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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33)-최항(26) 형제가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며 9위 SK의 4연승을 이끌었다. SK는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7위 롯데를 3-1로 꺾었다. 먼저 홈런을 친 건 형이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최정은 팀이 0-1로 끌려가던 4회말 1사 1루에서 롯데 선발 박세웅이 던진 슬라이더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동생 최항은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역시 박세웅을 상대로 3-1로 달아나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프로야구 역사상 형제가 같은 경기에서 같은 팀 유니폼을 입고 같은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친 건 이들이 처음이다. 그전에는 양승관-양후승(이상 청보) 형제가 1986년 7월 31일 인천 롯데전에서, 나성용(당시 LG)-나성범(NC) 형제가 2015년 6월 2일 마산 경기에서 상대 팀을 상대로 각각 홈런을 친 적이 있다. 4연승의 SK와 4연패를 당한 10위 한화의 승차는 5.5경기로 벌어졌다. 2위 키움과 4위 두산이 맞붙은 고척 경기는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키움의 시즌 첫 무승부. 선두 NC가 창원에서 KIA에 3-4로 패하면서 1, 2위 간 승차는 제로(0)가 됐다. 5위 KT는 수원 안방경기에서 9회말에만 3점을 뽑아내며 최하위 한화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LG에 11-0 완승을 거뒀다. 삼성 선발 최채흥은 데뷔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한편 KT 소형준은 전날 한화전에서 시즌 10승(5패)을 따내면서 2006년 류현진 이후 14년 만에 신인 선발 10승 기록을 남겼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프로야구가 딱 500경기를 치른 7일 현재 기준으로 LG와 키움이 치열하게 2위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LG는 최근 10경기에서 7승 2무 1패(승률 0.875)를 기록하면서 역시 최근 10경기에서 5승 5패(승률 0.500)에 그친 키움을 밀어내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선두 자리까지 넘보고 있습니다.그렇다고 키움이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 과연 2위를 차지하는 팀은 누가 될까요?이를 알아보려고 메이저리그 시즌 예상에 활용하는 ‘브래들리 테리 모델’로 남은 시즌을 10만 번 시뮬레이션 해봤습니다.그 결과 LG가 2위를 차지할 확률은 28.9%, 키움이 2위를 차지할 확률은 25.4%가 나왔습니다.두 팀이 3위를 차지할 확률 역시 LG 25%, 키움 25.4%로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사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최종 승수를 계산하면 키움이 평균 84.2승으로 LG(83.3승)보다 약 1승 정도를 더 거둘 것이라고 나옵니다.그러나 LG는 이미 무승부를 세 번 경험한 반면 키움은 아직 한 번도 ‘무 재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이 때문에 최종 승률 계산 때 LG는 분모가 141(=144-3)이지만 키움은 144가 됩니다.그래서 키움이 정말 84승을 거뒀을 때 승률은 0.583으로 LG가 83승을 기록했을 때 승률 0.589보다 낮습니다.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규정은 승률 기준으로 순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키움이 더 많이 이기고도 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겁니다.예전에는 승률이 아니라 다승으로 순위를 결정할 때도 있었습니다.2009년에도 순위 기준은 승률이 아니라 다승이었습니다.당시 80승 6무 47패를 기록한 SK는 현재 방식으로 계산한 승률(0.630)에서는 81승 4무 47패를 기록한 KIA(0.628)에 앞섰지만 승수에서 80승 대 81승으로 밀렸기 때문에 정규리그 2위에 만족해야 했습니다.그러니까 승률을 기준으로 하든 다승을 기준으로 하든 억울한 팀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그래서 언제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KT가 ‘통신사 시리즈’ 더블헤더 2경기를 싹쓸이하면서 공동 4위로 올라섰다. KT는 4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서 1회말 터진 홈런 선두 로하스의 선제 3점 홈런(시즌 34호)을 앞세워 SK를 10-2로 물리쳤다. 로하스는 이어 열린 2번째 경기에서도 4-5로 끌려가던 7회말 동점 1점 홈런(시즌 35호)을 터뜨렸다. KT는 5-5로 맞선 9회말 2사 1루에서 배정대(사진)가 프로 데뷔 이후 첫 번째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면서 7-5 승리를 기록했다. KT는 하루에 2승을 추가하면서 시즌 전적 53승 1무 43패(승률 0.552)로 이날 대구에서 삼성에 5-12로 패한 두산(53승 3무 43패)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8이닝 동안 SK 타선을 1실점으로 막은 KT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13번째 승리(6패)를 따내면서 NC 루친스키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반면 6위 KIA와 7위 롯데는 이날 사직 더블헤더에서 1승 1패씩 주고받으면서 KT와의 승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1차전에서는 KIA가 3-3 동점이던 9회초에 나온 최형우의 3점 홈런으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는 롯데가 9-7로 이겼다. 6위 KIA와 공동 4위 KT·두산과의 승차는 2경기가 됐다. 1차전 KIA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6회말까지는 5연속 타자 탈삼진을 포함해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결국 승리와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최하위 한화는 대전 안방경기에서 키움을 7-1로 물리치고 최근 4연패에서 벗어났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미안합니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Sorry. We‘re not doing that anymore).” 메이저리그 토론토의 베테랑 포수 케일럽 조지프(34)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나머지 선수들이 이를 따라 외쳤다. “미안합니다.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습니다.” 4일 캐나다 현지 매체 ‘스포츠넷’에 따르면 토론토 선수들은 3일 마이애미 방문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에 모여 이렇게 ‘복명복창’했다. 주루 플레이와 수비에서 연거푸 실수를 저지르며 에이스 류현진(33)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걸 반성하는 차원이었다. 