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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가 1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사전 제출한 답변서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증가에 대한 집중, 증가하는 사이버 역량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나아가 전 세계 안정에 위협을 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에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북한과 핵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핵군축을 전제로 북-미 직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헤그세스 “北위협, 美동맹국들과 근접성 고려시 더 심각”헤그세스 지명자는 답변서에서 “(북한의) 위협은 특히 미국 동맹국들과의 근접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하다”면서 “해당 동맹국들엔 미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어 북한 도발이 미국의 이익과 지역 동맹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방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북한 위협에 대한 기밀 및 비기밀 브리핑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이미 지난해 대선 전부터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북 협상의 틀이 비핵화에서 핵군축으로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미 민주당과 공화당이 내놓은 정강 정책에는 ‘북한 비핵화’가 문구가 빠졌다.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56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비핵화’ 표현이 빠져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다. 특히 12월 미 대선 후에는 트럼프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핵 군축, 핵 동결 등을 전제로 우리 정부를 패싱하고 김 위원장과 협상판에 앉는다면 비핵화를 북핵 대응 기조로 내세운 우리 정부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트럼프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남북 단절을 선언한 김 위원장의 ‘통미봉남’에 말려들 수 거란 우려도 나온다.헤그세스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공세를 억지하기 위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전 답변서에선 “중국의 역사적이고 신속한 군사력 강화와 억제력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시급함을 고려하면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우리 전력 태세를 강화하고 작전 역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 사령부의 전략과 임무가 미국의 국방 전략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한지 재검토하기 위해 “글로벌 전력 태세 평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등 미군 규모를 필요에 따라 재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위 장성이 맡던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영관급 장교 출신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번 내각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헤그세스 지명자는 시작 전부터 가장 주목을 받았다. 군 경력 부족, 성폭력 의혹과 음주 논란 등에 휩싸인 그를 두고 민주당은 ‘송곳 검증’을 선언했다. 집권 공화당은 그의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명자의 인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 영국 더타임스는 헤그세스 청문회를 “트럼프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big test)’”이라고 했고,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블록버스터 청문회”라고 표현했다. 그의 청문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회 장악력을 가늠하게 해주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헤그세스 지명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시험대라는 의미다. 제119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해 4명이 이탈할 경우 인준이 부결된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는 육군 소위로 임관해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배치됐다. 고위 장성 출신이 주로 맡았던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인 그가 발탁되자 ‘파격 중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는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의 예산을 쓴 ‘공룡 부처’다.민주당은 군 경력이 짧은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자질 부족’을 집중 거론했다. 이라크전 참전 당시 부상을 입어 의족을 착용하는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는 애플비(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점장보다 더 적은 인원만 관리해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지명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통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방장관이 되면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완전히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갖고 오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헤그세스 지명자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여성이 전투에 나서면 안 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독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논란을 의식한 헤그세스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한껏 자세를 낮췄다. 그는 최근 몇 주간 공화당 의원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측에도 면담을 요청했다. 또 “군에서 복무하는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 지지층, 3만 건 넘는 전화·메시지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지층은 헤그세스 지명자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원들이여, 똑똑하고 강인해져라”라며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또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CBS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자신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단체들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를 지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단체 구성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3만1000건의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보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트럼프의 첫 번째 ‘중요한 시험(big test)’.”(더타임스) “블록버스터 청문회.”(액시오스)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내각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사청문회가 14일 열렸다.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이 채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되는 이번 청문회에서 특히 주목받는 사람은 군 경력 부족, 성폭력 의혹과 음주 논란 등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45)다. 영국 더타임스, 미국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14일 그의 청문회가 트럼프 당선인의 의회 장악력을 가늠하게 해주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지명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의 시험대라는 의미다. 민주당은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한 ‘송곳 검증’을 선언했다. 집권 공화당은 그의 인준 과정이 순탄하지 못하면 나머지 지명자의 인준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총력 방어’를 예고했다. 제119대 의회에서 공화당은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해 4명이 이탈할 경우 인준이 부결된다.● 고위장성이 맡던 국방장관직에 지명된 영관급 장교 출신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헤그세스 지명자는 육군 소위로 임관해 미네소타주 방위군에 배치됐다. 고위 장성 출신이 주로 맡았던 국방장관직에 40대 영관급 장교인 그가 발탁되자 ‘파격 중 파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방부는 286만 명의 인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1조4000억 달러(약 1960조 원)의 예산을 쓴 ‘공룡 부처’다. 민주당은 군 경력이 짧은 헤그세스 지명자가 국방부 수장으로 적절치 못하다며 ‘자질 부족’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전 참전 당시 부상을 입어 의족을 착용하는 태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그는 애플비(유명 프랜차이즈 식당) 점장보다 더 적은 인원만 관리해 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헤그세스 지명자는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자신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통적이지 않은 인물임을 인정하면서도 “국방장관이 되면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산 중국의 공격을 억제할 것”이라고 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에 대거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로 완전히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갖고 오자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헤그세스 지명자의 과거 발언도 논란이다. 