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명

강성명 기자

동아일보 부산경남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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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성명 기자입니다.

smkang@donga.com

취재분야

2024-10-26~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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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 파워기업]세계 발포제 시장의 17% 점유…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발포제는 지금 신고 계신 운동화, 타고 오신 승용차에도 다 들어가 있어요. 고무나 플라스틱을 조금씩 부풀게 하는, 일종의 스펀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7일 부산 사상구 ㈜금양 본사에서 만난 박현덕 연구소장(71)은 발포제라는 개념이 생소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설명했다. 발포제는 합성수지, 고무 등 고분자 재료에 넣고 가열하면 기체를 발생시켜 거품을 일으키는 화공약품이다. 바닥 장판, 창틀, 인조가죽, 파이프 보온재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박 소장은 공장에서 생산한 발포제의 입자를 분석하는 연구실로 안내했다. 마치 생물의 세포와 닮은 발포제 입자들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입자의 크기가 가급적 균일해야 발포 효과가 좋다”고 했다. 발포제를 구성하는 입자의 크기는 너무 작아 μ(미크론·1μ은 100만분의 1m) 단위를 쓴다. 박 소장은 “가능한 한 모든 입자가 20μ으로 균일해야 발포 효과가 좋은데 압력, 온도 등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최적의 생산 조건을 찾는 게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금양의 모태는 1955년 설립된 금북화학공업주식회사로 국내에서 처음 사카린을 만든 곳이다. 1974년 사상구에 발포제 공장을 세우면서 화학제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4년 뒤에 금양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2016년 매출액은 1678억 원. 이 중 약 70%가 수출이다. 78개국에 1980개 거래처가 있고 중국, 미국 등에 9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초정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인 만큼 연구개발(R&D)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118명의 본사 직원 중 23명이 자체 R&D연구소에서 일한다. 류광지 대표(52)는 “발포제 생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2020년까지 연구 인력을 4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 정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발포제 시장의 약 17%를 점유하고 있는 금양은 2020년까지 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무리한 도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2년 전 중국 국영기업인 청해염호공업유한공사와 합작 투자 계약으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 회사의 자회사를 인수하면서 발포제의 주 원료인 규소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 것이다. 류 대표는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흔들리지 않고 생산라인을 가동하게 됐다.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어려움이 컸지만 최근 한중 관계가 다시 좋아지고 있어 올해는 합작투자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류 대표는 금양의 경영간부로 근무하던 중 1990년대 후반 부도 위기에 몰린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데 앞장서 2001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 경쟁력 확보는 물론이고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 중소기업인 대상, 부산 수출우수상, 철탑산업훈장 등을 받았다. 류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해왔고 올해부터 그 결실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1위 발포제 기업으로 우뚝 설 것”이라며 매출 1조 원 달성의 포부를 밝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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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리더 인터뷰]“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글로벌 해양산업 리더 배출할 것”

    지난달 31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에선 전국 대학 중 처음 졸업식이 열렸다. 단과대 중 병영특례 대상인 해사대 남학생 350여 명이 승선 전 한 달간 군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미리 학위수여식이 열린 것이다. 이날 힘찬 함성과 함께 학사모를 공중에 던지는 청년들의 모습에서 해양산업의 부활을 꿈꾸는 당찬 의지가 엿보였다. 박한일 한국해양대 총장(61)은 행사 직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운·조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환경을 가진 우리 대학 입장에선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발달과 4차 산업혁명으로 해양산업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류와 조선(造船)에 집중되던 산업 영역이 점차 자원 에너지 금융 관광 레포츠 건축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 박 총장은 “해양산업이 긴 시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다행히 많은 전문가는 올해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학생 스스로 해양산업을 이끄는 자신의 경쟁력이 한국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매순간 도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는 1945년 개교한 국립대로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특성화 종합대학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상하이해양대, 일본 도쿄해양대와 학생 및 학점을 교류하고 복수학위 석사과정도 운영 중이다. 또 아시아·태평양지역 12개국 24개 해양·수산대학 모임인 아시아해양수산대학포럼(AMFUF) 의장국으로 해양교육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박 총장은 학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멀티캠퍼스, 산학연 연구벨트,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소개했다. 그는 “영도 동삼혁신지구 내 혁신지구캠퍼스에선 해양클러스터 기관들과 교육·연구 중심의 산학협력을, 서부산융합캠퍼스에선 강서구 미음산업단지 내 조선기자재 업체와 인력양성, 연구개발, 선취업-후진학 프로그램 등을 함께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을 수행하며 5년간 구축된 세계 29개국 283개 해외 동문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산학협력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스페인 호주 중국 등 7개국에 글로벌 산학협력센터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링크 플러스 사업’에도 선정돼 5년간 약 220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해양산업 분야에서 4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강소기업 100개와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같은 글로벌 리더 300명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취업률은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 1월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해양대의 취업률은 71.5%로 전국 국공립대(졸업생 1000명 이상) 중 1위를 차지했다. 부산지역 국공립대인 부경대(59.1%), 부산대(56.7%)와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투명하고 공정한 내부 운영으로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국공립대 청렴도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박 총장은 마산고와 한국해양대 기관공학과(공학사)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해양학과(물리해양학 전공)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영국 런던대에서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모교인 한국해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2012년 총장에 선출된 데 이어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초대 이사장, 해양클러스터 기관장협의회장, 국제해양공학회 학술대회 공동의장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왔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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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문제 군사적으론 못 풀어” 커밍스 美석좌교수 동아대 특강

