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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지역상품권 발행을 확대하고 자영업자에게 6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달 중 투자와 소비를 끌어올릴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정부는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수출입은행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다. 홍 부총리는 “경제 비상시국이라는 인식 아래 활용 가능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이달 말 투자·소비 활성화 등 전방위적인 제1차 경기대책 패키지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선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올해 지방재정의 60%(137조 원)를 상반기(1∼6월)에 집행하고 지자체 주관 행사를 당초 계획대로 여는 방안이 나왔다. 지자체의 경영안정자금 4조2000억 원과 특례보증 2조3000억 원 등 6조5000억 원 규모의 자금 지원도 하기로 했다. 또 외식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의무적으로 주 1, 2회 휴무하도록 했다.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한도를 기존 3조 원에서 더 확대하고, 할인율도 현재 5%에서 10%로 늘리기로 했다. 전통시장에서 쓰는 온누리상품권의 1인당 구매한도도 월 50만 원에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확대 규모는 이달 말 발표할 경기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코로나19 차단 방역을 위한 지자체 재원 1000억 원도 추가로 투입한다. 코로나19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서는 20일 중장기적 수출구조 혁신 방안을 발표한다.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무역구조 고도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항공운송 관세 한시적 인하, 긴급 유동성 지원, 부품·자재 수급 위한 통관·물류 신속 처리 등의 대책을 내놨다. 홍 부총리는 정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민들은 일상적인 소비활동,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의 한 자치구 소속 사회복지사 A 씨는 지난해 혼자 사는 80대 치매 노인 B 씨를 돌봐줄 ‘공공 후견인’을 지정해 달라고 구 담당 공무원에게 요청했다. B 씨는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뿐더러 밥상을 차릴 수도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지만 돈 쓰는 방법조차 잊어 1년 가까이 월세도 밀린 상태였다. 공공후견인 제도는 B 씨 같은 홀몸 치매 노인을 돕기 위해 지난해 도입됐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은 복지사의 요청을 외면했다. 이 공무원은 “가정법원에 후견심판을 청구하려면 필요한 서류가 많다. 올해는 이미 (후견인 지정) 실적이 한 건 있으니 내년에 건수를 늘려야 할 때 청구하자”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법원에 후견심판을 청구하려면 치매 노인의 재산, 건강, 실질적 가족관계 등을 입증하는 여러 보고서를 내야 한다. 구청 공무원의 말은 이미 그해 목표 실적을 채웠기 때문에 귀찮은 일을 더 만들지 말자는 뜻이다. 본보 기자에게 사정을 전해 들은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 담당자는 “지자체마다 한 건만 청구하라는 게 아니라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최소 ‘한 건 이상’ 발굴하라고 독려한 건데…”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수치 위주 평가가 공무원 경쟁력 갉아먹어 ▼숫자 채우기 급급B 씨 사례는 본인에게 할당된 명목상의 실적만 신경 쓰게 하는 공무원 성과 지표와 평가 시스템의 전형이다. 정부에서 이뤄지는 성과 평가가 대부분 숫자 채우기로 이뤄지고 있는 게 이 같은 현상을 유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새 제도를 도입한 뒤 ‘○○건’의 실적을 올렸다고 홍보하거나 이미 정해진 정책을 그럴듯하게 재포장해 정부 대책의 가짓수를 늘리는 식이다. 숫자를 채우는 데 급급하다 보면 정부 정책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뜻있는 공무원을 좌절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무줄 잣대로 실제보다 성과를 부풀리거나 처음부터 목표치를 낮게 잡아 성과가 높게 보이도록 하는 관행도 만연해 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제로 나타나는 정책 효과가 더 중요한데 계량적 수치 중심으로 성과를 평가하다 보니 숫자 채우기에만 급급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도예 yea@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당초 목표(100건) 대비 2배에 가까운 양적 성과(195건) 달성.’ 지난달 국무조정실이 규제 샌드박스 시행 1년을 맞아 내놓은 평가다. 규제 샌드박스 목표치 초과 달성은 정부가 규제 혁신을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성과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달 초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형태의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지난 1년간 195건을 승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화려한 숫자와 달리 정작 스타트업 업계는 규제 샌드박스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느라 승인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마저도 ‘조건부 승인’인 사례가 많아서다. 오토바이 배달통에 붙이는 디지털 광고판을 만드는 ‘뉴코애드윈드’는 지난해 1월 제도 시행 직후 실증특례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그해 5월 심사를 통과했지만 그러고도 6개월이 지나서야 사업 개시 통보를 받았다. 그나마 특정 지역에서 6개월간 시범운영한 뒤 전국 확대를 결정하는 조건이 붙었다. 이 회사는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1월 승인을 신청했는데 아직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스타트업도 부지기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규제 샌드박스 통과 기업 102곳을 설문한 결과 52%가 소요 기간이 과도하게 길고, 승인 기간 종료 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53.9%)고 했다. ○ 무리한 숫자 목표 내던지고 끼워 맞추기 반복 정부가 2022년까지 3만 개 보급을 목표로 내세운 스마트공장도 속사정을 보면 ‘스마트’와는 거리가 먼 곳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스마트공장은 1만2660곳으로 2년 전보다 153% 늘었다. 그러나 이 중 ‘스마트화(化)’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가능한 공장은 7675곳인데, 기초 단계인 레벨 1, 2에 해당하는 곳이 80%다.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조 과정에 활용하는 3단계 이상 의미 있는 수준의 스마트공장은 20%에 그친다. 중기부의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민간 전문가는 “기초 단계의 시스템 보급도 필요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를 스마트공장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몇 개 늘렸다는 등 양적 성과보다 내실을 쌓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정책을 발표할 때 일단 그럴듯한 숫자를 먼저 제시하는 것은 공직사회에서 일종의 관행이다. ‘100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거나 ‘공공주택 100만 채’를 짓겠다는 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100조 원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25조 원 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하겠다고 했지만 윤곽이 나온 건 10조 원뿐이다. 