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오늘만큼은 창피하지 않게 쏘자고 마음을 먹었다.” 5회 연속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사진)가 국가대표 선발전을 마친 후 꺼낸 소감이다. 진종오는 2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선발 최종 5차전에서 10m 공기권총 부문 총점 2898점으로 한승우(창원시청)와 공동 2위에 오르며 사실상 태극마크를 달았다. 진종오의 국가대표 선발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진종오는 4차 선발전까지 총점 2313점으로 7위에 머물렀기 때문. 이 종목에서는 한국 선수 2명만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에서 세계 최고 강심장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600점 만점에 585점을 기록해 최종 순위에서 5계단이나 점프할 수 있었다. 특히 10점 만점을 쏜 마지막 60번째 발이 압권이었다. 대한사격연맹 규정상 대표 선발전에서 동점자가 나오면 국제대회 올림픽 쿼터를 직접 획득한 선수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진다. 2018년 창원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올림픽 쿼터를 얻은 진종오는 선발전 1위 김모세(상무·2908점)와 함께 도쿄로 향하게 됐다. 연맹은 30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고 대표팀을 확정한다. 진종오는 “(국가대표에)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나도 놀랐다”며 “선발전 후반으로 갈수록 컨디션이 돌아오며 감각이 잡혔다. 국가대표가 된 걸 몰랐는데 (마지막 10점을) 쏘고 나서 주위에서 ‘축하한다’고 말해줘서 알았다”고 밝혔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4번의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수집한 진종오는 이제 7번째 올림픽 메달을 조준하게 됐다.강동웅 leper@donga.com·정윤철 기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3점슛을 쏜다.” 프로농구 오리온의 포워드 허일영(36)은 ‘사랑의 3점 슈터’로 불린다. 2020∼2021 시즌에 농구단의 모기업인 오리온과 함께 ‘사랑의 3점슛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캠페인 방식은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PO)에서 허일영이 3점슛에 성공할 때마다 3만 원을 적립한 뒤 시즌 종료 후 경기 고양시 인제대 일산백병원을 통해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것이다. 허일영은 “프로 선수로 코트에서 뛰는 동안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면서 “구단을 통해 캠페인을 소개받아 후원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신 포워드이면서도 외곽 슛이 뛰어난 허일영(195cm)은 이번 시즌 정규 리그에서 67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성공률은 36.4%로 정규 리그 50경기 이상을 뛴 오리온 선수 중 2위다. 이번 시즌 정규 리그 4위로 6강 PO(5전 3선승제)에 나선 오리온은 16일 열린 4차전에서 전자랜드(정규 리그 5위)에 패해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했다. PO에서 3점슛 2개를 추가한 허일영은 이번 시즌 총 69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207만 원을 적립했다. 허일영은 “더 많은 3점슛을 성공시키고 싶었는데 성적이 아쉽다”면서 “개인 기부금을 보태 모두 300만 원을 후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3점슛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규리그 우승팀 KCC는 2011∼2012시즌부터 전북신협과 함께 3점슛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선수들이 3점슛을 넣을 때마다 쌀 10kg을 적립해 연고지인 전주의 복지 시설에 기부하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KCC가 이 캠페인을 통해 소외 계층에 전달한 쌀의 양은 3만360kg에 이른다. 이번 시즌에는 정규 리그 54경기에서 3점슛 414개를 성공시켜 쌀 4140kg을 적립했다. 한국농구연맹(KBL)도 2017∼2018시즌부터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희명병원과 함께 3점슛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 시즌 동안 모든 구단 선수들이 넣은 3점슛 한 개당 1만 원을 적립해 무릎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환자들의 인공관절 수술비 본인 부담금 전액을 지원한다. 지난 3시즌 동안 16명이 이 캠페인을 통해 수술을 받았다. 20일 현재 4584만 원을 모은 KBL은 올해 혜택을 받을 환자를 다음 달 30일까지 KBL통합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한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 감독(51)은 지난달 27일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일주일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종합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폐에 물이 찼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19와 지병(당뇨)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폐에 물이 차는 증세가 생겼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교민 5명이 코로나19 치료 도중 폐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치료가 쉽지 않겠다고 판단한 그는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일반 여객기를 타고 한국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의 소개로 에어앰뷸런스(환자 이송 전용기)를 타고 귀국했다. 신 감독은 “코로나19는 병원에 입원한 뒤 3일 만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비행기에서 승객이 나를 알아볼 경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라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홀로 이용할 수 있는 에어앰뷸런스를 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에어앰뷸런스 비용인 1억2800만 원을 자비로 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치료비용만 지원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의사 2명, 간호사 1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7시간 반을 날아 한국에 왔다. 의료진들이 수시로 혈압 등 신체 상태를 체크해주고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줘 안정적인 상태로 귀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신 감독은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코로나19를 앓는 과정에서 몸무게가 7kg이나 줄었지만 지금은 휴식을 잘 취해 4kg 가량 살이 쪘다”고 말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에어앰뷸런스 안에서도 축구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신 감독은 “건강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스트레스와 몸 관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고국에서 만난 제자신 감독은 11일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안산과 전남의 경기(1-0 전남 승)를 보기 위해 안산 와스타디움을 찾았다. 자신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에서 지도하고 있는 제자로 올 시즌부터 안산에서 뛰는 측면 수비수 아스나위 망쿠알람 바하르(22·선수 등록명 아스나위)의 경기력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아스나위는 K리그에 진출한 첫 번째 인도네시아 선수로 신 감독이 안산 측에 영입을 적극 추천했다. 안산의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은 아스나위의 선전(善戰)을 기원하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댓글로 도배될 때가 많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한 방송국이 아스나위의 경기 중계를 위해 K리그 중계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신 감독은 “TV로 안산의 경기를 볼 수도 있지만 방송 중계카메라는 볼을 쫓아다니기 때문에 특정 선수의 경기력을 체크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아스나위가 볼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수비 가담은 적극적으로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을 직접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아스나위는 빠른 발을 앞세워 측면에서 날카로운 돌파력을 보여줬다. 신 감독은 “아스나위가 한국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투지와 근성이 뛰어난 선수인 만큼 잘 성장한다면 K리그1(1부)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나위는 신 감독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대표팀 세대교체의 핵심이다. 2019년 12월 인도네시아의 3개 연령별 축구대표팀(국가대표팀, 23세 이하 대표팀, 20세 이하 대표팀)의 사령탑이 된 신 감독은 그동안 20세 이하와 23세 이하 대표팀 훈련에 집중했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 많았던 식단을 고단백 식품 위주로 바꿨고, 반복적인 왕복 달리기 등을 통해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게 했다. 또한 소집 훈련을 시작할 때와 종료할 때 신체 사진을 찍어 선수들 스스로 체형 변화를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체력이 약해 후반 25분 이후 실점을 하며 무너질 때가 많았던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신 감독 지도로 조금씩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0세 이하 대표팀은 유럽 전지훈련에서 북마케도니아(4-1 인도네시아 승)를 꺾는 등 유럽팀을 상대로 5승 3무 5패의 성적을 남겼다. 신 감독은 “유럽팀을 꺾으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재 아스나위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신 감독은 “선발로 나설 베스트11을 작성할 때 가장 먼저 이름을 쓰는 선수가 아스나위”라면서 “내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아스나위 등 젊은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춧가루 부대 역할 기대”신 감독은 코로나19 여파로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가 열리지 못하면서 아직 국가대표팀을 이끌고는 공식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5월 31일부터 재개되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이 신 감독의 국가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속한 G조에는 ‘쌀딩크’ 박항서 감독(62)이 이끄는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2차 예선은 각 조(총 8개 조) 1위가 최종 예선으로 직행하며, 각조 2위 중 성적 상위 4개국이 최종 예선에 합류한다. G조는 베트남이 3승 2무(승점 11)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신 감독이 부임하기 전에 5패(승점 0)를 당해 최하위(5위)다. 베트남, 태국(3위·승점 8), UAE(4위·승점 6)와의 2차 예선 3경기가 남은 인도네시아는 사실상 최종 예선 진출이 좌절된 상태다. 하지만 신 감독은 아스나위 등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월드컵 진출이 힘든 상태지만 남은 2차 예선 경기를 통해 우리 팀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조 상위권의 승점 차가 얼마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지는 팀은 우리처럼 월드컵에 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증권이 ESG 경영 정책의 수립과 실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 회사는 삼성 금융 관계사와 함께 ‘탈(脫)석탄 선언’을 했다. 이 선언에는 환경 보호를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에 직접 투자하지 않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석탄 채굴 및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의 내용이 포함된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올 2월에는 ‘ESG 등급 인증 채권’을 1000억 원어치 발행했다. 