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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인권운동의 본산’으로 꼽히는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2일 비무장 흑인 청년 레이샤드 브룩스 씨(27)가 경찰 체포에 불응하다가 백인 남성인 개릿 롤프 경관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시 당국은 하루 뒤 롤프 경관을 해임했고 백인 여성 경찰국장까지 물러났지만 미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빗발치고 있다. 진정세를 보이던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일부 흑인단체는 이 사건을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잔혹행위로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에 빗대 ‘제2의 플로이드’ 사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12일 오후 10시 30분경 애틀랜타 경찰 2명은 패스트푸드점 웬디스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차량 한 대가 정차했고 운전자가 잠들었다는 신고에 출동했다. 롤프 경관과 동료는 차량 운전자 브룩스 씨를 깨워 음주 검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브룩스 씨는 몸싸움을 벌이며 체포에 불응하는 과정에서 경관의 테이저건(전기충격기)까지 빼앗았다. 브룩스 씨가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쏘자 롤프 경관이 실탄을 발사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숨졌다. 그의 죽음에 항의하는 수백 명의 시위대는 13일 웬디스 주차장과 도로 인근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 고인의 사촌 디케이터 레드 씨는 시위에서 “미 전역의 흑인 청년이 헛되이 죽어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낮에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이날 오후 8시 30분경 경찰이 도착하자 격렬해졌다. 시위대는 웬디스 매장에 불을 지르고 고속도로 양방향을 모두 점거했다. 경찰 역시 최루탄 등을 쏘며 맞섰다. 이날 수도 워싱턴 등 미 곳곳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브룩스 씨의 이름을 딴 해시태그(#RayshardBrooks)가 넘쳐난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브룩스 씨가 체포에 불응하고 테이저건을 탈취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난 터라 경관에게 전혀 저항하지 못했던 플로이드 씨 사건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2018년 1월부터 재직 중인 흑인 여성 시장 케이샤 랜스 보텀스(50)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에리카 실즈 경찰국장 대신 흑인 남성인 로드니 브라이언트를 국장 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롤프 경관 역시 곧바로 해고됐다. 이 모든 일이 브룩스 씨가 숨진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서 이뤄졌다. 보텀스 시장은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되고 있다. ‘흑인 표심을 노리고 이례적으로 빨리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애틀랜타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代父) 마틴 루서 킹 목사의 고향이자 활동 근거지로 인구 51만 명 중 51.8%가 흑인이어서 흑인 유권자의 입김이 강하다. 유럽도 인종차별 문제로 시끄럽다. 13일 영국 런던에서는 극우파 백인 시위대가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인종차별 이력을 문제 삼아 처칠 동상을 훼손한 것에 분노한 이들은 “이민자들이 영국을 망친다”고 주장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도 2016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3수 끝에 미국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에 오른 조 바이든 전 부통령(78)이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현직 프리미엄’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이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주요 후보군을 압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이 대선 지형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의 선거 전략도 완전히 다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의 분열이 극심해졌다며 ‘치유와 화합의 대통령(healer-in-chief)’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플로이드 사태 후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좌파로 몰아붙이는 이념 대결 전략에 치중하고 있다. 자신을 백악관 주인으로 만든 보수 백인 유권자, 즉 ‘집토끼’ 공략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다.○ 반(反)트럼프 민심에 가려진 ‘샤이 트럼프’최근 트럼프 재선 캠프는 하루에도 2, 3통씩 ‘졸린 조(sleepy Joe·바이든 후보를 낮춰 부르는 표현)를 이기기 위해 우리 모두 달려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모든 애국자의 힘을 필요로 한다’와 같은 이메일을 발송하며 지지자 집결에 나섰다. 바이든 캠프의 월 후원금 목표액이 600만 달러(약 72억 원)임을 알리며 “우리는 그보다 많이 해야 한다”고도 독려한다. 역설적으로 이는 트럼프 캠프의 위기감이 커졌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6월 발표된 주요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마(魔)의 ‘지지율 50%’ 벽을 돌파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 자릿수 이상 차이로 따돌린 탓이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잘난 백인 여자’ 이미지에 갇혀 지지율에서 트럼프 후보를 앞서면서도 한 번도 50%를 넘지 못했다. 그만큼 바이든 표심의 확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 흐름도 바이든에게 유리하다. 폭스뉴스 CNBC방송 퀴니피액대의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한 결과, 미시간 플로리다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 8%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불과 0.23%포인트 차로 클린턴 후보를 간신히 꺾은 미시간주의 7일 조사에서는 바이든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12%포인트나 높았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으로 11월 3일 대선에서 바이든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미 대선은 전국 지지율이 결정하는 직접 투표가 아니라 50개 주(州)별로 투표 결과에 따라 이긴 쪽에서 각 주에 배정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을 가져가는 간선제다.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쪽이 승리한다. 대부분의 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어서 해당 주의 투표에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간다. 이런 이유로 4년 전 트럼프 후보가 전국 득표수에서는 클린턴 후보보다 2.1% 적었음에도 선거인단은 77명을 더 얻어 압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집토끼’ 공화당원을 잘 관리하고 있다. 이달 2∼5일 CNN과 여론조사회사 SSRS가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38%에 그쳤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무려 88%의 지지를 얻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에 큰 역할을 담당한 소위 ‘샤이 트럼프(shy Trump)’ 중에는 공개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밝히진 않지만 투표장에선 몰표를 던진 고소득, 고학력 백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미국 경제와 일자리를 살리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뚝심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한다. 