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SPC그룹이 회사와 임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선진 노사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 피비파트너즈 등 계열사별로 노사협력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노사협의회 운영’, ‘고충처리창구 운영’, ‘노사교류활동’ 등 적극적인 소통과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협의회에서는 임직원들의 사소한 건의부터 회사에 대한 쓴소리까지 진솔한 이야기가 오간다. 노사협의회에 참석하는 노동조합 구성원들은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안건으로 채택하고, 협의회는 구체적인 개선 방법과 완료 시기까지 검토해 의견을 조율한다. 지난해에도 노사협의회를 통해 휴게 시간 간식 지급, 휴게실 안마기 설치, 교통비 지급 조건 개선, 식대 인상 등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했다. 파리크라상은 4월 노사가 함께 ‘무재해 달성 및 더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 선포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명욱 대표이사, 박갑용 노동조합 위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노사는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정착하고, 더 일하기 좋은 회사 만들기’를 위해 뜻을 모았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파리크라상은 2020년 4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관하는 ‘제32회 한국노사협력대상’에서 대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무교섭 임단협 체결 성과를 거뒀고 ‘장애인 제과제빵 교육’, ‘장애인 고용확대’ 등 사회적책임 실천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적극적인 노사 소통과 협력을 통해 노사가 함께 성장하는 선진 노사문화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는 미래 역량 개발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드론 물류 배송 솔루션·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함께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기 가평에 위치한 가평수목원2호점을 드론 배송 특화매장으로 지정하고 유통업계 최초로 드론 스테이션을 구축했다. 관제 타워와 드론 수직 이착륙에 최적화된 ‘헬리패드(비행장)’ 등이 설치돼 주문부터 드론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한다. 해당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비가시권 비행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권역을 GCS(Ground Control System) 기반하에 모든 것을 자동 관제해 배송한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인근 펜션을 지정해 상용화를 전제로 시범 운영을 진행한다. 이동거리는 약 1km로 드론 이륙부터 배송까지 3분 정도 소요된다. 롯데정보통신은 4단계 자율주행셔틀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운적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임시운행허가를 취득한 이후 세종, 순천 등에서 안전성 확보와 기술 고도를 위해 자율주행셔틀 실증을 3000km 이상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NFT(대체불가토큰)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홍기획은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 지분을 인수했다. 블로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검증을 받은 국내 1세대 기업용 블록체인 전문 기업이다. 롯데홈쇼핑은 5월 유통업계 최초로 NFT 마켓플레이스를 오픈했고 롯데월드는 메타버스·NFT 게이밍 플랫폼 ‘더 샌드박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마트는 6월 대형마트 최초로 과일에 AI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롯데칠성음료 안성공장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돌발상황을 최소화한 ‘스마트 팩토리’로 운영되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쇼핑이 6일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탄소중립 달성과 인권정책 강화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롯데쇼핑 사업부 전체를 아우르는 보고서가 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이 ESG 경영 원년을 선포하며 발표한 경영 슬로건 ‘다시 지구를 새롭게, 함께 더 나은 지구를 위해(Dream Together for Better Earth)’ 아래 구체화한 향후 계획과 최근의 관련 성과들을 수록했다. 보고서에서 롯데는 ESG 활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5가지 과제로 ‘리얼스(RE:EARTH)’ ‘리너지(RE:NERGY)’ ‘리유즈(RE:USE)’ ‘리조이스(RE:JOICE)’ ‘리바이브(RE:VIVE)’의 앞머리를 딴 ‘5RE’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친환경 상품 및 전용 공간 개발, 친환경 에너지 도입, 자원 선순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포용, 협력사와의 상생 등 다양한 ESG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및 감축,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인권 중심 경영 등 ESG 경영을 위한 3대 주요 이슈를 선정하고 이를 실천한 과정도 밝혔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5% 감축했고 87곳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함으로써 2802t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달성했다. 롯데쇼핑은 2040년 탄소중립(넷제로, Net-Zero)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연도별 탄소 절감 목표 및 세부적인 실행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협력사와 ESG 동반성장도 강화한다.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자가진단표 도입, ESG 온라인 교육 및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올해 대상을 더 확대해 갈 예정이다. 구성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인다. 세계인권선언,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 등을 바탕으로 ‘롯데쇼핑 인권경영 정책’을 수립했다. 차별 금지, 다양성 존중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부회장)는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고객을 위한 더 좋은 지구,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진심 어린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에르메스가 시계를 처음 제조한 건 1912년이다. 1978년에는 스위스에 시계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시계 산업에 뛰어들었다. 관련된 세월이 100년이 넘는다. ‘럭셔리 워치 메이커’로서 자리 잡겠다는 에르메스의 의지는 오랜 시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시계 본연의 가치를 앞세워 온 에르메스가 올해 자신 있게 선보인 남성용 시계들을 살펴봤다. 본질에 충실한 슬림 데르메스 2015년 탄생한 슬림 데르메스 라인은 극도의 간결함과 균형 잡힌 형태로 본질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느다란 선으로 표현된 케이스와 직각 형태의 러그, 필립 아펠로아가 디자인한 숫자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에 섬세한 디테일을 더해준다. 플래티넘으로 제작된 새로운 GMT는 전 세계를 자유롭게 누비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동반자가 된다. 신비스러운 크리스털 아래쪽으로 베일에 싸인 듯 보이는 9.48mm 두께의 울트라-씬 케이스는 간결함을 더욱 극대화하고, 탁 트인 형태의 반투명 블랙 스모크 다이얼과 숫자의 선 사이에 공간을 더한 특별한 폰트는 섬세하게 마감돼 강렬한 인상을 더한다. 여러 개의 숫자가 자유로운 형태로 나열되어 있는 GMT 카운터와 6시 방향 날짜 카운터의 조합이 시선을 끈다. 가느다란 로듐 도금 바톤 핸즈가 포인트로 더해져 매뉴팩처 다이얼 위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슬림 데르메스 GMT에는 2.6mm 두께의 울트라-씬 에르메스 매뉴팩처 H1950 무브먼트가 장착됐다. 그 위로 특별 개발된 1.4mm의 울트라-씬 GMT 모듈이 더해졌다. 마이크로 로터로 움직이는 메케니컬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시간, 날짜를 표시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시간과 현재 머물고 있는 여행지의 시간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인디케이터를 장착했다. 