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김기윤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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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특파원

pep@donga.com

취재분야

2024-10-29~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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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미술-촬영… 명품 영화 만든 A급 앙상블

    양진모 편집감독복숭아 알레르기 장면 ‘백미’… 극중 긴장감 최고조로 끌어올려 이하준 미술감독직접 디자인한 저택 해외서 깜짝… 미국 미술감독조합상 받아 홍경표 촬영감독‘버닝’ ‘기생충’으로 2년연속 칸行… 작년 美예술아카데미 회원 위촉 ‘오스카상 효과’ 본격화CGV 전국 32개 영화관서 할인전… 북미 상영관 수 2000개로 배 늘어  “우리의 위대한 촬영감독 홍경표, 미술감독 이하준, 편집감독 양진모 등 최고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쾌거 뒤에는 이들의 손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제92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수상 소감에서 ‘봉준호의 퍼펫들’로 불리는 제작진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편집상 미술상 부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세계가 그 실력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론가들도 정교한 세트와 생동감 있는 편집, 촬영기술, 음악을 선보인 ‘기생충의 A급 앙상블’에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늘어진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는 양진모 편집감독은 리듬, 타이밍, 음악을 절묘하게 조합해 팽팽한 긴장감을 높이는 편집을 주로 선보인다. ‘기생충’에서는 기택 가족이 가정부 문광을 쫓아내고, 박 사장 집에 입성하는 장면이 백미로 꼽힌다. 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로 인해 결정적 해고 사유가 만들어진 대목이다. 양 감독은 “이 장면 편집에 가장 공을 들였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모든 촬영분을 조합해 장면의 리듬을 완성하려 했다”고 밝혔다. ‘믿음의 벨트’ 장면으로 불리는 이 시퀀스에서 약 8분 동안 이어지는 동명의 주제곡은 정재일 음악감독이 작곡했다. 정 감독은 “이 장면에서 봉준호 감독이 일곱 번이나 퇴짜를 놨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를 떠올리며 곡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하준 미술감독은 대저택과 반지하 주택을 오가는 화면을 위해 수많은 현장답사를 거쳤다. 그는 봉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구상한 대저택 평면도를 받아 직접 내부를 디자인했다. 거실에서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형 유리 세 장을 끼워 넣었다.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카일 뷰캐넌은 “기생충이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초현대적 구조의 주택을 선보였다”고 평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대저택에 대해 “어디서 그런 완벽한 집을 구했냐”고 물었다가 세트란 말에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후일담이다. 반지하 주택은 재개발 구역, 다세대 주택들을 참고해 경기 고양시의 한 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었다. 미술팀, 소품팀, 제작 스태프들은 옛날 타일, 문짝, 새시, 방충망 등 현실감을 높이는 소품을 구하기 위해 숱한 발품을 팔았다. 이 감독은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았다. 지난해 7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된 홍경표 촬영감독은 이미 해외에서도 인정한 베테랑이다. ‘설국열차’ ‘마더’ 등에서 일찌감치 봉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며 ‘곡성’ ‘국가대표2’ 등을 작업했다. ‘버닝’과 ‘기생충’으로 2년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다. 반지하 주택 창문 밖에서 집 안을 비추는 한 줄기 빛과 대저택 거실 통유리로 쏟아지는 빛이 상징적으로 이들의 현실을 비춘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석권하면서 국내 상영관도 재개봉, 할인 행사 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CGV는 25일까지 ‘기생충 특별전’을 연다. 서울 13곳, 경기 5곳, 인천 2곳 등 전국 총 32개 영화관이다. 이 기간에는 할인된 가격인 7000원으로 예매할 수 있다. 기생충의 흑백판도 상영한다. 평소 고전 흑백영화에 로망을 품고 있던 봉 감독과 홍 촬영감독이 한 장면씩 대조하고 톤을 조절한 흑백판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북미 지역 상영관도 크게 늘어난다.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현재 1060개인 상영관을 이번 주말 2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 매출이 20% 안팎으로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관객은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기생충이 거둔 수익 3553만 달러(약 421억 원)는 이 지역 모든 비영어 영화 가운데 6위다. 7일 영화가 처음 개봉한 영국에서도 흥행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첫 주말에만 약 140만 파운드(약 21억4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기생충은 비영어 영화 중 오프닝 성적이 최고다. 영국 배급사 커즌은 상영관을 136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생충은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 202개국에 판매됐고 총 67개국에서 개봉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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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로 “한국영화, 세계서 통할 브랜드로… 새 100년 열렸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 소식에 국내 영화계도 환호했다. 10일 오전 TV 중계로 수상 소식이 하나하나 들릴 때마다 영화인들은 탄성을 지르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믿기지 않는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이 열렸다”는 반응을 올렸다. 1996년부터 봉준호 감독과 영화계에서 인연을 쌓아온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칸 영화제가 열리기 전 봉 감독이 저를 찾아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수상 이후에는 ‘위원장님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아 수상했다’며 감사를 표했고, 제가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말했는데, 그게 현실이 됐다”고 전했다. 20여 년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세계 영화인들과 교류한 김 위원장은 이날 전 세계 영화제 관계자들로부터 축하 e메일과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를 바꿨고, 드디어 그 꽃을 피웠다’는 장문의 e메일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950년대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수상한 후 일본 영화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기생충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증폭시키면서 한국 영화계가 크게 도약하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택에서 시상식 생중계를 지켜본 안성기 배우는 ‘기생충’이 호명될 때마다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볼 때 긴장감이 덜했는데 오늘은 손에 땀을 쥐고 스포츠 경기를 보듯 온몸이 미쳐버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카데미 언어장벽까지 넘어버렸으니 더 이상 한국 영화에 벽은 없다. 이제 연출자, 배우 개개인의 능력 싸움이 시작됐다. 봉준호 감독이 이룬 성과에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영화 ‘집으로’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정향 감독은 “한국에서 누군가 국제적으로 큰 상을 받는다면 그건 봉준호일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20대에 단편을 만들 때부터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오늘의 결과는) 절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과 함께 장르영화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기생충 제작진에 저와 작업했던 분들이 많아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외국 영화계 인사들이 기생충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변화했고, 영어 영화만 고집하던 제작사들도 ‘이제 한국어 영화도 상관없다’고 말한다”며 기생충 수상은 “더욱 큰 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는 “한국 영화 100년(올해 101년)에 가장 큰 경사다. 감히 비교하건대 노벨상을 받은 기분”이라며 “한국 영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할리우드는 이제 한국에서 제2, 제3의 봉준호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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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경쟁작 ‘1917’은 3관왕… ‘조커’는 2관왕 머물러

