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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경 서울 강서구 보건소. 보건소 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싼 뒤 100m가량 떨어진 지하철 9호선 등촌역 앞까지 이어졌다. 인근 골목들엔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한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세워둔 차량들이 가득했다. 막 검사를 마치고 나온 A 씨는 “대기 줄에서만 1시간 반 이상 기다린 뒤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확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며 의심 증상자나 접촉자 등을 검사하는 선별진료소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강서구와 강남구 보건소는 12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검사자만 1000명을 넘어섰다. 서울은 2개월 전만 해도 시 전체 검사 숫자가 하루 3000건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2주 동안 서울의 평균 검사는 3배가 넘는 9521건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8일부터는 5일 연속 1만 건을 넘어섰다. 12일 1017건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았던 강서구 보건소는 13일도 혼잡함이 이어졌다. 특히 관련 확진자가 130명을 넘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성석교회 교인이 몰리며 검사 대상이 크게 늘었다. 이 교회는 전체 교인이 약 1000명으로 최근 예배에 480명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인 B 씨는 “교회에서 교인 모두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공지했다”며 불안해했다.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눈이 내리고 날씨도 춥다 보니 대기 줄은 갈수록 간격이 좁아졌다. 보건소 직원들은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간격을 벌려 달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한 직원은 “오전 일찍부터 길게 늘어섰다. 최대한 부지런히 검사를 진행했지만 대기 인원이 갈수록 늘어 감당이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12일 서울에서 두 번째로 검사자가 많았던 강남구 보건소(1001건) 역시 13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은 직원 안내를 빠르며 질서정연하되 빠르게 문진표를 작성하고 검체 채취를 받았다. 하지만 속도를 내도 새로 검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많아 줄은 점점 더 길어졌다. 시민 C 씨는 “고등학생 딸이 검사를 받아야 해서 함께 왔다. 애가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며 “대기자 중에도 확진자가 있을 텐데 행여 옮기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의료진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검사 대상도 늘었지만, 서울시는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을 평일 오후 9시, 주말 오후 6시까지 연장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근무시간 조절은 고사하고 중간에 쉴 틈도 없어 누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4일부터는 선별진료소 정체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부터 내년 1월 3일까지를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과 용산역은 물론 주요 대학가나 집단감염 발생 지역에도 설치돼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박창규·전채은 기자}
이화여대가 최근 제17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절차상 착오를 발견해 10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신임 총장을 재선출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학교법인 이화학당 이사회에서는 2명의 총장 후보 가운데 김은미 교수가 6표를 얻어 총장으로 선임됐다. 규정에 따르면 이사회의 총장 선출 의결을 위해서는 ‘과반수 찬성’이 필요해 전체 이사 12명 중 11명이 참석했던 당시 이사회에서 7표 이상 나왔어야 했다. 당시 이사회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총장 선출을 진행했다. 선출 나흘 뒤 법인 측이 이를 인지하고 이달 4일 이화여대 교수평의원회도 문제를 제기해 재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학교 측은 “당시 이사회 회의에서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임시이사회에서 총장을 재선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리니 불안해 차마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들 시험 끝나자마자 곧장 차로 태워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에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 화단에서 만난 배모 씨는 추위로 오들오들 떨었다. 정문 앞에는 그 말고도 학부모 수십 명이 길거리에서 떨고 있었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대학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수험생 외에는 캠퍼스 출입을 막은 데다, 거리 두기로 카페 등의 취식도 금지됐기 때문이다.○ 부모 대기실도 캠퍼스 견학도 사라져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대학들이 진행하는 논술고사 현장도 크게 바뀌었다. 논술고사가 끝나면 캠퍼스 견학 등으로 왁자지껄했던 풍경은 찾아볼 수 없다. 6일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의 대학들은 올해 캠퍼스 내 학부모 대기실도 마련하지 않았다. 5, 6일 이틀 동안 논술고사가 치러진 성균관대 인근 대학로는 시험 종료 20분 만에 적막이 감돌 정도로 텅텅 비었다. 6일 만난 재수생 최모 군(19)은 “지난해 논술 끝나고는 친구들이랑 대학 주변 맛집에 갔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불안해 곧장 집에 간다”고 말했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지하철역으로 직진하거나 부모의 승용차를 타고 썰물처럼 대학로를 빠져나갔다. 매년 수시고사가 끝나면 주변 식당과 카페는 들뜬 수험생들로 붐볐지만 올해는 달랐다. 5일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도 시험 종료 뒤 자녀를 태우러 온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주변 음식점에 들르는 이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수시 때보다 매출이 3분의 1 아래로 줄어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틀 동안 성균관대 인근에 있는 지하철4호선 혜화역 주변도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승용차들과 이를 찾는 수험생들로 상당히 북적거렸다. 잠깐의 혼잡 뒤에 휑해지는 것도 엇비슷했다. 성균관대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지난해는 자리가 없어서 일행이 아닌 손님들끼리 합석할 정도였다”며 “10년째 영업하는데 논술시험 당일에 이렇게 사람 없는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면접고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바꾸기도 자가 격리 상태이거나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있는 응시자들은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경우도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10명 정도의 학생들이 권역별 고사장 또는 교내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에서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도 방역당국으로부터 자가 격리 통보를 받은 학생 1명이 5일 권역별 고사장에서 논술고사를 치렀다. 12, 13일과 19일에 수시전형 면접고사를 진행할 예정이던 숭실대는 코로나19 확산의 심각성을 고려해 면접고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바꿨다. 12, 13일 논술고사를 치르는 중앙대는 수험생과 감독관 등 시험 관계자 외에는 학교 출입을 막기로 했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원가도 비상이 걸렸다.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대형논술학원 측은 “학생들이 논술고사장에도 못 가는 상황을 막으려고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충분히 답답한 상황인 건 이해하지만, 행여 감염되면 응시 기회조차 날아갈 수 있으니 ‘방역도 실력이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김소영·이소정 기자}
