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한 달간 유럽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유럽 간 인적 교류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모든 여행을 향후 30일간 금지한다”며 “이 규정은 금요일(13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선제적인 중국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한 결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미국 내 새로운 감염이 많이 발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유럽 26개국에서 최근 14일 이내에 체류한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 화물과 교역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은 일방적이고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한 조치와 경고를 가능한 한 조기에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한국에 대해서는 대구 지역에만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지역은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H1N1) 이후 11년 만이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하루 만에 확진자가 321명 증가하면서 수도 워싱턴과 24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공화당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12일(현지 시간) 오후 전국적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하루 만에 2313명 늘어났다. 12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현재 123개국에서 12만785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이제 이탈리아에서 산다는 게 약간 초현실적 세상에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11일 저녁(현지 시간) 로마 시민들은 “모든 게 두렵고 너무 낯설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AFP통신 등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이탈리아의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여행객과 신도로 가득 찼던 로마 내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은 인적이 끊겼다. 다른 도시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도심은 텅 비었고, 동네 슈퍼마켓만 생필품을 구하려고 줄지어 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끔 1m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말을 걸면 주변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최소 2주간 식품 판매점,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선포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술집, 식당, 미용실, 구내식당이 모두 문을 닫는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협조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전국 이동제한령 등 전례 없는 강경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내 누적 확진자 수는 11일 밤 기준 1만2462명으로, 전날 대비 무려 2313명 증가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사망자는 전날 대비 196명 증가한 827명이다. 확산세가 잡히지 않자 ‘모든 상점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은 것이다. 뉴욕타임스 등은 슈퍼마켓은 한 번에 한정된 인원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식료품 가게나 필수품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열려 있을 테니 서둘러 사둘 필요는 없다”고 달랬다. 그러나 줄을 서서 기다려도 이미 선반이 텅텅 빈 상점이 속속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더선이 전했다. 병원에도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탈리아의 한 의사는 “병원이 환자들의 ‘쓰나미’로 압도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필수 의약품이 약탈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탈리아 외 유럽국들의 확산세도 거세다. 스페인에서는 8일 589명이던 확진자가 사흘 만에 2968명(사망 84명 포함)으로 껑충 뛰었다. 12일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마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 내각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497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 수가 2281명(사망자 48명 포함)으로 늘었다. 독일(2027명), 노르웨이(687명), 스웨덴(500명), 영국(456명) 등 전 유럽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인적·물류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에 따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회원국은 자유로운 국경 이동이 가능하다. 주요 유럽 국가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 대다수가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해 유럽 인구의 20%(EU 회원국 기준)를 차지하는 노인 인구, 유럽인 특유의 개인주의와 위기의식 결여, 각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겹쳐 순식간에 코로나19가 유럽 대륙을 덮쳤다고 BBC 등은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부 국가는 ‘하나의 유럽’ 유지를 포기하겠다며 우선 이탈리아에 대해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스위스는 11일 이탈리아 국경의 소규모 검문소 9곳을 폐쇄하고 양국을 오가는 차량은 대규모 검문소가 있는 주요 도로를 이용하도록 했다. 헝가리도 이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탈리아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했다. 오스트리아는 10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오는 사람은 건강 확인서를 지참한 경우에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각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정책을 이날 쏟아냈다. 스페인 정부는 주요 도시에서 인구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 금지, 휴교령, 하원 의사당 1주일 폐쇄를 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는 다음 달 초까지 미술관, 영화관, 콘서트홀, 대형 술집을 폐쇄한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김예윤 기자}
