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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 3일 베트남 호찌민의 한 쇼핑몰에서 열린 ‘2019 호찌민 K-푸드 페어’ 소비자행사에는 한국 음식을 즐기러 온 현지인 3만60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초청된 베트남의 인기 유튜버인 딴안 씨가 개인방송에서 한국 곡물스낵을 소개하자 해당 제품의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베트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식품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K-푸드페어의 하나로 진행된 수출상담회에서는 베트남을 포함해 캄보디아, 필리핀 등에서 온 약 130개 회사의 바이어가 한국 식품기업과 거래 상담을 했다. 배, 포도, 버섯 등 신선농산물과 인삼, 건과일 등을 수출하는 국내 농식품 기업 50개사가 현지 기업들과 1700만 달러 규모의 업무협약(MOI)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글로벌 성장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는 신남방 국가들을 대상으로 K-푸드 수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농식품 전체 수출액 69억2830만 달러 가운데 베트남, 태국, 한국의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로 수출한 금액은 18.9%를 차지했다. 권역별로 중국, 홍콩, 대만을 합친 중화권(25.9%)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지난해 아세안 3개국에 수출한 금액은 13억680만 달러로 대중(對中) 수출액(11억1150만 달러)보다 많았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한국 과일이 인기 선물로 자리 잡아 배, 포도, 딸기 등 한국 신선농산물 수입이 지난해 전년 대비 96% 급증했다. 한국 딸기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가 많아 지난해 딸기 총 수출액이 4800만 달러로 9.2% 늘었다. 농식품부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농식품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신남방 국가들을 한국의 새로운 주력시장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현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국 농식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올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9월 태국 방콕, 11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었던 글로벌 K-푸드 페어는 모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베트남에서 인지도가 높은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모델로 홍보 콘텐츠를 만들고, 아세안에서 인기가 많은 아이돌그룹 ‘아스트로’를 내세워 미디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 캄보디아 등 신남방 국가 4곳에서 로드쇼를 열기도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신남방 국가에서 열리는 국제식품박람회에도 참여해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올해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 태국 방콕, 미얀마 양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7개 국가에서 열린 박람회에 8번 참가했다. 신남방 국가들의 거점도시에 한국 농식품 전용 홍보매장인 ‘안테나숍’을 열어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의 안테나숍은 올해 각각 18개, 11개로 늘었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도 각각 6개, 5개의 매장을 열었다. 농식품부는 연말까지 신남방과 신북방 시장에 진출하는 농식품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잔여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한국 농식품 홍보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선농산물 수출은 농가 소득 제고와 국내 수급 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아세안을 중심으로 시장 다변화 전략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서울 아파트가 비(非)강남권에서 1년 만에 2배로 늘었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종부세 아파트’ 증가율(40.9%)을 크게 웃돈다. 24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달 20∼22일 전국의 고가 주택과 토지를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종부세 고지서가 우편으로 일제히 발송됐다. 전체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지난해 46만6000명에서 올해는 최대 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종부세 세수가 작년보다 1조2000억 원가량 늘어난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주택분 종부세는 작년보다 5300억 원 늘어난 9900억 원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처음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20만3174채로 작년보다 50.6% 늘었다. 이 중 4만1466채가 강남3구 이외 지역에 있다. 비강남권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지난해 2만122채에서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모 씨(50·여)는 올해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가 된다. 지난해 집값이 뛰면서 지금 살고 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144m²)의 공시가격이 올해 9억 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재산세도 약 285만 원으로 작년보다 60만 원 올랐다. 그는 “아직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는 못했는데 재산세까지 합치면 300만 원 넘게 세금을 내게 됐다”며 “당장 팔 집도 아닌데 앞으로 매년 세금이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이외 지역에서 크게 늘면서 박 씨처럼 올해 처음 종부세 고지서를 받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종부세 아파트(20만3174채)는 지난해보다 50.6%(6만8296채) 늘었다. 이 가운데 강남 3구 이외 지역 아파트(4만1466채)는 106.1%(2만1344채)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동작구가 지난해 19채에서 올해는 867채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강동(65채→2921채) 마포(985채→2353채) 양천구(4920채→1만248채)도 종부세 대상이 많이 늘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집을 한 채만 갖고 있다는 가정 아래 동작구 이수힐스테이트 아파트(전용 133m²)는 지난해 종부세를 한 푼도 안 냈지만 올해는 20만5088원을 내야 한다. 올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친 보유세는 작년보다 89만1706원 더 많은 307만4506원이다. 양천구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전용 118m²)도 올해 처음 종부세(19만944만 원)를 내야 한다. 재산세를 포함한 이 아파트의 총보유세(322만2893원)는 작년보다 70만5293원 많다. 강남에서는 종부세가 작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곳도 많다. 1주택자 기준 서초구 반포자이(전용 84m²)의 종부세(163만4528원)는 작년보다 90.7% 올랐다. 