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이청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42

추천

안녕하세요. 이청아 기자입니다.

clearlee@donga.com

취재분야

2024-10-25~2024-11-24
미국/북미24%
인사일반21%
국제정치15%
국제일반15%
국제정세6%
유럽/EU6%
교통6%
중동6%
남북한 관계1%
  • 마트 시식코너, 거리두기 잊은채 다닥다닥… 맨손 집어 먹기도

    “한번 와서 맛보세요.”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첫 주말을 맞은 25일 서울 양천구의 한 대형마트 식료품 코너. 판매 직원이 큰 소리로 “스파게티 절반 할인”을 외치자 1분도 되지 않아 고객 8명이 시식대 앞으로 몰렸다. 2m 남짓한 통로에 다닥다닥 줄을 선 고객들은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 음식을 맛봤다. 가족끼리 온 고객들은 “한번 먹어 봐. 이거 사자”며 음식을 서로 먹여주기도 했다.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백화점 식품관엔 모두 19개의 시식대가 마련됐다. 이 중 11곳에선 직원이 비닐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음식을 조리했다. 오렌지를 판매하는 시식대에는 이쑤시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고객들이 맨손으로 과일을 집었다. 시식대 바로 옆엔 고객들이 먹고 버린 과일 껍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고강도 거리 두기 끝나자 시식대 등장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사라졌던 대형마트와 백화점 시식대가 다시 등장했다. 본보 취재팀이 25, 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와 백화점 5곳을 방문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공개한 생활방역 세부지침 실태를 확인한 결과 시식·테스트 코너 운영 중단 및 최소화, 비말이 튈 수 있는 호객 행위 자제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선 손님과 고객이 밀접 접촉하는 ‘화장품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었다. 2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 놓인 화장대 6곳 중 5곳은 직원들에게 직접 화장품 테스트를 받는 고객이 많았다. 직원들은 화장대 앞에 앉은 고객의 마스크를 내린 뒤 입술에 립스틱을 칠했다.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색조를 입히는 메이크업 특성상 직원과 고객 사이의 간격은 20cm에 불과했다. 직원 A 씨는 “고객들이 먼저 테스트를 요구하는데 직원이 제지하긴 어렵다”고 했다. 백화점 할인 행사장엔 인파가 몰렸다. 송파구의 또 다른 백화점 패션관에 마련된 66.11m²(약 20평) 남짓한 할인행사장 앞에는 ‘일 년에 단 한 번 명품 할인 축제’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내부는 고객 70여 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는데, 이들 모두 비닐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시식대나 화장품 테스트 매대 운영을 중단하거나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가 몰리는 대형 백화점과 마트는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공원 산책로엔 봄나들이객 붐벼 26일 오후 6시경 송파구 잠실호수교 산책로는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 200여 명으로 북적였다. 건너편 롯데월드가 보이는 전망대 위에선 1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마스크를 벗은 채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도 봄나들이 인파로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월 9일 이후 중단된 토익 시험도 두 달 만에 재개됐다. 토익 시험이 치러지는 시험장은 겹겹의 방역망으로 응시자들의 발열 상태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했다. 안내요원들은 시험장 바닥에 1.5m 간격으로 청테이프를 붙였다. 응시자들은 멀찍이 떨어져 발열체크를 마친 뒤 손 소독제로 손을 닦고, 안내요원이 배부한 라텍스 장갑을 받은 뒤에야 시험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토익 시험을 본 윤예리 씨(25)는 “한 교실에 20∼25명만 앉았다”고 전했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이청아·김태성 기자}

    • 2020-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경찰, ‘대리 수능’ 선임병 집 압수수색… 실제 답안지와 필체 대조

    공군교육사령부 소속 병사가 선임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리 응시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선임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22일 충북 진천군에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선임 A 씨(23)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평가원에 있는 서버에서 수능 답안지의 스캔 파일을 입수했다. A 씨의 주거지에서는 A 씨 필체로 적힌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답안지의 ‘필적 확인란’에 기재된 필체와 A 씨의 필체를 대조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수능 고사장에서 A 씨 대신 입실해 시험을 친 B 씨(20)가 군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지만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수능 때는 응시자의 본인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매 교시 시험 시작 전에 별도로 필적 확인란에 정해진 문구를 자필로 써야 한다. 경찰은 현재 지난달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된 A 씨를 10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B 씨는 군 복무 중으로 군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4-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중간고사 앞둔 대학가 “온라인 시험 공정성 정말 괜찮습니까”