양측 지지자의 성향 차이도 뚜렷하다. CNN-SSRS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70%는 “트럼프 자체를 지지해 그를 찍는다”고 답했다. “바이든을 막기 위해 투표한다”는 답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바이든 지지자의 60%는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바이든을 위해 투표한다’는 답은 37%였다. 즉 현재 여론조사의 높은 바이든 지지율은 바이든 본인이 만든 것이라기보다 반트럼프 효과에 기인한 면이 크다. 열성적 팬덤이 선거 판세를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바이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요소다. 9일 인터넷매체 복스는 바이든의 선거 전략이 지나치게 ‘반트럼프’에만 치중했으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 주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자신만의 뚜렷한 비전 제시 없이 ‘트럼프 반대’만 외쳐서는 ‘샤이 트럼프’ 유권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약한 존재감 키우며 흑인 결집 시도대중 동원력이 부족하고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온 바이든 후보가 약한 존재감을 어떻게 부각시킬지도 관심이다. 무엇보다 플로이드 사망 후 트럼프 행정부를 극도로 비난하고 있는 흑인 유권자들을 얼마나 모으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인구통계국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억3000만 명의 미국인 중 비(非)히스패닉계 백인 비율은 60.7%, 흑인 비율은 13.4%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16년 대선에서 양측의 등록 유권자 역시 각각 1억9221만 명, 3061만 명으로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백인 남성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은 트럼프 측에 유리한 구조다. 미국 선거를 분석해 온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김동석 대표는 “등록 유권자만 기준으로 하면 백인 비율이 약 80%에 육박한다. 흑인 유권자가 결집해도 백인 지지가 두터운 후보를 꺾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진단했다. 흑인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4년 전 대선에서 흑인 투표율은 20년 만의 최저치인 59.6%까지 떨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는 4대 인종집단에서 가장 높은 66.2%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졌지만 흑인 남성의 상당수가 클린턴에게 거부감을 느낀 것이 투표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백인 투표율은 1.2%포인트 상승했다. 흑인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이든 캠프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합주의 흑인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바이든에게 불리한 요소다. 미 50개 주 가운데 흑인 비율이 가장 높은 주는 미시시피(38.9%·선거인단 6명), 루이지애나(33.6%·8명), 조지아(33.2%·16명) 등이다. 이들은 선거인단 538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반면 핵심 승부처인 플로리다(17.5%·29명), 펜실베이니아(12.7%·20명), 오하이오(14.4%·18명), 미시간(15.2%·16명) 등은 흑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아이오와 등 6개 주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차지했지만 4년 전엔 공화당에 자리를 내준 지역이라 민주당 입장에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에 배정된 선거인단만 99명이어서 이 6개 주 선거 결과가 백악관 주인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측은 최근 강도 높은 반트럼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는 6월 첫째 주에만 트럼프를 비판하는 페이스북 광고에 500만 달러를 썼다. 특히 플로이드 사망 규탄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4일 하루에만 이 중 160만 달러를 썼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하루 단위 광고비로는 최대 규모라고 CNN은 분석했다.○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 가능성‘70대 후반의 백인 남성 기득권자’인 바이든이 자신의 약점을 상쇄해 줄 부통령 후보로 누구를 고를지 주목받고 있다.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뽑겠다고 밝힌 그는 8월 1일 전에 후보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복음주의 개신교도의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다시 한 번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정치 성향으로는 진보층, 지역적으로는 중북부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해 각각 양측의 지지가 높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다. 하지만 플로이드 사태로 흑인 표심이 중요해지면서 이제는 흑인 여성을 뽑자는 주장이 대세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1984년, 2008년에 모두 백인 여성인 제럴딘 페라로 전 하원의원과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지만 집권에 실패했다.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부통령 후보가 등장할지, 그가 바이든을 따라 백악관에 최종 입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후보군 중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56·캘리포니아)은 자메이카계 부친과 인도계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지만 자신을 ‘흑인’으로 규정한다.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을 거쳐 2017년 1월 워싱턴 중앙 정계에 데뷔했다. 바이든 후보와 비슷한 중도 노선이라 진보 유권자를 포섭하기 어렵고 피부 색깔만 다를 뿐 성장 과정, 커리어, 이미지가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비슷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남성 유권자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과정 당시 하원의 탄핵 소추위원으로 활동하며 주목받은 밸 데밍스 하원의원(63·플로리다)은 ‘아메리칸 드림’의 표본이다. 경비원 부친과 가사도우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27세에 말단 순경에서 시작해 올랜도 경찰국장에 올랐다. 다만 경찰국장 재직 시 과잉진압 의혹 등이 제기돼 공권력 남용에 분노하는 흑인 유권자에게 외면당할 가능성이 있다. 2018년 1월부터 조지아주 최대 도시 애틀랜타 시장으로 재직 중인 케이샤 보텀스 시장(50)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극좌파’라고 비난하자 “입을 다물라”고 맞서 큰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 인기를 끌었던 R&B 가수 메이저 랜스의 딸로 바이든의 대선후보 선출이 불투명했던 지난해 6월 일찌감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워싱턴 중앙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약점이 있다. 변호사 출신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전 하원의원(47·조지아)은 지난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이 끝난 직후 연단에 올라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세무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6년 하원의원으로 뽑혔고 각종 교육개혁 법안을 내놔 호평을 받았다. 2018년 11월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공화당의 브라이언 켐프 후보에게 약 7%포인트 차로 패했다. 