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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올해도 다들 행복합시다!”지난해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2024년 갑신년 새해 첫날을 약 10초 남긴 채 보신각 일대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각자 휴대전화 플래시로 하늘 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2024년 갑신년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환호 소리가 튀어나왔으며, 보신각에서는 시민대표 등 22명이 함께 모여 33차례 타종을 시작했다.서울 중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도 카운트다운과 함께 초대형 조형물 ‘자정의 태양’이 화약 1000구를 터뜨리며 웅장한 빛을 발산했다. 폭죽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은 함께 온 가족을 껴안으며 “올해도 건강하자” “원하는 거 모두 다 이루자” 등의 덕담을 나눴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꺼내고 영상 통화를 하며 멀리 떨어진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보신각 타종 행사을 함께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모였다는 김여주 씨(52)는 “우리 가족 모두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2024년 갑진년 새해를 알리는 ‘2023 제야의 종‧새해맞이 카운트다운’ 행사가 1일 0시 서울 보신각과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개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마스크 없이 맞이하는 첫 신년 행사였던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는 약 10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약 6만 명)의 2배 수준의 인파가 몰린 것이다.● 용띠 청년들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지난해 12월 31일 오후부터 세종대로 일대는 신년 행사를 보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보신각 앞도 가족이나 친구와 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아버지의 손을 잡은 채 보신각을 방문한 조하준 군(8)은 “오늘 밤 종이 울릴 때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여자친구와 함께 광화문을 찾은 ‘용띠’ 군인 김종환 씨(23)는 “청룡의 해라고 하니 올해는 정말 ‘우리의 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확히 1년 후인 12월 31일 제대인데,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용띠인 여자친구 윤지원 씨(23)도 “올해는 우리가 주인공인 만큼, 안 해봤던 걸 시도하고 싶다”고 전했다.1일 0시 정각에 시작된 보신각 타종 행사에는 온라인 공개 추첨으로 선정된 시민대표 12명과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 오세훈 서울시장 등 22명이 참여해 33번에 걸쳐 종을 울렸다. 시민 대표로는 △서현역 ‘묻지 마 칼부림’ 피해자를 구한 의인 윤도일 씨 △매장 밖 쓰러진 노인을 구한 안경사 김민경 씨 △교통사고로 타계한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 부인 김정명 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김정자 씨 등이 참여했다.이날 행사에선 세종대로 사거리에 서울시가 설치한 ‘자정의 태양’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름 12m, 무게 2.5t 규모로 설치된 이 조형물은 타종 소리와 함께 대형 크레인 4대에 의해 솟아오르며 일출 모습을 연출했다. 자정의 태양이 15m 상공까지 올라간 뒤 화약 1000구를 터뜨리며 2분 30초간 웅장한 빛을 뿜어내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서울시 안전관리 총력경찰과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7시부터 서울 중구 세종대로(KT빌딩~청계광장 교차로 구간)와 새문안로·종로(새문안교회~종로1가 사거리) 전 차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준비했다. 오후 3시부터는 청계천로(청계광장~청계2가 교차로), 우정국로(공평 사거리~광교 사거리), 무교로(시청뒷길 교차로~무교동 사거리)까지 전면 통제가 이뤄졌다.10만 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경찰과 서울시는 안전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경찰은 서울 종로·남대문경찰서 450명, 경찰관 기동대 34개 부대 등 2490여 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2배 규모인 1100여 명을 안전요원으로 배치했고, 행사 현장에 응급 의료 인력이 상주하는 부스 9개 동과 한파 쉼터 6개 동 등을 운영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가상 아이돌’에 열광하는 MZ세대 “실제 사람이 아니라도 사랑을 듬뿍 줄 순 있어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 아이돌이 온·오프라인에서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가상 아이돌에 열광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버추얼이면 어떤가요. 멋있으면 되죠.” 5인조 가상 아이돌 보이그룹 ‘플레이브’의 팬인 대학생 이연우 씨(21)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플레이브 멤버들은 모두 2차원(2D) 가상 캐릭터로, 만화 주인공 같은 수려한 외모를 갖고 있다. 이 씨는 “플레이브를 사랑하는 다른 팬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올 6월부터 지인과 의기투합해 데뷔 300일 기념 일일카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2명으로 시작된 추진단은 어느덧 6명이 됐다. 그림 실력이 좋은 ‘금손’ 팬들을 30명 가까이 모아 멤버들의 모습을 그린 포스터, 키링, 포토카드 등 자체 제작 굿즈도 직접 준비했다. 모두 다음 달 초 여는 카페에 방문하는 팬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플레이브에 빠진 이유를 묻자 이 씨는 “가상 캐릭터의 모습이지만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내는 멤버들에게 반했다”고 했다. 또 “수요 조사에서 이미 800명 가까이 신청해 굿즈 수량을 1000개에서 1500개로 급히 늘렸다. 예약 방문은 이미 마감됐다”고 덧붙였다.》가상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온·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한류의 주역으로 성장하고 있다. 팬들은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콘서트를 찾아 화면에서 존재하는 아이돌에게 열광하고, 멤버들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이 씨처럼 일일카페를 열기도 한다. 특히 디지털 소통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팬들은 “실존하는 현실 아이돌과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프라인까지 확장되는 ‘가상 아이돌’ 인기가상 아이돌 그룹은 실제 인물 대신 ‘가상 멤버’들이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다. 