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이성호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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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성호 본부장입니다.

starsky@donga.com

취재분야

2025-02-05~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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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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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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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기념사진과 기록사진

    한국인들의 사진 사랑은 유별나다. 놀이동산이나 관광지에 가면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비장한 각오가 담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전문가도 아닌 일반인들이 값비싼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풍경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너도나도 사진작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나 사진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회의실에서, 행사장에서 사진 촬영은 빠지지 않는 통과의례다. 공무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것은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기념과 기록의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명목상 기록이지만 실제 내용은 기념인 경우도 많다. 2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안전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기념사진’ 촬영 논란이 벌어졌을 때 처음에는 의아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태연히 사진을 찍었다. 물론 그가 진짜로 기념사진을 찍은 것인지, 아니면 현장 활동을 기록하려 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당시 극도로 예민했던 실종자 가족들의 상태를 감안할 때 어떤 목적의 사진이었든 부적절했던 것은 분명하다. 과거에도 공무원들의 기념촬영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2년 7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재직할 때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서울시민증을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문제는 행사 말미에 발생했다. 당시 행사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가족이 참석했는데 자신의 아들을 불러 히딩크 감독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것이다. 게다가 사진을 찍은 아들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히딩크 감독에게 명예 시민증을 수여한 것은 충분히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아무 관련이 없는 시장의 아들이 함께 찍은 사진까지 기록으로 보기는 어렵다. 2002년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지금도 정부 부처 홈페이지의 ‘포토뉴스’ 난에는 온통 장관의 사진만 가득하다. 현장 행보에 나선 장관들이 ‘○○○ 장관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 아래 기념사진을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하다. 공직자 사진 촬영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한 지자체의 사진 담당 공무원은 “사실 사진 홍보에 특별한 매뉴얼은 없다. 그저 단체장의 동정에 철저히 맞출 뿐”이라고 말했다. 아마 이번 안행부 공무원의 ‘물의’ 탓에 앞으로 각종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한층 몸을 사릴 것이다. 그렇다고 기록을 남기기 위한 사진 촬영까지 그만두면 안 된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아무런 도움 없이 방치된 가족들, 협업은커녕 혼선만 빚는 공무원 등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모든 일을 반드시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이것마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직무유기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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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달린 어른 끌어올리는 10대들… 한가하게 통화하는 선원

    28일 해양경찰청이 뒤늦게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동영상에는 구조 과정의 급박한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특히 그동안 사진으로만 확인됐던 선장 이준석 씨(69) 등 선원들의 탈출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다. 배를 버리고 경비정에 몸을 싣는 선원들의 표정에서는 남은 승객들에 대한 걱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퇴선’을 결정한 승객들은 구명조끼만 믿고 바다로 몸을 던져야 했다. 또 물속에서 얼굴만 내놓은 채 고무보트 옆줄에 매달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선장의 퇴선 명령만 기다리던 300여 명의 승객은 세월호가 뱃머리만 남긴 채 바닷속으로 잠길 때까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경비정 도착 당시 세월호 이미 50도 기울어 16일 오전 9시 28분 목포해양경찰서 경비정 123정이 세월호 구조를 위해 긴급 출동했다. 안개 때문에 멀리 세월호 모습은 흐릿하게 보였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세월호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배는 이미 50도 가까이 기운 상태. 하지만 선체 위에는 단 한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500명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이 탄 여객선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단지 배 앞머리에 실린 컨테이너 10여 개가 어지럽게 흩어진 모습에서 ‘침몰’을 알 수 있었다. 첫 구조가 이뤄진 것은 오전 9시 39분. 해경 3명을 태운 보트가 세월호 3층 출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4명이 손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은 승객이 아니었다. 3등 기관사 이수진 씨(25·여) 등 세월호 기관부 선원들이었다. 이들이 경비정으로 옮겨 탄 뒤에야 승객에 대한 구조가 시작됐다. 기울어가는 배를 이기지 못한 승객들은 구명조끼만 입은 채 하나둘 바다 위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보트를 향해 헤엄쳤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찬 보트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을 바다 위에 남긴 채 경비정으로 갔다. 오전 9시 50분 승객을 가득 태운 보트 한 대가 다시 경비정에 도착했다. 몸은 바닷속에 있고 얼굴만 간신히 위로 내놓은 승객 4명이 보트 양쪽에 매달려 있었다.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 보이는 10대 남녀 4명은 먼저 경비정에 오르지 않고 매달린 어른들을 함께 끌어올렸다.○ 더딘 승객 구조… 승무원 구조는 신속 승객 구조는 더디기만 했다. 그러나 선원들 구조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오전 9시 46분 세월호 5층 측면이 수면 위 2, 3m까지 기운 상태. 해경은 5층 맨 앞 조타실에 경비정을 댔다. 조타실에는 선장 이 씨를 비롯해 3등 항해사 박한결 씨(26·여) 등 여러 명의 선원이 있었다. 이들은 해경의 도움을 받아 차례로 경비정에 몸을 실었다. 선장 이 씨는 속옷 차림이었다. 행여나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질까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승객들을 걱정하는 표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선원들의 이상한 행동은 또 있었다. 해경들에 의해 구조돼 경비정으로 옮겨진 1등 항해사 강모 씨. 오전 10시 21분 그는 승객을 태운 보트가 경비정을 오가는데도 이들을 끌어올리는 등 구조를 돕지 않았다. 오히려 느릿느릿 선상을 걸으며 휴대전화로 어딘가 통화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선원들 중에는 유일하게 조타수 오용석 씨(58)가 구조활동에 동참한 것이 확인됐다. 오 씨는 해경들을 도와 선실 유리창을 깨거나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끌어올렸다. 그 사이에도 세월호는 속절없이 기울어갔다. 오전 10시 17분 배는 90도 이상 기울어 좌현 전체가 물속에 잠겼다. 간혹 물속에서 헤엄쳐 나오거나 우현에서 헬기를 통해 구조된 승객의 모습만 확인됐다. 그로부터 약 22분 뒤 세월호는 선수 일부만 남기고 결국 침몰했다. 300명 넘는 승객은 구조를 바라는 손길 한 번 내밀지 못했다.○ 카메라에 담지 못한 선원들의 모습 배와 승객을 버리고 경비정으로 탈출한 선장 이 씨 등 선원 15명은 오전 10시 30분경 근처에 있던 관공선(급수선) 진도 707호(30t) 등 두 척의 배로 옮겼다. 진도 707호는 오전 11시 12분 사고 해역에서 24km 떨어진 팽목항에 도착했다. 이 씨 등 선원 12명은 진도읍에 있는 병원으로, 3등 항해사 박 씨 등 3명은 진도실내체육관으로 갔다. 이 씨와 같은 병실에 있었던 승객 강병기 씨(41·화물기사)는 “진도 707호에서 작업복·제복을 입고 있던 사람 4명이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어 의아했다”며 “병원에 온 사람들 중 속옷 차림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선장이 젖은 지폐를 말릴 때 짙은 색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장 이 씨 등 12명은 경상으로 분류돼 16일 오후 3시경 진도실내체육관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119대원이 파악한 선원 6명의 행선지는 ‘귀가’(안산)로 분류됐다. 해남소방서는 선장 이 씨 등 6명이 “집에 가겠다”고 밝힌 것인지, 단체 이동버스를 타 귀가로 구분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 / 목포=이형주 기자}