    한국 현대사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과 석좌교수(74·사진)는 2일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유명한 커밍스 교수는 “많은 미국인은 베트남전쟁과 달리 TV를 통해서조차 한국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로켓을 쏘아 올릴 때에만 어쩔 수 없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미국인의 무지가 한반도 내 군사 충돌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커밍스 교수는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끔찍할 만큼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한국전쟁이다”라고 말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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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루스 커밍스 교수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없다”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미국 시카고대 역사학과 석좌교수(74)는 2일 부산 동아대에서 열린 초청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커밍스 교수는 “많은 미국인은 베트남전쟁과 달리 TV를 통해서조차 한국전쟁(6·25전쟁)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미국인들은 북한이 핵폭탄을 터트리거나(핵실험) 로켓을 쏘아 올릴 때에만 어쩔 수 없이 한반도 정세에 관심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커밍스 교수는 이런 미국인의 무지(無知)가 한반도 내 군사 충돌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빠져나오기는 끔찍할 만큼 힘들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한국전쟁이다. 무력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 현대사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한국전쟁의 기원’ 등 저서로 유명하다. 2007년 ‘제1회 김대중 학술상’(2007년), 지난해 ‘제2회 제주 4.3 평화상’을 수상했다. 이날 특강의 주제는 ‘제국의 기억상실증: 1945년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인들의 역사는 왜 미국에서 무시되고, 망각되고, 비밀로 되어 있는가’였다. 동아대 교직원과 학생 뿐 아니라 일반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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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삼진어묵 ‘설 선물세트’ 풍성

    삼진어묵이 다양한 설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지난 설에 일부 선물세트가 연휴 2주 전에 완판된 상황을 감안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65% 많은 8만6000세트를 준비한다. 클래식세트 1만5000원, 부산1953세트 1호 2만 원, 부산1953세트 2호 3만 원, 이금복장인세트 1호 3만 원, 이금복장인세트 2호 5만 원, 이금복명품세트(사진) 7만 원 등이다. 이금복장인세트는 삼진어묵 창업주의 며느리로 30년 이상 수제 어묵을 만들어온 이금복 장인이 엄선한 어묵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명절엔 사전 예약 주문량만 3000건이 넘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최상급 재료로만 만드는 이금복명품세트는 장어 전복 등 보양식품이 많이 들어가 나이 드신 분들에게 선물하기 좋다. 국내산 다시마와 멸치를 사용해 깊은 맛의 육수를 우려낸 천연해물 다시팩도 들어간다. 부산1953세트 1·2호, 클래식세트는 삼진어묵에서 인기가 높은 어묵들을 다양한 구성으로 조합해 선보였다. 선물을 받을 사람들의 나이, 입맛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9일까지 전화(051-412-5468)와 인터넷(www.samjinfood.com)으로 주문할 수 있다. 삼진어묵 전국 19개 직영점에서도 판매한다. 직영점 19곳은 영도본점, 부산역점, 부산역광장점, 동부산점, 서면점, 동래점, 잠실점, 노원점, 판교점, 목동점, 천안점, 센텀시티점, 명동점, 갤러리아타임월드점, 대구현대점, 동대구점, 고양스타필드점, 현대천호점, 인천공항점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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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교육청, 학교 언어순화 운동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언어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언어 순화운동’을 추진한다. 우선 교과·교육과정 및 창의적 체험 활동과 연계한 언어 교육에 중점을 둔다. 국어, 사회, 도덕 등 언어 교육과 관련이 있는 수업시간을 이용해 최소 학기별로 1회 이상 바른 언어 사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언어순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언어문화 개선 동아리를 꾸리도록 돕는다. 교육청은 또 친구사랑 주간, 사과데이 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진행 중인 ‘어깨동무’ 프로그램과 연계한 언어예절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아름다운 인사 캠페인, 대화가 있는 가족 밥상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학교폭력 유형 중 언어폭력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올바른 언어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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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노인병원 37명… 안전이 질식당했다

    화마(火魔)에 쓰러진 37명 중 30명은 70대 이상 노인이었다. 대부분 거동조차 힘든 상태였다. 이들은 병실 또는 화장실에 있다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유독가스에 질식했다. 일부는 낙상을 막는다는 이유로 침대에 결박돼 있다가 뒤늦게 구조되는 바람에 숨졌다. 80명이 넘는 중증 노인 환자가 입원한 병원이지만 불이 났을 때 피해를 막아 줄 방화설비도, 구조해 줄 사람도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숨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생명을 지키려 찾은 병원이 한순간에 생지옥으로 변하는 것이 대한민국 안전의 현주소다. 26일 오전 7시 반경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 1층 천장으로 옮겨 붙은 불이 내장재와 침구류를 태우면서 유독가스가 퍼져 나왔다. 불이 2층 위로 번지진 않았지만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5층 건물을 타고 병원 전체로 퍼졌다. 거동이 불편하고 호흡기가 약한 고령의 환자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사망자 37명은 병원 1층과 2층에서 주로 발견됐다. 당직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진 3명도 사망했다. 구조 당시만 해도 의식이 있었지만 이송 과정에서 사망한 환자가 많았다. 산소호흡기 등 비상 의료 장치를 떼어낸 뒤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체온 변화도 악재였다. 이날 오전 8시 밀양의 체감온도는 영하 14.8도였다. 병원에는 초기 화재 진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83명의 고령 중증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이지만 면적이 작아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불이 번지며 병원은 아비규환이 됐다. 전기가 끊겨 병원 내부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했지만 병원 비상발전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지팡이나 휠체어에 의지할 수 없어 병실을 기어 나왔다. 환자를 들거나 업어서 대피시키는 병원 직원들과 곳곳에서 뒤엉켰다. 영상출처 : 동아일보 독자 제공일부 병실은 내부에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나올 수 있었다. 병실 내에서는 문을 열 수 있는 환자가 없어 외부에서 문을 부수고 한 명씩 빼내야 했다. 환자 6명은 1층 승강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탈출하기 위해 위층에서 승강기를 탄 후 유독가스에 쓰러진 것이다. 환자들을 대피시킬 의료진도 부족했다. 병상 95개가 있는 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단 3명이었다. 간호사도 6명뿐이다. 간호사들이 보통 3교대로 근무하는 걸 고려하면 고령 환자 95명을 고작 2명의 간호사가 돌보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 병원은 최소 의사 5명, 간호사 16명 이상을 운용해야 한다. 이날 화재 당시 병원에는 의사 1명과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9명의 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병원 바로 옆 요양병원에는 94명이 입원해 있었다. 다행히 모두 대피해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1층 응급실 냉난방기나 탕비실 내 조리용 화기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밀양=강정훈 manman@donga.com·정재락·강성명 기자}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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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시간이 멈춘 ‘매축지마을’에 문화재가 생겼어요

