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국의 고등훈련기 ‘T-50 골든 이글’이 이스라엘의 차세대 훈련기 입찰에서 결국 탈락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 국방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2012년 10억 달러(약 1조1330억 원) 규모의 차세대 고등훈련기 사업 계약을 검토한 결과 이탈리아의 ‘M-346 마스터’를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1967년부터 운용해온 미국제 훈련기를 대체할 새 훈련기 도입을 놓고 한국의 T-50과 이탈리아의 M-346을 최종 후보로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가 “이스라엘이 위성프로젝트 공동 진행 등 추가 거래를 조건으로 이탈리아와 이미 구두합의를 끝냈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한국 국방부 측은 이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를 이스라엘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당신의 배우자나 연인이 당신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을 주나요?” “물론이죠.”(남아프리카공화국 시민) “글쎄요….”(한국 시민) 한국인들은 배우자나 연인을 자신의 인생에 행복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시장조사회사 ‘입소스’가 14일 발표한 ‘23개국 시민들이 생각하는 파트너와의 관계’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국인은 40%만 “배우자(미혼인 경우는 연인)가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응답해 일본인과 함께 꼴찌(공동 22위)를 기록했다. 이는 23개국 평균인 6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한국 일본과 함께 중국(46%)과 폴란드(48%), 이탈리아(49%) 등이 하위권을 형성했다. 배우자를 행복을 주는 요소로 가장 많이 꼽은 사람은 남아공 국민이었다. 무려 82%가 “그렇다”고 답했다. 터키(80%)와 멕시코(79%), 헝가리(71%)도 상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6∼19일 23개국 2만1248명을 대상으로 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누가 미국의 리더십이 저물고 있다고 말하는가. 미국이 없다면 세계질서는 유지될 수 없다.”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신작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가 전환기 미국 리더십의 본질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14일 발간 예정으로 아직 전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포린폴리시 등 주요 언론이 내용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케이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핵심 이론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현재 공화당 대선 경선 선두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선거캠프에서 외교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외교정책 입안을 총괄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외교정책 자문단의 일원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아내 빅토리아 뉼런드는 클린턴 장관이 지휘하는 국무부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특히 이 책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뉴리퍼블릭이라는 보수 매체에 13쪽에 걸쳐 소개된 요약본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내용을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고 측근들과 책 내용에 대해 심층 토론을 벌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강조한 ‘미국의 리더십 회복’ 대목이 책의 중심사상과 일맥상통한다.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PBS와의 인터뷰에서 케이건의 저서를 가리키며 “대통령의 외교적 비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 책은 미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미국의 영향력 퇴조에 대해 “미국의 군사 정치 경제적 리더십은 쇠퇴하지 않았다”고 일침을 놓는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였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주장이다.케이건은 우선 미국이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하긴 했지만 절대 권력을 휘두른 적이 없으므로 과거가 ‘미국의 세기’였다고 보는 시각은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즉 절대파워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늘 시대적으로 옛 소련, 일본, 중국 등과 대결해가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이어 케이건은 미국이 이렇게 경쟁국들과 싸워가면서 만든 세계질서가 평화적이고 영속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민주적 정치제도, 자유시장경제, 반보호무역주의 등의 가치 속에서 세계가 큰 전쟁 없이 평화적 시대를 구가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 러시아 등 새로운 파워가 미국을 제치고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다면 미국이 만든 평화적 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위험을 세계가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의 내용도 화제지만, 네오콘 이론가 출신인 케이건의 주장이 오바마 백악관에서도 공감을 얻는 것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공화 민주 양당의 시각이 큰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케이건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외교정책에 관한 한 공화 민주 진영의 시각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부시 전 대통령의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타임지 최근호는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미국의 역할이라는 ‘빅 아이디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 결국은 엇비슷한 외교 인력 풀과 사상들이 겹치는 ‘스몰 월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고 표현했다.