삼성증권은 NICE신용평가의 ESG 인증평가 중 녹색채권 ‘그린(Green)1 등급’을 받았다. 그린1 등급은 친환경 및 기후변화 위기 대응 사업 분야에 투자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녹색채권 등급 가운데 가장 높다. 삼성증권은 ESG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미국 천연가스 미드스트림(수송 및 정제 단계) 사업 및 프랑스 태양광발전 사업에 관련된 지분 매입분에 대한 차입금 차환(借換)에 활용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ESG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자체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사회적 지원 사업에 대한 투자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자사 리서치센터 내에 ‘ESG연구소’를 지난해 11월 설립한 삼성증권은 ESG 전략 발굴 및 자문 작업도 함께 하고 있다. 이 연구소는 ‘ESG와 자본시장 뉴노멀’, ‘성공적인 ESG 채권 발행 전략’ 등 관련 내용이 담긴 리포트를 내놓았다.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ESG 컨설팅’도 2월부터 제공하고 있다. 법인컨설팅팀이 중심이 돼 ESG연구소가 자문을 맡았다. 고객이 ESG 관련 투자나 채권 발행이 필요한 경우에는 담당 부서와 연결해 ESG 경영 계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회사 측의 ESG 컨설팅이 체계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정보기술(IT) 업계 등 기업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권총 황제’ 진종오(42·서울시청)는 지난해 한 방송사로부터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않으면 올림픽 때 해설위원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생애 다섯 번째 올림픽 출전을 향한 꿈을 키우고 있던 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면서 “이제 정상에서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은 방송 해설보다 선수로 직접 올림픽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7월 23일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택티컬리스트 진종오 사격장’이 위치한 경기 성남시 신구대학교에서 만난 진종오는 “지난해에는 올림픽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 훈련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면서 “방역이 제대로 이뤄질 지가 여전히 걱정되지만 현재로서는 올해 올림픽이 열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도쿄 땅을 밟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해외 관중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중의 경기장별 입장 상한선은 이번 달 중에 결정된다. ● 7번째 메달을 향한 꿈진종오는 2004 아테네올림픽을 시작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네 번의 올림픽에 참가해 메달 6개(금메달 4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한국 사격의 전설이다. 그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 1개를 추가하면 역대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7개)을 세우게 된다. 현재 진종오는 양궁 선수 김수녕(은퇴)과 이 부문 공동 1위다. 진종오는 “한국 선수 최다 메달 기록에 욕심이 난다. 이 기록을 작성한다면 사격 인생의 값진 업적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진종오가 세계 사격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던 남자 50m 권총은 리우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 이 때문에 진종오는 자신의 부전공 격인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진종오는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땄다. 대한사격연맹은 16일부터 30일까지 창원국제사격장에서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을 연다. 진종오가 참가하는 10m 공기권총은 5차례 선발전을 치러 합산 기록 상위 2명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사격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진종오는 실전을 치르지 못했다. 진종오는 “대회 참가와 훈련의 반복으로 이뤄졌던 신체 리듬이 무너지면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이 걱정”이라면서 “하루빨리 감각을 끌어올려 최고의 컨디션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그는 매일 사격장에서 무게 1.2kg의 권총을 들고 하루 최대 300발씩을 쏘고 있다. 통상 100발을 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 진종오는 40대에 접어들면서 떨어진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30%의 재능과 70%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반복 훈련을 통해 젊은 시절과 같은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격장에 BTS의 노래가 흘러나온다면사격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기점으로 경기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사격 경기가 지루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사격장을 찾은 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국제대회에서 경기장에 음악을 틀고 있다. 리우올림픽 때는 팝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일부 브라질 관중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때 응원 도구로 등장했던 ‘부부젤라’ 모양의 피리를 불어 선수들이 집중력 유지에 애를 먹었다. 진종오는 “경기장에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과 일본인 관중의 응원을 이겨내야 한다”면서도 “기왕이면 한국 가수의 노래가 들리는 가운데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당시 ISSF는 결선에 사용될 음악을 ISSF 선수위원회 선수위원들에게 추천받았다. 당시 선수위원이었던 진종오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진종오는 “만약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ISSF가 리우올림픽 때처럼 선수위원들에게 음악을 추천 받는다면 이번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후보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BTS의 노래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올림픽 조직위와 ISSF의 선택을 받으려면 노래를 추천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노래여야 한다”면서 “BTS의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인데다 영어 가사로 돼 있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황제만의 권총진종오는 고등학생이었던 17세 때 구입한 100만 원짜리 중고 총으로 사격을 시작했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세계 사격계의 거물로 성장한 그는 총기회사들이 앞 다퉈 홍보 모델로 모시고 싶어 하는 선수가 됐다. 현재 진종오는 오스트리아 총기회사 슈타이어가 자신만을 위해 제작한 빨간색 권총(제작 기간 1년)을 사용하고 있다. 통상 권총 색상은 검정색이나 은색인 경우가 많지만 진종오는 ‘나는 남들과 다른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총기회사에 빨간색으로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진종오는 “세계에 하나뿐인 나만의 총을 가지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뤄 행복하다”면서 “총기회사로부터 내가 자신들이 만든 권총을 사용한 이후 제품 판매량이 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웃었다. 사격 대중화를 위해 한때 왕성한 방송 활동을 하기도 했던 그는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총사령관 진종오’를 개설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진종오 사격장에서는 사격기술 연구소인 ‘택티컬리스트’와 함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크린 사격대회를 열기도 했다. 진종오는 “많은 분들에게 사격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성남=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아빠, 날씨도 따뜻해졌는데 우리 주말에 에버랜드로 놀러가요!” 초등학생인 딸의 애교에 회사원 이성웅 씨(40)는 고개를 끄덕였다. 봄기운이 가득한 에버랜드의 정원을 걷는 딸의 발랄한 모습을 그려보던 이 씨는 불현듯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용인자연농원’(현 에버랜드)을 찾아 활짝 핀 봄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모습이 떠올랐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에버랜드라는 이름이 친숙하지만 이 씨와 같은 어른들 머릿속에는 아직도 자연농원이라는 이름이 맴돈다. 1976년 경기 용인에 개장한 자연농원은 1996년에 개장 20주년을 맞아 에버랜드를 테마파크의 새 이름으로 채택했다.》 올해 개장 45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레트로(retro·복고) 열풍’에 맞춰 테마파크 내 정원을 자연농원 때처럼 만들었다. 레트로 감성이 깃든 여러 콘텐츠를 통해 에버랜드를 찾는 고객들이 과거 추억을 회상하고 싱그러운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만간 딸과 함께 에버랜드를 찾을 계획인 이 씨는 “딸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나의 어린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뜻깊은 봄나들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에버랜드의 대표 정원인 ‘포시즌스 가든’은 최근 ‘자연농원 오마주 가든’으로 꾸며졌다.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 종의 다채로운 봄꽃 130만 송이를 활용해 1990년대 알록달록한 ‘자수화단 패턴’이 특징이었던 자연농원의 튤립 정원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또한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과 함께 에버랜드에서 과거에 운영했던 놀이기구(우주관람차, 독수리요새 등)와 에버랜드 광고 포스터 등을 오브제로 활용한 ‘레트로 포토존’을 만들었다. 포시즌스 가든에 놓여 있는 빨간색의 ‘느린 우체통’을 통해서는 ‘타입캡슐 이벤트’가 진행된다. 에버랜드를 방문한 고객들이 각종 사연이 담긴 엽서를 우체통에 넣으면 에버랜드 개장 5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엽서 내용이 공개된다. 포시즌스 가든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대형 스크린(가로 24m, 세로 11m)을 통해서는 미디어 아트, 동화 및 공연 영상 등이 상영된다. 매시 정각에는 네덜란드 현지의 튤립 정원 영상이 10분간 상영돼 가상(영상 속 튤립 정원)과 현실(실제 튤립 정원)이 하나가 되는 듯한 장면이 펼쳐진다. 에버랜드는 다음 달부터는 LED 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고객 참여 이벤트를 진행한다.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관계자는 “고객들이 가족과 연인을 위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스크린을 통해 상영할 예정”이라면서 “에버랜드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응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튤립의 나라’인 네덜란드와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과 에버랜드가 함께하는 이벤트도 마련됐다. 네덜란드에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포시즌스 가든 풍차무대에는 스페셜 포토존이 설치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샷 이벤트가 진행된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과 협업해 네덜란드의 명화 10여 점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션 영상으로 구현해 LED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기획전이 예정돼 있다. 