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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못 버틴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5월 5일 개막 이후 18일까지 어느새 총 192경기를 치러 시즌 전체 일정(720경기) 가운데 4분의 1 이상(26.7%)을 소화했지만 언제 관중을 받을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 없다. 티켓 판매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각 구단은 애를 태우고 있다. ‘직관(직접 관람)’에 목이 마른 팬들의 갈증도 더 커졌다. 지난해 5월 5일부터 6월 18일까지 10개 구단에서 입장 수입으로 벌어들인 돈은 약 249억 원. 올해는 무관중이기 때문에 입장 수입에서만 팀당 25억 원 정도를 날린 셈이다. 모기업도 대부분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처지라 지원금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입장 수입, 광고료, 구장 먹거리 판매 등으로 한 경기 평균 4억 원 정도를 벌었다”면서 “7월에도 관중을 받지 못한다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선수단과 구단 직원 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에 수억 원씩 임대료를 내고 상점을 낸 자영업자들과 지역 상권도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워터파크와 해수욕장 개장 소식이 들려오면서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워터파크와 해수욕장 등은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코로나 19의 비말 전파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 구단에서는 구장 수용 인원의 25~30%만 관중 입장을 허용해도 팀 운영에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엄격한 방역 조치로 시즌 개막 후 야구장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없었다”며 “관중 입장이 일부 허용되면 관중석 띄어 앉기, 식음료 섭취 제한 등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먼저 시즌을 개막한 대만 프로야구는 처음에는 무관중으로 운영하다 지난달 8일부터 관중을 받기 시작했다. 한동안 경기 당 관중을 2000명으로 제한했지만 7일부터는 이 같은 제한 규정을 없애고 구단에서 자율적으로 관중수를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황규인기자 kini@donga.com}
‘일곱 살 소년’ 율곡고가 ‘백전노장’ 청원고(옛 동대문상고)를 물리치고 창단 이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 8강에 진출했다. 2013년 창단한 경기 파주 율곡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전에서 청원고(1961년 창단)에 9-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7회 이후 7점 이상 차이가 나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2회초 공격부터 4점을 뽑으며 앞서 가기 시작한 율곡고는 7회초 김민서(3학년)의 2점 홈런으로 콜드게임 승리 요건을 갖춘 뒤 7회말 수비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면서 경기를 매듭지었다. 김민서는 “청원고가 전통 있는 야구 명문이지만 율곡고는 지금 우리가 명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율곡고가 야구 명문이라는 평가를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 창단한 김해고도 배명고(1963년 창단)에 4-3 진땀승을 거두고 창단 후 첫 번째 전국 대회 8강 진출 기록을 남겼다. 김해고는 2-3으로 뒤진 8회초 공격에서 1번 타자 황민서(3학년)와 3번 타자 박진영(3학년)의 적시타로 두 점을 뽑아 경기를 뒤집었다. 9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김해고 박무승 감독은 투수를 천지민(3학년)에서 어성길(3학년)로 바꿨다. 투수 교체가 적중했다. 배명고 9번 타자 목진혁(3학년)이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으나 어성길이 재빨리 쇄도해 3루 주자 이웅찬(3학년)을 홈에서 잡아내고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어성길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부터 ‘수비가 70%, 투구가 30%’라고 생각했다. 스퀴즈 번트 상황 대비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하던 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수비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런 신생 팀보다 더 오랜만에 8강에 오른 ‘전통의 팀’도 있었다. 부경고(1945년 창단)는 승부치기 끝에 강원고(2014년 창단)에 10-9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부경고가 황금사자기 8강 진출에 성공한 건 경남상고라는 이름을 쓰던 1994년 준우승 이후 26년 만이다. 부경고는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투수 이예준(3학년)의 폭투를 틈타 5-5 동점을 만든 뒤 승부치기로 진행한 10회초 공격에서 먼저 5점을 뽑으면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가 연장으로 넘어가면 주자를 1, 2루에 둔 채로 공격을 시작한다. 10회말 공격에 들어선 강원고도 4점을 뽑았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이날 5타수 4안타(2루타 1개) 2타점을 기록한 부경고 4번 타자 최태영(2학년)은 “지난해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으면서 1년을 완전히 쉬었다. 이번이 고등학교 진학 후 출전한 첫 대회다.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해 공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의 팀끼리 맞붙은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광주진흥고(1973년 창단)가 중앙고(1910년 창단)를 7-4로 꺾고 1989년 이후 31년 만에 8강에 합류했다. 1965년 우승팀 중앙고가 탈락하면서 올해 8강에서는 전부 이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학교만 남게 됐다.황규인 kini@donga.com·조응형 기자}
“적어도 경상권에서는 최고 내야수라고 생각한다.” 고윤성 마산고 감독은 자기 학교 4번 타자 최현욱(3학년·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현욱은 2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 타율 0.407을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방망이 솜씨를 뽐냈다. 정교함뿐 아니라 파워도 갖췄다. 지난해 주니어 다이노스 윈터 파이널(NC기) 대회 때는 마산야구장 외야석 최상단을 때리는 대형 홈런을 치기도 했다. 올해 첫 고교야구 대회인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도 최현욱의 불방망이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16일 열린 대회 16강전에서 소래고를 상대로 4타수 3안타 1타점 1볼넷 2도루의 활약을 선보이며 9-4 승리에 앞장섰다. 최현욱은 경기 후 “출루만 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타격은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실수를 해서 만족스럽지 않다. 공격보다는 수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발 3루수로 출전한 최현욱은 7회초 땅볼 타구 처리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이 실책은 2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최현욱은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져 송구 미스가 나올 때가 있다. 이를 최대한 줄이는 게 목표다. 3루수뿐만 아니라 유격수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1942년 창단한 마산고는 전국대회 준우승은 네 번 차지했지만 아직 우승 기록은 없다. 준우승 기록 네 번 중 두 번(1995년, 2013년)이 황금사자기에서 나왔다. 최현욱은 “이제 8강에 올랐으니 3경기만 더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돌아온 ‘끝판대장’ 오승환(38·삼성·사진)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방문경기에서 4-3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세이브를 따낸 것은 2013년 9월 24일 SK전 이후 2457일 만이다. 