미국 정부가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달간 미국 입국을 금지한 것은 대서양 전체를 사실상 봉쇄선으로 긋는 이례적인 강경 대책이다. 중국과 달리 유럽연합(EU)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으로 묶여 있는 지역이고, EU는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경제, 외교안보 분야에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파장 확산 우려 솅겐조약이 적용돼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국가는 영국과 아일랜드,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한 26개국이다. 특정 국가에 대해서만 입국을 제한한다고 해도 유럽 전체를 막지 않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차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미국 정부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된 영국은 올 1월 EU에서 탈퇴했고 솅겐조약 가입국도 아니다.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미국 내 입국 제한 조치 논의가 불거졌을 때에도 “EU 전체를 막기에는 너무 광범위해서 사실상 제한이 불가능하고 실효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한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결국 이 카드를 꺼내든 것. 미 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간 미국을 방문한 유럽인은 7240만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발 입국을 막을 경우 먼저 관광산업과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관계자들의 긴밀한 대면 협의와 투자 협상, 현지 시찰도 한층 어려워져 각종 산업 분야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또 EU는 인구 5억1000만 명에 연간 무역 규모가 7000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최대 교역 상대다. 지난해 디지털세 등을 놓고 양측의 무역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파장이 작지 않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 기지들은 미군을 중심으로 중동에 파견된 나토군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달간 병력 이동이 제한되는 데다 유선으로는 교환하기 어려운 기밀 정보의 공유나 협의도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다.○ 유럽 “예상 못 했다” 당혹 유럽은 미국의 조치에 크게 반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2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는 세계적인 위기로 어떠한 대륙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조치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EU는 바이러스 확산을 제한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CNN방송은 “워싱턴 주재 유럽국 대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뒤에야 국무부에서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담화에서 인적 교류는 물론이고 화물과 교역 물품까지 모두 조치 대상에 포함되는 것처럼 말해 한때 혼란이 일었지만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포고령 전문에서 금지 대상을 ‘사람들(persons)’로 적시하면서 정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기부양책도 제시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대출 지원 및 이를 위한 예산 500억 달러 요청 △피해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납세 연장 △급여세 면제에 대한 의회의 동의 요청 등이 포함됐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 뉴욕=박용 특파원}
중동 쿠웨이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사실상 외국인 입출국 봉쇄를 단행했다. 이란에서는 수석부통령 등 고위 관료들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대통령까지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쿠웨이트 정부는 13일 밤 12시부터 모든 여객기의 쿠웨이트 공항 출발 및 도착을 금지한다. 다만 쿠웨이트 국적자와 그 직계 가족의 입국, 화물기 운항은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항공기의 출발 및 도착을 금지한 상황에서 어떻게 국적자와 그 가족이 들어올 수 있는지에 대한 세부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까지 쿠웨이트에선 7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감염자 대부분은 이란을 다녀오거나 이란에서 온 사람과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천연가스 사업 등으로 이란과 부쩍 밀착하고 있는 카타르 역시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10일까지 감염자는 24명에 그쳤지만 하루 뒤 238명이 추가돼 국가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12일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어선 이란은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IMF에 긴급자금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청했다”며 “IMF는 기금의 임무를 준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IMF에 긴급자금을 요청한 것은 58년 만이다. 이란에서는 에스하그 자항기리 수석부통령, 알리 아스가르 무네산 문화관광장관, 레자 라마니 상공광물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자항기리 수석부통령은 내각회의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대통령의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최고위 여성 관료인 마수메 에브테카르 부통령과 국회의원 다수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국회 부의장, 주바티칸 이란대사를 지낸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는 코로나19로 숨졌다. 이런 가운데 율리크 베스터가드 크누드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차장(51)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돼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가 일부 폐쇄됐다. OECD는 긴급 조치로 이달 초부터 크누드센 사무차장이 접촉하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추적 조사 중이다. 11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13일 정오부터 4월 15일까지 외교관, 국제기구, 취업 비자 등을 제외한 모든 비자의 효력이 정지된다”며 사실상 국가 봉쇄령을 발표했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일부 구역이 폐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OECD를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주요 국제기구들의 기능마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결과 OECD 본부는 11일(현지시간) 37개 회원국에서 파리로 파견 근무 중인 각국 대사들과 사무국 직원들에게 코로나19 감염 경고 메일을 보냈다. 핵심 내용은 OECD 핵심 인사인 율릭 베스터가드 크누드센 OECD 사무차장(51)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결과 통보였다. 이에 따라 크누드센 사무차장은 현재 자가 격리돼 치료 중이다. 덴마크 출신의 크누드센 사무차장은 자국 코펜하겐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덴마크 외교부 차관을 포함해 미국, 러시아, 영국, 유네스코 본부 등에서 외교관과 대사를 지낸 EU 외교·안보 전문가다. OECD는 긴급 조치로 이달 초부터 크누드센 사무차장이 접촉하거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 추적 조사 중이다. 그가 이용한 OECD 내 사무실 등 일부 공간은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하기로 했다. OECD는 “의정서에 따라 엄격한 보건 및 방역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며 “프랑스 보건부에도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OECD는 세계 주요 국제기구 중 하나다. 1948년 유럽경제협력기구(OEEC)에서 시작해 현재 주요 선진국 등 37개국이 회원이다. 한국도 포함된다. 크누드센 사무차장과 함께 일한 회원국 파견자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돼 내부 동요가 큰 상태다. 