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신인왕을 굳힌 박성현(24·세계 랭킹 2위·사진)이 10개월 만에 한국 무대에 출격한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우승 등 2승을 거둔 박성현은 22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우승 상금 1억4000만 원)에 출전한다. 박성현은 지난해 11월 팬텀 클래식(공동 12위) 이후 국내 투어를 떠나 LPGA투어에 전념했다. ‘남달라’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LPGA투어에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인왕 포인트에서는 1333점을 기록해 2위 에인절 인(미국·559점)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또한 상금 순위(191만 달러·약 21억6000만 원)도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KLPGA투어 다승왕(7승)에 오르는 등 국내 최강자로 불리며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녔던 박성현의 참가로 이번 대회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15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도 공동 2위로 마쳤다. 당시 코스와는 다르지만 각별한 인연을 유지할지도 흥미롭다. 박성현은 “오랜만에 국내 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이번 대회 코스는 정교한 코스 공략이 필요한 곳으로 기억한다. 까다로운 그린을 주의해 가며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19일 금의환향한 박성현의 질주를 막을 경쟁자로는 이정은(21)이 꼽힌다. 올 시즌 KLPGA투어 3승을 거둔 이정은은 대상포인트(515점)와 상금 순위(약 8억5500만 원), 평균 타수(69.74타)에서 선두에 올라 있다. 1라운드에서 박성현과 같은 조에 편성된 고진영(22)의 활약도 관심거리다. 그는 17일 끝난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2승째를 챙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LPGA투어 통산 9승을 거둔 최나연(30)은 3년 만에 KLPGA투어 대회에 나선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유소연(27)이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18일 LPGA투어는 유소연을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자로 확정했다. 현역 시절 메이저 통산 10승을 거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기려 LPGA투어가 2014년 제정한 이 상은 그해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어진다. 유소연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40위에 그쳤다. 하지만 앞서 열린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과 US여자오픈 공동 3위의 성적으로 포인트를 쌓아 1위에 올랐다.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는 메이저 대회 우승자에게 60포인트를 준다. 2, 3위에게는 각각 24, 18포인트를 준다. 유소연은 총 78포인트를 기록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골프 여제’ 박인비가 2015년 이 상을 수상했다. 유소연은 “꿈이 이뤄진 느낌이다. 여자골프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의 이름을 딴 상을 받아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한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했을 때 비로소 내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한국(계) 선수들의 메이저 우승 행진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아쉽게 멈췄다. 올해 ANA 인스피레이션(유소연), US여자오픈(박성현), 브리티시여자오픈(김인경),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대니얼 강)에서 한국(계) 선수들이 정상에 올랐다.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한국계 선수가 석권하면 ‘코리아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비앙 챔피언십의 우승은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가 차지했다. 상금왕과 신인왕(이상 1위·18일 현재)을 노리는 박성현은 공동 26위로 마쳤다. 지난해 우승자 전인지는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한국 선수들의 남은 목표는 LPGA투어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다.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은 13승을 거두고 있다. 남은 대회는 7개. 이 중 대부분의 대회가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여 온 아시아(한국, 일본 등)에서 열린다. 역대 한국 선수들의 한 시즌 최다승은 2015년에 세운 15승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아크서클 근처에 있던 이동국(38·전북)은 침착하게 측면 공격수 한교원에게 로빙 패스를 했다. 그러고는 슬금슬금 골문 근처로 다가갔다. 한교원이 시도한 크로스는 땅에 맞고 튀어 오르면서 이동국 쪽으로 향했다. ‘베테랑’ 이동국은 이를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포항 골망을 흔들었다. 연계 플레이 능력과 노련한 슈팅이 모두 빛난 이 골은 경기 시작 후 41초 만에 터졌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전북 로페즈가 상주와의 경기에서 18초 만에 골을 터뜨린 이후 가장 빠른 시간에 터진 골이다. 이 골은 대기록 작성의 신호탄이었다. 기분 좋게 출발한 이동국은 전반 29분 K리그 사상 최초로 ‘70(골)-70(도움)클럽’에 가입했다. 이동국의 왼발 슈팅이 한교원의 발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도움으로 기록됐다. 1998년 포항에서 프로에 데뷔한 K리그 20년 차 이동국은 친정팀을 상대로 새 이정표를 세웠다. 후반 18분 교체된 이동국은 경기 종료 후 자신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건넨 팬에게 사인을 해준 뒤 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전북은 17일 포항과의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방문경기에서 4-0으로 승리해 선두를 질주했다. 전북은 이동국, 한교원(이상 1골), 이재성(2골)이 골 맛을 봤다. 이동국은 후반 16분 이재성의 골에도 도움을 기록해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동국은 “내가 태어난 곳(포항)에서 대기록을 작성해 감회가 새롭다. 동료들의 적극적인 움직임 덕분에 70-70클럽 가입에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국의 다음 목표는 K리그 최초 통산 200골이다. 17일 현재 197골(71도움)을 기록 중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이 올 시즌에 꼭 200골을 달성했으면 좋겠다. 올해 이동국이 선발과 교체 멤버를 오가면서 흔들릴 수도 있었는데 훈련과 경기에서 모두 팀 분위기를 잘 이끌어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본선 조추첨 방식을 ‘대륙별 포트 분배’에서 ‘FIFA 랭킹에 따른 포트 분배’로 바꿨다. 랭킹이 낮은 한국은 유럽·남미의 강호들과 한 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커져 조별리그가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15일 FIFA에 따르면 2018 러시아 월드컵 조추첨은 10월 랭킹 기준으로 본선 진출국 중 상위 7개국과 개최국 러시아가 1번 포트에 배정된다. 2∼4번 포트도 랭킹에 따라 순차적으로 8팀씩 배정된다. 