과거에는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방송국 음악방송이나 라디오에 출연하는가 하면, 단독 콘서트까지 개최하는 등 오프라인으로도 활동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가상 아이돌 캐릭터 모습은 다양하다. 실제 사람과 유사한 3차원(3D) 캐릭터로 활동하기도 하고, 플레이브처럼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하게 잘생긴 2차원 캐릭터도 있다. 나이, 생일, MBTI, 혈액형 등 캐릭터마다 세세한 특징을 갖고 있어 실제 인물 같은 느낌을 준다. 가상 캐릭터지만 인기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올 초 가상 아이돌 최초로 방송국 음악방송에 데뷔한 걸그룹 ‘메이브’는 지난달 30일 컴백과 동시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장식했다. 이들의 앨범 ‘와츠 마이 네임’은 미국, 영국, 스위스, 호주 등 4개국 K팝 인기 차트에 진입했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공개한 지 2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넘었다. 메이브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도 제작됐다. 가상 아이돌 보이그룹인 ‘플레이브’는 12일 발매한 신곡 ‘메리 플리스마스’가 당일 멜론 톱100 차트에서 7위까지 올라갔다. 다른 가상 아이돌인 ‘이세계아이돌’ 역시 빌보드 K팝 음원차트에서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3위를 하는 등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상 아이돌 그룹은 실제 아이돌 그룹처럼 팬들과의 라이브 방송도 진행한다. 12일 진행된 컴백 기념 특별 라이브 방송에서 플레이브 멤버들은 팬들에게 손하트를 보내며 실시간 쌍방향 소통을 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방송에서 신곡을 라이브로 선보였고, 쏟아지는 실시간 채팅 메시지에 답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의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만7000여 명에 달했다. 팬들 역시 멤버들의 굿즈를 제작, 구입하거나 일일카페를 차리며 오프라인에서 팬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대전 중구의 한 애니메이션 전문 카페에선 플레이브 멤버 ‘하민’의 생일 기념 행사가 열려 전국에서 팬들이 모였다. 올 3월에도 부산 지하철 서면역과 양주역에 이세계아이돌 멤버 ‘릴파’ 팬들이 마련한 생일 광고가 내걸렸다. 올 9월 플레이브 콘서트를 보러 갔다는 직장인 이민경 씨(26)는 “멤버들 모습이 담긴 부채를 받기 위해 더운 날씨에 한 시간 동안 줄을 서 기다렸다”며 “내년 단독 콘서트도 꼭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속 썩일 일 없는 게 최대 장점”가상 아이돌에 빠진 MZ 팬들은 “사생활 문제 등으로 속 썩일 걱정이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실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마약류 투약, 음주운전, 성 비위 등 각종 사건 사고에 연루돼 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열애설이 퍼지며 실망감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가상 아이돌은 그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브 팬계정을 운영하는 김지수 양(18)은 “외모, 노래, 춤, 팬 서비스까지 완벽할 뿐 아니라 현실에서 사고 칠 일도 없으니 현실 인간 아이돌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다른 플레이브 팬인 직장인 김모 씨(28) 역시 “예전에 좋아하던 스타의 열애설이 터져 속상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럴 일이 없어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온라인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가상 아이돌의 장점으로 꼽힌다. 이세계아이돌 팬인 이명훈 씨(24)는 “온라인 활동이 중심인 가상 아이돌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덕질’을 할 수 있다”며 “유튜브나 실시간 채팅 등 온라인 활동은 가상 아이돌 쪽이 훨씬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릭터 뒤 ‘본체’ 궁금해하는 건 금기국내 가상 아이돌의 시초는 1998년 타이틀 곡 ‘세상에 없는 사랑’으로 데뷔한 사이버 가수 ‘아담’이다. 다만 아담은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인물 위에 목소리를 입힌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가상 아이돌은 현실 인물인 ‘본체’가 있고, 모션 캡처와 3D 모델링 등의 기술을 통해 이를 가상 캐릭터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팬들 사이에선 캐릭터 뒤에 있는 본체를 궁금해하는 건 금기시된다. 소속사도 본체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다. 최근 가상 아이돌 세계에 입문했다는 직장인 이모 씨(26)는 “최애(가장 아끼는) 멤버의 본체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멤버들이 무대에서 보이는 퍼포먼스”라고 전했다. 일부 팬은 본체를 알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영화 ‘매트릭스’에서 빨간색 알약을 먹는 것처럼 굳이 진실과 마주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상 아이돌의 인기가 모션 캡처 등 그래픽 기술의 발달, 온라인 플랫폼의 정착 등의 요인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분석한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라이브 방송을 하고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가상 아이돌이 현실 아이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상 아이돌은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영역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앞으로 특화된 영역을 개척해가며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연말 예산 부족 사태로 경찰 등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수당 및 출장비 등이 삭감되며 일선에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안 및 민생 공백이 우려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 등에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 계획’을 전달했다. 교대근무를 안 하는 부서의 경우 정시 퇴근 요일을 수요일에서 수·금요일 이틀로 확대하고, 불가피하게 초과근무를 할 경우 부서장 승인을 받도록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7∼12월)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로 특별치안활동 등이 전개돼 올해 책정된 초과근무 수당 예산(1조3136억 원)의 87.8%를 이미 올 10월까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시도경찰청은 ‘내근직은 30시간, 외근직은 70시간’ 등 자체적으로 초과근무 수당 제한 기준을 만들고 적용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지방청에선 “수사비도 부족하다”며 수사비까지 깎자 “사건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 등 일선의 반발이 거세졌다. 