나머지 15조 원어치는 연말까지 추가로 찾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100조 원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한 것”이라고 했다. 기존 정책을 슬쩍 끼워 넣어 목표 숫자나 정책 가짓수를 부풀리기도 한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11월 신혼희망타운을 기존 목표보다 5만 채 늘어난 15만 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갑자기 “행복주택, 국민임대 등 장기임대주택 5만 채를 섞어서 짓겠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선 애초부터 신혼희망타운 공급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애초부터 목표 낮게 잡아 달성률 높이기도 목표 달성이 쉽도록 처음부터 성과지표를 낮춰 잡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정부 부처가 결산 때 국회에 내는 성과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에게 제출한 2018회계연도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유치 분야의 성과 달성률은 134.5%였다. 이는 목표를 애초에 느슨하게 잡은 덕분이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직전 3년간 한 번도 2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고 2017년엔 229억 달러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듬해 목표치는 그보다도 적은 200억 달러에 불과했다. 퇴직 공무원 A 씨는 “공직사회가 1년 단위로 계획서를 내고 평가받는 구조라 1년 단위 실적을 쌓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며 “실적을 못 내 다음 해에 예산을 못 받으면 무능하다고 평가받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숫자 중심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국정과제의 경우 3년 단위 중간평가를 도입하거나 전문가 심층평가를 통해 정책의 전후방 효과를 살펴보는 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준일 / 세종=남건우 기자}
국세청이 30대 이하 고가 주택 취득자 등 부동산거래 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다. 13일 국세청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탈루 혐의가 적발된 서울 등 수도권 고가 주택 취득자와 고액 전세 세입자 361명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의 73.8%는 30대 이하다. 이들은 소득이 적은 데도 고가 주택을 사거나 고액 전세를 얻은 것으로 밝혀져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30대 맞벌이 부부가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비싼 아파트를 사거나 4년차 직장인인 30대가 고가의 재건축 아파트를 취득하는 등의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20대 초반 대학생이 부동산법인을 설립하고 갖고 있던 고가의 아파트를 현물 출자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대상자들은 주택 구입자금의 69%를 차입으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이들의 자금 출처를 분석해 차입을 가장한 증여가 이뤄졌는지, 부채는 제대로 갚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세청은 2017년 이후 9차례에 걸쳐 부동산등 고액 자산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적발된 탈세 혐의는 2709명, 추징한 금액만 4549억 원에 이른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층이 부모나 친척에게 편법 증여를 받아 고가 주택을 사들인 사례가 많았다. 가령 지난해 30대 A 씨는 본인 소득으로는 사기 어려운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2채나 사들였다. 수상하게 여긴 과세당국이 조사해 보니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A 씨의 아버지가 불법 환치기를 통해 수십억 원을 송금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편법 증여로 판단한 과세당국은 A 씨에게 증여세 수십억 원을 추징했다. 일곱 살짜리 초등학생이 편법 증여를 이용해 아버지와 공동명의로 상가주택을 사들여 건물주가 된 사례도 있었다. 할아버지한테 증여받은 돈으로 샀다고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아버지가 자신의 돈을 더 보태줘 건물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서울 및 중부지방국세청에 ‘변칙 부동산거래 탈루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향후 5개 지방청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에 대해서는 부동산 경기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엄정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민박을 운영하는 업주가 매년 의무적으로 가스 안전점검을 받도록 농어촌정비법을 개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주택을 개조한 농어촌의 소규모 민박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2018년 12월 강원 강릉시 펜션에서 가스 누출로 고교생 3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올 1월 동해시 펜션에서도 가스 폭발로 일가족 6명이 숨졌다. 8월 12일부터 시행할 개정안을 보면 농어촌 민박 사업자는 1년에 한 번씩 가스공급업자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아야 한다. 민박 사업자는 점검 결과를 확인서로 받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내야 한다.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자는 최대 8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그동안 농어촌 민박업자들은 매년 한두 번씩 가스공급업자들의 점검을 받아 왔다. 액화석유가스법에선 민간 가스공급업자가 의무적으로 주택으로 신고된 건물의 가스 설비를 점검하도록 정해 뒀다. 그런데 농림부는 이번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을 통해 가스공급업자뿐 아니라 민박업주에게도 점검받을 책임을 부과했다. 개선안에서 업주가 지자체에 점검 확인서를 해마다 제출하도록 한 건 주목할 만하다. 현행법은 지자체장이 가스공급업자가 시행하는 안전점검 등을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민박업주가 지자체에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구체적 행동수칙이 없었다. 사고가 난 펜션의 안전점검 결과를 감독해야 할 강릉시와 동해시도 사고 당시 가스 안전점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농어촌정비법에서 연면적 230m²(약 70평) 이하 건물만 민박으로 신고할 수 있다는 조항은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농식품부는 개정안에서 관할 시군구에 6개월 이상 살았던 주민만 ‘농어촌 민박’을 운영할 수 있게 신고 요건을 강화했다. 그동안 농어촌 지역 주민은 거주 기간과 관계없이 연면적 230m² 이하 건물에선 민박업을 할 수 있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이 농어촌에서 6개월을 살았는지를 어떤 기준으로 확인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전수조사할 경우 행정비용도 많이 들고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까 우려된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회복 조짐을 보였던 한국의 수출 전선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중국 내 조업 차질 등 사태가 장기화하면 당장 다음 달부터 한국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은 106억9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4% 늘었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포함돼 조업 일수가 4일로 올해(7일)보다 적었다. 