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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장애인 접근성도 개선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달 30일 ESG위원회를 열고, 2030년까지 추진할 ESG전략과제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우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공정 개선,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으로 생산단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나가기로 했다. 소비 전력, 단열 성능, 열교환 기술 개선 등으로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도 감축한다. 국내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을 확대해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취득하고, 해외 사업장에서는 슬러지 원료화 등 국내 모범 사례를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2030년까지 전 제품군에 접근성 기능을 탑재한다. 이를 위해 현재 장애인 자문단을 운영하며 신제품 개발 시 개선점을 적용해 나가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서비스 종료 3년 만에 부활한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글과 사진 등을 유족에게 넘기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싸이월드제트는 사망한 회원이 생전에 올렸던 게시물 가운데 전체 공개 설정된 것에 한해 유족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3일 싸이월드제트 측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이 서비스 신청이 2381건에 달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생전에 남겨 놓은 데이터가 열람,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첫째 쟁점은 일종의 ‘디지털 유산’이라는 관점과 유족이라도 고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다는 입장의 충돌이다. 서비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SNS에 남아 있는 사진과 영상, 다이어리 등의 게시물은 ‘디지털 유산’이라고 본다. 고인이 쓴 책이나 일기장, 편지 등 유품을 유가족이 물려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한다. 이른바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인이 생전에 ‘전체 공개’를 결정했다지만 그 이후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고, 가족이 나중에 이를 볼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족에게 데이터를 전달할 때 회원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거나 이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은 제외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둘째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을 별도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디지털 유산의 종류와 범위, 상속자의 자격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당사자 간 계약(개인정보약관)을 변경하면 위법이 아니라는 의견과 이용자의 동의가 없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다른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고인 정보 공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고인이 된 회원의 블로그, 이메일 등 데이터는 유족이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하면 회원 탈퇴가 가능하고,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백업해 제공한다. 별도 규정이 없는 대부분 회사들은 유족이 원하면 사망한 회원의 계정을 폐쇄하는 정도로 대응한다. 해외에서는 관련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독일 연방법원에선 사망한 15세 아이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해 어머니에게 접속 권한을 부여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계정 소유주가 일정 기간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계정을 대신 관리할 사람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애플은 계정 소유주가 유산 관리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장은 “계속 축적되는 디지털 정보를 무한대로 남겨둘 수는 없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서비스 종료 3년 만에 부활한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가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글과 사진 등을 유족에게 넘기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싸이월드제트는 사망한 회원이 생전에 올렸던 게시물 가운데 전체 공개 설정된 것에 한해 유족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3일 싸이월드제트 측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이 서비스 신청이 2381건에 달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용자가 생전에 남겨 놓은 데이터가 열람, 또는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첫째 쟁점은 일종의 ‘디지털 유산’이라는 관점과 유족이라도 고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다는 입장의 충돌이다. 서비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SNS에 남아있는 사진과 영상, 다이어리 등의 게시물은 ‘디지털 유산’이라고 본다. 고인이 쓴 책이나 일기장, 편지 등 유품을 유가족이 물려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후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한다. 이른바 ‘잊힐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인이 생전에 ‘전체 공개’를 결정했다지만 그 이후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고, 가족이 나중에 이를 볼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족에게 데이터를 전달할 때 회원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거나 이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게시글은 제외되는데 이 과정에서 회사의 검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둘째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디지털 유산을 별도로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디지털 유산의 종류와 범위, 상속자의 자격 등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따라 당사자 간 계약(개인정보약관)을 변경하면 위법이 아니라는 의견과 이용자의 동의가 없어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맞선다. 다른 국내 IT기업들은 고인 정보 공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고인이 된 회원의 블로그, 이메일 등 데이터는 유족이더라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하면 회원탈퇴가 가능하고, 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만 백업해 제공한다. 