엄마는 망설였다. 딸을 껴안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 “시험 잘 보고 와라”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결국 한쪽 팔만 길게 뻗어 딸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못내 아쉬운 듯 딸의 등을 쓰다듬은 뒤 “어서 들어가”라고 말했다. 엄마는 딸을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안으로 들여보낸 뒤 서둘러 자리를 떴다.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각 학교 상황은 이와 비슷했다. 사상 첫 ‘코로나 수능’이 빚어낸 장면이다. 이날 수험생들은 까다로운 시험 문제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도 잔뜩 신경을 써야 했다. 수험생들은 이날 아침 시험장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발열검사를 했다. 37.5도 이상이 나오거나 기침을 계속하는 수험생은 2차 측정 장소로 이동했다. 계속 증상이 나타나 별도 시험실로 간 수험생은 약 160명이다. 전염 우려 때문에 비닐장갑을 끼고 방역복까지 입은 수험생도 있었다. 1년 가까이 적응했지만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치르는 건 쉽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점심 먹을 때를 제외하고 8∼9시간가량 마스크를 써야 했다. 가뜩이나 긴장한 수험생들은 두통과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에서 시험을 치른 김동영 씨(19)는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지난해 수능 때보다 조용했지만, 계속 쓰고 있다 보니 숨이 막히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마스크 착용 관리가 잘 안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공연예술고 3학년 이강현 군(18)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몰려다니는 애들도 있고, 재수생은 흡연공간으로 몰려 담배를 피우기도 해 ‘확진자가 한 명만 있어도 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수험생 간 거리 두기를 위해 설치된 칸막이는 불편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지를 넘기다 구겨지고 필기구를 둘 자리가 좁아 떨어뜨린 수험생도 있었다. 서울 용산구 선린인터넷고에서 시험을 본 박혜민 양(18)은 “칸막이가 막고 있어 답답했다”며 “뒷자리 학생은 칸막이가 흔들려 관계자가 와서 청테이프로 급하게 감아주고 갔다”고 전했다. 환기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놓은 탓에 너무 추웠다는 수험생도 꽤 있었다. 이날은 교육당국이 자제를 권고한 탓에 떠들썩했던 응원전은 없었다. 사람 모이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 탓인지 연필과 사인펜을 파는 상인도 보기 어려웠다. 학부모들도 자녀를 시험장 앞에 내려주자마자 떠나고, 포옹보다는 손짓으로 자녀를 들여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수능은 확진자에게도 응시 기회가 제공된 유일한 시험이었다. 확진자 수험생 41명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전신보호복과 안면보호구를 착용한 감독관의 감독 아래 수능을 치렀다.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는 확진자 5명이 음압병실 2곳에서 수능을 봤다. 침상을 치운 병실에서 다른 수험생과 동일하게 칸막이가 부착된 책상을 이용했다. 이들은 수험생이기에 앞서 환자라 환자복을 입고, 도시락 대신 환자식을 먹었다. 의료진은 폐쇄회로(CC)TV로 환자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지를 지켜봤다. 자가격리자 456명은 일반 수험생과 분리된 곳에서 수능을 치렀다. 별도 시험장으로 지정된 서울 용산구 오산고에선 이날 아침 수험생이 학부모의 차량이나 구급차를 타고 정문 안까지 들어가서 내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모두 코로나19 증상이 심해져 시험을 중단하는 일 없이 무사히 수능을 치렀다.최예나 yena@donga.com·신지환·이청아 기자}
“수능 끝나면 친구들이랑 여행가고 싶어요. 수험표를 지참하면 리조트랑 비행기가 할인되는 이벤트가 있더라고요.”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고교 3학년 이모 군(18)은 며칠 전 가족들과 때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가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 잠잠해지면 가라”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군은 “이때 아니면 수험생 할인 혜택이 사라져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입 수험생들에게 수능 날은 고통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이다. 시험만 끝나면 고대하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년 내내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오히려 더 거세지며 ‘겨울철 대유행’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당국은 ‘포스트 수능’이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난관에 선 시점에 최악의 변수로 작용할까 봐 고민에 빠졌다.○ 확진자 수백 명씩 나오는데 외부 활동 유혹 물론 공부에 청춘을 쏟아야 했던 이들의 심정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올해 3번째 수능을 봤다는 A 씨(20)는 “일탈행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백화점에 가서 맘껏 쇼핑을 하고 싶은 것뿐”이라며 “수험표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할인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 양(19)도 “재수까지 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가족 여행 한 번은 꼭 가고 싶다.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특히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쏟아지는 수험생 타깃 프로모션의 유혹이 올해도 여전하다. 경제 사정 악화로 일부 소상공인은 올해 할인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1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수능’이라고만 쳐도 할인 혜택 홍보글들이 주르륵 올라온다. 대형 복합리조트부터 항공사, 여행사, 영화관, 백화점 등 업종도 전방위적이다. 서울에 사는 재수생 이모 양(19)은 “계획에 없었는데 할인 광고를 접한 뒤로 국내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자중을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수험생들의 입장은 알지만, 아직 입시를 마치지도 못한 수험생에게 코로나19 확진만큼 큰 낭패가 어딨겠느냐”며 “업종을 막론하고 집단 감염이 만연한 이 시기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고 우려했다. ○ 감염되면 수시 고사 응시자격 박탈 수능이 끝난 뒤 조용히 휴식을 취하길 원해도 그럴 수 없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면접과 논술, 실기시험이 남은 이도 많다. 특히 학원가에서 마련한 ‘직전대비반’ 등은 수험생들로선 코로나19 경고에도 외면하기 어렵다. 재수생 B 양(19)도 수능 직후 “2, 3일만 쉰 뒤 바로 대치동 학원에 다녀야 한다”며 “당장 내일부터 수시 특강을 듣는 친구들도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강모 양(18)은 “한 달 동안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학원에 가긴 가야 할 텐데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번 수시고사에서 수험생들은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만약 운이 나빠 확진이라도 되면 수능과 달리 수시고사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확진자는 대학별 수시고사를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자가 격리자의 경우 대학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공지한 기한 내’ 별도 시험장을 신청하지 않았으면 시험을 볼 수 없다고 공지했다. 즉, 수시고사 직전에 갑자기 자가 격리 대상이 되면 응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달 내내 대학 수시 시험장엔 엄청난 인파가 몰릴 예정이다. 7, 8일 논술시험을 치르는 연세대는 논술전형 지원자만 2만7137명에 이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달 둘째 주까지 수도권에 전국 수험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응시 연인원만 약 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대학별 평가가 지역 감염의 온상이 될 위험이 높으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전채은 기자}
