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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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청아 기자입니다.

clearlee@donga.com

취재분야

2024-10-25~2024-11-24
미국/북미24%
인사일반21%
국제정치15%
국제일반15%
국제정세6%
유럽/EU6%
교통6%
중동6%
남북한 관계1%
  • 경찰 “개천절 서울 도심집회 모두 금지”

    다음 달 3일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며 9개 단체가 33건의 집회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회 신고를 한 단체 중에는 전광훈 담임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함께 집회를 해온 단체도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들 집회 신고 33건에 대해 모두 금지 통고를 했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광복절 집회 때처럼 일부 단체가 금지 통고를 무시하고 집회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는 종로구 교보빌딩 앞 등 5개 구역에 각각 2000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는 서초구 1곳과 종로구 3곳에서 각각 3만 명이 모인다는 내용으로 신고했다. 전국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도 중구와 서초구 일대에 각각 500명 규모로 집회신고를 했다. 경찰은 ‘자유연대’ 등 일부 단체가 사랑제일교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자유연대 측 참가자들은 지난달 광복절 집회 당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과 함께 경복궁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저지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자유연대 등 일부 단체는 과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함께 집회를 했는데 범투본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일부 참여했다”고 말했다. 전광훈 담임목사는 범투본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본 뒤 개천절 집회 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단체는 집회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관계자는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할지 고려 중”이라며 “법원이 이 신청을 기각한다고 해도 집회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부 단체가 개천절 집회를 강행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고 엄중 대응할 방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방역당국의 휴대전화 위치정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집회 참가자들에게 “휴대전화를 끈 채 집회에 나오라”고 독려하는 내용의 포스터도 공유되고 있다. 경찰은 이 포스터를 작성해 배포한 주체가 누군지 확인하고 있다. 앞서 광복절 집회 당시 법원의 허가로 열린 두 집회에는 집회가 금지된 단체들까지 몰려들면서 당초 신고 인원보다 수백 배에 달하는 인원이 광화문 일대에 모였다. 광복절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7일 0시 기준 532명이다.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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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간 영업제한 직격탄 맞은 호프집 “문 닫아야 하나”

    “하루 4시간만 장사해서라도 어떻게든 버텨야죠. 8일간 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잘 지켜서 확산세가 잡히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유효필 씨(51)는 28일 깊은 걱정과 함께 자구책 찾기에 나섰다. 유 씨는 “배달거리를 늘리는 방법으로 이번 조치를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유 씨의 곱창집은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 2.5단계로 격상하면서 3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8일간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만 정상 영업하고 다음 날 오전 5시까진 포장·배달 영업만 가능하다. 음식점과 카페, 학원, 독서실,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가게 내에서도 최소 1m 거리를 유지하고 역학조사 때문에 출입 명부까지 작성해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에 명단 받기엔 일손도 부족하고 모처럼 손님이 왔는데 거리 유지가 안 된다고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하냐”고 말했다. 야간에 문을 열고 포장과 배달이 어려운 호프집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종로의 한 호프집 사장은 “9시에 문을 닫으란 것은 아예 문을 열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네 카페와 달리 매장 내 음식과 음료 섭취가 금지된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 점주들은 “같은 자영업자인데 프랜차이즈 영업만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도리어 강화된 방역 조치를 기회로 삼겠다는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방모 씨(33)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원래도 손님이 확 줄어든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았다. 이번 정부 조치를 계기로 배달주문 메뉴를 늘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이벤트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져 문을 닫아야 하는 학원과 헬스장 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 노원구의 학원에서 중고교생을 가르치는 김모 씨는 “수업료를 이월해달라는 학부모 문의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위험시설로 지정돼 19일부터 문을 닫은 PC방과 노래방 업주들은 8일간 더 문을 닫게 됐다. 서울 중랑구의 PC방 업주 30대 김모 씨는 “눈앞이 깜깜하다. 확산세가 이번에는 잡히길 바란다”며 하소연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언·황태호 기자}

    • 202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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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기구? 승강기? 10명 감염 구로 아파트, 전파경로 미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관련해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졌다. 전날까지 이 아파트 확진자가 거주하는 5개 가구는 같은 라인 각기 다른 층에 위치해 있어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다른 라인에서 확진자 2명이 추가됐고,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확진 판정을 받은 구로구 아파트 주민은 7가구 10명이다. 전날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5가구 8명의 주민은 한 라인에 있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층에 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서울시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이날 환기구 등 11곳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1차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하수구와 환기구, 승강기 등 모든 감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환풍구 감염사례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전날 구로구가 확진자들의 집 화장실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 14건에서는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또 이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은 옆 라인 2가구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이미 확진자가 발생한 층에서, 다른 1명은 기존 확진자들과 전혀 다른 층에 산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지만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 확진자는 높은 층에 거주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승강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그렇게 높게 보지 않는다”며 “승강기 내 전파 가능성이 있어 승강기에서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환기구나 하수구를 통한 감염이라면 연결된 모든 층이 다 감염돼야 맞다”며 “승강기를 통한 공기 감염이나 버튼을 누른 손을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3월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제기됐다. 당시 방대본은 ‘빌딩 내 공조시스템을 통한 층간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같은 동에서 5가구 9명이 감염됐지만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김하경 whatsup@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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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궁에 빠진 구로구 아파트 감염 경로…당국 “환기구 통한 전파 가능성 낮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와 관련해 감염경로가 미궁에 빠졌다. 전날까지 이 아파트 확진자가 거주하는 5개 가구는 같은 라인 각기 다른 층에 위치해있어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다른 라인에서 확진자 2명이 추가됐고,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확진판정을 받은 구로구 아파트 주민은 7가구 10명이다. 전날까지 확진판정을 받은 5가구 8명의 주민은 한 라인에 있지만 각기 다른 층에 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이날 환기구 등 11곳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1차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하수구와 환기구, 엘레베이터 등 모든 감염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할 예정”이라면서도 “코로나19 환풍구 감염사례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전날 구로구가 확진자들의 집 화장실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 14건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또 이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2명은 옆라인 2가구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이미 확진자가 발생한 층에서, 다른 1명은 기존 확진자들과 전혀 다른 층에 산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 확진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층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환기구를 통한 전파는 가능성은 그렇게 높게 보지 않는다”며 “승강기 내 전파 가능성이 있어 승강기에서도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풍구나 하수구를 통한 감염이라면 연결된 모든 층이 다 감염돼야 맞다”며 “엘리베이터를 통한 공기감염이나 버튼을 누른 손을 통해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은 3월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제기됐다. 당시 방대본은 역학조사 중간결과 발표에서 ‘빌딩 내 공조시스템을 통한 층간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같은 동에서 5가구 9명이 감염됐지만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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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간 한번도 쉬지않고 달려온 高大교우회보