    •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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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폭행한 박인비 부친 영장기각 검사 조사

    경찰관을 폭행한 ‘골프 여제’ 박인비 선수의 아버지 박모 씨(53)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검찰에서 기각된 것과 관련해 서울고검이 14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속 A 검사를 불러 감찰 조사를 벌였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이날 “검찰총장 지시에 따라 감찰에 착수했고, 서울고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선 지검·지청 감찰을 담당하는 서울고검 공판부에 진상조사를 위임한 것. 서울고검은 이날 오후 A 검사를 불러 대검의 ‘공무집행방해사범 엄단’ 지침을 왜 어겼는지 경위를 집중 조사했다. 특히 박 씨가 성남지청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 영장 기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공무원을 위협한 공무집행방해사범을 구속 수사하라는 지침을 어기고 관련 보고도 누락한 데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지휘라인인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청장까지 모두 감찰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성남지청은 “박 씨가 폭력 전과도 없고 박 선수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점 등 국익을 고려했다. 경찰관 피해 정도도 경미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검 관계자는 “지침을 어긴 건 큰 잘못이다. 예외를 인정해야겠다 싶으면 보고해서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검은 특히 성남지청이 같은 날 또 다른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도록 지휘하는 등 일관성도 잃었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30분경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성남시 분당에서 용인시로 가던 중 택시 기사에게 욕설을 하면서 어깨와 뒤통수를 때렸다. 이에 택시 기사가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박 씨는 판교지구대로 연행됐다. 박 씨는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던 중 오후 11시 40분경 다시 욕설을 하며 김모 경위의 정강이를 두 차례 발로 차고 2시간여 동안 소란을 피웠다. 경찰이 체포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자 박 씨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 딸이 박인비다”라며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결국 다음 날 오후 박 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경찰관 모욕, 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자칫하면 구속될 처지에 놓이자 박 씨는 성남지청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으며, 택시 기사와는 합의했다.최예나 yena@donga.com·이성호 기자}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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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번개탄 유감

    전기나 기름을 물 쓰듯 하는 세상이지만 번개탄(정확한 명칭은 착화탄)은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특히 연탄을 사용하는 서민들에게는 그렇다. 추운 겨울 차가운 방바닥을 한시라도 빨리 덥히려면 자신을 태워 연탄에 불을 붙이는 번개탄의 ‘희생’이 필수적이다. 나들이 가서 삼겹살 구울 때도 번개탄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그렇게 번개탄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서민의 사랑을 받던 존재에서 사람을 죽이는 ‘흉기’로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번개탄 자살’이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5, 6년 전이다. 2007년 번개탄 등 가스 중독으로 인한 자살자는 66명. 2012년 그 수는 무려 1069명으로 16배로 늘었다. 유명인이 자살하고 이를 모방하는 일명 ‘베르테르 효과’는 세계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특정 도구를 이용한 자살이 이처럼 무서운 속도로 늘어난 것은 전례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지난해 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 시도 이후 갑자기 “번개탄 판매 제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한강 매립하는 꼴’이라는 비아냥거림에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면 ‘일단 뭐라도 발표하고 보자’는 식의 대응이 비판을 산 것이다. 현실적으로 번개탄 구입을 막기는 어렵다. 그래서 보다 정밀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의 시도는 눈길을 끈다. 경기도는 최근 국내 최대의 번개탄 제조업체와 협의해 포장지에 ‘생명은 소중합니다’란 자살예방 문구를 넣기로 했다. 이 업체는 전국 판매량의 70% 정도를 생산한다. 새로운 포장의 번개탄은 이르면 일주일 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도 바꿔볼 만하다. 번개탄을 진열대에서 감추고 소비자가 구입할 때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 홍콩에서는 고기 구울 때 주로 쓰는 성형탄을 이렇게 판매했더니 특정 지역에서 성형탄을 이용한 자살률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돈과 시간이 들겠지만 일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번개탄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2011년 농약을 이용한 자살을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맹독성인 ‘그라목손’ 생산을 금지하자 음독자살이 줄어든 전례도 있다. 목을 매는 것이나 투신은 물리적으로 막기 어렵다. 하지만 번개탄처럼 눈앞에 뻔히 보이는 자살 수단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필요하면 이를 위한 공론화도 검토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9년 연속 자살률 1위에서 내려올 수 있다. 또 오랫동안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번개탄에 씌워진 ‘살인 흉기’라는 오명을 벗길 수 있다.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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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4월의 악몽

    일주일 뒤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심하지 않은,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거짓말이 용인되는 날이다. 2년 전 4월 1일도 대다수에게는 유쾌한 만우절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거짓말 같은 악몽이 시작된 날이었다.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날이 바로 2012년 만우절이었다. 평범한 20대 여성 A 씨(당시 28세)도 어쩌면 직장 동료와 유쾌한 농담을 나눈 뒤 퇴근길에 나섰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을 코앞에 두고 끔찍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남은 가족들의 악몽은 더욱 끔찍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딸 동생 누나를 잃은 가족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정에 선 오원춘의 태연한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악몽이 현실임을 깨닫고 울부짖었다. 오원춘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을 때 어쩌면 가족들은 끔찍한 악몽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확신했을지도 모른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대법원 확정 판결(2013년 1월 16일)이 내려진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A 씨 가족들은 여전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한동안 (세상을 향한) 문을 닫고 산다”며 “(A 씨 가족들도)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은 A 씨 가족뿐만이 아니다. 2011년 6월 발생한 ‘구의동 묻지 마 살인사건’, 1999년 5월 대구에서 일어난 ‘황산 테러 사건’ 등 주위를 둘러보면 흉악범에 의해 가족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는 가족들이 많다. 다른 강력사건의 경우 피해 당사자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 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고립된 채 꼭꼭 숨어 사는 가족들이 많다. 이달 15일 출범한 ‘한국살인피해추모위원회’는 이런 피해를 입은 가족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원회 설립과 함께 한국에서 처음 인터넷에 개설된 살인피해자추모관(kmvm.org)에는 현재 20여 명의 살인, 의문사, 실종사건 피해자가 등록돼 있다. 추모관에는 사랑하는 이를 그리는 가족들의 애절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위원회는 4월 26일 처음으로 자조회복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피해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다. 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들의 치유를 도울 예정이다. 위원회 출범 및 활동 계획이 알려지면서 조심스럽게 참여 방법을 묻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공 센터장은 “고통을 숨길수록 병은 심해지고 분노는 커진다”며 “어떻게든 세상에 나와서 아픔을 노출해야 나아진다”고 호소했다. 2014년 4월이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 악몽이 아닌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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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가 인감 관리… ‘뒷배’ 봐준 금감원 간부

