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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 손엔 긴 칼을, 다른 손엔 꼬마 아이를 받쳐 들고 중원을 방랑하는 칼잡이 도마. 어느 날 그는 병약해 보이는 한 사내를 수도 장안(長安·현 시안)까지 호송하라는 임무를 받는데, 사내의 정체는 반란군 수장 ‘지세랑’이었다. 무협만화 ‘표인’의 돌풍이 심상찮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온라인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중국에선 단행본 출간 6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렸고, 일본 NHK에서도 세 차례 이 작품을 조명했다. 한국에서도 ‘열혈강호’ 양재현 작가와 ‘용비불패’ 문정후 작가의 극찬을 받으며 지난달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표인’을 그린 허선철 만화가(34)는 최근 본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제가 소수자이기에 쓸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옌볜에서 나고 자란 조선족이다. ‘표인’은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하기 직전인 611년 발생한 민란을 재해석하는데, ‘아웃사이더’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 그는 “국가나 민족,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소수민족의 시선으로 주류 사회를 바라봄으로써 그 시대 속 인물들 자체에 대해 더 깊게 탐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식 만화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작가의 데뷔작이란 점에서도 놀랍다. 허 작가는 김애란 소설가의 ‘달려라, 아비’ 등 한국 문학작품을 중국어로 소개하는 번역가로 활동했었다. 그러던 중 26세 때부터 4년간 ‘표인’ 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1화를 내기 전 버려진 원고지만 2000장이 넘는다”며 웃었다. 허 작가는 “김애란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그 섬세한 필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표인’의 거친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도 섬세한 정서 표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학으로서의 만화’를 그리는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배우와 아이돌 그룹 멤버, 그리고 ‘대세’ 개그우먼이 두꺼운 고무 잠수복을 입고 ‘테왁’(해녀가 사용하는 부표)을 들었다. 26일 처음 선보이는 채널A 새 예능 ‘무작정 풍덩하라, 워터걸스’는 여성 연예인 5인방의 해녀 도전을 다룬 리얼 버라이어티다. 그간 예능프로그램에서 제주의 이색 체험 소재 정도로 해녀를 다룬 적은 있지만, 제주에서 꼬박 열흘을 머물며 진짜 해녀 되기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다. 》 ‘워터걸스’는 온몸으로 부딪혀 가며 물질을 익히는 초보 해녀 다섯 명의 성장기가 주 시청포인트. 실제로 젊은 해녀를 양성하는 해녀학교를 찾아가 선배 해녀들에게 일대일 물질 강습을 받는다. 제작진은 “물질을 처음 접해 보는 멤버들이 어엿한 한 명의 해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틈틈이 감초처럼 각종 게임과 활동을 곁들여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띄운다. 여기에 제주시 애월읍 일대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는 맛을 더한다. 물론 본격적인 해녀 활동은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에게조차 쉽지 않다. 해녀들이 즐겨 부르는 노동요에 “‘칠성판’(관 바닥에 깔거나 시신 위를 덮는 나무판)을 지고 바다로 뛰어든다”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고된 작업이다. 햇병아리 해녀들에게 더욱이 호락호락할 턱이 없다. 출연 멤버들은 다들 수영엔 일가견이 있는 데다 제주로 떠나기 1개월 전부터 다이빙과 잠수 훈련을 했음에도, 처음엔 물질은커녕 2m 남짓한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11월 찬 바닷물에서 함께 고생한 탓일까. 직업도,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출연진은 오래도록 지내온 친구처럼 각별한 정을 나눈다.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그들의 ‘케미’와 끈끈한 정이야말로 진짜 볼거리. 특히 배우 최여진은 최근 프리다이빙(수중호흡기 없이 잠수하는 다이빙)을 다룬 영화 ‘딥’에 출연했을 정도로 수중 스포츠에 조예가 깊어 중심을 잘 잡아준다. 배우 김지영이 맏언니로서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배우 김희정과 개그우먼 홍윤화가 특유의 밝은 매력으로 활력을 더한다.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인 다영은 제주 출신으로 실제 이모가 해녀로 활동하고 있다. 상큼한 분위기로 깨알 같은 정보를 제공하며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제주 해녀문화는 고유한 언어와 생활양식, 무속신앙과 노동요 등으로 ‘살아 있는 문화박물관’이라는 평을 받는다.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첫 시즌에서는 해녀를 중심으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양 인류’의 삶을 잘 전하는 것이 기획 의도. 연출을 맡은 장통우 PD는 “천 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제주 해녀야말로 첫 시즌에 꼭 소개해야 할 문화라고 생각했다”며 “다음 시즌에선 인도네시아 해상부족, 일본 오키나와의 해남(海男) 등 해외 문화도 체험하고 소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작정 풍덩하라, 워터걸스’는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0분 채널A에서 방영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사진)은 24일 2019년 새해를 앞두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함께하자는 취지의 신년 법어를 발표했다. 진제 스님은 “세간의 극심한 경쟁과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모든 사람들이 고통의 바닷속에서 헤매고 있다”며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인간과 자연이 한 몸이다. 각자 자신의 일에 성실하고 인욕하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나누며 함께할 때 상생극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 훌쩍 휴가를 떠난 존은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외딴 카페를 찾는다. 아늑하지만 어딘지 기묘한 분위기의 이곳, 메뉴판엔 ‘당신은 왜 여기 있습니까?’라고 씌어 있다. 가만히 다시 보니 그 글귀는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로 바뀌어 있다. 우리 시선이 닿는 곳 어디든 광고가 붙어 있는 세상이다. 