별도 규정이 없는 대부분 회사들은 유족이 원하면 사망한 회원의 계정을 폐쇄하는 정도로 대응한다. 해외에서는 관련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독일 연방법원에선 사망한 15세 아이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해 어머니에게 접속 권한을 부여하는 결정을 내렸다. 구글은 계정 소유주가 일정 기간 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계정을 대신 관리할 사람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애플은 계정 소유주가 유산 관리자를 최대 5명까지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장은 “계속 축적되는 디지털 정보를 무한대로 남겨둘 수는 없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지난달 말 서울 은평구에는 흥미로운 게임장이 문을 열었다. 농구공 던지기, 고리 던지기, BB탄 사격 등을 즐기는 모습은 다른 게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고 얻은 포인트 또는 포인트가 기록된 티켓을 모으면 원하는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른바 ‘점수보상형 아케이드 게임(리뎀션 게임)’이다. 해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장뿐만 아니라 놀이공원, 식당가 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2007년 이후 법으로 금지됐다.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그러다 지난해 정부는 사행성 우려를 막기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달아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시범사업을 허용했다. 아직 시범사업의 성패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시도라도 하는 데 15년이나 걸릴 일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업계에선 환영하면서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한숨도 나온다. 그동안 강화된 규제에 건전 게임장들도 타격을 입으면서 업계 전체가 이미 궤멸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20년 국내 게임시장에서 아케이드 게임장의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최근 유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 특히 이른바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든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3N’을 비롯해 많은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15일 위메이드는 자체 개발한 메인넷(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3.0’과 스테이블 코인 ‘위믹스달러’를 공개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생태계를 구현해 가상세계를 한 차원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P2E는 게임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꿔 현금화가 가능해 사행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 국내에선 불법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규제 완화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루나, 테라 폭락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며 선을 긋는다. 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논의 불가’를 의미해서는 안 된다. 웹 3.0시대에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허용할 수 있을지,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볼 만하다. 명확한 소비자 보호 가이드라인이나 규정이 마련되면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길이 열릴 것이다. 게임사들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잃은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고, 과거 인기게임에 P2E 요소만 넣어 손쉽게 ‘추억팔이’하려는 유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게임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막는 해법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또다시 15년이란 시간이 걸려서는 안 될 일이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오늘부터 나는 한국인이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하자 ‘반(反)빅테크 연대’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에픽게임스의 팀 스위니 대표가 이런 트위터 게시글을 띄웠다. 세계 최초의 입법으로 구글과 애플에 한 방 먹인 한국에 세계는 놀라워했다. 다양한 결제 방식이 나오고 수수료도 내려가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지 9개월,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변한 게 뭐냐는 한숨이 나오고 있다. 콘텐츠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19일 카카오는 웹툰·웹소설 결제 수단을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충전할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가격을 2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티빙·웨이브 등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 플로 등 일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은 이미 앱 내 이용권 가격을 15% 올린 상태다.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구글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자사의 결제 정책을 개발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앱 삭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했다. 구글은 결제 정책을 바꿔 자사 인앱결제 외에 인앱결제 내에서 개발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결제 시스템도 허용했지만, 앱 개발사들은 사실상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한다. 제3자 결제의 경우에도 수수료를 최대 26% 내도록 했는데, 시스템 도입 비용과 카드사 등에 따로 내야 하는 수수료를 감안하면 기존 인앱결제(최대 30%)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는 것이다. 외부링크를 통해 앱 밖으로 이동해 개발사의 웹페이지에서 결제할 수 있는 방법도 차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같은 구글의 정책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구글은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법에 따라 앱 개발사에 선택권을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앱 백화점’에 입점해 서비스를 누리면서 앱 장터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수수료를 내지 않고 플랫폼에 무임승차하려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많다. 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를 견제한다는 데만 집중했을 뿐 양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촘촘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정한 결제 방식’의 정의는 모호했고, 인앱결제가 앱 장터와 별도의 시장인지 아니면 통합된 시장인지 등도 구체적으로 따지지 못했다. 