에버랜드 정문 인근에 위치한 ‘글로벌페어 광장’에는 에버랜드와 네덜란드를 테마로 한 생화 꽃길이 조성될 예정이다. 에버랜드의 테마정원으로 봄이 되면 은은한 매화 향기가 퍼지는 ‘하늘매화길’도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놀이 기구인 콜럼버스대탐험 뒤편에 위치한 하늘매화길에는 만첩매, 율곡매, 용유매 등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와 진달래 등 봄꽃들이 웅장하게 어우러져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튤립과 매화 등 에버랜드 정원의 구체적인 봄꽃 개화 소식은 에버랜드 홈페이지나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봄이 되면서 테마파크를 찾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버랜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장 시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의무화하고, 시설물 소독과 방역도 철저히 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일의원연맹(회장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려대 동아시아화해협력센터(센터장 박홍규 교수)와 공동으로 다음달 1일 ‘한일 관계 해법 모색을 위한 양국 언론인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주최한다. 한국 측 패널로 조용래 한일의원연맹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일본 측에서는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등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대해 사설을 썼던 일본 매체의 한국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축사는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맡았다. 연맹 측은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배경과, 이후 양국 간 변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등 바람직한 한·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측 행사는 고려대 정경관에서 진행되며 일본 측 인사들은 줌(Zoom)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행사 참여 문의(02-784-6500).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23일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탄천공영주차장. 날렵한 러닝화를 신고 원형으로 둘러선 러닝크루 ‘2030청춘러너’ 회원들이 크루장인 반성윤 씨(26)의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20, 30대 회원이 110명인 이 크루는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달리기 모임을 갖고 있다. 일정 조율과 참여 신청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뤄지는데, 직장인 회원이 많아 평일 모임은 야간에 열린다. 청춘러너 크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요일마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던 ‘정기 러닝’을 중단했다. 그 대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지키면서 ‘번개 러닝’을 즐기고 있다. 러닝 희망 시간과 장소가 일치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비정기적으로 함께 달리는 것이다. 이날 번개 러닝을 위해 모인 기자 등 4명은 체온계로 발열 체크를 한 뒤 마스크를 쓰고 탄천공영주차장∼청담대교를 왕복하는 4km 구간을 달렸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 격려하는 이들에게 기록 단축이나 순위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즐거운 달리기와 모두의 완주라는 목표를 위해 뒤처지는 사람이 있을 때는 다 같이 속도를 늦췄고, 경치가 좋은 청담대교 인근에서는 잠시 달리기를 멈춘 뒤 기념촬영을 했다. 김우종 씨(32)는 “혼자서 쓸쓸히 뛰면 중간에 힘들어질 때 쉽게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함께 뛰면 즐겁게 목표를 완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바탕 신나게 달린 이들에게 뒤풀이는 없었다. 러닝을 마친 뒤 가볍게 마무리 운동을 하고 바로 해산했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운동 모임인 러닝크루는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카카오톡에는 전국적으로 100개 이상의 러닝크루가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이며,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러닝크루 관련 글은 16만9000건에 이른다. 러닝크루는 학교와 지역, 직장 등을 중심으로 구성돼 가입 자격과 행동에 제약이 많은 기존 동호회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 SNS를 통해 여러 크루의 러닝 공지 등을 살펴본 뒤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내가 뛸 수 있는 거리를 달리는 모임에 일회성으로 참여할 수 있다. 갑자기 몸이 피곤해 약속된 모임에 나가지 못해도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정회원 신청을 하면 크루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의무는 아니다. 청춘러너 크루장 반성윤 씨는 “SNS에 회원을 위한 러닝 외에도 비회원을 위한 ‘게스트런’ 일정을 공지한다”면서 “지연(地緣) 등으로 얽힌 사이가 아니기에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고,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율적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러닝크루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집단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는 2030세대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낯선 사람들에게 개인 정보를 속속들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2030세대가 느끼는 러닝크루의 매력이다. 부산에서 러닝크루 활동을 하는 정윤기 씨(27)는 “축구 동호회에 가입했는데 첫 모임에서 여자친구가 있는지, 같은 중학교를 나온 A라는 동창과 친한지 등을 물어 난감했다”며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보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활동 중인 러닝크루의 분위기는 동호회와 달랐다고 한다. 정 씨는 “약속 장소에 모이면 이름만 말하고 곧바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피로하지가 않다”면서 “나이와 직업을 몰라도 함께 달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용성을 강조하는 2030세대로 구성된 러닝크루의 회원들은 운동과는 관계없는 뒤풀이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다. 청춘러너 크루도 ‘No 2차(뒤풀이)’를 모토로 삼고 있다. 정주리 씨(31)는 “모든 활동이 자유롭다는 게 러닝크루의 매력이다. 뒤풀이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면 모두 ‘쿨’하게 헤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크루는 러닝 종료 후에 정보 공유를 위해 개설했던 채팅방을 폐쇄해 참여자 간의 사적 만남을 차단하기도 한다. 반성윤 씨는 “운동 외 목적(연애, 사업 홍보 등)으로 크루에 참여했다 적발된 회원은 운영진 회의를 거쳐 제명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Burn the bridge(다리를 불태워라).’ 영국의 관용 표현 중 하나로 군대가 진격할 때 퇴로로 쓸 수 있는 다리를 불태워버린다는 뜻이다. 진군 도중 맞닥뜨리게 갖가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전진만 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담겨 있다. 유럽 축구계의 높은 장벽을 뚫고 8년째 에이전트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나나 카탈리나앤파트너스 스포츠그룹 대표(39)는 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그는 ‘슈퍼 소니’ 손흥민(29)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맨체스터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 밀란 등 유명 클럽들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가 구단을 대리해 협상에 나설 때 두 번의 기회라는 것은 없다. 이미 되돌아갈 다리는 불태웠다는 심경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럽 축구시장에서 한국인 여성 에이전트로 살아가며 느낀 생각 등을 담은 책 ‘나는 런던의 에이전트 레이디’를 최근 출간한 김 대표는 현재 유소년 육성사업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에이전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맨시티와의 만남대학교에서 서어서문학과 법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26살에 이탈리아로 넘어가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글로벌 마켓 컨설턴트로 일했다. 아시아 마켓에 관한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해외 마켓 협상과 컨설팅에 집중하던 그는 2013년 EPL의 대표적 ‘부자 구단’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의 만남을 계기로 축구계에 발을 내딛었다. 아시아 프로축구 구단 인수를 고심 중이던 맨시티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이다. 맨시티의 소유주는 아랍에미리트(UAE)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이다. 그의 총자산은 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맨시티를 인수한 만수르는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선수 영입에 투자해 초호화 선수단을 구성했다. 그런 만수르의 또 다른 목표는 세계 주요 도시에 자신이 소유한 축구 구단을 두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패션계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은 업계 관계자들이 아시아 구단 인수를 위해 전문가를 찾던 맨시티에 나를 추천했다. 맨시티는 아시아 문화와 시장 특성을 잘 알고 있고 유럽 사람들과 팀으로 일하는 데 문화적 어려움이 없는 나를 적임자로 여겼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맨시티와 손잡았다. 맨시티의 중국 내 인수 타깃 구단 설정 작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을 함께 하며 축구 에이전트 생활을 시작했다. 에이전트 업무는 다양하다. 선수의 이적과 연봉 협상을 담당하는 ‘선수 에이전트’ 외에도 매년 수백 건의 상업 계약을 체결하는 구단의 대리인으로서 스폰서와 중계권, 라이선스 계약, 구단 인수합병 등을 담당하는 ‘구단 에이전트’가 있다. 김 대표는 구단의 상업계약 중 해외 협상을 담당하는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가장 큰 수입원은 대체로 계약 성사에 따른 수수료다. 부자 구단 맨시티의 보상은 어땠을까. 김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맨시티는 첫 거래 성사 후에 당장 은퇴해도 될 정도의 거액을 커미션으로 줬다. 한동안 맨시티 직원들이 나를 보면 ‘이미 은퇴해서 바하마 해변에 있는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축구계에 이제 막 뛰어든 아시아인 에이전트가 맨시티의 의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유럽 축구계에 내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영국 런던에 사무실을 차린 이후 맨시티 외에도 여러 구단들과 함께 일을 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16년에는 토트넘과 금호타이어의 파트너십 계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 “차별을 차별로 생각하지 말 것” 김 대표는 유럽 축구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백인, 유럽인, 남자들로 구성된 ‘이너 서클’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축구 리그에서 뛰는 아시아 출신 선수도 많지 않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더욱 적은 편이다. 이런 환경에서 아시아인 여성 에이전트로 살아가면서 차별과 편견으로 고통을 받은 적은 없었을까. 