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한 종업원이 한국인들에게 인종차별 행동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미 주간지 OC위클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조지아 주 애틀랜타 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종업원이 한국인 A 씨 등 2명이 주문한 음료 컵에 ‘찢어진 눈’(사진)을 그려 넣었다. 스타벅스는 컵에 주문자를 식별하기 위해 이름을 적는데, 백인 종업원은 이름 대신 그림을 그린 것. 이에 A 씨는 강력히 항의했으나 해당 종업원과 매장 매니저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본사 역시 항의 전화를 받은 뒤 “상품권을 선물로 주겠다”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A 씨가 페이스북에 이 사실을 띄우며 한인사회가 법적 대응까지 고려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스타벅스 본사도 무마에 나섰다. 스타벅스는 OC위클리에 보낸 공개 답변에서 “우리는 인종차별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A 씨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관련자들은 해고할 방침”이라고 알려왔다. 인권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 법률자문센터’는 “아시아계가 미국으로 이민 오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국 아시아 미디어 단체 등과 협의해 공론화하겠다”고 논평했다. 올해 초 뉴욕 피자체인 파파존스에서도 한 종업원이 한국인이 주문한 영수증에 ‘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이라고 적어 논란이 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곳은 화약 냄새에 익숙한 땅이었다. 이스라엘 북부, 키리아트 슈모나. 레바논 국경과 3km 남짓 떨어진 도시다. 이스라엘이 아랍 진영과 다툴 때마다 포격과 총성이 지축을 흔들었다. 1974년 어린이 18명이 미사일 요격에 숨진 이래 크고 작은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이곳 주민에게 전쟁은 ‘일상’이었다. 사정이 그러니 도시는 메말라갔다. 농사 말곤 별 산업기반도 없고, 그 흔한 영화관도 없다. 2만 명 남짓의 주민들 얼굴엔 우울만 가득했다. 젊은이들의 소원은 언제나 ‘탈출’. 이곳에서 애향심이란 떠난 자들이나 느끼는 사치였다. 하지만 최근 키리아트 슈모나는 바뀌고 있다. 시민들의 눈빛부터 달라졌다. 길가에서 환호와 노래가 들려온다. 사실 생활수준은 별반 나아지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도시가 생기를 되찾은 이유. 바로 ‘축구’ 덕분이었다. 사실 이 지역 연고 프로축구팀 ‘하포엘 이로니’는 과거 도시만큼 엉망이었다. 5부 리그까지 있는 이스라엘에서 4부와 5부 하위권을 전전했다. 이스라엘 1부 리그는커녕 3부 리그에 나가보는 게 소원이었다. 조기축구회보다 약간 나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여느 드라마가 그렇듯 ‘키다리 아저씨’가 등장했다. 이름은 이지 셰라츠키. 어린 시절 도시를 떠났던 그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거부가 된 셰라츠키는 언제나 그늘이 드리운 고향을 구하고 싶었다. 이곳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리라. 어린이병원을 지을까, 아님 학교를 세울까. 이내 셰라츠키는 이 도시에 진짜 필요한 걸 깨달았다. “그것은 ‘긍지’였습니다. 스스로 삶의 터전에 자부심을 갖지 않는 한 이곳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테니까요.” 1999년 백만장자는 동네 축구팀을 인수했다. 그 뒤 이 스포츠클럽은 기적을 써내려갔다. 차례로 상위 리그로 승격하더니 올해는 1부 리그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 우승하면 내년엔 꿈의 무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게 된다. FC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맞붙을 수도 있단 소리다. 이들의 성공담에선 놓쳐선 안 될 키워드가 있다. ‘인내’와 ‘공평’이다. 먼저 그들은 서두르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았다. 몸값 높은 선수를 영입하는 대신 유소년 축구교실에 투자했다. 눈앞의 성과보단 미래를 선택했다. 10년 넘게 걸려 지역 출신 선수들을 키워냈다. 현지신문 예루살렘포스트는 “하포엘 이로니의 최고 슈퍼스타는 오랜 시간 빚어낸 팀워크”라고 평했다. 더 중요한 건 ‘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진리를 실천했다는 점이다. 이곳 태생 이슬람 선수가 6명이나 뛰고 있는 게 증거다. 이스라엘 축구계에서 이교도 기용은 금기시되는 게 현실. 그러나 그들은 실력만으로 선수를 공정하게 평가했다. 요시 에드리 단장은 이를 ‘신뢰의 시너지’라 표현했다. “선수들은 자신들의 출전에 어떤 편견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믿습니다.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이가 경기장에 나선다는 걸 안다는 얘기죠. 필드엔 인종도 정치색도 필요 없습니다. 함께 뛰는 11명의 동료가 있을 뿐이죠.” 지난해 이후 이스라엘은 상당히 불안하다. 주택시장 붕괴로 중산층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한 극우 종교단체인은 종아리를 드러냈다고 여덟 살 여자애에게 침을 뱉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전쟁 채비에 여념이 없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적 해결 요구에도 올봄 단독공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곳 정치인들도 키리아트 슈모나 축구클럽을 보고 깨닫는 게 있으면 좋겠다. 진정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프랑스 후기인상주의 미술가 폴 세잔의 그림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사진)’이 1억5800만 파운드(약 2800억 원)에 팔리며 세계 미술품 판매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3일 보도했다. 이전 기록은 2006년 미국 추상화가 잭슨 폴록의 유작 ‘No. 5’로 당시 환율로 1400억 원 정도에 거래됐다. 1890년대 작품인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5개 연작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 선박재벌 게오르게 엠비리코스가 소장하다 지난해 미술시장에 내놓았다. 구매자는 카타르 국왕의 딸인 셰이카 알마얏사 공주(28)로 알려졌다. 카타르국립박물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몇 년 전부터 세계 미술계의 큰손으로 주목받아왔다. 