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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처한 프랑스 베르사유 궁이 유서 깊은 부속 저택을 관광객에게 개방하며 호텔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1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베르사유 궁은 궁전 본관에서 90m가량 떨어진 17세기 저택 3채를 호텔로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운영할 민간업체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 사업자는 베르사유 궁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60년간 호텔을 운영할 자격을 얻게 된다. 가칭 ‘호텔 오랑주리’인 이 호텔의 일부 객실에서는 루이 14세 당시 오렌지 나무를 위한 온실이었던 오랑주리 미술관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숙박객들은 300년 만에 처음으로 궁전 내에서 샴페인을 마시고, 왕실 정원도 거닐 수 있다. 호텔로 개방되는 건물은 혁명 이후 장교들의 미사 장소로 쓰이다가 최근 7년간 사용되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다. 이곳을 호텔로 개조하는 데에는 185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르사유 궁 대변인은 “세상에 이런 호텔은 없을 것”이라며 “이곳은 프랑스 역사의 상징이자 문화적 랜드마크로, 진정한 왕실 체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르사유 궁은 최근 10년간 관광객이 2배 이상으로 늘었는데도 정부 지원금이 지난해 4740만 유로(약 622억 원)에서 올해 4050만 유로(약 531억 원)로 줄어 재정난을 겪게 됐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오늘 저녁에 뭐 해 줄까?” “냉장고에 뭐가 떨어졌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프랑스 대기업 임원인 미셸 피카르 씨(48)는 점심시간이면 늘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근처 대형 할인점에서 자주 장을 보기 때문이다. 장 본 것들을 퇴근 후 집에 가져가 직접 요리한다. 파리 15구 생엘리자베트 초등학교 앞. 아침 등교 시간에 정문 앞에서 ‘볼 키스’를 하며 아이를 배웅하는 사람들의 70%는 아빠다. 출근길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다. 오후 하교 시간 학교 정문 앞에는 엄마들 비율이 더 높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7%나 되는 프랑스.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도 여성 1인당 출산율은 2.01명으로 10년째 유럽 최고다.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 덕분이기도 하지만 프랑스 남편들의 적극적인 가사분담 문화가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 가정에선 가사를 철저하게 분담한다. 오히려 남성들의 가사노동 비율이 여성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한다. 국립통계청(INSEE)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아빠들은 일주일에 평균 16시간, 적어도 하루 2시간 이상 요리, 설거지, 애 보기, 청소 등의 가사 노동을 한다. 프랑스 육아전문 잡지 ‘부모’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아빠들은 일상 육아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8.4점을 기록해 세계에서 육아를 가장 잘하는 아빠로 꼽혔다. 프랑스 남성들의 적극적 육아 참여는 1968년 사회운동을 계기로 전통적 가부장 권위가 무너지고 남녀평등 의식이 확산된 산물로 해석된다.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한 재프랑스 화가 윤애영 씨는 “남편이 오후 6, 7시면 퇴근해 아이와 공원에서 놀아 주면서 친해진 동네 아줌마들과 집안일에 대한 정보를 주제로 수다를 떠는 수준이 보통 아줌마 이상”이라며 “남편 도움이 없었다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선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외치면서도 정작 집에 돌아가면 가사 분담엔 상대적으로 소홀한 한국 남성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 에게 해의 아름다운 휴양지 섬들이 난민촌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지난 사흘 동안 에게 해의 코스, 레스보스, 히오스, 사모스 섬 근해에서 난민 1417명을 구했다고 11일 밝혔다. 에게 해의 그리스 섬들은 터키 서부 해안에서 10km 안팎으로 가까워 소형 고무보트로도 밀입국할 수 있기 때문에 터키∼그리스 섬 노선은 북아프리카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지중해 노선에 버금가는 유럽행 난민 경로다. 터키 해안경비대도 7∼10일 에게 해에서 그리스로 밀입국을 시도한 불법이민자 1799명을 검거했으며 밀입국 주선업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에게 해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선박사고를 당한 시리아 난민 330명을 구조했다.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인 그리스의 지방정부는 난민사태에 대응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다. 특히 터키의 항구도시 보드룸에서 5km 떨어진 코스 섬은 주민이 3만 명에 불과한데 난민 7000여 명이 몰려 섬 전체가 난민촌으로 변했다. 난민촌 천막은 포화상태라 난민들은 올리브나무 밑에서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야 한다. 에게 해 60개 이상의 섬을 관할하는 요르고스 하치마르코스 지사는 “난민들은 질병 시한폭탄”이라며 “간염, 말라리아, 결핵 등이 확산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11일 코스 섬에서 경찰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들을 축구장으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소요가 발생하자 경찰봉으로 때리고 소화기를 분사했다고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가 보도했다. 특히 코스의 한 경찰관이 난민들에 칼을 휘두르며 위협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트위터에 공개돼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요르고스 키리치스 코스 시장은 “현재 상황이 악화하면 유혈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 에게 해의 주요 관광도시인 이즈미르와 보드룸 등지에서는 그리스 밀입국을 기다리는 난민들이 시내 공원은 물론이고 주요 도로에서 노숙하고 있다. 올해 들어 7개월 동안 그리스 섬에는 약 12만4000명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내전 국가 난민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왔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온 난민 9만4191명을 앞지른 수치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0%가 급증한 것이다. 난민들은 터키에서 그리스 섬에 오기 위해 불법 수송업자에게 500달러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7일 난민 문제를 논의하는 긴급 내각회의에서 “그리스는 정부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매우 심각한 난민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의 지원을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탈리아의 40세 개혁의 기수’로 불리는 마테오 렌치 총리(사진)가 1년간 추진해 온 노동개혁이 결실을 보고 있다. 