    23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매축지(埋築地)마을은 한산했다. 거리를 오가는 주민도 거의 없는 데다 식당과 미용실 등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았다. “젊은 사람은 다 떠나고 노인밖에 없어. 이렇게 추운 날엔 노인네도 다 집에 있지.” 시린 손을 비비며 종종걸음을 치던 한 주부가 말했다. 50년 토박이 최진철 씨(55)는 “수십 년간 재개발이 될 거라는 말만 나돌다 결국 동네가 망가졌다”며 “가난한 동네라고 쌀이든 뭐든 외부에서 지원받다 보니 땀 흘려 일하려는 사람도 거의 사라졌고 동네 상점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매축지마을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형성됐다. 군수물자를 나르기 위해 일본이 부산항과 가까운 지역을 매립한 것. 그래서 몇몇 집엔 다다미방과 같은 일본식 건축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6·25전쟁 때는 피란민이 몰려 판자촌이 됐다. 1970년대부터는 재개발 소문이 퍼졌다. 1990년 도시환경정비사업 추진 구역으로 지정된 후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업성 부족으로 답보 상태다. 1000가구 중 300여 곳이 비어 있거나 폐가로 방치돼 있다. 최근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주민들과 협의한 끝에 매축지마을의 역사를 간직한 8곳을 ‘마을문화재’로 선정했다. 우리마을은 3년 전부터 이 마을의 도시재생을 위해 이불세탁, 건강검진, 국수잔치 등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쳤다. 23일 마을 구석구석을 소개한 김일범 우리마을 팀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주민 스스로 삶의 터전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은 전국 처음”이라며 “주민만 알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도록 돕는 일도 도시재생의 일부여서 문화재 선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주민이 선정한 마을문화재는 마구간, 시간이 멈춘 골목, 마을 흙집, 통영칠기사, 보리밥집의 30년 된 로즈마리 나무, 벽화와 지혜의 골목, 영화 ‘친구’ 촬영지, 보림연탄지소 등이다. 각 장소에는 문화재 유래와 사연을 담은 현판이 설치됐다. 시간이 멈춘 골목은 장마철마다 물난리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힘들게 물을 퍼 날랐던 애환이 녹아 있다. 1.5L 생수통이 줄지어 선 지혜의 골목은 고양이가 생수통에 비친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나도록 한 주민의 지혜가 엿보인다. 마구간에는 일제강점기 군마를 관리하던 곳을 광복 후에 피란민이 칸칸이 나눠 주거공간으로 재활용했다는 사연이 담겼다. 13년째 통영칠기사를 운영 중인 박영진 씨(61)는 “동네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공예품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집에 뭐든지 고장이 나면 꼭 달려가서 어르신을 도와주신다”며 박 씨를 치켜세웠다. 박 씨는 5년 전부터 매달 한 차례 홀몸노인을 위해 수백 그릇의 국수를 대접하고 있다. 그는 “개발에 밀려 언젠가는 마을이 사라지겠지만 이번에 우리가 정한 문화재를 통해 마을 역사를 더 많은 분이 알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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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휴지통]국책연구소 박사, 내연녀 집 불지르다 검거

    부산의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박사급 연구원이 내연녀 집에 불을 질러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19일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두 차례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 방화)로 이모 씨(43)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낮 12시 10분경 내연녀 김모 씨(40)의 아파트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침대와 소파에 불을 질러 700만 원가량의 재산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가하지 않은 내연녀와 영상통화로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통화로 방화 장면을 본 김 씨가 급히 119에 신고했고, 불은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이 씨가 직접 껐다. 경찰은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방대원의 공조 요청을 받고 현장 조사를 벌여 이 씨를 검거했다. 서울에 가족을 둔 이 씨는 3년 전부터 부산에서 혼자 생활하다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김 씨와 내연 관계가 됐다고 한다. 이혼한 김 씨 집에 자주 드나들던 이 씨는 최근 김 씨가 다른 남성을 만난다는 의심을 품고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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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지구촌 경험 쌓자” 겨울방학 대학가 해외활동 봇물