외부 결제 수수료를 높이는 등 빅테크의 예상되는 대응에 대한 대비도 부족했다. 지금부터라도 법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제적인 입법 공조에도 나서야 한다. 한편으론 지금의 앱 생태계를 구축한 빅테크의 역할을 인정하면서 적정 수수료 체계를 함께 만들어 가기 위한 소통과 논의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단지 빅테크를 규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앱 생태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진지한 고민에 나서야 할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지난 2년 동안 단절과 고립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연결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났으니 이제 ‘비정상’적인 재택근무를 끝내고 ‘정상’적인 일터로 돌아오라는 회사의 요구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의심하지 않았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됐다. 재택근무 등으로 회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었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엄청났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했다. 결속과 유대를 강조하며 업무의 연장이라 여겼던 회식도 그렇게까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재택근무를 끝내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내 소통 부재, 취약한 보안 환경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직종과 직급, 성향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집에서 일할 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 오히려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팀장급은 팀원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신입 직원의 경우 업무 노하우 습득을 위해 대면 근무를 선호하기도 한다. 재택근무와 대면근무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그간 다양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결론도 제각각이다. 회사와 직원들 스스로도 한번 돌아봐야 한다. 생산성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이유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대로 구성원에 대한 불신과 통제에 대한 욕구로 무작정 회사로 불러오려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직원에게 똑같은 형태의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근무형태를 모두 포용해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후 근무 형태를 조절할 계획이다. 게임업계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 출퇴근제’가 자리 잡았다. 통신업체 등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장점을 합친 거점 오피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장소에 구애 없이 최적화된 업무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고사양 IT 장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화하는 근무 방식에 걸맞게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및 보상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도 필요하다. 강제 출근의 ‘프리 코로나 시대’나, 강제 재택의 ‘코로나 시대’ 모두 답은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진짜 고민과 실험이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해커집단은 ‘랩서스’다. 남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생 조직인데 실적이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보건부를 공격하며 등장한 이후 이달 들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달아 털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도를, 삼성전자에선 갤럭시 설계 파일 소스코드를, LG전자에선 임직원 이메일 계정 등 9만 건을 탈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미 보안·인증업체 옥타 등도 먹잇감이 됐다. 얼마나 기술이 뛰어나기에 최강의 보안시스템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내부를 헤집고 다녔을까. MS 위협정보센터(MSTIC)의 보고서를 보면 수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오프라인 식으로 말하면 우편함을 뒤져 개인정보를 얻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쇄 문서의 조각을 맞추는 정도랄까. 본진을 직접 치기보다는 직원, 협력업체 등의 취약한 고리를 파고들었고, 상대를 믿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용했다. 스마트폰 유심칩을 복제하는 ‘심스와핑’을 통해 모바일 인증을 통과했다. 이메일로 2차 인증이나 암호 복구를 많이 한다는 데 착안해 개인 이메일을 해킹했다. 때로는 ‘직원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헬프 데스크에 접근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을 섭외해 전화를 걸고 사전에 수집한 프로필 정보를 줄줄 읊으며 신뢰를 얻었다. 내부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돈으로 매수해 인증정보를 구하기도 했다. 접근 권한을 얻은 뒤 내부망의 채팅 메시지나 회의, 협업툴 등을 살펴보며 다른 공격 대상을 탐색하는 식으로 차츰 접근 권한을 높여갔다. 이들의 간단한 수법이 통할 수 있었던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곳곳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우회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출입문을 꽁꽁 닫는 데만 주력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편’으로 믿어버리고 경계심을 푸는 식의 보안시스템도 문제였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2021 데이터 침해 사고 조사 보고서’는 보안사고의 85%가 인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최근 미국은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전제로 국가 사이버 보안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미 침입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접속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 인증 절차와 신원 확인 등을 철저히 하고, 정보 접근 범위도 차등·최소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공언한 우리 차기 정부도 보안 취약점에 대처하고 사이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막강 전력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고전하는 걸 보면 전쟁의 성패는 무기가 아닌 사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신념은 그 어떤 첨단 무기보다 강력했다. 