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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이 20일 발사에 성공했다. 아랍권의 첫 화성 탐사선으로 미국 등 기존 우주 강국이 벌이던 화성 탐사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UAE 우주청은 아말을 실은 일본의 우주발사체 H2A가 이날 오전 6시 58분 14초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H2A는 발사 후 6분 44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한 후 11분 20초 뒤에는 2단 로켓의 점화도 끝내며 성공적으로 아말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UAE는 건국 50주년인 2021년에 맞춰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에미리트 화성 탐사 프로젝트(EMM)’의 일환으로 아말 발사를 준비해 왔다. 2014년 7월 화성 탐사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뒤 6년 만에 발사에 성공했다. 아말은 앞으로 7개월간 평균 시속 12만1000km로 날아가 2021년 2월 화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곳은 옛 소련과 미국, 유럽연합(EU), 인도밖에 없다. 일본은 1998년 탐사선 ‘노조미’를 보냈지만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고, 중국은 2011년 러시아와 함께 ‘잉훠 1호’를 보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사라 알 아미리 UAE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3)이 이끌어 눈길을 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여전히 제한적인 아랍 국가에서 첨단 우주 탐사선 개발을 30대 여성이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말 발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2세 때 안드로메다은하 사진을 보고 우주 연구를 꿈꿨다는 알 아미리 장관은 UAE 사르자 아메리칸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고, 관련 석사를 마친 뒤 2017년 30세에 장관에 올랐다. 그는 “UAE는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에 늦게 합류한 나라로, 사람들이 (UAE의) 화성 탐사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행성에 대한 세계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임무는 ‘희망’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학 관련 업무에선 여성 인력 비중이 80%에 이른다고 독일 공영 국제방송인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아프리카의 경제대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휩싸였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9일(현지 시간) 기준 남아공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6만4328명(사망자 5033명)으로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누적 확진자(72만4702명)의 절반이 남아공에서 발생한 셈이다. 남아공은 올해 3~4월까지만 해도 ‘모범 방역 국가’에 속했다. 3월5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야간 통행과 주류 판매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봉쇄 조치로 확산을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봉쇄 완화에 들어가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누적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선 뒤 한달도 안돼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9일부터는 매일 신규 확진자가 1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선 경제 중심지 요하네스버그 인근 흑인 빈민가 소웨토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남아공 보건당국에 따르면 소웨토가 포함된 하우텡주(州)의 감염자 수는 13만3617명(전체의 36.7%)으로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소웨토 지역에선 판자촌을 연상케 하는 밀집된 간이 주택에서 대가족이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 주택 중 많은 수는 상·하수도, 화장실, 창문 같은 기본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한국 기업인은 “소웨토에선 가족이나 이웃간 사회적 거리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흑인들이 출·퇴근 때 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도 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어렵고, 설상가상 돈이 없어 마스크를 구입하는 이들도 적다”고 말했다. 소웨토 등 흑인 빈민가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남아공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부격차와 인종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남아공은 상위 10%의 부자(절대다수가 백인)가 전체 부의 71%(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50%)를 차지하고 있고, 흑인이 다수인 하위 60%는 7%의 부만 소유하고 있다. 당분간 남아공에서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많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병상과 의료용 산소가 부족하고, 남반구라 현재 계절이 코로나19가 더욱 잘 확산되는 겨울이기 때문이다. 최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프레토리아, 소웨토 같은 지역은 아침과 저녁 때 섭씨 10도 미만의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의 코로나19 감염자가 25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18일 알자지라방송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 3000만∼3500만 명이 더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이란 보건당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이란 전체 인구(약 8400만 명) 중 약 30%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이란 보건부가 집계한 공식 확진자 수(18일 기준 27만1606명)의 약 93배에 달한다. 특히 3000만∼3500만 명이 추가로 감염될 경우 최대 약 60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72%)이 감염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망자를 약 1만4000명으로 분석했는데 이는 공식 통계(18일 기준 1만3979명)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란은 ‘중동의 코로나19 발원지’란 비난을 듣고 있다. 올해 2월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많은 주변국들이 이란에서 유입된 확진자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오랜 경제제재로 병원, 의료장비, 약품 등 보건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이란의 코로나19 관련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이란의 반(反)정부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 등은 “이란 정부가 피해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터키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아야 소피아’(성소피아)가 박물관에서 이슬람 사원(모스크)으로 바뀐다. 10일 AP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최고행정법원이 “아야 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취소한다”고 밝힌 직후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야 소피아는 터키, 나아가 중동과 동유럽 역사의 변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다. 