토론토 타자들은 이 경기 1회초 공격 때 좌전 안타를 친 조나탄 비야르가 무리하게 2루로 뛰다가 주루사한 것을 시작으로 2회초에는 로우르데스 구리엘 후니오르가, 4회초에는 다시 비야르가 포수 견제로 아웃을 당하며 잇달아 공격 흐름을 끊었다. 그뿐만 아니다. 2루수로 출전한 비야르는 2회말 수비 때 병살타 처리가 가능한 상황에서 송구 실책을 저질러 류현진을 당황하게 했다. 2회말 마이애미 선두 타자 브라이언 앤더슨이 1루를 밟을 수 있던 것도 토론토 1루수, 2루수, 우익수가 서로 미루다 공을 그라운드에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공식 기록은 안타였지만 ‘팀 수비’ 관점에서 보면 분명 실책이었다. 스포츠넷은 “뉴욕 양키스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하고 있는 토론토에 이 경기는 포스트시즌 진출 분수령이 될 수도 있었다. 타자들의 부주의한 플레이 때문에 경기를 내줬다면 팀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류현진 덕분에 이길 수 있었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선수들도 이를 잘 알기에 경기 후 모처럼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으쌰으쌰’ 하는 팀 분위기는 4일까지 이어졌다. 토론토는 이날 보스턴 방문경기에서 연장 10회초 대거 4점을 뽑아내며 6-2로 역전승을 거뒀다.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20승(16패) 고지를 밟으면서 이날 뉴욕 메츠에 끝내기 패배(7-9)를 당한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공동 2위가 됐다. 이에 따라 8∼10일 토론토 안방인 세일런필드에서 열리는 두 팀의 맞대결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로테이션 순서상 류현진은 8일 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7일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경기에 김광현(32)이 선발로 나선다고 발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대표팀은 육체를 가진 국가다. 대표팀이 취해야 할 스타일을 논의할 때 사람들은 종종 국가가 지향해야 할 자세를 논의하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자 출신 칼럼리스트 사이먼 쿠퍼는 자기 책 ‘축구 전쟁의 역사’에 이렇게 썼다. 그는 축구 칼럼리스트지만 비단 축구만 그런 건 아니다. ‘극일(克日·일본을 이김) 정신’이 없었다면 한국 스포츠가 단기간에 이렇게 성장하지는 못했을 것이다.일본이 하는 건 우리도 다해야 했다. 일본은 1964년 도쿄(東京) 올림픽 때 ‘맛배기’로 유도를 정식종목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유도는 1972년 뮌헨 대회 때부터 한번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한국도 88서울올림픽 개최권을 따내자 똑같은 길을 걷기로 작정했다. 서울 대회 때 태권도를 시범종목으로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고, 1994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들었다.“만들었다”는 표현을 쓴 건 IOC에서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한 게 김운용 당시 IOC 부위원장 겸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1931~2017) 개인 능력으로 이룬 성과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당시 동아일보는 “이번 성과가 전체 태권도인들의 단결된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김 총재의 IOC 내 정치적 역량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볼 때 국내외 태권도 관계자들의 결집이 어떤 것보다 우선해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IOC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을 채택할 때는 서로 엇비슷한 종목 중 하나만 고르는 게 당시 원칙이었다.태권도가 올림픽 종식 종목이 되면서 일본에서 정식종목으로 밀던 가라테(空手道)가 밀렸다. 태권도 정식종목 채택이 극일인 이유다.가라테는 ‘어젠다 2020’에 따라 개최국에서 정식종목 추가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 (2021년에 열릴 예정인) 2020 도쿄 대회 때를 앞두고서야 정식종목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대한태권도협회에서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 진입을 추진할 때는 세부종목을 겨루기(대전)와 품새로 나눌 방침이었다. 그러나 품새는 판정 시비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데다 ‘재미없다’는 의견이 우세했기에 겨루기에 다걸기(올인)하기로 방침을 바꿨다.겨루기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IOC는 경기 중 선수가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가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머리 보호대와 가슴 보호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하도록 규칙을 손질하고 나서야 겨루기는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보호 장비 도입 이후 수비형 전술이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결국 겨루기도 재미없다는 평가가 따라다니게 됐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태권도는 올림픽 퇴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2013년 올림픽 핵심종목(Core Sports)에 이름을 올리면서 천지개벽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계속 올림픽 종목으로 남게 됐다.WT는 이 과정에서 링(경기장)을 좁혀 공격적인 경기 진행을 유도하고, 컬러도복을 도입하는 등 태권도를 관중 친화적인 스포츠로 탈바꿈시키려 공을 들였다.한국은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로를 ‘종주국 어드밴티지’를 확실히 누렸다.한국 태권도 팬들 관점에서 안타까운 건 갈수록 이점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출전 남자 선수 3명이 모두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오혜리(32) 김소희(26·49㎏급) 등 여자 선수 두 명이 금메달을 따면서 종주국 자존심은 지켰다.오혜리는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말을 듣는 건 다 안다. 그런 말이 모두 옛말이 될 수 있도록 흥미진진한 경기를 펼치는 데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여러분이 태권도를 많이 아껴주실수록 태권도가 여러분이 더 좋아하는 경기 내용으로 변할 수 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오늘은 1994년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걸 기념하는 ‘태권도의 날’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수비 믿고 던지면 안 되지. ‘내가 이 타자를 무조건 삼진으로 잡아야 한다’ 이런 생각으로 네가 잡아야지.”