이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보다 3.2% 줄었다. 중국의 춘제 연휴가 연장되는 등 신종 코로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 안팎에서는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1월 일평균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증가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수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2월부터 수출이 월간 기준으로도 증가로 전환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 경제가 흔들리면서 좋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을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달 수출 계약이 줄어들거나 취소돼 3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출 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생산 차질과 내수 위축으로 대중(對中)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위주로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중국에서 부품과 원료를 수입하는 수출업체에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장기적 영향을 점검한 것으로 아직 수출에 미칠 영향은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중국발(發) 수출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공장들이 10일부터 가동을 시작했지만 인력 복귀가 늦어지면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번 사태로 중국 경기가 침체되면 소비재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 전체 수출도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산업생산 감소, 소비 위축 등으로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1.74%포인트 줄어든다고 봤다. 최근 반등했던 반도체 가격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다시 하락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한다. 실제로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의 선행지표인 D램 현물가격이 이달 4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939억 달러 중 596억 달러가 중국과 홍콩으로 수출한 것”이라며 “중국이 반도체 수요를 줄이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을 위해 3일 4000억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지원하고 수출보험료를 내리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이달 중 ‘특단의 수출대책’도 내놓을 방침이다. 하지만 대외 요인에 따른 수출 부진을 타개할 카드가 많지 않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무역금융도 수출이 잘될 때 효과가 있는 거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지금처럼 수출이 막혀 버린 상황에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충격에 자영업자들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 충격이 있기 전부터도 자영업 경기는 이미 부진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작년 3분기(7∼9월) 사업소득은 전년 동기보다 4.9% 감소한 월평균 87만9000원이었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율이었다. 신종 코로나 여파가 계속되면 이 흐름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악을 쓰는 심정으로 버틴다” 자영업은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나타난 소비심리 위축의 접점에 있다. 그만큼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8, 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방문한 수도권 주요 상권에서는 곳곳에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 씨(45)는 “아직 이태원 쪽으로는 확진자가 들렀다는 소식이 없어 그나마 손님이 평소의 절반 정도라도 있는 상황”이라며 “‘제발 우리 동네만은 피해 가 달라’고 매일 몇 번씩 기도할 지경”이라고 했다. 어느 가게에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문이 퍼지면 해당 업소뿐 아니라 인근 지역 전체가 초토화된다. 3번째 확진자가 경기 고양시의 한 분식점에 들렀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인근 가게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분식점 주인 육모 씨(53)는 “우리 매장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 봤자 소용이 없다. 1년 중 장사가 가장 잘되는 겨울철인데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19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송파구의 한 칼국수집 사장은 “평소 평일은 50테이블 정도 받는데 소문이 나면서 손님 발길이 거의 끊겼다”고 한탄했다. 여러 사람이 공용으로 이용하는 업소들은 대부분 손님이 감소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한 사우나 사장은 “평소 주말에 비해 절반 넘게 손님이 줄었다”며 “인건비가 부담돼 24시간 운영도 접어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헬스클럽 대표 윤모 씨(42)도 “1년 이상 장기계약 고객들에게서 멤버십을 중지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건 받았다”고 했다. 숙박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주모 씨(56)는 “원래 주말에는 객실 50여 개가 거의 다 차는데 오늘(9일)은 객실 이용률이 30% 남짓이다. 인근 송파구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 후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했다. 23번째 환자가 머물렀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PC방 사장은 “PC방에 찾아와서 자녀를 끌고 가는 부모도 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일하는 A 씨는 “입학식과 졸업식이 대거 취소돼 공판장 자체가 마비될 정도”라며 “생화는 며칠만 지나도 다 버려야 해 악을 쓰는 심정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한 돌잔치 업체 대표는 “위약금을 물더라도 일정을 취소하겠다는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약 일주일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파악한 신종 코로나 관련 소상공인 피해와 지원 문의는 546건. 공단 관계자는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보니 마스크를 사는 것도 부담이라는 상인도 많다”고 전했다. ○ 경기회복 기대는커녕 마이너스 성장 우려 자영업 충격이 가시화되면서 연초 정부 등에서 나왔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쑥 들어간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신종 코로나 확산은 향후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외 투자은행(IB)과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올 1분기(1∼3월) 한국 경제가 1년 만에 다시 역성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7%로 낮췄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되면 연간 2%대 성장률 사수가 불투명해진다. 일부 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이미 1%대로 낮추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0%에 그칠 것이란 관측마저 있다. 영국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 한 해 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낮췄다.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5%로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03년 세계 GDP 중 중국 비중은 4.3%였지만, 지난해엔 16.3%로 확대됐다”며 신종 코로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달 중 수출과 업종별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2015년에도 첫 환자가 생긴 다음 달인 6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바 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소민·박종민 기자}