개혁 성향이 강하고 신선한 이미지지만 현재 맡은 직함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수전 라이스(56)도 하마평에 올랐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로 바이든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다만 선출직 경험이 없고, 미국의 최대 외교 참사로 꼽히는 ‘벵가지 사태’(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의 대사관 침입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당시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사망)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 기자}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미셸 오바마 여사가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미셸 여사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졸업식을 진행하지 못한 미 고등학생을 위한 축사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과 ‘베러메이크룸’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일상을 잃었고 수십 만 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미국 건국 당시부터 존재한 인종과 권력의 잘못된 구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미셸 여사는 이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수십 년간 침묵해온 편견과 불평등의 결과”라며 “분노는 강력하고 효과적이다. 분노가 모이면 역사를 바꾼다”고 강조했다. 미셸 여사는 그러나 “분노만 남으면 파괴와 혼돈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이라며 분노를 안고 현실 정치에 참여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투표’를 구체적 방법으로 거론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그를 달고 글을 올리는 것도 유용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친구들에게 투표 등록 링크를 보내라”고 당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선임보좌관은 학생들의 반대로 축사가 취소되는 굴욕을 겪었다고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캔자스주 위치타주립대 기술대는 4일 이틀 뒤 예정된 온라인 졸업식에서 이방카 보좌관이 축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학생·교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이를 몇 시간 만에 이를 취소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6일 자신의 SNS에 축사를 공개하면서 “취소 문화와 견해차별은 학문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취소 문화는 자신과 반대되는 행동·의견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강제로 없애는 것으로, 보이콧이나 불매 운동 등이 포함된다. 이에 위치타주립대 제니퍼 레이 부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주장에 도으이하지 않는다. 축사를 지켜보는 것은 학생들에게 선택사항이었으며, 이방카는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서도 메시지를 알릴 수 있었다”라고 반박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브라질의 5세 흑인 소년 미겔 다시우바의 죽음으로 인종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브라질에서 유색인종 저소득층이 집중 피해를 입은 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거듭된 인종차별 발언들이 흑인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북동부 항구도시 헤시피에 사는 다시우바는 2일 백인 여성 사리 코르치 헤알의 가정부로 일하는 엄마를 따라 헤알의 고급 아파트로 갔다. 엄마가 주인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가자 그는 울면서 엄마를 쫓아가려 했다. 다시우바는 5층인 헤알의 집에서 엘리베이터에 홀로 탑승했는데, 헤알이 다시우바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9층 버튼을 눌러 주는 장면이 보안카메라에 잡혔다. 홀로 엘리베이터를 탄 다시우바는 발코니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추락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집주인은 다음 날 과실치사로 기소됐으나 보석금 2만 헤알(약 472만 원)을 내고 풀려났다. 시위대는 “어린 소년을 혼자 엘리베이터에 태워 죽음을 사실상 방조했다”고 격분했다. 거리로 나선 이들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를 외쳤다. 브라질 인구 2억1000만 명 중 백인은 47.7%, 혼혈은 43.1%, 흑인은 7.6%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 의사를 거듭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에 투입됐던 주방위군 철수 명령을 내렸다. 최근 며칠간 평화 시위가 이어진데다 군 투입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규탄 집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워싱턴에 투입됐던 주방위군에 철수를 시작하라는 명령을 방금 내렸다. 모든 것이 완벽한 통제 하에 놓였다. 지난밤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은 수의 시위대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주방위군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필요하면 곧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5일 백인 경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 사망 이후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일어나고, 성난 시위대가 백악관 코앞까지 근접하자 약 52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이들은 워싱턴 주방위군 1200명과 미 14개주에서 온 주방위군 4000명으로 이뤄졌다. 윌리엄 워커 워싱턴 주방위군 사령관은 6일 CNN 인터뷰에서 “주방위군이 이르면 8일 철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워커 사령관은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인근 세인트존스 교회로 걸어서 이동할 때 당국이 고무탄과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사전에 해산한 것과 관련해 “주방위군은 당시 진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연루설을 부인했다. 국방부는 1일 밤 아프가니스탄전에 투입됐던 최정예 ‘블랙호크’ 헬리콥터 등이 저공비행을 하면서 시위대를 위협했던 것에 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때 백악관 지하 벙커에 1시간가량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후 연방군 투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시위대 강경진압 의사를 고수했다. 그는 연방군 투입 시사 후 “시위대의 분노만 더 키운다”며 강력히 반대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야당 민주당 소속의 흑인 여성 시장 뮤리얼 바우저(48)는 5일 백악관 코앞의 16번가 도로 이름을 시위대의 인종차별 반대 구호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로 바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우저 시장은 6일 시위에 직접 참여해 “워싱턴 소속이 아닌 주방위군은 모두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가 찍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거리의 사진을 올린 후 “이 글씨가 우주에서도 보인다”고 강조했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5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4만9000여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 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기 때문에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 조유라 기자}