비잔틴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대성당으로 만든 이후 916년간 정교회의 본부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1453년 이슬람교를 믿는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아야 소피아는 모스크로 개조됐다. 제1차 세계대전 뒤 오스만제국이 붕괴되고, 터키 초대 대통령이 된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는 세속주의를 강조하며 1934년 아야 소피아를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모스크로 운영될 때 회벽으로 덧칠됐던 모자이크 성화가 이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에 모스크로 바꿔도 다시 회벽을 칠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안팎에서는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기로 한 배경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보수 이슬람주의 성향을 꼽는 이가 많다. 2003년 3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총리로, 2014년 8월부터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에르도안은 ‘현대판 술탄’으로 불릴 만큼 이슬람주의를 강조해왔고, 이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됐다. 하지만 정교회 신자가 많은 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터키와 역사적으로 갈등이 많았고, 정교회 신자가 다수인 그리스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직접 나서 “(터키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다. 이번 결정은 터키와 그리스의 관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유네스코, 그리고 국제사회 전체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키릴 러시아정교 총대주교는 “아야 소피아가 지금처럼 중립적인 지위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의 친(親)러시아 외교와 중동지역 내 영향력 확대로 불편한 관계인 미국도 “터키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아랍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북아프리카의 중심국인 이집트가 2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를 대폭 완화했다. 배달과 포장 구입만 가능했던 음식점과 카페는 수용 가능한 인원의 25% 수준에서 손님을 받을 수 있다. 통행금지 시작 시간은 오후 8시에서 밤 12시로 늦춰졌다. 거리와 쇼핑몰은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은 “일상이 돌아왔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집트 정부가 경기침체와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봉쇄 완화를 결정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집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 100만 명당 검사 건수가 1320건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00∼17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이집트인 할 것 없이 “실제 확진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봉쇄 완화 이후인 27, 28일 카페와 식당,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우려는 커졌다.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 간격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다름없이 촘촘했다. 음료수를 마신 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최대 수용 인원을 표시해 놓은 곳도 거의 없었다. 한 20대 이집트인은 “글로벌 브랜드의 카페, 레스토랑, 호텔만 정부 방침을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현지 법인과 지사가 몰려 있는 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의 사정도 비슷했다. 입구 앞 체온 측정 장치를 관리하는 직원은 자리를 자주 비웠다. 바닥에 표시해둔 사회적 거리를 반영한 줄서기 위치도 유명무실했다. 방역 지침은 있지만 시민의식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공 등 코로나19 관련 봉쇄를 풀고 있는 다른 중동·아프리카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남아공의 소식통은 “여전히 빈민가와 소도시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최근 경제발전 못지않게 보건의료, 특히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 이른바 ‘K방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도 한국의 보건의료 관련 정부기관 및 기업과의 교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K방역 노하우 전수에 나선다면 기술적인 요소 못지않게 ‘시민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912만여 명이 참가하고도 행동수칙 지키기와 시민의식으로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4·15총선의 경험은 많은 개도국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성공 사례일 것이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유럽연합(EU)이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 사태’로 중지했던 EU 입국을 일부 국가에 허용하는 것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EU 소속 국가들의 외교 관계자들은 EU 입국이 가능한 나라 명단에 한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태국, 튀니지, 모로코 등 18개국을 잠정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방역에 성과를 내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 들어갔다. 앞서 EU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월부터 외국인 입국을 제한해 왔다. 반면 미국은 EU 입국이 계속 제한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최근 하루에 4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EU의 미국인 입국 허용 불허 방침이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은 유럽산 항공기와 식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독일에 주둔 중이던 미군 병력 일부를 철거하기로 하는 등 유럽 국가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5일 “많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인 방문자를 받아들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EU와 경제, 관광 측면에서 교류가 많지만 확진자 수가 증가세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산유국들도 유럽 방문이 계속 금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EU 소속 국가 국민들의 입국을 허용하면 중국인의 EU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이번 잠정 입국 허용 국가 명단은 회원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최종 승인이 이뤄지면 29일 문서화되고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반군세력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조직에 현지 주둔 미군이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고, 살해 포상금까지 지급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 정찰총국(GRU)은 ‘29155부대’란 조직을 구성해 탈레반과 연계된 무장조직과 접촉해 미군이나 연합군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고, 살해하면 포상금까지 지급해 왔다. 