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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수렵도(狩獵圖)에도 등장하는 전통무예 활쏘기가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을 오늘날까지 유지한 활쏘기를 새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활쏘기는 무용총 수렵도를 비롯한 고구려 고분벽화와 중국 문헌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도 등장하는 등 역사가 길다. 무형자산 외에도 활 화살 활터 같은 유형자산도 풍부하다. 문화재청은 전국 활터를 중심으로 활을 쏘는 마음가짐과 기술규범 등의 유·무형 문화가 퍼져 있어 무형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와 조선시대 문헌에서 확인한 순우리말인 활쏘기로 명칭을 지정했다. 다만 지금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활동이자 문화라는 점을 고려해 아리랑, 씨름, 해녀, 김치 담그기, 장 담그기처럼 특정 보유자와 보유단체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해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세계적인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자신의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을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전 3시까지 유튜브에 공개했다. 공개 영상은 2011년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5주년 기념 공연이다. 뮤지컬 스타 라민 카림루가 유령을 연기하고, 크리스틴 역은 시에라 보게스가 맡았다. 웨버는 3일부터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을 통해 영국 시간 매주 금요일 오후 7시(한국 시간 토요일 오전 3시)마다 자신이 제작한 인기 뮤지컬 실황 영상을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저작권 문제로 영상은 48시간 동안만 공개된다. 이번 기획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중단이 속출하면서 전 세계 뮤지컬 팬과 공연 관계자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구독자는 개설한 지 한 달이 채 안 돼 93만 명을 돌파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19일 현재 조회수 1000만 건을 넘었고 앞서 공개한 그의 대표작 ‘요셉 어메이징’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도 큰 호응을 얻었다. 웨버는 2주 전부터 자택에서 뮤지컬 넘버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을 촬영해 ‘#ComposerInIsolation’(격리된 작곡가)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개인 채널에 올려놨다. 그는 이 영상들을 통해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부금 조성에 동참해 달라고 독려하고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 ‘방탄TV’를 통해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콘서트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팬들을 위해 준비한 ‘언택트(untact·비접촉)’ 이벤트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18, 19일 2015년 ‘BTS LIVE 화양연화 ON STAGE’ 콘서트부터 ‘2017 TRILOGY EPISODE III THE WINGS TOUR THE FINAL’ ‘LOVE YOURSELF SEOUL’ 콘서트와 2018년 열린 팬미팅 실황까지 총 8부로 구성된 영상을 무료 공개했다. 18일 영상 공개 직후 동시 접속자 수는 220만 명까지 치솟았으며, 19일에도 200만 명에 육박했다. 이틀간 모두 24시간 동안 공개된 영상 중간에는 실제 공연처럼 BTS 멤버들이 깜짝 출연해 재치 있는 발언과 행동을 보여줬다. 멤버 진은 “공연에 찾아와 주신 아미(ARMY·BTS 공식 팬클럽을 일컫는 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몇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린다”면서 “공연 중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고 자리 이동을 하셔도 괜찮다”고 했다. 팬들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응원봉(아미밤)을 흔들며 각자 자신의 방 같은 실내에서 공연 현장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빅히트가 개발한 팬덤 애플리케이션 ‘위버스’에서 콘서트 영상을 재생하고 응원봉을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노래에 맞춰 응원봉의 색깔이 변했다. 전 세계 팬들은 실시간 채팅은 물론 ‘#BangBangCon’ 해시태그를 통해 공연 감상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놓고 인증하며 콘서트를 즐겼다. 직접 만든 ‘방방콘’ 티켓을 들고 방탄소년단 인형을 옆 좌석에 놓은 인증샷 등 자신만의 독특한 응원법으로 현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코로나19로 이달 서울 콘서트를 취소한 방탄소년단은 북미 투어 일정 역시 잠정 연기했다. 앞서 리더 RM은 17일 ‘방탄TV’를 통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일상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발매 시기나 어떤 노래를 할지, 어떤 타이틀로 나올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지만 열심히 한번 해보겠다”며 새 앨범 준비 소식을 전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미래를 먼저 내다보려는 건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다. 고대 권력자들은 신탁(神託)을 통해 미래를 가늠했고, 오늘날 인간은 과학의 힘으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범위 안에 묶어두려 한다. 그런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미래 예측이 나왔다. 30년 뒤 지구 온난화로 “일상 자체가 종말”을 맞아 지구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다는 것. 더 섬뜩한 건 이를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전망으로만 치부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다수 과학적 통계, 연구 자료를 곁들여 기후 변화의 폐해를 입증했으며 저자가 경고한 ‘전염병 창궐’과 ‘대규모 산불’ 등 시나리오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5개월 전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통보하며 지구 온난화 자체를 믿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같은 이에게는 과도한 종말론이나 환경 염려증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인간 사회를 파괴하는 요인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칼럼니스트이자 미국 싱크탱크 ‘뉴아메리카’ 연구원인 저자는 지구 온난화가 가져올 시나리오 ‘거주불능 지구(The Uninhabitable Earth)’를 2017년 ‘뉴욕매거진’에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는 이 리포트를 더욱 상세하게 풀어냈다. 