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파리 15구의 한 레스토랑. 30여 명이 테라스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 수백 명씩 사망하던 4월 상황은 이미 잊은 듯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유럽 각국은 봉쇄령 해제에 돌입했다. 프랑스 정부는 2일 봉쇄령 해제 2단계 조치로 카페, 식당의 영업금지령을 해제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국도 봉쇄령을 해제하고 사회 정상화에 나섰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긴장의 끈을 놓기엔 아직 이르다고 경고한다. 2차 대유행에 대비해 중간 점검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방역의 방향성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각국은 강력 봉쇄, 정밀 관리, 집단면역 등 크게 세 방향으로 대응해 왔다.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에 따라 피해 정도가 나뉘었고 각국의 방역 성적표도 달라졌다. ● 스웨덴 집단면역 주도자 ‘실패’ 인정 세계적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방역 모델은 스웨덴의 ‘집단면역’이다. 전체 인구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감염 속도가 늦어진다는 이론에 기반한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는 이동 제한, 상점 폐쇄, 휴교령 등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 상점은 그대로 문을 열었고 체육관 등 집단시설도 운영됐다. 50명 이상 모임을 금지하고 1m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면역 실험은 실패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자료와 각국 인구수를 토대로 100만 명당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 스웨덴은 4042명으로, 미국(5684명), 영국(4094명), 이탈리아(3862명) 못지않게 피해가 컸다. 100만 명당 사망자 역시 스웨덴(449명)은 세계 1위 감염국인 미국(326명)보다 많았다. 특히 사망자의 90%는 70세 이상으로 노인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단면역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집단면역이 효과를 보려면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7.3%만 항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면역에 성공하는 국가는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19.9%), 영국 런던(17.5%), 스페인 마드리드(11.3%)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주민 비율은 7~20%에 불과하다”며 “집단면역에 성공하기 어렵고 성공한다 해도 방역이 이뤄진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집단면역 모델을 주도한 안데르스 테그넬 스웨덴 공중보건국 역학담당도 3일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예상보다 일찍 사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다면 스웨덴 방식과 다른 국가 방식의 중간 지점에서 방역을 실시하겠다”고 토로했다. 방역 실패로 스웨덴은 국경 재개방을 앞둔 유럽국 사이에서 기피 대상이 됐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은 서로 이동 제한을 풀기로 했지만 스웨덴은 제외하기로 했다. 9일 일부 항공편을 재개하는 키프로스도 스웨덴에서 출발하는 직항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면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키웠다. 영국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중순까지 봉쇄령을 내리지 않았다. 감염자가 속출하고 2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뒤에야 황급히 봉쇄 정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대응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사망자가 4만 명(4일 기준) 가까이 발생했다. ● 강력 봉쇄 정책, 성적표 제각각 초기에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국가들의 성적표는 다양하다. 일찍이 국경을 봉쇄하고 확진자 및 접촉자의 동선을 면밀히 추적한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국가인 중국은 초반에 은폐 의혹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정책을 펼치면서 감염 확산을 줄였다. 2월 8일 40%에 육박하던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도입한 같은 달 중순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줄었다. 강력 봉쇄책이 늘 성공한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30일 중국을 오가는 국경을 봉쇄했다. 러시아 의회는 3월 확진자가 격리 규칙을 어기면 최대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3월 19일까지 러시아 내 확진자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말부터 확산세가 커져 4월 12일에는 하루 255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 4일 현재 러시아의 확진자는 43만 명으로, 세계 3위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역시 확진자가 급증하자 3월 중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4월에도 하루 수천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1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전염병 전문의들에 따르면 감염병은 1, 2주 차이로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첫 확진자 발견 후 1, 2주가 지나 지역사회에 어느 정도 확산되면 아무리 강력한 봉쇄 정책을 시행해도 이전에 감염된 사람이 많아 피해가 급증한다는 설명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첫 환자 발생 이후 2주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가 1만 명에 근접해서야 봉쇄령을 실시했다.●정밀 추적, 대량 진단으로 성과 낸 K방역 한국과 대만은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다.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한국 223명, 대만 18명이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도 각각 5.3명, 0.3명으로 이탈리아(554명), 스페인(680명)보다 훨씬 적다. 한국은 초기에 중국 국경을 봉쇄하지 않아 논란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2월 4일 후베이성 입국자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했다. 상점을 폐쇄하거나 국내 이동을 제한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속한 대량 진단으로 방역 모범국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스루 검진소를 도입해 진단율을 높였다. 여기에 우수한 의료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치료, 감염자 추적, 접촉자 격리를 병행해 조기에 확산세를 잡는 데 성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드라이브스루 검진소와 감염자 동선 추적 애플리케이션 등 선진 시스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계 각국은 한국 진단키트와 방역 물품, 그리고 방역 노하우에 러브콜을 보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역학조사, 확진자 추적, 접촉자 격리 등 방역 조치를 비교적 일찍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을 낮은 단계에 머물게 한 것이 코로나 피해를 줄였다”고 밝혔다. 대만도 국내 이동 제한 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지만 신속한 국경 봉쇄, 외국인 입국 금지, 해외에서 들어온 모든 대만인의 의무 검역 등 조치를 통해 초기 대응에 성공했다. 대만은 1월 22일 중국 우한발 입국을 막았고, 2월 6일 중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대만 입국 전 중국 본토를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도 막았다. 확진자 동선을 적극 추적하는 한편 마스크 확보 계획도 촘촘히 설계했다. 의료용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마스크 홀짝 구입제를 도입했다.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덕분에 선제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는 시민의식도 체득할 수 있었다.