그는 “여성이 전투에 나서면 안 된다”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큰 비판을 받았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국민을 학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독재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도 물의를 일으켰다.논란을 의식한 헤그세스 후보자는 청문회 통과를 위해 한껏 자세를 낮춘 모양새다. 그는 최근 몇 주 간 공화당 의원을 두루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 측에도 면담을 요청했다. 또 “군에서 복무하는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트럼프 지지층, 3만 건 넘는 전화·메시지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 지지층은 헤그세스 지명자를 위한 ‘공격적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준과 관련해 “공화당원들이여, 똑똑하고 강인해지라”며 이탈표 방지를 당부했다. 또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들의 인준 절차를 부적절하게 지연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CBS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또한 최근 트럼프 당선인에게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자신했다.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친(親)트럼프 단체들이 헤그세스 지명자의 인준 통과를 위해 공화당 상원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 단체들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헤그세스 지명자 지지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단체 구성원들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3만1000건의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을 보냈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행사는 18일(현지 시간) 취임 축하파티로 시작해 21일 국가기도회를 끝으로 3박 4일 동안 이어진다. 특히 취임식 전날인 19일 트럼프 당선인은 워싱턴의 대형 실내 경기장 ‘캐피털원아레나’에서 자신의 슬로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다시 미국을 위대하게)’를 내건 집회를 열고 승리를 자축한다.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을 앞두고는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에 대한 우려로 워싱턴 시내에 긴장이 고조됐다. 또 당시엔 트럼프 당선인 측의 취임 축하를 위한 대형 집회가 열리진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격렬한 선거전 직후엔 워싱턴 한가운데에서 트럼프 집회 개최를 상상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집회는 트럼프가 지지자들로부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얻었는지, 지난 8년 동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13일 트럼프-밴스 취임식 위원회와 NYT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18일 전용기를 타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거쳐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가족, 친구, 기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파티를 열고 대규모 불꽃놀이를 진행한다. 19일에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마가 집회’에 참석한다. 가수 빌리지피플이 이 집회에 참석해 유명 팝송이자 트럼프 당선인의 애창곡인 ‘YMCA’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울 예정이다.취임식 당일인 20일 오전엔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 기도회 참석으로 막을 연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들이 취임식 첫 일정으로 이 교회를 찾았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티타임을 갖고 함께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해 선서 후 취임 연설을 한다. 취임식 위원회는 “트럼프 당선인은 힘과 안보,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통해 국가 통합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혀 취임사에는 ‘국가 통합’ 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임을 시사했다. 취임 선서 직후부터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대통령 권한을 이양받게 된다.이후 의회 합동위원회 오찬 및 군 사열 후 워싱턴 시내 ‘펜실베이니아 에비뉴’ 퍼레이드에 참석한다. 무도회에서 멜라니아 여사와 춤을 추는 일정도 있다. 앞서 1기 행정부 땐 트럼프 부부가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에 맞춰 춤췄었다. 이번 취임식에선 컨트리 음악 가수인 캐리 언더우드가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마치오가 미국 국가를 각각 부른다.통상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선 외국 정상을 초청하지 않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이 관례도 깼다. CNN 등에 따르면 ‘남미의 트럼프’, ‘동유럽의 트럼프’로 각각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취임식에 초청받았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도 트럼프의 초청장을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초청 받았지만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에선 조현동 주미대사가 취임식에 참석한다.한편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미 비밀경호국(SS)은 이번 취임식에 30마일(약 48㎞) 이상의 경호용 펜스를 설치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의 보안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또 행사장 경호를 위해 경찰관 등 2만5000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밀러는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Swiss Army Knife for Trump)’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정치, 언론 대응 등을 모두 관장한다.”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내정자(40)에 대한 정치매체 액시오스의 평가다. 칼, 송곳, 십자드라이버, 오프너, 가위 등 여러 공구가 함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스위스 군용 칼처럼 쓰임새가 많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밀러 내정자는 앞서 8일 워싱턴 의회를 찾은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주요 상원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하며 불법이민 차단, 감세 등에 관한 전략을 논의할 때도 배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으로 일했던 그의 영향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계에서도 그를 ‘영 마가(Young MAGA·젊은 마가)’의 핵심 겸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충성파 중 충성파’이며 당선인으로부터도 절대적 신임을 얻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화당 상원의원의 한 고문은 액시오스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밀러와 협력해야 한다는 게 매우 명확해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강력한 비선출직 인사”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는 액시오스에 “밀러 내정자는 현재 백악관에서 가장 강력한 비(非)선출직 인사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밀러의 상사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밀러 내정자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미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책이다. 정책 조율, 인사 관리 등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다양한 세부 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하는 부비서실장이 막후 실세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통령 부비서실장을 지낸 애니타 데커 브레킨리지도 당시 실세로 꼽혔다. 밀러 내정자는 1985년 캘리포니아주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듀크대를 졸업했고 트럼프 1기 대선 캠프에서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주도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의 분리 정책, 소말리아 예멘 수단 등 7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미 입국 90일간 금지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연설문 작성도 도맡아 ‘트럼프의 펜’으로도 불렸다. 2017년 11월 트럼프 당선인이 방한 당시 작성한 한국 국회 연설문도 그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그의 이력을 감안할 때 그가 트럼프 2기에서도 반이민 정책에 깊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당일인 20일부터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추방 등 반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대거 발표할 뜻을 밝혔다. 