그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자연재해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기후변화 우려를 여전히 환경운동 차원으로만 생각한다”며 집필 동기를 밝혔다. 오히려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설명하며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에서 인류사회를 뒤흔들 재난 시나리오를 절절하게 묘사했다. ‘살인적인 폭염’ ‘갈증과 가뭄’ ‘사체가 쌓이는 바다’ ‘질병의 전파’ ‘재난의 일상화’ 등이다. 2050년 지구에서는 폭염으로 약 25만 명이 사망하며 50억 명이 만성적 물 부족으로 신음한다. 기후난민 10억 명이 발생하며 해안가 거대 도시는 침몰한다. 지구 평균 온도가 4도만 올라도 아프리카, 호주, 미국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으며 5도가 오르면 전 지구가 거주 불능 지역이 된다. 전염병의 일상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다. 빙하가 녹으면 그 속에 얼어있던 미지의 박테리아들이 전 세계로 퍼질 것이다. 아예 존재 자체를 몰라서 걱정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모기나 야생동물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며 인간과 세균의 접촉 가능성도 커진다. 이들 시나리오는 씨줄과 날줄처럼 복합적 원인이자 결과로 서로 엮여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안만 해결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기후 변화 폐해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중심적이고 소비적 태도로 일관한 기존 환경운동을 비판한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변화도 촉구한다. 저자는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논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한다. 인류는 아직 다른 행성을 선택할 수 없다. 올해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그룹 슈퍼엠이 1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초대형 온라인 자선 콘서트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에 출연한다. 국내 가수 중 유일하게 참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전 세계 의료 종사자들을 응원하고, 코로나19 대응 기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Global Citizen)’과 함께 행사를 주최했다. 출연하는 팝가수, 글로벌 스타들도 화려하다. 1985년 에티오피아 난민 구호기금 마련을 위해 열렸던 초대형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Live Aid)’에 비견돼 ‘21세기 라이브 에이드’로 불리는 이유다. 엘턴 존,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등 전설적인 거장을 비롯해 테일러 스위프트, 셀린 디옹, 제니퍼 로페즈 등이 출연한다. 빌리 아일리시와 카밀라 카베요, 찰리 푸스도 나온다. 오프라 윈프리, 새뮤얼 잭슨, 데이비드 베컴, 잭 블랙 등 글로벌 스타도 참여한다. 이들은 콘서트 주제인 ‘하나 됨, 선함,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Together At Hom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인스타그램 라이브 공연을 한 것에서 시작됐다. 뒤이어 피아니스트 랑랑, 축구스타 베컴, 방송인 윈프리 등의 참여로 확장됐다. 콘서트를 공동 기획한 레이디 가가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68개 기업들과 화상 통화를 하며 기부금을 모았다. 일주일 동안 모은 금액만 약 3500만 달러(약 430억 원)에 달한다. 공연을 마친 뒤 기부금을 WHO에 전달할 예정이다. 콘서트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 6시부터 생중계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주요 방송사를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실시간 관람할 수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지구에 큰일이 터져 전기가 다 끊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연극은 할 수 있거든요.” 배우 김은우(38)는 연극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그는 7일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텅 빈 무대, 배우 그리고 관객만 있다면 한마디 대사로 함께 상상에 빠질 수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 때문에 연극을 했다”고 말했다. 김은우는 지난해 극단 골목길의 작품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에서 동생 창식 역할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창식은 트랙터 살 돈을 훔쳐 서울로 상경한 뒤 유명한 노름꾼이 된 인물. 방탕하게 살며 인생에서 모든 걸 놓아버린 사내의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연극판에서 ‘신인’은 아니다. 2011년 ‘햄릿’으로 데뷔한 뒤 꾸준히 연극, 뮤지컬 무대에 섰다. 영화, 방송에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는 “경력과 별개로 여전히 대중 앞에서는 신인이다. 그래서 신인상 타이틀보다는 동아연극상 수상자 타이틀이 더 어색하다”며 웃었다. 김은우는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날을 떠올리며 “제 연기 인생이 알 수 없는 어떤 궤도에 진입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겨울 뻥 뚫린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는 집 냉장고 문이 열린 것도 잊은 채 ‘삐삐’ 소리가 날 때까지 한참 부둥켜안고 있었다. 그는 “연극은 늘 외로운 싸움이라 생각했는데 가족과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색다른 행복감을 느꼈다”고 했다. 고등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패스트푸드 식당 사장이 “연극 한번 해보라”고 권유해 우연히 극장에 발을 들였다. 학창 시절 온갖 담벼락을 뛰어넘고, 유도를 배우느라 쏟아내던 에너지를 무대로 끌어왔다. 강렬한 인상 때문에 연출가들로부터 “요새 무슨 일 있느냐” “정말 못되게 생겼다”는 말을 매번 들으면서도 굳건히 무대를 지켰다. 그의 ‘못된 에너지’는 2014년 초연한 연극 ‘만주전선’에서 빛을 발했다. “연극은 체력”이라는 신념을 갖고 만주 관동군 장교 아스카 역을 맡아 에너지를 힘껏 뿜어냈다. 그는 “다른 배우와의 호흡도 최고였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알렸던 인생 작품”이라고 했다. 김은우가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는 연기와 걷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가 출연한 뮤지컬 ‘영웅본색’은 계획보다 일찍 막을 내렸다. 