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홍콩은 사스 때의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활 속 방역 지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대만은 가장 먼저 중국 국적 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사스의 교훈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개인 방역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세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염병 방치’ 남미·아프리카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역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 피해가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은 ‘방치’에 가까운 수준의 방역으로 피해를 키웠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4월 초 자국 내 확진자가 5000명, 사망자가 200명을 넘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중요하다. 일터로 돌아가라”고 국민을 독려했다. 이는 안일한 대응으로 이어지면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주마다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해 의료 체계가 붕괴됐다. 가디언은 “코로나19 확산이 여전한데도 4000명이 목숨을 잃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에는 서퍼들이 활동하고 상점이 열린다”며 브라질 방역 체계에 우려를 표시했다. 칠레 역시 수도 산티아고의 중환자실 90% 이상이 코로나19 환자로 채워질 정도로 피해가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최 교수는 “남미는 인구 밀집도가 높고 개인위생 수준도 떨어지는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만한 경제 체력도 없다”며 “피해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유행 대비 방역 시스템 구축해야”감염병 전문가들은 ‘어떤 방역 모델이 성공했다’고 단정 짓기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단기적으로는 방역에 성공한 듯 보여도 언제든 재확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달부터 서울 이태원 클럽, 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교회 모임 등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도 봉쇄령 해제 후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뜻하는 재생산지수(R)가 높아졌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과 미국 등 서방→남미와 아프리카’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사이클이 지나가도 올겨울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2차 유행 규모가 1차 때보다 크다는 점이다. BBC 등에 따르면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시작돼 가을, 겨울 세 차례에 걸쳐 유행했는데, 두 번째 파동 때 피해가 가장 컸다. 1957년 아시아독감 대유행 당시에도 10월 확산 후 소강기를 거쳐 이듬해 3월 최절정에 달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역시 봄에 유행한 후 겨울에 더 큰 규모로 확산됐다. 감염 추적이 비교적 수월한 1차 유행과 달리 2차 파동은 바이러스가 복잡한 상황에서 증폭돼 피해가 더 크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겨울에 감기,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코로나19와 동시에 유행하면 의료 시스템에 큰 무리가 올 것”이라며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고 했다. 역학조사, 감염자 추적 관리와 같은 기존 방역 체계를 정교화하면서 잠재된 감염 관리 시스템을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본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 및 예측한 후 그에 맞춰 방역 대책을 세밀히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전국적으로 2만 명 정도 표본조사 감시 체계를 구축해 진단 검사나 항원항체 검사를 진행하면 전국 확산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미국 집권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43·아칸소)이 3일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에 “군대를 동원해 인종차별 시위를 진압하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자 소속 기자들이 ‘NYT가 인종차별에 동조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법조인 출신의 코튼 의원은 2월 미 유력 인사 중 최초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武漢) 연구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 친(親)트럼프 인사다. 코튼 의원은 “폭도들이 도시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이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이들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질서와 치안 유지는 정부의 가장 기초적인 책임”이라며 “일반적일 때는 지역 사법당국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도시가 불타는 지금 더 강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퓰리처상 논평 부문을 수상한 니콜 해나존스 기자 등은 “소속 흑인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경영진에 항의했다. 해나존스 기자는 흑인 노예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1619년을 기념해 이 사건이 미국에 끼친 영향을 다룬 글로 퓰리처상을 탔다. 그는 트위터에 “흑인 여성, 언론인, 미국 시민으로서 NYT가 이런 글을 내보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썼다. 에이미 킨 NYT 중국 특파원도 “톈안먼 사태 31주년인 4일을 맞아 이런 글을 봤다”며 분노했다. 백인 남성 칼럼니스트인 찰리 워젤은 “기고문의 한 단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뉴욕 언론인노조 ‘뉴스길드 오브 뉴욕’ 역시 “코튼의 글은 증오를 조장한다. 언론이 권력자의 근거 없는 주장을 강화해 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베닛 사설 편집자는 “시위를 지지하는 글도 많이 소개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다른 의견, 특히 정책을 수립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이란에 구금된 첫 미국인인 마이클 화이트(47)씨가 4일(현지 시간) 풀려났다. 올해 1월 3일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이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개 사살한 후 격렬하게 대립했던 양국이 이번 석방으로 해빙 무드를 연출할 지 관심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2018년 7월 이란을 방문한 후 약 2년 간 이란에 구금됐던 화이트씨가 스위스 취리히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가 의료진과 함께 취리히에서 화이트씨를 만나 함께 귀국하기로 했다. 전직 해군 장교 출신인 화이트씨는 2018년 7월 이란인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억류됐다. 지난해 3월에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모욕하고, 이란인 여성과 찍은 개인적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들을 자국으로 데려오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아 왔다. 자신의 집권 후 이란에 구금된 첫 미국인이 풀려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 사실을 널리 홍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집권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43·아칸소)이 3일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에 “군대를 동원해 인종차별 시위를 진압하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자 소속 기자들이 ‘NYT가 인종차별에 동조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법조인 출신의 코튼 의원은 2월 미 유력인사 중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武漢) 연구소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 친(親)트럼프 인사다. 