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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캐서린(케이트 미들턴) 세손빈이 납치 등의 위험에 대비해 특수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3일 “캐서린 세손빈은 신혼집에서 멀지 않은 북웨일스의 모처에서 육군공수특전단(SAS)과 런던경찰청, 국내정보국(MI5)으로 구성된 특별 팀의 지도 아래 ‘자기방어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훈련을 모두 이수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대중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캐서린 세손빈이 받는 훈련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으로 짜여 있다. 납치범, 스토커, 테러리스트 등 다양한 공격 상황에 맞춘 체력 단련은 물론이고 무기와 암호를 쓰는 군사기술을 배우는 것이 주요 과정이다.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의심스러운 변화를 포착해내는 방법과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하게 차를 운전하는 요령, 인질로 잡혔을 때 범인과 대화하는 방법 등도 과정에 포함돼 있다. 영국 왕실은 대대로 이런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받아왔다. 윌리엄 왕세손은 1998년 16세 때 SAS 헤피퍼드 기지에서 반자동 소총 사용법을 포함한 훈련 과정을 이수했다. 고 다이애나 비는 훈련을 받다 섬광탄이 폭발해 머리카락에 불이 붙은 적도 있다. 영국 왕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어쩔 줄 모르고 무기력하게 당하지 않으려고 훈련을 받는다”고 밝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을 깨라.’ 흔히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회사 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유리 천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미국 기업에는 여성차별과 별개로 아시아 국적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의 고위직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대나무 천장’이 존재한다고 미 비영리 싱크탱크인 고용정책센터(CWLP)가 주장했다. CWLP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 ‘미국 속 아시안’에서 “미 직장인 29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계 응답자들 중 25%가 승진에서 차별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반면 백인 응답자들은 4%만 ‘아시아계 동료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답해 인식 차가 컸다. 센터에 따르면 ‘대나무 천장’은 현실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현재 미국 인구 가운데 아시아계의 비율은 약 5%.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서 경영자 지위에 오른 아시아계는 단지 1.5%였다. 리파 라시드 CWLP 연구원은 “아시아계가 느끼는 차별이 과장이 아니란 증거”라며 “아이비리그 졸업생의 16%가 아시아계임을 감안하면 이는 더욱 심각한 수치”라고 말했다. 한편 ‘1년 안에 이직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아시아계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3배나 높은 비율로 “있다”라고 응답했다. 여성 역시 아시아계가 40%가량 높았다. 실비아 휼렛 수석 연구원은 “높은 학력과 성실한 태도로 ‘모범적인 소수인종’으로 불리는 아시아계가 쉽게 회사를 관둘 마음을 먹는 것 또한 ‘대나무 천장’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는 이런 대나무 천장을 없애려면 “기업의 인식 변화와 교육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아시아계는 너무 순종적이고 조용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조사 결과 오히려 아시아계가 임금인상이나 승진에 훨씬 적극적이었다.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도록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세계 최대 병원용 의약품 제조사인 ‘머크’는 3년 전 ‘아시안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를 이수한 아시아계 90명은 모두 주요 관리직에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전체 인구 41만여 명 가운데 95%가 가톨릭 신자인 섬나라 몰타가 결국 ‘자유 이혼’을 허용했다. AP통신은 25일 “몰타 의회가 찬성 52 대 반대 11(기권 5)로 이혼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법안은 이르면 대통령 승인 뒤 10월부터 발효된다. 몰타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이혼허가제를 시행해왔다. 최소 8년간 절차를 밟아 교회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어 사실상 이혼이 불가능해 해외에서 결혼하고 이혼하는 국민들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별거 기간 4년만 입증하면 자의로 이혼할 수 있다. 당초 여당인 민족당은 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해왔으나 5월 28일 시행된 국민투표에서 약 53%가 이혼 허용에 찬성하자 개정안에 여당 의원 19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및 가톨릭 교단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눈치다. 