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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법원의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프로그램 승인 이후 이들에 대해 투자 검토에 나선 기업이 등장했다. 법원 승인을 계기로 일부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다만 큐텐그룹 재무구조가 워낙 불투명한 데다 미정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계열사 매각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큐텐그룹 안팎에 대한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2일 법원이 두 회사에 대한 ARS를 승인한 뒤 일부 기업이 위메프 인수 의향을 내비친 것으로 확인됐다. 큐텐그룹 고위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 기업 여러 곳에 접촉했지만 다들 거절 의사를 밝혔다”며 “ARS 승인 이후 위메프 인수를 위해 필요한 검토 자료 등을 요청하는 곳이 두 군데 새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티몬도 1일부터 인수 의향자 물색에 나섰다. 그룹 측은 “일부 사모펀드(PEF)가 티몬 인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RS 프로그램은 회사가 채권자들과 함께 자율적으로 변제 방안을 협의하는 제도다. 법원이 준 시한은 1개월이지만 최대 3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 채권 변제를 위해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각 계열사는 신규 투자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그룹 계열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진 데다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어 실제 지분 매각이 성사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ARS 기간 내 채권단 등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로 가게 된다. 각 계열사는 큐텐그룹, 특히 구영배 큐텐 대표와 절연에 나서며 각자 문제 해결을 시작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독자적인 지분 매각을 시도하는 동시에 최근 큐텐 측에 미수금 등을 돌려받기 위한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는 본보에 “늦었지만 큐텐그룹 내 금전적인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두는 게 이후 인터파크 판매자 대금 지급 관련 피해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터파크쇼핑은 지난달 29일부터, AK몰은 지난달 31일부터 각각 판매대금을 정산하지 못하고 있다. 티몬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 운영을 맡겼던 티몬PG에 약 60억 원이 묶이면서다. 이런 와중에 구 대표는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을 그룹의 주주가 되게 하는 방식으로 자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 가운데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미정산 대금(상거래채권)을 전환사채(CB·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회사채)로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판매자 중 10%만 참여해주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 가능”이라며 “나머지 미정산금은 1년 이내에 전액 상환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자금이 막혀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수금을 이미 시장가치가 급락한 큐텐의 채권과 주식으로 전환할 판매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신뢰를 잃고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없는 회사의 주식을 받아봤자 휴지 조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특히 큐텐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들조차 “구 대표로부터 전혀 공유받지 못한 내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13일로 예정된 ‘회생절차 협의회’는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해 관계자가 많다 보니 채권자협의회 구성도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원에 따르면 두 회사의 판매자 수는 티몬 4만7000명, 위메프 6만3000명 등 총 11만 명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 등 큐텐그룹 다른 계열사로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인터파크커머스나 AK몰도 정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게다가 해외 계열사에서도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판매자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계열사 다른 플랫폼에서도 미정산 발생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는 전날 입점 업체에 “티몬·위메프 미정산 영향으로 판매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지난달 16일만 하더라도 “AK몰, 인터파크쇼핑, 인팍쇼핑 등 플랫폼의 판매대금은 안전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정산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했고 이상 없다”고 판매자들을 안심시켰다.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보름 만에 돈을 못 주겠다고 말을 바꾼 플랫폼 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모 씨는 “본인들은 상관없다는 공지만 안 했더라면 그때 물건을 빼서 1500만 원은 아낄 수 있었다”며 “우릴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판매자들 가운데 인터파크커머스에도 동시 입점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티몬·위메프 두 회사 미정산 규모는 2740곳, 2264억 원에 이르고 6, 7월 판매대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까지 합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미정산 이슈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큐텐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지난해 3월 큐텐으로부터 1만2000달러(약 1660만 원) 이상의 판매 대금을 한 달 이상 정산받지 못한 건축·가정용품 판매자의 피해 사례를 보도했다. 큐텐은 해외 판매자들에게도 정산이 지연되는 이유를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는데 이는 티몬·위메프 사태 초반에 한국 판매자들에게 했던 설명과 같아 논란이 되고 있다.● 큐텐 관련 플랫폼 떠나는 업체들 주요 유통업체들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큐텐 계열 플랫폼에서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인터파크쇼핑 내 브랜드관에서는 GS샵, CJ 온스타일, 롯데홈쇼핑 등 주요 입점사들이 판매를 중단했다. 인터파크도서는 31일 아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최근 발생한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입점사인 교보문고 정상화 시점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도서에서 책을 구매하면 “판매자의 사정으로 주문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나온다. 앞서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해외 직구 플랫폼 서비스인 ‘인팍쇼핑’도 7월 31일부로 운영을 종료한다고 사용자들에게 공지했다. 야놀자 계열사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이날 인터파크커머스에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와 함께 브랜드 사용을 즉각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인터파크 투어와 티켓을 운영 중인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해 쇼핑과 도서 사업부문을 큐텐그룹에 매각했다. 이런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는 7월 초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해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이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불거지기 불과 이틀 전인 6일 하루 카드 결제액은 897억 원까지 불어났다. 일평균 카드 결제금액의 5배가량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기 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정황 증거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 등 큐텐그룹 다른 계열사로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인터파크커너스나 AK몰도 정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발언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게다가 해외 계열사에서도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판매자 주장이 나오면서 파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계열사 다른 플랫폼에서도 미정산 발생지난달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커머스는 전날 입점 업체에 “티몬·위메프 미정산 영향으로 판매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며 정산 지연을 공지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이달 16일만 하더라도 “AK몰, 인터파크쇼핑, 인팍쇼핑 등 플랫폼의 판매 대금은 안전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정산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했고 이상 없다”고 판매자들을 안심시켰다.