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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최소 9곳, 최대 16곳에서 펼쳐지는 ‘미니 총선’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121석)과 자유한국당(116석)의 원내 제1당 지위가 바뀔 수도 있다. 여야는 이 선거만을 놓고서도 총선 못지않은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12일 현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확정 지역은 서울 노원병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광주 서갑, 울산북, 충남 천안갑, 전남 영암-무안-신안 등 7곳이다. 최대 격전지가 될 서울 송파을에 민주당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친문(친문재인) 최재성 전 의원과 송기호 변호사가 출사표를 냈다. 한국당은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전략 공천했다. 여기에 각각 경남지사와 경북지사 선거 출마가 확정된 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을)과 한국당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의 지역구도 사표가 수리되는 대로 추가된다. 이 9곳은 기존 한국당 3석, 바른미래당 3석, 민주당 민주평화당 민중당이 각각 1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호남을 제외한 7곳 모두를 석권하면 122석을 확보해 민주당보다 많거나 민주당과 같은 의석을 갖게 되는 셈이다. 당내 경선이 마무리되고 ‘미투’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민주당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이 사퇴하면 재·보선 지역은 16곳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만약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였다면 과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겠느냐.”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비용으로 외유성 출장을 떠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김기식 원장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한 이야기다. 청와대가 금감원장의 인사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금융 검찰’로 불리며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감원장은 여야 협의를 거쳐 국회 인사청문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 안 받는 ‘금융검찰 총수’ 김 원장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다녀온 유럽 출장 건 등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면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핵심 검증 조항으로 올랐을 것이라는 게 국회 안팎의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의 장관 인사청문회를 경험한 야당 관계자는 “해외 출장은 수많은 검증 항목 중 기본에 속한다. 김 원장의 경우는 무조건 청문회에서 정치 쟁점화됐을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절차 외에는 금감원장에 대해 제동을 걸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처음 시작됐다. 처음에는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요한 17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3년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으로까지 인사청문회가 확대됐다. 이후 모든 국무위원(장관), 방송통신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등이 추가되면서 지금은 63개 자리가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되기 전 금감원장도 함께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검토됐지만 유보됐다. 여권은 19대 국회 때 ‘금감원장을 포함한 차관급 인사까지 인사청문회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 반관반민(半官半民)이지만 공공기관처럼 운영 금감원은 현행법상 민간기구지만 사실상 공공기관처럼 운영되고 있다. 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당연직 금융위원이다. 금감원은 국회 국정감사를 받고 예산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쓴다. 또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아 4급 이상은 재산신고를 하고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의 재산신고 내용은 공개된다. 업무 내용도 금융검찰이라 불리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법무부의 실행기관이 검찰청이라면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가 설정한 목표를 실행하는 금융검찰이다. 최근 삼성증권 유령 주식 파문이나 은행권 채용비리 등 금융권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아 향후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금감원장 인선 과정에서 자격 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는 “금감원은 금융위원회보다 금융시장과 더 가깝고 힘도 세다. 전문성 도덕성 리더십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 출장 파문을 계기로 금감원장은 물론이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세청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다른 주요 직책에 대해서도 인선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김 원장 논란이 폭로전 양상인데 차분하게 제도 개선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금감원장에 대한 검증 강화가 오히려 정부와 국회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이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로부터 영향을 받을 경우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는 “금감원의 성격을 일본 금융청처럼 공공기관화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황태호·홍정수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5개월간 정치 후원금을 3억7000만 원이나 ‘땡처리’ 하듯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자금법 취지에 벗어난 사적 경비, 부정한 용도로 사용됐다”며 신속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11일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2016년 5월 29일)를 10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연구단체인 ‘더좋은미래’에 5000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한꺼번에 계좌이체 했다”고 말했다. 더좋은미래는 김 원장이 소속됐던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이다. 한국당이 공개한 김 원장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부에는 더좋은미래 사무실이 김 원장의 의원 사무실 주소인 국회 의원회관 902호로 돼 있다. 더좋은미래는 김 원장이 임기 만료 뒤 소장을 맡은 더미래연구소로 이어졌다. 