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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이 무력 충돌을 종식하기 위한 평화 합의를 29일 전격 타결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발생 한 달 후 탈레반이 테러 주범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비호한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아프간을 공격했다. 18년 4개월 만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곧바로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과 탈레반 대표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일명 ‘도하 합의’로 불리는 평화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현재 1만3500명인 아프간 내 미군을 135일 안에 86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제동맹군도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아프간 중앙정부가 억류하고 있는 약 5000명의 탈레반 포로도 석방하기로 약속했다. 탈레반 역시 알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과격 무장조직이 군인을 모병해 훈련하거나 자금 조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이들 조직의 여행증명 등 법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공약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의 최장기 전쟁이 끝났다. 미군을 집으로 데려오는 역사적 걸음을 내디뎠다”고 반겼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에 약 7600억 달러(약 920조 원)를 쏟아부었고 미군 사망자만 2400명에 이른다. 유엔, 나토, 유럽연합(EU) 등도 일제히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승리에 필요한 외교적 성과를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과의 불화로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위터에 “합의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탈레반이 합의 사항을 지킬지 회의적”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합의가 국가 대 국가의 협정 및 조약이 아닌 미 정부와 무장조직의 조건부 약속이라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1일 “탈레반 수감자 석방에 관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포로 교환은 미국의 권한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프간 내정을 안정시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역시 일반 미군 철수와는 별개로 대테러부대를 계속 주둔시킬 방침이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정미경 기자}
“우리는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으니…. 그게 더 힘듭니다. 민주주의는 퇴보했습니다.” 2018년 11월 유류세 인상 반대로 시작돼 현재까지도 파리 시내에서 계속되고 있는 노란조끼 시위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 청년들이 한 이야기다. 지난해 12월 이후 지속된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 반대 장기 파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많다. 이른바 ‘스마트폰 세대’로 불리는 이들 세대는 시위 현장에서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시위 중간 중간 짬을 내 현장을 촬영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수시로 트위터에 자국 내 불평등 문제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다. 이처럼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현실은 빨리 바뀌지 않다 보니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요즘 프랑스, 나아가 유럽에서는 ‘스마트폰이 과연 민주주의를 구원할 것인가’, 즉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미디어의 민주주의 기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당초 스마트폰은 대의(代議)민주주의의 단점을 완화할 기대주로 조명을 받았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국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그렇게 형성된 여론에 따라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논리다. ‘스마트폰 민주주의’란 용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를 반영하듯 유럽에는 다양한 ‘스마트폰 민주주의’ 실험이 한동안 지속됐다. 스페인 연정의 한 축인 정당 ‘포데모스’는 16세 이상 국민은 누구나 정책을 발의한 후 온라인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네덜란드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 일부를 시민들이 온라인 투표로 책정하게 한다. 에스토니아는 온라인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프랑스나 독일 정부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시민 의견 수렴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민주주의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한 의사 결정으로는 일자리, 연금 개혁, 양극화 등 현실세계의 장기적인 과제를 고치기 어렵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세대들은 이런 문제마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반발하거나 시위에 나선다. 그 결과 스마트폰 민주주의에 의존하는 청년들이 현실정치에 실망하면서 민주주의를 불신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 공공정책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유럽연합(EU) 시민의 60%가량이 현재 민주주의에 대해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자극적이고 즉각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각종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운 유럽 각국의 정당들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1인당 100만 원 기본소득 등 선심성 복지를 추진한 이탈리아 ‘오성운동’, 성폭력 관련 법률 폐지를 선언한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난민을 흑사병에 비유한 폴란드 ‘법과정의당’ 등이 대표적 예다. 빠른 것도 좋지만 때론 돌아가야 할 때도 있다. 검색에 능한 스마트폰 세대가 현실은 스마트폰 속 세상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스마트폰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길을 찾길 바란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가 허물어질 수 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27일 북유럽 노르웨이와 덴마크, 동유럽 루마니아와 북마케도니아에서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기준 확진자가 520명을 넘은 남유럽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도 속속 환자가 발생하면서 전 유럽이 코로나 위험 지대가 됐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남성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자택에서 격리됐다고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역학 조사에 나섰다. 덴마크에서도 이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견됐다. 덴마크 당국은 자국민인 해당 남성이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 스키 여행을 다녀온 후 24일 증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도 전날 각각 두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역시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루마니아에서도 이날 첫 확진자가 발생해 격리됐다. 그는 3주 전 루마니아로 여행을 온 이탈리아인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마케도니아에서도 최근 차량을 이용해 이탈리아를 찾았던 50세 여성이 귀국 후 확진자로 판명됐다. 27일 기준 이탈리아의 환자 수는 528명(사망자 14명 포함)이다. 하루 전보다 154명이 늘었다. 