이후 각 포트에서 1장씩 뽑아 4개국씩 8개조로 나눈다. 유럽을 제외하고 같은 대륙 국가가 한 조에 2개국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때는 1번 포트가 개최국과 랭킹 상위 7개국으로 구성됐지만 2번 포트는 남미와 아프리카, 3번 포트는 한국 등 아시아와 북중미, 4번 포트는 유럽으로 대륙별 구성 방식이었다. 기존 방식에서 한국은 랭킹이 낮고, 유럽보다 전력이 약한 2번 포트 국가 등과 한 조에 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경된 방식에서 한국은 랭킹 하위권 국가들과 함께 4번 포트 배정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같은 포트에 속한 약체들과 한 조에 속하지 못하면서 조 편성이 험난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9월 FIFA 랭킹 51위 한국은 10월에 평가전을 치르지만 랭킹을 대폭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1∼3번 포트에 속한 유럽(2개국) 및 남미(1개국)의 강호들과 한 조에 속하는 최악의 조 편성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월 랭킹 상위 20개국 중 19자리를 차지한 유럽과 남미는 1∼3번 포트 배정이 유력하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중앙선 근처에서 토트넘(잉글랜드) 공격수 손흥민(25)이 질주를 시작하자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인 토트넘 팬들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 온 손흥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왼쪽 측면을 허문 손흥민은 좁은 슈팅 각도에서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시작 후 4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골을 터뜨린 그는 무릎을 꿇고 슬라이딩을 하면서 ‘후’ 하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세리머니와 비슷했다. 방송 해설자는 “골키퍼와 골포스트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향한 영리한 슈팅이었다. 엄청난 마무리였다”고 극찬했다. ‘꿀벌 군단(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로 구성된 유니폼을 사용해 생긴 별명)’으로 불리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양봉업자’ 손흥민이 시즌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은 14일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손흥민(1골)과 해리 케인(2골)의 득점을 앞세워 3-1로 승리했다. 선발로 출전해 맹활약한 손흥민은 후반 38분 교체됐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그에게 토트넘 팬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환상적인 골이 경기 결과(승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럽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해리 케인(9.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7.3점을 줬다. 6월 팔 수술 후유증 등으로 이번 시즌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 손흥민은 시즌 5번째 경기(잉글랜드 프로축구 경기 포함) 만에 골맛을 봤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게 된다. 시즌 첫 골을 넣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은 골을 넣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부터 도르트문트에 강했다. 함부르크 소속이던 2012∼2013시즌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4골을 넣었고, 2013∼2014시즌에는 레버쿠젠에서 1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에는 토트넘에서 UEFA 유로파리그에 출전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골을 넣었다. 도르트문트전 통산 7골. 한편 이날 1골을 추가한 손흥민은 유럽클럽대항전 통산 10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한국인 유럽클럽대항전 통산 최다골 공동 1위에 올랐다. 또한 손흥민은 자신이 보유한 UEFA 챔피언스리그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7골(플레이오프 포함)로 늘렸다. 2위는 박지성(은퇴·5골)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주위에서는 우리를 ‘다윗’으로 부른다. 상대인 ‘골리앗’은 우리가 꿈꿔 왔던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서 뛴다. 우리는 ‘오랜 꿈’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국내 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축구협회(FA)컵 4강에 오른 내셔널리그(3부 리그) 목포시청 얘기다. 목포시청은 8강에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성남을 3-0으로 꺾었다. 내셔널리그 실업 팀이 4강에 진출한 것은 2008년 고양 국민은행 이후 9년 만이다. 1996년 1회 대회 이후 최대 이변은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2016년 해체)이 2005년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목포시청 선수들은 “역사를 새로 쓸 기회가 왔다”고 말한다. 목포시청의 연봉 총액은 약 8억3000만 원이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의 평균 팀 연봉 총액은 약 61억5000만 원(2016년 기준). 한국실업축구연맹 관계자는 “몸값으로 볼 때 목포시청과 프로팀 간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목포시청에는 국내외 프로 무대에서 좌절을 겪은 선수가 많다”고 말했다. 목포시청의 ‘창과 방패’도 비상을 꿈꾼다. 187cm, 78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춰 ‘목포 타워’로 불리는 공격수 김영욱(23)은 2015년 K리그 챌린지 경남에 입단했지만 주전을 꿰차지 못해 올 시즌 목포시청으로 임대 이적했다. 그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내 자리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 득점 2위(10골)를 기록하며 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다. 김영욱은 “FA컵 우승을 통해 다시 K리그의 문을 두드려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과의 8강전에서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박완선(27)은 한때 선수 생활을 포기했다. 2013, 2014년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뛰었지만 10경기 출장에 그쳤다. 선수 생활을 접고 회사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2015년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운전병 생활을 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열린 축구대회에서 슈팅을 막으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도망치듯 군대를 가보니 축구가 그리웠다. 다시 축구가 하고 싶어서 일과 외 시간에 줄넘기(2단 뛰기) 2000개를 매일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제대한 그는 잠재력을 눈여겨본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의 눈에 띄어 다시 축구화 끈을 묶었다. 