    겨울방학을 맞아 해외로 나가 경험을 쌓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은 봉사, 인턴십, 단기 어학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의 해외 체험을 돕고 있다. 대구대 해외봉사단 26명은 1∼14일 라오스 파카딩 지역 어린이들에게 한국어와 태권도, 한국 동요 등을 가르쳤다. 현지 초등학교 건물 천장과 바닥도 수리했다. 봉사단원들은 직접 책장을 만들어 작은 도서관을 짓고 책과 학용품을 기증했다. 이들은 현지 주민 집에서 하루를 머문 뒤 주민과 함께 운동회도 열었다. 김영후 씨(25·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는 “어린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보며 많은 걸 느꼈다. 국내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체험했다”고 말했다. 대구대 사범대는 봉사단 11명을 별도로 꾸려 9∼17일 필리핀에서 교육 환경이 열악한 마을 두 곳을 찾았다. 이들은 어린이들과 국기 그리기, 제기 만들기, 부채 꾸미기, 그림편지 쓰기를 하면서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학교를 찾아 대청소를 하고 끼니를 거르던 아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차정호 대구대 교수는 “학생들이 떠나기 전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학교에 나와 현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토론하며 준비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바른 교사란 어때야 하는가를 알아 가는 것 같아 대견해 보였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겨울방학에 학생 400여 명을 해외에 파견한다. 17일 발대식을 열고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출발한 봉사단 38명은 2주간 현지 초등학교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화장실 보수, 벽면 페인트칠, 벽화 그리기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한국어, 씨름 등 한국 문화도 소개한다. 문희섭 씨(24·산림자원조경학과 3학년)는 “해외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봉사활동도 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영남대생 123명은 조만간 유럽과 호주 일본 중국 등지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2, 3명씩 팀을 꾸려 출발하는 이들은 항공료를 지원하는 ‘윈도 투 더 월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 주제에 따라 선발됐다. 그 외에 선진 산업체 탐방, 단기 인턴십, 전공 연계 해외 현장학습 목적으로 180여 명이 해외로 나간다. 인제대생은 340여 명이 겨울방학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빈다. 인제대 프라임사업단은 해외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125명을 해외에 파견했다. 77명은 그리스 독일 영국 체코 등 유럽에서, 나머지는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이달 21일까지 활동을 한다. 최근 인제대생 66명은 호주 캐나다 등으로 출발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80명은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5개국 기업에서 글로벌 창업 교육을 받고 있다. 차인준 인제대 총장은 “학생들이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꿈을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성명 smkang@donga.com·장영훈 기자}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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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거장 설치미술, 고철 처분한 해운대구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 8억 원을 들여 설치했던 세계 유명 예술가의 작품이 부서지고 녹슬었다는 이유로 폐기 처리됐다. 이 작품은 미국 설치 미술의 거장(巨匠)인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의 유작(遺作)이다. 오펜하임은 1988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IMPERSONATION STATION’이라는 작품을 설치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관광시설사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17일 해변가에 설치돼 있던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를 철거했다. 작품을 이루던 철골은 고철로, 플라스틱은 폐기물로 각각 처리했다. ‘꽃의 내부’는 2011년 3월 해변에 설치됐다.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의 조형물로 해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을 받아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며 꽃의 아름다움을 황홀하게 표현했다. 해운대구는 2009년 “해운대해수욕장에 포토존이 될 만한 작품을 찾아 달라”고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에 의뢰했다. 조직위는 국제 공모를 거쳐 이 작품을 최종 선정한 뒤 설치도 했다. 여기에 예산 8억 원이 들어갔다. 관리는 해운대구가 맡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긴 시간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작품 곳곳이 부러지거나 휘어지고 녹슬었다”며 “특히 2016년 10월 태풍 ‘자바’가 강타한 이후 변형이 너무 심해 보기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빗발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는 지난해 2월 부산미술협회 관계자와 현장을 둘러보며 복구 여부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한 뒤에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철거되자 세계적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 곳곳에 설치된 야외 미술 작품은 총 90여 점으로 46점이 해운대 일대에 있다. 이 중 ‘꽃의 내부’를 제외한 45점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가 관리하고 있다. 조직위 관계자는 “평소 보수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작가와 협의한 뒤에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해 연간 4번 정도 작품 보수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야외 설치 미술품은 작품 변형이 심하기 때문에 작품 관리에 공을 많이 들인다는 것. 조직위 측은 “해운대구가 유지보수 사안을 우리와 협의하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오펜하임의 유족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건 매우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측은 “나름대로 관리는 열심히 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던 건 인정한다”며 “작가가 이미 작고한 상태란 것을 알았지만 미처 연락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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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대병원 ‘AI 상담서비스’ 시작

    부산대병원이 16일부터 고객의 질문에 24시간 응답하는 인공지능(AI) ‘챗봇’ 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대화하는 로봇’이라는 뜻의 챗봇은 메신저를 이용해 질문을 입력하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답한다. 딥 러닝(심층 기계학습) 기술이 적용돼 AI가 실제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처럼 실시간 응대한다. 챗봇은 ‘카카오톡’ ‘네이버 톡톡’과 연계해 모바일이나 PC로 이용 가능하다. 병원 홈페이지 하단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친구 추가 및 대화하기, 네이버 톡톡 대화하기 기능 등을 통해 연결된다. 직원과 통화하지 않고도 의료진의 진료 일정은 물론이고 병동 위치, 부대시설, 서류 발급 등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병원 측은 현재 고객 민원의 90% 이상을 챗봇으로 응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개인병원이 아닌 500병상 이상 규모의 3차 병원에서 챗봇을 도입한 첫 사례”라며 “특히 상담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 활용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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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꿔달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이 열풍을 일으키면서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국민청원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단법인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운영하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바꿔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11일 오전까지 4676명이 서명했다. 다음 달 1일까지 20만 명의 서명을 받는 게 목표다. 박종철기념사업회는 “가해자인 경찰이 남영분실을 운영하는 건 맞지 않다. 박 열사의 뜻을 기리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청원운동은 기념사업회와 박 열사의 모교인 부산 혜광고 동문이 주축이 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1987’이 상영되고 있는 서울, 부산의 일부 극장 앞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지인들에게도 알리고 있다. 대공분실이 박 열사와 고 김근태 전 의원을 비롯해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간첩조작 사건 등으로 수난을 당한 이들의 아픈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재정권의 부당한 폭력에 아직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고문치유센터’도 설치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국민청원추진위원장을 맡은 김승주 혜광고 37기 동기회장은 “남영동 대공분실이 시민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 청원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혜광고 동문들은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남영분실 운영과 관련된 기관장을 면담해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SNS를 통한 이벤트도 계획하고 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이 과거사 청산 사업을 목적으로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박 열사가 고문을 받다 숨진 5층 조사실이 일반에 공개되고 박종철기념전시실이 설치되긴 했지만 성희롱 상담센터, 고객만족모니터센터 등 경찰 행정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김상준 혜광고 28기 동기회장은 “긴 세월 종철이를 그리워하는 많은 친구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국민의 큰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8기 동기회를 중심으로 한 혜광고 동문들은 조만간 박종철기념사업회 부산지사를 설치할 예정이다. 추모식, 장학금 전달 등 여러 행사가 서울, 부산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회는 서울 용산구에 있다. 이와 함께 박종철 장학금도 키워 나갈 예정이다. 28기 동기회는 2010년부터 동문 성금을 모아 매년 6명의 후배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김 회장은 “장학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종철이의 뜻을 널리 알리도록 그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후진국에 설립하는 등 여러 기념사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런 다양한 논의는 14일 박종철 열사 31주기 추모행사 이후에 더욱 구체화한다. 기념사업회, 시민단체, 혜광고 동문들은 14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안치된 박 열사를 참배한 뒤 오후에는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방문해 헌화할 예정이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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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폭행’ 부산대병원, 23차례 대리수술