    ‘기생충’과 함께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며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1917’은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을 수상했다. 일부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등 다수 부문에서 ‘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1917’은 지옥 같은 전쟁터를 속도감 있게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터를 누비는 병사들의 여정이 두 시간 내내 생생하게 그려진다.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시각효과상을 받았던 기욤 로슈롱 시각효과 감독은 “‘1917’은 큰 도전이었다. 샘 멘데스 감독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준 제작진에 고맙다”고 전했다. 남우·여우주연상은 이변이 없었다.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남우주연상을, ‘주디’의 러네이 젤위거가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희대의 악당 ‘조커’ 연기로 첫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호아킨 피닉스는 마이크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내 인생의 악당은 나였다. 난 이기적이었고 가끔은 잔인했고 (나와) 함께 일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게 인생의 실패를 딛고 두 번째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개 석상에서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로 유명한 그는 이날도 “특정 인종, 성별, 종(種)이 다른 대상을 지배하는 데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이자 그의 친형 리버 피닉스가 쓴 가사도 언급했다. “사랑을 갖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면 평화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러네이 젤위거는 영화 ‘주디’에서 과거 ‘오즈의 마법사’로 스타덤에 오른 뒤 47세에 요절한 배우 주디 갈런드 역을 맡아 인생연기를 펼쳤다. 특수 분장, 체중 감량은 물론 혹독한 보컬 트레이닝도 거쳤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이 영화를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성별과 문화를 앞서간 영웅이었다”며 주디 갈런드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렸다. ‘연기 신(神)’들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그는 톰 행크스(‘어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앤서니 홉킨스(‘두 교황’), 알 파치노(‘아이리시맨’), 조 페시(‘아이리시맨’) 등 영화계 전설들을 제쳤다. 후보 중 최연소인 그는 2012년 영화 ‘머니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뒤 8년 만에 후보에 올라 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나는 원래 뒤를 잘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여우조연상은 영화 ‘결혼 이야기’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를 연기한 로라 던이 받았다. 그는 앞서 골든글로브와 영국아카데미에서도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캐시 베이츠(‘리처드 주얼’), 스칼릿 조핸슨(‘조조 래빗’), 플로렌스 퓨(‘작은 아씨들’), 마고 로비(‘밤쉘’)를 제쳤다.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제작에 관여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는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수상했다. 2018년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세운 프로덕션 ‘하이어 그라운드’가 처음 내놓은 작품으로 고통스러운 경제 변화와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재능 있고 순수한 두 사람(제작진)이 프로덕션에 첫 오스카상을 안겨줘 기쁘다”고 밝혔다. ‘조커’는 음악상도 거머쥐며 2관왕에 올랐다. ‘조커’의 힐뒤르 귀드나도티르 작곡가는 “모든 소녀, 여성, 어머니와 딸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린다. 우리가 좀 더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 최초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부재의 기억’ 수상은 불발됐다. 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 등을 재구성해 국가의 부재를 묻는다. 해당 부문에서는 폐허 속에서 글과 스케이트보드를 배우는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이 수상했다. 한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은 무관에 그쳤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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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AND’ ‘OR’만 잘 써도 검색의 달인이 된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정말 많다. 내가 찾는 자료도 분명 이 중에 있다. 그런데 수많은 데이터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정확한 팩트를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신이 ‘구글링’ 좀 한다고? 그런 당신도 검색어만 바꿔 가며, 그럴싸한 정보가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엔터키’만 누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검색 알고리즘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검색 방법 변용에 따라 검색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글에 근무하며 ‘검색 연구과학자’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가진 저자가 구글링 고수가 되는 법을 책으로 엮었다. 미국에서 태동한 ‘로컬’ 검색엔진이 세계 검색 패권을 장악하는 동안에도 당신은 잘 몰랐던 구글 검색 팁을 몇 가지 소개한다. 컴퓨터를 옆에 두고 따라해 봐도 좋다. # ‘AND’ ‘OR’ ‘NOT’ 등의 연산자를 사용하는 ‘불 방식(Boolean)’ 검색은 가장 기초다. 유용하지만 활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서울 OR 부산 소프트웨어 개발 일자리’라고 검색하면 두 도시 중 하나(또는 둘 모두)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부산에 해당하는 검색 결과를 제외하려면 마이너스 기호(-)나 ‘NOT’을 활용해 ‘-부산 소프트웨어 개발 일자리’를 검색하면 된다. # 이미지가 어느 장소에서 찍혔는지 빠르면 5분 안에 알아낼 수 있다는 게 저자 설명이다. 우선 이미지 안에서 최대한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진 속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의 로고 ‘TP’ 모양을 발견한다. ‘TP 로고’ ‘TP 오피스 빌딩’을 검색하면,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텔레코무니카차 폴스카(Tele-komunikacja Polska)’ 빌딩이 사진과 함께 나온다. 사진과 같은 건물이 맞다. ‘구글 어스’에 접속해 건물 주소를 입력하고 ‘빌딩 3D 이미지 보기’를 클릭한다. ‘카메라/뷰어 컨트롤’을 통해 찍힌 각도를 조금씩 움직이다 보면, 원본과 거의 일치하는 사진이 나온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켜고, 사진을 찍은 그 건물의 바로 옆 건물을 확인한다. 바르샤바 금융센터다. # 특정 사이트 내 검색 결과를 보려면 ‘site:’라는 연산자 뒤에 해당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고 필요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된다. ‘인명피해 위험이 있는 호수’에 대한 기사를 접한 저자는 그 원인을 알고 싶어 기사에 등장한 ‘치명적, 킬러 호수(Killer lake)’ 등을 검색한다. 하지만 단편적 예시 외에 학술자료는 나오지 않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라면 자료가 풍부할 것이라는 생각에 ‘site:USGS.gov killer lake’ 등 검색어를 입력하자 ‘담수 분출’ ‘호수 전복’이라는 학술논문과 구체적 이미지까지 쏟아져 나온다. # 같은 검색어라도 국가, 언어에 따라 정보량의 차이가 크다. 위키피디아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탈리아어, 영어, 한국어판을 비교해 보자. 이탈리아어판 정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 검색 때마다 언어별 사이트를 오가는 수고를 거쳐야 할까. ‘Manypedia.com’을 활용하면 위키피디아에서 여러 언어 버전으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다. 저자도 ‘위키피디아 내용 비교’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입력해 이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미지 검색, 구글지도 활용, 자료 출처 확인 등 호기심에 대한 답부터 전문 학술자료까지 구글에는 모든 것이 있다. 저자는 “우리 상상보다 온라인 콘텐츠는 더 많지만, 모두 똑같이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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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가 우리 춤 원했을 때 우리 답은 당연히 ‘와이 낫?’이었죠”

