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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이 따로 없다. 8월 들어 5승 1무를 기록 중인 프로야구 롯데 이야기다. 롯데는 6월 12일부터 7월 5일까지 7승 12패(승률 0.368)에 그치면서 5위에서 8위로 순위가 내려왔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사이에 불화설까지 흘러 나왔다. 모두가 위기라고 이야기했지만 허 감독은 “8월이 진짜 시작이다. 그때 우리가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8월이 되자 정말 롯데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9일 경기가 우천 취소 되기 전까지 롯데는 38승 35패(승률 0.521)로 KT와 함께 공동 6위에 자리하고 있다. 아직 순위는 중위권이지만 3위 두산과 3.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상승세만 유지하면 순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8월 들어 롯데가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수비다. 롯데는 8월 들어 치른 6경기에서 범타 처리율(DER) 73.6%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상대 팀 타자가 때린 페어 타구 가운데 73.6%를 아웃으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시즌 전체 기록을 살펴봐도 롯데는 범타 처리율 69.1%로 선두 NC(69.8%)에 이어 두 번째로 수비가 좋았다. 지난해만 해도 롯데는 리그에서 범타 처리율이 가장 나쁜(66.0%) 팀이었다. 그랬던 롯데를 변화시킨 주인공은 단연 외국인 유격수 마차도(28)다. 마차도는 마이너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수비는 알아주던 선수였다. 지난해 롯데에서 마차도와 계약했다고 발표하자 ‘왜 또 수비형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팬들이 있었다. 마차도를 영입한 게 불만족스러웠던 팬들도 그의 수비력은 인정했다는 반증이다. 최근 성적을 보면 마차도를 그저 ‘수비형’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 7월 1일 이후 28경기에서 마차도는 OPS(출루율+장타율) 0.944를 기록했다. 7월 월간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두산 허경민이 같은 기간 기록한 OPS가 0.943이었다. 수비에서는 팀 내야에 ‘그물망’을 치면서 방망이로도 월간 MVP급 성적을 냈던 것이다. 마차도는 “지난달 6일 미국에 있던 아내와 아들 딸이 한국에 들어 왔다. 그때부터 방망이도 잘 맞는 느낌”이라며 “아무래도 혼자 있다 보면 경기 중에 실수했던 게 자꾸 떠올라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가족이 들어 오면서 심신이 모두 편안한 상태로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제는 2번 타자가 정말 강합니다. 4번 타자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2일까지 2020 프로야구는 전체 일정 가운데 50.3%를 소화했습니다. 이 기간 2번 타자는 OPS(출루율+장타력) 0.821을 기록했습니다. 4번 타자 기록이 0.824니까 이제 2번 타자는 4번 타자만큼 잘 치는 셈입니다.단, 이제 4번 타자가 제일 잘 치는 타순도 아닙니다. 3번 타자 OPS가 0.891로 4번 타자보다 높았습니다. 이제 프로야구에서 '클린업 트리오'는 3~5번 타자가 아니라 2~4번 타자가 된 겁니다.야구팬이라면 잘 아시는 것처럼 어떤 해에는 투고타저(投高打低)가 강하지만 바로 다음 해가 되면 타고투저(打高投低) 분위기로 바뀌기도 합니다.그래서 시즌 기록을 비교할 때는 리그 평균을 100으로 놓고 환산하는 '플러스(+) 기록'을 활용하게 됩니다.15년 전인 2005년 2번 타자 OPS+는 82가 전부였습니다. 리그 평균보다 18% 못 치는 타자가 2번 타순에 들어섰던 겁니다. 올해는 이 기록이 114까지 올랐습니다.이렇게 OPS+ 변화가 큰 자리는 2번 타자뿐입니다. 그다음으로 OPS+ 변화가 컸던 3번 타순(113 → 132)과 비교해도 70% 가까이 더 변화가 컸습니다.2번 타순이 강해지면서 제일 크게 변한 건 희생번트 점유율입니다.2005년 리그 전체 희생번트는 704개였고 그 중 30.3%에 해당하는 213개가 2번 타자 몫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현재 이 비율은 6.6%(226개 중 15개)로 줄었습니다. 반면 홈런 점유율은 6.1%에서 13%로 늘었습니다. 그러니까 2005년만 해도 2번 타자는 희생번트 성공이 주임무인 자리였지만 이제는 홈런을 쳐야 하는 자리로 바뀐 겁니다.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2번 타자가 '감독의 아바타'였던 시절이 이제 저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2번 타자 감독 아바타론(論)'를 제일 잘 보여준 선수는 현대 시절 박종호였습니다.현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재박 감독은 2003년 8월 15일 수원 안방 경기 때 팀이 삼성에 6-7로 끌려가던 9회말 무사 2루 상황에서 박종호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습니다.당시 프로야구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 상황에서 희생번트 사인이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그런데 이날 박종호는 3루타(1회) → 홈런(3회) → 2루타(7회)를 모두 치면서 사이클링 히트에 단타 하나만을 남겨 놓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박종호는 한 시즌에 희생번트를 20개 이상 성공 시키던 '번트 아티스트'였지만 이 타석에서는 첫 번째 공과 두 번째 공 모두 번트를 시도한 공이 파울 라인 바깥에 떨어졌습니다.박종호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이런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야 방망이를 자기 뜻대로 휘두를 수 있으니까요.야구에서는 2스크라이크 상황에서는 번트를 시도하기가 어렵습니다. '번트 파울'이 또 한 번 나오면 자동 삼진이기 때문입니다. 애석하게도 박종호는 유격수 앞 땅볼을 쳤고 2루 주자 브룸바가 3루로 뛰다가 태그 아웃 당하면서 현대는 득점권 찬스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현대는 이 경기서 6-7로 패했습니다.사실 프로야구 지도자들이 조금만 더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에 관심이 있었다면 '강한 2번 타자'는 진작에 등장했어야 할 개념입니다.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타순별 OPS가 팀 득점에 끼치는 영향력을 알아보면 2번 타자 자리가 제일 영향이 큽니다.다른 타순이 잘 치는 것보다 2번 타자가 잘 칠 때 팀 득점이 더 많이 올라가고 못 치면 더 많이 내려간다는 뜻입니다.그러니 가까운 2번 타자 홈런왕이 출현한다고 해도 놀라지 마세요.'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명제가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명제로 바뀌고 있는 것뿐이니까요.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메이저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이애미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여파가 필라델피아를 거쳐 ‘KK’ 김광현이 몸담고 있는 세인트루이스까지 번졌다. 세인트루이스는 원래 1∼3일 밀워키 방문 3연전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일 현재 세인트루이스에서 선수 3명, 스태프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3경기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이상 나온 건 세인트루이스가 두 번째다. 이에 앞서 마이애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이 팀 구성원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지난달 25∼27일 마이애미와 개막 3연전을 진행한 필라델피아에서도 코치와 구장 관리 직원이 각각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마이애미와 필라델피아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한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여기에 세인트루이스까지 경기가 취소되면서 코로나19 때문에 원래 일정을 지키지 못하게 된 메이저리그 경기는 총 33경기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시즌 중단은 없다”던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토니 클라크 메이저리그 선수 노동조합위원장에게 “선수들이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면 리그 운영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부 조사를 통해 일부 선수들이 방문경기 기간에 호텔 바를 출입하거나 호텔 바깥으로 외출하는 등의 코로나19 예방 지침을 위반한 사례를 찾아냈다. 