김 대표는 “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고, 유럽에서 일하는 한국인이기에 내가 대단한 차별과 편견을 뚫고 일을 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유럽 백인 남성 에이전트와 같은 프로필을 가졌다면 유럽 축구계에 내 자리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면서 “유럽 구단들이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유럽 사람들에게 부족한 아시아에 대한 이해도를 내가 갖고 있었기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무기 삼아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차별을 차별이라 여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축구 구단들은 내부 회의에서 김 대표를 지칭할 때 ‘에이전트 레이디’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에이전트 레이디는 도착했어?”, “그 에이전트 레이디가 원하는 건 뭐야?”라는 식이다.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성 에이전트가 업계에 드물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어디를 가더라도 눈에 띈다는 것은 에이전트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내 존재를 확실히 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클라이언트에 대한 세심한 관리다. 그는 자동차 트렁크에 항상 빨간색과 파란색 하이힐을 갖고 다닌다. 그는 “유니폼 등 팀 고유색이 파란색인 팀들은 빨간색 신발을 신은 사람이 자신들의 클럽 시설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의 경우 클럽하우스에서 라이벌 구단인 아스널의 상징색인 빨간색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사용하는 산타클로스 모자도 빨간색이 아니라 토트넘의 상징인 파란색이다. 김 대표는 자칫 구단이 예민해할 수 있는 문제를 알아서 조심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자신과 일하고 있는 두 개 구단이 맞붙는 경기에 초청을 받았는데 한 팀은 빨간색 유니폼, 다른 팀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다면 김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김 대표는 “그럴 때는 고민 끝에 장례식이 아닌데도 드레스까지 검은색을 입고 가게 된다”고 말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협상에 나서는 에이전트에게는 체력도 중요하다. 체력 관리를 위해 김 대표도 여러 운동을 배웠다. 그는 “이 업계에는 선수 출신의 에이전트들이 너무 많다. 체력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승마와 테니스, 복싱, 스키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알 마드리드 아카데미 현재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선수 중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손흥민이다. 토트넘에서 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13골을 넣어 득점 공동 4위에 자리해 있다. 김 대표는 “두세 시즌 전부터 유럽 축구계에서 ‘손(Son)’이라고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손흥민은 톱 레벨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유럽 빅 클럽들이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손흥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한국 유망주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자국 내 명문 클럽이 유럽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브라질 등과 달리 한국에는 정형화된 유럽 진출 루트가 없다. 외국인 스카우트들 입장에서는 한국인 유망주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가 없기 때문에 한국 출장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자신의 클라이언트인 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한국에 축구아카데미를 세울 계획이다. 경북 문경 글로벌선진학교에 개설될 예정인 아카데미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글로벌 아카데미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가르친 경험이 풍부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자격증을 보유한 외국인 코치가 상주하며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수그러들면 스페인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훈련 시설에서 전지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해외 구단 관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아카데미 선수들을 노출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단 계약 업무 등 여러 가지 일을 수행 중인 김 대표가 유소년 육성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유소년에 대한 투자는 에이전트 업계의 생명”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그는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 A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너처럼 세계적 선수 B를 대리하려면 아침에 변을 봤는지 여부까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게 사실이야?” A의 대답은 이랬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나는 사실 B한테 관심이 없어. 그 선수는 이미 완성형이고 내 미래는 앞으로 발굴할 유망주와 함께하는 것이야. 내 관심사는 언제나 유망주를 찾아내 데뷔시키는 거야.” 김 대표는 “많은 에이전트들이 정년이 없는 이 직업에 은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면서 “이 업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수가 꾸준히 배급돼야 하므로 빅 클럽과 일하는 에이전트들은 유망주 발굴과 육성을 의무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고양=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보건복지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ICT와 보건복지 시스템의 융합은 사회보장 제도의 포용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모든 국민이 복지 서비스를 고루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 사회보장 체계의 ICT 활용 현황과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국제사회서비스프로젝트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1차 포럼’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 포용적 복지 구현과 ICT의 역할’이었다. 한국의 국민기초생활보장과 의료급여 등 공공부조는 공적급여의 신청과 지급 등 행정 절차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도록 돼 있다. 반면 민간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지역사회통합 돌봄 등 사회 서비스는 제공 주체별로 개별 정보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공공분야의 ICT 활용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한 한은희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부연구위원(50)은 “시스템 분리와 사업 분야별 칸막이로 인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의 정보 연계가 제한적”이라며 “수요자의 복합적 요구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은 내년 개통을 목표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한 위원은 “차세대 시스템에서는 수요자가 급여와 돌봄 서비스 정보 등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및 민간 기관의 협업을 위한 정보 공유와 사례 관리 기능도 제공된다”고 말했다. ICT를 활용한 사회복지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소득, 연령 등에 따른 디지털 활용 격차를 줄여 시스템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토니오 로페스 펠라에스 스페인국립원격교육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56·스페인)는 “시스템 활용이 편향돼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아포티’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제시됐다. 2018년 11월부터 가동 중인 아포티는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사회복지와 의료서비스 통합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의료진, 사회복지사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다. 의사는 상담 중인 환자의 생활자금 부족 문제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기본적 욕구 충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복지 서비스 기관에 재정 지원을 의뢰할 수 있다. 강충경 전 호서대 교수(61)는 “2019년 아포티를 통해 핀란드 시민 3만 명 이상이 재정 지원을 받았다”면서 “아포티는 디지털 기술을 보편적 복지에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사례”라고 말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SDGs와 연계된 국제포럼을 올해 세 차례 더 연다.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선출된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74)은 “향후 포럼에서 다뤄지는 국제 이슈를 반영해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맞춤형 사회복지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며 “국제기구와 협력해 사회 서비스 분야의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인생을 걸고 한 시즌을 치러 보겠습니다.”2020~2021시즌 프로농구 개막을 앞둔 지난해 10월. 모기업 전자랜드가 농구단 매각을 결정한 상태에서 새 시즌을 치르게 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54)은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2003년 8월 인천 SK 빅스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든 전자랜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이번 시즌까지만 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전자랜드와 한국농구연맹(KBL)은 공개 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입찰이 다음달 2일 마감되는 가운데 금융, 게임회사 등이 농구단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과 선수들은 성적이 구단의 가치로 직결된다는 절박한 심정을 가지고 코트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전자랜드의 안방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난 유 감독은 “18년 동안 우리를 지원해준 전자랜드에 대한 고마움과 (인수 희망 기업에게) 새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간절함을 마음에 품고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랜드의 ‘정신적 지주’ 유도훈전자랜드가 농구단 매각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과 2016년에도 재정 문제로 매각을 시도했지만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 2009~2010시즌 감독대행을 거쳐 2010년 4월 전자랜드의 정식 감독으로 취임한 유 감독은 여러 풍파에도 12시즌 동안 전자랜드의 벤치를 꿋꿋이 지키며 선수들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과거에 그는 농구단이 매각 위기를 벗어난 뒤 힘든 기억은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는 뜻으로 세족(洗足)식을 열어 선수들의 발을 씻겨주었다.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지하철 1호선 부평역으로 나가 선수들과 함께 거리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유 감독은 “한 배를 탄 가족인 우리가 더욱 똘똘 뭉쳐야 한다. 모기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유 감독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농구단 매각설이 나왔다. 