렌치 총리는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규직 보호를 완화하는 개혁을 추진했는데 올 상반기 정규직 고용비율은 오히려 늘었다. 이탈리아 국립사회보장연구소(INPS)는 10일 “올해 상반기 새로 고용된 전체 근로자 중에서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포인트 늘었다”며 “정규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2000여 명 늘어나고 비정규직 고용은 줄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새로 정규직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95만2000명이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근로자는 33만1000명이다. 10일 렌치 총리는 “정규직 계약 비율이 늘어났다는 통계는 일자리 법안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25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이 42%에 이르고, 저임금과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계약이 대부분인 현실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탈리아 개혁의 상징으로 ‘데몰리션 맨(파괴자)’이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는 렌치 총리는 지난해 2월 취임 후 정치·행정 시스템 개혁과 노동개혁에 공을 들여 왔다. 올 3월부터 시행된 ‘일자리 법안(Job Act)’이 대표적이다. 노조로부터 여러 차례 달걀 세례까지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지만 상하원을 끈질기게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탈리아는 그동안 1970년대 도입된 노동법에 따라 15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었다. 한 번 정규직으로 취업하면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비용 부담을 우려한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을 꺼리고 비정규직을 주로 뽑았었다. 하지만 3월부터 시행된 ‘일자리 법안’에 따라 근로자를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는 길이 열리게 된 것. 법원에서 불법 해고라는 판결이 나오면 해고 근로자에게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단서가 있지만 다시 일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의무는 없다. 대신 정부는 정규직을 고용하는 회사에 대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비정규직 계약을 줄여 나가도록 했다. 제도가 시행되자 활기를 띤 것은 기업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급 스포츠카 업체인 람보르기니는 볼로냐 지역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기업 유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이면서도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이탈리아의 경기회복세도 최근 뚜렷해졌다. 렌치 총리는 “특허 등록 건수가 5년 만에 처음으로 2.8% 증가한 것은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0.6% 증가하고, 내년에는 1.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자리 법안’은 이제 민간을 넘어 공공부문이나 기존의 정규직 노동자들까지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경영자협회(CONFINDUSTRIA)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자리 법안을 공공부문까지 도입하고, 기존의 노동자들도 적용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의 독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15년 집권 체제에서 눈부신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독재와 인권탄압이 자행되면서 정치적으로 퇴행했다는 것이다. NYT는 9일 “여름의 모스크바 거리는 현재 ‘철권(Iron Fist) 아래서 춤추는 모습’과 같다”며 “겉으로는 유럽의 수도처럼 우아한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상황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러시아에서 가해지는 각종 억압을 소개했다. 대통령 직속 연방수사위원회(ICRF)는 최근 헌법에서 국제 인권 원칙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4일 “러시아 헌법에 어긋날 경우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가 2000년대 중반 석유기업 ‘유코스’를 강제 수용하면서 손해를 본 주주들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ECHR에서 얻어낸 손해배상금 19억 유로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결정이었다. 또 ‘강한 러시아 부활’을 외치는 푸틴 대통령은 교과서 장악과 검열에도 손을 뻗쳤다. 이는 독재자의 전횡으로 비친다. 러시아 교육부는 올 초부터 교과서 검열을 시행해 교과서의 절반가량을 “친정부적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폐간했다. ‘백설공주’ 등 서구 인기 만화 캐릭터를 사용해 가르친 수학 교과서는 “애국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워 출판이 금지됐다. 러시아 중남부 스베르들롭스크 지방정부는 “러시아 군인을 부적절하게 묘사하고 있다”며 영국 역사학자가 쓴 교재를 없애도록 각 학교에 명령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유도 친구’인 아르카디 로텐베르크가 회장으로 있는 출판사 ‘인라이튼먼트’를 적극 밀어줘 교과서 시장의 60∼70%가량을 장악하게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푸틴의 러시아는 점점 ‘이데올로기 국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 5월 국제인권단체 등 비정부기구(NGO)에 재갈을 물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에 관한 법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러시아 검찰청은 지난달 28일 미국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러시아 지부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러시아에서 20년 넘게 교육증진 사업에 2000억 원가량의 장려금을 지원했던 미국 NGO인 ‘맥아더 재단’은 22일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모스크바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BBC가 전했다.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어두운 분위기가 배어 나온다.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의 몇몇 교수는 자유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러시아를 떠나는 사람도 많다. 올해 5개월 동안 러시아를 떠나 이스라엘로 이민 간 사람은 지난해보다 70% 늘었다. 러시아 고등경제대 사회학 교수인 류보프 보루스야크는 “하버드대에서 유학하는 내 아들도 돌아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 집권 15년 동안 사회적, 경제적 변화도 크게 일어났다. 모스크바 지하철에서는 최근 근거리무선통신망인 와이파이가 개통됐으며, 시내 공원에서는 무료 탱고 강습도 열리고 있다. 우버 택시는 옛 소련 시절부터 사용했던 낡은 택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근로자 평균 임금이 3배 올랐다. 