총보유세는 706만8154원(191만5162원 증가)이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m²)는 종부세(126만6432원)가 129.9% 올랐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뛴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부터는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 부담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해 서울 공시가격을 계속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종부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85%로 작년보다 5%포인트 오른 데 이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00%까지 오른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계속 세금 부담이 커지면 중장기적으로는 다주택자들이 매각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서울 아파트가 비(非)강남권에서 1년 만에 2배로 늘었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의 ‘종부세 아파트’ 증가율(40.9%)을 크게 웃돈다. 24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달 20~22일 전국의 고가 주택과 토지를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종부세 고지서가 우편으로 일제히 발송됐다. 전체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지난해 46만6000명에서 올해는 최대 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종부세 세수가 작년보다 1조2000억 원 가량 늘어난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주택분 종부세는 작년보다 5300억 원 늘어난 9900억 원이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처음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20만3174채로 작년보다 50.6% 늘었다. 이 중 4만1466채가 강남3구 이외 지역에 있다. 비강남권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가 지난해 2만122채에서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난해는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종부세율도 올라 세금이 늘었지만 올해부터는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 부담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계속될 예정인데다 종부세의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에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85%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00%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달 1∼20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연간 수출이 3년 만에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액이 282억12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9.6% 줄었다고 21일 밝혔다. 10월 수출이 14.7% 줄면서 2016년 1월(―19.6%)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개선된 것이지만 전반적인 수출 부진이 여전한 상황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4809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과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 컸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뎌지면서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은 23.6% 줄었다. 석유제품(―3.4%), 선박(―65.3%) 수출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 기간 미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0.5% 늘었지만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으로 수출한 금액은 8.1% 감소했다. 일본(―3.1%), 유럽연합(―25.3%), 베트남(―4.7%) 등으로 수출한 금액도 줄었다. 이달 20일까지 한국이 수입한 금액은 276억13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2% 감소했다. 정보통신기기와 승용차 수입은 늘어난 반면 원유, 가스, 석유제품 등은 수입이 줄었다. 올 초부터 이달 20일까지 전체 수입액도 4464억52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쪼그라들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공정거래위원회가 납품업체에 판촉비 등을 떠넘긴 롯데마트에 400억 원 넘는 과징금을 물렸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에 판촉비용 전가 등 5가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11억85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12∼2015년 ‘삼겹살데이’ 등 각종 돼지고기 할인행사를 하면서 할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사전 서면약정 없이 돈육 납품업체에 떠넘겼다. 해당 기간 내 인천 계양점 등 신규 점포 4곳의 개장 행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사전 서면 약정 없이 판촉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약정을 해도 비용의 50% 이상을 납품업체가 분담할 수 없다. 롯데마트는 납품업체가 파견한 종업원 2782명에 대해 상품 판매나 관리 외에 고기를 자르고 포장하는 일까지 시켰다. 관련법에 따르면 파견 종업원은 상품 판매와 관리만 해야 한다. 자체 상품 개발에 필요한 자문수수료를 납품업체가 대신 내도록 하거나 업체에 고기 자르는 비용을 주지 않은 점도 법 위반 사항이다. 할인행사가 끝난 뒤에도 일정기간 행사 가격을 계속 유지해 납품업체에 비용 부담을 준 사례도 적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 소비시장에서 구매력이 큰 대형마트가 판촉비 등 각종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한 행위를 시정한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롯데마트 측은 “공정위 심의 결과는 유통업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라며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강승현 기자}
이달 25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입국하는 여행자는 휴대품 신고를 스마트폰 앱으로 할 수 있다. 관세청은 현재 승무원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고 있는 모바일 휴대품 전자신고를 25일부터 내국인 여행자까지 확대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여행자는 입국할 때 종이로 된 휴대품 신고서를 작성해서 세관에 제출해야 한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에서 전자신고로 대체할 수 있다. 전자신고를 이용하려면 ‘모바일 관세청’ 앱을 내려받은 뒤 ‘여행자 휴대품 신고등록’에서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등 인적 사항과 여행 관련 정보, 세관 신고 내용 등을 입력해야 한다. 입력 사항을 제출하면 QR코드가 발급된다. 이 QR코드를 입국할 때 모바일 심사 전용 게이트에서 스캔하면 자동 심사가 이뤄진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 번 이용하면 다음에는 기본 신상정보를 매번 반복해서 적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편하게 휴대품 신고를 할 수 있다”며 “종이 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전용 통로로 빠르게 입국할 수 있다”고 했다. 