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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명에 육박하는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향후 10년여에 걸쳐 은퇴함에 따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상당 폭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인구는 954만 명이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705만 명)보다 인구가 많아 단일 세대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현재 60대 고용률(지난해 기준 58.3%)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시작되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11년간 경제성장률이 연간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1차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하락 폭 추정치(―0.33%포인트)보다 크다. 200만 명 이상 많은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함에 따라 성장 잠재력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은은 2차 베이비부머가 이전 세대에 비해 근로 의지가 높은 만큼, 현재보다 60대 고용률이 상승해 성장률 감소 폭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최근 10년간 60대 고용률 증가세를 반영해 60대 고용률이 2023년 기준 58.3%에서 2034년 66.0%로 상승하는 것으로 상정한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경제성장률 감소 폭이 ―0.24%포인트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수행한 이재호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경제 성장이 본격화한 시기에 자란 2차 베이비부머는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 및 자산 여건이 양호해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도 크다”며 “이들의 은퇴로 인한 성장률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 등 고령층 고용 연장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이 1년 전보다 9조 원 넘게 덜 걷혔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진도율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5%포인트 이상 부족함에 따라 세수 부족 ‘조기 경보’를 내고 자체적으로 세수를 다시 추계하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세수 부족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기획재정부가 28일 발표한 ‘5월 국세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세수입은 15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 원 이상 덜 걷혔다. 전체 예상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 비율인 세수 진도율은 41.1%로 최근 5년 평균(47%)보다 5.9%포인트 낮았다. 정부는 5월 기준 국세수입 5년 평균 진도율과 해당 연도 진도율이 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조기경보를 울려 세수를 다시 추계한다. 정부가 세수 부족을 이유로 조기경보를 발령한 건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기재부는 지난해 5월 세수가 큰 폭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자 조기경보를 내고 세수를 재추계해 9월 발표했다. 기재부 세제실은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와 함께 올해 세수를 다시 추산할 방침이다. 정부는 세수가 부족할 경우 편성된 예산의 불용액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 윤수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우선 자체적으로 세수 부족분 규모를 파악한 뒤 향후 대응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월까지 누적 세수가 대폭 줄어든 건 법인세 수입 감소 영향이 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기업 실적 저조로 이 기간 법인세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조3000억 원 줄었다. 특히 법인세 납부 1, 2위 기업이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적자를 겪으며 올해 법인세로 0원을 신고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법인세 납부도 저조했다. 윤 과장은 “통상 중소기업은 4, 5월에 법인세를 납부하는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신고한 만큼 세금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았다”며 “경정청구 등으로 이미 낸 세금을 환급받아간 기업이 많았던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대학생 이모 씨(21)는 올 초부터 용돈 벌이를 위해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주 4일 일하고 있다. 근무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단 3시간. 이 일을 하기 위해 출퇴근에만 왕복 2시간을 쓴다. 최근 그는 점주에게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줄 여력이 없어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 씨는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는 데다 몇 군데 면접을 봐도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며 “지금 일하는 곳은 아르바이트가 처음인 사람도 받아줘서 근무 시간이 아쉬워도 그냥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 씨처럼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청년 초단시간 취업자가 지난달 45만 명에 달해 역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열에 아홉 이상이 임금근로자로, 이들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고 연차휴가, 퇴직금 및 각종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어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얼어붙은 내수에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쪼개기 고용을 늘리고, 그 피해를 청년들이 보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본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주 15시간 미만 20, 30대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전(38만2300명)보다 17.0% 늘어난 44만72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후 모든 달을 통틀어 역대 가장 많다. 반면 지난달 20, 30대 전체 취업자는 91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오히려 1.0% 줄었다. 청년 일자리는 줄고 있는데 쪼개기 고용으로 질 나쁜 일자리만 늘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에서 초단시간 취업자가 늘어나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인적자본 저하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는 영세 업주들은 직원 관리 등의 어려움을 감수하고 ‘쪼개기 고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층에서 초단시간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기술을 배우고 인적자본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초단시간 일자리를 전전하면 단순 노동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지고 평생 소득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사장은 인건비에 ‘쪼개기 고용’… 청년은 더 일하고 싶어도 못해[청년도 사장도 고달픈 ‘쪼개기 알바’]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에 시름… 수당 부담에 ‘주15시간미만 고용’초단시간 근로자 지난달 192만명… 최저임금 급등한 2018년부터 급증20대 32만4600명… 역대 가장 많아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하는 40대 이모 씨는 아침과 낮에만 편의점에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엔 아르바이트생을 쓴다. 