로런스 곤지 총리는 “억지로 막진 않겠지만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현재 지구상에서 이혼을 법으로 막는 나라는 바티칸시국과 필리핀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스라엘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24일 60여 년간의 금기를 깨고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연주했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아레츠가 전했다. 친나치 성향을 드러냈던 바그너의 음악은 이스라엘에서 1948년 건국 이래 금기시돼 왔다. 이달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축제에 참가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이날 바그너의 관현악곡 ‘지크프리트 목가’를 연주했다. 이번 축제를 총감독한 바그너의 손녀 카타리나 씨는 “이스라엘 음악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기뻐했다. 지휘자 로베르토 파테르노스트로 씨는 “바그너의 반(反)유대주의는 여전히 끔찍하지만, 이번 연주는 인물과 예술을 구분해서 보자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아프리카 경제 발전의 희망이라 불렸던 말라위에서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영국 일간지 가디언) 아프리카 동남부의 소국(小國) 말라위에서 빙구 와 무타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20일부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2000여 명을 정부가 무력 진압해 22일까지 최소 18명이 숨지고 41명이 크게 다쳤다. 무타리카 대통령은 앞으로도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혀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한보다 조금 더 큰 11만8000km²의 영토에 1990년대 민주화를 이룬 말라위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검은 대륙’에서 주목받는 국가였다.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리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로 다른 대륙보다 높다. 그중에서도 말라위는 2006년 이후 7∼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수위권을 달렸다. 그러나 외형만 있을 뿐 내실이 없었다. 국가경제는 발전했는데 전체 인구(약 1390만 명) 의 72%는 하루 평균 2달러도 벌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올해 들어 심각해진 연료 부족이 시위 폭발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했다. 수도 릴롱궤에 있는 주유소에서조차 기름을 사려고 밤새워 줄을 섰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외형적 발전에 가려진 채 곪아가던 상처가 결국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타리카 대통령의 취임 초기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2004년 당선된 그는 높은 경제 식견과 폭넓은 해외 인맥으로 경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높은 지지를 바탕으로 2009년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그는 너무 자기 사람만 챙겼다. 정적들을 잔인하게 내몰았고, 친정부 기업에만 특혜를 베풀었다. 식료품점 하나도 국영이나 친정부 기업이 운영하는 곳에 가야 제대로 된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당연히 시민들은 염증을 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과의 외교 악화는 결정타였다. 국가 예산의 약 4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인데, 주요 원조국인 영국이 언론탄압을 이유로 원조 중지 조치를 내렸고 말라위 경제는 곧바로 휘청댔다. 말라위는 지난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서 영국 대사가 자국을 비난했단 이유로 대사를 일시 추방해 영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혈 진압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대는 무타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타리카 대통령은 “악마에 현혹된 시위대가 나라를 망친다”며 “법대로 엄정 처리하겠다”고 선포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키가 큰 여성일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21일 “옥스퍼드대 암 역학연구소가 영국 여성 100만 명을 연구한 결과 신장이 10cm 정도 클수록 암 발병률도 약 16%씩 증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전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키 큰 여성은 성장이 빨라 비교적 일찍 사춘기를 맞기 때문에 여성호르몬도 상대적으로 많이 분비돼 종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키가 클수록 세포 수가 많아지는 점도 암이 생길 장소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 또 과다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식습관이 키와 몸무게는 물론이고 발암 위험까지 높이는 측면이 있다. 남성은 키와 암의 상관관계에서 특별히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성은 결혼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전립샘암에 걸렸을 경우 아내가 있는 남성이 홀로 사는 남성보다 생존율이 30% 이상 높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보스니아 내전 마지막 전범’으로 불렸던 고란 하지치(53·사진)가 수배 8년 만에 붙잡혔다. 