박완선은 “올해 FA컵은 프로선수라는 꿈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FA컵 대진 추첨식에서 목포시청은 연봉 합계 70억 원인 K리그 클래식 울산과 2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맞붙게 됐다. 1997, 2007년에 각각 전남 선수와 코치로 FA컵 정상에 올랐던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은 10년 만에 사령탑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김 감독은 “제자들이 FA컵에서 멋진 결과를 얻고 프로에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의 꿈을 실현한 선배들은 후배들이 더 치열하게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클래식 수원과 K리그 챌린지 부산의 4강전은 10월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25·사진)에게 팬들이 붙여준 별명 중 하나는 ‘양봉업자’다.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로 구성된 유니폼을 주로 입어 ‘꿀벌 군단’으로 불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14일 오전 3시 45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골에 도전한다. 또한 손흥민이 이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면 한국인 유럽클럽대항전 통산 최다골 기록에서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1위·10골)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21골을 터뜨린 손흥민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6월 팔 수술 여파 등으로 인해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EPL 4경기에 출전했지만 이 중 3경기가 교체 투입이었다. 팀 내 포지션 경쟁자인 해리 케인 등이 리그 경기에서 골 맛을 본 상황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전 자리 확보를 위해서는 도르트문트전에서의 활약이 중요하다. 영국 일간 데일리스타는 “손흥민은 도르트문트의 ‘크립토나이트’다”라고 표현했다. 크립토나이트는 영화 및 만화 캐릭터 슈퍼맨에게 치명적인 광물을 뜻한다. 손흥민은 자신이 뛰었던 모든 유럽 팀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을 넣었다.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2012∼2013시즌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4골을 넣었고, 2013∼2014시즌에는 레버쿠젠에서 1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 토트넘에서는 유로파리그에서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득점 감각 회복은 국가대표팀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대표팀의 10월 방문 평가전은 해외파 위주로 선수단이 꾸려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방송 중계와 통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손흥민의 상태를 점검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사진)이 자국 선수의 EPL 진출을 꿈꾸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 선은 11일(현지 시간) 안토니오 라치 이탈리아 상원의원과 김 위원장의 최근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라치 의원은 4월 김일성 생일(태양절) 기념행사에 초청돼 북한을 방문하는 등 김정은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치 의원은 “김 위원장은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를 빼놓지 않고 보는 축구 팬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맨유의 팬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라치 의원과의 대화에서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고 있는 북한 공격수 한광성(19)을 칭찬했다. 이탈리아 2부 리그 페루자에서 임대 선수로 뛰고 있는 한광성은 이번 시즌 리그 3경기에 출전해 4골을 터뜨렸다. 라치 의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한광성은 해외에 진출한 많은 북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장차 세계무대에서 꽃피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북한 선수들이 세계 최고 인기 리그인 EPL에도 진출하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치 의원은 “김 위원장이 ‘EPL도 곧 재능 있는 북한 선수들로 넘쳐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해외파 위주로 방문 평가전을 준비하겠다. 대표팀에 공격적 축구 색깔을 입히겠다.” 신태용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은 11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기념화폐 가입식에 참석해 다음 달 열리는 방문 평가전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한국은 다음 달 7일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FIFA 랭킹 62위)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맞붙고, 10일에는 프랑스 칸에서 ‘아프리카 복병’ 튀니지(34위)와 경기를 치른다. 10월 A매치 기간(10월 2∼10일)에 K리그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방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은 유럽 등 해외파 위주로 꾸려질 예정이다. 신 감독은 “그동안 K리그가 대표팀 조기 소집으로 인해 많은 희생을 했다. 유럽 방문은 해외파를 중심으로 준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의 경기 등을 TV로 봤다. 앞으로 해외파의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했지만 신 감독 부임 이후 치른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쳐 비판받았다. 이 때문에 방문 평가전에서는 화끈한 득점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 감독은 “모든 포지션에서 볼 터치와 패스 타이밍 등을 공격적으로 시도하는 선수를 중용할 것이다. 상대를 두렵게 할 수 있는 선수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5일 방문 평가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기념화폐 가입식 행사에는 신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참석했다. 신 감독은 KEB하나은행이 이날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평창 겨울올림픽 기념화폐의 1호 가입자가 됐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 시작 후 44초 만에 김경중(강원)의 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강원 벤치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선제골을 내준 후 ‘닥공(닥치고 공격) 본능’이 살아난 전북은 ‘이승기 쇼’를 앞세워 난타전 끝에 강원을 제압했다. 전북은 10일 전주에서 열린 강원과의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안방경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수비진이 정비되기 전에 골을 내주며 어수선했던 팀 분위기를 바꾼 선수는 이승기(사진)였다. 