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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 50분, 국회 본회의장. 국회의원과 취재진의 이목이 두툼한 서류뭉치와 함께 단상에 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에게 쏠렸다. 행정정보 무단유출 논란에 휩싸인 심 의원은 “국민 세금인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책무”라며 질의에 앞서 접속을 시연하는 영상을 틀었다. 영상 속에서 심 의원은 국회 컴퓨터에 깔려 있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dBrain)을 통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으로 들어간 후 백스페이스키를 눌러 ‘재정집행 실적’ 항목으로 들어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호출한 심 의원이 “재정관리가 허술하다는 게 방금 드러났다”고 하자 김 부총리는 말을 끊고 “결과적으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것”이라며 “감사관실용이라고 나와 있는데 공직자가 그걸 본다면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부총리가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라고 하자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이게 어딜 봐서 불법이냐”는 고성이 터졌다. 급기야 심 의원과 김 부총리는 서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봐서는 안 된다는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정부의 정보관리 실패다.(심 의원)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백번 양보해 우연히 들어갔다고 해도 다운로드를 100만 건 이상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김 부총리) ―업무추진비 카드는 평일 밤 11시 이후와 주말에는 못 쓰게 돼 있다. 그런데 청와대 직원들은 밤 11시 이후에 231번, 공휴일과 주말에 1611번, 술집에서 236번이나 썼다.(심 의원) “원칙적으로는 금지지만 업무 관련성이 소명되면 문제가 없다. 가게 이름이 술집 같은 밥집도 있는데 국민을 오해하게 하는 건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의원님께서 국회 보직을 하실 때 주말에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봐 달라.”(김 부총리) ―당시 업무추진비가 아니라 특수활동비로 썼다.(심 의원) “아니다. 업무추진비로 쓰신 것이다. 업무추진비였다. 해외출장 중 (국내에서) 유류비를 쓰신 것과 같은 기준으로 저희가 (자료를) 다 갖고 있다.”(김 부총리) ―잘못됐으면 공개하라.(심 의원) 심 의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론하며 “수사 결과가 어떨지 안 봐도 알 것 같다”고 하자 김 부총리는 “사법 당국에 대한 심각한 모욕의 우려가 있는 말씀”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의 설전이 40분 동안 이어지는 내내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김 부총리가 인쇄물을 보이며 시스템 접속 단계를 설명하자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기밀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손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부총리가 답변할 때마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반면 심 의원이 발언할 때는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 “불법 자료를 반납하라”는 고성이 나왔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심 의원은) 남의 집에 왜 들락날락하세요!”라며 거들었다. 심 의원이 을지훈련 기간 청와대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내역을 공개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쪼잔하다” “헛다리 그만 짚으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이 “조용히 경청해 달라”고 해도 계속 고성이 오가자 일반인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방청객이 “조용히 좀 하라. (질의 내용이) 하나도 안 들린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질의시간이 끝난 뒤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심 의원이 재차 “하실 말씀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김 부총리는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시간만 있으면 다 하고 싶다”고 맞받아쳤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잘했다”며 김 부총리를 격려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통로에서 심 의원을 격려했다. 충돌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정회 후 심 의원 다음으로 연단에 오른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뻔뻔하게 시연한 행태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청와대는 지난해 이전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비밀 표기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로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공격했다.홍정수 hong@donga.com ·장원재 기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1일 군사 퍼레이드 없이 역대 최소 규모로 치러진 건군 70주년 행사에 대해 “지나친 북한 비위 맞추기”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북한은 평창 겨울올림픽 직전인 올 2월 8일 건군절은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달 9일 정권 수립 70주년 행사에서도 열병식을 했는데 정부가 북한을 과도하게 의식해 우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대한민국이 건국한 이래 가장 초라한 국군의 날”이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도 “남북군사합의라는 이름으로 무장해제를 당한 것도 모자라 건군 70주년 생일조차 조용하게 치러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을 통해 “축소된 국군의 날 행사로 국민들의 자존심도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 퍼레이드는 국민에게 ‘이렇게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북 관계가 개선된다고 해서 퍼레이드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당 남북군사합의 검증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안보 분야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기로 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김영우 의원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한 마당에 우리가 필요한 첨단무기 전력이나 군사훈련, 한미 연합훈련까지 남북군사공동위원회 협의를 거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적이 절대 공격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선의에 기초해서는 국방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특위 위원인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이 청와대 국민소통광장에 ‘남북군사합의 국민공청회’를 열자고 낸 국민청원을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줄이는 대신 특활비의 대체성 경비인 업무추진비(업추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크게 증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1일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활비를 전년 대비 292억 원 줄이면서 업추비는 58억 원, 특경비는 384억 원 늘려 잡았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는 전년 대비 특활비와 업추비는 각각 710억 원, 208억 원 줄이고 특경비는 402억 원 늘려 판공비성 예산을 전체적으로 516억 원가량 감축했다. 