    전공의 상습 폭행으로 물의를 빚어 파면된 부산대병원 전 교수가 대리수술도 20차례 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11일 수술을 후배에게 시킨 뒤 자신이 한 것처럼 진료기록을 꾸민 혐의(사기 등)로 부산대병원 교수 이모 씨(50)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또 후배 전공의를 폭행한 혐의로 같은 과 전(前) 교수 신모 씨(39)와 현 조교수 고모 씨(34)를 상습상해 혐의로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신 씨는 폭행 사실이 알려져 지난해 11월 병원에서 파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1∼10월 23차례에 걸쳐 자신의 수술 일정이 출장이나 외래진료 등과 겹치면 신 씨에게 수술을 지시한 혐의다. 경찰은 자신이 수술한 것처럼 진료 기록을 꾸며 23명의 환자에게서 특진비 약 1400만 원을 받은 것이 사기 혐의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이 씨는 경찰에서 “외래진료 탓에 어쩔 수 없이 후배가 수술하더라도 같은 병동 안에 있어서 응급 대처가 가능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씨는 2013년 8월∼2015년 9월 환자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등의 이유로 50여 차례에 걸쳐 후배 11명을 수술도구나 주먹, 발 등으로 때린 혐의다. 같은 과 후배인 고 씨는 2012년 10월∼2015년 12월 당직실에서 뒷짐을 지고 머리를 땅에 박도록 하거나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때리는 등 10차례에 걸쳐 전공의 12명을 상습 폭행한 혐의다. 신 씨는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고 씨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립대병원 교수들의 민낯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알려졌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신 씨에게 맞아 피멍이 든 전공의 사진을 공개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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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만에 검거된 다방 여종업원 살해 40대, 결국 무기징역