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은 KBO리그 한화에 몸담고 있던 2012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강타자를 상대할 때는 동료들을 믿고 던진다’는 초등학생 야구부 선수에게 ‘그러면 안 된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당시 약체였던 한화의 동료들로부터 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담은 발언이었다. 메이저리그 취재진 눈에도 류현진의 이런 심정이 보이는가 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운영하는 ‘MLB닷컴’에서 토론토 담당을 맡고 있는 키건 매더슨 기자는 류현진이 시즌 세 번째 승리를 따낸 3일 마이애미 방문경기를 이렇게 총평했다. “류현진이 대걸레와 양동이를 손에 들고 자기 등 뒤에다 동료들이 만든 난장판을 거의 다 깨끗하게 치웠다.” 류현진은 이날 6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2개를 허용했지만 삼진 8개를 잡아내며 1점만 내줬다. 5회말 수비 때 2사 이후 연속 3안타를 맞은 게 옥에 티였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 자책점은 2.92에서 2.72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공 99개를 던진 뒤 팀이 2-1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 뒤로 타자들은 1점도 추가하지 못했지만 구원진이 마이애미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결국 2-1로 경기가 끝나면서 류현진은 팀의 2연패를 끊고 시즌 3승(1패)째를 기록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하면서 “토론토 선수단이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너무 많이 저질렀다”고 평했다. 특히 조너선 비야르가 심했다. 비야르는 1회초 공격 때 좌전 안타를 친 뒤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2루까지 내달렸다가 ‘여유 있게’ 아웃당했다. 2회말 수비 때는 무사 1루 상황에서 병살타성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저지르며 무사 1, 2루 위기를 만들었다. 비야르는 3루 주자로 나가 있던 4회초 2사 1, 3루 상황에서도 포수 견제에 아웃당하면서 찬스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비야르뿐만이 아니다. 5회초에 결승 2점 홈런을 날린 로우데스 구리엘 주니어 역시 2회초 공격 때 포수 견제사를 당했다. 이날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토론토 타선이 득점권 찬스를 만든 건 비야르가 견제사를 당한 4회초 2사 1, 3루 상황 딱 한 번뿐이었다. 매더슨 기자는 “토론토 선수단 절반 정도는 류현진에게 저녁을 사야 할 것”이라며 팀원들 실수를 이겨내고 호투를 선보인 류현진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동료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잘해보려고 노력하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면서 “선발 투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대인배 면모를 보였다. 그 대신 “(구단에서 트레이드를 통해 공격적으로 전력을 보강한 건) 좋은 징조다. 선수들도 하루하루 매 경기 이기려고 준비해야 한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주문했다. 이런 주문 역시 매더슨 기자가 기사 제목에서 쓴 것처럼 ‘마땅히 에이스가 해야 하는’ 일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은 80% 이상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1일 마감된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시장에서 토론토가 승자가 됐다며 이렇게 평가했다. USA투데이는 “지난겨울 토론토가 류현진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류현진이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내면서 토론토는 새로운 목표를 꿈꾸게 됐다”면서 “토론토는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류현진을 도와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는 퍼즐 조각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토론토는 이날 오른손 투수 로스 스트리플링(전 LA 다저스)과 왼손 투수 로비 레이(전 애리조나)를 동시에 영입했다. 토론토는 나흘 전에도 오른손 투수 타이후안 워커를 시애틀에서 데려왔다. 이 매체는 “두꺼운 선발진은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구원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운드만 강화한 게 아니다. 토론토는 이날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조너선 비야르를 마이애미에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USA투데이는 “비야르를 영입하면서 찰리 몬토요 감독은 산티아고 에스피날(타율 0.250), 조 패닉(0.217), 트래비스 쇼(0.213)처럼 타격이 부진한 선수를 더 이상 선발 라인업에 넣지 않아도 된다”고 평했다. 토론토는 이날 현재 18승 15패(승률 0.545)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 리그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팀 수를 기존 10개 팀에서 16개 팀으로 늘렸다. 토론토가 현재 자리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내게 된다.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건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선두 NC가 ‘8번 타자’ 알테어의 홈런을 앞세워 2위 키움의 추격을 뿌리쳤다. 5월 13일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는 NC는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1.5경기 뒤진 2위 키움과 시즌 12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NC가 지면 두 팀 간 승차는 0.5경기 차로 줄어드는 상황. NC에서 ‘공격 첨병’ 역할을 한 선수는 시즌 5번째로 8번 타순에 자리한 알테어였다. 알테어는 0-0으로 맞선 3회초 무사 1루에서 키움 선발 김재웅을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21호 투런 홈런을 쳐냈다. 이 홈런으로 17경기 만에 실점한 김재웅은 5회에도 NC 박민우에게 적시타를 얻어맞고 또 한 점을 내줬다. NC는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5-2로 이기고 3연승을 달렸다. 이제 NC와 키움 간 승차는 2.5경기로 벌어졌다. 