산책도 쉽지 않다. 일상을 잃고 공연계가 심적으로 힘든 순간, 그는 살면서 처음 본 연극 ‘유랑극단’ 속 대사 한 구절을 떠올렸다. “우리의 꿈과 인생을 배우고 싶어 배우가 되었다. 때로는 고생스럽고 외롭고 쓸쓸해도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에서 1시간째 이 영상만 보고 있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저 사람은 뭐 하는 거죠?”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Earthcam’ 채널의 실시간 중계 영상. 12일 오후 이 채널에는 전 세계에서 700여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타임스스퀘어를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타임스스퀘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카메라가 찍는 광장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직장인과 관광객으로 24시간 붐비던 광장은 한 달 사이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영상에서도 형형색색 조명과 간판만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이런 낯선 광경은 처음”이라며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유명 도시, 관광지가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행과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외에도 샌타모니카 해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중계 영상은 한 장소만 고정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느린 속도로 각도를 바꾸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영상으로 나뉜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낯선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랜선 여행’을 주제로 만든 기획 영상과 다르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직장인 이희찬 씨(30)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함에 멍하니 중계 영상을 볼 때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모습을 눈으로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중계 영상의 채팅창은 세계인이 모이는 ‘동병상련’ 창구가 된다. 각자 고립 생활의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 “집에서 고양이 사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 등의 질문과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는 당부도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상에는 “힘내서 함께 극복하자”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진다. 국내에도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남산서울타워 측은 “미세먼지 상황이나 도시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 만든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에서 한 시간째 이 영상만 보고 있어요.” “혼자 돌아다니는 저 사람은 뭐하는 거죠?”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를 비추는 유튜브 ‘Earthcam’ 채널의 실시간 중계 영상. 12일 오후 이 채널에는 전 세계에서 700여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해 타임스퀘어를 함께 감상하고 있었다. 타임스퀘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영상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카메라가 찍는 광장의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을 뿐. 직장인과 관광객으로 24시간 붐비던 광장은 한 달 사이 말 그대로 텅텅 비었다. 영상에서도 형형색색 조명과 간판만 눈에 띈다. 시청자들은 “이런 낯선 광경은 처음”이라며 “뉴욕 여행을 가지 못해 영상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영상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유명 도시, 관광지가 홍보를 위해 제작한 유튜브 실시간 중계 채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여행과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낯선 풍경을 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외에도 산타모니카 해변,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이탈리아 베네치아, 호주 멜버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중계 영상은 한 장소만 고정적으로 보여주거나 느린 속도로 각도를 바꾸며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파노라마 영상으로 나뉜다. 어떤 장면에서든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이런 낯선 풍경이 시청자의 눈길을 끈다. ‘랜선 여행’을 주제로 만든 기획 영상과 다르게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직장인 이희찬 씨(30)는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답답함에 멍하니 중계 영상을 볼 때가 많다”며 “코로나19로 달라진 전 세계 모습을 눈으로 보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중계 영상의 채팅창은 세계인이 모이는 ‘동병상련’ 창구가 된다. 각자 고립 생활의 고단함을 나누고 서로 일상의 위로를 건넨다. “집에서 고양이 사료 만드는 법을 알려 달라”거나 “집에서 안전하게 머물라”는 당부도 이어진다. 특히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 베네치아 영상에는 “힘내서 함께 극복하자”는 응원 메시지도 이어진다. 국내에도 ‘남산서울타워’와 ‘에버랜드 라이브’ 채널이 운영 중이다. 남산서울타워 측은 “미세먼지 상황이나 도시 전체 모습을 보여주려 만든 채널이 코로나19 사태로 시청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답답함을 해소하는 창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생명의 메커니즘이 갑자기 억제되고 장액이 급속하게 빠져나간 육체는 축축하게 시든 살덩이로 바뀌는데 … 그 안의 마음은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으며 영혼은 시체 속에 갇힌 채 공포에 질려 밖을 본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19세기 콜레라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환자의 정신만은 또렷하다. 이 때문에 무색무취의 자그마한 알갱이들이 둥둥 떠 있는 물이 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도 초 단위로 수명이 줄고 있다는 인식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당대 사람들은 이를 ‘콜레라의 저주’라 불렀다. 