윤희근 청장은 5일 경찰 내부망에 “이유를 불문하고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는 글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예산 부족으로 초과근무 수당 등을 제대로 못 받는 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역대급 세수 펑크’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23조 원가량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회나 정부세종청사 등 불가피한 출장은 자비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에서도 엔데믹으로 출장이 늘면서 출장비가 바닥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세수 펑크에 공무원 업무비 삭감… “초과수당커녕 자비 출장” 사건 줄잇는데 초과근무 자제령“12월 수당없이 야근할 판” 한숨5명 가던 출장, 2명만 가기도행안부 “지자체에 3조 추가 교부” 경남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정보과 경찰은 “상부로부터 한 달에 44시간까지 허용해주던 초과근무를 올 11, 12월은 월 30시간까지만 인정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최근에 불만이 이어지자 지구대와 파출소 등만 초과근무 한도를 늘려줬다. 정보과도 연말에 마무리할 일이 몰리는 건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대응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경찰과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연말 예산 부족으로 업무 추진에 지장이 크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생 및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 “특별치안 활동 여파로 예산 부족” 경찰청은 지난달 6일 각 시도경찰청과 유관기관에 배포한 지침을 통해 파출소·지구대 등에서 교대근무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본 초과근무’ 수당은 반드시 지급하되, 그 외의 ‘추가 초과근무’ 수당은 최대한 절감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추가 초과근무’ 제한은 지구대와 파출소는 물론이고 수사과와 형사과 등 모든 부서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경찰청은 올해 예상치 못한 치안 수요 급증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올 1∼9월 전국 경찰 초과근무 누적 시간은 6910만 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94만 시간)보다 1.7%가량 늘었다. 반면 초과수당 예산은 지난해 대비 0.1%밖에 안 늘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경찰청 지침에 따라 일선에는 초과근무를 줄이란 지시가 하달됐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일하는 경찰은 “사건은 쉴 새 없이 접수되는데 초과근무 수당은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며 “12월에는 수당 없이 야근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초과근무 수당 제한을 부서별로 달리 두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광주의 한 경찰은 “초과근무 시간이 제한을 넘어가면 연가를 대신 신청하라고 하는데 과중한 연말 업무로 연가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일부 경찰서에선 올해 강력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수사비 예산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은 “팀당 월 50만, 60만 원에 달하던 수사비가 40만 원으로 줄어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명 가던 출장 2명만 가기도 초과근무 수당 등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하는 건 지자체와 중앙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경우 ‘역대급 세수 펑크’의 영향이 크다. 울산시는 올해 1500억 원의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예산 절감 차원에서 국내 출장비를 10% 삭감했다. 한 울산시 공무원은 “예전 같으면 4, 5명이 가던 출장을 1, 2명이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중앙부처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전년 대비 출장이 늘어 책정된 출장비가 바닥났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부 부서의 경우 출장비 중 숙박비만 지급되는 경우도 있고, 출장비 전체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앙부처와 경찰의 경우 예산이 지난해 확정됐기 때문에 세수 펑크와는 관계가 없다”며 “불필요한 초과근무 및 출장 축소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의 경우 불용액을 전환하거나 다른 사업 지출을 줄이면 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해 추가로 확보한 세수 약 3조 원을 경비가 모자란 지자체에 연말에 더 교부하며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재원 부경대 행정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생 및 치안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연말 예산 부족 사태로 경찰 등 공무원들의 초과근무 수당 및 출장비 등이 삭감되며 일선에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안 및 민생 공백이 우려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 등에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경찰청 근무혁신 강화계획’을 전달했다. 교대근무를 안 하는 부서의 경우 정시 퇴근 요일을 수요일에서 수·금요일 이틀로 확대하고, 불가피하게 초과 근무할 경우 부서장 승인을 받도록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 하반기(7~12월) 흉기 난동 등 강력범죄로 특별치안활동 등이 전개돼 올 10월까지 책정된 초과근무 수당 예산(1조3136억 원)의 87.8%를 이미 사용했다”며 “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이에 일부 시도경찰청은 ‘내근직은 30시간, 외근직은 70시간’ 등 자체적으로 초과근무 수당 제한 기준을 만들고 적용에 나섰다. 여기에 일부 지방청에선 “수사비도 부족하다”며 수사비까지 깎자 “사건은 계속 발생하는데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등 일선의 반발이 거세졌다. 윤희근 청장은 5일 경찰 내부망에 “조직 운영 책임자로서 이유를 불문하고 유감스럽고 죄송하다”는 글을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예산 부족으로 초과근무 수당 등을 제대로 못 받는 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최근 ‘역대급 세수 펑크’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23조 원가량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일부 부서의 경우 10월부터 출장비가 바닥났다. 국회나 정부세종청사 등 불가피한 출장은 자비로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부처에서도 엔데믹으로 출장이 늘면서 출장비가 바닥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경남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정보과 경찰은 “상부로부터 한 달에 44시간까지 허용해주던 초과근무를 올 11, 12월은 월 30시간까지만 인정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최근에 불만이 이어지자 지구대와 파출소 등만 초과근무 한도를 늘려줬다. 