김 원내대표는 “김 원장이 더좋은미래에 ‘셀프 후원’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동료 의원 등에게도 후원금을 돌렸다. 그해 3월 25일부터 일주일간 같은 당 남인순 박홍근 의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등 3명에게 200만 원씩을, 우원식 김현미 이학영 의원 등에게 100만 원씩 총 16명에게 모두 2000만 원을 후원했다. 임기 만료 9일 전에는 보좌진 6명에게 200만∼500만 원씩 2200만 원을 지급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별금 형식의 퇴직금은 개인 계좌를 통한 지출은 무방해도 정치자금 계좌에서 이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부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임기 만료를 앞둔 5개월간 3억7000만 원을 동료 의원 후원, 보좌진 퇴직금, 해외 시찰 등에 사용했다. 임기 만료 이후 소속 당인 민주당에는 405만 원을 계좌로 이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임기 만료 시 남은 정치자금을 소속 당이나 국고로 반납해야 한다. 한편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신고한 재산은 2013년 4억7730만 원에서 2016년 12억5630만 원으로 늘어났다. 정치 후원금 계좌의 3억여 원을 빼더라도 4억 원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홍정수 hong@donga.com·박훈상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간 외유를 둘러싸고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청와대는 해임은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지만 여당 내에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김 원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2015년 5월 25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벨기에 스위스는 물론이고 이탈리아도 다녀왔다. 같은 달 19일 김 원장이 우리은행 부담으로 간 중국 인도 출장에 동행했던 인턴 비서 김모 씨(여)도 함께했다. 김 원장, 인턴 비서 김 씨, KIEP 직원 등은 공식 일정이 없는 토요일인 그해 5월 30일 로마에서 차량 렌트비 80만 원, 가이드 비용 30만 원 등을 썼다. 이와 함께 김 원장은 비서 김 씨와 정치자금을 활용해 19대 의원 임기를 9일 남긴 2016년 5월 20일 유럽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땡처리’하려고 항공료, 호텔비, 차량 렌트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날 2016년 5월 출장에 대해 “해외 출장을 가기 전에 선관위에 문의했고 정치자금을 사용해 출장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김 원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각각 고발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황태호 기자}
“나도 의정 활동을 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저런 식으로 피감기관의 돈을 받아 해외에 가본 적은 없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초선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10일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피감기관 지원 출장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19대 국회까지는 조금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 원장 말처럼 국회 자체 예산이 아니라 피감기관을 비롯한 외부 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가는 게 과연 관행이었을까. 동아일보가 김 원장 출장 논란 후 접촉한 20여 명의 여야 의원들의 답변과 19대 국회 전후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일반화된 관행’으로 규정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의원들은 대부분 “19대 국회는 물론이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다선 A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원장이 ‘국회의 관행’이라고 말한 것은 국회의원 대다수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며 “의원 시절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을 강조했는데 피감기관을 통한 출장 논란을 관행이라며 피하려는 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비난했다. 야권의 다선 B 의원은 “각종 협회나 공공기관 등 피감기관이 많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피감기관과 가는 해외 출장 제의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야권의 3선 C 의원은 “나도 몇 번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을 나갔고 관행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출장의 내용과 대가 관계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며 그런 점에서 김 원장의 출장은 불법성이 짙다”고 말했다. 사실 의원들의 ‘스폰서 출장’을 막기 위한 통제장치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을 포함해 외부 지원을 받아 해외 출장을 가려면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윤리실천규범은 1991년, 국외활동 신고에 관한 지침은 2000년부터 이미 시행돼 왔다.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이어진 국회의 특권 폐지 운동과 해외 출장 관련 추문들도 김 원장의 ‘관행론’과 배치된다. 17대 국회에선 ‘차떼기 대선 자금’ 논란 이후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국회 차원의 자정 운동이 벌어졌다. 2004년 관광성 해외 출장 하지 않기 등의 구호가 여야에서 앞다퉈 나왔다. 해외 출장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상은 전 의원 등이 국토해양위원회에 있으면서 한국선주협회로부터 3000여만 원을 지원받아 해외 항구 시찰을 다녀온 것에 대해 검찰은 2014년 9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도 했다. 비록 무죄는 났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해외 출장이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퍼진 시점이다. 이런 움직임들은 김 원장이 출장을 갔던 2015년 전후에 강하게 일어났다. 특히 이때는 국회가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처리를 논의하던 때였고 김 원장은 관련 법안 상임위인 정무위원회의 야당 간사였다.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정치외교학)는 “김 원장은 스스로를 늘 ‘반부패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강조해 와 그를 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있다. 그런데도 ‘관행’이라는 해명을 하는 것을 보면, ‘선민의식’이 오히려 성찰에 방해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최우열 dnsp@donga.com·박성진·홍정수 기자}