광고는 이 차를 가지면,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듯 우리를 유혹한다. 두둑한 연봉으로 그것들을 사들여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건 행복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카페 사람들은 존에게 묻는다.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삶을 살고 있느냐”고. “삶의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있느냐”고.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존은 다른 사람들이 정한 만족스러운 삶의 기준을 따른다고 해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연봉을 받아 값진 물건들을 잔뜩 사더라도 본인이 그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다. 자기계발서지만 머리가 번쩍 뜨이는 듯한 영감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부, 승진, 명예가 아닌 ‘행복’이 새해 목표인 독자라면 카페에서 느긋하게 읽어볼 만한 한 편의 동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12단체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소유권 문제 해결에 정부가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이번 성명은 프레스센터 시설의 소유·관리권에 대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간의 소송에 대해 14일 대법원이 심리 속행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언론12단체는 성명에서 “대법원이 이번 결정에서 시설의 설립 취지와 공적 시설로서의 지위를 고려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닌 시설인 만큼 민사소송이 아니라 공익적·정책적 판단을 통해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2년 언론계 소유의 ‘신문회관’에서 시작해 1984년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된 프레스센터는 2014년 코바코가 재산권을 주장하면서부터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은 20일부터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 ‘너머, 넘어 전(展)’을 연다. 애니메이션 ‘머털도사’로 유명한 원로 만화가 이두호 화백을 비롯해 정재호 화가, 그라피티 작가 STAZ 등이 참여해 만화와 애니메이션부터 설치미술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을 선보인다. 설치미술 작품 ‘PPIN’을 출품하기도 한 배우 이광기 씨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 개막식 도슨트(전시 해설)로 나선다. 만화박물관 이소현 큐레이터는 “만화와 미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크로스오버’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내년 4월 24일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5000원.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퀘스트가 뭐야?” “NPC(Non-Player Character)는?” “현빈을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왜 갑자기 멈춘 거야?” 주부 오영진 씨(43)는 최근 주말마다 중학생 아들에게 질문을 쏟아붓는다.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함께 보는데, 모르는 것투성이기 때문이다. 오 씨는 “중학생 아들이 이렇게 드라마를 열심히 보는 건 처음 봤다. ‘축구 중계를 보자’는 아빠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며 웃었다. 최근 증강현실(AR) 게임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가 연령과 성별을 뛰어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TV드라마에 가장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10대 남성들의 관심이 상당하다. 10대 남성층의 평균 시청률이 3%(닐슨코리아 기준)에 이른다. 비슷한 전체 평균시청률(8∼9%대)을 기록했던 tvN ‘백일의 낭군님’의 10대 남성 시청률이 1% 안팎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알함브라…’가 기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녔기 때문이다. 주인공 유진우(현빈)는 캐주얼 정장이 어울리는 대형 투자회사 대표. 하지만 특수 콘택트렌즈 하나만 끼우면 장검(長劍)을 든 중세의 무사로 변신해 결투를 벌이거나 영화 ‘테이큰’이 떠오르는 총격전을 펼친다. 특히 이런 게임 세계에 들어간 1인칭 시점 화면은 10대 남성들이 익숙한 게임 인터페이스를 똑 닮았다. 심지어 캐릭터의 레벨, 체력 등을 그래픽으로 띄워 시청자가 직접 AR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그렇다고 ‘알함브라…’가 다른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도 아니다. TV드라마의 주력 시청자로 꼽히는 40대 여성도 꾸준히 두 자릿수 시청률(6회 기준 11.6%)을 유지한다. 이는 제작진이 기획 때부터 염두에 뒀던 ‘투 트랙 전략’을 잘 풀어낸 결과로 보인다. 잘나가는 사업가 현빈과 가난하지만 밝은 박신혜의 감칠맛 나는 ‘밀당’은 기존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문법에 익숙한 이들의 이탈을 방지한다. 현빈 하면 떠오르는 현진헌(MBC ‘내 이름은 김삼순’)과 박신혜의 대표 캐릭터 차은상(SBS ‘상속자들’)이 자연스레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스페인 그라나다의 아름다운 풍광도 한몫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드라마에서 현빈이 ‘100조 원짜리 프로젝트’라고 표현한 이 게임. 우리가 이런 형태의 게임을 실제로 즐길 날이 올까. 현재 기술만으론 어렵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대부분 구현 가능한 콘텐츠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선글라스 크기 정도로 소형화된 AR 체험 장비가 이미 나왔고, 위치기반 서비스의 기술이 개선되면 게임 캐릭터가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등의 연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지영 명지전문대 소프트웨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콘택트렌즈 형태의 AR 체험 기기는 10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현빈이 게임 중 처치한 라이벌이 실제로 사망하는 장면은 드라마적 상상력의 산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제게 ‘살롱(salon)’은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였죠. 학원 다니며 삭막한 자기계발을 하기도, 친구들과 술이나 마시며 세상불평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싫었거든요.” 공공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최균 씨(39)는 ‘살롱’ 예찬론자다. 