지난해에도 영미권 화가 마크 로스코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거금에 매입했다. 석유재벌인 카타르 왕가는 2010년 런던 해러즈 백화점을 150억 파운드에 사들여 유명세를 떨쳤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빨래를 할 때마다 옷에서 떨어져 나오는 ‘마이크로플라스틱(micro-plastic)’이 바다로 흘러들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영국 BBC뉴스는 27일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인 마크 브라운 박사팀과 영국 호주 연구진의 공동조사 결과, 합성섬유 미세물질인 마이크로플라스틱이 바다로 대량 유입되고 있다.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인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저널 ‘환경 과학·기술’ 최신호에 실렸다.마이크로플라스틱은 크기 1mm 이하 미세 플라스틱 잔해물로 의복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 나일론 등이 주요 성분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마이크로플라스틱은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의복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최대 1900개가 배출된다. 일반 가정에서 빨래 한 번 할 때마다 수만 개씩 플라스틱 미세물질을 쏟아내는 셈이다. 이렇게 배출된 마이크로플라스틱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든다. 이번 조사 결과 남극과 북극, 적도, 영국, 인도, 싱가포르 등 18개 해안지역 모두에서 발견됐다.마이크로플라스틱의 눈에 띄는 피해는 일명 ‘쓰레기 섬’이나 ‘쓰레기 소용돌이(trash vortex)’로 불리는 해양 쓰레기 지대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조류를 타고 뭉쳐서 떠도는 해양쓰레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와이 북단에 있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경우 한반도 면적의 6배에 이르는 해역에 쓰레기가 퍼져 떠다닌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더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다로 흘러든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미세물질 상태로 어패류 등 해안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소화기나 호흡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은 스펀지처럼 유해물질을 빨아들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문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에 달라붙은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이 생물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것이다. 결국 먹이사슬을 거쳐 상위 생물로 올라가면 유해물질 농도가 점점 짙어지는 ‘생물농축’ 현상을 일으킨다. 공동 연구자인 영국 플리머스대의 리처드 톰프슨 교수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인 인간이나 포유류에게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생존을 위협하는 유해물질을 운반하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브라운 박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하수처리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하수처리 방식으로는 마이크로플라스틱을 제대로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 조사를 벌인 호주 연구진이 사우스웨일스 주에서 벌인 실험에 따르면 세탁 직후의 생활하수와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을 비교한 결과 마이크로플라스틱 함유량이 거의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악마의 시대가 다가왔다.” “아니다. 세계경제는 다시 본궤도에 오를 것이다.” 위기를 맞고 있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세계 경제의 두 거물이 엇갈린 진단을 내렸다. ‘가치투자의 달인’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헤지펀드의 대부’라 불리는 조지 소로스 SFM(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최근 각각 세계 경제위기와 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함의에 대한 소신을 역설했다. 소로스 회장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평생 겪어보지 못한 가장 심각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혼돈과 충돌이 난무하는 ‘악마의 시대’로 접어든 만큼 최악의 경우 세계 금융시스템 붕괴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마르크시즘의 몰락과 비교될 만한 경제적 혼란”이라며 “서구사회는 향후 10년간 침체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로스 회장은 미국보다 유럽 회복에 더 큰 무게를 뒀다. 유럽이 무너지면 모든 게 붕괴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는 “유럽 지도자들은 환부를 수술하지 않고 봉합하기에만 급급하다”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받아들이고 중국엔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조언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해서는 “지난해 분노와 저항의 파장이 점점 거세져 계급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며 비관론을 보였다. 반면 버핏 회장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비판적 낙관론’을 펼쳤다. 특히 그는 “미국이 갈수록 나아질 것을 100% 확신한다”며 “주택시장이 활기를 찾으면 미국 경제는 급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의 경제 부흥은 유럽과 제3세계에도 활기를 되찾아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단, 경제 회생을 위한 해법으로 ‘희생의 공유(shared sacrifice)’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버핏세’로 불린 부자 증세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자유시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와 상위계층이 나서 경제 회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하게 세금을 걷고 이익을 적절히 분배하면 자본주의는 여전히 인류 역사상 최고의 시스템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진단이 엇갈리며 두 거물의 투자 처방 역시 달랐다. 