밀러 내정자 역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등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화려한 이민 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의 아내 케이티(34)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비서, 국토안보부 부대변인 등으로 일했다.● 트럼프-의회 소통도 담당할 듯밀러 내정자가 트럼프 당선인과 입법부의 소통 과정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계 입문 초기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법무장관을 지낸 제프 세션스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참모로 일해 의회 업무에도 능통하다. 최근 그의 소통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는 자신의 방식을 밀어붙이고 반대파나 비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협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밀러 내정자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신뢰도 각별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취임 당시 임명한 내각 인사 중 4년 내내 자리를 지킨 사람은 밀러 내정자를 포함해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 밀러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퇴임 후 ‘아메리카퍼스트리걸’이라는 자문그룹도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트럼프 2기의 집권 청사진’으로 불리며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사진)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등에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발언을 재확인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왈츠 내정자는 12일(현지 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국가 방어는 군 최고사령관(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중국 등) 적들이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잘 방어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며 “전임자와 달리 어떤 선택지도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7일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의 소유를 위해서라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왈츠 내정자 역시 국제사회에서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는 타국 영토 및 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가 있음을 재차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회동에 관해서는 “준비가 진행 중”이라며 “수일 또는 수주 안에 (두 정상의) 통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왈츠 내정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이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하루라도 빨리 휴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북극과 서반구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협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당선인은) 전임자와 달리 (군사적 옵션 등) 어떠한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소유를 위해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한 것. 트럼프 당선인에 이어 왈츠 내정자 역시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을 밝힌 것으로,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가 있음이 재차 확인된 거란 평가가 나온다.왈츠 내정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해 “우리 국가 방어가 최고 사령관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 등) 우리의 적들이 서반구로 들어와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이 잘 방어될 수 있도록 큰 결단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어 “기존의 협정을 수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다”고 덧붙였다.왈츠 내정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 회동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지 않거나 대화도 없다면 협정을 맺을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확실히 (푸틴 대통령 측과) 그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할 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참할지 묻는 말엔 “아직 정확한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수일 또는 수주 안에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간) 전화 통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재집권하면 취임 24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화답하듯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에 관해 트럼프 당선인과 “타협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대통령과 곧 회동은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종전까진 시간이 최소 수개월 이상 필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를 시인하듯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기자회견에선 휴전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며 “취임 6개월 안에 협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왈츠 내정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출 수 있는 현실적인 시점을 묻는 말에는 “하루라도 빨리 휴전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도 “그것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만 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9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장례식 전 비공개로 잠시 회동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현역’ 시절 갈등을 빚었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갖는 모습을 보여줘 극단적인 정치 갈등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 주요 언론 또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모처럼 화합의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20일 집권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돌출 언행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당적이 다른 카터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판했지만 이날 시종일관 엄숙한 태도로 고인을 기렸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그의 푸른색 넥타이가 카터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당시 흑백 혼혈인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 등을 문제 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랬던 두 정상은 이날 긴 대화를 웃으며 주고받았다. 종종 미소도 지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장례식 후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만남에서 “오바마와 내가 분명히 친해 보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고 밝혔다. 다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적이 다른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화기애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를 친구처럼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 이날 장례식은 7일부터 워싱턴 의회 로툰다홀에 안치됐던 고인의 유해가 대성당 앞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최고 예우를 뜻하는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생전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며 “그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우리가 가진 직함이나 권력 이상임을 배웠다”며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품위, 정직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정치 스타일과 대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을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한 카터 전 대통령의 영면을 위해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뜻이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화석에너지의 채굴 및 개발에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을 앞두고 한국 정부와 기업 또한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민관 합동으로 한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면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 또한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를 외치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현지 시간) 워싱턴 에너지부 청사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올해 미국산 LNG의 장기 도입 계약을 맺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 E&S 또한 미국 대형 에너지기업 콘티넨털리소시스와 오클라호마주에서 셰일가스 유전을 함께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韓, 민관 합동으로 美 에너지 수입 확대 모색 “기후 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화석에너지 시추를 장려하겠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금했던 셰일가스 수압파쇄 추출법 ‘프래킹(Fracking)’ 등 각종 에너지 채굴 규제도 대폭 해제할 뜻을 밝혔다. 