지난해 여름 살롱 활동을 시작한 그는 현재 5가지 살롱 모임에서 활동한다. 그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 교류하며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살롱의 매력”이라며 “살롱 활동을 하며 영화비평가로도 살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살롱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살롱은 본래 17∼19세기 유럽에서 성행하던 귀족이나 문인들의 사교 모임을 일컬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세기 룸살롱이나 헤어살롱 등 여기저기서 마구잡이식으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살롱의 본질적인 취지를 잘 살린 다양한 ‘소셜 살롱’이 각광받고 있다. 최근 살롱 문화는 독서토론이나 영화비평, 요리 등 관심사나 취미를 중심으로 생산적인 모임을 진행하는 게 특징. 대부분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며 진입 장벽을 높였다. 그 대신 내부에선 개방성 평등성을 운영 규칙으로 삼아 프랑스의 살롱 문화와 상당히 닮았다. 지난해 문을 연 소셜 살롱 ‘문토’는 1년 만에 27개의 모임을 진행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각 모임은 해당 분야에 조예가 깊은 멤버가 리더를 맡는다. 13일 오후 9시 이 살롱을 찾았을 땐 늦은 밤인데도 요리, 도시공학 등 모임 4개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살펴본 살롱 모임은 멤버들 대부분이 존칭을 썼다. 직업이나 나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따지지 않는다. 분위기도 리더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기보단 얘기를 나누며 공통의 관심사를 자연스레 찾아갔다. 에세이 살롱에서 만난 양수석 씨(41)는 “살롱에선 대학생과 대기업 간부도 진솔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음악 살롱에 참여한 의사 심예지 씨(32·여)는 “학창 시절 플루트를 연주했지만 까맣게 잊고 살았다”며 “살롱에 참여한 뒤 다시 옛 친구들과 클래식 앙상블 동아리를 결성해 연습 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살롱도 등장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안전가옥’은 SF나 판타지 등 장르 문학 창작자들을 위한 살롱이다. ‘안전가옥’은 올 한 해 살롱 멤버들의 신작 발표회와 창작 워크숍 등이 70여 차례나 열렸다. 자유롭게 서로의 작품을 비평해주거나 공동작품을 구상해 결과물을 잡지로 내기도 했다. 살롱 자체적으로 공모전을 열어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살롱 멤버인 최수진 씨(23·여)는 “하반기 SF·판타지 공모전에 당선된 뒤 매일 퇴근하고 여기로 온다. 내년 상반기 출간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엇이 사람들을 살롱으로 이끄는 걸까. 전문가들은 ‘취향’의 위상이 높아진 점을 신(新)살롱 문화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기성세대를 옥죄던 부모 봉양이나 자식 수발의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2030세대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느냐’를 인생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단편적인 소통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직접 얼굴을 맞대는 ‘아날로그의 반격’인 셈이다. 안전가옥 단골인 윤여경 한국SF협회 부회장(소설가)은 “살롱에선 예기치 않은 만남과 의도치 않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는 일이 많다”며 “SNS에선 거의 불가능한 ‘입체적인 소통’이 주는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퇴사와 1인 기업을 준비하는 30대를 위한 모임을 만들면 관심이 있을까요?” 올해 1월 카드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지 7개월 된 강혁진 씨(36)는 무심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다음 날 오전 무려 100명이 넘는 이가 강 씨의 게시물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겼다. 1주일 뒤인 1월 마지막 수요일, 30대 직장인 40여 명이 서울 강남구 한 공유오피스에 모였다. 독립서점을 운영하며 작가의 꿈을 꾸는 청년과 취미로 시작한 가죽공방을 차린 한 1인 창업가까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올해 출범한 ‘월간 서른’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이는 교육형 살롱이다. 현재 매달 평균 100명 넘게 이곳을 찾는다. 월간 서른은 취향 공유를 넘어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의 성격까지 지닌 살롱인 셈. 갈수록 사회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지만, 막상 마땅한 정보나 교육을 얻기 힘든 현실을 잘 비집고 들어갔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살롱은 이런 대안형 교육기관의 성격을 지닌 것이 많다. ‘신촌대학교’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에서 카페나 스튜디오를 빌려 강의실로 사용한다. 캠퍼스도, 학위도 없지만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는 데 주안점을 뒀다. 비정부기구(NGO) 세계를 다루는 ‘심봉사학과’나 생생한 프랑스어를 배우는 ‘샹송으로 사랑타령이나 불러볼과’, 창업 교육을 진행하는 ‘그까짓 창업학과’ 등이 인기다. 2015년 4월에 시작해 현재까지 300여 개 학과가 만들어졌다. 이 밖에 ‘낯선 대학’ ‘퇴직학교’ 등 이색적인 교육 살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청년들이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 등 인문학적 배움에 대한 기본적인 갈망을 지녔음을 보여 준다”며 “현재 국내 대학과 기업이 이런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걸 방증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호주 퍼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버 존’부터 찾았다. 현지 시간 오전 6시였지만 애플리케이션(엡)에 호텔 이름을 입력한 지 2분 만에 차량이 도착했다. 경유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선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그랩’을 이용해 시내를 둘러봤다. 휴가를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올 땐 ‘쏘카’를 한 시간 동안 빌려 몰고 왔다. 이처럼 기자의 휴가는 시작부터 끝까지 공유자동차와 함께였다. 이젠 스마트폰만 있으면 국내외 어디든 못갈 곳이 없다. 5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으나 이미 너무 익숙해져버린 ‘탈것의 진화’. 저자는 이를 ‘모빌리티 혁명’이라 부른다. 차량 공유 서비스만의 일이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가 우리 삶에 가져다줄 변화는 더욱 크다. 