    “BTS와 현대무용의 공통점? 언어, 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세계 공용어라는 거죠!”(미할 리니아) 지난달 17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공개한 뮤직비디오 ‘블랙 스완’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2월 정규 앨범 발표를 앞둔 BTS 멤버가 출연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영상에는 현대무용수들만 몸부림쳤다. 검게 입은 6명의 흑조(黑鳥) 사이에서 상의를 벗은 한 마리 백조가 블랙 스완 선율에 맞춰 날갯짓했다. 영상을 본 BTS 팬덤 ‘아미’ 일부는 “황홀하다” “멤버들의 내면을 그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BTS 멤버들마저 “연습실을 나갈 수 없는 우리의 고통을 승화한 것 같다. 무용수들 근육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며 감탄했다. 블랙 스완 영상 속 안무를 맡아 춤까지 선보인 이들은 슬로베니아의 현대무용단 MN댄스컴퍼니다. 최근 e메일을 통해 만난 MN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미할 리니아(36), 나스탸 브레메츠 리니아(34)는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걸 아직도 믿기 힘들다. BTS가 우리 춤을 원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와이 낫(못 할 게 뭐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댄스아카데미 출신인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따 2008년 설립한 MN댄스컴퍼니는 ‘혁신’을 표방하는 젊은 무용단이다. 직관적 몸의 움직임과 독창적 표현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영상이 공개되자 이들은 며칠 만에 글로벌 무용 스타가 됐다. 유럽이 주무대인 이들이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있는 현대무용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낯선 일이다. 최근 무용단이 있는 슬로베니아 노바고리차시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해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무엇보다 전 세계 아미로부터 연일 ‘팬이 됐다. 안무가 소름 돋는다’ 등의 메시지를 받는 일도 생경하다. “유럽 현대무용의 전통은 깊지만 무용수로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죠. 아트필름을 통해 현대무용이 큰 관심을 받는 건 정말 감격스러워요.”(나스탸) 실험적 무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BTS 뮤직비디오는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10월 제안을 받은 뒤 구상한 안무 영상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에 보냈다. 그해 12월 빅히트 측과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폐허가 된 쇼핑몰을 찾아 그곳에서 춤을 췄다. 대중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안무였지만 “춤에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힘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무대 경험이라면 저희도 빠지지 않는데 추운 날씨에 콘크리트 바닥에서 추는 건 정말 힘들었죠. 예술가의 내면을 그린 곡의 메시지에 공감했기에 몸을 던져 내면의 그림자를 표현했어요.”(미할) “모두가 자기 밖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사실 여러분 안에 이미 직관, 선율, 목소리 등 모든 답이 있습니다.”(나스탸) 두 사람은 더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발레, 댄스영화, 시각예술, 연극과의 협업을 계획 중이다. 이들은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BTS에게 고맙다.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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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소속사 빅히트, 작년 매출 5879억원 ‘빅히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587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8년 매출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다. 연내 다국적 보이그룹 데뷔 계획도 전했다. 빅히트 측은 5일 ‘공동체와 함께하는 빅히트 회사 설명회’ 자료를 통해 음반·음원, 공연, 영상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플랫폼 사업 등 사업 다각화로 매출이 크게 올랐다고 밝혔다. 빅히트의 지난해 연결매출은 5879억 원, 연결영업이익은 975억 원(외부 감사 전 잠정 실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14억 원, 798억 원이었다. 가장 주요한 성과로는 공연 관람 방식의 다변화가 꼽혔다. 2018년 8월부터 약 1년간 진행한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의 관람객은 206만 명에 달했다. 여기에 생중계와 온라인(모바일, PC) 시청자가 각각 41만 명과 23만 명이었고, 공연을 토대로 제작한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파생 콘텐츠의 관람객이 460만 명, 기타 31만 명 등 모두 555만 명이 같은 공연을 즐겼다. 빅히트 측은 “투어 공연 관람객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숫자가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소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데뷔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월드투어에 나선다. 또 지난해 3월 CJ ENM과 손잡고 설립한 ‘빌리프(Belift)’를 통해 다국적 보이그룹도 연내 데뷔시킨다. 내년에 걸그룹, 2022년에 보이그룹을 잇달아 데뷔시킨다는 계획이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는 음악 산업 혁신을 위해 빅히트의 ‘위닝 포뮬러(winning formula·성공 공식)’를 찾아가겠다는 비전도 강조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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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무대, 단 두 명의 배우로 채우는 100분 드라마

    어린 시절 핼러윈 파티에서 처음 만난 두 소꿉친구. 한 명은 대학으로 떠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다른 한 명은 고향에 남아 그와의 우정을 추억하다 생을 마감한다. 7세 꼬마 연기부터 장례식에서 친구의 송덕문을 읊는 장면까지 연기는 딱 배우 2명. 대역도, 주변 인물도 없다. 국내 초연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두 배우가 생애주기에 맞춰 각 인물의 우정과 인생을 노래한다. ‘다 큰’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아동 연기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무대 어딘가 텅 빈 듯해도 관객을 무대로 더 깊게 빨아들이는 2인극이 인기몰이 중이다. 2명이 주고받는 연기만으로 극을 채우기에 배우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서사가 비교적 단조롭고 웅장한 화음이나 군무, 다른 등장인물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자칫 빈약해 보일 수 있는 무대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꽉 채우는 게 관건이다. 2인극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약 100분간 무대 등퇴장이 거의 없다. 1인 다역의 경우 관객은 배우의 색다른 변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화가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야기를 그렸다. 제작사 HJ컬쳐 한승원 대표는 “배우들이 무대 위 숨을 곳도 없고,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연기와 영상 연출, 노래로 여백을 채웠다”고 설명했다. 공연 회차마다 달라지는 배우 간의 ‘케미(조화)’도 2인극이 사랑받는 요인이다. 같은 배역이라도 배우가 어떤 상대역을 만나느냐에 따라 극은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현재 서울 공연 중이거나 개막을 앞둔 2인극 네 작품에서 배역별 캐스팅 배우는 약 5명. ‘마마, 돈크라이’에서는 배역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에 7명, 8명씩 모두 15명의 남자 배우가 출연한다. 배우 조합만 수십 가지다. 다른 작품들이 주로 남성 배우 짝으로 이뤄진다면 다음 달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데미안’에서는 배역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성별을 두지 않고 남녀 배우 6명이 공연마다 배역을 바꾼다. 제작진은 “어느 때보다 배우들이 캐릭터 분석에 열을 올린다. 성별, 역할 구분에서 자유로운 배우들의 상상력으로 극을 채우는 도전적 작품”이라고 말했다. 2인극은 위험 요소도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배우의 다양한 변신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무대 위 모든 상황을 2명이 끌고 가기에 단조롭고 빈약해 보일 수 있다”며 “탄탄한 전개와 표현력, 무대 연출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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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애, 결혼, 취업. 딱 세 가지만 포기하자는 생각에서 3포세대가 생겨났다. 그런데 막상 3포세대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인생에는 포기당할 것들이 너무 많다. 무엇이든 더 쉽게 놓아버리기 위해 5포, 7포, N포세대가 탄생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매번 포기만 하며 살기엔 좀 슬프지 않나. 차라리 처음부터 내 자발적 의지로 다 거부하자는 마음에서 시작한 ‘4B운동(비혼, 비연애, 비섹스, 비출산)’이 최근 번지고 있다. 전 세계 수재들이라는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관계 맺기에 서툴다. 책으로 배운 연애와 사랑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깨달아 매번 좌절한다. 사랑의 실패는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고, 약점을 더 숨기기 위해 다음 발걸음을 주저한다. 비교문학, 심리학, 철학 등을 전공한 저자가 학자이자 인생 선배 자격으로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는 관계에 서툰 제자들과 요즘 청년들의 마음속에 사랑에 대한 편견, 오해, 몰이해가 가득하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에 하버드대에서 3년 동안 사랑학 강의를 열어 사랑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2개의 핵심 강의를 뽑아내 책으로 엮었다. 다양한 실례를 곁들인 강의 내용이 연애상담을 하듯 편안하게 흘러간다. 저자는 시중에 널린 연애지침서들의 뻔한 연애 공식을 거부한다. 그는 사랑을 이해하고, 공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독자가 사랑의 가치를 스스로 발견함으로써 힘들더라도 사랑에 늘 도전하라고 말한다. 사랑은 원래 반복적으로 실수하고,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성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교보다는 현실적 조언에 집중한다. 그래서인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 대한 조언이 많다. “약해 보여야 사랑받는다는 말은 거짓”이라거나 “나를 원하지 않는 상대를 쫓아다니는 건 에너지 낭비”라고 일갈한다. 완벽한 상대는 없으며, 사랑하는 이를 조종하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사랑할 때 올바른 선택만 할 수 없기에, 지나간 일을 일일이 후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자기 행동을 분석하기보다는 마음의 울림을 믿으라고 말한다. 각 장별로 사랑에 관한 ‘진실’ ‘거짓’ 명제를 붙였다. 사랑에 대한 오해가 대개 그릇된 성역할 구분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식의 ‘화성남, 금성녀’ 구분법은 남녀 모두 사랑 앞에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절대 다른 별에서 온 게 아니라고 받아들일 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연애 공식이라면 완강히 거부하는 저자에게도 최소한의 이별 규칙은 있다. ‘사랑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면 머물러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떠나라.’ 단순명료한 이 규칙만 기억해도 사랑에 빠지길 두려워하지 않고, 가망 없는 관계를 끝내기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렇게 연애를 또 책으로 배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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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기술보다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