견고함과 섬세함이 공존하는 H08 에르메스 H08에는 긴장감과 유연성, 견고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대담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이 시그니처 모델은 새롭게 선보이는 강력한 블루 색감 모델과 함께 더욱 신선한 매력을 선보인다. 2021년 에르메스 시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필립 델로탈이 탄생시킨 H08 시계는 에르메스가 고수하는 완고한 원칙과 높은 기준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전달하는 이 모델은 소재가 지닌 특성과 케이스의 특별한 형태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에르메스 H08 시계는 대조와 대비를 조화롭게 엮어 균형 잡힌 하나의 오브제와 같은 모습을 선보인다. 세심한 디테일과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디자인됐으며, 그래픽적 특징들이 구성 부품 곳곳에 녹아 있다. 원형 다이얼과 독창적인 타이포그래피, 부드러운 라인을 가진 케이스의 기하학적 요소들은 대담한 스타일을 더욱 강조한다. 딥 블루 티타늄 케이스에는 블랙 세라믹 베젤과 스크루 다운 크라운이 장착됐고, 다양한 질감과 마감 기법이 적용된 블루 PVD 코팅 다이얼에는 화이트 아라비아숫자와 오렌지 색상이 조화를 이룬다. 시, 분, 초를 표시하는 블랙 핸즈와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있는 날짜창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H1837 메케니컬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로 구동된다. 블랙 DLC 티타늄 버클과 블루 러버 스트랩으로 시계의 스포티한 감성을 더욱 강조했다. 역동적으로 재탄생한 시그니처 모델, 에이치 아워 매뉴팩처 무브먼트로 구동되는 강렬한 블랙의 에이치 아워는 새로운 소재와 독창적인 외관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1996년 디자이너 필립 무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탄생한 에이치 아워는 어느 때보다 신선하고 역동적인 시그니처 컬렉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에이치 아워는 이번에 처음으로 에르메스 매뉴팩처 메케니컬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라지 사이즈의 정사각형 티타늄 케이스는 부분별로 마감 기법을 달리했고 딥 블랙 컬러와 그레이 톤은 아름답게 균형 잡힌 그래픽적 형태를 더욱 강조한다. 브러시드 센터와 새틴-브러시드 챕터링, 그레이 전사 아라비아숫자가 담긴 블랙 다이얼 위로 회전하는 가느다란 시침과 분침, 초침은 에르메스 매뉴팩처 H1912 셀프-와인딩 메케니컬 무브먼트로 움직인다. 하우스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생생하게 표현해 주는 케이스와 무브먼트, 다이얼, 인터체인저블 블랙 바레니아 송아지 가죽 스트랩은 모두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직접 생산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연초부터 경고가 지속됐던 인플레이션이 거리 두기 해제와 대면경제 회복에 접어든 올여름 본격화되고 있다. 휘발유부터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오르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매일 먹어야 하는 식료품의 가격 인상이 서민들에게 주는 고통은 좀 더 직접적이다. 특히 식품 물가 인상이 외식 물가로 전이되면서 도심 식당가 밥값은 살벌한 수준에 이르렀다. 1970년대 대(大)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기를 연상시키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는 한국으로 넘어오자마자 유행어가 됐다.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은 요즘 1만 원을 훨씬 웃돈다. 서울의 한 유명 평양냉면집에서는 1만6000원까지 한다. 맛집이라 특별히 더 비싸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냉면값은 1만269원으로 평균 1만 원을 넘겼다. 더위에 가볍게 즐기던 냉면 가격의 수직상승은 ‘밥 한번 먹자’는 인사가 부담스러워진 시대를 실감케 한다. 외식을 줄인다 해도 식품 물가의 고삐가 풀린 상태라 가계부가 빠듯한 건 마찬가지다. 일선 마트에선 수박 한 통 가격이 2만 원을 넘겼다. 일교차로 인한 작황 부진과 인력 부족에 따른 재배 면적 감소 때문이다. 제철과일마저 이렇게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시대에 ‘장보는 게 겁난다’는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다.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한 사람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최근의 물가 급등엔 국내외적 요인이 혼재돼 있다. 이상 기후와 작황 부진 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에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 등이 겹쳤다. 이른바 ‘푸틴 플레이션’으로 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문제는 이런 런치플레이션에 직격탄을 맞는 건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계층이란 점이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가처분소득 가운데 식품비가 차지한 비중은 42.2%에 달했다. 가처분소득의 절반가량을 식비로 쓴 셈이다. 소득 상위 20%의 평균 식비 비중(13.2%)의 3배가 넘는다. 전체 가구 평균(18.3%)보다도 훨씬 높다. 생활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수록 저소득층의 실질 구매력은 급격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시름도 깊어진다. 소상공인 인터넷 카페에는 원가 압박을 이기지 못해 메뉴 가격을 소폭 올리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질까 걱정하는 글이 넘친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물가 부담으로 폐업을 걱정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취임 전부터 새 정부의 첫 시험대는 물가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불가피해진 미국발 금리 인상은 금융 부담과 경기 침체 등으로 또다시 서민부터 옥죄고 들 우려가 높다. 갈수록 난제가 돼가고 있는 런치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적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물류 차질로 완성차 공장은 물론 철강, 시멘트, 타이어 등의 업종에서 생산이 지연되거나 제품을 실어 나르지 못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일만에 재개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의 2차 교섭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끝났다. 다음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 부품, 가전 등 핵심 산업에서의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현대차 하루 매출 피해만 1000억 원…가전 출하도 비상 10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7560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4% 수준이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8100명보다는 6.7% 감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7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30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파업이 이어지며 산업계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이 하루 약 2000대로 추정된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5000~6000대를 생산하는데 9일 기준 울산 2~5공장의 가동률(1공장은 정비 중)은 32~74%에 그쳤다.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현대차 승용차 가격은 대당 약 4700만 원으로 2000대를 생산하지 못하면 매출 피해가 1000억 원에 육박한다. 완성차 배송도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와 현대글로비스 직원들이 울산공장 인근 적치장인 경북 칠곡센터와 경남 양산센터까지 직접 옮기고 있다. 가전회사들도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화물연대가 출입 차량을 제한하면서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이 출하가 지연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로 들어오는 제품이 파업 영향으로 항만에 발이 묶였다. 파업이 이어질 경우 소비자 배송 지연 사태가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전국 항만 반출입 끊겨…공사 중단 나올수도 철강업계는 나흘째 육로수송이 막혔다. 포스코는 하루 철강 제품 생산량 10만 톤(t) 중 육로로 수송하는 3만5000t이 묶였다. 현대제철도 육로 출하가 중단됐다. 한국타이어 출하량은 평소 40% 로 떨어졌다. 광양항과 울산항, 대산항, 포항항의 반출입은 사실상 끊겼다. 부산항과 인천항의 컨테이너 화물 반출입량도 평시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10일까지 접수받은 화물연대 총파업 관련 회원사들의 애로사항은 140여건에 달했다.