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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독일 베를린 미테구(區)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제자리를 지키게 됐다. 미테구가 13일(현지 시간) 철거 명령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미테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코리아협의회의 이익과 일본 측 이익을 공정하게 다루는 절충안을 마련하겠다”며 “무력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녹색당 소속인 슈테판 폰 다셀 구청장은 철거 반대 시위 현장을 직접 찾아 “조화로운 해결책을 찾자”고 당부했다. 재독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독일 공공장소 최초로 미테구 거리에 소녀상을 설치했다. 제막식 이후 일본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달 7일 미테구는 “14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가 철거 명령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녹색당과 함께 베를린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 및 좌파당 또한 소녀상 철거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테구의 결정은 철거 명령 철회가 아닌 ‘당분간 보류’다. 2∼4주 뒤로 예상되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협의회는 15일부터 소녀상 영구 전시를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인 소녀상의 비문(碑文)을 수정해 존치하는 방향으로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로 국한하지 않고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세계 각국 여성을 기리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미테구 역시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념물을 설계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독일 국내의 사법절차여서 향후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과 대처를 다양한 형태로 설명해왔다”고 밝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세 교육의 심장인 평화의 소녀상이 베를린에서 철거돼서는 안 된다.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와 아시아 전체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소녀상은 (피해자를 대신해) 싸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죄도 배상도 하지 않는 일본을 벌하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청아 기자}
12일 오후 1시경 대형학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있는 한 건물 1층. 각종 수험서적을 손에 든 학생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 커피전문점 앞에도 학생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12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돼 300인 이상 대형학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노량진 학원가에 활기가 돈 것이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 씨(26·여)는 “건물을 오가는 학생들이 어제보다 3배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숨통 트인다” vs “시기상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50일 만에 1단계로 완화된 첫날, 곳곳에서 달라진 일상이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변화는 수도권의 300인 이상 대형학원과 뷔페식당, 클럽 등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시설 10종이 운영을 재개한 것이다. 이날 점심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뷔페에서는 손님들이 위생장갑을 착용한 채 음식을 담는 등 활기가 돌았다. 테이블 간 간격은 2m 이상 떨어져 있었다. 서울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와 롯데호텔 ‘라세느’ 등 특급 호텔 뷔페 레스토랑은 14일부터 영업을 재개한다. 여의도한강공원에서는 작업자들이 오전 9시부터 방문객들의 잔디밭 입장을 막기 위해 쳐 뒀던 차단선을 거둬들였다. ‘계절광장을 코로나19가 안정화될 때까지 폐쇄 조치합니다’라고 적힌 팻말도 치워졌다. 밤이 되자 유흥가에도 시민들이 몰렸다. 이날 오후 8시경 건대입구역 근처 한 유흥주점에는 방 12곳 중 7곳에 20∼30대 손님들이 모였다. 비슷한 시간 종각역 근처 ‘젊음의 거리’도 인파가 몰려 시끌벅적했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로 타격을 입은 업종 종사자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8개월 가까이 예년에 비해 매출이 30∼40%가량 줄어 직원들이 힘들어했는데 이제라도 다행”이라며 “임용고시를 앞둔 학생들도 수업을 들을 수 있어 반긴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A 씨는 “그동안 한 달에 임차료를 포함해 1000만 원씩 손해가 생겨 직원들도 일을 쉬게 했는데 매출이 정상화되면 다시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 두기 단계 완화가 섣부른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김모 씨(27·여)는 “혹시 추석과 한글날 연휴에 감염됐을 경우 아직 잠복기인 것으로 아는데 거리 두기를 완화했다가 또 확진자가 확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 씨(23·여)는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 앞으로 코로나19가 더 확산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테이블 띄어 앉기’ 여전히 안 지켜져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 조치를 완화하면서도 식당과 카페 등 수도권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핵심 방역수칙 의무화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시설 면적이 150m² 이상인 일반·휴게음식점과 카페 등은 매장 내에서 1m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한다. 이 조치가 어려울 경우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테이블 간 띄어 앉기 △테이블 간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중 하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면적 150m² 미만일 경우에는 권고 사항이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결과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곳이 여전히 있었다. 서대문구의 한 고깃집에서는 띄어 앉기가 지켜지지 않았고 칸막이도 없었다. 이 가게는 손님들을 상대로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았고 명부 작성이나 QR코드 입력 없이도 입장이 가능했다. 종로구의 한 일식집에서는 칸막이 없는 바 형태의 테이블에 손님들이 10cm 간격으로 붙어 앉아 식사를 했다.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고모 씨(57)는 “손님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하지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방역을 철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박성진 기자 / 조지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4학년 / 이규열 인턴기자 연세대 경영학과 수료}