그는 6일 보수 성향 라디오 ‘휴휴잇쇼’에 출연해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규제를 강하게 비판하며 “재집권하자마자 즉시 해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현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전력 수요는 2021년 대비 24%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특히 LNG, 셰일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집중 육성할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 공기업, 민간 기업 등도 이 추세에 발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스공사가 미국산 LNG를 장기 계약으로 들여오는 것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가 중동에서 수입하던 약 900만 t 규모의 LNG 장기 계약을 미국산 LNG 장기 계약이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인터내셔널 또한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주에 본사를 둔 멕시코 퍼시픽과 판매·구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미국산 LNG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을 연 것이다.● SK, 美 콘티넨털과 셰일가스전 공동 운영SK이노베이션 E&S와 콘티넨털리소시스가 함께 운영하는 오클라호마주 우드퍼드의 셰일가스전에서도 양국 에너지 산업의 협력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19일 방문한 우드퍼드 유전에서는 셰일가스 채굴이 한창이었다.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땅속 3.2km 깊이까지 금속관을 박아 넣은 뒤 다시 셰일지층을 따라 수평으로 4.8km 길이의 관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거대한 중장비, 모터, 시추 모니터링을 위한 첨단 장비들이 학교 운동장만 한 현장에 가득 설치돼 있었다. 콘티넨털의 기술자 앤드루 씨는 “새 유정을 뚫을 땐 30∼50여 명의 작업자들이 돌아가며 24시간 일한다”며 “새 유정을 만드는 덴 1개월 정도가 소요되지만 한 번 이렇게 설치를 끝내고 나면 50년 이상 가스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드퍼드 가스전은 콘티넨털이 개발을 시작한 곳이지만 2014년 SK이노베이션 E&S가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가스전 지분 49.9%를 사들이면서 합작 사업이 됐다. 한국 기업의 자금 및 에너지 유통 노하우에 미국 기업의 개발 노하우가 만나면서 사업 시너지가 극대화했다. 유정 개발,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개발한 유정 수만도 총 210개에 달한다. 제프 흄 콘티넨털 부회장은 “최근 10년간 SK와 함께하면서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에너지 산업이 어려울 때조차 함께 의지하며 비교할 수 없는 깊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오클라호마주립대에 생긴 햄 에너지 연구소에도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연구 분야로도 파트너십을 늘려 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자원 외교도 강화 SK이노베이션 E&S 역시 콘티넨털과 손잡고 미국 에너지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확보해 한국에 수급할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의 장점은 유가와 연동되는 국제 LNG 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미국 내 현물 천연가스 시장 가격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다. 전종영 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은 “미국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통상 20∼30%가량 싸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안정적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가스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켈리 씨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파이프라인 건설이나 시추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지역과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우드퍼드=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가장 분열된 국가에서도 공통 기반을 찾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미국 NBC방송)“정치적으로 분열된 워싱턴 정계에서 보기 드문 화합의 순간”(미국 CNN)‘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리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의 국장(國葬)이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수도 워싱턴의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5명이 총출동해 고인을 추모했다. 5명 전현직 대통령이 모인 건 2018년 12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국장 이후 처음이다.특히 ‘현역’ 시절 갈등을 빚었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스킨십을 갖는 모습을 보여줘 극단적인 정치 갈등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줬다. 주요 언론 또한 정치 갈등이 심각한 미국 사회에서 카터의 장례식이 모처럼만의 화합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 푸른 넥타이 맨 트럼프, ‘악연’ 오바마 옆 착석20일 집권하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화당의 상징색인 빨강이 아닌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한때 그는 당적이 다른 카터 전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비판했지만 엄숙한 태도로 고인을 기렸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그의 푸른색 넥타이 착용이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나란히 앉은 트럼프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도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케냐인 아버지와 미국인 백인 어머니를 뒀으며 하와이주에서 태어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혈통과 출생지를 문제삼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거짓 주장을 제기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 이름 ‘후세인’을 가지고도 공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또한 수 차례 트럼프 당선인을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두 정상은 이날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눴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영국 가디언은 이런 둘을 ‘특이한 조합(oddest pairings)’으로 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집권 1기 부통령이었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결별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적이 다른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입장할 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그를 맞이했다.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배를 친구처럼 툭툭 두드리며 반겼다. 두 정상이 최근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여러 차례 화합의 순간을 연출했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악수했다. 당시 플로리다주의 개표 과정을 두고 연방대법원까지 개입한 끝에 부시 전 대통령이 이겼고, 대선에서도 최종 승리했다.● 바이든 “권력 남용 맞서야”생전 카터 전 대통령과 가까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직접 낭독하며 “그와의 우정을 통해 훌륭한 인격은 우리가 가진 직함이나 권력 이상임을 배웠다”며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품위, 정직 등을 강조해 트럼프 당선인의 거친 정치 스타일과 대비시켰다고 NYT는 짚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모든 연방기관이 문을 닫았고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도 휴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정부 출범 직전 폭풍전야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 대해 “정치적 긴장감 속에서도 엄숙한 휴식을 제공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퇴임 후 인권 및 민주주의 강조, 기아 퇴치 등에 헌신해 ‘가장 존경받는 전 대통령’으로 불리는 카터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앞두고 워싱턴 정계의 극심한 정치적 반목 또한 일시적으로나마 멈췄다는 것이다.