‘인천→워싱턴(1만1200km), 워싱턴→브뤼셀(6226km), 브뤼셀→로마(1174km), 로마→제네바(696km), 제네바→인천(8999k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2015년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간 미국과 유럽 출장 직선거리를 모두 합하면 총 2만8295km다. 지구 북반구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돈 셈이다. 김 의원과 김모 비서, KIEP 관계자 등 총 6명이 국제기구 네트워크 점검 명목으로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를 다녀왔다. 특히 김 원장 일행이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한 2박 3일 일정에 ‘외유성 관광’ 의혹이 제기된다.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김 원장은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로마에 머물렀다. 당시 이탈리아는 4일간의 황금연휴 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공식 일정은 29일 이탈리아 중앙은행 관계자와의 1시간 반가량의 면담 일정 하나뿐이었다. 출장 계획서상 30일(토)은 ‘휴일’로 기재돼 있고, 31일에도 로마∼제네바 이동 외에는 공식 일정이 없다. 로마 일정 때문에 이동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전 세계 거리를 계산하는 ‘’상 브뤼셀∼제네바 거리는 535km다. 로마를 경유하면 1870km(브뤼셀∼로마 1174km, 로마∼제네바 696km)가 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로마에 3일이나 머물러야 할 명분과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관광을 위해 로마를 경유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원장은 당시 로마 일정에 대해 “유럽에서 해본 면담 중 기관 측이 가장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준 3대 면담 중 하나”로 평가했다. 황금연휴 직전에 중앙은행 관계자가 6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김 원장이 20대 총선에 낙선하고 19대 의원 임기 만료 전인 201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추가 폭로했다.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삥땅치는(가로챈) ‘땡처리’ 외유”라는 것이다. 김 원장의 임기는 그해 5월 29일 종료됐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김모 비서를 동행한 이 출장에서 독일 쾰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숙박비로 각각 22만9000원, 51만 원을, 차량 렌트비로 총 109만 원을 지출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김 원장의 독일 출장 당시) 공식 일정은 20일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독일의 금융정책기관인 KfW(독일재건은행) 퇴직임원과 면담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원장이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비용 지원을 받아 간 미국·유럽지역 출장에 동행했던 여자 비서가 당시 인턴 신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해 우리은행의 지원으로 다녀온 중국·인도 출장 때도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는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개인 관광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 원장을 해임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며 김 원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9일 국회에 따르면 당시 김 원장의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비서는 김 원장이 금감원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김모 씨(29·여)다. 그는 김 원장이 19대 의원일 때인 2012년 6∼8월과 2015년 1∼6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의원실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KIEP가 비용을 부담한 미국·유럽 출장은 김 씨의 두 번째 인턴 재직 기간에 이뤄졌다. 앞서 8일 김 원장은 국회 재직 때의 외유성 출장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당시 동행한 비서는 행정·의전 담당 비서가 아니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였다”고 해명했지만 김 씨가 인턴 신분이라는 점은 밝히지 않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턴은 엄연한 교육생이다. 정책 업무 보좌로 인턴을 동행했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인턴 기간 종료 후 1년 반 만에 7급 정규 비서관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도 야당에서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또 김 원장은 2015년 5월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간 중국·인도 출장에 대해 “출장 목적에 맞는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출장 중 관광 일정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원장은 출장 첫날 우리은행 충칭 분행 개점식에 참석한 뒤 이틀째 오후 5시에 출발하는 인도 첸나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우리은행 편의를 받아 시내 관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서는 김 원장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외유성 출장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원장은 시민단체 시절 부정부패 정치인의 퇴출운동을 주도했고 국회에서는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다”며 “그래서 더 가증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정무위 의원 시절 비서와 인턴을 구분하지 않고 소관 부처별로 담당자를 두고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또 초고속 승진 지적에 대해서도 “결원이 생길 때마다 주로 내부 승진을 시켰다”며 특혜를 준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김 원장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이달 6∼9일 김 원장의 의혹에 대한 내용을 확인했다”며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민정수석실은 김 원장과 해외출장에 동행했던 홍일표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원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직원들의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여성 인턴 동행에 대해 “인턴을 대동한 국외 출장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고 해도 이상할 정도”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황태호 taeho@donga.com·문병기·홍정수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해외 출장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그러나 “출장 후 관련 기관에 오해를 살 만한 혜택을 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 원장은 8일 금감원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김기식 금감원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에서 “의원 시절 공적인 목적으로 관련 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며 “국민의 기대와 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공직자로서 처신을 보다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 시절인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2박 3일간 우즈베키스탄 출장을 다녀왔고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으로 2박 3일간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를 방문했으며 같은 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9박 10일간 미국과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며 외유성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 김 원장은 해외 출장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기관이 출장 동행을 요청했다”거나 “출장 목적에 맞는 공식 일정만 소화했다”며 적극 해명했다. 