경기 후 오승환은 “세이브 하나 올리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기록보다도 팀이 이기는 데 더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2013년까지 KBO리그 최다인 277세이브를 따내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2014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으로 건너가서도 2년간 80세이브를 따냈다. 이후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등 3개 팀에서 42세이브를 보탰다. 해외 원정 도박에 따른 징계를 받느라 6월 초에 1군에 올라온 오승환은 전날까지 3경기에서는 중간 계투로만 등판했다. 그리고 올해 첫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이날 시즌 첫 세이브이자 통산 400번째의 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는 6명에 불과하다. 반면 최하위 한화에 충격적인 시즌 첫 연패를 당했던 두산은 이날도 역전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모처럼 연승을 달렸던 한화도 같은 날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LG에 5-9로 무릎을 꿇었다. 롯데는 고척스카이돔 방문경기에서 키움을 7-5로 물리쳤다. 6이닝 3실점으로 정확하게 퀄리티스타트 기준을 충족한 롯데 선발 노경은이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 4번 타자 이대호는 4회초 키움 선발 요키시를 상대로 1점 홈런(6호)을 날리며 팀 승리를 도왔다. 이 홈런은 이대호가 6월에 터뜨린 다섯 번째 홈런이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딱’ 하는 소리와 함께 타구가 초저녁 하늘을 갈랐다. 좌익수는 이내 공을 쫓기를 포기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목동야구장 3루 더그아웃에서는 강릉고 선수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5m 만루홈런을 친 강릉고 3학년 전민준(18)이 환한 얼굴로 베이스 한 바퀴를 돌았다. 대회 첫 만루홈런이자 통산 11번째 홈런이 나온 순간이었다.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 연일 홈런 잔치가 열리고 있다. 대회 6일째인 16일 현재 29경기가 열린 가운데 총 12개의 홈런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만 3개의 홈런이 추가됐다. 경기당 0.41개의 홈런이 나온 셈. 45경기에서 15홈런(경기당 0.33개)이 나온 지난해보다 뜨거워진 화력이다. 기간을 넓혀도 홈런 양산 모드다. 2017, 2018년 대회에서는 각각 8홈런이 나왔고, 2016년에는 단 하나의 홈런밖에 볼 수 없었다. 강릉고와 서울컨벤션고의 16강전에선 양 팀이 만루홈런으로 장군 멍군을 불렀다. 강릉고 6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전민준이 1회말 2사 후 좌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으로 기선제압을 했다. 대회 처음이자 올해 고교야구에서 처음 나온 그랜드슬램이다. 서울컨벤션고도 맞불을 놨다. 5회초 3번 타자 겸 포수인 강산(17·2학년)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비거리 105m)을 쏘아 올렸다. 올해 1월 창단한 서울컨벤션고 역사상 첫 홈런. 4회말까지 1-9로 콜드 패배 위기에 놓였던 서울컨벤션고는 5회에만 홈런을 포함해 5득점하며 추격을 이어갔다. 마지막에 웃은 팀은 강릉고였다. 6회 2점을 더하며 결국 11-7로 승리했다. 투구 수 제한으로 에이스 김진욱(3학년)을 등판시킬 수 없었던 강릉고는 투수 5명을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승리했다. 이번 대회 ‘막내 팀’ 서울컨벤션고는 16강을 넘진 못했지만 성지고, 경기항공고를 상대로 2승을 따내며 발전 가능성을 밝혔다. 인상고와 대전고의 16강 승부를 가른 것도 홈런이었다. 0-2로 끌려가던 대전고는 2회말 신동민(17)의 비거리 115m 3점 홈런을 포함해 6득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대전고는 인상고에 10-3,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대회 첫날 대구상원고와의 경기에서 홈런만 3개를 치며 웃었던 인상고는 이날은 상대 팀의 홈런에 무릎을 꿇었다. 올해 홈런이 유독 늘어난 것은 선수들이 어릴 적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힘이 세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시즌에 개인 트레이닝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전담 트레이너를 두는 학교들도 있다. 투수들의 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프로팀 스카우트는 “투구 수 제한 강화(2018년부터 최대 105개)로 에이스들이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가면서 타자들이 보다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고는 경주고를 5-4로 꺾은 경기상고와, 대전고는 소래고를 9-4로 꺾은 마산고와 18일 8강에서 각각 맞붙는다. 강홍구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누군가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영원히 기억될 첫 경험이다.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32강 경기에서 강원고와 김해고가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강원고는 이날 두 번째 경기에서 우신고를 상대로 7-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는 7회 이후 7점 차가 나면 콜드게임을 선언한다. 2014년 창단한 강원고는 지난해 황금사자기에 처음 출전했지만 휘문고에 1-5로 패하며 서둘러 짐을 싸야 했다. 강원고 승리의 일등공신은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이종욱(3학년)이었다. 이종욱은 이날 선제 2타점 3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NC 이종욱 코치(40)와 먼 친척 사이”라는 이종욱은 “친구들과 어떻게든 첫 경기만 이기자고 다짐했는데 그 목표를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강원고 선발투수로 나선 신동화(3학년)는 7이닝 동안 안타를 3개만 내주면서 우신고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 이번 대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김해고가 청주고에 3-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2003년 창단한 김해고는 올해가 여섯 번째 황금사자기 출전이지만 작년까지는 전부 1회전에서 탈락하며 대회 첫 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1-2로 뒤진 채 9회말 공격을 시작한 김해고는 선두 타자로 나선 4번 타자 정종혁(3학년)과 5번 박진영(3학년)이 나란히 내야 안타로 출루한 데 이어 후속 타자 세 명이 연이어 몸에 맞는 공을 얻어내면서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몸에 맞는 공 두 개로 2-2 동점이 되자 청주고 김인철 감독은 투수를 김도윤(3학년)에서 최형선(3학년)으로 바꿨지만 바뀐 투수마저 초구에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결국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몸에 맞는 공으로 결승 타점을 올린 김해고 8번 타자 김민준(2학년)은 “솔직히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많이 긴장했다. (박무승)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책임감을 가지고 치라고 하셨다. 그런데 마침 공이 몸쪽으로 날아오는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해고 에이스 김유성(3학년)이 승리투수가 됐다. 프로야구 NC의 유력한 1차 지명 후보로 꼽히고 있는 김유성은 6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청주고 타선을 막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는 8회말 터진 4번 타자 김현준(3학년)의 2점 홈런으로 배명고가 전주고에 8-1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전주고는 1985년 우승 이후 황금사자기 16연패에 빠졌다. 첫 경기에서는 부경고가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충암고를 5-2로 물리쳤다.황규인 kini@donga.com·조응형 기자}