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며 전국 레미콘 공장(1085곳)은 60% 가량 가동 중단됐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매출 손실은 609억 원에 달했다. 다음주면 수도권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곳도 나타날 전망이다. 제주도에서 전남 지역 항구로 운송된 제주 삼다수도 수도권 각지로 운송되지 못하며 전체 공급량이 평소 대비 30~40%로 줄었다.● 정부 “화물연대 파업, 노사 자율 해결할 문제”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2일 이후 8일만인 이날 2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 진전 없이 11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종료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 해결책과 이행 약속을 요구한 반면, 국토부는 국회가 향후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태 장기화를 막자는 공감대는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화물연대 조합원인 차주와 화주 간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만큼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집무실 출근길에서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 노사가 자율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같은 날 “국토부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는 자기 차로 영업하고 운임받는 자영업자이며 여기에 물건을 맡기는 화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며 “당사자간 합의가 우선이며 (국토부는) 원만한 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캐나다 토론토의 한 슈퍼에 슬링(신생아용 아기띠)을 찬 젊은 엄마가 들어온다. 가게 주인 김모 씨가 딸인지 아들인지 묻자 손님이 말한다. “아기가 ‘그 혹은 그녀’인지 섣불리 단정하고 싶진 않아요.” 친환경적 배변 방법을 실천 중이라 기저귀조차 쓰지 않는다고도 똑 부러지게 말한다. 하지만 그 순간, 아기가 싼 오줌이 바닥을 적신다. 김 씨가 말한다. “걱정 마세요. 저희는 ‘성 중립적인(gender-neutral) 타월’도 저렴하게 팔고 있답니다.” 인기 캐나다 드라마 ‘김 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이국땅에서 풀뿌리처럼 꿋꿋이 살아남은 한국 이민자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캐나다 엄마에게서 받은 문화충격을 ‘젠더 뉴트럴 마케팅’으로 바로 승화시키는 김 씨의 생존력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던 건 젠더 이슈나 친환경주의를 유머의 소재로 활용했단 점 때문이기도 했다. 아무리 코미디라도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기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에서 풍자의 소재를 택한 점이 놀라웠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보면 최근의 한국 사회가 이념적·정치적으로 훨씬 더 경직돼 있구나 싶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환경은 젠더만큼 언급하기 어려운 이슈가 됐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지속가능한 환경은 정치적 어젠다로 부상했다. 하지만 성별·인종 등에서 차별의 표현을 지양하자는 ‘정치적 올바름’이 기계적으로 작동하다 보면 무엇이 차별이고 무엇이 강박인지 판별하기 애매해진다. 그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표현의 자유나 건설적 논의에 제약이 생긴다. 지금까진 국내 환경 이슈가 비슷한 전철을 밟아 왔다. 환경 정책에 대한 ‘다른 의견’은 맥락을 떠나 이기주의나 반환경주의란 사회적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 정권 동안 현장의 다양한 혼란이 예견됐던 정책을 친환경이란 대의만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 있던 것도 이런 사회적 기류와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일률적 환경 정책은 다양한 촌극을 낳았다. 자율포장대에 종이박스는 있건만 테이프는 사라졌다. 포장 진열된 샐러드를 매장 내에서 먹으려고 다시 접시에 옮겨 담아야 했고, 휘발유 냄새 나는 종이빨대에 적응해야 했다.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인지 어묵인지에 따라 나무젓가락 제공 여부가 달라져 소동이 일었다. 결국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가 뻔히 예상됐던 종이컵 보증제까지 밀어붙여 사달이 났다. 종이컵 보증제는 새 집권 여당이 문제 삼으며 일단 유예됐지만, 끝까지 떨치기 어려운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눅눅해진 컵에 바코드를 붙이고 강제로 수거시키는 것보다 더 나은 수준의 환경 정책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 친환경이란 명분을 언제까지고 아마추어적 정책의 면피로 삼을 순 없다. 이제는 당위성에 매몰된 환경 정책보단 충분한 숙의를 거친 제대로 된 정책을 보고 싶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도심 웬만한 백반 집은 점심 피크 시간에도 사람이 없었다. 반면 고급 한우집이나 호텔 레스토랑은 이례적인 특수를 누렸다. 모처럼 하는 외식이니 이왕이면 좋고 비싼 것 먹겠다는 보복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별도 룸을 갖추고 있거나 방역 관리에서 더 믿을 만한 고급 식당을 선호한 이도 많았다. 이런 빈익빈 부익부는 산업적으로도 나타났다.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때 섬유산업은 공장이 멈춰 설 정도로 타격을 받았지만, 명품만은 불티나게 팔렸다. ‘샤넬런’ ‘오픈런’이 백화점에서는 일상이 돼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최근 2년여간 명품업체 매출은 유독 고공행진했다. 루이뷔통과 디올은 지난해 한국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냈다.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른 기현상이었다. 코로나19가 낳은 현상 중 하나는 이런 양극화였다. 되는 집만 되고, 좋은 것만 더 좋아졌다. 자영업자나 일부 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나마 평준화돼 있던 직장인들의 삶도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코로나19 전후로 처우가 많이 갈렸다. 비대면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성장의 수혜는 일부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에 집중됐다. 고만고만했던 월급쟁이들의 연봉과 근무 여건 격차가 심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평균은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절반(49.4%)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일본,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해도 우리가 훨씬 높은 편이다. 소위 급여나 복지가 좋은 직장에선 코로나19를 계기로 유연근무나 탄력근무 문화가 급속히 자리 잡았다. 일부 기업은 엔데믹 시대 재택근무가 끝날까 동요하는 인재들을 잡기 위해 아예 워케이션(Work+Vacation·휴양지 근무)까지 허용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여건에서 일해야 하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팬데믹이라는 집단적 상처를 공유하고 있지만, 최근 2년여간 경험의 편차는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사회·경제·문화 모든 기반에서 서로 공감할 수 없는 지점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양극화는 개인과 사회 모두의 불행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제 불능의 상황에서 학습된 무기력과 좌절감을 더 악화시킨다. 사회적으로도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념·진영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극심한 양극화의 상처를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 2년여 깊고 강력했던 ‘팬데믹 자기장’에서 조금씩 빠져나와 새봄을 마주하는 중이다. 거리마다 인파와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이 나타나는 건 어쩌면 지금부터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방역이나 재난지원금 같은 시급한 과제에 모든 정책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남긴 유무형의 상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삼양그룹(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및 글로벌 시장 확대 가속화, 현금 흐름 관리 강화, 일하는 방식 변화’ 등 세 가지를 올해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원료가 상승, 경기 회복 속도 저하 등 국내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립한 중장기 성장 전략 ‘비전(Vision) 2025’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다. 