    고려대 교우회가 발행하는 ‘고대교우회보’가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1970년 8월 5일을 시작으로 만 50년, 601개월 동안 한 차례도 빠짐없이 월간으로 발행한 고대교우회보는 이달 제601호를 발행했다. 고대교우회보는 현재 국내 대학동창회보로서 가장 많은 발행 횟수 기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 약 35만 명의 교우가 받아보는 고대교우회보는 창간 초기에 ‘교우 찾기 운동’을 전개해 2만5000여 명의 졸업생을 찾아 회보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를 기념해 지난달 발행한 제600호 회보에는 1971년 11월 딱 한 번 교우들에게 발송하지 못했던 제16호를 다시 싣기도 했다. 해당 교우회보는 당시 무장군인이 학생들을 강제로 끌고 갔던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정부에 압수당해 발송되지 못했다. 당시 표지에는 “군인은 고대에 왔다. 짓밟았다. 그리고 학교 문을 닫았다. ‘10월 15일’”이란 문구가 실렸다. 교우회장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다가오는 50년에 더 큰 희망과 의지를 갖고 교우회보 100년 역사를 일궈 가겠다”고 밝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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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 않고 휴진해 환자들 골탕… 문 연 병원도 대기줄 평소 3배

    “앱에는 분명히 오늘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나와 있었는데….”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동네병원을 찾은 20대 남성은 이렇게 말하고는 병원 문 앞에서 걸음을 돌렸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날 진료하는 병원인 것을 확인하고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성동구에 있는 한 상가건물에 입주한 병원 3곳도 마찬가지였다. 앱에서는 ‘정상 진료’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휴진 신고를 하지 않고 문을 닫은 것이다. 세 곳 중 한 병원은 5분 사이에만 환자 3명이 찾았다가 걸음을 돌렸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집단 휴진(파업)이 이뤄진 이날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이들 중엔 특히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정보 확인이 익숙지 않은 고령 환자들이 많았다. 지팡이를 짚고 성동구의 한 안과 의원을 찾은 70대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눈이 아파도 참다가 병원을 찾았는데 휴진인 줄은 몰랐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이 일일이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겠냐”고 했다. 지방과 서울 외 수도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동네병원을 찾은 70대 여성은 ‘31일까지 휴진’이란 안내문을 보고 돌아섰다. 파업 시기와 맞물려 병원이 휴가에 들어간 것이다. 고교생 백모 군(18)은 아토피가 심해져 같은 구의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가 휴가 안내문을 확인했다. 종합병원이 없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소아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의원이 휴진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모 씨(43)는 감기 기운이 있는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서 씨는 “송도에는 대형병원이 없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주로 받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을 연 병원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몰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서울 동작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평소 대기시간이 10분 안팎이었지만 이날은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근처에 있는 내과나 가정의학과들이 휴진을 해 우리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신경외과 의원에도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찾아 로비에서 기다렸다. 70대 남성은 “원래 다른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문을 열지 않아 여기로 왔더니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들이 파업에 참여한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은 없었다. 파업에 대비해 수술 날짜는 미루거나 앞당겼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선 필수 의료 인력이 근무했다. 하지만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와 평소보다 환자가 많았다. 1, 2차 의료기관이 작성한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응급실 진료는 의뢰서가 없어도 가능하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대병원 응급실엔 50여 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평소보다 20%가량 많은 숫자다. 대학병원에서는 평소 교수 진료에 앞서 전공의가 대면으로 하던 사전 진료가 서면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이청아 / 인천=차준호 기자}

    • 202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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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진료 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집단 휴진에 환자들 헛걸음 속출