그는 전반 14분 개인기로 강원 수비수 2명을 제친 뒤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전반 19분과 21분에는 연달아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려 첫 골 뒤 7분 만에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승기는 역대 최단 시간(첫 골∼세 번째 골) 해트트릭 달성 기록을 세웠다. 종전 이 부문 최단 시간 기록은 10분(2004년 울산 제칼로·2016년 부산 고경민)이었다. 또한 경기 시작 후 21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1년 전북 소속으로 강원을 상대로 경기 시작 후 18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김동찬(현 성남)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승기의 맹활약 속에 기세가 오른 전북은 에두(전반 45분)가 추가 골을 터뜨리며 4-1로 앞서 나갔다. 강원은 후반 들어 디에고(후반 8분), 정조국(후반 35분)이 득점포를 가동하며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국가대표팀에서 저돌적 돌파로 측면 공격을 이끌었던 이근호(강원)는 도움 2개를 기록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클래식 선두를 질주했다. 하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은 안방에서 ‘진땀승’을 거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집중력이 떨어지면 경기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 (오늘 경기에서) 잘못한 점은 선수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트트릭을 한 이승기에 대해서는 칭찬을 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이승기가 고질적인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꾸준히 재활과 체력 훈련을 해온 그가 오늘로서 (부상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은 전남과의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 16분 수원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윤용호는 K리그 첫 선발 경기에서 데뷔 골을 터뜨렸다. 윤용호는 지난달 26일 국가대표팀과 수원의 비공개 연습 경기(2-1 수원 승)에서 2골을 넣었던 선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A매치 기간에 거제도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득점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89cm, 88kg의 거구인 그가 달려가 어깨로 밀면 상대 공격수들은 ‘퍽’ 하고 튕겨 나간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졸전 끝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한국축구대표팀에서 21세 ‘젊은 피’ 김민재(전북·사진)의 활약은 눈부셨다. 동료가 상대를 놓쳤을 때 빠른 커버 플레이로 실점을 막았다. 이란전에서 상대 선수의 발에 머리를 밟히기까지 했지만 온몸을 던져 상대 슈팅을 차단했다. 공격 본능도 발휘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김민재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73.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측면 공격수 이근호(55.6%)보다 높은 수치다. 승리를 못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지만 최종예선 1∼8차전에서 10골을 내줬던 대표팀 수비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수비수 김민재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란전이 첫 A매치였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노련했다. 김민재의 발견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태용호’의 가장 큰 소득으로 꼽힌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최종 명단 발표 전에 전북 경기를 보러 간 것은 김민재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김민재를 주전 수비수로 기용하겠다고 마음먹은 뒤에 그의 파트너로 누구를 세울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김민재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괴물 수비수’라는 별명답게 소감도 당찼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도 긴장되지 않았다. 자신 있게 플레이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의 작은 횟집 아들인 김민재는 학창 시절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와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로부터 ‘운동 DNA’를 물려받았다. “아버지께는 골격을, 어머니께는 스피드를 물려받은 것 같다”는 김민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의 뒤를 이을 대형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재보다 17세 많은 이동국(38·전북)과 염기훈(34·수원), 이근호(32·강원) 등 K리그 베테랑 3인방의 활약도 빛났다. 선발 출전한 이근호는 경기 초반부터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후반 33분 이근호 대신 교체 투입된 이동국도 짧은 시간임에도 두 차례 위력적인 슈팅을 시도하며 후반 막판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왔다. 후반 19분 들어간 염기훈은 특유의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공격수들의 슈팅 기회를 만들었다. 영국 BBC는 6일 현재 본선에 진출한 8개국 주요 선수와 감독, 과거 전력 등을 소개한 기사에서 “월드컵 본선에서 이동국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 최종 목표인 월드컵 진출을 달성했으니 조금씩 바꿔 나가겠다.” 신태용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사진)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부진한 공격력으로 인한 잇따른 무승부로 박수를 받지 못했다.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그는 향후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밝혔다. 신 감독은 “성은 신(申)이지만 내가 ‘신(神)’은 아니다. (조기 소집 후)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대표팀을 내 스타일에 맞게 바꾸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하는 그는 2연전에서 수비에 치중하며 무실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전은 축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든 경기였다. 선수들이 내가 추구하는 패스 축구의 색깔 등을 낯설어하는 상황에서 모험적 경기를 하기보다는 무실점을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찾아올 (득점) 기회를 노렸다”고 말했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등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감독은 “개개인의 장단점과 특징을 면밀히 파악해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경우 최전방에서 헤딩 시 올바르지 못한 자세 등 세세한 부분을 월드컵 전까지 조금씩 수정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9개월.