반면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올해보다 판공비성 예산이 150억 원가량 증가하며 특활비 감축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것. 특활비와 업추비, 특경비는 1994년 폐지된 ‘판공비’에서 갈라져 나온 예산으로 다른 비목에 비해 용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특활비에 비해 업추비와 특경비는 사용처 증빙을 더 까다롭게 해야 해 예산 집행 투명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추 의원은 “특활비를 줄인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용처가 명확히 드러나는 비목이 아닌 업추비나 특경비를 대폭 늘린 것은 ‘꼼수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업추비를 쓰는 53개 부처 및 기관 가운데 전년 대비 예산을 삭감한 곳은 5곳에 불과한 반면 46개 기관은 증액했다. 이는 지난해에 53개 기관 중 50개 기관이 업추비를 삭감 편성했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대북 관련 기관과 사정 기관의 업추비 특경비가 증가한 것도 내년도 예산안의 또 다른 특징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특경비는 595%(4900만 원), 업추비는 40%(1억 2000만 원) 올려 전년 대비 증액률 1위를 기록했다. :: 특수활동비 ::정보, 수사 등에 쓰는 돈. 기관에 따라 운영비 등으로도 사용. 현금으로 지급하고 영수증 처리 안 해도 됨.:: 특정업무경비 :: 예산, 감사 등 특정 업무에 실비로 지원하는 돈.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고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는 영수증 처리 안 해도 됨.:: 업무추진비 ::영수증 처리해야 하지만 건당 50만 원 미만 지출은 업무 상대방 인적사항 기재 면제. 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여를 감시하고 견제할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여당이 잃을 건 없다.” 28일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제기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논란으로 10월 정기국회가 파행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안 그대로 상정될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오히려 환영할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국회 파행에 뒷전으로 밀리는 민생 현안 다음 달 10일 시작하는 국회 국정감사는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국회가 본격적인 첫 검증을 하는 무대다. 야당은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을 ‘세금 폭탄’이라고 비난하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강하게 문제 삼을 것임을 예고해 왔다. 하지만 종부세를 주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심 의원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한동안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심 의원이 기재위원을 사퇴하지 않으면 기재위의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자세다. 반면 야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기재위에 출석시켜 긴급 현안질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안과 예산 논의에 앞서 현안질의가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상임위로도 불똥이 튈 조짐이다. 여당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 심 의원을 증인으로 세워 심 의원의 자료 열람 및 입수가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는지 따질 방침이다. 이 문제로 과방위가 파행하면 통신요금 인하나 탈원전 같은 현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국민연금 개혁 등 민생 현안도 표류할 소지가 있다. 정치권은 여야의 정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당은 다음 주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의혹을 쟁점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2일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당초 질문자가 아니었던 심 의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질적 국감 파행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여야가 이번 사태로 전체 국정감사 일정을 파행시키는 악습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학)는 “국민들은 부동산 문제나 고용 악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원한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명세 논란으로 정기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정치권 전체에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정치학)는 “공천권에 매인 의원들이 당의 정파적 입장에 동조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공천 제도를 포함한 당의 의사결정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심 의원은 이날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관계자들이 내부 회의를 한 뒤 회의 수당으로 1인당 30만∼315만 원씩, 총 2억5000만 원가량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은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청와대로서는 당장 업무를 수행할 방법이 없어 해당 분야 민간인 전문가로 정책자문단을 구성해 자문 횟수에 따라 정식으로 자문료를 줬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식 직원으로 임용되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만큼 민간인 신분에 준해 수당을 지급한 것이며, 올 5월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합’ 판단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박효목 tree624@donga.com·홍정수·김상운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27일 야당 반대로 불발됐다. 이날 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던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도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열리지 못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유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당 이양수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은 유 후보자가 1년짜리 이력 관리용 교육부 장관으로 ‘위장취업’에 성공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적격 의견을 달더라도 청문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교육위원들은 “수능이 49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교육행정의 공백이 초래되는 일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유감을 표했다. 보고서 채택이 무산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다.홍정수 hong@donga.com·박효목 기자}