    총액이 2조 원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의 대출사기는 기업의 허술한 관리, 금융기관의 부실한 심사와 감독기관 직원의 결탁이 더해져 만들어진 합작품이었다. 수천억 원 대출에 필요한 회사 인감 도장을 아르바이트생이 관리할 정도였고 금융감독원 직원은 용의자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해외 도피까지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는 허술, 심사는 부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19일 KT ENS 협력업체의 대출사기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KT ENS 협력업체인 ㈜중앙티앤씨 대표 서모 씨(44)와 ㈜엔에스쏘울 대표 전모 씨(49) 등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463차례에 걸쳐 KT ENS 허위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나은행 등 16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8335억 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미상환액은 2894억 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KT ENS 전 부장 김모 씨(51)는 법인 인감을 몰래 빼돌리는 등 대출사기를 도와주고 외제 승용차와 법인카드 등을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KT ENS의 인감은 담당자 서랍이나 책상 위에 놓인 채 관리됐고 직원들이 필요할 때마다 갖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이 관리를 맡을 때도 있었다. 금융기관도 대기업인 KT의 이름만 보고 서류 위조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 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대출사기에 관여한 업체 직원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보이는 전 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했지만 바누아투공화국이 인터폴 가입국이 아니고 한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을 맺지도 않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직원 연루에 금감원 ‘당혹’ 경찰은 또 금감원 자본시장조사1국 김모 팀장(50)이 핵심 용의자에게 관련 정보를 알려준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금감원이 대출사기 조사를 시작한 1월 29일 서 씨 등과 통화하며 조사 내용을 알려주는가 하면 직접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김 팀장은 서 씨가 보유한 경기 시흥시 농원의 지분 30%를 갖고 있고 골프 접대 등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직위해제된 김 팀장은 대구 출신으로 2005년 고등학교 동창의 소개로 같은 고향 출신인 서 씨를 소개받아 8년 넘게 용의자들과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찰 결과 김 팀장 외에 추가로 이번 사건에 연루된 내부 직원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금감원 조사 내용을 서 대표 등 용의자들에게 알려줬지만 대출사기 범죄를 공모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팀장이 협력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아온 만큼 대출 과정에 직접 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또 김 팀장에게 조사내용을 알려준 다른 금감원 간부에 대해서도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동양그룹 사태와 신용카드 고객정보 유출 등으로 궁지에 몰린 금감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또다시 내부 직원의 금융사기 연루가 불거지면서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감사 권한과 금융사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금감원 직원이 뇌물을 받아가며 사기범의 도주를 도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호화별장 카지노 등 ‘흥청망청’ 경찰 조사 결과 금융기관이 받지 못한 대출금 가운데 약 1265억 원은 다른 금융기관 대출금 및 사채를 갚는 데 사용됐다. 또 창고 빌딩 아파트 등 부동산 매입(277억 원), 코스닥 상장업체인 다스텍 인수(280억 원)와 인건비 등 회사 운영(347억 원) 등에도 쓰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 용도에 사용됐다. 서 씨는 충북 충주시에 부친 명의로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별장을 지었다. 고급 수입 자재로 건축된 별장은 수영장과 연못 족구장 노래방 등의 시설을 갖췄다. 전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신도시에 15억 원짜리 고급 빌라를 구입해 내연녀에게 선물했다. 이들은 또 벤츠 등 수억 원대의 고급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고 강원랜드 마카오 등 국내외 카지노를 다니며 도박자금으로 쓰기도 했다. 해외 골프여행도 수시로 다녔다. 이렇게나마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약 2282억 원으로 나머지 612억 원가량은 어디에 쓰였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핵심 용의자인 전 씨가 잡혀야 정확한 사용처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 씨의 입을 통해 관련 기관들에 대한 ‘로비설’이 사실로 확인되면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조종엽 jjj@donga.com·정임수 기자}

    •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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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명 서울경찰청장 “맞춤형 교통통제 정보로 시민 불편 최대한 줄일 것”

    “‘골드라벨’ 명품 마라톤에 걸맞게 참가자들의 안전을 잘 챙기고 시민 불편도 최소화하겠습니다.”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봄의 ‘전령사’인 서울국제마라톤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 달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서울 송파경찰서장 재직 때 직접 현장을 지휘한 경험을 밝히며 “탄력적인 교통 통제와 함께 맞춤형 안내로 시민들이 교통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찰청은 대회가 열리는 16일 오전 5시부터 8시 40분까지 풀코스 출발지인 세종대로 550m 구간(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을 양방향 전면 통제한다. 또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시 35분까지 풀코스 전 구간(세종대로 사거리∼잠실주경기장)에서는 진행 방향 전 차로에 걸쳐 순차적인 통제가 이뤄진다. 올해 처음 신설된 10km 코스와 관련해 오전 10시 25분부터 10시 45분까지 능동로 450m 구간(뚝섬유원지∼신양초교 사거리)에서 진행 방향 전 차로가 통제된다. 경찰은 통제 구간 곳곳에 입간판 현수막 등을 700여 개 설치했으며 대회 당일에는 교통방송 문자전광판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릴 계획이다. 서울경찰청 안내전화(1644-5000), 교통정보센터 홈페이지(spatic.go.kr), 스마트폰 앱(서울교통상황)을 통해서도 교통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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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팔랑귀와 말뚝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12월 7일 결혼식을 치르기 전까지 크고 작은 다툼이 잦았다. 살림살이 준비부터 장래 계획까지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그래도 별 어려움 없이 의견 일치에 이른 것도 있었다. 바로 자녀 교육이었다. 집사람은 이른바 ‘방목형’ 교육을 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삶’을 주겠다는 것. 물론 자신의 마음속에는 ‘아이에 얽매이지 않고 직장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강남 8학군 ‘치맛바람’에 나름 비판의식을 갖고 있었기에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지금에야 고백하건대 아이를 수많은 학원으로 내돌릴 만한 경제적 자신감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렇게 서로 이유는 달랐지만 자녀 교육에 있어서만큼 집사람과 함께 ‘말뚝귀(귀에 말뚝을 박은 듯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가 되고자 다짐했다. 말뚝귀가 ‘팔랑귀(귀가 팔랑거릴 정도로 얇아 남의 말을 쉽게 듣는 사람)’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아이가 만 세 살이 되기도 전 집사람은 한글 강사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유치원에 입학하려면 한글 다 깨쳐야 돼요. 요즘은 유치원에서 한글 안 가르쳐 줘요.” 이웃집 엄마의 ‘진심 어린’ 충고에 며칠간 고민한 결과였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떨떠름했지만 ‘우리말 우리글은 빨리 배울수록 좋다’며 스스로에게 핑계를 댔다. 일단 팔랑거리기 시작한 귀는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이사 가는 곳마다 친절한 이웃들은 어찌나 많은지…. “영어는 기본이고 요즘은 중국어가 대세야”, “○○ 엄마는 피아노 안 시켜? 남자아이도 악기 하나 해야 하는데”, “집중력 키우는 데는 바둑이 최고야”…. 덕분에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큰아이는 모두 7종의 ‘과외’ 교육(방과후수업 포함)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학 전 아동의 71%가 교과 사교육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초등생 사교육비는 전년도에 비해 5.9%나 늘었다. 중고교생은 줄었는데 초등생만 유독 증가했다. 물론 ‘선행 학습’에 일찌감치 확신을 가진 부모들도 있겠지만 우리는 “팔랑귀 부모가 많기 때문이야”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오히려 이제는 주체적인 팔랑귀로 거듭나고 있다. 둘째 아이(4)의 영어 학습지를 계약하는 집사람에게 “중국어도 시켜볼까? 영어랑 같이 하면 더 좋다는데”라며 조언을 건넬 정도다. 아! 자녀 교육 문제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말뚝귀를 유지하는 부분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틈날 때마다 외치는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부담 완화’ ‘선행학습 철폐’ 같은 얘기들에 대한 자세다. 이와 관련해 어떤 강력한 내용이 나와도 ‘불신의 말뚝귀’가 될 자신이 있다. 정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에 귀를 팔랑거렸다가 낭패를 본 이웃들이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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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檢 독립성 흔들려… 갈등조정 미흡

