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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으로 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입주민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주민 A 씨(49)에 대해 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서울 강북경찰서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A 씨는 17일 경찰 조사에서 “경비원 B 씨(59)가 다친 건 자해”라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B 씨는 A 씨에게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앞서 B 씨는 지난달 21일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 주차한 A 씨의 승용차를 옮기려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B 씨는 지난달 28일 A 씨가 자신을 여러 번에 걸쳐 폭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18일에는 B 씨 유족이 B 씨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B 씨는 녹음 파일에서 “A 씨에게 줄곧 맞았다. 사직서를 내라며 협박했다”며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 진실을 밝혀 달라”고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 당해 죽는 사람 없도록 해주세요.” 아파트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며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경비원 A 씨(59)가 사망 직전에 남긴 음성을 유족이 공개했다. 18일 공개한 녹음 파일에서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주민 B 씨(49)의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22일부터 (B 씨에게) 쭉 맞았다.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울먹였다. 고인은 “B 씨를 강력히 처벌해 달라.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 달라”고도 호소했다. A 씨는 몇몇 주민의 실명을 언급하며 “진실을 밝혀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1일 이중 주차한 B 씨의 승용차를 옮기려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A 씨는 지난달 28일 B 씨가 자신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상해 혐의로 입건된 B 씨는 17일 경찰 조사에서 폭행이나 협박 등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확보한 음성 파일과 폐쇄회로(CC)TV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가 있는 강북구는 “이번 일을 계기로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과 인권 증진 방안 등을 담은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18일 밝혔다.강승현 byhuman@donga.com·이청아 기자}
17일 오전 11시경 서울 종로구의 한 코인노래방. 무인(無人)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노래방 입구엔 이용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는 명부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 크기가 3.3m²(약 1평) 남짓한 14개 방엔 마이크가 2개씩 있었는데 대부분 먼저 다녀간 손님이 사용한 일회용 덮개가 마이크에 그대로 씌워져 있었다. 이런 마이크 덮개는 손님이 직접 갈아 끼워야 했다. 전날인 16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성동구의 한 코인노래방. 입구 유리문에 붙은 안내문에는 ‘서울시 방역지침에 따라 마스크 미착용 시 입장 불가’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무인 시스템 노래방이어서 손님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직원은 없었다. 서울시는 노래방과 PC방 등에 방역지침을 내려 이용자의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름, 전화번호를 따로 기재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주말인 16, 17일 서울 강남구와 종로구, 마포구, 성동구, 서초구 등에 있는 12개 업소를 직접 찾아 확인한 결과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는 곳은 거의 없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과 관련해 17일 현재 4차 감염 사례가 2건 확인됐는데 2건 모두 코인노래방 방문자와 관련이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업소에 대해서는 사실상 영업정지와 같은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17일 오전 종로구 대학로의 코인노래방 5곳 중 직원이 계산대를 지키며 손님들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적도록 안내한 곳은 1곳뿐이었다. 노래방 내에 설치된 자판기와 지폐교환기를 통해서도 손님들 간의 간접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다. 17일 오후 4시 반경 찾은 종로구의 한 코인노래방에서는 남자 손님 2명이 마이크 덮개를 씌우지 않은 채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 중 1명이 노래를 부르다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방 밖으로 나와 자판기에서 생수 1병을 뽑아 들고 다시 들어갔다. 잠시 뒤 다른 손님이 이 자판기를 이용했다. 이 노래방에서 일하는 여성 A 씨는 “손님 10명 중 8, 9명은 자판기를 이용한다. 자판기 버튼을 누르고 하면 간접 접촉이 있을 것도 같다”면서도 “노래방 기기나 마이크 소독은 하는데 혼자서 일하다 보니 자판기나 동전교환기까지 매번 소독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취재팀이 둘러본 노래방에서는 손님들이 노래를 부르다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복도로 나와 동전교환기를 이용하거나 화장실에 가는 경우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코인노래방 대부분은 복도 폭이 1.5m 이내로 좁았다. 마포구의 한 코인노래방 직원은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러 흡연실로 갈 때는 마스크를 벗고 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코인노래방 환경에 대해서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우려를 표시했다. 정 본부장은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폐쇄회로(CC)TV 등으로 확인한 결과 코인노래방은 방이 굉장히 좁고 밀집돼 있는 데다 환기가 잘되지 않는다”며 “노래를 부르고 나올 때 대개 방문을 열어서 환기시키기 때문에 야외로 환기가 되는 게 아니라 공용 공간인 복도로 환기가 된다. 이 때문에 방 안에 있던 비말들이 복도로 확산돼 주변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가 집 보러 왔을 때 한 번 얼굴 봤습니다. 집이 맘에 쏙 든다고 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경기 안성시의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건물을 직접 지은 건축업체 K스틸의 김모 대표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의 부인 한모 씨가 소유했던 토지에 노후 대비용으로 2층 단독 주택을 건축한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당선자의 소개를 받은 뒤 윤 당선자가 찾아와 쉼터 건물을 가계약했다”고 전했다. ○ 윤 당선자 남편의 지인 이규민 당선자가 제안김 대표는 이 당선자가 2013년 9월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였던 윤 당선자와의 부동산 거래를 중개해 줬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는 2015년까지 안성신문의 대표였고, 김 대표는 안성신문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김 대표는 “이 당선자가 쉼터 근처에 등산을 다녀온 뒤 놀러와 ‘정대협이 서울 근교에 위안부 할머니가 머물 건물을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넸다”며 “곧이어 윤 당선자가 직접 찾아와 건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그날 가계약을 맺고 약 한 달 뒤 잔금을 완납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윤 당선자 남편 김모 씨와 경기지역언론인협회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다. 