“투수는 마운드 위에서 자기 자신을 위로하면서 던져야 된다.” 지난해 ‘고교 최동원상’ 수상자인 강릉고 왼손 투수 김진욱(18·3학년)이 인터넷 메신저에 써놓은 자기소개 문구다. 김진욱은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도 자기 자신은 물론 패한 상대까지 위로할 줄 아는 투수였다. 김진욱은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강릉고 타선이 광주일고 선발 이의리(18·3학년)로부터 5점을 뽑아내면서 결국 김진욱이 승리투수가 됐다. 이 경기는 대회 개막 전부터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관심을 모은 빅 매치였다. 그래서 두 학교 모두 팀내 에이스 김진욱과 이의리를 선발로 내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강릉고 최재호 감독은 김진욱 대신 엄지민(17)을 선발로 내세웠다. 엄지민은 기대만큼 오래 버티지 못했다. 1회초 선두 타자에게 2루타를 내주며 경기를 시작한 엄지민이 2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강릉고는 아꼈던 김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욱은 광주일고 6번 타자 이현민(18)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팀을 첫 위기에서 구했다. 이 장면을 프로야구 롯데 성민규 단장이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롯데는 김진욱을 1차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성 단장은 “김진욱이 올해 첫 공식 경기, 첫 타자를 2사 만루에서 만났다. 또 볼카운트도 2볼 1스트라이크로 불리하게 시작했는데 결국 이겨냈다”면서 “멘털이 좋고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했다. 김진욱은 2회와 3회에도 연달아 만루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삼진과 내야 뜬공으로 상대 타자를 돌려세우면서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다. 이날 김진욱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광주일고 타선이 기록한 잔루는 총 12개. 이닝당 주자를 평균 두 명씩 내보냈지만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것이다. 김진욱은 경기가 끝난 뒤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지만 결과가 좋아서 나 자신에게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이의리가 정말 공이 좋은데 오늘은 오랜만에 경기를 하다 보니 힘이 너무 들어가 자기 공을 못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욱은 경기 후 주차장에서 이의리와 짧게 스쳐 지나는 순간 먼저 가벼운 주먹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의리는 이 경기 첫 상대 타자였던 정준재(17)를 상대로 볼만 세 개를 연거푸 던지면서 불안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정준재를 볼넷으로 내보낸 이의리는 다음 타자였던 이동준(18)의 희생번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저질러 무사 2, 3루 위기를 맞았다. 이후 강릉고 5번 타자 김선우(19)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선취점을 내줬고 5회에 2점, 6회에 1점을 추가로 실점하며 시즌 첫 경기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황금사자기에서 통산 6차례나 우승한 광주일고를 5-0으로 완파한 강릉고는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주최: 협찬: 방송: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는 지난해 4월 15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 207만 달러(약 24억8000만 원)를 받았다. 우승 상금을 포함한 이 대회 총상금은 1150만 달러(약 137억7000만 원)였다. 이날부터 105일이 지난 7월 29일 카일 기어스도프(18·미국)는 ‘포트나이트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포트나이트는 2017년 첫선을 보인 ‘비디오 슈팅 게임’이다. 기어스도프는 이 대회 우승으로 300만 달러(약 35억9000만 원)를 받았다. 우즈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이 대회 총상금도 3000만 달러(약 359억 원)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마스터스만 포트나이트 월드컵에 밀린 게 아니다. 테니스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남녀 단식 우승 상금도 235만 파운드(약 35억7000만 원)로 기어스도프가 받아간 돈보다 적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총상금이 3000만 달러로 포트나이트 월드컵과 같았다. 게이머의 인기도 기존 스포츠 스타에 뒤지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은 자사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인기도를 측정해 알려주는 ‘구글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 ‘페이커’ 이상혁(24)이 ‘피겨 여왕’ 김연아(30)보다 더 인기가 많은 인물이었다. 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28·토트넘)조차 2018년이 되어서야 페이커의 인기를 앞섰을 정도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 시계가 멈춘 사이에 게임, 즉 e스포츠의 주가는 더욱 올랐다. 그런데 과연 e스포츠를 일반 스포츠와 똑같이 취급하는 게 옳은 일일까. 적어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그렇게 판단했다. OCA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를 치르면서 e스포츠를 시범 종목으로 채택했다. △스타크래프트 II △클래시 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LOL △PES(위닝일레븐) 2018 등 6개 게임이 열렸다. 대회 조직위는 “젊은 세대 사이에 새로운 스포츠 형태가 급속히 발전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를 ‘새로운 스포츠 형태’라고 해석한 것이다. 아시아경기는 올림픽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다. 그렇다면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까. 어떤 스포츠가 올림픽 종목으로 인정받으려면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일단 e스포츠도 FIFA처럼 종목을 총괄하는 국제기구를 만들면 GAISF에 가입하는 건 가능하다. 이미 체스나 카드 게임 ‘브리지’ 등이 이런 절차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IOC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67·독일)이 기회 있을 때마다 “e스포츠는 폭력적이라 올림픽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펜싱 종목에 출전했던 바흐 위원장이 폭력성을 이유로 e스포츠를 반대하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바흐 위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IOC 안에서도 바흐 위원장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올림픽은 갈수록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를 만회하고자 2020 도쿄 올림픽은 3 대 3 길거리 농구,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장애물 경주(BMX) 등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2024 파리 대회 때는 브레이크 댄싱도 정식 종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를 IOC에서 계속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또 “e스포츠는 신체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림픽 헌장 어디에도 신체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움직여야 스포츠로 규정하는지를 다룬 조항은 없다. 신체 활동이 많지 않은 체스와 브리지를 총괄하는 국제체스연맹(FIDE)이나 세계브리지연맹(WBF)은 이미 IOC 공인 단체이기 때문에 e스포츠만 유독 신체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건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e스포츠 산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예 ‘e스포츠 올림픽’을 따로 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서 400명이 넘는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가장 많은 29%가 ‘e스포츠는 올림픽과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하면 된다’고 답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 IOC와 제휴해 올림픽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여는 것처럼 e스포츠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단체를 세워 별도로 올림픽을 치르면 된다는 주장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는 지난해 4월 15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 207만 달러(약 24억8000만 원)를 받았다. 