특수목적견은 수행 목적에 따라 참으로 다양하다. 미르처럼 수색을 하는 경찰견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안내견, 군견, 마약·폭발물탐지견, 소방 인명구조견 등이 있다. 모두가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런 그들도 ‘은퇴’를 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수행능력이 떨어지면 유니폼을 벗고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다. 특수목적견의 ‘견생(犬生) 2막’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 점잖던 안내견이 애교덩이로 변신 “풍요야, 생일 축하해!” 7일 장지윤 씨(44)의 ‘반려견’ 풍요는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생일선물로 간식꾸러미를 받자 기분이 좋아진 풍요는 ‘벌러덩’ 누워 배를 보여주는 애교를 선보이기도 했다. 래브라도레트리버인 풍요는 지난해부터 장 씨의 동반자가 됐다. 사실 풍요는 6년 동안 시각장애인을 도운 베테랑 안내견이었다. 장 씨는 “시각장애인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지키고 돕는 역할을 하다 보니 처음 왔을 땐 차분한 편이었다”면서 “이제는 기분이 좋으면 밖에서 산책하다가도 애교를 부린다. 요즘은 풍요가 우리 동네 스타”라며 웃었다. 풍요와 동갑인 10년생 ‘비오’도 지난해 군에서 전역한 은퇴견이다.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독일산 셰퍼드인 비오는 군에서 유능한 ‘정찰견’이었다고 한다. 비오를 입양한 최용석 씨(32)는 다름 아닌 7년 전 군 수색대에서 비오를 훈련시키던 현역병이었다. 언제나 늠름하고 당당했던 비오지만 요즘 취미는 낮잠과 일광욕. 비오와 최 씨의 만남은 서로에게 행운과도 같았다. 군견 시절 비오는 처음엔 수색대에서 꼴찌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 애견훈련사 출신인 최 씨를 만나 1등 정찰견으로 뒤바뀌었다. 최선을 다했던 비오에게 최 씨가 이제 바라는 건 단 하나. “매일 훈련하느라 어떤 개들보다 열심히 살았죠. 이젠 노견이니까… 건강하기만 한다면 바랄 게 없어요.”○ 사회에 공헌한 개들에게 관심을 솔직히 풍요와 비오는 특수목적견 가운데 큰 행운을 얻은 케이스다. 상당수 은퇴견들은 이렇게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기 쉽지 않다. 아무래도 나이가 적지 않고 대형견이 많다 보니 가정 입양이 수월하지 않다. 입양이 되지 않은 개들은 소속기관의 제한된 공간에서 업무도 없이 기본적인 관리만 받으며 노후를 보낸다. 특수목적견 훈련사로 일하다가 은퇴견을 돕는 단체를 설립한 권영율 아워비전 대표(42)는 “독일 미국 등에 비하면 국내에선 특수목적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홍보가 필요하다”면서 “이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래브라도레트리버는 대형견이라도 친근한 편이라 입양 수요가 비교적 높다. 하지만 셰퍼드나 말리누아 등은 강인한 외모 때문에 입양을 꺼린다. 최 씨는 “경찰견이나 군견들이 공격적일 거란 선입견은 잘못된 오해”라며 “한국 군견은 대부분 정찰견이지 진압견이 없다.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개들은 까다로운 특수목적견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은퇴견들은 그간 정들었던 핸들러와 헤어지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관세청에서 탐지견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입양을 통해 유대를 맺을 가족이 생기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며 “통제된 환경에서 제한된 경험을 할 수밖에 없는 특수목적견들이 제2의 삶을 살 수 있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5일 공개됐다. 이 씨의 친형 이래진 씨(55)가 공개한 편지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으로 자신을 소개한 이 군은 “(아빠는)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 군은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로 월북을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이 군은 편지에서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빠가 180cm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으로 38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군은 “제가 다니는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서해어업관리단 표창장,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 인명구조에 도움을 주셔서 받았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까지 직접 보았다”고 했다. 이 군은 또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했다.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 군은 아버지에 대해 “평범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치매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신 노모의 아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이 군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교 1학년인) 어린 동생은 아빠가 해외로 출장 가신 줄 알고 있다.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든다”면서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해양경찰청이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친형 이래진 씨(55)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 전에 기자들과 만나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며 해양경찰청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다. 이 씨는 자신의 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2억60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해경의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또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의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 나 역시 빚이 상당히 많다.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냐”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동생이 표류했던 30시간과 북한에서 발견된 뒤 사살당하기 전 6시간까지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정부가 동생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22일 동생이 살아있었던 시점에 해군이 사고 선박에 남아있는 구명조끼 개수를 파악했다. 