카터 전 대통령이 세운 비영리단체 ‘카터센터’를 이끌고 있는 고인의 손자 제이슨(50)은 할아버지는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추모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고향 조지아주에서 100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한 제39대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의 장례식이 9일 미 워싱턴DC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웅장하게 치러졌다. 이날 대성당 한 가운데에는 앞서 조지아에서 비행기로 운구된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이 자리했고, 종교계 인사부터 정치 지도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연단에 올라 카터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하지만 대성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가장 많이 울리고 미소짓게 한 건 그의 손자 제이슨 카터(49)의 추모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틀란타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그는 현재 카터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카터 센터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미국인 누구나가 ‘대통령 카터’를 넘어 ‘인간 카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자신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그는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를 ‘파파’라고 불렀다”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조지아 주지사 관저에서 4년, 백악관에서 4년을 사신 분들이지만 나머지 92년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집에서 보낸 소박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파파가 소탈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은 집에 가보는 것이었다”며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 모습을 묘사했다. 손자 카터는 “첫째로 그 집은 그들이 직접 손으로 지은 것처럼 보이는 집이고, 둘째로 집에 가면 할아버지는 70년대 스타일 짧은 반바지에 크록스를 신고 문을 열고 나왔다”고 말해 눈물 짓던 성당 안 추모객들을 크게 웃게 만들었다. 이어 “남부의 수천 명 조부모님 집들이 그러하듯 벽에는 낚시 트로피가 걸려있고, 냉장고에는 손주와 증손주들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며 “전화기는 주방 벽에 고정된 유선 전화라 마치 박물관 전시품 같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공황 시대를 거친 파파의 절약 정신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싱크대 옆에 지퍼백을 (재사용 하기 위해 씻어) 널어놓는 작은 받침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해군으로 복무하던 시절 핵잠수함 분야에서 일하는 등 핵 관련 엔지니어였던 카터 전 대통령이 휴대전화를 잘 다루지 못해 자신과 있었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유선전화만 쓰던 할아버지가) 결국 어느날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하셨는데 전화를 거셨길래 받았더니 ‘너 누구야’하고 되물은 적이 있다”며 “‘저예요, 제이슨. 할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 했더니 ‘난 안했어. 난 사진 찍고 있었어’라고 말했다”고 전해 눈물짓던 좌중을 또 미소짓게 만들었다. 손자 카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소도시 사람들로서, 자신들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가 그들이 단순히 소탈한 사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이후 카터의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비중있게 다뤘다.이날 워싱턴 대성당에서 75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이 끝난 후 카터 전 대통령의 관은 다시 비행기로 그의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이송됐다. 여기서 그는 다시 자신이 평생 다닌 고향 마을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가족들만을 위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이 교회에서 90세가 넘어서까지도 주일 교회학교 교사로 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손자 카터는 이날 추모사에서 “우리 교회에서는 ‘깨어나는 순간부터 머리를 뉘는 순간까지 신의 선하심을 노래하겠다’는 노래를 부른다”며 “할아버지는 분명 그런 사람이었고 그의 삶은 신의 선하심에 대한 증거였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고향 플레인스에서 2023년 11월 사망한 아내 로잘린 카터 옆에 묻힐 예정이다. 플레인스는 500여 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로, 카터 부부는 77년을 해로했다. 손자 카터는 “그는 떠났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며 “우리에게 그는 부엌에서 팬케이크를 만들거나, 목공소에서 증손주를 위한 요람을 만들고 있거나, 할머니와 송어 낚시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조지아의 들판과 숲을 함께 걷는 모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스톰’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동맹국들을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 멕시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핵심 동맹과 우방국들을 겨냥해 그간 강조해온 경제적 패권은 물론이고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등 다양한 주권 침해 발언을 이어가며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군사 활동까지 검토 중이란 것을 시사해 주권 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 소유 의사를 밝힌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팽창주의로 볼 수 있다”며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병합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식민주의와도 닮았다”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과거 ‘먼로 독트린’을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를 합친 말) 독트린’이란 평가도 내놓았다.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1823년 먼로 독트린을 통해 유럽에 대한 간섭을 거부하며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추구했다. 1기 때보다 더 거칠어진 트럼프 스톰이 세계 안보 질서에 긴장과 불확실성을 더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 속에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누구도 예외없다… 트럼프 패권 확대 ‘돈로 독트린’ 새 리스크로中견제 위해 파나마-덴마크 압박‘외교 개점휴업’ 韓 타깃될 가능성정부 “조선-원전 중심 협력 최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눈독 들이며 노골화하고 있는 이른바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이 한국에도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돈로 독트린은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 패권을 선언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먼로 독트린’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 ‘도널드’의 합성어. 단순한 고립주의를 넘어 미국의 이권을 위해 동맹국에 대한 영토와 주권 침해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식 팽창주의’로 해석된다.특히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외교적 ‘개점 휴업’ 상태인 한국 정부에는 더 노골화된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대응이 버거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운신의 폭이 좁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라도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에 대한 보조를 맞추되 “조선이나 원자력발전 등 한미 협력 분야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정지 작업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韓, 중국과의 관계 설정 미리 대비해야”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군대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고립주의 기조였던 집권 1기와는 달라진 2라운드를 예고했다. 미국에선 ‘돈로 독트린’의 핵심은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이 미국을 피해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수단”이라며 “파나마를 향해선 ‘중국의 투자를 그만 받아라’, 그린란드는 덴마크를 향해 ‘중국이 북극해로 확장시키지 못하도록 확실히 견제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도 “아직 팽창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긴 이를 수 있다”라면서도 “미중 패권 경쟁에서 파나마와 그린란드를 대리전 지대로 인식하고 전략적 쟁취를 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외교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트럼프식 전방위적 대중국 견제 기조를 잘 읽어내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이슈가 핵심이었던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단순히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거래적 접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국 대응과 통상 불균형 재조정이 최우선 과제인 한국은 언제든 타깃이 될 위험이 높다는 것.