소로스 회장은 금 관련 자산을 대폭 처분하고 금융주도 상당수 매각했다. 수동적으로 기존 자산을 사수하려 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현재의 재앙을 모면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유럽 회생은 확신한다”며 유럽, 주로 이탈리아 장기채권은 20억 달러를 사들였다. 단기투자의 귀재답지 않은 선택이다. 반면 버핏 회장은 철도 에너지 등 기간산업과 IBM 등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착실히 이윤을 낼 건실한 회사에 투자한다는 철칙은 변함없다”는 의미다. 두 거물에게서 몇 가지 닮은 점도 엿보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은 두 사람 모두 ‘매우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산을 최대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열정도 같았다.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인 두 사람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도 낙관했다. 버핏 회장은 “몇 가지 실수가 있었지만 무난히 재선에 성공해 좋은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고 소로스 회장은 “초기에 기대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행보지만 재선 가능성은 높다”고 내다봤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레닌의 부활은 결코 아니다. 자유시장경제가 종말을 맞은 건 더더구나 아니다. 그러나 태생은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영이면서 글로벌 자본주의의 혜택은 맘껏 누리는 ‘신(新)국가자본주의 기업’들이 21세기 들어 활개를 치고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사실 국가자본주의는 그다지 신선한 개념은 아니다. 레닌이 사회주의 건설의 토대로 산업 국유화를 주창했을 때 국가자본주의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단계로 찬양됐다. 이어 냉전시대에 공산진영이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제3세계 국가를 비난할 때 국가자본주의는 국가와 자본이 결탁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모델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다 1991년 소련 해체 뒤 시장경제가 승리를 선언하며 국가자본주의는 자연스레 역사의 유물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는 최근 다시 돌아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3∼2010년 세계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자본투자 총액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국영기업들로부터 나왔다. 2010년 기준 수익대비 세계 10대 기업 가운데 무려 4곳이 국영이거나 정부가 주도하는 반민영기업이다. 신국가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주자는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다.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자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약 80%를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도 2005년 이후 기업공개(IPO)를 시도한 회사 가운데 15위 안에 중국 국영기업이 5개나 된다.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만만치 않다. 각각 자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62%와 38%를 국영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국영기업 비율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높아졌다. 공산국가였던 중국 러시아와 달리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은 21세기에 좌파 정권이 들어서며 민간기업이 운영하던 에너지나 금융 부문을 국가에 귀속시켜왔다. 이를 바탕으로 브라질은 지난해 세계 경제 순위에서 영국을 제치고 6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브라질의 선전에 영향을 받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말레이시아 등도 적극적인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붐’처럼 일어난 새로운 국가자본주의는 과거 자본주의 대척점에 섰던 공산주의 계획경제와는 전혀 다르다. 굳이 따지면 ‘하이브리드(이종 혼합)’에 가깝다. 정부가 소유하거나 자본을 댔지만 사실상 자유시장 경제 체제 아래에서 민영기업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시기적으로 이들 국영기업은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의 덕을 많이 봤다. 기존 거대 민영기업들이 부침을 겪는 사이 국가의 비호 아래 최대한 한파를 피하면서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코노미스트는 “신국가자본주의가 당분간 위세를 떨치겠지만 결국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시장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고 국가자본주의 모델을 채택하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지만 세계시장을 이끌 ‘창의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유시장의 종말’(한국판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저자 이언 브레머 씨는 “이들의 성공은 역설적으로 자유시장의 이점만 챙겼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글로벌 경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약점을 드러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양자역학의 기본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가 늘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 피직스(물리학)’ 인터넷판은 16일 “오스트리아 빈 공대의 하세가와 유지(長谷川祐司) 조교수와 일본 나고야대 오자와 마사나오(小澤正直) 교수 공동연구진이 이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독일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01∼1976)가 1927년 발표해 193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불확정성 원리는 전자와 중성자 같은 미세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입자의 위치나 속도를 재려면 빛을 입자에 닿도록 해야 하는데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파장이 짧은 빛을 사용하면 빛의 에너지로 입자가 튕겨나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속도를 재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쓰면 위치의 정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위치와 속도 가운데 하나를 정확하게 재려고 하면 다른 한쪽의 오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확정성 원리.