정보과도 연말에 마무리할 일이 몰리는 건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대응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최근 경찰과 공무원 사회 곳곳에서 연말 예산 부족으로 업무 추진에 지장이 크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생 및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경찰 “특별치안 활동 여파로 예산 부족”경찰청은 지난달 6일 각 시도경찰청과 유관기관에 배포한 지침을 통해 파출소·지구대 등에서 교대근무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기본 초과근무’ 수당은 반드시 지급하되, 그 외의 ‘추가 초과근무’은 최대한 절감하라는 지시를 내려보냈다. ‘추가 초과근무’ 제한은 지구대와 파출소는 물론 수사과와 형사과 등 모든 부서에 공통으로 적용된다.경찰청은 올해 예상치 못한 치안 수요 급증으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올 1~9월 전국 경찰 초과근무 누적 시간은 6910만 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94만 시간)보다 1.7%가량 늘었다. 반면 초과수당 예산은 지난해 대비 0.1%밖에 안 늘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경찰청 지침에 따라 일선에는 초과근무를 줄이란 지시가 하달됐다. 서울의 한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서 일하는 경찰은 “사건은 쉴 새 없이 접수되는데 초과근무 수당은 신청하지 말라고 한다”며 “12월에는 수당 없이 야근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초과근무 수당 제한을 부서별로 달리 두면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광주의 한 경찰은 “초과근무 시간이 제한을 넘어가면 연가를 대신 신청하라고 하는데 과중한 연말 업무로 연가를 사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일부 경찰서에선 올해 강력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수사비 예산도 충분치 않다고 한다. 광주의 한 경찰서에서 일하는 경찰은 “팀당 월 50만, 60만 원에 달하던 수사비가 40만 원으로 줄어 수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5명 가던 출장 2명만 가기도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하는 건 지자체와 중앙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의 경우 ‘역대급 세수 평크’ 영향이 크다.울산시는 올해 1500억 원의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예산 절감 차원에서 국내 출장비를 10% 삭감했다. 한 울산시 공무원은 “예전 같으면 4, 5명이 가던 출장을 1, 2명이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일부 중앙부처에서도 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전년 대비 출장이 늘어 책정된 출장비가 바닥났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부 부서의 경우 출장비 중 숙박비만 지급되는 경우도 있고, 출장비 전체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앙부처와 경찰의 경우 예산이 지난해 확정됐기 때문에 세수펑크와는 관계가 없다”며 “불필요한 초과근무 및 출장 축소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자체의 경우 불용액을 전환하거나 다른 사업 지출을 줄이면 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협의해 추가로 확보한 세수 약 3조 원을 경비가 모자란 지방자치단체에 연말에 더 교부하며 업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했다.이재원 부경대 행정복지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생 및 치안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
“민주주의라는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K 문화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올 5월 태국 총선에서 깜짝 돌풍으로 하원 제1당을 차지하며 ‘태국 민주화’의 선두에 나섰던 피타 림짜른랏 태국 전 전진당 대표(43)는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성장한 창의성이 영화 ‘기생충’과 같은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콘텐츠 생산까지 이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피타 전 대표는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차세대 100인’ 리더 부문에 선정되며 청년 정치인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가 이끈 전진당은 올 5월 태국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을 차지했고, 피타 전 대표는 총리 후보가 됐지만 친군부 성향 의원 등 기득권 세력의 반대로 집권에는 실패했다. 평소 한국의 소프트파워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그는 4∼7일 방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관광공사, YG엔터테인먼트 등을 방문하며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한국과 태국 모두 1960년대 비슷한 경제력에서 출발해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을 거쳤지만 한국만이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며 “제 목표도 민주주의를 태국 사회에 완전히 자리 잡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반드시 다음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며 “많은 저항이 있겠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정치인을 꿈꾸는 한국 청년들에게도 “포기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며 “옳은 것을 위해 싸우고 원칙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이 싫어했던 기성세대 정치인이 되지 않도록 신념을 지키며 입장을 바꾸지 말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태국인 입국 거부 사태에 대해 피타 전 대표는 “양국 모두 책임감 있는 태도로 공조해야 한다”고 했다. 방한 첫날 태국 출신 이주 노동자를 직접 만났다는 그는 “태국 이주 노동자는 한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불법 이민 문제에만 치중하지 말고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국내 대형 로펌에서 일했던 한국인 남성이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사인을 질식사로 통보했다. “둔기를 한 번 휘둘렀다”는 남성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경찰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피해자를 부검한 결과 경부압박(목졸림) 질식과 저혈량 쇼크가 겹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50대 남편 A 씨가 부인의 목을 졸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3일 오후 7시 50분경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부인을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직후 A 씨는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며 119에 직접 신고했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왔다고 한다. 