보리스 타디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20일 “이날 오전 북쪽 산악지역에서 하지치를 체포했다”며 “이로써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쫓던 모든 수배자가 검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치는 1990년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 당시 크로아티아 군 장성 출신으로 세르비아계를 이끌던 정치 지도자다. ICTY는 2004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의 인종 청소에 동조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세르비아는 5월 ‘3대 주요 전범’ 가운데 한 명이었던 라트코 믈라디치를 검거한 데 이어 이번에 하지치까지 검거함에 따라 그간 유럽연합(EU) 가입을 가로막던 장애물을 모두 해결했다. 3대 전범 중 밀로셰비치는 2006년 ICTY 재판 도중 숨졌으며, 라도반 카라지치는 2008년 체포됐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미국과 외교 갈등을 빚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사상 첫 여성 외교장관이 탄생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19일 “히나 라바니 카르 외교차관(34·사진)이 공석이던 외교장관에 공식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샤 마흐무드 쿠레시 전 장관이 2월 미국과의 외교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5개월간 비어 있었다. 카르 신임장관은 파키스탄 첫 여성 외교장관이자 내각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다. 펀자브 지역의 정치인 집안에서 태어난 카르 장관은 24세 때 미국 매사추세츠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펀자브 지역 국회의원이 된 그는 의회와 내각에서 주로 경제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그의 취임은 우리도 여성이 정계 요직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 청신호”라며 “파키스탄 외교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그러나 AP통신은 “코앞에 닥친 현안이 많아 취임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다”고 평했다. 당장 21일부터 3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최근 미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된 미국과 중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양제츠(楊潔지) 외교부장을 만나야 한다. 또 26일엔 ‘앙숙’인 인도의 뉴델리로 건너가 S M 크리슈나 외교장관과 국경분쟁 등을 놓고 평화회담을 한다. 파키스탄 언론조차 “경륜도 짧은 신임 장관에겐 벅찬 사안들”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AFP통신은 “대통령과 총리가 외교정책을 장악하려 ‘만만한’ 인물을 골랐다는 평도 있다”고 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그의 삶은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마크 스트로먼(41). 기독교도인 그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표적 ‘증오범죄자’가 됐다. 테러 열흘 뒤, 보복으로 유색인종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힌두교도를 포함한 2명이 텍사스 주 댈러스 노상에서 영문도 모른 채 숨을 거뒀다. 법정은 최고형을 선고했고, 10년 만에 20일(현지 시간) 사형이 집행된다. 스트로먼에게 손을 내민 건, 다름 아닌 세 번째 피해자였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라이스 뷰이얀(37)은 당시 얼굴에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맸다. 결국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그런 그가 지금 스트로먼을 살리려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인터넷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몇 차례나 주 고위층을 만나 탄원서를 넣었다. 왜 뷰이얀은 원수에게 은혜를 베푸는 걸까. 그는 19일 미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이슬람교도라면 당연한 일”이라 말했다. “많은 이가 오해하지만, 내가 배운 종교는 미움보다 용서를 가르쳤습니다. 신실한 부모님 역시 ‘가해자가 이교도라도 화해하라’고 조언했어요. 스트로먼을 만난 뒤 믿음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그 역시 피해자였어요. 잘못된 오해가 그를 고통으로 내몬 겁니다. 기독교 역시 복수를 가르치진 않잖아요.” 물론 이런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뷰이얀은 지금도 악몽에 시달린다. 그러나 지난 세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안타깝게 숨진 이들이 있는 한 눈물도 사치였다. ‘스트로먼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이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오해를 풀자.’ 그게 삶의 버팀목이 됐다. 진심은 통했다. 악마를 죽였다며 당당해하던 스트로먼. 하지만 뷰이얀이 내민 손에 고개를 숙였다. 희생자들에게 공개 사과했고, 최근엔 지역사회 이슬람 커뮤니티에 가입했다. 미 뉴욕타임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진짜 ‘믿음’이 뭔지를 보았다”고 털어놓았다. “죽음은 두렵지 않습니다. 겸허히 죗값을 치르겠습니다. 희생자들에게 죄송할 뿐이에요. 마음은 편안합니다. 뷰이얀 덕분에 세상 모든 종교는 사랑이 바탕이란 걸 깨달았어요. 그는 용서받아선 안 될 사람을 용서했어요. 성경을 실천한 건 바로 뷰이얀입니다.” 스트로먼의 삶은 24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극적인 사면이 이뤄질지, 그대로 형이 집행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뷰이얀은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티 파티(Tea Party)는 잊어라. 