    사회 분야는 총괄 평가(6.7점)로는 외교안보 분야(8.0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점수 차를 감안하면 순위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오히려 평가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통상임금 같은 고용 현안, 검찰 독립 등 이견이 큰 사안일수록 점수가 박했다. 정부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분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고용률 70%에 지나치게 집착해 고용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관련 공약 대부분이 크게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지침이 모두 나온 시점에서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검찰 독립 및 중립성 확보에 대해서는 참여한 모든 전문가들이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논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수사 갈등을 보면 과연 한국 검찰이 중립적이고 독립된 조직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분야에서는 대학 입시 간소화 정책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입시 정책을 내놓으면서 일정 정도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4대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근절은 가장 높은 점수(7.4점)를 받았다. “국정의 중요 의제로 부각”(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안정적인 치안상태 유지”(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구체적으로 분야를 정해 다양한 정책 추진”(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등이 이유로 꼽혔다. 그러나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만한 정책이 미흡해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분야별 10명씩 50명·가나다순)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성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영찬 한양대 입학처장,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하창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성호 starsky@donga.com·유성열 기자}

    •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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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위 퇴직자 낙하산 인사 챙겨줬다” 경찰, 前위원장등 7명 기소의견 송치

    경찰이 정부기관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상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피감기관인 특수판매공제조합(특판조합) 이사장에 공정위 간부 출신이 선임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로 정호열, 김동수 2명의 전 위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공정위 간부 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판조합은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 보상업무를 담당하며 2002년 12월 설립됐다. 공정위는 특판조합에 대한 감사 및 감독 권한이 있고 임원 해임 및 징계도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2010년과 2012년 특판조합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위 고위 간부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정기인사를 앞두고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퇴직을 앞둔 인사 가운데 한 명을 이사장 후보로 정해 놓았다. 이어 공정위 중간 간부들은 특판조합 관계자와 전화 통화, 회의, 보고 등을 할 때 “(대상자가) 괜찮은 사람이다” “적임자이니 신경 써 달라”는 취지의 말을 전달했다. 특판조합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감독기관인 공정위 간부들의 ‘조언’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진술했다. 실제 이런 과정을 거쳐 2012년에는 공정위 요구대로 신호현 전 국장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2010년에는 공정위 추천인사가 아닌 김선옥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특판조합 이사장이 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간부들은 경찰에서 “관행에 따라 위원장 결재를 받아 이사장 후보를 정해 조합에 추천한 것일 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두 전직 위원장도 이달 초 이뤄진 경찰의 출장조사에서 “단순히 적임자를 추천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일단 경찰은 공정위의 특판조합 ‘낙하산 인사’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앞으로 검찰 수사를 거쳐 실제 기소까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압의 불법 기준이 애매한 데다 이를 입증할 자료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검토했으나 무산됐고 임의제출을 요구했으나 공정위는 이마저도 거부했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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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 지붕 10초만에 폭삭… 철골구조물에 깔려 아수라장

    대학 입학의 기쁨을 누리는 첫 무대가 끔찍한 악몽의 현장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에 불과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에서 지붕 붕괴사고가 발생한 시간은 17일 오후 9시 16분. 부산외국어대의 신입생 환영회 첫날 행사가 시작된 지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앰프를 통해 나오는 음악소리가 점점 커질 무렵 무대 쪽 지붕 일부가 무너졌다. 이때만 해도 학생들은 사소한 시설사고로 여기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뭐야”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그 순간 날카로운 금속성 굉음과 함께 앞쪽에서부터 지붕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붕이 완전히 붕괴되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초에 불과했다. 콘크리트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건물이라 상당수 학생은 무너진 구조물의 틈을 이용해 탈출했다. 그러나 100명 가까운 학생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U’자 형태로 찌그러진 철골 구조물에 매몰됐다. 무너진 샌드위치 패널은 휴지 조각처럼 찢어졌고, 철골 기둥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재학생 김모 씨(25)는 “눈앞에서 구조물에 맞아 크게 다치는 모습을 봤다”며 “빠져나온 학생들도 대부분 울부짖는 등 제정신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조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까지 열흘가량 눈이 내리면서 리조트까지 가는 도로는 편도 1차로만 통행이 가능한 미끄러운 눈길로 변한 것. 철골 구조물을 치우기 위해서는 대형 특수 장비가 필요한데 이를 실은 차량이 눈길에 막혀 한참 동안 가지 못하다 이날 밤 12시를 넘어서야 겨우 현장에 도착했다. 이때까지 붕괴 현장에는 구조물에 깔린 채 비명을 지르는 학생 2, 3명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18일 0시 30분경 바깥쪽에 있던 학생 6명이 차례로 구조됐고, 에어백에 공기를 주입해 철골구조물을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안쪽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을 완전히 구조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피를 흘리거나 정신을 잃을 경우 기온이 낮아지면서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북지역과 울산지역 소방구조대 200여 명이 구조에 나선 데 이어 해병 1사단, 육군 50사단 등 군 병력도 지원에 나섰다. 이번 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경우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물의 안전점검 여부는 물론이고 이번 행사 개최를 둘러싼 책임 논란도 예상된다. 한 소방 관계자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건축물은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곤 한다”며 “특히 안에서 앰프소리를 크게 울릴 경우 눈 쌓인 천장에 진동을 줘서 무너져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마우나오션개발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재정 부족으로 인해 예년과 달리 열악한 곳에서 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고 직후 부산외국어대의 한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전까지는 학교에서 행사 비용을 지원해 좋은 시설에서 진행했고 교수들도 대부분 참여했다”며 “올해는 학교의 지원 없이 총학생회 (자체) 행사로 진행됐는데 아마 재정 문제 때문에 시설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경주=정재락 raks@donga.com / 이성호 기자}

    • 201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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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울지 마, 석희야”