삼양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 ‘비전 2025’는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한 스페셜티 사업과 글로벌 시장 비중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삼양그룹은 그룹 전반에서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wellness) 산업용 소재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용 소재 △친환경 소재 사업을 육성 중이다. 설탕, 전분당, 밀가루 등 기초식품 소재를 중심으로 하던 식품 사업은 대체감미료 ‘알룰로스’,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을 통해 스페셜티 식품 소재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알룰로스는 무화과, 포도 등에 들어 있는 단맛 성분으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제로’ 수준이어서 차세대 대체감미료로 불린다. 삼양사는 2016년 자체 기술로 알룰로스 상용화에 성공하고 현재는 글로벌 홍보 활동과 거래처 및 유통 파트너십 발굴 등 글로벌 진출 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주력하던 화학사업은 친환경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양그룹은 ‘이소소르비드’를 활용해 독자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PBIAT’ 양산에 착수했다. 이소소르비드는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전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든 바이오 소재다.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이 우수해 모바일 기기와 TV 등 전자제품 외장재, 스마트폰의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식품 용기, 친환경 건축자재 등에 쓰인다. 현재 삼양그룹은 전북 군산에 연산 1만 t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삼양패키징은 친환경 전략 실현을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확대했다. 기존에 재활용 페트(PET) 플레이크를 생산하던 시화공장에 2만1000t 규모의 리사이클 페트칩 생산 설비를 새로 도입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리사이클 페트칩은 페트 플레이크보다 순도가 높아 의류용 원사, 식품 및 화장품 용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쓰인다. 첨단산업용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에는 정밀화학 기업 엔씨켐을 인수했다. 엔씨켐은 감광액(포토레지스트) 생산에 필요한 중합체(폴리머) 및 광산발생제(PAG)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용 감광액 소재 분야의 선두권 업체로 꼽힌다. 감광액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전자제품 생산 공정의 하나인 노광 공정의 핵심 소재다. 삼양그룹은 2005년 전자재료 소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관련 소재 사업을 영위하는 삼양사 EMS BU(Business Unit)는 액정디스플레이(LCD)용 컬럼스페이서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터치패널 제조에 필요한 오버코트, 감광액 소재 중 하나인 광개시제 등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삼양그룹은 올해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구한다.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전 세계적 공급망 불안정, 글로벌 물류난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지속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해 위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김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운전자본 최적화, 판가 관리, 투자 효율 극대화 등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모두 철저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아모레퍼시픽이 소셜벤처를 발굴하고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연결하는 ‘아모레 뷰티풀 챌린지(A MORE Beautiful Challenge)’ 프로그램 공모를 11일까지 진행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하고 임팩트 투자사 엠와이소셜컴퍼니(MYSC)가 운영하는 ‘아모레 뷰티풀 챌린지’는 임팩트 창출 및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소셜벤처를 발굴해 지원하고 오픈이노베이션 연결 기회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새롭게 발표한 ‘2030 아모레 뷰티풀 프라미스(A MORE Beautiful Promise)’의 5대 약속 중 환경 분야 실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팀이면 지원 가능하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소셜벤처는 아모레퍼시픽의 임직원들과 함께 엠와이소셜컴퍼니의 밀착 멘토링과 기초 교육을 제공받는다. 스타트업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혼합 금융과 자본 조달 등 국내외 주요한 임팩트 트렌드에 맞춰 전문가의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NGI 디비전 등과 함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고, 상호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면 실제 협업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은 내부의 혁신을 추동하고, 소셜벤처는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그램의 막바지에 열릴 데모데이를 통해 임팩트 투자까지 받을 수 있어 협업과 투자를 고민하는 소셜벤처라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만한 기회다. 이번 신청 접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사업 및 공모 관련 상세 일정 및 자세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 포털 사이트와 엠와이소셜컴퍼니 홈페이지 및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롯데 신성장 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는 도심항공교통(UAM), 메타버스에 이어 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한다. 수소,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 외부 기관 협업은 물론이고 착실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 노력이 핵심”이라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 사회적으로 선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헬스케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지난해 8월 이를 담당하는 전담팀 신성장2팀(바이오), 신성장3팀(헬스케어)을 신설했다. 외부 전문가를 팀장으로 영입해 신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첫 스타트는 신성장3팀이 선보였다. 롯데지주는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700억 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및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는 과학적 진단, 처방, 관리 등 건강 전 영역에서 ‘내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새로운 건강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유전자, 건강검진 결과 분석 등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 건강기능식품, 운동 등 특정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웰니스(Wellness) 전반을 다루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을 지향한다.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 기반으로 국내 웰니스시장 선점 후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유전자 진단, 개인 맞춤 처방 등 영역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기관의 외부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및 협업도 적극 추진한다. 롯데헬스케어는 플랫폼 정착 후 개인 유전자 NFT, 웰니스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를 통한 글로벌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실버타운 사업과의 협업도 검토한다. 플랫폼상의 유전자, 건강 정보에 실버타운에서 제공한 정보를 더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지주 우웅조 신성장3팀장은 “롯데헬스케어는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생활밀착형 건강관리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그룹사뿐만 아니라 외부 기관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플랫폼 사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헬스케어 설립을 통해 그룹사 헬스케어 사업들과의 시너지도 강화한다. 