특히 KIEP 출장 시 여비서와 동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상 이유로 보좌진 1인이 동행하기로 되어 있었고 당시 동행한 비서는 행정·의전 담당 비서가 아니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산하 연구기관을 총괄 담당하는 정책비서였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김 원장 임명 철회 계획에 대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7일 KIEP 출장에 대해 해명하면서 “KIEP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도 지부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해 현장답사에 (유럽) 지역을 넣었는데, KIEP의 시도가 좌절됐다고 한다”며 “KIEP로서는 실패한 로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비를 인정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8일에는 “KIEP가 로비 차원으로 했다 할지라도 실패한 게 아니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말을 바꿨다. 한국당은 김 원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한국당은 김 원장을 뇌물죄, 직권남용, 정치자금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 검증을 담당한 청와대가 직접 (김 원장을) 고발조치하고 검찰에 즉각적인 수사 착수를 독려하길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 비리로 낙마한 뒤 새로운 수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휘말리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원장이 취임사로 ‘감독당국으로서 영(令) 세우기’를 강조한 마당에 금감원 위상이 또다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강유현 yhkang@donga.com·홍정수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한 경호 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 여사에 대한 청와대 경호처의 경호를 연장하라고 지시한 것이 ‘대통령 경호실 폐지’ 공약과도 상반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장관급에 해당하는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에 경호국을 신설해 경호실 조직을 흡수한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권위주의 산실인 대통령경호실의 비대한 조직을 폐지하고 경찰이 대통령을 비롯한 각종 요인 경호를 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공약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광화문 대통령’ 구상이 미뤄지면서 잠정 보류됐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 여사에 대한 경호를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김진태 의원 등의 지적을 반박하며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으라고 지시한 것은 ‘대선 후보 문재인’과는 전혀 다른 태도”라며 “법률적인 책임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비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이 외치(外治)를 담당하는 대통령은 국민이 뽑고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국무총리는 국회가 뽑는 자체 개헌안을 확정해 3일 발표했다. 6월에 국회 개헌안을 발의해 9월 국민투표에 부친다는 ‘개헌 로드맵’도 공식화했다. 구체적인 개헌안을 공개한 한국당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하라는 압박을 강화하면서 여야의 충돌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당, 의원내각제 요소 강화 한국당 개헌안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해 국무총리와 나누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를 ‘분권 대통령·책임 총리제’라고 부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현행 헌법대로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면 총리가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기보다 대통령만을 바라보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기존 행정권 중 외치에 해당하는 통일·국방·외교 업무는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총리가 통할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다. 다만 대통령도 의회를 견제할 수 있도록 내각과 의회 사이에 협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의 제청을 받아 국회를 해산할 권리를 명시해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했다. 한국당은 대통령 임기나 연임은 대통령 권한 분산이 이뤄지면 여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무총리는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선출할 수 있게 했다. 당 관계자는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선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장관 등 국무위원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같은 정부 형태는 차기 대통령부터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 대통령제로 바꾸는 내용의 대통령 개헌안과는 간극이 커 여야 협의 과정에서 대립이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 개헌안은) 대통령 안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회의원 특권은 폐지, 기본권 강화엔 소극적 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보다 국회의 권한을 더 강화한 만큼, 국회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항들도 포함시켰다. 국회의원의 대표적인 특권으로 꼽히는 불체포 특권은 대통령 발의안에 남아있지만 한국당 개헌안에서는 폐지하기로 했다. 면책 특권에 대해서도 좀 더 분명한 제한을 두기로 했다. 