“수능 끝나면 친구들이랑 여행가고 싶어요. 수험표를 지참하면 리조트랑 비행기가 할인되는 이벤트가 있더라고요.” 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고교 3학년 이모 군(18)은 며칠 전 가족들과 때 아닌 실랑이를 벌였다. 수능이 끝나면 곧바로 여행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가족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좀 잠잠해지면 가라”고 만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군은 “이때 아니면 수험생 할인 혜택이 사라져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대입 수험생들에게 수능 날은 고통과 기대가 공존하는 순간이다. 시험만 끝나면 고대하던 자유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년 내내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오히려 더 거세지며 ‘겨울철 대유행’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당국은 ‘포스트 수능’이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난관에 선 시점에 최악의 변수로 작용할까봐 고민에 빠졌다.●확진자 수백 명씩 나오는데 외부활동 유혹 물론 공부에 청춘을 쏟아야했던 이들의 심정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올해 3번째 수능을 봤다는 A 씨(20)는 “일탈행위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백화점에 가서 맘껏 쇼핑을 하고 싶은 것뿐”이라며 “수험표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할인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험생 김모 양(19)도 “재수까지 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가족 여행 한번은 꼭 가고 싶다. 방역 수칙만 잘 지키면 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특히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쏟아지는 수험생 타깃 프로모션의 유혹이 올해도 여전하다. 경제사정 악화로 일부 소상공인들은 올해 할인을 하지 않지만, 여전히 10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수능’이라고만 쳐도 할인 혜택 홍보들이 주르륵 올라온다. 대형 복합리조트부터 항공사, 여행사, 영화관, 백화점 등등 업종도 전방위적이다. 서울에 사는 재수생 이모 양(19)은 “계획에 없었는데 할인 광고를 접한 뒤로 국내여행이라도 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자중을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수험생들의 입장은 알지만, 아직 입시를 마치지도 못한 수험생에게 코로나19 확진만큼 큰 낭패가 어딨겠냐”며 “업종을 막론하고 집단 감염이 만연한 이시기엔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고 우려했다. ●감염되면 수시 고사 응시자격 박탈 수능이 끝난 뒤 조용히 휴식을 취하길 원해도 그럴 수 없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면접과 논술, 실기 시험이 남은 이들도 많다. 특히 학원가에서 마련한 ‘직전대비반’ 등은 수험생들로선 코로나19 경고에도 외면하기 어렵다. 재수생 B 양(19)도 수능 직후 “2, 3일만 쉰뒤 바로 대치동 학원에 다녀야 한다”며 “당장 내일부터 수시 특강을 듣는 친구들도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강모 양(18)은 “한 달 동안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학원에 가긴 할 텐데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겁이 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번 수시고사에서 수험생들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힘든 상황이다.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만약 운이 나빠 확진되면 수능과 달리 수시고사에는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확진자는 대학별 수시고사를 볼 수 없다”고 발표했다. 자가 격리자의 경우 대학별로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공지한 기한 내’ 별도 시험장을 신청하지 않았으면 시험을 볼 수 없다고 공지했다. 즉 수시고사 직전에 갑자기 자가격리 대상이 되면 응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달 내내 대학교 수시 시험장엔 엄청난 인파가 몰릴 예정이다. 7, 8일 논술 시험을 치르는 연세대는 논술전형 지원자만 2만7137명에 이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달 둘째 주까지 수도권에 전국 수험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응시 연인원만 약 6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대학별 평가가 지역감염의 온상이 될 위험이 높으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코로나19 때문에 서울의 식당 예약은 취소해야 할 것 같은데, 이번 송년회는 강원도에서 하는 거 어때요.” 직장인 김모 씨(42)는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서울에서 ‘천만시민 긴급 멈춤 기간’이 시행돼 서울의 웬만한 식당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아 모임이 어려워지자 아예 다른 지역으로 가서 ‘원정 송년회’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김 씨는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겨 지인들과 지난달 29일 강원 홍천에 있는 한 별장형 펜션에서 송년 모임을 했다. 김 씨 일행은 늦은 밤까지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다음 날 새벽까지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김 씨는 “한적한 지방으로 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덜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연말을 맞아 지방으로 가서 원정 모임을 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선 모임을 갖기 어려운 수도권을 벗어나 제주도 등 지방에서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자주 등장한다. 이 같은 특수를 노리고 ‘코로나 탈출’ ‘코로나 힐링’이란 이름을 붙인 국내 여행 상품도 많아졌다.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는 술자리가 포함된 송년회 대신에 제주와 강원, 경북 경주 등으로 삼삼오오 떠나는 여행이 인기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송년회를 겸해서 12월에 친구들과 강원도에 갈 계획”이라며 “여행사에서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지만 지방은 1.5단계라 훨씬 안전하다’며 추천했다”고 말했다. 서울 등 수도권을 피해 지방으로 향하는 ‘모임 행렬’이 이어지면서 유명 관광지에서는 때아닌 북새통이 벌어졌다. 지난주 친구들과 제주 여행을 다녀온 대학원생 김모 씨(25)는 “서울보다 코로나 감염 위험이 작을 것 같아 여행을 갔는데 유명 관광지는 사진 찍기도 힘들 만큼 사람들이 붐볐다”고 말했다. 주말에 지인들과 경주에 다녀온 직장인 A 씨(27)도 “경주 ‘황리단길’(황남동+경리단길) 식당과 카페는 거의 만석이어서 띄워 앉기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중장년층들에겐 비교적 날씨가 포근한 남부 지역으로 골프 모임을 떠나는 게 인기 있다. 직장인 이모 씨(53)는 돌아오는 주말에 동창들과 함께 전라도로 연말 동창회를 겸해 골프 여행을 가기로 했다. 서울에 사는 조모 씨(59)는 제주도로 ‘시즌 오프 라운딩’을 계획했다가 골프장 예약이 거의 다 차서 대기까지 걸어야 했다고 한다. 제주의 한 골프장 관계자는 “12월 예약은 거의 다 찼다. 연말에 이 정도로 예약이 몰리는 건 처음 본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학 동문들이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개최한 모임은 최근 30여 명이 확진되는 집단감염으로 번졌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연말에 지방 원정 송년회를 하는 것은 전국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바이러스 원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빈발하는 집단감염은 대부분 지인이나 가족 모임 같은 10인 이하 소규모 모임에서 시작됐다. 2일 기준 관련 확진자가 68명까지 늘어난 ‘충북 김장 모임 집단감염’도 일가친척 7명이 모인 자리가 발단이 됐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의 취지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이지 말라’는 게 본질”이라며 “지방 여행을 하면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거나 같은 숙소에 머물게 돼 밀접 접촉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히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조응형 기자}
