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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 이은 남미 2위 경제대국 아르헨티나의 대선 1차 투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53), 우파 야당 연합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전장관(67), 집권 좌파 페론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51)이 다음 달 22일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1차 투표에서 유효 투표의 45% 이상 또는 40% 이상 득표율에 2위와의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인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11월 19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최종 승자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 좌파 정권에서 우파로의 교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 결과가 12월 칠레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와 내년 6월 멕시코 대선 등 중남미 주요국의 선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이에 관한 기사를 3차례 게재한다. “경제난, 치안 불안 등에 대한 분노가 밀레이 지지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밀레이 후보의 인기가 뜨겁다. 지지율 1.5% 미만의 군소 후보를 걸러내기 위한 지난달 대선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그의 인기가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후 한 달 넘게 지지율 1위를 고수하자 정계 데뷔 직후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밀레이 후보 또한 대선 승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회사 아날로히아스가 3∼5일 실시한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1.1%였다. 마사 장관(28.1%), 불리치 전 장관(21.2%)을 앞섰다. 밀레이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여야 기성 정치인 모두를 비판하며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4.4% 높았다. 빈곤율은 40%에 달해 서민 고통이 상당하다. 그는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에 극단적 혐오를 드러낸다. 국민 4600만 명의 63%가 가톨릭이며 본인 또한 가톨릭 신자인데도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이 양극화 해소 등을 주문한다며 비판한다. 교황에게는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덩어리”라고, 사회주의자에 대해선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라고 막말을 하는데도 지지세가 여전하다.● “장기-신생아 매매 허용” 주장 이탈리아 이민자 후손인 밀레이는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 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의 학대, 동급생의 괴롭힘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때 유일한 버팀목이 됐던 사람은 여동생 카리나(50). 미혼인 밀레이는 여러 인터뷰에서 “카리나는 내 상관”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여동생이 대통령 부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벨그라노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20여 년간 경제학을 가르쳤다. TV, 라디오 등에 단골로 출연하며 좌파와 우파 정권 모두 경제난을 가중시켰다고 싸잡아 비판해 인지도를 얻었다. 2018년 자유전진당을 창당했고 불과 5년 만에 지지율 1위 대선 후보가 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는 극단적인 자유주의 정책을 강조한다. 초(超)인플레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페소를 버리고 미 달러를 쓰자며 “집권 즉시 달러를 공용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경제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중앙은행도 없애 버리자며 중앙은행 건물 모형을 파괴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7일 한 포럼에서는 “세금 부과는 절도”라며 농산물 수출세 폐지, 노동세 감면 등을 주장했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 지출 삭감 등도 외친다. 장기 및 신생아 매매도 찬성한다. 그는 “수천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 메커니즘을 찾아야 한다”며 장기 판매를 합법화하고 신생아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약 합법화, 개인의 무기 소지 허용, 기후위기 부정, 무제한에 가까운 자원 개발 허용 등도 대표 정책이다.● 부유층-극빈층에 모두 인기극단 성향의 밀레이가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이유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가 꼽힌다. 올여름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45일 머물렀던 손혜현 한국외국어대 지역대학원 객원교수는 “현 좌파 정권과 이전 우파 정권 모두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도둑놈’(부패한 기성 정당 후보)보다 ‘미친놈’(밀레이 후보)이 낫다는 말이 나온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주위 시선을 의식해 이를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가 많았듯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도 ‘샤이 밀레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부유층과 극빈층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예비선거 당시 그는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가장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후후이주 엘카르멘, 부유층 거주지인 추부트주 리오치코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손 교수는 “좌파와 우파 정권 모두 경제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에 두 진영 모두를 신뢰할 수 없다는 유권자가 많다. 그래서 양측이 ‘진자(振子)의 추’처럼 번갈아 집권하고 그 와중에 경제난이 악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밀레이 후보에게 기존 좌·우파 정당을 모두 넌더리 내는 유권자의 지지가 쏠렸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 라나시온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방역에 관한 각종 국가의 개입이 늘어난 것도 사실상 ‘무(無)정부’를 지향하는 그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中은 암살자”…친미 반중 성향밀레이가 집권하면 대외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현 좌파 정권의 친(親)중국, 반(反)미국 대외 정책을 바꾸겠다고 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자국 내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한다는 이유로 ‘암살자’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삼겠다”고도 했다. 다만 노조에 친화적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시 “사회주의자”라는 비판을 가했다. 