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보름 만에 돈을 못 주겠다고 말을 바꾼 플랫폼 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문모 씨는 “본인들은 상관 없다는 공지만 안 했더라면 그때 물건을 빼서 1500만 원은 아낄 수 있었다”며 “우릴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에 입점했던 판매자들 가운데 인터파크커머스에도 동시 입점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티몬·위메프 두 회사 미정산 규모는 2740곳, 2264억 원에 이르고 6, 7월 판매대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까지 합하면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플랫폼에서 미정산 이슈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큐텐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문제는 해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지난해 3월 큐텐으로부터 1만2000달러(약 1660만 원) 이상의 판매 대금을 한 달 이상 정산받지 못한 건축·가정용품 판매자의 피해 사례를 보도했다. 큐텐은 해외 판매자들에게도 정산이 지연되는 이유를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는데 이는 티몬·위메프 사태 초반에 플랫폼에서 한국 판매자들에게 했던 설명과 같아 논란이 되고 있다.●플랫폼 떠나는 유통업체들큐텐 계열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있던 주요 유통업체들은 추가 피해를 우려해 관련 플랫폼에서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인터파크쇼핑 내 브랜드관에서는 GS샵, CJ 온스타일, 롯데홈쇼핑 등 주요 입점사들이 판매를 중단했다. 백화점상품권 등 일부 상품은 “판매 중지(또는 종료)돼 구매할 수 없다”는 공지가 뜨거나 “일시 품절된 상품”이라는 안내와 함께 구매를 막아놓았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달 31일 아예 서비스를 중단했다. 인터파크도서는 “최근 발생한 티몬, 위메프의 미정산 영향으로 입점사인 교보문고 정상화 시점까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도서에서 책을 구매하면 “판매자의 사정으로 주문이 불가하다”는 공지가 나온다. 앞서 인터파크커머스가 운영하는 해외 직구 플랫폼 서비스인 ‘인팍쇼핑’도 7월 31일부로 운영을 종료한다고 사용자들에게 공지했다. 이런 가운데 티몬과 위메프는 7월 초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해 신용·체크카드 결제액이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불거지기 불과 이틀 전인 6일 하루 카드 결제액은 897억 원까지 불어났다. 일평균 카드 결제금액의 5배가량이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지연 사태가 터지기 전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정황 증거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23일 대만 타오위안시에 있는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준공 현장. 공항 제1터미널에서 2km 거리를 차로 10분 정도 달리자 드넓은 공사 현장이 나왔다. 전체 면적 58만 m² 규모 공항의 뼈대가 될 높이 20m짜리 거대한 철골 기둥, ‘메가 칼럼’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나에 200t짜리 메가 칼럼은 현재 8개를 지었고 8개를 더 지어 총 16개가 될 예정이다. 16개의 메가 칼럼은 3만 t 무게의 지붕을 받치게 된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각기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우웅’ 소리가 주기적으로 났다. 1979년 문을 연 타오위안 공항은 대만 제1의 국제공항이다. 수도 타이베이에서 북서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2010년 제2터미널이 개장했지만, 이용객이 계속 늘어나며 혼잡 문제가 발생해 대만 정부는 제3터미널을 짓기로 했다. 타오위안 공항 제3터미널 부지는 현재 있는 1, 2터미널을 합친 것보다도 규모가 크다. 24개의 패키지로 구성된 타오위안 공항 증축 공사는 총사업 규모가 약 3조5000억 원(올해 7월 기준)으로 대만 정부가 역대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다. 2021년 3월 삼성물산은 대만 현지 건설사 RSEA와 컨소시엄을 이뤄 제3여객터미널과 탑승동 공사를 따냈다. 총사업비 가운데 삼성물산이 맡은 공사는 약 1조2990억 원 규모다. 8개 한국 협력사가 삼성물산과 함께 현장을 책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1년 6월 제3터미널 착공에 나섰고, 2026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3터미널 완공 후 연간 여객 수용 능력 목표는 4500만 명이다. 현재 1, 2터미널이 총 37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제3터미널 완공 후엔 타오위안 공항은 총 820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규모의 2배 이상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연간 수용 여객 수는 8000만∼9000만 명가량 된다. 제3터미널이 완공되면 타오위안 공항도 인천국제공항만큼 규모가 커진다. 대만 정부는 제3터미널 건립을 계기로 아시아 허브 공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물산은 이 공항 현장을 ‘기술력의 집결체’라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 용접 기술이다. 용접사가 붙어 일일이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대신 360도를 회전하는 용접 로봇을 도입했다. 여러 개로 분절돼 한국에서 배송되는 메가 칼럼 부품을 공사 현장으로 가져다가 현장에서 가설물을 설치하고 자동용접기가 매달려서 움직일 수 있는 궤도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태양 주변으로 태양계 행성들이 일정한 궤도로 돌아다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사람이 원격으로 리모컨을 통해 용접 궤도를 조정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메가 칼럼 같은 원통 모양을 자동 용접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대만의 불안한 노동 수급 현황, 비싼 인건비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가 칼럼을 짓기 위한 용접은 난도가 높아 고숙련 용접사가 필요한데 대만 현지에서 이 같은 인력을 구하기는 어렵다. 자동 용접은 공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엄성용 삼성물산 상무는 “30일 걸릴 것을 21일 만에 할 수 있게 해주는 장비”라며 “한국에서 타오위안 공항 현장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동성중공업과 함께 6개월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10m 정도 높이의 가설 계단을 올라 메가 칼럼에 가까이 다가가 자동 용접 기술을 적용한 접합 부위를 봤다. 한눈에 봐도 무척 매끈하고 균질했다. 올해 3월 현장에 도입된 ‘철근 자동 가공’ 설비도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법이다. 롤 형태로 감겨 있는 철근을 필요에 따라 현장에서 재단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손실이 없다. 무엇보다 현장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엄 상무는 “현장에서 도면 정보를 입력하면 바로 원하는 대로 철근을 뽑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이 대만에서 다음 수주 목표로 삼고 있는 곳은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으로 예정된 가오슝 공항 증축 공사 입찰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타오위안 공항 제3터미널 공사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하고자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난도가 높은 공사여서 일본 경쟁 업체가 중도에 입찰을 포기한 현장이지만, 삼성물산은 기술력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오위안=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삼성물산이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중에는 세계 1, 2위 빌딩 건축도 포함돼 있다. 세계 최고 높이 마천루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다. 2000년대 한국 건설업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건축물로 꼽힌다. 2005년 착공해 2009년 준공된 이 건물은 163층, 높이 828m에 이른다. 내부에는 호텔, 상점, 주거시설 등이 들어섰고 이들을 연결하는 58기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됐다. 50여 개국에서 700만 명이 공사에 참여하는 등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올해 1월 삼성물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인 말레이시아 메르데카118 빌딩 공사도 마무리했다. 