차보다 독한 ‘테킬라(Tequila) 파티’가 온다.’ 선인장 잎으로 만든 테킬라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를 대표하는 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이름을 딴 미국 내 히스패닉계 정치모임이 만들어져 민주 공화 양당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는 12일 “이달 말 캔자스 주에서 공화당 소속 디디 가르시아 블라세 애리조나 주 의원이 주도하는 ‘전국 테킬라 파티운동’이 출범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애리조나 캔자스 앨라배마 조지아 주의 히스패닉계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테킬라 파티는 출범식을 계기로 전국 50개주로 세력권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테킬라 파티의 목표는 명확하다. 히스패닉계를 단결시켜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 인구는 약 5000만 명으로 최근 10년간 43%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16%에 이르는 수치여서 테킬라 파티가 바람몰이에만 성공해도 상당한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이 히스패닉계 결집을 위해 내건 첫 번째 기치는 ‘이민법 저항’이다. 최근 애리조나를 포함한 일부 주는 불법이민자 단속 강화 등을 담은 새로운 이민법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세 의원은 “새 이민법은 미국의 소수인종들을 차별하는 악법”이라며 “티 파티가 조세 저항운동에서 시작됐듯 우리는 이민법 저항을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킬라 파티가 티 파티를 거론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티 파티에서 단체 이름을 본뜬 이들은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적은 티 파티라고 선언했다. NPR는 “히스패닉계는 티 파티가 새 이민법에 찬성한 것에 불만이 크다”며 “보수주의 색채가 강한 티 파티에 반기를 드는 건 여타 소수인종의 호감을 사기에도 좋은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공화 민주당 모두 이들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다. 보수적인 공화당은 자신들의 히스패닉계 지지층이 흡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새 이민법에 대한 히스패닉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티 파티의 공동창설자인 마크 메클러 씨는 “이민법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도 안심할 순 없다. 2008년 대선 당시 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지지율은 73%에 이르렀으나 최근엔 52%로 뚝 떨어졌다. 블라세 의원이 공화당인 점도 민주당에는 탐탁지 않다. 물론 테킬라 파티가 티 파티처럼 성장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도 있다. 전통적으로 히스패닉계는 지역마다 정치색이 크게 다르다. 플로리다 주 등 쿠바 출신이 많은 남부에 사는 히스패닉계에서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이후 줄곧 ‘반(反)민주당 정서’가 강하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한 서부의 히스패닉계에서는 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이다. 럿거스대의 젤러니 코브 교수는 “자발적인 풀뿌리운동에서 출발한 티 파티와 달리 테킬라 파티는 정치인들이 먼저 주도했다는 약점을 지녔다”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일본 고교야구선수인 나카무라 고헤이 군은 요즘 자신의 팀 동료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소소(相雙)’라고 쓴 야구모자만 같을 뿐 유니폼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동료 중에는 4개월 전 운동장에서 야유를 퍼붓던 ‘적’도 있다. 그러나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은 나카무라 군에게 ‘소소렌고(相雙聯合)’라는 새로운 팀을 만들어줬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하루아침에 집과 학교를 잃은 후쿠시마(福島) 현 내 도미오카(富岡), 후타바소요(雙葉翔陽), 소마노교(相馬農業) 3개교 야구부가 연합한 팀이다. 대지진 후 상당수의 친구는 고향을 떠나는 부모를 따라 야구를 관뒀다. 나카무라 군도 처음엔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고시엔(甲子園)이죠. 유니폼은 달라도 같은 마음이란 걸 깨달았어요. 우린 야구선수입니다.” 고시엔은 4000개가 넘는 일본 전국 고교야구팀의 왕중왕을 뽑는 최고 권위의 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매년 6, 7월 전국 지자체별로 예선전을 치러 1위 팀이 8월에 열리는 본선에 진출한다. 일본 고교야구선수들에게 고시엔은 꿈이요 희망이다. 소소렌고는 일본에서 대지진이라는 참사를 딛고 일어선 새로운 영웅으로 각광받고 있다. 원전사고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어린 10대 소년들이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이란 참사를 겪고도 야구를 향한 꿈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도 “소소렌고는 일본인들이 잊고 지냈던 ‘굴하지 않는 의지’를 일깨우며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극찬했다. 물론 소소렌고의 본선 진출 희망은 밝지 않다. 지진 이후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손발을 제대로 맞춰 볼 시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첫 연습게임에서는 큰 점수 차로 패했다. 3개교 야구부마다 전통이 있다 보니 전술이나 훈련방식은 고사하고 응원가도 통일을 못한 상태다. 