모빌리티 분야는 세계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이다. 저자는 한국이 ‘모빌리티의 무덤’ 오명을 벗으려면 정부가 주도권을 기업에 넘겨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기술 발전의 희생양이 될지 모를 전통 운송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에 대한 고민 또한 발맞춰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영자가 먹고 김태리가 ‘러브’했다. ‘먹방’과 ‘관찰예능’은 대세 자리를 지켰고, tvN ‘미스터 션샤인’을 필두로 비지상파 드라마의 강세도 굳어졌다. 동아일보는 방송계 PD, 작가, 외주제작사 관계자, 평론가 등 24명에게 설문을 받아 2018년 방송계를 돌아봤다.○ 예능 강자로 떠오른 여성들 이영자가 먹으면 먹방도 새로워진다. 올해 최고 예능인(10표)으로 선정된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Olive ‘밥블레스유’ 등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소박한 음식도 신선한 평으로 격을 높였다. ‘혀믈리에’라는 별명도 얻었다. 특히 매니저 송성호 씨와 출연한 ‘전지적…’에서 ‘소떡소떡’ 등 그가 먹는 음식들이 휴게소에서 대박이 났다. 박나래도 올해 최고의 강자로 거듭났다. MBC ‘나 혼자 산다’ 등 올해 10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의 판도를 흔들었다.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기존 예능 강자들을 순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박나래는) 생활 밀착형 예능 프로그램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했다. 일반인의 ‘썸’을 다룬 채널A ‘하트시그널2’는 지난해보다 마니아층을 넓히며 시즌1의 흥행을 이어갔다. 400만 건 이상의 온라인 영상 클립 조회 수를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핫’했다. SBS ‘로맨스 패키지’, Mnet ‘러브캐처’ 등 유사한 설정의 프로그램들도 양산됐다.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SBS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예능은 올해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1∼3위에 오르며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기를 과시했다. 일부 중장년의 취미로 여겨진 낚시에서 보편적 재미 코드를 발굴해낸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도 큰 화제였다. 이덕화 이경규의 깊은 내공과 에너지 넘치는 핫한 게스트들의 조화가 특히 돋보였다. 김지수 도레미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도시에 지친 이들에게 낚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을 선사했다”고 평했다. 흥행과 별개로 새로운 소재 발굴을 위한 고군분투도 빛났다. tvN ‘숲속의 작은집’은 배우 소지섭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그렸고, 유재석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시민들과 퀴즈를 풀기 위해 길거리로 향했다. ‘갈릴레오: 깨어난 우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 유타주 화성탐사연구기지(MDRS) 실험에 참여했다.○ ‘나의 아저씨’가 흔들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굳히다 지상파 드라마 위기에 방송계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올해 1%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드라마만 총 7편. 설문 결과, 순위권에 든 작품도 전무했다. 4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이 16표를 받으며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됐다. 최고시청률 18.1%(닐슨코리아)로 10%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쾌거를 이뤘다. 배우 이병헌, 김태리의 ‘인생작품’ 중 하나가 됐다. 구한말 시대에 걸맞은 고증과 서사로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평이 많았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라마 속 개화기 의상, ‘하오체’ 대사 신드롬도 이어졌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와 21세 여성이 서로를 통해 희망을 찾아가는 tvN ‘나의 아저씨’도 작품성을 증명했다. tvN ‘미생’과 ‘시그널’에 이어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최고의 드라마 PD에 선정됐다. 차세대 배우로 선정된 배우 도경수의 첫 사극 도전작도 tvN ‘백일의 낭군님’이다. OCN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2’, ‘손 the guest’ 등 장르물도 남성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올 한 해 방송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넷플릭스였다. 설문 참여자 24명 중 10명(41.7%)이 방송계 올해의 이슈로 ‘넷플릭스의 약진’을 꼽았다. “넷플릭스는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삼고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할 것입니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한국은 세계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넷플릭스는 올해의 드라마로 뽑힌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으며,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제작한 ‘YG전자’ 등 한국 예능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세계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국내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는 약 90만 명(9월 기준). 지난해(약 32만 명)보다 3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김공숙 안동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는 “TV가 난공불락의 매체이던 시기는 지났다”고 평했다. 이진민 채널A PD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해외 자본의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가 방송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와 기대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평단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7표·2위)과 ‘방송계 미투(#MeToo) 운동’(5표·3위)도 주목했다. 