러시아 국민은 과거에는 저녁 먹을거리를 걱정했지만 지금은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에서 이스라엘 민족주의자 청년들의 방화로 두 살배기 아기와 아버지가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9일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는 이스라엘 수사당국이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2시경 요르단 강 서안 북부 나블루스 인근의 두마 마을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의 집 2채에 불이 나 태어난 지 18개월 된 남자아이 알리 다와브샤가 숨졌다. 아버지는 네 살배기 아들과 아내를 구해내다가 몸의 80%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8일 숨을 거뒀다. 4세 아들과 아내 역시 위독한 상태로 알려졌다. 불은 유대인 정착촌에 사는 극우 성향 이스라엘인 4명이 다와브샤 집의 창문을 깨고 화염폭탄을 던져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외벽에 스프레이로 유대교의 상징인 ‘다윗의 별’ 문양과 ‘복수’라는 뜻의 히브리어 낙서를 남긴 채 도주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 정부는 가해자가 누구든 어떤 테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복수’라는 낙서로 미뤄볼 때 전형적인 ‘가격표 보복’(price tag revenge·용어설명)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런 보복 방식은 2005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정권이 불법 정착촌을 철거했을 때 처음 시작됐다. 초기엔 스프레이로 ‘가격표’ ‘복수’ 같은 낙서를 남기는 수준이었지만 점점 과격해져 이번 방화 살해 사건처럼 끔찍한 폭력사태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는 지난해 5월 가격표 보복을 증오 범죄로 규정하면서 100명 정도가 이에 가담했다고 발표했지만 그 규모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실제로 이스라엘 극우파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증오는 상상 이상으로 이번에 두 살배기 아기가 불에 타 죽었다는 소식에 이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어차피 커서 테러리스트가 될 텐데 죽어 마땅했다’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사건인데도 짐바브웨의 ‘국민사자’ 세실 사냥 사건은 전 세계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데 반해 이번 팔레스타인 방화 사건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좌파 정당 리스펙트의 조지 갤러웨이 대표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피 값이 사자의 목숨보다 더 싸다. 아기의 죽음이 세실 사건에 묻히고 있다”고 비정한 세태를 꼬집었다. 실제로 트위터 주제어로 ‘세실(#CecilTheLion)’은 7일까지 84만 회 등장한 데 비해 ‘다와브샤(#AliDawabsha)’는 1만5000회에 그쳤다.:: 가격표 보복 ::이스라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 행위로 팔레스타인이 자신들에게 손해를 입힌 만큼 그 값 그대로 되갚는다는 의미. 극우파들이 요르단 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의 팔레스타인 주민 건물에 ‘가격표’라는 낙서를 남기는 것에서 유래했다. 상대방 목숨마저도 슈퍼마켓의 가격표에 비유해 응당 치러야 할 대가쯤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집트가 지중해와 홍해∼인도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와 나란히 제2 수에즈 운하를 건설해 6일 개통식을 갖는다. 수에즈 운하가 관통하는 이집트 동북부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리는 제2 수에즈 운하 개통식에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지도자, 외교 사절단, 기업인, 취재진 등 60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하고, 북한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통식에 참석한다. 수에즈 운하는 1869년 11월 처음 개통돼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항로로 석유 수송의 허브 역할을 맡아 왔다. 제2 수에즈 운하는 기존 운하 193km 구간 가운데 35km 구간에 기존 운하와 나란히 건설한 새 운하다. 또한 기존 운하 37km 구간도 운하의 폭을 317m로, 깊이를 24m로 각각 늘렸다. 이집트 당국은 행사가 치러지는 지역이 치안이 불안한 시나이 반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테러에 대한 철통경비 태세에 들어갔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여름 관광 성수기인 요즘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는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다. 오전 9시 개관 후에 도착하면 1, 2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에펠탑 내부를 구경하기 위해서도 ‘여기서부터 2시간’이라는 팻말 앞에서 줄을 서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긴 줄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외국 관광객 중에는 한국인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1일 파리 교외의 베르사유 궁전을 찾은 한국인 이모 씨(24·여)는 “오전 10시에 도착했는데 소지품 검사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렸다. 관광객은 시간이 돈인데, 이렇게 지체하면 어쩌냐”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했던 한국인들은 지루한 줄 서기에 몸서리를 치기도 한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줄 서기 싫어요’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있는 사진이 넘쳐나고, 블로그에는 ‘줄 서지 않는 비법’이 여행 고수의 ‘꿀팁(tip)’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줄 서기’는 평생 몸에 밴 습관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한국 관광객의 푸념에 현지 프랑스인들은 “여기 삶이 원래 그렇다(C′est la vie, C′est comme ¤a)”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는다. 이들은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할 때 집에서 이어폰과 읽을 책, 심지어 간이의자까지 챙겨 나오기도 한다. 매년 9월 셋째 주말에 열리는 ‘유럽 문화유산의 날’에는 프랑스의 엘리제궁(대통령 집무실), 외교부 청사, 국회의사당 등 평소 접하기 힘든 건물을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다. 가장 인기 있는 엘리제궁 앞에서는 평균 7, 8시간 동안 줄을 선다. 줄을 서느라 식사를 거른 사람들을 위해 샌드위치 장사꾼들이 몰려들긴 하지만 불평하는 사람이 없다. 프랑스에서 줄 서기는 관광지에서뿐만 아니라 우체국, 은행, 관공서, 영화관, 약국, 기차역, 세일 행사를 하는 쇼핑센터 등지에서도 관습처럼 굳어 있다. 두 명만 넘으면 한 줄로 줄을 선다. 새치기하는 얌체족이 있을 때는 준엄하게 꾸짖는 소리가 들린다. 유일한 예외는 어린아이를 태운 유모차다. 이것을 끌고 온 가족이 보이면 아무리 긴 줄이라도 앞자리로 가라고 손짓한다. 줄을 선 사람들의 ‘차례’에 대해선 반드시 존중해 준다. 마트에서 계산할 때 앞사람이 빠뜨린 물건이 있으면 매장에서 다시 가져올 때까지 뒷사람이 꾹 참고 기다려 준다. 또한 일방통행 1차로 골목길에서 청소차량이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통을 비우느라 20∼30분씩 지체해도, 뒤에서 줄 선 차량들 중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가 없다. 