그럼에도 유 감독은 힘든 상황에 놓인 팀과 끝까지 동행하겠다면서 흔들리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유 감독의 노력이 없었다면 모기업과 농구단의 이별이 더 빨리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차례 매각 위기를 딛고 일어선 전자랜드지만 올해는 농구단을 통한 홍보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집중하려는 모기업의 결정에 따라 이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유 감독은 “모기업 전자랜드의 많은 분들이 농구단을 더는 지원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농구를 사랑했던 그 분들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그동안의 지원에 대한 감사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자랜드는 거액을 들여 리그 최정상급 자유계약선수(FA)를 영입하는 일이 드물어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팀의 선수 육성 정책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몸값 10억 원짜리 FA를 데려오기보다는 10억 원짜리 선수를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팀을 이끌어왔다. 발전 가능성이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전자랜드가 ‘기회의 팀’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유 감독이 설정한 정책에 맞춰 모기업은 선수들의 해외연수(스킬 트레이닝 참가) 등을 적극 지원했다. 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전자랜드는 젊고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들의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유 감독 부임 이후 전자랜드는 9차례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2018~2019시즌에는 PO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으나 현대모비스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으면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유 감독은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아직까지 챔피언결정전과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많은 땀을 흘린 선수들에게 꼭 우승 트로피를 안겨 힘든 상황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결과의 달콤함을 알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이별과 빛나는 새 출발을 위해유 감독의 취미는 등산이다. 평소 그는 팀의 창단 첫 우승을 향한 꿈을 산에 오르는 것에 빗대어 설명한다. “프로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일단 7분 능선쯤 와 있는 것이다. 정상을 향한 길은 험난하지만 선수들과 함께 발을 맞춰 오르고 또 오르면 반드시 정상의 경치를 볼 수 있다고 믿는다.” 유 감독과 선수들은 최고의 자리에서 전자랜드와 아름답게 이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이번 시즌의 우승은 농구단의 새 주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리그 최고의 팀을 운영하게 됐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팀 운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예선에 따른 휴식기를 마친 프로농구가 24일 재개된 가운데 전자랜드는 10개 구단 중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1위 KCC와의 승차는 6경기. 유 감독이 공을 들여 키운 국내 선수들은 이번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국가대표 가드 김낙현(26)은 평균 14.3득점(전체 국내 선수 중 5위), 5.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워드 이대헌(29)도 개인 통산 시즌 최다인 평균 12.8득점, 4.1리바운드로 골밑을 튼튼히 지키고 있다. 둘 모두 신인 시절에 ‘대어(大魚)’로 주목받은 선수들은 아니었다. 김낙현은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였고, 이대헌은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SK 입단 후 2016년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로 프로에 입성했다. 유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10개 구단 선수 중 각자 포지션에서 랭킹 1, 2위 안에 들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말한다. 김낙현과 이대헌 등 국내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우리 팀은 조금 더 우승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6강 PO 진출 및 챔피언결정전 우승 도전을 위해 이번 휴식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득점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외국인 선수 에릭 탐슨(평균 7.9득점)과 헨리 심스(평균 14.5득점)를 모두 교체한 것이다. 유 감독은 “5라운드(한 시즌은 총 6라운드)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것은 모험”이라면서도 “득점력 강화를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탐슨과 심스가 뛸 당시 전자랜드는 전체 팀 득점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28%에 불과했다. 이는 10개 구단 중 KT(26.28%)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새롭게 전자랜드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는 조나단 모틀리(26)와 데본 스캇(27)이다. 전자랜드의 공격 1옵션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모틀리는 208cm의 키에 224cm의 윙스팬(양팔을 벌린 길이)을 가진 센터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LA클리퍼스 등에서 뛰었던 그는 지난 시즌 G리그(NBA 하부리그)에서 26경기에 출전해 평균 24득점, 8.1리바운드라는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NBA 재입성을 노리던 그는 워싱턴과의 협상이 불발되면서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키 203cm의 포워드 스캇은 최근까지 이스라엘 1부 리그에서 뛴 선수로 내 외곽 공격에 모두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감독은 “스피드와 탄력이 좋은 모틀리와 농구 센스가 뛰어난 스캇이 접전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구단이 최고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팀을 운영하는 마지막 시즌임에도 외국인 선수 교체에 따른 추가 비용(연봉 등)을 지원한 모기업에 감사를 표했다. 유 감독은 “우리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실어준 전자랜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전자랜드는 26일 오후 7시 안방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오리온과 맞붙는다.인천=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산물 시장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해 농장에서 식탁까지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이 공급되도록 하겠다.” 이주명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55)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기관으로 농식품의 품질과 안전, 원산지 등을 관리하고 농업인의 농업경영정보 관리 및 공익직불제 이행 점검을 통해 농식품 정책 추진을 뒷받침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의 비대면 거래 물량은 전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 원장은 “온라인 직거래 등 비대면 거래 때 안전한 농산물이 공급되도록 하기 위해 잔류 농약 등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관원은 통신판매 농산물에 대한 생산농가 추적조사를 통해 농약 잔류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농산물의 시장 유통을 철저히 차단할 계획이다. 이런 제품은 출하를 연기하거나 폐기하고 용도 전환을 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친환경농산물 및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등 국가인증 농식품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해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쇼핑몰 등을 통해 농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매체가 제공하는 원산지 정보를 보고 구매를 최종 결정한다. 이 원장은 “원산지 표시 모니터링 및 사이버단속반을 확대 운영하는 등 관리 업무를 강화해 수입산의 국내산 둔갑, 국내산의 원산지 거짓 표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공익직불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노력도 강화된다. 공익직불제는 농업 활동을 통해 환경 보전, 농촌 공동체 유지, 먹거리 안전 등 공익 기능을 높이는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 원장은 “공익직불제의 기초 자료인 농업경영체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행정안전부(주민등록 정보), 국토교통부(토지 정보) 등 유관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재배 작목 등에 대한 변동이 있는 농업인의 자발적 변경 신고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농관원에 따르면 경영정보에 변동이 있는 농가는 공익직불금 신청을 시작하는 4월 이전에 콜센터나 인터넷을 통해 등록 정보를 변경해야 한다. 4, 5월에 공익직불금을 신청한 농업인들은 농업교육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직불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농관원은 공익직불금 신청 농가를 대상으로 7∼9월에 농지 형상 유지, 영농 기록 작성 등 준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공익직불제가 농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농업인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철저한 현장 점검을 통해 공익직불금의 부정 수급을 막겠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팬들 사이에서 팬클럽을 부활시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해요. 노익장을 과시해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7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하는 배경은(36)은 전화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둔 각오를 밝혔다. 여고생이었던 2001년 KLPGA 선수권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최연소 메이저대회 챔피언(16세 4개월 20일)에 등극했던 것을 비롯해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한 그는 2014년 은퇴했다. 이후 코스 해설과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방송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2021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31위를 기록하며 투어에 복귀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 내가 있어야 할 곳 “15세 때부터 프로 생활을 하다보니 훈련과 대회 참가가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일반인들이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해 아쉬웠다.” 배경은은 14년 간 정든 필드를 떠나기로 결정했을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 속에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경은에게 ‘투어를 벗어나 있던 지난 6년 동안에는 일상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렸느냐’고 물었다. 그는 “성악과 피아노 반주 등 취미 활동을 하며 충분히 즐겁게 지냈다. 또한 헤어메이크업을 배우고 스피치 학원도 다니며 자기 계발에도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골프와 완벽히 단절된 삶을 살지는 않았다. 코스 해설을 하며 후배들의 우승 장면을 옆에서 지켜봤고, 레슨의 질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라운딩을 소화했다. 