부인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고, 경찰은 집에 돌아온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또 4일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금전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가정 불화를 겪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선 둔기로 추정되는 금속 재질의 막대도 발견됐다. A 씨는 국내 대형로펌 소속이었으나 범행 직후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 부친은 검사 출신의 전직 다선 국회의원이라고 한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타고 가던 승용차가 5일 오후 경기 과천 의왕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과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유 직무대리는 사고 직후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퇴원했다.유 전 직무대리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경 유 전 직무대리는 서울에서 지인과의 저녁 식사 후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본인의 차량으로 경기 화성시 자택으로 돌아가던 도중 뒤에서 달려온 트럭과 충돌했다. 사고 충격으로 유 전 직무대리의 차량은 180도 회전하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멈췄다고 한다. 유 전 직무대리도 사고로 머리를 부딪혔다. 사고 직후 유 전 직무대리는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타박상 등 부상은 있었으나 뇌출혈과 같은 큰 이상 소견은 없어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유 전 직무대리는 “자칫하면 대형사고가 날 뻔했다. 정면으로 부딪혔으면 목숨이 위험했을텐데 (차량) 측면이 부딪히며 충격이 좀 흡수된 모양”이라며 ”내일 어지러움을 느끼면 병원에 가볼 예정”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부인을 둔기로 살해한 남편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이 남성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한국인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3일 오후 9시 반경 50대 남성 A 씨를 주거지에서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7시 50분경 부인을 둔기로 폭행한 후 오후 8시경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는 취지로 직접 119에 신고하고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들이 출동해 심폐소생술 등 긴급 처치를 하며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부인은 결국 사망했다. 소방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에 돌아온 A 씨를 살인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금전 문제와 성격 차이로 가정 불화가 있던 와중에 다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고”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이 국내 방산업체 등 주요 기관 수십 곳을 해킹해 1.2TB(테라바이트) 분량의 핵심 기술 자료를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다리엘이 일부 업체에 랜섬웨어(금품을 요구하기 위해 컴퓨터에 심는 악성 코드)를 감염시킨 뒤 수억 원을 뜯어내 북한에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는 4일 안다리엘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서버를 통해 피싱 메일 등을 보내 방산업체와 연구소, 대학 등을 여러 차례 해킹한 사실을 미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레이저 대공무기를 비롯해 핵심 무기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다리엘이 평양 류경동을 근거지로 삼아 국내 임대 서버에 총 83차례 접속한 사실을 파악했다. 임대업체들이 신원이 불명확한 가입자에게도 서버를 임대해 준다는 점을 이용해 해킹 자료를 국내 서버에 저장한 후 이를 평양에서 접속해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쓴 것이다. 피해 업체들은 대부분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일부는 알고도 기업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해킹조직 안다리엘은 정보 탈취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업체 3곳 서버에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복구 명목으로 4억7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빼앗아 북한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다리엘이 탈취한 비트코인 중 약 1억1510만 원 상당이 북-중 접경 지역에 있는 중국의 한 은행에서 위안화로 인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금 과정에 관여한 외국인 여성 A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북한 해킹조직 ‘안다리엘’이 국내 방산업체 등 주요 기관 수십 곳을 해킹해 1.2TB(테라바이트) 분량의 핵심 기술 자료를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다리엘이 일부 업체에 랜섬웨어(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은 뒤 몸값으로 가상화폐를 요구하는 것)를 감염시킨 뒤 수억 원을 뜯어내 북한에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서울경찰청 안보수사지원과는 4일 안다리엘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서버를 통해 피싱 메일을 보내 방산업체와 연구소, 대학교 등을 여러 차례 해킹한 사실을 미 연방수사국(FBI)과 공조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레이저 대공무기를 비롯해 핵심 무기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경찰은 안다리엘이 평양 류경동을 근거지로 삼아 국내 임대 서버에 총 83차례 접속한 사실을 파악했다. 임대업체들이 신원이 불명확한 가입자에게도 서버를 임대해 준다는 점을 이용해, 해킹 자료를 국내 서버에 저장한 후 이를 평양에서 접속해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을 쓴 것이다. 