    “앱에는 분명히 오늘 진료를 하는 병원으로 나와 있었는데…” 14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동네병원을 찾은 20대 남성은 이렇게 말하고는 병원 문 앞에서 걸음을 돌렸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정보제공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날 진료하는 병원인 것을 확인하고 찾아왔는데 문이 닫혀 있었던 것이다. 성동구에 있는 한 상가건물에 입주한 병원 3곳도 마찬가지였다. 앱에서는 ‘정상 진료’라고 표시돼 있었지만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휴진 신고를 하지 않고 문을 닫은 것이다. 세 곳 중 한 병원은 5분 사이에만 환자 3명이 찾았다가 걸음을 돌렸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로 집단 휴진(파업)이 이뤄진 이날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는 환자들이 속출해했다. 이들 중엔 특히 앱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한 정보 확인이 익숙지 않은 고령 환자들이 많았다. 지팡이를 짚고 성동구의 한 안과 의원을 찾은 70대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눈이 아파도 참다가 병원을 찾았는데 휴진인 줄을 몰랐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이 일일이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겠냐”고 했다. 지방과 서울 외 수도권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구의 한 동네병원을 찾은 70대 여성은 ‘31일까지 휴진’이란 안내문을 보고 돌아섰다. 파업 시기와 맞물려 병원이 휴가에 들어간 것이다. 고교생 백모 군(18)은 아토피가 심해져 같은 구의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가 휴가 안내문을 확인했다. 종합병원이 없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소아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의원이 휴진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모 씨(43)는 감기 기운이 있는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소아과를 찾았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서 씨는 “송도에는 대형병원이 없어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주로 받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을 연 병원에는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몰려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졌다. 서울 동작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평소 대기시간이 10분 안팎이었지만 이날은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근처에 있는 내과나 가정의학과들이 휴진을 해 우리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 것 같다”고 했다. 종로구의 한 신경외과 의원에도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찾아 로비에서 기다렸다. 70대 남성은 “원래 다른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문을 열지 않아 왔더니 30분 넘게 기다렸다”고 말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들이 파업에 참여한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은 없었다. 파업에 대비해 수술 날짜는 미루거나 앞당겼고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선 필수 의료 인력이 근무했다. 하지만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와 평소보다 환자가 많았다. 1, 2차 의료기관이 작성한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대학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응급실 진료는 의뢰서가 없어도 가능하다. 이날 오전 전 11시경 서울대병원 응급실엔 50여 명의 환자가 있었는데 평소보다 20%가량 많은 숫자다. 대학병원에서는 평소 교수 진료에 앞서 전공의가 대면으로 하던 사전 진료가 서면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통증의학과를 방문한 장모 씨(50·여)는 “평소엔 전공의가 직접 건강 상태를 체크했었데 오늘은 A4용지 설문지를 받았다”며 “사전 면담을 충분히 해야 교수에게 전달이 잘 될 텐데 종이에 체크만 하니까 미흡한 것 같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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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윤미향에 안성쉼터 매입-개인명의 모금 의혹 집중 추궁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55·사진)은 13일 오후 1시 반경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했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서부지검의 9층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 사무실로 향한 윤 의원의 출석 장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비공개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올 5월 11일 시민단체가 윤 의원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한 이후 윤 의원이 검찰에 출석한 것은 약 3개월 만이다. 검찰은 안성쉼터의 매입 과정 의혹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은 2013년 9월 연면적 195.98m²(약 59평)와 대지면적 800m²(약 242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을 7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윤 의원은 올 5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평당 600만 원이 넘는 스틸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졌고 건축공사비와 토목에 7억7000만 원이 들어 당시 주택 소유자가 9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주택 소유자가 2010년 안성시에 신고한 건축비는 7673만 원에 불과했고 건축 과정에 참여한 업자는 검찰 조사에서 “건축비 원가가 평당 400만 원에 못 미친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연은 2012년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쉼터 명목으로 지정 기부한 10억 원 중 7억5000만 원을 매입 자금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정의연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쉼터를 매입했다면 정의연의 이사장을 지낸 윤 의원이 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18∼2019년 윤 의원이 단체 명의가 아닌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금한 경위, 후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앞서 검찰은 정대협과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회계 담당자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된 정대협 전 직원 A 씨가 살고 있는 제주까지 수사관을 파견해 2014년 정대협이 받은 국고보조금 사용 명세와 관리 방식 등을 조사했다. 윤 의원은 5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대협 활동 중 개인 계좌 4개로 모금을 하며 허술한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윤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다음 주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보다는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김소영 ksy@donga.com·신동진·이청아 기자}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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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충 호소하며 인사이동 요구” “전보요청 받았지만 고충 못들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서울시청 직원들이 묵인 방조했다는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피해자 A 씨와 비서실 직원 B 씨를 불러 대질 조사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11일 오후 A, B 씨를 6시간 동안 대질 조사했다”고 13일 밝혔다. 대질 조사는 양측의 동의 아래 진행됐으며, 경찰이 박 전 시장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대질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 씨는 B 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충을 호소했고 인사이동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인사이동 요청은 받았으나 다른 고충 등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초 대질 조사와 함께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B 씨가 동의하지 않아 무산됐다. 경찰은 2017∼2018년 박 전 시장의 전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을 13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한 김 전 실장은 3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친 뒤 “(피해자로부터) 전보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성추행을 조직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측이나 소문에만 의존해 비서진 전체를 성추행 방조 집단으로 매도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률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김 전 비서실장이 기본적 사실조차 전부 부인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 명의 관련인에게 인사 고충과 성 고충을 호소했고, 관련 증거자료는 경찰에 이미 제출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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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터 상인 “흙범벅 상품 어쩌나”… 물-전기까지 끊겨 애태워

    “우리 집 생계가 이것뿐인데 어쩌겠어요. 깨끗하게 빨아서 반값에라도 팔아보려고 이렇게 빨고 있어요.” 11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5일시장에서 옷 가게를 하는 조모 씨(69·여)는 흙탕물에 물들어버린 옷 수백 벌을 일일이 손으로 빨고 있었다. 사흘 전 섬진강 하류가 범람해 시장이 침수되면서 조 씨의 가게 안으로 흙탕물이 가득 들어찼다. 당시 어른 키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조 씨는 몸만 겨우 대피했다. 이날 조 씨는 수도꼭지 옆에 딸, 며느리와 둘러앉아 오전 내내 빨래에 방망이질을 했지만 빨랫줄에 널린 옷은 수십 벌이었다. 그는 “옷에 얼룩이 져서 팔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빨아봐야죠”라고 말했다.○ 복구 인력 부족한데 물, 전기까지 끊겨 5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 구례군에서 주요 피해지역 중 하나인 이 시장에 10, 11일 이틀간 공무원, 소방대원, 군인, 경찰, 자원봉사자 등 복구 인력 1300여 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그릇 가게를 하는 박모 씨(47)는 “가게 안의 쓰레기를 모아서 내놓는 데에만 이틀이 걸렸다. 이제 가게 안을 물청소 하고 내다 팔 그릇을 씻고 있는데, 자원봉사자 5명이 와서 돕고 있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3일째 물과 전기가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방용품을 파는 차모 씨(67)는 “흙에 범벅이 된 제품들을 씻어야 하는데 물이 없으니 소방차가 가져다주는 물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약초 가게를 하는 김모 씨는 “복구할 게 아직 산더미인데 전기가 안 들어와서 오후 5, 6시까지밖에 작업을 못 한다”며 답답해했다. 산사태로 1명이 사망했던 경기 안성시 일부 지역은 피해 발생 열흘째인 11일까지도 복구 작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죽산면에서는 165가구가 산사태와 침수 피해를 입었다. 5일부터 피해 복구에 615명이 투입됐지만 상당수는 추가 산사태 피해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리는 작업에 매달렸다. 자원봉사자 이규강 씨(45)는 “비가 계속 오고 있어 모래주머니로 막지 않으면 다시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복구 작업에 전력해도 모자랄 텐데 일단은 응급처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죽산면 일대에는 산사태로 떠내려온 큰 나무들이 교량과 도로를 막고 있어 복구 장비를 동원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안성시 관계자는 “유실된 도로를 모래로 채워야 해 시간이 걸린다. 폐기물 처리도 용역업체를 통해 분리수거를 해야 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워도 치워도 흘러드는 쓰레기11일 충북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충주호 주변은 폐타이어와 스티로폼, 플라스틱 병이 둥둥 떠다녀 거대한 ‘쓰레기섬’으로 보였다. 쓰레기 더미에서 새어나오는 악취에 숨쉬기도 힘들었다. 굴착기 4대가 동원돼 호수에 떠있는 쓰레기 더미를 육지로 걷어냈지만 육지에서 수십 m 반경까지 퍼져 있는 쓰레기를 걷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굴착기 기사 이모 씨(55)는 “치워도 치워도 쓰레기가 상류에서 계속 내려온다. 10일째 꼬박 치우고 있는데 아직도 저렇게 많이 남았다. 악취도 힘들지만 언제 끝날지 까마득한 상황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충주호로 떠내려온 부유물은 약 3만 m³에 달한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이 쓰레기를 모두 걷어낸 뒤 처리하는 데 2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강 주변의 댐들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장마로 10일까지 댐에 유입된 고사목과 풀, 생활쓰레기 등이 충북 충주댐 3만 m³, 강원 소양강댐 2만6000m³, 한탄강댐 1만 m³, 횡성댐 300m³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해로 생긴 쓰레기는 바다까지 흘러들어 갔다. 영산강 상류 집중호우로 전남 목포 앞바다가 쓰레기로 뒤덮이면서 선박을 동원한 수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영산강 수위 조절을 위해 7일부터 하굿둑 수문을 개방하면서 평화광장과 남항, 여객선터미널 등 목포 앞바다 10만 m²에 걸쳐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9일부터 청항선과 어항관리선, 해경방제정 4척의 선박과 1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쓰레기 160t을 수거했지만 역부족이다.하동=김태언 beborn@donga.com / 안성=이청아 / 제천=박종민 기자}