여야는 10월 정기국회에서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과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놓고 격돌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핵심 이슈인 데다 각 당의 정치철학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지점인 만큼 여야가 한동안 대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9·13부동산대책을 뒷받침하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다음 달 초순 의원입법으로 내놓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이 대표발의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발표대로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종부세율을 최고 3.2% 중과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주택 전매에 따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에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소득세법 개정안도 김 의원이 발의한다. 여당은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전체 주택 보유자의 1.7%에 불과한 만큼 여론의 지지를 자신하고 있다. 김 의원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석 민심을 현장에서 확인해 보니 종부세 인상이 세금 폭탄이라는 야당 주장이 전혀 먹히고 있지 않았다. 야당도 무작정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우선”이라며 정부 여당의 종부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이보다는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과도한 층고 제한과 용적률 규제를 정상화해야 주택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기재위 한국당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이미 드러난 종부세를 특정 지역과 계층에 한정해 높이는 접근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보유세를 일부 강화해야 한다면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거래 부담을 함께 낮추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정부 여당의 종부세 개정안에 비판적이다. 채이배 의원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면제 등을 규정한 종부세 개정안을 앞서 발의했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거래세 인하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종부세 인상을 놓고 이처럼 여야 이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여당 일각에서는 종부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예산 부수법안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하루 전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국회 기재위를 우회해 본회의에서 처리를 시도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야당의 극심한 반발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여당 내에서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정우 의원은 “예산 부수법안 지정은 야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언급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 달 1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계기로 여야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 논란도 ‘10월 국회’의 변수로 꼽힌다. 여권은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평화 무드를 바탕으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를 야당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당 입장에 막혀 1차 관문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비준동의에 부정적이던 바른미래당이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련의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한 환호를 보내는 게 사실이다. 비핵화 진전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합의서를 포괄적으로 비준 동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홍정수 기자}
동아일보가 창간 98주년을 맞아 기획 연재한 ‘새로 쓰는 우리예절 신예기(新禮記)’는 추석 연휴 내내 뜨거운 화제였다. 신예기 시리즈는 불합리한 관습과 예법을 바꿔 나가자는 취지로 올 초부터 이달 17일까지 30회 연재됐다. 시리즈의 대단원을 장식한 추석 명절편(22일자 1, 2면)에서는 추석 연휴 첫날인 22일에 맞춰 “추석 상을 안 차리고 벌초도 대행에 맡겼다”는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인 이치억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와 함께 다른 유교 전문가들이 지적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명절 예법도 다뤘다. 본래 유교에서는 기제사(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만 지낼 뿐 명절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제사상에도 전 같은 기름 쓰는 음식을 올리지 않는 점 등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명절 예법이 실제 유교 예법과 다르다는 점을 꼬집은 내용이었다. 많은 사람이 ‘신선한 충격’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기사의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조회 수는 345만 건, 댓글은 8516건이 달리는 등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명절 내내 기사 내용을 TV로 방송해 달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어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허례허식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 변화에 맞게 명절 풍습을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생전에 즐겨 드시던 한두 가지 음식과 과일만으로도 차례상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명절에는 다른 사람들 시선에 관계없이 다들 마음 편하고 즐겁길 바란다”고 덕담을 남겼다. 명절 음식을 도맡아 하는 며느리들은 기사 내용에 특히 적극 공감했다. “우리 시어머니가 읽었으면 좋겠다” “제사가 1년에 10번이나 된다. 이러려고 결혼했나 싶다”는 댓글이 줄지었다. 이 밖에 “교과서에도 실어 달라” 등의 댓글도 있었다.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이 기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제작한 동영상도 큰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시청한 횟수는 12만 건,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보여주려고 동영상을 공유한 횟수도 319회나 됐다. 정치권에서도 신예기 시리즈는 화제였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6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석 민심을 이야기하다 동아일보의 신예기 시리즈를 거론했다. 윤 총장은 “이번 명절은 과거보다 분위기가 조금 더 실질적이고 합리적이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퇴계 이황 17대손의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인터뷰가 퍼지면서 허례허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고 나누는 명절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간담회 후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 같은 경우도 큰돈을 들여 차례상을 차려놓고 정작 식구들이 잘 먹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다음 명절부터는 가족들이 즐겨 먹는 것들 위주로 차례상을 차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추석 명절에 지역구인 경남 양산 주민들을 만났을 때도 동아일보의 신예기 기사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우리의 혼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으로 관습을 다듬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김호경 kimhk@donga.com·유근형·홍정수 기자}