    “다른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제가 성적이 못 미친 것에 대해서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고요….” 15일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심석희(17)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끝내 눈물을 글썽였다. 세계 2위의 빛나는 성적에도 표정은 어두웠다. 1위를 질주하다 막판에 역전을 당하며 메달 색깔이 바뀌었기 때문에 심석희 본인의 아쉬움은 더할 나위 없었을 것이다. 쇼트트랙 첫 금메달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심석희가 울먹이면서 “죄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가 은메달을 딴 것은 실수도 아니고 실패는 더욱 아니다. 도대체 열일곱 여고생까지 ‘대국민 사과’를 하게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금메달 지상주의’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종합 4위를 차지했다. 금메달 수는 무려 12개였다. 이전까지 딴 금메달(7개)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들은 하루걸러 한 명꼴로 탄생하는 금메달리스트에 환호했다. 은·동메달도 21개나 나왔지만 금메달 빛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은이나 동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외신은 이런 모습을 ‘승자 독식’에 빗대기도 했다. 이후 몇 번의 올림픽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금메달리스트가 아니어도, 꼭 메달을 따지 못해도 격려와 축하를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날 심석희의 눈물을 보면 한국은 아직도 ‘스포츠 선진국’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교롭게도 심석희가 은메달을 딴 날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29)은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의 귀화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단 ‘파벌 싸움’의 진실은 둘째 치고 그가 부상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재기가 쉽지 않았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국 쇼트트랙은 잘나가는 효자 종목이고 새로운 유망주 수혈이 끊이지 않고 이뤄졌다. 금메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황제의 부활’을 기다려줄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승자 독식에 너그러운 반면 실패(또는 실수)에 엄격한 분위기다. 비단 스포츠 선수뿐 아니라 창업이나 신기술 개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들이 재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그러나 우리 조직이나 사회는 이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타의에 의해 “이제 끝났다”는 평가가 내려졌던 안현수가 다시 씩씩하게 얼음판을 지치는 모습에 국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그가 역경을 딛고 재기했기 때문이다. 그 기회를 준 것은 한국이 아니라 러시아였다. 4년 뒤 평창에서 심석희의 눈물을 또 보게 될까 걱정스럽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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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자회사 직원 3000억 사기 대출

    KT 자회사의 간부직원이 협력업체와 짜고 허위로 서류를 꾸며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3000억 원을 부당 대출 받아 가로챈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부당 대출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KT 자회사인 KT ENS의 부장급 직원 김모 씨(51)가 2010년부터 가짜 매출채권을 발행해 이를 담보로 13개 금융사로부터 모두 3000억 원(잔액 기준)의 허위 대출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6일 밝혔다. KT ENS는 유·무선 네트워크의 설계·구축·운용 업무를 하는 회사로 53개 KT 계열사 중 매출액 기준으로 10위 안에 든다. 금감원에 따르면 김 씨는 협력업체들과 공모해 KT ENS가 통신장비 등을 납품받은 것처럼 가짜로 세금계산서와 매출확인서를 만들었다. 이들은 페이퍼 컴퍼니인 자산유동화회사(SPC)를 통해 이 서류들을 근거로 매출채권을 발행했다. 이어 이 채권을 담보로 2010년부터 올 1월까지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3개 은행에서 2200억 원, 10개 저축은행으로부터 800억 원을 대출받았다. 금감원은 대출금 중 일부가 기존 대출금을 갚는 ‘돌려 막기’에 쓰인 것을 확인하고 대출로 챙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KT ENS 측은 이날 “(은행들이 담보로 보유한) 매출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고 지급 보증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가 제시한 대출 서류에는 KT ENS의 인감이 찍힌 것으로 금감원 조사결과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한 은행 관계자는 “KT ENS 측에 관련 서류 발행 여부와 만기 날짜 등을 확인한 뒤 대출을 내줬다. 범인과 은행 직원과의 연루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인감, 채권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KT ENS의 허술한 내부 통제가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2월에는 KT 본사 직원이 회사 인감을 도용해 가짜 어음을 상품권 할인업자에게 내주고 40억 원 상당의 상품권과 현금을 받아 챙기다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KT 측은 “일부 직원이 저지른 개인적 범죄”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오후 늦게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 사기 대출에 연루된 6개 협력업체 대표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요청할 방침이다. 김 씨는 현재 대출 경위와 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상훈 january@donga.com·조건희 기자}

    • 2014-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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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개인정보 ‘공유’의 시대

    1차 완콜 실시간, 하루 전날 부결, 필무…. 인터넷 메신저 창에 듣도 보도 못한 표현이 쏟아졌다. 상대방은 중국에 있다는 개인정보 판매 브로커. 단어들의 뜻을 묻자 ‘고객’을 위한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1차 완콜 실시간은 티엠(TM·텔레마케터) 직원이 콜을 돌려서 대출을 얼마나 원하는지 상담한 뒤 만들어 드립니다. 하루 전날 부결은 대출 신청자 가운데 부결난 사람들 (해킹)작업해서 가지고 오는 겁니다. 아! 필무는 전화했는데 ‘필요 없다’고 한 사람들이고요.” 샘플을 요청했다. 곧바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대출희망액 등이 적힌 명단 2, 3개가 날아왔다. 몇 차례 질문과 답변이 오간 끝에 본격적인 흥정이 시작되자 브로커는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돈은 무통장 입금으로 해주세요. 아는 사람 이름 빌려 쓴 통장이거든요. 참, ‘○○○○(메신저 프로그램)’ 아이디도 대포입니다.” 흥정이 오간 뒤 정보의 ‘수위’가 낮은 아웃바운드(다수에게 전화를 거는 마케팅 방식) 명단 3000개를 6만 원에 입수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어지간한 정보는 모두 들어 있었다. ‘신규 매출’을 올린 브로커에게 문제가 된 카드3사 정보 유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넌지시 물었다. 비아냥거리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전부터 카드사 디비(DB)를 취급하는 사무실은 있었습니다. 이제 와서 공식적으로 적발이 되니까 난리법석인데…이쪽(개인정보 유통 시장)에서 봤을 때는 웃기는 일이죠.” 카드 사태로 한국이 단속을 강화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개인정보를 팔든 보이스피싱으로 사기를 치든 결국 한국에서 돈 벌어다 중국에서 펑펑 쓰는 것 아닙니까? 중국 공안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죠. 만약 잡혀도 대가리는 거의 잘 안 잡히고 꼬리가 잘리죠.” 이상은 토요일인 25일 오후 6시 동아일보 취재팀이 약 3시간에 걸쳐 중국에 있는 개인정보 판매 브로커와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분위기를 실감나게 전하기 위해 일부 표현은 그대로 적었다.) 그와 나눈 대화록을 다시 읽을 때는 난생 처음 듣는 표현들이 재미있었다. 남의 정보를 이렇게 쉽게 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록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흥미는 사라지면서 긴장되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간 발생한 일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감안할 때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의 ‘신상’은 모두 털렸다고 봐야 한다. 유출된 정보는 때로는 날것 그대로, 때로는 가공을 거쳐 반복적으로 판매된다. 어제 걸려온 대출 안내전화에 작은 ‘관심’을 나타냈다면 그 정보의 가격은 몇 십 배까지 오르며 ‘고급 정보’가 되는 상황이다. 단 한 번이라도 유출된 정보는 이렇게 확대 재생산되며 ‘무한 유통’된다. 한 개인의 정보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시대인 셈이다. 등골이 서늘해진다.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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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 리포트]“車팔고 외식 줄여”… “남산 걷죠, 외식은 연중행사”