    ‘벤허’ ‘호프’ ‘지킬앤하이드’ ‘빅 피쉬’ ‘드라큘라’ ‘웃는 남자’ ‘시라노’ ‘환상동화’…. 공연계를 뜨겁게 달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김호근 사진작가(42)의 셔터를 거쳤다는 것.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드레스 사진, 프로그램북 속 리허설 사진 등 공연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첫 이미지가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현재 공연계가 믿고 맡기는, 가장 트렌디한 사진작가로 통하는 그를 2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진관에서 만났다. 관객이 공연장을 나오며 하는 “저 포스터 속 표정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짜릿하다는 그는 19년차 베테랑이다. 아르바이트로 첫 촬영을 시작해 300편 이상의 공연을 찍었다. “제작사의 요구사항이 정해진 때도 있지만 배우들의 진정성을 끌어내려면 저도 수백 페이지의 대본을 꼭 봐야 합니다.” 그의 촬영 원칙이다. 보통 10시간 넘는 촬영에서 2000번 이상 셔터를 누른다. 테스트촬영 10분 만에 “어? 벌써 나왔다”를 외치며 촬영을 마칠 때도 있다. “배우의 눈빛이 충분히 카메라에 들어왔을 때죠.” 서울 대학로와 극장을 누비며 ‘공연 덕후’로 통하는 그는 사실 경성대 사진학과 저널반에 다니며 언론사나 잡지사 취직을 꿈꾸던 공연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방송국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분을 쌓은 정은표 배우의 소개로 대학로 공연 ‘토토’ 촬영에 발을 들였다. “연습실에 들어선 순간,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배우들이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찍는 게 매력이었죠. 용돈벌이로만 생각하다 나중에는 일만 들어오면 바로 부산에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탔습니다.” 잡지사 취직 후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던 그는 2009년 서울사진관을 열고 공연 포스터 촬영에 전념했다. 그는 “사진 기술보다는 피사체의 마음을 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 체질인 배우라도 스태프 수십 명이 지켜보는 낯선 현장에 서면 금세 얼어붙는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웃는 표정이 필요하면 ‘웃으라’는 주문을 하는 대신 배우를 웃게 만든다. 은퇴 전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예나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촬영할 때는 “이 순간 가장 고맙고, 미운 사람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1초 만에 눈물을 쏟아내는 강 무용수를 렌즈에 담아 포스터로 사용했다. 렌즈를 사이에 두고 배우와 눈빛을 맞댄 기억은 소중하다. 최근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강하늘 배우에 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망가질 준비가 된 배우다. 작가를 믿고 따라와 준다”고 했다. 고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 된 ‘친정엄마와 2박 3일’을 얘기하면서는 “제가 찍은 포스터만 10년째 계속 썼다”며 프로그램북을 어루만졌다. 최근 작업물 중에서는 뮤지컬 ‘호프’의 김선영 배우를 담은 캐릭터 포스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최종 결과물을 보며 찍는 영화 포스터와 달리 공연 포스터는 대본 안에서 느낌을 뽑아내야 한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무대와 세트, 연출까지 떠올린다. 그는 “공연 포스터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백지에 그려낸 공동 창작물”이라며 “저는 배우의 몰입과 상상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작가는 “배우에게 질문하고 찍기만 했지, 사진 찍히고 인터뷰 주인공이 되는 건 뭔가 낯설다. 역시 저는 찍는 게 더 좋다”면서 웃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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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수·강하늘도 그 앞에서 무장해제된다

    ‘벤허’ ‘호프’ ‘지킬앤하이드’ ‘빅 피쉬’ ‘드라큘라’ ‘웃는 남자’ ‘시라노’ ‘환상동화’…. 공연계를 뜨겁게 달군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김호근 사진작가(42)의 셔터를 거쳤다는 것. 포스터, 캐릭터 포스터, 드레스 사진, 프로그램북 속 리허설 사진 등 공연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의 첫 이미지가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한다. 현재 공연계가 믿고 맡기는, 가장 트렌디한 사진작가로 통하는 그를 28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진관에서 만났다. 관객이 공연장을 나오며 하는 “저 포스터 속 표정 참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짜릿하다는 그는 19년차 베테랑이다. 아르바이트로 첫 촬영을 시작해 300편 이상의 공연을 찍었다. “제작사의 요구사항이 정해진 때도 있지만 배우들의 진정성을 끌어내려면 저도 수백 페이지의 대본을 꼭 봐야 합니다.” 그의 촬영 원칙이다. 보통 10시간 넘는 촬영에서 2000번 이상 셔터를 누른다. 테스트촬영 10분 만에 “어? 벌써 나왔는데요”를 외치며 촬영을 마칠 때도 있다. “배우의 눈빛이 충분히 카메라에 들어왔을 때죠.” 서울 대학로와 극장을 누비며 ‘공연 덕후’로 통하는 그는 사실 경성대 사진학과 저널반에 다니며 언론사나 잡지사 취직을 꿈꾸던 공연 문외한이었다. 그러던 2002년 어느 날 방송국 아르바이트하며 친분을 쌓은 정은표 배우의 소개로 대학로 공연 ‘토토’ 촬영에 발을 들였다. “연습실에 들어선 순간, 이게 신세계더라고요. 배우들이 땀 흘리며 연기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찍는 게 매력이었죠. 용돈벌이로만 생각하다 나중에는 일만 들어오면 바로 부산에서 서울행 새마을호를 탔습니다.” 잡지사 취직 후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던 그는 2009년 서울사진관을 열고 공연 포스터 촬영에 전념했다. 그는 “사진기술보다는 피사체의 마음을 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대체질인 배우라도 스태프 수십 명이 지켜보는 낯선 현장에 서면 금세 얼어붙는다. 배우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질문을 던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웃는 표정이 필요하면 ‘웃으라’는 주문 대신 배우를 웃게 만든다. 은퇴 전 마지막 무대를 앞둔 강예나 전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촬영할 때는 “이 순간 가장 고맙고, 미운 사람을 떠올려 달라”고 했다. 1초 만에 눈물을 쏟아내는 강 무용수를 렌즈에 담아 포스터로 사용했다. 렌즈를 사이에 두고 배우와 눈빛을 맞댄 기억은 소중하다. 최근 연극 ‘환상동화’에 출연한 강하늘 배우에 대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망가질 준비가 된 배우다. 작가를 믿고 따라와 준다”고 했다. 고 전미선 배우의 유작이 된 ‘친정엄마와 2박3일’을 얘기하면서는 “제가 찍은 포스터만 10년째 계속 썼다”며 프로그램북을 어루만졌다. 최근 작업물 중에서는 뮤지컬 ‘호프’의 김선영 배우를 담은 캐릭터 포스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종 결과물을 보며 찍는 영화 포스터와 달리 공연 포스터는 대본 안에서 느낌을 뽑아내야 한다. 촬영장에서 처음 만나는 배우들과 함께 앞으로 펼쳐질 무대와 세트, 연출까지 떠올린다. 그는 “공연 포스터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백지에 그려낸 공동 창작물”이라며 “저는 배우의 몰입과 상상을 돕는 조력자일 뿐”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김 작가는 “배우에게 질문하고 찍기만 했지, 사진 찍히고 인터뷰 주인공이 되는 건 뭔가 낯설다. 역시 저는 찍는 게 더 좋다”면서 웃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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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훈표 연극 1탄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