“지금도 5·18로 고통받는 많은 국민들이 있다. 피고인처럼 역사를 왜곡하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자세는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30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법정. 재판장인 김정훈 형사8단독 부장판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89)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전 전 대통령은 김 부장판사의 쓴소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눈을 감고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은 70분간 이어진 이날 재판 내내 꾸벅꾸벅 졸면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법정 밖 구호 소리에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감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1997년 대법원에서 내란 및 내란목적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23년 만이다.○ “헬기 사격 알면서 고의로 명예훼손”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쓴 자서전에서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유죄가 되려면 전 전 대통령이 헬기 사격이 있었음에도 이를 증언한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규정해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이를 고의로 유포한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1심 법원은 두 쟁점 모두 조 신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등 두 차례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며 판결문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우선 “500MD 헬기에 의한 사격을 목격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인정된다. 또 목격자 8명의 증언, 5·18 당시 계엄군으로 관여했던 군인들의 일부 증언도 이와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5·18 진압에 가담했던 전투교육사령부의 광주소요사태분석 교훈집 등 군 관련 문서에도 “의명(依命·명령에 의거) 공중 화력 제공”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 등 헬기 사격이 이뤄진 정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당시 광주 전일빌딩에 남아있는 탄흔을 감정한 결과 헬기가 M60 기관총을 이용해 하향 사격을 한 흔적이라고 결론 낸 점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됐다. 법원은 5·18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 전 대통령이 당시 상황을 모두 보고받아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 사실이 담긴 회고록 출간을 감행했다며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특별사면을 받은 후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판결을 계기로 피고인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 용서받고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시각을 의식한 듯 “피고인이 5·18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모든 5·18 피해자들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재판은 아니다”며 “진실을 말한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표현해 피해자의 법익을 침해한 부분에 대해 형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고록 통한 허위 주장, 자충수로 돌아와 이날 판결에 대해 양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항소심도 광주지법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전 전 대통령은 1심 때와 같이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과 광주를 오가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가 끝나고 법원 밖으로 나오며 취재진으로부터 “판결을 받아들이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8시 42분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설 때 ‘구속 촉구’ 시위를 하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지지자로 착각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대국민 사과하라, 전두환”이라고 외치자 이내 “말조심해 이놈들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 여부는 1988년 5공화국 청문회나 1995년 검찰 수사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는 발포명령자와 행방불명자 관련 진상 규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2017년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조 신부를 비난하면서 헬기 사격의 진위가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다. 이듬해인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군 헬기가 시민을 향해 기총사격을 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국방부 조사 결과는 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는 데 주요 참고 자료가 됐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허위 주장을 편 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이청아 기자}
서울에 있는 한 모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60대 남성이 모텔 사장과 말다툼을 한 뒤 홧김에 불을 질러 2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5일 오전 2시 39분경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약 1시간 20분 만에 불길은 잡혔으나, 모텔에 있던 5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밖에도 9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일부는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모텔에는 14명이 투숙하고 있었다. 이날 화재는 모텔에서 장기 투숙해온 A 씨(69)의 방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심야에 “술을 달라”고 모텔에 요구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자신이 묵던 방에 들어가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직후 모텔을 빠져나온 A 씨는 인근 편의점에서 “배가 아프다”고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타고 가던 도중 자신이 불을 질렀다고 자백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해당 모텔은 지상 3층으로 객실이 모두 13개다. 1970년에 지어져 다음 달 철거 예정이었으며,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충남 당진에서 60대 문화관광해설사가 바다에 빠진 여성 2명을 구해내 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 경기도는 “문화관광해설사로 무료 봉사를 해온 황민성 씨(63·사진)가 9월 11일 당진 한진포구에서 물에 빠진 여행객 2명을 구조한 공로로 11일 경기 광명시청에서 도지사 표창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황 씨는 광명시민이다. 황 씨는 당시 해설봉사를 위해 한진포구를 찾았다가 어디선가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를 듣고 무조건 달려갔다고 한다. 현장에선 윤모 씨 등 여성 여행객 2명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생각도 하기 전에 몸부터 움직였다”는 황 씨는 일단 주변에서 서둘러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곧장 바다로 뛰어들었다. 약 100m를 헤엄쳐 여성들에게 닿은 그는 고생 끝에 2명 모두 무사히 구해냈다. 물을 많이 들이켜 병원으로 옮겨진 뒤 5일 만에야 의식을 되찾은 윤 씨는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 알찬 삶을 살겠다”며 황 씨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황 씨는 “윤 씨가 살아줘서 내가 더 고맙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선한 삶을 살고 싶단 맘을 먹었다”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수능이 끝난 뒤에 걸렸으면 좋겠어요.”(수험생 박모 씨) 16일 정오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2주 남짓 앞둔 수험생 100여 명이 강의실 책상 앞에 앉아 학원 급식을 먹고 있었다.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지만 이따금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 말고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책상도 1m 이상 거리를 뒀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식사 중엔 대화가 금지다. 