    20대 다방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15년 간 숨어 지낸 40대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부장판사 김종수)는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씨(46)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같이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양 씨는 2002년 5월 21일 오후 10시경 부산 사상구의 다방에서 퇴근하던 A 씨(당시 21세·여)를 납치해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마대(麻袋)에 담아 강서구 앞바다에 버렸다. 그는 다음 날 은행에서 A 씨 통장에 들어 있던 296만 원을 인출하고, 살해 21일 뒤에는 이모 씨(41·여) 등을 꾀어 A 씨의 적금 500만 원을 해지해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통장, 도장 등이 든 A 씨 핸드백을 주워 비밀번호를 조합해 돈을 인출했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는 양 씨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검찰이 제시한 여러 간접 증거로 미뤄 양 씨가 강도 살인을 저질렀다는 데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번 재판은 양 씨의 요청으로 8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인정 신문, 모두 진술, 쟁점 및 증거관계 정리, 증거조사·피고인 신문, 최종변론, 배심원 평의 절차, 선고로 이어진 공판 절차가 이날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목격자와 범행도구, DNA 등 살인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돈 인출 사실, 주변인 진술, 프로파일러 분석보고서 등 간접 증거로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검찰은 마대에 넣은 시신을 함께 옮긴 양 씨 동거녀의 진술, 양 씨가 탔던 승용차 좌석에 남은 혈흔 등을 토대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국선변호인 측은 간접 증거가 많더라도 살인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 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양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유족과 합의하지 않은 데다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배심원 의견을 고려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배심원 평결은 유죄 7명, 무죄 2명으로 나뉘었다. 이 사건은 자칫 미제로 묻힐 뻔했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기존 최장 25년)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이후 경찰의 끈질긴 재수사와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져 사건 발생 15년 만에 범인에게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최소한의 정의를 세우게 됐다.부산=강성명기자 smkang@donga.com}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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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리더 인터뷰]“미래 세대의 관심이 ‘남극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죠”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60)의 남극 사랑은 각별하다. 이 대표는 1985년 11월 16일 남극에 첫발을 내디딘 대한민국 남극탐험대 17명의 1인이다. “사진 촬영을 담당해 비행기에서 제일 먼저 내렸어요. 역사적인 순간을 담기 위해 눈부신 설원에 닿은 제 발을 먼저 찍었죠.” 이 대표는 사단법인 극지해양미래포럼과 한국극지연구진흥회 이사를 맡고 있다. 회사명인 남경(南京)은 남극의 수도라는 뜻이다. 당시 남극탐험대원 중 유일하게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지녀 태극기를 안고 남극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다. 한국이 남극에 도달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바닷속 바위틈에 태극기를 꽂고 사진을 찍었다. 탐험대는 36일간 미지의 땅에서 기후 암석 물 얼음 등을 조사했다. 주요 목표인 연구기지 건설을 위해 다른 나라 기지를 찾았다. 출발 전에 의사를 타진했을 때는 방문을 거부하던 소련(현 러시아), 중공(현 중국) 기지도 문을 열어 대원들을 반겼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 광활한 대지에 주인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자원이 부족하고 영토가 작은 민족에 언젠가 남극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탐험대의 노력으로 한국은 1986년 세계 33번째로 남극조약에 가입할 수 있었다. 이 대표도 체류 경험을 살려 1988년 세종과학기지, 2014년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에 참여했다. 그는 “남극기지를 2개 이상 운영하는 나라는 10개국뿐인데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국제조약에 따라 2048년까지 자원 개발이 금지되고 과학 연구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는 만큼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약 30년 전부터 매년 남극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다닌다. 한 해 30차례 안팎이다. 주로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미래 세대가 남극에 더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남극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선진국은 남극 연구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는 건 물론이고 때로 대통령이 직접 자국 기지를 방문하거나 공영방송이 새해를 알리는 방송을 남극기지에서 진행하기도 한다”며 “국민이 남극에 관심을 갖도록 정부가 더 적극 나서야 하는데 우리는 소극적인 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원 개발이 가능해질지 모르는 2048년이 먼 미래라고 머뭇거리다가는 훗날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조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양수산부가 적극 추진하는 제2 쇄빙선 건조가 완료되면 남극에 길이 1.8km의 암반활주로를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행기로 남극에 가려면 바다얼음(해빙)활주로나 계곡 빙판(빙원)활주로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해빙활주로는 두 달 정도만 이용할 수 있고 빙원활주로도 눈이 자꾸 녹아 상태가 불안정하다. 이 대표는 “장보고기지 근처에 활주로 건설이 가능한 암반이 존재한다는 건 큰 행운이다. 관련 연구용역 보고서도 제출됐지만 정부는 예산 확보에 소극적인 것 같다. 100년 늦은 남극 연구의 주도권을 한 번에 극복할 방안인 만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는 ‘극지타운’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는 “남극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숨어 있는지, 인류를 위해 어떤 연구가 이뤄지는지 등 남극의 중요성을 알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3년 전 한국해양소년단연맹 단원으로 남극 대륙을 밟았을 때의 그 감동이 여전히 어린 눈빛이 반짝였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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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검찰, ‘금품수수 의혹’ 부산 강서구의회 부의장 사무실 압수수색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부장 이병대)는 5일 오전 부산 강서구의회 최일근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소속)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부의장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관련 자료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신도시에 들어선 일부 건물이 불법 증축으로 단속될 위기에 처하자 최 부의장이 이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축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조만간 최 부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금품수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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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얀마에 병원 세워 극빈층 진료… 장철호 원장 ‘이태석 봉사상’ 수상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는 4일 장철호 미얀마 베데스다 클리닉 원장(57)을 ‘제7회 이태석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장 원장은 2013년부터 미얀마 양곤에서 구순구개열(口脣口蓋裂·입술 잇몸 입천장이 갈라진 선천적 기형) 환자 약 400명을 무료로 수술해줬다. 장 원장은 “미얀마에서 수술하려면 현지 정부 허가를 받고 병원을 섭외한 다음 환자를 모집해야 하는데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장 원장은 2013년 해외의료봉사NGO(비영리기구) 지부장으로 미얀마와 첫 인연을 맺었다. 2016년에는 최극빈층 40만 명이 살고 있는 양곤 외곽 흘라잉타야에 베데스다 클리닉을 세웠다. 그는 “미얀마는 식습관 탓에 당뇨 발병률이 아주 높고 합병증으로 신장투석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많은데 의료시설이 열악해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죽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봉사를 하다 작고한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한 이태석 봉사상은 매년 인류를 위해 헌신한 의료인에게 주어진다. 시상식은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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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간 407번 목욕 봉사한 공무원

    “이젠 그만둘 수가 없어요.” 황지언 씨(52·사진)는 매주 화요일 퇴근 후 병원에 간다. 치료도, 병문안도 아니다. 그가 찾는 곳은 부산 사상구에 있는 부산보훈병원. 일반인도 있지만 환자 대부분이 국가유공자다. 가족의 도움을 못 받고 쓸쓸히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일반 병원보다 많다. “화요일만 되면 침대나 병원 복도에서 어르신들이 기다려요. 한동안 씻지 못해 얼마나 불편했는지 이젠 눈만 봐도 알 수 있죠.” 황 씨가 목욕 봉사를 한 건 1999년 12월부터다. 사무실 선배의 권유로 시작해 매주 한 번 이 병원을 찾아 3, 4시간씩 환자의 몸을 씻고 닦아 준다. 환자 상태에 따라 목욕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4, 5명 정도 씻긴다. 17년간 407번, 1135시간을 봉사했다. 황 씨는 3일 “솔직히 몸이 피곤한 날이면 가고 싶지 않은 적도 있었고 한 달 이상 몸을 씻지 않은 환자 몸에선 역한 냄새가 나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깨끗이 씻고 나서 표정이 밝아진 어르신을 보면 금방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황 씨가 이 병원에서 묵묵히 봉사할 수 있었던 건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친 분이기 때문이다. 그 역시 부산구치소에서 근무하는 교정직 공무원 교도관(교위·7급)이다. 황 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고마움을 전하는 어르신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화요일 아침마다 출근길 황 씨에게 목욕용품을 건네는 가족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황 씨는 봉사자가 많이 줄어든 것에 아쉬워했다. 이 병원에서 처음 목욕 봉사를 할 때는 봉사자가 12명이었지만 현재는 자신을 포함해 2명뿐이다. 그는 “몸을 닦아주는 동안 땀이 비 오듯 하지만 마치고 나면 마치 내 몸을 씻은 것처럼 상쾌하다. 더 많은 분이 이 기쁨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1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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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하겠습니다, 국민 지키는 헌신과 열정을

