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용

민동용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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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동용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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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4~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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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냄새 줄여 흡연욕구 불붙인 KT&G, 국내 궐련시장 점유율 64%로 껑충

    KT&G의 냄새 저감 담배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T&G는 기존 담배 냄새를 많이 줄인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 ‘에쎄 체인지 프로즌’ 등으로 지난해 국내 궐련(연초담배) 점유율 64.0%를 기록했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2019년 4월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1000만 갑이 팔렸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1억1000만 갑을 넘었다. KT&G 측은 “최근 2년간 나온 제품 20여 종의 1000만 갑 판매까지 걸린 시간이 평균 14개월인 것에 비춰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의 판매 속도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2013년 ‘에쎄 체인지 1mg’이 판매 시작 4개월 만에 1000만 갑이 팔린 이래 6년 만의 기록이다.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와 프로즌의 인기 비결은 피운 후 입 냄새가 줄어든다는 데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으로 꼽히는 냄새 저감 기능을 일반 담배로 옮겨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그러면서도 ‘맛’은 기존 궐련 제품의 것을 유지했다. KT&G는 ‘스멜(smell·냄새) 케어 센터’를 두고 냄새를 줄인 신제품 개발에 힘써왔다. 2019년 11월에는 입 냄새뿐만 아니라 손이나 옷에서 나는 냄새도 감소시킨 ‘레종 프렌치 클레오’를 만들었다. 스멜 케어 센터에서 개발해 특허 출원한 트리플 케어 시스템, 담배 연기가 덜 배도록 한 궐련용지 등 독자 기술의 성과다. 최근 몇 년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트렌드가 된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를 적용한 제품도 선보였다. 지난달 29일 출시한 ‘88리턴즈’다. 88리턴즈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 출시한 이래 1990년대 담배시장을 휩쓴 ‘88라이트’ 제품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푸른 하늘을 모티브로 색상을 정하고 숭례문을 심벌로 한 원래 디자인을 제품 포장에 그대로 반영했다. 다만 기존 부드러운 담뱃갑 대신 하드 케이스를 써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냈다. 88은 KT&G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영문으로만 제품명을 표기했다. 이익표 KT&G 유레카팀장은 “88 브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담배 본연의 맛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88리턴즈를 내놓았다”며 “88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은 물론 최신 트렌드를 즐기고 싶은 소비자까지 만족시키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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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배업계도 ESG 경영 붐 “연기없는 제품 비중 확대”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이 지난달 “2025년까지 순매출(net revenue·담배소비세 등을 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연소(非燃燒)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하겠다”고 선언하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담배업계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홍보(pitch)’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PMI 순매출의 비연소 제품 비중은 23.8%였다. 담배업계를 지탱해온, 불에 태워 연기를 내뿜는 일반 담배(연초담배) 대신, 가열해서 증기가 나오는 궐련형 전자담배 위주의 비연소 제품을 미래 주축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일반 담배에서 비연소 제품으로의 전환이라는 담배업계의 큰 트렌드는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분야의 성취를 주요 경영지표로 보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투자에 영향을 받았다. ESG 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 자산 규모가 40조5000억 달러(약 4경5000조 원)나 될 만큼 급성장했다. 담배의 해로움 때문에 ESG 투자의 눈 밖에 났던 담배업계도 새로운 투자 트렌드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욕구를 반영해 ‘덜 해로운’ 대체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PMI는 2008∼2019년 연구개발(R&D)에 약 8조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7월 PMI의 궐련형 전자담배(아이코스)를 ‘인체에 대한 유해물질 노출이 감소한 제품(MRTP)’으로 인가했다. FDA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가열했으며 △해롭거나 해로울 수 있는 화학물질(HPHC) 배출이 매우 줄었고 △일반 담배에서 완전히 갈아타면 HPHC 노출이 크게 감소한다는 정보를 아이코스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면서 “대중의 건강에 혜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만큼은 아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유해물질 함유량이 물질별로 80∼95% 적다는 연구는 꽤 된다. 담배업체 자체 연구가 많지만 독립적 조사 결과도 있다. 영국 업체 BAT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배 대체재의 폭을 넓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BAT는 2030년까지 비연소 제품 소비자를 500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PMI도 2025년까지 흡연자 4000만 명을 비연소 제품 소비자로 바꾸겠다고 했다. ESG 투자의 대가인 로버트 에클스 영국 사이드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각국의 광고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측했다. KT&G도 2019년 비연소 제품 사업을 담당하던 제품혁신실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로 격상시키고 그해 230억 원을 R&D에 썼다. 지난해 1월에는 PM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궐련형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PMI 유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담배업계의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국내 전자담배 규제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떤 담배든 담배는 모두 해롭다’는 이분법에만 머물면 흡연자가 ‘가장 해로운’ 일반 담배만 피우게 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위해 저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와 흡연자의 흡연 행태에 대한 적극적 연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금연 정책과 규제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먼저 (궐련형 전자담배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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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인도-濠 “액상형 판매금지”… 美서도 “안전성 입증 불명확”