다만 그를 포함한 세 명의 주요 후보가 누구도 지지율 40%를 넘지 못한 만큼 다음 달 1차 투표에서 승자가 확정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후보 간 합종연횡에 따라 11월 결선투표에서 당선자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세상은 변했지만 유엔은 변하지 않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은 78차 유엔 총회 정상급 연설이 시작된 19일 첫 번째 주자로 단상에 서 “유엔을 새롭게 해야 할 때가 됐다”며 개혁을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유엔이 제재한 북한과의 무기 거래에 나선 러시아를 제어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유엔 총회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 독일, 인도 등 주요 동맹국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추가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본격화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회의장에 더 많은 목소리와 관점을 초대해야 한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모두 늘리는 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독일, 인도, 일본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4개국인 ‘G4’도 바이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상임이사국이 늘어날 경우 가장 유력한 후보국들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같은 날 중-러를 겨냥해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억제하는 체계에 대처해야 안보리 강화 및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이사국 만장일치제를 채택하면서 안보리가 ‘식물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한 서방 외교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러시아는 자격도 없는 음모론자들을 초청해 안보리 토론의 수준을 서커스로 전락시킨다”고 개탄할 정도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또한 “안보리의 마비가 (역설적으로) 개혁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방증한다”고 호응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안보리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성이 커져야 한다”면서 제3지대를 공략했다. 안보리를 확대 개편하려면 193개 회원국 가운데 3분의 2(128개국)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다만 국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실제 개혁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입을 반기지 않고, 파키스탄 또한 국경 분쟁 중인 인도의 진입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 멕시코 등은 “인도, 브라질 등은 가능한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분위기가 강하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매슈 크로닉 이사는 “오래된 기관을 개혁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주요 7개국(G7), 20개국(G20) 체계가 만들어진 것도 새 시스템을 만드는 게 훨씬 더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13일 낮 1시 반, 북-러 정상회담이 예정돼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러시아 아무르즈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손님’을 맞으러 우주기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러시아 국영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파됐다. 그로부터 30분 뒤인 오후 1시, 검은색 방탄 리무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평소 다른 정상들과의 회담에 30분∼1시간가량 늦어 ‘지각 대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을 먼저 기다리는 환대를 한 것이다.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두 정상은 총 2시간의 확대 정상회담과 일대일 정상회담에 이어 공식 만찬까지 이날만 총 5시간 반을 함께하며 밀착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의 방러 일정이 16일까지 최소 7일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金 “반제국주의 전선에서 함께할 것” 이날 로시야24를 비롯한 러시아 언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오후 1시 전용차량인 리무진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하며 약 40초간 악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잡은 채 “당신을 만나서 정말 반갑다.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이며 당신께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평양에서부터 3박 4일 동안 전용열차로 달려온 김 위원장을 배려해 “여기까지 오는 길이 어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줘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안내로 우주기지 내부의 새로운 로켓 발사대 건설 현장 등을 시찰한 뒤 회담장으로 옮겼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북한 건국 7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시기에 이뤄졌으며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가장 먼저 인정한 나라는 소련”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시점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대외 정책에서 제1순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북한은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에 전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앞으로도 언제나 반제·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 푸틴 “오랜 친구 한 명이 낫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우주기지에서 이어진 양측 대표단 간 공식 만찬에서도 건배사를 통해 양국의 친밀성을 거듭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군과 국민이 악에 맞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강국 건설이란 2개 전선에서 무한히 값진 명예의 성과를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르는 표현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속담을 인용해 “새 친구 두 명을 사귀는 것보다 오랜 친구 한 명이 낫다”며 “(김 위원장이) 진정한 친구이자 북-러의 긴밀한 관계 구축을 지지했던, 북한을 세운 뛰어난 정치인들이 제시한 길을 단호하고 자신 있게 따르고 있다”고 추어올렸다. 옛 소련 시절부터 우호국인 북한과의 친밀성을 강조한 것이다. 만찬에는 캄차카반도산 킹크랩으로 만든 만두, 캐비아와 쇠고기 스테이크 등 7가지 코스가 제공됐다. 보드카와 러시아 남부 디브노모르스코에서 생산된 와인도 나왔다. 북한에서는 최선희 외무상을 비롯해 강순남 국방상,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군부 실세들이 참석했다.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환경부 장관 등이 총출동했다. 만찬을 마친 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리무진을 타고 우주기지를 떠났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러시아 매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하바롭스크주 군수산업 도시)와 블라디보스토크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 내 수호이(Su) 전투기를 생산하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찾을 예정으로, 이 지역에 비행기로 이동한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과 현재 건설 중인 앙가라 로켓 발사 단지 등을 시찰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시찰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를 두고 “호기심 많은 학생의 모습으로 우주로켓 발사장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시찰 도중 현장 안내를 하던 러시아 측 간부에게 “부품을 포함해 (직경이) 8m인가” “여기서 발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로켓의 추진력은 얼마인가” 같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도 “북한 지도자(김정은)는 주의 깊게 (설명을) 경청했고 로켓 연료의 특성과 발사체 낙하 위치, 이동 원리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2명의 ‘키맨’도 함께했다.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조선노동당에서 무기개발을 총괄하는 김종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다. 