대규모 전염병의 공포는 사회를 짓누른다.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공포를 극복할 해법을 찾느라 꿈틀댄다. 1854년 런던도 마찬가지였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등에 글을 기고하며 과학 대중화에 힘쓴 저자가 콜레라균이 휩쓸고 지나간 런던 소호 지역 브로드 거리를 조명했다. 그리고 의사 존 스노와 교구목사 헨리 화이트헤드라는 인물이 콜레라 확산을 막고 학계 패러다임까지 바꾼 여정을 그렸다. 인물들에게 몰입도 높은 서사를 입혔고 치밀한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진 상세한 묘사가 미덕이다. 1854년 8월 28일부터 9월 9일까지 약 2주간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다. 이 기간 발병지로부터 반경 225m 이내의 거주민 중 500명 이상이 쓰러졌다. 9월 8일 세균의 온상으로 식수 펌프가 지목됐고 펌프 손잡이를 제거하며 이 일대 콜레라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당시 콜레라의 급속한 확산을 이해하려면 영국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런던을 묘사하는 글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는 ‘악취’였다. 산업 발전으로 ‘연기 나는 도시’가 선진 도시임을 입증하듯 화석연료가 매일 타올랐다. 쓰레기와 오물이 넘쳐나는 하수도 또한 지독한 냄새의 원인이 됐다. 1851년 런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40만 명으로 불어나며 시체도 넘쳐났다. 매주 구덩이 속에 시체를 던져 넣고 묻기를 반복하며 도시는 악취에 찌들어갔다. 하수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세식 변기는 거리마다 오물을 넘치게 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화려한 도시의 뒷골목에서는 동물 사체와 사람 시신, 그리고 오물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돈 될 만한 것을 건져내는 넝마주이도 많았다. 악취는 학계에서 “질병의 원인”으로 통했다. 불결하고 독한 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독기론(毒氣論)이 주류 이론이었다. 하지만 존 스노와 헨리 화이트헤드가 콜레라 사망자들의 행적을 끈질기게 추적한 결과, 원인은 오염된 물이었다. 이들이 처음 “콜레라는 수인성 질병”이라고 주장했을 때 보건 당국은 “공기의 독성이 너무 강해 물까지 감염시킨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콜레라 사망자의 분뇨와 온갖 세균이 담긴 오염된 구덩이의 물이 펌프 안으로 유입된 사실이 밝혀졌다. 콜레라와의 싸움에서 결정적 전환이 이뤄진 순간이다. 이 여정을 기록한 감염지도는 지금도 전해진다. 150년 전 콜레라와의 싸움은 남 일 같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진, 병마와 싸우는 환자와 의료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격리일지’를 쓰는 우리도 후대에 남길 새로운 감염지도를 쓰는 셈이다. 이 책이 개정판임에도 다시 읽어볼 만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앙아시아 교민들이 당시 한국 사람을 본다는 건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였죠.” 1990년 9월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소련 모스크바의 소브레멘니크 극장. 수십 년간 소련 전역에 흩어져 살던 고려인 80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고국에서 온 동포들이 준비한 창극 ‘아리랑’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극장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모스크바행 기차를 탄 교민도 많았다. 막이 오르고 얼마가 지났을까. 무대에 점점 ‘낯익은’ 것들이 나타났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듣고 자란 조국의 말이 대사로 흘러나왔고,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배우들의 얼굴도 점차 눈에 들어왔다. 하이라이트는 구슬픈 아리랑 곡조가 울려 퍼지던 순간. 배우, 관객이 아리랑을 합창하면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졌다. 공연장은 탄식 섞인 눈물바다가 됐고 막이 내린 뒤에도 고국 소식에 목마르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배우들과 손을 맞잡았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인 교민들을 한데 아우르는 대규모 ‘아리랑 서프라이즈’를 기획한 사람은 손진책 연출가(73)였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손 연출가는 “남들이 보면 본전도 못 찾는 일이었지만 문화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있어 가능했다”며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은 모스크바를 비롯해 여러 곳을 함께 방문할 만큼 문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고 회상했다. 40여 년간 냉전의 벽이 문화 교류마저 가로막았던 때, 한국 문화를 소련 땅에 처음으로 선보인 창극 ‘아리랑’ 순회공연은 동아일보 창간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였다. 또 이 공연은 1986년 동아일보 지령 2만 호 돌파 기념으로 손 연출가가 창작한 ‘윤봉길 의사’ ‘임꺽정(林巨正)’ ‘전봉준’ ‘홍범도’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이었다. 손 연출가는 “19세기 말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약소민족의 애환을 아리랑의 한(恨)에 담아내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아리랑’과 ‘세시월령가’(갈라쇼) 공연은 12일 동안 모스크바 타슈켄트 알마티를 비롯한 소련 6개 도시에서 모두 11회 열리며 고려인의 민족의식과 단결을 이끌어 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다. 극단 ‘민예극장’ ‘미추’ 대표를 거치며 공연계의 한 축이었던 그에게도 이 공연은 쉽지 않았다. 그는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하지만 오늘날 관점에서 보자면 ‘공연 사고’에 가까웠다. “지원을 많이 받은 소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느라 짐이 많았어요. 모스크바에서 알마티로 넘어가는 비행기는 예상보다 작아 몇몇 단원과 짐을 다 실을 수 없었죠. 공연장에 가니 정작 짐은 오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소리꾼의 ‘목’과 악사의 피리만으로 즉흥공연을 했는데 그것마저도 그렇게 좋아하시던 동포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짐은 공연이 다 끝나고 도착했습니다.” 동아연극상을 비롯해 백상예술대상, 서울연극제 연극상 등을 받으며 국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모든 게 동아일보와 공유했던 문화적 사명감 덕분”이라고 했다. 특히 “고 김 회장이 문화애호가이자 문화운동가로 사셨기 때문에 제 쓴소리도 달게 들어주셨다”며 “연출가인 저보다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며 웃었다. 