대통령 개헌안에 명시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를 막을 장치만 있으면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에 대해서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권 강화 등 그 외 대통령 개헌안의 기본권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일 “특정 집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헌법에 담는 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가 자원을 무한정 가진 것처럼 여기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도 “법률을 넘어 헌법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국당은 헌정특위의 활동 기한인 6월 말까지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안을 발의하자며 여권이 요구하는 ‘6·13지방선거 동시투표’에 재차 반대했다. 한국당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조문을 완성해 국회 헌정특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헌정특위는 각 교섭단체가 개헌안을 제출하면 운영을 재개키로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자유한국당이 ‘국회총리 선출’과 선거의 비례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자체 개헌안 10대 포인트를 공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3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시대정신에 역행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반드시 종식시킬 것”이라며 자신들의 개헌 방향을 설명했다. 핵심은 국민 직선의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하는 국무총리가 국정을 분담하는 권력구조 개편이다. 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정치적 책임과 정책적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총리를 선출하는 국회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3가지 장치를 내걸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폐지 및 면책특권의 제한적 허용 △민의와 선거 결과의 일치도를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의 비례성 강화 △선거연령 만 18세 명문화다. 대통령 권한을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5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감사원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헌법기관장에 대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배제하고 그것을 시작으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장 인사는 인사추천위와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산법률주의를 명확히 하고 국가 재정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재정준칙 도입, 자치재정권 및 자치행정권과 자치조직권을 강화하는 것은 재정·행정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관제 개헌’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개헌 발의권 삭제도 개헌안에 들어가 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사회적 기본권을 함께 강화하는 내용도 넣을 방침이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이전엔 ‘분권형 개헌’을 지지했던 발언들을 공개하며 심리전에 나섰다. 실제로 친문(친문재인) 핵심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는 2015년 2월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개헌 방향을 설명하며 “대통령은 직선으로 뽑되 국가원수로서 국군통수권과 의회해산권 등 비상대권을 갖는다.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고 책임진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2016년 11월 언론 인터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최우열 dnsp@donga.com·홍정수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자를 평소보다 2개 면 늘린 8면으로 발행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김정은이 처음으로 해외 정상을 만난 자리인 만큼 ‘조중(朝中) 친선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추동한 력사적인 사변’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8개 면 중 1∼7면을 관련 기사에 할애했다. 25일 단둥에 도착한 순간부터 27일 중국을 떠나는 순간까지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사진은 총 65장에 이른다. 1, 2면에는 김정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세게 잡고 악수하는 사진을 크게 실었다. 대부분의 기사는 중국의 환대에 초점을 맞췄다. 방중 일정을 전반적으로 정리한 6면에서는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동지와 (부인) 리설주 녀사께서 타신 자동차 행렬은 21대 모터찌클(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낚시터(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으로 향하였다”고 보도했다. 댜오위타이 국빈관은 각국 정상이 머무는 영빈관이다. 27일 오찬을 다룬 기사에서는 “시종 화기롭고 혈연의 정이 차 넘치였다”고 강조했다. 7면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연회에서 한 연설의 전문을 게재했다. 노동신문은 비핵화 등 회담 내용과 관련해선 “습근평(시진핑) 총서기 동지와 조중 친선관계 발전과 절박한 조선반도 정세 관리 문제들을 비롯해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고만 전했다. 노동신문이 분량을 늘려가면서까지 이번 방중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김정은의 리더십과 외교적 업적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행한 부인 리설주에 대해서도 수차례 언급하며 시 주석 부인 팽려원(펑리위안) 여사의 카운터파트로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도 9개 기사에 걸쳐 중국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 다음 날인 27일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국회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협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나 4대 쟁점 중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는 1차 시한인 다음 달 27일까지 국회 합의안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회동에서는 전날 합의한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혁, 헌법 개정 투표일 등 네 가지 개헌 패키지를 논의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 회동에서 네 가지 패키지에 대해 각 당의 의견을 문서로 자세히 서술해 제출한 뒤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가 우선 협상하기로 한 네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한 당론을 정해 오면 이걸 바탕으로 추가 조율을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30일 개헌 의원총회를 열고 당의 입장을 정리한 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은 정권교체 전인 지난해 2월 당시 야3당이던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합의했던 개헌안을 일부 수정해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회동에 앞선 모두발언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묻어났다. 