이들과 만난 각국 외교 담당자들이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OECD뿐 만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유엔인권이사회 등 주요 국제기구 22곳이 몰려있는 스위스 제네바,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등 EU의 모든 기능이 집결된 벨기에 브뤼셀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주요 국제기구의 업무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EU집행위원회에서는 이미 여러 명의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달 들어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한편 스페인은 12일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 등 내각 각료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됐다. 영국, 프랑스 정부도 각각 네이딘 도리스 보건복지차관,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보리스 존슨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감염 위기에 놓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한 달 간 유럽에 대해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간) 코로나19에 대해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유럽 간 인적교류까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외교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영국을 제외한 유럽에서 미국으로의 모든 여행을 향후 30일간 금지한다”며 “이 규정은 금요일(13일)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선제적인 중국 여행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한 결과 유럽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미국 내 새로운 감염이 많이 발생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EU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을 자유롭게 한 솅겐 조약이 적용되는 유럽 26개국에서 최근 14일간 머문 외국인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 다만 화물과 교역 물품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코로나19 검사를 거친 미국인들도 예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건강을 위해 강하지만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제한 조치는 상황에 따라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및 중국과 관련해서는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으며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 적용되고 있는 제한조치와 경고를 가능한 조기에 재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인 검사와 대응으로 한국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흐름을 평가하면서 향후 조치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는 현재 국내 지역 가운데 대구에 대해서만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 금지), 나머지 지역은 3단계(여행 재고)를 발령한 상태다. 또 미 국무부는 트럼트 대통령의 담화가 끝난 뒤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에 대한 여행 경보를 3단계로 격상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모든 해외 여행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발표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은 2009년 신종 인플룬엔자(H1N1) 이후 11년만이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 선언으로 대응태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각국의 노력으로 집단, 지역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에서 코로나19 대응 실무를 총괄하는 네이딘 도리스 보건복지차관(62·사진)이 감염돼 정부와 의회에 비상이 걸렸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도리스 차관은 6일부터 고열과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간호사 출신인 그가 코로나19 대응의 주무부서 차관인 데다 감염 경로까지 불분명한 상태다. 그는 증세가 나타나기 하루 전인 5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6)가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존슨 총리, 맷 행콕 보건복지장관, 집권 보수당 의원들과 만났다. 보수당 소속 의원이기도 한 도리스 차관은 최근 의회와 정부 인사를 여러 명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타임스는 “도리스 차관이 지난주에만 만난 사람이 수백 명이고 상당수가 현직 의원”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의회 임시 폐쇄 가능성을 거론한다. 프랑스에서는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프랑크 리에스테르 프랑스 문화장관(46)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의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3)과 정부 주요 장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대통령의 최측근인 파트리크 스트르조다 수석비서관도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중이다. 하원의원 5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 세계무역기구(WTO)의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도 여러 명의 직원이 환자로 드러났다.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도 10일 이탈리아 방문 후 벨기에 브뤼셀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EU 집행위는 10일 회원국 정상들과 긴급 화상 회의를 열고 250억 유로(약 34조 원)의 기금 마련을 결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문가들이 인구의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한다. EU 회원국 모두가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는 1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WHO가 그간 주저해온 팬데믹을 마침내 선언하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향후 전 세계 성인의 40~70%를 감염시킬 정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WHO, 팬데믹 전격 선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팬데믹 선언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코로나19의 심각한 확산 수준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 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팬데믹은 가볍게 혹은 무심하게 쓰는 단어가 아니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거나 전쟁이 끝났다는 정당하지 못한 인정을 통해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 확산을 충분히 고려한 끝에 선언을 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WHO는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팬데믹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제기한 위협에 대한 WHO의 평가를 바꾸지 않고, WHO가 하는 일과 각국이 해야 하는 일을 바꾸지 않는다”며 “각 정부가 탐지, 진단, 치료, 격리, 추적 등을 한다면 소수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집단 감염과 지역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외 코로나19 감염이 급증된 국가도 언급됐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이란과 이탈리아, 한국이 취한 조처에 감사한다”며 “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사회적, 경제적 결과를 완화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많은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HO, 그간 미뤄오던 팬데믹 전격 선언 배경은?