북한은 올해 두 차례 정찰위성을 궤도에 띄우려 했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외신들은 “북한이 수십 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위성과 핵미사일 무기 체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최대한 얻어가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러시아가 개발한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과 현재 건설 중인 앙가라 로켓 발사 단지 등을 시찰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시찰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를 두고 “호기심 많은 학생의 모습으로 우주로켓 발사장을 둘러봤다”고 전했다.CNN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시찰 도중 현장 안내를 하던 러시아 측 간부에게 “부품을 포함해 (직경이) 8m인가” “여기서 발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로켓의 추진력은 얼마인가” 같은 구체적이고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도 “북한 지도자(김정은)는 주의 깊게 (설명을) 경청했고 로켓 연료의 특성과 발사체 낙하 위치, 이동 원리 등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다”고 보도했다.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2명의 ‘키맨’도 함께 했다.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조선노동당에서 무기개발을 총괄하는 김종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다. 북한은 올해 두 차례 정찰위성을 궤도에 띄우려 했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외신들은 “북한이 수십 년 간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 위성과 핵미사일 무기 체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최대한 얻어가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정상회담에서 무기 거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러시아 내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12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시절 외교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국가인 북한에서 무기를 구한다면 강대국 러시아로선 최고의 굴욕”이라며 “강대국은 동맹이나 군수물자를 구하기 위해 북한에 가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원조를 해주던 북한에 도움을 요청한 것 자체가 러시아의 추락한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의미다.서방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나온다. 앤 클레르 르장드르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고립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미국 CNN 방송은 “스스로를 (제정 러시아 시대) 표트르 대제(大帝)에 비유해 온 푸틴이 국민을 굶기는 가난한 북한에 도움을 구하게 됐다”고 전했다.반면 4년 만에 정상 외교에 나선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게 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고 중국 및 러시아 관계를 강화할 수단을 갖게 됐다”며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서 맞닥뜨린 기술적 장애를 극복하고 경제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무기 거래와 관련해 “‘군사경제’는 ‘인민경제’와 독립돼 있다”며 “북한 지도부는 현재 시장, 서비스 등 민간 부문 회복을 위한 캠페인 중인데 무기 수출 증가가 북한 경제 전반에 주는 장기적 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무기거래, 대북제재 완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2012년 새로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로, 김 위원장은 러시아 위성·로켓 기술 개발의 핵심 장소인 이곳에서 관련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12일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날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 소식통은 “무기거래 의사를 밝힌 북-러 정상에게 최적의 회담 장소가 이 기지”라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두 사람이 회담 뒤 인근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Su) 전투기 생산 공장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이 생산된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2002년 러시아 방문 때 이곳의 전투기 생산 공장을 찾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길에 러시아로부터 이전받기를 원하는 위성·핵추진잠수함 기술 관련 군부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반대급부로 러시아에 제공할 포탄 등 재래식 무기 관계자들까지 대거 동행시켜 무기거래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린 대북 유엔 제재에 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대북 제재에서 이탈해 제재 무력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북-러가 한미일이 가장 우려하는 무기거래에 더해 대북 제재 무력화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밝히면서 동북아 신냉전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전면적 방문(full-scale visit)이 될 것”이라고 밝혀 무기거래 등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에너지 수출 등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12일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북-러 간) 비밀 무기거래 논의가 가시화된 것”이라며 “특히 북한은 미사일 기술 이전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쿤스 의원은 “그들(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악마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北, 러와 무기거래 대놓고 시사金 수행단 절반이 軍 핵심 관계자… 위성-핵잠 기술 받고 재래무기 줄듯金, 푸틴과 수호이 공장 방문 예정… 러에 첨단 전투기 기술 요구할수도 10일 오후 북한 평양. 전용 열차에 탑승하기에 앞서 레드카펫 위에서 환한 표정으로 환송객과 일일이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뒤로 북한 내 군부 실세들이 도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러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가운데 그와 동행하는 군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포착된 것. 앞서 2019년 4월 첫 북-러 정상회담 당시 외교·경제 관련 인사들이 수행단에 고루 배치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군 서열 1, 2위부터 정찰위성 및 핵잠수함 개발 책임자 등이 이번에 모두 동행하는 자체가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이 북-러 간 무기 거래 및 군사 협력에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핵잠·군수산업 총괄 책임자 모두 동행 12일 조선중앙통신 등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열차 탑승에 앞서 환송식에서 김 위원장의 뒤로 외교 사령탑 최선희 외무상, 군 서열 1위 리병철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군 서열 2위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어 강순남 국방상과 오수용 박태성 당 비서, 조춘룡 군수공업부장, 박훈 내각부총리, 최동명 과학교육부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이 뒤따랐다. 사진으로 얼굴이 식별된 수행단 12명 중 절반이 군 핵심 관계자인 것. 정부 당국자는 “2019년 방러 땐 ‘외무성 라인’을 중심으로 경제 관련 간부들이 고루 섞여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수행단에는 조춘룡 군수공업부장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군수 산업을 총괄하는 조춘룡이 함께 가는 자체가 북-러 간 무기 거래 의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란 것. 북한은 위성 등 첨단기술을 러시아에 요구하는 반대급부로 포탄 등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재래식 무기를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포탄·화약 생산 등 북한 군수 산업의 총책임자인 조춘룡이 간다는 건 이러한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일 가능성이 크다. 조춘룡은 8월 초부터 최근까지 김 위원장의 3차례 군수공장 시찰에도 모두 동행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는 정찰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기술과 관련한 인사들도 포착됐다. 