코튼 의원은 “폭도들이 도시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이 폭동진압법을 발동해 이들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질서와 치안 유지는 정부의 가장 기초적인 책임”이라며 “일반적일 때는 지역 사법당국이 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도시가 불타는 지금 더 강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퓰리처상 논평부문을 수상한 니콜 해나존스 기자 등은 “소속 흑인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경영진에 항의했다. 해나존스 기자는 흑인 노예가 미국에 처음 도착한 1619년을 기념해 이 사건이 미국에 끼친 영향을 다룬 글로 퓰리처상을 탔다. 그는 트위터에 “흑인 여성, 언론인, 미국 시민으로서 NYT가 이런 글을 내보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썼다. 에이미 킨 NYT 중국 특파원도 “텐안먼 사태 31주기인 4일을 맞아 이런 글을 봤다”며 분노했다. 백인 남성 칼럼니스트인 찰리 워젤은 “기고문의 한 단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뉴욕 언론인노조 ‘뉴스길드 오브 뉴욕’ 역시 “코튼의 글은 증오를 조장한다. 언론이 권력자의 근거 없는 주장을 강화해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베넷 사설 편집자는 “시위를 지지하는 글도 많이 소개했다. 우리는 독자들에게 다른 의견, 특히 정책을 수립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안티파(극좌파 단체) 행세를 하며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서 폭력을 조장하는 글을 올린 트위터 계정이 사실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소유로 드러나 계정을 삭제했다고 트위터 측이 1일 밝혔다. 트위터는 “해당 계정은 우리의 가짜 계정 정책을 위반하고, 폭력을 선동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규칙을 어겨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계정은 ‘@ANTIFA_US’로 지난달 31일 “동지들, 오늘이 우리가 ‘도시를 엿 먹이자’고 이름 붙인 바로 그 날이다. 우리는 주거 지역으로 들어간다. 백인들 동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 이들은 ‘#흑인삶도중요하다(BlacklivesMatters)’ ‘#미국엿먹어라(F**kAmerica)’ 등의 해쉬태그를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계정을 지목해 “그들은 완전히 미쳤다. 안티파는 테러 조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해당 계정이 ‘아이덴티티 에브로파’라는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연관돼 있었으며 이들이 증오를 유발하는 글을 올리는 계정을 만든 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현재 해산하고 ‘아메리칸 아이덴티티 무브먼트’로 이름을 바꿨다고 CNN이 전했다. 페이스북도 시위에 무기를 들고 나가도록 선동한 극우 인종혐오 계정을 삭제했다고 2일 밝혔다. 해당 계정은 반이민을 표방하는 단체인 ‘아메리칸 가드’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은 또다른 극우 단체인 ‘프라우드보이스’와 관련된 계정도 삭제했다고 덧붙였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1일(현지 시간) 오후 1시경 미국 뉴욕 맨해튼 ‘패션 1번지’ 소호(SOHO) 거리가 소음으로 요란했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발한 후 일부 시위대의 거듭된 약탈로 초토화된 주요 매장이 복구공사로 분주했다. 7년간 소호에서 옷가게를 운영해온 한인 디자이너 조너선 최 씨(25)는 전일 밤 몽클레어 매장에서 후드와 복면을 한 약탈자들과 마주했다. 그는 “누군가 망치, 방망이로 문을 뜯으면 대기하던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물건을 훔쳐 차를 타고 다음 가게로 이동했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사람들이 더 무서웠다”고 했다. 거리엔 베레모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자경단도 등장했다. 자경단 호세 메히아스 씨(44)는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며 단체 이름, 연락처, 기부 방법이 적힌 명함을 기자에게 건넸다. 소호 지역에서 만난 한 뉴욕 경찰관은 “오늘 밤 약탈이 또 있을지 모르니 어두워지기 전에 떠나라”고 말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통행을 금지했다. 2일에는 통행금지 시작 시간을 오후 8시로 3시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는 1943년 8월 백인 경찰관의 흑인 병사 총격 사건으로 할렘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후 10시 30분의 통금령을 내린 이후 7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제한 조치라고 CNN이 전했다. 경찰 병력도 4000명 증원했다. 반면 이날 낮 타임스스퀘어의 시위대는 ‘평화’와 ‘자정’을 강조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플로이드 씨가 사망 당시에 그랬듯 두 손을 뒤로 잡고 광장에 누워 경찰의 강경진압에 맞선 비폭력 메시지를 전했다. 플로이드 씨의 동생 테런스 씨는 ABC방송에 “약탈, 방화 등 지금 일어나는 일은 내 형제가 대변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평화전도사였다”고 호소했다. 비폭력을 강조하는 이 같은 움직임은 과격 시위가 자칫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대응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들도 시위대에 공감을 표하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테런스 모너핸 뉴욕경찰국(NYPD) 국장은 1일 시위 현장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시위대의 손을 잡았다. 텍사스 포트워스의 에드 크라우스 경찰서장도 이날 무릎을 꿇고 시위대와 함께 기도했다. 한편 이날 미네소타 헤너핀 카운티 검시관은 플로이드 씨의 사인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기능 정지”라며 그의 죽음을 ‘살인’으로 분류해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플로이드 씨 유족이 실시한 독자 부검에서도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한 질식이 사망 원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경찰이 약탈 용의자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며 체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등장했다. 이는 플로이드 씨가 숨질 때 경찰이 사용한 방식과 정확히 일치해 많은 시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또 플로리다주 브로워디 카운티의 검찰청은 페이스북에 시위대를 지목해 “동물원을 제외하고는 이런 동물들을 본 적이 없다”는 글을 올린 검사를 해고했다고 밝혔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유라 기자}
미국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과 사회 각계 인사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집권하면 트럼프식 인종차별을 끝내겠다’고 외쳤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옹호했다. 36년간 수도 워싱턴 인근의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일 델라웨어의 한 교회에서 흑인 정치인 및 종교인 등을 만나 “당선되면 취임 후 100일 안에 경찰감독위원회를 설립하겠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증오의 바위 아래에서 숨을 들이마시면 밖으로 나온다. 대통령의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독설을 꺼내도록 부추긴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칼 등 흉기를 든 사람을 마주했을 때 심장이 아닌 다리를 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온라인 매체 ‘미디움’ 기고문에서 “시위대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평화적이며 책임감이 있다.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수십 년간 경찰의 관행과 사법체계를 개혁하지 못한 데 대한 좌절이다. 