미 정보당국도 관련 내용을 파악했고, 실제 러시아로부터 포상금을 받은 무장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아프간에서 사망한 20명의 미군 중 실제 러시아의 사주로 살해된 이가 몇 명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 정보당국은 이런 내용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3월 말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은 러시아에 외교적 방식으로 항의를 하거나 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러시아에 대한 맞대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선거캠프의 주요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과 접촉해 ‘러시아 내통설’이 제기됐는데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러시아 봐주기’ 의혹이 나온 셈이다. 당장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이런 의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선) 그(트럼프)의 대통령직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위한 선물이었지만, 이건 도를 넘어선 것이다”며 “아프간과 다른 해외 지역에서 복무 중인 모든 미군 가정에 대한 배신이다”고 비난했다. 2016년 미 대선에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주)도 “트럼프는 러시아가 아프간의 미군들을 죽이고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푸틴과 친하게 지내고, 그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하려 했다”고 비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서아프리카 베냉 인근 해역에서 참치잡이 어선을 타고 조업 중이던 한국인 선원 5명이 24일(현지 시간) 오후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25일 외교부와 영국 해상정보 관련 매체인 ‘드라이어드 글로벌’에 따르면 이날 베냉 코토누 항구로부터 111km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994t급 어선 ‘파노피 프런티어’호를 타고 조업하던 한국인 선원들은 오후 3시 40분경 무장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배에 탑승한 선원 30명 가운데 간부급 인력인 한국인 5명과 가나인 1명이 납치됐다. 드라이어드 글로벌은 “이들이 쾌속정을 타고 접근했고, 나이지리아 해역 방향인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선원들의 안전 여부와 무장 괴한들의 신원, 소속, 국적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되지 않은 선원들은 모두 가나 국적으로 현재 가나로 복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와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며 “국내 관계기관 및 주재국 관계 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하여 우리 국민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활동 중인 어선들의 안전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초에도 가봉 인근 해역에서 새우잡이 조업 중 한국인 1명을 포함한 6명이 해적 세력에 피랍됐다가 풀려난 바 있다. 최근 해적들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번히 출몰하고 있다. 베냉 코토누항 인근에서는 올해에만 납치 사건이 7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청해부대가 파견되는 등 대(對)해적작전이 활발한 동아프리카 해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안 관리가 느슨한 서아프리카 지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소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외국 어선을 노리는 무장 세력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한기재 기자}
미국 내 인종차별 항의시위 과정에서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과잉 진압으로 비판받아온 경찰이 지난달 30일 워싱턴주 시애틀 집회에 참석한 7세 흑인 어린이의 얼굴에 최루액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가디언에 따르면 흑인 남성 만도 에이버리씨는 7세 아들과 당시 시애틀 도심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 참석했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경찰이 갑자기 최루액을 발사하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에이버리씨의 아들 얼굴 역시 최루액으로 범벅이 됐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울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돕기 위해 일부 시위대는 아이의 얼굴에 우유를 붓고 물도 건넸다. 하지만 경찰 및 구급요원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에이버리씨는 “경차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용됐다. 그런데도 아이를 돕지 않고 어떻게 밤에 잠을 잘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그는 “아들이 아직도 턱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있다”며 최루액을 뿌린 경찰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당시 시위 영상을 촬영하던 헤어 스타일리스트 에반 흐레하씨의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그는 최근 “경찰의 눈을 레이저 포인터로 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풀려났다. 흐레하씨의 변호사는 “레이저포인터를 쓴 적이 없다. 경찰의 과잉진압 동영상을 올려 미운 털이 박힌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이 가혹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식 훈련과 관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16년 국제엠네스티 미국 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수백 명의 미 경찰이 이스라엘 현지에서 훈련을 받고, 이스라엘군 장교가 미국에 와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주요 주 경찰이 모두 이스라엘에서 훈련을 받았다. 다만 과잉진압 논란이 거세지자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램 경찰은 이스라엘 군대 훈련을 금지했다고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모니터가 전했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55)을 폭행한 전남편의 인터뷰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은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더선’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주요 여성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줬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선은 12일(현지 시간) 1면에 ‘JK를 때렸지만 미안하지 않다’는 제목이 담긴 롤링의 첫 남편 조르즈 아란치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롤링이 10일 가정폭력 경험을 고백한 수필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아란치스를 만났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속적인 학대는 아니었다.