    그로테스크한 동물 울음소리부터 불협화음 가득한 민요 가락, 쿵쿵 울리는 발소리까지. 28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 무대는 배우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와 몸짓이 가득 채웠다. 소설가 최인훈(1934∼2018)의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를 무대화하는 막바지 작업이었다. 배우들은 극중인물을 내면화하는 동시에 최인훈의 문장을 연기해야 했다. ‘옛날옛적에 훠어이훠이’는 그의 2주기를 맞아 열리는 ‘작가 최인훈 연극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30일 막을 올린다. 평안북도에 전해져 내려오는 ‘아기장수’ 설화를 토대로 한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태어난 아기장수가 결국 부모 손에 죽는 얘기를 통해 흉년과 도적 떼로 신음하는 민중의 아픔을 그렸다. “소설가로 남기보다는 극작가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다”는 작가의 생전 바람을 기리는 의미도 있다. 극에서 배우들은 인형이 된 듯 분절적인 대사와 느린 몸짓을 반복한다. 기존 사실주의 연극과는 결이 크게 다르다. 작품을 맡은 윤광진 연출(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인형극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대사, 절제된 감정, 고정된 표정이 ‘최인훈 표’ 희곡의 포인트”라며 “실제보다 동작, 대사를 느리게 함으로써 사실주의에 편향된 연극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색다른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희곡의 서문에도 작가는 ‘배우들을 인형처럼, 인형의 수단으로 다루라’는 지침을 적었다. 윤 연출은 “서양 희곡만을 정수로 꼽는 국내 연극계가 이 작품을 통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한국 희곡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2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전석 3만 원. 13세 관람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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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볼거리-즐길거리 풍성

    4일간의 짧은 설 연휴를 알차게 보내려면 동선을 잘 짜야 한다. 극장, 공연장, 전시장, 고궁 등 소소하지만 행복하게 즐길거리들을 잘 조합해 최적화된 연휴를 보내보자.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와 정치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장르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22일 동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0·26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이 개봉 첫날 25만 명을 동원하며 1위로 출발했다.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한 이번 영화는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권상우가 국가정보원 요원 출신의 웹툰 작가로 나오는 ‘히트맨’은 웹툰과 코미디를 결합시켜 색다른 웃음을 준다. 이성민 주연의 ‘미스터주: 사라진 VIP’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국정원 요원이 동물들과 공조해 사라진 VIP를 찾아나서는 코미디물이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비둘기로 변한 유능한 스파이 요원과 천재 과학자가 범죄조직에 맞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를 연기한다. 부모,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은 공연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뮤지컬 ‘알사탕’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각색한 작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 판타지를 무대에 구현했다. 혼자 놀기 좋아하는 아이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알사탕을 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울 마포구 신한카드 판 스퀘어에서 3월 1일까지 공연한다. 서울시극단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각색한 연극을 선보인다. 요리사인 주인공이 화해와 용서의 이야기를 안무, 음악을 곁들여 경쾌하게 전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2월 2일까지 공연한다. 프랑스 동화를 각색한 뮤지컬 ‘장화 신은 고양이 비긴즈’도 다양한 퍼포먼스를 곁들여 관객을 사로잡는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월 9일까지 공연한다. 설날(25일)만 빼고 24, 26, 27일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현재 ‘가야본성-칼과 현’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000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문화관에서 전시하는 2700년 전 이집트 주요 유물도 볼거리다. 조선왕릉과 종묘는 설 연휴 기간에 무료로 다녀올 수 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등 4대 궁은 창덕궁 후원을 제외하고 연휴 기간 내내 무료로 개방된다. 경복궁에서는 25일 오후 2시 수문장 교대의식 뒤에 ‘2020 세화(歲畵) 나눔’ 특별 행사도 열린다. 24, 26일 개관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공연 ‘놀이 진풍류’를 준비했다. 쥐띠 관람객들에겐 선착순(하루 150명)으로 복주머니도 나눠준다.이서현 baltika7@donga.com·김기윤·정성택 기자}

    • 2020-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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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닦고 쓸고 손보고… 무대뒤 크루의 세계는 ‘리얼 아날로그’