서로 수십 km씩 떨어져 있다 보니 팀원들이 모두 모여 연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주말을 이용해 팀 연습을 하지만 당일 방사선량이 시간당 3.8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으면 운동 허가가 나지 않는다. 비라도 내리면 피폭 대비 의무규정에 따라 고무장갑을 껴야 한다. 그러나 이 팀의 코치인 소마노교의 산페이 노리유키 씨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절대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어요. 서로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의합니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얘기하죠.” 87개교가 참가한 후쿠시마 현 예선전은 13일 막을 올렸다. 소소렌고는 여전히 유니폼도, 응원가도 통일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소소렌고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주목해야 할 팀’으로 꼽고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영국 정부가 지난해 ‘노터치 정책(No touch policy·학생 체벌 금지)’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긴급 상황에선 교사의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11일 일선 학교에 공표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이날 “교육부가 공립학교 2만1000여 곳에 52쪽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며 “이번 지침은 이르면 9월부터 모든 교육 현장에서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거의 600쪽에 이르던 기존의 훈육 지침서를 단순화한 것으로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이러한 정책 추진을 천명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교사는 앞으로 학교 내에서 교사나 학생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행동을 일삼는 학생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물리력’을 쓸 수 있다. 이전과 달리 학생이 동의하지 않아도 술이나 마약, 훔친 물건을 갖고 있는지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또 교사에게 ‘악의적인(malicious)’ 행동이나 거짓말을 하는 학생은 정학, 퇴학은 물론이고 사법 처리도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가 1980년대부터 지켜왔던 ‘노터치 정책’을 손보는 배경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내 폭력과 교사들의 권위 추락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재 영국 초중고교에선 폭력에 연루돼 최소 정학 이상의 처벌을 받는 학생이 하루 평균 1000명에 이른다”며 “이는 지난해 평균 452명의 두 배를 넘는 수치”라고 전했다. 지난해 학생들의 폭력으로 병원 신세를 진 교사도 44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노터치 정책 때문에 학생들이 싸울 때조차 교사가 끼어들 수 없던 상황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영국 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영국교사노조(NUT) 등은 “교권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반면 영국학생권리연합(CRA) 청소년인권연합 등은 ‘역사의 후퇴’ ‘위험한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닉 기브 학교담당 장관은 “일선 학교에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어느 정도 허용되던 체벌을 1980년대부터 ‘학생 권리 신장’ 목표에 따라 엄격히 규제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논의 끝에 1998년 체벌 금지가 법으로 제정되며 어떤 경우라도 교사는 학생에게 손댈 수 없는 노터치 정책을 고수해 왔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방글라데시에서 10대 초반 소년들을 무려 50여 명 이상 태우고 가던 트럭이 전복돼 최소 2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로이터통신은 11일 “남동부 항구도시 치타공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미레쇼라이 도로에서 트럭이 뒤집히며 10∼15세 소년 수십 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당초 4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발표했다가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7명”이라고 정정했다.AFP통신은 “방글라데시의 열악한 교통 환경이 어이없는 인명 손실을 유발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에선 트럭에 50∼80명씩 사람을 태우는 일이 빈번하다. 이날도 지역 축구경기를 보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태워 트럭이 꺾어진 도로에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넘어졌다. 게다가 도로 옆에 방치된 물웅덩이에 아이들이 빠져 트럭에 깔리는 바람에 대부분 익사한 것으로 드러났다.방글라데시 현지 사고연구센터에 따르면 해마다 1만2000여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데, 대부분 운전자의 안전 불감증과 열악한 도로 사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8세기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그림)가 햇볕만 좀 더 쬐었다면 35세에 요절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인터넷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6일 “미 샌프란시스코 영양건강연구센터 윌리엄 그랜트 박사와 오스트리아 그라츠의대 슈테판 필츠 교수는 공동연구에서 모차르트의 주요 사망 원인을 햇볕 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모차르트가 살았던 빈은 북위 48도의 고위도 지역이어서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짧고, 비타민D를 만드는 자외선 B파장(UVB)도 턱없이 부족했다.