사이버 보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안의 가장 큰 취약점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귀찮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의식을 갖출 때만이 나와 가족, 회사와 국가의 소중한 정보를 지킬 수 있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의 돌풍이 심상찮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이달 11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함께 플레이하는 이 게임(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출시 이튿날 동시 접속자가 최고 132만 명에 달해 역대 세계 2위에 올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게임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반갑다. ‘로스트아크’의 성공은 업(業)의 본질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로스트아크’는 사실 신작이 아닌 ‘중고 신인’이다. 2018년 국내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다. 개발 기간만 7년, 개발비는 약 1000억 원이나 투입됐다. 많은 게임사들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몰려갈 때, PC 대작게임 개발을 묵묵히 밀어붙였다. 출시 후에도 곧장 세계로 향하기보단 3년여 동안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을 다듬었다. 진정성 있는 소통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친 과금 요소를 줄이고 콘텐츠에 집중해 이용자들로부터 ‘착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출시 후 한동안 주춤하던 게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소통이었다. 2020년 1월 ‘신년 감사제’라는 이용자 행사를 시작으로 개발 총괄자가 직접 스킨십에 나섰다. 행사 때마다 수 시간에 걸쳐 질의응답을 하며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구체적 해결책을 약속했다. 직접 작성한 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게임 내 전체 채팅을 통해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매출을 포기하고 유료 거래 서비스 일부를 유저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응원하는 기부 캠페인을 하고 본사가 있는 지하철역에 개발팀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소통으로 게임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군단장 레이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요청에 맞춰 지속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한 결과 글로벌 흥행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요즘 게임사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대체불가토큰(NFT)’,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등을 선언하며 밖으로만 달려간다. 물론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과 사용자들의 신뢰라는 기본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즐길 거리가 없는 메타버스는 진열대가 텅 빈 상점처럼 공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게임은 노동일 뿐이다. 이용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신사업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K게임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주식을 2조6000억 원어치나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사의 기술력과 콘텐츠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기본과 신뢰라는 든든한 토대를 다지고, 이를 박차고 올라 K게임이 다시 한번 비상하길 기대한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에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단지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상식 및 윤리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철학을 내세웠지만 그들에게만 이로운 선택을 했다.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많을 것이란 관측은 우리의 시도가 대한민국 기업공개(IPO)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한 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 배정’ 방식을 택했다. 182만 명이 청약에 참여해 평균 2주씩 받았으니 ‘국민주’라 할 만했다. 소액주주를 이렇게 맘에 새기는 회사의 경영진이 앞장서 도망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정작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건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가 주식을 대량으로 팔지 않을까였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답은 명쾌했다. “단기적으로 매각 의사는 없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경영진도 당연히 팔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상식적이다. 물론 경영진의 주식 매도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시가총액 10위권 대기업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900억 원어치의 주식을, 그것도 상장 한 달여 만에 팔아 치운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더라도 다른 정상적인 기업에선 생각조차 않을 일을 거침없이 해낸 것이다. 비판에 대한 대응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류 대표는 “경영상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해 오히려 분노를 자극했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면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해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럼 뭐가 되는가. 카카오 본사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치했다. 애초에 상장 후 한 달도 안 된 자회사의 CEO를 본사로 불러올리려던 결정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 ‘상장’이라는 미션을 끝냈으니 영전할 때가 됐다는 건가. 투자자들은 상장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미래에 투자했는데, 정작 카카오 경영진은 상장을 차익 실현의 끝으로 본 건 아닌지 궁금하다. 파장이 커지자 카카오는 리더십을 교체하고 경영쇄신을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가 잃은 신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출발점은 사회의 일반적인 요구 수준에 맞는 상식과 윤리의 복원이어야 한다. 카카오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합의와 공감을 넓혀갈 필요도 있다.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사랑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카카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성장통’이라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이용자 수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첫 등장은 화려했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세우며 일상과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에선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품질 평가를 보면 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초당 메가비트)로 집계됐다.