코로나19 탓에 외부 식당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3일로 수능이 다가오면서 학원가에 마지막 초비상이 걸렸다. 1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우며 어렵사리 쌓아올린 탑을 자칫 한순간에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일말의 감염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서로가 조심하는 분위기다. 대치동 학원가는 2주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는 수험생과 인근 직장인들로 크게 붐볐다. 하지만 최근엔 학생들은 거의 사라져 한산할 정도. 대다수 수험생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원이 제공하는 급식만 먹기 때문이다. 재수생 A 씨(19·여)는 “수능이 얼마 안 남다 보니 서로 예민한 상황”이라며 “몇몇이 외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질 정도”라고 했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수험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식사하는 풍경은 찾기 힘들다. 재수생 한모 씨(19)도 “편의점은 혼자 앉아서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안전하게 여기는 편”이라며 “요즘은 학원 수업 중간에 나와 간식을 사 먹는 모습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물론 운 나쁘게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해서 수능 응시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자가 격리됐을 때도 별도 고사장이 마련된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걸리면 끝’이란 분위기가 컸다. 다시 수능을 치를 예정이라는 대학생 박모 씨(20·여)는 “시험을 칠 수야 있겠지만 낯선 병원 같은 데서 누가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부모들도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안모 씨(49·여)는 “1학기 때 코로나19로 자주 집에서 공부했는데 집중하기 어려워했다. 일단 학원에 가는 걸 본인도 좋아해서 보내고 있다”며 “최대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라고 매일 당부한다”고 말했다. 아예 수험생 대면 교습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학원도 많았다. 16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 있는 입시학원 10곳을 확인했더니 7곳이 “최소 수능 1주일 전부터는 수험생 대면 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19일부터 수험생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결국 이 모든 게 수능 잘 보려고 준비한 건데 막판에 (코로나19 탓에) 엉클어지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국 고등학교와 수험장으로 사용되는 학교는 수능 일주일 전인 26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강원도교육청은 고3 수험생의 원격수업을 학교에 따라 16일부터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주부터 교직원 자체 행사와 모임도 금지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일선 학원과 가정에 16일부터 수능 당일까지 모임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김태성 kts5710@donga.com·이청아·전채은 기자}
“30년간 보건복지행정에 힘쓰셨던 아버지는 직접 관여했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제도를 평생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나눔과 기부를 통해 그 빈틈을 메우는 게 부친의 발자취를 따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2010년 별세한 최선정 전 복지부 장관(사진)이 12일 사랑의열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랑의열매는 이날 “최 전 장관의 유족들이 고인의 10주기를 기리며 1억 원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1억 원 이상 기부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최 전 장관의 아들인 최웅영 서울고등법원 판사는 “어머니(정해상 여사)가 아버지가 떠나신 지 10년을 맞아 결심하셨다”며 “가족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을 방법을 고민하다 자연스럽게 기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평소에도 나눔의 문화에 관심이 컸었다고 한다. 어디에서나 항상 가슴에 사랑의열매 배지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녔다. 최 판사는 “2001년 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배지를 달아드리다 배지가 부러져 당황하셨던 일화도 있다”고 떠올렸다. 최 전 장관은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줄곧 정통 복지부 관료의 길을 걸었다. 국민연금과 의약분업, 의료보험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을 다뤘다. 최 판사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보며 공직에 대한 꿈을 키웠다. 사법부에서 일한 지 벌써 17년이 흘렀다”고 되돌아봤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위험하니까 배달 일 하지 말라고 가족들이 전부 말렸는데 집안에 보탬이 되겠다며…, 음주운전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아직 한창 젊은데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요.” 11일 새벽 인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20대 청년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온 음주 차량에 부딪혀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참변을 당했다. 요리사를 꿈꿨던 청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당을 폐업한 뒤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야간 배달을 해왔다고 한다. 이날 오후 인천에서 만난 피해자 A 씨(23)의 아버지는 암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의 힘든 형편이었지만 A 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착한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요리사를 꿈꿔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허튼짓 한번 안 하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배달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계속 말렸는데도 괜찮다고 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 씨의 고모에 따르면 A 씨가 배달 일에 나서게 된 건 코로나19 탓이었다. 졸업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어렵사리 돈을 모았던 그는, 지난해 평생의 소원이었던 조그마한 자기 가게를 차렸다. 알뜰살뜰 돌보며 열심히 일했지만 올해 불어 닥친 코로나19 불똥을 피할 길이 없었다. 경영 악화로 빚만 남긴 채 문을 닫았고, 요리사 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결국 배달에 뛰어들었다. 이날 참변은 오전 4시 25분경 인천 서구 원창동의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배달을 마치고 퇴근하던 A 씨를 중앙선을 침범해온 차량이 덮쳤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저지른 B 씨(38)는 직후 150m가량을 역주행하다가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멈춰 있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 A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긴급 수술을 받고 왼쪽 다리와 대장 일부를 절단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리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로 도착해 절단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부위에 염증도 우려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추가 검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음주운전자 B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B 씨는 “음주운전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주할 의사도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음주운전 전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B 씨에 대해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인천=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위험하니까 배달일 하지 말라고 가족들이 전부 말렸는데 집안에 보탬이 되겠다며…, 음주운전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아직 한참 젊은데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요.”11일 새벽 인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던 20대 청년이 중앙선을 침범해 들어온 음주차량에 부딪혀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참변을 당했다. 