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은 “계란 노른자, 버터, 우유에도 비타민D가 들어 있지만 모차르트가 이런 음식을 즐기지는 않은 것 같다”고 평했다. 모차르트는 밤마다 창작에 몰두하고 낮에 잠을 자다 보니 해를 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사인을 명확히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의 무덤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유골 분석을 할 수 없어 추정만 할 뿐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오랫동안 분열과 갈등을 겪었던 태국이 3일 드디어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 태국은 지난해 봄 반정부시위를 겪으며 90명 이상 목숨을 잃는 등 심각한 내환을 겪었다. 당시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국민 화합을 명분으로 약속했던 조기 총선이 이번에 실시되는 것. 현 상황은 잉락 친나왓(44·사진)이 이끄는 푸어타이당이 우세한 분위기다. 최근 방콕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어타이당은 37.2%의 지지율을 얻었다.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22.2%에 그쳤다. 탁신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푸어타이당은 해외도피 이후에도 도시 빈민층과 농민들에게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는 탁신 전 총리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그의 막내 여동생인 잉락을 총리 후보로 내세웠다. 잉락은 치앙마이대에서 정치·행정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켄터키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탁신 일가와 연계된 기업에서 일한 것이 경력의 대부분인 정치 신인. 혼인신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업가인 아누손 아몬찻과의 슬하에 아들 1명을 두고 있다. 정계에 입문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수려한 외모와 우아하고 겸손한 태도로 인기도 면에서 웨차치와 현 총리를 앞서고 있다. 현지에선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도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총 500명을 뽑는 이번 총선에서 푸어타이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단독 집권은 불가능하다. 민주당도 군소정당과의 연립 여하에 따라 정권 유지가 가능하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서부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빌리 더 키드’의 사진이 경매에서 260만 달러(약 28억2000만 원·입찰 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AP통신은 “25일 미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열린 브라이언 레벨 경매에서 억만장자 개인수집가 윌리엄 코크 씨가 사진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경매회사 대변인인 멜리사 매크라켄 씨는 “사진은 1879∼1880년 뉴멕시코 주 포트서머에서 찍은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빌리 더 키드의 유일한 사진”이라며 “40만 달러 정도를 기대했으나 미국인의 관심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여러 개의 이름 가운데 윌리엄 보니가 가장 유력한 본명인 빌리 더 키드는 21년의 짧은 생애 동안 보안관 3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을 살해한 무법자다. 그러나 잘생긴 외모와 극적인 탈옥 등이 버무려지며 20세기엔 의적으로 미화됐다. 특히 1958년 영화 ‘왼손잡이 건맨’에서 배우 폴 뉴먼이 그의 역할을 맡으며 미국인들에겐 ‘서부의 로빈 후드’처럼 인기를 끌었다. 영화 제목처럼 빌리 더 키드가 왼손잡이란 오해도 이 사진에서 출발했다. 당시 금속판을 이용했던 사진은 좌우가 뒤바뀐다는 점을 간과하고 왼쪽에 권총을 찼다고 착각한 것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달 초 브라질에 이어 쿠바를 공식 방문하던 중 급작스레 수술을 받은 뒤 거의 20일째 쿠바에 머물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예상보다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9일경 긴급 수술을 받은 차베스 대통령이 여전히 쿠바 수도 아바나에 머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본국에서도 여러 ‘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평균 1주일에 한 번은 TV 연설을 했던 그는 수술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12일 국영방송과의 인터뷰도 전화로만 했으며, 트위터에 한두 차례 형식적인 글을 올린 게 고작이었다. 이 와중에 미 마이애미 주의 한 지역신문은 “차베스의 딸과 어머니가 공군기 편으로 급하게 쿠바로 떠났다”고 보도해 대통령의 ‘중병설’을 부채질했다. 