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1년 앞두고 수장이 바뀌면서 구체적 팀 컬러를 확립하지 못해 본선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신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님 시절 코치로 함께하며 일부 선수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다. 강팀과의 평가전 등을 통해 팀을 다져 월드컵 본선에서는 공격적 축구를 구사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힘을 보탠 이동국(전북) 등 베테랑 K리거들에 대해서는 “월드컵 본선까지 함께 간다고 지금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량을 유지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6일 새벽. 잠을 설쳐가며 한국-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을 TV로 지켜보던 축구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0-0으로 비긴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9연속 본선 진출 소감을 얘기하는 가운데 작은 화면에 ‘LIVE’라는 자막 아래 시리아-이란 경기가 방영됐기 때문이다.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으로 2-2 동점을 만든 시리아가 한 골을 더 넣으면 한국 대신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시리아-이란 경기는 2분가량 더 이어졌다. 천만다행으로 추가골은 안 나왔지만 자칫 ‘취소 인터뷰’를 할 수도 있었다.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칭찬보다 비난에 쏠린다. 과거에도 어렵게 본선에 나간 경우가 많았지만 그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란 덕분에 한국이 본선에 ‘진출당했다’는 표현이 인터넷을 달궜다. 팬들 가운데는 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북한과의 최종전을 남겨놓은 한국은 일본에 승점 2점, 사우디아라비아에 승점 1점 뒤진 3위였다. 북한을 이겨도 일본이 이라크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꺾으면 본선 직행은 불가능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승전보를 전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완파했지만 일본-이라크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에 기뻐할 수 없었다.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온 뒤에야 낭보가 전해졌다. 이라크가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을 만든 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2승 2무 1패로 동률이었지만 골 득실에서 앞서 티켓을 손에 쥐었다. 지금도 회자되는 ‘도하의 기적’이다. 당시 대표팀은 이기고도 자중했고, 지금 대표팀은 졸전 끝에 비겼고, 결과도 모른 채 기뻐했다는 게 팬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더해 “시리아-이란 경기가 끝나기 전에 헹가래를 쳤다”는 보도는 팬들을 더 자극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인터뷰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헹가래는 시리아-이란 경기가 끝난 것을 확인한 뒤”라고 밝혔다. 똑같이 다른 팀의 도움으로 진출하고도 반응이 대조적인 이유는 뭘까. 팬들의 달라진 눈높이를 대표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990년대와 비교할 때 지금은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보다는 한 수 위가 됐고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크게 늘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요즘 팬들은 과거처럼 결과(본선 진출)만 따지지 않는다. 많은 정보를 통해 ‘한국 축구가 불량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도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을 거치며 망가졌는데 달라진 게 없다. 연령대별 대표팀도 부실하고 프로축구도 심판 매수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대표팀의 제조사’인 대한축구협회부터 달라져야 남은 9개월 동안 본선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유럽파 선수에 대한 정확하고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주전을 보장받고 있는 손흥민도 자신의 장점을 대표팀에서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수비는 ‘패스 마스터’ 기성용을 날게 할 수 있도록 후방으로부터의 빌드업에 능한 진용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축구협회는 다음 달 2∼10일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기간에 유럽에서 두 차례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 11월 6∼14일에는 대표팀을 다시 소집해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본선 조 추첨은 12월 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한편 우즈베키스탄(―1)을 골 득실에서 앞선 시리아(+1)는 A조 3위 자격으로 다음 달 B조 3위 호주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툰다.이승건 why@donga.com /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어부지리’가 따로 없다. 한국 축구가 힘겹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가맹국 중 6번째 대기록이지만 진출 과정은 깔끔하지 못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10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수차례 상대 문전 앞까지 진격했지만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과 세밀한 패스 플레이의 실종으로 무득점에 그쳤다. 전날까지 최종예선 A조 2위였던 한국(승점 15)은 승점 1을 얻는데 그쳤지만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1위 이란이 3위였던 시리아와 2-2로 비겨준 덕분에 조 2위를 유지했다. 최종예선은 각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얻는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이날 황희찬(잘츠부르크)을 원톱으로 놓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토트넘)과 이근호(강원)를 배치한 3-4-3 전술을 내세웠다. 좌우 윙백 미드필더로는 김민우(수원)와 고요한(FC서울)이 나섰다. 경기 초반 한국은 황희찬 등 공격수들이 전방부터 적극적인 압박 수비를 펼쳤다. 저돌적 돌파가 장기인 황희찬은 전반 2분 돌파에 이어 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우즈베키스탄은 풀백 카시모프를 앞세운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한국을 공략했다. 전반 8분 카시모프가 오른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렸지만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가 선방했다. 전반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다. 전반 23분에는 하이다로프의 중거리 슈팅이 골포스트에 맞고 나왔다. 한국은 전반 44분 볼 경합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수비수 장현수(FC도쿄)가 미드필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로 교체됐다. 신 감독은 김민우와 고요한을 수비로 내려 포백 전술로 전환했다. 이 때부터 한국의 공격 전개가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이 날린 슈팅은 골포스트를 맞았다. 