이러한 생활 속 줄 서기엔 정치인이든 부자든 특권이 통하지 않는다. 한국-프랑스 문화교류 단체인 ‘에코드라코레’의 이미아 대표는 “얼마 전 부인이 현직 투자청장이고 남편이 전직 경제장관인 프랑스 부부와 함께 극장에 갔는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30∼40분 동안 줄을 섰다가 관람했다”며 “줄 서기에 불만을 표출하다간 ‘당신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눈총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럽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은 요즘 유명 관광지에서 거의 예외 없이 긴 줄을 체험한다. 현지 관광 안내인들은 “줄 서기는 각 나라 기초질서의 수준을 보여 준다”며 “이것이 불편하다면 아예 줄을 서지 않고 입장이 허용되는 ‘박물관 패스’와 같은 입장권을 미리 구입하는 것도 낭패를 피하는 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독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독도 해외특별전시회’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했다. 경북 울릉군은 ‘한국의 아름다운 섬 울릉도·독도’라는 주제로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에서 이날부터 8월 29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이번 전시회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입증하는 ‘해좌전도’와 ‘대조선국전도’ 등 조선에서 제작된 지도와 ‘삼국접양지도’ ‘대일본급조선청국전도’ 등 일본에서 제작된 고지도 등 27점의 지도와 문서가 전시된다. 또한 울릉도와 독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생태 사진 20여 점도 선보였다. 개막식에 참석한 최수일 울릉군수는 “이번 전시회가 유럽인들에게 독도가 과거부터 우리 영토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아울러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의 부당함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된 사진과 복제 유물들은 벨기에 한국문화원에 기증될 예정이다. 이진원 벨기에 한국문화원장은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문화원에 독도 영유권 관련 사료를 비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독도를 알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울릉군의 해외 독도 특별전시는 2013년 호주 시드니, 2014년 미국 시애틀에 이어 3번째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올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좌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전임 국왕 흉상을 없애는 등 ‘왕실 지우기’ 작업에 나섰다. 스페인의 제2도시인 바르셀로나 첫 여성 시장인 아다 콜라우는 이달 23일 40년 동안 시청 대회의실에 놓여 있던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청동 흉상을 철거했다. 콜라우 시장은 “후안 카를로스는 더이상 국왕이 아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콜라우 시장은 시장선거에서 좌파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 후보로 당선됐다. 카를로스 국왕은 지난해 6월 아들인 펠리페 6세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고령으로 인한 건강악화와 막내딸인 크리스티나 공주의 부패 추문 때문이었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카탈루냐 주가 스페인에서 독립하는 것을 지지했던 콜라우 시장은 왕실에 반대하는 뜻에서 흉상을 치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동북부의 사라고사에서도 신생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 소속 시장이 시내 체육관 이름을 현재 펠리페 6세 체육관에서 지역의 농구 감독 이름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서남부 항구도시 카디스 시에서도 포데모스 소속 시장이 집무실 벽에 걸려 있는 카를로스 전 국왕의 사진을 이 도시에서 유명했던 무정부주의자 사진으로 바꿨다. 스페인에서는 1975년 11월 독재자 프랑코가 숨진 뒤 입헌군주제가 부활했고 후안 카를로스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스페인 민주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크리스티나 공주가 공금 유용 혐의로 기소되며 인기가 급락했다. 역사가인 아벨 에르난데스는 좌파의 ‘왕실 청산’ 움직임에 대해 “과거 민주화에 참여하지 못한 극좌 세력이 역사적인 보복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4일 8억44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에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비즈니스 미디어가 ‘닛케이·FT’와 ‘월스트리트저널을 거느린 다우존스(DJ) 그룹’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닛케이(273만9000부)와 FT(22만5000부)의 발행부수를 합치면 약 296만4000부로 월스트리트저널(146만3000부)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닛케이는 FT 인수를 통해 글로벌화와 디지털화 성장 전략에 본격 돌입했다. 일본 신문 시장이 위축 일로에 있는 가운데 닛케이는 2013년 영문판으로 아시아 경제 뉴스를 전하는 온라인 매체 ‘닛케이 아시안 리뷰’를 창간했다.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영어 뉴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다. 닛케이는 FT라는 영문 미디어를 통해 닛케이가 생산한 아시아 경제 뉴스 시장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닛케이는 디지털 시장에서도 ‘윈-윈’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닛케이와 FT 인터넷판 유료 회원은 각각 43만 명과 50만4000명으로 약 93만4000명이다. 여기에 다양한 서비스 보강을 통해 약 900만 명에 이르는 양사의 무료 회원을 유료 회원으로 전환시키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FT 소속 기자들 사이에서는 편집권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FT는 23일 ‘(편집에 대해) 불간섭주의 경영자(Hands-off owner)가 FT를 팔았다’라는 제목으로 닛케이의 FT 인수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FT의 모회사인 피어슨은 1957년 FT 경영에 나섰을 당시 편집국장 선임을 제외하고는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실제로 그 방침을 지켜 왔다. 하지만 닛케이는 언론사인 만큼 인력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편집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파리=전승훈 특파원}