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측정 대상의 위치나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아인슈타인이 존재를 예언한 중력파를 현대까지도 검출하지 못한 것도 이 이유다.그러나 연구진은 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의 ‘스핀’이란 성질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위치와 속도에 해당하는 두 종류의 스핀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했으며 오차는 불확정성 원리를 나타내는 수식의 허용 범위보다 작았다. 이는 오자와 교수가 2003년 스스로 만든 수식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오자와 교수는 “작은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해 양자역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16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 ‘AAA’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AFP통신은 “당초 등급 조정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무디스가 프랑스 신용등급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향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할지는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올해 안에 하향 조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흘 전 경쟁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충격을 받았던 프랑스는 한숨을 돌린 셈이다. 대선을 앞두고 S&P의 발표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무디스가 적절한 결정을 내렸다”며 반겼다. 한편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9월 확정한 ‘BBB’로 유지한다”며 “그러나 선거 논란 등으로 러시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러시아의 주수입원인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여 전망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이 강등되면 1년 이내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피치의 발표 이후 러시아증시에서 루블화로 거래되는 MICEX지수는 현재 0.2%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파키스탄 정부와 군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군부와 가까운 사법부가 총리의 직위 박탈 가능성을 경고했다. 파키스탄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부패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며 정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동맹관계인 유사프 라자 길라니 총리는 이를 “사법부 권한 밖의 일”이라며 거부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키스탄 대법원은 10일 정부가 대통령 부패혐의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으면 길라니 총리를 사임시키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밝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길라니 총리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군부가 대법원을 조종하고 있다”며 군부와 대법원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군부 핵심 인사인 나임 카리드 로드히 국방장관을 ‘지휘능력 부족’을 근거로 해임했다. 이에 군부도 강력히 반발했다. 군 참모총장은 “국가의 안위에 폐해를 초래할 어떤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정부는 앞으로 벌어질 심각한 파문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스라엘이 폭력행위를 일삼는 극우주의자들을 사상 처음으로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법정에 세웠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일 “이스라엘 검찰이 지난해 12월 군대를 공격해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끼친 ‘가격표(price tag) 운동’ 지지자 5명을 테러 및 폭력 혐의로 기소했다”고 전했다. 가격표 운동은 ‘재산 침해를 당한 만큼 그대로 갚아준다’는 뜻.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일부 극우주의 유대교인들은 주로 요르단 강 서안지구 내 팔레스타인의 땅이 원래 자신들의 소유였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소유주 허가 없이 건축물을 지은 뒤 이를 불법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려는 공권력과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번에 기소된 5명은 지난달 서안지구에 주둔한 이스라엘군 여단사령부까지 습격해 충격을 줬다. 이들의 습격 과정에서 부사령관이 돌에 맞아 크게 다쳤고 차량 여러 대가 전소했다. 이들은 사령부 인근 이슬람사원에도 불을 질러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 정부가 흔들리는 공권력을 지키려 강력 대응이란 카드를 빼들었으나 성공 여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집값 등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으로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인 약 30만 명이 거리에 나서는 등 사회적 불안이 가중됐다. 