    •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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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체 “춘천시 지시로 작업 나서”… 市 “업체가 먼저 수거작업 제안”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강원 춘천시 서면 의암호 사고 당시 강한 물살에 휩쓸려가는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위험천만한 작업이 이뤄진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가 난 6일 오전 의암댐 수문은 총 14개 중 9개가 열린 상태로 초당 1만 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고 있었다. 의암댐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도 초당 7000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배를 띄워 작업을 하기에는 살인적인 유속이었다. 인공수초섬의 유실을 막기 위해 고정 작업에 나섰다가 전복된 선박 3척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급류 속 작업 경위 두고 주장 엇갈려 이 사고로 기간제 근로자 이모 씨(68)가 사망했고, 춘천시 이모 주무관(32)과 기간제 근로자, 민간업체 직원 등 5명이 실종됐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및 고정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와 실종자의 가족들은 “춘천시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는 “업체가 먼저 작업을 제안했고 수초 고정 작업은 강하게 만류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다만 시는 업체 측이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도록 허락한 것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암호의 인공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업체 직원들은 사고 전날인 5일 오후 시 관계자로부터 “소양강댐 방류로 인공수초섬이 걱정되니 현장에 도착해 대기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충북 진천의 사무실에서 춘천으로 이동했다. 업체 측은 다음 날인 6일 오전 의암호 인공수초섬 근처에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던 중 “인공수초섬 주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 관계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주무관이 ‘인공수초섬의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인공수초섬을 고정하고 있던 로프가 끊어져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이 주무관이 업체 측에 어떤 경위로 인공수초섬 쓰레기 정리 작업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고무보트와 경찰정, 관공선 등 3척이 현장에 접근했고 곧 연달아 전복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춘천시의 주장은 민간업체와 실종자 가족들의 설명과 다르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게 된 건 민간업체의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담당 국장과 계장은 이 주무관으로부터 인공수초섬 유실 상황을 보고받고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버려둬라. 출동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7일 오전 브리핑에서 “소양강댐을 연 상태에서는 수초 작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사과했다. 경찰은 댐 하류에서 발견된 경찰정에서 블랙박스 장치 등을 수거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안전지침 없어…전문가 “전형적 관재(官災)” 집중호우 시 하천 작업에 대한 안전지침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춘천시는 “날씨나 유속에 따라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지침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댐 수문이 개방됐을 때 작업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도 없었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전 명예교수는 “수문을 열고 작업을 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전형적인 관재”라고 지적했다. 춘천=박종민 blick@donga.com·이청아 / 강승현 기자}

    • 202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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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암댐 방류속 ‘인공섬 작업’ 지시는 누가…업체-춘천시, 주장 엇갈려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춘천시 서면 의암호 사고 당시 강한 물살에 휩쓸려가는 인공수초섬을 고정하려는 위험천만 작업이 이뤄진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고가 난 6일 오전 의암댐 수문은 총 14개 중 9개가 열린 상태로 초당 1만t의 물이 하류로 방류되고 있었다. 의암댐 상류에 있는 춘천댐과 소양강댐에서도 초당 7000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었다. 배를 띄워 작업을 하기에는 살인적인 유속이었다. 인공수초섬의 유실을 막기 위해 고정 작업에 나섰다 전복된 선박 3척은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급류 속 작업 경위 두고 주장 엇갈려 이 사고로 기간제 근로자 이모 씨(68)가 사망했고, 춘천시 이모 주무관(32)과 기간제 근로자, 민간업체 직원 등 5명이 실종됐다. 인공수초섬 고정 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업체와 실종자의 가족들은 “춘천시의 지시에 따라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반면, 춘천시는 “작업을 만류했다”며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암호의 인공수초섬을 관리하는 민간업체 직원들은 사고 전날인 5일 오후 시 관계자로부터 “소양댐 방류로 인공섬이 걱정되니 현장에 도착해 대기하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직원들은 이 요청에 따라 같은 날 충북 진천의 사무실에서 춘천으로 이동했다. 업체 측은 다음날인 6일 오전 의암호 인공수초섬 근처에 도착해 현장을 지켜보던 중 “수초섬 주변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시 관계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이 주무관이 ‘인공섬의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해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초섬을 고정하고 있던 로프가 끊어져 수초섬이 떠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휴가 중이었던 이 주무관이 업체 측에 어떤 경위로 인공섬 쓰레기 정리 작업을 요청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수초섬이 떠내려가자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민간업체의 고무보트와 경찰정, 관공선 등 3척이 현장에 접근했고 곧 연달아 전복됐다. 당시 상황에 대한 춘천시의 주장은 민간업체와 실종자 가족들의 설명과 다르다. 인공수초섬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게 된 건 민간업체의 제안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물살이 세니 조심하라며 주의를 줬다”는 것이다. 또 담당 국장과 계장은 이 주무관으로부터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떠내려가도 좋으니 내버려둬라. 출동하지 마라”고 지시했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소양강 댐을 연 상태에서는 수초작업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맞다”며 사과했다. 춘천경찰서는 이들 선박들이 호수섬 작업에 나서게 된 상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안전지침 없어…전문가 “전형적 관재(官災)” 집중 호우 시 하천 작업에 대한 안전지침과 매뉴얼이 갖춰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춘천시는 “날씨나 유속에 따라 작업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기준이나 지침이 따로 없다”고 밝혔다. 이번처럼 댐 수문이 개방됐을 때 작업 통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한 지침도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전형적인 관재(官災)라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조원철 전 명예교수는 “수문을 열었으면 당연히 작업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의암댐 쪽엔 춘천댐과 소양감댐 물이 다 흘러온다. 물살이 굉장히 강해 매우 위험하다”며 “물살에 휩쓸렸다가 생존한 분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춘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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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내려가는 ‘인공수초섬’ 잡으려다… 가족 “이 물살에 배 태우다니”