키움은 이날 문학에서 SK를 13-5로 물리친 LG에 1경기 차로 쫓기며 2위조차 위태로운 신세가 됐다. 6월 25일 경기 도중 쓰러져 감독석을 떠나 있던 SK 염경엽 감독은 이날 68일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으면서 “희망을 드리겠다”고 강조했지만 복귀전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5위 KT와 6위 롯데가 만난 수원 경기에서는 안방 팀 KT가 롯데를 11-2로 꺾고 두 팀 간 승차를 ‘2’로 벌렸다. KT 선발 배제성은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되면서 ‘롯데 킬러’ 명성을 이어갔다. 배제성은 롯데를 상대로 통산 12경기에 등판해 5승 무패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 중이다. 홈런 선두 KT 로하스는 8회 2점 홈런으로 시즌 33번째 아치를 그렸다. 잠실에서는 안방 팀 두산이 한화에 4-0 완승을 기록했다. 두산 선발 알칸타라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7월 21일 이후 7경기 만에 승리를 따내며 11승(2패)째를 거뒀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첫 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 타이틀도 얻게 됐다. 광주에서는 선발 브룩스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KIA가 삼성에 6-0 완승을 거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불행 중 다행이다. 프로야구에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더는 확산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화 투수 신정락(33)은 지난달 31일 프로야구 선수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정락은 6월 28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으며 퓨처스리그(2군)에서도 7월 22일 이후 한 달 넘게 등판하지 않고 재활군에 머물고 있었다. 신정락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한화는 2군에 있다가 최근 1군으로 올라간 선수 2명과 이들과 숙소를 함께 쓴 2군 선수 2명에 대해 1일 새벽 긴급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선수 4명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어 충남 서산시에 있는 육성·재활군 훈련장에서 생활하는 선수와 직원 40명에 대해서도 진단 검사를 실시해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KBO는 “지난 달 25, 26일 서산 방문경기에 나섰던 LG 2군 선수단, 임직원, 협력사 직원 등에 대해서도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한화와 LG 2군 선수단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지는 못한 만큼 KBO는 일단 두 팀의 2군 경기 일정은 중단하기로 했다 단, 한화 1군 선수단은 예정대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다. LG 1군 선수단 역시 SK와의 인천 문학구장 방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KBO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경기 진행의 안정성을 확인 받았다”고 설명했다. KBO는 이와 함께 “각 구단에 코로나19 예방 매뉴얼을 철저하게 지켜줄 것을 다시 한 번 구단에 강조했다”면서 “선수단 개별 모임을 금지하고 다른 구단 선수와 악수 또는 식사를 하거나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며 이를 위반하면 강력히 제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프로야구 확진자 발생에 대해 “역학 조사 결과에 따라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해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는 보통 ‘개근상’을 타면 시즌 최다 출전 기록도 세울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한국 프로야구는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르니까 144경기에 출전하면 최다 출전 기록 선수가 되는 겁니다.그런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팀 경기 숫자(60경기)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그것도 전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상태로 말입니다.후보는 애리조나에서 뛰다 트레이드 마감일인 1일 마이애미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스탈링 마르테(31).마르테는 애리조나가 치른 35경기 경기 가운데 33경기에 출전한 뒤 마이애미로 건너가게 됐습니다.마이애미는 이날까지 30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따라서 마르테가 마이애미에서 전 경기에 나선다고 하면 63경기 출전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겁니다.1871년부터 메이저리그 기록을 담고 있는 ‘라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이런 일은 총 세 차례 나왔습니다.가장 최근 사례는 ‘메이저리그 올드팬’에게 박찬호 도우미로 친숙한 토드 질(55).질은 1996년 필라델피아에서 134경기를 소화한 뒤 볼티모어로 팀을 옮겨 29경기에 나서면서 당시 팀당 경기 숫자(162경기)보다 한 경기 많은 163경기에 출전했습니다.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윌리 몬타네즈(72)도 19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60경기, 애틀랜타에서 103경기를 뛰면서 163경기를 소화했습니다. 역시 당시 팀당 경기 숫자(162경기)보다 한 경기 많은 기록입니다.첫 사례는 1979년을 피츠버그(11경기)와 뉴욕 메츠(153경기)에서 보낸 프랭크 타바레스(71)였습니다.네, 제대로 계산하기 게 맞습니다. 타바레스는 164경기에 나서 팀당 경기 숫자(162경기)보다 두 경기를 더 뛰었습니다.예전에는 메이저리그도 일몰 등으로 더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을 때 일단 그 게임을 무승부로 처리한 뒤 다시 일정을 잡아 경기를 소화했습니다.이럴 때 팀은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으로 처리했지만 선수 기록은 인정했기 때문에 총 327명이 팀 경기 숫자보다 개인 출전 기록이 더 많습니다.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재일교포 3세였던 김실(53) 전 KIA 코치가 이런 기록을 남긴 유일한 인물입니다.김 전 코치는 1998년 쌍방울에서 81경기에 출전한 뒤 OB(현 두산)로 트레이드 된 다음 다시 46경기를 소화해 총 127경기를 뛰었습니다.당시 한국 프로야구 팀당 경기 숫자는 126경기였습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메이저리그의 2020년 8월이 류현진(33·토론토)의 달이었다면 KBO리그에서는 소형준(19·KT)의 달이다. 올해 수원 유신고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KT에 입단한 소형준은 8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8과 3분의 2이닝을 평균자책점 1.57로 막으면서 4승 무패를 기록했다. 이 기간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1점대인 선수는 소형준이 유일하다. 4승 역시 다른 투수 4명과 함께 다승 공동 1위에 해당한다. 