일부 지역 통제, 주요 행사 취소, 마스크 및 손소독제 가격 급등 등으로 사실상 이탈리아 전체가 마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지역사회 감염 공포를 키우고 있다. 25, 26일 양일간 확진 판정을 받은 프랑스인 2명은 감염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26일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국민 2005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 후 손 씻기’ 여부를 묻자 응답자의 37%만 ‘씻는다’고 답해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독일에서도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일부는 명확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 함께 감염된 부부 중 남편은 한 지역 축제에 참가했고 아내는 유치원 교사로 확인돼 집단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코로나 유행의 첫 단계에 들어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 독감이나 감기로 오인된 ‘숨은’ 코로나 환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은 26일부터 11개 병원, 100개 지역 보건소에서 독감 증상을 보인 이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EU), 즉 하나의 공동체란 점을 의식해 국경 통제 등 교류 축소보다 상호 협력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미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로 과거보다 결속력이 약해진 EU 체제를 더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극우 정당뿐만 아니라 각국 국민 사이에서도 국경 폐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다음 피해자는 유럽의 개방성”이라고 지적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7일 북유럽 노르웨이, 동유럽 루마니아와 북마케도니아에서 각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날 기준 확진자가 450명이 넘은 남유럽 이탈리아는 물론 북유럽과 동유럽에서도 속속 환자가 발생하면서 전 유럽이 코로나 위험 지대가 됐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정부는 남성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자택에서 격리됐다고 발표했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그는 23일 귀국했다. 보건당국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역학 조사에 나섰다. 이날 루마니아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해 격리됐다. 그는 3주 전 루마니아로 여행을 온 이탈리아인으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마케도니아에서도 최근 차량을 이용해 이탈리아를 찾았던 50세 여성이 귀국 후 확진자로 판명됐다. 이 여성과 이탈리아에 동행했던 사람들도 격리돼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이탈리아의 환자 수는 453명(사망자 12명 포함)이다. 하루 전보다 79명 늘었다. 일부 지역 통제, 주요 행사 취소, 마스크 및 손소독제 가격 급등 등으로 사실상 이탈리아 전체가 마비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환자수가 많은 이탈리아 등을 방문하거나 이들 국가에서 온 사람과 만난 적이 없는 등 명확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25,26일 양일간 확진 판정을 받은 프랑스인 2명은 감염 사유가 불분명해 지역사회 감염 공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26일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국민 2005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 후 손 씻기’ 여부를 묻자 응답자의 37%만 ‘씻는다’고 답해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독일에서도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일부 역시 아직 명확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8명 중 2명은 부부 사이다. 남편은 한 지역 축제에 참석했고 아내는 유치원 교사로 확인돼 집단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코로나 유행의 첫 단계에 들어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 독감이나 감기로 오인된 ‘숨은’ 코로나 환자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영국은 26일부터 11개 병원, 100개 지역 보건소에서 독감 증상을 보인 이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럽 각국은 유럽연합(EU), 즉 하나의 공동체란 점을 의식해 국경 통제 등 교류 축소보다 상호 협력으로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미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로 과거보다 결속력이 약해진 EU 체제를 더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일부 극우정당 뿐 아니라 각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국경 폐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다음 피해자는 유럽의 개방성”이라고 지적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에서 급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근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이틀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145명 늘어 26일 현재 374명(사망자 12명 포함)에 달했다. 밀라노 등 북부에 집중됐던 감염자가 중남부에서도 속출해 사실상 방역망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으로 유아(4세 여아)도 감염됐지만 여전히 최초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이날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州)에서는 70세 남성이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역시 이탈리아 인접지대인 오스트리아 남부에서는 20대 남녀 2명,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를 마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에서도 20대 남성 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리스에서는 30대 여성 1명이 확인됐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모두 이날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명, 프랑스에서 3명, 독일에서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AP통신은 “7개국의 새로운 확진자는 모두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인적, 물류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에 따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이 가능해 여러 나라로 쉽게 퍼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스위스 독일 크로아티아 등 주변 6개국은 25일 이미 로마에서 보건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들 국가는 일단 국경은 봉쇄하지 않고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되, 코로나19에 관한 긴밀한 정보 공유를 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경을 차단할 때는 아니다. 대신 유럽 내 확산을 막기 위해 2억3200만 유로(약 3068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악영향은 물론이고 ‘유럽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확산세가 지속되면 국경 검문 강화 등 통제가 시작될 수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각국 우파 정당들이 코로나19 공포를 매개로 자국 내 이민 정책을 강화하려 한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이윤태 기자}