    6일 오후 강원 춘천시 통합지원본부가 차려진 북한강 경강교. 이날 오전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가 일어난 지점에서 약 16km 떨어진 이곳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소방대원 5명이 하천 곳곳을 살펴보며 실종자 수색을 벌였다. 계속된 수색작업에도 진전이 없자 소방당국은 수차례 수색 범위를 다시 넓히고 수색대도 추가 투입했다. 소식을 듣고 황급히 본부로 찾아온 실종자 가족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불어난 강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날 오전 11시 반경 춘천시 서면 의암호에서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승선했던 8명 가운데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이들은 의암호 선착장 앞에 설치해뒀던 수질 개선용 인공 수초섬이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기 시작하자 고정 작업을 벌이기 위해 출동했다. 1명은 자력 탈출했고 1명은 구조됐으나, 실종자를 찾지 못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출동한 8명 중 5명은 수질 개선 업무를 맡고 있던 춘천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속 와이어에 걸리며 3척 순식간에 전복 6일 오전 10시경 한 시민이 의암호 선착장 앞 인공 수초섬이 떠내려간다고 춘천시에 신고를 했다. 이에 오전 10시 10분경 관리업체 직원 1명이 탄 고무보트 1척과 시 소속 기간제 근로자 5명이 탄 관공선이 이를 막으려 출동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거세 이를 막을 수 없어 오전 11시 2분경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인근에 있던 춘천경찰서 서부지구대 소속 경찰정 1척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소양강과 의암호 등에서 인명사고 발생 시 긴급 출동 등의 용도로 운영하는 선박이었다. 경찰정에는 경찰 1명과 시 직원 1명이 승선했다. 경찰정까지 가세해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섬을 막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오히려 선박들까지 하류로 함께 떠내려갔다. 그런데 선박 가운데 고무보트가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의암호에 가로질러 설치된 와이어에 걸렸다. 이 와이어는 민간인들이 댐에 접근해 위험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설치해둔 것이었다. 하지만 집중호우 탓에 의암호 수위가 높아져 와이어는 수면에 잠겨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다. 고무보트를 타고 있던 업체 직원을 구하려 경찰정과 관공선이 긴급히 접근했지만 결국 3척이 모두 전복되고 말았다. 전복 직후 관공선에 타고 있던 A 씨(60)는 자력으로 탈출해 육지에 올라왔다. 하지만 나머지 7명은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배 3척과 실종자 모두 폭 13m의 의암댐 6번 수문을 통해 하류로 떠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암댐은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져 2일부터 수문을 열고 방류 중이었다. 낮 12시 반경 사고 지점과 약 13km 떨어진 춘성대교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B 씨(68)를 구조했다. B 씨는 탈진한 상태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후 오후 1시경 사고 지점과 약 20km 떨어진 경기 가평군 남이섬 선착장 인근에서 관공선에 타고 있던 C 씨(68)도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을 거뒀다. 경찰(54)과 30대 시청 직원, 50대 기간제 근로자 2명, 업체 직원(47)은 오후 10시 현재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들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 분통 C 씨의 빈소는 이날 인근의 한 병원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이 물살에 배에 태우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게 아니라 인재”라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춘천시에서 근무하다 8년 전 정년퇴임한 C 씨는 기간 근로제 형태로 고용돼 수질 관리 업무를 도맡아 왔다. C 씨의 처남 김모 씨(47)는 “가정 형편 탓에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면서도 항상 성실했다”고 전했다.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인공 수초섬 고정 작업을 꼭 이런 날 했어야 하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의암댐은 최근 집중호우로 수위가 높아지며 2일 밤부터 수문 9개를 열고 초당 1만677t을 방류하고 있었다. 2∼6일 춘천에는 485mm의 비가 내렸다. 일각에서는 “위험한 작업 환경에 기간제 근로자들 다수를 출동시킨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춘천시 환경과 관계자는 “댐이 열린 상태에서 작업해선 안 된다”면서도 더 이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춘천시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고가 접수된 이상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춘천=이청아 clearlee@donga.com·박종민·이인모 기자}

    • 2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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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둑 터지자 순식간에 집에 물 차… 몸만 빠져나왔다” 망연자실