메르데카118은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에 지은 건물이다. 전체 면적 67만3862m²에 높이 679m, 지하 5층∼지상 118층 규모다. 이 건물은 부르즈 할리파 다음 높이의 마천루였던 중국의 상하이타워보다 47m 높다. 개관식엔 국왕 부부 등 현지 최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건물 1, 2위를 모두 지은 삼성물산은 초고층 건물을 준공할 때 당대의 최첨단 건설 공법을 현장에 적용해 왔다. 부르즈 할리파는 ‘현대 공학의 집약체’로도 불린다. ‘한 층당 3일’ 공정으로 59개월 만에 완공했다. 지상에서 기둥과 벽의 철근을 조립해 타워크레인으로 한 번에 작업 장소로 옮겨 설치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상에서 만든 콘크리트는 고층까지 수직으로 운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압펌프와 배관을 통해 고층으로 바로 압송하는 방법이다. 이와 더불어 지상 500m 높이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지 않고 유압잭을 통해 밀어 올려주는 리프트업 공법으로 첨탑을 설치했다. 이때 노하우를 쌓은 삼성물산은 메르데카118 현장에서도 고압 압송 기술과 리프트업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수천억 원대 정산금 미지급 사태를 빚은 전자상거래업체 티몬과 위메프가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채권이 동결돼 두 플랫폼 내 판매자들이 미정산 대금을 돌려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날 모기업인 큐텐의 구영배 대표와 티몬·위메프 경영진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검경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 신청 이후 입장문을 내고 “판매회원과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부득이하게 회생 개시 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 활동의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이 절차에 돌입하면 부채가 동결돼 원금과 이자 지급이 중지된다. 회생절차를 위한 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25일 기준으로 정산기일이 지났는데도 두 회사가 판매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미정산액은 총 2134억 원에 달한다. 6월과 7월 판매대금도 모두 미정산액으로 남아 피해액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소상공인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56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원석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반부패수사1부를 중심으로 검사 7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사태 수습” 반나절만에 ‘회생’ 신청… 업계 “피해 보상 의지 없어”[티몬-위메프 사태]티몬-위메프, 기업회생 신청… 법원서 수용땐 부채 동결 등 조치판매자, 정산 대금 80% 못받을수도모기업서 ‘꼬리 자르기’ 시도 의혹… 구영배, 오늘 국회 질의 출석할듯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가 29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피해자 보상은 당분간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두 회사의 모기업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사진)가 이날 오전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반나절 만에 벌어진 일이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와 큐텐그룹이 피해 보전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피해자 보상 더 힘들어질 듯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에서 지정한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 활동의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 곧바로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에 따라 압류, 추심, 경매 등 각종 민사집행을 막을 수 있다. 동시에 부채가 동결돼 원금과 이자의 지급이 중지되기 때문에 향후 발생하는 유동자금을 활용해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법원이 사업을 청산하는 것보다 계속하도록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은 남은 재산과 기업가치 등을 조사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된다. 기업은 이에 맞춰 경영활동과 채무 변제를 병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채무의 일부를 탕감받기도 한다. 두 회사의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이는지와 관계없이 판매자들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업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금융·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기업회생 전문가인 김광중 하우림법률사무소 국장은 “티몬과 위메프가 정상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없는 상황에서 회생 신청을 한 것으로 보아 ‘스토킹-호스(Stalking-horse)’ 방식의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판매자들은 정산받아야 할 대금의 10∼20% 정도밖에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 호스 방식이란 기업을 매각할 때 예비인수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찾아 놓은 후 차후에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큐텐 피해 보전 의지 애초에 없었나 이날 오전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다”며 입장문을 낸 구 대표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해결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전에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본인 재산까지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며 “기업회생은 최선의 노력을 한 후에 신청하는 것인데, 진정성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회생 신청을 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구 대표가 아침에 이야기한 대책 모두 파산한 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파산한 기업이라 지분이 헐값이 되고 M&A를 노리려고 해도 아무도 살 기업이 없다는 설명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채무 상환까지 다소 시간을 벌고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되는 반면 미정산금을 받지 못한 다수의 판매자는 연쇄 도산 우려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기업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회생절차에 나서는 것도 의아하다”며 “다른 계열사는 그대로 두고 티몬·위메프만을 꼬리 자르기 하려는 시도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국회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26일 오전 11시경 티몬 별관이 있는 서울 강남구 JK빌딩에는 환불 신청을 위해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 일부는 건물 뒤 주차장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직장인 박모 씨(37)는 “전날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티몬 본사에 와서 오늘 오전 1시부터 기다렸다”며 “10시간 넘게 대기했는데 아직도 환불을 못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티몬 본사를 찾아 환불 신청 용지에 자필로 정보를 적고 대기한 고객은 오전에만 2000명을 넘었다. 티몬 측에서 오후 4시경 “오늘은 자금 부족으로 1000명 이상 환불이 어렵다”고 하자 강하게 반발하는 고객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도 2000여 명은 현장에 남아 있었다. 더운 날씨에 대기하다가 낙상해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판매자 연쇄 도산 현실화 우려 티몬·위메프 내부에서 회사 정상화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티몬·위메프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일부를 탕감받게 돼 정산받지 못하는 다수의 판매자가 생겨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6만 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셀러들로 이들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 순환이 막히면 연쇄 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행 업체뿐 아니라 숙박 업종, 전자제품이나 PC 부품을 취급하는 용산 전자상가, 가구와 인테리어 시장도 비상이다. 명품 수입업체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티몬으로부터 판매 대금 1억4500만 원을 못 받고 있다. 23일까지만 해도 정산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지만 24일부터는 티몬 측과 연락도 되지 않는다. 거래처에 사정해 다음 달 말까지 대금 지급을 미뤘다는 그는 “당장 이달 말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할 상황”이라며 막막해했다. 