소형준의 호투 비결로는 장타 억제를 꼽을 수 있다. 소형준은 8월에 타자 115명을 상대하면서 안타 20개를 내줬다. 이 가운데 장타는 2루타 세 개밖에 없다. 그 덕에 적지 않은 볼넷(9이닝당 3.8개)을 내주고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좀처럼 장타를 맞지 않는 비결은 새로운 구종 장착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초반에 4승을 거뒀을 때보다 지금이 더 안정적인 투수가 됐다”며 “이전에는 슬라이더와 커브의 구속 차가 크지 않았다. 그럴 바에는 슬라이더를 아예 커터처럼 (궤적 변화는 적어도 더 빠르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커터라는 새 무기를 만들면서 본인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뜨거운 상승세를 바탕으로 8월 월간 최우수선수(MVP) 수상도 노려봄 직하다. 소형준이 8월 MVP로 뽑힌다면 프로야구 역사상 첫 고졸 신인 월간 MVP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해태 선동열(1985년 8월)과 삼성 오승환(2005년 8월)이 신인 선수로 월간 MVP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입단한 케이스다. 고졸 신인 출신인 류현진은 프로에 데뷔한 2006년 신인상과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지만 이해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월간 MVP 제도를 시행하지 않아 수상 기회 자체가 없었다. 소형준이 8월 MVP를 놓친다고 해도 올해 신인상 1순위 후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시즌 8승 5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 중인 소형준은 “감독님께서 ‘신인상이나 10승 같은 목표를 생각하지 말고 한 게임 한 게임 집중해 달라. 그러면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조언해 주셨다”면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적어도 5, 6이닝은 책임지고 내려가겠다’고 다짐할 뿐 개인적인 다른 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월간 MVP 경쟁자로는 NC 나성범이 꼽힌다. 나성범은 8월에 타율 0.371(4위), 9홈런(2위), 29타점(1위), OPS(출루율+장타율) 1.182(1위)를 기록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엘롯라시코’. 프로야구 팬들에게 LG과 롯데가 맞붙는 경기를 뜻하는 이 낱말보다 더 긴장과 흥분을 설명하는 다섯 글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사실 이 말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맞붙는 경기를 ‘엘 클라시코’(El Cl¤sico)라고 부르는 데서 가져온 것. 2000년대 초반 롯데가 연거푸 최하위를 차지하던 시절 롯데 팬들은 자기 응원팀을 ‘꼴떼’라고 불렀다. 여기서 유래해 ‘엘롯라시코’ 대신 ‘엘꼴라시코’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엘롯라시코는 원래도 ‘대첩’ 대명사 같은 존재지만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더욱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프로야구 팬을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다. 두 팀이 엘롯라시코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는지에 따라 최종 순위가 갈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올 시즌 프로야구는 전체 일정 가운데 65.7%를 마감한 상태로 8월을 마감하게 됐다.그런데 LG와 롯데는 아직 6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프로야구에서는 원래 두 팀이 16번씩 맞붙으니까 엘롯라시코는 전체 일정 가운데 37.5%밖에 소화하지 않은 것.2위 키움, 4위 두산과 현재 모두 2경기 차이인 3위 LG가 남은 기간 가장 많이 맞붙어야 하는 상대가 바로 롯데다. 그다음이 9경기를 남겨 높고 있는 선두 NC다.5위 KT를 한 경기로 추격 중인 6위 롯데 역시 LG 그리고 NC와 남은 기간 가장 많은 각 10경기를 치러야 한다.특히 LG는 상대적으로 승수 쌓기에 유리한 최하위권 두 팀과 80% 가까운 일정을 소화한 상태라 엘롯라시코에서도 밀리면 순위 경쟁에서도 밀릴 개연성이 높다.LG로서 다행스러운 건 ‘숫자’는 LG 편이라는 사실이다. 남은 두 팀 경기를 10만 번 시뮬레이션 해보면 LG가 우위를 점할 확률이 55.6%가 나온다. 5승 5패를 포함하면 이 비율은 77.7%까지 올라간다. LG가 10전 전승을 기록할 확률은 있어도 롯데가 전승을 기록할 확률은 없다.물론 야구 경기에서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특히 엘롯라시코에서는 정말 그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를 이끌었던 케이시 스텐겔도 “섣불리 예상하지 말아라. 특히 미래에 대해서(Never make predictions, especially about the future)”라고 말하지 않았나.그래도 예상건대 엘롯라시코에서 살아 남는 팀이 올해 희망 순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올해 엘롯라시코가 10경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고 또 아쉽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9일 토론토 안방구장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토론토와 볼티모어의 메이저리그 경기. 토론토가 2-0으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에서 ‘블루 몬스터’ 류현진(사진)은 오른손 타자 라이언 마운트캐슬에게 바깥쪽 낮은 코스로 체인지업(시속 130km)을 던졌다. 결과는 평범한 3루수 앞 땅볼. 문제는 토론토 3루수 트래비스 쇼가 던진 공이 1루수 미트가 아니라 땅바닥을 향했다는 것이다. 토론토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공을 빠뜨린 사이 볼티모어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공식 기록원의 최초 판단은 3루수 실책이었다. 이러면 류현진의 자책점은 ‘0’이 된다. 그러나 잠시 뒤 공식 기록원은 내야 안타로 기록을 바꿨다. 그러면서 류현진의 자책점도 2점이 됐다.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도 류현진은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 신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7월 15일 보스턴전을 비롯해 LA 다저스 시절에도 총 3차례 이의 신청을 통해 자책점을 줄였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자책점은 1점으로 줄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0일 ‘원 히트 원 에러’로 공식 기록을 바꿨다. 3루 주자 득점은 류현진의 자책점, 2루 주자 득점은 비자책점이 된 것이다. 류현진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3.16(아메리칸리그 12위)에서 2.92(8위)로 내려갔다. 토론토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3루 주자 득점 역시 비자책점이 되어야 맞다는 것이다. 