김 씨는 2013년 11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인터넷 언론사 수원시민신문에 “주인을 기다리던 집과 쉼터를 찾던 정대협을 연결해준 것이 안성신문 이 대표”라고 보도했다. 최근 이 기사는 삭제됐다. 정대협과 김 대표의 쉼터 건물 계약은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하지 않고 법무사에게 맡겨 진행됐다. 이 계약을 맡은 법무사 A 씨는 “법무사는 부동산 중개업을 하지 못한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가 거래를 맡았다면 등기 업무를 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법무사가 잔금 처리를 확인한 뒤 등기 이전을 진행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시세보다 4∼6배 비싸” vs “첫 요구액은 9억 원”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1∼2015년 쉼터 건물 일대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 기록을 비교할 때 대지면적 기준 m²당 가격이 4∼6배가량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쉼터 건물은 m²당 93만7500원이었다. 1997년 건축된 인근 단독주택은 2012년 7000만 원에 팔렸다. 대지면적 기준 m²당 16만 원 수준이다. 2011년 건축된 인근 또 다른 단독주택은 2014년 2억 원에 팔렸다. 대지면적 기준 m²당 24만여 원이었다. 쉼터 건물 인근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B 씨는 “당시 대지면적과 건물값 등 다 해도 5억∼6억 원이면 많이 받은 거라고 할 수 있다. 7억5000만 원은 심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김 대표, 이 당선자와 윤 당선자가 짜고 주택을 시세보다 비싸게 거래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쉼터 건물 거래가는 오히려 싼 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쉼터 건물 자재인) 스틸하우스는 3.3m²당 550만∼60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토지 비용과 오배수, 정화조 등 각종 비용까지 합치면 적정 가격은 9억 원”이라며 “윤 당선자가 찾아와 금액을 낮춰 달라 했다. 애초 노후 대비용으로 지었음에도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고 회사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7억5000만 원만 받고 거래했다”고 밝혔다. 다만 2012년 김 대표는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틸하우스 클럽 통계에 의하면 3.3m²당 350만∼400만 원 내외로 지어지고 있다”고 설명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 윤 당선자 “비싸다고 생각 안 해”윤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용 목적 등을 고려했을 때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계속 (쉼터 건물을) 활용할 것이었기 때문에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기억연대는 이 당선자가 쉼터 건물 거래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쉼터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윤 당선자 남편의 지인인 안성신문 대표(이 당선자)에게 소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성은 쉼터 예정지 여러 곳 중 한 곳이었으며, 원 건물주는 2013년 6월 예정지 답사 과정 중 처음으로 만났다”고 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동주·이청아 기자}
“39년 교사 인생에서 마지막 제자들인데…. 아직 얼굴도 못 봤네요.” 서울 광진구의 한 고등학교에 있는 교실. 수학 교사인 박성우 씨(61)는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텅 빈 책상들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 23세에 부임해 평생 교직에 몸담은 박 씨는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이맘때면 받던 감사편지나 스승의 날 노래는커녕, 학생 한 명 없는 교실은 적막했다. 박 교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3개월째 원격수업만 진행하고 있다”며 허전해했다.○ “언제쯤 아이들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박 교사는 매일 다른 동료들처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온라인 출석을 체크하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일단 강의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들을 챙겨 전화를 걸어준다. 그 뒤 학습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사이트에 띄우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금방 하루가 간다. “오히려 할 일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많아요. 몸은 무척 바쁜데, 마음은 갈수록 허전합니다. 전화로 제자들 목소리를 들으면 그마나 위로가 되긴 하는데…. 수화기 너머 아이들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고 또 보고 싶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또 다른 연례행사도 취소해야 했다. 해마다 찾아오는 졸업생들의 방문이다. 부임 초기에 가르쳤던 제자들은 벌써 50대. 함께 둘러앉아 식사할 때면 애틋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결국 이마저도 사양해야 했다. 박 교사는 “저야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지만 혹시라도 재학생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느냐. 그럼 또 개학이 늦춰질 텐데…”라고 했다. 올해 처음으로 교단에 서는 ‘새내기 교사’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처음 부임한 김모 교사(25)는 “수년을 기대해왔던 순간인 만큼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실은 그는 박 교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8년 전 가르침을 받으며 교사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올해 김 교사가 맡은 건 4학년. 적막한 교실을 둘러보다 책상 위에 올려둔 아이들의 이름표를 어루만졌다. 아이들을 만날 기대에 다 자신이 손수 만들었다. “원래 어버이날 이전엔 개학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과 종이 카네이션을 접으려고 색종이도 여러 장 사뒀는데, 다 쓸모가 없어졌네요. 해맑은 미소까진 바라지 않고…. 마스크 쓴 얼굴이라도 마주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습니다.”○ 손편지 찍어 인터넷 올리는 ‘랜선 감사’ 하지만 마음은 어디에 있어도 이어진다. 코로나19에도 스승과 제자의 ‘정’이 완전히 가로막히진 않았다. 몇몇 학생은 최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스승의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랜선 감사’다. 경남 남해에 있는 고등학교에선 같은 반 학생 30여 명이 ‘온라인 릴레이 손편지’를 썼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등의 문구를 적은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은 뒤 인터넷카페 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카네이션 사진과 편지를 올리거나 동영상으로 감사를 전하는 모습도 온라인에 늘고 있다. 