후반전 들어 한국은 구자철의 게임 조율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골문 근처에서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고전했다. 후반 2분 이근호의 슈팅은 오른쪽 골포스트 옆으로 빠져 나갔다. 신 감독은 후반 32분 이동국(전북)을 투입해 공격력을 강화했다. 한국의 최전방은 이동국과 황희찬의 투톱 형태로 바뀌었다. 맹공을 펼치던 한국은 후반 36분 우즈베키스탄의 최전방 공격수 게인리흐에게 돌파를 허용했다. 게인리흐가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승규가 침착히 막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이동국이 시도한 헤딩 슈팅은 원 바운드 된 뒤에 골 포스트에 맞아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44분 이동국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손흥민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타슈켄트=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이번에는 축구화 5켤레를 챙겨 왔습니다.” 축구대표팀 수비수 고요한(29·FC서울·사진)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센트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그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짧은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의 축구화만 챙겨 원정길에 올랐다. 큰 실수였다. 경기장 잔디가 미끄러웠던 탓에 수차례 넘어진 그는 상대에게 쉽게 역습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 대비해 스터드가 쇠로 된 것 등 여러 켤레의 축구화를 준비한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쇠 스터드나 길이가 긴 고무 스터드는 잔디에 깊숙이 박혀 선수의 몸을 지탱하는 힘이 강하다. 그라운드가 미끄럽거나 무를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란전에 선발로 나섰던 측면 수비수 최철순(30·전북)은 경고 누적으로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고요한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높다. 고요한은 “수비에 집중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적극적으로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 일전을 벌일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 길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훈련장으로 사용 중인 부뇻코르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아카데미필드와 부뇻코르 스타디움의 잔디는 외견상으로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선수들이 발을 디딜 때 잔디가 움푹 꺼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잔디 길이가 예상보다 길었다. 협회 관계자는 “통상 대표팀이 안방경기를 치를 때는 잔디를 1.5cm 정도로 짧게 깎아 패스 축구에 적합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뇻코르 스타디움은 1.5cm보다 잔디가 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잔디가 길면 볼 스피드가 떨어지기 때문에 역습과 패스 플레이에 제약이 생긴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잔디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 한국 축구장 잔디가 위로 곧게 자라는 타입이라면 부뇻코르 스타디움 잔디는 둥글게 말리는 타입이라고 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잔디가 스터드에 꼬이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선수들이 큰 불편은 호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4일 우즈베키스탄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마지막 훈련.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 손흥민(25·토트넘)은 굳은 표정으로 축구화 끈을 단단히 묶은 뒤 잠시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결연하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임했다. 손흥민은 “스스로도 최종예선에서의 활약이 부족했다고 느낀다.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선다면 팀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는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요한 경기다. 그의 어깨 또한 무겁다. 그동안 대표팀 에이스로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한 시즌 한국인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21골)을 세웠던 손흥민이지만 대표팀에서는 골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전(3-2 한국 승)에서 1골을 넣은 이후 A매치 6경기 연속으로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플레잉타임으로 치면 471분간 무득점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말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태용호’의 주 공격 루트는 손흥민이 배치된 왼쪽 측면이지만 그가 2, 3명이 달라붙는 상대 수비에 고전하면서 팀 공격이 원활하게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팀 전체 유효슈팅이 0개(슈팅 8개)에 그친 이란과의 9차전에서 손흥민의 패스 정확도도 54.5%에 그쳤고 슈팅도 1개에 불과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손흥민의) 득점이 나오지 않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팀 전체가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보다는 정확한 슈팅력이 장점인 선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토트넘에서의 손흥민은 해리 케인 등 동료 공격수에게 수비가 집중된 틈을 이용해 중앙으로 파고들며 골을 터뜨린다. 대표팀도 공격수들 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세밀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전방과 우측 측면에 위치한 공격수가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야 손흥민이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얘기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에는 움직임 좋은 공격수에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란 패스마스터가 있어 손흥민이 빛을 발한다. 한국도 손흥민을 활용하기 위해선 주변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동료들도 노력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부터 한방을 썼던 황희찬(21)이 손흥민과 전술 움직임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장난도 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전방 공격수인 황희찬과의 호흡에 따라 손흥민의 활약도 달라질 수 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이후 9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던 그가 득점포를 재가동한 상대가 우즈베키스탄이다. 