“제발 과거로 돌아가지 마라. 앞으로 나아가라. 낡은 좌파 공약으로는 노동당이 더이상 승리할 수 없다.” 국유화, 소득 분배 같은 전통적 좌파 공약을 과감히 버리고 우파의 가치관을 포용하는 ‘신(新)노동당’ 노선으로 세 차례 연속 총선에서 승리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재임 기간 1997∼2007년·사진). 그가 올해 5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 사퇴한 에드 밀리밴드 당수의 후임을 뽑는 노동당 당수 경쟁을 유심히 지켜보다 쓴소리를 던졌다. 9월 열릴 당수 경쟁에서는 현재 후보 4명이 난립하고 있다. 이 중 강경 좌파로 꼽히는 제러미 코빈 의원(66)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는 결선투표에서 코빈 의원과 2위인 앤디 버넘 의원(45)의 득표율이 각각 53%, 47%로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블레어 전 총리는 22일 싱크탱크 ‘프로그레스(Progress)’가 주최한 모임에서 “노동당은 중도로 가야 승리할 수 있다. 광범위한 중도층에 호소하면서 노조는 물론이고 기업을 지지할 때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당이 1980년대식 좌파 공약으로 돌아간다면 향후 20년간 정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날 5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참패한 것과 관련해 “(1960, 70년대를 풍미했던 SF) 영화 ‘스타트렉’을 보는 듯한 시대에 뒤떨어진 전략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늘날 세상의 변화 속도는 너무 빨라 새로운 생각을 요구한다. 또 설령 ‘강성 좌파’ 공약이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온다 해도 나는 그것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79년 총선 이후 노동당이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에 4번 연속 선거에서 진 이유도 노동당 스스로가 ‘순수한 좌파’를 고집했기 때문”이라며 “(노동당은)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 안주하려는 충동을 거부하고 제발 미래로 나아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현재 당수 경쟁에서 앞서고 있는 강성 좌파인 코빈 의원을 거론하며 “아마 보수당은 코빈이 당수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왜냐고? 쉬운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블레어의 말에 대해 노동당 몇몇 의원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 시절 총리 자문직을 지냈던 트리스트럼 헌트 의원도 “코빈 의원은 ‘영국의 시리자’(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라 했고, 노동당 대런 머피 의원은 “코빈이 당수가 되는 것은 ‘노동당의 자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코빈 의원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옛 전국공무원노조(NUPE)의 상임 활동가로 일한 노조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당수가 되면 100억 파운드(약 18조 원)를 조성해 대학 수업료를 면제하고 서민층 가정의 대학생에게 생활보조금으로 주는 교육 지원금을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재원은 연소득 5만 파운드 이상인 부유층의 국민보험(NI) 부담금과 법인세 인상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영국 내에서도 부자 증세를 통한 퍼주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편 코빈 의원은 블레어 전 총리의 이날 연설에 대해 “노동당이 선거에 진 건 너무 좌측에 있어서가 아니라 긴축에 찬성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작가들에게 여름휴가(바캉스)는 어떤 의미일까. 프랑스의 시사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최신호에서 작가들이 즐겨 찾았던 여름휴가 장소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작가들은 바캉스 때에도 많든 적든 글을 쓴다. 또한 휴가지는 작품 속의 무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유명 문인이 바캉스 기간 중에 머물렀던 호텔방을 찾아다니는 팬들도 많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에 있는 생트로페의 라퐁슈 호텔에 자주 머물렀다. ‘슬픔이여 안녕’을 쓴 사강은 이 호텔의 21호실에 머물면서 “이곳에서의 매일 아침은 기쁨과 행복”이라고 썼다. 장폴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도 1953년에 같은 호텔을 찾아 해변에서 반바지 차림으로 다녔다.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의 지하 바는 작가들의 아지트였다. 이 바는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많이 찾는 거리인 생제르맹데프레의 이름을 따서 ‘라퐁슈-생제르맹데프레 클럽’이라 이름 붙여졌다. “흐트러진 머리칼, 건방진 젊은이들…. 우리는 재빠르게 뜨거운 태양 빛과 행복의 피곤함으로 가득 찬 해변에 파리의 생제르맹데프레를 재건설했다.”(시인 보리스 비앙)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도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 해안의 쥐앙레팽에 있는 ‘빌라 생루이’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 집은 1929년에 5성급 럭셔리호텔로 개조돼 현재 1박 가격이 350∼1900유로(약 43만∼238만 원)다. 피츠제럴드 부부의 스캔들은 늘 화제였다. 부부는 카지노 계단에서 서로에게 재떨이를 집어던지며 싸우는가 하면, 친구 집에 초대받아 손님에게 토마토를 던지기도 했다. ‘명상’의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은 여름휴가 때마다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유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냈다. ‘갈매기’를 쓴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도 프랑스 니스 해변에서 조개를 주우며 휴가를 보냈다. 체홉은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오아시스 호텔의 1층에 묵으면서 수많은 화가, 작가 등 예술가 방문객을 받았다고 한다. ‘적과 흑’을 쓴 스탕달은 1837년 6월 프랑스 낭트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 여행은 소설 ‘여행의 추억’(1838년)의 소재가 됐다. 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도 매년 휴가를 보낸 프랑스 남부의 ‘그랑 호텔 카부르’를 자신의 작품에서 ‘발베크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자세히 묘사했다. 소설 ‘복종’으로 현재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미셸 우엘베크는 파리의 저렴한 체인호텔이나 아파트형 호텔에서 여름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그는 “나는 현대 파리 중산층의 정서를 열렬히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고급 호텔에 머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파리의 이탈리아 광장 주변에서 중국인 야채상점과 초현대식 미테랑 도서관이 어우러진 풍경이야말로 전통과 현대가 만나 새로운 역동적인 파리를 만들어내는 장소”라며 자신이 도심의 저렴한 호텔에서 글을 쓰며 휴가를 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2기 정부가 각 부처에 2020년까지 예산을 최대 40%까지 삭감하는 ‘마른수건 짜기’ 작전에 돌입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21일 정부 각 부처에게 2019~2020 회계연도까지 예산 15% 절감과 40% 절감이라는 2개 시나리오에 따라 각각 계획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오스본 장관은 각 부처가 내놓은 계획을 검토해 11월 25일 ‘정부 지출 보고서’를 최종 공개할 예정이다. 오스본 장관은 마이클 고브 신임 법무장관이 교정시설을 매각하고, 식사와 수리 용역을 경쟁체제로 돌리는 등 혁신안을 통해 비용을 줄인 사례로 들며 각 부처에 예산 삭감을 독려했다. 그는 각 부처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이양하거나 공공서비스를 통합하고, 국유재산을 매각하는 방법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오스본 장관은 “2010년 캐머런 정부 출범 이후 980억 파운드의 비용을 절감했지만 국민건강보험(NHS) 만족도는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범죄율도 떨어졌으며, 높은 평가를 받은 공립학교들도 늘어나는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오히려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영국 하원은 20일 향후 5년간 복지지출 120억 파운드(21조원) 절감 등 총 370억 파운드(65조원) 예산감축이 담긴 보수당 정부의 개혁안을 찬성 308표, 반대 124표로 통과시켰다.파리=전승훈특파원 raphy@donga.com}