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롤링은 1992년 포르투갈인 아란치스와 결혼해 이듬해 딸 제시카를 낳았지만 곧 이혼했다. 2001년 영국 마취과 의사 닐 머리(49)와 재혼해 1남 1녀를 더 낳았다. 해리포터는 재혼 전 싱글맘이었던 롤링이 딸에게 들려주려던 얘기에서 착안한 소설이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반(半)관영 메르통신에 따르면 12일 로하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적 대화는 물론이고 국제기구의 법적 조치까지 취해 원유수출 대금을 조속히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물품의 구입까지 금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규제를 철폐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원유수출 대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두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 결제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중단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 지원조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해당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현지에서는 계속된 서방의 제재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유가 사태까지 맞아 극도의 재정난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 내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 대금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다. 반(半)관영 메르통신에 따르면 12일 로하니 대통령은 중앙은행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적 대화는 물론, 국제기구의 법적 조치까지 취해 원유수출 대금을 조속히 받아내라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이 의약품 같은 인도적 물품의 구입까지 금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 빨리 규제를 철폐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는 약 7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의 원유수출 대금이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이란의 교역은 두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 결제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를 중단했고, 지난해 9월에는 이란중앙은행을 국제테러 지원조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두 은행은 해당 계좌의 운용을 중단했다. 현지에서는 계속된 서방의 제재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한 이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유가 사태까지 맞아 극도의 재정난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의약품 등 구입을 위해 동결자금 규모가 큰 한국을 압박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K 롤링(55)을 폭행한 전 남편의 인터뷰 기사를 1면에 크게 실은 영국 타블로이드매체 ‘더선’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주요 여성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가정폭력을 행사한 남편이 반성조차 하지 않는데도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해줬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선은 12일(현지 시간) 1면에 ‘JK를 때렸지만 미안하지 않다’는 제목이 담긴 롤링의 첫 남편 조지 아란테스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롤링이 10일 가정폭력 경험을 고백한 수필을 발간한 것을 계기로 아란테스를 만났다. 그는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지속적인 학대는 아니었다. 사과할 의사는 없다”고 주장했다. 롤링은 1992년 포르투갈인 아란테스와 결혼해 이듬해 딸 제시카를 낳았지만 곧 이혼했다. 2001년 영국 마취과 의사 닐 머리(49)와 재혼해 1남 1녀를 더 낳았다. 해리포터는 재혼 전 싱글맘이었던 롤링이 딸에게 들려주려던 얘기에서 착안한 소설이다. 야당 노동당의 제스 필립스 의원은 CNN에 “더선의 태도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더선은 “가정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비판 여론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감염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어 ‘2차 팬데믹(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 시간) 전했다. 지난달 봉쇄 조치를 완화한 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 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주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감염자 수가 지난주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이달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2차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봉쇄조치를 완화한 이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지난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이란도 지난달 말부터 모스크 예배 허용 등 봉쇄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재확산을 맞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 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 중이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선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9일 오후 5시(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도심의 엘모한데신 지역은 한산했다. 거리의 카페와 식당 문은 대부분 굳게 닫혀 있었다. 내부 공사를 하느라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에 쌓아둔 가게도 있었다. 한눈에도 한동안 영업을 하지 않기로 계획을 세운 것처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대부분의 현지 식당과 카페에서 포장과 배달 판매는 적극적으로 하는 것과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엘모한데신 지역은 카이로의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과 국립박물관으로부터 차로 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같은 걸프 지역 산유국에서 유명해지고 있다. 보수적인 걸프 국가의 20, 30대들이 ‘자유’를 즐기기 위해 이집트에 오면 엘모한데신 지역을 ‘베이스캠프’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이곳의 카페, 식당, 클럽은 물론이고 인근의 외국인용 임대아파트는 걸프 국가에서 온 20, 30대들로 붐빈다. 