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급속히 확산돼 전 세계 119개국에 퍼졌다. 확진자만 12일 기준으로 12만1700명, 사망자만 4382명에 달했다. 이에 전 세계 많은 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가 이미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지만 WHO는 ‘중국 눈치보기’와 ‘공포심리’ 확산을 이유로 팬데믹 선언에 주저해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팬데믹 선포가 각국의 바이러스 억제를 위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팬데믹의 기준은 강력한 전염성,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동일한 전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할 것 등이다. 다만 감염자 수와 사망률 등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이에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의 정의를 여러 기구와 논의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기존에 6단계로 구성됐던 펜데믹은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를 기준으로 적용된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준과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WHO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각각의 팬데믹 정의를 발표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WHO가 12일 뒤늦게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각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인정하고 차단보다는 치료와 억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전망이다. WHO가 앞서 1월 30일 발표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차단’에 중점을 두는 선언이다. 반면 팬데믹 선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을 인정하는 한편, 개별 국가의 치료와 억제, 즉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2009년 6월 H1N1 등 두 번뿐이다. 특히 2009년 팬데믹 선포의 경우 H1N1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이에 WHO가 백신을 파는 거대 제약회사 이익을 도왔다는 비판이 거셌다. 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리가 당분간 전 세계에서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각종 사재기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각국 별로 각종 통제 조치가 강화돼 치료와 억제에 집중하면서 사태가 정점을 지나 완화될 수도 있다. WHO는 이날 브리핑을 마치며 “우리는 오늘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역사상 처음으로 통제될 수 있는 팬데믹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경한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전 국민의 이동이 제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1797명 늘어난 9172명(사망자 463명)으로 집계되자 전국 이동제한령을 즉각 발효했다. 전날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 15개 지역 봉쇄 조치를 내린 지 하루 만이다. 이번 조치로 6048만 명에 달하는 이탈리아 국민은 다음 달 3일까지 건강 문제 등 예외적 이유 외에는 거주지를 벗어날 수 없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들도 확진자가 1000명을 넘으면서 공공장소 임시 폐쇄, 비상안보회의 개최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코로나19 공동 대응책 마련을 위해 조만간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긴급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중동에서는 이란의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고, 미국에서도 73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사망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코로나19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던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팬데믹(대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금융 시장보다 생산과 소비 등 실물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 경제참모들은 지난 주말 12∼15개의 조치를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 패키지를 준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공급망 차질에 따른 기업 부담과 소비 부진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정부가 재정을 동원한 경제 살리기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백악관이 10일 의회와 협의를 거쳐 내놓을 경기 부양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저소득층 소득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위한 감세와 대출 지원, 저소득층 노동자의 유급 병가(病暇) 지원 등이 거론된다. 무보험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진단비와 치료비 지원도 있다. 코로나19로 관광산업이 타격을 받은 일본 이탈리아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기업 부실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될 것을 우려해 기업 지원책을 내놨다.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에 직면하자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비 부양책을 다시 꺼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다음 달까지 기준금리를 2015년의 ‘제로(0) 금리’ 수준으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뉴욕=박용 parky@donga.com / 파리=김윤종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모든 이탈리아인은 집에 머물러 주세요. 감염을 막기 위해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9일 전국 모든 지역의 ‘이동제한령’을 발표한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언론브리핑에서 한 하소연이다. 전시(戰時)에나 취할 수 있는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콘테 총리는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며 국민의 협조를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자 비상이 걸린 세계 각국에서 초강경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동의 자유 사라진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이탈리아 정부는 연일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172명으로 하루 만에 1797명(24.3%) 증가했다. 전날 기록한 하루 최대 증가폭(1492명)을 다시 경신하면서 3일 연속 1000명 이상씩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중국(8만9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사망자(463명)도 중국 다음으로 많다. 