우 원내대표는 “굳게 닫힌 개헌의 문이 열렸다. 대통령 개헌안은 우리 당론의 중심적 내용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다”며 민주당 개헌안과 대통령 개헌안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개헌안에 합의만 한다면 대통령 개헌안은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이제 야당 개헌안을 테이블에 올릴 때”라고 압박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통령 개헌안을 그대로 따른 여당을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을 대표한 국민 개헌안을 만들려는 국회 협상에서 민주당의 독자적 개헌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개헌안은 국회 협상 대상이 아니다. 민주당의 개헌안을 가져오라”고 강조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여당이 청와대의 간섭을 배격할 필요도 있고, 지침을 무너뜨릴 줄 알아야 한다. 야당의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특히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4년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변수다. 야당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고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 또는 선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책임총리제를 구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야 best@donga.com·홍정수 기자}
답보 상태였던 여야 개헌 논의가 27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여야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4월 임시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관련 국회 연설을 하는 데도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한 직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모임을 갖고 국회의 자체적 개헌안 마련을 위한 교섭단체 간 협상에 들어가는 데 합의했다. 우 원내대표는 “필요한 경우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들을 참여하게 해서 풍부하게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장 3당 원내대표와 각 당 헌정특위 간사 등 6인 회의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면 협상에 들어와 8인 회의로 진행될 수 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개헌 관련 의제는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 권력기관 개혁, 헌법 개정 투표일 등 네 가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선 교섭단체 대표가 네 가지를 패키지로 협상해 큰 물줄기를 잡아주면 국회(헌정특위)가 개헌을 완성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지딜’은 그동안 한국당이 여야 개헌 논의의 조건으로 내걸어 왔다. 국회에서 꽉 막혀 있던 핵심 쟁점들에 대한 논의가 각 당 원내대표와 헌정특위 간사로 구성된 8인 체제에서 급물살을 탈지 관심을 모은다. 1987년 개헌 당시 민정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4명씩 8인 정치회담을 구성한 뒤 한 달 만에 합의를 이뤄내기도 했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정부 여당의 ‘6·13지방선거와 동시투표’라는 개헌 시간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홍정수 hong@donga.com·박성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은 급속히 청와대발(發) 개헌 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의결한다. 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오전 6시(현지 시간) 전후에 전자 결재를 하고,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발의 하루 전 법제처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조항을 갑자기 고치는 등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발의 하루 전날 일부 수정하며 졸속 논란 자초 청와대는 25일 오후 갑자기 개헌안 중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개헌안 제25조를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중략)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는 문구로 조정했다. 개정 조항이 18세 미만의 국민에 대한 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행 시기를 다룬 부칙 1조 1항도 논란 소지가 있어 수정했다. ‘이 헌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시행일이 마냥 지체될 수도 있기 때문. 청와대는 이를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하되, 늦어도 2020년 5월 30일에는 시행한다’로 변경했다. 또 개정안 제35조 제2항의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은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으로 고쳤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경 법제처의 심사 결과를 받아 해당 조항을 수정했다. ○ 우원식 “문 닫아걸고 논의” vs 야당 “관제 개헌” 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 접수, 공고되면 헌법상 국회는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5월 24일까지는 의결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이란 카드를 받은 정치권은 자체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시킨 뒤 발의하거나, 합의에 실패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국회가 역할을 못 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낸 것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문을 닫아걸고 머리를 맞대 개헌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당, 유신헌법, 5공 등 독재정권 시절 개헌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겠다는 의도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좋은 개헌안이지만 모든 야당이 반대하는 발의는 거두시길 바란다”고 했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요구에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일종의 월권으로 보고 탐탁해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따져 묻기는 어려웠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원 특활비 상납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이 털어놓은 진술이다. 