그가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총 7명.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 14시간 단위로 사람을 쓰다 보니 아르바이트생이 많아졌다. 이 씨는 “한 명이라도 사정상 못 나오게 되면 사장인 내가 대신 나와야 한다. 여러 명을 관리해야 하는 고충이 크지만 인건비 부담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청년 초단시간 취업자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건 고금리, 고물가 여파에 내수 산업에 종사하는 영세 상인들의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이라도 아끼려 종업원들의 근로시간이 15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누적된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이 커져 쪼개기 근로가 계속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쪼개기 고용 늘리는 최저임금의 역설 본보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전(154만7400명)보다 24.3% 늘어난 192만4000명이었다.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긴 올 2월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연령별로 보면 20대 초단시간 취업자는 1년 새 7.0% 늘어난 32만46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고, 30대는 55.7% 급등한 12만2600명으로 역대 네 번째였다. 이 밖에 40대, 50대, 60세 이상 역시 1년 새 30% 안팎 늘었다. 업종별로 보면 20, 30대 초단시간 취업자 10명 중 4명(38.7%)이 숙박 및 음식점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어 교육 서비스업(18.9%), 도매 및 소매업(14.6%) 등의 순이었다. 대부분이 최근 내수가 얼어붙으며 침체를 겪고 있는 업종이다. 정부는 5월 경제활동 인구 조사 기간에 휴일이 포함되며 취업 시간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초단시간 일자리는 최저임금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 2018년 이후 본격적인 오름세를 보여왔다. 월평균 100만 명을 밑돌던 초단시간 취업자는 최저임금이 급등한 2018년 전년보다 14.1% 늘어나며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겼다. 이후에도 매년 늘어 올 1∼5월엔 월평균 175만1000명의 초단시간 취업자가 생겨났다. ● 자영업자 1년 새 11만 명 ↓ 고령층, 워킹맘 등을 중심으로 초단시간 일자리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청년층이 숙련도를 쌓기 어려운 초단시간 일자리에 몰리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짧은 시간 일하면서도 더 많이 일하길 원하는 청년들은 점점 느는 추세다. 지난달 15시간 미만 일한 청년 중 더 많은 시간 일하길 원했다고 응답한 20, 30대는 7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명 늘었다. 36시간 미만 일한 청년 중에서도 25만2000명이 더 일하길 원했다고 했다. 1년 전보다 8.8% 늘어난 규모다.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더 많이 일하길 원한 사람은 넓은 의미의 실업자로 분류된다. 영세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관리할 직원이 늘어나는 상황은 달갑지 않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폐업이 이어질 만큼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쪼개기 고용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자영업자 수는 56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1만 명(1.9%) 줄었다. 자영업자는 2021년 10월부터 24개월간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올 2월부터는 4개월 연속 줄고 감소 폭도 확대되고 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5조 원 규모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마련한다. 요소와 리튬 등 정부가 수급을 집중 관리하는 ‘경제 안보 품목’도 200개에서 300개로 늘린다. 27일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1차 공급망 안정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부처별로 나뉘어 있던 공급망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이날부터 시행된 공급망안정화법에 따라 설치됐다. 정부는 핵심 품목 수급 안정화를 위해 중국 등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안보 품목을 기존 200개에서 3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품목에 대해선 자립화,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정부 지원과 모니터링을 집중한다. 핵심 품목의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사업자에 대해선 올해 8월부터 5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공급망기금을 우선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경제 안보 품목 공급망 안정화 계획을 소관 부처에 제출해 인정받은 사업자를 ‘선도사업자’로 선정하고 정부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한편 한미일 3국 산업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한미일 산업장관회의를 열고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분야 공급망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은 성명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분야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한다”고 밝혔다. 성명문에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전략 품목의 특정 공급원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무기화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최근의 비시장적 조치는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핵심 광물 공급망에 중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등 중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도 담겼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이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일차전지를 만드는 공장 10곳 중 8곳도 연면적 기준에 미달해 중점관리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리셀 측이 22일에도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이번 사건이 총체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2024년 5월 전국공장등록현황’에서 리튬 등 일차전지 제조업(28201)으로 분류된 공장 32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7곳(84.3%)은 연면적이 ‘3만 ㎡ 이하’여서 각 소방서에서 관련법에 따라 심의를 거쳐 지정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점관리 대상에 포함되면 매년 관할 소방서의 계획에 따라 화재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소방특별조사나 점검도 받는다. 하지만 일차전지 업체 대부분이 중점관리 대상이 아닌 탓에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연면적이 약 2300㎡에 불과한 아리셀 공장도 중점관리 대상 심의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아리셀 측은 자체 점검만 한 뒤 최근 3년 동안 ‘이상 없음’으로 소방당국에 통보했다. 특히 건축 면적이 500㎡ 미만인 공장은 산업집적법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의무조차 없다. 