게다가 ‘성(性) 분리주의’를 주창하는 극단 원리주의 유대교도들의 움직임도 심상찮고 가격표 운동까지 거세져 민심이 크게 이반된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 및 여당 측은 이번 기회에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함으로써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기소 당일에도 가격표 운동 지지자가 서안지구에 폭탄을 반입하려다 체포되는 등 불법행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이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2개의 전쟁(two-war)’ 동시수행 전략을 포기하고, 하나의 전쟁만 수행하면서 다른 전쟁은 억제하는 ‘원플러스(one-plus) 전략’을 채택하는 내용의 국방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 및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전략과도 연관된 문제여서 동북아 안보 구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3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5일 발표할 ‘펜타곤 4개년 국방 리뷰’를 사전 입수한 결과, 미국의 전쟁 방식은 2개의 전쟁 전략에서 원 플러스 전략으로 수정(shift)될 것”이라고 전했다. CSM에 따르면 이번 펜타콘 국방 리뷰는 미군이 더는 두 곳의 주요 분쟁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할 군사력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또 과거 이라크전쟁 같은 대규모 장기화 전쟁도 최대한 개입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 국방부는 이를 대신해 “불가피하게 2개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엔 우선 주요한 전쟁에 먼저 개입하고 다른 전쟁은 외교 군사적 압박을 통해 억제한다”는 원플러스 전략을 도입할 계획이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등 이미 진행돼온 전쟁에 대해선 이런 전략을 소급 적용하진 않는다. 미국이 냉전시대 이후 유지해온 2개 전쟁 동시 수행 전략을 수정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미 국방예산을 향후 10년간 4500억 달러(약 516조 원) 삭감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지상군 감축 △유럽 주둔 미군 축소 △군인 은퇴수당 등 복지혜택 축소 등을 고려해왔다. 이번 리뷰의 또 다른 핵심은 ‘태평양지역 전력 강화’다. 블룸버그통신은 “예산 감축과 별개로 중국은 물론이고 북한 미얀마 등의 정세 변화로 인해 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를 위해 미군이 추진하는 전략은 “재래식 전쟁 탈피 및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 도입”이다. 지상전에 기반을 둔 기존 전투방식을 버리고, 공군·해군을 보강해 통합 전쟁수행력 향상에 주안점을 두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폭격기와 항모발진 드론(무인비행기), 신형 크루즈 미사일 등 장거리 타격능력을 강화하고 무인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2010년 2월 공개한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에서 태평양 전력 강화를 위해 해·공군이 협력해 새로운 공중·해상 전투개념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최근 이스라엘에서 ‘성(性)분리주의’ 운동으로 논란을 빚어온 극단 원리주의 유대교도들이 유대인에게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홀로코스트’까지 시위에 이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극단 정통파(Ultra-Orthodox)’ 수천 명은 지난해 12월 31일 예루살렘 시내에서 “남녀를 엄격히 분리하는 교리를 엄숙히 지켜라”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들은 “홀로코스트 시절과 다름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며 나치에게 대학살된 유대인 피해자들이 입었던 노란색 별이 달린 줄무늬 죄수복을 착용했다. 심지어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도 이 죄수복을 입히고 나치에게 붙잡혀 가스실로 끌려가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극단정통파의 어이없는 행위에 이스라엘 사회는 크게 공분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그들은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선을 넘었다”고 성토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조차 “극단파가 이스라엘 민주주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극단정통파 측은 “우리들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탄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극단정통파는 지난해 말부터 자주 시위를 벌여 사회적 골칫거리로 급부상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을 무색게 하는 남녀 분리를 주창하는 이들은 과거 자신들끼리만 엄격히 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세 확장을 목표로 이를 이스라엘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길거리에서 종아리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8세 초등학교 여학생들에게 침을 뱉고 위협을 가해 “도가 지나치다”는 비난을 들어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북미와 아시아를 잇는 비행 항로 아래에 위치한 미국 알래스카의 한 화산이 폭발하며 화산재를 분출해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AP통신은 12월 29일 “알래스카 주 알류샨 열도에 있는 클리블랜드 화산이 엄청난 화산재를 분출해 알래스카 화산관측소(AVO)가 경보 수위를 ‘황색’에서 ‘오렌지’로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AVO 경보 수칙에 따르면 황색은 ‘화산 폭발 불안감 상승’을, 오렌지는 ‘폭발 가능성 상승 및 화산재 분출’을 의미한다.클리블랜드 화산의 화산재는 이날 현재 약 4.6km 상공까지 치솟아 구름 형태를 이루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화산재가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으며 화산재 구름이 천천히 남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클리블랜드 화산은 북미와 아시아를 잇는 상업용 비행 항로가 지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을 운항하는 항공기도 이 항로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화산재가 6km까지 치솟으면 비행기 운항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해발 1730m 높이의 클리블랜드 화산은 2001년 폭발한 이래 해마다 크고 작은 움직임을 보여온 활화산이다. 