사망률은 5%로 세계 평균 3.4%보다 훨씬 높다.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으로 이탈리아는 준전시 상태가 됐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인 밀라노를 비롯해 로마, 베네치아 등 주요 도시 기차역, 고속도로 요금소, 공항에는 검문소가 세워졌고, 경찰의 검문이 시작됐다. 업무로 인한 이동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기업들도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해야 한다. 학교는 물론 영화관 극장 박물관도 문을 닫는다. 결혼식과 장례식도 열어서는 안 된다.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등 스포츠 경기도 전격 중단돼 이탈리아 곳곳이 유령도시로 변했다. AFP통신은 “주요 도시의 일부 역은 아예 텅텅 비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조치”라고 전했다.○ EU, 긴급 정상회의 개최키로 유럽 각국도 공공장소 임시 폐쇄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확진자가 1200명이 넘은 스페인은 2주간 휴교령을 선포했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열었다. 프랑스는 프랑크 리에스테르 문화장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 유럽의 상황이 심각해지자 EU는 이르면 13일 긴급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국경 봉쇄 등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임시 의료시설을 만들기 위해 토지나 건물을 소유자 동의를 얻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중동 상황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입국자가 여행한 동선과 건강 상태 등 정보를 숨기면 최고 50만 리얄(약 1억6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CNN은 9일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다”고 밝혔지만 WHO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각국의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를 불러와 경제적 충격을 가중시키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당시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가 “신종플루의 사망률이 높지 않은데도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팬데믹 선언을 해도) 각 나라가 감염병 경계 단계를 조정할 때 참고 사안일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박성민 기자}
“모든 이탈리아인은 집에 머물러 주세요. 감염을 막기 위해 뭔가를 포기해야 합니다.” 9일 전국 모든 지역의 ‘이동제한령을 발표한 이탈리아 주세페 콘테 총리가 언론브리핑에서 한 하소연이다. 전시(戰時)에서나 취할 수 있는 초강경 대책을 내놓은 콘테 총리는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며 국민의 협조를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자 비상이 걸린 세계 각국에서 초강경책이 쏟아지고 있다. ● 이동의 자유 사라진 이탈리아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이탈리아 정부는 연일 대응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172명으로 하루 만에 1797명(24.3%) 증가했다. 전날 기록한 하루 최대 증가폭(1492명)을 다시 경신하면서 3일 연속 1000명 이상씩 증가했다. 이탈리아는 중국(8만904명)에 이어 두 번째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사망자(463명)도 중국 다음으로 많다. 사망률은 5%로 세계 평균 3.4%보다 훨씬 높다.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으로 이탈리아는 준전시 상태가 됐다. 이탈리아 경제 중심인 밀라노를 비롯해 로마, 베네치아 등 주요도시 기차역이나 톨게이트, 공항에는 검문소가 세워졌고, 경찰의 검문이 시작됐다. 업무로 인한 이동을 피하기 위해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해야 한다. AFP통신은 “주요 도시의 일부 역은 아예 텅텅 비어있다”고 전했다. 학교는 물론 영화관 극장 박물관 등 모든 공공시설이 폐쇄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등 스포츠 경기도 전격 중단돼 이탈리아 곳곳이 유령도시로 변했다. 로이터통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조치”라고 전했다. ● EU, 긴급 정상회의 개최키로 유럽 각국도 공공장소 임시폐쇄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확진자가 1200명이 넘은 스페인은 2주간 휴교령을 선포했다. 영국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열었다. 로이터는 프랑크 리스터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럽연합(EU)은 이르면 13일(현지시간) 긴급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국경 봉쇄 등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임시 의료시설을 만들기 위해 토지나 건물을 소유자 동의를 얻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개인의 권리까지도 제약할 수 있다. 중동 상황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입국자가 여행한 동선과 건강 상태 등 정보를 숨기면 최고 50만 리알(약 1억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입국자를 2주간 격리하기로 했다. CNN은 9일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규정한다”고 밝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거나 각국의 강력한 이동제한 조치를 불러와 경제적 충격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당시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가 “신종플루의 사망률이 높지 않은데도 불안과 공포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전병율 차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팬데믹 선언을 해도) 각 나라가 감염병 경계 단계를 조정할 때 참고 사안일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이탈리아에서 8일(현지 시간)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 가까이 폭증했다.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엑소더스(대탈출)’가 나타나 이탈리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봉쇄 지역 주민 탈출 행렬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7375명으로 전날보다 1492명 늘었고 사망자는 133명이 증가해 366명이 됐다. 증가 추세로 볼 때 조만간 한국(7478명)보다 확진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북부 롬바르디아주 등 15개 지역에서 출입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해당 지역민 1600만 명이 사실상 격리됐지만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문제는 코로나19 급증세 이상으로 ‘사회적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북부 최대 도시 밀라노, 관광도시 베네치아 등 다음 달 3일까지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은 정부 발표 전부터 남부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행정명령 문서가 발표 하루 전 유출됐기 때문이다. 밀라노의 바이러스 전문가 로베르토 부리오니는 “봉쇄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탈출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정반대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남북 간 ‘지역 갈등’마저 생기고 있다. 동남부 풀리아주 미켈레 에밀리아노 주지사는 9일 “다시 뒤로 돌아서라. 당신들이 바이러스를 운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교도소 면회를 금지하자 북부 볼로냐 인근 모데나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6명이 사망했다. 