지난 27년간 한국인의 소득 수준이 4배 넘게 늘어났지만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범죄와 사고가 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부족으로 계층 및 세대 갈등이 확산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5일 한국경제학회의 간행물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해 2017년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해당 논문은 소득 고용 교육 건강 주거 사회관계 안전 소득격차 등 15개 세부 행복지표를 지수화해 국가별 순위를 비교했다. 지표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고용률, 지니계수 등의 통계가 반영됐다. 이 기간 한국은 1인당 GDP가 6516달러에서 2만9743달러로 올라 소득지표는 28위에서 20위로 뛰었지만 소득 격차(분배)는 오히려 악화돼 27위로 6계단 떨어졌다. 안전지표도 자살률 범죄율 증가의 영향으로 15위에서 30위로 곤두박질쳤다. 환경(30위), 문화여가생활(29위), 성별 격차(31위), 세대 갈등(31위)도 1990년보다 더 나빠졌거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5개 지표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눴을 때 소득 안전 등 ‘물질·사회적 기반’에 해당하는 순위는 1990년과 2017년 모두 23위에 그쳤고, 소득 격차, 세대 갈등 등을 포괄하는 ‘물질·사회적 격차’는 같은 기간 29위에서 30위로 오히려 더 뒷걸음질쳤다. 이처럼 경제성장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별개로 한국인의 행복도가 떨어지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행복지수(삶의 만족도)는 156개국 가운데 54위로 2012년(41위)보다 크게 낮아졌다. 2018년 딜로이트컨설팅이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를 조사한 점수도 100점 만점에 55.95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행복도가 낮은 것은 분배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신뢰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건 사회 투명성과 신뢰, 이타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해 남들 눈치를 살피는 문화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고령화와 저성장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행복도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로 경쟁과 불신,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상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긴다”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지난 28년간 한국인의 소득 수준이 4배 넘게 늘어났지만 행복 지수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각종 범죄와 사고가 늘면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부족으로 계층 및 세대 갈등이 확산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5일 한국경제학회의 간행물 ‘한국경제포럼’에 실린 ‘행복지수를 활용한 한국인의 행복 연구’에 따르면 1990년과 비교해 2017년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해당 논문은 소득 고용 교육 건강 주거 사회관계 안전 소득격차 등 15개 세부 행복지표를 지수화해 국가별 순위를 비교했다. 지표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고용률, 지니계수 등의 통계가 반영됐다. 이 기간 한국은 1인당 GDP가 6516달러에서 2만9743달러로 올라 소득 지표는 28위에서 20위로 뛰었지만 소득격차(분배)는 오히려 악화돼 27위로 6계단 떨어졌다. 안전 지표도 자살률 범죄율 증가의 영향으로 15위에서 30위로 곤두박질쳤다. 환경(30위), 문화여가생활(29위), 성별격차(31위), 세대갈등(31위)도 1990년보다 더 나빠졌거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15개 지표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눴을 때 소득 안전 등 ‘물질·사회적 기반’에 해당하는 순위는 1990년과 2017년 모두 23위에 그쳤고, 소득격차 세대갈등 등을 포괄하는 ‘물질·사회적 격차’는 같은 기간 29위에서 30위로 오히려 더 뒷걸음질쳤다. 이처럼 경제 성장에 따른 물질적 풍요와 별개로 한국인의 행복도가 떨어지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유엔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행복지수(삶의 만족도)는 156개국 가운데 54위로 2012년(41위)보다 크게 낮아졌다. 2018년 딜로이트컨설팅이 한국인의 주관적 행복도를 조사한 점수도 100점 만점에 55.95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행복도가 낮은 것은 분배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신뢰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최인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심리학과 교수)은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건 사회 투명성과 신뢰, 이타주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해 남들 눈치를 살피는 문화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고령화와 저성장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한국사회의 행복도를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둔화로 경쟁과 불신,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현상도 이 같은 추세를 부추긴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5% 올라 13개월 만에 1%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변수로 작용해 저물가 탈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시키지만 물가 정체나 하락은 그 반대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5% 상승했다. 2018년 11월(2.0%) 이후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공식통계 기준 사상 첫 마이너스(―0.4%)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0.0%) 보합에 머무는 등 1년 내내 1%를 밑돌았다.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지난달 1%대 물가 상승률을 회복한 것은 비교 대상인 1년 전 물가가 낮아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고, 농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무(126.6%) 배추(76.9%) 상추(46.2%)의 오름폭이 컸다.