    《 ‘쥐꼬리’ 연금을 받는 국민들에게 공무원연금은 ‘특혜’로 여겨진다. 받는 돈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형평성과 국가재정 차원에서 더 늦기 전에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연급 수급자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 노후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공무원연금도 풍족한 삶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연금 月300만원 윤정택씨윤정택 씨(63)는 3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0년 퇴직했다. 퇴직하고 가장 먼저 10년 넘게 타고 다닌 자가용을 팔아치웠다. 현직 때의 절반에 불과한 수입으로 자가용을 굴리는 것은 ‘사치’였다. 소형차라도 매달 평균 50만 원의 유지비가 들어간다. 그는 “(자가용을 갖고 있으면) 은퇴 뒤엔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지역의 한 기초자치단체에서 9급 서기보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국장급인 4급 서기관으로 마쳤다. 시골에서 태어나 국장까지 지냈으니 제법 성공한 편이다. 하지만 퇴직 뒤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 그의 고정수입은 공무원연금뿐이다. 매달 300만 원가량이 입금된다. 이걸로는 모자라 부인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100만 원가량을 보태고 있다. 윤 씨는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재직 중에는 맞벌이도 하지 않아 연금만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뿐”이라고 말했다. 자가용만 처분한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참석하던 모임을 현직 때 절반 수준인 5개가량으로 줄였다. 그래도 회비 명목으로 월평균 20만 원가량이 나간다. 부인의 모임까지 더하면 5만 원 정도가 추가된다. 인간관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여긴다. 발길을 끊은 모임에서는 “퇴직하더니 사람이 달라졌다”는 ‘뒷담화’가 들려왔다. 하지만 경조사비는 더 늘어났다. 현직 때는 정부 지침에 따라 3만 원까지만 쓸 수 있었다. 퇴직하자 도저히 5만 원 이하 봉투를 건넬 수가 없었다. 그의 두 자녀 역시 모두 결혼 전인 것도 신경이 쓰인다. 재산이라고는 집 한 채가 전부다. 1980, 90년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여러 차례 갈아타면서 아파트 한 채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시가 3억5000만 원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은행 대출이다. 월 이자만 80만 원이다. 100m² 규모 아파트로 관리비가 월 20만 원인 점을 다행으로 여긴다. 현금자산이라고는 3000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뿐이다. 그는 “저축을 하고 싶어도 할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식비는 매달 80만 원 정도로 전과 비슷한 편이다. 그래도 한 달에 한두 차례 즐기던 외식을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쇠고기는 사라지고 삼겹살과 돼지갈비가 주 메뉴다. 가격이 저렴한 ‘막썰어’ 횟집을 찾는다. 윤 씨는 “공무원연금이 너무 많다”는 비난을 들을 때마다 ‘남의 속사정도 모르는 소리’라는 억울한 마음이 든다. 지금 공무원연금을 받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처럼 ‘박봉’에 시달렸다. 공무원 급여는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 윤 씨는 “지금 국장급 공무원 연봉이 7000만 원 정도다. 하지만 말단부터 시작해 국장이 될 확률은 10%에 그치고 대부분이 6급 이하로 정년퇴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직의 유혹을 떨치고 오직 자긍심 하나로 버틴 공무원들에게 공무원연금은 ‘최후의 보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씨는 퇴직 뒤 노후설계에 대해 공부했다. 지금은 공무원연금공단을 통해 봉사활동도 하고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노인복지관에서 강의도 한다. 훗날 새로운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미래를 대비할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다. “지금처럼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고 그러면 적어도 80세까지 어떤 방식이든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그런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버팀목이다.”▼ 국민연금 月90만원 윤양주씨 ▼서울의 한 준(準)공기업을 27년간 다니다 2011년 퇴직한 윤양주 씨(61). 최근 그는 현직 때 자신을 따르던 후배의 모친상 소식을 모른 척해야 했다. 그의 경조사를 살뜰하게 챙기던 후배라 특히 마음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퇴직자에게 가장 무서운 소식이 경조사”라며 “다 챙기려면 월평균 30만 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본봉에 수당과 보너스까지 합치면 월평균 400만 원가량 손에 쥐던 그의 호주머니는 퇴직 후 금세 가벼워졌다. 퇴직금으로 6000만 원을 받았지만 아들 학자금 대출과 주택 구입 때 진 은행 빚을 갚으니 남은 게 없었다. 국민연금이 생긴 1988년부터 꼬박꼬박 보험료를 부은 덕분에 지금 월 90만 원가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해 아내가 대형마트 판매원으로 일하며 매달 110만 원가량을 생활비에 보탠다. 새 일자리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경비원 자리가 종종 났지만 30년 직장생활 기간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해온 터라 밤일은 죽기보다 싫었다.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2억4000만 원가량 하는 빌라 한 채와 고향인 전남 광양에 1980m²(약 600평)가량의 땅이 있지만 팔아 현금을 만들 수 없는 곳이다. 윤 씨는 “국민연금과 집 한 채는 있으니 노숙인이 될 우려는 없다. 하지만 큰 병에 걸려 병원비라도 들어가면 가정경제가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퇴직 뒤 ‘안 먹고 안 쓰자’는 이제 윤 씨 가족의 생활지침이 됐다. 먹을거리와 생필품은 대형마트보다는 재래시장에서 해결한다. 퇴직 전에는 대형마트에서 쓰는 비용만 월 80만∼90만 원 됐지만 재래시장을 이용하면서 이 돈을 70만 원대 초반까지 줄일 수 있었다. 주 반찬은 1000원짜리 2봉지면 세 끼 반찬을 해결할 수 있는 나물이다. 단백질은 고기보다는 주로 제철 생선을 통해 섭취한다. 고기가 당기면 돼지 목살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다. 외식은 1년 중 아내 생일이나 명절을 빼면 거의 하지 않는다. 개인 용돈도 대폭 줄였다. 종종 이용하던 택시를 끊은 지는 오래다. 피우던 담배도 3000원대에서 2500원짜리 ‘더 원’으로 바꿨다. 친목 모임도 초등학교 동창회, 퇴직자 모임 등 2개로 줄였다. 퇴직 뒤 2년간 몸치장에 돈을 쓴 건 딱 두 번뿐이다. 조카 결혼식에 가려고 서울 동대문 양복점에서 8만 원짜리 검은 양복을 맞췄다. 산책 나갈 때 입을 3만 원짜리 아웃도어 의류도 장만했다. 여가시간에는 신당동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남산을 주로 찾는다. 북한산 등 근교 산을 가면 차비가 들기 때문이다. 점심은 산책로 근방 5000원짜리 산채비빔밥으로 때운다. 1000원 하는 식당 커피 값을 아끼려고 3km 정도 떨어진 자판기까지 가서 300원짜리 커피를 빼먹는다. 오후엔 가까운 한옥마을에서 각종 문화공연도 즐긴다. 윤 씨는 “남산은 내게 돈 안 드는 최고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윤 씨는 최근 걱정이 하나 생겼다. 아내가 대형마트에서 두 달가량 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은 통장에 든 200만 원이 전부. 국민연금액만으로 두 달을 버텨야 한다. 윤 씨는 요즘 들어 세무직 공무원으로 퇴직한 동창생이 부럽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현직 때는 자신만만했지만 3배가량 많은 연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주눅이 든다.▽팀장 하종대 부국장▽이진 국제부장, 이성호(사회부) 유근형(정책사회부) 이원주(경제부) 김경제 변영욱 기자(사진부)▽국제부 박형준 전승훈 신석호 특파원▽편집국 김아연 매니저▽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배준호 한신대 대학원장석재은 한림대 교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