    “이대로 중간고사를 치르면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이만 손해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예요.” 한양대에 재학하는 이모 씨(23)는 21일 전공과목 시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험 자체보다 딴 걱정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를 온라인 시험을 두고 흉흉한 소문이 많아서다. 이 씨는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부정행위는 손쉽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학생끼리 답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대학가에서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시험을 치르는데, 딱히 부정행위를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벌써부터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많다. 서울대 재학생 임모 씨(25)도 “컴퓨터 카메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김모 씨(22·여)는 “20일 경영대 전공과목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이나 책을 보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양심에 맡길 뿐 막상 몰래 상의하거나 커닝을 해도 잡아낼 방법은 없다”고 했다. 심지어 돈을 받고 대리시험을 치러줄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는 “물리화학 대리시험 봐준다. A+ 30만 원, A0 20만 원” “미적분 A+인데 대리 받는다. A0 이상 무조건 보장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이 대학 재학생인 박모 씨(26)는 “감독 환경이 허술할 수밖에 없어 솔직히 작정하고 달려들면 대리시험도 없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아직 대학들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 컴퓨터 카메라를 통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면 어느 정도 시험 감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성희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4-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리시험 A+ 30만원”…온라인시험 앞두고 부정행위 비상

    “이대로 중간고사를 치르면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이만 손해 아니냐는 말이 돌 정도예요.” 한양대에 재학하는 이모 씨(23)는 21일 전공과목 시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시험 자체보다 딴 걱정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치를 온라인 시험을 두고 흉흉한 소문이 많아서다. 이 씨는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부정행위는 손 쉽게 할 수 있다. 실제로 학생끼리 답을 공유하는 ‘단체 대화방’이 생겼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강의로 대체된 대학가에서 다가오는 중간고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시험을 치르는데, 딱히 부정행위를 차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벌써부터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많다. 서울대 재학생 임모 씨(25)도 “컴퓨터 카메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고려대에 다니는 김모 씨(22·여)는 “20일 경영대 전공과목 시험을 앞두고 ‘인터넷이나 책을 보지 말라’는 공지가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양심에 맡길 뿐 막상 몰래 상의하거나 컨닝을 해도 잡아낼 방법은 없다”고 했다. 심지어 돈을 받고 대리시험을 치러줄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있는 한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는 “물리화학 대리시험 봐준다. A+ 30만 원, A0 20만 원” “미적분 A+인데 대리 받는다. A0 이상 무조건 보장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현재는 삭제한 상태다. 이 대학 재학생인 박모 씨(26)는 “감독 환경이 허술할 수밖에 없어 솔직히 작정하고 달려들면 대리시험도 없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아직 대학들은 뾰족한 대안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을 하면 컴퓨터 카메라를 통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모습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시험을 치르는 동안 학생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면 어느 정도 시험 감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4-19
    • 좋아요
    • 코멘트
  • “어느덧 스물네살 된 내 아들딸들… 솜털까지 그립구나”

    “앳된 얼굴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딸들이 어느덧 스물네 살의 청년이 됐습니다. 비록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얼굴이지만 귓불의 솜털 한 가닥 잊은 적이 없습니다….”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식. 무대 위에 오른 장훈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 내내 떨리는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았다. 장 위원장은 6년 전 그날 아들 준형 군을 잃었다. 장 위원장이 울먹이자 다른 유가족들 역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안산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식이 열렸다. 화랑유원지에는 오후 3시부터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600여 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를 극복하며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도 속절없이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를 지키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을 우리 교육의 기본으로 더 충실히 세우고 아이들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기억식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만큼 예년보다는 다소 간소하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입장 전에 발열 체크를 받고 손소독을 했다. 좌석도 1m씩 간격을 두고 배치했다. 앞서 유가족들은 오전 7시 반부터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과 중앙역 인근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 주기도 했다. 학생 희생자들이 다녔던 안산 단원고에서도 오전 11시부터 추모식 ‘기억해 봄, 희망의 봄’이 열렸다. 대다수 재학생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개학에 들어간 상태라, 몇몇 학생과 교직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 대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함께했다. 학생회장인 고하람 양(18)은 “선배들의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열심히 이뤄가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낭독했다. 인천에서는 일반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전 11시경 인천 부평구에 있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에선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6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경기도는 이날 오후 4시 16분부터 안산시 단원구청 일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을 1분 동안 울렸다. 안산=이청아 clearlee@donga.com / 김소영 기자}