동아일보가 콩쿠르와 연극상 등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신문사 수입을 생각하면 과거에도 결코 쉽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마트폰이 생겨난 뒤 인류를 가장 괴롭히는 새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근시’다.” 독일 뇌 과학계의 권위자이자 ‘디지털 치매’ ‘스크린을 조심하라’ 등을 쓴 저자가 ‘스마트폰이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뜻하는 ‘노모포비아’로 돌아왔다. 원제는 ‘스마트폰 전염병’.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부정적 사회상을 짚었다. 운동 부족과 근시같이 신체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악영향부터 심리적 불안감, 지능지수 하락, 우울증, 주의력 결핍 장애 등까지 소개한다. 저자는 이런 마뜩잖은 산물들을 무작정 질타하는 대신 각종 통계와 교육현장, 1인 가구, 부모의 역할 등 밀접한 다른 현상과 연관시켜 설명한다. ‘어차피 세상은 디지털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반박에 대해 ‘스마트폰 중독은 알코올 중독만큼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정신의학 전문지 ‘신경의학’ 기고문을 모았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엘리 위젤의 대학 강의를 엮었다. 그는 홀로코스트 문학의 대표작 ‘밤’을 써서 전 세계에 기억의 중요성을 일깨운 인물이다. 2016년 타계 전까지 전 세계의 고통받는 현장을 찾는 ‘세계의 양심’으로 통했다. 위젤의 제자로 20여 년간 그의 곁을 지킨 저자는 위젤이 강의실에서 한 말과 행동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이를 기억과 가르침, 종교와 믿음, 광기와 저항, 증오를 넘어서는 말과 글 등 여섯 가지 주제로 정리했다.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리고 기억이 두려움 앞에서 잊히지 않으려면 ‘말과 글’이라는 무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위젤은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잃은 비극의 순간에서도 망각보다는 기억을 택했다. 나아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새로운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받은 트로피는 부모님 댁으로 보냈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트로피였다. 수상 후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신유청 연출가(39)는 “얼떨떨하기만 하다”고 했다.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의문도 생겼고, 창피한 마음이 차오를 때도 있었다. 결국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트로피를 보냈다. 그리고 다시 연극판에 몰두하고 있다. “요즘엔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작업한 ‘우리’가 상을 받았다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지난해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와이프’로 제56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 연출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연극 인생이 참 신묘막측하다”고 했다. 학업 경쟁이 싫어 도망치듯 택한 연극이었다. 계원예고 진학 후에도 “악바리 기질 말고는 연극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유명한 일화도 있다. 당시 1학년 학생 모두가 우러러보던 3학년 조승우, 최재웅 선배의 뮤지컬 ‘돈키호테’의 스태프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공연 당일 크게 지각해 선생님과 선배에게 불호령을 들었고, 이후 공연장에 발도 붙이지 못했다. 연극과 겉돌던 그에게 ‘그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당시 계원예고에서 연극을 가르치던 김달중 연출가의 제안으로 연극 ‘우리읍내’ 배우로 발탁돼 얼떨결에 무대에 섰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좋든 싫든 연극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전까지 그냥 악바리였다면 그날부터 나는 연극을 해야만 하는 악바리가 됐다”고 떠올렸다. “연기, 글쓰기, 디자인에 재능이 없고 성실하지도 않다”는 그에게 선택지로 남아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연출가뿐이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07년 데뷔했지만 작품이 거의 없는 암흑기를 대학로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그는 4, 5년 전부터 조금씩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는 결실을 냈다. 그는 “동아연극상을 계기로 연출가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자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 연출은 수상 발표 며칠 뒤 10년 넘게 곁을 지키던 반려견 ‘풀리’에게 큰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풀리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 덕인지 그는 받은 상금의 일부를 급하게 수술비로 지출했다. 신 연출은 “인생이 늘 좋을 수만은 없으니 안 좋은 일도 함께 왔던 것 같다. 겸손하게 인생을 돌아봤다”고 했다. 그는 4월 인간의 죄의식을 다룬 2인극 ‘언체인’의 세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다. 지금껏 그래 왔듯 앞으로 선보일 작품도 방향은 한결같다. “세상을 압축한 연극을 보고 관객, 제작진이 함께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좋아요. 인간 냄새가 짙은 작품이라면 뭐든 도전해 보려고요.”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코로나로 다들 운동 못가시죠? 저도 수업을 못하고 있어요. 한 시간 수업하는 것처럼 온몸 구석구석 할 수 있는 운동을 알려 드릴게요.” 34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강하나 스트레칭’의 강하나 씨(36·여)는 27일 ‘홈트족들 모두 모여!’라는 제목의 ‘홈(home) 트레이닝’ 동영상을 올렸다.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스트레칭 강사로 일하는 강 씨는 신체 부위별 스트레칭 법을 알려주는 20∼30분짜리 콘텐츠를 주로 올렸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시중 헬스클럽, 문화센터 등이 운영을 중단하자 실제 수강생에게 개인트레이닝(PT)을 해주듯 50분짜리 콘텐츠를 만든 것이다. 강 씨는 “수강생과 구독자를 위해 수업 내용 그대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집에서 단시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고강도 운동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동영상에는 ‘운동 못한 지 두 달쯤 되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몸도 무거웠는데 영상대로 따라하니 몸이 가뿐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따라할 수 있는 ‘위드 미(With Me)’ 콘텐츠가 인기다. 