그때 이미 군은 동생을 살릴 생각은 없고 월북몰이를 위한 작전 중이었다”면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한 당국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씨는 외신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미 공조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기구가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상 규명과 시신 수습에 힘써 줄 것도 요구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동생의 시신을 돌려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 씨는 “북한이 우리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했지만 미안하다는 표현도 했다. 분노와 용서를 모두 느꼈다”고 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해양경찰청이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친형 이래진 씨(55)는 2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 전에 기자들과 만나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한다든지, 아니면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 토론을 하고 싶다”며 해양경찰청장의 사과와 면담을 요구했다. 이 씨는 자신의 동생이 인터넷 도박으로 2억 6000만 원의 채무가 있었다는 해경의 이날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전혀 몰랐다. 발표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또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 나 역시 빚이 상당히 많다.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한다면 그게 이유가 되나”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동생이 표류했던 30시간과 북한에서 발견된 뒤 사살당하기 전 6시간까지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정부가 동생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22일 동생이 살아있었던 시점에 해군이 사고 선박에 남아있는 구명조끼 개수를 파악했다. 그때 이미 군은 동생을 살릴 생각은 없고 월북몰이를 위한 작전 중이었다”면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월북몰이를 한 당국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미국, 북한이 공동으로 진상규명과 시신수습에 힘써줄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한미 공조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도 “동생의 시신을 돌려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이 씨는 “북한이 우리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했지만 미안하다는 표현도 했다. 분노와 용서를 모두 느꼈다”면서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 남북한 평화가 이뤄지고 세계 질서가 확립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지난달 15일 광복절에 서울 광화문에서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경재 전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와 김수열 일파만파 대표가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들이 집회 전후에 주고받은 연락의 내용 등을 비추어 볼 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며, 준수사항 위반 정도와 그로 인한 파급 효과, 집회 및 시위의 자유의 한계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2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총재와 김 대표는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15일 서울 도심에서 신고한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개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집회 허가를 받지 못한 단체들이 현장에 합류할 수 있도록 공모한 혐의도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앞서 22일 이들에 대해 집시법,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를 군은 월북으로 판단했다. 이 씨의 유족은 “사명감이 강하던 공무원을 군이 월북자로 몰고 간다”며 반발했다. 군은 “이 씨가 22일 오후 3시 반경 북한군과 접촉할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소형 부유물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며 “첩보를 통해 22일 오후 4시 40분경 북한군에 이 씨가 표류 경위를 설명하고 월북 의사를 피력한 정황을 파악했다”고 24일 밝혔다. 군 관계자는 “근거가 있다. (보안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첩보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어업지도선(무궁화 10호) 내 이 씨의 동선 등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신동삼 인천해양경찰서장은 24일 “선박 폐쇄회로(CC)TV 2대를 확인한 결과 작동을 하지 않아 동선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개인수첩과 지갑 등을 확인한 결과 유서 등이 나오진 않았다고 했다. 이 씨의 큰형(55)은 24일 오후 경기 안산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군이 이 나라 국민인 동생의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해 놓고 책임을 떠넘긴다”고 성토했다. 그는 “군이 자신들의 근무태만과 실수를 덮기 위해 동생을 몰아가는 것”이라며 “조만간 국방부에도 공식 항의하겠다”고 분노했다. 동생이 빚 때문에 월북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고 항변했다. 형 이 씨는 “동생이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월급 통장을 압류당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몇억 원도 아니고 2000만 원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을 버리고 월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큰형에 따르면 5남 2녀 중 넷째인 동생 이 씨는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살가운 사이였다고 한다. 마지막 통화는 19일 오후 9시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위치가 어딘지 등 평소 하던 얘길 나눴는데 마지막 대화가 될 줄 몰랐다”며 “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아직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컥했다.안산=이청아 clearlee@donga.com·신규진·인천=차준호 기자}