현금 사정이 좋지 않은 영세 판매자들은 선정산 대출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산 대출은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위메프·티몬 입점 업체에 나간 선정산 대출 규모는 약 11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영세 판매자뿐 아니라 수십억 원대 규모로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업체 한샘의 미수금은 64억 원, 시몬스침대는 10억 원가량 된다. 티몬·위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은 지난해 4월 인수한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 주식 매매 대금 중 1600억 원가량을 숙박·레저 플랫폼 야놀자에 아직 지불하지 않은 상태다. ● 외부에서의 자금 수혈 가능할까 대형 유통사들과 여행사들에 이어 26일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상품 노출을 중단하는 등 판매자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다. 판매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큐텐의 지원이나 외부에서의 자금 수혈밖에 없다. 두 회사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77억 원, 위메프는 316억 원으로 합쳐서 6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큐텐의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큐텐의 누적 결손금은 4000억 원대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큐텐의 2대 주주인 미국 몬스터홀딩스가 자금 지원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큐텐을 이끄는 구영배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구 대표는 현재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큐텐이 자금 수혈에 실패해 파산한다면 벌어질 수 있는 ‘도미노 피해’를 지적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주로 돈을 빌리던 제2금융권뿐 아니라 시중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잠재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큐텐그룹의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동성이 꽉 막힌 상황에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불안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26일 네이버쇼핑과 다음 쇼핑하우는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위메프의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네이버 쇼핑 검색에서 티몬과 위메프 상품 노출을 일시 중단했다”며 “상품이 정상적으로 제공되면 협의를 거쳐 서비스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여행사들에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도 티몬·위메프 상품 노출을 중단하는 등 주요 판매자들이 떠나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는 상품이 팔리지 않아 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액이 1700억 원을 훌쩍 넘길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 규모 파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6, 7월의 판매대금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을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미정산액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미정산액이 3000억 원을 웃돌 수도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현장 점검이 끝나는 대로 피해를 입은 영세 소상공인 판매업체에 특례보증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BK기업은행이 자금을 담당하고 신용보증기금이 특례보증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판매업체에 긴급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각 부처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 등은 29일 오전에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미정산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한 소비자 불안이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처럼 정상 영업 중인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자회사들이다. 정부 측은 미정산액을 현재 1700억 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지만, 현장 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금액은 더 불어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2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 내 일부 상품 판매자들은 최근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정산 사태와는 관계가 없더라도 큐텐 계열사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와 계약 중이던 여행사들은 줄줄이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31일 출발 상품까지만 정상 진행하기로 했고, 모두투어도 정산 요청이 이행되지 않자 계약을 사실상 해지했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결과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액은 1600억∼1700억 원 규모로 조사됐다. 아직 정산 시점이 도래하지 않은 6, 7월분 판매대금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두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플랫폼으로 들어온 자금을 정산 외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분리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환불해달라” 본사앞 밤샘… 판매업체 “100억 밀려, 문닫을판”[티몬-위메프 지급불능 사태]위메프 본사 1000여명 몰려 ‘환불전쟁’본사 1층-주차장-복도까지 대기… 위메프 “소비자 우선, 판매자 2순위”가구-식품 등 구매자에도 피해 확산… 판매업체 줄도산땐 금융권도 타격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 1층에 200여 명이 웅성대고 있었다. 일부는 밤을 새웠다고 했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연차를 내고 오전 8시에 도착했다. 7월 초 위메프·티몬에서 산 130만 원어치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서다. 오후 2시가 되자 이 씨처럼 이곳을 찾아온 이들은 400명으로 늘어나 본사 1층과 주차장, 복도까지 신문지를 깔고 앉았다.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이 몰리다 보니 통신 장애로 휴대전화가 1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이들은 종이에 직접 이름,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 수량, 예금주, 계좌번호 등을 적어 낸 뒤 몇 시간을 대기하고서야 환불을 받았다. 1400명에 대해 환불 처리가 됐지만 오후 6시가 넘을 때까지 현장에는 여전히 200여 명이 남아 있었다.● 가구·식재료까지 피해 확산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오후 “소비자 피해 구제를 1순위,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구제를 2순위로 우선 순위를 정해 놓고 일하겠다”며 “환불 자금은 충분할 것이다. 자금은 큐텐·위메프·티몬이 다같이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판매자는 류 대표에게 다가가 “왜 소비자에게만 환불해 주냐”며 “세 차례 밀린 판매 대금만 100억 원이다. 회사가 문닫게 생겼다”고 항의했다. 23∼25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큐텐 그룹 계열 쇼핑업체 상담 접수 건수는 2391건이나 됐다. 소비자원은 피해가 늘자 홈페이지를 통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조만간 공고를 올릴 예정이다. 가구업체인 한샘도 티몬·위메프를 통해 인테리어 시공을 결제한 소비자와 가구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직접 취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겹살 등을 구매했다가 빈 박스만 받았다는 후기들도 올라오고 있다. 휴가 시즌 여행상품이나 항공권 등에 집중된 것으로 여겨졌던 피해 상품 카테고리가 훨씬 넓은 영역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시몬스와 SPC그룹, 11번가 등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먼저 책임지겠다고 나선 기업들도 일부 있다. 이들은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돼 소비자 결제가 끝난 상품에 대해서는 제품 배송을 마무리하거나,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들 연쇄 부도 우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이커머스 생태계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온라인상에는 “인터넷에서 마음 놓고 뭘 살 수 있겠는가”라며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많다. 