손흥민은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테크니션 오딜 아흐메도프(상하이 상강·사진)를 봉쇄하라.’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명운이 걸린 우즈베키스탄전이 5일 밤 12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패하는 팀은 월드컵 본선 직행(각 조 1, 2위)이 좌절되기에 혈투가 불가피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한국은 우즈베키스탄(64위)과의 역대 전적에서 10승 3무 1패로 앞서 있다. 객관적 전력에서 이란(24위)보다는 못한 팀이지만 최종예선 4승 가운데 3승을 부뇻코르 스타디움에서 챙겼을 정도로 안방에서 강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삼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감독은 4일 “우즈베키스탄 축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런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무실점 승리가 목표”라며 수비 조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상대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가진 팀이라 선제골을 내주면 경기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따르면 아흐메도프는 중앙과 측면 공격수에게 침투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빌드 업을 시작한다. 한국의 ‘패스 마스터’ 기성용(스완지시티)과 비슷한 역할이다. 아흐메도프는 2009, 2011년 우즈베키스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실력파다. 우즈베키스탄이 승리를 거둔 최종예선 4경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선수가 아흐메도프로 4경기에서 모두 73%가 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아흐메도프는 FIFA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경기는 (월드컵 진출의) 마지막 기회다. 한국을 꺾지 못하면 우리는 이 나라에서 축구를 끝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아흐메도프를 막기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담 마크를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몸싸움에 능한 장현수(FC 도쿄)가 아흐메도프 봉쇄의 특명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즈베키스탄의 약점은 중앙 수비진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중앙 수비수 안주르 이스마일로프(창춘 야타이·190cm)와 예고르 크리메츠(베이징 궈안·192cm)는 키가 커 공중 볼 장악 능력이 좋지만 순발력이 떨어져 상대 공격수의 침투에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돌파에 능한 황희찬(잘츠부르크)과 이근호(강원)를 각각 최전방과 우측에 배치해 상대 뒤 공간 침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스마일로프와 크리메츠는 지난해 11월 한국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후반에 급격한 체력 저하 현상을 보이며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196cm)이 투입된 한국에 고전했다. 한국은 김신욱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결승골로 연결했다. 4일 ‘완전 정복―우즈베키스탄’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신문선 명지대 교수 역시 “아흐메도프를 초반부터 집중적으로 견제해야 한다”면서 “최종예선 9경기를 분석해 보면 우즈베키스탄은 60분(후반 15분)을 전후로 큰 차이가 있다. 안방에서 3승 1패를 거두며 4골을 넣었는데 그중 3골이 60분 이후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성 건조기후 탓에 방문 팀이 적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간을 중심으로 교체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 9경기에서 7골(한국은 10실점)만 내 줬을 정도로 수비가 강하기에 불필요한 드리블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실점은 패배라는 생각으로 전술을 짜야 한다. 이동국과 같이 큰 경기를 많이 치러 정신력이 강한 베테랑들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타슈켄트=정윤철 trigger@donga.com / 이승건 기자}
“절묘한 전술 등 경기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승점을 따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삼벨 바바얀 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와 선수들은 여전히 월드컵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즈베키스탄의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위해 한국전에서 총공세를 펴겠다는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9위 한국이 5일 밤 12시 방문경기로 치르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 상대인 우즈베키스탄(FIFA 랭킹 64위).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진출의 명운이 갈리기 때문에 혈전이 예상된다. 우즈베키스탄은 전력 노출을 막기 위해 훈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 측에서 훈련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 준결승 맞대결에서 한국을 1-0으로 꺾은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을 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에서는 ‘지한파’를 앞세워 이변을 노리고 있다. 세르베르 제파로프(35·사진)는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K리그 FC서울(2010∼2011년), 성남(2013∼2014년), 울산(2015년)에서 뛴 그는 K리그 통산 110경기에 나서 20골 16도움을 기록했다. 중국과의 9차전에서 선발 출전한 제파로프는 78.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수원에서 한 시즌(2011)을 뛴 알렉산드르 게인리흐(33)도 개인기가 좋아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2일 한국 훈련장에서 만난 한 우즈베키스탄 기자는 “제파로프와 게인리흐가 동료들에게 한국에 대한 많은 정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축구연맹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수비수들의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최근 중국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은 측면과 중앙에서 문전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상황을 자주 노출했다. 볼 경합 상황에서의 승리 비율도 43.9%로 중국(56.1%)에 뒤졌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이근호(32·강원)는 훈련에 앞서 장신 공격수 김신욱(29·전북·196cm)을 향해 천천히 손바닥을 마주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러면서 공격 시 둘 간의 간격과 공격 방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2012년 울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선수는 당시 ‘빅 앤드 스몰 콤비’로 불리며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 옆에서는 대표팀 최고참 이동국(38·전북)이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있었다. 