고교 시절 은사에게 쓴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로 전한 대학원생 김예일 씨(25)는 “선생님이 내년에 정년퇴임을 하신다. 현직에 계실 때로는 마지막 기회인데,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학생들이 선생님 응원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는 이벤트도 벌였다. 대전 대양초등학교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깜짝 선물로 ‘편지 벽보’와 현수막을 선물하기도 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가족 봉사단이 11일 새벽에 아이들의 손편지와 풍선, 현수막 등을 학교 현관에 붙여뒀다. 교사들은 출근길 뜻밖의 이벤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한다. 봉사단 부회장인 강윤희 씨(36·여)는 “빈 교실에서 쓸쓸하게 스승의 날을 보낼 선생님들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보수 성향 유튜버 우종창 씨(63)를 고소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대표는 이날 열린민주당의 초대 당 대표로 선출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 씨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우 씨는 2018년 3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조 전 장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 전인 2018년 1∼2월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와 만나 식사했다’는 주장을 방송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2월 우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법정에 출석한 최 대표는 “조 전 장관과 김 부장판사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며 우 씨 주장을 반박했다. 김 전 대변인도 “2018년 3월 우 씨로부터 조 전 장관과 김 부장판사가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는지 묻는 ‘취재협조문’을 받고 조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며 “조 전 장관이 김 부장판사와 아예 모르는 사이고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해 이러한 내용을 우 씨에게 문자로 전달했다”고 말했다.이청아 clearlee@donga.com·김소영 기자}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PC방. 출입문 앞에 이용자 신상을 적는 명부와 손 소독제가 비치된 카트가 놓여 있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 밀집시설에 이용자 명부를 둘 것을 권장하는 방역수칙에 따른 것. 그러나 명부를 적지 않고 이용권 발매기를 사용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명부가 외진 곳에 놓여 있어 직원이 작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다른 인근 PC방은 명부에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여부를 체크하는 공란이 있었지만, 정작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았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PC방 가운데 이용자 신상을 제대로 확인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공공시설도 출입자 관리 빈틈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터졌지만, 허술한 출입자 관리로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클럽 이용자들이 명부를 허위로 기재한 탓에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 현행 방역규정상 다중이용시설 이용자가 명부에 개인정보를 허위 기재해도 제재할 수 없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출입자 관리가 허술한 건 공공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내 한 보건소는 방문객이 작성한 전화번호, 주소를 확인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명부에 기재한 개인정보와 신분증을 대조하는 절차는 없었다. 의심환자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곳임에도 얼마든지 개인정보를 허위로 적을 수 있는 셈이다. 해당 보건소를 찾은 임신부 신모 씨(32·여)는 “유증상자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출입자 관리가 허술한 건 문제”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분증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위 명부’ 막을 수단 없어 다중이용시설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이용자 관리를 하고 있지만, 생활방역 지침 자체가 권고사항이라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다. 클럽 등 유흥시설만 8일 보건복지부 장관 행정명령에 따라 이용자 명부를 작성 관리해야 한다. 방역 전문가들은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정확한 이용자 정보를 받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활방역 지침에 ‘가급적’ 명부를 작성하라고 돼 있는데, 이를 ‘반드시’로 바꿔야 한다는 것. 특히 방역당국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처벌을 동반한 의무사항을 부여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사업장에서 명부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있는지 정부가 불시에 점검을 벌여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도 출입자 명부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명부를 허위로 작성할 때 처벌을 법제화하는 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명부를 허위로 작성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적시가 되지 않았다”며 “허위 작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위은지 wizi@donga.com·이청아 / 수원=이경진 기자}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PC방. 출입문 앞에 이용자 신상을 적는 명부와 손 소독제가 비치된 카트가 놓여 있었다. 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 밀집시설에 이용자 명부를 둘 것을 권장하는 방역수칙에 따른 것. 그러나 명부를 적지 않고 이용권 발매기를 사용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명부가 외진 곳에 놓여 있어 직원이 작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다른 인근 PC방은 명부에 발열 및 호흡기 증상 여부를 체크하는 공란이 있었지만, 정작 체온 측정을 하지 않았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PC방 가운데 이용자 신상을 제대로 확인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터졌지만, 허술한 출입자 관리로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클럽 이용자들이 명부를 허위로 기재한 탓에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 현행 방역규정상 다중이용시설 이용자가 명부에 개인정보를 허위 기재해도 제재할 수 없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공시설도 출입자 관리 빈틈 출입자 관리가 허술한 건 공공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내 한 보건소는 방문객이 작성한 전화번호, 주소를 확인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그러나 명부에 기재한 개인정보와 신분증을 대조하는 절차는 없었다. 