사회적 이슈가 실제로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SBS 이용석 PD는 “방송계에 만연한 장시간 노동 관습이 변화의 급물살을 탈 것”이라면서 “제작비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개선하지 못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선명 작가는 “미투 이후 업계에 만연하던 남성 제작진의 성희롱 발언과 행동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대한언론인회가 원로 언론인들의 취재기를 묶은 ‘취재현장의 목격자들2+’(청미디어·사진)를 최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신문 방송 통신에서 활약한 전직 기자 28명이 5·16군사정변,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의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에 담지 못한 비화와 사연들을 소개한다. 대한언론인회 이병대 회장은 “원로 기자들의 뒷이야기들은 독자들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다시금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소개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지상파 방송에도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개정안 입법 예고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 MBC SBS EBS 등에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허용과 중간광고 고지 자막 크기 규정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향후 40일간 의견 수렴과 심사 절차를 거쳐 시행령이 개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지상파 중간광고를 시행한다. 방통위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의 근거로 “차별적 규제 해소”를 들었다. 이날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최근 유료방송의 광고 매출과 시청률은 크게 증가한 반면에 지상파 방송 광고매출은 급감해 재정 상황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제작 역량이 저하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는 1973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금지됐다.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도 광고 매출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광고 허용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대가 큰 중간광고 허용에 앞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방만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경영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영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KBS에서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2015년 57.3%, 2016년 57.9%, 2017년 60%로 해마다 증가해 왔다. 이날 이 위원장은 “지상파가 중간광고로 얻는 수익은 전적으로 제작에 투자하고 직원 복지나 급여에 쓰지 않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 계획 등 지상파의 경영 쇄신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회의에서 “지상파가 마지못해 정부에 제출한 경영자구책 관련 서류는 공문도 아닌 데다 국민에게 직접 경영 쇄신책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표철수 방통위 상임위원도 “지상파의 자구 노력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KBS 주요 간부는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메모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주무 기관에 대한 KBS 경영진의 불성실함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내 지상파는 2012년 심야방송 허용, 2015년 광고총량제 도입, 700MHz 대역 주파수 무상 할당 등 규제 완화 정책의 특혜를 받아 왔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프로그램을 1, 2부로 나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유사 중간광고 형태의 ‘프리미엄 광고(PCM)’를 운영해 왔다. 이런 와중에 방통위는 KBS에 대해 중간광고 허용과 함께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37년째 묶여 있는 KBS 수신료를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KBS가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때마다 예로 든 BBC, NHK 같은 공영방송은 상업광고와 협찬 자체를 금한다”며 “중간광고 요구보다는 먼저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따라 수신료 현실화를 요청하는 게 공영방송다운 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BBC는 광고 없이도 직원을 10% 이상 감원하는 등 연간 3%의 예산 절감을 이뤄 방송 재원을 충당했다”며 “‘특혜’를 받아온 만큼 반드시 경영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매체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는 1177억 원 늘어난다. 반면 신문은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광고시장마저 독식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찬수 중소PP발전위원회 회장은 “지상파에 중간광고가 허용되면 안 그래도 어려운 중소 PP들의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작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PP들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꼴”이라며 “지상파들이 공영성이란 책무를 등한시한 채 광고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신무경 기자}