메이저리그만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된 게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소프트뱅크 외야수 하세가와 유야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일본야구기구(NPB)는 2일 후쿠오카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이부-소프트뱅크 경기를 취소했다. 하세가와는 옆구리 부상으로 지난달 7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나 소프트뱅크 1군 선수 일부가 2군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기 때문에 1군 경기 취소 조치를 내렸다. 한국과 대만 프로야구는 아직 코로나19 청정 지대다. 만약 국내 프로야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다면 먼저 역학 조사를 진행한 뒤 긴급 실행위원회(단장 회의) 또는 이사회(사장단 회의)를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리그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 연습 기간 7일을 포함해 총 21일간 10개 팀 모두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29일 마이애미 구단에서 확진자 4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 구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 및 코칭스태프는 17명으로 늘었다. 다음 달 1∼3일 마이애미와의 3연전이 예정돼 있던 워싱턴은 선수단 회의를 거쳐 마이애미 방문경기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마이애미는 일단 다음 달 3일까지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문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메이저리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디 애슬레틱’은 “마이애미가 다음 주에는 아무 문제 없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의학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최근(25∼27일) 마이애미와 경기를 치른 필라델피아 구단에서도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역시 일단 7월에는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김하성보다 러셀이 정말 만만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김태형 감독은 키움에 2-3으로 끌려가던 28일 잠실 경기 9회초 1사 2, 3루 상황에서 고의사구 사인을 냈다. 직전 타석에서 역전 1점 홈런을 친 김하성을 거르고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러셀과 상대하라는 지시였다. 러셀은 공 한 개 만에 김 감독의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이형범이 던진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가르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한 것. 러셀의 적시타로 5-2로 달아난 키움은 이후 박동원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보탰다. 키움은 결국 두산을 6-2로 물리치고 3위로 올라섰다. 6회초 공격 때 KBO리그 첫 안타를 신고했던 러셀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인상적인 KBO리그 신고식을 치렀다. 수비에서도 지난 9개월간의 실전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2016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자 올스타 유격수 출신인 러셀은 경기 후 “항상 나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직구장에서 올 시즌 처음 관중을 받은 롯데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루 쪽 응원단상 근처에 관중이 몰려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거세지자 롯데 구단은 실수를 인정하며 “내일부터 관중 입장 가능 좌석을 다시 정리하고 예매도 다시 받겠다”고 밝혔다. 문학에서는 홈런 6개를 포함해 23안타를 몰아친 LG가 SK를 24-7로 대파했다. LG 채은성은 8타점을 올렸다. KT와 KIA의 광주 경기는 거센 비 때문에 KIA가 2-0으로 앞서고 있던 2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노 게임’이 선언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최지만(29·탬파베이·사진)이 휴식기 동안 어디서 ‘폴리주스’라도 구한 걸까. 폴리주스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약(藥)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메이저리그 개막이 넉 달 가까이 늦어진 사이 왼손 타자였던 최지만이 양쪽 타석에 번갈아 서는 ‘스위치 타자’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한국 시간) 전했다. 최지만은 팀이 토론토를 6-5로 꺾은 이날 안방 경기에서 6회말 공격 때 토론토 투수 앤서니 케이를 상대로 오른손 타자 타석에 들어서 비거리 131m짜리 시즌 첫 홈런(통산 37호)을 때렸다. 최지만이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오른손 타자로 안타를 때린 것도, 출루에 성공한 것도 이 홈런이 처음이었다. 최지만은 경기 후 “그저 스윙을 했을 뿐인데 볼이 담장 바깥으로 날아갔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최지만은 이 경기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총 860번 타석에 들어섰는데 전부 왼손 타자 자리였다. 1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한 이날 첫 번째 타석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토론토 벤치가 두 번째 투수로 왼손 투수 케이를 마운드에 올리자 최지만은 오른손 타자로 변신했다. 오른손 타자로 처음 나선 3회말 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바로 그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최지만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OPS(출루율+장타율) 0.844를 기록했지만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0.584에 그쳤다. 이 때문에 왼손 투수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5일 개막전에서도 토론토가 왼손 투수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우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 역시 “이번 시즌 최지만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왼손 투수 상대 약점을 극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결국 최지만이 찾은 돌파구는 스위치 타자 변신이었다. 최지만은 이날 경기 후 ‘앞으로도 계속 스위치 타자로 나설 계획이냐’는 질문을 받자 웃으면서 “아마도(Maybe)”라고 답했다.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스위치 타자로 뛴 적이 있다. 오른손 타석에 54차례 들어서 통산 타율 0.296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은 왼손 타석에만 집중했다. 다만 올해 연습 타격 때 종종 우타석에 들어섰고, 팀 자체 청백전에서도 오른손 타석에서 2루타를 치기도 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롯데와 키움이 맞붙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롯데 1회초 공격 때 3번 타자 전준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리자 조용하던 관중석에서 ‘와∼’ 하고 함성이 터졌다. 5월 5일 개막 이후 82일 만에 들려온 팬 1742명의 응원 소리에 고척스카이돔이 한껏 달아올랐다. 지난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장별 수용 인원 10% 규모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면서 이날 고척스카이돔과 서울 잠실구장, 수원 KT위즈파크 등 3곳에서는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팬들이 ‘직관(직접 관람)’ 기회를 얻었다. 