    •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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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성호]구글과 삼성의 차이

    “모든 일이나 미팅은 미리 일정을 잡고 진행된다. 심지어 동료 사이에 커피 한잔하면서 잠깐 대화하는 것도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만난다. 지위에 상관없이 약속을 잡지 않고 불쑥 미팅을 하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구글의 한국인 임원 김현유 씨(38)가 2012년 9월 펴낸 ‘꿈을 설계하는 힘’의 한 구절이다. 그는 2007년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을 일컫는 말)가 됐다. 김 씨는 구글의 자유분방한 사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 배경으로 모든 구성원의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를 중요하게 꼽았다. 반면 한국 기업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 회의실로 모여라” “바로 내용을 보고하라” 등 무작위로 잡히는 미팅과 보고가 김 씨가 목격한 한국 기업의 일상이다. 이는 김 씨의 이력과 맞물리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해 5년간 일했다. 그가 접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문화 차이는 누리꾼들에게 구글과 삼성의 차이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런 차이를 갖고 두 회사의 우열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는 미국식과 한국식, 나아가 서양과 동양의 문화 차이에 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철저한 시간 배분에 따른 효율성 못지않게 한국의 신속한 의사절차가 주는 효율성도 크다. 문제는 그 효율성이 직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글 같은 기업들이 일과시간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 크다. 불필요한 일을 줄여야 그날 예정된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제시간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예고 없이 터지는 일 때문에 정작 예정된 일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직장인들의 퇴근이 하릴없이 늦어지는 이유다. 이런 문화는 한국의 근로시간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2012년 기준)에 이른다. OECD 평균(1705시간)보다 400시간 가까이 많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산업재해 가능성을 낮추고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기업의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에 나섰다. 그러나 기존의 ‘정시퇴근 운동’이나 ‘야근 안 하는 날’ 실시 정도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기업의 업무처리 방식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10분 뒤 회의!”라는 팀장 부장의 호출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 201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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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利己밀어붙이기, 더는 안먹히게 해야

    22일간 지속됐던 철도 파업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던 만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게 됐고, 철도노조는 무더기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 파업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많은 국민이 3주가 넘는 동안 열차 운행 감소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 정부와 코레일이 노조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갈등으로 서로 치닫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정부와 코레일의 소통 능력 부족 △불법 행위를 앞세우는 노조의 구태 △해결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며 갈등을 부추긴 정치권의 무능이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 소통하되 단호해야 철도파업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끄는 정부의 역할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이상 국민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해야 제2, 제3의 철도파업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사태의 경우 정부가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에만 적극적이었다. 정작 이해당사자와 국민에게 정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에는 소홀했다. 그사이 철도파업은 ‘민영화 반대’ 프레임을 등에 업고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질됐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이번 파업 사태는 정부가 여론전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며 “앞으로 공공기관 개혁 과정에서 비슷한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개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치밀하게 논리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정부와 노조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물론 공기업이 정부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정부 방침에 끌려 다니면 오히려 사내 여론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 이번 파업처럼 노조와의 소통이 단절될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정부가 수서발 KTX 분리를 발표했을 때 코레일이 노조의 내부 기류를 정확히 파악했다면 미리 정부와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영진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노조와 소신껏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 이후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코레일에는 파업을 벌였다 징계를 받은 노조원에게도 추후 징계가 취소되면 임금과 위로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처럼 파업이라는 큰 파도가 지난 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처리하는 기업 풍토는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편가르기’와 ‘떼법’은 과감히 버려야 이번에 정치권은 뒤늦게나마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전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부와 코레일의 강경대응을 바라만 보며 그저 “불법 파업은 안 된다”는 논리만 되풀이했다. 강경대응의 장단점을 지적하며 막후에서 문제를 풀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도 철도노조의 논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노조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했다. 이런 식의 편들기는 사태 해결은 고사하고 양측의 감정만 자극했다. 다행히 뒤늦게 여야가 발 벗고 나서면서 파업 철회 결정을 얻어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고통은 이미 한계점에 이른 상황이었다. 정정화 강원대 교수(공공행정학과)는 “슈퍼 갑(정부)과 을(노조)을 조정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데 그 역할을 국회가 해주면 좋겠다”며 “물론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대한 중립적으로 다독거려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에도 ‘떼법’이라는 카드를 버리지 않았다. 파업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 주장은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국민들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의 발언까지 부정하는 노조의 파업에 쉽사리 지지를 보내기 힘들었다. 떼법이 아니라 노조의 의견을 사측에 정당하게 개진하는 시스템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공권력 법 적용 엄격히 해야 28일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역시 불법 행위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특히 시위대의 불법 도로 점거는 공권력의 소극적 대응과 맞물리면서 서울 한복판을 마비시켰다. 도로 점거는 과거 화염병 쇠파이프처럼 집회 현장의 ‘전가의 보도’가 됐다. 이를 막으려면 현장의 경찰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다행히 철도파업은 해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에도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굵직한 노동 현안이 줄지어 있다. 모두 노사 및 노정 간 이해 차이가 큰 문제들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지고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노사 협상에만 맡겨놓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며 “국민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냉철하게 바라본다는 것을 잊지 말고 이런 문제를 깊이 있게 풀어갈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성호 starsky@donga.com·김수연세종=송충현 기자}

    • 2013-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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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하면 불법파업-시위… 국민이 우선이다