여야는 26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3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민심을 접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추석 연휴는 ‘평화가 경제’라는 말이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기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 3대 투자거장인 짐 로저스가 한반도가 경제적으로 가장 ‘핫 플레이스’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이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나가야 한다”며 남북 경협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경제 정책을 향한 비판 여론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최근 70%대로 반등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강훈식 전략위원장은 “여당의 실정(失政)을 반사이익 삼아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다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해선 “국민들이 아직 잘 몰라 민심에 수용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본다. 가시적 효과를 당장 내기는 힘들지만 경제체질 변화 성과가 나오면 지지율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안보는 과속, 경제는 최악’이라는 민심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과연 국민 세금만으로 경제를 굴릴 수 있겠냐는 걱정이 많았다”고 비판했다. 남북,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비핵화 진전 속도에 비해 남북관계 개선이 과속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은 평양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비핵화를 돌이킬 수 없는 추세로 만드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방향에 동의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경제 실패를 성토하는 추석 민심에 ‘평화가 경제’라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성실히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hong@donga.com·유근형 기자}
과거에도 북측 인사들은 남북관계의 주요 국면마다 서울을 방문했다. 1985년 9월 극비리에 방남해 전두환 전 대통령과 면담한 허담 당시 조선노동당 대남비서가 대표적이다. 허담은 첫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의 친서를 들고 철저한 보안 속에 서울을 찾았다. 그해 9월 4일 오전 10시에 군사분계선을 넘은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카운터파트인 장세동 국가안전기획부장과 회담했다. 이튿날 오전 11시경 경기 기흥에 있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의 별장에서 전 전 대통령과 만났다. 당시 청와대는 이 만남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초 청와대가 원한 장소는 최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별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 회장이 “선친의 것”이라고 곤란해하자 대안으로 그의 기흥 별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간에 쫓겼는지 냄새를 없애려고 양파까지 갖다 놓았다”며 “청와대 식으로 개조하고 이름도 ‘영춘재(迎春齋)’라고 붙였다”고 회상했다. 이곳에서 허담은 전 전 대통령과 1시간 10여 분간 회담한 뒤 다음 날 북으로 돌아갔다. 허담은 공식 일정 외에 시내를 구경하거나 문화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경호 및 보안 문제 때문이었다. 다만 이후 서울을 찾은 북한 관계자들은 다양한 ‘방남정치’를 펼쳤다. 2007 남북 정상회담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2박 3일간 방남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첫날 인천 송도신도시 개발 현장을 찾았다. 송도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의 핵심지역 중 하나다.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은 국회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뒤 김대중도서관에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2005년 8·15민족대축전에 참석한 북측 방문단은 6·25전쟁 이후 북측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헌화했다. 올해 평창 올림픽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워커힐호텔을 거점으로 평창을 수시로 오가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전국 당협위원장에 대한 일괄 사퇴안을 의결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 출범 후 첫 인적 쇄신 조치로 당의 핵심 지역 거점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짜겠다는 것. 하지만 당내에선 “공감대 없이 진행돼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당협위원장은 10월 1일자로 사퇴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과 원외 인사를 포함한 전국 각 지역구 책임자로, 이번 사퇴 대상은 전체 253개 당협위원회 중 위원장이 비어 있는 사고 당협을 제외한 총 231개다. 김 위원장은 당초 진행하려 했던 당무감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평가 대신 조직강화특위를 열어 당협 심사를 통한 당협위원장 선정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이 당무감사 대신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낸 것은 제한된 비대위 기간에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쇄신을 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헌·당규상 당무감사를 시작하기 60일 전 사전 공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고 및 감사 기간을 포함하면 빨라도 내년 초에야 인적 쇄신을 시작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한 달여부터 “쇄신 결과물이 없다”는 압박을 받아 왔다. 하지만 당내에선 “진행 과정이 너무 거칠고 아마추어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향후 당협위원장 선정 과정에 반발이 적지 않을 듯하다. 