캐나다 일간지 ‘밴쿠버 선’에 따르면 2001년 세 차례 폭발이 이어지며 화산재가 약 11.9km 상공까지 치솟았다. 화산과 가장 가까운 마을은 동쪽으로 약 72.4km 떨어진 니콜스키로 이번 화산 폭발로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알래스카 지역은 화산재로 인해 대형 비행기 참사를 겪을 뻔한 기억을 갖고 있다. 198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앵커리지를 운항하던 KLM 항공 여객기가 이 지역 리다우트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 구름에 갇혀 운항 도중 엔진 4개가 모두 정지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당시 비행기는 가까스로 비상착륙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면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빠, 산타 할아버지는 이집트엔 안 오는데 미국엔 오나 봐요.” 크리스마스이브, 뉴욕 밤거리를 구경하던 세리엔 메하니 엘골리 씨(39)는 열두 살 된 딸 마리암의 말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조국을 버리고 미국에 온 지 4개월. 이집트에서 콥트교도로 겪었던 고초를 자식만은 모르길 바랐다. 그 조막만 한 가슴에도 주위의 냉대는 생채기로 남았던 걸까. 록펠러센터 대형 트리 앞에서 꽃처럼 환히 웃는 마리암을 보며 엘골리 씨는 다시 한 번 ‘망명’을 선택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의 ‘재스민 혁명’을 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집트 인구의 10%(약 800만 명)를 차지하는 기독교 공동체인 콥트교도에게 혁명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공권력이 취약해진 틈을 타 이슬람교도들이 눈엣가시 같던 기독교인들을 대놓고 박해했다. 엘골리 씨 가족처럼 재스민 혁명 뒤 이집트를 빠져나간 콥트교도가 무려 10만 명을 넘어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이집트 콥트교도들의 엑소더스는 말 그대로 ‘살기 위해서’다. 카이로에서 화랑을 운영하던 달랴 아티아탈라 씨(36)는 올봄 시위대 습격으로 화랑이 불에 탔다. 2월 미국에 온 키롤로스 안드라우스 씨(23)는 퇴근 때마다 대문에 “죽여버리겠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엘골리 씨는 감기 걸린 딸을 병원에 데려갔다 떠날 결심을 굳혔다. 의사가 어이없게도 ‘이슬람 할례’를 하면 낫는다며 수술을 강요했기 때문. 그러나 어렵사리 이집트를 탈출해도 ‘장밋빛 인생’이 보장되진 않는다. WSJ에 따르면 이집트인의 미국 망명 신청은 9월의 경우 835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403건)의 2배가 넘었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통과 가능성도 낮아졌단 뜻이다. 대부분 여행비자로 무작정 떠나와 길게는 1, 2년씩 걸리는 심사기간 동안 생활도 쉽지 않다. 다행히 최근 이들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미 정부에서도 일고 있다. 캐슬린 피츠패트릭 국무부 부차관보는 “콥트교도 망명 신청자를 도울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성탄절 휴가도, 살을 에는 강추위도 러시아의 성난 민심을 막진 못했다.총선 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반(反)푸틴 집회’에 모스크바에서만도 24일 약 12만 명(주최 측 집계·경찰 추산 3만 명)이 모였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열린 이번 집회는 10일 시위(약 5만 명)를 뛰어넘어 옛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한 성향인 데다 결집력도 없어 힘없는 민초로 분류되는 사무직 근로자를 지칭하는 ‘오피스 플랑크톤(Office Plankton)’ 세력이 이번 집회에 대거 가담하며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시위는 러시아 내에서도 실패 확률이 높다고 점쳐졌다”고 전했다. 내년 1월까지 이어지는 장기 휴가 시즌이 이미 시작된 데다 당일 러시아 전역에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 집회를 이끄는 구심점도 불분명했고, 국내 언론의 비보도 속에서 입소문 홍보는 한계가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집회가 실패하면서 반푸틴 열기를 누그러뜨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했다.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시위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전국 60여 개 도시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열렸다. 특히 이날 모스크바 사하로프대로엔 푸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재벌 미하일 프로호로프 씨, 유명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 씨 등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 민심을 자극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대선에 나서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 시위 지지 의사를 밝혔다.뉴욕타임스는 이번 집회의 성공 요인으로 ‘오피스 플랑크톤 세력의 가담’을 꼽았다. ‘사무실의 힘 없는 민초’ 정도로 해석되는 이들은 중산층 출신 30, 40대 화이트칼라 계층으로 1987년 한국 민주화의 주역인 넥타이부대와 닮았다. 정치보다는 경제에 관심이 많고, 개혁보단 안정을 지향한다. 성향은 ‘친(親)푸틴’ 쪽에 가깝다.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타임스는 “연말이면 해외로 휴가 가기 바빴던 이들이 이번 시위에 총출동해 정부와 시위대 양쪽을 모두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오피스 플랑크톤의 변심은 푸틴 진영이 자초한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정부 부패에 대한 피로도가 큰 시점에서 총선마저 부정을 저질렀다는 국민의 실망을 정부가 가벼이 여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푸틴 총리가 15일 TV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의 상징인 ‘하얀 리본’을 “축 늘어진 콘돔 같다”고 비아냥거린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통제 바깥에 있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장 익숙한 이들이 화이트칼라 계층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그러나 이번 시위에서 표출된 열기가 본격적인 반푸틴 운동으로 확산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오피스 플랑크톤과 시위대 주도세력의 미묘한 견해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10일 집회 때부터 총선 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가 푸틴 재집권 저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러시아 넥타이부대는 ‘선거부정 조사’와 ‘정치부패 척결’엔 뜻을 같이하지만, 푸틴에 대해선 여전히 심정적 지지가 큰 편이다. 