    세계적 금연 사이트인 글로벌토바코컨트롤에 따르면 2019년 10월 기준으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인도 싱가포르 일본 북한 등 42개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소지하다가 적발되면 체포될 수도 있다. 일본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금지하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HTB·Heat Not Burn) 판매는 허용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궐련형 전자담배로 인해 일본 내 일반 담배 판매량이 34% 줄었다. 2019년 마리화나 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불법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핀 사람들이 급성 폐질환을 일으켜 사회 문제가 됐던 미국은 역설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가 없다. 그러나 정부와 의학계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비롯한 전자담배의 ‘상대적 장기적 안전성’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비벡 머티 전 미 공중위생국장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초미세입자, 가향(加香)물질, 중금속의 위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 국립과학기술의학아카데미도 “액상형 전자담배의 실질적인 위해 감축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호주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금연 보조도구로 승인받으면 판매를 허가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아직까지 승인받은 제품은 없다. 호주의 흡연율이 10%대 초반으로 아주 낮아 액상형 전자담배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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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액상형 전자담배, 일반담배 독성의 5%”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 갑으로 2019년보다 1억4000만 갑 늘었다. 2015년 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뒤 4년 만의 증가다. 일반 담배 판매량은 32억1000만 갑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40만 포드(pod)로 전년의 1690만 포드에 비해 97.6% 줄었다. 액상형 전자담배를 피우다 일반 담배로 회귀한 사람이 많다고 해석될 수 있다. 20년 넘게 금연 운동을 해온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7)에게는 아픈 소식이다. 정 교수는 금연 운동을 하는 의사로서는 ‘특이하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확신한다. 그 확신을 2019년 책 ‘전자담배 위기인가 기회인가’에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풀어냈다. 최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만난 그는 “담배를 없애지 못한다면 좀 더 안전한 담배로 (흡연자들이) 건너가게 할 필요가 있다”며 “액상형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일반 담배)에 비해 1∼5%의 독성만 갖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Public Health England)이 2015년부터 매년 펴내는 ‘영국에서의 액상형 전자담배(Vaping in England: evidence update)’ 보고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무해하지는 않지만 일반 담배보다 적어도 95%는 덜 해롭다’고 밝힌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한 니코틴이 든 액상에 열을 가해 발생하는 증기(aerosol)를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일반 담배 성분 중 인체에 매우 해로운 타르와 일산화탄소는 없다. PHE 보고서는 일반 담배가 내는 발암물질 등 유해 성분 일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있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으며, 발암 가능성은 일반 담배의 0.5% 이하라고 발표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궐련형 전자담배와는 다르다. 최근 유행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흔히 가열담배(HNB·Heat Not Burn·태우지 않고 가열함)라고 부른다. 2019년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급성 폐질환(EVALI)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 결과 EVALI는 대마초 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든 전자담배를 피운 사람이 대부분 걸렸다.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성분이다. 하지만 사용 중단 권고 조치는 그대로다. 액상형 전자담배 효과에 대한 찬반이 공존하는 미국에서도 ‘개인에게는 덜 해롭다’는 연구가 나온다. 미국 과학기술의학한림원(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Medicine)은 2018년 보고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공중보건 결과(Public Health Consequences of E-cigarettes)’에서 ‘일반 담배를 전자담배로 완전히 교체하면 다양한 독성물질과 발암물질 노출이 줄어든다’고 했다. 정 교수는 “미국은 ‘개인에게는 덜 해롭지만 청소년과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은 아직 모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담배와의 전쟁 중인데 새로운 적이 또 나타났다’는 프레임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지하는 나라도 있다. 금연 효과에 대한 엇갈리는 연구 결과가 매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도 건강에 해롭다면서 나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효과를 이해할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흡연자가 아닌 청소년이 전자담배를 피우면 나중에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확률이 2배로 늘어난다는 증거들이 나타난다고도 밝힌다. 정 교수의 임상 경험상 흡연자 100명 중 97명은 금연에 실패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그럼 이들에게 가장 해로운 일반 담배를 다시 피우라고 할 것인가’였다. ‘담배를 못 끊겠으면 덜 해로운 걸로 바꾸세요’라고 해줘야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론의 장은 국내에 아직 없다. “일반 담배는 20년 된 디젤차고 액상형 전자담배는 하이브리드 최신형입니다. 저는 빨리 하이브리드로 바꾸자고 하는데 (정부 등에서는) ‘하이브리드에서도 매연은 나오잖아’ 하는 겁니다. 이러면 토론이 될 수 없죠.” 정 교수는 “정부나 독립 기관에서 연구 결과를 정확히 발표하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저 같은 사람 이야기와 반대 목소리가 균형을 이루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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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분우유’ 코로나 사투 의료진 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의 많은 의료진이 1년 넘게 고생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의 건강도 아랑곳하지 않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키는 일에 땀을 흘린다.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이 협업해 최근 출시한 ‘덕분우유’의 판매액 일부는 누구보다 고생하는 이들 의료진에게 후원된다. 덕분우유는 판매액의 5%를 적립해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현장의 의료진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후원금과 후원품 형태의 기부는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이 5 대 5 비율로 맡게 되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현장의 의료진에게 전달된다. 국산 1A등급 원유(原乳)로 만드는 덕분우유는 농협하나로유통과 남양유업의 ‘덕분에 챌린지’ 활동의 하나로 탄생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진에게 응원과 격려를 더해주자는 취지에서 덕분우유를 만들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우리 모두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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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없이 간편하게 먹는 세라마이드

    30대가 되면 피부에 수분을 머금게 하는 세포 사이 지질(脂質)의 세라마이드가 줄어들어 관리가 필요하다. 매일유업은 바르는 화장품으로만 국내에 알려진 세라마이드를 먹을 수 있도록 분말 형태로 만든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를 내놓았다. 셀렉스 밀크세라마이드 한 포에는 우유 1L에서 1g만 추출할 수 있는 밀크세라마이드(600mg)와 일반 콜라겐보다 흡수율이 높은 저분자 피시 콜라겐 1000mg, 비타민C 100mg(하루 권장 섭취량)이 담겨 있다. 요거트 맛을 더해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네이버 매일유업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채널에서 살 수 있다. 28일 오전 8시 50분 CJ홈쇼핑에서 선보인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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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딱한 뉴스, 쉽게 풀어 배달해드려요”