    “둑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집에서 물건을 하나도 챙겨 오지 못했어요. 이 마을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 겪어봅니다.” 5일 오후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 있는 오덕초등학교 체육관. 이날 오후 한탄강이 범람하면서 집이 물에 잠긴 이길리 주민 30여 명은 하나같이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체육관 구석에 쪼그려 앉아 한숨을 쉬는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강원 지역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한탄강마저 범람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추가 피해를 막고자 소양강댐은 수위 조절을 위해 3년 만에 수문을 개방했다. 이날 소양강댐과 팔당댐을 포함한 한강 수계의 14개 댐 모두 수문을 열었다. 팔당댐 방류량이 증가하며 한강 수위가 상승해 오후 9시 25분부터 올림픽대로 일부 구간(동작대교∼염창나들목)은 교통을 통제했다. ○ 물 폭탄 맞은 한탄천… 주민들 시름한탄천이 범람하면서 침수된 마을은 갈말읍 정연리와 동막리, 동송읍 이길리, 김화읍 생창리 등이다. 네 곳 가운데 정연리와 이길리 마을은 완전 침수됐다. 이에 따라 300여 가구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최소 78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철원군 관계자는 “앞서 해당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긴급대피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탄천이 범람한 시점은 5일 오후 3시 반경. 주민들에 따르면 침수된 마을은 범람 이전부터 다량의 물이 밀려 들어왔다고 한다. 이길리 주민 김도용 씨(44)는 “둑이 터지면서 마을에 물이 차오르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5일 낮부터 빗줄기가 약해졌지만 철원 지역에는 닷새 동안 최대 670mm의 폭우가 쏟아진 데다 북한에서 흘러내린 물이 유입되며 범람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집에 남아 있었다가 큰 변을 당할 뻔했다. 몇몇 주민은 황급히 고지대로 피신했고, 고무보트를 동원한 119 대원들에게 구조되기도 했다. 다행히 사망자나 실종자 등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탄강이 범람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한탄천 주변 마을이 물에 잠겨 1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길리와 정연리는 1996년에도 약 141가구가 침수되며 170억 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본 적이 있다. 이후 배수펌프장을 건립하고 교량 정비, 하천 개수 연장 등에 힘썼으나 이번 집중호우로 다시 수해를 겪게 됐다. 물 폭탄을 맞은 강원 지역에선 3일 실종됐던 남성(50)이 5일 홍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9시 반경에는 홍천에서 한 주민(67)이 실종돼 경찰 등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 한강수계 댐 14개 모두 수문 개방한강 홍수를 조절하는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소양강댐은 제한 수위 190.3m를 넘기며 5일 수문 9개 가운데 5개를 개방했다. 소양강댐은 댐 사면의 높이만 123m에 이르고, 저수량은 29억 t에 이르러 웬만한 비에는 수문을 열지 않는다. 이번 수문 개방도 2017년 8월 집중호우 때 이후 3년 만이다. 한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소양강댐을 비롯해 한강수계 댐 14개의 수문을 모두 열었다.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는 군남댐도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5일 오후 7시 반경 39.99m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문 13개를 모두 열고 초당 1만3000여 t의 물을 방류했다. 임진강 주변인 연천과 파주 지역은 홍수 비상이 걸렸다. 파주시와 연천군은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 때 즉시 이동하도록 준비하라는 내용의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 근처에서 소멸한 제4호 태풍 하구핏이 많은 양의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린다. 7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내륙과 강원 영서에 최대 300mm 이상, 그 외 서울과 경기 충청 지방은 100∼200mm다. 강원 영동과 남부에도 많게는 150mm 이상의 비가 온다. 남부지방에 이어지던 폭염은 잠시 기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철원=이인모 imlee@donga.com / 이청아·지민구 기자}

    • 202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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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우 출입통제 안되고 배수구 막혀… 무너진 기본이 피해 키웠다

    “비가 안 와서 산책하러 들어왔는데요.” 폭우가 잠시 멎은 1일 오후 7시경 서울 관악구 도림교 인근 도림천 산책로에서는 시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탔다. 불과 6시간 전에 900m 떨어진 봉림교 인근 도림천에서 급류에 휩쓸린 80대 남성 A 씨가 이곳에서 구조됐다가 사망했다. 시민들은 이 같은 사고에도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는 듯했다. 사고 현장 주변은 구청 직원 1명이 안전선이 쳐진 진출입로에 서서 경광봉을 들고 통제하는 게 전부였다. 주변의 진출입로에는 지키는 직원이 없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최근 전국적으로 시간당 최고 100mm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져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통제도, 이를 따르는 시민도 찾기 어려웠다.○ 폭우 시 출입 차단기, 통제 인력 부족 도림천 사고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30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전 국립방재연구소장인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서울 도림천과 홍제천, 불광천 등 3곳을 들러 집중호우로 인한 사고 대비 상태를 점검했다. 현장을 둘러본 조 교수는 “집중호우 시 빠르면 5분 만에 하천 산책로가 물에 잠겨 버릴 수 있다. 진출입로 차단시설도 부족하고 현장을 지킬 인력도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선 차단시설이 부족했다. 1일 시민 28명이 한때 고립될 정도로 물난리가 심했던 영등포구 대림역 인근 도림천에는 진출입로 2곳 중 1개꼴로만 차단기가 설치돼 있었다. 홍제천과 불광천 진출입로에도 차단기가 일부만 설치돼 있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로 하천 수위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정 수위 이상이 되면 현장 점검을 나가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구 사정상 차단기를 한꺼번에 설치하기 어려웠다. 순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시민들은 하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차단기가 내려가 있지 않으면 괜찮은 줄 알고 들어갈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림천 급류 사망 사건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현장 통제가 필요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악구에 따르면 도림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A 씨는 1일 오전 11시 16분경 관악구 문화교 인근 진출입로를 통해 산책로로 들어갔다. 당시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시에 호우주의보가 발표됐다. 관악구는 오전 11시 40분부터 ‘호우로 인해 하천 출입이 위험하니 출입을 삼가 달라’는 방송 안내를 여러 차례 했다. 진출입로 차단은 그로부터 40분 뒤인 낮 12시 20분경에야 이뤄졌다. 비는 이때부터 내리기 시작해 오후 1시까지 많은 비가 쏟아졌다. 한 시민이 급류에 휩쓸린 A 씨를 목격하고 신고한 시간은 낮 12시 37분이었다. 구 관계자는 “진출입로 차단 뒤 도림천 일대를 순찰했지만 A 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천 수위를 모니터링하는 현행 방식만으로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 배수 설비인 빗물받이는 담배꽁초로 막혀 기본적인 침수 대비 장치 중 하나인 빗물받이 관리도 엉망이었다. 빗물받이는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로변 등에 설치된 배수시설이다. 집중호우에 대비해 장마철에는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폭우가 내렸던 1일 상습 침수지역인 신촌역 일대를 둘러보니 상가 앞 빗물받이 대부분이 덮개로 덮여 있었다. 덮개가 없는 빗물받이 안에는 담배꽁초 등 생활 쓰레기가 가득했다. 조 교수는 “여름철이면 빗물받이로 냄새가 올라와 많이들 막아놓는데, 빗물받이가 막히면 폭우가 내릴 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쓰레기도 방치하면 빗물받이 거름망을 막아 배수를 방해한다”고 했다. 2018년 8월에도 신촌역 일대의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등으로 막혀 1시간가량 침수됐지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상습 침수지역인 강남역 일대는 폭우가 내린 1일 하수가 역류해 침수됐다. 강남역 주변의 빗물받이는 침수가 된 이후에도 덮개로 덮여 있었다. 아예 빗물받이 위를 철판으로 막아놓은 곳도 있었다. 한 상가 직원은 “빗물받이가 보이면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려 아예 막아놨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강남역 주변 지역은 배수시설에도 문제가 있지만, 눈에 보이는 빗물받이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차도에도 폭우 위험 알릴 전광판 없어 지난달 23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선 집중호우로 주변 도로로 흘러넘치던 물이 지하차도에 순식간에 흘러들어 지하차도를 지나던 3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하차도 출입구에 부착된 전광판에 침수 위험을 경고하는 안내 문구가 없던 것도 참변의 원인 중 하나였다. 취재팀이 지난달 31일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와 서울 송파·마포·은평구 지하차도 5곳을 확인한 결과 4곳에 집중호우가 내릴 때 진입금지 조치를 알릴 안내 전광판이 없었다.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해 제정된 행정규칙 ‘지하 공간 침수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에서는 지하차도에 이용자 진입 차단시설, 안내표지 등을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관할 관청인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실시간 수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정 수위 이상 되면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진입을 통제할 것”이라며 “아직 안내 전광판 설치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안 전 교수는 “전광판이나 경고 방송, 구체적 위치를 명시한 재난 문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전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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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폭탄’ 쏟아진 부산…센텀시티 일대 슈퍼카 침수 등 피해 속출