요리사를 꿈꿨던 청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당을 폐업한 뒤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야간 배달을 해왔다고 한다.이날 오후 인천에서 만난 피해자 A 씨(23)의 아버지는 암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 차상위계층’의 힘든 형편이었지만 A 씨는 항상 긍정적이고 착한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요리사를 꿈꿔 관련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허툰 짓 한번 안하고 열심히 일했다”며 “배달은 위험하니까 하지 말라고 계속 말렸는데도 괜찮다고 하더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A 씨의 고모에 따르면 A 씨가 배달 일에 나서게 된 건 코로나19 탓이었다. 졸업 이후 한번도 쉬지 않고 일을 하며 어렵사리 돈을 모았던 그는, 지난해 평생의 소원이었던 조그마한 자기 가게를 차렸다. 알뜰살뜰 돌보며 열심히 일했지만 올해 불어 닥친 코로나19 불똥을 피할 길이 없었다. 경영악화로 빚만 남긴 채 문을 닫았고, 요리사 자리도 구하기 힘들어 결국 배달에 뛰어들었다.이날 참변은 오전 4시 25분경 인천 서구 원창동의 한 도로에서 벌어졌다. 배달을 마치고 퇴근하던 A 씨를 중앙선을 침범해온 차량이 덮쳤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를 저지른 B 씨(38)는 직후 150m가량을 역주행하다가 타이어에 문제가 생겨 멈춰 있는 동안 지나가던 시민이 신고해 경찰에 붙잡혔다. 검거 당시 B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고 한다.A 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부상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긴급 수술을 받고 왼쪽 다리와 대장 일부를 절단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리는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로 도착해 절단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부위에 염증도 우려되고,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추가 검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인천 서부경찰서는 음주운전자 B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B 씨는 “음주운전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주할 의사도 없었다”며 뺑소니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음주운전 전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B 씨에 대해 ‘윤창호법’(개정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인천=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여기 지금 2호선 ‘지옥철’ 같아.” 핼러윈이던 지난달 31일 오후 11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세계음식특화거리’에서 한 남성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태원의 이 거리는 핼러윈을 맞아 시민들이 몰려들며 출근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을 뜻하는 ‘지옥철’을 방불케 했다. 인파 속에서 발을 내디디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신을 소독하는 방역게이트를 통과해야 거리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 게이트 앞에 줄을 선 시민만 150여 명에 달했다. 이 거리에 있는 술집들은 10곳 중 8곳꼴로 거리에 테이블을 내놓고 영업 중이었다. 이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는 이들은 거의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주방 종업원 ‘턱스크’ 적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방역당국이 모임 자제를 당부했지만 핼러윈 기간 서울 도심 주요 유흥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아일보는 핼러윈 당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등 합동단속반 공무원들의 서울 이태원 일대 단속에 동행했다. 또 전날인 30일 홍익대, 강남역 일대를 살펴본 결과 곳곳에 인파가 몰리면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핼러윈을 앞두고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제로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일 0시 반경 단속반원들이 이태원동의 한 감성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업주가 손님들을 향해 소리쳤다. “서로 떨어지세요. 마스크 쓰시고요!” 당시 주점 안에는 손님 10여 명이 스탠딩 바에 서서 2, 3명씩 짝을 지어 서로 포옹을 하거나 가까이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단속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부 손님은 급히 비상구로 몸을 숨겼다. 단속반은 곧이어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 종업원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었다. 업주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잘 쓰다가 잠깐 내린 것”이라고 강하게 항의했지만 단속반은 이곳에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단속반은 이날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단란주점 1곳과 전자출입명부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를 쓰지 않는 일반음식점 1곳도 적발했다. 서울시는 30일과 31일 이틀간의 합동단속을 통해 총 533곳을 점검했고 이 가운데 방역수칙을 위반한 28곳을 적발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거리는 핼러윈 코스튬을 차려 입거나 페이스페인팅을 한 젊은이들로 붐볐다. 찢어진 입 모양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한 한 젊은이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자신의 얼굴을 주변에 보여주며 거리를 누볐다. 입이 뚫려 있는 가면만 쓰고 마스크를 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 클럽 문 닫자 주점으로 ‘풍선 효과’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대형 클럽이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감성주점이나 헌팅포차 등에 사람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태원을 찾은 대학생 민모 씨(19·여)도 “대학 새내기라 핼러윈 파티를 즐기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무서워 친구랑 둘이 술을 마시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홍익대 인근에서는 오후 7시 반부터 한 헌팅포차 앞에 손님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바로 옆 실내 포장마차는 3, 4인용 테이블 약 30개가 모두 만석이었다. 이 업소는 테이블 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테이블 간 띄어 앉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강남역 인근도 비슷했다. 입구에 해골이 그려진 장식을 걸어둔 한 술집은 오후 6시 반부터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영향 등으로 인해 이미 ‘위험의 불씨’가 있던 상황에서 핼러윈이라는 이벤트로 사람이 많이 몰려 위험을 부채질한 격이 됐다”며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박종민 기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는 30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에게 “도대체 무엇에 대해 사과하신다는 뜻인가”라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전날 이 대표가 내년 4월의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언급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은 30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인 전 서울시장 비서 명의로 질의서를 이 대표 앞으로 보냈다. 