    《1981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그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합친 MZ세대는 사회의 빠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MZ세대의 욕구와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슬기로운 MZ라이프’에서는 MZ세대가 세상과 만나고 역동적으로 바꿔나가는 현장을 소개한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세상이 안 궁금하냐!’ 밀레니얼 세대는 바쁘다. 직장이나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각종 스펙을 쌓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인스타그램도 한다. 세상일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뉴스는 딱딱하고 용어는 낯설며 맥락은 오리무중이다. ‘사법 농단’이 언제 때 일인가. 그걸 알아볼 시간이 없을 뿐 세상에 무관심하지는 않다. 누가 속 시원하게 정리해 줄 수 없을까.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Newneek)’은 2030세대의 이 욕망을 파고들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아침마다 시사 뉴스레터를 e메일로 보낸다. 그날 점심 자리에서 화제로 떠오를 만한데 한두 마디 끼지 못하면 자존심 상할 법한 사회 경제 정치 등 이슈를 3건 갈무리해 준다. 여기에 각 140자 안팎의 ‘가성비 좋은 1분 뉴스’ 3건을 덧붙인다. 201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해 2년여 만에 ‘뉴니커’라 칭하는 구독자가 28만 명을 넘었다. 90% 이상이 20대와 30대다. 뉴닉은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를 멀리하게 만든 ‘(기존 기사의) 엄숙하고 건조하며 일방적인 어투와 문법’을 뒤집는다. 이른바 ‘뉴닉투’인 대화체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다. 어떤 사건을 친구에게 알릴 때 “있잖아 ∼했대” 하듯. 종결어미도 ‘∼습니다’ 대신 ‘∼라고’ ‘∼예요’ ‘∼고요’를 선호해 입말에 가깝게 친숙함을 더한다. 문장 구성은 대화처럼 문답식이 많다. 예컨대 국무총리가 정세균으로 바뀐다고 하면 누구나 알 것 같지만 ‘국무총리가 뭐더라?’부터 풀어준다. 이를 ‘배경을 풀어준다’고 한다. 그 다음은 ‘정세균은 누구지?’이다. 시사뉴스 총괄 최창근(닉네임 근) 에디터(30)는 “다음 내용이 궁금한 독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듯 뉴스레터에 자연스럽게 이끌리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제일 우선순위는 독자다. 아이템 선정도 ‘독자가 원하는 것일까’라는 원칙 아래 시의성, 관련성, 복잡성, 신선함 등을 확인하는 내부 기준과 매뉴얼에 따른다. 따로 편집장 없이 매일 쓰는 당번과 편집 당번이 돌아가면서도 큰 차이 없이 아이템을 결정할 수 있는 이유다. 독자 중심의 첫 번째 원칙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이다. ‘국무총리가 뭐야?’라고 해도 될 텐데 ‘∼뭐더라?’ 한 건 ‘(국무총리가 뭔지) 들어봤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까 한번 들어볼까’ 하는 뉘앙스다. ‘∼뭐야?’는 독자가 아예 모른다고 전제하는 투다. 다음은 ‘독자의 판단을 존중한다’. 서비스 초반 ‘사실은 이래요’ 식의 에디터 코멘트를 넣었지만 나중에 덜어냈다. ‘스스로 공부하고 생각한 뒤 판단하고 싶다’는 독자 반응을 수용했다. 그리고 환경, 성(性)소수자, 페미니즘같이 ‘양보할 수 없는 가치는 타협하지 않는다’. 이런 이슈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뉴노멀이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의 감수성을 깊게 살핀다. 최신 유행어나 신조어도 특정 집단이나 계층을 비하한다고 판단되면 쓰지 않는다.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말이 어린이를 서툴고 어리석은 존재로만 한정한다며 ‘주마추어(주식+아마추어)’라고 쓰는 식이다. 독자 피드백은 그래서 중요하다. 뉴스레터당 1000건 정도 피드백이 달린다. 6000개가 넘은 것도 있다. 소통을 통해 진화하는 셈이다. 뉴스레터 작성은 밀레니얼 세대인 뉴닉 구성원 10여 명에게 모두 열려 있다. 누구나 수정하고 팩트체크 할 수 있다. 글 좀 써봤다고 해도 ‘다른 말을 배우는’ 과정을 두세 달 거쳐야 익숙해진다. 뉴닉은 김소연 대표(킴·27)가 미국 워싱턴 로버트F케네디인권센터에서 했던 인턴 경험에서 출발했다. 미국인 직원들의 정치 관련 대화에 끼고 싶었지만 도무지 맥락을 파악할 수 없던 그에게 한 시니어가 ‘모닝브루’ 같은 뉴스레터를 추천했다. 구독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 해보고 싶다’며 귀국한 킴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지금의 모양새를 갖췄다.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생존이 목표인 스타트업일 뿐이다. 그래도 뉴닉은 밀레니얼 독자들이 세상 이야기 너머의 지식과 복잡한 이면에까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려 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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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추위때 길에서 車 멈추면 낭패… 배터리 충전상태 미리 확인을

    지난달 기습 폭설과 영하 18도의 강추위로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돼 길에서 멈춰선 경우가 많았다. 함박눈이 쏟아진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한 대형 손해보험사 콜센터에 들어온 긴급출동 서비스 요청은 평소의 4배까지 늘었다고 한다. 늦겨울 한파와 꽃샘추위가 남아 있어 자동차 배터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시동을 걸 때 전동기 및 점화 계통 기기와 차의 램프 오디오 히터 등에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배터리는 낮은 외부 기온, 교환 주기 경과, 블랙박스 상시 녹화로 인한 전력 소모, 장기 주차, 발전기 불량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방전이 된다. 이 중에서도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엔진을 돌리는 힘은 더 필요하지만 배터리 출력은 오히려 더 떨어진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인 경우 배터리는 급속히 방전된다. 기온이 25도일 때 배터리 출력을 100이라고 하면 0도는 63, 영하 18도는 46, 영하 30도는 30이 된다. 반면 엔진을 돌리는 힘은 25도인 경우 100이 필요하다면 0도는 165, 영하 18도는 250, 영하 30도는 350이나 필요하다. 기온이 지난달처럼 영하 18도를 나타내면 배터리 성능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엔진을 돌리는 힘은 평소의 2.5배가 필요해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것이다. 추운 날 차가 멈춰서는 불상사를 막으려면 평소 배터리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차량 보닛을 열고 배터리 케이스를 살펴보면 위쪽에 배터리 충전 상태를 알려주는 동그란 상태창이 있다. 이 색이 녹색이면 정상, 흑색은 충전 요망, 백색은 교체 필요를 뜻한다. 장기 주차 차량은 지하주차장 같은 실내에 세워놓거나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시동을 걸어주면 좋다. 차량 블랙박스는 주차 모드로 하고 저전압 보호 값을 12.0∼12.2V에 설정해야 한다. 김승기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가 이어지면 배터리 출력이 절반 이하로 낮아져 시동이 안 걸리기 쉽다”며 “차량의 배터리 충전 상태를 틈틈이 점검해야 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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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선물로 안성맞춤 면역증강제 풍부한 맛 더한 홍삼농축액