특히 큐텐이 인수한 AK몰,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에 대해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선제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으로 총 1조1480억 원이었다. 현재까지 판매자들에게 티몬·위메프가 정산해 주지 않은 물건 값은 올해 5월 거래 대금으로 아직 정산이 시작되지도 않은 6, 7월 구매분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과 유통업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티몬과 위메프 모기업인 큐텐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당초 주식 교환으로 티몬, 위메프를 인수했을 만큼 큐텐은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며 “향후 채권 추심 및 가압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연쇄 도산하게 되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권도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부터 협력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돕는 상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지역 중소 업체의 ESG 경영 지표가 2배 개선되는 등 지속가능한 유통 공급망 구축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ESG 공급망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소 협력회사를 선정해 전문 컨설턴트의 ESG 컨설팅과 맞춤형 교육, 개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로그램 참여 기업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ESG 표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공급망 평가를 연 1회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평가 결과가 우수한 기업에 인테리어 지원과 영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ESG 지표 준수율이 높아 동반위의 ‘ESG 우수 중소기업 확인서’를 받으면 동반위와 협약을 맺은 시중은행에서 금리 우대도 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앞서 지난해 9월 ESG 프로그램에 참여할 10곳의 협력 중소기업을 선정했다. ESG 경영에 관심이 있으나 시행할 인력과 노하우가 부족한 회사를 선착순으로 모집했다. 선정된 협력회사 대부분은 사업 경력이 3∼5년 미만인 영세 업체들로 프로그램을 통해 사전 온라인 교육부터 현장 실사를 포함한 컨설팅을 받았다. 이 가운데 ESG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골프 전문 브랜드 스폴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과 비교해 ESG 경영 진단 지표를 2배가량 개선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스폴에 상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온라인 상세 페이지 제작 및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등 경영 활동을 전폭 지원했다. 이와 더불어 신세계백화점은 스폴이 광주신세계 본관 1층에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골프용품과 의류를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스폴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7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ESG 공급망 지원 프로그램 외에도 협력회사와의 상생 발전을 위한 지원을 수년째 시행해오고 있다. 동반성장펀드를 통해 무이자로 자금을 직접 지원하고 명절 기간 대금 조기 지불, 우수 중소기업의 복리후생 지원 및 판로 확대 등이 해당된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롯데는 안전관리 조직을 전문화하고 정기적인 안전 진단을 통해 안전관리를 빈틈없이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 33개 그룹사에서 안전관리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약 6952억 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했다.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그룹사 안전관리 주무 부서 팀장·담당자들이 참여하는 안전관리협의회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연다. 또한 롯데는 롯데건설 CM사업본부 안전컨설팅팀 주관으로 ‘그룹사 사업장 정기 안전진단 컨설팅’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35개 그룹사 512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진단을 실시해 5966건의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제공했다. 올해는 29개 그룹사 50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 진단을 진행한다. 임직원 안전 의식을 개선하고 재해 발생 시 초동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롯데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훈련을 의무 실시하고 있다. 파트너사 직원 및 아르바이트생 등 사업장 내 모든 근로자가 업무 배치 전 기초 안전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신규 근로자 교육을 진행한다. 소방 시설 실습 훈련, 소방경진대회와 같은 정기 교육과 공사 작업자 교육 등 상황 및 대상별 여러 훈련 과정을 운영 중이다. 롯데는 안전관리 현황과 이슈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관리하고자 2017년 안전관리 시스템 ‘롯데세이프티’를 도입했다. 롯데세이프티는 그룹 내 약 50개 계열사와 1만5000여 개 사업장에서 각 사 안전관리 담당자들이 사업장 안전 수준을 측정·관리하고 컨설팅하는 시스템이다. 롯데세이프티 사용자들은 안전 진단 결과 등 위험 요인 및 개선 결과, 사업장 안전교육과 훈련 등 주요 일정, 안전관리 업무 지침 등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안전상황실을 통해 안전사고 발생 상황과 사고 분석 자료도 공유할 수 있다. 특히 롯데물산은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분기별 정기 안전교육과 연 1회 재난안전교육을 실시 중이다. 월 2회 정기 소방훈련과 비상대기조 훈련 등 법적 기준(연 1회)을 넘어선 연 48회 소방 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관 합동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 ‘롯데물산 자체 소방대’는 지난 6월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의 민간소방대 분야에 서울 대표로 출전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대회에서는 화재의 신속한 초기 진압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소화전 점령, 소방호스 연결 후 표적 타깃 주수 등의 경연이 이뤄졌다. 롯데물산 소방대응 조직은 대표이사 직속으로 36명의 정예대원이 24시간 근무하며 롯데월드타워·몰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건물 1층에 200여 명이 웅성대고 있었다. 직장인 이모 씨(35)는 급히 직장에 휴가를 내고 오전 7시 30분 집에서 나와 위메프 본사에서 환불을 기다렸다. 7월 초 위메프·티몬에서 산 130만 원어치 상품권을 환불받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본사 1층과 주차장, 복도까지 신문지를 깔고 앉은 이가 400여 명이었다. 사람들이 좁은 장소에 너무 많이 몰리면서 통신 장애가 발생해 휴대전화가 1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위메프 관계자는 “오전 6시 30분에 접수한 소비자가 10시 30분쯤 환불을 받았다”며 “이곳에서 밤을 새운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위메프 본사 몰려간 피해자들 사람들은 종이에 결제자 이름,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 수량, 예금주, 계좌번호 등을 적었다. 서류를 내고 수시간을 기다리면 위메프 관계자가 이름을 불렀다.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1400여 명이 환불을 받았다. 오후 6시가 넘었지만 현장에는 아직도 200여 명이 남아 있었다. 문이 닫혀 있는 티몬 본사 대신 위메프 본사를 찾아와 “환불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았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이날 오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피해 구제를 1순위, 소상공인과 영세상인 구제를 2순위로 우선 순위를 정해 놓고 일하겠다”며 “환불 자금은 충분할 것이다. 자금은 큐텐·위메프·티몬이 다 같이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판매자는 류 대표에게 다가가 “왜 소비자에게만 환불해 주냐”며 “세 차례 밀린 판매 대금만 100억 원이다. 회사가 문닫게 생겼다”고 항의했다. 23∼25일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큐텐 그룹 계열 쇼핑업체 상담 접수 건수는 2391건이나 됐다. 소비자원은 피해가 늘자 홈페이지를 통해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조만간 공고를 올릴 예정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몬스와 SPC그룹, 11번가 등 일부 기업은 손해를 보더라도 소비자 피해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해당 플랫폼에서 판매돼 소비자 결제가 끝난 상품에 대해서는 제품 배송을 마무리하거나, 전액 환불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판매자들 연쇄 부도 우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이커머스 생태계 전체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온라인상에는 “인터넷에서 마음 놓고 뭘 살 수 있겠는가”라며 불안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많다. 