그는 계속해서 골프채를 잡고 있었지만 마음가짐은 은퇴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은퇴 전에는 골프가 힘들고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성적 부담 없이 코스에 나서다보니 내 캐릭터가 달라졌다. 내가 이렇게 밝고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지난해 여름에 투어 복귀를 결심했다. 그는 “편안한 심리 상태에서 골프를 할 수 있게 된 내가 다시 KLPGA투어로 돌아가면 어떤 모습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지가 궁금했다”면서 “KLPGA투어라는 울타리 안이 원래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청 선수 등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도 있었지만 과감히 시드순위전 참가를 결정했다. 배경은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초청 선수로 나서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곡차곡 준비해 시드순위전에 참가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2승” 배경은은 올해 목표에 대해 “꿈은 항상 크게 가져야 한다. 2승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6년 동안 KLPGA투어에서 실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자신감이 있는 눈치였다. 그는 “투어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복귀를 위해 어떤 연습을 어떤 순서로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필드 레슨을 위해 꾸준히 라운딩을 해온 덕분에 드라이버 비거리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선수 출신이다 보니 대회가 아닌 상황에서도 코스에 나가면 내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좋아지고 있는 지를 세심하게 체크했다. 스윙교정을 해서 비거리도 (과거에 비해)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40~245야드 정도였던 그는 “요즘에는 250야드 정도의 드라이버 비거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15일부터 제주도에서 2주간 쇼트 게임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KLPGA투어는 4월 8일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으로 2021시즌의 막을 올린다. 배경은은 올 시즌 투어에 참가하는 선수 중 최고령이다. 그는 “공을 잘 칠 자신은 있는데 4라운드 동안 코스를 잘 걸어 다닐 자신은 없다”며 웃었다. 그는 “그동안 다이어트를 위해 일주일에 3회 씩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지만 피로 회복 속도는 젊은 선수들에 비해 더딜 수밖에 없다. 정신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체력 안배와 회복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언니의 인생 3라운드 배경은은 올 시즌 대회에서 같은 조에 편성돼 경쟁해보고 싶은 후배로 임희정(21)과 박현경(21)을 꼽았다. 2019시즌에 데뷔해 KLPGA투어 3년 차가 된 임희정과 박현경은 각각 투어 통산 3승, 2승을 거두고 있는 떠오르는 스타들이다. 배경은은 “지금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선수와 같은 조로 경기하면서 그 선수와 나의 골프를 비교해 보고 싶다. 내게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것이 언제나 좋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그의 투어 복귀 소식을 듣고 많은 후배들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그 중에는 투어 성적이 좋지 못해 은퇴를 고민 중인 후배들도 있었다. 배경은은 “은퇴를 고민 중인 후배들에게 ‘극한의 어려움이 다가왔을 때가 어쩌면 네가 원하는 결과에 최대한 다가선 순간일 수도 있다. 곧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니 조금만 더 힘내라’라고 격려해줬다”고 말했다. 필드로 돌아온 그는 후배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동시에 ‘부드러운 언니 골퍼’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을 잘 치는 멋진 선배보다는 좋은 선배 역할도 하고 싶다. 힘든 투어 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밥도 많이 사주고,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조언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배경은은 인생을 4라운드로 봤을 때 자신은 3라운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3라운드는 최종 4라운드의 반전을 위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는 라운드다. 배경은은 “은퇴 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필드에서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내뿜고 싶다. 인생의 3라운드가 최종 4라운드에서 행복한 결말을 위한 멋진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웨스트브로미치의 경기가 열린 7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아디다스의 노란색 축구화를 신은 손흥민(29·토트넘)은 역습이 시작되자 상대 골문을 향해 70m가량을 전력 질주했다. 상대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페널티 박스 안까지 진입한 그는 팀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토트넘의 두 번째 골(후반 13분)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빠른 발을 앞세운 돌파가 주 무기인 손흥민은 “내게는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온 아디다스 축구화가 세상에서 가장 편하다”면서 “아디다스 축구화가 스피드와 파괴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손흥민이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2008년부터 축구용품을 후원하고 있다. 손흥민은 2015년까지 ‘아디제로’ 계열의 축구화를 신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2-4 한국 패)에서 손흥민은 ‘아디제로 f50’을 신고 월드컵 데뷔 골을 터뜨렸다. 초경량(165g)으로 제작된 아디제로 f50은 지지력이 뛰어난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를 사용해 선수가 가속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었다. 손흥민은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독일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아디다스의 ‘엑스18+’를 착용했다. 그는 한국이 1-0으로 앞선 후반 51분에 약 50m를 질주한 뒤 추가 골을 터뜨렸다. 엑스18+는 드리블을 할 때 공이 끈에 닿아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해 끈이 없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손흥민은 “엑스18+는 볼을 터치할 때의 감각이 좋아 미세한 볼 컨트롤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부터 손흥민은 ‘엑스 고스티드’를 사용하고 있다. 엑스18+처럼 끈이 없는 이 축구화는 신발 속이 비치는 반투명 스킨과 탄소섬유를 사용했다. 스킨이 발을 쫀쫀하게 감싸주는 이 제품은 공기 저항을 줄여 선수의 스피드 향상에 도움을 준다. 순간 최고 스피드가 시속 34.3km(100m 기록 환산 시 10초50)에 달하는 손흥민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하는 제품이다. 이번 시즌 엑스 고스티드를 신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손흥민은 EPL 득점 공동 2위(13골)를 달리고 있다. 1위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16골)와는 3골 차다. 아디다스의 든든한 지원 속에 손흥민은 세계적 공격수로 성장하고 있다.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2010년 15만 유로(약 2억 원)에 불과했던 손흥민의 몸값(예상 이적료)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9000만 유로(약 1213억 원)까지 치솟았다. 손흥민은 “기능성과 착화감이 뛰어난 아디다스 축구화는 내가 경기장에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서울신라호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뉴노멀(새로운 일상) 시대에 맞춰 객실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설 연휴 패키지를 내놓았다. 서울신라호텔의 ‘고메 홀리데이 패키지’는 가족, 연인과 함께 객실에서 풍성한 음식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다. 10일부터 13일까지 선보이는 이 패키지는 디럭스 객실 1박 기준(38만 원~71만 원)으로 특별 도시락인 고메 인 룸 세트(2인)와 피크닉백 1개, 와인 1병, 실내 체육시설 및 실내 수영장 입장 혜택(2인)이 제공된다. 고메 인 룸 세트 도시락은 객실에서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호텔 코스요리를 객실에서 맛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안심 찹 스테이크와 구운 랍스터, 전복구이, 오븐에 구운 닭다리살 스테이크, 디저트까지 3단 도시락으로 제공된다. 서울신라호텔에는 ‘북캉스’(독서를 즐기는 바캉스)를 위한 패키지도 마련돼 있다. 호텔 내 도서관인 ‘플라이 북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플라이 미 투 더 북 패키지’다. 300여 권의 책이 준비된 라운지에서 읽고 싶은 책을 5권까지 객실로 대여할 수 있다. 체크아웃 이후에도 도서업체 ‘플라이북’을 일정 기간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이용권이 주어진다. ‘마이 블로섬 패키지’는 서울신라호텔 플라워팀이 체크인 때 제공하는 꽃과 재료로 테이블 위에 놓을 수 있는 꽃 장식을 고객이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는 상품이다. 영상으로 제공되는 꽃꽂이 튜토리얼을 통해 객실에서 비대면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영상을 통해 꽃 관리에 유용한 팁 등 식물 재배에 관한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낚시 골퍼’ 최호성(48)의 스윙은 ‘골프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스윙을 할 때 왼쪽 다리를 축으로 오른쪽 다리를 들고 빙그르르 돈다. 이 과정에서 허리가 뒤로 꺾이기도 한다. 스윙 동작이 낚싯대를 잡아채는 동작과 비슷해 ‘낚시 스윙’으로 불린다. 기존의 형식을 파괴하는 독특한 스윙이 3년여 전부터 국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최호성은 유명 인사가 됐다. “사람 얼굴이 모두 다르듯, 골프 스윙도 다 다르다”고 말하는 최호성의 스윙이 정형화된 ‘교과서 스윙’에 억눌려 있던 골퍼들에게 해방감을 안긴 것이다. 전 세계 골프팬과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유명 선수들이 최호성의 스윙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는 “최호성의 동작은 놀랍다. 보는 것만으로도 내 허리가 아픈 느낌”이라고 말했다. 비거리를 늘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만들어 낸 ‘세상에 없던 스윙’ 덕분에 최호성은 PGA투어 대회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2019년) 난생처음 미국 땅을 밟기도 했다. 당시 미국 팬들은 최호성을 향해 “가자!”라고 한국말로 외치는 등 열띤 응원을 보내 눈길을 끌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서커스 같은 스윙이지만 최호성의 스윙은 승리를 향한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1973년생으로 소띠인 최호성은 소의 해인 2021년에도 낚시 스윙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최호성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생애 다섯 번째 소의 해가 시작됐다. 나만의 개성을 살려 올해도 많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개성 넘치는 낚시 골퍼가 되기까지 최호성이 걸어온 길과 미래의 포부를 들어봤다. ●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골프최호성에게 “진짜 낚시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린 시절 집(경북 포항)에서 바다까지의 거리가 30m정도였다. 눈앞에 보이는 게 바다여서 낚시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때만해도 프로 골퍼가 돼 낚시 스윙까지 만들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웃었다. 10대 시절 해녀인 어머니가 성게를 잡아오면 그는 알을 긁어내는 일을 했다.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 당시 한 마리에 30원이던 실뱀장어 잡기에 매달리기도 했다. 