과학교육 분야 담당인 박태성과 최동명 등이 대표적이다. 박태성은 북한이 2차례나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개발·시험을 총괄하는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해군사령관인 김명식은 핵추진잠수함 관련 핵심 관계자다.● 러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 요구 가능성도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Su) 생산공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곳이 2020년 첨단 5세대 Su-57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곳인 만큼 김광혁 공군사령관의 동행이 첨단 전투기 기술 이전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해·공군 사령관이 모두 이번 방러 일정에 동행하는 만큼 북-러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상훈련 등 연합훈련 정례화 등에 전격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앞서 7월 북한을 방문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북-중-러 3국 연합훈련을 제의했다. 북-러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 내 북한의 외화벌이 노동자 파견 확대 방안 등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건설건재공업상을 지낸 박훈과 당 경제부장을 지낸 오수용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이 노동자 파견 의제를 협의하기 위함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에도 전용열차 ‘태양호’를 타고 러시아로 갔다. 2019년 2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남쪽 베트남 하노이로 향한 그 열차다. 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로 실패한 뒤 같은 해 4월 태양호를 타고 북쪽 러시아로 갔다. 12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0일 짙은 녹색의 전용열차에 올라 손을 흔들며 평양을 떠나는 사진을 공개했다. 태양호는 김일성 전 주석,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 이어 3대가 국경 밖으로 향할 때 주요하게 이용했다. 11일 영국 BBC 방송,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태양호 차체 바닥에는 강철 방탄판이 설치돼 폭발물로부터 객차를 보호하며 인공위성 추적 회피 장치도 탑재돼 있다. 열악한 북한 선로 상태와 방탄판 등으로 중무장한 탓에 시속 50∼60km로 달린다. 2019년 하노이 방문 때는 편도 65시간이 걸렸다. WP는 “북한 지도자들은 보안과 안전 때문에 열차를 이용한다”라면서도 “(북한이 보유한) 옛 소련 항공기 노후화를 우려해서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은 김 위원장이 국제적 관심을 더 오래 끌기 위해 일부러 소요 시간이 긴 기차를 택했을 수도 있다고 12일 분석했다. 객차는 약 90량으로 회의실, 접견실, 침실뿐만 아니라 노래방, 응급의료 시설 등을 갖췄으며 김 위원장 전용차인 벤츠 리무진을 실을 수 있다.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당시 동행한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책 ‘동방특급열차’에서 “러시아식, 중식, 한식, 일식, 프랑스식 등 어떤 요리든 주문할 수 있었다. 진미의 신선도를 보장하기 위해 랍스터를 기차로 운송했고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은 파리에서 비행기로 실어왔다”고 전했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전용열차도 이 열차만큼 편안함을 느끼진 못했다”고 밝혔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일으킨 쿠데타 50년을 맞은 칠레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973년 9월 11일 육군 참모총장이던 피노체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권을 유혈 쿠데타로 몰아내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1990년까지 지속된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좌우 진영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현 대통령이 피노체트 정권 때 발생한 실종 사건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진상 규명에 착수하고 희생자 추모 행사에도 참석하면서 진영 대립이 극심하다. 10일 칠레 언론 라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쿠데타 당시 군부 총에 맞아 숨진 아옌데 전 대통령 등이 묻힌 레콜레타 묘지를 돌아보고 인권단체 및 희생자 가족들과 가두행진을 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진실과 정의를 위한 그들(희생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여전히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지 세력은 쿠데타 당시 군부 편에 섰던 칠레 경찰 묘역 유리문을 깨고 묘역 곳곳을 ‘살인자’ 같은 낙서로 도배했다. 하지만 일부 우파 시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인 라모네다 유리 구조물을 부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거세게 반발했다. 야권도 “이 나라 대통령은 국가원수인지 학생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노체트 정권 17년 동안 좌파 인사 등 최소 3200명이 살해됐고 1469명이 실종됐다. 동시에 과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으로 ‘칠레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이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최근 조사 결과 칠레 국민 36%는 ‘당시 쿠데타는 옳다’고 답했다. 2013년(16%)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 정치인들은 ‘쿠바식 독재 정권을 막기 위해 쿠데타가 필요했다’고 점점 더 주장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극좌파와 극우파가 부상하면서 22개 정당이 생길 만큼 칠레 정치가 분열됐다”고 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가 일으킨 쿠데타 50년을 맞은 칠레 곳곳에서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1973년 9월 11일 육군 참모총장이던 피노체트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권을 유혈 쿠데타로 몰아내고 권력을 거머쥐었다. 1990년까지 지속된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좌우 진영이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좌파 성향 가브리엘 보리치 현 대통령이 피노체트 정권 때 발생한 실종 사건들에 대해 정부 차원 진상 규명에 착수하고 희생자 추모 행사에도 참석하면서 진영 대립이 극심하다.10일 칠레 언론 라테르세라 등에 따르면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피노체트 정권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쿠데타 당시 군부 총에 맞아 숨진 아옌데 전 대통령 등이 묻힌 레콜레타 묘지를 돌아보고 인권단체 및 희생자 가족들과 가두행진을 했다. 보리스 대통령은 “진실과 정의를 위한 그들(희생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여전히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대통령 지지 세력은 쿠데타 당시 군부 편에 섰던 칠레 경찰 묘역 유리문을 깨고 묘역 곳곳을 ‘살인자’ 같은 낙서로 도배했다. 하지만 일부 우파 시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인 라모네다 유리 구조물을 부수고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거세게 반발했다. 야권도 “이 나라 대통령은 국가원수인지 학생 지도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칠레 당국은 “11일 예상되는 산발적 시위에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피노체트 정권 17년 동안 좌파 인사 등 최소 3200명이 살해됐고 1469명이 실종됐다. 동시에 과감한 자유주의 시장경제 정책으로 ‘칠레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을 이뤘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최근 조사 결과 칠레 국민 36%는 ‘당시 쿠데타는 옳다’고 답했다. 2013년(16%)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 정치인들은 ‘쿠바식 독재 정권을 막기 위해 쿠데타가 필요했다’고 점점 더 주장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극좌파와 극우파가 부상하면서 22개 정당이 생길 만큼 칠레 정치가 분열됐다”고 전했다.