사람이 말을 하다 보면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유달리 강조할 때가 많은 법이니까요.그런 의미에서 한국 프로배구 감독은 ‘리시브 후 첫 공격’까지는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V리그는 거의 모든 감독 특히 패장 ‘18번’이 ‘리시브 타령’인 리그이기 때문입니다.감독들이 리시브를 강조하는 건 리시브가 정확할수록 ‘약속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이런 믿음이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27일까지 열린 이번 시즌 여자부 109경기에서 ‘리시브 정확’ 이후 공격수들은 공격 효율 0.385를 남겼습니다.아닐 때는 0.252로 공격 효율이 3분의 1 이상 내려갑니다. 다만 리시브 정확이 바로 점수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예를 들어 현재 여자부 7개 팀 가운데 가장 리시브 효율이 높은 팀은 한국도로공사(42.9%)입니다.그런데 리시브가 정확하게 올라왔을 때도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남긴 공격 효율은 0.357로 리그 평균보다 기록이 떨어집니다.반면 리시브 효율 5위(34.9%)인 현대건설은 같은 상황에서 팀 공격 효율 0.440(1위)을 남겼습니다.이렇게 한 기록이 다른 기록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는 바로 지름길로 가면 됩니다.리시브 이후 바로 공격에 성공한 비율을 따져 보면 감독이 리시브 작전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겁니다.그래서 세상에 등장한 개념이 FBSO(First Ball Side Out)입니다.FBSO는 위 GIF처럼 상대 서브 → 리시브 → 세트(토스) → 공격 득점으로 끝났을 때를 뜻합니다.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FBSO 성공률(41.2%)이 가장 높은 구단은 정관장입니다.정관장은 리시브 효율(36.5%)은 3위지만 주전 세터 염혜선(33)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FBSO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27일 김천 방문경기를 앞두고 “(염)혜선이가 잘해주고 있다. 그만큼 받아주는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고, 올려주는 걸 공격수들이 잘 처리해준다”고 말했습니다.그러면서 “단독 드리블이 없는 배구인 만큼 서로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고 감독이 이야기한 시너지 효과가 결과로 나타난 게 바로 FBSO 성공률 1위입니다.그리고 리시브 효율보다는 FBSO 성공률이 팀 승리와 연관이 더욱 큽니다.이날까지 프로배구 남녀부 총 218경기 가운데 리시브 효율이 더 높은 팀이 이긴 건 128경기(58.7%)였습니다.FBSO 성공률이 더 높은 팀이 이긴 건 171경기(78.4%)에 달합니다.FBSO 성공률 1위 팀 정관장은 리시브 효율 1위 팀 한국도로공사와 맞붙은 이 경기에서 3-1(25-19, 25-16, 22-25, 25-22) 승리를 거두고 5연승을 질주했습니다.3위 정관장은 이 승리로 승점 56(18승 14패)을 확보하면서 4위 GS칼텍스(승점 48·17승 14패)를 승점 8 차이로 따돌렸습니다.정관장으로서는 7년 만에 ‘봄 배구’ 무대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한 셈입니다.그리고 고 감독이 정관장에 ‘봄 내음’을 선물하게 만든 ‘마법의 주문’은 역시 FBSO 네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FBSO 성공률만 높다고 무조건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여자부 전체적으로 보면 전체 리시브 가운데 37.9%만 득점으로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관장은 3라운드 이전에도 FBSO 성공률 2위(40.6%)를 기록했지만 팀 순위표에서는 3위 GS칼텍스(승점 34·12승 6패)에 승점 10이 뒤진 5위(승점 24·7승 11패)였습니다.전반기 때는 GS칼텍스가 FBSO 성공률 1위(41.2%) 팀이었습니다.당시 정관장은 공이 다시 ‘우리 팀 코트’로 넘어 왔을 때 공격 효율이 7개 팀 중 5위(0.236)에 그친 팀이었습니다.4라운드 이후에는 이 기록이 현대건설(0.304)에 이어 2위(0.284)로 올랐습니다.그러면서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반면 GS칼텍스는 이런 상황에서 전반기에 공동 1위(0.277)였던 공격 효율이 0.248(6위)로 떨어진 상황입니다.랠리가 계속 이어질 때는 감독 역량보다 선수 기량이 더 중요한지 모릅니다.그렇다고 이 부분에서 감독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고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은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그렇게 고 감독은 정관장을 점점 더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중국은 축구를 못한다. 이번 아시안컵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한 골도 못 넣고 탈락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88위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도 한국과 일본이 모두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따낸 2002년 대회 한 번뿐이다. ‘스포츠 강국’ 중국이 유독 축구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오만가지 해석이 나와 있다. 그중 하나가 ‘외아들’ 이론이다. 외아들 이론은 ‘맏형 말고 동생’ 가운데 유명 축구 선수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리오넬 메시, 엘링 홀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해리 케인 모두 형(들)이 있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톱100으로 꼽은 선수 가운데 맏이는 28명밖에 되지 않았다. 선수별 형제 숫자를 근거로 계산한 예상치보다 오차범위 이상 적은 숫자다. 반면 중국 축구 선수는 기본적으로 외아들이라 형이 없다. 중국 정부에서 1978년부터 2013년까지 35년간 ‘한 자녀 정책’을 유지한 결과다. 그럼 유명 축구 선수 가운데 동생이 더 많은 이유는 뭘까. 영국 우스터대 연구진은 “자기 친형보다 축구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주변에서 ‘쟤는 축구에 재능이 있다’고 믿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적어도 친형보다는 축구를 잘하는 동생만이 계속 선수로 선택받게 된다. 