이달 15일 영국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보수당 평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 총회장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49·사진)가 등장하자 의원들이 책상을 두드리고 발을 구르며 환호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 자리에서 복지 개혁, 노동 개혁,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등의 영국 국가 개조를 위한 공공 개혁 법안을 설명하고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캐머런 총리가 소속 당 평의원 모임에 참석해 개혁 입법을 설득한 것은 올 5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이후 벌써 두 번째다. 그가 5월 8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가장 먼저 한 일도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회장을 총리 관저로 초청해 45분간 의회 운영에 대해 논의한 것이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노동 개혁을 하반기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면서 캐머런 총리의 노동 개혁 사례를 언급했다. 영국이 추진 중인 노동 개혁이 우리가 갈 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영국 보수당을 이끌고 있는 캐머런 정부의 노동·복지·공공 개혁을 들여다보려면 우선 총리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한다. 30년 전 공공 노조의 불법 파업과 맞서 싸웠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특유의 저돌적 카리스마로 개혁 과제를 밀어붙였다면 캐머런 총리는 정계에 입문하기 전 7년간 홍보회사에 근무했던 이력을 살려 특유의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으로 ‘영국 개조’를 위한 개혁을 이끌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대국민 메시지를 명료하게 할 것을 중시한다. 정부 웹 사이트에 “분명하고, 쉬운 영어로,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글을 올릴 정도이다. 공무원 평가항목에 아예 ‘명확한 소통’ 항목을 신설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도 했다. 복지 축소 예산안을 내놓을 때에는 “그리스처럼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한다”는 쉽고도 간명한 말로 국민에게 자신의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캐머런 총리는 여야 의원들과 얼굴을 맞대는(face to face) 스킨십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개혁 법안들이 의회 문턱을 넘기 위해선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재 2기 정부가 보수당 단독 정부여서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펼쳤던 1기 때에 비해 집권당 의석수가 줄어든 점도 스킨십 강화에 영향을 미쳤다. 의석수 부족을 의원들과의 대면 커뮤니케이션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노동 개혁 법안을 공개한 15일 야당인 노동당 의원 모임에 들러 정책연설을 하는 등 ‘야당 끌어안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9월에 새 노동당 당수가 선출되기 전까지 해리엇 하먼 당수 대행과 수시로 여야 회담을 하면서 국정 운영에 대한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한편 캐머런 정부가 발표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1985년 대처 전 총리의 노동법 이후 3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르면 교통·보건·교육 등 핵심 공공 부문에서는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50% 이상, 득표율 40% 이상을 얻어야만 파업이 인정된다. 또한 파업 2주 전에 미리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고, 파업 대체인력 고용도 허용했다. 노조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안에 대해 노조들은 “사실상 공공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치파업을 뿌리 뽑겠다”며 ‘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캐머런 총리가 과연 반대와 저항을 무릅쓰고 개혁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20일 그리스 은행들이 3주 만에 문을 다시 열었지만 유로화 부족 사태는 여전했다. 그동안 현금 부족에 시달려 온 그리스인들은 이날 은행 재개점에 맞춰 은행 창구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자본 통제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하루 60유로(약 7만5000원)로 제한했던 인출액 한도는 일주일간 420유로(약 52만5000원)로 바뀌었을 뿐이다. 또 해외 송금은 여전히 금지됐고 신규 계좌도 열지 못했다. 그리스는 이날부터 부가가치세를 일제히 올렸다. 대상 품목은 냉동·냉장육, 생선, 커피, 차, 주스, 달걀, 설탕, 쌀, 밀가루,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식료품은 물론이고 비료, 콘돔, 화장지, 장례식 비용까지 포함됐다. 생활 물가가 저절로 오르게 마련이다. 또한 주요 관광지인 섬 지역에 대한 부가세 우대 혜택을 폐지했고, 식당과 술집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부가세율이 기존 13%에서 23%로 대폭 상승했다. 그리스 현지 언론은 이번 부가세 인상으로 세금 8억 유로(약 9988억 원)를 더 걷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와 만기 연장 등 그리스의 ‘채무 경감(debt relief)’ 논의는 가능하지만 ‘부채 탕감(haircut)’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9일 시사주간 ‘르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유로를 관리할 더욱 강력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위한 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달 14일 프랑스 혁명기념일 연설에서도 유로존 의회 창립을 제안했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17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협상을 끝내고 돌아온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바라보는 그리스 국민의 시선은 차가웠다. 며칠 전 국민투표에서 보낸 환호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축제 분위기에 젖었던 그리스 국민은 허탈감과 함께 치프라스 총리에게 분노의 감정까지 느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테네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집권당이자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깃발을 불태우는 과격 시위까지 벌어졌다. 