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가난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하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4일 2025년 저소득층에 대한 아동수당을 늘리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때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던 독일 경제가 장기 침체 늪에 빠지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삭감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복지수당은 늘리는 데 대한 일부 국민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설명이었다. 독일이 올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자 정부의 경제 실패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 혼란 양상도 보이고 있다.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이어온 독일에서 극우 정당이 지지율 2위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민 절반 이상 ‘일할 가치 못 느껴’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가 성인 1005명을 조사한 결과 52%가 실업급여, 아동수당 같은 복지수당 증가 발표 후 ‘더 이상 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30일 내년부터 실업급여를 월 502유로(약 72만 원)에서 563유로(약 80만 원)로 12% 올린다고 밝혔다. 아동수당도 대폭 올린다. 현재 모든 가구 0∼18세에게 월 250유로(35만7000원)를 지급하고 있는데, 2025년부터 중위소득 60% 미만 가구에는 첫째 월 636유로(91만 원), 둘째부터 월 530유로(76만 원)로 상향해 지급한다. 복지수당이 이처럼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3% 늘어난 12.41유로(1만7700원)다. 로이터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크게 더 벌지 못하기 때문에 일할 가치가 없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다만 ‘복지수당 인상이 정당한가’에 대해서는 찬성 45%, 반대 44%로 의견이 팽팽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인식한 듯 린드너 장관은 “부모 실업이 아동 빈곤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일부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취업이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며 “복지 혜택이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극우정당, 지지율 2위 고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물가까지 악재가 겹친 데다 제조업 제품 수출 호황에 안주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것이 독일 경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년 전 독일은 빈사(瀕死) 상태이던 경제를 되살려 세계화 시대 제조업 강국이 됐다. (그러나) 세월이 변했지만 독일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독일 경제 규모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에도 0.1% 줄어들었다. 재정 적자는 올 상반기(1∼6월) 60조 원까지 확대되면서 동·서독 통일 직후 막대한 통합 비용 등으로 신음하던 1990년대에 이어 또다시 ‘유럽의 병자(病者)’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경제 불안으로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면서 낙태와 난민 등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당세는 계속 커지고 있다. INSA가 지난달 25∼28일 성인 200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AfD 지지율은 21%로, 26.5%를 기록한 중도 보수 성향의 야당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AfD는 올 6월 극우 정당 최초로 시장까지 배출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집권 사회민주당(SPD)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독일 민간 싱크탱크 Ifo 경제연구소 한스베르너 진 명예 소장은 1일 미국 CNBC 방송에서 “독일이 유럽의 병자로 묘사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독일이 (내세운) 지속가능한 목표가 타당한지 의심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정책에는 실용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경화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군사 협력 등을 논의하러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왜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4년 5개월 만의 첫 해외 행선지로 택했는지 주목된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대러시아 지원을 둘러싼 북한과 중국 간 입장 차가 북-러 간 노골적인 밀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중국은 북한에 대러시아 무기 지원 등에 대해선 사실상 불편한 기색을 표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겉으론 러시아 지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뒤로는 미묘한 줄타기를 해 왔다. 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노골적인 대러시아 무기 지원 등은 불편하게 여긴 것. 이에 이러한 기류를 북한에 전달했지만 당장 러시아의 첨단기술 지원 등이 절실한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러시아에 우선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혈맹으로 여겨지는 중국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돼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필요한 걸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되는 러시아의 손을 먼저 잡았다는 의미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강력한 대북 제재 속 운신의 폭이 좁은 북한으로선 노골적으로 밀어주고 끌어줄 ‘우리 편’이 필요한데 그에 러시아가 제격인 상황”이라고도 했다. 특히 중국에는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지만 포탄 등 러시아가 절실하게 필요한 건 제공할 수 있는 북한 입장에선 러시아가 서로의 필요에 맞는 상대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중국판 유니클로’라고 불리는 중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에 대해 미국 16개주 법무장관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서한을 보내 강제노동 의혹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쉬인은 현재 미 주식시장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미 연방정부와 일부 주 정부에서 보안상 이유로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금지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 의류 기업에 대한 판매 금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대중(對中) 투자 제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양국 간 통상 마찰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공화당 출신 16개주 법무장관들은 최근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쉬인이 중국 내 강제노동을 통해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혹에 대해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 법률 준수를 거부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선 무관용 정책을 취해야 한다. 특히 심각한 인권 침해와 관련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고 했다. 