오 전 보좌관은 남 전 원장 지시로 2013∼14년 매달 5000만 원씩 총 6억 원을 박근혜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는 “남 전 원장이 (특활비 상납에 대해) 과연 적절한 행동인가, 비서관들이 장난치지 않을까 순간 의구심이 든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뇌부는 끝내 최고 권부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오 전 보좌관은 “(남 전 원장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이냐고 따져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과 더불어 4대 권력기관장으로 꼽히는 국정원장조차 청와대 비서관의 전화 한 통에 ‘비밀’ 금고문을 연 것이다.○ ‘권력기관장 인사권’ 견제 빠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발의할 예정인 헌법 개정안 전체 조문 공개 직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권력의 원천인 인사권, 그 가운데서도 4대 권력기관장 인사권이 여전히 대통령 손에 쥐여져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주요 권력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제가 탄생한 미국에서도 각 부처 장관은 물론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장, 각국 대사 등에 대해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도 권력기관장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임명 동의 절차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서 보듯 대통령이 바뀌어야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주요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국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권력기관장은 물론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투표를 의무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감사원의 ‘독립기관화’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 대법관회의가 각 3명씩 감사위원을 선임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관회의가 사실상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사원이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기능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지명 3명 중 여당 몫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감사위원은 최소 7명”이라고 지적했다. ○ ‘대독 총리’ 권한 그대로 내각을 이끄는 국무총리 권한과 임명절차에 대한 개헌안이 제왕적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는 데 미흡하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는 책임총리제 구현을 위해 현행 헌법 조항(‘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에서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대독 총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취약한 총리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고 학회장은 “총리의 ‘대통령 보필’ 문구를 빼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총리에게 분담할 국정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은 물론 추천 권한까지 배제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국민들의 국회 불신이 깊고 대통령제 지지율이 높기 때문에 사실상의 의원내각제로 흐를 수 있는 국회의 임명·추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야가 총리 후보를 복수로 추천한 뒤 대통령이 낙점토록 하면 대통령의 인사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사법부 독립’ 역행 우려 이른바 ‘거점 판사’ 논란을 의식해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약화시키는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입김이 오히려 세졌다는 우려도 있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법원장이 대법관 임명을 제청토록 했다. 문제는 대법관추천위가 대통령 지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법관회의 선출 3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법관을 추천할 수 없었던 대통령이 추천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차 교수는 “대법원장에 대한 실질적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대법원장이 대법관 전체에 대해 제청권을 갖는 한 사법부 독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임명권을 삭제하고, 헌재 재판관들이 호선(互選)으로 소장을 결정하는 개헌안을 마련했다. 헌재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였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러나 호선으로 인해 헌재소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 없어진 만큼 국회가 개입할 여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법부의 동의라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제한하고 입법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법안 발의 요건에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추가한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도 정부가 의원 입법을 추진할 때 여당 국회의원들을 동원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삼권분립 차원에서 입법권은 국회에만 주는 게 옳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 팽팽한 시각차 이제 개헌안 논의는 국회로 넘어왔다.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여야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는 핵심 쟁점은 역시 대통령 권한 축소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여론을 근거로 국회가 국무총리를 임명하거나 추천하는 권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선호하고 있고 한국의 정치 특성까지 감안했을 때 대통령제는 매우 당연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인사권을 보장하려면 현행대로 국회의 총리 임명 동의권만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4당은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려면 반드시 총리 임명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반박한다. 자유한국당은 “책임총리 구현을 위해 국회 선출 혹은 추천이 필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총리제를 내걸었고,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야 협상의 열쇠를 쥔 정당은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제1야당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야4당이 정책협의체를 구상해 국민 개헌안을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화당과 정의당이 반대해 야4당의 별도 개헌안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소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민주당에 이어 한국당도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이후 1차 고비는 청와대의 국민투표법 개정 요구 시한인 다음 달 27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국회가 개헌안을 의결할 수 있는 데드라인인 5월 25일도 개헌 성패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상운 sukim@donga.com·홍정수 기자}