이에 미등록 일차전지 업체는 현황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이차전지에 비해) 규모가 작은 일차전지는 정책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현황을 집계하지 않았다”며 “고용보험 가입 기준으로 확인된 일차전지 제조업체 500여 곳에 대해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아리셀 공장에 보관 중이던 군용 배터리가 폭발하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용 배터리가 일반 배터리보다 용량이 커 폭발·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경찰은 아리셀 측이 규정에 맞게 보관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박 대표에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화성에만 배터리 공장 18곳… 소방당국-업체 전용 진화장비 ‘0’[화성 리튬전지 공장 참사]리튬전지 공장 ‘소방안전 사각지대’청주 29개-구미 24개-충주 16개… 방화벽 등 국제기준, 국내서는 외면“불나면 전소할 때까지 볼 수밖에”… ‘열폭주’ 법안, 국회서 논의도 안돼리튬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의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사망한 가운데 국내 일차·이차전지 공장 상당수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화성시뿐만 아니라 충북 청주 등지에도 리튬전지 공장들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아 동시다발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까지 감안해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화재 공장 옆 건물에도 리튬 2t 보관 25일 찾은 아리셀 공장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구조였다. 특히 불이 난 3동(공장)에서 불과 10m 떨어진 8동엔 배터리 완제품을 30만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리튬 2t이 있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8동으로 불이 옮겨붙었으면 리튬을 저장하는 탱크가 터졌을 것”이라며 “(소방관들이 뿌리는) 소화용 물이 리튬에 닿았다면 초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리튬 등 일차·이차전지 공장은 현재 화성시에만 18개가 건립됐다. 충북 청주(29개), 경북 구미(24개), 충북 충주(16개) 등 일부 산업도시에도 밀집해 있다. 반면 리튬전지 공장 밀집 지역에서 불이 나도 뾰족한 진압책이 없는 상황이다. 리튬전지는 물과 결합하면 수소가 발생해 더 큰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른 모래 등 특수한 진압 시스템이나 금속화재 소화약제 등 전용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리셀 공장이 있는 전곡산업단지 등 화성 일대에는 소방당국과 업체 측 모두 전용 진화 장비가 없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등록한 일차전지 공장의 84.3%가 연면적 기준 미달로 소방당국의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처 방안이 없다 보니 리튬전지 화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차전지 업체 비츠로셀의 충남 예산 공장도 2017년 4월 화재로 전소되기도 했다. 당시 공장과 가까운 아파트 유리창 30∼40개가 파손됐고,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유해물질인 아황산가스를 마신 주민들은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비츠로셀은 공장을 재건하면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적용하며 특수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배터리를 옮길 때 사용하는 트레이를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소재로 사용하는 등 안전설비를 대폭 강화했다.● “중소기업은 안전시설 갖추기 어려워” 생산 현장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는 공장도 많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90분의 내화 성능(화재에 견디는 성능)을 가진 방화벽 △20m 안전거리 확보 등을 통해 리튬전지를 분산 보관하는 게 국제 표준이다. 그러나 전곡산업단지 입주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일차전지 업체는 중소기업이 많아 화재 대응 능력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리셀 공장도 연면적이 2300㎡에 불과해 3만 ㎡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화재안전 중점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은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꾸며놓지만, 중소기업은 갖출 수가 없다”며 “한번 불이 나면 전소할 때까지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리셀) 근방의 다른 일차전지 업체들도 2010년대 중반 화재로 줄도산했다”고 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는 각종 규제에 따라 보호장치를 다수 적용하지만, 일차전지는 안전기준 등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거나 수입할 때 안전성 인증을 받게 하고 성능 시험에서 배터리 제조사에 핵심 부품 결함조사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배터리 제조 과정 관련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21대 국회에서 ‘열 폭주’ 현상에 대비해 소방 훈련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 소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일차전지와 관련한 화재 방지나 안전 강화 법률은 발의되지 않고 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화성=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전국 배 소매 평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金)배’가 된 배를 포함해 사과 등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배(신고·상품) 10개당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6만5390원으로 집계됐다. 배 10개당 가격이 6만5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같은 기준 배 가격이 2만8014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3배로 폭등했다. 배 소매가격은 이달 7일 6만670원으로 6만 원 선을 넘어선 뒤 17일 6만2750원으로 계속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배를 포함한 국내 과일 가격 전반이 오르는 추세다. 6월 초까지 3만1000∼3만2000원 선을 유지했던 사과 10개당 전국 소매 평균 가격은 이달 7일부터 현재까지 3만3000원 선을 넘어서고 있다. 5월 신선과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64.9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5% 치솟았다. 문제는 과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충남, 충북을 시작으로 경기와 강원, 경북, 전북까지 과수 화상병 피해가 번지고 있고 최대 배 산지인 전남 나주에서는 곰팡이균인 흑성병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6월호 과일’ 보고서에서 “초가을 전까지 배와 사과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1%, 21.3%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일값이 인상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 중 할당관세 등을 통해 수입 과일 4만 t 이상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농산물은 배추와 무 비축분 1만5000t을 포함해 정부 가용 물량 2만8000t을 확보해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응할 계획이다. 또 경유와 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보조금 지급을 2개월 연장해 8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버스·택시·화물차·연안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는 L당 1700원 초과분의 50%, CNG는 ㎥당 1330원 초과분의 50%를 각각 183.21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날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국 배 소매 평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金)배’가 된 배를 포함해 사과 등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보이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배(신고·상품) 10개당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6만5390원으로 집계됐다. 