거꾸로 맏이는 동생들보다 축구를 못한다는 이유로 ‘자연 도태’당하는 일이 늘어난다. 그렇다면 어떤 동생이 축구를 잘할까. 이번에는 ‘형 말을 잘 따르는 동생’이 정답에 가깝다. 그래야 어린 시절 ‘동네 축구’에서부터 형이 친구들과 뛰는 ‘상위 리그’를 경험할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형 친구들’과 동네 축구를 하면서 동생은 팀원으로서 살아가는 법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축구 좀 잘한다고 형들에게 까불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중국 축구에는 이런 문화가 부족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한 자녀 정책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월드컵 우승 꿈을 파괴해 버렸나’라는 기사를 통해 “한 자녀 시대 선수들은 팀원들과 협력하는 기술(cooperation skill)이 떨어진다”며 “중국 유소년 축구에서는 팀이 점수를 올려도 선수들이 (자기가 골을 넣지 않았으니) 기뻐하지 않는 경우도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외아들, 외딸인 스포츠 유망주에게 가족과 선생님 모두 ‘잘한다, 잘한다’고 칭찬하기 바쁘다. 이런 접근법이 개인 종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희생정신이 필요한 팀 스포츠에서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탁구에서 중국이 세계 최강이 된 이유가 거꾸로 축구에서는 중국이 약체인 이유가 된다는 해석이다.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는 여성도 아이를 1.13명밖에 낳지 않는 나라다. 자연스레 축구 선수 가운데도 형이 있는 동생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 축구는 이 변화에 얼마나 대응하고 있을까.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주장’ 김지수(27)를 비롯해 권예지(27), 김지수(27), 박경란(25), 오혜빈(24), 이수정(24)으로 이뤄진 서울 여자 청각장애 컬링팀이 제21회 장애인겨울전국체육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대회 3연패에 성공한 이들은 21일 기자단 투표에서 총 31표 중 14표를 받아 봉현채(21·경기·노르딕스키·11표)를 제치고 MVP로 뽑혔다.김지수는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이번 체전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에서도 입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서울 컬링팀은 다음 달 튀르키예 에리주룸에서 열리는 데플림픽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2회 연속 입상에 도전한다.이들은 2019년 발텔리나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 데플림픽 입상 기록을 남겼다.청각장애 컬링 선수들도 평소에는 보청기를 끼운 채 비장애인 선수들과 똑같이 연습한다. 다만 ‘실전’에서는 부정 방지 차원에서 보청기 착용을 금지하기 때문에 손동작만으로 의사소통을 나눠야 한다.이번 장애인체전 신인선수상은 김홍준(15·서울·아이스하키)에게 돌아갔다.대한장애인체육회 꿈나무 선수 출신은 김홍준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김홍준은 이번 대회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한편 서울은 총점 3만441.00점으로 경기(2만9886.80점)를 제치고 3회 연속 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인사가 만사’라는 명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그리고 인사를 상징하는 표현은 역시 적시(適時), 적재(適材), 적소(適所)라고 할 수 있다.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프로 스포츠 무대에서는 적시, 적재, 적소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지난해 12월 21일 최태웅 감독(48)을 경질한 현대캐피탈은 필리프 블랑 감독(63)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재미있는 건 블랑 감독이 현재 일본 대표팀 사령탑이라 8월 이후에야 팀을 지휘할 수 있는데도 서둘러 선임 사실을 발표했다는 점이다.현대캐피탈은 이 발표 이후 세 경기에서 승점 3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특히 20일 경기에서 ‘숙적’ 삼성화재에 2-3으로 패하면서 ‘봄 배구’를 향해 진격하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현대캐피탈은 2020년 11월 13일 신영석(38·미들 블로커)을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하면서 ‘리빌딩’을 선언했다.이후 두 시즌 연속 하위권을 면하지 못했던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리빌딩 완성에 한 걸음만 남겨 놓게 됐다.그것도 공수 겸장인 전광인(33·아웃사이드 히터)이 부상으로 ‘봄 배구’ 무대에서 이탈한 빠진 상태로 이룬 성과였다. 그러나 구단 살림살이를 새로 맡게 된 수뇌부는 이 결과를 실패라고 판단했다.그래서 비시즌에 최 전 감독을 경질하려 했지만 “준우승 감독을 자르는 건 무리”라는 내부 반대 의견에 막혀 최 전 감독 체제로 시즌을 맞이했다.구단 수뇌부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선수들이 제일 먼저 안다.실제로 현대캐피탈 선수 중 일부가 시즌 초반에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 않았다는 건 프로배구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최 전 감독 경질 후 진순기 감독 대행(41) 체제에서 현대캐피탈 성적이 반등하자 “원래 올라올 팀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른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문제는 수뇌부가 블랑 감독 선임 사실을 발표하면서 진 대행 역시 ‘차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둘러 공표했다는 점이다.현대캐피탈은 최 전 감독 경질 이후 프런트 물갈이까지 예고한 상태다.이럴 때는 직원들이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 케이스라는 걸 인정해 주셔야 한다’며 자기 살길을 찾아 노력하게 마련이다.