특히 큐텐이 인수한 AK몰, 인터파크커머스(쇼핑·도서)에 대해서는 소비자뿐 아니라 입점해 있던 판매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선제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 원, 3082억 원으로 총 1조1480억 원이었다. 현재까지 판매자들에게 티몬·위메프가 정산해 주지 않은 물건값은 올해 5월 거래 대금으로 아직 정산이 시작되지도 않은 6·7월 구매분을 생각하면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과 유통업계 일각에선 큐텐의 부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당초 주식 교환으로 티몬, 위메프를 인수했을 만큼 큐텐은 자금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며 “향후 채권 추심 및 가압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연쇄 도산하게 되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 등 금융권도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식품 기업들이 26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유럽 시장에 K푸드를 알릴 기회로 삼고 적극 공략에 나섰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와 호기심이 증가하는 상황에 올림픽이 유럽 시장 공략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인 카르푸와 손잡고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신라면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올림픽빌리지, 올림픽 주경기장, 에펠탑 인근 카르푸 매장들에 팝업을 연다”며 “즉석 라면 조리기를 1∼2대씩 설치해 ‘한강 라면’을 소비자들이 맛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이번 파리 올림픽 공식 파트너는 아니지만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 라면에 대한 세계 시장의 관심을 더욱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라면은 최근 한국 농식품 ‘수출 효자’로 떠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라면은 K푸드 중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으로 올해 상반기(1∼6월) 라면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2.3% 증가한 5억90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달했다. 파리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나선 기업들은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파리 올림픽 코리아하우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는 파리 7구에 있는 3층 건물 ‘메종 드 라 시미(Maison de la Chimie·화학의 집)’ 전체를 임차해 운영한다.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는 CJ제일제당은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식 시장을 재현해 길거리 음식을 알린다. CJ제일제당은 약 230㎡ 규모의 야외정원에 ‘비비고 시장’을 열고 비비고 김치와 떡볶이를 김치만두·치킨만두·소불고기만두·불고기주먹밥·핫도그와 각각 곁들인 콤보 메뉴 5종을 방문객들에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떡볶이와 핫도그 등 ‘비비고 K-스트리트 푸드’는 유럽에 아직 출시하지 않은 품목이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는 ‘카스 프레시’와 논알코올 음료 ‘카스 0.0’를 중심으로 파리 코리아하우스 내에서 한국 주류문화를 주제로 한 ‘카스 포차(포장마차)’를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서혜연 오비맥주 부사장은 “카스 포차는 또 하나의 한류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는 SPC도 코리아하우스에 올림픽 기간 3만여 개의 빵을 제공한다. SPC 관계자에 따르면 파리에 있는 다섯 군데의 파리 현지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만드는 크루아상, 바게트, 페이스트리 이용 제품 등이 공급될 예정이다. 파리바게뜨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에게는 현지에서 생산한 케이크를 전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은 한류의 인기를 업고 K푸드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 일종의 ‘전략 지역’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으로의 농식품 수출액은 3억3980만 달러(약 4714억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2% 증가했다. 이 통계는 한국에서 생산돼 해외 수출되는 제품들만 친 것으로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실적을 더하면 유럽 내 K푸드 성장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식품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지난 1분기(1∼3월) 유럽 식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성장했다. 대상은 유럽 시장 공략을 목표로 폴란드 현지 업체와 합작, 내년 준공을 목표로 폴란드 크라쿠프에 김치 공장을 짓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주요 투자 의사결정 시 더욱 면밀하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를 해달라.”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4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강력한 실행력 발휘”를 임원진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고금리, 지정학적 이슈 등 외부 리스크가 과거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경영 환경이 불확실하지만 경영 목표 달성,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부진을 타개할 하반기 경영 방침으로 △기존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에서의 안정적 수익 창출 △미래 성장을 위한 고부가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관리 강화 등 4가지를 주문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VCM에는 신 회장과 사업군 총괄대표 및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도 지난해부터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 전무를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등 경영 승계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신 전무는 ‘미래 먹거리’ 등에 관한 질문에 옅은 미소만 지은 채 빠르게 회의 장소로 이동했다. 회의 도중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별도 발언은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VCM에서는 ‘스타트업의 위기 극복·재도약 사례‘ 주제의 외부 강연과 상반기(1~6월) 경영 실적 점검, 하반기(7~12월) 경영 방침 공유, 사업군별 경영 전략 발표 등이 다뤄졌다. 그룹의 전반적인 인공지능(AI)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이노베이트가 AI를 활용한 실행력 강화 전략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신 회장은 ‘혁신자의 딜레마’를 인용해 “미래를 위해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선도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기존 사업에서 본원적 경쟁력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VCM에서도 신 회장은 AI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혁신의 수단으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올해 상반기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한 인도 및 동남아시아의 사업을 소개했다.신 회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룹 전반에 고부가 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기차 배터리 소재, 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 발굴 노력을 예시로 들었다. 그룹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던 이날 VCM은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21년 1조5356억 원 영업이익을 냈는데, 2022년에 7626억 원 적자, 2023년 3477억 원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롯데케미칼은 135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올해 2분기(4~6월) 롯데케미칼이 481억 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한다.롯데그룹은 VCM 회의에 앞서 스타트업 행사인 ‘2024 롯데 인베스트먼트 쇼케이스’를 열었다. 롯데 경영진이 유망 스타트업의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동시에 이들과 신규 사업 및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행사에는 AI 기반 콘텐츠 제작, 사물인터넷 기반 초소형 점포, 자율주행 로봇,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16개 유망 스타트업이 참여했다.이민아 기자 omg@donga.com}