이들 중 다수는 물가가 저렴한 데다 언어가 통하는 이집트에 장기간 머물며 술, 춤, 자유로운 복장을 즐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집트와 주요 산유국이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고, 입·출국을 대폭 제한하면서 엘모한데신 상권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지역의 유명한 시리아 식당인 ‘아부 아마르’에서 샤와르마(중동식 샌드위치)를 포장하던 종업원은 “요즘 경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걸프 국가에서 관광객이 몰려와야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방역 기준을 완화한 뒤 사우디에서 나타나는 상황을 보면 걸프 국가의 관광객들로 다시 이 거리가 붐비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 봉쇄 완화 사우디 성적표 ‘처참’이집트를 포함한 아랍권 국가들은 최근 지역 중심 국가인 사우디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사우디가 본격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 완화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웃 이란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3월부터 △국제선 운항 금지 △주요 도시 24시간 통금 △일부 확산지역 전면 봉쇄 △모스크 폐쇄 등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했다. 그리고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올해는 4월 24일∼5월 23일)을 계기로 서서히 봉쇄를 완화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부터는 △메카를 제외한 전 지역 이동제한령 해제 △모스크 예배 허용 △국내선 운항 재개 △직장 출근 허용 등을 시행했다. 이후 다른 아랍 국가에서는 사우디처럼 서서히 봉쇄 완화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집트에선 “정부가 사우디의 봉쇄 정책 완화를 참고해 봉쇄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봉쇄 조치 완화 이후 사우디가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하다. 이달 6일부터 9일까지 매일 신규 확진자 수 3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수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오랜 봉쇄 조치로 경기가 침체되고 국민 불만이 쌓이자 봉쇄를 푼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사우디는 다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제2의 도시인 남동부 항구도시 지다 지역에 대해 6일부터 2주간 통행금지와 모스크 폐쇄 같은 봉쇄 조치를 재개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면 수도 리야드를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도 봉쇄 조치를 다시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동 내에서 보건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로 평가받는 UAE는 최근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의 국제공항 3곳에서 경유와 환승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제선 운항 재개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나라 안팎에선 코로나19의 재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여전히 500∼600명대를 기록 중이다. 보건장관이 ‘코로나19와의 공존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집트도 지난달 28일부터 매일 1000∼15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0만 명당 검사 건수가 1321건에 불과할 정도로 검사 빈도가 떨어져 실제 확진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집단감염 주범, 외국인 노동자 숙소사우디 등 산유국의 확산세가 심각한 주요 원인으로는 외국인 노동자 관리 실패가 꼽힌다. 대부분 산유국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필리핀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건설, 환경미화, 단순 서비스업 등 일을 맡긴다. 이들은 보통 월 수백 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환경이 열악한 집단거주 시설에서 생활한다. 집단감염이 이뤄지기 쉬운 여건인 것이다. 걸프 산유국에서 근무하는 한 기업인은 “외국인 노동자 숙소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은 어느 정도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소규모 숙소는 방치된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안이한 위기의식도 확산세를 부추기고 있다. 감염자가 급증하며 지금은 대부분 국가가 마스크 착용 관련 규정을 마련했지만 3, 4월까지는 마스크를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이집트에서는 4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카이로의 공사장을 지나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일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직접 현장 관리자들을 불러 “왜 노동자들이 마스크를 안 썼느냐”고 강하게 질책했을 정도다. 각종 모임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도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안정적이었던 산유국 정상들의 리더십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수요 감소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 산유국의 재정수입도 하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산유국들의 복지가 축소되고, 개발 프로젝트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우디의 경우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초 부가가치세를 5%에서 15%로 높이기로 했다. 공무원 생활보조금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불만은 커지는 분위기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사우디를 중심으로 걸프 산유국들은 왕실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민 불만을 해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저유가 상황에서는 이런 여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코로나19로 비산유국 성장동력 ‘흔들’비산유국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석유나 천연가스가 거의 나지 않는 이집트, 튀니지, 레바논, 요르단 등은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다. 해외 투자 유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이동제한으로 관광산업이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 국가들의 성장 동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레바논은 3월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놓여 있다. 이집트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신속금융제도(RFI)를 통해 27억7000만 달러(약 3조3021억 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았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사정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젊은 세대들의 일자리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이집트(32.4%), 요르단(36.7%), 튀니지(34.8%)의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30%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이들 국가의 20, 30대가 선호하는 산유국의 일자리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과 외국인 인력 관리의 어려움에 직면한 산유국들이 향후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명문 카이로대를 졸업한 뒤 UAE 등 걸프 국가에서 교사 자리를 찾고 있는 한 20대 이집트인은 “이미 산유국의 일자리는 많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자국민 채용을 훨씬 강조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어떤 후폭풍이 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주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란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한때 감소했다가 다시 급증하는 ‘2차 확산’ 현상이 발생했다. 9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월 19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란에서는 3월 30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3186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일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800명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신규 확진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24일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끝난 후 정부가 관광지 및 종교 시설을 대거 개방한 이후 급증했다. 