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를 것이란 공언은 물론이고 LTE의 이론상 최고 속도인 1Gbps에도 못 미친다. 일부 이용자는 과장광고로 피해를 봤다며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현재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주파수 대역은 3.5GHz(기가헤르츠)뿐인데, 이 대역의 최고 속도는 1.5Gbps에 불과하다. LTE의 20배 속도가 가능하려면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을 활용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이 대역에 4만5000개의 장비를 세우겠다고 했는데 실제 실적은 0.7%인 312개에 불과하다. 시험에서 0점을 받았다면 1차적으론 학생을 혼내야 한다. 공부를 안 해도 너무 안 한 거다. 하지만 선생님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난도 조절에 실패했을 수도, 과목 자체가 학생 수준과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초에 28GHz를 설치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주파수는 진동수가 높아지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휘거나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만큼 장비를 촘촘하게 깔아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전국망엔 부적합하고 기업용으로 써야 하는데 아직 수요도 많지 않다. 통신사들이 미적거리는 이유다. 차라리 3.5GHz에 더 투자해 품질 개선과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불가능한 숙제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 “대국민 약속”이라며 통신사들을 다그친다. 물론 28GHz를 포기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향후 6세대(6G) 통신까지 고려하면 초고주파 대역에 대한 기술 연구를 건너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통신사들에만 맡겨 둘 사안은 아니다. 지하철 와이파이나 청년 임대주택 등에 깔아서 숫자만 맞출 일이 아니다. 정부와 통신사, 장비업체, 기업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생태계 구축과 활용 방안을 거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공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요금체계도 합리적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기다리면 더 빠른 5G를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대보다 낮은 서비스에도 높은 비용을 감수해왔다. 이제라도 다양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에 연연해 속도전을 펴왔다. 이젠 현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 수립과 서비스 개선에 힘써야 한다. 최고 속도가 아니라 체감 속도를 높여야 ‘진짜 5G’가 가능하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된 임농 하철경 화백의 작품 ‘심추’가 발매 일주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 모핑아이는 자사가 발행한 ‘심추’ NFT 작품 100개가 자사 NFT 거래 플랫폼인 이브아이에서 완판됐다고 4일 밝혔다. 모핑아이는 지난달 이브아이를 통해 한국 수묵화의 거장인 화백의 대표작 심추를 5000만원에 판매했다. 100개 한정수량으로 발행된 심추는 사전예약 방식을 시작으로 판매를 진행해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렸다. 모핑아이 측은 금융권 임원들과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주요 구매자라고 밝혔다. 심추는 당초 전남 진도군립 하철경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하 화백이 “국민들이 NFT를 통해 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모핑아이에 감정가 1억 원의 작품을 5000만 원에 제공했다. 하 화백은 모핑아이와 NFT관련 독점계약을 맺고 향후 출시하는 NFT 미술품들을 이브아이에서만 출시하기로 했다. 모핑아이 김기영 대표는 “5월 하 작가의 진도군 미술관 건립 기념 이벤트와 10월에 예정된 고희전 및 디지털아트로의 2차 창작 이벤트 등 향후 구매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함께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모핑아이는 이번 판매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 작가들을 적극 발굴하고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K-디지털아트’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모핑아이는 지난해 12월 29일 NFT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실행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52번째 하이테크 어워드에서 NFT 대상을 수상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을 이끌어온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 대표(58·사진)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부회장으로 승진해 카카오의 상생 업무를 맡는다. 22일 카카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송년회에서 최근 카카오의 새 대표 선임을 언급하며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를 강하게 결합해 더 큰 성장을 이뤄보고 싶다”며 임기가 마무리되는 연말에 대표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여민수·류영준(내정) 카카오 공동대표가 카카오커머스 CIC 대표를 겸하며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부회장으로 직급을 높여 카카오 소셜임팩트에서 사회공헌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국내 1호’ 소셜임팩트 기업인 카카오메이커스의 대표를 맡아 운영해온 만큼 카카오식 상생과 사회공헌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운영하는 회사다.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3년 만인 올해 9월 카카오와 다시 합병했다. 카카오는 합병을 계기로 최근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1시간만 해도 몇천 원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던 게임이 결국 서비스 취소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최종 결정은 게임사의 이의신청을 검토해 내려지겠지만 결론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이 게임은 가상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을 게임에 접목한 이른바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다. 