공동행동은 질의서를 통해 “피해자와 피해자 지원단체 및 공동변호인단은 민주당으로부터 그 어떤 사과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이에 전 서울시장 비서는 이 대표에게 공개 질의를 하는 바 민주당은 공개 질의에 대한 책임 있는 회신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피해자가 이 대표에게 질의한 여섯 가지 내용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피해자는 먼저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했는데, 그 피해 여성에 자신이 포함되는 것인지를 물었다. 이어 사과가 당 소속 정치인의 위력 성추행을 단속하지 못한 것에 대한 것인지, 2차 가해 속에 저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것인지를 질의했다. 또 사건의 공론화 이후 집권여당, 해당 정치인의 소속 정당으로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사과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지, 앞으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계획인지 등도 따졌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거돈(전 부산시장)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민주당은 반성 없는 당헌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우리는 손바닥 뒤집기에 분노한다”면서 “2018년 3월 충남 부산 서울까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와 신고, 고소에 대해 민주당은 2차 피해의 온상이 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피해자의 일상 복귀를 위한 사회적 환경 개선 노력도 없이 오로지 권력 재창출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당헌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피고인은 게시 글에서 양육비 지급 필요성을 강조했을 뿐, 고소인에 대한 증오나 분노 등 사적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29일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판사 유창훈)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의 강민서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이날 관심이 쏠린 건 강 대표 등이 온라인사이트 ‘배드 페어런츠(Bad Parents)’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결과는 무죄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허위사실을 게시할 동기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이는 올해 1월 무죄 판결을 받은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 역시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을 공개한 구 씨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다수가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했다. 이런 판결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홀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 중 전 배우자로부터 한 번도 양육비를 받지 못한 이가 73.1%나 된다. 아이 셋을 홀로 키우는 A 씨도 그중 1명이었다. 이혼 뒤 5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한 그는 식당 월급 100여만 원으로 버텨야 했다. 그런데 배드 파더스가 전남편에게 신상 공개를 사전 통보했더니, 1주일 만에 밀린 양육비를 모두 보냈다고 한다. 배드 파더스에 따르면 A 씨처럼 사전 통보만으로 양육비를 받은 게 400건이 넘는다. 물론 개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타인의 정보를 공개하는 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8일 운영자가 구속된 ‘디지털 교도소’는 공익을 표방해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했지만, 무고한 사람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양육비는 아이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 학대’와 다름없다”며 “프랑스나 독일 등에선 징역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한국도 형사처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한부모 가구는 약 154만 가구(2018년)에 이른다. 여가부 조사를 적용해 보면, 양육비 도움을 못 받고 아이를 키우는 집안이 113만 가구나 된단 소리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강 대표는 “받지 못한 양육비는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미지급 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양육비 대(代)지급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고 꼬집었다. 14일 정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는 “장기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 공개를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라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한부모와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만큼 받았다. 그들을 보듬어줄 노력은 한시가 급하다. 이청아 사회부 기자 clearlee@donga.com}
“오늘 사람이 엄청 몰렸어요. 50만 원 가지고는 좋은 테이블 잡기 힘들어요.” 25일 밤 서울 서초구 유흥가에 있는 한 클럽. 자정 가까이 된 시간이었지만 영업직원(MD)과 남녀 7명 무리는 가격 흥정이 한창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클럽은 지하 2층 입구까지 수십 명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릴 만큼 붐볐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중간고사가 끝나 친구들과 놀러왔다. 내일이 월요일이긴 해도 비대면 수업이라 별 부담이 없다”며 “다들 마스크를 잘 쓰진 않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뒤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등 유흥가가 다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달 말 핼러윈을 앞두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방역당국 측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도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 밀폐된 지하공간에 260여 명이 가득 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돌아본 서울 유흥가들은 이곳만 봤을 땐 마치 코로나19가 종식된 분위기였다. 둘러본 클럽들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밀착시킨 채 흥청망청했다. 서초구에 있는 A클럽은 지하에 있는 전체 공간이 330m²(약 100평) 남짓 했지만 260여 명이 다닥다닥 몰려 있었다. 특히 DJ부스가 있는 무대 등 흔히 명당자리라 불리는 곳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밀접 접촉이 심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며 클럽에 입장 인원을 4m²(1.2평)당 1명으로 제한하도록 운영지침을 내렸다”며 “80명 안팎만 있어야 할 공간에 3배 이상의 인파가 몰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도 드물었다. 넉넉하게 잡아도 10명 가운데 4명꼴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대부분 아예 벗거나 ‘턱스크’ 차림으로 서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다. 술에 취해 부둥켜안은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의 주된 통로인 비말(침방울) 전파에도 취약한 조건이었다. 클럽 곳곳에선 분위기 연출용 수증기를 내뿜었고, 실내 흡연자도 적지 않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질 정도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이 수증기, 담배 연기 등과 결합하면 당연히 더 쉽게 전파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밀폐된 환경에서 안개처럼 비말이 퍼진 공간은 감염병의 온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단속도 무색, 핼러윈 방역 초비상 경찰 단속도 소용이 없었다. 