    “사람 손만큼 확실한 게 없거든요.” 공연예술을 아날로그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영상,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가상현실(VR) 등이 도입되고는 있지만 무대 뒤에서 스태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일감을 덜고 사고를 줄이려 도입한 자동화 장치도 사람 손이 대체해 쓸모가 없어지기도 한다. 공연마다 변화무쌍한 무대의 호흡과 감을 기계는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뮤지컬 ‘빅 피쉬’를 공연하는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찾아 스태프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이들은 공연 7시간 전부터 무대를 닦고, 쓸고, 장비와 의상을 손본다. 공연예술이 아날로그라면 무대 뒤는 ‘리얼 아날로그’다. “세트 이상 없습니다”라는 외침에 “다시 한번 가볼게요”라는 외침이 겹친다. 매주 진행하는 무대 메인터넌스(보수 점검)를 위해 스태프 20여 명이 모인다. 이들은 가로 36m, 세로 30m, 높이 9.5m의 무대를 사방으로 오가며 혹시 모를 문제점을 찾는다. 무대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틈에 걸려 있는 소품, 먼지까지 찾아낸다. 사용되는 모든 세트, 소품을 점검하며 ‘빨리감기’하듯 모든 장면을 시연한다. ‘쇼 크루’로 불리는 무대 전환수들은 공연 중 세트를 순간 이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된다. ‘빅 피쉬’의 백미인 1막 ‘수선화 프러포즈’ 장면. 스태프 4명이 무대 양 옆쪽에서 무대 바닥을 끌어당기면 가운데 벌어진 틈 사이로 노란 수선화 꽃밭이 펼쳐진다. 직전 공연에서 뿌린 꽃잎을 다음 날 공연에 사용하기 위해 스태프가 이를 주워 담는다. 빗자루, 걸레, 봉투는 물론이고 바닥 작은 틈새에 낀 꽃가루도 일일이 없애기 위해 청소기를 쓴다. 방염 처리된 약 1만 장의 진짜 꽃잎을 뿌리기에 훼손된 꽃잎은 수시로 교체한다. 배우를 따라다니는 핀 조명 등 400여 개의 조명을 모두 가동한다. “오케이”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조도를 계속 바꾼다. 배우 머리 위까지 내려오는 조명 세트도 많아 추락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 제일 먼저 공연장을 찾는 의상팀의 시간이다. 땀에 전 의상을 깨끗하게 되돌려 놓는 긴급 세탁·수선의 달인이다. 겉옷은 평균 주 1회, 티셔츠와 속옷은 매일 세탁한다. 리허설을 포함해 100회가 넘게 공연하면 의상 수선은 필수다. 분장팀이 바빠진다. 극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살리려면 짙고 동화 같은 분장이 필수다. 배우 22명의 얼굴에 각양각색 화장을 입힌다. 배우가 의상 안에 착용한 마이크의 작동 여부도 이때 살핀다. 뮤지컬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음향이다. 음향팀은 마이크, 오케스트라 악기 송출, 악기 튜닝까지 매일 체크한다. 공연 중 안개 특수효과를 담당한 스태프는 드라이아이스를 으깨 ‘포그(안개)머신’ 안에 넣어둔다. 일명 ‘하우스 오픈’. 관객이 입장한다. 쇼 크루가 1t 무게 첫 장면 무대 세트를 무대 중앙으로 옮기면 준비는 끝난다. 모든 스태프가 파이팅 구호를 외친다. “이야기의 힘으로 가자 저 하늘 끝까지! 빅 피쉬!” 막이 오르면 160분이 흘러간다. 관객이 모두 퇴장하면 휑한 무대 위로 몇몇 스태프가 다시 모여 “오늘 합이 괜찮았다. 전환 템포가 좀 빨랐다”라며 평가한다. 이종훈 제작감독은 “공연은 톱니들이 하나하나 맞물린 명품 시계다. 스태프는 돋보이는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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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들고 지칠때 다시 일어설 디딤돌 얻어”

    “작품 속 주인공이 상처로 가득 찬 마음속 검은 비닐봉지를 비워내듯, 이 작품을 만나는 모든 분들도 자신 안에 있는 검은 봉지를 비우는 용기를 냈으면 합니다.”(장지혜 ‘날아가 버린 새’ 작가) “능력 있는 후배 연극인들 덕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어 영광스럽습니다. 유망한 연출가들을 지원하는 창작플랫폼과 그곳에서 나온 신작도 함께 인정받아 더 큰 영광입니다.”(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0일 열린 ‘KT와 함께하는 제56회 동아연극상’ 시상식에 참석한 두 작품상 수상작의 작가, 예술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작품상을 받은 서울시극단의 ‘와이프’와 극단 돌파구의 ‘날아가 버린 새’는 각각 성 소수자와 비행청소년을 소재로 디테일한 연출을 선보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이들은 창작, 제작, 공연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연극계를 아껴달라고 당부했다. 윤광진 동아연극상 심사위원장(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2019년 연극계는 사회 속 다양한 주제에 귀를 열고, 새 목소리를 공연했다. 양적으로 성장한 동시에 질적으로는 과도기에 놓여 대상, 희곡상 등을 선정하진 못했지만 젊은 창작진의 괄목할 만한 작품이 돋보였다”고 밝혔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와 ‘와이프’로 연출상을 수상한 신유청 연출가는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연극계에서 ‘2019년은 신유청의 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신 연출가는 “학창시절 무대 연기가 너무 떨려 도망치듯 선택한 게 연출이다. 20년 후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는데, 오늘만큼은 앞으로 펼쳐질 원대한 축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쁘게 보내겠다”고 밝혔다. 연기상을 받은 성노진 배우는 “늘 꽃길만 걸을 순 없겠지만 힘들고 지칠 때 동아연극상이 딛고 일어설 디딤돌이 되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함께 연기상을 받은 강지은 배우는 “줄곧 연극만 하느라 애쓴다고 상을 주신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도 꽃 피는 따뜻한 봄날이 다가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무대예술상은 국립극단의 ‘스카팽’을 맡은 김요찬 음악감독, 유인촌신인연기상은 ‘여름은 덥고, 겨울은 길다’의 김은우, 황은후 배우가 각각 수상했다. 신인연출상은 ‘인정투쟁; 예술가편’의 이연주 연출가가 받았다. 특별상은 순수예술 분야 젊은 연출가들을 비롯한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지원한 공로를 인정해 두산연강재단 두산아트센터에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심재찬 연출가, 남명렬 서울연극제 예술감독, 김춘경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교수, 심사위원인 박근형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와 최용훈 청운대 뮤지컬학과 교수, 이경미 연극평론가가 참석했다. 동아연극상 협찬사인 KT의 이인원 상무, 박제균 동아일보 논설주간 등 200여 명이 자리를 빛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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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20일 블루스퀘어서 열려

    한국 뮤지컬계의 대표 축제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20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열린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개막한 작품을 대상으로 전문가 마니아 투표단이 특별상을 제외한 18개 부문 선정작(자)을 결정한다. 이날 예심, 본심을 거쳐 선정된 부문별 5개 후보 중 최종 선정작(자)을 현장에서 발표한다. 한국뮤지컬협회는 이날 시상식 사전행사로 오후 1시 ‘K뮤지컬 글로벌 네트워크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한 한국 뮤지컬배우들을 초청해 ‘글로벌 뮤지컬 인재 양성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연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뮤지컬 창작·제작·유통의 글로벌 협업 전략방안’을 주제로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진출을 돌아본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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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노벨상 작가의 서재에서 나눈 사적인 대화