쉬인은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탄압 문제가 불거진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발효해 신장이 원산지인 제품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앞서 미국에선 쉬인이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어 영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셧다운 쉬인’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2012년 중국 난징에서 설립된 쉬인은 저가 의류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국과 중국이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경제공동위원회’를 열고 안정적 공급망 유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한중 당국은 연내 경제협력 종합점검회의(국장급)를 개최해 공급망 관련 후속 조치도 점검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첫 수출 통제 정보교환 회의를 열고 반도체 규제 최종 규칙, 중국의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양국 간 공급망 안정과 협력이 핵심으로 다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촘촘하게 연결된 공급망을 감안해 이를 관리하고 잠재적인 교란 요인을 예방하는 등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했다.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한중 간 교역·투자 확대를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이 진전돼 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대표인 리페이 상무부 부부장은 “한중 경제협력 심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한중 경제공동위는 양국이 수교 직후인 1993년부터 정례적으로 개최해 온 포괄적 경제협력 대화체다. 이번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화상으로 열리다가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특히 이번 회의는 이달 한미일 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열린 이후 개최돼 주목을 받았다.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노골적으로 반발한 중국은 특히 한국을 겨냥해 “진흙탕에 발을 담그는 것”이라며 압박한 바 있다. 우려와 달리 이번 회의에선 양국이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아무래도 한국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이 중국에 절실한 만큼 중국이 손을 잡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날 오 차관은 게임 영화 방송 등 문화 콘텐츠 교류 복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이어가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의 대중국 수출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이를 풀어 달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중 간 이날 개최된 수출 통제 정보교환 회의의 의제로는 미국이 발표할 반도체 수출 규제 최종 규칙 및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등 희귀광물 수출 통제 등이 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방중 사흘째인 지나 러몬드 미 상무장관은 이날 중국 경제 핵심 인사인 리창(李强) 총리와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를 잇달아 만나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분리)을 추구하거나 중국 경제 발전을 저해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허 부총리는 “러몬도 장관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10월 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아르헨티나 집권 좌파 정권이 또다시 현금 남발성 복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13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 정부가 우파로 기운 민심을 잡기 위해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예비선거 후 첫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약 750만 명의 퇴직자에게 월 3만7000페소(약 14만 원)를 지급한다. 또 자영업자에게는 6개월간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자녀 수에 따라 가구당 식품 지원 비용을 늘린다. 특히 민간 기업의 경우 월 40만 페소(약 151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2개월간 6만 페소(약 23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 보너스 정책은 55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 장관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국가가 보조금 100%를, 중소기업은 50%를 부담한다”며 “모든 경제 부문이 어느 정도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야권 대선 후보들은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밀레이 후보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며 “그것(포퓰리즘 정책)은 항상 실패했고 또 실패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우파 성향의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안전장관은 “마사 장관은 국민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노골적인 ‘키르치네르주의(페로니즘에서 파생된 좌파 이념)’ 포퓰리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웃 나라인 우루과이 이민청 등에 따르면 우루과이 국민 11만8000여 명은 독립기념일(25일) 연휴였던 23∼26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쇼핑을 즐겼다. 이는 우루과이 인구(350만 명)의 약 3.4%에 달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11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쇼핑 행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쇼핑을 인증하는 SNS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우루과이의 한 부부는 SNS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촌인 푸에르토마데로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디저트 등 코스 요리를 단 22달러에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 청년은 “우루과이에서 1개 살 돈으로 질 좋은 청바지를 아르헨티나에서 4, 5개 살 수 있다”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통일돼야 한다”고 했다. 우루과이 가톨릭대 경제관측소에 따르면 국경 도시인 아르헨티나 콩코르디아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우루과이 살토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60% 이상(5월 기준) 저렴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10월 대선을 약 두 달 앞두고 아르헨티나 집권 좌파 정권이 또다시 현금 남발성 복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13일 대선 예비선거에서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 정부가 우파로 기운 민심을 잡기 위해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 심각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은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예비선거 후 첫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향후 3개월 동안 약 750만 명의 퇴직자에게 월 3만7000 페소(14만 원)를 지급한다. 또 자영업자에게는 6개월 간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자녀 수에 따라 가구 당 식품 지원 비용을 늘린다. 특히 민간 기업의 경우 월 40만 페소(151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2개월 간 6만 페소(23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 보너스 정책은 55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사 장관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국가가 보조금 100%를, 중소기업은 50%를 부담한다”며 “모든 경제 부문이 어느 정도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야권 대선 후보들은 “국민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밀레이 후보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며 “그것은(포퓰리즘 정책) 항상 실패했고 또 실패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 다른 우파 성향의 패트리샤 불리치 전 안전장관은 “마사 장관은 국민이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노골적인 ‘키르치네르주의(페로니즘에서 파생된 좌파 이념)’ 포퓰리즘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이런 가운데 이웃나라인 우루과이 이민청 등에 따르면 우루과이 국민 11만8000여명은 독립기념일(25일) 연휴였던 23~26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쇼핑을 즐겼다. 