    ● 제복상정상은 대위, 해안경계서 민간인 구조까지 ‘전천후 군인’정상은 대위(33·육군 39사단)는 “군인 본분을 다했을 뿐인데 너무 잘 평가해주신 것 같다”고 25일 소감을 밝혔다. 정 대위는 해안경계 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물샐틈없는 경계작전에 기여했다. 지난해 5, 6월 야간 경계작전 중 양식어류를 불법 채취하는 민간 잠수부들을 두 차례나 적발해 해경에 인계했다. 올 8월에도 야간에 매복진지 인근 해안으로 접근하는 불법 잠수부들을 조기에 발견해 상황을 전파하고 신병을 확보하는 작전을 빈틈없이 지휘했다. 위기에 처한 민간인들도 여러 차례 구했다. 지난해 9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해 출혈이 심한 노인을 자신의 차량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신속히 옮겼다. 조금만 늦었으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4년 8월에도 유원지에서 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민간인을 구했다. 국민의 생명 보호를 소임으로 여겨 한 치 망설임 없이 구조에 나선 것이다. 소위 임관 직후 특전사에서도 6년간 근무하면서 대테러작전과 요인 경호작전 등에도 참가했다. ‘군인다운 군인’으로 선후배 장병들의 신망도 두터운 그는 소령 진급을 앞두고 있다. 갓 태어난 딸과 세 살 난 아들을 둔 그는 “두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국민에게 헌신하는 군인의 길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제복상이상훈 준위, 해군 링스헬기 인양작전 공헌 ‘SSU의 산역사’ 해군 해난구조대(SSU) 구조작전대대 구조관 이상훈 준위(51)는 해군 최고의 해난구조 전문가다. 해상 재난 현장, 구조 계획 수립 현장엔 언제나 그가 있었다. 1987년부터 SSU에서 활동한 이 준위는 지난해 9월 동해상으로 추락해 사망자 3명을 낸 해군 링스헬기 추락 당시 시신·동체 인양 작전에 큰 공을 세웠다. 추락 해역 수심이 1030m에 달해 잠수사 투입이 불가능해지자 그가 사고 직전 수립한 수중무인탐사기(ROV) 투입 계획이 적용됐다. 그 결과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시신 3구를, 5일 만에 헬기를 인양할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 때는 수석감독관으로 사고 해역에서 5개월간 근무하며 구조계획을 세우고 잠수사들을 교육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 땐 선체에 갇히는 등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실종자 수색 임무를 끝까지 해냈다. 포화잠수(잠수사가 헬륨·산소를 혼합한 기체로 호흡하며 작업하는 특수기법)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그는 후배 양성에도 매진했다. 세월호 당시 SSU 잠수사들이 포화잠수 기법으로 실종자들을 구조했던 배경엔 그가 진행한 교육이 있었다. 30년간 수많은 공을 세우고도 그는 공을 모두 후배 SSU 대원들에게 돌렸다. “대원들이 지시를 잘 따라준 덕분입니다. 저만 상을 받아 미안합니다.”   ● 제복상하종우 경위, 인도양 ‘선상 살인’ 해결 등 해양범죄올 9월 26일 오후 10시 40분경 부산항 제2부두 앞바다에서 이불에 싸인 시신이 발견됐다. 물증도 목격자도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부산해양경찰서 하종우 경위(52)는 부패된 시신을 꼼꼼히 살펴 지문을 채취했다. 희생자의 과거 며칠간 동선을 추적했다. 시신 발견 사흘 만에 유력 용의자 2명을 붙잡았다. 하 경위는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이들을 구속 수사해 범행을 밝혀냈다. 하 경위는 해양범죄 분야 베테랑이다. 1992년 순경으로 입문한 뒤 20년을 수사 부서에서 보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선원 2명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잔인하게 살해한 인도양 ‘선상(船上) 살인사건’ 해결에 기여했다.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 빅토리아항에 파견된 그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 검증과 증거 및 진술 확보 등을 주도했다. 2014년 12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사상자 53명을 낸 501오룡호 침몰사건 수사에도 참여해 선박 관리가 부실했음을 입증했다. 하 경위는 25일 “정유년 첫날 ‘국민 안전’을 소망해 맡은 소임을 다했을 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적지 않은 역경이 있었지만 함께 노력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해양 범죄와 사고에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 제복상오정근 소방장, 14년간 5200차례 출동… 동일본지진때 파견도지난해 11월 19일 밤 12시 무렵 강원 원주시 개운동 3층 건물 화재 현장. 일가족 3명이 연기를 피해 3층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있었고 옥상에는 1명이 고립됐다. 원주소방서 오정근 지방소방장(44)과 동료들은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이들에게 보조 산소마스크를 착용시키고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시켰다. 조금만 늦었다면 참변을 당할 뻔한 상황이었다. 2003년 10월 소방관에 입문한 오 소방장은 이때를 가장 위급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구조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14년간 화재 및 구급 현장에 약 5200차례 출동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 구조 활동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현장에도 국제구조대 일원으로 파견돼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서도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공직뿐만 아니라 이웃을 돕는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매주 원주종합사회복지관과 원주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 홀몸노인과 장애인에게 도시락과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민간 비영리단체인 치악산구조대 훈련팀장을 맡아 대원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오 소방장은 “살신성인(殺身成仁) 정신으로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특별상천희근 소방장, 전신화상 사고후에도 “소방관은 나의 천직”“화재나 폭발 현장에 도착하면 무섭습니다. 