다음 달 3일까지는 모든 가톨릭 예배가 전면 중단된다. 가톨릭 신자가 전 국민의 90%가 넘는 이탈리아로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중국인 많고 정부 대응 부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멤버이자 유럽 4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과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합쳐져 재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에는 중국인 3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북부 패션 도시 밀라노와 섬유 도시 프라토에 몰려 있고 상당수가 위생 상태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방 하나에 여러 명이 합숙하다 보니 감염이 확산되기 쉽고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개인주의 성향은 악재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까지도 북부 지역의 스키장이 붐비고 밀라노 선술집에서는 잔치가 열렸다. 정부의 경고에도 상당수 이탈리아인은 ‘내 생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대로 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2.6%(2018년 기준)로 일본 다음으로 높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이 많다 보니 확산이 더욱 급속히 이뤄졌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이탈리아는 의사와 간호사 수가 적고 의료 접근성도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말까지는 ‘북부 지방을 중심으로 방역을 강화하고 하루 최대 5000명인 검진 횟수를 더 늘리면 확산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전국으로 퍼졌고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의 소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확산 초기 중국과의 연관성만 찾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유럽 및 중동 확산세 이어져 9일 프랑스와 독일의 확진자 수는 각각 1209명. 1151명으로 전날보다 각각 260명, 351명 늘면서 1000명을 넘어섰다. 스페인(911명), 스위스(332명)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다.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8일부터 관저에서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3일 대통령궁을 방문한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 탓이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에 자국민의 유럽 여행을 금지시키라고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은 이탈리아 경유 입국자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 민주적이라고 자부해온 유럽 국가들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7161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조유라 기자}
이탈리아에서 8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500명 가까이 폭증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봉쇄조치를 내린 지역에서는 ‘엑소더스(대탈출)’이 나타나면서 이탈리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봉쇄지역 주민 탈출 행렬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는 7375명으로 전날보다 1492명 늘었다. 증가추세로 볼 때 조만간 한국(7382명)보다 확진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는 133명이 증가해 366명이 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날 북부 롬바르디아주(州) 등 15개 지역에서 출입제한 행정명령을 발표해 해당 지역민 1600만 명이 사실상 격리 조치됐지만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문제는 코로나19 급증세 이상으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북부 최대도시 밀라노, 관광도시 베네치아 등 봉쇄령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은 정부 발표 전부터 자가용 등을 이용해 고향을 벗어났다. 기차역도 사람들로 붐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지자체에 보낸 문서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밀라노의 한 바이러스 전문가는 “봉쇄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면서 (감염이 확산되는) 정반대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남북 간 ‘지역갈등’마저 생기고 있다. 남부 에밀리아노의 푸글리아 미켈레 주지사는 “다시 뒤로 돌아라. 당신들이 바이러스를 운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곳곳에서 폭동마저 벌어지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교도소 면회를 금지하자 북부 볼로냐 인근 모데나 교도에서 폭동이 일어나 3명이 사망했다. 남부 파비아 교도소에서도 재소자들이 교도관 2명을 인질로 잡는 소동이 발생했다.● 중국인 많고 정부 대응 부실 이탈리아에서 코로노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주 원인은 크게 △중국과의 교류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 성격 △사회 고령화가 꼽힌다. 여기에 이탈리아 당국의 미숙한 대응이 합쳐지면서 재앙이 초래됐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이탈리아에 사는 중국인은 30만 명으로 유럽에서 4번째로 많다. 이들은 북부의 패션 도시 밀라노와 섬유도시인 프라토에 몰려있다. 방직공장 등에서 일하는 중국인들 상당수가 열악한 위생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방 하나에 여러 명이 합숙하다보니 감염이 퍼지기 쉽고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인 특유의 낙천적이고 개인주의 성향은 악재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까지도 북부지역 스키장이 붐비고 밀라노에서 선술집에서는 잔치가 열렸다. 정부의 경고에도 상당수 이탈리아인은 ‘내 생활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평소대로 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도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2.6%(2018년 기준)으로 일본 다음으로 많다. 면역력이 낮은 노인이 많다보니 확산이 더 급속히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의료시스템도 취약한 편이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이탈리아는 의사와 간호사 수는 물론 의료 시설이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은 피해를 키웠다. 이탈리아 당국은 아직도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초기 환자와 감염 경로를 알고 차단하는 조치들이 됐다면 감염 확산이 이렇게 빠르지 않았을 것”고 설명했다. ● 유럽·중동 확산세 이어져 프랑스의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177명이 증가한 1126명으로 늘어나 1000명을 넘어섰다. 독일(902명), 스페인(613명), 스위스(337명) 등 다른 유럽국들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르다. 