야구장에는 모처럼 생기가 돌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당국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권고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비말 분출이 우려되는 육성 응원(직접 소리를 내서 응원하는 일)은 삼가라는 게 방역당국의 권고 사항이었지만 야구팬들은 크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마스크를 쓴 채 가족 연인 친구와도 띄엄띄엄 떨어져 앉았지만 안타나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탄성과 환호를 내질렀다. 응원단장들이 관중에게 육성 응원을 자제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하고, 전광판에도 수차례 같은 메시지가 흘러나왔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응원 분위기가 계속됐다. 환호를 더 많이 들은 쪽은 키움이었다.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키움은 이날 롯데를 8-1로 물리치고 4연패에서 벗어났다. 키움에서는 5번 타자로 출장한 박병호가 2루타 1개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에 앞장섰다. LG와 두산이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관중 2424명 중 제일 먼저 입장한 두산 팬 김솔아 씨는 “너무 설레서 야구장 앞에 (경기 시작 3시간 반 전인) 1시 반쯤 왔다. 그동안 야구장이 엄청 그리웠다”면서 “거리 두기 권고를 준수하면서 안전하게 야구를 끝까지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정말 끝까지 갔다. 두산은 9회말 1점을 쫓아가면서 4-3을 만든 뒤 1사 1, 2루 찬스를 이어갔지만 오재원이 병살타를 치면서 1승 2패로 주말 3연전을 마무리했다. 두산이 LG와 3연전을 치르면서 2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한 건 지난해 4월 12∼14일(1승 2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관중 1807명이 입장한 수원에서는 안방 팀 KT가 선두 NC에 5-4 재역전승을 거뒀다. KT 8번 타자 장성우가 팀이 3-4로 끌려가던 8회말 2사 2, 3루에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광주와 대전에서도 이날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지만 관중은 없었다. 광주는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 중이라 1단계로 내려가기 전에는 관중을 받을 수 없다. 이날 경기에서는 KIA가 삼성을 8-5로 물리치고 3위 자리를 지켰다. 대전은 시(市) 차원에서 진행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이날 끝나 25일 우천 취소로 일정이 잡힌 27일 경기부터 관중을 입장시키기로 했다. 무관중으로 열린 마지막 대전 경기 승자는 한화를 7-4로 물리친 SK였다.황규인 kini@donga.com·강홍구 기자}
‘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딱 한 번뿐인 마무리 투수 예비고사를 만점으로 통과했다. 김광현은 23일(한국 시간) 미국 미주리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머리그 안방경기에서 팀이 캔자스시티에 6-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삼진 3개로 이닝을 마무리하며 승리를 지켰다. 세인트루이스는 25일 피츠버그 방문경기를 시작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시작한다. 이 때문에 21일 팀 마무리 투수로 선택받은 김광현이 연습경기에서 컨디션을 점검할 기회는 이 경기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성(姓)과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김광현을 ‘KK’라고 부른다. K는 야구에서 삼진을 뜻하는 로마자이기도 하다. KK가 마무리 투수 데뷔전에서 KKK를 기록한 것이다. 더 주목할 만한 건 삼진 가운데 2개가 빠른 공(속구)을 던져 따낸 ‘루킹 삼진’이었다는 점이다. 속구 구위가 메이저리그 마무리 투수로 뛰어도 될 만큼 올라왔다는 방증이다. 김광현은 이날 공 16개를 던졌으며 그중 10개(62.5%)가 스트라이크였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1km. 김광현은 이날 첫 상대 타자였던 프랜치 코르데로와 두 번째 타자였던 닉 히스를 상대로 속구를 던져 세 번째 스트라이크 판정을 이끌어냈다. 두 선수는 모두 왼손 타자다. 마지막 상대였던 오른손 타자 바비 윗 주니어를 상대로는 3볼 2스트라이크 풀 카운트 상황에서 슬라이더(시속 135km)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경기 후 “김광현이 왼손과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모두 삼진을 빼앗아 냈다”면서 “김광현이 이들을 완전히 농락(flummox)하면서 자신이 왜 마무리 투수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다. 김광현은 “한국에서는 14년 동안 뛰면서 한 번도 페넌트 레이스 때 마무리 투수로 뛰어본 적이 없다. 한국시리즈 때만 두 차례 마무리 투수로 나섰을 뿐”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대신 한국에서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는 동료들을 많이 안다. 그들에게 마무리 투수로 사는 법에 대해 많이 묻고 배우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SK에서 뛰던 2010년(4차전)과 2018년 한국시리즈(6차전) 최종전 때 팀 우승을 확정하는 ‘헹가래 투수’로 나와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다. 페넌트 레이스 때는 홀드를 두 차례 기록하기는 했지만 세이브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한편 이날은 현지 시간으로 김광현의 생일(7월 22일)이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광현에게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메이저리그(MLB) 경기가 24일(한국 시간) 뉴욕 양키스와 워싱턴의 대결을 시작으로 공식 개막한다. 예정보다 4개월가량 늦게 시작하는 MLB는 기존 팀당 162경기가 아니라 60경기의 ‘미니 리그’로 치러진다. 올 시즌 MLB 무대에 오르는 한국 선수는 류현진(33·토론토),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최지만(29·탬파베이), 추신수(38·텍사스) 등 4명이다. 네 선수 모두 소속팀에서 입지가 확고해 그 어느 시즌보다 국내 야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에이스(류현진), 클럽하우스 리더(추신수) 등 경기장 안팎에서 각자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의 에이스로 거듭난 류현진은 늦어진 개막의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위(2.32)를 지키느라 피로가 많이 쌓였을 텐데 시즌이 미뤄지면서 많이 쉬었다. 올 시즌 선발 출전도 15경기 미만일 거라서 신체적으로도 부담이 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송재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다만 코로나19 상황으로 토론토가 캐나다가 아닌 미국 내 다른 구장을 안방으로 써야 하는 ‘홈 리스’ 상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발 경쟁을 했으나 팀 내 사정으로 마무리 임무를 맡게 된 김광현에 대해서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위원은 “김광현이 귀국도 하지 않고 계속 몸을 만드는 모습에 대해 구단에서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좋은 구위를 보여주다 보면 다시 선발로 보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도 “지금 맡은 보직뿐 아니라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여러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풀타임 주전이 된 최지만은 도약을 꿈꿀 만하다. 김 위원은 “탬파베이의 전력이 탄탄하다. 그 팀의 주전 1루수이자 중심 타순에서 기회를 얻고 있는 거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왼손 투수 대비를 철저히 했다. 그런 만큼 팀의 ‘핵심 부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텍사스와의 7년 계약이 종료되는 추신수의 입지는 여전히 ‘이상 없음’이다. 