배 10개당 가격이 6만50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 같은 기준 배 가격이 2만8014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3배가 폭등했다. 배 소매가격은 이달 7일 6만670원으로 6만 원 선을 넘어선 뒤 17일 6만2750원으로 계속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배를 포함한 국내 과일 가격 전반이 오르는 추세다. 6월 초까지 3만1000~3만2000선을 유지했던 사과 10개당 전국 소매 평균 가격은 이달 7일부터 현재까지 3만3000원 선을 넘어서고 있다. 5월 신선과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64.97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5% 치솟았다.문제는 과일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충남, 충북을 시작으로 경기와 강원, 경북, 전북까지 과수 화상병 피해가 번지고 있고 최대 배 산지인 전남 나주에서는 곰팡이균인 흑성병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6월호 과일’ 보고서에서 “초가을 전까지 배와 사과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1%, 21.3%씩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과일값이 인상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 중 할당관세 등을 통해 수입 과일 4만t 이상을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농산물은 배추와 무, 비축분 1만5000t을 포함, 정부 가용 물량 2만8000t을 확보해 여름철 수급 불안에 대응할 계획이다.또 경유와 압축천연가스(CNG) 유가 연동보조금 지급을 2개월 연장해 8월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버스·택시·화물차·연안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는 L당 1700원 초과분의 50%, CNG는 ㎥당 1330원 초과분의 50%를 각각 183.21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한편, 한국전력은 이날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킬로와트시) 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전기요금이 3분기(7∼9월)에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 자제 방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3분기에 적용될 연료비 조정단가를 21일 공개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단기 에너지 가격의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최근 3개월간의 석탄, 유류, 천연가스 등 연료 가격에 따라 결정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현재는 최대치인 +5원을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도 같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3조 원(연결 기준)의 적자가 누적돼 있기 때문이다. 총부채는 203조 원으로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 원을 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요금은 민생과 직결된 만큼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북, 전남 등 전국 8개 시도가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등이 주어지는 기회발전특구로 처음 지정됐다. 정부는 총 200여 개 기업이 40조 원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하는 등 추가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20일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20일 포항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서 제9차 지방시대위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1차 기회발전특구 지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비수도권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기회발전특구 추진 방안’을 확정하고 각 시도로부터 특구 지정 신청을 받았다. 이날 위원회에선 총 18개 산단이 특구로 지정됐다. 이번에 지정된 특구에는 경북 구미국가산단, 전남 광양·여수·순천산단 등이 포함됐다. 구미의 경우 반도체·이차전지·방산 기업들이 입주하며 면적은 약 188만 ㎡(축구장 약 264개 넓이) 규모로 조성된다. 광양·여수·순천산단은 약 155만 ㎡ 규모로 이차전지 소재 관련 기업들이 유치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된 기회발전특구에는 200여 개 기업이 26조 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정 전 투입된 14조5000억 원을 포함하면 약 40조5000억 원의 투자가 유입되는 셈이다. 투자 기업들에는 지난해 10월 확정된 세제 및 재정 지원이 제공된다. 당시 정부는 특구 내 사업장 신설 시 법인세 감면 등을 결정한 바 있다. 약 1조 원을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A기업의 경우 향후 법인세를 7년간 1500억 원, 지방세는 5년간 약 120억 원을 감면받고, 추가로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50억 원을 지원받아 총 1770억 원의 세제·재정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위원회에선 기회발전특구 투자 기업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도 확정됐다. 기회발전특구에 이전하는 기업의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업 요건을 연 매출 1조 원 미만으로 늘린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는 연 매출 5000억 원 미만 기업에만 적용된다. 또 공제 한도는 기존 최대 6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이르면 7월 말 발표되는 세제 개편안에 포함할 방침이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지난해 맞벌이 가구 수가 처음으로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맞벌이 부부 비율도 50%에 육박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 회복 과정에서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한 데다 고용시장이 살아나면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취업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7∼12월) 지역별 고용조사―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맞벌이 가구는 1년 전보다 26만8000가구 늘어난 611만5000가구였다. 전체 배우자가 있는(유배우) 가구 중 맞벌이 가구 비중도 전년 대비 2.1%포인트 높아진 48.2%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맞벌이 가구는 자녀의 연령이나 수와 관계없이 증가했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유배우 가구의 56.8%가 맞벌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막내 자녀가 6세 이하인 유배우 가구의 맞벌이 비중도 51.5%로 전년(47.6%)보다 3.9%포인트 상승하며 절반을 넘겼다. 육아 부담이 큰 어린 자녀를 둔 경우에도 맞벌이가 늘고 있는 셈이다. 자녀 수가 1명인 경우는 맞벌이 비중이 57.2%, 2명일 때는 57.0%였다. 자녀가 3명 이상인 경우에도 맞벌이 비중은 53.1%로 절반이 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6세 이하 맞벌이 비중이 50%를 넘긴 건 처음”이라며 “지난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여성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인 가구 738만8000가구 중 취업 가구는 467만5000가구로 취업 가구 비중은 63.3%였다.