이탈리아에서 급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인근 국가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이틀 새 코로나19 확진자가 145명 늘어 26일 현재 374명(사망자 12명 포함)에 달했다. 밀라노 등 북부에 집중됐던 감염자가 중남부에서도 속출해 사실상 방역망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처음으로 유아(4세 여아)도 감염됐지만 여전히 최초 감염 경로는 오리무중이다. 이날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 남부 티치노주(州)에서는 70세 남성이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역시 이탈리아 인접지대인 오스트리아 남부에서는 20대 남녀 2명,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를 마주보고 있는 크로아티아에서도 20대 남성 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리스에서 30대 여성 1명이 확인됐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그리스 모두 이날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명, 프랑스에서 3명, 독일에서 2명의 추가 확진자가 등장했다. AP통신은 “6개국의 새로운 확진자는 모두 최근 이탈리아를 방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인적, 물류 이동을 보장한 솅겐 조약에 따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회원국 간 국경 이동이 가능해 여러 나라로 쉽게 퍼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스위스, 독일, 크로아티아 등 주변 6개국은 25일 이미 로마에서 보건장관 회의를 열었다. 이들 국가는 일단 국경은 봉쇄하지 않고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되, 코로나19에 관한 긴밀한 정보 공유를 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도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경을 차단할 때는 아니다. 대신 유럽 내 확산을 막기 위해 2억3200만 유로(약 3068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적 악영향은 물론 ‘유럽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확산세가 지속되면 국경 검문 강화 등 통제가 시작될 수도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각국 우파 정당들이 코로나19 공포를 매개로 자국 내 이민 정책을 강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
“세계가 중국에 빚졌다.” 중국 현지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사단을 이끌어온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가 24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의 공동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신속한 조치로 확진자가 줄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일워드 박사는 “매우 빠르게 (수치가)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1개월 전 발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일대를 봉쇄한 덕분에 더 큰 위기를 피했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였음에도 WHO가 ‘중국 눈치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하지 않은 발언이란 평가다. 한술 더 떠 그는 “중국은 신종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역사상 ‘가장 야심 차고 발 빠르다’고 평가되는 범정부·범국민 접근법을 취했다”며 “세계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국의 경험과 자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일워드 박사를 거들 듯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 이탈리아, 이란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팬더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신규 확진자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 내 확진자는 이달 18일(1749명) 최고조에 오른 후 19일 394명, 23일 409명 등으로 줄고 있다. 그러나 중국 누적 환자만 7만7150명, 사망자 만 2592명(23일 기준)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이미 37개국으로 퍼졌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이탈리아, 이란 등 세계 곳곳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24일 미국증시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00달러 이상 하락해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약 274조5000억원) 증발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 50지수도 4.01%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WHO가 감싸기 차원을 넘어 ‘중국을 배우라’고 하자 신뢰 하락 차원을 넘어, 조직의 존재 자체에 의문스럽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청원전문 웹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는 지난달 말부터 ‘WHO사무총장 퇴진을 요구한다’는 청원이 올라 수십 만 명이 서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혜안을 가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후 WHO가 속한 유엔에 대해 “하는 일도 없이 방만하다”며 6억4000만 달러(약 7500억 원)의 지원금도 삭감했기 때문이다. WHO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꼰 우스개 소리다. 일각에서는 차기 WHO 수장은 국제 정치 무대에서 소신과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강대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된 개발도상국 인물이 국제기구 수장에 오를 경우 중립적인 판단이나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2017년 7월부터 WHO를 이끌고 있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1948년 WHO 설립 후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국 측의 도움을 받아 총장이 된 인물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중국은 친중 인사에 속하는 거브러여수스의 당선을 위해 WHO에 향후 600억 위안(약 1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속한 에티오피아도 중국의 각종 지원을 받아 ‘아프리카 속 중국’으로 불린다. 이를 반영하듯 그는 당선인 시절부터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고,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 중에도 계속 중국을 두둔해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뒤늦게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여행과 교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유럽에도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4일 오전 기준 확진자가 219명(사망자 5명 포함)이라고 밝혔다. 22일 76명에 비해 약 3배로 늘었다. 특히 확진자 중 약 75%(165명)가 경제 중심지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서 발생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23일 롬바르디아, 인근 베네토주 11개 마을에 이동 제한령을 선포했다. 최대 축제인 베네치아 카니발,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 등도 모두 취소됐다. 1개에 3, 4유로였던 손소독제의 가격 역시 수십 유로로 치솟았고 이마저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환자 급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당국은 밀라노 인근 코도뇨 마을의 38세 남성 A 씨를 최초 확진자 겸 ‘슈퍼 전파자’로 보고 있다. 그는 19일 폐렴 증세로 마을 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그와 접촉한 사람, 해당 병원 의사와 환자 등이 모두 감염됐다. AP통신은 “당국은 A 씨가 최근 중국 상하이를 방문했던 친구로부터 감염됐다고 여겼지만 정작 친구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또 A 씨가 자주 가는 카페에 오는 중국인도 모두 검사했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감염 이유가 오리무중이라고 전했다. 관광대국 이탈리아에는 수많은 중국인이 오간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말 중국 본토, 홍콩, 대만 등을 오가는 항공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를 경유해 육로 및 배편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을 막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밀라노, 로마, 피렌체 등 대도시로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검역망이 뚫렸다는 의미다. 중부 토스카나주의 직물산업 도시 프라토에는 20만 인구의 15%인 3만 명의 중국인이 있다. 