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체감 물가인 생활물가지수가 2.1% 올랐다. 2018년 11월(2.3%)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생활물가지수에는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커 소비자가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품목이 포함돼 있다. 석유류는 12.4% 올라 전체 물가를 0.49%포인트 끌어올렸다. 2018년 7월(12.5%)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계절적 요인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 0.9% 오르는 데 그쳤다. 11개월 연속 1%를 밑돌았다. 이에 대해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올해 상반기(1∼6월) 1% 초반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유지할 것으로 본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이 저물가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종 코로나는 지난달 하순 본격화해 1월 물가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2월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안 심의관은 “신종 코로나 관련해선 바이러스 전개 양상이나 심각성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고 각종 행사와 모임이 취소되면서 놀이시설과 레포츠 이용료 등 오락과 문화 관련 물가가 2015년 5, 6월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7월에 회복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사태로 급등한 마스크 가격은 내년 말부터 소비자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자료가 쌓여야 공표 가능하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교통수단별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달라 노인들이 불편해한다. 그러니 한 장의 교통카드로 통합하자.’ 지난해 4월 유모 씨는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이 같은 제안을 올렸다. 유 씨의 제안은 타당성을 인정받았고 실제 올해 국토교통부 예산으로 25억7500만 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정작 이 예산은 ‘광역알뜰교통카드 연계 마일리지 지원’이라는 엉뚱한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걷거나 자전거를 탄 거리를 마일리지로 환산해 교통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로 노인 교통 할인과는 상관이 없다. 국토부 담당자는 “예산 대부분은 마일리지 지원에 쓰이지만 25억 원 중 1억 원은 노인 교통카드 통합을 위한 연구용역에 쓰기로 했다”며 “국민참여예산의 당초 제안과 아예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시작된 국민참여예산 제도가 실제 예산 집행 과정에서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제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국민이 직접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예산 편성에 참여하자는 뜻으로 마련됐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민참여예산에는 신규로 38개 사업, 1057억 원이 반영됐다. 기존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2711억 원으로 지난해(928억 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 국민참여예산은 국민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실생활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8년 시범 도입됐다.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채택된 제안은 담당 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지원협의회의 심사와 토론, 400명 규모인 국민예산참여단의 숙의와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반영된다. 하지만 실제 예산 집행 과정을 추적해 보면 노인 교통카드 통합처럼 기존 제안 취지와 다르게 반영되는 사업이 많다. 가령,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 실내정원을 조성하자는 국민 제안 예산은 산림청의 생활밀착형 숲 조성 사업(50억 원)으로 전용됐다. 이는 지하철역, 도서관 등 공공시설 내 실내정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학교 내 실내정원 조성과는 관련이 적다. 기존 사업의 예산을 늘리는 데 참여예산이 활용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홀몸노인 응급안전 알림 서비스는 올해 165억 원 예산 중 60억 원이 참여예산으로 반영됐다. 처음 관련 제안이 접수됐을 때만 해도 복지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업과 겹친다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왕 국민 제안이 올라왔으니 기존 사업의 예산을 더 늘리자”는 쪽으로 부처 간에 의견 조율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 인수합병(M&A) 활성화 지원(2억 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김치 유통 실태 조사(4억 원) 등도 기존 사업에 참여예산이 추가로 반영된 케이스다. 집행률이 낮은데도 예산이 더 배정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부터 참여예산으로 반영돼 올해도 추진하는 25개 사업 중 11개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예산 집행률이 70%를 밑돌았다. 이 11개 사업 중 6개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올해 예산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당장 사업 수나 규모를 늘리기보다 내실 있게 제도를 운영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참여예산 선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 참여 기간이 짧고 관료들이 주도적으로 심사하다 보니 실적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계가 있다”며 “작은 규모라도 국민 참여가 얼마나 의미 있게 이뤄지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중국에서 발병한 ‘우한 폐렴’이 세계 각 지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처럼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우한 폐렴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지 모를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확산이 최근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인 2.0%를 찍고 올해 반등할 것으로 믿었는데,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2015년 국내에서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메르스 사태는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당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각종 행사와 모임도 취소하면서 소비가 얼어붙었고 음식점 등 서비스업의 매출이 줄었다. 국내 관광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메르스 공포가 특히 컸던 6∼8월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그해 한국을 찾은 전체 관광객은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6.8%)했다. 