이렇게 코트 안팎이 어수선한 팀이 잘 나간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20일 현재 남자부는 1위 대한항공(승점 58)과 6위 현대캐피탈(승점 41)이 승점 17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2위 우리카드(승점 56)와 22일 경기에서 승점 3을 더해 선두로 올라서도 1위와 6위 사이가 승점 18 차이다.프로배구 출범 이후 20년 동안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선두와 ‘뒤에서 2등’ 사이에 이렇게 승점 차이가 적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현대캐피탈은 이렇게 ‘역대급’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즌을 인사 때문에 그르칠 위기에 처했다.어차피 계약 종료를 앞둔 최 전 감독에게 시즌 개막 때까지는 힘을 실어 줬다면…어차피 최 전 감독을 경질했으니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진 대행에게 힘을 실어 줬다면…어차피 사령탑 교체를 결정했으니 프런트는 믿고 맡겨 줬다면…이렇게 모든 인사가 어긋나면서 한때 혁신적 이미지를 표방하는 모기업의 표상(表象) 그 자체였던 현대캐피탈 배구단도 그저 그런 팀이 되고 말았다.하다못해 최하위 KB손해보험도 이미 결정 난 지 오래인 프런트 인사 발표를 시즌 종료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아, 여러분이 막 읽은 기사는 ‘스토리 발리볼’이 아니라 ‘발리볼 비키니’ 맞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12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그와 독점 계약할 권리가 있는 ‘친정팀’ 한화는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했고 류현진도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화는 계약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류현진의 국내 복귀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구단 안팎에 따르면 한화는 류현진과 4년 총액 170억 원을 ‘하한선’으로 잡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류현진의 몸값은 180억 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있다. 이전까지는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37)가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두산과 ‘4+2’년 동안 152억 원에 계약한 게 최고 기록이었다. 한화는 2013년 류현진의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비용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로부터 2573만7737달러(약 343억 원)를 받았기 때문에 170억 원을 줘도 ‘남는 장사’를 한 셈이 된다. 류현진은 2020년 토론토와 4년간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에 FA 계약을 맺는 등 MLB에서 11년간 총 1억2138만 달러(약 1620억 원)를 벌었다.류현진이 지난 시즌 종료와 함께 다시 FA 자격을 얻은 뒤에도 미국 무대에 잔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는 지난해 MLB 윈터미팅 때 “류현진은 내년에도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을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8월 MLB에 복귀한 류현진도 미국 무대에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볼티모어, 샌디에이고 등과 계약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그러나 MLB 30개 전 구단이 스프링캠프 일정에 돌입한 뒤에도 사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사이 한화에서 적극적으로 ‘구애 작전’을 펼치면서 류현진의 마음을 흔드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새 시즌을 준비하던 류현진은 한화가 2차 스프링캠프를 차린 일본 오키나와로 건너가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맏형’이던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다. 올해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고우석(26)은 “우리 팀에 오실 수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같은 팀 김하성(29)도 “우리 팀과 계약했다면 우석이가 특히 좋아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는 “선배님이 심사숙고하신 결과라고 생각한다. 응원하겠다”고 말했다.류현진은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2006년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에 차지하면서 한화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야구 42년 역사상 신인상과 MVP를 동시에 차지한 건 류현진뿐이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뛴 7년간 통산 98승 52패, 평균자책점 2.80, 탈삼진 1238개를 기록했다.2013시즌을 앞두고 MLB 도전을 선언한 류현진은 포스팅을 거쳐 다저스에 입단한 뒤 개막 엔트리에 바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면서 한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 가운데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치지 않고 빅리그에 직행하는 최초의 기록도 남겼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재활 등판을 제외하면 마이너리거 생활을 한 적이 없다.류현진의 MLB 통산 성적은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다. 류현진보다 MLB 통산 승수가 많은 한국인 투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51)뿐이다. MLB에서 124승(98패)을 기록한 박찬호는 39세이던 2012년 한화에 입단해 류현진과 1년을 함께 뛴 뒤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