우승 상금을 포함한 이 대회 총상금은 1150만 달러(약137억7000만 원)였다. 그해 7월 29일 카일 기어스도프(18·미국)는 ‘포트나이트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포트나이트는 2017년 첫 선을 보인 ‘비디오 슈팅 게임’이다. 기어스도프는 이 대회 우승으로 300만 달러(약 35억9000만 원)를 받았다. 우즈보다 1.5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이 대회 총 상금도 3000만 달러(약 359억 원)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 대회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마스터스만 포트나이트 월드컵에 밀린 게 아니다. 테니스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남녀 단식 우승 상금도 235만 파운드(약 35억7000만 원)로 기어스도프가 받아간 돈보다 적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총상금이 3000만 달러로 포트나이트 월드컵과 같았다. 게이머 인기도 기존 스포츠 스타에 뒤지지 않는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구글은 자사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인기도를 측정해 알려주는 ‘구글 트렌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 ‘페이커’ 이상혁(24)이 ‘피겨 여왕’ 김연아(30)보다 더 인기 있는 인물이었다. 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28·토트넘)조차 2018년이 되어서야 페이커의 인기를 앞섰을 정도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스포츠 시계가 멈춘 사이 게임, 즉 e스포츠 주가는 더욱 올랐다. 그런데 과연 e스포츠를 일반 스포츠와 똑같이 취급하는 게 옳은 일일까? 적어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그렇게 판단했다. OCA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여름 아시아경기를 치르면서 e스포츠를 시범 종목을 채택했다. △스타크래프트 II △클래시 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LOL △PES(위닝일레븐) 2018 등 6개 게임이 열렸다. 대회 조직위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스포츠 형태가 급속히 발전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를 ‘새로운 스포츠 형태’라고 해석한 것이다. 아시아경기는 올림픽 다음으로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다. 그렇다면 e스포츠를 올림픽에서도 볼 수 있을까? 어떤 스포츠가 올릭핌 종목으로 인정 받으려면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일단 e스포츠도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종목을 총괄하는 국제기구를 만들면 GAISF에 가입하는 건 가능하다. 이미 체스나 카드 게임 ‘브리지’ 등이 이런 절차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최종 관문이라 할 수 있는 IOC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67·독일)이 기회 있을 때마다 “e스포츠는 폭력적이라 올림픽 가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펜싱 종목에 출전했던 바흐 위원장이 폭력성을 이유로 e스포츠를 반대하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바흐 위원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IOC 안에서도 바흐 위원장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올림픽은 갈수록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를 만회하고자 2020 도쿄 올림픽은 3대3 길거리 농구,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장애물 경주(BMX) 등 젊은 세대에 인기 있는 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2024 파리 대회 때는 브레이크 댄싱도 정식 종목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e스포츠를 IOC에서 계속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또 “e스포츠는 신체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림픽 헌장 어디에도 신체를 어느 정도로, 어떻게 움직여야 스포츠로 규정하는지를 다룬 내용은 없다. 신체 활동이 많지 않은 체스와 브리지를 총괄하는 국제체스연맹(FIDE)이나 세계브리지연맹(WBF)은 이미 IOC 공인 단체이기 때문에 e스포츠만 유독 신체 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건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e스포츠 산업 전문가 사이에서는 아예 ‘e스포츠 올림픽’을 따로 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PWC에서 400명이 넘는 전문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가장 많은 29%가 ‘e스포츠는 올림픽과 독립적인 형태로 발전하면 된다’고 답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 IOC와 제휴해 올림픽이 끝난 뒤 같은 장소에서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을 여는 것처럼 e스포츠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단체를 세워 별도로 올림픽을 치르면 된다는 주장이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화 이용규(35)는 39년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16연패를 두 번 경험한 선수다. 올해뿐 아니라 2010년 KIA에서도 16연패를 경험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생애 1600번째 출장 경기에서 기어이 17연패까지 경험했다. 한화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안방 팀 롯데에 0-5로 완패했다. 그러면서 1999년 쌍방울과 함께 역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17연패를 기록했다. 한화가 만약 12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패하면 1985년 삼미 이후 처음으로 18연패를 당한 팀으로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나머지 경기에서도 모두 안방 팀이 이겼다. 6연패에 빠져 있던 KT는 수원에서 강백호(21), 장성우(30), 로하스(30)의 홈런 세 방을 앞세워 KIA를 13-8로 꺾고 7경기 만에 승리를 기록했다. 지난달 22일 손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9일 돌아온 강백호는 복귀 후 첫 안타를 비거리 130m짜리 대형 홈런으로 장식했다. LG는 잠실에서 열린 더블헤더 두 경기 모두 SK에 승리를 거뒀다. LG 외국인 타자 라모스(26)는 1-1로 맞선 1차전 7회말 공격 때 2점 역전포로 시즌 13호(1위) 홈런을 기록했다. 결국 3-1로 LG가 1차전을 가져갔다. 2차전 때는 안타 수에서 SK가 9-4로 앞섰지만 끝내 1점 차를 뒤집지 못하고 3-4로 패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키움을 6-3으로 물리쳤다. 삼성은 2회말 터진 삼성 박해민(30)의 2점 홈런으로 프로야구 역사상 첫 번째 팀 4700홈런을 기록했다. 선두 NC는 창원 안방경기에서 두산을 7-5로 꺾고 시즌 25승(7패) 고지에 도달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KBO 리그 최고 라이벌은 어디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두산과 LG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03년 이후 꼭 두 팀이 어린이날 맞대결을 벌이도록 일정을 짜는 걸 보면 말이다. 어린이날은 보통 그해 가장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날이다. 하지만 팬들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두산 팬들은 LG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지난해 8∼12월 프로야구 팬 1만4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내용 가운데 ‘응원팀의 라이벌 팀은 어느 팀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들어 있었다. 조사 참가자는 라이벌 팀을 복수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이 협회는 이 조사 결과를 종합해 지난달 ‘2019년 프로 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팀별 라이벌을 3위까지 공개했다. 