“하루 14시간씩 일주일 내내 작업해서 한 편을 올리면 한두 시간 만에 불법 사이트에 버젓이 떠돌아다녀요. 불법 도박이나 음란물 광고가 더덕더덕 붙은 채로요. 이런 걸 볼 때마다 웹툰을 계속 그려서 뭘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요.”(20대 웹툰 작가 B 씨) 5월 국내 최대의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이 검거되면서 웹툰업계에는 ‘불법 웹툰 공유를 근절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밤토끼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와 피해 규모는 이미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업계에선 “이대로라면 한국 웹툰은 3년 안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웹툰 산업 분석 업체인 웹툰가이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밤토끼 검거 직후인 6월 5억2904만 건까지 줄었던 불법 웹툰 사이트의 페이지 조회수(PV)는 3개월 만인 9월 다시 7억4810만 건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수준(7억5911만 건)을 회복한 것이다. 강태진 웹툰가이드 대표는 “밤토끼 검거 이후 소규모·신생 사이트들이 급성장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활개 친 후 2년 만에 수입이 3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젠 우울증 약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가 힘듭니다.”(30대 웹툰 작가 A 씨) 현재 운영 중인 곳만 200여 개로 추산되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들은 유료로 게재된 웹툰을 자동으로 복사해 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대부분 해외에 적을 두고 있기에 운영진 검거가 어렵고 저작권 침해 신고로 차단돼도 금세 사실상 똑같은 사이트를 열어 운영을 재개한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12일 현재 유명 불법 사이트인 ××코믹스의 도메인 주소는 ‘https://××19.com’이었다. 차단된 후 유사 사이트를 열어 운영하기를 19차례나 반복했다는 뜻이다. 불법 사이트는 국내 웹툰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위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웹툰 플랫폼들 사이에선 학원물 같은 남성 취향의 웹툰 작품에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법 사이트 이용자 중 남성의 비중이 높아 남성 취향 웹툰은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순정물 같은 여성 취향의 웹툰이 더 선호된다”고 말했다. 불법 웹툰 감상을 범법행위로 여기지 않는 인식도 문제다. 김동훈 만화가는 8월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웹툰 작가가 들어가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조차 불법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불법 사이트에서 작품을 본 독자들이 팬레터를 보내오기도 한다”며 허탈해했다.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 차단은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심의한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재차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이 때문에 한 사이트를 차단하는 데 평균 2개월이 걸린다. 웹툰 업계에선 저작권 심의를 저작권 보호원으로 일원화해 차단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방심위에선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은 “어느 쪽으로든 빨리 결론이 나 차단에 걸리는 기간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는 게 만화가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어안이 벙벙해요. 유럽에선 그야말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이나 마찬가지인데, 제 작품이 ‘앙굴렘’에 오르다니요!” 송아람 만화가(37)의 만화 ‘두 여자 이야기’(이숲)가 내년 1월 열리는 ‘만화계의 칸 영화제’ 제46회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2018년 프랑스어로 정식 출간한 만화는 4500여 종. 그 가운데 올해는 45편만 엄선했을 정도로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큰 영예다. 한국 만화계는 2017년 ‘나쁜 친구’로 ‘새로운 발견’상을 받은 앙꼬 작가에 이어, 또 한 번 앙굴렘 수상자를 배출하길 기대하고 있다. 송 작가는 국내에선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해 왔지만, 유럽 만화계에선 겨우 3개월여 전 데뷔한 신인인지라 이번 성과가 더 놀랍다. 그는 “9월 ‘두 여자…’가 출간되기 전까지 유럽 쪽과는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며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두 여자…’는 홍연과 공주, 두 동갑내기 친구의 이야기. 프리랜서 만화가인 홍연은 혼전 임신으로 예정에 없던 결혼을 하지만 ‘쿨한 유부녀’가 될 거라 장담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육아 스트레스와 고부 갈등으로 결혼 생활은 엉망이 된다. 친구 공주는 잡지사 기자를 꿈꾸지만, 할머니와 어머니의 병 수발을 차례로 든 뒤 꿈을 포기한다. 둘은 불합리한 세상을 적당히 타협하고 참아낼 뿐 통렬한 한 방을 날리지는 못한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보는 내내 답답했다’는 감상 평을 주시는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잘 그려냈다는 칭찬으로 생각해요. 며느리가 제사상을 뒤엎으면 순간의 ‘사이다’는 될 수 있겠지만 해결책은 아니죠. 여성이 바보 같아서 참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제사와 고부 갈등, 노부모 봉양 등 한국적 색채가 짙은 작품임에도 어떻게 프랑스에서 주목받게 된 걸까. 송 작가는 “소수자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늘날 전 세계를 관통하는 이슈이기에 유럽에서도 공감을 산 것 같다”고 자평했다. 송 작가는 2015년 발표한 자전적 얘기를 담은 첫 장편만화 ‘자꾸 생각나’가 작품 인생에서 큰 변곡점이 됐다. ‘두 여자…’ 속 홍연과 공주 또한 작가 본인과 친구를 모델로 했다. 차기작으로 준비하는 ‘오렌지족의 최후’에선 조기 유학을 떠난 부잣집 10대들의 삶을 다룰 예정. 역시 작가가 10대 시절 캐나다에서 유학하며 보고 겪은 일들이 바탕이 됐단다. “거창한 포부를 갖고 이 만화를 그린 건 아니에요. 독자분들이 제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또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해 볼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생각보다 말수가 적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방송에선 쾌활하고 까부는 역할로 많이 나오지만, 실제 성격은 ‘최고의 이혼’ 속 조석무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차태현·42)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KBS ‘최고의 이혼’의 출연진이 발표됐을 때 많은 원작 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까칠하고 소심한 조석무(원작의 미쓰오) 캐릭터는 방송과 영화에서 보던 차태현의 기존 이미지와는 정반대였기 때문. 하지만 차태현은 역시 차태현이었다. 조금 ‘찌질’하지만 현실적인 남편 연기를 찰떡같이 선보여 많은 기혼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낸 그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지난달 말 종영한 ‘최고의…’는 ‘결혼=행복한 결말’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대다수 드라마와 달리 결혼 후에 이어지는 커플들의 ‘지지고 볶는’ 감정들을 그려내 공감을 자아냈다. 