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였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중국이 최근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이유로 요소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내 업계가 중국산 요소 의존도를 10%대까지 줄인 상태라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인한 영향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중국 화학비료업계 분석가 탄쥔잉(譚俊英)은 온라인 플랫폼 중페이왕(中肥網)에 15일 올린 보고서에서 “중국 내 공급 보장 및 가격 안정화 정책에 따라 요소 수출이 일시적으로 긴축됐다”고 밝혔다. 중국은 2021년 요소 수출을 돌연 중단해 국내에서 ‘요소수 대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수출을 제한했다가 올해 4월 중순 이를 풀었던 중국이 최근 다시 수출 중단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요소 수입처가 다변화함에 따라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88.1%에 달했던 중국산 요소 비중은 올해 1∼5월엔 13.0%까지 낮아졌다. 그 대신 베트남(62.5%), 카타르(11.6%) 등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대폭 늘었다. 특히 베트남 요소 수입 비중은 지난해까지 10% 이하였지만 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롯데정밀화학 등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산 수입 물량을 크게 늘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내 수급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수출 제한을 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현재는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져 중국 물량과 관계없이 대체가 충분히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 조치는 최근 급등한 중국 내 요소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차원으로 알려졌다. 탄쥔잉도 보고서에 “최근 요소 동향은 여전히 국내 수급 상황과 변화 여부에 좌우된다”고 적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정부가 올해 반도체 수출액 목표를 1300억 달러(약 179조 원)로 당초 정해둔 목표에서 100억 달러 상향 조정했습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정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수출 목표도 높여 잡은 겁니다. 정부는 9월 미국의 금리 인하가 맞물린다면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IT) 제품 교체 수요도 함께 늘어 더욱 확실한 수출 증가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17일 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13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황이 좋으면 1300억 달러 후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초 정부는 지난해 실적(975억8300만 달러)보다 20% 이상 높은 1200억 달러를 목표로 삼았는데, 5개월여 만에 목표를 더 높여 잡은 겁니다. 수출 1위 산업인 반도체는 올해 정부의 수출액 목표 7000억 달러 달성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5월까지 반도체 수출 증가세는 정부 예상을 뛰어넘은 수준입니다. 1∼5월 누적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2.5% 증가한 523억2200만 달러입니다. 월평균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셈인데요. 특히 AI 확산에 따른 ‘깜짝 수요’가 발생했습니다. 엔비디아, 애플 등 IT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었습니다. 정부와 반도체업계는 9월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스마트폰과 PC 등 개인용 IT 제품 수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1회로 줄이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금리 인하로 인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D램 주요 수요처인 중국 시장이 살아날지도 변수입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은 국내 기업의 주력 수출 품목인데요. 산업부 관계자는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등의 최대 수요자인 중국의 향후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반도체 수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박모 씨(64)는 최근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서울 양천구 목동의 74㎡(약 22평) 아파트 때문에 상속세 약 1억7000만 원을 내게 됐다. 박 씨는 “세금을 내기 위해 자녀 결혼자금으로 모으던 적금을 깼다”며 “다른 재산 없이 어머니가 30년 넘게 살던 소형 아파트 1채를 물려받았을 뿐인데 억대 상속세를 내게 돼 황당했다”고 했다. 현행 상속세 제도가 2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됨에 따라 박 씨처럼 예상치 못하게 상속세를 냈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속세는 2000년에 최고 세율을 기존의 45%에서 50%로 5%포인트 높이고 최고 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낮춘 이후 24년째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 기간 국민들의 소득과 자산은 대폭 늘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명목 기준)은 1997년 1173만1000원에서 지난해 4405만1000원으로 3.8배 늘었다.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5375만 원으로 10억 원을 넘겼다. 세무업계에선 통상 배우자 최소공제액 5억 원과 일괄공제 5억 원을 더한 10억 원을 넘어서는 상속재산은 상속세 납부 대상으로 본다. 이제는 서울에서 빚 없이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상속세를 내는 인원도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상속세 과세 인원은 1만5760명으로 2002년(1661명)보다 약 9.5배 늘었다. 상속세 총액도 늘고 있다. 2000∼2002년 3개년 평균 4630억 원이던 상속세는 2020∼2022년 평균 9조4680억 원으로 20.4배로 늘었다. 상위 10% 피상속인을 제외한 상속세 총액도 2018년 6550억 원에서 2022년 1조4890억 원으로 최근 4년새 2.3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도입된 상속세가 중산층을 대상으로 걷는 세금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상속세 공제 한도는 1290만 달러(약 179억 원)다. 부부 합산 358억 원까지는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셈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최고 세율과 낮은 과세표준으로 인해 상속세가 ‘자산가 세금’에서 ‘중산층 세금’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도시가스협회는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가스산업 유공자 표창으로는 삼천리 황양식 부장 등 6명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도시가스협회 가스인상은 코원에너지서비스 신중권 매니저, 서울도시가스 김헌주 부장, 경희대 김용래 교수 등 3명이 수상했다. 송재호 도시가스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우리 도시가스산업은 에너지 전환, 탄소 중립 및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향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향후 더 큰 도전과 기회가 있는 만큼 ‘제2의 창업’을 위한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산업부 최남호 차관,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 한국가스공사 최연혜 사장 등 정부, 국회, 유관기관 관계자 160여 명이 참석했다. 도시가스협회는 1984년 6월 설립돼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부가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자영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을 지원한다. 