후배들보다 오랫동안 몸을 푼 그는 패스 훈련이 시작되자 가장 큰 소리로 “어이”라며 기합을 넣거나 크게 박수를 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뇨드코르 아카데미필드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에서 베테랑 콤비 이근호와 이동국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결전을 대비했다.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 속한 다른 국가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본선 직행을 확정짓는 길은 5일 밤 12시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호국 콤비’(이근호+이동국)가 9차전 이란전(0-0 무)에서 ‘유효 슈팅 0개’를 기록한 대표팀의 무딘 공격력 문제를 해결할 창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국은 “우리 스스로 ‘이길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역대 대표팀 선수 중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가장 많은 골(4골)을 넣었고, 이근호는 2골을 넣었다. 둘이 함께 뛴 경기에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에 3승 1무를 거뒀다. 역대 전적은 10승 3무 1패로 한국의 우세. 저돌적인 돌파가 강점인 이근호는 “우즈베키스탄은 이란보다 수비가 거칠지 않다. 동국이형과 우즈베키스탄전의 좋은 추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소속팀 강원에서의 활약(5골 4도움)을 바탕으로 대표팀에 승선한 그이지만 이란전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우세한 전적을 의식해 자만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이란전에서 후반 44분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까지 5분여를 뛰는 데 그쳤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선발로 나오거나 좀 더 많이 뛸 가능성이 높다. 이동국은 큰 경기 경험이 많고 동료와 2 대 1 패스 등에 능하다. 이 때문에 그는 공격수들 간의 연계 플레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란전에서 한국은 롱볼(22회)이 가장 많은 공격 방식이었을 정도로 세밀한 플레이가 부족했다. 호국 콤비는 월드컵 본선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했던 경험이 있다. 이동국은 2006 독일 월드컵을 3개월 앞두고 부상을 당해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이근호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예선에서 맹활약하고도 유럽 진출 실패 등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이동국과 이근호 등을 중심으로 ‘이란전은 빨리 잊자. 아직 우리에겐 한 경기가 남았다’는 얘기들이 오갔다”고 전했다. 대표팀 공격진의 ‘특급 도우미’로 꼽히는 미드필더 기성용(28·스완지시티)도 2일 대표팀 합류 후 처음으로 정상 훈련에 참가했다. 6월 무릎 수술을 받은 그는 국내 훈련 때는 러닝 등 개인 훈련을 했다. 이날 그는 차두리 코치와 ‘롱 패스’를 주고받거나 팀 동료들과 패스 게임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기성용의 출전 가능성은 50%다. 부상 재발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전술 훈련은 비공개로 하는 등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를 앞둔 3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부뇨드코르 스타디움(3만4000석).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매표소에는 50여 명의 우즈베키스탄 팬이 줄을 서 있었다. 한 팬은 “우즈베키스탄의 첫 월드컵 진출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표가 필요한가?”라고 물은 다른 팬은 표를 사재기한 뒤 되팔고 있었다. 그는 “이제 몇 장 안 남았다. 정상가는 3만5000숨(약 9000원) 정도다. (매진된) 그라운드 중앙 인근 자리는 10만 숨(약 2만6000원)이면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축구는 우즈베키스탄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스포츠다. 우즈베키스탄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한 상태다. 100달러(약 11만2000원)를 환전했더니 수백 장의 숨이 ‘돈다발’로 건네졌다. 3일 기준으로 우즈베키스탄 은행과 호텔에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4290숨이다. 현지인들에 따르면 암시장에서는 1달러에 8000숨까지도 교환을 해준다고 한다. 돈뭉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식당마다 ‘지폐 계수기’가 있을 정도다. 타슈켄트 소재 호텔 직원 아지즈 씨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축구가 열리면 경기장은 가득 찬다. 우즈베키스탄 대표팀이 한국을 안방에서 처음 꺾고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일 부뇨드코르 스타디움 인근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명절을 맞아 풍습에 따라 양을 도축하면서 자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열성적인 우즈베키스탄 팬들의 돌출 행동을 우려해 ‘신태용호’는 1일 타슈켄트 공항에서 별도의 환영 행사도 치르지 않고 숙소로 향했다. 김도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장(52)은 “과거에 한국이 승리하면 우즈베키스탄 팬들이 우리 응원단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팬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민 600여 명은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란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6만여 명이 ‘붉은 물결’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응원단보다는 물론 적겠지만 빨간 티를 맞춰 입고 태극전사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과 같은 시간(5일 밤 12시·한국 시간)에 열리는 시리아-이란 경기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현재 최종예선 A조 3위 시리아(승점 12·골득실 +1)가 이란을 꺾고, 2위 한국(승점 14·골득실 +1)과 4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골득실 ―1)이 비기면 시리아가 최종 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획득한다. 한국은 3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고 우즈베키스탄은 탈락이다. 한편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란전(0-0 무) 당시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같은 시간 진행되던 우즈베키스탄-중국의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공격수의 늦은 교체 투입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경기 막판 1골만 넣고 이겼어도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 대표팀 관계자는 “마지막 경기는 경쟁 국가의 경기 결과도 중요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실시간으로 다른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