    오르한 파무크, 파트리크 모디아노, 다리오 포, 오에 겐자부로, 귄터 그라스, 헤르타 뮐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가오싱젠…. 문학 애호가라면 듣기만 해도 떨리고, 숨 막히는 이름들이다. 만약 이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는 집은 어떻고, 가족과는 뭘 하며 지낼까? 무슨 요리를 즐겨 먹고, 노벨상 이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석에서는 무슨 얘기를 좋아할까? 이 궁금증들을 해소할 책이 나타났다.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거장들의 삶을 추적하기 위해 저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23인과 만나는 세계일주를 택했다. 스페인에서 약 20년간 문학전문기자로 활약한 저자의 궁금증 역시 팬들이 던질 법한 질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쾌하게 우리의 호기심을 해소해주며 작가들의 통찰도 생생히 전한다. 작가들과의 만남만으로도 부러운 여정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기도 하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힘들게 수확한 작가들의 언행과 감각적 사진들은 하나하나 과실처럼 소중하다. 그는 신간이 나오면 의례적으로 치러지는 ‘호텔 인터뷰’를 지양하고, 삶 속으로 직접 파고들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가족도 함께 만나 집, 주방, 작업실을 돌아보고, 작품의 배경이 된 곳에 작가와 같이 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저자는 “작가 대부분이 문화 너머의 일들과 담을 쌓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소외된 것들과 뜻을 함께한다”는 공통분모를 끄집어냈다. 또 권력, 돈, 명예보다 자신의 일을 늘 우선시한다고 서술했다. 인터뷰 성사 과정도 흥미롭다. 대사관 지인, 가족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10년 넘게 외부와 접촉을 끊은 ‘백 년의 고독’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007 영화처럼 만남 장소만 일러둔 채 무작정 자신의 연락을 기다리도록 했다. 자국, 해외 언론을 피해 몰래 만난 자리에서 작가는 공식적으로 절필 의사를 밝히며 “명성은 권력과 같아서 현실감각을 흐트러뜨려 내 삶은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오르한 파무크는 민족주의자들의 암살 위협에도 불구하고 경호원을 남겨둔 채 저자와 산책에 나섰다. 저자는 “이 상황에 오르한 파무크는 분노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유머적 관점에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도 덧붙인다. 2016년 별세한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와는 며칠 동안 함께 걷고, 먹고, 마셨으며 밤샘 토론도 했다. 1994년 극단주의자에게 습격을 당한 이집트 작가 나기브 마푸즈는 건강상, 신변상 이유로 짧게 만나야 했다. 도쿄에서 만난 오에 겐자부로는 사케를 대접하며, 심리적 장애가 있는 아들의 이야기도 꺼내놓는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유명한 파트리크 모디아노는 그의 서재를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198cm의 장신인 그는 “휴대한 지팡이는 걷는 데 필요한 게 아니라 책장 맨 윗줄의 책을 꺼내는 용도”라며 웃었다. 다소 호들갑스럽다는 묘사를 보면, 한 수다쟁이 프랑스 할아버지가 곁에 있는 듯하다. 수록된 사진들도 보는 맛을 더한다. 작가들의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작가들과의 만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값진 기록물이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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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와 객석의 경계 허물고 젠더-세대-계층 장벽을 넘어

    소수자, 이머시브, 스테디셀러. 2020년 공연계 트렌드를 가늠할 세 가지 키워드가 꼽혔다. 젠더를 넘어 세대, 장애, 계층 등으로 주제가 확장하며 어느 때보다 관객에게 다채로운 선택지가 주어진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이머시브(관객참여형)’ 공연과 공연장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국내외 검증을 마친 작품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새로운 10년을 위한 창작 작품 개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평론가, 전문가 20명에게 올해 공연계 향방을 들어봤다.○ 소수자 돌아보고 관객과 가까이 기대작으로 꼽힌 뮤지컬 ‘제이미’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 편견을 극복하고 드래그퀸(여장 남자)이 되는 이야기다. 아시아 초연으로 웨스트엔드를 휩쓴 창작진이 내한해 레플리카 형태로 무대에 올린다. 뮤지컬 ‘펀 홈’은 동성애자인 아버지와 레즈비언인 작가 자신의 계보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2015년 토니상 5관왕에 올랐다. 전자 악기 중심으로 넘버를 꾸민 ‘아메리칸 사이코’는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멀쩡한 겉모습과 달리 정신병을 숨기며 살아가는 주인공을 그렸다. 두산아트센터는 연극 ‘문 밖에서’를 통해 미군 기지촌 여성 노인들의 이야기를 무대로 끌어왔다. 음식을 주제로 한 기획 공연 3편도 선보인다. ‘젠더 프리’ 캐스팅도 여전하다. 국립극단의 ‘파우스트’에는 김성녀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파우스트 박사 역으로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경미 평론가는 “여성, 신진 연출가 중심으로 소외계층을 조명하는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희미해진다. 지난해 연극 ‘로마 비극’에 이어 이머시브 공연이 톡톡 튀는 자극을 선사한다. 배우를 따라 관객이 계속 이동하는 ‘이머시브 개츠비’는 마니아층을 양산 중이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모티브로 만든 ‘더 그레이트 코멧’도 기대작이다. 무대에 설치된 일부 객석에서는 배우와 관객이 뒤섞인다. 국립극장도 해외 초청작으로 쥘리앵 고슬랭의 ‘플레이어스’ ‘마오Ⅱ’ ‘이름들’을 550분간 연속으로 공연한다. 관객의 입·퇴장이 자유로운 ‘열린 공연’이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비주류 소재, 형태의 작품이 급부상했다. 마니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제작사들의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장은 “기존 흥행 공식과 차별화한 주제의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는 올해가 국내 공연계의 다양성 수용 정도를 가늠해볼 기점”이라고 했다.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고 잠재 관객을 끌어오려는 시도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말 공공 공연장 최초로 주류 반입을 허용했으며, ‘스마트폰 프리’ 공연도 논의 중이다. 검증된 인기작도 관객과 만난다. 영국 국립극단의 ‘워호스’가 단연 1등으로 꼽힌다. 창작 13년 만에 처음 내한하는 작품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기마대 말과 소년의 우정, 전쟁의 아픔을 그린 수작이다. 단순한 도구로 무대를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상상력, 인형의 활용모두 빼어나다. 인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웃는 남자’ ‘드라큘라’ ‘킹키부츠’도 돌아온다. 국내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 ‘서편제’도 공연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안정적 대형 뮤지컬을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공연을 개발하는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 천재들의 내한 잇따라 매슈 본, 아크람 칸, 크리스털 파이트, 로이드 뉴슨, 마린스키 발레단…. 세계 정상급 안무가와 무용단의 공연이 무대를 수놓는다. 매슈 본은 신작 ‘레드 슈즈’를 선보이며, 무용에 연극적 요소를 채운 크리스털 파이트의 인기작 ‘검찰관’도 무대에 오른다. 무용수 은퇴를 선언한 영국 안무가 아크람 칸의 마지막 장편 솔로 ‘제노스’도 국내 팬들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젊은이와 죽음’도 공연한다.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도 고국을 찾는다. 국립발레단은 ‘해적’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이고 유니버설발레단(UBC)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전막을 올린 뒤 ‘돈키호테’ ‘오네긴’을 공연한다. 국립극장은 창설 70주년 기념공연으로 신작 무용 ‘산조’, 발레 ‘베스트 컬렉션’, 창극 ‘춘향’을 선보인다. 역시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은 연극 ‘만선’ 등을 무대에 올린다. 설문 응답자(20명·가나다순)원종원 이경미 장광열 허순자 황승경(이상 공연 평론가),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수석PD,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김신아 예술경영지원센터 전문위원,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 백새미 인터파크 공연사업부장, 서미정 우란문화재단 PD,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본부장,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운영실장, 이동현 국립극장 공연기획팀장, 이양희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조남규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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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해선 “‘일단 고!’ 알란의 대사에 꽂혔어요”