관세청은 인천공항 2터미널 운영 성과를 토대로 다른 공항과 항만으로의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며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고 할 수 있지만 서울 집값은 급등하고 지방 집값은 침체되며 부동산 시장이 양극화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관련 질문을 받고 “서울 쪽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가 강도 높게 합동조사를 하고 있고 여러 (다른) 방안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금 방법으로 (가격을) 못 잡으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 반드시 잡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력한 방안’은 불법 증여 및 대출 등 위법 행위를 엄정하게 색출하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확대하는 대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강력한 규제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2년 반 동안 내놓은 규제 덕분에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안정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과거 미친 전월세라 불렸던 전월세 시장도 우리 정부 들어 아주 안정돼 있다”고 했다. 이날 서울에 사는 워킹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민혜 씨는 “전국적으로 보면 안정화 추세라고 했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다. 전월세보다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게 서민들의 꿈인데 그 내 집 마련이 어려울 만큼 서울 집값이 올랐다”고 했다. 그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 있게 양도소득세를 낮추고 대신 보유세를 높여 무주택자들이 집 한 채를 가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양도세와 보유세 문제는 참고하겠다”고 했을 뿐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1.08% 올랐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7개월간 하락했지만 올 7월부터 20주 연속 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는 3.3m²당 매매가가 1억 원을 돌파한 아파트도 생겼다. 반면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외 지방 아파트값은 6.23% 떨어졌다. 공급 과잉 지역과 울산, 경남 거제시 등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지역 중심으로 오랜 기간 하락세가 이어진 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금은 이 기간 0.08% 하락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특히 최근 강남 전세금은 특목고 폐지 발표 등의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세다. 문 대통령은 규제 대책 외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에 30만 채를 짓고 있고 신혼부부와 청년들을 위한 주거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신혼부부들은 이미 이 같은 정책의 좋은 점을 체감하고 있고 청년들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청년주택 75만 채가 조성되면 청년들도 주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체감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것은 역대 정부가 항상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정부는 성장률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달리 서울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과세나 세무조사 등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거나 3기 신도시로 서울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구상은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조윤경 기자}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책에도 지난해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7만3000명 늘었다. 주택 자산가액 기준 상위 10%가 보유한 주택 가격은 1년 만에 9600만 원 늘어난 반면 하위 10%의 보유주택 가격은 100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집을 자산증식 수단으로 보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 소유자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진 셈이다. 통계청이 19일 내놓은 2018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1763만3000채 중 개인이 소유한 주택은 1531만7000채(86.9%)였다. 나머지는 법인, 정부, 외국인 등이 소유한 주택이다.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219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0.1%포인트 늘어 15.6%였다. 지난해 다주택자가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21.7%)였다. 정부는 약 2년 6개월간 17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등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했지만 오히려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전국의 다주택자 증가폭이 둔화됐고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다주택자가 줄었다”고 했다. 2017년 다주택자가 전년 대비 7% 늘었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 증가폭(3.4%)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서울의 다주택자 비중은 전년 16.0%에서 15.8%로 줄었다는 것이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 가운데 공동소유 주택은 186만6000채로 1년 전보다 6.8% 늘었다. 최근 부동산 신설 법인 수가 급증하면서 전체 주택 가운데 개인이 소유한 주택의 비중은 0.2%포인트 줄어든 88.8%였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에 부과하는 세금 부담을 높이자 절세의 목적으로 집을 공동명의로 바꾸거나 법인을 세워 집을 사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집주인들의 주택자산 양극화도 심해졌다. 보유한 주택자산이 상위 10%에 속하는 집주인의 총 자산가액은 2017년 8억8100만 원에서 2018년 9억7700만 원으로 1억 원 가까이 뛰었다. 반면 하위 10%인 집주인의 총 자산가액은 2500만 원에서 2600만 원으로 100만 원 늘었다. 상위 10%가 보유한 평균 주택 수는 2.59채, 하위 10%는 0.96채였다.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과 대조적으로 지난해 서울의 무주택가구 비중은 더 늘었다. 서울지역 무주택가구 수는 195만6000가구로 전체의 50.9%였다.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2년 연속 감소했는데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40대 가구주는 1년 전보다 줄어든 반면 다른 연령대의 주택 소유 가구주 수는 증가하거나 변동이 없었다. 40대 인구가 감소한 데다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등 40대가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때문에 집을 파고 싶어도 팔기 어려운 반면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은 부동산 외에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본다. 