의심환자들이 수시로 찾아오는 곳임에도 얼마든지 개인정보를 허위로 적을 수 있는 셈이다. 해당 보건소를 찾은 임신부 신모 씨(32·여)는 “유증상자들이 드나드는 곳인데 출입자 관리가 허술한 건 문제”라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분증을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위 명부’ 막을 수단 없어 다중이용시설에서 보여주기 식으로 이용자 관리를 하고 있지만, 생활방역 지침 자체가 권고사항이라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다. 클럽 등 유흥시설만 8일 보건복지부 장관 행정명령에 따라 이용자 명부를 작성 관리해야 한다. 방역 전문가들은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정확한 이용자 정보를 받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활방역 지침에 ‘가급적’ 명부를 작성하라고 돼 있는데, 이를 ‘반드시’로 바꿔야 한다는 것. 특히 방역당국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처벌을 동반한 의무사항을 부여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사업장에서 명부를 정확하게 작성하고 있는지 정부가 불시에 점검을 벌여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도 출입자 명부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명부를 허위로 작성할 때 처벌을 법제화하는 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12일 브리핑에서 “명부를 허위로 작성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적시가 되지 않았다”며 “허위 작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위은지 기자 wizi@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아파트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과 관련해 경찰이 해당 주민을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경비원 A 씨(59)가 일하던 아파트 주민 B 씨(49)를 상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A 씨는 10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A 씨가 이중 주차한 B 씨의 승용차를 밀어 옮기다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는 B 씨가 A 씨를 밀치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영상이 담겼다. B 씨는 관리사무소장에게 A 씨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A 씨는 지난달 28일 경찰에 B 씨를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B 씨가 27일에도 경비실을 찾아와 폭행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A 씨의 형은 “B 씨가 ‘조직원을 풀어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A 씨는 4일에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일 A 씨를 말렸던 주민은 “A 씨가 살 수가 없다고 속상해했다. 다행히 몇몇 주민이 미리 알고 병원에 모셔 갔다”고 했다.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도와준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억울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고, 조만간 조사할 예정”이라며 “A 씨가 숨졌지만 심한 폭행으로 크게 다치면 상해에 해당돼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B 씨는 “쌍방 폭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도 지난달 27일 자신에게 욕을 했다며 A 씨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A 씨가 일하던 경비실 앞에 임시 분향소를 차렸다. 경비실 창문은 ‘억울함이 풀릴 수 있게 작은 힘이라도 돕겠습니다’ 등의 추모글이 적힌 포스트잇으로 뒤덮여 있었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성폭력 등으로 복역하고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착용해왔던 40대 남성이 한강으로 투신해 숨을 거뒀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강간, 상해 등의 전과가 있어 전자감독 대상이던 A 씨(42)가 6일 오후 10시 25분경 한강으로 투신해 사망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한강에 몸을 던지기 전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지내니 답답해서 사는 게 싫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 씨를 감시해온 동부보호관찰소도 동선이 광진교 남단에서 끊긴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6일 오후 11시경 인근에서 A 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해 말 출소한 A 씨는 그간 보호관찰관에게 여러 차례 “전자발찌 착용이 부담스럽다” “야간 외출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A 씨와 같은 전자감독 대상은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외출을 제한한다.이청아 clearlee@donga.com·전채은 기자}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조모 씨(23·여)는 지난달 20일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로 33만 원어치의 서울사랑상품권을 받았다. 조 씨는 그중 14만 원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사용했다. 지난달 9일 역시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은 대학생 이모 씨(24)는 치킨을 사먹는 데 다 써버렸다. 이 씨는 “생필품은 용돈으로 사고 평소 좋아하는 치킨을 실컷 사먹었다”고 했다. 서울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공한 지원금을 일부 시민이 다소 ‘긴급생활비’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비하는 걸 두고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모호한 긴급재정을 투입해 괜히 헛되게 쓰인다”는 지적과 “어떻게 쓰든 자기 마음이다. 지역경제엔 도움이 된다”는 옹호가 맞섰다. 서울은 서울시 거주 가구 중 중위소득 100% 이하가 대상이며 경기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경기도인 모든 이가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 6일 긴급생활비 사용이 가능한 업소 20곳을 돌아봤더니 화장품 술 담배 등을 사는 광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김채현 씨(24·여)도 “화장품 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3만1000원을 선불카드로 지불했다”고 했다. A슈퍼를 운영하는 신모 씨(54)는 “(긴급생활비로) 쌀 같은 생필품 구입은 거의 보기 힘들다. 대부분 담배를 몇 보루씩 사가곤 했다”고 전했다. 한 40대 시민은 “긴급생활비는 대형마트에서 쓸 수 없는데 아무래도 동네 슈퍼는 물건 값이 비싸다. 담배는 어디나 가격이 같아 이게 이득”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선 재난기본소득 지급 뒤 의류업체의 매출 증가세가 가장 컸다고 한다. 6일 신한카드가 경기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자사 신용카드를 기준으로 소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1주 차 대비 4월 4주 차 의류 업종 매출은 114% 증가했다. 외식, 미용, 학원 업종 등 대면 서비스 업종도 각각 41%, 48%, 28% 늘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소상공인협회는 “시민들이 긴급생활비로 조금은 여유롭게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경기지역 가맹점 매출은 3월 1주 차(1∼7일)를 기준(100)으로 봤을 때 4월 매출은 △1주 차 108 △2주 차 107 △3주 차 122 △4주 차 124 등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을 제대로 도울 수 있도록 타깃을 정교히 조정해야 한다”고 평했다. 김태언 beborn@donga.com·이청아·김형민 기자}