이 외에 불법으로 온 중국인까지 포함하면 토스카나 전체가 코로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2배로 급증하면서 비교적 안전지대에 속했던 유럽에 코로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마저 대규모 환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해지는 변곡점(tipping point)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경고가 유럽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밤 기준(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사망자 3명을 포함해 155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76명에서 하루 사이에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확진자 중 110명이 이탈리아 경제의 중심인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서 발생했다. 이밖에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에서도 21명,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9명, 로마가 있는 라치오주 3명 등순이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롬바르디아, 베네토주 내 11개 마을에 대해 이동 제한령까지 내린 상태다. 이 마을 주민 약 5만3000명은 경찰 관리 하에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외부인도 이 마을에 들어오다 적발되면 벌금이 부과된다. 이밖에도 이탈리아 최대 축제인 베니치아 카니발 중단을 비롯해 프로축구 세리에A 경기가 모두 취소되는 등 이탈리아 전역이 사실상 마비상태가 됐다. 콘테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1개에 몇 유로에 팔리던 손 소독제 4병이 온라인에서 200유로에 팔린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더 큰 문제는 왜 코로나19가 급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일주일 전만 해도 확진자가 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1일을 지나면서 확진자가 순식간에 50명을 넘어선 후 주말 사이 150명이 넘어섰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밀라노 남동쪽에 70㎞에 위치한 코도뇨 마을에 살던 38세 남성 A 씨가 최초 확진자이자 ‘슈퍼 전파자’로 보고 있다. 해당 남성은 19일 폐렴 증세로 마을 병원에 입원했고, 이후 그와 접촉한 사람들은 물론 해당 병원 의사, 환자 등은 모두 감염됐다. 그러나 정작 A 씨가 최근 중국을 여행하지 않는 등 정확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A 씨가 최근 상하이를 방문했던 친구에게 감염됐다고 봤지만 해당 친구는 음성판정을 받았다. 또 A 씨가 자주 가는 카페에 오는 중국인들도 검사했지만 음성으로 판정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공황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탈리아가 사실상 ‘유럽의 우한’이 될 가능성이 생기자 유럽연합(EU) 간 국경 통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 인접국가인 오스트리아 정부는 24일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이탈리아 국경 지역에서 출입 관리 강화를 논의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23일 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출발해 자국 내로 진입하는 열차 안에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나오자 열차 운행을 중단한 후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위스 정부도 검역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EU 간 국경 검문제 재도입마저 논의되고 있다. EU 회원국 간 국경은 사실상 ‘프리패스’로 이뤄졌다. 그러나 유럽 우파 정당들이 코로나19 공포를 기회삼아 국경검문을 강화해 불법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 중이다. 유럽의회 의원(MEP)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OECDC)에 일시적 국경 검문 재도입에 대한 자문을 최근 요청했다고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탈리아 사태를 계기로 유럽 내 국경 검문은 물론 각종 이민자 정책이 더욱 엄격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개방된 EU 간 국경으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면 EU는 2015년 난민 사태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감염 연구의 권위자인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대학 교수는 23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점점 닫히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을 막기 위한 통제에서 벗어나는 변곡점이 지난 24시간 이후 더 가까워졌다”고 경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직까지 공식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치료제에 관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빠르면 3주 안에 예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HO의 연구개발(R&D) 부서가 우선시하는 코로나19 치료법 중 두 가지 임상 시험에 대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는 흔히 에이즈로 불리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리토나비르’와 ‘로피나비르’를 결합한 것, 다른 하나는 에볼라 치료제 ‘레디시비르’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WHO가 중국에 파견한 국제 전문가팀이 현지에서 코로나19에 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7개국, 9개 기관으로 구성된 이 전문가팀에는 서울대 의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미 국립보건원, 싱가포르국립대, 일본 국립전염병연구소 등이 참가했다. 이날 WHO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한국 정부가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회견에 동석한 올리버 모건 WHO 국장은 “한국 사례는 몇몇 개별 집단(clusters)에서 유래해 환자 수는 많아 보이지만 그들 대부분이 연결돼 있다”며 “역학 차원에서 특별한 신호는 아니며 한국 정부가 긴밀하고 강력하게 모든 신규 확진자와 발병을 추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한국이 초기 단계에서 발병을 억제하기 위한 모든 일을 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소도시 하나우에서 19일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9명이 사망했다. 유력 용의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1구와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10시경 하나우 중심가의 물담배를 파는 시샤(Shisha)바. 한 남성이 검은 차를 몰면서 10발가량 총격을 가한 뒤 도주했다. 이후 범행 장소에서 2km가량 떨어진 하나우 서쪽 케셀슈타트 지역의 시샤바도 총격을 받았다. 이 남성은 도로를 지나던 행인에게도 총을 난사한 뒤 도주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1차 총격으로 3명, 2차 총격으로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치료 도중 1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사망자는 총 9명이 됐다. 독일 경찰은 1, 2차 총격이 동일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20일 오전 유력 용의자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장소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1구가 함께 발견됐다. 독일에서는 총기 소유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관련 법률이 엄격하다. 용의자도 총기 허가증을 가진 독일 시민이었다. 이번 사건이 이민자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극우 범죄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용의자 집에서는 범행을 자백하는 편지와 동영상이 발견됐다고 독일 타블로이드신문 빌트는 전했다. 용의자는 해당 편지에서 “독일이 추방하지 못하고 있는 특정 민족들을 파괴해야 한다”며 극우 성향을 드러냈다. 이번 총격 희생자 중에는 중동 소수민족인 쿠르드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중심으로 극우 세력이 확대되면서 극단주의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독일 동부 도시 할레에서는 극우 성향의 범인이 유대교회당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해 2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난민을 옹호하던 정치인 발터 뤼프케가 극우주의자에게 피살됐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3일 오후 1시(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팡탱의 중심 광장. 나무로 만들어진 높이 7m, 넓이 10m의 삼각형 조형물이 보였다. 