하지만 소방관 제복은 공포를 이겨내는 힘을 줍니다.” 15년간 재난 현장에 약 4600차례 출동했으면서도 천희근 전남 강진소방서 소방장(43)은 현장 출동이 역시 가장 긴장된다며 25일 이렇게 말했다. 천 소방장은 119구조대원 첫해인 2004년 8월 전남 여수시 미평동 고시원 화재 현장에서 유증기(油烝氣) 폭발로 귀 팔 다리를 비롯해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60일간 병원 치료를 받아 건강을 되찾았지만 흉터는 남아 있다. 당시 결혼 전이던 아내 김은숙 씨(36)와 처가 식구들은 “소방관은 위험한 것 같다.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자”고 했다. 하지만 그는 소방관은 평생 꿈꾼 천직이라며 아내를 한 달간 설득해 이 길을 고수했다. 천 소방장은 2013년 3월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공장 폭발 사고로 17명이 사망하거나 다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근로자 7명을 구조했다. 지난해 9월에는 전남 강진군 도로에서 발생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차량 교통사고 현장에서 폭발이 임박했음을 알아차리고 주변 34명을 대피시켰다. 천 소방장은 “현장에서는 후배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사고 예방에도 신경 쓰고 있다. 현장에서는 긴장되지만 생명을 살린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겨낸다”고 말했다.    ● 위민경찰관상국민안전의 최일선에서 몸던진 영웅들경기 화성서부경찰서 고 박인규 경위(40)는 올 8월 자택에서 순직했다. 두통을 호소하며 잠에 들었으나 끝내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2004년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한 박 경위는 올 2월부터 화성서부경찰서 교통조사계에서 근무하며 뺑소니범과 보복·난폭 운전자 검거를 비롯해 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이에 표창을 18회 받았다. 제주동부경찰서 박노식 경감(52)은 올 10월 실종자 신고를 받고 해발 163m 야산 정상에서 수색하다 4m 아래로 추락했다. 중상을 입고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수색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며 실종자 가족이 제주지방경찰청에 박 경감에 대한 감사의 글을 보냈다. 동료들에게도 귀감이 돼 제주경찰청 표창을 받았다. 1991년 순경으로 경찰제복을 입은 박 경감은 26년간 제주 지역 민생 치안과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에 힘썼다. 부산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정상태 경위(47)는 지난해 9월 경남 김해시 대동1터널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수습하다 ‘2차 교통사고’를 당했다. 폐쇄성 골절로 5시간 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재활치료를 받는 중이다. 정 경위는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노인을 발견해 가족 품에 돌아가게 하는 등 교통사고 사망사건 예방을 위해 활동했다.   ● 위민소방관상강릉소방서 맏형과 막내 안타까운 희생9월 17일 새벽 강원 강릉시 경포대 근처 석란정(石蘭亭)에서 불이 났다. 전날 발생한 불이 진화 후 다시 살아난 것이다. 큰 불은 금세 잡혔다. 강릉소방서 이영욱 지방소방경(59)과 이호현 지방소방교(27)는 내부에서 잔불 정리를 끝낸 뒤 나란히 밖을 향했다. 그때 기와더미가 두 사람을 덮쳤다. 물을 잔뜩 머금은 기와와 진흙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결국 두 소방관은 목숨을 잃었다. 두 사람은 각각 강릉소방서의 맏형과 막내였다.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던 이 소방경은 강릉 지역의 베테랑 소방관이었다. 1988년 2월 서울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해 550회 넘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29년간 받은 유공자 표창만 5개다. 바쁜 업무 중에도 소방 활동에 도움이 될까 싶어 스쿠버다이버와 무선통신사, 소형선박조종사 자격을 취득할 정도로 소방관을 천직으로 알았다. 이 소방교는 임용 8개월째를 맞은 새내기였다. 대학에서 소방방재학을 전공하는 등 소방관 아닌 다른 길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첫 부임지 강릉소방서에서 50회 넘게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항상 같은 팀으로 호흡을 맞추던 두 소방관의 안타까운 순직 후 소방청은 순직 예방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이렇게 심사했습니다… 묵묵히 자기업무에 혼신 다한 공직자들 높은 평가 ▼‘JSA 구조’는 내년 심사에 포함이번 ‘제7회 영예로운 제복상’ 심사에는 위원장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인 안동범 세무법인 로고스 회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이현옥 상훈유통 회장, 김광현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정경준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최종 심사에 앞서 국방부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청은 본청 및 지역에서 추천을 받고 엄밀하게 공적을 검증 평가한 뒤 3∼5배수의 후보를 선정했다. 최종 심사현장에서 각 기관의 실무자가 후보의 공적에 대해 각각 설명했고 심사위원들과의 질의응답이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업적이 눈에 띄게 탁월한 후보와 함께 가급적 오랜 기간 공직에서 헌신한 후보, 스포트라이트를 크게 받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한 후보들을 주목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는 병사를 극적으로 구출한 부대원들의 업적도 평가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공적심사 등 절차가 완료되지 못해 이번 심사 대상에서는 빠지고 내년으로 넘어갔다. 심사위원단은 엄정한 논의 끝에 대상 1명, 영예로운 제복상 4명, 특별상 1명, 위민경찰관상 3명, 위민소방관상 2명 등 모두 11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 중 경찰, 해양경찰과 소방공무원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광현 편집국 부국장   ※ 시상식: 2018년 1월 1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 2017-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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