    28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인근에서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려던 회사원 양희민 씨(32)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시위대와 일반 시민들이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뒤엉켜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양 씨는 시위대를 피해 무교동 방향으로 돌아가려다 이번에는 경찰 ‘폴리스라인’에 가로막혔다. 간신히 도착한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은 아예 출입구가 봉쇄돼 들어갈 수도 없었다. 세종로와 태평로에서는 차도까지 점거한 시위대 때문에 버스는 아예 다니지도 않았다. 집이 목동인 양 씨는 인파를 뚫고 서대문역까지 30분을 걸어가 지하철을 타야 했다. ‘국민을 위해’ 철도 민영화를 막겠다며 거리로 나온 철도노조 등 민노총 조합원들의 안중에 정작 국민은 없었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참기 힘든 불편과 짜증만 안겨줬다. 이날 집회는 불법과 무질서로 얼룩지면서 서울 한복판을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집회 참가자 가운데 최대 7000여 명(경찰 추산)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오며 태평로와 세종로 일대는 전 차로가 시위대에 점령당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오거나 급한 일을 보기 위해 시내로 나온 차량들은 꼼짝없이 도로에 갇혔다. 그동안 정부의 대응에서도 국민을 최우선시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더기 직위 해제, 대체인력 채용, 최후통첩 등 강경대응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불편을 참아 달라’는 진솔한 설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이번 파업으로 투입된 외부 대체인력은 29일 현재 1080여 명에 달한다. 코레일은 26일 기관사 380명과 승무원 280명을 선발한다는 채용공고를 냈다. 하지만 코레일은 대체인력과 신규인력 투입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인력 채용을 서두르다 15일 한국교통대 철도대학 학생이 투입된 전동차에서 발생한 승객 사망 같은 안전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 국민의 혈세로 유지되는 경찰 등 공권력과 사법기관 역시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데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노조는 불법 행위를 앞세우고 정부 역시 ‘유연하게 하면 밀린다’는 생각에 속전속결로 강행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나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도달한 만큼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국민의 불편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성호 starsky@donga.com / 세종=박재명 기자}

    • 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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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분 자기PR 시키고… 공사장 사고때 대처방법 물어보고…

    《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직원이 되고 싶나요?”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겠습니다.” 기업의 입사면접 때 흔하게 나오는 질문과 답변이다. 이런 평범한 질문은 추상적인 포부 위주의 일반적인 답변을 얻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검증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의 신입사원 면접장에서는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온다. 》   올해 상·하반기에 각각 실시된 현대모비스 신입사원 채용 때 면접관들은 지원자에게 “동아리나 학회 활동을 하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일을 미리 예측하고 분석해 기여했던 경험을 설명해주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 내용에 따라 “본인이 처리한 구체적인 일은 무엇이었느냐?” “본인은 어떤 노력을 했는가?” 등 심층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지원자는 수월하게 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쩔쩔 맬 수밖에 없다. 안재형 현대모비스 인재채용팀장은 “개인의 포부 의지 같은 추상적인 답변으로는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잠재능력이나 경험을 ‘추적 질문’ 방식으로 면접전형을 바꿨다”고 말했다.○ 기업 채용문화 ‘바꿔!’ 현대모비스는 채용설명회부터 변화를 줬다. 올해 3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자리한 마북연구소에서 이른바 ‘오픈하우스’ 행사를 처음 열었다. 보통 강당에서 많이 열리는 채용설명회를 회사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연구소에서 개최한 것. 이날 연구소를 찾은 1200명의 취업준비생도 진지하게 채용설명회에 참가했다. 이날 채용절차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선배 사원들이 직접 입사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즉석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5분 PR’도 눈길을 끌었다. 입사서류에서 가장 중요한 자기소개서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원동기를 구체적으로 서술하라’ ‘지금까지 살아온 자취를 기술하라’ 같은 두루뭉술한 질문이 많았다. 이제는 이런 질문이 사라지고 ‘현대모비스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사례로 설명하라’ ‘본인이 도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임을 사례로 설명하라’는 등 구체적인 내용으로 바뀌었다. 심층질문 중심의 창의성 면접, 지원자들이 토론과 협의를 거쳐 해법을 찾는 ‘집단다면과제’ 등도 새로 도입됐다. 안 팀장은 “새로운 채용절차를 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됐지만 단순히 우수한 사람을 떠나 회사의 가치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뽑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10월 실시한 신입사원 채용 때 회사 특성을 반영한 발표면접을 진행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상황을 제시한 뒤 건설 토목 기계 등 지원분야에 따라 대처방법을 발표하게 한 것.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함께 순발력 적응력 등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견기업 코리아에프티는 입사지원서에 학력 학점 영어점수 등 이른바 스펙 작성란을 모두 없앴다. 그 대신 지원분야에 대한 교육 수료 및 자격증 소지 여부만 쓰도록 했다. 엄태원 인사총무팀장은 “회사 업무에 가장 필요한 내용만 확인하기 위해 이력서 양식을 바꿨다”며 “능력 중심의 평가를 위해 앞으로 채용절차를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능력 중심의 평가모델 확대 청년 취업이 계속 어려워지면 이른바 스펙 경쟁도 치열해진다. ‘5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8대 스펙(5대 스펙에 봉사활동 인턴 수상경력 포함)’이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기업들은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건 스펙이 아닌 실제 업무능력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만든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은 기업들이 구직자에게 원하는 요구를 반영해 만든 채용시스템. 올해 30개 기업에 시범적으로 보급됐고 내년에는 180개 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신기창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국장은 “핵심직무역량 평가모델이 더 많은 기업에 확산되고 보편화되면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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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이력서… 무급인턴… “해외취업 어렵지 않아요”

    윤지은 씨(27·여)는 올해 초부터 미국 뉴욕의 한 식품회사에서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의 업무는 매출 관리. 회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의 매출 상황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일이다. 그를 보면 일류대 출신, 토익 고득점 같은 ‘스펙’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윤 씨는 한국에서 실업계 고교와 지방대 출신이다. 영어 점수도 높지 않았다. 그 역시 “미국에서 회사를 다닌다고 하면 다들 제가 굉장한 스펙을 갖고 있거나 영어를 아주 잘하는 줄 안다”고 말했다. 그가 해외 취업에 눈을 돌린 건 원래 스펙을 쌓기 위해서였다. 부족한 영어 점수를 올리려고 공부를 하다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외국회사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2년 동안 40곳에 원서를 보냈지만 대부분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그러자 윤 씨는 자신이 만든 영상 이력서를 보냈고 마침내 지금 일하는 회사에 합격했다. 이진희 씨(34·여)는 10여 년 전 일찌감치 해외 취업에 눈을 돌렸다. 대학 시절 미국에서 5개월간 ‘워크 앤드 트래블(Work & Travel·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개념)’에 참여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한 홍보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월급도 없는 이른바 ‘무급 인턴’으로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하는 고된 생활이었다. 이때 4개월의 인턴 경험은 훗날 이 씨에게 큰 자산이 됐다. 대학 졸업 후 국내 한 컨설팅 회사에서 3년간 일한 이 씨는 2009년 다시 영국행을 선택했고 글로벌 광고회사에 취직했다. 처음에는 책상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할 정도로 빡빡한 영국의 직장 문화에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직원 선발과 교육까지 담당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국내 유명 광고회사의 현지 법인에 취업했다. 이 씨는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꼼꼼하게 준비하면 해외 취업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사연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개최한 ‘케이무브(K-MOVE) 성공스토리 공모전’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케이무브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외 취업이나 인턴 창업 봉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맞춤형 연수과정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케이무브 스쿨’,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취업 정보 등을 공유하는 ‘케이무브 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케이무브 성공스토리 공모전에서 입상한 38명의 사연은 이달 말 단행본으로 발간된다. 자세한 내용은 케이무브 홈페이지(k-move.or.kr)를 참조하거나 고객센터(1577-9997)에 문의하면 된다.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201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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