    • 2020-04-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THE 사건]“박사방 성 착취물, 베테랑인 우리가 봐도 끔찍”

    “최근엔 ‘박사방’에서 유포된 성 착취물 신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불법 영상을 숱하게 접해본 우리가 봐도 끔찍할 정도예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의 한 모니터링 직원은 최근 ‘박사’ 조주빈(25) 일당의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을 언급하며 한숨을 뱉었다. “보안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입에 담기 힘들 만큼 가학적인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성 착취물, 가학성 심각”…올해만 8000건 적발 9일 오후 서울 양천구에 있는 지원단 사무실. 일반 사무실과 달리 거의 아무런 소음도 대화도 없이 20여 명의 직원이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렇게 찾은 불법 촬영물의 존재를 해당 사이트나 관련 업체에 알려 삭제를 요청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런 영상이나 사진을 하루에도 수천 건씩 접한다. 이용배 피해접수팀장은 “본의 아니게 지원단 직원들은 이런 분야를 훤히 꿰고 있다. 그런데 박사방이나 n번방 등의 성 착취물은 잠깐만 봐도 심각하단 걸 금방 알 정도”라 했다. 피해 여성에게 오물을 마시게 하거나 몸에 ‘박사’라 새기게 하는 등 수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날도 지원단은 이미 없어진 n번방에서 나온 불법 영상들이 또다시 텔레그램에서 유통되는 걸 여러 건 확인해 조치를 요청했다. 지원단에 따르면 이런 적발건수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디지털 성범죄물이 올해 1~3월만 8282건에 이른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관련 성 착취물이 퍼져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번 당하면 수년간 고통…‘신속 삭제’ 필수 “또 그때 영상이 올라왔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여성 A 씨는 지난달부터 거의 매주 지원단으로 전화를 해왔다. A 씨는 안타깝게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다. 피해를 입었던 건 수년 전이었다고 한다. 당시 엄청난 고통을 받고 한 고비를 넘겼나 했는데, 최근 또 다시 당시의 불법 촬영물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는 한 번 피해가 벌어지면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것도 문제다. 유포 초기에 신속히 삭제해야 이런 일을 그나마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엔 긴급 대응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판단에서 모여서 심의하던 방식을 모바일 등 전자 심의로 바꿨다. 더 빠른 처리를 위해서다. 고현철 긴급대응팀장은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온라인에선 관련 성 착취물이 퍼지고 있다. 초기에 빠른 대응이 뭣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민경중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보는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서 유입된다”면서 “국제기관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등 협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4-12
    • 좋아요
    • 코멘트
  • “시험 언제 볼지 몰라…” 불안한 수험생들로 자습실, 커피숍 여전히 북새통

    “이젠 어디 가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8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일명 ‘노량진 학원가’. A학원 건물을 나서던 김종석 씨(31)는 다소 허탈한 표정이었다. “7급 공무원 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방금 막 “학원 자습실에서 짐 챙겨 나오던 길”이라 했다. 수험서 20여 권을 양팔에 잔뜩 껴안고 있었다. 김 씨가 다니던 A학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6일 학원에 다녀간 한 수험생(27)이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 말고도 수험생 80여 명이 책 등을 챙겨 학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노량진 학원가는 곳곳에서 ‘짐 꾸러미’ 풍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수험서를 짊어진 채 어디론가 바삐 움직였다. 확진자가 나온 A학원은 공무원시험전문으로 노량진에만 10개 분관이 있을 정도로 대형학원이다. 당장 서울시는 확진된 수험생과 같은 건물에서 접촉한 65명을 자가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원만 휴업했을 뿐 인근 커피숍이나 독서실은 상당히 북적거렸다. 학원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이 몰려든 탓이다. 지하철9호선 노량진역 주변의 한 커피숍은 60개 좌석이 모두 책을 펼쳐든 수험생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커피숍 역시 마스크를 쓴 수험생 50여 명이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앞둔 윤미라 씨(28·여)는 “학원이 문을 닫는단 소식을 듣고 짐을 챙겨 근처 카페에 갔더니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공부할만한 곳을 찾아 30분 째 헤매고 있다”고 했다. 학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수험생들은 하루 종일 싱숭생숭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모 씨는 “2월에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 5급, 7급 공개채용 시험 일정도 모두 ‘4월 이후’로 미뤄졌다. 수험생들은 언제 시험을 칠 수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이라며 “일정을 짤 수가 없어 일단 해오던 대로 노량진에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김모 씨(30)도 “올해 서른인데 코로나19보다 시험 낙방이 더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일단 노량진에 와서 공부해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몇몇 학원은 수험생들에게 건물 자습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B학원은 직원들이 건물 입구에서 수험생들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출입시각 등을 일일이 기록했다. 수험생들은 명단을 작성한 뒤 체온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를 뿌렸다. 한 수험생은 “줄이 길어 검사를 받고 자습실에 들어가는 데만 5분씩 걸리기도 했다”며 “그나마 공부할 장소가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 2020-04-08
    • 좋아요
    • 코멘트
  • 매출 ‘반의반 토막’… 횟집이 울고있다