그 결과 2015년 성장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2.8%로 주저앉았고, 소비 부진으로 물가상승률도 0%대(0.7%)로 곤두박질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국내외 감염률 등 상황 변화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며 “필요 시 메르스 때처럼 내부 점검반을 운영하는 등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우한 폐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에서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우한 폐렴 포비아(공포증)’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시아 외의 대륙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국 당국은 22일 처음으로 홍콩에서 2명, 마카오에서 1명의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확진 환자는 대만 1명을 포함해 총 54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230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사망자도 6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다. 지금까지 중국의 31개 성(省), 시(市) 가운데 23개(74%)에서 확진 또는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리빈(李斌)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전염 상황이 더욱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일정 정도 지역사회 전파도 있다”고 밝혔다. 사스 사태급 대응을 천명한 중국 당국은 우한으로 가거나 우한을 떠나지 말라는 우한 여행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21, 22일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 6명이 발생했지만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지금까지 확진 환자는 중국인 여성 A 씨(35) 한 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상황을 보고받은 뒤 “검역 및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세종=주애진 / 전주영 기자}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이른바 ‘우한 폐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 중국에서 환자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우한 폐렴 포비아(공포증)’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여행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시아 외 대륙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15일 귀국한 뒤 치료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22일 홍콩과 마카오에서도 처음으로 1명씩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해 확진 환자가 458명(대만 포함)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150여 명이 증가한 것이다. 17개 중국 성(省), 시(市)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의심 환자까지 합치면 23개 성, 시가 영향권에 들어 중국 31개 성, 시의 74%에 달했다. 중국 내 사망자도 6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당국이 관찰 중인 밀접 접촉자가 1394명에 달해 환자 급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빈(李斌)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이 있어 전염 상황이 더욱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처음 변이 사실을 밝혔다. 이어 “일정 정도 지역사회 전파도 있다”고 밝혀 일부 지역에서 집단발병(outbreak) 사례가 있음을 인정했다. 전문가팀의 중난산(鍾南山) 팀장은 “슈퍼 전파자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전면적 확산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14억 인구 중 4억5000만 명 이상이 국내외로 이동하는 춘제(중국의 설·25일)가 다가와 대유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스 사태급 대응을 천명한 중국 당국은 우한으로 가거나 우한을 떠나지 말라는 우한 여행 자제 권고령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21~22일 우한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 6명이 발생했지만 확진 환자는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 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중국 견학을 다녀온 25세 대학생은 23일 검사결과가 나온다. 지금까지 발생한 유증상자 가운데 확진환자는 중국인 여성 A 씨(35) 한 명이다. 박혜경 질본 위기대응생물테러총괄과장은 “춘제 이후 (우한 폐렴 관련) 신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상황을 보고받은 뒤 “검역 및 예방 조치에 만전을 기함과 동시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종합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베이징=윤완준 특파원zeitung@donga.com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러시아 등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북 경제협력도 언제든 본격화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정책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러시아와 몽골을 중심으로 북방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상호 교역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해온 러시아와의 철도, 전기, 조선, 가스 등 9개 분야의 협력 계획인 ‘나인브릿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북방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은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러시아와의 협력에는 러시아, 북한, 한국 등 3국이 협력하는 사업도 포함돼 미국과의 대북 공조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이번 북방 정책은) 기본적으로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가 중심이기 때문에 (한미 대북 공조와) 상충되지 않는다”며 “남북경협도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진전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본격화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착실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강화한다. 올해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서비스 신산업 협력, 10월 만료 예정인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등을 추진하고 문화 인적 교류도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년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김모 씨(29·여)는 지난해 시험을 포기하고 몇 달째 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는데 두 차례 낙방한 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반 기업 취업에 도전하자니 ‘스펙’은 그대로인데 나이만 더 많아져 자신이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취업 준비를 오래했더니 지쳤다. 