한국 소주의 인기가 북미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1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소주 전체 수출액은 1억141만 달러(약 1401억1820만 원)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소주 수출액은 4832만 달러(약 668억 원)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별 소주 수출액은 일본이 3083만 달러(약 426억 원)로 1위, 미국이 2355만 달러(약 325억 원)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 소주 수출액은 2021년에는 1304만 달러였는데 1년 후인 2022년 1851만 달러로 늘었다. 처음처럼 등 롯데칠성음료의 대미 소주 수출액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46% 증가했다. 과일 향 소주 수출액도 같은 기간 미국에서 연평균 45%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미국 주류회사 ‘E&J 갤로(GALLO)’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라네즈’는 최근 북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라네즈의 ‘립슬리핑마스크’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립슬리핑마스크는 입술에 바르고 자면 각질을 줄여주고 수분을 채워준다. 2015년 출시된 제품이 북미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WNBA(여자 프로농구) 팀 ‘피닉스 머큐리’와 7월 ‘올스타 시즌’에 한시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K뷰티 브랜드가 미국 프로 농구팀의 후원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북미에서 1분기(1∼3월) 매출액이 40%가량 늘었는데 이는 해외 시장 가운데 가장 가파른 성장세”라며 “다양한 사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층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기존부터 강세를 나타냈던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 지역에서 눈에 띄게 주목받으면서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17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1712만 달러(약 6조7000억 원)였다. 기존 최대치인 2021년 상반기(46억3406만 달러) 수치를 3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10년 전인 2014년 상반기(7억8530만 달러) 대비로는 6배 이상으로 늘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올해 연간 수출액이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하반기(7∼12월)에는 아마존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연말 할인 행사가 몰려있기 때문에 소비량이 늘면서 수출액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에도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출액이 더 많았다. 한국 화장품 수출이 증가한 것은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류 붐을 타고 K뷰티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출액은 아직 중국이 가장 많지만 북미 지역의 가파른 성장이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화장품 수출액은 중국이 12억1486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8억7031만 달러), 일본(4억7818만 달러) 순이었다. 중국 수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14.1% 줄어든 반면 미국은 61.1%, 일본은 21.5% 늘었다. ● 중소 인디 브랜드와 대기업 모두 인기몰이 K뷰티의 가파른 성장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기존 대기업이 중국 이외에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에 더해 인디 브랜드들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아마존은 ‘프로젝트 K뷰티 고 빅(Project K-Beauty Go Big)’을 발표하고 미국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뷰티 브랜드에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신화숙 아마존 글로벌셀링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아마존에서 한국 화장품 판매자들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했고 올해는 매출 증가율이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한국에 있다는 것도 국내 인디 브랜드 약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인디 브랜드를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 시설이 없고 ODM 업체에 제조를 의뢰한다. 올해 1분기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매출액은 각각 5748억 원, 52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31% 증가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올해 11월 한국이 주도해 10개국이 참여하는 ‘월드푸드테크협의체’를 출범합니다. 한국은 푸드테크(foodtech·식품과 기술의 결합) 생태계 주도권을 가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기원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50·푸드테크학과장)는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푸드테크협의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2022년 출범한 한국푸드테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이 고군분투했는데 다른 나라가 주최하는 행사에 지원해서 합격하기를 바라야만 하는가”라며 “글로벌 푸드테크 생태계 주도권을 한국이 갖고 국제 행사를 주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 첫걸음이 11월 18일 서울에서 출범식을 여는 월드푸드테크협의체다. 이 교수가 발로 뛴 덕에 한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 10개국의 대표 기업이나 정부 기관 등 민간·정부·학계가 참여하기로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푸드테크 기업을 꼽아 달라는 말에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냉동 김밥이 아무리 인기여도 이를 데울 전자레인지가 없으면 먹지 못하고, 냉장고가 없으면 식생활 자체가 불가하다”며 “푸드테크의 핵심은 ‘주방’ 기술인데 한국 대기업들은 맞춤형 주방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식품생명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 32세의 나이로 건국대에서 생명공학과 교수가 됐다. 이른 나이에 특별 채용을 통해 교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한국에서 아무도 하지 않던 분야를 연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엔 주목받지 않았던 건강기능식품 등 개인맞춤형 식의학이 그의 연구 분야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해외 연구자들과 협업해 연구에 매진했다. 3년 만에 성과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건국인상’을 받았고 2011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해서 성과를 낸 경험도 있다. 2012년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창발센터’를 설립해 맞춤형 식의약품 기술 회사인 ‘밥스누’를 창업했다. 2015년엔 국내산 약콩(쥐눈이콩)을 갈아 첨가물 없이 맛을 낸 ‘약콩두유’를 개발했다. 이 교수의 할머니가 40년 가까이 서울 강남구에서 ‘피양콩할마니’ 식당을 운영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콩과 친숙했다. 그는 “농식품 산업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같은 첨단 기술로 부가가치를 높여 나가며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실제로 이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점점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고 있어 한국의 푸드테크는 현재 세계로, 미래로 가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푸드테크의 가치는 “먹고, 살아남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기후 변화, 인구 감소,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인한 지방 소멸, 식량 안보 달성 등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푸드테크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푸드테크를 통해 업사이클링, 배양육, 농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전국화와 세계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푸드테크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여야 국회의원들이 함께 뜻을 모은 푸드테크산업육성법이 올해 꼭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삼양그룹은 12월 31일까지 전북 고창군에 있는 상하농원에서 창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 ‘안녕 100’을 개최한다고 15일 밝혔다. 13일 개막한 전시회는 삼양그룹의 창업과 성장의 역사를 보여주고 현재 삼양그룹의 주요 사업과 제품, 기술력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는 △삼양 100년의 여정 △창업자 이야기 △숫자로 보는 삼양 △꿈꾸는 삼양 등 7가지로 구성됐다. 