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 하듯 우리에게 52번째 속주가 되겠냐고 하진 않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똑바로 하라는 압박이 다양한 형태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높이라는 요구 외에도 대만 문제에 있어 주한미군이나 한국 정부의 역할을 더 확대하라는 식의 주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이익 추구가 트럼프식 ‘말폭탄’을 통해 본격화한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 견제로 압박을 할 여지가 있으니 한미, 한중 관계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선, 원전 등 협력 과제 우선순위 정리부터”열흘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취임에 대비해 정부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주 월요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갖고 각 부처가 재외 공관, 기업 등을 통해 파악한 동향들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정부는 일단 한미 간의 조선과 원전 협력을 필두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곧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활짝 열리는데 미국은 원전 시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미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닦아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키맨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과 미 행정부 인사들의 높은 보안 장벽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을 움직일 핵심 인물을 새로 뚫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리더십 공백과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진 트럼프 측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결국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한미 간 협력 과제들을 추리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의원(42·민주·뉴저지·사진)이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과의 파트너십을 약화하는 행동을 한다면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8일(현지 시간)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에서 한국 등 아태 지역 언론을 상대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아메리카 온리(America Only)’를 의미해선 안 된다. 미국은 동맹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에 대해 ‘군사력’까지 사용할 수 있단 뜻을 밝혀 논란이 된 가운데 미국의 동맹에 대한 소견을 밝힌 것. 그는 “미국의 리더십은 동맹 구축에서 비롯된다”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주한미군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이 감축, 철수 등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트럼프 1기’ 때에 이어 또다시 “초당적으로 매우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은) 한국 보호는 물론 대만해협과 관련해 대(對)중국 억지 역할까지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마치 우리(미군)가 한국 방어를 위해서만 거기 있고, 얻어 가는 게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땐 좌절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2013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활동했던 김 의원은 당시 31세의 나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라크에 관해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8년 뉴저지주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3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압승했다. 앞서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땐 의사당에 혼자 새벽까지 남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간)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수입국인 멕시코를 겨냥해 주권 침해에 가까운 고강도 압박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남동부, 멕시코 동부, 쿠바 등의 공동 수역인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명칭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겠다며 “멕시코는 미국에 엄청난 무역적자를 안기고 있다. 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미국에 몰려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압박했다.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사임 의사를 밝히자 전방위적인 ‘멕시코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부담 비율을 5%까지 높이라”고 촉구했다. 그가 한국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충지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자택인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만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명칭 변경은) 매우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또 마약 카르텔이 사실상 멕시코를 운영하고 있어 불법 이민을 방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는 친(親)환경을 표방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연안에서 신규 원유·가스 개발을 금지한 것을 두고 “(개발 가치가) 미 국가부채보다 많은 40조∼50조 달러에 달하는데 바이든이 이를 버렸다”고 비판했다. 재집권 시 멕시코만에서 대대적인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나설 뜻을 밝힌 셈이다. 멕시코만에는 미국의 에너지 시추 시설이 몰려 있다. 또 해산물과 유명 관광지도 많아 경제 사회적 가치가 높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은 멕시코에서 4765억 달러(약 692조 원)의 물품 등을 수입했다. 무역적자는 1524억 달러(약 221조 원)에 달한다. 즉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미 안팎의 요충지를 미국 영토로 만들겠다는 기존의 주장을 강조하는 동시에 멕시코에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강한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의 무릎을 꿇리더니 이제 그 총구를 멕시코에 들이댄 격”이라고 평가했다. 극우 성향으로 ‘여성 트럼프’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X’를 통해 “미국만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법안을 최대한 빨리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린란드-파나마운하에 군사력 사용 가능”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소유 의사를 밝힌 덴마크령 그린란드, 파나마운하에 대해서도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두 사안에 관해 군사력 혹은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언할 수 없다. 약속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같은 날 부친의 전용기를 타고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전격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파나마를 포함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고, 덴마크를 상대로는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그린란드는 광물자원이 많고,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관심을 보이는 북극권 진출을 견제하기에 용이해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캐나다를 모두 성조기로 뒤덮은 게시물도 올렸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가까이에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압박에 더욱 취약한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캐나다, 파나마, 그린란드 등을 향한 발언은 노골적인 주권 침해일 수 있는 만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토 방위비, GDP 대비 5%로 인상” 트럼프 당선인은 나토에 대한 압박도 이어 갔다. 러시아의 위협 등으로 나토 안보가 심각한 상황에 처한 만큼 GDP 대비 방위비 비율을 현재의 2%대에서 5%로 높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나토 32개 회원국의 방위비 평균은 GDP의 2.71%다. 폴란드(4.12%), 에스토니아(3.43%), 미국(3.18%) 등이 3%를 넘기긴 했으나 대부분 2%대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와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 금액을 확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하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살아있는 미국 정치인이 못 하는 ‘화합’을 죽은 카터가 이뤄냈다.”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24∼2024)의 유해가 7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의회 중앙의 로툰다홀에 안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격렬한 갈등을 벌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모처럼) 휴전하는 화합의 순간”이었다며 생존 정치인이 못 하는 일을 카터 전 대통령이 해냈다고 애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의 업적과 행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찬사보다 더 크게 그를 대변한다”고 애도했다. 