피해 업체들은 대부분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고, 일부는 기업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해킹조직 안다리엘은 정보 탈취에 그치지 않고 국내 업체 3곳 서버에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복구 명목으로 4억70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빼앗아 북한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다리엘이 탈취한 비트코인 중 약 1억1510만 원 상당이 북-중 접경 지역에 있는 중국의 한 은행에서 위안화로 인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출 과정에 관여한 외국인 여성 A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20년 전 서류상으로 사망 처리됐던 50대 남성이 자신의 주민등록을 되찾았다. 3일 경기 의정부시 등에 따르면 노숙인 이모 씨(57)는 2000년 초 집을 나와 일용직과 고물 수집을 하며 혼자 생활했다. 그러다 10여 년 전 경기 포천시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던 중 자신이 사망 처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알고 보니 2003년 5월경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한 연립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한 남성 시신을 경찰이 이 씨로 오인해 사망 처리한 것이었다. 당시 시신은 부패가 심각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경찰은 탐문을 통해 이 씨가 해당 주택에 머물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 씨의 노모 등 가족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단순 변사로 종결하고 이 씨를 사망 처리했다. 자신이 사망 처리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이 씨는 주민등록 복원 방법을 알아봤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 문제 등으로 포기했다. 이후 고시원 등을 전전하던 이 씨는 올 1월 의정부시가 위탁 운영하는 노숙인센터를 찾았는데, 의정부시는 이 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됐다는 걸 확인하고 복원 절차를 지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등록부 정정허가 소송을 진행하는 등 약 10개월 동안의 절차 끝에 이 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주민등록 복원 결정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경기 의정부시청 시장실에서 열린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에서 이 씨는 “사실상 포기했던 삶인데 새 삶을 얻게 되니 희망이 생긴다”며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경찰은 2003년 발견된 시신 신원 확인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달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 교사의 실수로 시험 종료 알람이 1분 30초가량 일찍 울린 것과 관련해 당시 피해를 본 수험생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30일 한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동고 타종 오류로 수능을 망친 수험생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피해 수험생이라고 소개한 글 작성자는 “평소처럼 시계를 보며 촉박한 시간에 맞춰 답안지를 적고 있었는데 갑자기 종이 울렸다”며 “나를 포함한 수험생들은 마킹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재시험에서도 이미 작성한 답안은 수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동고 피해 수험생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진행하려 한다. 교육부 이의신청과 국가배상 청구를 대리해 줄 변호사와 상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글 작성자는 이어 한 포털사이트에 ‘경동고 수능시험장 피해 수험생 모임’ 카페를 개설했다. 3일 오후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총 41명이다. 경동고에 배정된 수험생은 총 409명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동고 등에 따르면 수능일 경동고 시험관리 타종 교사였던 50대 교사 A 씨는 아이패드와 전자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는데 1교시 시험 종료 약 2분 전 아이패드가 꺼지면서 당황한 탓에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종을 일찍 울린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20년에도 서울 강서구 덕원여고에서 수능 4교시 시험 종료종이 3분 일찍 울려 수험생과 학부모가 국가와 담당 교사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올 4월 2심 재판부는 국가가 수험생 8명에게 1인당 7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타종을 맡았던 교사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학생 시절 방학 때 10번이나 초중고에 가서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가르치며 소방관을 꿈꿨던 제자인데….”1일 제주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지도교수였던 고재문 한라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침통한 심경을 전했다. 임 소방장 빈소에 조문을 다녀왔다는 고 교수는 “과에 봉사 동아리가 2개 있는데 심폐소생술을 초중고 학생에게 가르치는 동아리와 해수욕장 구조요원으로 봉사하는 동아리다. 다른 학생은 하나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 소방장은 두 동아리를 다 성실하게 했다”며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제주도 출신인 임 소방장은 2013년 한라대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했고 2015년 제대 후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119 센터에서 실습까지 하면서 준비한 결과 2019년 5월 경남 창원시에서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2021년 10월 고향인 제주로 옮겨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해왔다.빈소가 마련된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는 동료 소방관과 지인들이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동기들은 “조용하면서도 리더십이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며 애도했다. 제주시 연동 제주소방안전본부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일 오전 9시경 고인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여성은 합동분향소에 분향한 후 “항상 함께 해서 행복했고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기억할게. 위에서는 편하게 오빠가 하고 싶은 거 해. 사랑해”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제주 여행 중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분향소를 찾은 관광객도 있었다. 여행 중 분향소를 찾았다는 중년 여성은 “내 아들도 소방관인데 부고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천국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고 했다.제주소방안전본부 온라인 추모관에는 1만6000여 명이 온라인 헌화에 참여했다.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한 추모객은 “원하는 것 있으면 내 꿈속에 나타나서 말해줘. 