이 조사에 참여한 LG 팬 가운데 69.7%가 두산을 라이벌로 지목했다. LG 팬들이 라이벌로 가장 많이 꼽은 팀이 두산이었다. 반면 두산 팬 가운데 LG를 라이벌로 꼽은 건 15.2%밖에 되지 않았다. 이번만 그랬던 게 아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는 2018년에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때도 LG 팬 가운데 65.7%가 두산을 라이벌로 꼽았지만 두산 팬 가운데서는 19.7%만 LG를 라이벌로 꼽았다. 올해 두산 팬이 라이벌로 가장 많이 지목한 건 SK(70.2%)였고 SK 팬도 두산을 라이벌로 꼽은 비율(70.7%)이 제일 높았다. 각 팀 팬 70% 이상이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관계는 두산과 SK뿐이었다. 2018년 조사 때도 두 팀이 서로에 라이벌 순위 1위였다. 두 팀은 2007, 2008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는데 두 번 모두 SK가 이겼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두산은 ‘공공의 적’에 가깝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팬 가운데 7개 팀 팬이 두산을 라이벌 순위 3위 안에 꼽았다. KIA가 다섯 개 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그다음이었다. 이어 롯데와 SK가 각각 네 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한화는 그 어떤 팀 팬으로부터도 3순위 안에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 조사는 한화가 9위를 차지한 지난해 진행했는데도 그랬다. 한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나머지 9개 팀 팬이 한화를 자기 응원팀과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뜻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다음으로는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가 딱 한 팀 NC 팬 20.1%로부터 선택을 받아 9위에 자리했다. NC는 신생 KT와 부산경남을 같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롯데 팬이 라이벌로 꼽았다. LG도 같은 서울 두 팀(두산, 키움) 팬으로부터 선택을 받는 데 그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정말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한화가 프로야구 역대 공동 3위에 해당하는 16연패에 빠졌다. 한화는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안방 팀 롯데에 2-12로 대패했다. 한화는 2회초에 정진호(32)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었지만 2회말 곧바로 손아섭(32)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등 총 5점을 내주면서 분위기를 내줬다. 이전까지 16연패 이상을 기록한 건 1985년 삼미(18연패), 1999년 쌍방울(17연패) 그리고 16연패를 기록한 롯데(2002년)와 KIA(2010년)뿐이었다. 한화는 이날 2득점에 그치면서 최근 7경기 연속 3득점 이하에 그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역시 한화가 빙그레라는 이름으로 1986년 1군에 진입한 뒤 처음 남긴 기록이다. 반면 롯데는 한화를 제물로 5연승을 달렸다. 롯데 선발 투수 노경은(36)은 이날 7이닝 동안 5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창원에서는 두산이 3번 타자 오재일(34)의 홈런 두 방을 앞세워 선두 NC를 9-1로 물리쳤다. 1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1점 홈런을 터뜨린 오재일은 팀이 8-1로 앞선 9회초 1점 홈런을 치면서 멀티 홈런 게임을 완성했다. NC는 6회 터진 양의지(33)의 선두 타자 홈런으로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대구에서는 삼성이 키움에 4-1로 승리했다. 해외 리그 진출과 해외 원정 도박에 따른 징계 등으로 전날 2442일 만에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던 삼성 오승환(38)은 이날 8회 1점을 내줬지만 팀이 승리를 거두면서 2005년 6월 24일 문학 SK전 이후 5465일 만에 홀드를 따냈다. 수원에서는 KIA가 올 시즌 첫 강우콜드 게임승을 기록했다. KIA가 안방팀 KT에 10-0으로 앞선 5회말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KIA는 1회초 안타 없이 사사구로만 5점을 뽑으면서 역대 무안타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와 SK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두 팀은 11일 오후 3시부터 더블헤더를 치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원래 토너먼트 대회는 뒤로 갈수록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1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제74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1회전이 빅 카드로 꼽힌다. 개막 둘째 날인 12일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강릉고와 광주일고가 맞대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1975년 창단한 강릉고는 아직 전국 대회 우승 기록이 없다. 반면 광주일고는 황금사자기에서 신일고(8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회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4대 전국대회에서 총 17번 우승한 야구 명문 중 명문이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동문 선수들이 남긴 성적만 보면 광주일고를 따라올 학교가 없다. 광주일고 동문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1군 경기에서 2만4247안타, 2254홈런, 1만1657타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한 국내 고교는 총 90개교. 이 가운데 동문이 2만 안타 이상, 2000홈런 이상, 1만 타점 이상을 합작한 학교는 광주일고뿐이다. 광주일고 동문 중에서는 정성훈 KIA 코치(1999년 졸업)가 안타를 제일 많이(2159개) 쳤고, 이호준 NC 코치(1994년 졸업)가 홈런(337개)과 타점(1265점)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코치는 1991년, 정 코치는 1997년 황금사자기 결승에 올랐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신일고 출신 가운데는 1993년 황금사자기 우승 멤버였던 김재현(1994년 졸업)이 안타(1681개), 홈런(201개), 타점(939개)에서 모두 최고 자리를 지킨 채 은퇴했지만 홈런은 KIA 나지완(2004년 졸업·204개), 타점은 LG 김현수(2006년 졸업·954개)에게 자리를 내줬다. 투수 쪽에서도 광주일고 동문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광주일고 동문 투수는 1군 경기에서 818승(818패), 9449탈삼진, 평균자책점 3.96을 합작했다. 승리와 삼진이 제일 많고 평균자책점은 동문이 5000이닝 이상 던진 학교 중에서 두 번째로 낮다. 청원고만이 광주일고보다 낮은 평균자책점(3.94)을 남겼다. 단, 광주일고(1만4592와 3분의 2이닝) 동문이 청원고(7073과 3분의 2이닝) 동문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이닝을 책임졌기 때문에 평균자책점 0.02 차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광주일고 동문 가운데서는 이강철 KT 감독(1985년 졸업)이 152승, 1749탈삼진으로 두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감독은 1983, 1984년 황금사자기 2연패 당시 우승 멤버였다. 특히 1984년에는 결승전 선발 투수로 나서 경남고 타선을 7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승리 투수가 돼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광주일고 졸업생으로 1과 3분의 1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서는 선동열 전 KIA 감독(1981년 졸업)이 1.20으로 제일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1과 3분의 1이닝이 기준인 건 김성계(2004년 졸업)가 딱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평균자책점 0.00으로 은퇴했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한 적은 없다. 1980년 황금사자기 감투상을 받았지만 당시 광주일고는 결승에서 선린상고에 패했다. 광주일고 동문이 누적 기록에서 다른 학교에 앞서는 제일 큰 이유는 동문 프로야구 선수가 169명으로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일고와 경남고도 나란히 프로 선수 163명을 배출했다. 