한 시도당 위원장인 A 의원은 “19일 김 위원장과 김용태 사무총장이 안건도 얘기하지 않고 시도당위원장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가보니 불쑥 당협위원장 전원 사퇴안을 꺼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비대위원장 주변 인사들이 지난주 ‘초선 당협위원장 사퇴’ 연판장을 돌리며 분위기를 잡은 것이 ‘공작’임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 공개회의에서도 박덕흠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근거로 내세운) 당규 28조는 (당협위원장 전원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문제 위원장을 사퇴시킬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일단 특정 계파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닌 전원을 사퇴시킨 것이기 때문에 집단적인 반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 위원장은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매년 당협위원장 활동을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관행으로 만든다면, 더 높은 긴장 속에서 당협을 운영하게 되고 ‘웰빙 체질’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북한 대표단과의 면담 일정에 불참해 ‘펑크’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야 3당 대표가 19일 하루 늦게 북한 측과 만났다. 이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이날 북한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이해찬 대표는 면담에 앞서 기자를 만나 “18일 정상회담의 배석자 숫자가 갑자기 예상보다 많이 줄어드는 바람에 장관과 서울시장, 강원도지사가 이쪽(면담 일정)에 합류했다”며 “(참석자) 숫자가 많아 산만해지니 3당 대표만 별도로 만나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안 잡혔다”고 해명했다. 무산될 뻔한 면담이 성사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별 지시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어제 (만찬) 연회장에서 (김정은에게) ‘이렇게 (일정이 취소) 됐는데 오늘 우리가 좀 면담을 해야 된다’고 하니 김 위원장이 ‘아, 당연히 하셔야 한다’며 즉석에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영남은 이날 면담에서 이해찬 대표에 대해 “리해찬 선생이 민주당 대표직에 올라섰다는 희소식이 전파하자 다시금 통일의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하리라는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지난 11년 동안 아주 남북관계 단절이 돼 가지고 여러 가지로 손실을 많이 봤다. 이제 저희가 다시 집권을 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아주 영속적으로 갈 수 있도록 튼튼하게 이번에는 만들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평양에) 왔다”고 화답했다.평양=공동취재단 /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셀프 검증’ 논란을 빚었던 동창리 미사일 개발 시설에 대한 외부 검증을 허용하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조건부 폐기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 조치로 보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는 이미 6월 싱가포르 북-미 회담에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폐기를 약속한 뒤 해체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곳. 지난달 38노스가 위성사진을 분석해 “해체 작업이 중단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이라는 ‘제3자 검증’ 카드를 내밀었지만 실제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유관국에 어느 나라가 포함될지,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북할지 등을 놓고 북한과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측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두고서도 사찰의 실효성 논란이 벌써부터 나온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북한이 얘기한 것은 아마 최초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영변 외에) 확인된 핵시설만 북한 전역에 15곳”이라며 의미를 일축했다. 설령 폐기한들 또 다른 ‘영변 시설’이 있다는 얘기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한 18일, 순안공항은 수천 명의 환영인파가 흔드는 한반도기와 인공기로 가득했다. 이후 평양 시내에서 진행된 카퍼레이드 과정에서 도로 양편 인도에 길게 도열한 인파 역시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함께 흔들며 환호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이 우리나라 대통령 영접에 한반도기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00년, 2007년에 열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환영행사에는 한반도기 없이 인공기만 등장했다. 인공기와 한반도기는 등장했지만 정작 태극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가 북측에 공수해간 문 대통령의 전용 방탄차량에도 태극기는 없었다. 차량 앞부분에 깃대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사전에 태극기를 꽂지 않기로 북측과 사전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일반적으로 태극기를 걸거나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6·13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미국으로 떠났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두 달여 만에 귀국했다. 홍 전 대표가 1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겠다”며 정치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한국당이 다시 시끄러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복귀를 둘러싼 당내 상황과 관련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이죠?”라며 “내가 그 사람들과 아옹다옹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일이지 당권 잡으려고 새롭게 정치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가 돌아온 데 대한 당내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현재 주류 세력이 이미 차기 당권을 준비하고 있어 홍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초선 의원들은 홍 전 대표 등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올드보이’들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최근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홍 전 대표가 차기 전대에 재출마할 경우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친홍(친홍준표) 세력도 별반 남아 있지 않다. 15일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현역 의원은 대표적인 친홍인 강효상 의원뿐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결과 등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달라지면 여론이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하고 북한 비핵화도 진전이 없으면 보수층 사이에서 홍 전 대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홍 전 대표의 재등장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 후 한국당 지지율이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김 위원장이 아직까지 뚜렷한 당내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당의 상황에 유동성을 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 복귀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은 아끼고 있다. 