현재 롯데 계열사에서는 회사의 특성과 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품 사업군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지향식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기능식품 라인업 강화를 위해 자체 개발은 물론이고 투자, 업무협약 등을 통한 외부 기관과의 공동 연구 및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7월 국내 수소 수요 30%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친환경 수소 성장 로드맵을 발표했다. 발표에는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약 3조 원의 매출과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실현한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소 약 23만 t 중 7만 t을 책임지고 있다. 수소유통은 수소전기차용 충전소, 수소연료화 테스트 등 대부분 미래 수소사업 분야를 망라한다. 롯데케미칼은 1월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와 말레이시아에서 청정 수소 사업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과학 인재 양성기관인 KAIST와 함께 ‘탄소중립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탄소중립사회 실현을 위해 5건의 연구도 진행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격리 기간 동안 새벽배송부터 배달음식, 퀵커머스를 그 어느 때보다 유용하게 이용했다. 격리 중이란 특수한 상황에서 누리는 편리함은 더 각별했다. 현관 앞에 놓인 상자를 안으로 들일 때마다, 만약 이런 서비스가 없었다면 재택치료 중인 국민이 180만 명에 달하는 이 시절이 얼마나 더 큰 고역이었을지 상상해보게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예측하기 어렵던 편의와 속도였다. 최근 유통시장은 시시각각 격변 중이다. 비대면 상황이 일상이 되며 온라인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익일배송이나 당일배송을 넘어 30분 내 배송인 퀵커머스 시장도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도어대시, 고퍼프, 글로보 등 퀵커머스 분야 신생 기업들이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유통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소비시장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같은 기술의 옷을 입고 이렇게 ‘궁극의 편의’를 향해 질주하는 시대가 됐지만, 국내 유통산업은 철 지난 규제에 허덕이고 있다. 유통법은 1997년 유통산업의 효율적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개정이 잇따르면서 주로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2012년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 출점을 금지시키고 의무 휴업일을 지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시장이 온라인 대 오프라인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생존 기로에 놓인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아직 요지부동이다. 이 법은 신규 출점 기준을 강화하는 방편으로도 쓰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론화시켰던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없는 이유’ 역시 이 법에 기반한다. 유통법 내에 근거를 둔 상생협의 절차가 미비하면 대다수 지역 주민이 원해도 지자체의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 인근 전통시장 중 한 곳만 반대해도 발목이 잡힌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뚜렷한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때 주변 3km 내 상권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한국유통학회 등의 연구는 오히려 정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각종 규제와 제한을 추가하는 유통법 개정안은 지금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마트뿐만 아니라 복합쇼핑몰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 영업일 규제를 확대 적용하는 개정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일각에선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퀵커머스 규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성장 산업을 두고 규제부터 논의하는 건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윤 당선인은 규제 개혁에 대해 일관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제단체 수장들과의 회동에서는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인데 천편일률적인 규제만 적용하면 결국 소비자의 편익과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유통 분야에서 역시 법의 취지에 맞는 정책적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에르메스는 오브제를 창조한다.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된 제품은 소장자와 평생을 함께하며 일상의 모든 순간을 빛내 주는 완벽한 오브제가 된다. 최고의 노하우로 제작된 실용적이면서도 기능적인 오브제는 평범한 일상을 즐거운 놀이의 공간으로, 찰나의 순간을 나만의 특별한 시간으로 바꿔준다. 에르메스에 있어선 시간 역시 오브제다. 에르메스는 물리적인 시간을 넘어 감동, 환상,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간을 시계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에르메스의 타임리스 아이콘인 ‘케이프 코드’ 시계는 1991년 ‘직사각형 안의 정사각형’이라는 창조적인 발상의 시계를 만들고자 했던 디자이너 앙리 도리니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는 1938년 로베르 뒤마가 배의 앵커 체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모티프 샹당크르를 기반으로, 볼드하고 독창적인 케이프 코드를 완성시켰다. 2022년 케이프 코드는 한층 독창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신제품 ‘케이프 코드 크레프스큘(Cape Cod Crepuscule)’에는 에르메스의 혁신적 신기술이 집약됐다. 2018년 에르메스는 창의성에 기초한 기술적 혁신을 모색하기 위해 뇌샤텔에 위치한 스위스 전자 및 마이크로 기술 센터(CSEM)와 회의를 진행하고 실리콘 웨이퍼 소재의 다이얼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미적 품질을 위해 선택된 실리콘 웨이퍼는 마이크로 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재료다. 다이얼 생산 중 증착되는 재료의 양에 따라 그 색상은 무한대로 다양할 수 있으며, 미묘하고 독특한 색조를 나타내게 된다. 고도의 기술적 과정은 CSEM 연구소의 전문 엔지니어가 직접 수행한다. 케이프 코드 크레프스큘의 다이얼은 0.5mm 두께의 단일 판에서 만들어지며, 매우 강렬한 파란색을 얻기 위해 아주 얇은 두께(72-nm)의 질화 규소 필름이 정밀하게 코팅된다. 패턴을 인쇄하기 위해 웨이퍼를 블루 라이트에 노출시키는 포토리소그래피 단계가 진행되며 이후 용액에 여러 번 연속적으로 담그는 공정과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용액에 담금하는 과정도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골드 코팅이 진행된 후 플레이트는 케이프 코드 케이스에 맞게 정확하게 재단한다. 창의성과 나노기술을 결합해 독특한 방법으로 구현된 다이얼에는 반짝이는 옐로 골드와 푸른 색상이 조화를 이루고 그 위로 가느다란 도금 핸즈가 움직인다. 에르메스 시계 공방에서 제작된 네이비 블루 송아지 가죽 싱글 혹은 더블 투어 스트랩은 시계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케이프 코드 샹당크르(Cape Cod Chaine d’Ancre)’와 ‘케이프 코드 마틀리(Cape Cod Martlee)’ 역시 꾸준히 사랑받는 케이프 코드 모델들이다. ‘케이프 코드 샹당크르’는 가느다란 골드 또는 로듐 도금 핸즈가 장착돼 있다. 에르메스 시계 워크샵에서 생산된 펄 그레이 악어 가죽의 싱글·더블 투어 스트랩이 장착된다. 유리질 성질의 화산암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다이얼 또는 샌드 블래스티드 다이얼 등이 있다. 독특한 그래픽 형태는 소재와 질감의 표현을 극대화한다.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출시돼 있다. 금속의 표면을 미묘하게 연마해 앵커체인이 가진 감성을 담아낸 ‘케이프 코드 마틀리’는 정교한 금속 세공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균형 잡힌 형태에 해머링으로 알려진 특별한 보석 세공 기법이 더해져 스틸 케이스 위로 독특한 파티나 효과를 보여준다. 색다른 느낌의 케이프 코드 마틀리에는 송아지 가죽 싱글 또는 더블투어 스트랩이 장착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혹자는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했지만, 치킨은 어쨌든 한국인의 솔푸드다. ‘치느님’ ‘치멘’이란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이 치킨값이 이제 2만 원을 넘어섰다. 