차태현은 “결혼이 고문과 같은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석무가 100% 이해되지는 않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확신이 없다면 결혼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감사하게도 나는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확신을 얻어 결혼했다”는 자랑(?)을 덧붙였다. 과연 학창시절 첫사랑과 결혼한 순정남다운 면모였다. 한데 ‘최고의…’는 공감 가는 드라마라는 호평과는 별개로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이 5%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차태현은 “연기하는 모든 작품이 다 ‘신과 함께’처럼 흥행에 성공할 수는 없겠지만 (시청률이 낮아) 제작진에게 미안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목표는 시청자에게든, 제작진에게든 ‘본전은 꼭 찾아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란다. 1995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23년 차 배우로, 아직도 영화 ‘엽기적인 그녀’ 속 견우가 겹쳐 보일 정도로 동안 외모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덧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최고의…’를 하면서 제 나이에 근접한 배역을 연기한다는 점이 가장 좋았어요. 언젠가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 선배가 맡아오던 역할들을 제가 하게 될 날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게 다 한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채널A 아카펠라 음악 예능 ‘보컬플레이’에서 비트박서 에이치하스(H-has·본명 하태현·23)와 히스(hiss·본명 최현서·18)를 본 청중과 프로듀서들은 경악했다. 히스가 마이크에서 나오는 목소리만으로 폭풍 같은 드럼 비트 위에 각종 전자음과 금관악기의 선율을 층층이 쌓아 올려 ‘데스파시토’와 ‘홀리데이’를 재해석하는 신공을 펼쳤기 때문이다. 에이치하스는 중국 전통 현악기인 얼후(二胡) 소리를 내면서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해 객석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판정단의 가수 윤상은 “단순한 비트박서가 아니다. ‘뮤직 박서(Music Boxer)’라고 부르고 싶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프로듀서 뮤지와 함께 팀을 이룬 두 사람은 ‘창의성’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경연에서 ‘이태원 프리덤’ 리믹스 곡을 선보였고, 판정단(보컬메이트)과 관객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MVP(Masterpiece of Vocal Play)를 거머쥐었다. 혈혈단신 마이크 한 자루만으로 듣는 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는 두 비트박서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세계 대회에서 처음 만난 외국 비트박서들과도 그 자리에서 비트박스를 주고받아요. 가사가 필요 없으니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비트박스의 가장 큰 매력이죠.”(히스) 히스는 18세에 이미 국내 ‘원톱’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비트박서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의 비트박스 대회 ‘코리아비트박스챔피언십’ 2018년 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그랜드비트박스배틀’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석할 정도다. 그는 소문난 연습벌레기도 하다. 스네어드럼의 가장자리를 활용한 주법인 ‘림샷’ 소리를 완벽하게 내기 위해서만 1년 6개월을 투자했단다. 에이치하스도 “히스의 연습량은 남들이 10년에 걸쳐 할 연습을 2, 3년 안에 몰아서 하는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비트박스 대회에선 예선에서 탈락한 사람도 아무도 집에 가지 않아요. 음악 자체를 즐기고, 상대를 ‘리스펙트’ 하는 거죠.”(에이치하스) 역시 국내 챔피언 출신(2015년)인 에이치하스는 유명 비트박스 대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20세이던 2015년부터 매년 여름 부산에서 ‘다이투다이’를 개최하는데, 이 대회는 국내 대회 중 가장 많은 참가자를 자랑한다. 매년 청소 용역, 신문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대회 운영비를 마련했단다. 그는 12월에 그룹 노라조의 조빈과 함께 작업한 음원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비트박스는 소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늘 새로운 소리를 연구하고, 소리를 통해 비트박서의 창의성을 드러내죠.”(에이치하스) “해외 비트박서들이 ‘보컬플레이’를 두고 ‘어메이징 쇼’라고 극찬하더군요. 국내외를 통틀어 비트박스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준 첫 프로그램이거든요. 지금까지 비트박스가 ‘악기’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면, 앞으로 비트박스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키는 게 저희의 꿈이랍니다.”(히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게 다 한 사람이 내는 소리라고?” 채널A 아카펠라 음악 예능 ‘보컬플레이’에서 비트박서 에이치하스(H-has·본명 하태현·23)와 히스(hiss·본명 최현서·18)는 청중과 프로듀서들을 경악에 빠트렸다. 히스가 마이크에서 나오는 목소리 만으로 폭풍 같은 드럼 비트 위에 각종 전자음과 금관악기의 선율을 층층이 쌓아 올려 ‘데스파시토’와 ‘홀리데이’를 재해석하는 신공을 펼쳤기 때문이다. 에이치하스는 중국 전통현악기인 얼후(二胡) 소리를 내면서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해 객석을 황홀경에 빠뜨렸다. 판정단의 가수 윤상은 “단순한 비트박서가 아니다. ‘뮤직 박서(Music Boxer)’라고 부르고 싶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어 프로듀서 뮤지와 함께 팀을 이룬 두 사람은 ‘창의성’을 주제로 열린 첫 번째 경연에서 ‘이태원 프리덤’ 리믹스 곡을 선보였고, 판정단(보컬메이트)과 관객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얻으며 MVP(Masterpiece of Vocal Play)를 거머쥐었다. 혈혈단신 마이크 한 자루만으로 듣는 이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있는 두 비트박서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세계 대회에서 처음 만난 외국 비트박서들과도 그 자리에서 비트박스를 주고받아요. 가사가 필요 없으니 언어가 달라도 소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비트박스의 가장 큰 매력이죠.”