“박물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았잖아요. 재개관할 때 첫 전시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늘 궁금했어요. 왠지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A 씨(32·여)는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관했던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방문했다. A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땐 집 앞 놀이터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조금씩 행동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로 전환되며 시민들이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으려 나서고 있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관람객을 맞으며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방역당국은 완전히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시민과 해당 기관에 당부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을 중단했던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을 단계적으로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2월 25일부터 두 달 이상 휴관했던 국립중앙박물관도 재개관했다. 다만 입장 가능한 관람객은 시간당 300명으로 제한했다.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바닥에도 1m 간격으로 붉은색 스티커를 부착했다. 무인발권기 모니터에는 항균필터를 부착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다시 문을 열었다. 관람객들은 출입구에서 이름과 방문시간, 연락처를 적은 뒤 발열체크를 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상영하는 영상을 볼 때 앉는 의자는 최소 1m씩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관람객 최모 씨(25·여)는 “시민들과 관계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많이 줄어서 크게 불안하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은 온라인 예약대출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미리 도서 대출을 예약한 시민들만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릴 수 있다. 26일부터는 자료실도 개방해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다. 세종문화회관, 남산예술센터 등 공연장은 좌석의 30%만 입장객을 받기로 했다. 시내 집회 금지 지침은 당분간 이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의 특성상 많은 이들이 밀집하거나 밀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생활방역 전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은 한 시민(73)은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외출을 삼가 왔는데 이젠 한강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싶다”고 했다. 택시운전사 배모 씨(59)는 “한창 코로나19가 극성일 땐 매출이 평소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듯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한 일상 복귀’는 아니기에 맘을 놓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역시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몇몇 시민은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가까이 붙은 이들을 보며 혀를 차기도 했다. 덕수궁에서 만난 구모 씨(39·여)는 “솔직히 사람들이 붐비는 실내는 면역력이 약한 자녀와 가기엔 아직 부담스럽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도 많은 게 현실이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철저하게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소영 ksy@donga.com·이청아·박창규 기자}
서울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조모 씨(23·여)는 지난달 20일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로 33만 원어치 서울사랑상품권을 받았다. 조 씨는 그 중 14만 원을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사용했다. 지난달 9일 역시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은 대학생 이모 씨(24)는 치킨을 사먹는 데 다 써버렸다. 이 씨는 “생필품은 용돈으로 사고 평소 좋아하는 치킨을 실컷 사먹었다”고 했다. 서울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공한 지원금을 일부 시민들이 다소 ‘긴급생활비’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비하는 걸 두고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모호한 긴급재정을 투입해 괜히 헛되게 쓰인다”는 지적과 “어떻게 쓰든 자기 마음이다. 지역경제엔 도움이 된다”는 옹호가 맞섰다. 서울은 서울시 거주 가구 중 중위소득 100% 이하가 대상이며, 경기는 주민등록 상 주소지가 경기도인 모든 이가 받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5, 6일 긴급생활비 사용이 가능한 업소 20곳을 돌아봤더니 화장품, 술, 담배 등을 사는 광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김채현 씨(24·여)도 “화장품 세트 구입을 위해 3만1000원을 선불카드로 지불했다”고 했다. A슈퍼를 운영하는 신모 씨(54)는 “(긴급생활비로) 쌀과 같은 생필품 구입은 거의 보기 힘들다. 대부분 담배를 몇 보루씩 사가곤 했다”고 전했다. 한 40대 시민은 “긴급생활비는 대형마트에서 쓸 수 없는데, 아무래도 동네슈퍼는 물건값이 비싸다. 담배는 어디나 가격이 같아 이게 이득”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선 재난기본소득 지급 뒤 의류업체의 매출 증가가 가장 컸다고 한다. 6일 신한카드가 경기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 자사 신용카드를 기준으로 소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3월 1주차 대비 4월 4주차 의류 업종 매출은 114% 증가했다. 외식, 미용, 학원 업종 등 대면 서비스 업종도 각각 41%, 48%, 28% 늘었다. 이러한 소비 패턴을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소상공인협회는 “시민들이 긴급생활비로 조금은 여유롭게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 숨통이 트이고 있다”고 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경기 지역 가맹점 매출은 3월 1주차(1~7일)를 기준(100)으로 봤을 때, 4월 매출은 △1주 차 108 △2주차 107 △3주차 122 △4주 차 124 등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생활비 목적이라도 긴급지원금 성격과 전혀 다른 곳에 사용된 사례들이 있는 건 문제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을 제대로 도울 수 있도록 타깃을 정교히 조정했어야 한다”고 평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박물관이 오랫동안 문을 닫았잖아요. 재개관할 때 첫 전시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늘 궁금했어요. 