심지어 배달료는 별도다. 배달료까지 더하면 주요 프랜차이즈의 치킨 한 마리 값은 2만3000∼2만4000원을 호가한다. 안 오르는 게 없다지만, 치킨값 2만 원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왔다. 최근 외식 물가는 연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연초부터 도미노 인상 중인 주요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세트 메뉴 가격은 세트당 1만 원에 육박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특성상 원두값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8년 넘게 동결돼 있었던 커피 프랜차이즈도 올해 들어선 오랜 눈치 보기를 끝내고 일제히 가격 올리기에 나섰다. 점심으로 햄버거 세트에 커피 한 잔만 마시려 해도 이제 1만 원 한 장으론 부족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고달픈 소리가 절로 나온다. 최근의 외식 물가 인상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돼 있던 일이었다. 지난해부터 ‘파테크’ ‘금란’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농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작황 부진,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인한 살처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어려워지면서 인건비 상승분까지 더해졌다. 세계적으로도 밀, 콩, 대두, 설탕, 팜유 등 원재료값이 계속 올랐다. 팜유와 소맥분 가격은 최근 3년간 각각 176%, 52% 급등했다. 이상 기후에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불안이 겹쳐서였다. 기업들로서는 소비자 저항 때문에 누적된 가격 인상 요인을 억누르고 있었을 뿐, 원재료와 물류비가 다 올랐으니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건 사실상 시간문제였다.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됐다. 밀가루, 쌀, 라면, 빵, 조미료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외식 물가가 오르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재료비에 인건비, 임대료, 배달수수료 상승분까지 더해져 인상률이 훨씬 살벌했을 뿐이다. 소주 가격이 소매가로 100원가량 오르면, 유통 과정에서 물류비, 인건비 등이 더해진 식당에서는 1000원 넘게 오른다. 체감 물가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자 최근 정부는 죽, 김밥, 햄버거 등 12가지 주요 외식 품목의 프랜차이즈별 가격 등락률을 매주 공표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격 고시로 ‘눈치’를 주겠다는 것이지만, 심리적 압박으로 물가를 통제하겠다는 건 정책적 후퇴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외식 물가 인상이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별다른 준비 없이 ‘점심값 2만 원 시대’를 맞았음을 자인한 꼴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애꿎은 곳에다 따가운 눈총 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삼양그룹이 운영하는 민간 장학재단 ‘양영·수당재단’은 전국 고등학생, 대학생 및 대학원생 131명에게 약 10억 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18일 밝혔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각 학교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별도 장학금 수여식은 열지 않았다. 삼양그룹은 ‘꿈을 이룰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회공헌 철학 아래 두 장학재단을 통해 장학사업, 연구비 및 학술지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다. 1939년과 1968년에 각각 설립된 양영재단과 수당재단은 설립 이래 약 2만3000명의 학생과 800여 명의 교수 및 연구단체 등에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서핑 성지’로 뜬 강원 양양군 현남면을 찾았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을회관 앞에 태닝한 구릿빛 몸을 가진 서퍼들이 비치타월을 걸치고 걸어 다니던 장면이었다. 이장님 안내 말씀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의 어촌마을을 미러 선글라스를 쓴 채 여유롭게 활보하는 힙스터라니. 그곳을 역동적이고 활기찬 곳으로 만든 건 돈을 쏟아부어 다시 지은 대형 건물이나 새로 깐 도로 같은 게 아니었다. 주인공은 그 힙스터들, 그러니까 콘텐츠였다. 요즘 서울에서 새롭게 뜬다는 동네들이 대체로 이런 느낌이다. 내부순환도로가 지나는 제기동 정릉 천변가에는 창문 필름이 벗겨진 기사식당과 자물쇠로 잠긴 슬레이트 창고 옆에 작고 힙한 와인바가 생겨나고 있다. 의류 도매시장으로 번성했다가 지금은 쇠락한 중구 신당동 일대, 변변한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았던 용산구 한강로동 일대에도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들어서며 골목길 분위기를 조금씩 바꾼다. 괜찮은 감각의 가게 한둘 들어온다고 동네 풍경이 극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낡은 다세대주택 위로 전깃줄이 엉켜 있고, 폐업한 도매점이나 철물점은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런 길 위에 불쑥 생겨난 미국식 브런치 카페나 소규모 편집숍, 독립서점은 낙후된 서울 뒷골목 풍경을 이색적으로 치환시키는 힘이 있다. 그 이질성이 주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콘텐츠의 힘이다. 콘텐츠를 갖춘 젊은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기동, 신길동, 홍은동 같은 이름 없던 상권에 둥지를 튼 것은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불가피한 여건에서 출발했지만 제약은 도약의 출발이 됐다. 유동인구가 적고 목이 나쁘니 전문성이나 독특한 개성, 마니아를 저격하는 콘텐츠로 확실히 무장해 타깃 고객을 끌어와야 했고,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홍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게 통했다. 본보와 한국신용데이터의 분석 결과 지난해 이런 변두리 동네 젊은 사장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 매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시대 가속화된 대형 상권의 몰락과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진 현대 소비자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매스 브랜드보다 세분화된 취향을 반영한 니치 마켓(틈새시장)을 좋아한다. 콘텐츠를 갖춘 소상공인은 새로운 시대에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 수많은 이들이 몰리는 제주 월정리 카페거리나 양양의 서퍼비치도 처음엔 재미있는 발상과 젊은 감각을 가진 소상공인 한둘로 시작됐었다. 자발적으로 자리 잡은 소상공인들이 저마다의 스토리와 개성을 담은 작고 특별한 가게를 선보이고, 그렇게 하나둘 생긴 동네 핫플레이스가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지역’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근사한 변화가 있을까. 코로나19란 극한 여건 속에서 젊은 소상공인들이 낸 성과를 가볍게 흘려 볼 수 없는 이유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한 수제과자점. 언뜻 보기엔 여느 가게와 다르다. 인적 드문 골목길에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간판도 없다. 목·금·토요일 사흘만 운영한다. 이마저 토요일엔 딱 3시간만 연다. 그래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선물용으로 최고’라는 입소문을 타며 명절용 세트는 일찌감치 품절된다. 지난해 이곳을 차린 최지현 씨(35)는 “손님 절반 이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검색한 뒤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층”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더 잘나간 변두리 MZ세대 사장 뒤에는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가게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찾아가는 MZ세대 위주의 신(新)노마드족이 있었다. MZ 사장들은 새로운 경험을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이들의 욕구를 읽고 대응해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에서도 신흥 소형 상권을 일구고 있었다. ○ MZ세대 “가게 시간에 내 일정을 맞춘다”24일 동아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와 20∼60대 남녀 소비자 1060명을 대상으로 가고 싶은 곳을 고르는 방법을 설문 조사한 결과 ‘온라인으로 검색한 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응답이 전체의 49%로 가장 높았다. ‘아는 곳에 간다’는 31%, ‘길 가다가 보이는 곳에 간다’는 20%에 불과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요즘 신흥 상권은 손님들이 SNS를 통해 먼저 알아보고 와서 상가 권리금에 따른 입지 싸움에서 자유로워졌다”며 “장소라는 물리적 요건보다는 온라인 평판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접근성이나 편의성이 떨어져도 개의치 않는다는 특성은 MZ 소비자에게 뚜렷하다. 