시민들이 연신 탄성을 질렀다. 이 조형물은 지난해 4월 15일 화재로 사라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의 유명한 나무 구조물 ‘숲(The Forest)’을 12세기 전통 방식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목수 견습생 50명이 약 400시간 동안 작업했다. 이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맞물리게 한 후 나무못으로 고정했다. 전통 방식을 고집해 밀도가 높은 참나무를 사용하다 보니 톱날이 부러지기 일쑤였지만 성당 복원에 힘을 보태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목수 견습생들이 소속된 직업훈련단체 드부아르 협회의 장클로드 벨랑제 사무총장은 “진짜 복원에는 견습생이 아니라 지붕 건축 전문가 200명, 목수 150명, 석조 전문가 100명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마갈리 티에보 씨는 “하루빨리 대성당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 추가 붕괴 위험으로 진척 없는 복원 팡탱을 벗어나 파리 구도심 시테섬 동쪽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을 찾았다. 성당 옆으로 75m 높이의 크레인과 수십 명의 인부가 보였다. 하지만 성당 건물을 둘러싸고 보호벽이 세워져 출입은커녕 가까이 다가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수많은 길거리 악사와 연인들이 모이던 대성당 앞 광장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였다. 보호벽에는 화재 참사를 반복해선 안 될 ‘노트르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듯 화재 당시 모습, 훼손된 내외부 등 각종 사진과 자료가 붙어 있었다. 대성당을 찾은 관광객들은 보호벽에 붙은 사진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아테미 양(10)은 “정말 슬픈 일이다. 빨리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쉽게도 대성당의 복원 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이다. 화재 다음 날인 지난해 4월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5년 내로 복원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2024년 7월 말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의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서라도 5년 내 복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림픽 전 대성당 복원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부 내에서도 내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복원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추가 붕괴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복구공사를 시작하려면 추가 붕괴 및 훼손 위험이 없어야 한다. 지난해 화재 당시 당국은 성당 곳곳에 대량의 물을 뿌려 불길을 잡았다. 성당의 근간인 돌들이 수분을 잔뜩 머금은 상태에서 지난해 7월 40도의 폭염이 몰아쳤다. 이로 인해 주요 부분이 금이 가고 갈라졌다. 지난해 여름 성당 천장 쪽 석재 일부가 계속 떨어져 인명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 화재 전인 2018년 첨탑 보수공사를 위해 설치된 나무 비계(飛階·건축공사 때에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의 붕괴 위험도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 200t 무게의 비계 4만 개를 해체하는 안정화 작업이 올해 여름 내내 진행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비계 일부가 성당 지붕으로 떨어지면 그 힘으로 천장이 무너질 수 있다. 완전히 훼손되지 않은 석조와 목재, 성당 내 각종 예술품 잔해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복원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트리크 쇼베 노트르담 대성당 주임신부는 쉽지 않은 복원 과정을 의식한 듯 지난해 말 미사에서 “대성당이 너무 취약하다. 완전 복원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는 복원에 수십 년이 걸린다고 예측한다. 중세 건축양식 전문가 에밀리 게리 영국 켄트대 박사는 “4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 갈등 산적해 후순위 밀려 프랑스 사회의 각종 갈등이 성당 복구를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11월 유류세 인하 요구로 시작된 후 아직도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가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각종 노조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는 마크롱 정권의 연금개혁, 난민 갈등, 청년실업 문제 등으로 프랑스 국민이 대성당 복원을 시급한 과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당 앞에서 만난 직장인 레몽 씨(43)는 “노트르담 복원은 물론 중요하지만 복구에 엄청난 공사비가 든다. 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그 돈을 쓰는 게 낫다”고 했다. 대성당 복원 기부금 실적은 예상보다 매우 저조하다. 화재 직후에는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기부금을 내겠다’는 제안이 이어졌지만 말뿐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막대한 지원금을 약속했던 대기업들도 슬금슬금 발을 빼고 있다. 당초 수억 유로 지원을 약속했던 루이뷔통 모에에네시(LVMH)는 ‘공사 진행 상황에 맞춰 기부금을 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부금이 당초 예상의 20∼30%에 불과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납 오염 공포가 불거진 것도 복원 속도를 늦추고 있다. 화재 당시 내부 골조에 쓰인 납 300t 이상이 녹아내렸다. 납들이 연기와 함께 입자 형태로 성당 주변 수백 m 밖까지 확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7월 성당 복원공사가 잠시 중단됐다. 성당 인근 학교와 보육원 등 25곳도 임시 폐쇄됐다. 파리시는 수차례 납 정화 작업을 진행한 후 공사를 재개했지만 인부들의 공포감이 상당하다. 환경단체 ‘로뱅 데 부아’의 자키 본맹 대변인은 “복원보다 시민 건강이 중요하다. 오염 문제를 완전히 제거한 후 복원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원 방향 둘러싼 정쟁 복원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의 다툼도 치열하다. 마크롱 정부는 “대성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구하자”고 주장한다. 야당은 “1000년 역사의 성당을 반드시 전통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맞선다. 마크롱 정권은 화재 직후 환경영향평가, 건축 및 도시계획 간소화 등을 통해 이른 시간 안에 대성당을 복원할 수 있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지붕이 숲으로 된 ‘자연의 노트르담’ △고딕 양식 유리 첨탑을 만들자는 ‘크리스털 노트르담’ △하늘로 조명을 쏴 빛 기둥을 세우자는 ‘빛의 노트르담’ 등 다양한 복원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하지만 야권이 반대하자 프랑스 의회는 대성당을 원형대로 복원하고, 각종 건축 관련 예외조항도 특별법에서 삭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원 방식 논란이 여전하다. 현대적 복원 찬성 측은 “야권이 주장하는 대로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면 참나무 3000그루 이상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화재 위험도 여전할 것”이라며 티타늄, 탄소섬유, 철강 빔 등을 내부 구조물로 쓰자고 제시했다. 야당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시민들 “우선 미사만 가능해도 안심” 완벽한 복원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시민들이 성당 내부를 관람하고, 미사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재개관은 5년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복원 사업을 총괄 중인 군참모총장 출신의 장루이 조르줄랭 총책임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사가 가능한 재개관을 2024년까지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화재로 상처받은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지난해 성탄절에 1803년 이후 216년 만에 미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시민 쥘리앵 씨는 “크리스마스 때 미사가 열리지 않는 대성당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완전 복원에 관계없이 이곳에서 미사만 볼 수 있어도 시민들이 크게 안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시 역시 대성당 앞 광장을 다음 달부터 개방하기로 했다. 