“내 동생은 절대로 월북할 사람이 아니에요. 국가에 대한 사명감으로 힘든 업무를 수행해온 이 땅의 공무원을 군이 월북자로 만들고 있습니다.” 22일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47)의 큰형 이 씨(55)는 24일 경기 안산시에서 만나자마자 “군이 자국민에 대한 학살을 방치했다”며 강하게 군을 비난했다. 형 이 씨는 “불법 어업 지도하는 일이 위험하니 관두라고 해도 ‘국가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고 보람 있다’며 8년째 계속 일할 정도로 국가관이 투철했다”고 강조했다. 이 씨는 “동생은 우리나라 영해에서 표류하다가 북한 쪽으로 흘러갔다. 군은 당시 상황을 알고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으면서, 동생에게 월북했다고 책임을 떠넘긴다”고 말했다. 그는 “군이 자신들의 근무태만과 실수를 덮기 위해 동생을 몰아가는 것”이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에도 공식 항의하겠다”고 분노했다. 동생이 빚 때문에 월북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고 항변했다. 이 씨는 “동생이 동료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월급 통장을 압류 당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몇 억 원도 아니고 2000만 원 때문에 어머니와 자식을 버리고 월북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혼 때문에 신변을 비관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형은 “동생이 형제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중학생 고교생 남매의 자상한 아빠였다. 실종 전날인 20일에도 동생이 조카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런 동생이 이혼 때문에 신변을 비관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했다. 이 씨는 동생이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생은 무궁화 10호에 승선한 지 4일밖에 되질 않았다”며 “로프 밑에 슬리퍼가 있는 걸 보면 동생은 줄에 걸려 실족하며 바다에 빠진 게 틀림없다”고 밝혔다. 배에 지갑과 공무원 신분증 등이 그대로 발견된 것도 사고 근거로 제시했다. 이 씨에 따르면 5남 2녀 중 넷째인 동생은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전화 통화를 할 정도로 살가운 사이였다고 한다. 이 씨는 “동생이 맡은 불법어업 지도는 일반적인 선박 업무보다 훨씬 위험하다. 이 때문에 동생 안부를 자주 확인하는 게 일상이었다”고 전했다. 마지막 통화는 19일 오후 9시경이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위치가 어딘지 등 평소 하던 얘길 나눴는데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면서 “병을 앓고 계신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아직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울컥했다.안산=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목포=이형주 기자peneye09@donga.com}
업무상 횡령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5일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기소에 항의하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3)가 등장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당일 삭제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윤 의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없다. 법이 판단할 것”이라 말했다. 윤 의원은 기소 다음 날인 15일 오전 1시 전후에 ‘길원옥 할머니 말씀’ ‘90세에 가수가 된 할머니’ 등 길 할머니가 등장하는 영상들을 게시했다. 윤 의원은 “할머니의 평화인권운동가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며 “제 벗들과 함께 할머니의 기억을 기억하고 싶어 올렸다”는 글도 썼다. 전날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길 할머니가 가진 ‘중증 심신장애’를 이용해 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과 정의연에 7920만 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며 준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할머니 건강은 지난해에도 이상이 없었다”면서 “검찰이 할머니를 심신장애 상태로 본 건 할머니를 모욕한 것”이라 말했다. 정의연 역시 15일 “검찰이 끼워 맞추기식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길 할머니의 의료기록 등 관련 자료를 (기부를 한) 2017년 이전부터 모두 검토했으며 실제로 할머니도 여러 차례 만나 뵀다. 담당 의료진의 소견은 물론 의료전문가의 견해까지 참고해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드러난 불법에 대해 유감 표명도 없다. 몰염치인가, 현실 외면의 간절함인가”라며 “할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기소된 날 변명을 위해 할머니를 이용할 수 있을까”라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15일 현재 게재했던 영상 가운데 하나만 제외하고 전부 삭제한 상태다. 남은 동영상은 길 할머니가 별세하신 김복동 할머니를 대신해 재일조선학교를 지원하겠단 의사를 밝힌 영상이다. 5월 정의연의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처음으로 공개 지적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15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소된 윤 의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없다. 윤미향 관련 문제는 법이 판단할 것이다. 나한테 묻지 마라”고 답했다. 또 이 할머니는 “윤미향이 안타깝다고 말한 적도 없다. (내가 그랬다는) 보도는 잘못 쓴 것”이라며 불쾌해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업무상 횡령 등 8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5일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찰의 기소에 항의하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93)가 등장하는 영상을 게재했다가 당일 삭제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윤 의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 없다. 법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기소 다음 날인 15일 오전 1시 전후에 ‘길원옥 할머니 말씀’ ‘90세에 가수가 된 할머니’ 등 길 할머니가 등장하는 영상들을 게시했다. 윤 의원은 “할머니의 평화인권운동가로서의 당당하고 멋진 삶이 검찰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며 “제 벗들과 함께 할머니의 기억을 기억하고 싶어 올렸다”는 글도 썼다. 전날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관계자가 길 할머니가 가진 ‘중증 심신장애’를 이용해 정의연의 전신인 정의기억재단과 정의연에 7920만 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며 준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동영상에서 알 수 있듯 할머니 건강은 지난해에도 이상이 없었다”면서 “검찰이 할머니를 심신장애 상태로 본 건 할머니를 모욕한 것”이라 말했다. 