당분간은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쉰 사람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노동시장의 핵심 연령층인 20∼40대에서 이 비율이 늘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통계청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만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209만2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4.7%로 역대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인구 중 ‘쉬었음’ 응답자 비율(5.2%)이 처음으로 5%를 넘었다. 통상 은퇴 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않거나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고령층에서 ‘쉬었음’ 응답률이 높은 편인데 지난해에는 20대의 ‘쉬었음’ 비중이 50대(5.0%)를 추월했다. 30대(2.9%), 40대(2.7%) 역시 ‘쉬었음’ 비중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쉬었음’ 응답자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사, 학업, 육아, 심신장애 등의 이유도 없는데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취업하고 싶어 1년 내 구직 활동을 해봤던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에 구직 활동을 한 적조차 없는 사람은 장기 구직에 지쳐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젊은층의 고용시장 이탈은 가뜩이나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노동리뷰 12월호’를 통해 지난해 들어 60세 미만 ‘쉬었음’ 인구 증가폭이 60세 이상 증가폭을 상회했다며 ‘주력 연령대의 고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15일 지난해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 등 (고용 관련) 지표가 모두 개선돼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쉬었음’ 응답률을 포함해 40대 고용률 하락,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등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신호가 여전히 많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8.9%로 6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은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 관련 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3만2000명 줄어든 560만6000명으로 1995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종사자 5∼299명 규모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4000명 줄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1∼4인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23만4000명 늘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폐업하거나 직원 수를 줄인 자영업자가 증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발표대로 개선된 지표도 많지만 나쁜 지표들도 여전해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18일 직원들에게 “실국 간, 상하 간 칸막이 해소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처별, 부서별로 나뉜 칸막이가 공직사회의 혁신을 방해한다고 보고 협업에 더욱 힘쓰라고 강조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2020년 기획재정부 간부 워크숍’을 열고 “우리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이뤄낸 배경인 모방 추격형 성장전략,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은 현 시점에서 맞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재부 1, 2차관과 실국장, 과장, 팀장 등 간부 17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워크숍은 새해 경제 반등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열렸다. 세부 과제로 ‘한국 경제의 비상과 도전’ ‘조직 업무 혁신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재부 실무진은 업무 혁신을 위한 대안으로 태스크포스(TF) 활성화 등 탄력적 조직 운영, 지식 자산화, 실국 간·부처 간 협업 강화, 대내외 소통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혁신적 규제개혁을 위해 규제법률 유보제 도입, 내부 정책 소통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제시된 정책 제언과 아이디어 중 채택 가능한 것들은 구체화시켜 달라”고 주문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2년간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김모 씨(29·여)는 지난해 시험을 포기하고 몇 달째 놀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고 공무원시험에 도전했는데 두 차례 낙방한 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일반 기업 취업에 도전하자니 ‘스펙’은 그대로인데 나이만 더 많아져 자신이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는 “취업 준비를 오래했더니 지쳤다. 당분간은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쉰 사람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노동시장의 핵심 연령층인 20~40대에서 이 비율이 늘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통계청과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만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209만2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15세 이상 인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4.7%로 역대 가장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인구 중 ‘쉬었음’ 응답자 비율(5.2%)이 처음으로 5%를 넘었다. 통상 은퇴 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않거나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고령층에서 ‘쉬었음’ 응답률이 높은 편인데 지난해에는 20대의 ‘쉬었음’ 비중이 50대(5.0%)를 추월했다. 30대(2.9%), 40대(2.7%) 역시 ‘쉬었음’ 비중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쉬었음’ 응답자는 일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사, 학업, 육아, 심신장애 등의 이유도 없는데 그냥 쉰 경우를 뜻한다. 여기에는 취업하고 싶어 1년 내 구직활동을 해봤던 구직단념자도 일부 포함된다. 1년 내 구직활동을 한 적조차도 없는 사람은 장기 구직에 지쳐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젊은층의 고용시장 이탈은 가뜩이나 성장이 정체된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노동리뷰 12월호’를 통해 지난해 들어 60세 미만 ‘쉬었음’ 인구 증가폭이 60세 이상 증가폭을 상회했다며 ‘주력 연령대의 고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15일 지난해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취업자 수, 고용률, 실업 등 (고용 관련) 지표가 모두 개선돼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쉬었음’ 응답률을 포함해 40대 고용률 하락,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등 세부 지표를 들여다보면 부정적인 신호가 여전히 많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8.9%로 6년 만에 가장 낮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은 22.9%로 2015년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 관련 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3만2000명 줄어든 560만6000명으로 