주택 매물은 적은데 수요는 여전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는 양극화가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중에 집을 팔고 싶은 사람은 팔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주 연속 상승하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확대하고 편법 거래를 색출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택 공급 부족 심리 확산, 특목고 폐지로 인한 학원 수요 증가 등 집값을 부추길 재료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어 규제 카드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부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달 말 부동산 관련 편법 증여와 대출, 불법 전매 등 위법행위 의심 거래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서울시,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지난달부터 합동 현장조사를 벌여 왔다. 조사는 연말까지 계속되지만 위법 사례를 먼저 발표해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던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를 한 달에 한 번 정례화하고 필요하면 수시로 열기로 했다. 김 차관은 “시장의 과열 내지 불안 조짐이 있으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주저 없이 시행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약 7개월간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7월 1일 상승세로 반전한 뒤 시간이 갈수록 오름 폭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가 아파트 매수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자금 출처 조사를 하고 이달 6일 서울 27개 동(洞)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8개 구 가운데 5개 구는 상한제 지정 이전보다 아파트값이 더 올랐다. 14개 동 가운데 8개 동이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된 강남구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0.13%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서초구(0.14%), 용산구(0.09%), 마포구(0.10%), 강동구(0.11%)도 한 주 전보다 더 올랐다. 서울뿐 아니라 규제지역에서 풀린 부산 등 일부 지방까지 덩달아 집값이 들썩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탓에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서울에 새 집이 부족해질 것이란 불안 심리를 부추겨 신축 아파트 등 기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2025년 폐지, 대입 정시 확대 등의 교육정책이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양천구 등 기존 ‘교육특구’의 아파트 수요를 자극하는 엇박자를 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발표 이후 신축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건 정책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차라리 정부가 가만히 있는 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했다. 안성용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팀장은 “시장이 웬만한 규제에는 내성이 생겼다”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정순구 기자}
정부가 매달 내놓는 경기진단에서 8개월 만에 ‘부진하다’는 표현을 뺐다. 그동안 ‘부진하다’는 평가는 수출과 투자에 국한된 표현이었는데 자칫 경제 전체가 부진하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다. 당초 ‘부진’이라고 쓴 단어 위에 테이프를 붙여 급하게 수정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3분기(7∼9월)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져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달 전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던 것과 비슷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부진’이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기간은 4∼10월 7개월로 2005년 그린북을 처음 발간한 이래 가장 길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거나 그간의 경기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고 수출과 투자에 특정한 표현을 경제 전반에 대한 부진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더 정확한 용어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판단이다. 경기 인식에 큰 변화가 없는데 정부가 ‘부진’이라는 표현을 뺀 것을 두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 달라”며 국민들에게 현 경제 상황과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한 게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있다. 기재부는 그린북 인쇄본의 종합평가에 나온 ‘반도체 업황 부진’이라는 표현을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급하게 바꾸느라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 수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표현 변경은 며칠 전 결정된 것으로 청와대와 무관하다”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정부가 매달 내놓는 경기진단에서 8개월 만에 ‘부진하다’는 표현을 뺐다. 그동안 ‘부진하다’는 평가는 수출과 투자에 국한된 표현이었는데 자칫 경제 전체가 부진하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다. 청와대의 정책성과 홍보 독려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3분기(7~9월)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져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달 전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던 것과 비슷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부진’이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기간은 올 4~10월 7개월로 2005년 그린북을 처음 발간한 이래 가장 길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경기가 바닥을 쳤다거나 그간의 경기 인식에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고 수출과 투자에 특정한 표현을 경제 전반에 대한 부진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더 정확한 용어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시기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는 판단이다. 그린북에 따르면 9월 광공업생산과 서비스업생산은 각각 0.4%, 1.0% 늘어 증가세가 계속됐다. 고용은 10월 취업자가 41만9000명 늘어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수출(10월 기준)은 글로벌 교역 위축, 반도체 업황 부진 여파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감소해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 감소세는 11개월 연속 이어졌다. 