민주주의에서 해결할 방법은 선거에서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의 형제 테런스 씨는 이날 플로이드 씨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거리를 찾아 “누구에게 투표할지 알아야 한다”며 반(反)트럼프 성향을 드러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밥 체팩 디즈니 CEO 등 주요 재계 인사도 인종차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흑인 배우 제이미 폭스는 시위 진원지 미니애폴리스를 찾아 시위대에 합류했다. 백인 배우 존 큐잭 역시 시카고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을 촉구하며 보석금을 낸 바이든 캠프 직원들을 ‘급진 좌파’라고 비난하는 등 이번 사건을 이념전쟁으로 삼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평화 시위대도 ‘좌파’ ‘약탈’ 등으로 비난하는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상당수 집권 공화당 의원들조차 발언 순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과 사회 각계 인사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집권하면 트럼프식 인종차별을 끝내겠다’고 외쳤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위대를 옹호했다. 36년간 수도 워싱턴 인근의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을 지닌 바이든 전 부통령은 1일 델라웨어의 한 교회에서 흑인 정치인·종교인 등을 만나 “당선되면 취임 후 100일 안에 경찰감독위원회를 설립하겠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증오의 바위 아래에서 숨을 마시면 밖으로 나온다. 대통령의 말이 사람들로 하여금 독설을 꺼내도록 부추긴다”고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칼 등 흉기를 든 사람을 마주했을 때 심장이 아닌 다리를 쏠 수 있도록 훈련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온라인매체 ‘미디움’ 기고문에서 “시위대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평화적이며 책임감이 있다. 그들은 비난이 아니라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시위는 수십 년간 경찰의 관행과 사법체계를 개혁하지 못한 데 대한 좌절이다. 민주주의에서 해결할 방법은 선거에서 제대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11월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의 형제 테런스 씨는 이날 플로이드씨가 숨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거리를 찾아 “누구에게 투표할지 알아야 한다”며 반(反)트럼프 성향을 드러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 밥 체팩 디즈니 CEO 등 주요 재계 인사도 인종차별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흑인 배우 제이미 폭스는 시위 진앙지 미니애폴리스를 찾아 시위대에 합류했다. 백인 배우 존 큐잭 역시 시카고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장면이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을 촉구하며 보석금을 낸 바이든 캠프 직원들을 ‘급진 좌파’라고 비난하는 등 이번 사건을 이념 전쟁으로 삼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평화 시위대에게도 ‘좌파’ ‘약탈’ 등으로 비난하는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상당수 집권 공화당 의원들조차 발언 순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5일(현지 시간) 비무장 상태의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가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에 분노한 시위대가 26~28일 사흘 연속 항의 시위를 벌였다. 10만 명이 넘는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이 흑인 등 소수 인종이란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성난 민심이 두 사건을 계기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도시들도 시위가 확산되면서 방화 등이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플로이드 씨가 숨진 중북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28일 오후 7시경 시위대가 경찰서에 불을 질렀다. 시 당국은 “해당 지역의 가스선이 끊겼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며 대피를 권고했다. 경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의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주 의회 역시 의원 및 직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이날 미네소타에서만 최소 16건의 방화가 발생하자 팀 월즈 주지사(민주)는 약 500명의 주 방위군을 소집했다. 시위대는 미니애폴리스는 물론이고 이웃한 주도(州都) 세인트폴에 있는 대형마트 타깃 등 상점 170여 곳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했다. 경찰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사람도 많았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뉴욕,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애리조나주 피닉스, 켄터키주 루이빌, 테네시주 멤피스, 콜로라도주 덴버 등에서도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뉴욕에서는 40명 이상이 체포됐고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권총을 뺏으려 했다. 덴버에서는 시위 중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 7발의 총이 발사됐다. 총격이 시위와 관련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4년 7월 역시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뉴욕의 흑인 남성 에릭 가너씨의 어머니는 ABC방송에 “악몽이 반복되고 있다. 플로이드씨 유가족과 통화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가너 씨를 숨지게 한 경관은 2019년 8월 해고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블기소 판정을 받았다. 강경 진압에 관여한 경찰들을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16일 남부 텍사스주 미들랜드 경찰이 흑인 남성 타이 앤더슨 씨(21)를 교통법규 위반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비무장 상태의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팡이를 짚은 그의 90세 할머니가 나와 손자의 연행을 막는데도 할머니를 거칠게 밀치고 수갑을 채웠다. 앤더슨 씨의 변호사는 “애초에 교통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플로이드 씨의 사망 동영상을 봤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위터에는 “폭력배들(thug)이 플로이드 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약탈이 시작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시사했다. 집권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 법사위원장은 이 사건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할 뜻을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7일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1월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6·25전쟁(3만6516명)과 베트남전의 미군 사망자(5만8209명)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언론은 취약계층이 대부분인 희생자를 애도했다. 24일 1면 전체를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채워 큰 반향을 일으킨 뉴욕타임스(NYT)는 3일 만인 27일 B섹션 10면 전체를 할애해 사망자 명단을 게재했다. 올해 초 새해를 축하했을 10만 명이 사라졌다며 “숫자는 인간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불완전한 수단”이라는 영국 계관시인 앨프리드 테니슨의 시구를 인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희생자 10만 명은 대부분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노인들이 압도적이며 불공평하게도 가난한 자, 흑인, 라틴계”라며 애도했다. 이들 대부분이 부모, 가족, 사랑하는 사람 및 친구와 떨어져 홀로 죽었다는 점도 안타까워했다. 미국의 첫 사망자는 3월 1일 발생했다. 