게임 내에서 임무를 달성하면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고, 이를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가 가능하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하루에 20만 명 이상이 게임을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 세계적으론 꽤 보편화됐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개발한 ‘엑시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선 월급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는 생계형 게임으로 주목받으며 노동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용돈 좀 벌어보려던 이용자들로선 게임위의 결정이 야속하겠지만 사실 결론은 명확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엔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은 환전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불법이란 얘기다. 이럴 줄 알면서도 게임사는 게임위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업자의 자체등급분류라는 우회로를 통해 서비스를 내놨다. 편법이다. 블록체인 게임 자체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이용자를 계속 끌어모아야 하는 ‘다단계’적 속성이 있고, 가상화폐로의 전환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이용자가 피해를 볼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위의 결정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2018년 ‘유나의 옷장’을 시작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도입한 여러 게임이 게임위의 문을 두드렸지만 ‘불법’ ‘사행성 우려’라는 말만 반복한다. 관련 산업과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젠 게임을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한 오락’이라는 게임산업법의 정의로 모두 담아낼 순 없다. 게임은 중독과 질병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게임을 우울증 치매 등을 예방하는 ‘디지털치료제(DTx)’로도 활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한 모바일게임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최근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도 게임은 핵심 수단이다. 그런데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 메타버스 업계에선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아니 ‘게임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으로 분류되는 순간 촘촘한 규제에 묶일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생소하던 NFT와 메타버스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을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 됐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약 80년 후에는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에 비해 약 4도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선 하루에 8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극한 기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악셀 팀머만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복합지구시스템모델그룹과 함께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9일 국제학술지 ‘지구시스템 역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0.8~0.9%가량씩 증가해 2100년에는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10~2019년 연평균 증가율 1.4%보다 증가율이 소폭 감소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연구진은 15개월에 걸쳐 ‘대규모 앙상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기후 분야에서 초기 조건과 변수를 다양하게 설정해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100회 가량 반복하는 연구기법이다. 1850~2100년 평균기후와 수일 주기의 날씨, 수년 주기의 엘니뇨, 수십 년 주기의 기후 변동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100km의 공간 해상도로 미래 기후 변화 양상을 시뮬레이션했다. 지구를 100km 격자로 나눠 각 격자에서의 기온과 바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 관련 변수를 계산했다는 의미다. 연구결과 약 80년 뒤에는 전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 대비 약 4도가 증가하고 강수량은 약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태평양 지역의 경우 하루에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날이 지금보다 10배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선 일 강수량 800mm의 극한 기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 평균 연 강수량 1591.2mm였다. 하루 강수량이 800mm에 이른다면 1년 동안 내릴 비의 절반이 하루에 쏟아진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키스 로저스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배출로 호우·혹서 등 극한 기후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물론 계절 주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삼성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제가 사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본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글로벌 디지털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며 “성공한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근본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며 “(일자리 감소로) 수요가 사라진다면 결국 기업의 생존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부회장과의 구체적인 대화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당 선대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SERI 차문중 소장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이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기업이나 경제연구소에서도 기본소득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 후보의 민간 싱크탱크 방문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대로 머스크 등이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현실 정치에서 당장 도입 가능한 대안으로 주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향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에 대한 대안적 성격에서다. 