그저 동문이 많아서 광주일고 기록이 좋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강릉고 출신 가운데는 50명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팀 최다 타이인 14연패 책임을 지고 한용덕 감독(55)이 물러난 프로야구 한화가 8일 최원호 퓨처스리그(2군) 감독(47·사진)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일단 이번 시즌은 최 대행 체제로 마무리한 뒤 시즌 종료 후 새 감독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새 감독을 뽑고 나면 최 대행은 다시 2군 감독 자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최 대행은 현역 시절 현대, LG에서 14년 통산 67승 73패 3세이브 3홀드를 기록한 투수 출신이다. 은퇴 후 LG 2군 코치를 거쳐 방송사 해설위원 등으로 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2군 감독을 맡았다. 최 대행은 ‘공부하는 야구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8년 ‘야구 투구 동작 시 주관절 손상 여부에 따른 고관절 움직임의 생체역학적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최 대행이 1군을 맡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베테랑 선수를 무더기로 2군에 내려보낸 것이었다. 한화는 8일 안영명(36) 이태양(30) 장시환(33) 김이환(20·이상 투수) 이해창(33·포수) 김회성(35) 송광민(37) 이성열(36·이상 내야수) 김문호(33) 최진행(35·이상 외야수) 등 평균 나이 32.8세인 10명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들을 대신해 1군에 올라올 선수로는 강재민(23) 문동욱(28) 윤호솔(개명 전 윤형배·26) 황영국(25·이상 투수) 박상언(23·포수) 박정현(19) 박한결(26) 조한민(20·이상 내야수) 유장혁(20) 장운호(26) 최인호(20·이상 외야수) 등 평균 나이 23.3세 선수들이 거론되고 있다. 최 대행은 “1군 선수단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타율 0.156에 머물고 있는) 김태균(38)은 2군으로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번 주 롯데, 두산과 차례로 만난다. 롯데와는 팀 간 상대 전적 2승 1패로 한화가 이번 시즌 유일하게 앞섰다. 롯데와의 3연전에서 연패 탈출에 실패한다면 팀 최다 기록을 넘어 1985년 삼미가 세운 리그 최다 기록인 18연패의 불명예를 뒤집어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한화가 또 졌다. 속절없는 14연패다. 한용덕 감독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한화는 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안방경기에서 NC에 2-8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구단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14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전에는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14연패를 당했다. 한 시즌에 내리 14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은 마지막 경기(10월 4일)가 무승부라 당시 기록은 15전 1무 14패였다. 반면 이번 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4경기에서 내리 패했다. 결국 경기가 끝난 뒤 한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한화 관계자는 “한 감독이 경기 후 정민철 단장과 면담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이 경기까지만 지휘봉을 잡기로 사전에 얘기가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한화 전신 빙그레의 배팅볼 투수였던 한 감독은 1988년 정식 선수가 됐고 그 뒤 17년 동안 팀 마운드를 지키면서 통산 120승을 거뒀다. 송진우(210승), 정민철(161승)에 이어 팀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승수다. 은퇴 뒤에도 코치로 계속 팀에 남았던 한 감독은 2012년 한대화 감독이 시즌 도중 물러난 뒤 감독 대행을 맡았다. 39승 2무 64패(승률 0.379)에 그쳤던 팀을 14승 1무 13패(승률 0.519)로 이끌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김응용 감독 부임과 함께 해외 연수를 떠났다가 두산 코치를 거쳐 2018년 감독으로 다시 친정팀에 돌아왔다. 한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놨고 한화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9위에 그친 데 이어 올해도 연패가 이어지면서 결국 올해 말로 예정된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올 시즌 한화는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는 이날 현재 팀 OPS(출루율+장타율) 0.640,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하고 있다. 두 기록 모두 프로야구 10개 팀을 통틀어 가장 나쁘다. 범타처리율(DER) 역시 65.5%로 리그 최하위다. 타자는 못 치고, 투수는 못 던지고, 야수는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병살타(31개), 사사구 허용(134개), 실책(25개) 역시 모두 리그 최다 1위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올해 한 감독은 불펜 운용에 문제가 많았다. 역전을 당한 뒤에야 필승조를 투입하는 일이 잦았다. 구원투수진 스스로도 자기 역할이 추격조인지 필승조인지 헷갈렸을 것 같다”며 “야수 쪽에서는 노시환을 원래 포지션인 3루수가 아니라 유격수로 내보내는 등 내야진 운용 방식이 의아할 때가 많았다. 이런 물음표가 쌓여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한화는 후임 감독 선임 등 구체적인 향후 팀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엊그제 예비군 훈련을 함께 받은 우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 야구선수들의 군 면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냥 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군대를 다녀왔으니, 너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인상 쓰진 않았다. 한심한 청춘이었지만 독한 청춘은 아니었다. 꼭 군대 때문은 아니었지만, 재기발랄하던 우리는 시들시들해져 사회로 돌아왔다. 교수님께 더 깍듯한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선배들을 더 공손히 대할 수 있게 되었다. 후배들이 유난히 개념 없어 보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군대를 가야 남자인 건 맞는데, 그 남자가 너무 남자여서 탈. 당신들은 남자가 되지 말고 그저 멋진 야구선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효인 시인은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에 이렇게 썼습니다. 아닙니다. 베이징올림픽 이후 12년이 지난 2020년에는 멋진 야구선수가 되려면 군대부터 다녀와야 합니다.군복무 후 더 유명해진 박찬호박찬호에게 물어봐도 좋습니다. 물론 ‘코리안 특급’ 박찬호(47)가 아니라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25)입니다. 박찬호는 서울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4년 2차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전체 50번으로 지명받아 프로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그래도 사실 2017년 입대 전까지 박찬호는 야구 실력보다 이름으로 더 유명한 선수였습니다. 2014~2016년 3년 동안 1군 무대 155경기에서 그가 남긴 통산 타율은 0.169가 전부. 그러나 ‘예비역’으로 맞이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는 157경기에 나서 타율 0.262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로 톱타자로 나서고 있는 올 시즌만 따지면 타율 0.275입니다. 방망이 솜씨만이 아닙니다. 8년 동안 KIA 주전 3루 자리를 지킨 이범호(39)가 지난해 은퇴식에서 등번호(25번)를 물려줄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합니다. 올 시즌에는 아예 김선빈(31)을 2루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 자리까지 차지했습니다. 박찬호는 입단 후 두 시즌을 보낸 뒤 2016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다음해(2017) 1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자대 배치를 받을 무렵 100% 모집병만 뽑는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에 자원했습니다. 