건설투자(9월)도 작년보다 7.4% 줄었고, 설비투자도 감소폭(―1.6%)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경기 인식에 큰 변화가 없는데 정부가 ‘부진’이라는 표현을 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달라”고 주문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가 이번 그린북 인쇄본의 종합평가에 나온 ‘반도체 업황 부진’이라는 표현을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급하게 바꾸느라 일일이 테이프를 붙여 수정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결과적으로 이번 그린북에는 국제곡물 가격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제 상황 외에 부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표현 변경은 며칠 전 결정된 것으로 청와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5곳을 모집하는 입찰에 1곳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특허 입찰에서 미달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은 14일 서울 3개, 인천 1개, 광주 1개 등 총 5개의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모집한 결과 서울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 1곳만 참가했다고 밝혔다. 직전 입찰인 2016년 시내면세점 특허권 사업자 선정 때 롯데, 신세계, 신라면세점 등 ‘빅3’가 모두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시장이 얼어붙은 셈이다. 이달 말 열리는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사업자가 최종 결정된다. 이 같은 미달 사태는 2015년 이후 정부가 사업권을 대거 내준 탓에 출혈경쟁이 벌어지면서 면세점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올 9월 한화갤러리아가 시내면세점 면허를 반납했고 지난달 두산도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두 회사 모두 2015년 면세사업에 진출한 뒤 3년여간 600억∼10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백화점 등 다른 산업처럼 면세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줘 원하는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할 뿐”이라며 “내부 경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건 시장의 역할”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시행되면 화학물질 저장탱크 등의 주변에 1.5m 공간을 둬야 합니다. 그 안에 다른 시설이나 공장 벽이 있으면 허물라고 하는데 말이 됩니까.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하겠다는 일정은 바꾸지 않고 다른 내용만 일부 완화했습니다.” 한 화학 중소기업 대표는 13일 정부가 대표적인 환경 규제인 화관법과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하자 이렇게 반발했다. 화관법이 시행되면 화학물질을 다루는 모든 기업은 법에 맞게 공장 시설을 뜯어고쳐야 한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이격거리 문제 보완책을 석달 전 내놨지만 영세업체는 알지도 못하고, 역시 부담이 된다. 화관법 규정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생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맞추나”라며 “당장 내년에 단속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며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경영계는 기업 문을 닫게 할 수 있는 규제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경영 활동을 옥죄는 규제만 눈 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말하는 경제 살리기는 공정경제만 살리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쪽짜리 규제 개선” 정부는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및 기업 환경 개선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경영에 애로가 많다며 호소했던 화평법 화관법 관련 절차를 간소화한 게 핵심이다. 실제로 나아진 부분도 있다. 화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복으로 이뤄지는 화학물질 관련 심사 중 일부를 생략하거나 통합해 현재 90일 걸리는 심사 기간을 60일로 줄인다. 한 사업장에서 각각 제출하는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를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 하나로 합치는 방안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였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규제가 조금이라도 개선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내년부터 중소기업 사장들이 줄줄이 범죄자가 될 판이라 현재 안은 반쪽짜리 개선밖에 안 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유연근무제 보완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환경안전 규제 개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조법 개정 전면 재검토 △최저임금법 개정 등 9개 분야 13개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다.○ 상위법보다 더 센 시행령·지침 규제를 풀겠다는 정부의 공언과 달리 실제로는 규제가 늘고 있다. 여야 의견이 달라 국회 통과가 어려운 내용은 시행령 같은 하위법으로 규제의 강도를 더 높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이미 시행에 들어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일감 몰아주기 심사지침 제정안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소속 회사 △총수 및 친족을 의미하는 특수관계인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이지만 하위법인 심사지침으로 아무 관계없는 제3자와의 거래도 조사 대상이 되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제3자 기업을 통한 부당 일감 몰아주기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사례가 있다 해도 지침이나 시행령을 통해 사회적 논의도 없이 규제를 양산하면 안 된다”며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명분으로 사실상 기업의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이 추진 중인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도 부당한 경영 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사 해임 등 주주권 행사뿐 아니라 정관 변경을 요구해 집중투표제를 강행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겼기 때문이다. 소액주주가 특정 이사에게 표를 몰아줘 해당 이사를 선임하게끔 하는 집중투표제는 현행 상법과 충돌한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및 경영 참여 목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공청회에서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집중투표가 가능하도록 국민연금이 기업의 정관을 고치면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이 이미 이뤄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추천을 받은 이동구 법무법인 참 변호사는 “기업 경영을 방해한다는 건 엄살”이라고 했다. 재계는 “결국 정부가 찍은 총수나 등기임원을 몰아내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한다. 