송 위원은 “팀이 새 구장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상황이고, 1번 타자 대안이 없어 베테랑 추신수가 필요하다. 그가 팀에서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추신수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면 시즌 막판에 오히려 재계약 이야기도 나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례 없던 미니 리그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같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 위원은 “초반 한 달 동안 승률을 높이면 어느 팀이든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될 수 있다. 이변이 많이 나오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도 “연승, 연패 같은 ‘흐름’이 팀에 큰 영향을 끼칠 거다. 그렇기에 좋은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에이스나 간판타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전에서는 양키스 게릿 콜(30)과 워싱턴 맥스 셔저(36)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김배중 wanted@donga.com·강홍구·황규인 기자}
“‘1년이나 더 참아야 돼?’라는 답답함이 아닌 ‘1년 더 준비할 수 있네’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올림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잖아요.”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의 개막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기된 현실에도 당찬 10대 소녀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당초 24일 개막할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은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이 연기돼 내년 7월 23일에 막을 올린다. 다시 올림픽을 1년 앞둔 출발점에 선 ‘뜀틀 요정’ 여서정(18)과 ‘탁구 신동’ 신유빈(16), ‘천재 소녀 클라이머’ 서채현(17)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추가 시간’을 값지게 사용하고 있다. 도쿄를 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여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 은메달리스트인 여홍철(49)의 딸 여서정은 지난해 자신의 고유 기술인 ‘여서정’(뜀틀을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720도 회전하는 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채점 규정집에 등록시켜 세계 체조계를 놀라게 했다. 이미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여서정은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의 부녀 올림픽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급격히 성장 중인 그에게 1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것은 메달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여서정은 “내가 가진 기술을 더 많이 연습해볼 시간이 생겼다. 기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근력 향상과 착지 훈련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만 14세에 한국 탁구 역사상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신유빈은 1월 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 패자 결승전에서 맹활약(2승)하며 올림픽 단체전 티켓 획득을 이끌었다. 올해 중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실업팀 대한항공에 입단한 신유빈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 준비 등을 위해 요즘 인천에 위치한 팀 훈련장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신유빈은 “여러 언니 오빠들과의 경기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볼의 파워를 키우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채현은 코로나19가 올림픽 준비 과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리드 월드컵에서 4연속 우승하며 ‘신동’으로 떠오른 서채현은 올림픽 연기로 기존에 확보했던 올림픽 출전권이 취소돼 12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다시 출전권 획득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다가올 도전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세부 3개 종목(리드, 볼더링, 스피드) 중 스피드 기록을 10초대에서 8초대로 줄이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반복 훈련이 필요했는데 준비 기간이 늘어나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성장할 재목인 이들은 10대 선수들이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첫 무대부터 파란을 일으키기를 원하고 있다. 신유빈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올림픽은 무려 4년(도쿄 올림픽의 경우 5년)을 준비하는 만큼 힘든 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올림픽에는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정말 많이 출전한다. 그들과 경쟁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또한 후회 없는 경기로 메달권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으로 향하는 과정이 때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기술 훈련 외에도 엄격한 체중 관리와 힘겨운 근력 운동 등을 해야 한다. 그래도 즐겁게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 한동안 기구를 사용한 훈련을 하지 못하다가 5월에 학교(경기체고)를 가면서 다시 시작한 여서정은 “훈련을 많이 쉬었기 때문에 몸을 이전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힘들지만 다시 몸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서정은 신체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퍼즐 맞추기나 음악 듣기로 해소하고 있다. 서채현은 올림픽이 끝난 이후의 삶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이겨낸다. 그는 스포츠클라이밍을 벗어나 자연암벽 등반에 나설 예정이다. 서채현은 “정해진 루트를 오르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의 바위가 그리울 때가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스페인 시우라나의 41m 고난도 자연암벽인 ‘라 람블라’ 완등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유혹을 이겨내고 생체 리듬을 경기 일정에 맞춰야 한다. 신유빈은 “1년의 준비 기간 동안 프로그램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그리며 이겨내겠다고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방탄소년단(BTS)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뜀틀 요정’ 18세 여서정세계체조가 놀란 720도 회전… 아버지 이어 올림픽 메달 꿈“훈련 재개 두달, 더 많은 땀” ▽생년월일: 2002년 2월 20일·18세▽종목: 체조(뜀틀)▽소속: 경기체고▽별명: 뜀틀 요정▽주요 수상 경력 ―2018 자카르타 - 팔렘방 아시아경기 여자 뜀틀 금메달 ―2019 국제체조연맹 종목별 월드컵(호주) 시리즈 여자 뜀틀 금메달▽특이 사항―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 은메달 여홍철의 딸―자신의 고유 기술인 ‘여서정’(난도 6.2점)을 국제체조연맹 채점 규정집에 등록 ‘클라이밍 천재’ 17세 서채현따놓은 티켓 취소돼 재도전해도 부족한 스피드 키울 기회라 여겨올림픽 뒤엔 41m 자연암벽 목표▽생년월일: 2003년 11월 1일·17세▽종목: 스포츠 클라이밍▽소속: 신정여자상업고▽별명: 천재 소녀 클라이머▽주요 수상 경력―2020 전국스포츠 클라이밍선수권대회 리드, 볼더링, 콤바인 우승―2019 월드컵 2∼5차 리드 금메달―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리드 금메달▽특이 사항―최연소(만 16세) 국가대표 선발―부친도 현역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 ‘탁구 신동’ 16세 신유빈단체전 출전권 획득 기여 막내“금 따면 BTS 만날 수 있겠죠? 그 생각하며 힘을 내고 있어요”▽생년월일: 2004년 7월 5일·16세▽종목: 탁구▽소속: 대한항공▽별명: 긍정왕, 신똘▽주요 수상 경력―여성 체육 대상 꿈나무상(2015년)―대한탁구협회 신인상(2017년) ―체코오픈 혼합복식우승(2019년)▽특이 사항―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만 14세)―탁구 신동으로 다수 TV 프로그램 출연―대표팀 막내로 도쿄 올림픽 단체전 출전 티켓 획득 기여 정윤철 trigger@donga.com·황규인·유재영 기자}