이는 우루과이 인구(350만명)의 약 3.4%에 달한다. 연간 물가 상승률이 110%에 달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를 보유한 외국인들이 쇼핑 행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우루과이 항구도시 콜로니아와 몬테비데오에서 출발하는 아르헨티나 배편은 오래 전 매진됐고 25일 당일에는 국경을 지나려는 차량들이 긴 행렬을 이뤄 교통 체증이 발생했다. 우루과이 쇼핑을 인증하는 SNS 게시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우루과이의 한 부부는 SNS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촌인 푸에르토 마데로의 한 유명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디저트 등 코스요리를 단 22달러에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한 청년은 “우루과이에서 1개 살 돈으로 질 좋은 청바지를 아르헨티나에서 4, 5개 살 수 있다”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통일돼야 한다”고 했다. 우루과이 가톨릭대 경제관측소에 따르면 국경 도시인 아르헨티나 콩코르디아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우루과이 살토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60% 이상(5월 기준) 저렴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각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미국의 온도 차가 상당하다. 방류 첫날인 24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중단한 중국에서는 소금 등 해양 관련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은 물론이고 추가 수입 규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중국에 수입 규제 철폐를 촉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중국은 싸늘한 반응이어서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미국은 “일본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방류 과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고 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아예 “31일 후쿠시마현을 찾아 이 지역의 생선을 먹겠다”고 밝혔다.● 中, 소금 구매 육탄전… 중화권 전체로 번져 25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이미 곳곳의 소매점 내 소금 매대가 텅 비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금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 육탄전을 벌였다. 산둥성 웨이하이항 근처 시장에서는 단 1시간 동안 판매된 소금의 양이 4t을 넘겼다.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한 소매 점주가 소금값을 2배로 올려 팔았다. 주요 온라인 몰에서도 소금이 ‘품절’된 지 오래다. 중국 내 유일한 소금 생산 국유기업인 중옌그룹은 성명을 통해 “비축량은 충분하다”며 사재기 자제를 촉구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마카오 등에서도 소금 구입 열풍이 불고 있다. 사재기가 중화권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국 소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염수 방류 영향을 받는 일본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화장품, 의류, 잡화 등 일본산 소비재 전반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중국이 일본산 제품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 “각 지역에서 모니터링 강도를 높여 식품 생산·경영자가 식품 안전 관련 법률과 수입 식품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감독하라”고 지시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행위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자기 고집대로 방류를 강행해 전 세계에 핵 오염 위험을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당황하는 日… 美는 日 지지 이런 반응에 일본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사히신문 등은 “(중국 등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중국의 규제에 따른 타격이 큰데 정치적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 관료들의 말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28일 중국을 방문하는 집권 자민당의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친서를 전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미국은 일본 지지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한국 언론들의 관련 질의에 “일본의 계획에 만족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같은 날 이매뉴얼 대사는 교도통신에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일본의 체계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25일 아사히신문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주요국 반응을 다루는 기사에서 미국, 대만 등은 찬성 국가라는 의미에서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중국, 홍콩, 북한 등에는 반대의 뜻으로 ‘엑스(×)’를 붙였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은 ‘세모(△)’로 분류했다. 한국의 상황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와 과학을 믿어 달라’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 쟁점화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평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일본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면서 각국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2개국(G2)’인 중국과 미국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방류 첫날인 24일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중단한 중국에서는 소금 등 해양 관련 생필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은 물론 추가 수입 규제를 거론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반면 미국은 “일본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방류 과정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고 했다. 람 이매뉴얼 주일 미 대사는 아예 “31일 후쿠시마현을 찾아 이 지역의 생선을 먹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25일 한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처럼 전면적인 찬성도, 중국처럼 전면적인 반대도 아닌 ‘중간’이라고 평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를 신뢰한다”고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강력 반발하며 여론이 분열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 中, 소금 구매 육탄전25일 펑파이 등 중국 현지 매체와 소셜미디어 등에 따르면 이미 곳곳의 소매점 내 소금 매대가 텅 빈 모습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소금을 사려는 이들이 몰려 육탄전을 벌였다. 산둥성 웨이하이항 근처 시장에서도 소금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로 인해 단 1시간 동안 판매된 소금의 양이 4t을 넘겼다. 랴오닝성 다롄에서는 한 소매 점주가 소금값을 2배로 올려 팔고 있다. 온라인몰에서도 소금이 ‘품절’된 지 오래다. 이에 중국 내 유일한 소금 생산 국유기업인 중옌그룹은 성명을 통해 “비축량이 충분하다”며 사재기 자제를 촉구했다.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는 소금 관련 회사의 주가가 줄줄이 급등했다. 일부 중국 소비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염수 방류 영향을 받는 일본 브랜드’ 목록을 공유하고 있다. 