    정관장(正官庄) 홍삼의 역사는 1899년(고종 36년) 대한제국 탁지부 삼정과(蔘政課)까지 122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정관장이란 말은 6·25전쟁 이후 홍콩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진 한국 홍삼을 모방한 북한 및 중국 제품이 나오자 1956년 홍콩 신문 광고에 ‘한국 정부에서 만든 진짜 고려인삼’이라는 뜻으로 처음 등장했다. 국내 홍삼 제품 부동의 1위인 정관장 홍삼은 토양 선정부터 원료 관리, 제조, 제품 완성까지 8년간 KGC인삼공사의 관리와 감독 아래 100% 계약 재배된다. 7차례에 걸쳐 290개 항목의 안전성 검사를 받는다. 연매출 3000억 원이 넘는 홍삼 농축액 ‘홍삼정’ 시리즈는 서울 등 전국 14개 광역시도에서 누적 매출 1위다. 사포닌과 아미노산, 아미노당, 홍삼다당체, 미네랄 등 6년근(根) 홍삼의 유효 성분을 농축해 본연의 맛과 향이 풍부하다. 맛이 풍부하고 진한 ‘홍삼정 프리미엄 라인’은 설 선물로 좋다. ‘홍삼정 천(天)’은 상위 0.5% 6년근 천삼(天蔘)으로 1년에 3000병만 생산한다. 지삼(地蔘)이 원료인 ‘홍삼정 마스터클래스’ ‘홍삼정 리미티드’도 부드럽고 맛이 깊다. 정관장은 2월 14일까지 ‘올 설엔 면역력을 선물하세요’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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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G 전자담배 ‘릴’ 해외진출 본격화

    KT&G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성공 궤도에 진입했다. 필립모리스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보다 한발 늦었지만 연구개발(R&D) 투자를 앞세운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2017년 선보인 뒤 국내 기기 판매점유율이 지난해 10월 편의점 판매량 기준 60%를 넘어선 릴은 지난해 8, 9월 전자담배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고 시장 규모도 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진출했고, 10월에는 일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스피드와 혁신 KT&G는 지난해 1월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PMI의 세계 유통 채널을 통해 릴을 판매하기로 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독자 진출의 위험을 줄이면서도 PMI의 유통망을 활용하면서 효과를 높인 것이다. PMI로서는 글로벌 판매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루 갖추게 됐다. PMI는 KT&G의 스피드와 혁신에 주목했다. 2015년 10월 취임한 백복인 사장(사진)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릴을 시장에 내놓은 후 3년간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7개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같은 기간 경쟁사에서 평균 4개 모델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휴대성과 편의성, 그리고 연무(煙霧)량 등을 꾸준히 보완하며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릴은 시장에 나온 지 100일 만에 판매량 20만 대를 돌파했고 잇달아 선보인 ‘릴 플러스’ ‘릴 미니’ 등도 반응이 뜨거웠다. ‘릴 하이브리드’는 KT&G의 독자 기술이 집약된 것으로 2018년부터 2년 연속 한국소비자포럼 주관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인체공학적, 실용적 디자인으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3월 미국 면세박람회에서 공개되자 200여 해외 바이어팀으로부터 ‘아름답고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꾸준한 R&D KT&G는 담배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져가는 R&D를 꾸준히 강화했다. 냄새 저감을 비롯해 소비자 취향은 세분화하고 담배 형태도 다양화하는 가운데 날로 변화하는 소비자 욕구에 발맞춘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력을 키워왔다. 전자담배 마케팅 개발조직을 NGP(Next Generation Product)사업단으로 격상한 백 사장은 R&D 투자와 인력을 확대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술 리더십’을 강조했다. R&D 투자는 2015년 126억 원에서 2019년 230억 원으로 늘어났다. 기술 리더십은 특허 출원 및 제품 개발 조직과 인력 확대로 이어졌다. 2016년 차세대 담배 제품을 개발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전문 인력도 2배 이상 늘렸다. 직무발명보상제도 확대 같은 지원 정책도 늘어났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KT&G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 3일까지 전자담배 관련 961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309건)보다 해외(652건)가 2배 이상이다. 특허 출원 건수는 2016년 43건, 2017년 95건, 2019년 431건 등으로 해마다 갑절 이상 성장했다. 릴의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의 해외 출원도 증가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 12월 3일까지 국내 포함 13개 국가에서 특허권 1408건, 68개국의 상표권 2147건, 14개국의 디자인권 697건 등 총 4252건이다. 국내(1027건)보다 해외(3178건) 출원이 3배 이상으로 많다. KT&G 관계자는 “전자담배 시장은 누가 더 빨리 기술혁신을 이뤄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되느냐의 싸움”이라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편의성을 높인 새로운 전자담배 플랫폼을 계속 내놓으면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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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그곳은 ‘죽음의 소년원’이었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1960년대 초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할머니와 살며 호텔 접시닦이, 잡화점 점원을 하는 흑인 소년 엘우드. 빈곤하지만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이런 연설 음반을 들으며 대학에 들어가 민권운동에 참여할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흑인이라는 이유로 어이없게 자동차 도둑 누명을 쓰고 ‘니클(Nickel)’이라는 소년 감화원에 수감된다. 이곳은 감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름(니클은 미국 5센트 동전)처럼 원생들은 ‘5센트짜리만도 못한’ 삶을 산다. 감화원 교장과 직원들은 물품을 빼돌리거나 원생 노동력을 착취해 사리사욕을 챙긴다. 이곳에서 ‘정의는 동전 던지기와 같아’ 원생에 대한 채찍 폭력과 학대가 일상이고 그로 인한 죽음은 은폐된다. ‘우리 자신을 위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고 믿던 이상주의자 엘우드는 점점 ‘침묵의 미덕’을 받아들이게 된다. 읽다 보면 ‘쇼생크 탈출’ 같은 이야기 전개를 기대하게 되지만 희망은 희박하다. 흑인 차별문제에 천착해온 저자는 2016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이어 올해 이 작품으로 두 번이나 퓰리처상을 받았다. 니클은 1899년부터 2011년까지 플로리다주에서 운영되던 실제 소년원이 모델이다. 이 소년원 주변에서 발굴된 유골은 80건이 넘는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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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허시먼은 실용적 이상주의자”