여당 일각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비례성 강화’를 헌법 개정안에 포함해 야권을 설득할 협상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는 선거제도는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아예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비례성 강화를 조건으로 ‘야4당 개헌 정책협의체’를 제안한 데 대한 맞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21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을 내세워 민주평화당, 정의당으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례성 강화를 고리로 국무총리 국회 추천에 대한 야권의 양보를 얻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당론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으나 대통령 4년 연임제나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에 비해 당내 관심이나 선호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소선거구제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정당이 다름 아닌 민주당과 한국당 등 거대 양당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논의 중인 평화당과 정의당은 다당제를 열 수 있는 비례성 강화 개헌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두 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개헌안이 일괄 타결될 수 있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당장 정부 여당의 개헌안에 맞서 야권 결집이 필요한 한국당은 평화당과 정의당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에 ‘야4당 개헌정책협의체’ 구성을 21일 제안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재인 관제 개헌안을 굳이 국회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기보다 국회에서 국민개헌안을 제시하고 국회와 국민 중심으로 개헌을 성취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다른 조항을 어느 정도 양보하더라도 야4당 개헌안을 만들어 정부 여당을 상대로 이른바 ‘분권대통령-책임총리’ 개헌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민주당에도 “26일부터 아무 조건 없는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홍정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 등을 놓고 “야당 탄압”이라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0일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 회의에서 “사냥개들이 출동한다고 국민들이 현혹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날 홍 대표는 평상시와 달리 ‘전투복’인 짙은 색 가죽점퍼를 입고 등장해 “(문재인 정권이) 전국적으로 검찰, 경찰을 동원해 야당 인사들 뒷조사를 하고 걸핏하면 압수 수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유력 후보들을 영입하는 데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검찰과 경찰 등의 ‘표적 수사’ 때문이라는 자체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조만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사기관이 당 소속 기초·광역단체장을 수사하는 사례를 지역별로 수집해 발표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또 “개헌 투표를 하자고 하면 우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안철수 바른미래당 영입위원장은 19일 정대유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을 제1호 영입 인사로 발표했다. 안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조 원대 초대형 토착비리 사건인 인천 송도 비리 의혹을 제기한 공익신고자”라고 정 전 차장을 소개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22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20일 “이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본인의 입장을 충분히 밝힌 만큼 법원의 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 10여 가지 혐의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상황을 감안할 때 영장실질심사 출석이 구속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6기)는 법정 심사를 할지, 서면 심사로 대체할지 21일 결정할 방침이다. 법정 심사를 하게 되면 검사와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구속 여부를 놓고 다투게 된다. 서면 심사를 하면 박 부장판사가 검찰과 변호인들이 각각 제출한 수사기록과 변론서를 검토해 구속 여부를 판단한다. 법정 심리가 열릴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소환 조사를 받았던 서울중앙지검 10층 1001호 조사실 옆 휴게실(1002호)에서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높다. 서면 심사를 하게 되면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할 계획이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정수 기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9일 “강간죄 성립 기준을 국제 기준대로 (피해자가) 동의했는지를 기준으로 폭넓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성립 조건으로 ‘폭행이나 협박’을 들고 있지만 이 조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19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관련 현안보고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이냐”고 묻자 “그렇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정 장관은 “안 전 지사 사건의 경우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느냐”고 묻자 정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강간인지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현행 헌법의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죄’를 손보기 위해 법무부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고발하기 어렵게 만들고 2차 피해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 장관은 여가부가 9일 발표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방지조치 특별점검 중 ‘성희롱 실태 온라인 조사’에 대해 “조사 대상에 권력형 성폭행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