공화당의 존 슌 상원 원내대표 또한 “해군 참전 용사, 땅콩 농부, 조지아 주지사, 대통령이었던 카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양당 정치인이) 모였다”고 기렸다. 지난해 12월 29일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한 그의 유해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통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옮겨졌다. 그가 제39대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특별공중임무 39’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악대와 찬송가 연주 속에 유해가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질 땐 미 정부 관례상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젊은 시절 해군이었던 그의 이력을 감안해 워싱턴 해군기념관을 잠시 들렀고 마차(馬車)를 통해 의회로 옮겨졌다.이날 워싱턴 일대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많은 시민들이 도심 곳곳과 의회 인근에서 유해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일반인들이 로툰다홀에서 그를 조문하는 게 이날 밤부터 가능했지만 같은 날 오후 2, 3시경부터 의회 인근에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 애드 레이스먼 씨는 기자에게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이라기보다 ‘큰어른’이자 ‘아버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는 길인데 당연히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다른 시민 라토야 잭슨 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가 행동으로 보여 준 헌신과 배려는 잘 안다. 그러한 가치를 존중하기에 몇 시간 일찍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은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정치인이 모두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다. 이후 유해는 고향인 플레인스로 옮겨져 안장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살아있는 미국 정치인이 못하는 ‘화합’을 죽은 카터가 이뤄냈다.”‘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924~2024)의 유해가 7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의회 중앙의 로툰다홀에 안치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격렬한 갈등을 벌이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모처럼) 휴전하는 화합의 순간”이었다며 생존 정치인이 못하는 일을 카터 전 대통령이 해냈다고 애도했다.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그의 업적과 행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찬사보다 더 크게 그를 대변한다”고 애도했다. 공화당의 존 튠 상원 원내대표 또한 “우리는 해군 참전 용사, 땅콩 농부, 조지아 주지사, 대통령이었던 카터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양당 정치인이) 모였다”고 기렸다.지난해 12월 29일 조지아주 플레인스 자택에서 타계한 그의 유해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통해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옮겨졌다. 그가 제39대 대통령이란 점을 감안해 ‘특별공중임무 39’라는 이름도 붙었다. 군악대와 찬송가 연주 속에 유해가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질 땐 미 정부 관례상 최고 예우에 해당하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이어 젊은 시절 해군이었던 그의 이력을 감안해 워싱턴 해군기념관을 잠시 들렀고 마차(馬車)를 통해 의회로 옮겨졌다. 이날 워싱턴 일대에 한파가 몰아쳤지만 많은 시민들이 도심 곳곳과 의회 인근에서 유해의 운구 행렬을 지켜봤다. 일반인들이 로툰다홀에서 그를 조문하는 게 이날 밤부터 가능했지만 같은 날 오후 2, 3시경부터 의회 인근에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시민 애드 레이스먼 씨는 기자에게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대통령’이라기보다 ‘큰어른’이자 ‘아버지’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는 길인데 당연히 나와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인을 추모했다. 또 다른 시민 라토야 잭슨 씨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가 행동으로 보여 준 헌신과 배려는 잘 안다. 그러한 가치를 존중하기에 몇 시간 일찍 여기에 온 것”이라고 했다.카터 전 대통령의 국장(國葬)은 미 동부 시간 9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10일 0시)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치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정치인이 모두 참석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다. 이후 유해는 고향인 플레인스로 옮겨져 안장된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전 공화당 하원의원(70)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뉴스맥스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지난해 12월 2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차기 주한 대사로 스틸 전 의원을 추천했다고 보도했다. 케빈 매카시, 뉴트 깅그리치 등 전 공화당 소속 하원의장들도 스틸 전 의원 추천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스틸 전 의원의 대사 기용을 두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변수가 많아 속단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스틸 전 의원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세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1992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고 재선 하원의원을 지냈다. 다만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3선에 실패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 출마한 트럼프 당선인을 일찌감치 지지한 ‘친(親)트럼프’ 성향이다. 트럼프 당선인 또한 지난해 11월 선거 당시 스틸 전 의원을 “미국 우선주의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외교가에선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선임보좌관,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 등도 주한 대사 후보로 거론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캐나다의 오바마’로 불리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 온 쥐스탱 트뤼도 총리(54)가 6일(현지 시간)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진 데다 친(親)이민 정책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관세 부과 방침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뒤 저자세 외교를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는 관세 압박 등 이른바 ‘트럼프 스톰’으로 타격을 입고 물러나는 첫 국가정상이란 불명예도 안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뤼도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접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많은 캐나다 사람들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되면 관세는 없어지고, 세금도 크게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 집값 ↑ 트뤼도 총리는 새해 연휴가 끝난 이날 관저 앞 야외에서 기자들에게 “2015년부터 저는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싸워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는 이 나라를, 이 나라의 국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서도 “현실은 우린 최선을 다했지만 의회가 몇 달째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리셋할 시간”이라며 사임을 공식화했다. 17년간 캐나다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1919∼2000)의 장남으로, 명문 맥길대를 나온 트뤼도 총리는 호감형 외모에 수려한 언변을 앞세워 2015년 11월 당시 44세로 총리에 취임했다. 캐나다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젊은 정치인의 기수’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공급망 위기 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년 50만 명의 신규 이민자를 수용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던 그의 이민 정책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민자 급증으로 실업률과 집값이 뛰고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은 하락했던 것. 국제 통계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캐나다 평균 주택 가격은 2018년 약 49만 캐나다달러에서 2022년 약 70만4000캐나다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수치 역시 2020년 0.72%에서 2022년 6.8%로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트뤼도 총리와 당의 지지율은 동반 추락했다. 현재 그가 속한 집권 자유당의 지지율은 21%로 보수당(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귀환한 트럼프, 트뤼도에 결정타 이처럼 어려움을 겪던 트뤼도 총리에게 ‘트럼프의 귀환’은 결정타가 됐다. 앞서 두 사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을 두고 껄끄러운 관계였다. 2017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트뤼도 총리는 보란 듯 포용적 이민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물가 등 국내 경제위기 앞에서 트뤼도 총리의 당당함은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직후 캐나다 등에 25% 고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사저인 마러라고 리조트까지 찾아갔다. 