    앨버트 허시먼(1915∼2012)은 보수(혹은 반동)의 수사학을 분석한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책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언뜻 정치학자나 사회학자처럼 보이지만, 분배기능이 경제발전의 동력일 수 있다는 ‘터널이론’이나 1960, 70년대 제3세계(저개발국)의 개발경제론으로 이름난 경제학자다. 그가 수학이론을 사용하지 않아서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이 책은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가 쓴 허시먼 평전이다. 영어 원제 ‘세속의 철학자: 앨버트 허시먼의 오디세이’에서 드러나듯 허시먼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공부에만 몰두한 학자가 아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독일 베를린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10대 후반에 반(反)나치운동을 벌이다 독일을 탈출했다. 스페인 내전 때는 반파시즘 진영에서 싸웠고 미국으로 건너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군으로 참전했다. 이후 경제학자로 미국 정부에서 전후 유럽부흥계획인 마셜플랜을 다듬었지만 매카시즘의 광풍에 휘말려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나 남미 개발계획 작성에 힘을 보탰다. 1970년대 남미 독재에 좌절하기도 했다. 허시먼은 혁명과 반혁명,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같이 시대와 역사를 초월해 적용 가능한 유토피아적 거대담론과 계획을 경계하고, 그 사이에 개혁의 영역이 있다고 확신한 실용적 이상주의자였다. 그에게 개혁은 무성한 논쟁과 갈등 속에서 ‘인류를 조금 더 낫게 만들겠다는 열망’이 추동해 변화해 나가는 것이었다. 진보주의자에 반자본주의자로도 알려져 있지만 허시먼은 ‘경직되고 비타협적인 형태의 주장들이 선택지와 대안의 범위를 좁혀 버림으로써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한 급진적 점진주의자였다. 그에게 한 사회의 민주적 수준은 ‘자신에게도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집단들이 열린 대화를 유지할 수 있는 역량’이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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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이 쓰는 법]‘즐거운 수다’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학교 뒷동산에 나타난 바바리맨을 오히려 놀려주고, 반지하방 하수가 역류해 화장실 오물로 이불까지 흠뻑 젖고, 술 취한 뒤끝에 일어나 보니 앞니 4개가 반 토막이 나 있다. 한날 동시에 연애를 시작한 친구가 한 달 되도록 키스를 못했다고 하자 “뭔 개소리야, (난) 섹스를 몇십 번 했는데” 하고 핀잔을 놓는다. 막내 시절은 벗어난 방송작가 강이슬(29·사진)의 에세이집 ‘새드엔딩은 없다’(웨일북)는 웃긴데 짠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등굣길. 영세민 아파트 1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외로워도 슬퍼도 울긴 왜 울어’(‘캔디’ 주제가)를 불렀다는 강 작가의 글에는 우울도, 슬픔도 아닌데 눈물이 자글자글하다. 9일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만난 그는 “의도하지 않고 밝게 쓴 건데, 웃어넘길 수 있고 웃어넘긴 채로 쓴 건데, ‘웃프다(웃긴데 슬프다)’고 하네요. 제가 좀 짠한가 봐요”라며 웃어넘겼다. 넉넉지 않은 집 맏딸로 서울 생활 10년, 방송작가 생활 7년에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를 거쳤고, 첫 봉급 34만8000원을 받고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 이름 적으며 욕하는 데 일기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그와 그의 글에는 긍정의 에너지가 물씬하다. “대학 4년간 산 고시원이 작은 줄 몰랐어요. 고교 때 기숙사 한 방에서 10명이 2층 침대 5개 놓고 잤는데, 고시원은 침대도 책상도 혼자였으니 ‘꿀’이었죠. 반지하에서는 옆집 소리 안 들리니 좋고, 옥탑방으로 갔는데 빛이 들어오더라고요.” 2년쯤 전 기획하던 프로그램이 엎어지며 전기 끊기고 월세는커녕 수도요금도 밀렸을 때 ‘나만 빼고 다 잘사는데, 이러려고 대학 나왔나’ 하는 생각에 ‘딱 한 번’ 슬럼프가 왔지만 채 일주일을 안 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가 말도 안 되게 재미있어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꿨지만 아직 글쓰기를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취미다’라고 명심해요. 지구력도 끈기도 없는 제가 재미있게 오랫동안 하고 있는 유일한 거거든요. 지칠 때까지 하지 않아도 되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부담감만 갖자고 해요. 이걸로 성공해야 한다, 그런 거 말고요.” 그의 글은 시트콤 같고 콩트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문단 하나하나를 각각의 신(scene)으로 생각하고 글을 써서일지도 모르고, 이제 우리 나이로 갓 서른인 그의 삶에 ‘나만 알고 죽기 아까운 에피소드가 너무 많이 생겨서’일지도 모른다. 멋져 보이려 하지 않는 글을 쓰는 데 온 신경을 쓰고 있다는 강 작가는 ‘아, 친구랑 수다 떠는 기분’이라는 독후감이 가장 듣기 좋단다. “킬링타임용으로 보다가 저절로 집중되는 미드 같은 글, ‘나는 왜 이렇게 못 살지, 내일부터 달라져야지’ 말고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정도의 글,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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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계발-돈 이야기 가장 많이 읽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상을 뒤흔든 올해 독자들은 자기계발 및 경제경영서를 많이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7일 발표한 올해 베스트셀러 및 도서판매 동향 분석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톱10 안에 ‘더 해빙’(1위) ‘돈의 속성’(2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4위) ‘존 리의 부자 되기 습관’(6위)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7위) 등 5권이 들었다. 지난해는 2권이었다. 지난해 종합 1∼3위였던 에세이는 한 권도 들지 못했다. 교보문고 측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적 생존에 대한 열망, 부와 행운에 대한 생생한 욕망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위 안에 소설은 손원평의 청소년 소설 ‘아몬드’가 유일하게 3위에 올랐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소설, 세계문학전집, 청소년소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책 제목에 ‘코로나’ ‘팬데믹’ ‘전염병’ ‘바이러스’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도서는 매년 20종가량 출간돼 1만 권 안팎으로 팔렸지만 올해는 392종이 출간돼 총 20만 권이 나갔다. 교보문고 전체 도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 상승했다. 증감률을 보면 초등학습(31.0%) 과학(29.4%) 경제경영(27.6%) 정치사회(23.1%) 취미·스포츠(20.2%) 분야는 크게 늘었고, 여행(―62.3%) 잡지(―19.1%) 외국어(―9.5%)의 하락세가 컸다. 교보문고는 이 같은 트렌드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잠시 멈춤(PAUSE)’을 내세웠다. 팬데믹(Pandemic), ‘집콕’도 즐겁다는 얼론(Alone), 비대면 채널 성장의 언택트(Untact), 주식 투자 열기의 스톡(Stock), 교육도서 급증의 에듀케이션(Education) 등의 영어 머리글자를 땄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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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머릿속 별들아, 영원한 인생이 어딨니”