오히려 게이츠는 “기본소득에 대해 비용을 얼마나 들지 따져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혜택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부터 2박 3일간의 전북 순회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인사에서 “실제 (호남지역) 정책들이 (전북보단)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북은 호남이라고 배려받는 것도 없고, 호남이라고 차별받고, 또 지방이라고 차별받아 일종의 ‘3중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첫 행선지로 전북 익산시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을 방문해 청년 사업가 등과 대화를 나눈 뒤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한옥마을에서 한 즉석연설에서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지배자가 아닌 일꾼이자 대리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국민 반대가 크면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등 주요 공약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하며 ‘원팀 화합’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만찬 전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 후보와 민주당이 꼭 승리하도록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정 전 총리가) ‘더 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고 감사를 전했다.전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문이 안 열려요.” 지난달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이 1시간 반 정도 먹통이 됐던 때 특히 눈길을 끌었던 하소연은 이런 얘기들이었다. 무인주차장 정산 오류로 지하에 감금됐다, 보안시스템이 작동이 안 돼 사무실 문을 여닫지 못한다, 차량 열쇠로 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안 돼 자동차 문을 못 연다….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서 새로 등장한 피해사례다. 자율주행, 원격 로봇수술, 스마트시티 등이 보편화된 진짜 초연결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마비되고 사소한 불편이나 재산 피해 정도를 넘어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올 뻔했다. 현재 통신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인 3시간이 아니라 3분만 통신이 멈춰도 악몽인 시대가 곧 다가온다. 이번 KT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KT의 5세대(5G) 통신이 사흘 동안 중단됐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자동으로 LTE로 전환되긴 했다는데, 당시 아무도 몰랐다니 5G 품질이 서글프다. 11일엔 서울시가 공사 중에 KT 광케이블을 절단해 서울 영등포·구로구 일대 유·무선 통신망이 3시간 넘게 먹통이 됐다. 지난달 30일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넘게 발권이 중단되더니, 이달 12일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서버가 10시간 넘게 마비돼 승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법칙’의 경고가 떠오른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복잡한 초연결사회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고처럼 사람의 실수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KT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도 당시 KT 황창규 회장은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큰 상처를 낳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말까지 주요 통신시설의 통신망을 이원화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해놓곤 실제로는 그해 말까지 절반밖에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설투자도 2019년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이다. 당시 정부도 대대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특정 통신사의 통신망이 마비되면 다른 통신사로 백업하는 ‘재난 로밍 서비스’도 그중 하나였지만 이번엔 소용없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에는 네트워크 가장자리 부분에 대한 대책이었고, 이번 사고는 코어 네트워크로 오류가 번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면 미봉책이었다는 거다. 이번엔 당장 구멍 뚫린 부분만 막겠다는 생각은 안 된다. 초연결사회의 재난 대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더피알이 주최하고 IT정치연구회가 주관하는 ‘구글 공짜뉴스를 둘러싼 쟁점과 대안: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에서’ 세미나가 26일 서울 종로구 밴타고서비스드오피스 회의실에서 열린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자국어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 법 제도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들이 아웃링크라는 명목으로 공짜로 이용해왔던 언론사 뉴스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고 김정연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가 ‘구글의 뉴스사용료 지불을 둘러싼 글로벌 쟁점과 현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이중 잣대와 국내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강연한다. 자유토론에는 발제자들과 민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행사는 더피알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대한민국 ‘우주 독립’의 아침이 밝았다. 설계, 제작, 시험, 인증, 발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우주로 향하는 미지의 문을 열어젖힌다. 2010년 독자 발사체 개발의 새로운 꿈을 시작한 지 11년, 1990년 소형 과학로켓 개발에 착수한 때부터 계산하면 31년 만에 맞는 역사적 도전이다. 무게 200t에 아파트 15층 높이(47.2m)에 맞먹는 대형 발사체가 1.5t의 위성을 싣고 지구 저궤도(600∼800km)까지 도달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추진력으로 지구 중력을 뚫어내고 극저온 등의 극한상황도 견뎌내야 한다. 위성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내려놓는 디테일도 필요하다. 성공하면 한국은 1t 이상의 위성과 우주선을 스스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주개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얻게 되는 셈이다. 처음엔 ‘KSLV―Ⅱ’란 개발명으로 불렸지만 2018년 국민 공모를 통해 ‘누리’란 예쁜 이름을 얻었다.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 옛말로, ‘우주로까지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2조 원 가까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선진국들이 관련 기술을 국가기밀로 꽁꽁 숨기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다. 최대 난제였던 연소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번이나 설계 변경을 하고 20여 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11년이나 기다렸지만 발사 성공 여부는 단 16분 안에 결론 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따져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기대가 실망과 냉소로 바뀌고, 우주 개발 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하지만 처음 개발하는 로켓의 첫 발사 성공 확률은 30%를 밑돈다고 한다. 실패한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상에서의 실험을 통해 10개 중 9개의 퍼즐은 맞춰놨고 마지막 검증만 다시 하면 된다. 