그가 받은 수술이 골반 부근 종기가 아닌 악성 종양 제거였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잘 회복되고 있다”는 원론적인 발표만 되풀이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외교장관은 “베네수엘라와 세계는 대통령의 무사귀환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치료 상황이나 복귀 일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차베스 대통령의 ‘공백’이 길어지자 세계 석유생산량 수위를 달리는 경제력을 지닌 베네수엘라의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차베스는 12년 동안 재임하면서도 특별히 후계자를 키운 적이 없다”며 “그가 없으면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헌법엔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엘리아스 하우아)이 권력을 승계하도록 돼 있으나 강력한 경제권을 지닌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이나 대통령의 친형인 아단 차베스 등 대권을 노리는 야심가가 많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의 침묵이 그가 즐기는 ‘깜짝 쇼’의 되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대통령이 (치료 목적이 아닌) 성형수술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 우려가 최고조에 이를 때 화려하게 복귀해 내년 대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이란 관측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을 해킹했던 해커집단 룰즈섹(룰즈 시큐리티)이 25일 “임무를 완수했다”며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룰즈섹은 트위터 등을 통해 “우리가 준비했던 50일간의 여행은 이제 끝이 났다”며 “영감과 공포, 냉소와 흥분 그리고 ‘사랑’ 등을 남기고 먼 곳으로 항해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또 “마지막으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AT&T도 해킹했다”며 “미 애리조나 주 이민법에 항의하는 뜻에서 룰즈섹 웹 사이트에 애리조나 주 정부 문서를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AOL 등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룰즈섹 멤버를 자처한 한 해커는 전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 상원이나 CIA 말고도 침투에 성공했으나 공개하지 않은 웹 사이트가 더 있다”며 “상당한 정부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했으며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룰즈섹이 6명이란 소문은 사실이며 매일 8∼10시간 작업했다”면서 “최근 붙잡힌 영국 19세 남자는 우리를 추종한 팬이었을 뿐 동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룰즈섹은 또 다른 해커집단 어나너머스와 함께 세계 각국 정부 및 주요 기관을 연합 공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실제로 활동을 중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가장 붙잡고 싶었던 사나이’ 마피아 보스 제임스 화이티 벌저가 드디어 체포됐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 밤 캘리포니아 주 샌타모니카에서 FBI가 벌저와 그의 오랜 연인 캐서린 그리그 씨(60)가 머물던 아파트를 급습해 체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턴 지역 아일랜드 갱단 ‘윈터 힐’을 이끄는 그는 1995년 1월 체포령이 내려진 뒤 16년 만에 덜미가 잡혔다.벌저는 백발에 가까운 환한 금발로 ‘화이티(Whitey·흰둥이)’란 별명을 얻었지만 그의 인생은 온통 핏빛이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70, 80년대 암흑가를 지배한 그는 살인 19건을 비롯해 살인교사와 협박, 마약 거래 등 범죄 혐의보고서만 200쪽이 넘는다.FBI의 존 코널리 요원과 결탁해 라이벌 갱단 ‘뉴잉글랜드파’를 궤멸시킨 일화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디파티드’(2006년)에 소재로 쓰였다. 오랜 세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갔던 벌저가 결국 체포된 데는 다름 아닌 시민들의 공이 컸다. FBI는 몇 년 전부터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하고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체포도 제보 2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적극적인 주민 협력으로 붙잡힌 벌저 커플은 23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설 예정이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으로 알려진 그림 가운데 하나(사진 왼쪽)가 실제로는 그의 친동생 테오를 그린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21일 “전문가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1887년 작품은 반 고흐 자신이 아니라 동생을 그린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미술관 대변인은 “그토록 친밀했던 동생의 초상화 한 점 남기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형제가 프랑스 파리에 함께 살 때 그린 작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이 작품을 동생으로 확신하는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같은 해 그려진 다른 자화상(사진 오른쪽)과 비교해 귀의 생김새가 다르다. 반 고흐는 다소 길고 뾰족한 반면, 테오는 둥그스름하다. 수염 색깔도 동생은 연갈색이지만, 형은 짙은 붉은색을 띤다. 마지막으로 자화상엔 구레나룻이 있지만, 초상화는 살짝 흔적만 남아있다. 이는 당시 구레나룻을 면도한 테오의 사진과도 일치한다. 루이스 판 틸보르흐 수석연구사는 “형제가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동생으로 확정되면 이 작품은 지금까지 밝혀진 테오의 유일한 초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