    뇌종양 투병 중인 시인 김점용(55·사진)의 시집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걷는사람)가 최근 출간됐다. 2017년 별처럼 생긴 성상세포에서 암이 생겼다는 판정을 받은 이후 쓴 시와 이전 미발표 시 등 48편을 동료 시인들이 묶었다. 어쩌면 시인의 ‘마지막’ 시집이 될지 모를 이 책의 시들은 신산했던 삶의 마디마디와 죽음에 대한 관조(觀照)를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불안하게 담았다.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영원히 사는 인생이 어딨어/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스위스행 비행기’ 중) 5년 전 결혼한 아내와의 단꿈이 3년 만에 흐트러지던 순간, 별 모양 종양을 머리에 인 시인은 ‘존엄사가 인정되는’ 스위스행을 꿈꾼다. 경남 통영 출신이며 가정형편이 어려워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다. 그렇게 7년 만에 서울시립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다 1997년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 시로 등단하고 문지시선에서 시집을 두 권 냈다. 대학원에 들어가 2003년 ‘서정주 시의 미의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8년 모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조교수가 됐다. 2012년 석연치 않은 ‘연구업적 부족’을 사유로 해임된 뒤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패소한다. 그 심정을 시인은 ‘법원 앞마당은 자꾸 꿈틀거렸다/뱀장어가 발목을 감는다’(‘우나기’ 중)고 털어놓는다. 2013년 경북 청도에서 목수 일을 배워 한옥 목수로 일했다. ‘빈 술잔 속에 집터를 잡고/빗소리를 깎아 집을 세운다/세상에서 가장 크고 외로운 집/찬란히 들어’설 뿐이다.(‘술잔 속에 집을 짓다’ 중)시인은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서 ‘잘 못 보고, 잘 못 듣고, 잘 걷지 못하는 몸’으로 있다. 지인에게 보낸 시집 50부에는 서명 대신 그의 오른손 네 손가락이 찍혀 있다. 펜을 쥐지 못하는 시인의 손을 부인이 잡고 찍었다. 시인은 “여보, 이 시집은 당신 거야. 고마워”라고 ‘시인의 말’에 썼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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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이 만드는 법]“고양이와 사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

    어스름해지면 학교 뒤쪽 골목길 ‘종로매점’ 앞 차 밑으로 길고양이 몇 마리 기어들어갔다. 웅숭그리듯 앉아 구멍가게를 주시한다. 가게 창으로 새 나오는 불빛이 이들의 실루엣을 드러낼 때,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45·사진)는 좋았다. “가게 할머니가 나와서 음식을 챙겨주길 기다리는 고양이들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먹을 것을 챙겨줬죠.” 야옹서가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양이 책만 전문으로 낸다. 최근 ‘말괄‘냥이’ 삐삐’(글·사진 박단비)를 펴낸 고 대표를 2일 서울 종로구 카페 이마에서 만났다. 고 대표는 국내 ‘고양이 작가 1세대’로 꼽힌다. 길고양이에 ‘꽂혀’ 2002년 한 웹진 기자로 일하면서 디지털카메라로 길고양이를 찍고 고양이를 아끼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2007년 낸 첫 길고양이 사진 에세이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는 6쇄나 찍었다. “일반인 머릿속의 길고양이는 쓰레기봉투를 찢고 사람을 보면 겁에 질려 도망가는 ‘무법자’ 느낌이죠. 그런데 길고양이들이 사는 공간을 찾아가보면 엄마가 새끼를 돌보고, 먹을 것 놓고도 동료끼리 줄서서 기다려요. 우스우면서도 귀여운 이들이 사람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눈을 맞춰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죠.”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혼자 다 쓰기에는 한계가 있어 책을 내보자고 생각해 잡지사를 퇴직하고 2017년 7월 출판사를 열었다. 첫 책은 제주도로 현실 도피하듯 떠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던 여성이 하얀 길고양이를 만나 서로에게 가족이 돼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기록 ‘히끄네 집’이었다. 한 달 만에 5쇄를 찍고 1만5000부가 나갔다. 야옹서가는 ‘말괄‘냥이’ 삐삐’처럼 큰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는 ‘성묘(成猫)’ 이야기, 아이와 고양이를 같이 키우면서 사는 모습을 다룬 ‘육아·육묘(育猫)’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 사진집을 낸다. “고양이가 피사체로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대상이라는 사실에 더해 사람과 살아갈 때의 기쁨 슬픔 문제들을 다같이 보자는 뜻에서 책을 만들고 있어요. 고양이의 생로병사 중에서 ‘로병사(老病死)’는 생각을 잘 안 하시죠.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고양이 입양은 보류하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고양이가 버려지는 이유 중에는 결혼 임신 출산이 있다고 한다. 고 대표는 “아이 낳을 텐데 무슨…” “털 날리는데…” 같은 배우자나 배우자 가족의 반대를 설득할 근거를 책으로 만들고도 싶었다. 올 10월 펴낸 ‘가장 보통의 가족’(글·사진 김동건)은 수의사가 아이와 고양이를 같이 기르는 이야기다. 이달 말에는 고양이의 말기 간호와 임종, 그리고 사후를 맞는 마음의 준비를 가르쳐주는 만화책을 낸다. “고양이는 종(種)이 다른 가족이에요. 맞아들이는 데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죠. 입양이 너무 쉬우면 안 돼요.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그런 정보를 알려주는 데 책만 한 것은 없어요.”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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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감별사’ 모여 국내 최강 서평지 만든다