한계 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를 구제하고, 주요 선진국 대비 훨씬 높은 자영업 비중을 줄이기 위함이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 방향을 다음 달 초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발표되는 ‘역동경제 로드맵’에서 제시할 계획이다. 16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등은 ‘위기 자영업자 출구 전략’을 역동경제 로드맵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 감소와 고금리 등으로 한계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과도한 부채로 사업을 접지 못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폐업 지원안도 함께 검토된다. 정부 관계자는 “안정적인 임금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갚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원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지속하려는 자영업자에 대해선 현금성 지원보다 경쟁력 향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코로나19 등 위기 때마다 일회성으로 제공하던 현금 지원은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지원 등을 우선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인건비를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대신 무인화 시스템 도입을 도와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감을 돕는 식이다. 정부가 이 같은 자영업자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배경엔 선진국 대비 과도하게 높은 자영업 비중이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포함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7위 수준으로 미국(6.6%), 독일(8.7%), 일본(9.6%) 등의 2∼3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인공지능(AI)이 예측한 대로 결과가 잘 나와요? 불편한 점 있으면 언제든 알려줘요.” 지난달 31일 철강업체 KG스틸 충남 당진공장에서 이현주 GM(General Manager)은 이렇게 말하며 공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AI 도입 담당자인 그는 최근 공장에 도입한 퍼니스(철강 성형 장치) AI 예측 제어 시스템을 유지,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GM은 “AI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선 베테랑 현장 작업자들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다.● “AI 도입해도 고숙련 인력 필수” KG스틸은 2019년부터 공장에 AI를 도입해 비용을 줄이고 공정 효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퍼니스 예측 제어 시스템은 완성품의 품질을 예측하는 장비다. KG스틸 당진공장에선 원료인 철판을 내부 온도가 700∼800도까지 올라가는 퍼니스에 집어넣어 고객사가 원하는 강도와 물성을 가진 제품으로 가공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AI 예측 시스템은 퍼니스 내부 온도와 공정 속도를 측정해 완성품의 품질을 예측하도록 해준다. AI 도입 초기에는 현장 근로자들의 반대가 많았다. AI가 언젠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GM은 “AI는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지 인력을 대체하지 않는다는 걸 오랜 시간에 걸쳐 설득했다”며 “실제로 대체된 인력은 1명도 없다”고 했다. 이 GM은 AI에는 적용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고객사의 영업 상황에 따라 원하는 품질 수준이 다를 수 있다. 제품이 많이 팔릴 때는 품질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빠르게 생산해 공급하는 게 중요하고, 신제품을 생산하는 시기엔 평소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고객사마다 중시하는 품질 요소가 다를 때도 많다. 어떤 회사는 강도를 중요시하는 반면에 다른 곳은 가공성을 중요하게 보기도 한다. 이 GM은 “AI에 고객사의 성향과 요즘 업황이 어떤지를 곧바로 학습시키는 건 어렵다”며 “AI가 단순 업무를 대신해주고 사람은 AI가 할 수 없는 복잡한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AI 학습 데이터 쌓는 데만 2, 3년…장기 투자 필요 KG스틸의 AI 도입을 컨설팅한 업체 마키나락스의 정혜림 매니저는 “이 GM과 같은 사내 AI 전문가가 있어야 AI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도입에서 ‘문제 정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AI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를 결정해야 도입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다. AI 업무를 하기 전 10년 동안 공정 관리 업무를 했던 이 GM은 2019년 제품 원료인 철판의 수율을 높여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AI 도입을 처음 시도했다. KG스틸은 두루마리 모양 철판을 매일 200개가량 수입해 쓰는데, 제조 회사마다 끝부분 처리 형태가 달라 모든 철판을 1∼2m씩 잘라서 버리는 바람에 수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 GM은 “AI에 이미지 학습을 시켜 끝부분을 잘라내지 않아도 되는 철판을 골라내도록 해 연간 9억 원을 절감했다”고 했다. AI 도입에 긴 시간과 많은 자금이 투자돼야 하는 만큼 경영진의 의지도 중요하다. AI를 사용하기로 결정하더라도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 데만 길게는 2,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필요하다. 정 매니저는 “(AI 도입에서) 정부 재정 사업이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사업을 따내면 초기 비용 부담이 줄기 때문에 실무자 입장에서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9% 수준인 제조업 현장 AI 이용률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민간과 함께 5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당진=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2일 오전 8시 26분경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으로, 지진이 많지 않은 호남 내륙에선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진앙은 북위 35.70도, 동경 126.71도 지점이며 진원의 깊이는 8k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초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 분석해 지진 규모를 4.7로 추정했으나 추가 분석을 거쳐 4.8로 상향했다. 중규모 지진 중 규모가 큰 편이었던 만큼 여진도 이어졌다. 지진이 발생하기 28분 전인 오전 7시 58분경 규모 0.5의 전진(前震)을 시작으로 본진 후에도 오후 8시까지 17차례 크고 작은 여진이 발생했다. 특히 오후 1시 55분에는 규모 3.1의 여진이 발생해 인근 주민 상당수가 진동을 느끼기도 했다. 진원의 깊이가 깊지 않았던 탓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진원지가 속한 전북 지역은 진도(진동의 세기로 인한 흔들림의 수준) 5로 거의 모든 사람이 지진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이 깨지기도 하는 수준이었다. 전남 지역은 진도 4로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일부가 잠에서 깨거나 그릇,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였다. 인천, 경상, 대전, 충남북 등의 지역은 진도 3(실내나 건물 위층 사람은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흔들리는 정도), 서울 강원 부산 울산 등은 진도 2(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의 소수의 사람이 느끼는 정도)였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전북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벽 균열, 타일 떨어짐, 온수 배관 파손 등 피해 사례 140건이 접수됐다. 보물로 지정된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이 훼손되고 개암사 대웅전에서 불상 머리 장식이 떨어지는 등 문화재 피해도 6건 발생했다. 