직장인 한선우 씨(30)는 친구들과 소위 뜨는 장소에서 ‘월례 미식회’를 가진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바비큐 식당 앞에서 4시간, 용산의 고깃집 앞에서 3시간 기다리는 일도 불사한다. 그는 “기다려도 절대로 아무 곳에서나 한 끼를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서도 검색하고 가게를 방문한다는 MZ세대 응답자가 58%로 전체 평균보다 9%포인트 높았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깐깐한 취향을 가진 MZ세대는 온라인에서 평점과 후기를 확인하고 소비하는 게 기본 습관이 된 세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MZ세대 응답자 10명 중 8명은 가고 싶은 가게가 일주일에 사흘만 문 열어도 ‘가겠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9명은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교통이 불편하거나 멀어도 가겠다’고 답했다. ‘베이글 마니아’ 임지은 씨(29)는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의 ‘신상 베이글 맛집’에 가려고 연차까지 냈다. 런던에 온 듯한 분위기로 ‘오픈런’(개점 전 줄 서 있다가 문 열자마자 뛰어 들어오는 것) 행렬로 뜬 SNS 명소이지만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 주말은 엄두를 못 내고 평일 하루를 ‘투자’하기로 했다. 직장인 김모 씨(28)도 전남 담양에 있는 ‘예약제 책방’에 이틀 휴가를 내고 다녀왔다. 김 씨는 “서울역에서 광주역, 담양터미널을 거쳐 책방까지 가는 길이 멀었지만 잊지 못할 충만함을 느끼고 왔다”고 했다. ○ 멀어도 불편해도 특색 있으면 OK 이들은 접근성이나 편의성에 개의치 않는 대신 흔한 프랜차이즈 매장보다는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가게를 원했다. 가게 유형으로 ‘골목 상권의 특색 있는 개인 매장’(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수제디저트 전문점(27%), 소품숍(21%), 오마카세(차림 메뉴) 식당(13%) 에스프레소바(11%), 내추럴와인바(10%), 독립서점(10%) 등을 들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분위기에서 뚜렷한 개성을 가진 MZ세대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자신에게 부합하는 브랜드를 소비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MZ 소비자들은 방문할 가게를 정할 때는 ‘독특한 인테리어’(23%), ‘인스타그래머블’(15.5%) 등을 중시했다.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한강로동 브런치 가게는 다세대주택가 한복판에 샌프란시스코 스타일의 식당을 재현했다. 알록달록한 영어 포스터와 외국산 식재료로 꾸민 식당에선 ‘미국 셰어하우스(공유주택) 이모님이 해주신 맛의 파스타’ 같은 이야기를 담은 메뉴를 판다. 소비자들은 ‘나만 알 것 같다’(17%)는 항목도 중시했다. 수제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 박정수 씨(33)는 재작년 일부러 가게를 서울 익선동에서 염리동으로 옮겼다. 그는 “‘아무나 가는’ 익선동보다는 우리만의 콘텐츠가 더 돋보일 수 있는 곳을 골랐다”며 “이사 후 오히려 단골 고객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Z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갖춘 소형 매장이 온라인과의 경쟁으로 위기에 몰린 오프라인 가게들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강욱 보스톤컨설팅 그룹 유통소비재 부분 파트너는 “임차료가 높은 대형상권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위주로 단조롭게 구성될 수밖에 없지만 소형상권은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취향을 겨냥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며 “비(非)대면 시대일수록 혁신적인 소형 골목 상권이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남준영 씨(34)는 2년 전 서울 용산구의 허름한 빌라촌에 ‘생애 첫 가게’를 냈다. 가게라고는 철물점과 백반집이 전부였던 동네에 노란 차양과 야자수로 꾸민 베트남 현지식 식당이 들어섰다. 아내와 직원 한 명으로 조촐하게 시작했던 이곳은 이제 손님들이 영업 30분 전부터 줄 섰다가 문이 열리면 뛰어 들어오는 ‘오픈 런’ 명소가 됐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없진 않았지만 손님이 꾸준히 늘어 최근 중식당과 이자카야(일본식 주점)까지 낼 수 있었다”고 했다. 남 씨처럼 낡은 주택가같이 임차료가 싼 지역에 새로 자리 잡은 ‘MZ세대 사장님’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게를 내야 한다’는 창업 공식을 깨고 새로운 곳을 탐험하려는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과 달리 MZ 사장들은 낮은 생산성에 시달리던 국내 자영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잘 버틴 변두리 ‘MZ 사장님’23일 동아일보가 한국신용데이터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서울 시내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총 14개 동에서 신규 창업자 매출이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평균 26%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전체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은 평균 30% 줄었다. 이는 2021년 3분기(7∼9월) 서울 시내 연 매출 10억 원 미만인 외식업 소상공인 매출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3분기 매출과 비교한 결과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전국 자영업자 90만 명의 매출, 현금 흐름 등 사업 데이터를 관리한다. 지역별로는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창업한 외식업자 매출 상승률이 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송리단길’로 불리며 최근 외식업자 창업이 활발했던 송파구 송파동과 낡은 철공소들이 있던 자리에 식당 카페 등이 생긴 영등포구 문래동 매출도 각각 47%, 43% 올랐다. 용산구 한강로동(39%), 동대문구 회기동(33%), 서대문구 홍은동(29%), 마포구 동교동(22%), 강남구 신사동(18%), 마포구 연남동(12%) 등의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마포구 망원동(5%), 성동구 성수동(4%), 중구 신당동(―1%)도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개업 시기에 따라 매출 격차가 컸다. 제기동 전체 외식업자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0% 줄었지만 신규 창업한 외식업자 매출이 56% 오른 게 대표적이다. 제기동 정릉천 바로 옆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세현 씨(27)는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월세의 4분의 1도 안 되는 싼 임차료와 아지트 같은 느낌에 꽂혀 가게를 냈다”고 했다. 그의 가게 주변엔 낡은 다세대주택과 기사식당, 자동차 정비소가 즐비하다. 그 흔한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도 없지만, ‘뜻밖의 장소’라는 매력에 SNS를 보고 찾아온 손님들로 붐빈다. 강예원 한국신용데이터 데이터비즈니스 총괄은 “개업 시기에 따라 매출이 유의미하게 엇갈리는 건 낙후됐던 기존 상권에 MZ세대 자영업자들이 새로 유입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창업 공식 거꾸로 쓰는 ‘마이웨이 개업’ 이처럼 MZ 사장들이 자리 잡은 지역은 임차료가 낮아 진입 장벽이 낮은 데다 노포(老鋪) 등 레트로한 분위기가 형성돼 끊임없이 이색 장소를 물색하는 소비자 취향과 맞아떨어져 인기다. 서울 중구 신당동은 한때 의류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떴다가 쇠락했지만 최근 MZ 사장들이 나타나며 달라지고 있다. 노포와 낡은 빌라 사이에서 작은 와인바를 운영하는 이예슬 씨(29)는 “어릴 때부터 익숙한 동네인 데다 임차료가 낮아 선택했다”며 “SNS를 보고 온 젊은층뿐만 아니라 40, 50대 동네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힙플레이스로 떠오른 한강로동 브런치 가게 주변엔 사람 한두 명이 겨우 다니는 다세대주택들뿐이지만 이 일대 카페나 와인바는 손님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밖에서 1시간째 순번을 기다리기도 한다. 2019년 이곳에 7평짜리 카페를 낸 이선행 씨(31)는 “월세가 가로수길의 3분의 2 수준”이라며 “최근 근처에 생긴 매장 대부분은 또래가 운영한다”고 전했다. 