마갈리 샤르보노 시 사무국장은 “이달 추가 납 정화 작업을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시민들에게 광장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여름에는 화재에서 살아남은 장미창, 생루이의 튜닉(상의) 등 150개 보물의 특별전시회도 열린다. 유명 미술사학자 베아트릭스 솔 전 베르사유궁 박물관장이 전시회 개최를 주도한다. 국립과학원(CNRS)은 과거처럼 웅장한 중세 건물 특유의 잔향이 복원되도록 대성당 내부의 음향을 분석하기로 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미국 우선주의’는 동맹과 이웃을 희생시키고,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지나친 과장이다. 미국은 충실히 국제 안보에 역할을 하고 있다.” 14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두고 유럽과 미국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유럽은 세계 경찰 역할을 포기한 미국을 비판한 반면에 미국은 충분히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면서 서구 동맹의 균열이 도드라졌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 안보 협력 놓고 유럽-미국 충돌 MSC는 1963년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안보 포럼이다. 매년 주요국 정상과 외교장관, 국방장관 등 350여 명이 참석해 국제 안보의 ‘다보스포럼’으로 통한다. 올해 MSC의 핵심 주제는 ‘비(非)서방화(Westlessness)’.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미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서구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과의 핵합의 등 각종 협약에서 탈퇴했다. 포문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이날 개막연설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생각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언급하며 “그런 식의 사고와 행동은 이웃과 파트너를 희생시키고, 우리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고 성토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이날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원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MS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자국 이익만 중시하면서 그간 국제 안보의 버팀목이 됐던 서구 동맹이 공통의 전략을 갖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정면 반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서양 동맹의 죽음’이라는 말은 지독히도 과장됐다”며 “서구는 이기고 있으며, 우리는 함께 이기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 커진 유럽 내 불안감이 미국에 대한 촉구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동안 지속돼 온 유럽과 미국 동맹의 균열에는 세계 질서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서구 동맹의 분열을 우려한 듯 “나는 유럽만 믿지 않는다. 유럽과 미국을 함께 믿는다”고 강조했다. ○ 에스퍼 “2순위 위협은 북한 같은 불량 정권”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이 서구를 위협하고 있다며 함께 맞서자고 유럽에 제안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국방전략보고서(NDS)는 러시아보다는 중국이 우리의 주요한 도전국이라고 적고 있다”며 “중국은 유럽을 포함해 그들의 국경 밖 전장에서 작전을 늘리고 있다. 중국의 위협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국가들에 중국 정보기술 회사 ‘화웨이 퇴출’에 동참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러시아 역시 2014년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제국에 대한 열망을 키워 가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에스퍼 장관은 이어 “NDS는 우리의 (안보 위협) 2순위가 북한이나 이란과 같은 불량 정권이라고 인식한다”고 지적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앞서 에스퍼 장관은 6일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도 “이란과 북한, 그리고 그와 같은 다른 나라 등 불량 국가들을 다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지속적으로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칭하고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평양이 일관되게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유럽과 대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현지 신문 알아흐람 등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부는 14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집트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국적, 나이, 성별, 감염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15일 교민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0대 나이의 중국인으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내 대형 쇼핑몰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계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전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은켕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가 아프리카의 취약한 나라들을 강타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발전협의회(AAAS) 콘퍼런스에서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중국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위해 1억 달러(약 1185억 원)를 기부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둘러 자국 의료진에 코로나19 진단법을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대만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인 남성 관광객이 14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프랑스 파리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본토 외에 홍콩과 필리핀, 일본 등 세 곳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만 중앙전염병지휘센터(CECC)는 이날 60대 중반의 대만 남성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망한 남성은 해외에 방문한 적이 없으며 B형 간염과 당뇨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대만의 사망자는 중국 본토 외 사망자로는 홍콩, 필리핀, 일본에 이어 각각 네 번째와 다섯 번째다. 연 9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미국 하와이도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렸다. 15일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60대 일본인 부부가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흘간 하와이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이 부부 중 남편은 14일, 부인은 15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구가인 기자}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현지 알아흐람 신문 등에 따르면 이집트 보건부는 14일 자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집트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국적, 나이, 성별, 감염 경로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은 15일 교민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0대 나이의 중국인으로 이집트 수도 카이로 내 대형 쇼핑몰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세계 의료계는 아프리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의료체계가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전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엔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장은 “코로나19가 아프리카의 취약한 나라들을 강타하면 그 결과는 너무도 