2017년 11월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K와 두산이 4-4로 맞선 13회초 한동민의 1점 홈런으로 5-4 리드를 잡자 SK의 트레이 힐만 감독은 ‘에이스’ 김광현(사진)을 마무리 투수로 올렸다. 김광현은 두산 타선을 삼자범퇴로 막고 8년 만에 우승을 확정하는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 경기 이전에 김광현이 세이브를 기록한 건 2010년 우승을 확정한 한국시리즈 4차전이 마지막이었다. 김광현은 ‘헹가래 투수’로 나선 이 두 경기를 제외하면 국내 프로야구에서 세이브를 남긴 적이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세이브를 올리는 김광현을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김광현은 마무리 투수로 2020년 개막을 맞이한다”고 21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원래 조던 힉스에게 마무리 투수를 맡길 계획이었지만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올 시즌 출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새 마무리 투수를 물색하고 있었다. 실트 감독은 “김광현은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볼넷은 적게 내주고 땅볼 유도 비율은 높다. 또 좌우 타자에게 모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몸도 굉장히 빨리 푼다. 이런 모든 요소를 종합해 김광현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광현 대신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면서 결과적으로 둘은 자리를 맞바꾼 셈이 됐다. 오른손 투수인 마르티네스는 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선발 투수였지만 어깨 통증 때문에 2018년 불펜 투수로 변신했으며 지난해에는 팀 마무리 투수로 4승 2패 24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편 류현진의 토론토는 결국 다른 메이저리그 팀 안방구장에 ‘셋방살이’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안방구장 로저스센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토론토는 임시 홈구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피츠버그 등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과 안방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코로나 시대’ 메이저리그 디펜딩 챔피언 워싱턴 내셔널스의 선택은 역시 ‘방역 전문가’였다. 워싱턴 구단은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사진)이 개막전 시구자로 나선다고 21일(한국 시간) 발표했다. 한국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처럼 미국에서는 파우치 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서 싸우는 간판타자 구실을 맡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내셔널스 로고가 들어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워싱턴 열혈 팬이기도 하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메이저리그가 3월 말 예정대로 막을 올리지 못하게 되자 “나도 많은 팬들처럼 야구가 보고 싶어 죽겠다. 내가 사는 워싱턴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배출했다. 하루빨리 워싱턴 구단이 다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이달 24일이 되어서야 막을 올린다. 워싱턴은 이날 지난해 우승팀 자격으로 안방에서 올 시즌 공식 개막전을 치른다. 워싱턴 구단은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미국을 지키는 진정한 영웅”이라며 “월드시리즈 2연패를 향해 출발하는 맨 앞자리에 파우치 소장을 모시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1940년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올해로 50년째 워싱턴에서 살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4개월 가까이 개막이 미뤄지면서 올해 메이저리그는 예년(팀당 162경기)의 37% 수준인 60경기밖에 치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의 ‘미니 시즌’은 많은 걸 바꿔 놓을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사회 현상을 통계를 활용해 설명하는 인터넷 매체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에 따르면 팀당 60경기밖에 치르지 않을 경우 리그 최고 전력을 갖춘 팀이 실제로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할 확률은 14.5%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을 전망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단,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는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고 있다. 이어 휴스턴, 애틀랜타, 미네소타 등도 우승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자 쪽에서는 테드 윌리엄스(1941년) 이후 명맥이 끊긴 4할 타자가 나올 수 있을지가 최고 관심사다. 현역 선수 가운데 시즌 개막 후 첫 60경기에서 4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아무도 없다. 호세 알투베(휴스턴)는 2016년과 2017년, 조이 보토(신시내티)는 2016년, 앤드루 매커천(현 필라델피아)은 2012년, 앨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는 2003년에 시즌 도중 60경기 기간 동안 4할 타율 이상을 기록한 적이 있다. 투수 쪽에서는 10승 투수가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5선발 체제를 기준으로 하면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는다고 해도 등판 기회가 12, 13번 정도뿐이다. 13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 승률 0.769를 기록해야 10승 투수가 될 수 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시즌 개막 후 60경기에서 10승을 기록한 적이 있는 투수는 2018년 맥스 셔저(워싱턴) 한 명뿐이다. 9승을 기록한 것도 당시 셔저와 2017년 댈러스 카이클(시카고 화이트삭스) 둘밖에 없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로 ‘스포츠 폭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심석희가 지난해 성폭력 피해를 고백해 큰 충격을 줬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목소리는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 부추기는 전국체전 2018년 보스턴 마라톤대회 우승은 일본의 ‘공무원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川內優輝)에게 돌아갔다. 가와우치는 고등학교 때까지 전문 육상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한 기량 저하 때문에 대학에 가서는 육상 동아리에서만 활동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육상 실업팀이 아니라 공무원을 선택했고 사이타마 현청에서 동호인 마라토너로 활동했다. 이런 독특한 이력 때문에 보스턴 마라톤 우승 당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런데 사실 ‘공무원 선수’가 엘리트 스포츠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는 건 한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여자 사이클 4관왕을 차지한 나아름은 경북 상주시청, 수영 여자 개인혼영 금메달을 목에 건 김서영은 경북도청, 육상 여자 허들 11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정혜림은 광주시청 소속이었다. 