화장품, 의류, 잡화 등 일본산 소비재 전반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일본 브랜드는 “우리 제품은 방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안심하고 구매해달라”며 중국 소비자를 달랬다.중국이 일본산 제품에 대한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이날 “각 지역에서 모니터링 강도를 높여 식품 생산·경영자가 식품 안전 관련 법률과 수입 식품 관련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감독하라“고 지시했다.경제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앞서 한국에서도 소금 가격 급등, 사재기 현상이 있었으며 중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왕샤오칭(王小青) 중국염업협회 이사장은 “국내 소금 생산량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한국민의 방식을 흉내 내지 않기를 바란다”며 은근슬쩍 한국 소비자의 행태를 비판했다.●美, 日 지지 거듭 강조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한국 언론들의 관련 질의에 “일본의 계획에 만족한다. IAEA 핵안전 기준을 포함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같은 날 이매뉴얼 대사는 교도통신 인터뷰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겠다는 자신의 계획이 “일본의 체계적인 절차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이미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25일 아사히신문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주요국 반응을 다루는 기사에서 미국, 대만, 필리핀 등은 찬성 국가라는 의미에서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중국, 홍콩, 북한 등에는 반대의 뜻으로 ‘엑스(X)’를 붙였다.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은 ‘세모(△)’로 분류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의상황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와 과학을 믿어달라’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야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 쟁점화하며 정부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20일 치러진 중미 과테말라 대선에서 친중국 성향의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후보(64)가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고질적인 부정부패와 빈곤에 시달리는 과테말라 국민들이 우파 정권을 심판하며 16년 만에 좌파 성향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테말라는 중미 유일의 대만 수교국이다. 이번에 친중 성향 후보의 당선으로 대만에서는 ‘대만 단교 후 중국 수교’라는 중미 다른 국가의 전례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라나시온, 인포바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풀뿌리운동’ 소속 아레발로 당선인은 개표율 99% 기준 5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로써 첫 여성 대통령을 표방하며 37%를 득표한 ‘희망국민통합’ 소속 산드라 토레스 후보(67)를 압도적으로 이겼다. 외교관 출신인 아레발로 당선인은 사회보장 시스템을 만든 ‘첫 좌파 민선 대통령’인 후안 호세 아레발로 전 대통령(1945∼1951년 재임)의 아들이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6월 25일 1차 투표에서 깜짝 2위를 차지한 뒤 결국 결선에서도 승리했다. 아레발로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당선되면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추구할 것”이라며 친중국 성향을 보여 왔다. 과테말라는 대만과 수교한 13개국 가운데 하나다. 올 3월 온두라스가 82년에 걸친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수교한 뒤에는 중미에서 하나 남은 대만 수교국이기도 하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과테말라가 중국과의 관계를 확장하려면 대만과의 단교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최근 좌파 정권의 확산을 이용해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더욱 높이려 할 것으로 보여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후보가 총격으로 숨지는 등 혼란 속에서 같은 날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에서는 우파 계열 ‘국가민주주의행동’ 소속 다니엘 노보아 아신 후보(35)가 깜짝 2위를 기록하며 1위인 좌파 계열 ‘시민혁명운동’ 소속 루이사 곤살레스 후보(45)와 10월 15일 결선을 치르게 됐다. 2위를 차지한 노보아 후보는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전 국회의원 알바로 노보아의 아들이다. 고질적인 경제난에 시달리는 에콰도르 국민이 사업가 집안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재건을 약속한 노보아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꼽히는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곤살레스 후보는 집권하면 코레아 전 대통령을 고문으로 앉히겠다고 밝혀 지지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보인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진입, 부동산업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및 금융시장 전이 가능성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가운데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건설 위주의 성장모델이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 시간)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China’s 40-Year Boom Is Ov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은 수십 년 동안 공장, 고층 건물, 도로 등에 투자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이는 중국을 ‘글로벌 거인’으로 만들었다”며 “이 경제모델이 무너져 내리고 위험 신호가 온 천지에 널렸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과 SOC 투자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해 왔지만 현재는 중앙·지방정부 모두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건설할 것 또한 바닥났다는 취지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44%를 자국 기반시설과 건설업에 투자해 왔다. 이는 전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는 구이저우(貴州)성은 1700개 이상의 교량과 11개 공항을 건설하면서 지난해 3880억 달러(약 521조 원)의 부채가 발생했다. 중국 서남재경대학 연구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도시 아파트의 약 5분의 1이 비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리서치업체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도 “중국의 추세 성장률이 2019년 5%에서 3%로 둔화됐고 2030년에는 약 2%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WSJ는 “이러한 속도라면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20년에 설정한 2035년까지 경제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랜 야망인 미국을 추월하지도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덤 투즈 미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는 “우리는 세계 경제사에서 가장 급격한 궤도를 그리는 기어 변환을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21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결정한다. 중국 경제 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런민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런민은행은 또 18일 금융감독관리총국 등과 회의를 열어 금융위기 예방 방안 등을 논의하며 금융기관들에 경제 회복을 위해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고 20일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런민은행은 “주요 금융기관은 책임을 지고 대출을 늘려야 하며 대형 국유은행은 계속 기둥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