제1경비단은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부대입니다. 부대 자체는 서울 도심에 있지만 이 부대 소속 장병은 일반전초(GOP)에 근무하는 것처럼 산속 근무지에 한 번 들어가면 4개월 동안 나오지 못합니다. 박찬호는 “순전히 (집과 가까운)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원한 것”이라며 “자대에 가기 전까지는 청와대 외곽 경비가 고된 임무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사회인은 대부분 예비역 신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만 프로선수가 현역병으로 입대한다는 건 그만큼 ‘경력 단절’을 경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박찬호는 “(현역 입대는) 상상도 못 해본 일이었다. 입대 초기에는 야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 TV 중계도 일부러 잘 안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던 박찬호가 다시 ‘야구가 그립다’고 느끼게 된 건 2017년 팀 우승을 지켜보면서부터. 박찬호는 “일단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마른 몸에 근육을 붙이려고 PX(군대 내 매점)에 있는 냉동식품부터 단백질 보충제까지 닥치는 대로 먹었다. 그 결과 65kg이던 몸무게를 78kg까지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고등학교 동문인 김호재(25·삼성 라이온즈)가 선임병인 것도 박찬호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김호재가 병장을 달면서 두 선수는 캐치볼 정도는 간단히 주고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김호재가 제대한 후에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수비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박찬호는 “구체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제대 후에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고 자평했습니다.권병장이 권병장인 이유사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현역병으로 입대하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은 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 결과가 2004년 병역비리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프로야구 선수 51명이 사법처리 대상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걱정하는 나라였습니다. 1970~1974년 5년 동안 연평균 97만 명이 넘는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이때 태어난 남성은 아예 군 면제를 받거나 방위병으로 근무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심지어 방위병으로 근무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위수지역’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니 퇴근 후 안방 경기에 출전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던 겁니다. 휴가를 쓰면 방문 경기 출전도 가능했습니다. 예컨대 해태(현 KIA) 타이거즈 이종범(50)은 1995년 방위병 신분으로 63경기에만 출전하고도 타율 0.326, 16홈런, 32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이종범과 입단 동기인 양준혁(51)은 신체검사에서 방위병 판정을 받았지만 상무에 입대했습니다. 그러다 삼성으로부터 지명받은 뒤로는 방위병으로 전환해 프로야구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 가능했던 건 서종철 한국야구위원회(KBO) 초대 총장이 국방부 장관 출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설득해 ‘복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에서 방위병의 경기 출장을 허용한다’는 하명을 이끌어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역 병장’ 출신 프로야구 선수를 찾아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경향신문’은 1997년 8월 12일 노장진(46·당시 한화 이글스), 임창식(51·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최향남(49·당시 LG 트윈스) 등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친 선수를 다루면서 ‘현재 각 구단 1군에서 뛰는 예비역 병장은 10명 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프로야구 주전급 선수 중 예비역 병장이 얼마나 적었는지 권용관(44·당시 LG 트윈스)은 아예 대표 별명이 ‘권병장’일 정도였습니다. 권용관은 1998~1999년 육군 제39사단에서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쳤습니다.조국을 지키는 보람찬 길‘겨레의 늠름한 아들’로 태어났다면 ‘조국을 지키는 보람찬 길’을 걸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말입니다. 하지만 원래 ‘신성한 의무’라는 표현은 사람들이 대부분 하기 싫어하는 일에 붙게 마련입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군대는 원래 누구나 가기 싫어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렇게 가기 싫은 마음이 모여 ‘진짜 사나이’가 됩니다. 이들이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기에 우리는 프로야구 경기가 끝난 뒤 (응원팀이 이겼을 때는) 단잠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인용한 서 시인의 글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혹시 모르지. 우리도 (베이징올림픽 야구 대표팀처럼) 9연승 하고 금메달 목에 걸지도. 연승을 하려면 일단 당장의 게임을 이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장을 살고 있다. 당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지 몰라도, 너희는 너희의 금메달을 목에 걸 거야. 그때도 금메달을 닮은 맥주를 같이 마시고 있으면, 참 좋겠다.’ 전국에 계신 현역병 여러분, 분명 여러분의 금메달이 여러분이 제대할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당장의 게임에서 이겨야 합니다. 조금만 더 참으세요. 그리고 여러분 모두 ‘너무 남자’ 대신 ‘그저 멋진 남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황규인 동아일보 기자 kini@donga.com[이 기사는 에 실렸습니다]}
야구는 투수 놀음, 그 가운데서도 선발 투수 놀음이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롯데는 재미있는 기록을 쓰고 있다. 31일 잠실 경기서 두산 플렉센(26)이 5이닝을 던지고 내려가기까지 올 시즌 롯데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투수는 한 명도 빠짐없이 최소 5이닝은 던졌다. 23경기 연속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보다 긴 시간 계속해 상대팀 선발 투수가 최소 5이닝 이상을 던진 건 1997년 롯데 딱 한 번뿐이다. 당시 기록은 24경기였다. 롯데 타자들은 그해 6월 12일 사직 현대전부터 7월 22일 사직 LG전까지 상대 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끌어내리지 못했다. 만약 2일 광주 경기에서도 KIA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을 기록하게 되면 롯데는 이 부문 최다 타이 기록을 쓰게 된다. 선발 투수를 일찍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무조건 경기를 내주는 건 아니다. 롯데는 이날 연장 11회초에만 5점을 뽑아 내면서 두산을 8-3으로 물리치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롯데 4번 타자 이대호(38)가 11회초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서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결승 타점을 올렸다. 대구에서는 선발 투수 구창모(23)가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NC가 안방팀 삼성을 18-7로 물리치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구창모는 팀이 9-0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이후 불펜이 7점을 내줬다. 올해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거듭난 구창모는 다승 공동 1위(4승)로 올라섰다. 평균자책점(0.51)과 탈삼진(38개)에서는 단독 1위다. 