    “원래 저녁때면 식당 앞 골목까지 손님들이 줄을 섰어요.” 일요일인 5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횟집. 이 가게 사장 최모 씨(5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점점 줄더니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까지 떨어졌다”며 하소연을 하듯 말했다. 최 씨가 운영하는 종로3가의 횟집1, 2호점 중 2호점은 이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가게 안 23개 테이블이 저녁마다 꽉 찼었다고 한다. 이날 최 씨는 2호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1호점만 가게 문을 열었다. 최 씨는 “연중무휴로 1, 2호점을 열었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 돼 2호점을 닫았다”며 “근처 치킨집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 평소 대비 반타작은 한다는데 우리는 워낙 손님이 줄어서…”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과 회식 등이 크게 줄면서 음식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초밥집이나 횟집 등이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접촉을 원하는 ‘언택트’ 소비문화 속에 맨손으로 음식을 만져 날 것 상태로 내는 곳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 5일 서울 시내 횟집 등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적지 않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초밥집 직원 A 씨는 “손님들이 초밥을 잘 안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날것이라 그런지 더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초밥집은 코로나19 확산 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메밀국수나 돈가스를 찾는다고 한다. 대학원생 박모 씨(25)는 “요리사가 손을 씻기는 하겠지만 밥과 횟감을 맨손으로 만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맨손으로 횟감을 만지고 조리하다 보니 꺼려진다는 것이다. 4일 오후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참치전문점 직원 염인철 씨(50)는 “코로나19 이전 주말 점심때는 손님이 30명 정도는 찾았는데 오늘(4일)은 1명도 찾지 않았다”며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손으로 생선의 질감을 느끼면서 칼질을 해야 하는데, 워낙 민감한 시기라 어쩔 수 없이 장갑을 끼게 됐다. 아무래도 위생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세한 식당 주인들은 임차료 부담을 호소한다. 4일 종로구 인근의 횟집 사장 이정규 씨(61)는 “매출이 90% 이상 급감해 1일 13만 원, 2일 0원, 3일에 14만 원 매출을 올렸다. 한 달 385만 원인 임차료는커녕 인건비를 대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성·한성희 기자}

    • 2020-04-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맨손 조리 꺼려져…’ 코로나19 여파로 횟집·초밥집 직격탄

    “원래 저녁 때면 식당 앞 골목까지 손님들이 줄을 섰어요.” 일요일인 5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횟집. 이 가게 사장 최모 씨(5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점점 줄더니 이제는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까지 떨어졌다”며 하소연을 하듯 말했다. 최 씨가 운영하는 종로3가의 횟집1, 2호점 중 2호점은 이날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전까지는 가게 안 23개 테이블이 저녁마다 꽉 찼었다고 한다. 이날 최 씨는 2호점에 비해 규모가 작은 1호점만 가게 문을 열었다. 최 씨는 “연중무휴로 1, 2호점을 열었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 돼 2호점을 닫았다”며 “근처 치킨집 등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라 평소 대비 반타작은 한다는데 우리는 워낙 손님이 줄어서…”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과 회식 등이 크게 줄면서 음식점들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초밥집이나 횟집 등이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접촉을 원하는 ‘언택트’ 소비문화 속에 맨손으로 음식을 만져 날 것 상태로 내는 곳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4, 5일 서울 시내 횟집 등 10여 곳을 둘러본 결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적지 않았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 초밥집 직원 A 씨는 “손님들이 초밥을 잘 안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날 것이라 그런지 더 조심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초밥집은 코라나19 확산 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나마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메밀 국수나 돈까스를 찾는다고 한다. 대학원생 박모 씨(25)는 “요리사가 손을 씻기는 하겠지만 밥과 횟감을 맨손으로 만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요리사가 맨손으로 횟감을 만지고 조리하다보니 꺼려진다는 것이다. 4일 오후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 종로3가역 인근의 한 참치전문점 직원 염인철 씨(50)는 “코로나19 이전 주말 점심 때는 손님이 30명 정도는 찾았는데 오늘(4일)은 1명도 찾지 않았다”며 “매출이 4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손으로 생선의 질감을 느끼면서 칼질을 해야 하는데, 워낙 민감한 시기라 어쩔 수 없이 장갑을 끼게 됐다. 아무래도 위생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영세한 식당주인들은 임대료 부담을 호소한다. 4일 종로구 인근의 횟집 사장 이정규 씨(61)는 “매출이 90% 이상 급감해 1일 13만원, 2일 0원, 3일에 14만 원 매출을 올렸다. 한달 385만 원인 임차료커녕 인건비를 대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렇다고 포장이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 자체가 안 다니는데 누가 포장을 해가겠느냐”며 “요즘 횟집 쪽도 배달 경쟁이 워낙 치열해 다 죽어나간다고 하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 2020-04-05
    • 좋아요
    • 코멘트
  • 하루 8명 추가확진 의정부성모병원 폐쇄… 2400명 전수검사