그동안 공부, 운동, 화장, 출근 준비 같은 일상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던 유튜버들이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자 위드 미 콘텐츠를 통해 ‘랜선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부쩍 많아진 콘텐츠는 ‘스터디 위드 미(study with me)’다. 중간,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이나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영상을 많이 올렸다. 하지만 개강이 미뤄지거나 학원이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온라인 강좌를 듣고 과제를 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온다.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연고티비’는 27일 ‘개학이 미뤄져도 공부는 미룰 수 없으니까’라는 제목으로 학생 6명이 24시간 릴레이로 공부하는 영상을 올렸다. 조회 수는 18만 회를 기록했다. 대학생 이수민 씨(22·여)는 “집에서 공부하려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온라인 강의도 자꾸 미루게 된다”며 “연고티비 공부 영상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콘텐츠를 틀어놓고 함께 공부하면서 리듬을 잃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1000번 젓는 ‘수플레’ 같은 ‘쿡 위드 미(cook with me)’ 콘텐츠도 열풍이다. 달고나 커피는 설탕 우유 커피가루를 수백∼수천 번 저어 생긴 거품을 우유나 물에 타 먹는 것으로 올 초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인기가 높아졌다. 달고나 커피나 수플레는 원래 핸드믹서로 거품을 만드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다 직접 젓는 일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외국인들도 ‘dalgona coffee’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며 동참하고 있다. 과자 등을 굽는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자도르’의 김자은 씨(34·여)가 6일 올린 ‘오조 오억 번 저어 만든 달고나 커피’는 30일 현재 조회 수가 426만 회다. 김 씨는 “열흘 전까지만 해도 40만 회 정도였는데 최근 해외 유입자가 급증했다”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이 많아지면서 적은 재료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영상이 확실히 조회 수가 많다”고 말했다. 김 씨가 올린 계란 노른자를 수백 번 저은 뒤 커피 위에 올려 마시는 ‘에그 커피’ 영상도 일주일 만에 조회 수가 47만 회를 넘었다. 위드 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유튜브는 아예 ‘위드 미’ 콘텐츠를 엮어 소개하는 ‘#집에서 함께해요’ 캠페인을 시작했다. 유튜브 코리아 채널에는 ‘#집에서 함께 요리해요’, ‘#집에서 함께 운동해요’, ‘#집에서 함께 음악 들어요’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소개됐다. 온라인에서는 마스크 확보 경쟁에 뛰어든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유행이다. 간접경험 위드 미 콘텐츠인 셈이다. 가정에서 마스크를 확보해 가족에게 제공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마가장(마스크 가장)’ 콘텐츠는 마스크 구매 사진과 함께 “제가 마가장이라 오늘도 마스크 구하러 다닌다”는 글이 올라온다. ‘마집(마스크를 파는 집)’은 마스크 구매처에 맛집처럼 길게 줄이 늘어선 상황을 빗댔다. 인기 유튜버 ‘허팝’의 마스크 구매 경험담을 다룬 동영상은 조회 수 56만 회를 기록했다.김재희 jetti@donga.com·김기윤 기자}
“‘땅고(Tango)’는 하나의 심장과 네 개의 다리로 추는 춤이죠.”(오인영·오딜·46·여) 약 100년 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항만에서 탄생한 탱고는 거장 피아졸라를 거치며 세계적인 춤이 됐다. 공교롭게 그가 사망한 1992년 개봉한 영화 ‘여인의 향기’는 다시금 탱고 붐을 일으켰고 지금도 전 세계 ‘밀롱가’(탱고 공연장 또는 모임)에서는 격정적 스텝이 멈출 줄 모른다.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도 탱고 스텝은 계속된다.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밀롱가를 벗어난 탱고가 펼쳐진다. 국내 톱클래스 탱고 마스터 오인영 선해석(호세루이스·41)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31일 관객과 만난다. ‘탱고의 웜홀’을 거쳐 안방 관객들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초대할 예정이다.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26일 만난 두 사람은 “밀롱가를 벗어나 온라인 관객 앞에서 춤을 추는 건 처음이다”라며 “심장으로 교감하는 탱고의 격정을 랜선 너머로 전하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최고의 댄스 파트너이자 배우자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 탱고를 배우며 만났다. 프로댄서가 되기로 마음을 굳히고 2009년 신혼여행 대신 아르헨티나로 탱고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젊은 탱고’ 붐을 일으킨 하비에르 로드리게스를 사사했다. 이후 이들은 탱고 마스터로 활약하며 아르헨티나 유명 밀롱가와 한국, 유럽, 아시아에서 활약 중이다. 오인영은 “요즘 댄스홀이 다 문을 닫아도 부부는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웃었다. 다수의 관객과 만나는 이번 공연은 유럽·미국식 탱고와 다른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를 알릴 기회다. 선해석은 “흔히 고개를 격렬하게 돌리는 유럽식 탱고를 떠올리지만 정통 탱고는 서로의 상반신, 심장을 맞댄 채 시선을 고정하며 추는 춤”이라며 “초 단위로 달라지는 스텝과 눈빛을 주목해 달라”고 했다. 탱고는 남성 댄서의 ‘리드’와 여성 댄서의 ‘팔로’가 만들어내는 즉흥적 장르다. 이 때문에 여성이 수동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에 선해석은 “팔로는 ‘제안을 받아 결정한다’는 뜻이라 사실 주도권은 여성에게 있다. 완전히 다른 개성을 지닌 두 남녀가 미묘하게 호흡을 맞춰 가는 과정이 탱고의 어려운 점이자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탱고 본고장에 ‘K탱고’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15년 넘게 탱고를 추며 한국인 발에도 맞는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슈즈브랜드 ‘오딜(Odile)’을 만들었다. 지금은 해외 유명 댄서도 즐겨 찾는 신발이 됐고 아르헨티나와 유럽에 연간 1000켤레 이상 수출한다. 이번 공연에는 국내 유일의 탱고 오케스트라 ‘띠에라’ 연주에 맞춰 세계 최고 권위의 아르헨티나 메트로폴리탄 탱고대회 파이널리스트 펠린과 미겔도 함께 무대에 선다. 오인영은 “한국을 ‘아시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라 할 정도로 한국인은 탱고의 격정과 잘 맞는다. 