정의연 역시 15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끼워 맞추기식 기소를 했다”며 “(길 할머니를) 치매 노인으로 치부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폄훼하려는 저의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얼마 뒤 게재했던 영상들 가운데 하나만 제외하고 전부 삭제했다. 남은 동영상은 길 할머니가 별세하신 김복동 할머니를 대신해 재일조선학교를 지원하겠단 의사를 밝힌 영상이다. 윤 의원이 지난해 2월 소셜미디어에 올려뒀던 걸 다시 공유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드러난 불법에 대해 유감 표명도 없다. 몰염치인가, 현실 외면의 간절함인가”라며 “할머니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기소된 날 변명을 위해 할머니를 이용할 수 있을까”라고 비난했다. 5월 정의연의 회계 투명성 문제 등을 처음으로 공개 지적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15일 오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소된 윤 의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없다. 윤미향 관련 문제는 법이 판단할 것이다. 나한테 묻지 마라”고 답했다. 이 할머니는 또 “윤미향이 안타깝다고 말한 적도 없다. (내가 그랬다는) 보도는 잘못 쓴 것”이라며 불쾌해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대구=명민준기자 mmj86@donga.com}
14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뒷골목. ‘노가리골목’이라 불리는 이 거리는 오후부터 가로 폭 5m 정도 되는 길 양쪽에 플라스틱 테이블 90여 개가 빼곡히 펼쳐졌다. 해질 녘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오후 9시경엔 200명이 넘는 인파로 가득 찼다. 테이블 간격은 50cm도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직장 동료 2명과 함께 왔다는 박모 씨(42)는 “실내주점보다 나을 것 같아 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14일 0시부터 수도권에서 2.5단계로 강화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완화됐다. 일반·휴게음식점은 다시 오후 9시 이후 제한됐던 영업이 재개됐고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도 실내에서 음식과 음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완화 첫날 둘러본 일부 업소는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를 키웠다.○ 카페 55곳 중 26곳 ‘1m 거리 두기’ 위반 2주간 포장·배달만 허용됐던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다시 테이블에 고객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카페 매장에서 취식을 허용하는 대신 테이블 간 2m(최소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낮 12시경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시내 55곳의 카페를 돌아본 결과 ‘1m 거리 두기’가 지켜진 곳은 29곳뿐이었다. 중구의 한 카페에 머물던 고객은 “점심시간이라 주문 대기 간격이 좁은 건 이해하지만 테이블 거리가 너무 가까워 좀 걱정된다”고 했다. 매장 내 마스크 착용도 아쉬웠다. 둘러본 55곳 가운데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 마스크를 다시 쓰는 방역수칙을 준수한 곳은 19곳뿐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20분 넘게 통화를 해 주위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PC방도 14일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판매 및 취식이 금지돼 업주들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서대문구의 한 PC방을 관리하는 최현종 매니저(35)는 “청소년은 오지도 못하고 음식도 팔 수 없는데 거리 두기로 자리까지 띄어 영업해야 한다”며 “음식 판매가 매출의 30%, 청소년 이용객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토로했다. 300명 미만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헬스클럽 등도 다시 문을 열었다. 오후 3시경 여의도의 한 헬스클럽은 평일에도 10여 명이 나와 운동했다. 경찰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32)는 “2주 만에 노량진 독서실에 등록하러 가는 길”이라며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어 다행이긴 한데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잘 지켜질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2단계 되자마자 늦은 밤까지 술자리 인파가 북적되며 사람들이 몰린 곳은 을지로 노가리골목뿐만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역시 그간의 적막을 깨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후 10시경 한 실내포장마차 앞은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려는 손님 5, 6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66m²(약 20평) 남짓한 매장 안은 고객 20여 명이 10개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인근 고깃집도 마찬가지였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 4명은 이미 꽤 취한 채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어깨동무를 하며 술을 마셨다. 자영업자들은 영업 재개를 반가워하면서도 혹시나 감염이 발생할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서울 마포구에서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정선희 씨(44)는 “오랜만에 손님이 10명 넘게 방문했고 예약 손님도 받았다”며 기뻐했다. 서대문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임대료가 걱정이었는데 손님들이 찾아 주니 한숨을 놓았다”며 “어렵게 다시 문을 연 만큼 최대한 방역 등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조응형 yesbro@donga.com·이청아 기자 / 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4학년}
“자리도 없는데… 그냥 앉아도 되지 않을까?” 14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를 주문해 받아든 남성 2명이 한 테이블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본 테이블은 자리를 비워주세요’라는 종이팻말이 붙어있었지만,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 결국 그들은 해당 테이블에 20여 분 간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 바람에 옆 테이블과 거리가 1m도 되질 않았지만, 딱히 제지하는 직원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낮춰진 14일, 그간 포장·배달만 허용됐던 서울 시내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다시 테이블에 고객을 받았으며, PC방과 독서실, 헬스클럽 등도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의 우려를 키웠다. ●카페 55곳 중 26곳 ‘1m 거리두기’ 위반방역당국은 카페 매장에서 취식을 허용하는 대신 테이블 간 2m(최소 1m)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이날 낮 12시경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시내 55곳의 카페를 돌아본 결과, ‘1m 거리 두기’가 지켜진 곳은 29곳뿐이었다. 