성공한다고 해도 하나의 이벤트처럼 축포만 쏘고 끝낼 일은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더 성능 좋고 경제성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마침 5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앞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6월 예비타당성조사에 탈락해 주춤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민간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주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누리호 발사의 역사적 순간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인터넷과 방송 생중계를 보며 응원할 기회는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우주의 꿈을 키우는 ‘누리호 키즈’도 많아지면 좋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걸어온 연구진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1984년 1월 슈퍼볼 경기에 맞춰 공개된 애플의 60초짜리 광고는 충격적이었다. 흡사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케 하는 ‘빅브러더’를 비춘 대형 스크린을 한 여성이 해머를 던져 산산조각 낸다. 컴퓨터 시장에서 IBM 독재를 부수고 자유와 다양성을 되찾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패러디 영상 속에선 빅브러더의 얼굴이 한입 베어 문 사과, 바로 애플로 바뀌었다.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화에 반발해 소송을 낸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스가 “애플은 개발자를 억압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한 것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구글의 창업 초기 모토다. 개방성을 중시했던 구글은 대용량의 지메일을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앱결제 강제화 논란에서 보듯 시장을 독점하고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모토에서 ‘don’t’가 사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자만 교체될 뿐 세상은 그대로인 법인데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과거 그들이 내세웠던 혁신에 열광했던 만큼 배신감은 더 크다. 최근 들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쏟아지는 비난에도 이런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다. 한때 그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의 상징이었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구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할 때 소비자들은 기꺼이 혁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 없이 영역만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가 커졌다.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후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플랫폼 기업에 소상공인들은 “큰 기업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고 한탄한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후배 격인 스타트업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 협업 등을 빌미로 기술을 빼간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기업문화도 수평적이고 개방적일 것 같았지만 임원의 괴롭힘에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기존 산업과 달리 완화된 규제를 적용해 준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혁신이 없다면 더 이상 우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을 ‘혁신 없는 괴물’이라고만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지 말고 그동안 이뤄낸 성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을 희생양 삼아 몰아치듯 규제를 하다가 자칫 막 성장하려는 스타트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공감을 얻으려면 플랫폼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플랫폼 생태계의 존재 의미가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플랫폼 기업들 모두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무료 서비스로 택시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 수익 창출로 태세 전환을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3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내놨다가 업계와 갈등을 빚더니 최근엔 승객이 부담하는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가 거센 유탄을 맞았다. 친절한 라이언의 표정이 바뀌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당장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열린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보 독점과 근로자의 희생 등으로 경제력 집중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대-중소기업 하청 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표현도 나왔다.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걷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과 독점·불공정의 두 얼굴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 건 사실이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정조준했다. 6월에는 GAFA를 겨냥한 5개 법안이 미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키퍼(문지기) 노릇을 하며 유통 경로를 장악하고, 신생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규제 철학도 바뀌었다. 과거엔 독점 구조라도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없다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신브랜다이스학파’의 입김이 커졌다. 설사 빅테크 기업을 쪼개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금융 쇼핑 택시 웹툰 배달 교육 등 이젠 플랫폼 없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석 달 만에 19개가 늘어 158개에 이른다. 문어발처럼 영역을 넓히면서 곳곳에서 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집단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 방식을 답습하는 일차원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 전통산업과는 다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에 가둔 ‘타다 금지법’이 결국엔 카카오의 독점으로 귀결됐듯 고민 없는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 신규 기업이 플랫폼 시장에 활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규제와 진흥,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고민할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