주주권 행사가 정부의 입김에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20명 위원 중 정부 측 인사가 6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으로, 국민연금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건 정책 입안자들이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기업가의 활동을 범죄적이라 보기 때문”이라며 “기업에 대한 신뢰 없이 경제 살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 / 세종=주애진 / 이건혁 기자}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CBS 라디오방송에서 정부 재정을 ‘곳간에 쌓인 작물’에 비유하며 “그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고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비축해 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12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는 “글로벌 위기에서 한국 경제를 버텨내게 하려면 ‘쓸 때는 써야 한다’는 의미로 확장재정을 설명하려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기 하강기 재정 투입을 늘려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부가 내년에 513조5000억 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편성한 것은 추락하는 성장을 떠받쳐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에 재정을 더 풀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당장의 성장률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을 마구 당겨쓰는 것은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지금은 결론이 나지 않는 재정건전성 논란에 얽매이기보다는 기업 활력을 높여 세금을 걷을 수 있는 토대를 넓혀야 할 때다. 현 정부는 2년 반 동안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해 대기업과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서 세금을 더 걷었지만 지속가능한 세수 확대방안은 아니다.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로 기업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고 그 결과 이익이 늘고 세금도 더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근본 대책이다. 세수 기반을 넓히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나랏돈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내년에 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미래 먹거리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분야에 투입하는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1조5000억 원 늘어난 4조7000억 원에 그친다. 반면 복지 분야에는 내년 예산 증가분의 절반인 20조600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도 재정을 써야 한다. 그러나 복지지출로 단기적 성과를 낼 순 있어도 민간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에 경직성이 큰 의무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량껏 돈을 쓸 수 있는 융통성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한 경제학자는 “IMF는 재정을 풀면서 규제개혁도 같이 하라고 했는데 정부가 규제 완화, 혁신 없이 재정만 늘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재정 확대는 낭비가 아니라 선제적 투자”라며 “재정을 마중물 삼아 민간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내년 예산안에 성장잠재력을 높일 사업은 잘 보이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혈세를 정말 제대로 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주애진 경제부 기자 jaj@donga.com}
“하천에서 물 끌어다가 농사짓는데….” 12일 경기 연천군 중면에서 만난 이응진 씨(75)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한 돼지 사체에서 나온 핏물로 하천이 물들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곳이다. 배추 농사를 짓는 이 씨는 “피로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 피해를 호소했다. 한 주민은 “어제 돼지가 매몰된 곳 주변에서 대파를 뽑았는데 악취 때문에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며 “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하천을 따라서 퍼졌다”고 했다. 주민들은 연천군과 방역 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비판했다. 김영순 씨(65·여)는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축사도 마음대로 못 짓는데 이런 곳에 돼지 사체를 방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사체가 쌓이면서 압력이 생기자 아래쪽에 쌓여 있던 돼지 사체에서 피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관리 부실로 하천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환경부, 지자체와 합동 점검반을 꾸려 이미 조성된 매몰지 101곳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체 운반 때도 비닐로 덮는 등 핏물이 새지 않게 해야 하는데 소홀함이 있었다”며 “지자체들이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매몰 조치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농식품부가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하면서 그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벌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아 있는 돼지 사체 1만여 마리는 13일까지 매몰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경기 파주시는 강에서 끌어온 물을 모아둔 금파취수장에서 물을 끌어 쓰지 못하도록 하는 취수 중단 조치를 12일 오전 10시부터 실시했다. 연천군 마거천 인근에서 발생한 침출수의 일부가 13일 임진강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문제가 된 돼지 사체는 ASF에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12일 돼지 사체 침출수가 유출된 매몰 처리지 인근 하천부터 임진강까지의 구간에서 4곳의 물을 확보해 검사를 의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핏물이 스며든 하천에서 임진강까지 13km 거리이고, 취수장까지는 2∼3km 더 떨어져 있다”며 “핏물이 흘러간 길이는 200∼300m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펌프로 핏물을 제거했고 웅덩이에 핏물 등 침출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돼지를 쌓아둔 장소에도 바닥에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천이 깔려 있어 일시적으로 핏물이 넘친 것 외에는 토양으로 침출수가 유출될 우려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돼지 전수를 대상으로 ASF 감염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만큼 바이러스가 하천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샘플 조사를 거친 만큼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ASF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100% 장담하긴 어렵다”고 했다. 연천=이소연 always99@donga.com / 세종=주애진 / 강은지 기자}