약 한 달 후인 4월 6일 사망자 1만 명을 돌파했고,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기간에 1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희생자 증가 속도가 빠르다. NYT는 “코로나19가 약 67만5000명의 미국인이 숨진 1918년 스페인독감 이후로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공중보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28%에 달한다. 일부 의료전문가는 “전 미국인이 확진자나 사망자 지인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야당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만 명은 도달하지 않았어야 할 치명적인 이정표다. 피할 수 있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동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하며 “그가 미국을 이끄는 것이 얼마나 부적합한지 매일 증명하고 있다”고 썼다. 정부가 1주일만 빨리 봉쇄 조치를 단행했다면 3만6000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컬럼비아대 연구도 인용했다. 교통사고로 첫 아내와 딸을, 뇌종양으로 장남을 잃은 바이든 전 부통령은 “어떤 기분인지 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시지 않았다며 거리 두기 준수를 강조하는 의료 전문가와 달리 각 기업은 경제 정상화의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 테마파크인 플로리다주의 ‘디즈니월드’는 이날 “7월 11일부터 일부 시설을 재개장하겠다”고 밝혔다. 3월 중순 운영을 임시 중단한 지 4개월 만이다. 인근의 경쟁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올랜도’ 역시 다음 달 5일 재개장하겠다고 공지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들은 다음 달 4일부터 문을 연다. 디즈니 측은 재개장 후 직원과 손님 모두 입장하기 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등 특정 공간에 많은 인원이 몰릴 수 있는 행사는 당분간 중단하고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55·사진)이 2012년작 ‘캐주얼 베이컨시’ 이후 8년 만에 신간을 온라인으로 출간했다. BBC 등은 26일(현지 시간) 새 동화책 ‘이카보그’를 발표한 롤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롤링은 이날 이카보그의 첫 화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했다. 이후 7월 10일까지 매일 연재를 계속하기로 했다. 종이책 발간은 11월이며 이때 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이 모두 나온다. 이카보그는 어린이와 양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전설 속 괴물이다. 롤링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통제령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불안정한 시기에 학교에 돌아온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 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도 더 전에 이 책의 집필을 마쳤으며 자신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밤마다 이 책을 읽어줬다고 소개했다. 롤링은 2일에는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100만 파운드(약 15억3000만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증가한 노숙인과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에 각각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설명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홍콩이 더 이상 중국으로부터의 자치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판단은 사실에 의거한 것”이라며 “미국은 홍콩인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28일 전국민인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1992년부터 홍콩의 자치에 기초에 관세면제 등 특별교역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오늘날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시도를 거세게 비난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22일에는 “중국의 보안법 제정이 홍콩의 자치에 죽음의 조종을 울릴 것”이라며 “홍콩의 지위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26일 “이번주 안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교역혜택을 폐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J. K. 롤링(55)이 2012년작 ‘캐주얼베이컨시’ 이후 8년 만에 신간을 온라인으로 출간했다. BBC 등은 26일(현지 시간) 새 동화책 ‘이카보그’를 발표한 롤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을 위해 썼다”며 수익금을 전액 기부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롤링은 이날 이카보그의 첫 화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했다. 이후 7월 10일까지 매일 연재를 계속하기로 했다. 종이책 발간은 11월이며 이때 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이 모두 나온다. 이카보그는 어린이와 양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전설 속 괴물이다. 롤링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통제령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불안정한 시기에 학교에 돌아온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 발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발간한 직후부터 이 책을 집필하고 발간할 예정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락방에 원고를 넣어뒀다고 소개했다. 대신 지난 10년간 밤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다 코로나19 사태로 발간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롤링은 트위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각 화에 어울리는 그림을 보내달라”고도 요청했다. 어린이들이 보내준 그림은 11월 발간될 종이책에도 실린다. 롤링은 2일에도 코로나19 피해자들을 위해 100만 파운드(약 15억3000만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증가한 노숙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에 각각 절반을 기부하겠다고도 덧붙였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마카오를 세계적 카지노 메카로 만든 ‘도박왕’ 스탠리 호(사진)가 26일 홍콩의 한 요양원에서 숨졌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99세. 그는 1921년 홍콩의 부유한 상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조부는 유대계 네덜란드인이었다. 세계 대공황 여파로 집안이 몰락하자 그는 1942년 중립국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로 건너갔다. 1961년 카지노 독점 면허를 따낸 그는 2001년 마카오 카지노 시장이 개방될 때까지 40년간 세계적 ‘카지노 제국’을 지배했다. 호가 설립한 SJM홀딩스는 1970년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을 시작으로 그랜드 리스보아 카지노 호텔, 타이파 카지노 등 20개 카지노와 3개 호텔을 보유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때 마카오 전체 세금 수입의 70% 이상을 호가 납부한다는 말도 있었다. 2018년 은퇴 당시 그의 개인 재산은 64억 달러(약 8조 원)에 달했다. 호는 도박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는 2001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인내심이 바닥이기 때문에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잘생긴 외모로도 유명해 여러 여성과 염문을 뿌렸다. 총 4번 결혼했고 17명의 자녀를 낳았다. 2011년 둘째 부인과 셋째 부인의 자녀들이 후계 구도를 놓고 다툼까지 벌였다. 2018년 둘째 부인의 장녀 데이지(56)가 SJM홀딩스를 물려받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