그러니까 ‘문자 그대로만 따지면’ 이들 역시 공무원 신분으로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이다. 물론 공무원이라는 신분만 같을 뿐 일본과 차이는 크다. 가와우치는 다른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공채 시험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다른 공무원과 하는 일도 똑같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특채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다. 이들은 사무는 보지 않고 운동만 한다. ‘아마추어 선수’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인 셈이다. 이들 가운데는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도 적지 않다. 지자체에서 사실상 프로 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육계 인사들은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게 된 이후 지자체들 간의 경쟁인 전국체전 성적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음 번 선거에 내세울 수 있는 ‘업적’이 하나라도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종목 협회 관계자는 “대다수 국민에게 전국체전은 잊혀진 존재지만 지자체의 사정은 다르다. 각 지자체에서 직접 팀을 꾸리거나 산하 공기업을 통해 아니면 ○○체육회라는 이름으로 실업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전국체전 딱 한 대회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며 “올림픽은 몰라도 아시아경기보다 전국체전이 더 중요한 건 맞다.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따온 선수가 속한 ○○체육회가 전국체전 1회전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팀을 해체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종목 단체 관계자는 “기업 팀은 사회 공헌이라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운동부에 무리하게 성적을 내라고 압박하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지자체는 단체장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목표를 요구하는 일이 많다”면서 “그래도 지자체에서 팀을 운영하지 않으면 소위 비인기 종목 사람들은 밥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런 요구에 맞춰 주려다 보니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도 결국 계약직 공무원 신세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긴다. 이번에 사건이 터진 트라이애슬론은 비인기 종목 가운데 비인기 종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실업팀은 12개나 된다. 세팍타크로 역시 한국에서 절대 인기 종목이라고 하기 어렵지만 실업팀 7곳이 운영 중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최숙현 사태는) 이렇게 비인기 종목이 전국체전에서 쉽게 메달을 딸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고 판단한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처럼 팀을 창단해 생긴 일”이라면서 “사기업이 이런 비인기 종목 팀을 운영하는 건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팀에서는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 역시 대부분 계약직 공무원 신분이다. 이들 역시 신분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강압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팀 지도자는 “현역 시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번 우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 팀이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일부 공무원들은 이를 가지고 ‘현역 시절 그렇게 잘했다면서 왜 지도자로는 이 모양이냐’고 인격을 무시하면서 폭언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나도 순간 욱 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이런 스트레스를 선수들에게 (폭력으로) 푸는 지도자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사기업 팀 관계자는 “전국체전은 지방을 순회하면서 열지 않나. 우리도 대회 때 회사 관계자가 격려차 방문하면 예의상 식사 대접 정도는 한다. 그런데 지자체 팀을 보고 있으면 아예 ‘접대’ 수준으로 공무원을 모신다”면서 “지도자도 받는 돈이 뻔한데 어디서 접대비를 마련하겠나. 인성이 덜 된 지도자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일부 지도자가 선수들로부터 ‘상납’을 받는 데는 이런 구조도 한몫 거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비인기 종목에 몸담고 있는 이들은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는 사기업 팀에 지도자 자리가 생기면 국가대표급 선수 같은 경우 이른 나이에 서둘러 유니폼을 벗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평소에는 지도자로 사기업 팀에서 활동하면서 전국체전 때는 원 소속 팀 선수로 뛰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도 한다.○ 무자격 팀 닥터는 어떻게 막을까 이렇게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선수와 지도자들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당 종목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해당 지역 각 종목 ‘실세’들에게 선수단 운영에 관해 자문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실세는 해당 종목 ‘에이스 선수’일 때도 있고 해당 종목 선수 출신이거나 애호가로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유지일 때도 있다. 예컨대 경주시체육회 트라애슬론 팀에서는 전국체전 8회 우승을 자랑하는 ‘에이스 선수’ 장모 씨가 실세로 군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실세들은 팀에 조금 더 자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자기 사람’을 꽂아 넣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팀 닥터’ 안주현 씨는 원래 한 병원에서 장 씨를 치료하던 인물이었다. 안 씨는 의사면허증도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지만 장 씨를 등에 업고 팀 내에서 권력을 휘둘렀다. 팀에서 ‘트레이너’라고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는 무자격자가 적지 않다. 한 체육계 인사는 “각종 협회나 아카데미에서 트레이너 자격증을 발급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런 자격증은 돈만 주면 아무나 딸 수 있다”며 “이런 이들 배후에 실력자가 있다는 걸 선수들도 눈치로 다들 알기 때문에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참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11월 발표한 ‘실업팀 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 폭력을 당한 뒤 대처 방안에 대해 응답한 182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67.0%)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들은 “내부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배신자 이미지가 될 거라는 두려움이 많다” “내가 신고를 하면 팀을 없애 버리니 신고하기가 어렵다”고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도움을 요청했을 어떤 결과가 나타났는지 물었을 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와 ‘상담으로 끝났다’는 사례가 각 40%로 가장 높은 결과를 나타냈다. 