이에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이탈리아 정부가 자국민의 유럽 여행을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 아등은 이탈리아 경유자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NYT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 민주적이라고 자부해온 유럽 국가들이 폐쇄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에선 이란에서 확진자 6566명이 발생했고 바레인(85명), 쿠웨이트(64명) 등에서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 사망자는 이란 194명, 이집트 1명으로 집계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81개국으로 번지고 3200명이 사망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 타리크 야샤레비치 대변인은 4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정의하기 위해 여러 기구가 협력하고 있다”며 “정의를 규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샤레비치 대변인은 “WHO는 6단계로 구성됐던 인플루엔자에 대한 팬데믹 체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런 변화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인플루엔자에 대한 팬데믹 정의는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 정의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WHO가 앞서 1월 30일 발표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차단’에 중점을 두는 선언이다. 반면 팬데믹 선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돼 개별 국가의 치료와 억제 등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2009년 6월 H1N1 등 두 번뿐이다. 지금까지 팬데믹의 기준은 강력한 전염성, 사람 대 사람 간 전염, 동일한 전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할 것 등이었다. 하지만 감염자 수와 사망률 등 구체적 기준은 없었다. 앞으로 WHO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각각의 팬데믹 정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세밀한 기준을 세우면 불필요한 공포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81개국으로 번지고 3200명이 사망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의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WHO 타렉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4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을 정의하기 위해 여러 기구가 협력하고 있다”며 “정의를 규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야사레비치 대변인은 “WHO는 6단계로 구성됐던 인플루엔자에 대한 팬데믹 체계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런 변화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A(H1N1)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인플루엔자에 대한 팬데믹 정의는 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 정의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WHO가 앞서 1월 30일 발표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는 전염병의 위험을 경고하고 ‘차단’에 중점을 두는 선언이다. 반면 펜데믹 선언은 이미 세계적으로 확산돼 개별 국가별 치료와 억제 등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WHO가 지금까지 팬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독감 사태와 2009년 6월 H1N1 두 번뿐이다. 지금까지 펜데믹의 기준은 ‘강력한 전염성’을 토대로 ‘사람 대 사람 간’ 전염이 이뤄져야 한다. 한 지역 내 유행병인 에피데믹(epidemic)을 넘어 ‘동일한 전염병이 2개 대륙 이상에서 발생해야 한다. 마이크 라이언 WHO긴급대응팀장은 “전 세계 모든 인구가 감염위기에 놓여야 팬데믹”이라며 “용어 기원이 그리스어로 모든 사람을 뜻하는 팬데모(pan demo)에서 왔다”고 설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펜데믹 선언의 기준이 되는 감염자 수, 사망률 등 세부 사항이 없어 모호한 것은 사실이다. 세계보건법 전문가 미국 조지타운대 고스틴 교수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선포는 주관적이며 엄격한 규칙이 없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WHO는 향후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각각의 펜데믹 정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세밀한 기준을 세우면 불필요한 공포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2009년 펜데믹 선포 당시 H1N1 감염국가는 74개국, 사망자는 150명 정도였다. “아직 팬데믹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다 이제야 ’정의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WHO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WHO의 오락가락 행보가 과거의 비판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WHO는 2009년 팬데믹을 선포했지만 H1N1 확산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 WHO가 백신을 파는 거대 제약회사 이익을 도왔다는 비판이 거셌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WHO는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는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후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됐고 결국 1만1310명이 사망해 ’늦장 대응‘이란 질타를 받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스위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되면서 주요 국제기구들의 기능마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인 스위스인포 등에 따르면 스위스 보건당국은 2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45명으로 집계된 확진자는 제네바를 비롯해 취리히, 베른, 그라우뷘덴, 바젤란트, 바젤 등 12개 주에서 고루 발견됐다. 사실상 스위스 전역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된 셈이다. 현재 의심 환자가 1850명에 달해 순식간에 확진자가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보건당국은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전면 금지했고, 쿠어 등 일부 지자체는 50명 이상 행사도 금지했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국제기구 22곳이 몰려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이 대표적이다. 스위스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회의나 행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국제기구의 활동이 둔화될 수 있다. 이미 유엔인권이사회는 3일부터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벨기에 역시 같은 이유로 비상 태세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EU의 모든 기능이 집결돼 있다. 벨기에는 1일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온 후 총 13명이 감염된 상황이지만 동서로 국경을 맞댄 독일과 프랑스에서 3일까지 각각 188명, 19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2일 브뤼셀에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 협상을 시작한 EU와 영국 대표단은 예방 차원에서 협상 전 악수를 생략하기로 했다. EU도 이날 코로나19 공동대응팀을 출범시켰다고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스위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되면서 주요 국제기구들의 기능마저 마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인 스위스인포 등에 따르면 스위스 보건당국은 2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발표했다. 42명으로 집계된 확진자는 제네바를 비롯해 취리히, 베른, 그라우뷘덴, 바젤란트, 바젤 등 12개 주에서 고루 발견됐다. 