    부산에 폭우가 쏟아지며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수퍼카’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23일 부산에서는 시간당 최대 8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초고층 주상복합 지하가 빗물에 잠기고 주차돼 있던 고급차 상당수가 침수됐다. 해당 건물 입주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경 센텀시티의 한 주상복합 건물 지하에 빗물이 밀려 들어와 지하 5층까지 내려갔고 주차된 차량 상당수가 침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벤츠, BMW 등 외제차는 물론이고 수억원에 이르는 슈퍼카도 물에 잠겼다”고 전했다. 414㎡(125평). 433㎡(131평) 등 대형 평수뿐인 이 건물은 전망이 좋은 ‘로열층’이 수십억 원에 거래될 정도로 부산의 유명한 부촌 가운데 한 곳이다. 입주민에 따르면 침수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입주민들이 서로 차량을 빼내기 위해 몰리는 바람에 주차장과 건물 입구에서 한동안 소동이 있었다. 24일 현재 이 건물은 침수로 인해 엘리베이터 6대가 모두 중단돼 입주민들은 최고 51층 건물을 걸어서 오르내리는 것으로 전해졌다.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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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丁총리 “제복 공무원 헌신 있기에 국가 존립”

    “제복 공무원 여러분은 국가 그 자체입니다. 여러분의 헌신이 있기에 국가가 존립할 수 있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3일 ‘제9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축전을 보내 수상자들의 헌신에 감사했다. 정 총리는 “공무원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몫임을 잊지 않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대상을 수상한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 대원 5명 등 순직 수상자들의 유족에게는 고인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했다. 정 총리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힘겹게 견디고 계신 유가족들께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은 기념사에서 수상자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영예로운 제복’에 걸맞게 솔선수범하신 분들께 이 상을 드리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제복을 입고 현장을 뛰고 있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 해경분들이 모두 이 시상식의 주인공”이라고 찬사했다. 올해 처음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덕수 전 총리는 “영예로운 제복상은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묵묵히 헌신하는 제복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평가”라며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을 반영했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또 제복 공무원 임무의 특성,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심사위원회 측은 설명했다. 한 전 총리는 “특히 순직하신 영웅들께 한없는 존경을, 사랑하는 사람을 국가에 바친 가족들께는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복 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용기를 북돋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유족에 대한 더 나은 생활 보장도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정문호 소방청장,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장하연 경찰청 차장, 이영규 현대자동차 부사장, 이태길 한화그룹 전무, 송지헌 현대중공업 전무, 금동근 두산 전무, 김관수 현대백화점 전무 등이 참석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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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끄럽다고… 82일된 아들 손수건 물려 죽게한 아빠

    태어난 지 82일 된 젖먹이 입에 손수건을 말아 넣어 숨지게 만든 아버지가 1심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대연)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씨(22)에게 22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4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친부로서 누구보다 피해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단순히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피해자의 입 속에 가제 손수건을 집어넣은 뒤 방치했다”며 “그런데도 (김 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씨 측은 앞선 공판에서 “아이가 사레들린 것 같아 손수건과 손가락으로 입 안의 침을 닦은 뒤 손수건을 옆에 뒀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은 피해자가 스스로 말린 손수건을 잡아 입에 넣었다고 보긴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지난해 4월 15일 낮 12시 20분경 부인 전모 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아들 A 군을 돌보다 시끄럽게 운다는 이유로 유아용 손수건을 말아 A 군의 입에 집어넣고 1시간 넘게 방치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40분경 집으로 돌아온 전 씨가 A 군을 발견해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A 군은 약 1시간 뒤 숨을 거뒀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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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도박혐의 약식기소된 양현석… 법원 “신중 심리” 정식재판 회부

    해외에서 수억 원대 도박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던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51)가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서부지법은 도박 혐의로 약식기소된 양 전 프로듀서 등 4명을 16일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고 21일 밝혔다. 약식기소란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공판 절차 없이 서면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료, 몰수 등의 처분을 내려 달라고 청구하는 절차다. 약식재판부는 “사건 내용상 서면심리만으로 판단하기 부적절하다. 신중한 심리를 위해 (재판에) 회부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양 전 프로듀서에 대해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올해 5월 도박 혐의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양 전 프로듀서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다른 일행 5명과 함께 7차례에 걸쳐 모두 33만5460달러(약 4억355만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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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구급차, 119 보완 역할… 공익 차원서 감독-지원 강화해야[인사이드&인사이트]