한 실업팀 선수는 “협회 쪽이 그쪽(지도자 또는 실세) 분들인데 무슨 도움을 받겠나. 대한체육회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꾸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경찰에서도 ‘성추행이나 폭행당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걸 수 있는(신고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식으로만 이야기 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우리만 피해를 볼 테니 그냥 잠자코 있자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스포츠 폭력을 근절하려면 숫자 1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일(1) 창구로 접수를 받아, 신속하게 1차 조사를 마치고, 가해자가 밝혀질 경우 원(1) 스트라이크 아웃 조치가 필수라는 것이다. 또 모든 팀 닥터나 트레이너를 포함해 모든 지도자들 프로필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로필 공개를 거부하면 실업팀 또는 학교 운동부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탁민혁 영국 러프버러대 교수(스포츠사회학)는 “영국은 경기단체가 선수 수급부터 육성까지 스스로 책임진다. 이 때문에 대중 평판에 민감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어떻든 지자체에서 예산이 나오다 보니 선수 보호 문제에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전국체전에 생계가 걸린 대다수 경기인의 저항을 피하면서도 선수 보호에 유리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황규인 kini@donga.com·김정훈 기자}
‘엘롯라시코’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건 아니었다. 엘롯라시코는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대결을 뜻하는 ‘엘 클라시코’에서 따온 것으로 프로야구 LG와 롯데의 경기를 뜻한다. 엘 클라시코는 전통적인 의미의 명승부라는 뜻이지만 엘롯라시코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한 팀이 크게 앞서고 있어도 언제 승부가 뒤집어질지 모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16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도 그랬다. 이날은 롯데가 1회 3점, 3회 1점을 뽑으면서 4-0으로 앞서 나갔지만 LG는 4회 1점, 5회 5점, 6회 4점을 뽑으면서 10-4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롯데가 6회말 한동희(21)의 시즌 9호 3점 홈런 등을 앞세워 11-10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7회 1점을 보탠 롯데는 8회 이대호의 3타점 싹쓸이 2루타가 터지면서 결국 15-10으로 이겼다. 이번 엘롯라시코 3연전을 2승 1패로 마감한 롯데는 시즌 상대 전적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수원에서는 안방 팀 KT가 한화를 4-1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KT는 최근 여섯 차례 3연전에서 모두 2승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달 26일부터 따지면 KT는 12승 5패(승률 0.706)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에 9-1 승리를 기록한 NC가 10승 1무 6패(승률 0.625)로 KT에 이어 이 기간 승률 2위다. NC는 이날 승리로 10개 구단 가운데 제일 먼저 40승(1무 18패) 고지를 정복했다. 단일 리그로 진행한 31시즌 가운데 40승 고지에 선착한 팀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21시즌(67.7%)에 달한다. 이날 새로운 외국인 타자 타일러 화이트의 영입 소식을 알린 SK는 잠실에서 두산에 2-4로 패했다. 박경완 SK 감독 대행은 화이트를 1루수로 쓰는 대신 원래 1루를 지키던 로맥을 좌익수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대구 안방경기에서 9회말 2사 만루에서 나온 강민호의 끝내기 안타로 KIA에 8-7 승리를 거뒀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스프링캠프 때 보고 ‘이 친구 올해는 어렵겠다’ 싶었어요. 타격할 때 몸을 너무 크게 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폼이 무너지는 모습이 많았어요. 야구인들이 흔히 말하는 ‘오버 스윙’을 했던 거죠. 그런데 이 친구가 똑똑한 게, 시즌을 시작하니까 온몸을 다 써서 공을 치면서도 폼을 무너뜨리지 않는 요령을 터득했더라고요. 이거 정말 대단한 능력입니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프로야구 데뷔 이후 최고 장타율을 기록 중인 키움 이정후(22)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이정후는 15일 현재 장타율 0.617로 KT 로하스(30·0.719)에 이은 리그 2위다. 장타율 0.617은 ‘야구 천재’로 통했던 아버지 이종범(50·현 주니치 2군 코치)도 남기지 못한 기록이다. 이종범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서 시즌 도중 복귀한 2001년 45경기에서 기록한 0.601이 자신의 한 시즌 최고 기록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시즌만 따지면 1995년 0.586이 최고다. 이정후는 14일 NC와의 안방경기 5회말 공격 때 1점 홈런을 날리면서 프로야구 데뷔 네 시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전까지는 2018년, 2019년 6개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번 시즌 이정후는 홈런 24개를 치는 것도 가능하다. 이정후가 이렇게 장타력을 끌어올린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 개막이 늦춰진 것도 도움이 됐다. 이정후는 “겨울에 힘을 기르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경기를 하지 못하는 동안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영상을 보면서 강하게 치지만 오버 스윙을 하지 않는 선수들을 찾아봤다. 야나기타 유키(32·소프트뱅크), 요시다 마사타카(27·오릭스)의 영상을 매일 보면서 느낀 게 많았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194개, 일본 프로야구에서 27개 등 총 221개의 홈런을 친 뒤 유니폼을 벗었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97년 30개. 건국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든 아버지와 달리 이정후는 휘문고를 졸업한 뒤 바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아버지 홈런 기록을 뛰어넘을 기회가 그만큼 많은 셈이다. 이정후는 “홈런 개수에 대한 목표 같은 건 없다. ‘지금처럼 잘 치다 보면 언젠가는 20개도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 못 하면 내년에 도전하면 그만이다”면서 “잘하는 날이든 못하는 날이든 크게 개의치 않고 내일 경기를 잘 준비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유망주였던 고(故) 최숙현 선수가 선수단 내 폭행 사건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스포츠계에 자성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프로야구에서도 선수단 사이에 체벌을 주고받은 일이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의 구단은 SK다. 14일 팀 관계자에 따르면 SK 퓨처스리그(2군) 선수 세 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이던 5월 숙소를 이탈해 술을 마시고 새벽에 돌아왔다. 경찰에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코치진이 먼저 이들을 나무란 뒤 선배 선수들이 이어서 질책하는 과정에서 체벌이 나왔다. SK 관계자는 “선배 두 명이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훈계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가슴을 톡톡 치고 허벅지를 두 차례 발로 찬 행위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구단은 지난달 7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알리지 않았다. KBO 야구 규약에 따르면 ‘품위손상행위’가 발생한 뒤 10일 이내에 KBO에 신고하지 않았을 때는 구단도 징계 대상이 된다. SK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야구 팬 커뮤니티에 이 내용이 퍼진 12일이 되어서야 KBO에 유선으로 보고했다. KBO 관계자는 “12일 손차훈 SK 단장으로부터 구두로 전달받았고 SK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향후 관련 선수들과 구단에 관한 징계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KBO에 보고하는 대신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에 연루된 선수 다섯 명 모두에게 제재금 부과 등의 징계를 내렸다.