홍 전 대표에게 “왜 또 들어왔느냐”고 비판할 경우 오히려 논란만 키워 홍 전 대표가 원하는 페이스대로 끌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정책 프레임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안으로 ‘국민성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국민은 참 대단한데 정부는 여전히 국민이 규제·감독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며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면서 “국민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만 하자”고 주장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청년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기 위해 각각 스타트업 밸리, 그로업 밸리, 리쇼어링 밸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정부가 13일 내놓은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는 대출 규제의 경우 당장 14일부터 적용된다. 법을 고쳐야 하는 종합부동산세 강화안의 경우 정부가 내년 1월 1일 납세분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먼저 1주택자가 집값이 많이 오른 전국 43개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의 행정지도만으로 시행할 수 있다. 14일부터 즉시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에서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던 혜택을 신규 임대사업자에게는 주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13일 오후 2시 반 대책 발표 이후 1주택 이상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산 주택은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된다. 다만 대책을 발표하기 전 매매계약이 체결됐거나 계약금을 준 경우에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시행령을 고치면 되는 다른 규제들과 달리 종부세 강화안은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가 7월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이미 제출한 상태여서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강화안은 의원입법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종부세 최고세율을 3.2%까지 올리는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가만히 있던 집값을 문재인 정부가 한껏 올려놓고 이제는 세금으로 때려잡겠다고 하는 무리한 대책”이라며 “8·2부동산대책 시즌2”라고 비판했다.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홍정수 기자}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가운데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최근까지 약 1년간 소유 아파트 시세가 5억 원 이상 오른 사람이 최소 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은 12일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129명의 본인 및 배우자 명의 아파트의 지난해 7월 28일 시세와 지난달 27일 시세를 비교해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1년 만에 4억5000만 원이 올랐다”며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더니 남들 연봉의 몇 배가 올랐다.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한국당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에 아파트를 소유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시세가 1년 사이에 각각 7억 원, 6억6500만 원 올랐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서울 강남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소유한 아파트 두 채가 각각 4억7000만 원, 2억7000만 원 상승했다. 부동산 대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손병석 1차관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도 가격이 5억7000만 원 뛰었다.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는 저성장으로 진입해 더 이상 부동산 불패 신화를 받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던 김현철 대통령경제보좌관의 대치동 아파트도 같은 기간 5억8000만 원 올랐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동산대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외곽에 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도심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양질 주택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당의 아성인 대구경북(TK) 지역을 방문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국가주의’라고 비판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날 국가주의 성장모델의 뿌리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추석 민심 청취에 나섰다. 민심 투어의 첫 방문지로 경북 구미를 선택한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방명록에 “조국 근대화의 기적을 온 국민이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적은 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전에 헌화와 분향을 했다. 김 위원장은 “제3공화국 이후 우리 경제가 한 번 크게 성장했다. 그런데 경제가 지금 굉장히 어려워지고 있다”며 “어떻게든 새롭게 다시 성장을 이야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방문해 입주 기업인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 문제를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녹이 슬고 텅 빈 공간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며 정부 경제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새롭게 흐름을 바꿀 만한 산업정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한국당이 새로운 담론을 제대로 만들어 구미에서 일어난 성장의 물결을 다시 한번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지역 한국당 국회의원, 당협위원장과의 연석회의에서도 김 위원장은 경제 문제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성장의 엔진이었고 상징이었던 도시들이 가라앉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다”며 “문재인 정부가 성장이나 기업 활성화는 뒤로 다 제쳐두고 ‘성장’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분배 위주 정책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딱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날 행보를 두고 ‘집토끼(지지층) 지키기’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취임 직후 구미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대구경북 지역 공략을 본격화하자 사실상 마지막 남은 우세지역 지키기에 나섰다는 것. 