이날 경찰은 26일 오전 2시 18분경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한 클럽에 나가 현장 점검을 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무전기를 든 한 직원은 부리나케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이후 업소 안에는 ‘마스크 착용 및 1m 거리 두기를 부탁합니다’란 공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에 방역지침 위반 신고가 들어왔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며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1일 핼러윈을 앞둔 강남과 이태원 등은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사전 예약 진행 중’이란 홍보성 글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 한 클럽 관계자는 “벌써부터 문의가 차고 넘친다. ‘물 좋은’ 클럽은 이미 예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5월 집단감염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이태원도 핼러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한 클럽에서 만난 직원은 “거리 두기나 방역수칙 탓에 사람이 별로 없지 않겠냐”는 질문에 “걱정 마라. 이미 많이 예약됐다. 인원이 넘쳐도 우리가 벌금 내면 된다”고 자신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6일 “이번 주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한 가지라도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 즉시 집합금지나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청아 기자 /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오늘 사람이 엄청 몰렸어요. 50만 원 가지고는 좋은 테이블 잡기 힘들어요.” 25일 밤 서울 서초구 유흥가에 있는 한 클럽. 자정 가까이 된 시간이었지만 영업직원(MD)과 남녀 7명 무리는 가격 흥정이 한창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클럽은 지하 2층 입구까지 수십 명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릴 만큼 붐볐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중간고사가 끝나 친구들과 놀러왔다. 내일이 월요일이긴 해도 비대면 수업이라 별 부담이 없다”며 “다들 마스크를 잘 쓰진 않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뒤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등 유흥가가 다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달 말 핼러윈을 앞두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방역당국 측은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도 한순간의 방심이 불러일으킨 참사”라며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밀폐된 지하공간에 260여 명이 가득25일 밤부터 26일 새벽까지 돌아온 서울 유흥가들은 이곳만 봤을 땐 마치 코로나19가 종식된 분위기였다. 둘러본 클럽들은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을 밀착시킨 채 흥청망청했다. 서초구에 있는 A 클럽은 지하에 있는 전체 공간이 약 330㎡(100평) 남짓했지만, 260여 명이 다닥다닥 몰려있었다. 특히 DJ부스가 있는 무대 등 흔히 명당자리라 불리는 곳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밀접 접촉이 심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거리두기를 1단계로 완화하며 클럽에 입장 인원을 4㎡(1.2평) 당 1명으로 제한하도록 운영지침을 내렸다“며 ”80명 안팎만 있어야 할 공간에 3배 이상의 인파가 몰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마나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도 드물었다. 넉넉하게 잡아도 10명 가운데 4명꼴만 마스크를 착용했다. 대부분 아예 벗거나 ‘턱스크’ 차림으로 서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부둥켜안은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의 주된 통로인 비말(침방울) 전파에도 취약한 조건이었다. 클럽 곳곳에선 분위기 연출용 수증기를 내뿜었고, 실내 흡연자도 적지 않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질 정도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이 수증기, 담배연기 등과 결합되면 당연히 더 쉽게 전파될 수 있다“며 ”가뜩이나 밀폐된 환경에서 안개처럼 비말이 퍼진 공간은 감염병의 온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단속도 무색, 핼러윈 방역 초비상 경찰 단속도 소용이 없었다. 이날 경찰은 26일 오전 2시 18분경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단 신고를 받고 한 클럽에 나가 현장 점검했다. 경찰이 도착하자, 무전기를 둔 한 직원은 부리나케 지하로 뛰어 내려갔다. 이후 업소 안에는 ‘마스크 착용 및 1m 거리두기를 부탁합니다’는 공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클럽에 방역지침 위반 신고가 들어왔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며 ”실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1일 핼러윈을 앞둔 강남과 이태원 등은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사전 예약 진행 중’이란 홍보성 글들이 크게 늘어난 상태. 한 클럽 관계자는 ”벌써부터 문의가 차고 넘친다. ‘물 좋은’ 클럽은 이미 예약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5월 집단감염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이태원도 핼러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이태원에 있는 한 클럽에서 만난 직원은 ”거리두기나 방역수칙 탓에 사람이 별로 없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걱정마라. 이미 많이 예약됐다. 인원이 넘쳐도 우리가 벌금내면 된다“고 자신했다. 지하철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 있는 한 클럽은 용산구보건소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호소 현수막 옆에 ‘실내 흡연 가능’ 등을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핼러윈을 전후에 강력한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강남과 이태원 등 일대에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26일 ”이번 주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한 가지라도 방역수칙을 어길 경우엔 즉시 집합금지나 고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미테구가 13일(현지 시간) 철거 명령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미테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이익을 공정하게 다루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며 “무력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녹색당 소속인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은 철거 반대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자”고 당부했다. 재독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독일 공공장소 최초로 미테구 거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제막식 이후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달 7일 미테구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가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녹색당과 함께 베를린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및 좌파당 또한 소녀상 철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테구의 결정은 철거 명령 철회가 아닌 ‘당분간 보류’다. 2∼4주 뒤로 예상되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협의회는 15일부터 소녀상 영구 전시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인 소녀상의 비문(碑文)을 수정해 존치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세계 각국 여성을 기리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테구 역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독일 국내의 사법절차여서 향후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과 대처를 다양한 형태로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세 교육의 심장인 평화의 소녀상이 베를린에서 철거돼서는 안 된다.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아시아 전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은 (피해자를 대신해) 싸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는 일본을 벌하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