현장 곳곳에서 ‘좌석을 비워주세요’라 적힌 종이팻말을 옆으로 치우거나 무시한 채 앉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고객을 응대하느라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보였다. 중구의 한 카페에 머물던 고객은 “점심시간이라 주문 대기 간격이 좁은 건 이해하지만, 테이블 거리가 50㎝가 되질 않는 건 좀 걱정 된다”고 했다. 매장 내 마스크 착용도 아쉬웠다. 둘러본 55곳 가운데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 마스크를 다시 쓰는 방역수칙을 준수한 곳은 19곳뿐이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20분 넘게 통화를 해 주위 고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서초구에서 카페 5곳이 모여 있는 한 골목은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 바깥에선 마스크를 턱까지 내린 채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상당했다. 한 카페 직원은 “카페 내 손님은 수시로 마스크를 써 달라고 부탁드리는데, 야외에서 잠깐 흡연하는 손님에겐 뭐라 제지하기가 애매하다”고 했다.●영업은 재개했지만 위험은 여전‘고위험시설’로 분류돼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PC방도 14일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과 음식 판매 및 취식이 금지돼 업주들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PC방을 관리하는 최현종 매니저(35)는 “청소년은 오지도 못하고 음식도 팔 수 없는데, 거리두기로 자리까지 띄워서 영업해야 한다”며 “음식 판매가 매출의 30%, 청소년 이용객이 20% 정도를 차지하는데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토로했다. 마포구에 있는 PC방의 최재호 매니저(36)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건 허용하면서 칸막이 안에서 혼자 식사하는 PC방은 왜 음식을 못 파는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다. 300명 미만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도 이날 일제히 다시 문을 열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 씨(32)는 “2주 만에 노량진 독서실이 오픈해 등록하러 가는 길”이라며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 힘들어서 다행이긴 한데, 코로나19 방역수칙이 잘 지켜질지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헬스클럽 등 실내체육시설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오후 3시경 여의도의 한 헬스클럽은 평일에도 10여 명이 나와 운동했다. 김상균 씨(32)는 “주 5일씩 하던 운동을 2주 동안 못 해 ”이 많이 무거웠다“며 ”당연히 코로나19를 조심해야 하지만, 너무 모든 일상까지 다 통제하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오승준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4학년,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 4학년}
“어머니는 구급대원에게 오로지 한 가지만 물어봤다고 합니다. 의식은 있나요, 의식은 있나요, 의식은 있나요…. 대답을 해주지 않는 구급대원을 보고 이미 저희 어머니의 세상은 무너졌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치킨 배달이 안 왔다며 불만을 표한 고객에게도 차분하게 “죄송하다”고 답했던 딸은 딱 한 가지만 바란다고 세상에 호소했다. “너무 해드리지 못한 게 많습니다. 제발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법을 악용해 빠져나가지 않게, 그거라도 할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9월 9일 오전 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며 나가셨다”며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배달하겠다는 책임감만으로 배달원 한번 안 쓰고 직접 배달해 오셨다. 평생 열심히 안 사신 적이 없다”고 떠올렸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후 하루 만에 43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게시 30일 내에 20만 명 이상 동의한 청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나 담당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아버지를 여읜 딸이 쓴 걸로 추정되는 또 다른 글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새벽 한 배달 앱에는 인천에 있는 A치킨가게 후기에 “배달도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취지의 항의성 글이 올라왔다. 다음 날 자신을 A가게 사장의 딸이라 밝힌 이는 “너무 죄송하다. 손님분 치킨 배달을 가다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답을 달았다. 현재 해당 앱에는 고객이 남긴 후기는 지워졌고 답글만 남아있다. 경찰에 따르면 A가게 사장은 9일 0시 55분경 인천 중구 을왕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중앙선을 넘어온 B 씨(33)의 승용차에 치였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를 넘었다고 한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게 맞다. 빗길이라 중앙선을 침범한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창호 법’을 적용해 B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 씨와 동승했던 40대 남성 또한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려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1일 김병구 인천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사고에 대해 신속 엄정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갑작스럽게 가장을 떠나보내신 유족들의 아픔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B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14일 오후 2시 반경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이청아 clearlee@donga.com / 인천=황금천 기자}