탱고를 잘 몰라도 격정과 스릴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자고로 남자라면 김보성 같은 의리는 필수’부터 ‘대장부는 술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명제까지. 최근에도 ‘내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네 아름다움을 갖고 싶다’는 BTS의 노래 ‘상남자’가 인기를 끈 걸 보면 남자다움은 꽤나 매력적인 서사다. 하지만 사회에서 주입하는 획일적 남성다움은 현대사회에 큰 병폐를 낳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는 남자다움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정폭력 자살 성폭력 여성혐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봤다. 호주 출신의 칼럼니스트이자 ‘GQ’ ‘보그’ 등의 발행인을 지낸 저자가 살면서 남자들이 맞닥뜨릴 만한 회사 가정 사회 속의 많은 남자다움에 대해 풀어냈다. 남자다움을 학습한 남자들이 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역사적 이유를 비롯해 섹스로봇, 포르노, 반(反)페미니스트, 우는 남자 등 최근 사례를 곁들였다. 남성호르몬, 노화 등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곁들여 흥미진진하다.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남자다움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성을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대다수 남자도 사회로부터 ‘남자라는 생각’을 강요받고 산 일종의 피해자이기 때문. 저자는 “남녀 간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많은 직종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자동화 혁명도 성 대결의 종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최초, 최고(最高), 파격.’ 1964년에 창설된 동아연극상은 국내 최초의 연극상이다. 동아연극상이 해마다 선택한 작품은 그해 최고의 연극이 됐다. 무명과 신인을 가리지 않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변화와 파격의 정신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동아연극상을 거친 연극인들은 연극계 중추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56회째를 맞은 동아연극상은 국내 최고 권위에 엄정한 심사로 정평이 나 있다. 엄혹하던 시기에도 사회비판적 작품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쌀 한 가마에 3000원 하던 때에 상금 30만 원을 걸고 제1회 참가작을 공모한 일은 연극계의 화제이자 동력이었다. 이 금액은 당시 한 해 내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첫 회 대상은 동인(同人)제 극단의 선두주자인 극단 실험극장의 ‘리어왕’이 차지했다. 이낙훈 나옥주가 각각 남녀주연상을 받았다. 실험극장은 대상과 작품상을 7회나 받아 최다 수상 극단이 됐다. 김아라 씨는 ‘사로잡힌 영혼’(28회)으로 연출상 부문 첫 여성 수상자였고, ‘가모메’(50회)의 다다 준노스케 씨는 외국인으로는 처음 연출상을 받았다. 동아연극상은 숨은 원석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는 요람이었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1968년 11세에 ‘학마을 사람들’(5회)에 출연해 최연소 특별상을 받았다. 연출가 김정옥 임영웅 이상우 김석만 김광림, 배우 백성희 장민호 신구 박근형 박정자 등이 이 상을 거쳤다. 배우 신구는 “가족이 배우 일을 못마땅해했는데 동아연극상을 받고 나니 인정해줬다. 그때 쌓은 내공과 힘으로 지금까지 버틴다”고 말했다. 동아연극상은 대학 연극계와 번역가 등으로도 외연을 넓혀왔다. 고려대극예술연구회와 연희극예술연구회가 대학극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특별상(22회)을 받았다. 성수정 번역가는 국내 번역극을 활성화한 공로로 역시 특별상(51회)을 수상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최대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25일 “정부는 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했다”며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총은 “실제 감염 위험이 있는 여타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22일 주일에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예고 없이 교회를 방문,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이들을 감시하고 방해한 건 교회에 대한 불신과 폭력 행위”라며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하고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중도 성향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이날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나이트클럽과 술집 등 유흥 시설은 수수방관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회를 억압하는 건 이율배반”이라며 “한국 교회에 대한 억압과 위협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 총리는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보름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 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경고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거 기분이 참… 묘하네요.” 아버지 이름이 적힌 ‘감사장’을 한참 말없이 바라보던 김재엽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47)의 첫마디였다. 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소중한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감_백년인연’의 첫 순서로 연극 연출가인 김 교수를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박물관에 초청했다. 이날 김 교수에게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낸 그의 아버지(고 김태용) 이름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이 전달됐다. 45년 만이다. 그는 “며칠 전 아버지 기일에 맞춰 형제들이 모였다. 감사장과 메달을 보여주면 오래전 잃어버린 기억을 찾은 것처럼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3년 무대에 올린 ‘알리바이 연대기’에서 평생 동아일보만 구독하며 백지광고까지 냈던 아버지를 그렸다. 작품 속 아버지는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평범하면서도 양심적으로 살고자 했던 소시민으로 그려졌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50회 동아연극상 3관왕을 비롯해 국내 대표적 연극상을 다수 수상했다. 이날 김 교수는 신문박물관 해설사를 따라 신문에 나온 한국 현대사를 돌아봤다. 그는 전시 마지막 부분 아버지 실명이 적힌 감사장과 기념메달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저 이것 좀 찍어갈게요”라며 휴대전화를 꺼냈고 수차례 플래시를 터뜨렸다. 