만약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 주장까지 받아들인다면 류현진은 8월 월간 평균자책점 0.97을 기록하게 된다. 현재 기록은 1.29인데 이날 현재 아메리칸리그 1위(전체 3위)다. 토론토는 트위터에 한글로 “이번 달 류현진 선수는 환상적이었습니다!”라고 평했다. 한편 ‘KK’ 김광현(세인트루이스)은 다음 달 2일 신시내티 방문경기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신시내티는 23일 안방경기 때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둔 팀이다. 당시 김광현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돌아온 ‘배구 여제’ 김연경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3647일 만에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3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에 3-0(25-15, 25-13, 25-22) 완승을 기록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경험한 건 2010년 9월 5일 당시 컵대회 결승전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당시 일본 JT 마블러스에 임대 중이었던 김연경은 리그 비시즌 기간 친정팀에 합류해 흥국생명에 우승컵을 안기면서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7득점(공격 5점, 블로킹 1점, 서브 1점)에 그쳤지만 서브 리시브 성공률 54.5%를 기록하는 등 팀 승리의 밑거름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김연경의 존재감이 특히 빛난 건 흥국생명이 7-10으로 뒤지던 2세트 초반이었다. 이 상황에서 흥국생명 서버로 나선 김연경은 세 차례 모두 가볍게 서브를 넣었지만 현대건설은 연거푸 범실을 저지르며 결국 10-10 동점을 허용했다. 김연경은 경기 후 “7월 중순이 되어서야 공을 만지는 운동을 시작했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한 상태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회를 치를수록 더욱 좋은 모습을 선보이겠다”면서 “우리가 무조건 우승한다는 예상이 많아 팀 분위기가 느슨해질 수 있다. 상대가 잘하든 못하든 모든 선수가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기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가 프로 팀에서 처음으로 함께 뛰는 공식전이기도 했다. 이재영은 양 팀 최다인 19점(공격 성공률 43.6%)을 올렸고, 이다영도 세트 성공률 44.1%를 기록하면서 자기 몫을 다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세트 스코어 0-2로 끌려가던 KGC인삼공사가 결국 3-2(12-25, 18-25, 27-25, 25-23, 15-11)로 GS칼텍스를 물리쳤다. GS칼텍스는 총점에서 109-97로 앞서고도 경기를 내줬다. 한편 전날 열린 남자부 결승에서는 한국전력이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을 3-2(25-18, 19-25, 25-20, 23-25, 20-18)로 꺾고 통산 3번째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전력 새 외국인 선수 러셀이 양 팀 최다인 27점을 올렸고 박철우가 24점을 보탰다. 러셀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30표 중 20표를 얻어 대회 MVP로 뽑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의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이 3.16에서 2.92로 내려갔습니다.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공식 기록원 오기(誤記) 인정한 겁니다.류현진은 29일 보스턴 방문 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6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3루수 트래비스 쇼(30)가 실책성 송구를 저지르면서 2점을 내줬습니다. 공식 기록원은 처음에는 이 장면을 3루수 실책으로 기록했지만 이후 내야안타로 판단을 바꾸면서 2점 모두 자책점이 됐습니다.이에 대해 토론토 구단에서 이의를 제기하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루 주자 득점은 자책점, 2루 주자 득점은 비자책점으로 바꿨습니다. 토론토 구단에서는 2루 주자 실점 역시 비자책점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실책 때는 할인 받지만, 호수비 때는 할증 없다?‘베이스볼 비키니’ 독자시라면 자책점과 비자책점이 뭔지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혹시 모르니 개념을 한번 정리하고 하겠습니다.야구 규칙은 자책점(自責點)을 이렇게 정의합니다.9.16 자책점(EARNED RUN 自責點)자책점이란 투수가 책임져야 할 실점을 말한다. 자책점을 결정하려면 실책(포수의 타격방해 포함)과 패스트볼을 제외하고 그 이닝을 재구성 하여야 한다. 실책 없이 진루한 베이스를 결정할 경우 의심스러운 것은 투수에게 유리하도록 한다. 자책점을 결정할 경우 고의4구는 보통의 4구와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혹시 몰라 말씀드리면 저기서 패스트볼은 ‘fastball’이 아니라 ‘passed ball’ 그러니까 포일(捕逸)입니다.여기서 재미있는 표현은 ‘의심스러운 것은 투수에게 유리하도록’입니다. 투수에게 유리한 건 이렇게 실책 또는 패스트볼이 나왔을 때만이 아닙니다. 상대 타자가 홈런성 타구를 날렸는데 외야수가 담장을 기어올라 잡아냈습니다.이러면 투수는 잘못했고 야수가 잘한 거지만 이득을 보는 쪽은 투수입니다. 요컨대 투수는 자기는 잘했는데 야수가 잘못했을 때는 할인을 받지만 자기 잘못을 야수가 커버했을 때는 할증을 받지 않는 존재입니다.이거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자책점 vs 비자책점을 구분하기 시작한 이유사실 한자어 ‘자책점’과 영어식 표현 ‘언드 런(earned run)’은 살짝 뉘앙스가 다릅니다. 자책점이 자기(투수)가 책임져야 할 점수라는 뜻이라면 언드 런은 ‘자기가 벌어들인 점수’라는 뜻에 가까우니 말입니다.맞습니다. 야구에서 언드 런과 언언드 런(unearned run·비자책점)을 구분하는 건 원래 ‘타격 기록’이었습니다. 미국야구조사협회(SABR)에 따르면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소 1871년부터 나왔습니다. 1887년이 되면 ‘상대 실책으로 이득을 보지 않고 얻어낸 점수(It is achieved without benefitting from an error)’를 언드 런으로 정의하게 됩니다.문제는 당시에는 볼넷을 ‘투수 실책’으로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볼넷 이후 얻어낸 득점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한 쪽에서는 ‘볼넷도 실책이니까 언드 런 집계 때 다른 실책과 마찬가지로 볼넷 이후 나온 점수는 제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반대 쪽에서는 ‘볼넷은 다른 실책과 엄연히 성질이 다르다. 볼넷 이후 점수가 났을 때는 언드 런 집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이 중 두 번째 주장이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서 언드 런은 수비 기록 자책점이 됐습니다.‘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 잘못 때문에 올라간 점수를 언드 런에서 제외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결국 수비 쪽 책임을 이야기하는 거니까요. 