이승일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임차료 부담을 덜고자 일부러 낙후된 골목에 개업하는 MZ 사장들이 많아졌다”며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에서도 자신만의 콘텐츠와 디지털 역량을 갖춘 젊은 사장들이 코로나 타격을 비켜 나갔다”고 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목 좋은’ 상권에 가야 장사가 잘된다는 기존 통념과 달리 최근엔 입지가 달리는 지역에서 젊은층의 이색 브랜드가 성공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젊은 자영업자들이 신흥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좋아서 하는 일” 생계형 자영업자와 달라 MZ 사장들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담아 전문성을 살리고 자신의 적성을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생계형 자영업자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2020년 샐러드 가게를 창업한 김광석 씨(35)는 조리고등학교와 조리 관련 대학을 거쳐 아프리카에서 KOICA 요리단원으로 활동했다. 일본어도 못 하는데 일본에 가서 스테이크 굽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현재 그의 가게는 프랑스식 조리법과 튀니지 음식을 활용한 드레싱을 쓴 요리로 인기 있다. MZ 사장들의 홍보는 SNS가 맡는다. 김민아 씨(31)는 재작년 친할머니가 거주하던 신길동 주택을 개조한 카페를 냈다. ‘주택가 카페’로 입소문 나며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온다. 그는 “성수동, 연남동까지 안 가도 가까운 동네에서 카페를 찾는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자영업은 유연한 근무를 추구하는 MZ 사장들의 가치관에도 부합한다. 실제로 통계청이 1년 이내에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창업 희망 사유를 설문한 결과 ‘하고 싶은 업종이 있어서’(27.3%),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서’(27.0%), ‘연령에 구애받지 않아서’(17.2%) 등이 꼽혔다. ‘취업이 어려워서’(13.7%)는 가장 낮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MZ세대에게 일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 ‘역량을 활용해 돈까지 벌 수 있는 것’이란 개념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KB국민은행이 발간한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는 657만 명(2020년 기준)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24.4%를 차지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생계형 자영업’의 폐업률이 높아지면서 MZ 사장을 중심으로 자영업이 세대교체에 들어갔다”고 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 시장도 이젠 자신만의 콘텐츠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기 취향이 확고한 새로운 소비자를 겨냥해 독특한 브랜딩과 콘텐츠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뜨는 MZ사장님 모셔라”, 백화점들 ‘핫플’ 유치경쟁 “트렌드 최첨단… 고객에 이색경험”서울 서초구 방배동 주택가에서 수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소희 씨(33)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도 매장을 거느린 사업가가 됐다. 2019년 2000만 원을 대출 받아 시작한 그의 가게는 ‘이색 디저트’로 유명해지자 지난해 백화점 입점 제의를 받았다. MZ세대 사장님들은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신규 점포를 낼 때 구애 1순위로 떠올랐다. 트렌드의 최첨단에 선 이들을 유치해 이색 경험을 원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지난해 7년 만에 신규 점포를 낸 롯데백화점은 MZ 사장 가게를 유치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디저트 가게 ‘파롤앤랑그’, 서울 성동구 성수동 미술공방 ‘성수미술관’ 등 대부분 MZ 사장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백화점들은 직원 20여 명이 팀을 꾸려 소위 ‘뜨는 동네’를 매일 찾아다니면서 MZ 사장님들을 발굴하기도 한다. 김현우 현대백화점 바이어는 “지역의 골목상권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게 중요해졌다”며 “잘되는 MZ 사장 가게는 실력은 기본이고 트렌디하다”고 했다. 백화점은 대중적이라며 입점을 거부하는 콧대 높은 MZ 사장도 적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Z 사장들의 힙한 가게는 흔하지 않아 인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MZ 사장들이 백화점을 무조건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지난해 검찰에 두 차례 통신 조회를 당했다는 사실을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다. 정 부회장이 공개한 확인서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6월 9일 서울중앙지검, 11월 8일 인천지검의 요청에 따라 정 부회장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제공했다. 현행법상 정보수사기관은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형의 집행 등이 없으면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나의 통신 내역을 털었다는 얘기”라고 썼다. 정 부회장은 최근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 잇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로 논란이 돼 왔다.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은 ‘저러다 망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게 도전해요. 설령 망해도 책 한 권 쓸 정도의 경험은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사석에서 만난 유학파 출신 스타트업 대표의 말처럼, 실패는 어떤 관점에서 대하느냐에 따라서 실패 그 이상이 된다. 적어도 ‘실패기’라는 새로운 콘텐츠라도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의 거짓말’이라는 책에 따르면, 이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로 창업에 뛰어든 스타트업의 80%는 3년 내에 망해버린다. 하지만 실패에 아랑곳 않는 문화적 토양 위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탄생했다. 글로벌 유수 기업도 이런저런 실패가 많다. 아마존의 대표적인 굴욕은 4년에 걸쳐 개발했으나 출시 4개월 만에 참패를 인정하고 철수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이었다. 재고처리 비용에만 1억7000만 달러(약 2031억 원)가 든 역대 가장 값비싼 실패였다. 하지만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담당자에게 “단 1분도 파이어폰 때문에 낙담해서는 안 된다. 단 1분도 잠을 설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말했다. 인사상 불이익도 물론 없었다. 구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대형 프로젝트 구글 웨이브가 서비스 1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공식 철수했을 때, 구글은 오히려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에릭 슈밋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는 “웨이브의 실패를 환영한다”며 “구글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힘든 일을 시도해 뭔가를 배우고 새롭게 적용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반기는 회사”라고 추켜세웠다.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Fail fast, Fail often)’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들은 실패에 관대한 문화에서 태어났고, 끊임없이 다음 도전(혹은 실패)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때아닌 실패 예찬이 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화두다. 롯데와 신세계 두 수장이 최근 신년사에서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이란 말을 똑같이 인용하며 ‘실패 독려’에 나섰다. “실패는 뭔가를 시도했던 흔적”(롯데) “실패해도 좋다”(신세계)처럼 뒤에 이어진 메시지도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커머스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두 유통 공룡이 느끼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흡사했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은 이커머스의 소매시장 침투율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소비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는 훨씬 가팔라지고 있다. 아마존은 전문가들 예상보다 한 해 빠른 지난해 이미 월마트를 추월해 세계 최대 소매업체가 됐다. 새해 “실패하자”는 전통 오프라인 기업들의 부르짖음은 유통과 기술기업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뉴커머스 시대’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더 빨리, 더 자주 실패하며 성장하는 건 이제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만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도 당면 과제가 됐다.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