“하천에서 물 끌어다 농사짓는데…” 12일 경기 연천군 중면에서 만난 이응진 씨(75)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도살 처분한 돼지 사체에서 나온 핏물로 하천이 물들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곳이다. 배추농사를 짓는 이 씨는 “피로 오염된 물로 농사를 지으라는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인근 주민들은 악취 피해를 호소했다. 한 주민은 “어제 돼지가 매몰된 곳 주변에서 대파를 뽑았는데 악취 때문에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며 “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하천을 따라서 퍼졌다”고 했다. 주민들은 연천군과 방역당국의 부실한 대응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영순 씨(65·여)는 “상수원 보호지역이라 축사도 마음대로 못 짓는데 이런 곳에 돼지 사체를 방치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사체가 쌓이면서 압력이 생기자 아래쪽에 쌓여 있던 돼지 사체에서 피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는데도 연천군과 방역 당국의 관리 부실로 하천이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환경부, 지자체와 합동 점검반을 꾸려 이미 조성된 매몰지 101곳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체 운반 때도 비닐로 덮는 등 핏물이 새지 않게 해야 하는데 소홀함이 있었다”며 “지자체들이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매몰조치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예방적 살처분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그 과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벌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문제가 된 돼지 사체는 ASF에 감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12일 돼지사체 침출수가 유출된 매몰 처리지에서 인근 하천부터 임진강까지 구간에서 4곳의 물을 확보해 검사를 의뢰했다. 바이러스 검출 여부는 2, 3일 걸릴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핏물이 스며든 하천에서 임진강까지 13km 거리고, 거기에서 취수장까지는 2~3km 더 떨어져 있다”며 “핏물이 흘러간 길이는 200~300m로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 펌프로 핏물을 제거했고 웅덩이에 핏물 등 침출수를 모아 하수처리장에 보내고 있다”고 했다. 돼지를 쌓아둔 장소에도 바닥에 FRP 천이 깔려있어 일시적으로 핏물이 넘친 것 외에는 토양으로 침출수가 유출될 우려도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돼지 전수를 대상으로 ASF 감염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만큼 바이러스가 하천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샘플조사를 거친 만큼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ASF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는다고 100% 장담하긴 어렵다”고 했다. 연천=이소연/세종=주애진/강은지 기자}
경기 연천군 일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돼지 수만 마리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자칫 침출수가 근처 임진강으로 유입될 경우 상수원 오염마저 우려된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및 연천군 등에 따르면 10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인 연천군 중면에 쌓여 있던 돼지사체 약 4만7000마리에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유출됐다. 침출수는 근처 하천을 붉게 물들인 채 200m가량 흘러내려갔다. 앞서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관내 돼지 16만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했다. 그러나 매몰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민통선 안에 돼지사체를 쌓아놓았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당초 매몰 대신 렌더링(rendering·고온으로 가열하는 방식) 처리를 계획했으나 살처분을 마무리하라는 농식품부 지시에 따라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천군 관계자는 “살처분 대상은 16만 마리가 넘는데 농식품부가 지난달 12일 시작한 살처분을 이달 9일까지 끝내라고 지시했다”며 “매몰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방부가 제공한 민통선 내 군 유휴부지에 임시로 돼지사체 4만7000마리를 쌓아놓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명령이 내려오는데 그 많은 양의 돼지를 어떻게 처리하겠나. 방법이 없었다. 군부대 땅이 없었더라면 큰 문제가 파생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처 임진강 상수원 오염이 우려되자 연천군맑은물사업소는 이날 수질검사에 착수했다. 사업소 관계자는 “12일 중 상수원보호구역 상류 일대의 물도 채취해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며 “살처분된 돼지를 매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수 있는 만큼 매몰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신아형 abro@donga.com·강은지 / 세종=주애진 기자}
정부가 나랏빚 급증을 감수하더라도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국가 재정을 작물에 비유해 “쌓아 두면 썩어 버린다”며 확대 재정을 강력 시사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부가 그동안 시도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등 기존 경제정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재정 드라이브를 통해 추가적인 경기 하강을 막아 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남아 있는 나랏돈마저 다 써버릴 심산인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내년 성장률 이상을 달성하도록 경제 활력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IMF와 OECD는 내년 한국 성장률을 각각 2.2%, 2.3%로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 우려에는 “(60조2000억 원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한 내년 국가채무 수준은 39.8%로 전망되는데 이는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재정의 역할을 감안하면 국가부채비율이 40%대 중반까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라디오에 출연해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 두라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쌓아 두기만 하면 썩어 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꾸만 곳간에 있는 것이 다 바닥나 버리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가 어렵고 우리나라도 그 상황 속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는 것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경제는 나름대로 탄탄하기 때문에 확장 재정을 해도 괜찮다. 더 해도 된다’라는 이야기까지 한다”고도 했다. 