이는 결과적으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악수(惡手)가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와의 회동 직후 “위대한 캐나다주(州) 주지사인 트뤼도와 식사해 기뻤다”고 조롱했다. 이에 대해 트뤼도의 핵심 측근이던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전격 사퇴했다. 이어 정책 연합을 맺은 신민주당이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고관세로 트뤼도 총리를 흔든 건 통상, 안보 전략상 상대국을 압박하기 위한 특유의 협상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내던져 상대를 흔든 뒤 속내를 파악하려는 것”이라며 “약한 고리를 무너뜨려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향후 트럼프 당선인이 다른 우방국들로 시선을 돌려 고관세를 압박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향후 한국, 프랑스, 독일처럼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동맹국에 특히 위협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한편 트뤼도 총리의 후임으로는 프릴랜드 전 장관, 도미닉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교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거론된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미국 정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한국의 정치 혼란에 대해 “우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정 안정에 집중하는 점을 주목하고 평가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5일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무너졌던 동맹 재건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6일 최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한미 동맹과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 국회와 국민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통의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한국 정부가 준수하며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모든 급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맹에 대한 헌신도 철통같다. 우리가 이 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을 알지만 한국과 관련해 쓸 때는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대면 접촉도 점차 급을 높여 재개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한국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래도 취임 후 한국과 마주 앉을 각종 협상 테이블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일단은 신중하게 한국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됐고, 대서양 지역 연합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대표적인 ‘트럼프 충성파’인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막후 지원사격에 힘입어 가까스로 하원의장에 3일 재선출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공화당 장악력을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이 여세를 몰아 ‘트럼프표 최우선 공약’으로 꼽히는 국경보안 강화와 감세, 정부 지출 축소를 하나의 패키지 법안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사회생 존슨, 당내 강경파에 휘둘릴 듯 이날 하원의장 선거에서 존슨 의장은 과반에 못 미치는 21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서 공화당은 지난해 11월 5일 하원의원 선거에서 전체 435석 중 219석을 얻어 민주당(215석)에 4석 차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단 두 명만 공화당에서 이탈해도 존슨 의장이 재선출에 실패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로 꼽히는 토머스 매시, 랠프 노먼, 키스 셀프 의원이 지지표를 던지지 않은 것이다. 존슨 의장의 기사회생을 가능케 한 건 의장 선거 당시 골프를 치던 트럼프 당선인의 직통 전화였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당선인이 셀프, 노먼 등 두 의원에게 직접 전화해 “일을 더 오래 끌지 말자”고 요청했다고 4일 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노먼 의원에게 “당신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의 경쟁 후보로 나선) 니키 헤일리를 찍었지”라며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표결 종료 선언이 이뤄지기 직전 두 의원이 “존슨 지지”로 입장을 바꿔 존슨 의장은 과반인 218표를 얻는 데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투표 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며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의 승리는 존슨 의장의 권력이 얼마나 취약하고 ‘트럼프 의존적’인지를 일깨워준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박빙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당내 초강경 우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10여 명이 목소리를 높이면 존슨 의장이 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 추진 미 하원의장 선출이 마무리된 직후 트럼프 당선인은 세금 감면, 지출 감축, 국경 안보 등 최우선 입법과제를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으로 묶어 추진하자”는 뜻을 존슨 의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의장이 4일 비공개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했다. 폭스뉴스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은 상하원 모두 5월까지 이 법안을 자기 책상 위에 올려놓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제안은 그동안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참모진이 구상해 온 ‘투 트랙’ 전략과 상반된다. 이들은 취임식 직후 국경보안 관련 예산 집행을 먼저 해결한 뒤 감세와 정부 지출 축소 등 복잡한 싸움은 하반기로 미룰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을 하나로 단결시키고 감세 공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면 법안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공화당 주도로 도입된 감세 정책이 올해 만료를 앞둔 상황이기에 법안 연장의 추진력을 확보하려면 ‘패키지 협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원 세입위원회 제이슨 스미스 위원장도 폴리티코에 “어느 당도 수십 년 동안 같은 해에 예산조정법안 두 개를 통과시키는 데 성공한 적이 없다”며 트럼프의 ‘하나의 법안’ 전략을 지지했다. 다만, 당내에선 실패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미 CNN방송은 “이 정도 규모의 법안은 여러 유관 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협상도 훨씬 오래 걸린다”며 “(근소한 다수당이어서) 실수가 용납될 여지가 거의 없는 공화당에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미국 정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한국의 정치 혼란에 대해 “우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정 안정에 집중하는 점을 주목하고 평가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한 지지를 거듭 확인했다. 5일 퇴임 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무너졌던 동맹 재건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업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6일 최 권한대행,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한미동맹과 북한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 국회와 국민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와 공통의 이익을 진전시키기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한국 정부가 준수하며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모든 급의 소통 채널을 열어 두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맹에 대한 헌신도 철통같다. 우리가 이 단어를 자주 쓴다는 것을 알지만 한국과 관련해 쓸 때는 진심”이라고 강조했다.미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이례적으로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탄핵 소추안 의결 이후 한국에 대한 지지 의사를 꾸준히 밝히고 있다. 양국은 고위급 대면 접촉도 점차 급을 높여 재개하고 있다.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한국 상황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아무래도 취임 후 한국과 마주 앉을 각종 협상 테이블을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일단은 신중하게 한국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한편 블링컨 장관은 FT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 태평양 4개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초대됐고, 대서양 지역 연합이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하고 있음을 거론하며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워싱턴= 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