    2014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The 50 Year Argument’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미국의 문화적 담론을 선도하는 서평지(書評誌) ‘뉴욕리뷰오브북스(NRB)’ 창간 50주년 기념작이다. 그는 “나를 키운 것은 상당 부분 NRB였다”고 했다. ‘한국의 NRB’를 표방하는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SRB)’가 이달 하순 태어난다.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철학 건축학 정치학 등을 전공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명지대 등의 교수와 전문가 13인이 편집위원이다.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편집장인 이 대학 홍성욱 생명과학부 교수(59)와 편집위원 박훈 동양사학과 교수(54), 송지우 정치외교학부 교수(40)를 만났다. “지난해 몇몇 출판사와 접촉했는데 모두 ‘한국에서 서평지는 안 된다’고 했어요. 고민하다가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책에서 ‘한국에도 NRB 같은 서평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구절을 보고 함께 마음 맞는 사람을 모아 보자고 했지요.”(홍 교수) 그렇게 50대 남성 8명과 30, 40대 여성 5명이 모여 SRB의 성격과 방향을 논의했고 올가을 창간준비호(0호) 제작에 들어갔다. 계간지 형식이며 온라인 버전도 만든다. 신간 대 구간, 학술서 대 대중서, 번역서 대 미(未)번역서 등의 비율을 6 대 4에서 8 대 2로 구성한다. 내년 창간호(1호)에는 국내 번역되지 않은 ‘오바마 회고록’ 서평이 실린다. 박 교수는 “국내 학술 출판과 번역 수준이 높아져 자연스럽게 서평지가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의 ‘보고 말하는’ 시대에 ‘읽고 쓰는’ 서평의 목적은 무엇일까. “책을 낸다는 건 자신의 아이디어로 독자에게 대화를 신청하는 거고, 서평은 ‘그래 대화 하자’고 화답하는 거라고 봐요. 책을 내는 작업이 가치 있다면 서평은 그 가치를 존중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송 교수) 박 교수는 크게 발전한 우리 사회에서 부족한 ‘지적인 대화’의 계기를 SRB로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어떤 사태나 사물에 지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가 너무 부족해요. 그 한계를 돌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SRB가 지적인 대화의 큰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SRB는 기존 학계의 ‘주례사 서평’을 뛰어넘어 책을 읽고, 얘기하고, 토론하기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책의 진정한 의미와 맥락을 알 수 있게 하려고 한다. 따라서 가독성과 글 읽는 재미를 놓치면 존망이 위태롭다고 본다. 홍 교수는 “NRB나 ‘런던리뷰오브북스’도 어려운 과정을 겪다 사회의 지적 공동체와 같이 성장했어요. 우리도 ‘본격’ 서평지를 통해 세상과 사물과 인간을 한 겹 더 깊게 이해하고 즐기는 문화를 같이 만들어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SRB 제작은 서울대 지원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에서 후원자를 모아 이뤄졌다. 개시 2시간 만에 목표 후원금 300만 원이 채워졌고 이날 현재 약 3000만 원이 모였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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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에 銀 안긴 소치올림픽, 개최국 효과 비정상적”

    2014년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채점 결과에 개최국 효과(host effect)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 경기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는 매우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개최국 효과는 ‘선수가 개최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얻는 추가 점수’를 뜻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종희 교수(48)는 최근 편저한 ‘정치학 방법론 핸드북’(사회평론아카데미)의 베이지안 분석을 소개하는 장(章)에서 김 선수에 대한 사례 분석 결과를 밝혔다. 베이지안 분석은 조건부확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베이스 정리(定理)’를 토대로 통계적으로 불확실한 사실을 확률론적으로 기술하는 과학적 접근법을 말한다. 모든 관측 자료와 결과는 정량적이 아니라 확률 분포의 형태로 분석되고 표현된다. 소치 올림픽에서 김 선수는 무명에 가까웠던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김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 74.92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144.19점, 총점 219.11점을 받았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쇼트 74.64점, 프리 149.95점, 총점 224.59점이었다. 당시 세계 여론은 ‘대체로 공정했다’보다는 ‘홈 어드밴티지(개최국 효과)가 지나쳤다’가 우세했다. 박 교수는 ‘소트니코바의 점수가 부정(不正)이냐 아니냐’를 알아보기 위해 ‘개최국 효과가 지나쳤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베이지안 분석으로 검증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 효과가 통상적인 개최국 효과의 수준을 넘었을 확률이 얼마냐, 즉 얼마나 정확성을 가지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분석 대상은 피겨스케이팅 채점의 기술점수와 예술점수 가운데 심판의 주관적 평가에 해당하는 예술점수로 한정했다.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 효과를 이전 26개 대회 개최국 효과의 평균적 크기와 비교해 본 결과 통상적인 수준의 개최국 효과의 범위를 확연히 벗어났다. 통상적인 개최국 효과의 분포로 환산하면 평균적 크기는 2.42였는데 소치 올림픽의 경우 6.73이었던 것. 이어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 효과가 통상적 개최국 효과보다 클 확률, 즉 비정상적 개최국 효과일 가능성을 수치로 표현해 보니 쇼트 0.936, 프리 0.973, 쇼트와 프리 모두 0.911이 나왔다. 0은 개최국 효과가 이전 대회들과 차이가 없는 것이고 1은 이전과의 차이가 최대라는 의미다. “100번 시뮬레이션하면 쇼트는 94번, 프리는 97번 정도 소트니코바가 항상 개최국 효과를 통상적인 수준보다 많이 받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90%의 확률로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 효과는 통상적 개최국 효과보다 훨씬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적 개최국 효과였다면 김연아 선수가 10번 중 9번은 금메달을 따야 하는 거였죠.”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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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트니코바에 금메달 내준 김연아…개최국 효과 비정상적으로 커”