지금도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원이 기록지 투수 이름 옆에 써야 하는 숫자는 ‘earned runs’가 아니라 ‘earned runs allowed’입니다.● 타율, 평균자책점, 승리·패전 투수는 모두 한 사람 발명품‘자책점과 비자책점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인물 가운데는 흔히 ‘야구 기록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헨리 채드윅(1824~1908)도 있었습니다. 박스 스코어를 고안한 것도, 삼진을 알파벳 ‘K’로 표기하기 시작한 것도 모두 채드윅이었습니다. 타율과 평균자책점 역시 채드윅의 발명품입니다.채드윅은 1879년 “어떤 투수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려주는 지표를 단 하나만 고르라면 그건 이 투수를 상대로 상대 팀에서 뽑은 언드 런”이라고 썼습니다.그는 이로부터 5년 뒤(1884년) ‘승리 투수’라는 개념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다시 4년이 지나서는 패전 투수 아이디어도 세상에 내놓습니다. 자책점에 이어 승리·패전 투수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야구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습니다.만약 이런 개념이 없었다면 ‘류현진은 6이닝 동안 2실점했다’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법이 있기에 우리는 ‘투수는 정말 잘 던졌는데 야수 실책 때문에 패전 투수가 됐다’는 이야기를 할 수가 있게 됩니다.채드윅에게 이런 기록이 필요했던 건 그가 뉴욕타임스 등에서 일한 야구 기자였기 때문입니다. 기자에게는 항상 ‘이야기’가 필요하게 마련인데 채드윅은 이런 기록을 고안해 스스로 이야기 감을 만들었던 겁니다.그리고 100년이 넘게 흐른 뒤 태평양 건너편에 사는 저 역시 그 덕에 이렇게 길고 긴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 모두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시대를 자책점 없이 승리 투수로 마무리하시기를 기원합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옛날 신문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정답은 시노다 지사쿠(篠田治策) 차관과 이항구 예식과장이다.두 사람은 조선총독부에서 조선 왕실 관련 사무를 맡아 보던 기관 이왕직(李王職) 소속이었다.1924년 4월 13일자 동아일보는 “두 사람이 11일 아침부터 자동차를 몰아 용산 효창원에 이르러 날이 저물도록 ‘꼴프’ 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하니 과연 이것이 그들의 취할 바 가장 온당한 도리이었겠는가”하고 보도했다.문제가 생긴 건 1924년 4월 10일이었다. 도둑이 종묘에 들어 어보(御寶·의례용 왕실 도장) 다섯 개를 훔쳐 갔다. (참고로 이 어보는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상태다.)이왕직이라는 부처가 따로 있었지만 이왕(李王) 순종에게 실질적인 권한은 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니 유물 관리가 이렇게 허술한 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동아일보에서 도난 사실을 [단독] 보도하자 (친일파로 유명한) 민영기 이왕직 장관은 “비밀에 부친 일이 신문에 발표돼 참으로 세상에 대해서도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당시 왕실 유물 관리 실무 책임자가 바로 이 과장이었다.이 과장은 “황송한 말이야 어찌 입을 열어 다 하겟소만은 이왕 당한 일이니 다만 처분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당시 동아일보 표현대로 500년 만에 처음으로 종묘에서 도난 사건이 벌어졌는데 ‘일개 과장’이 어떻게 차관과 함께 하루 종일 골프를 치고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던 걸까.이 과장 아버지 이름을 들으면 의문이 풀릴지 모르겠다. 이 과장 아버지는 리노이에 칸요(李家完用) 그러니까 이완용이었다.혹시 잊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지 110년 되는 날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NC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저지른 김유성(18·김해고·사진)에 대한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NC는 27일 “피해를 입은 학생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구단은 1차 지명 과정에서 해당 선수의 사건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했다. 구단은 앞으로 신인 선수를 선발할 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성은 올해 김해고를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정상으로 이끌면서 주목받은 투수로 24일 연고팀인 NC로부터 1차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1차 지명을 전후해 김유성이 내동중 3학년이던 2017년 전남 여수시로 떠난 팀 전지훈련 때 한 학년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일었다. 이에 NC에서는 “김유성 선수 측의 진심 어린 사과를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유성의 과거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NC의 선수 선발 과정과 이후 대처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폭력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이 점점 거세지자 NC는 결국 1차 지명 철회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차 신인 지명을 철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C는 이날 결정으로 2021년도 신인 1차 지명권을 날리게 됐다. 김유성은 구단에서 계약교섭권을 포기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다시 지명을 받으면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야구 규약에 따라 1차 지명 대상자는 될 수 없다. 따라서 지난해 9위 한화와 10위 롯데가 31일 내년 1차 신인 지명 결과를 발표할 때는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내달 21일 열리는 KBO 2차 드래프트에 나올 수는 있지만 다른 구단이 그를 지명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 LG 최일언 투수 코치는 경기 도중 좀처럼 마운드를 찾지 않는다. 그러나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는 달랐다. 선발로 나선 신인 투수 김윤식(20)이 KT 1번 타자 조용호와 2번 타자 황재균을 연거푸 볼넷으로 내보내자 서둘러 마운드에 올랐다. 그 뒤로 김윤식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공 8개로 KT 클린업 트리오(3∼5번 타자)를 돌려세우며 1회를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긴 김윤식은 이후 5이닝을 더 던지는 동안 주자를 딱 두 명만 내보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2피안타 2볼넷 무실점. 