이에 비대위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토끼’만 챙기다가 한국당을 영남 정당으로 쪼그라들게 만든 것은 홍준표 전 대표의 사고방식”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당초 호남지역을 첫 방문지로 검토했지만 호남지역 조직 정비가 덜 끝나 구미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이날 김 위원장은 대구 수성호텔에서 가진 지역기자 간담회에서 인적쇄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람 자르는 게 절대 개혁이 아니다”라며 “제가 공천권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을 자를 수도 없지만, 사람을 잘라서 될 것 같으면 이 당이 벌써 됐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가 차기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평당원 중 한 분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자신이 2020년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출마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받으려면 사업의 구체성, 예산 등을 따질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런 근거가 없는데도 굳이 ‘남남(南南)갈등’을 유발하며 국회 동의를 받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여야가 10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를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기로 한 가운데, 이를 먼저 심의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대부분 비준동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을 제외한 외통위원 11명에게 물어본 결과,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 위원들은 “판문점 선언 자체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서 나온 ‘10·4 선언’에 대해 당시 법제처가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던 일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헌법 60조에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비준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이번 선언문은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는 정상회담 후 논의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은 “평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리하게 비준동의를 추진하면 갈등으로 비쳐 남북 대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비준동의 추진은) 한국당을 평화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려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야당이 우려를 표명하는데도, 청와대가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판문점 선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위원 가운데 천 의원만 유일하게 “국회가 힘을 모으면 주춤했던 북-미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려면 소관 상임위인 외통위에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이처럼 반대하고 있어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외통위 안건 상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정수 hong@donga.com·최고야 기자}
정부가 11일 국회에 제출하는 4·27 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이 정기국회 초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비준동의를 해줘야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며 야권의 협조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실질적 비핵화를 먼저 약속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비준이 안 된 상태로 (회담에) 가면 또 ‘노력합시다’ 정도의 결과밖에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7일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에 도움이 될 것이고,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극복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판문점 선언을 국민적 합의 과정도 생략한 채, 비핵화 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도 없이 동의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공격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판문점 선언에 대해서도 ‘재정 부담’이라는 측면을 파고든 것.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비핵화와 판문점선언 지지를 위한 국회결의안’을 먼저 채택한 뒤 비준동의 문제를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참여 없이 (청와대와 여당이) 일방통행하거나 직권상정 처리한다면 정쟁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의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김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칫 비준동의를 거치지 않는 걸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청와대가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1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등이 판문점선언 비준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가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여야 대치가 한층 격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일 “11일 국무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을 의결한 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에 필요한 비용추계서도 함께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준동의안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철도·도로 연결과 군사긴장완화 조치 등 남북협력 방안 합의를 위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일 당정청 전원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판문점선언을 국회에서 어떻게 비준하느냐는 것”이라며 “일부 야당이 반대하는 것이고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이 많아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준 동의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우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로 넘어와 심의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와 여당의 비준동의안 ‘밀어붙이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소속인 강석호 외통위원장은 이날 대북특사 결과 보고차 위원장실을 찾은 통일부 천해성 차관에게 “비핵화 진전 없는 비준 동의는 어렵다. 당장 국회에 제출하지 말고 남북 정상회담과 유엔 총회까지 지켜본 뒤 다시 판단하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제3당인 바른미래당 외통위원들이 유보 또는 반대 입장이어서 상임위 상정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