러시아 정치평론가 드미트리 피트리모프 씨는 “푸틴을 반대한다는 건 러시아에서 일종의 혁명인데 이에 대한 중산층의 거부감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년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중풍으로 매우 위독한 혼수 상태였다.”2008년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치료했던 프랑스 파리 생트안 병원의 뇌신경외과 과장인 프랑수아그자비에 루 박사(60)가 19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양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을 돌봤다”고 밝혔다.AP통신에 따르면 루 박사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됐다. 북한 측이 누가 낙마(落馬)해 머리에 상처가 났다며 전화로 의학적 견해를 물어온 것. 루 박사는 “그들이 왜 그렇게 나와 대화하려 애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나중에 김 위원장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다시 북한이 루 박사와 접촉한 때는 2008년 8월이었다. 몇몇 관리가 갑작스레 찾아와 루 박사에게 평양으로 갈 것을 요청했다. 루 박사는 “처음엔 누구를 치료하러 가는지도 몰랐다”며 “그들은 과묵하고 비밀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평양 적십자병원에 도착했는데 북한 측은 환자는 보여주지 않은 채 몇몇 환자의 차트만 건네고 처방을 요구했다. 대부분 별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한 환자의 상태가 매우 나빴다. 루 박사는 직접 진찰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북측은 받아들이질 않았다. 몇 시간의 실랑이 끝에 접촉이 허락됐는데 그 환자가 김 위원장이었다.당시 김 위원장은 ‘생명이 위독한(life-threatening)’ 상황이었다. 의식도 없이 집중치료실에 누워 있었다. 루 박사는 당시 열흘 정도 머물다 김 위원장이 눈을 뜨고 말도 몇 마디 하게 되자 평양을 떠났다.루 박사는 한 달 뒤인 9월 말 다시 평양을 방문했다. 이때 김 위원장은 자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털어놓곤 했다. 루 박사는 “김 위원장은 정상적으로 걷고 일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며 “솔직한 답변을 원했는데 질문이 매우 논리적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얘기도 여러 차례 나눴는데 프랑스 문화에 대한 김 위원장의 해박한 지식이 루 박사를 놀라게 했다. 루 박사는 “김 위원장은 프랑스 영화와 와인에 대해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차이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기억했다. 또 김 위원장은 “프랑스와 정치적 관계를 맺고 싶다. 이걸 공개해도 좋다”고 말했다.루 박사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과도 몇 번 마주쳤다. 그는 “당시 아주 가까운 가족들만 김 위원장의 와병 사실을 알았는데 김정은이 정기적으로 병문안을 왔다”며 “직접 대화를 나눠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7일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해마다 외신에서 ‘최악의 독재자’ 수위를 다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사진). 90세를 눈앞에 둔 그는 여전히 권력욕에 사로잡혀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blood diamonds)’로 정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전했다.1980년 짐바브웨 독립 직후부터 총리와 대통령을 지내며 31년 동안 권좌에 머물러온 무가베 대통령은 올해 87세로 세계 역대 독재자 중 최고령이다. 최근 몇 년째 전립샘암을 앓아온 사실이 밝혀지며 한때 권좌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비웃듯 11일 여당 전당대회에서 “신이 내게 다른 이보다 긴 수명을 허락했다”며 내년 대선에 또 출마할 뜻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했다.가디언에 따르면 재집권을 노리는 무가베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은 정치자금 조성이다. 벌써부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엄청난 뇌물을 뿌리고 있다. 반대파 탄압과 선거조작에 핵심 역할을 맡은 친위조직인 ‘중앙정보부(CIO)’에도 이미 수천만 달러의 돈이 흘러들어갔다. 영국 부패감시 비정부 기구(NGO) ‘글로벌 위트니스(GW)’는 “무가베 대통령은 이런 검은돈의 상당 부분을 다이아몬드 매매로 마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무가베 대통령의 독재 유지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다이아몬드들은 짐바브웨 국민의 피와 눈물을 먹으며 채굴되고 있다. 군경의 총칼을 앞세워 짐바브웨 정부가 운영하는 마랑게 광산은 지난해 광원 200여 명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 노동 착취와 부녀자 강간도 빈번하게 일어나, 서구에선 이 지역 다이아몬드를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보석’이라고 부른다.무가베 대통령의 자금 축적은 유엔의 ‘킴벌리 프로세스(Kimberley Process)’에 대한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킴벌리 프로세스는 분쟁이나 착취 등 ‘검은 일’에 쓰이는 다이아몬드의 국제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 하지만 유엔은 최근 특별한 증거가 없다며 마랑게 광산의 다이아몬드 매매를 합법이라고 승인했다. 이에 대해 GW는 “독재사회 유지에 쓰일 게 뻔한 거래를 눈감아줬다”며 유엔을 맹비난했다.한편 무가베 대통령은 18일 자기 이름을 딴 의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은 “자신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서구 명품에 필적하는 고급 옷을 입히고, 정치적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의류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짐바브웨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약 35만 원)가 채 되지 않으며, 실업률은 90%를 웃돌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