파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이날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국과학발전협회(AAAS) 콘퍼런스에서 “아프리카에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중국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위해 1억 달러(약 1185억원)를 기부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둘러 자국 의료진에게 코로나19 진단법을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랑스 보건부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 남성 관광객이 14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프랑스 파리의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중국 본토 외에 홍콩과 필리핀, 일본 등 세 곳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 9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미국 하와이도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렸다. 15일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양성 확진을 받은 60대 일본인 부부가 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열흘간 하와이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탓이다. 60대인 이들 부부 중 남편은 14일, 부인은 15일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려가 커지자 하와이 보건당국은 14일 이 부부가 1월 28일부터 2월 3일까지 마우이섬에, 3일부터 7일까지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머물렀다고 동선을 공개했다. 전염병학 전문가인 새라 박 박사는 NYT 인터뷰에서 “이 남성 확진자가 하와이 방문 전 혹은 1월 말 하와이 방문 길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겸 전 부총리(47·사진)가 부총리 시절 국제구호단체 난민선 입항을 막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탈리아 의회에서 그의 면책특권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안사 통신에 따르면 상원은 12일 전체 321석 중 찬성 152 대 반대 76으로 살비니의 면책특권 박탈을 의결했다. 살비니가 소속된 극우정당 ‘동맹’ 의원 58명과 일부 의원은 표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살비니 의원은 정식으로 재판에 넘겨져 공판을 받는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동맹’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2018년 6월~2019년 8월까지 연합정부를 구성했다. 두 당은 고속철 건설, 감세 등에 대한 입장 차이로 갈라섰다. 연정 중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역임한 살비니는 반난민 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2018년 7월 국제구호단체의 난민선 입항을 막아 배에 탄 아프리카 이주민 131명이 일주일 넘게 지중해 해상에서 지내야 했다. 이탈리아 안팎의 비판이 거셌다. 당시에도 그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 혐의를 소명하기 어렵다며 기소를 포기했다.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공이 의회로 넘어왔다. 의원을 법정에 세우려면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면책특권 박탈이 그를 포함한 극우세력 전반에 정치적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살비니 의원은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 등으로 자국 내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진 상황을 이용해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10월 중부 움브리아 주(州) 지방선거에서도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 연합이 승리했다. 살비니는 당시에도 움브리아 전역을 누비며 난민 반대를 외쳤다. 26일 에밀리아·로마냐주 선거에서도 동맹의 선전이 예상된다. 특히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그에게 대거 동정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를 의식한 듯 살비니 의원은 이날 면책특권 박탈에 개의치 않는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재판을 받겠다”고 밝혔다. BBC는 설사 그가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항소 등을 감안하면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기간 동안 살비니가 자신을 ‘이탈리아의 수호자’로 포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파업요? 이해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목숨을 거는 것 같아서 씁쓸해요.” 이달 초 프랑스 파리7대학에서 만난 21세 대학생의 말이다. 이 학생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수업에 제대로 참석할 수 없었다. 프랑스 정부의 퇴직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등의 총파업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대중교통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최장기 기록을 세운 연금 개편 반대 파업이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소강상태에 빠졌다. 파업에 나선 노조 조합원들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를 장기간 받지 못하자 일단 파업을 중단했고 대중교통이 정상화됐다. 필자는 파업이 풀리자마자 미뤄뒀던 프랑스 지인들과의 점심 약속을 이어가면서 연금파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전반적으로 세대에 따라 답변이 엇갈렸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해 직종, 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고, 첫 수급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늦추려는 개편을 추진해 왔다. 40대 이상은 대체로 “생활이 불편했지만 파업은 필요했다”고 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1995년 연금 개혁을 추진하다 교통 파업으로 거리가 마비되자 3주 만에 개혁을 포기한 사례를 들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20대는 파업 비판에 무게를 실었다. 한 달 내내 자전거로 등교했다는 올리비에 씨(25)는 “연금을 더 내고 덜 받기 싫은 건 어느 세대나 마찬가지”라면서 “미래 세대들이 가질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렇게까지 파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조가 대중교통 마비를 무기로 뜻을 관철시키려 해도 이제는 온라인 강의, 자택근무, 공유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청년들도 적지 않았다. ‘버텨야 하는’ 이유에 대해 대학생 엘레나 씨(24)는 “이대로 연금제도가 유지되면 지속 불가능하다는 걸 기성세대도 모를 리 없다. 그들에겐 퇴직연금이 ‘권리’이겠지만 우리에게는 ‘의무’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73%에 달한다. 은퇴 전 100만 원을 벌던 사람은 노후에 73만 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경쟁국인 독일(52%)이나 영국(2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프랑스 정부는 각종 연금에 연간 40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쓴다. 국내총생산(GDP)의 14%다. 2025년까지 연금 적자도 2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생산인구는 답보 상태다. 1970년대까지 2.5명이 넘던 프랑스 합계출산율은 1990년 1.77명으로 낮아진 뒤 2010명 2.03명으로 반등했지만 최근 다시 1.9명대로 떨어졌다. 이번 파업 논란이 연금 개편 찬반을 넘어, 세대 간 불균형과 이로 인한 갈등이 본격화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또다시 총파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교통이 마비되는 불편함을 다시 겪어야 한다니, 아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은 분담하고 열매는 나누는 ‘세대 간 균형발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게 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네덜란드 법원이 ‘최순실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 씨(52)의 한국 송환을 10일(현지 시간) 허가했다. 