김윤식이 6이닝 이상을 던진 것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것도 데뷔 후 처음이었다. 결국 LG가 2-0 승리를 거두면서 김윤식은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전날까지 15경기에 출전해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20을 남긴 게 김윤식의 1군 기록 전부였다. LG 류중일 감독은 김윤식에 이어 ‘필승조’ 정우영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투입해 경기를 매조지었다. LG는 이날 승리로 승률 0.570을 기록하면서 창원에서 선두 NC에 2-8로 패한 두산(승률 0.560)을 밀어내고 닷새 만에 3위 자리를 되찾았다. NC 나성범(사진)은 1회 첫 타석에서 시즌 26호(2위)인 2점 홈런을 터뜨리며 3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9위 SK와 10위 한화는 갈 길 바쁜 7위 KIA와 8위 삼성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SK는 문학 안방경기에서 KIA를 10-4로, 한화는 대전 안방경기에서 삼성을 7-0으로 물리쳤다. 6위 롯데는 안방 사직에서 키움에 6-11로 무릎을 꿇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올봄에 볼 수 없었던 그 승부를 여름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프로배구 V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했다. 리그 중단 당시 남자부 1위였던 우리카드(승점 69)도, 승점 4점 차로 추격하던 2위 대한항공 모두에 아쉬운 결과였다. 두 팀은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조별리그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A조, 우리카드는 B조였기 때문이다. 고대하던 두 팀의 맞대결이 드디어 성사됐다. 우리카드는 27일 열린 B조 3차전에서 한국전력을 3-1(25-16, 17-25, 25-17, 28-26)로 꺾고 B조 2위(2승 1패)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팀인 대한항공은 A조 1위(3승)로 전날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뒤늦게 보는 챔피언결정전’은 28일 오후 3시 30분에 열린다. 한국전력은 이날 패배로 우리카드와 똑같이 2승 1패를 기록했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앞서 B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같은 날 오후 7시 A조 2위 현대캐피탈(2승 1패)과 결승 진출을 다툰다. 한편 이날 첫 번째 경기에서는 초청팀 자격으로 이 대회에 참여한 국군체육부대(상무)가 OK저축은행을 3-2(25-22, 27-29, 25-19, 22-25, 16-14)로 물리치면서 두 팀 모두 1승 2패로 이번 대회를 조별리그에서 조기 마감하게 됐다. 11월 21일 제대 예정인 ‘병장’ 허수봉(22)은 양 팀 최다인 38점(공격 성공률 54.3%)을 올리면서 상무에 이 대회 첫 번째이자 마지막 승리를 선물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배구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컵 대회는 비시즌 동안 어느 팀이 땀을 많이 흘렸는지 비교하는 자리다. 특히 선수가 포지션을 바꾼 경우에는 새 자리에서의 역량을 테스트해볼 좋은 기회다.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을 바꾼 대표 주자는 우리카드 나경복(26)이다. 2015∼2016시즌 데뷔 이후 줄곧 레프트로 뛰었던 그는 이번 대회부터 라이트로 나섰다.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러셀(27)은 반대다. 최근 세 시즌 동안 독일과 프랑스에서 라이트를 맡았지만 이번에는 레프트로 출전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라이트 박철우(35)를 영입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가 레프트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레프트와 라이트는 ‘날개 공격수’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기도 하지만 코트에서 담당하는 임무의 차이는 꽤 크다. 레프트는 수비 전문 리베로와 함께 서브 리시브 및 수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반면 라이트는 공격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주공격 위치를 의미하는 레프트, 라이트를 각각 아웃사이드 히터, 오포지트(Opposite·로테이션 순서상 세터와 반대에 선다는 뜻) 스파이커라고 부른다. 하지만 ‘라이트 나경복’은 ‘4인 서브 리시브 체제’를 준비하는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의 계획에 따라 보통의 라이트와 달리 서브 리시브에도 가담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나경복도 자기 정면으로 날아오는 서브 정도는 받아줘야 한다는 뜻”이라며 “4인 리시브 체제를 구축해야 더 빠르고 정교한 배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지션 변경 후 첫 2경기에서 평균 28.5득점(공격 성공률 58.1%)을 기록한 나경복은 “확실히 리시브 책임 범위가 줄면서 더 여유 있게 공격 스텝을 밟을 수 있게 됐다”면서 “수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블로킹과 서브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23일 상무와의 경기 때 1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 리시브 불안을 이유로 교체되어 나온 뒤 다시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OK저축은행과 맞붙은 25일 2차전에서는 양 팀 최다인 32점(공격 성공률 70%)을 올리면서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깜짝 놀랐다. 이렇게만 해준다면 정규시즌도 기대해 볼 만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2차전 때도 러셀의 리시브 성공률은 6.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러셀은 “레프트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7년간 뛰었다. 오랫동안 레프트로 뛴 경험이 있기에 훈련을 더 하면 안정적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상대가 서브 리시브가 아직 불안한 나를 집중 공략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이 도전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캐피탈(2승 1패)은 26일 열린 A조 3차전에서 KB손해보험(3패)을 3-1(19-25, 25-19, 25-22, 25-20)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조 대한항공(3승)은 삼성화재(1승 2패)를 3-0(25-13, 25-23, 25-19)으로 누르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제천=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