최호성은 “성게를 열심히 다듬으면서 집중력을 키웠고, 실뱀장어를 잡으면서 최선을 다해 온 힘을 쏟아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처럼 바다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던 최호성은 포항 수산고 3학년 때 참치 해체 실습을 하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첫 마디를 잃어 4급장애 판정을 받았다. 최호성은 “꽁꽁 얼어있는 참치에 장갑이 들러붙는 바람에 손이 전기톱으로 빨려 들어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겨울철에 보습이 안 되면 엄지손가락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나 애를 먹을 때가 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최호성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장애 탓에 더는 참치 하역장에서 일할 수 없었고 군 입대도 좌절됐다. 한동안 방황하던 그는 포항제철 기계정비, 광산에서 돌 캐기, 슈퍼마켓 배달, 자판기 관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던 1995년에 ‘숙식 제공’이라는 말에 이끌려 찾아간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최호성은 “당시 골프장 사장님이 모든 직원들이 골프를 할 수 있어야 손님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일과 이후에는 자유롭게 골프 연습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덕분에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골프채를 잡아보겠나’라는 생각으로 연습을 했는데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가 소의 해였던 1997년에 ‘골프로 어떻게든 성공을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이 골프공을 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거나, 골프 잡지에 있는 스윙 사진을 보며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그는 1999년에 세미프로에 합격했다. 2001년 한국프로골프(KPGA) 2부 투어에서 상금왕에 오르며 두각을 드러냈고, 2004년에 1부 투어(KPGA 코리안 투어)에 입성해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코리안 투어에서 통산 2승을 올린 최호성은 2012년부터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달성했다. 최호성은 골프 선수의 길을 선택했던 과거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호성아! 너무나 대견한 선택을 했다. 네가 그 때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낚시 골퍼에게 월척이란 최호성은 40대에 접어들어 비거리가 줄어들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낚시 스윙’을 개발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유연성이 떨어졌다. 백스윙을 할 때 20대 골퍼들처럼 팔을 높이 올릴 수가 없었다. 팔 높이를 낮추는 대신 몸의 회전력을 높여 비거리를 늘리는 동작을 개발했다”고 했다. 동작이 큰 스윙인 만큼 타석이 좁은 실내연습장에서는 옆 사람을 골프채로 칠 위험도 있어 훈련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최호성은 “1년에 25, 26개 대회에 출전한다. 이때마다 넓은 필드에서 집중적으로 스윙 연습을 반복해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스윙 스피드와 파워 향상을 위해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는 최호성은 “현재 최대의 힘으로 드라이버 티샷을 하면 비거리가 300야드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낚시 스윙이 아닌 일반적인 스윙으로 티샷을 하면 비거리가 어느 정도 나올까. 최호성은 “캐리 거리(공이 날아간 거리)가 7, 8야드 정도 줄어든다. 이 경우 장애물이 있거나 워터 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홀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낚시 스윙을 하지 않으면 공이 안 맞는다. 내게는 낚시 스윙이 홀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 무대인 일본 투어 대신 코리안 투어에서 활동했다. 올해는 일본 투어에 복귀할 계획이지만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외국인 입국 금지가 계속될 경우에는 지난해처럼 코리안 투어에 나설 생각이다. 지난해 그는 코리안 투어에서 톱10에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 최호성은 “코로나19와 부친상 여파 등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해 대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호성은 코리안 투어 시드 카테고리 중 ‘상금 순위 70위’ 안에 들어 올해도 대부분의 코리안 투어 대회를 나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최호성은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돼 갤러리들이 골프장을 찾아올 수 있게 되면 더 멋진 플레이로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처럼 PGA투어 대회 초청장을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호성은 “미국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언제나 영광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의 골프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최호성에게 12년 뒤인 2033년 소의 해에는 어떤 모습의 골퍼가 되어있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최호성은 “그 때는 나이가 60세인데….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40세에 접어든 뒤 낚시 스윙을 만들어낸 것처럼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환경에 맞춰 변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호성의 애창곡은 가수 황규영의 ‘나는 문제없어’다. 정석 스윙이 아니라는 혹평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스윙으로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자신의 골프 인생이 노랫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이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낚시 골퍼 최호성은 많은 팬들 앞에서 힘차게 자신만의 스윙을 하는 모든 순간에 월척을 낚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낀다. 그는 “내 실력과 기량이 뒷받침되는 한 계속해서 필드를 누비면서 나만의 골프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하이트진로가 주류 캐릭터숍인 ‘두껍상회’ 2호점을 열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가게를 열어 70일간 누적 방문객 1만여 명을 돌파한 두껍상회의 2호점을 18일 부산진구 전포동에 개점했다”면서 “다양한 굿즈(기획 상품) 판매로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두껍상회의 인기를 전국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 두껍상회에서는 진로 소주의 캐릭터인 두꺼비 굿즈와 판촉물 등 90여 종의 제품을 내놓는다. 서울 지점에서 인기가 많았던 ‘참이슬 백팩’ 등과 함께 하이트진로가 새롭게 선보이는 ‘핑크 두꺼비 한 방울잔’, ‘진로 다이어리’ 등을 판매한다. 부산 두껍상회는 다음 달 28일까지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미성년자는 출입할 수 없다.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요일별로 총 6종의 배지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며 이를 모두 수집한 고객에게는 경품을 준다. 주말에는 인기 굿즈로 구성된 ‘럭키 박스’를 하루 30개 한정으로 판매한다. 설 연휴에는 소띠 고객과 이름에 ‘소’가 들어간 고객을 대상으로 복주머니 100개를 선물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1월 27일부터는 대구에 두껍상회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롯데칠성음료는 설 선물로 77년 전통의 청주 ‘백화수복’을 추천한다. ‘오래 살면서 복을 누리라’는 뜻을 지닌 백화수복은 받는 이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마음이 담긴 제품이다. 1945년 선보인 백화수복은 단일 브랜드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청주 생산량을 자랑하는 전북 군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100% 국산 쌀로 만들며 쌀의 외피를 30% 정도 도정해 쓴다. 저온 발효 공법 및 숙성 방법을 사용해 청주 특유의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렸다. 알코올 도수는 13도. 라벨은 동양적인 붓글씨체를 사용했고, 병목 캡실(병뚜껑을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재) 등은 금색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부각했다. 깊은 향과 맛이 일품인 백화수복은 차게 마셔도 좋고, 따뜻하게 데워 마셔도 풍미가 뛰어나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용 또는 명절 선물용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 용량은 700mL, 1L, 1.8L 등 3가지. 소비자가격은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700mL는 4900원, 1L는 7100원, 1.8L는 1만1000원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엄선한 쌀로 빚은 청주인 백화수복은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낸 뒤 음복하기 좋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이끈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 감독(62). 그는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꾸준히 진행 중인 사회 공헌 활동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2018년)과 동남아시아경기(2019년) 우승 등 사령탑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는 박 감독은 베트남 아이들을 돕는 그라운드 밖 선행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휴식을 위해 지난해 12월 귀국한 박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축구 대표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이라며 “마찬가지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기브 어 드림(GIVE A DREAM)’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베트남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공과 골대 등 장비를 지원했다. 베트남 북부 하장시 등에서 네 차례 열린 행사에서 박 감독은 축구 클리닉을 통해 ‘원 포인트 레슨’도 했다. 그는 “재능이 있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구 클리닉 등 오프라인 행사가 차질을 빚으면서 박 감독은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베트남 아이들을 돕는 동시에 베트남 내 유통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파파 박 세이브 칠드런(Papa Park Saves Children)’ 프로젝트를 지난해 12월 착수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현지 유통업체와 연계해 베트남에 소개하고 여기서 발생한 판매 대금의 5%를 베트남 심장병 환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힘들어하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했다”며 “내게 많은 사랑을 준 베트남의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면서 조국인 대한민국의 기업을 도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3일 베트남 하노이의 빈컴 센터에서는 1차 프로젝트 출범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프로젝트에 먼저 참여한 강원도 중소기업들의 상품(마스크, 건강보조식품 등)이 판매됐다. 박 감독은 식품을 시식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며 상품을 홍보했다. 1차 프로젝트 상품은 행사 이후에도 하노이강원도상품관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선희 강원도유통업협회장(56)은 “박 감독님이 베트남에서 구축한 좋은 이미지가 우리 기업들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추가 참여를 원하는 기업과 지자체 관계자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출범식 당일 판매 수익의 5%와 개인 기부금을 합친 5억 동(약 2400만 원)을 베트남 국영방송 VTV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했다. 