    ‘깡통 구급차’ ‘택시 구급차’. 길을 가다 보면 사이렌 소리에 황급히 길을 내어준 경험은 누구나 있다. 그런데 달려오는 차량이 사설 구급차일 때 표정이 바뀌어본 경험도 적지 않다. 119 구급차와 달리 사설 구급차는 언젠가부터 뿌리 깊은 불신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일부 사설 구급차들의 불미스러운 문제가 여러 번 불거졌던 탓에 이런 불신은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업계 사정은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단순히 그들 탓으로 몰고 가기엔 외부적 요인이 적지 않다. 관련 전문가들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 업계 환경을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설 구급차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란 과연 뭘까. ○ 119 구급차 보완재 성격의 사설 구급차 누구나 알다시피 구급차는 크게 소방서 119 구급대와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은 사설 구급차로 나뉜다. 응급 상황에 처한 환자를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119 구급차는 전국적으로 1420대(2018년 기준)를 운영한다. 그런데 이 119 구급차는 각 지역 소방 소속이라 관할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환자 이송 뒤 다음 출동을 위해 ‘스탠바이’ 하기 위해서다. 사설 구급차는 이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녔다. 장거리 이송이 가능하고 비교적 급하지 않은 환자도 옮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설 구급차는 전체 935대 가운데 726대가 제세동 장비 등 특수 의료장비를 구비한 특수 구급차이고 나머지는 일반 구급차다. 최근 택시 기사에게 가로막혔다가 병원에서 숨진 80대 여성이 타고 있던 게 이 사설 일반 구급차다.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설 구급차가 원성의 대상으로 바뀐 건 2013년 벌어진 사건이 기름을 부었다. 개그맨 강모 씨가 사설 구급차를 타고 행사를 하러 가는 사진을 자랑 삼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다. 안 그래도 사설 구급차에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던 시민들의 분노는 활활 불타올랐다. “사설 구급차가 돈 많은 연예인의 택시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게다가 일부 사설 업체가 빈 구급차를 사이렌 켜고 몰거나 난폭운전을 일삼는 사례들도 덩달아 논란이 됐다. 결국 2016년 1월 도로교통법에는 ‘구급차를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지 않을 때는 경광등을 켜거나 사이렌을 작동해선 안 된다’는 조항까지 신설됐다. 장비나 약품 등 기본 요건도 갖추지 않은 이른바 ‘깡통 구급차’도 여론을 악화시켰다. 일부 영세업체들이 응급구조사도 두지 않고 링거조차 맞힐 설비도 없이 출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응급 상황에 대비가 안 된 구급차들이 늘어나면서 이송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데도 손을 쓸 수 없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까지 벌어졌다. 2013년 정부는 사설 구급차 관련 규정을 현실화한다며 업체가 특수 구급차 10대당 갖춰야 하는 응급구조사의 수를 24명에서 16명으로 줄여줬다. 하지만 이 규정조차 지키지 않는 업체는 여전히 적지 않다.○ 사설 구급차, 119 구급차 인원 5분의 1 수준 전문가들은 사설 구급차가 규정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을 업체 자체의 문제로만 몰고 가선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구급차 관계자도 “수입보다 인건비 지출이 더 큰 사설 구급차 업계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법 개정만으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률이 요구하는 인력 채용 등의 기준을 충족하기엔 사설 구급차의 수익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구급차의 기준 및 응급환자이송업의 시설 등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는 “환자이송업체는 보유한 특수 구급차의 80%에 한 대당 운전자 2명과 응급구조사 2명을 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수 구급차 10대를 갖고 있는 업체는 응급구조사와 운전기사를 합쳐 최소 직원 32명은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규정상 응급환자이송업을 하려면 특수 구급차를 최소 5대는 운행해야 한다. 또 구급차가 나갈 때는 응급구조사 1명을 포함해 2명 이상 인원이 구급차에 타야 한다. 사설 구급차 업체 관계자 A 씨는 “사설 구급차는 주로 병원 간 전원 환자를 많이 이송해 주간에 출동이 많다. 차 한 대당 직원 4명을 고용하면 잉여 인력이 반드시 생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야간에도 수시로 출동하는 119 구급차와 상황이 다른데 현행법은 사설 구급차도 24시간 교대 대응체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 씨는 “영세업체가 비용 감당이 어려워 직원을 줄이면 그 순간부터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라며 “서울의 대형 환자이송업체들도 이런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정부는 2013년 사설 구급차 이송 기본요금을 일반 구급차는 3만 원, 특수 구급차는 7만5000원으로 50%가량 올려줬다. 이송요금이 인상된 건 20여 년 만이었다. 업체들은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고 반가워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시민들이 비싸다며 구급차 이용을 기피한 것. 결국 영세업체들은 암암리에 할인된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일반 구급차를 외형만 손봐 특수 구급차로 운영하는 ‘띠 갈이’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은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를 불러왔다. 사설 구급차 업계의 열악한 환경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의 ‘2018 응급의료통계연보’를 살펴보면 119 구급대 1대당 응급구조사 및 의료인 수는 7.12명. 하지만 사설 구급차는 1.25명에 그친다. 사설 구급차 1대가 주간 16시간만 운영된다고 해도,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응급구조사 2명이 필요한데 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응급구조사들도 민간 사설업체보다는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소방서나 병원으로 몰리는 실정”이라고 했다. 업체는 업체대로 인건비가 없고, 응급구조사들도 민간업체 취업을 원치 않다 보니 민간업체는 불법 영업을 감행하는 악순환이 현재도 벌어지고 있다.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급차 탑승 인원 기준도 따져 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환자의 중증도와 관계없이 응급구조사 및 의료인 1명이 탑승하면 구급차의 출동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환자가 이송 도중에 심정지라도 발생하면 응급구조사 1명이 가슴 압박을 하고 동승한 보호자가 환자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과 교수는 “응급구조사 2급은 6개월 정도의 단기과정을 거쳐 양성되는 이들로 1급을 보조하는 인력인데 급수에 상관없이 응급구조사 자격증만 있으면 구급차에 탈 수 있게 규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부가 지원금 주되 적극 개입해야”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개입’을 첫 번째로 꼽았다. 서울 대형병원의 한 관계자는 “사설 구급차도 결국은 공공성이 높은 분야다. 수익을 낼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고 높은 잣대만 갖다 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철저한 감독 관리 아래 금전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각 지역 소방본부에 소속된 119 구급차를 기준으로 한 번 출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4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응급구조 지식을 갖춘 전문 인력인 소방공무원 2명을 포함해 운전기사까지 최소 3명이 동시에 출동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작지 않다. 당연히 119 구급차 비용은 정부가 모두 부담한다. 이에 비해 사설 구급차는 사실상 방임 상태에 처해 있다. 각 지자체에서 환자이송업체를 관리하고 있지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 실태조사도 2년에 한 번꼴로 이뤄진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쉽지 않다. 조사 때만 응급구조사 면허증과 의료기기 등을 빌려와 대충 넘기는 업체들도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사설 구급차 의료 서비스 질적 하락의 주요한 원인인 비용 문제에 있어서도 속수무책이다. 현재 정부에서 환자이송업체에 지원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민간업체에도 재정 지원을 해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원을 받는 업체를 점검하면 정부가 자연스레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이점도 생긴다. 지금껏 정부는 환자이송업의 공익적 측면보다는 개인 간 거래인 ‘상업적 측면’에 더 주목해왔다. 구급차가 필요한 환자와 이송업체 간 직접 거래에 정부가 끼어들어 감시를 벌이거나 지원금을 줄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건 국가나 업체가 아니라 시민들, 특히 환자의 몫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민간병원이 정부 감시를 받는 대신 건강보험공단의 지원을 받는 것처럼 사설 구급차도 제도권에 편입시켜 감시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사설 구급차의 중요도와 공공성을 재평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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