삼양그룹의 지난 100년 역사와 함께 화학, 식품, 의약과 바이오, 패키징 등 삼양의 현 사업과 성과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금∼일요일은 큐레이터 안내도 받을 수 있다. 정지석 삼양홀딩스 HRC 실장은 “이번 100주년 특별전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방문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삼양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과 체험 위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삼양그룹은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5월 온라인 역사관을 연 데 이어 하반기(7∼12월)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 디스커버리센터에 스페셜티 미래 기술을 주제로 한 ‘삼양 디스커버리 랩’(가칭)을 개관한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
1일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장어 전문점 ‘반구정나루터집’. 문을 연 지 50년이 넘은 이곳은 올해 초 세월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신축 한옥으로 탈바꿈했다. 가게에 들어서자 널찍한 통로를 서빙 로봇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날 만난 가게 직원은 “5월까지 가게 리모델링을 마치고 로봇이 다니기 쉬운 구조로 바꿨다”며 “매장에 로봇은 28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은 기존에는 널찍한 상에 모든 반찬과 식사를 옮겨 담은 뒤 힘 좋은 장정들이 상째로 들고 와서 손님들 앞에 놓아줬다. 이제 이 식당은 네 개의 작은 선반에 음식을 나눠서 올리고 로봇에 이를 얹는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서빙 로봇을 도입했나’라는 질문에 가게 직원은 “오히려 반대다. 무거운 상을 들고 나를 사람이 구해지지 않아 서빙 로봇을 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육즙 보존율까지 파악해 고기 굽는 로봇 서빙뿐 아니라 조리까지 로봇이 대체하는 식당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5일 서울 관악구의 돼지 고깃집 ‘정숙성’ 주방에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조리 로봇이 설치돼 있었다. 이 로봇엔 음식의 실시간 조리 상태를 분자 단위로 분석해 최적의 맛을 내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사람이 로봇에 고기를 넣자 자동으로 고기는 철판 두 개 사이에 고정됐다. 이후 적절한 온도에서 철판이 돌아가며 고기를 고루 익혔다. 기계 외부에는 육즙 보존율처럼 고기의 맛을 ‘수치화’해서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표시됐다. 조리 로봇 도입은 이제 일부 식당만의 실험이 아니다. 유명 삼겹살 프랜차이즈인 하남돼지집은 비욘드허니컴과 손잡고 고기 초벌 로봇을 개발 중이다. 태블릿PC와 키오스크 등을 이용한 ‘비대면 주문’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태블릿PC 주문 플랫폼 1위 업체인 티오더를 도입한 매장은 김밥, 라면 등을 판매하는 분식집 ‘보슬보슬’부터 한우 1인분(150g)을 7만∼8만 원 선에 판매하는 고급 한우 식당 ‘우텐더’까지 다양하다. 티오더 매출은 창업 첫해인 2019년 4억8000만 원에서 지난해 600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 달에 티오더를 통해 이뤄지는 주문 건수는 2000만 건이 넘고 결제액은 4500억 원에 이른다. 다양한 업소에서 비대면 주문이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대면 주문 방식이 오히려 어색하다”는 말도 나온다. 티오더 관계자는 “한 달에 평균 1만 건씩 도입 관련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난에 최저임금 인상까지…무인화 가속화 인력난과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외식업계의 무인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내 서비스로봇 공급사 브이디컴퍼니에 따르면 서빙로봇, 테이블 오더 등 식음료(F&B)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가맹점 수는 2020년 400여 개에서 2023년 1만여 개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외식업 인건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당시 평균 인건비는 162만1000원에서 2021년 171만3000원, 2023년엔 218만5000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시간당 1만 원을 넘기면서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했을 때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서빙 로봇으로 대체됐고, 주유소들은 사람을 뽑지 않고 ‘셀프 주유소’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음식점과 주점업은 향후 근로 인력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달 개최한 ‘인구 감소의 노동시장 영향과 대응과제’ 세미나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20년 동안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산업 1위로 ‘음식점 및 주점업’을 꼽았다. 2022년 200만7011명이던 음식점 및 주점업 근로자는 꾸준히 감소해 20년 후인 2042년엔 66만9426명(33.4%)이 줄어든 133만7585명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교수는 “음식점과 주점업은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진입하지 않는 업종인 동시에 나이가 든 사람들이 많이 근로하는 산업”이라며 “이들이 노동 시장에서 퇴장하게 되면 새로운 인력 충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수주 당시보다 물류비가 크게 상승해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 화물 선적에 밀려 선복(적재 공간) 확보가 늦어져 보관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한국무역협회가 운영하는 ‘수출입물류 애로신고센터’에는 최근 이런 고충 사례가 대거 접수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최대 항로가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막힌 ‘홍해 사태’가 장기화되고, 중국의 수출 물량 밀어내기까지 겹치면서 세계 ‘수출 뱃길’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 기업 57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14일 발표한 ‘해상운임 급등 긴급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3.3%가 현재 수출입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주요 애로 사항으로 △물류비 증가(40.1%) △선복 확보 차질(21.5%) △운송 지연·변동(19.8%) △컨테이너 부족(11.5%) 등을 꼽았다. 국제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일 3674.86포인트로 1년 전(지난해 7월 14일 979.11포인트)보다 약 3배 올랐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대상 무역 제재가 더 강화되기 전에 수출 물량을 내보내기 위해 선복을 싹쓸이했다”며 “앞으로 소폭 등락은 있겠지만 지금의 고운임이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실제 이번 무역협회 설문조사에서도 지금의 운임 상승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이 46.2%로 가장 많았다. 선복 확보의 어려움으로 납기 지연 문제도 일상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의 64.3%가 선복 확보의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약부터 출항까지 걸리는 기간이 기존(1, 2주) 대비 최소 1주에서 2개월 이상으로 늘었다고 응답한 기업이 64.5%에 달했다. 수출 선박 품귀 현상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 프랑스 해운·조선 분석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유휴 선박(컨테이너선 기준) 비율은 지난달 초 0.7%를 나타냈다. 5월에는 이 수치가 0.4%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팬데믹에 따른 물류 대란기였던 2022년 2월 이후 처음이었다. 중소기업은 타격이 더 크다. 1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1∼5일)한 수출 애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4.3%가 수출 물류 관련 경영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선복량 확보와 같은 중장기 계획도 중요하지만, 당장 추가적인 물류비 부담을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정상훈 무역협회 서비스물류실 해상물류 담당은 “대기업은 1년 이상 장기 운송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상 운임 상승 등 물류 리스크의 직접적인 타격은 중소·중견기업이 입고 있다”며 “물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도 바우처 형식으로 물류비를 지원하거나 항만 인근 물류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