사실상 스위스 전역이 코로나19감염에 노출된 셈이다. 현재 의심환자가 1850명에 달해 이탈리아처럼 순식간에 확진자가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보건당국은 1000 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전면 금지했다. 스위스 동부 도시인 쿠어 등 일부 지자체는 50명 이상 행사도 금지했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주요 국제기구 22곳이 몰려 있다. 유엔 사무소, 세계무역기구(WTO),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세계기상기구(WMO)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스위스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 회의나 행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국제사회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미 유엔 인권이사회는 3일부터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벨기에 역시 같은 이유로 비상 태세다. 벨기에 브뤼셀에는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EU의 모든 기능이 집결돼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 EU 행정은 차질을 빚게 된다. 벨기에는 1일 두 번째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지만 동서로 국경을 맞댄 독일과 프랑스에서 2일 각각 165명, 191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EU는 27개 회원국과 논의를 토대로 2일 코로나19 공동대응팀을 출범시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일종의 국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1일 이탈리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2%인 36억 유로(약 4조8000억 원)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반 토막 나고 패션, 스포츠 등 주요 행사가 모두 중단되면서 30억 유로(약 4조 원)가 넘는 피해가 예상되는 등 경기 침체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1694명(사망자 41명 포함)이다. 하루 만에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566명, 12명 늘었다. 이탈리아의 폭발적 증가 추세는 유럽 전체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당수 유럽 국가의 첫 확진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했거나 방문한 사람과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럽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이날 유럽연합(EU) 내 코로나19 위험 수준을 ‘보통’에서 ‘높음’으로 올렸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GDP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업 타격을 우려해 입국 제한 등을 망설이다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쳐 버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일 현재 여전히 최초로 감염된 ‘0번 환자’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확산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무증상 확진자들이 격리되지 않은 채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북부 지역 감염 확산의 주 원인이 된 롬바르디아주 거주 A 씨(38)의 경우 지난달 14일 발열로 처음 병원을 찾았고, 16∼19일 병원을 세 번 방문할 때 일반 치료를 받았다가 20일에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 기간 동안 A 씨는 ‘슈퍼 전파자’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병원이 전염병 지침을 따랐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유럽국보다 폭넓은 중국과의 교류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유산을 보러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 수는 연간 58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350만 명이 중국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도 30만 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검사를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 환자 수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달 28일 “무증상 접촉자도 진단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일부 주에서 과도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고 있는 이탈리아가 일종의 국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1일 이탈리아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0.2%인 36억 유로(약 4조8000억 원)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반토막 나고 패션, 스포츠 등 주요 행사가 모두 중단되면서 30억 유로(약 4조원)가 넘는 피해가 예상되는 등 경기침체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1694명(사망자 41명 포함)이다. 하루 만에 환자와 사망자가 각각 566명, 12명 늘었다. 지난달 20일에는 확진자가 3명에 불과했지만 10일 만에 폭증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폭발적 증가 추세는 유럽 전체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상당수 유럽 국가의 첫 확진자가 이탈리아를 방문했거나 방문한 사람과 접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진자 급증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가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GDP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업 타격을 우려해 입국 제한 등을 망설이다 적절한 대응 시점을 놓쳐 버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일 현재 여전히 최초로 감염된 ‘0번 환자’의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확산경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무증상 확진자들이 격리되지 않은 채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다. 북부 지역 감염확산의 주 원인이 된 롬바르디주 거주 A 씨(38)의 경우 지난달 14일 발열로 처음 병원을 찾았고, 16~19일 병원을 세 번 방문할 때 일반치료를 받았다가 20일에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 기간 동안 A 씨는 ‘슈퍼 전파자’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병원이 전염병 지침을 따랐다면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유럽국보다 폭넓은 중국과의 교류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유산을 보러 이탈리아를 찾는 관광객 수는 연간 5800만 명에 달한다. 이중 350만 명이 중국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장기 거주하는 중국인도 30만 명이 넘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바이러스 검사를 다른 유럽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 환자 수가 급증한 측면이 있다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달 28일 “무증상 접촉자도 진단 검사를 실시할 정도로 일부 주에서 과도하게 검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 불안이 고조된 상황에서 적절치 않은 언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