    “가자. 그래, 일단 한번 가보자!” 입을 떼는 순간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을 것만 같은 100세 꼰대 할아버지. 정작 그의 입에서는 “가자”는 말이 제일 많이 튀어나온다. 그냥 동네 마실 가자는 수준이 아니다. 명확한 목적지도 없다. 젊은이들이 ‘이래도 되나’ 싶을 때면 그가 먼저 “일단 고!”를 외친다. 고향 스웨덴을 떠나 세계를 누비며 폭탄이 터지든, 사람이 죽든 “살아보니 뭐 그럴 수 있다”며 위로를 건네는 이 노인. ‘연기 장인(匠人)’ 배해선(46)이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 초월적 여유와 위트로 무장한 100세 알란 역을 맡았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9일 만난 배해선은 “‘어디 네가 해봐라’ 대신 ‘가자’를 외치는 주인공의 말에 이상하게 꽂혀버렸다”며 “무심한 듯 진심이 담긴 대사에 저도 위로받는다”고 했다. 1995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데뷔한 그는 연극 ‘오이디푸스’ ‘그을린 사랑’을 비롯해 뮤지컬 ‘맘마미아’ ‘에비타’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에 출연한 믿고 보는 배우다. 최근에는 TV와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첫 영화 ‘암수살인’을 시작으로 ‘엑시트’ ‘로망’ 등에 출연했고 지난해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는 객실장 최서희 역을 맡았다. 그는 “무대와 마찬가지로 촬영지에서도 ‘그냥 그 캐릭터 자체가 되자’는 마음을 가졌다. 대중에게 저를 알리는 과정은 흥미로웠다”면서도 “역시 무대가 진짜 내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차기작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연극 ‘창문 넘어…’다. 100세 생일을 앞두고 양로원 창문을 넘으며 시작된 알란의 여정과 그가 태어난 1905년 이후 행적을 교차해 보여준다. 스페인 내전, 미국 핵개발 등 근현대사의 장면에 등장하고 처칠, 드골, 마오쩌둥, 김일성과도 만난다. 소설 속 막대한 시공간과 인물을 무대에 담기 위해 배우 5명이 캐릭터 60여 개를 연기하는 ‘캐릭터 저글링’(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는 연기)을 한다. 한 명당 배역이 평균 12개. 이 설정이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100세 할아버지를 연기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작품이 실험적이었어요. 저보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알란을 연기해야 설득력이 있을 것 같았죠. ‘진짜 연기’로 안 보일까 봐 두려웠거든요.” 장고 끝에 “늘 새로운 것에 끌린다”는 도전정신이 걱정을 눌렀다. 배우 오용과 더블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며 100세 할아버지와 나이, 성별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인물의 진짜 이야기에 집중하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작품에 임하자 새 고민거리도 생겼다. 체력이다. 무대에서 쉼 없이 이름표, 의상을 교체하고 춤도 추는 탓에 체력 소모가 꽤 크다. 그는 “서커스를 방불케 할 만큼 배우 간 합(合)이 중요하다. 이전에 겪지 못한 한계에 도전 중”이라고 했다.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4만∼5만5000원. 12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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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청일전쟁을 바라본 세계 언론의 시선

    1894년 갑오년에 한반도가 세계의 집중 조명을 받은 일이 있었으니, 한국은 이를 ‘청일전쟁’, 중국은 ‘갑오전쟁’으로 표기한다. 전쟁 발발 전부터 긴장감이 고조된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서양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기자를 보냈다. 1850년부터 1900년까지 이들이 동아시아와 관련해 보도한 기사, 사진, 삽화를 엮었다. 서양의 옛 신문과 간행물을 수집하는 모임인 중국의 만국보관(萬國報館)이 편저했다.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 ‘그래픽’, 프랑스 ‘릴뤼스트라시옹’, 미국 ‘하퍼스 위클리’ 등의 삽화가 빼곡하게 수록돼 눈길을 끈다. 당대 서양 언론은 동아시아 정세에 관심이 컸다. 중국 양무운동, 일본 메이지유신부터 청일전쟁 당시 양국의 군사력 비교, 전쟁 경과, 전후 시모노세키(下關) 조약 등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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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작 영화보다 황홀한 ‘환상동화’

    무대에서 구현한 환상문학이 은은하게 부성(父性)을 노래한다. 연극적 판타지와 현실적 동화가 만나 원작의 컴퓨터그래픽(CG) 못지않은 황홀함을 준다. 극을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어느 때보다 관객의 ‘동화적 눈’이 필요한 작품이다. 뮤지컬 ‘빅 피쉬’는 한 가족의 삶에 녹아든 이야기와 사랑을 통해 ‘당신은 어떤 이야기로 남을 것인지’ 되묻는 작품이다. 1막에서는 주인공 에드워드의 환상적 모험담과 운명적 사랑이 펼쳐지고, 2막에서는 그의 아들 윌이 모험담에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며 아버지의 정신적 유산을 확인한다. 1998년 출간한 대니얼 월리스의 동명 소설과 2003년 팀 버턴 감독의 동명 영화를 각색해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최근 공연하는 국내 대형 뮤지컬 중 몇 안 되는 초연작이다. 유명 원작을 각색한 작품은 장르를 달리해도 원작이 줄곧 큰 벽이 되곤 한다. 뮤지컬 ‘빅 피쉬’ 역시 ‘팀 버턴표’ 환상영화와는 또 다른 판타지를 어떻게 관객에게 심어줄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을 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품은 무대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영리하게 구현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무대연출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고, 달달한 넘버는 귀를 달랜다. 무대를 때리듯 귀에 꽂히는 넘버는 없다. 하지만 잔잔하면서 흥겨운 재즈, 컨트리 송, 팝 넘버가 더 큰 울림을 준다. 주인공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를 비롯해 구원영, 김지우, 이창용, 김성철 등의 내공은 연극적 긴장감을 꾸준히 끌어올린다. 1막, 2막의 마지막 장면은 원작 영화 속 CG 못지않은 황홀함을 준다. 무대 바닥을 빼곡하게 뒤덮는 수선화 밭 프러포즈 장면과 마지막에 주인공이 죽으며 강으로 회귀하는 장면에서는 곳곳에서 “와∼” 하는 탄성도 터져 나온다. 물론 여전히 손댈 곳도, 아쉬운 점도 많다. 극 중 거인, 마녀, 대포알을 타고 날아가는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특수의상과 인형을 택했다. 이 설정이 다소 유치하거나 어설퍼 극의 몰입을 깰 여지가 있다. 어느 작품보다 관객의 ‘동화적 눈’이 필요하다. 1막, 2막의 마지막 장면 연출에 공력을 ‘올인’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다른 장면은 상대적으로 단출한 느낌을 준다. 대사가 많이 오가는 병원 장면 등 곳곳에서 늘어지는 점도 아쉽다. 어찌 됐든 작품은 관객을 환상적 동화로 끌어들여 눈물샘까지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앨라배마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먼 타국의 이야기도 한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웰메이드 사부곡(思父曲)의 재연도 기다려진다. 2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3만 원. 8세 이상 관람가. ★★★☆(★ 5개 만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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