김 교수는 “어린 시절 말로만 전해 듣던 메달과 감사장을 실물로 접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후 미디어 라운지로 이동한 김 교수는 자신의 생일인 1973년 1월 31일자 지면과 독자들의 백지광고가 가득 찬 1975년 2월 24일자 지면을 출력했다. 이어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으로부터 액자에 담긴 감사장, 메달, 동아일보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한국의 새’ 기념품을 전달받았다. 그가 또 한 번 놀란 건 지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 이름이 실린 1995년 2월 지면 출력본을 건네받았을 때다. 당시 퇴직한 교사 명단 중 아버지 이름 ‘김태용’이 작게 실렸다. “와, 이런 게 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참…”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초청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4분. 누구든 그의 팬으로 만드는 데 충분한 시간. 리아킴(36·김혜랑)이 유튜브에 올린 평균 4분짜리 춤 영상에 세계인은 춤바람에 빠져든다. 구독자 1990만 명의 유튜브 채널 ‘1MILLION Dance Studio’(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수석안무가이자 공동대표인 리아킴. SM JYP YG 등의 안무 트레이너로 이효리 소녀시대 트와이스 박재범 선미 I.O.I 등의 안무로 이름을 알렸다. 스트리트댄스 세계대회 로킹, 파핀 부문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최근 자신의 삶과 춤에 대한 철학을 담은 사진집 ‘Reality, No Reality’(열린책들)를 펴냈다. 18일 그의 춤 공간인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서 리아킴은 “(책에는 나의) 일 몸 패션 아름다움 미래를 담았다”고 했다. 이 5가지 키워드로 그를 풀어봤다. 일=그의 일이자 정체성은 춤이다. 하지만 춤꾼들 사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란다. “실력은 인정받아도 ‘인싸(인사이더)’는 아닌 것 같다. 춤의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장르를 혼합하는 ‘마이 웨이’를 고집하기 때문인 듯하다.” 유튜브라는 춤판을 통해 일터는 확장됐다. “가수가 앨범을 내고 디자이너가 런웨이에서 옷을 선보이듯 유튜브 영상은 일종의 내 컬렉션이다.” 몸=몸 단련은 춤꾼에게 필수다. 햄버거 피자는 삼가고 채소와 신선식품 위주로 먹지만 초콜릿만큼은 끊지 못했다. 배가 부르면 금세 지쳐서 소식(小食)한다. 발레까지 섭렵한 그의 몸은 아이솔레이션(Isolation·목 어깨 가슴 골반을 따로따로 분리시키는 동작)에 특화돼 로봇춤의 ‘대가’ 소리를 듣는다. 멋=춤 출 때의 패션에는 다 계획이 있다. 영상 속 모든 의상에는 치밀한 계산이 녹아 있다. “연습하다 갑자기 춤추는 듯한 영상에도 스타일링이 있다. 뭘 입었느냐에 따라 춤의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미=그는 “사회가 정한 미의 기준을 파괴하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진솔한 자기 모습이 더 중요하다 믿는다. 인기를 더 얻을지 몰라도 나 자신을 잃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잣대에 맞춰야 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생긴 확신이다. 꿈=그가 꿈꾸는 미래는 누구나 쉽게 춤을 즐기는 세상이다. 어린이부터 직장인까지 더 많은 수강생을 가르칠 생각이다. “상상 속에만 있고 현실화되지 않은, 본능적이면서 인간적인 춤을 언젠가 구현하고 싶다.”▼스튜디오엔 세계 각지서 온 구독자들로 활기… 언어의 장벽 넘어 치유의 힘 발산▼“외국에서 온 수강생이 저를 보자마자 껴안고 울어요. 아무 말 하지 않고 토닥여주고 나서 수업을 시작하죠. 하하.”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에는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사람이 모여든다. 채널 구독자의 출신지는 50개국이 넘는다. 이들이 비행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 이유는 하나, 리아킴과 함께 춤을 추고 싶어서다. 그의 댄스 수업을 들은 약 2만7000명 중 70%가량이 외국인이다.리아킴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춤이라는 예술에는 분명히 치유의 힘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살을 시도했거나 우울증이 있거나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우연히 유튜브에서 리아킴을 접하고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다. 한 외국인 수강생은 그의 영상을 보고 ‘인생은 생각보다 아름답다. 이렇게 활기찬 세상도 있구나’라고 깨달아 춤추기 시작했다. 우울증도 극복했다.한 달에 6번 정도 춤을 가르치는 리아킴은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날과 클래스가 있는 날의 활력은 천지 차이”라며 “팬들은 제게 고맙다고 하지만 같이 춤출 때마다 제가 더 큰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스타들을 더욱 빛나게… “케이팝 안무의 핵심은 가사”▼리아킴의 안무는 스타를 ‘힙’하게 만든다.노랫말에 따른 직관적 안무와 동작은 팬들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스타의 시그니처 안무가 된다.트와이스의 ‘TT’, 마마무의 ‘힙(Hip)’, 선미의 ‘가시나’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아이오아이(I.O.I)의 ‘너무너무너무’ 등이 대표적이다.“한국 음악시장에서 가사는 안무의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하는 그는 안무를 소화할 그룹,개인 멤버의 신체적 매력, 표정, 생김새 등에서도 안무 요소를 찾는다. 리아킴이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노래를 수없이 들은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양준일Dance with Me, 아가씨’ 무대를 함께 꾸민 양준일(왼쪽)과 리아킴.리아킴은 “아티스트들이 제 안무에만 맞춰 춤추는 반면 양준일 씨는 안무를 계속 재해석하면서 더 훌륭한 무대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마이클 잭슨을 오마주한 댄스 브레이크를 넣은 것도 두 사람의 공동 아이디어다.마마무리아킴(왼쪽)과 마마무 멤버,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댄서가 노래 ‘힙(HIP)’에 맞춰 춤추고 있다.덜 과격하다는 이유로 첫 안무가 퇴짜를 맞자 리아킴이 직접 마마무의 소속사를 찾아가 “다시 짜겠다”고 한 뒤 현재의 거칠고 과격한 안무가 탄생했다.트와이스리아킴이 안무한 ‘TT’가 담긴 트와이스 앨범 ‘TWICEcoaster : LANE 1’.그는 솔로가수 선미와 트와이스를 애제자로 꼽았다. 특히 멤버 모모에 대해 “아이돌 중 가장 춤을 잘 춘다”고 했고 “멤버 정연을 많이 혼내 미안하다”고 말했다.아이오아이리아킴이 안무한 ‘너무너무너무’가 담긴 아이오아이 미니 앨범.리아킴은 “아이돌 그룹은 춤의 해당 부분을 소화하는 각 멤버를 상상하고 매력을 찾아내 동작을 만든다”고 말했다.선미솔로 가수 선미의 ‘가시나’ 앨범. 리아킴은 애제자 선미에 대해 “카리스마 한 방이 있는 가수다.보기에도 너무 여리여리하고 말랐는데 실제로도 체력이 좋지 않다. 하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이를 악무는 아티스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