그리스 양대 노총인 공공노조연맹(ADEDY)은 15일 24시간 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치프라스 총리 취임 이후 파업이 벌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파업이 예정된 15일은 그리스가 860억 유로(약 107조 원) 규모에 달하는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시한이다. 정년을 67세로 늘리는 연금제도 개혁과 부가가치세(VAT) 인상 법안, 노동관계, 민영화 등 4대 부문에서 합의된 개혁안을 모두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집권당 내 이탈 표가 예상되지만 개혁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개혁안 통과 이후에도 그리스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최종적으로 860억 유로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받기까지 일정이 숨 가쁘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6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늘릴지 말지를 결정한다. ELA 한도가 증액돼야 그리스 은행들이 다시 문을 열 수 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유로존 국가들인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오스트리아,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스는 70억 유로 규모의 ‘브리지론’ 지원 협상에서도 더욱 가혹한 조건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20일 ECB에 35억 유로를 갚아야 하는데, 그리스가 이를 상환하지 못하면 ECB는 그리스 은행권의 생명 줄인 ELA를 중단할 수 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의 브리지론의 법률적·재정적 문제가 복잡하다”며 “3차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약 4주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반발이 커지면 치프라스 총리가 실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내다봤다. FT도 개혁안이 통과된다 해도 치프라스 총리가 얼마나 오래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협상안의 강력한 조건을 봤을 때 그렉시트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정한 경제 회복과 재정 적자 축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커져 유로존 잔류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벼랑 끝에 몰린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기 위해 채권단의 거의 모든 긴축 요구를 받아들이며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은 13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리스가 추가 개혁안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와 구제금융 협상을 개시하는 방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전날 오후 4시부터 시작해 장장 17시간에 이르는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 살리기’로 뜻을 모은 것이다. 이로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 위기는 일단 모면했다. 국민투표(이달 5일)를 강행하며 채권단에 맞섰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독일의 ‘한시적 그렉시트’ 압박에 결국 국민투표에 부친 긴축 요구안보다 더 가혹해진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받아들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금지선’으로 설정한 연금과 부가가치세 조정, 노동관계, 민영화, 국방비 예산 삭감 등에서 굴복에 가까운 타협을 했다. 일각에서는 ‘재정 주권을 포기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재산으로 독립 펀드를 설립해 부채를 상환하라는 독일의 요구도 받아들였다. ESM은 그리스가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용한다는 조건으로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 원)를 지원할 방침이다. 유로존 정상들은 ESM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리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별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스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15일까지 채권단이 요구한 7개 분야의 개혁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리스가 요구한 채무 탕감(헤어컷)은 거부됐지만 채권단은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debt relief) 원칙에는 합의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2일 오후 4시(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에 합의하기까지에는 꼬박 17시간이 걸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협상은 유럽연합(EU) 역사에서 최고 긴장이 조성된 외교전쟁이었다”고 보도했다. ○ 사실상 경제주권 포기한 그리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그리스 구제금융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EU에 사실상 항복을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민투표로 확인된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도산 위기에 처한 은행을 살리고 유로존에 계속 남기 위해 항복문서에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리스가 스스로 ‘재정적 구속복(폭력적인 사람의 행동을 제압하기 위해 입히는 옷)’을 입었다”고 평가(WP)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유로존 정상들이 3차 구제금융을 제공하겠다는 전제조건으로 내놓은 개혁안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연금 개혁은 물론이고 부가가치세도 인상하며 국방비도 줄이고 국유자산을 민영화하는 등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금지선’으로 설정한 7개 분야가 총망라되었다. 여기에 그리스 의회가 4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2개 법안은 22일까지 입법을 끝내지 않으면 협상은 다시는 없다는 것도 못 박았다. 채권단은 또 올 1월 말 집권한 시리자 정부가 지금까지 도입한 법안 가운데 인도주의적 법안을 제외한 반긴축법안을 재검토해 수정하라는 주문도 했다. 시장 규제 완화로 일요일 영업과 세일 기간, 약국 면허, 우유, 제과점 등의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이행하라고도 요구했다. 이와 아울러 송전공사 민영화, EU 모범 규준에 맞도록 단체교섭권 현대화, 대량해고 등의 일정을 채권단과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로존 정상들은 또 그리스의 부채를 만기 연장 등으로 ‘경감(relief)’하는 것만 제안했고 치프라스 총리가 희망했던 ‘탕감(헤어컷)’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협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타결되지 않았던 최대 쟁점은 그리스가 국유자산을 매각해 조성하는 500억 유로 규모의 펀드 문제였다. 