“△△님,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사장님 딸이고요. 손님 분 치킨 배달을 가다가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치킨을 배달하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50대 사장의 딸이 당시 불만을 표했던 고객에게 사과의 답신을 남긴 사연이 알려졌다. 그가 남긴 글의 짧은 말줄임표엔 여러 감정이 깊이 배어있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새벽 한 배달 앱에는 인천에 있는 A치킨가게 후기로 “배달도 오지 않고 연락도 안 된다”는 취지로 항의성 글을 올라왔다. 다음날 자신을 A가게 사장의 딸이라 밝힌 이는 ‘아버지가 사고를 당했는데 이해해주면 고맙겠다’는 답을 달았다. 현재 해당 앱에는 고객이 남긴 후기는 지워졌고 답글만 남아있다. 경찰에 따르면 A가게 사장의 참변은 실제로 벌어졌다. 9일 0시 55분경 인천 중구 을왕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가 중앙선을 넘어온 B 씨(33)의 승용차에 치었다.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치를 넘었다고 한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게 맞다. 빗길이라 중앙선을 침범한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윤창호 법’을 적용해 B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 씨와 동승했던 40대 남성 또한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려 차량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같은 사건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9월 9일 오전 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이란 제목의 청원에는 “주문이 많아서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며 나가셨다”며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배달하겠다는 책임감만으로 배달원 한번 안 쓰고 직접 배달해오셨다”며 아버지를 추억했다. 청원인은 또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가 찾아 나섰다가 가게 근방에서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를 발견했다. 어머니의 세상이 무너졌다”며 “(아버지에게) 못 해드린 게 많은데 마지막으로 가해자가 법망을 빠져나가지만 않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청원은 11일 오후 7시 반 기준 43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게시 30일 내에 20만 명 이상 동의한 청원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이나 담당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1일 김병구 인천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사고에 대해 신속 엄정하고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유족들에게는 “갑작스럽게 가장을 떠나보내신 아픔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B 씨의 영장실질심사는 14일 오후 2시반경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한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돈을 뜯겼던 50대 여성이 피해를 입지 않게 도와준 사실이 알려졌다. 이 직원 덕에 경찰은 조직 일당도 붙잡았다. 경북 경주시 신경주새마을금고 충효지점에 근무하는 김진모 차장(46)은 6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주변 카페를 찾았다가 의심스런 모습을 마주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A 씨(56)의 전화통화 내용이 왠지 미심쩍었던 것. A 씨는 누군가에게 “2000만 원은 없다. 이제 200만 원뿐인데 이걸로는 금리를 낮출 수 없겠느냐. 감사하다”며 쩔쩔매고 있었다고 한다. 직감적으로 내용이 수상했던 김 씨는 몸도 성치 않았지만 A 씨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다. 이후 A 씨에게 말을 걸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며 사정을 물어봤다. 당시 A 씨는 대출 금리 문제로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약 1700만을 건넸으며, 오후에 더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들은 김 씨는 A 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김 씨는 곧장 A 씨와 함께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이날 오후 A 씨에게 돈을 받으려고 현장에 나타났던 일당은 잠복해있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A 씨는 “당시 대출이 급한 상태였고 제1금융권 번호로 전화가 와서 의심을 하지 못했다”며 “김 씨는 경찰이 올 때까지 끝까지 남아서 저를 안심시켜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김 씨와 경찰 덕에 앞서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건넸던 돈까지 전부 되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이전에도 고객들이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한 걸 몇 번 막았던 경험이 있어서 운 좋게 도와드릴 수 있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고 쑥스러워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4일 김 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 씨(27) 측이 서 씨의 용산 자대 배치 청탁 의혹을 제기한 당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발언의 녹취 파일을 보도한 방송사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9일 고발했다. 서 씨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씨의 법률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예비역 대령 A 씨와 A 씨의 증언을 보도한 SBS 등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했다. 고발인은 2016년 서 씨의 자대 배치가 확정된 카투사 수료식에 서 씨의 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참석했던 친척이다. 현 변호사는 “(가족들이 카투사) 수료식 당일 부대 관계자와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고, 부대 배치가 컴퓨터(추첨)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에 청탁은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90세가 넘은 (서 씨의) 할머니가 청탁을 해 이를 말리기 위해 40분간 교육을 했다는 식으로 (A 씨가) 말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서 씨 측은 수료일 당일 사진까지 공개하며 “강당에 참석한 전체 훈련병과 그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자대 배치에 대한 청탁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발장을 낸 이유에 대해 현 변호사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하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씨가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할 만큼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은지 wizi@donga.com·이청아 기자}