(히스) 히스는 18세에 이미 국내 ‘원탑’을 넘어 세계적 수준의 비트박서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의 비트박스 대회 ‘코리아비트박스챔피언십’ 2018년 대회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그랜드비트박스배틀’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대회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석할 정도다. 그는 소문난 연습벌레기도 하다. 스네어드럼의 가장자리를 활용한 주법인 ‘림샷’ 소리를 완벽하게 내기 위해서만 1년 6개월을 투자했단다. 에이치하스도 “히스의 연습량은 남들이 10년에 걸쳐 할 연습을 2~3년 안에 몰아서 하는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비트박스 대회에선 예선에서 탈락한 사람도 아무도 집에 가지 않아요. 음악 자체를 즐기고, 상대를 ‘리스펙’ 하는 거죠.”(에이치하스) 역시 국내 챔피언 출신(2015년)인 에이치하스는 유명 비트박스 대회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20세이던 2015년부터 매년 여름 부산에서 ‘다이투다이’를 개최하는데, 이 대회는 국내 대회 중 가장 많은 참가자를 자랑한다. 매년 청소 용역, 신문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대회 운영비를 마련했단다. 그는 12월 중 그룹 노라조의 조빈과 함께 작업한 음원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비트박스는 소리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늘 새로운 소리를 연구하고, 소리를 통해 비트박서의 창의성을 드러내죠.”(에이치하스) “해외 비트박서들이 ‘보컬플레이’를 두고 ‘어메이징 쇼’라고 극찬하더군요. 국내외를 통틀어 비트박스를 하나의 장르로 인정해준 첫 프로그램이거든요. 지금까지 비트박스가 ‘악기’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면, 앞으로 비트박스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키는 게 저희의 꿈이랍니다.”(히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런 멘트가 자주 등장하게 될 우려가 커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9일 ‘차별적 규제 해소’를 근거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으나 방송의 공공성 훼손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연기했다.○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반대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공공성을 이유로 지상파 공영방송은 중간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과소비 방지 차원에서 중간광고가 금지된 뒤 광고 매출이 감소한다는 이유로 중간광고 도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미 지상파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광고(PCM)’ 명목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운영해 왔다.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1부와 2부로 나누고 중간에 광고를 끼워 넣는 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편법으로 중간광고를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한열 방통위 방송기반국장은 지난달 23일 “지상파의 콘텐츠 품질 하락이 시청자의 손해로 돌아오고 있다”며 중간광고 허용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상파의 광고 매출 하락이 중간광고 도입 명분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 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자회사를 포함한 지상파의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증가해 같은 기간 3조9145억 원에서 3조9987억 원으로 842억 원이 늘었다. 주문형비디오(VOD), 재송신료 등의 수익이 증가한 결과다. 계열사를 포함한 지상파 광고 점유율도 2016년 기준 60.3%로 절반을 넘는다. 지상파 3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도 2011년 2조2064억 원에서 2016년 2조4712억 원으로 늘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에 따르면 중간광고가 도입될 경우 2021년 지상파 광고비가 1177억 원이 증가한다. 반면 신문 광고비는 216억 원, 케이블TV는 114억 원, 잡지는 50억 원이 줄어든다. 매체 간 균형발전이 저해된다는 지적이다. 여론도 중간광고 도입에 부정적이다. 10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9%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반대했다. 찬성(30.1%) 의견의 두 배가 넘는다. ○ 방만 경영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중간광고 도입 전에 지상파의 방만한 경영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KBS는 올해 상반기 441억 원, MBC는 53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KBS 임직원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비중이 60%를 넘고,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 진행자 김제동 씨가 회당 350만 원의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석진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상파의 시청률 하락은 특정 이념에 편향된 프로그램들을 만들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결과다. 방만한 경영과 고임금 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지상파에 대한 규제 완화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12년에는 지상파 심야방송이 허용됐고, 2015년에는 지상파 광고를 자율적으로 편성하게 한 광고총량제가 도입됐다.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 대역 주파수도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지상파에 무상으로 할당했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지상파는 거듭되는 특혜성 조치에도 콘텐츠 질과 시청률 등에서 과거보다 나아진 게 없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의 사회적 역할 및 공적 책임을 강조해 왔던 현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중간광고는 시청률 경쟁을 심화시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상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지상파 광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 외에 어떤 장점도 보이지 않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