기부금은 심장병 환자의 수술비로 사용된다. 박 감독은 “출범식을 VTV에서 촬영하는 등 성황리에 행사가 완료됐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 기업과 협력해 베트남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달 말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함께 새로운 성공 신화에 도전한다. 올해 베트남은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3월 재개되는 가운데 베트남은 G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차 예선은 각 조(총 8개 조) 1위가 최종예선으로 직행하며, 각조 2위 중 성적 상위 4개국이 최종예선에 합류한다. 박 감독은 11월에는 동남아시아경기, 12월에는 스즈키컵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박 감독은 “내게 많은 사랑을 준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할 일이 두 배로 많아진 새해인 만큼 더 열심히 뛰어보려 합니다.”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이끈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2)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새해를 시작하는 힘찬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 29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귀국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등이 열리지 못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굵직한 대회들이 많이 예정돼 있다.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보니 책임감과 부담이 모두 커졌지만 ‘어차피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긍정적으로 이겨내려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0월부터 베트남 국가대표팀(A대표팀)과 22세 이하 대표팀을 모두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올해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노린다. 또한 10년 만의 왕좌 등극을 이뤄낸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2018년)과 60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던 동남아시아(SEA)경기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 아쉬운 2020년과 기대가 큰 2021년 ―코로나19 사태 속에 베트남에서의 생활은 어땠나.“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11일 기준 베트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515명) 베트남 프로축구 리그도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경기장 별로 80% 이상의 관중을 입장시킨 가운데 경기가 열렸다. 덕분에 코치들과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할 수 있었다.”―A매치 등 실전이 적었던 것은 아쉬울 것 같다.“자가격리 문제로 외국팀을 초청하거나, 우리가 해외로 나가 A매치를 치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지난달에 A대표팀과 22세 이하 대표팀의 자선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쌓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자선 경기는 지난해 박 감독이 치른 유일한 공식 경기였다. 이 경기는 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베트남 이재민을 돕기 위해 성사된 ‘형님과 아우’의 이벤트 대결이었다. 양 팀은 두 차례 경기를 치렀는데 1차전은 A대표팀이 3-2로 승리했고, 2차전은 2-2로 비겼다.―‘형제 대결’의 소득은 무엇이었나.“새로 발탁한 선수들의 실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올해 많은 대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새 얼굴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자선 경기라 긴장감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동생(22세 이하 대표팀)은 형(A대표팀)을 한번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있지 않나. 모두 열심히 뛰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이 3월 재개되는 가운데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G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차 예선 3경기가 남은 가운데 6월에는 신태용 감독(51)이 이끄는 인도네시아(G조 5위)와의 대결이 예정돼 있다. 2차 예선은 각 조(총 8개 조) 1위가 최종 예선으로 직행하며, 각 조 2위 중 성적 상위 4개국이 추가로 최종 예선에 합류한다. 박 감독은 11월에는 동남아시아(SEA) 경기, 12월에는 스즈키컵을 치른다. ―월드컵 예선에서 베트남은 새 역사에 도전 중이다.“올해 여러 대회가 있지만 우선은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을 이뤄내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베트남이 아직까지 최종 예선에 진출한 적이 없는데 현재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보니 베트남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월드컵 예선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와 맞붙는데….“신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동생이다. 축구계 선후배지만 그라운드에서는 각자 대표팀의 사령탑으로서 만나게 된다. 그동안의 친분과 사적인 감정은 잠시 잊고 최선을 다해 경기할 것이다.” ―왕좌를 지켜야 하는 SEA경기와 스즈키컵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과거에는 우리가 도전자 입장이었는데…. 이제는 챔피언 자리를 지켜야하니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열렸어야 할 대회들(월드컵 예선 등)이 올해로 넘어와 할 일이 두 배가 됐지만 최선을 다해 이겨내겠다.” ● 베트남의 ‘파파(아빠)’ 박항서 박 감독은 막내 아들뻘인 선수들을 지도할 때 실수한 선수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꿀밤’을 때리기도 한다. 90분 경기를 마치고 지친 선수들의 발 마사지를 직접 해주고, 질책보다는 격려로 선수들 사기를 끌어 올린다. 따듯한 ‘파파(아빠) 리더십’으로 베트남을 사로잡은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소시지, 로컬 기업의 광고에 출연하는 등 베트남 한류를 이끌고 있다. 베트남인 부두이 뚱 씨는 “박 감독은 우리의 영웅이다. 승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선수들을 진정으로 대하는 그를 우리는 ‘파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베트남에서 감독님의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인기라는 것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성적에 따라 언제든지 잊힐 수 있는 것이 감독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의 인기에 현혹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인기는 한 순간이자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해내야 할 새로운 일에 집중하려 한다.” ―외국인 감독의 성공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일단은 성적과 결과로 인정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외국 감독을 선임하는 이유는 결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낯선 문화와 언어 속에서도 팀을 이끌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또한 축구협회, 미디어 등과의 관계도 잘 형성해야 한다.” 과거 박 감독은 베트남을 이끄는 자신의 지도 철학에 대해 선수들이 패배 의식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싸워야 한다” “이건 전쟁이다” 등 강렬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사령탑 자리가 주는 부담감을 어떻게 떨쳐내는지.“한국인 코치들과 함께 외식을 나가 담소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국제대회 등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코치들과 골프를 즐기기도 한다.”―핸디캡이 궁금하다.“베트남 골프장의 전장이 긴 편이어서…. 핸디캡은 30이다. (통상 0부터 30까지의 핸디캡 가운데 숫자가 낮을수록 골프 실력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골프를 잘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코치들하고 운동을 하고 서로 약 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이다.”● 2002 한일월드컵 후배들과 손흥민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박 감독은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을 보좌해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베트남에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박 감독을 두고 국내 팬들은 쌀 주산지인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뜻에서 ‘쌀딩크’로 부른다. 한일월드컵 당시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 가운데 지난해 김남일(44)과 설기현(42)이 각각 프로축구 K리그 성남과 경남의 감독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52)가 울산의 감독으로 취임했다. 박 감독은 과거 K리그 전남과 상주 등의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선수들이 이제는 감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선수와 지도자의 능력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시절에 여러 대회에서 겪은 좋은 경험을 잘 살린다면 감독으로서도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외의 선진 축구 이론을 많이 배웠다는 것도 젊은 지도자들의 장점이다. 어쩌면 내가 조언을 받아야할 입장일지도 모른다.” ―베테랑 감독님이 ‘초짜 감독’에게 배울 것이 있을까.“젊은 친구들이라 팀 운영 등에 대한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현대 축구의 흐름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경험에서는 내가 앞설 수 있지만 전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축구에는 후배들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모두 유능한 지도자들인 만큼 서로 경쟁을 통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도 틈틈이 국내 축구계 소식을 챙겨봤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과의 대화 도중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슈퍼 소니’ 손흥민(29)의 이야기가 나오면 어깨를 쭉 펴며 덩달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손흥민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 “손흥민은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통해 그가 골을 넣는 장면을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베트남 축구인들도 손흥민의 활약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축구계 선배로서 정말 뿌듯하다.” 박 감독은 이번 달 말 베트남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월드컵 예선 준비에 돌입한다. 박 감독은 베트남 감독직을 1년 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해가 지날 때마다 성과는 추억이 됐고,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그에게는 베트남이 지도자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종착지다. 박 감독은 “축구감독으로서 베트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힘겨운 일정이 많은 2021년도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극복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