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의혹을 받고 있는 세 명에게는 최대 3주까지 인천의 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지시하기도 했다. 구단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조사 결과 자체 징계 사항이라고 잘못 판단해 KBO에 보고를 하지 못했다”면서 “내규를 어긴 선수 3명을 봉사활동에 참가시키려고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보낼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근처 사찰에서 자기 성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키움이 김하성(25)과 이정후(22)의 홈런을 앞세워 ‘대어’ NC를 낚았다. 키움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안방경기에서 선두 NC에 5-1로 이기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키움은 이날 승리로 36승 25패(승률 0.590)를 기록해 잠실에서 SK에 7-12로 패한 두산(34승 25패·승률 0.576)과 자리를 맞바꾸고 3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키움은 2회초 수비 때 NC 노진혁(31)에게 1점 홈런(시즌 8호)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회말 무사 1, 3루에서 허정협(30)의 병살타 때 3루에 있던 박동원(30)이 홈을 밟으면서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3회말 터진 김하성의 1점 홈런(시즌 14호)으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정후는 5회말 NC 선발 이재학(30)이 몸쪽 낮은 코스로 던진 속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면서 시즌 10호 홈런을 터뜨렸다. 이정후가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건 2017년 데뷔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 팔꿈치 부상으로 퓨처스리그(2군)에 머물다 53일 만에 1군에 복귀한 키움 외국인 투수 브리검(32)은 NC 타선을 5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3패)을 기록했다. LG와 롯데가 맞대결을 벌인 ‘엘롯라시코’ 사직 경기에서는 안방 팀 롯데가 5-0으로 완승했다. 롯데 외국인 선발 스트레일리(32)는 8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면서 8일 대전 한화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승리를 챙겼다. 시즌 세 번째 승리다. 삼성과 KIA가 맞붙은 대구 경기에서도 안방 팀 삼성이 KIA를 5-0으로 물리치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 뷰캐넌(31)은 시즌 8승(3패)째를 거두면서 다승 공동 1위에 자리했다. KT는 수원 안방에서 한화를 7-2로 물리치고 3연승을 기록했다. 이날 7이닝 1실점을 기록하면서 승리 투수가 된 KT 데스파이네(33)는 “경기 전 선수들과 이강철 감독님께 승리를 생일(음력 5월 24일) 선물로 드리자고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블랙피트 인디언의 얼굴을 모델로 만든 이 로고에는 우리 부족의 자부심이 들어있습니다. 인종차별적인 의미는 전혀 담고 있지 않아요.” 랜스 웨철 씨는 워싱턴을 연고로 하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레드스킨스(Redskins)가 팀 명칭과 로고를 모두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에 이렇게 말했다. 웨철 씨는 이 로고를 디자인한 월터 ‘블래키’ 웨철 전 아메리카 원주민 전국 회의(NCAI) 의장(2003년 작고)의 아들이다. 그러나 구단은 결국 애칭과 로고를 모두 바꾸기로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새 명칭과 로고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가 백인 경찰관에 목이 눌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을 향해서도 ‘인종차별적인 뜻을 담고 있는 명칭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워싱턴 구단은 처음에는 전통이라는 이유로 이 요구를 거부했지만 후원사에서 ‘팀 명칭을 바꾸지 않으면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워싱턴 구단은 1932년 보스턴에서 원주민 전사를 뜻하는 ‘브레이브스(Braves)’라는 이름으로 창단했으며 1937년 워싱턴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부터 이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보스턴에는 같은 명칭을 쓰던 메이저리그 팀도 있었다. 이 팀이 현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애틀랜타 역시 팀 명칭을 바꾸라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애틀랜타는 팀명 교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Indians)’ 역시 팀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반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팀 시카고 블랙호크스(Blackhawks)는 팀 이름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블랙호크스 역시 아메리카 원주민 추장 별명에 뿌리를 두고 있는 명칭이다. 이 구단은 “블랙호크스는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아니라 존경심을 담고 있다”고 항변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원주민들이 이렇게 팀 이름을 바꾸는 데 아주 분노하고 있다”며 잇단 명칭 변경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KT 로하스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한국 무대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로하스는 10일 수원 안방경기에서 6회말 삼성 세 번째 투수 이재익으로부터 1점 홈런을 뽑아내며 이번 시즌 처음으로 시즌 20호 홈런을 날린 타자가 됐다. 로하스는 10일 현재 타율(0.377), 홈런, 타점(53개) 등 타격 3개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가족 모임에서는 ‘내가 야구 좀 한다’고 명함을 내밀기가 쉽지 않다. 로하스 가족이 메이저리거만 여섯 명을 배출한 야구 명문이기 때문이다. 로하스의 정식 이름은 멜 로하스 주니어다. 아버지 멜 로하스는 메이저리그에서 10년 동안 뛰면서 34승 31패 126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한 투수였다. 아버지 로하스의 작은아버지 3명 펠리페 알루, 매티 알루, 헤수스 알루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로하스 부자는 성(姓)이 ‘로하스’인데 로하스의 작은아버지 3명이 ‘알루’라는 성을 쓴 건 착각 때문이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으로 3형제 가운데 제일 먼저(1958년) 미국에 진출한 펠리페의 풀 네임은 ‘펠리페 로하스 알루’. 하지만 스카우트가 로하스가 아닌 알루를 성이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펠리페 알루’로 선수 등록을 했다. 이 밖에 알루 3형제의 사촌인 호세 소사, 펠리페의 아들 모이세스 알루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반면 KT 로하스는 마이너리그에서만 8년을 보낸 뒤 한국행을 선택해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다. 로하스에게 당숙(아버지의 사촌형제)이 되는 루이스 로하스도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이번 시즌 뉴욕 메츠 감독을 맡으면서 선수 시절 못 이룬 꿈을 이뤘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KT가 8-3으로 이기고 삼성을 3연패에 빠뜨렸다. 잠실에서는 NC가 LG를 12-2로 꺾었고, 사직에서는 두산이 롯데를 10-5로 물리쳤다. 최하위권 팀끼리 맞붙은 대전 경기에서는 10위 한화가 9위 SK를 6-5로 이기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