왠지 숨통이 트이는 기분입니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A 씨(32·여)는 들뜬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휴관했던 박물관이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초등학생 두 딸과 함께 방문했다. A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땐 집 앞 놀이터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조금씩 행동반경이 넓어질 수 있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로 전환되며 시민들이 잃어버렸던 일상을 되찾으려 나서고 있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시설은 관람객을 맞으며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방역당국은 완전히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시민과 해당기관에 당부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을 중단했던 도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을 단계적으로 개방한다”고 6일 밝혔다. 2월 25일부터 두 달 이상 휴관했던 국립중앙박물관도 재개관했다. 다만 입장 가능한 관람객은 시간당 300명으로 제한했다. 시민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는 바닥에도 1m 간격으로 붉은색 스티커를 부착했다. 무인발권기 모니터에는 항균필터를 부착했다. 서울시립미술관도 다시 문을 열었다. 관람객들은 출입구에서 이름과 방문시간, 연락처를 적은 뒤 발열체크를 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미술관에서 상영하는 영상을 볼 때 앉는 의자는 최소 1m씩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관람객 최모 씨(25·여)는 “시민들과 관계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많이 줄어서 크게 불안하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도서관은 온라인 예약대출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온라인을 통해 미리 도서 대출을 예약한 시민들만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릴 수 있다. 26일부터는 자료실도 개방해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재개할 방침이다. 세종문화회관, 남산예술센터 등 공연장은 좌석의 30%만 입장객을 받기로 했다. 시내 집회 금지 지침은 당분간 이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집회의 특성 상 많은 이들이 밀집하거나 밀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시민들은 생활방역 전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은 한 시민(73)은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외출을 삼가왔는데 이젠 한강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싶다”고 했다. 택시기사 배모 씨(59)는 “한창 코로나19가 극성일 땐 매출이 평소의 1/3도 되지 않았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듯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한 일상 복귀’는 아니기에 맘을 놓아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 역시 “생활 속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몇몇 시민들은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가까이 붙은 이들을 보며 혀를 차기도 했다. 덕수궁에서 만난 구모 씨(39·여)는 “솔직히 사람들이 붐비는 실내는 면역력이 약한 자녀와 가기엔 아직 부담스럽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감염자도 많은 게 현실이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철저하게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m²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지금도 통곡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공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5일 서울의 건설 공사 중인 15곳을 확인해 보니 관련법상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진 현장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과 강남구의 오피스텔 공사장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m²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한 현장 직원(63)은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이 없다”며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m²) 공사 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인화성 물질을 바깥에 위험하게 노출시킨 현장도 있었다. 강남구의 한 신축 건물 공사장엔 고압산소통과 액화석유가스(LPG)통이 노즐이 연결된 채 놓여 있었다. 옆에선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LPG통은 어떤 안전 가림막도 없이 두께가 2cm도 안 되는 펜스에 바짝 붙어 있었다. 펜스는 청소년 수백 명이 드나드는 학원과 3m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2008년 1월)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해 시공계획서와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이청아 기자}
5일 오전 9시경 서울 강서구의 A빌딩 신축 공사 현장. 연면적 9500㎡ 규모인 이 건물 지하 2층에선 작업자 2명이 ‘치지직’ 소리를 내며 배관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15m 정도 떨어진 같은 층 구석엔 알루미늄 고압산소통 2개가 뒹굴고 있었다. 쓰다 만 페인트 통에서도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엔 피난유도등이 설치되지 않아 아침인데도 어두컴컴했다. 소화기도 입구에 비치된 1개 외에는 다른 소화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한 현장 직원은 “소방시설 등에 대해 별다른 지침이나 지적이 내려오진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38명이 숨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천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에선 여전히 통곡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지만, 많은 공사현장은 여전히 화재 예방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이날 서울의 건설공사현장 13곳을 확인해보니 관련법상 안전조치가 모두 제대로 지켜진 곳은 서초구에 있는 한 운동시설 공사장 1곳뿐이었다. 연면적이 약 6000㎡인 B빌딩 공사장은 간이 소화전과 소화기가 하나도 없었다. 현장 직원 A 씨(63)는 “지하에서 용접할 때도 소화기를 본 적은 없다”라며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키며 일하는 공사장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인근 한 연구센터(연면적 약 4만㎡) 공사현장은 지상에 안전관리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대형 간이소화전도 보였다. 하지만 굴착과 용접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지하엔 지상으로 이어지는 피난유도등이 없었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 때처럼 정전과 연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대피로를 찾기 어려운 구조였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용접과 절단, 연마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화재로 이어진 사례는 2015년 이후 올 3월 말까지 총 5825건. 