다 들어줄게. 꼭 와라.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다”며 “보고싶고, 고생했고, 사랑한다”고 적었다.고인의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도청장으로 엄수된다. 유해는 영결식 당일 오전 5시 반 발인 후 고인이 근무했던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와 생가 등을 거쳐 영결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오후 3시경 제주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다.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경찰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화재로 자승 스님이 입적한 것과 관련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현장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면서도 “현장 인근 CCTV와 칠장사 관계자 진술, 자승 스님의 휴대전화 기록과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시신은 자승 스님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화재 당일 오후 3시 11분경 직접 차량을 몰고 칠장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어 칠장사 주지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 4시 24분경 인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화재가 발생한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CCTV에는 이후 자승 스님이 주차한 차량을 옮기러 나오는 등 2차례 요사채를 드나드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어 자승 스님이 요사채 안에서 밖을 한 차례 내다본 후 약 7분 뒤인 오후 6시 43분경 화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면 화재 발생 전후 요사채를 드나든 다른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오후 6시 50분경 칠장사에 머물던 보살의 119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고,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자승 스님의 차에서는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는데 사인과 함께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칠장사 주지스님 앞으로 남긴 다른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라는 내용이 역시 사인과 함께 적혀 있었다. 동아일보는 메모 2장의 필적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30일 민간 전문가 3명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2009년 자승 스님이 직접 쓴 서명과 이번 메모에 담긴 서명을 비교한 결과 3명 중 2명이 “동일인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나머지 1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경찰도 메모 2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필적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17명은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승 스님의 입적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라.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안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퇴거불응 등의 혐의로 체포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석방된 지 사흘 만에 “체포 과정이 불법적이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장연 측은 28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역 방향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지하철 승하차 시위 당시 경찰이 박 대표를 불법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박 대표에게 미란다 원칙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박 대표를 무리하게 끌어내리는 등 과잉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체포 직전과 병원 이송 과정에서 박 대표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전장연이 예고한 지하철 승하차 시위는 결국 불발됐다. 당초 전장연은 기자회견 후 지하철을 타고 인권위로 이동해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 측이 거듭 퇴거를 지시하자 지하철 역 밖으로 이동했다. 박 대표는 인권위에 제출하기 위해 가져온 진정서를 찢으며 “온라인으로 서류를 제출할 것”이라며 “연행 당시 불법적 조치가 있었는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전장연 측은 다음달 1일 혜화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아무리 긁어모아도 겨우 보름 치 연탄밖에 안 남았네요. 한 달 뒤에나 연탄이 온다는데….”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판자촌 수정마을. 마을 자치회장인 김정열 씨(64)는 겨울비에 몇 장 안 남은 연탄이 젖을까봐 가림막 아래로 연탄을 밀어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30가구가 거주 중인 이 마을에는 올해 연탄 기부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가구당 300장 안팎의 연탄 기부가 들어왔던 것과 비교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올해는 연탄이 1000원대로 200원가량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며 “다음 달에 기부가 두 건 잡히긴 했는데,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여파로 난방비용이 급격하게 올라 ‘난방비 대란’이 발생했는데 올해도 고물가 속에서 연탄 가격이 오르며 한파를 맞은 취약계층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탄 1장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850원이다. 서울,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선 원자재값과 더불어 배달비까지 오르면서 많게는 연탄 한 장당 12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최근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 기부도 얼어붙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19년 11월에 400만 장에 달했던 기부는 지난해 11월에는 330만 장, 올 11월에는 160만 장으로 줄었다. 기부 기관도 2019년엔 170여 곳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50여 곳, 올해는 100여 곳에 불과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모두 ‘올해 상황이 안 좋아 기부가 어렵다’는 말뿐”이라고 전했다. 전국 곳곳에서 연탄 공장이 영업을 중단한 것도 연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연탄공장은 39곳이었으나 올 9월에는 21곳만 남았다. 4년 만에 반토막 가까이 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실내등유 가격이 L당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농촌 등 등유를 많이 쓰는 가구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특히 겨울철 온도에 예민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고민이 크다. 충남 논산시에서 딸기 농장를 운영 중인 서교선 씨(50)는 “최근 비료 등 가격도 올랐는데 난방비까지 부담이 커 전체적으로 비용 부담이 예년 대비 5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인건비까지 많이 올라 사실상 농사를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여근호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수료}