정부가 나랏빚 증가에 ‘셀프 면죄부’를 주면서까지 재정 투입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로선 당장 성과를 낼 만한 정책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주성 정책을 통해 기대했던 소득 증가, 일자리 창출이 무위에 그친 데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혁신경제나 평화경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반면 재정은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 등 현금 살포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돈이 도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1차례나 재정을 언급하며 확장 재정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대대적인 규제 혁파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지 않으면 예산을 풀 때만 성장률이 소폭 오르고 그 다음에는 바로 곤두박질치는 재정중독형 경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 들어 9월까지 재정수지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26조5000억 원)로 불어나는 등 복지를 비롯한 경직성 지출이 늘어나면 재정건전성은 금방 악화된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의식한 재정 살포라는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야 (고 대변인의) 이런 발언이 가능할까 싶은 충격적인 발언”이라며 “문재인 정부 인사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봐 두렵다”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조동주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를 어느 정도 속도와 강도로 추진할지 조율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이한주 경기연구원장·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위원장)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 설계에 참여한 4명의 경제학자들은 1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정부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면서 속도 조절에서 미흡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제도 적용 과정에서 민간 일자리가 줄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음을 시인한 것이다.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의 일부 정책이 다른 정책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속도위반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에서 활동한 이한주 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잘하면 총수요 확대로 연결되지만 공급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며 “국정기획위에서 논의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점검이 조금 더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출발점인 ‘일자리 확대’ 분야는 제쳐놓은 채 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이 급하게 추진되는 바람에 정책 전반이 꼬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 정부 싱크탱크인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기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늘리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빠른 길을 택했고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고 했다. 민간 영역의 일자리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분배 중심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기업 부담이 커졌고 그 결과 일자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또 다른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일자리추진단장을 지낸 김용기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초기 경제정책 방향은 단순히 분배 확대가 아닌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소득을 주도하는 개념이었다”고 했다. J노믹스 경제정책의 한 축인 ‘소주성’이 임금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고용 확대로 임금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제1분과위원을 지낸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1만 원도 못 하고 노동시간도 왜 유예를 줬냐며 진보 진영에서 개혁 속도가 느리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양쪽에서 불만이 있다”고 했다.▼ “시장 활력 떨어뜨린게 가장 잘못… 회복 쉽지 않아” ▼ “소주성 속도조절 실패” J노믹스 설계에 참여한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은 대체로 높게 평가했다. 기득권층이 공고해지고 불평등이 커진 상황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용기 교수는 “시장은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감시가 없으면 작동되지 않는다”며 “(J노믹스는) 대선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논의돼온 정책적 지향점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은 교수는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는 인프라, 제도에 대한 부분이라 단기간에 빨리 성과를 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근로장려금 확대 등 복지제도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갈래 길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반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기회마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이익을 노동자에게 나눠주는 데 집중하다 보니 구조개혁을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J노믹스의 부정적인 면이 초래한 부작용을 금방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우울한 진단도 나왔다. 김광두 원장은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이 진행돼 기업 부담이 늘어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경제 주체의 의지를 죽여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린 점이 정부가 가장 잘못한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멧돼지가 여기저기 헤매고 다니면 작물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밭 자체가 엉망이 된다”며 “경제정책을 매우 짧고 정치적인 견지에서 추진해 쉽게 회복하기 힘든 상황을 초래했다”고 했다. 경제정책의 양 날개 중 한 축인 혁신성장의 성과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상 초기에는 사회 전반적인 혁신으로 경제 성장을 꾀한다는 의미로 만들어졌지만 J노믹스의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빚으며 의미가 협소해지고 속도가 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한주 원장은 “혁신성장은 산업구조와 교육 등을 아우르는 소셜 이노베이션(사회 혁신)이 핵심인데 마치 4차 산업혁명과 규제 개혁이 전부인 것처럼 의미가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시하는 균형 발전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세은 교수는 “부울경 제조업 기반이 와해돼 제조 역량이 줄어드는데 지역에 위기지역 대응 예산이나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