이들 화재로 32명이 숨지고 424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도 약 1196억 원이다. 2008년 1월 용접 중 일어난 화재로 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이후 불티로 인한 화재는 2008년 1744건에서 2009년 1328건, 2010년 1291건 등으로 다소 감소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3년(975건) 이후 다시 증가해 한 번도 연간 1000건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이천 물류센터 화재도 공사업체가 기본적인 화재 예방 규정을 어기고 인화성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을 병행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공사 중 용접이나 전선 탓에 불꽃이 발생하거나 인화성 물질을 취급하기 전 시공업체는 △피난유도등 △비상경보장치 △간이소화장치 △소화기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환기를 철저히 하고 인화성 물질을 분리 보관하는 등 안전조치 의무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적시돼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만 이행 여부는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3월 인천 부평구의 주상복합 건물 공사장에서 용접 중 화재로 2명이 숨지자 같은 해 9월 공사 업체가 용접 작업 전에 관할 소방서에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선 소방서는 ‘완공 전 건물은 소방서의 필수 점검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실상 점검에 손을 놓고 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원인을 수사하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시공사인 ㈜건우 사무실과 하청업체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시공사가 이천소방서에 제출했던 임시소방시설 설치 계획서가 실제와 달랐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화재 원인과 발화 지점을 정확히 찾기 위해 6일 세 번째 현장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커닝 막으려고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경영학부의 A 교수는 최근 전공과목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몇몇 학생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 교수는 조만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면 같은 범위로 한 번 더 시험을 치르겠다고 공지했다. “정당하게 공부해 시험 본 학생을 보호하고 싶다. 두 시험의 점수 차가 크면 성적을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인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 탓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2배로 쏟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 퀴즈’ 형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몰래 답을 맞춰 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이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차분하게 시험을 보는 스타일도 있는 건데 단지 빨리 답을 낸다고 점수를 더 주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최모 씨(25)도 “우리 학교 교양과목도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준다고 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걱정”이라고 했다. 고려대에선 ‘온라인 특화 구술시험’도 등장했다. 문제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정해진 시간 안에 구두로 답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한다. 영상엔 정면 상반신이 나와야 한다. 이 수업을 듣는 A 씨(25)는 “문제도 풀고 촬영도 하고 저장, 제출까지 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고 원망했다. 지난달 28일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고려대 공대에선 ‘사전 리허설’도 벌어졌다. 몇몇 학생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이모 씨(21)는 “얼굴과 손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데 노트북 카메라는 이 각도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에 부정행위를 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3일 “답안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이 과목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다.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박모 씨(26)는 “과목마다 비슷한 단체 대화방이 1, 2개씩 있는 눈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아예 교수진에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만류하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재학생 천모 씨(25)는 “전공과목을 6개나 듣는데 모두 기말고사만으로 학점을 주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김소민 기자}
“컨닝 막으려고 이렇게까지 고민해야할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 경영학부의 A 교수는 최근 전공과목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몇몇 학생들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 교수는 조만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면 같은 범위로 한 번 더 시험을 치겠다고 공지했다. “정당하게 공부해 시험 본 학생을 보호하고 싶다. 두 시험의 점수차가 크면 성적을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인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 탓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2배로 쏟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퀴즈’ 형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몰래 답을 맞춰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이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차분하게 시험을 보는 스타일도 있는 건데 단지 빨리 답을 낸다고 점수를 더 주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최모 씨(25)도 “우리 학교 교양과목도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준다고 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걱정”이라 했다. 고려대에선 ‘온라인 특화 구술시험’도 등장했다. 문제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정해진 시간 안에 구두로 답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한다. 영상엔 정면 상반신이 나와야 한다. 이 수업을 듣는 A 씨(25)는 “문제도 풀고 촬영도 하고 저장, 제출까지 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고 원망했다. 28일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고려대 공대에선 ‘사전 리허설’도 벌어졌다. 몇몇 학생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이모 씨(21)는 “얼굴과 손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데 노트북 카메라는 이 각도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에 부정행위를 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23일 “답안을 공유하는 단체대화방을 개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이 과목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다.