이 결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윤 씨는 한국으로 송환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이날 재판부는 윤 씨의 한국 송환 결정을 내리면서 결백과 석방을 요구해온 윤 씨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씨에 대한 사문서 위조, 자금 세탁, 알선수재, 사기 등의 혐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명 윤영식인 윤 씨는 한국 국적의 독일 영주권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 씨의 각종 사업을 도와 ‘최순실의 집사’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부지가 뉴스테이 지구로 지정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3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은 후 해외로 도피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 끝에 지난해 5월 네덜란드에서 체포돼 하를럼 인근 구치소에 수감된 후 한국 송환 여부 결정을 위한 재판을 받아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꼽혀온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기독민주당(CDU) 대표(58·사진)가 당 대표직 사퇴는 물론 차기 연방 총리 후보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5일 독일 튀링겐주(州) 총리 선출 과정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CDU가 미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사실상 독일 정치권에서 금기시된 극우정당과의 공조가 일어난 데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이날 베를린 CDU 중앙당사에서 “올여름에 당 대표 겸 총리 후보 선출 과정을 진행한 뒤 대표직에서도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미니 메르켈’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는 자를란트주 총리를 지내다 2018년 초 메르켈 총리의 눈에 들어 기민당 사무총장으로 발탁됐다. 같은 해 12월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2021년 정계를 은퇴하는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 독일 작센주 등 지방선거에서 CDU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당내 입지가 좁아졌지만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혀왔다. 그런 그가 급작스럽게 당 대표는 물론 총리 후보 사퇴 선언을 한 것은 5일 튀링겐주 지방선거 결과 때문이다. 이 선거에서 집권여당 CDU는 시장주의 성향의 소수당 자유민주당(FDP) 소속 토마스 케머리히를 주 총리 후보로 밀었다. CDU가 튀링겐주에서는 제3당에 불과해, 튀링겐주 제1당인 좌파당 소속의 보도 라맬로 현 총리가 재선할 것으로 관측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fD가 자신들의 후보 대신 FDP에 전략적으로 몰표를 주면서 케머리히가 당선됐다는 점이다. 집권여당 CDU와 AfD가 협력해 FDP 후보를 당선시킨 것이다. ‘신나치’로 불리던 AfD와의 공조에 전 독일이 충격에 빠졌고, 크람프카렌바워 대표는 표결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미니 메르켈’의 사퇴로 향후 독일 정치권이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총리 후보로는 메르켈 총리의 집권 전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CDU 원내대표가 급부상하고 있다. 당내 우파세력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온 그는 지난해 12월 차기 총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CNN은 “메르켈의 후계 구상은 산산조각 났지만 메르켈 총리가 2021년 마음을 바꿔 다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향후 상황을 전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우리 마을이 ‘차이나타운’ 같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탈리아의 중부의 작은 마을 ‘치비타 디 반뇨레죠’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이곳은 ‘죽어가는 마을’로 통했다. 절벽 위에 위치한 마을의 지반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이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와 유사하게 생겼다란 소문이 확산되면서 연간 10만 명의 중국인이 방문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그러나 전 세계로 번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마을 사람들이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 것이다. 이 곳 뿐만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관광지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은 전했다. 9일 오후 파리 중심가인 오페라 가르니에 일대도 평소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일대 고급시계점 주인은 기자에게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니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난 거 같다”고 하소연했다. 파리 지역관광 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다른 국적 여행객보다 60% 가량 돈을 더 써왔다. 이에 파리 시내 주요백화점과 대형 점포들은 ‘중국인’ 점원을 별도로 배치해왔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국인 특수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인 혐오’ 분위기를 의식한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점포 앞에서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걱정 말고 안으로 들어오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와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나간 중국인 관광객 은 1억7000만 명에 달했다. 전 세계 관광업의 10%에 해당된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은 1995년 500만 명에 불과했다. 2003년 사스가 발병할 당시에도 연간 2000만 명에 그쳤다.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1억7000만 명이 넘어섰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인의 약 10%가 해외관광을 진행 중이며, 2027년에는 약 3억 명이 여권을 소지해 여행 중인 중국인의 2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세계 관광계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시켰다. 중국과 연관된 각종 항공편 노선도 줄거나 중단됐다. 유럽 각국들도 중국을 거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신종 코로나가 세계로 확산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인들이 열렬한 여행자가 됐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중국 관광객의 소비에 의존해왔던 크고 작은 관광지가 신종 코로나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감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매년 겨울철 스위스 주요 스키장은 몰려드는 중국인으로 겨냥해 중국어 스키학교를 여는 등 ‘대목’으로 통했지만 올해는 비교적 한산하게 지나갔다. 이탈리아 로마 호텔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취소가 이어지면서 숙박업 종사자들끼리 “올 겨울은 피바다”라고 부른다, 로마의 여행사 직원인 진 릴리 씨는 “일부 시간 내에 우리도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들은 한동안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폐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오버투어리즘은 과도하게 많은 관광객들이 특정 문화유산지에 몰리면서 주민 피해와 환경 훼손이 심각해졌다는 점을 일컫는 신조어다. 주로 단체여행을 많이 하는 중국인을 비판할 때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막상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자, 주요 관광지 곳곳에서 ‘중국인이 그립다’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는 셈이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봄철(3월)부터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한 지역경제, 세계관광업의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인들의 관광 선호 형태도 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여행에서 소수나 혼자 다니는 개별여행으로 바꿀 것으로 보이는 등 세계 관광산업에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