학교에선 등교 시간에 지진이 발생해 혼란이 컸다. 부안 지역 초중고 학생은 물론 진앙에서 약 50km 떨어진 전북 전주시에서도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학교 18곳에선 천장 일부가 떨어지거나 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 부분 파손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신고도 쏟아졌다. 소방청은 “전국적으로 315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진 관측 10초 후인 오전 8시 27분 1초에 전국에 경보음과 함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정부도 즉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비상 1단계를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또 지진 위기경보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경계’를 발령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진 직후 “국가기반시설 등에 대해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안전 점검 등 제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날 “진앙에서 42.6km 떨어진 한빛 원전을 포함해 현재까지 국내 모든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호남내륙서 규모 4.0대 지진 처음… “무슨 단층 있는지도 몰라”[전북 부안 규모 4.8 지진]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2016년 경주-2017년 포항지진 계기… 정부, 전국 숨은 활성단층 조사 착수지진 드문 호남지역은 후순위 밀려… 부안 여진, 최소 2~3일 이어질 듯그동안 한반도에서도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지대’로 여겨졌다. 지진 계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규모 4.0 이상의 지진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경북 경주시와 포항시 등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지만 호남권에선 2015년 12월 전북 익산시에서 발생한 규모 3.9의 지진이 역대 최대일 정도로 잠잠한 편이었다. 그런데 12일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은 한반도와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16번째, 남한 내륙에선 6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했다. 내륙 지진으로는 2017년 11월 포항(규모 5.4)에 이어 7년 만에 최대였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역에서 언제든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여 제한적 피해 지진은 땅속에 오랜 기간 누적된 응력(에너지)이 방출되면서 지하 단층이 엇갈리거나 충돌해 발생한다. 이때 생긴 진동과 충격파로 지표면이 흔들리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층이 양쪽으로 당겨지며 어긋나는 경우 정단층, 정면으로 부딪치는 경우 역단층, 평행한 상태에서 다른 방향으로 엇갈리며 마찰을 빚는 경우 주향이동단층이 생긴다”며 “이번 지진은 주향이동단층 충돌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주향이동단층 충돌의 경우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만큼 단층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정·역단층보다는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구체적으로 어느 단층에서 발생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당 지역에 정보가 파악된 단층이 없다. 정확한 조사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의견도 갈린다. 최진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지질도 및 관측기 초동 분석 결과 함열단층 또는 이와 유사한 방향의 단층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함열단층의 경우 진앙과 20km가량 떨어져 있어 관련이 없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일부 전문가는 강원 태백부터 호남 서해안까지 이어지는 ‘옥천대’에 속한 알려지지 않은 단층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여진은 앞으로도 최소 2, 3일은 이어질 전망이다.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해당 지진이 근처에 있는 다른 단층을 자극해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2016년 경주에서도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 수시간 후 규모 5.8 지진이 온 적이 있다”고 했다.● “호남권 단층 조사 서둘러야” 정부는 2016,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2018년 한반도 단층 연구에 착수했다. 경주 지진 당시 23명이 부상을 당했고, 포항 지진 때는 1명이 사망하고 117명이 부상을 당했는데 두 지진 모두 기존에 지표면상에서는 보고된 적 없는 숨은 단층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는 2042년까지 총 25년간 5단계에 걸쳐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런데 호남 지역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조사 순서가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는 2018∼2021년 지진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원전이 있음에도 잦은 지진이 발생한 영남권을 대상으로 활성단층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는 강원권(2022∼2026년)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며 이후 충남권(2027∼2031년) 조사가 진행된다. 호남권과 제주 조사는 2032년부터 가장 마지막에 진행된다. 홍 교수는 “최근 한반도에는 지표면에선 확인하기 어려운 숨은 단층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숨은 단층들은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뚜렷한 증후도 보이지 않아 사전에 인지하기 어렵다”며 “선제적인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교수는 “대형 지진은 주기가 길다. 1455년 전남 순천 지역에서 규모 6.0가량의 지진이 났다는 기록도 있는 만큼 호남권도 안전지대라고 보지 말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동해 심해 석유·가스 탐사 계획 발표로 주가가 급등한 이후 갖고 있던 자사주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임원들의 주식 매각은 동해 탐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스공사 상임이사 1명과 비상임이사 1명은 5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공사 주식 2195주와 246주를 각각 3만8700원과 3만7988원에 팔았다. 이틀 뒤인 7일에도 본부장 1명이 2394주를 주당 4만5000원에, 상임이사 1명이 2559주를 주당 4만6225원에 매도했다. 매도한 주식 수는 총 7394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억2031만 원 규모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이들이 실제 주식을 매도한 날은 각각 3일과 4일이다. 전자공시시스템의 매도일은 실제 매도 후 정산이 이뤄진 날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을 발표한 3일 가스공사는 1999년 상장 이후 첫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2만9800원이었던 주가는 4일 장중 최고 4만9350원까지 올랐다. 