해외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51)가 법정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박수현 판사)은 9일 오후 재판에 넘겨진 양 전 프로듀서와 YG 자회사인 YGX 공동대표 김모 씨(37)와 이모 씨(41)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양 전 프로듀서 등은 이 과정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양 전 프로듀서 등은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20여 차례에 걸쳐 4억여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경찰은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5월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단순 도박 혐의로만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서면 심리만으로 판단하기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이날도 수천 쪽에 이르는 검찰 측 증거자료를 제출받은 뒤 “단순 도박 사건인데 왜 이렇게 많은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양 전 프로듀서 측은 “금융 관련 증거가 대부분이고 도박 혐의와 관련 없는 증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사기록과 증거가 많은데 (상습이 아닌) 단순 도박 혐의로 기소된 부분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행법상 도박죄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그치지만, 상습도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훗날 두 아들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처럼 ‘부모 찬스’를 주지 못할 게 분명해서 벌써부터 미안합니다.”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복무 관련 의혹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며 20, 30대 젊은층에서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특혜 논란을 비꼰 ‘아빠 찬스’에 빗댄 ‘엄마 찬스’란 말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부모나 가족들의 성토가 컸다. 8일 온라인에서도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이 내내 화제였다. 서울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이모 씨(33)도 추 장관 관련 기사를 접하며 자격지심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봐야겠지만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아니라면 이런 특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언젠가 커서 입대할 아들들에게 이런 특혜를 주지 못할 테니 괜히 속이 상한다”고 분노했다. 서 씨처럼 카투사로 복무했던 예비역이나 현재 복무 중인 군인들도 반감을 드러냈다. 서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박모 씨(26)는 “서 씨는 외박이나 휴가 미복귀 문제로 다른 부대에도 소문이 날 만큼 유명했다”며 “같이 복무한 동료로서 부끄럽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투사 출신인 이태영 씨(29)는 “카투사로 복무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혜택을 받은 건데, 편법과 부정 청탁까지 이뤄졌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고 있는 이모 씨(22)는 “사실 군대에서 제일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가 보직과 휴가”라며 “여당 정치인 아들이라고 편의를 봐준다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현직 군인 모두가 엄청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인 권모 씨는 “이번 사건은 입대한 아들까지 챙기려 드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부모’의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반응했다.강승현 byhuman@donga.com·이청아·신규진 기자}
“훗날 두 아들에게 추미애 법무부장관처럼 ‘부모 찬스’를 주지 못할 게 분명해서 벌써부터 미안합니다.”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군복무 관련 의혹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며 20, 30대 젊은층에서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특혜 논란을 비꼰 ‘아빠 찬스’에 빗댄 ‘엄마 찬스’란 말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특히 자식을 키우는 부모나 가족들의 성토가 컸다. 8일 온라인에서도 ‘엄마가 추미애가 아니라 미안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티셔츠 사진이 내내 화제였다. 서울에서 두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이모 씨(33)도 추 장관 관련 기사를 접하며 자격지심부터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는 봐야겠지만,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 아니라면 이런 특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언젠가 커서 입대할 아들들에게 이런 특혜를 주지 못할 테니 괜히 속이 상한다”고 분노했다. 최근 남동생이 제대한 이모 씨(25)도 추 장관으로 인해 속상한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씨에 따르면 동생이 부대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했는데 여러 차례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 씨는 “부대 이동을 백방으로 부탁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 가족이 힘이 없어 동생 하나 지켜주질 못했다”고 한탄했다. 서 씨처럼 카투사로 복무했던 예비역이나 현재 복무 중인 군인들도 반감을 드러냈다. 서 씨와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박모 씨(26)는 “서 씨는 외박이나 휴가 미복귀 문제로 다른 부대에도 소문이 날 만큼 유명했다”며 “같이 복무한 동료로서 부끄럽고 허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투사 출신인 이태영 씨(29)는 “솔직히 다른 한국 군인들에 비해 일 부담이 적고 편하게 군 생활하는 편이다”며 “카투사로 복무하는 자체가 이미 큰 혜택을 받은 건데, 편법과 부정청탁까지 이뤄졌다니 화가 난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의무경찰로 복무하고 있는 이모 씨(22)는 “사실 군대에서 제일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가 보직과 휴가”라며 “여당 정치인 아들이라고 편의를 봐준다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현직 군인 모두가 엄청난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카투사에서 복무했던 예비역들은 서 씨의 변호인이 “육군과 카투사의 규정이 다르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 유독 기분나빠했다. “카투사에 대한 자부심이 이번 사건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카투사전우회 소속인 A 씨는 “카투사 병사 휴가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얘기로 들리지 않느냐”며 “(변호인 측 해명이) 법리적 해석을 앞세워 서 씨의 휴가 미복귀를 정당화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인 권모 씨는 “이번 사건은 입대한 아들까지 챙기려드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부모’의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반응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