이달 1∼5일에는 매일 3000명 내외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4일 신규 확진자 3574명은 일일 최고치다. 이란 정부는 “검사를 늘리는 바람에 확진자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디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 이하였던 것을 고려하면 검사 확대만으로는 신규 확진자 급증을 설명할 수 없다며 2차 확산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이 넘은 57개국 가운데 2차 확산이 벌어지고 있는 국가는 이란이 처음이다. 9일 현재 이란의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7만3832명, 8351명이다.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이란은 중동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겪었다. 사태 초기인 2, 3월에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등 인근 국가의 초기 감염자 상당수가 이란에 성지순례를 다녀온 후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 ‘중동의 코로나19 진원지’란 오명도 얻었다. 이에 이란은 신정일치 국가이자 시아파 종주국임에도 ‘모스크 폐쇄’란 극단적 조치까지 단행하며 대대적인 방역에 나섰다. 4월 한때 확산 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라마단이 끝난 후 이런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다. 서방의 오랜 제재와 경제 상황 악화로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방역을 완화한 것 또한 2차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란 현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다시 봉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5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4만9000여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 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조유라 기자}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 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테그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4일 기준)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 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4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3만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 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3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최 교수는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다”며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이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후 사실상 9년째 내전 상태인 리비아에 이웃 튀니지의 훈련부대를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러시아가 리비아 동부를 점령한 군벌 리비아 국민군(LNA)에 미그-19 및 수호이(SU)-24 전투기 14대를 지원하며 노골적으로 지원하자 맞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에 따르면 이 부대 스티븐 타운젠드 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이메드 하즈기 튀니지 국방장관과 통화하며 “러시아가 리비아 분쟁의 불씨를 계속 부채질해 북아프리카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튀니지와 상호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우리의 안보군보조여단을 활용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 안보군보조여단은 소규모 훈련 및 지원부대로 전투가 주 임무는 아니다. 하지만 이 부대가 리비아에 파견되면 러시아에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군은 지난달 26일 러시아 전투기가 리비아 중부 알주프라 공군기지에 배치됐다고도 공개했다. 러시아는 카다피 사후 지상전을 치르는 용병부대, 최첨단 전투기를 배치하며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미국은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하는 등 탈(脫)중동에 주력해 왔다. 그럼에도 북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이자 지중해와 유럽의 길목에 위치한 리비아의 지정학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어 지상군 파병 카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겉으로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 통합정부(GNA)를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밝히면서도 물밑에선 유전지대를 대부분 장악한 LNA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LNA를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77)은 한때 카다피의 측근이었지만 후계 구도 등을 놓고 사이가 틀어진 후 상당 기간 미국에서 지내 미국과 교분이 두텁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가 시리아에서처럼 리비아에 대규모 군사기지를 세우고 이곳에 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서방국가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그레고리 헤드필드 준장은 “러시아가 리비아에 영구적 기반을 마련하고, 장거리 미사일까지 배치한다면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우려했다.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도 리비아의 풍부한 석유를 이유로 호시탐탐 리비아에 개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카다피 사후 GNA는 이슬람 원리주의, LNA는 세속주의를 내세우며 내전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각각 오스만제국 시절과 20세기 초 리비아를 지배했던 터키와 이탈리아는 GNA를 지원했다. 반면 GNA의 보수주의와 터키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사우디, UAE, 이집트, 프랑스는 LNA를 지지하고 있다. 중동 외교소식통은 “원유, 지정학적 중요성을 넘어 향후 지중해 천연가스전 발굴 및 개발과 안정적인 유통 경로 확보 측면에서도 리비아는 포기하기 힘든 나라”라며 “당분간 리비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