임원의 자사주 매각을 두고 일각에선 탐사가 성공하면 추가 주가 상승이 가능한데도 매각한 건 내부적으로 탐사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상임이사 2명이 선임됨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에 의거해 주주총회 5영업일 이내 가스공사 주식을 매도하라는 관련 부서 권고를 받고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며 “가스공사는 상임이사들의 자사주 보유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는 또 “비상임이사 1명은 자사주 매각이 의무는 아니지만 노동이사로 사내에서 일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해 주식을 매도했고, 본부장 1명은 11일 가스공사를 퇴직하며 자사주를 처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동해 울릉분지에서 석유·가스를 탐사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일부 자료가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회로부터 요구받은 자료를 대부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자료 제출 없이는 향후 탐사에 필요한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정보공개포털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등록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자료 대다수가 현재 비공개 상태였다. 당초 상당수 자료가 ‘부분공개’ 상태였지만 자료 제공 기관인 석유공사가 이를 비공개로 전환한 것이다.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석유공사는 공공기관이 보유 및 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적용을 받고 있어 취급하는 정보를 정보공개포털에 공개해야 한다. 다만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정보를 비공개 처리할 수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정보공개 문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 등을 비공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야당의 자료 제출 요구도 대부분 ‘영업상 비밀’ 또는 ‘국가 자원안보 관련 중요 정보’에 해당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은 액트지오의 동해 심해 평가 보고서와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국내외 전문가 명단, 대통령실 보고 경위 등을 자료로 제출하도록 요구했으나 석유공사 측은 “영업 기밀에 관한 사항과 국가 자원 안보에 관한 중요 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기업이라면 몰라도 정부 지분 100%인 공기업이 경영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국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당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 관련 예산을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동해 심해 탐사는 시추 1회당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석유공사 대상 출자 및 융자 등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해 초기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야당에선 이 예산안에 동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국민 의혹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개됐던 자료마저 비공개로 전환하며 실체를 감추려 하고 있다”며 “자료 제출 없이는 예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탐사 관련 자료는 회사 자산인 만큼 세부 내용을 당장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동해 심해 암석 정보 등은 석유공사가 장기간 탐사를 통해 얻은 자산으로 (다른 기업에) 유상으로 판매되는 대상”이라며 “다만 국회 자료 제출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재 비공개 상태인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제출할지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경북 포항 영일만 앞 울릉분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다음 달 첫 탐사 시추 위치를 결정한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도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울릉분지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은 “7개 유망구조(석유,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큰 곳)의 우선순위와 유망구조별로 어디를 처음 시추해야 할지도 정해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해 광구 다시 설정하고 해외 투자 유치 10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울릉분지에서) 적어도 5번 정도 시추는 해볼 만하다”며 “대략 12월에는 시추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다음 달에는 (시추 지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도 이날 동아일보에 “한 달 내로 첫 시추 위치를 정할 것”이라며 “유망구조별로 장단점을 다 정리해 도표로 만들어 놨고 시추 지점도 정해 놨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추와 시추를 통해 얻은 자료 분석에 각각 3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1∼6월) 중 1차 시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최 차관은 “세계적으로 심해 광구의 경우 주요 메이저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궁극적으로 해외 투자 자체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탐사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탐사 단계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최 차관은 “복수 기업이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동해 심해에서는 1회 시추마다 적어도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동해 심해를 7개 유망구조를 기준으로 다시 분할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최 차관은 “(기존의 3개 광구는) 유망구조 도출 이전에 설정된 광구로 투자 유치 및 개발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며 “도출된 유망구조의 위치와 형태를 감안해 광구를 재설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동해 심해는 현재 8광구와 6-1광구 북부, 6-1광구 중동부 등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액트지오 세금 체납 몰랐다” 정부는 액트지오 분석 외에 추가 분석을 실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차관은 “데이터는 우리가 가진 기초 자산이기 때문에 다시 개방해서 검증을 맡기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어느 광구도 심해 탐사와 관련된 조사 자체를 복수의 기관에 맡기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정부가 액트지오의 세금 체납 사실은 계약 당시엔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차관은 “계약 당시에는 (체납 사실을) 몰랐다”며 석유공사를 포함한 정부를 대신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체납 부분이 (액트지오가 분석한) 자료의 전반적인 신뢰성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액트지오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미국 텍사스주에서 1650달러(약 230만 원)의 법인 영업세를 내지 않았다. 아브레우 고문은 이에 대해 “2019년부터 법인이 수입이 늘어나면서 연 50달러의 ‘프랜차이즈 세금’을 냈어야 하는데 세무법인의 착오로 누락됐다”며 “지난해 3월 미납 벌금까지 총 1650달러를 완납했고 변호사로부터 석유공사와의 계약 체결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확인받았다”고 해명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남미 가이아나 심해 탐사 때는 시추가 됐던 시추공들이 하나도 없었는데 영일만은 이미 3개의 시추공이 있어 트랩(석유가 저류암 내에 모이게 할 수 있는 조건)의 존재를 입증한 상태에서 출발한다는 게 굉장히 리스크를 덜어주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엑손모빌에서 일하며 가이아나 스타브룩 광구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된 시추공을 특정하는 데 기여했다. 한편 액트지오의 한국어 홈페이지는 액트지오가 개설한 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누가 해당 홈페이지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세종=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