    2014년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채점 결과에 개최국효과(host effect)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이 경기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는 매우 합리적이었다는 것이다. 개최국효과는 ‘개최국 선수가 오직 개최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얻는 추가점수’를 뜻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종희 교수(48)는 최근 편저한 ‘정치학 방법론 핸드북’(사회평론아카데미)의 베이지안 분석을 소개하는 장(章)에서 이 같은 사례 분석 결과를 밝혔다. 베이지안 분석은 조건부확률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베이즈 정리(定理)’를 토대로 통계적으로 불확실한 사실을 확률론적으로 기술하는 과학적 접근법을 말한다. 모든 관측 자료와 결과는 정량적이 아니라 확률분포의 형태로 분석되고 표현된다. 소치 올림픽에서 김 선수는 무명에 가까웠던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김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 74.92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 144.19점, 총점 219.11점을 받았다. 반면 소트니코바는 쇼트 74.64점, 프리 149.95점, 총점 224.59점이었다. 당시 세계 여론은 ‘홈 어드밴티지(개최국효과)가 지나쳤다’와 ‘대체로 공정했다’가 엇갈렸다. 박 교수는 ‘소트니코바의 점수가 부정(不正)이냐 아니냐’를 알아보기 위해 ‘개최국효과가 지나쳤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베이지안 분석으로 검증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가 통상적인 개최국효과의 수준을 넘었을 확률이 얼마냐, 즉 얼마나 정확성을 가지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고 말했다. 분석 대상은 피겨스케이팅 채점의 기술점수와 예술점수 가운데 심판의 주관적 평가에 해당하는 예술점수로 한정했다.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를 이전 26개 대회 개최국효과의 평균적 크기와 비교해 본 결과 통상적인 수준의 개최국효과의 범위를 확연히 벗어났다. 통상적인 개최국효과의 분포로 환산하면 평균적 크기는 2.42였는데 소치 올림픽의 경우 6.73이었던 것. 이어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가 통상적 개최국효과보다 클 확률, 즉 비정상적 개최국효과일 가능성을 봤더니 쇼트 0.936, 프리 0.973, 쇼트와 프리 모두 0.911이 나왔다. “100번 시뮬레이션하면 쇼트는 94번, 프리는 97번 정도 소트니코바가 항상 더 많이 개최국효과를 받았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90%의 확률로 소치 올림픽의 개최국효과는 통상적 개최국효과보다 훨씬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적 개최국효과였다면 김연아 선수가 10번 중 9번은 금메달을 따야 하는 거였죠.”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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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아이의 마음으로 기린을 보았다

    다 자란 기린 수컷은 키가 5m 정도 된다. 평균 목 길이는 약 2m, 무게는 130∼180kg인데 머리만 약 30kg이라고 한다. 수컷끼리는 이 긴 목을 서로 엇갈려 세게 부딪히는 네킹(necking)을 통해 우열을 가린다. 이 책은 ‘(기린의) 몸속은 틀림없이 재미있는 수수께끼로 가득할 거야’라고 믿은 일본 도쿄(東京)대 1학년 여학생이 기린의 ‘여덟 번째 목뼈(경추·頸椎)’를 찾아내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1989년생인 ‘기린 박사’ 저자는 18세 때 ‘평생 즐거운 일, 힘들어도 계속 즐기며 좋아할 수 있는 것’을 기린에게서 찾았다. 동물원에서 그 동물을 몇 시간이고 볼 수 있었던 어렸을 적 자신을 떠올린 것이다. 기린을 연구하고 싶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 그에게 운명같이 길이 열렸다. 기린 연구의 권위자인 스승은 ‘당연히 연구할 수 있다’며 방향을 제시해줬고, 전국의 여러 동물원에서는 기린 사체를 해부할 기회를 잇달아 제공했다.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상관없이 죽은 기린이 왔다고 하면 어김없이 학교 종합연구박물관 작업실이나 인근 박물관으로 달려가 해부용 검은 운동복을 입고 메스를 들었다. 첫 해부 때 ‘근막을 보고 당황해 제대로 해부도 못 하고 침울해’하던 저자는 해부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린이 좋아지고 연구 주제도 잡게 된다.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 7개의 경추뿐만 아니라 제1흉추(胸椎·등뼈)도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한 그의 논문은 2016년 2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과학학회인 영국왕립협회 학술지에 발표된다. 연구가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저자가 분명히 겪었을 난관들은 투박하고 무구한 글 속으로 살그머니 녹아든다. ‘그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을 추구하고 싶다는 마음의 하나’로 연구의 길로 들어섰다는 그의 ‘아이 같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담백한 오차즈케를 한 그릇 먹은 느낌이 든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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