반면 구창모와 선발 맞대결한 삼성의 영건 최채흥은 4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다. LG는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면서 KIA를 13-5로 물리쳤고, KT 역시 선발 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면서 키움에 12-8로 승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6일은 39년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한 ‘형제의 날’이었다. 먼저 창원 경기에서는 김주형(24·키움)-찬형(23·NC) 형제가 나란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경기에 형제가 상대팀 선수로 출전한 건 역대 2번째였다.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김찬형은 “형도 오늘 안타를 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2015년 6월 2일 마산 경기에 나성용(32·은퇴·당시 LG)-성범(31·NC) 형제가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에 나선 적이 있었다. 둘은 나란히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 수원에서는 유원상(34·KT)-민상(31·KIA) 형제가 프로야구 역대 2번째 형제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동생을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한 투수 형의 승리였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형제 투타 맞대결은 1995년 9월 2일 전주 경기에서 나왔다. 당시 태평양 마무리 투수였던 정명원 현 KT 코치(54)가 9회말 선두타자 자리에 대타로 나온 정학원(52·당시 쌍방울)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정 코치는 당시 “치기 좋은 공만 던졌는데도 안타를 못 치더라”고 인터뷰했다. 27일 사직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인 롯데 박세웅(25)과 삼성 원태인(20)도 각각 형제 프로야구 선수다. 박세웅의 동생 박세진(23)은 현재 KT에서 왼손 투수로 활약 중이다. 박세웅-세진은 2016년 4월 27일 수원 경기 때 모두 마운드에 오르면서 서로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같은 경기에 출전한 첫 번째 투수 형제가 됐다. 원태인의 형 원태진(35)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 때 SK에서 지명을 받았지만 1년 만에 프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 뒤 아버지 원민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구 경북중 야구부 코치로 일하고 있다. 지금까지 형제 모두 프로야구 1군 경기 출전 경험이 있는 조합은 총 26쌍이고, 이 가운데 6형제가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3형제 이상이 1군 경기에 출전한 가족은 없다.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진작 한 번 더 ‘로베르토’를 데려올 걸 그랬던 모양이다. 프로야구 LG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가 세 경기 연속 홈런을 치면서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 라모스는 2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 2회초 한화 선발 장민재가 던진 빠른 공이 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시즌 19경기 만에 터뜨린 시즌 9호 홈런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한화 정은원에게 선두타자 초구 홈런을 맞으면서 선취점을 내준 LG는 라모스의 홈런으로 1-1 균형을 맞췄고, 이후 2회초에만 5점을 뽑아내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LG는 이날 오지환의 연타석 홈런과 유강남, 이성우 등의 홈런 등 5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15-4 대승을 거뒀다. 원래 LG 팬들이 팀 역사상 최고로 꼽는 외국인 타자는 로베르토 페타지니(49)였다. 2008년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한 페타지니는 이듬해까지 한 시즌 반을 LG에서 뛰면서 통산 타율 0.338, 33홈런, 135타점을 기록했다. 라모스가 24일 KT전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2009년 4월 10일)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LG 타자가 바로 페타지니였다. LG 팬들은 그동안 페타지니를 그리워해 왔으나 라모스가 연일 불방망이를 뽐내면서 LG는 물론이고 역대 최고 외국인 타자 자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선두 NC는 창원 안방경기에서 키움을 10-3으로 물리쳤다. 4연승과 함께 16승 3패(승률 0.833)가 된 NC는 2위 LG와의 승차를 3경기로 유지했다. 반면 최하위 SK는 잠실에서 두산에 2-4로 패하면서 3승 16패(승률 0.167)로 몰리게 됐다. 롯데는 투수 6명을 사직 마운드에 올렸지만 사사구 14개를 내주면서 삼성에 1-11로 패했다. 전날까지 타율 0.156에 그쳤던 삼성 외국인 타자 살라디노는 2회 1점 홈런을 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수원에서는 외국인 투수 데스파이네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KT가 KIA에 5-0 완승을 거뒀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국내 복귀를 신청한 강정호(33·전 피츠버그)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 결과는 오후 6시 반이 다 되어서야 나왔다. KBO 관계자는 이날 발표가 늦은 데 대해 “실제 회의 시간은 2시간 정도였는데 정운찬 커미셔너(총재)의 감수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선수에 대한 상벌위는 1시간 안에 끝나는 게 일반적이다. KBO는 2월 11일 삼성 최충연(23)의 음주운전에 대해 상벌위를 열었는데 42분 만에 50경기 출장 정지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 발송까지 마쳤다. 이날 상벌위 역시 세 차례 음주운전이 적발된 강정호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결과는 ‘1년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이었다. 원소속 구단 키움과 계약하면 내년 시즌 KBO리그 복귀가 가능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프로야구 팬들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한 팬은 “초딩(초등학생)도 아니고 반성문이 먹히다니…”라고 한탄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체류 중인 강정호는 이날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김선웅 변호사(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를 통해 상벌위에 자필 반성문을 제출했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던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이제야 바보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야구가 하고 싶은데 강정호는 왜 상벌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에이전시 측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강정호가 귀국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야구가 다시 하고 싶은데 귀국 후 2주, 다시 미국 출국 후 2주 자가 격리가 그렇게 큰일이었을까. KBO로서는 징계 수위를 더 높이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현재 KBO 규약에는 음주운전으로 3회 이상 적발된 선수에게는 3년 이상 유기 실격 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강정호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2016년 당시 규약에는 음주운전을 저지른 선수에 대해 “실격 처분, 직무 정지, 참가활동 정지, 출장 정지, 제재금 부과 또는 경고 처분 등”을 내린다고 모호하게 나와 있을 뿐이다. 그런 이유로 현재 기준을 소급 적용해 무거운 징계를 내리면 강정호 측에서 소송을 걸어 승소할 확률이 높다. 그래도 궁금하다. 강정호는 음주운전만 세 차례 한 게 아니라 두 번(2009, 2011년)은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이런 선수에게 1년 징계밖에 내리지 못하는 리그가 과연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울 수 있는 걸까.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