1995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종사자 5~299명 규모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4000명 줄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반면 1~4인 사업장의 취업자 수는 23만4000명 늘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폐업하거나 직원 수를 줄인 자영업자가 증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발표대로 개선된 지표도 많지만 나쁜 지표들도 여전해 고용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최근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가 12·16부동산대책을 발표한 뒤 대출, 세제 규제 등이 한층 더 복잡해지면서 관련 상담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그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이란 표현까지 쓰며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하지만 급하게 징벌적으로 규제를 도입하다 보니 정부 신뢰가 깎이며 집값 안정 효과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12월 5억9827만 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12월 8억9751만 원으로 50%가량 뛰었다. 결국 ‘누더기’가 된 규정 탓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정책을 따라가는 것조차 힘겨워졌다. ○ 오락가락 ‘말 바꾸기’ 정책 2017년 ‘8·2대책’을 내놓으며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주택 등록 후 8년간 임대를 유지하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을 면제하거나 대폭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주거 안정을 목표로 임대 물량을 늘리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2018년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하자 9·13대책을 내놓으며 세제 혜택을 취소 또는 축소했다. “다주택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자 1년 만에 정반대 정책이 나온 것이다. 조율 없는 발표로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8년 7월 돌연 “통으로 여의도를 개발하겠다”며 여의도와 용산 개발 계획을 밝히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 시장은 거듭 “서울시의 권한”이라며 맞섰지만 서울 집값이 들썩이자 한 달 만에 이를 철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자꾸 부동산 얘기를 한다는 데 있다”고 했다. ○ 땜질로 누더기 된 정책 금융당국은 12·16대책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장과 관련해 발표 당일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분양공고)를 낸 곳에 한해서만 종전 규정대로 이주비와 추가분담금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반발이 거세지자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발표 당일 이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에도 종전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전세대출 세부 규정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는 12·16대책을 통해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전면 차단하겠다고만 했고, 대출 수요자들은 정확한 시행 시기, 세부 규정을 알지 못해 마냥 가슴을 졸여야 했다. 대출, 세제, 청약 등 부동산 관련 규정이 수차례 수정되며 1주택자라도 9억 원이 넘는 집을 매매하려면 난수표보다 더 어려운 규정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택 양도세는 2017년 8·2부동산대책부터 지난해 12·16대책을 거치면서 비과세와 감면 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양도세 비과세 대상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세무사 중에는 몇십만 원 벌려다 몇천만 원 물어줄 수 있다며 수임을 포기하고 있어 ‘양포세’(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자조어가 유행할 정도다. 추가 대책이 이어지면서 다른 세법들도 누더기가 됐다. 종합부동산세만 하더라도 이번 정부 들어 2018년 7월 세법개정안과 그해 9·13대책, 지난해 12·16대책 등 세 차례나 손을 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약제도는 10차례 이상 변경됐다.○ “정부 스스로 신뢰 깎아먹어” 일각에선 부동산 정책의 혼란이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서 생긴 후폭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한 대책에 부정적이었던 청와대가 집값이 계속 오르자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초강경 기조로 돌아서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아니면 말고 식의 ‘공수표’만 날리며 스스로 신뢰도를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정책이 아니라 정치 차원에서 접근하다 보니 일관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김호경 kimhk@donga.com / 세종=주애진 / 장윤정 기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혼란만 주고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정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 주택 공급, 금융은 물론이고 교육 정책까지 톱니바퀴 돌아가듯 아귀가 맞아야 하는데 여기저기서 엇박자가 난 경우가 많았다. 관료 그룹과 정치 세력 간 불협화음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부동산 매매 허가제도 정부에선 전혀 모르는 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제정책 총괄 부처인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추가 대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주택거래 허가제를 하겠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라며 정부의 선택지에는 이 건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과 거리가 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불쑥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꺼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 내에서도 컨트롤타워의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2017년 8·2부동산대책 발표 때는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아닌 현직 여당 의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브리핑을 했다. 중요한 부동산 정책 발표는 통상 경제부총리가 맡아 왔었다. ‘부총리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기재부 내부에선 “우리가 뭘 알겠느냐. 부동산 정책은 국토부에 물어 봐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있었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에는 김 전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누차 말했지만 이듬해 9·13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정책 총괄을 맡은 뒤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놓고 김현미 장관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결과적으로는 홍 부총리가 ‘패싱’을 당한 격이 됐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