독일은 이 자산을 독일재건은행(KfW) 산하 룩셈부르크 펀드로 이관해 부채를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그리스 내부에서는 “아크로폴리스 언덕, 크레타 섬 같은 관광지를 팔라는 굴욕적인 요구”라는 반발이 나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요구가 지나치다”며 거들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500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되 250억 유로는 은행의 자본 확충에, 125억 유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감소에, 나머지 125억 유로는 성장과 투자에 활용하도록 한 수정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최대 250억 유로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 펀드를 외국에 이관하라고 주문했지만 프랑스의 적극적인 중재로 펀드를 그리스 내에 설립하고 EU 채권단의 감시 아래 그리스 정부가 운용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합의에 대해 “유로존 정상과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좌파 정부를 상대로 채권단의 요구에 ‘거의 전적으로 굴복(a near-total surrender)’하도록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익명의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채권단이 겨눈) 총이 (그리스인들의) 머리를 겨냥하고 있는 상태에서의 협상이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EU의 한 관리도 “그리스에 대한 개혁안 리스트는 가혹한 정신적 ‘물고문’ 수준”이라고 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남은 일정도 험난 우선 채권단이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15일까지 그리스 의회가 개혁 입법 처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있다. 그리스 내부는 이미 분열이 감지된다. 시리자 내 강경파인 ‘좌파연대’는 11일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위한 개혁안에 대한 표결에서 17명이 지지를 거부해 치프라스 총리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치프라스 총리는 11일 표결에서 지지를 거부한 장관 2명을 교체하고 표결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자 내 강경파 40여 명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보수우파, 중도좌파 야당은 찬성할 것으로 예상돼 법안은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리스의 개혁입법이 통과된 후 유로존 일부 회원국별로 의회 승인이 있어야 구제금융 협상이 개시될 수 있다. 19개국 중 의회 승인이 필요한 국가는 독일 에스토니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페인 등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협상 타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구제금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은행 영업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확대가 이뤄진 후 일주일 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로 예금 인출 제한 등 자본통제는 몇 개월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을 둘러싸고 유럽이 분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타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그리스 구제금융 개혁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던 EU 정상회의를 취소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만 모여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1시) 유로존 정상회의 시작에 앞서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유로존 정상회의를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그리스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마련한 개혁안 합의문 초안이 언론에 유출돼 협상 타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자체 입수한 초안을 공개하면서 채권단은 그리스에 추가 긴축을 요구했고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그리스와 채권단은 기초재정수지(국채 이자 제외한 재정수지)를 2018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달성하기로 합의했다. 채권단은 또 이 초안에서 과감한 연금 개혁과 국유자산 민영화 강화, 소비세 인상,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주문했다. EU의 한 관계자는 AP통신에 “오늘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는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플랜A’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리스가 15일까지 국회에서 개혁법안을 추가로 통과시키면 유로그룹이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를 중재하는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 정상회의 직전 기자회견에서 “합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이 분열되기를 바라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협상의 모든 당사자가 이를 원한다면 오늘 밤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날 심야까지 9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초 그리스가 9일 제출했던 개혁안에 대해 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의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11, 12일 열린 유로그룹 회의에서는 독일과 북유럽, 프랑스와 남유럽 국가 등 두 쪽으로 분열돼 그리스 해법을 놓고 격돌했다. 특히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채권 국가는 “그리스 정부 개혁안이 너무 미흡하고, 너무 늦었다”며 ‘그렉시트’마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독일이 ‘그리스에 최소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채무를 재조정하는 해법을 제안했다’는 재무부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자 큰 파문이 일었다. 이 문서는 그리스에 500억 유로(약 62조8000억 원) 규모의 국유 자산을 팔아서 빚을 줄이는 방안과 채무 경감을 하려면 최소 5년간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방안 중 택일하라는 내용이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그리스의 새로운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프랑스는 그리스의 개혁안 작성을 지원하기 위한 ‘구원투수팀’을 보내는 등 유로존에 남기려고 총력을 기울인 데 대해 독일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뒤늦게 프랑스 재무부의 그리스 지원 사실을 접하고 엘리제궁에 ‘분노의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그리스에 대한 창피 주기는 이제 충분하다”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독일에 그리스와의 협상을 타결해 위기를 끝내자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