한국 축구대표팀 황의조 선수(31)의 휴대전화에 있던 영상이 유출되며 피해를 입은 여성 측이 ‘황 선수가 불법 촬영을 했다는 증거’라며 통화 내용과 메시지를 공개했다. 피해자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황 선수 측이 공개한 걸 두고서도 “2차 가해를 멈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여성 A 씨의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황 선수와의 통화에서 분명히 ‘싫다, 지워 달라’고 말했다”며 올 6월 27일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후 7시 반경 황 선수와의 통화에서 “내가 너한테 싫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잖아”라며 “분명히 (영상을) 지워 달라고 했는데 왜 그게 아직도 있는 거냐”고 말했다. 또 “불법 촬영 행동을 한 건 너도 인정해야 한다”며 “여기서 잘 마무리해 주면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황 선수는 “찍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다. 진짜 미안하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또 황 선수는 약 1시간 뒤인 오후 8시 27분경 피해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불법으로 촬영한 건 아니지만 도난당한 건 내 부주의”라며 “피해 안 가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황 선수 측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여성이 볼 수 있는 곳에 휴대전화를 세워놓고, 해당 영상을 공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촬영 모드인 휴대전화를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뒀다고 피해자가 인식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수년 전 불법 영상 캡처본을 한 차례 공유했는데 당시 피해자는 당혹감과 수치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황 선수 측이 피해자의 직업과 결혼 여부를 공개한 것에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이자 피해자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라며 “이 같은 범죄 행위를 반복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황 선수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영상을 유포하고 협박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된 형수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황 선수와 가족들은 형수의 결백을 믿고 있다”며 “형제간 금전 다툼 및 형수와의 불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황 선수의 사생활 영상 유포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은 형수 외에도 황 선수의 ‘전 연인’을 사칭하며 온라인에서 폭로를 하겠다고 협박한 제3의 인물이 있었다며 피의자를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최미송 기자 cms@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인도네시아에서 최대 나이키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사업가가 23일 모교인 고려대에 장학금 2억 원을 기부했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성북구 고려대 수당삼양 패컬티 하우스에선 ‘서영률 회장 장학금 기부식’이 열렸다. 고려대 경영학과 69학번인 서영률 회장(73·사진)은 “인도네시아에서 회사를 설립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마음의 고향 고려대를 항상 잊지 않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모교 후배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인도네시아 유학생들과 경영대 학생들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고려대를 졸업한 부부가 손자의 모교 입학을 기념해 2억 원을 발전기금으로 기부했다. 고려대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21일 ‘정기복·허영숙 교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및 공과대학 발전 기금 기부식’을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정기복 씨(86·57학번·왼쪽)와 허영숙 씨(84·58학번)는 모두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부부는 2000년부터 꾸준히 학교에 기부해 왔는데 올 초 손자가 고려대 공대에 입학하자 다시 기부에 나선 것이다. 정 씨는 “기술과 과학이 발전하는 시대에 로스쿨뿐만 아니라 공과대학에도 기부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허 씨도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김동원 총장은 “숭고한 마음을 전해주신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발전기금은 고려대 학생들이 학문의 경계를 넘는 인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재미 한인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회사를 상장한 사업가 부부가 숙명여대에 800만 달러(약 104억 원)를 기부했다. 117년 숙명여대 역사에서 가장 많은 개인 기부금이다. 22일 숙명여대는 1959년 숙명여대 가정대(현 생활과학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황젬마 씨(87·오른쪽)와 남편 황규빈 씨(87)가 사회 공헌 재단을 통해 800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숙명여대의 랜드마크가 될 복합시설과 기숙사 건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황젬마 씨는 “모교가 세계 최고 글로벌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젬마 씨는 숙명여대를 졸업한 후 미국 유타대에서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대형병원에 전문 영양사로 부임해 30여 년간 근무했다. 황규빈 씨는 1세대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1975년 세계 최초로 개인용컴퓨터(PC)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한 벤처기업 ‘텔레비디오’를 창업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나스닥에 회사를 상장시켰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