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박모 씨(26)는 “과목마다 비슷한 단체대화방이 1, 2개씩 있는 눈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아예 교수진에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만류하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재학생 천모 씨(25)는 “전공과목을 6개나 듣는데 모두 기말고사만으로 학점을 주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어디서 차나 훔쳐서 놀러갈까?” 김모 군(16) 등 친구 사이인 청소년 3명은 18일 오후 11시경 경기 안산에서 ‘그저 놀고 싶은 마음에’ 차를 훔쳤다. 한 고급 승용차가 문이 잠기지 않은 채 키가 꽂혀 있는 걸 발견하고선 인천 중구 월미도까지 약 40km를 내달렸다. 이들은 범행 6시간 만인 19일 오전 5시경 특수절도와 무면허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9일 13세 청소년 8명이 서울에서 훔친 차를 몰다가 대전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이들을 엄중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8일까지 약 99만 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차량 절도 및 무면허 운전은 뚜렷한 대책 없이 최근 몇 년 동안 끊이질 않고 있다.○ 떼 지어 차량 절도해 무작정 질주 동아일보가 최근 수도권에서 경찰이 적발한 10대 차량 절도 및 무면허 운전 사건 5건을 분석한 결과 각 사례에는 닮은 부분이 많았다. △여럿이 떼를 지어 범행했고 △문이 잠기지 않은 채 키가 꽂힌 차량이 대상이었으며 △지역을 넘나들며 무분별하게 질주했다. 경찰에 따르면 3월 수도권에서만 최소 청소년 14명이 삼삼오오 차량을 훔쳐 무면허 운전을 했다. 1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선 보호관찰 중이던 전모 군(14)과 김모 군(13)이 렌터카를 훔쳐 약 20km를 질주하다가 적발됐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선 13세 청소년 6명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훔친 K5와 쏘나타를 몰다가 모두 검거됐다. 27일에도 서모 군(13) 등 가출 청소년 4명이 인천 부평구에서 벤츠를 훔쳐 타고 이틀에 걸쳐 서울 등을 휘젓고 다니다가 체포됐다. 뺑소니 사고 정황이 조사 도중 드러나기도 했다. 31일엔 김모 군(16) 등 2명이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니발을 훔쳐 타고 경기 평택까지 최소 50km가 넘는 거리를 무면허로 운전했다. 이들은 다음 날 노상에서 붙잡혔다. 김 군은 경찰 조사에서 “백미러가 펼쳐져 있으면 키가 꽂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 차량들 위주로 물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대 무면허 운전으로 1000여 명 사상 청소년 무면허 운전은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면허 운전으로 사망한 163명 가운데 10대가 몰았던 차량에 숨진 희생자는 18명(11%). 부상자 역시 1016명으로 전체(7445명)의 16%에 이르렀다. 갈수록 성인들의 무면허 운전은 줄어들지만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은 꾸준하게 이어지는 점도 문제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무면허 운전 범죄는 684건으로 전체(5177건)의 13%나 됐다. 무면허 운전으로 붙잡힌 성인은 2016년 6만4330명에서 2017년 4만4444명, 2018년 2만2408명으로 줄어들었다. 한데 청소년은 2016년 3806명에서 2017년 4364명, 2018년 3234명 등으로 엇비슷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무면허 운전 방지책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차량 절도와 무면허 운전을 해결하려면 자동차에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여럿이 모이면 과시 욕구가 강해지고 따돌림 당하기 싫어 쉽게 범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규범과 법질서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제도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어디서 차나 훔쳐서 놀러갈까?” 김모 군(16) 등 친구 사이인 청소년 3명은 18일 오후 11시경 경기 안산에서 ‘그저 놀고 싶은 마음에’ 차를 훔쳤다. 한 고급 승용차가 문이 잠기지 않은 채 키가 꽂혀 있던 걸 발견하고선 인천 중구 월미도까지 약 40km를 내달렸다. 이들은 범행 6시간 만인 19일 오전 5시경 특수절도와 무면허 운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9일 13세 청소년 8명이 서울에서 훔친 차를 몰다가 대전에서 아르바이트 대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이들을 엄중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8일까지 약 99만 명이 동의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차량 절도 및 무면허 운전은 뚜렷한 대책 없이 최근 몇 년 동안 끊이질 않고 있다.● 떼 지어 차량 절도해 무작정 질주 동아일보가 최근 수도권에서 경찰이 적발한 10대 차량절도 및 무면허운전 사건 5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모두 닮은 부분이 많았다. △여럿이 떼를 지어 범행했고 △문이 잠기지 않은 채 키가 꽂힌 차량이 대상이었으며 △지역을 넘나들며 무분별하게 질주했다. 경찰에 따르면 3월 수도권에서만 최소 청소년 12명이 삼삼오오 차량을 훔쳐 운전하다 체포됐다. 14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선 보호관찰 중이던 전모 군(14)과 김모 군(13)이 렌터카를 훔쳐 약 20㎞를 질주하다가 적발됐다. 16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선 13세 청소년 6명이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훔친 K5와 쏘나타를 몰다가 모두 검거됐다. 27일에도 서모 군(13) 등 가출 청소년 4명이 인천 부평구에서 벤츠를 훔쳐 타고 이틀에 걸쳐 서울 등을 휘젓고 다니다가 걸렸다. 뺑소니 사고 정황이 조사 도중 드러나기도 했다. 31일엔 김모 군(16) 등 2명이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니발을 훔쳐 타고 경기 평택까지 최소 50km가 넘는 거리를 무면허로 운전했다. 이들은 다음날 노상에서 붙잡혔다. 김 군은 경찰 조사에서 “백미러가 펼쳐져있으면 키가 꽂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런 차량들 위주로 물색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0대 무면허운전으로 1000여명 사상 청소년 무면허운전은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면허 운전으로 사망한 163명 가운데 10대가 몰았던 차량에 숨진 희생자는 18명(11%). 부상자 역시 1016명으로 전체(7445명)의 16%에 이르렀다. 갈수록 성인들의 무면허 운전은 줄어들지만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은 꾸준하게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무면허 운전 범죄는 684건으로 전체(5177건)의 13%나 됐다. 무면허 운전으로 붙잡힌 성인은 2016년 6만4330명에서 2017년 4만4444명, 2018년 2만2408명으로 줄어들었다. 한데 청소년은 2016년 3806명에서 2017년 4364명, 2018년 3234명 등으로 엇비슷하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따지면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무면허 운전 방지책에 대해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차량 절도와 무면허 운전을 해결하려면 자동차에 지문 인식 기능을 탑재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은 여럿이 모이면 과시 욕구가 강하고 따돌림 당하기 싫어 쉽게 범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경향이 있다”며 “규범과 법질서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제도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