    경기 의정부에 있는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이 1일 오전 8시부터 병원 폐쇄에 들어간다. 3월 31일 하루에만 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전날에는 70대 남성 환자가 확진 약 4시간 만에 숨을 거두기도 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가 2460여 명에 이르는 경기 북부의 대표적 대형병원으로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70대 남성은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약 4시간 만인 3월 30일 오전에 사망했다. 이 남성은 앞서 16일 폐렴 증상으로 응급실에 입원해 17, 18일 두 차례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폐렴이 호전돼 25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퇴원한 뒤 경기 양주에 있는 한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28일 갑작스레 호흡 곤란과 발열 증상을 보인 이 남성은 29일 다시 의정부성모병원 응급실로 돌아와 검사를 받고 확진된 이후 다음 날인 30일 목숨을 잃었다. 병원 8층 병동에 입원하고 있던 A 씨(82·여)도 같은 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고관절 골절로 동두천중앙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결핵 판정을 받고 지난달 12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 왔다. 8층에 있던 1인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고관절 수술을 앞둔 29일 발열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 검사를 진행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의정부보건소 관계자는 “A 씨가 감염된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병원 내 감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성모병원은 즉각 A 씨가 입원해 있던 8층 병동 의료진과 환자 등 512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31일 A 씨의 간병인과 같은 층 환자 등 7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에 따르면 22, 24일 어머니를 돌보려 8층 병동을 방문한 50대 여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24∼26일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상을 치른 뒤 기침과 몸살 증세를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A 씨의 간병인(79·여)은 지난달 15일부터 A 씨를 돌봐 온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과 의정부시 녹양동 자택을 오가며 주로 택시를 탔다. 마스크는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층에서 다른 환자를 맡았던 또 다른 간병인 2명과 4층에서 근무한 간병인 1명도 확진됐다. A 씨와 같은 층에 머무르던 환자 2명도 확진됐다. 복통과 감기 몸살 증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입원해 있던 50대 남성과 심장내과에서 치료를 받던 70대 여성이다. 8층에서 근무했던 간호사(24·여)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최근 식당과 화장품 가게, 코인노래방 등을 방문했으나 외출할 때는 거의 마스크를 썼다고 한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내일까지 입원할 예정이었는데 확진자가 여러 명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오늘 하루 일찍 퇴원한다”며 “다른 입원 환자들도 불안해서 퇴원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병원이 폐쇄되면 외래 진료는 중단한다. 현재 입원한 환자 460여 명은 기존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진과 직원, 입원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사흘 동안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김소영 ksy@donga.com / 의정부=이청아 / 김태언 기자}

    • 2020-04-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구로 만민중앙교회, 7명 추가 확진 발생…총 30명으로 늘어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교회에서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일 추가로 7명이 발생해 관련 확진자가 30명으로 늘어났다. 관악구에 따르면 30일 오전 관악구에 사는 교인 4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55세와 71세, 69세 여성들은 24일 확진된 이 교회 여성 목사(58)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여성(49)은 8일 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29일 확진된 교인 4남매 가운데 둘째(54·여) 넷째(49·여)의 직장인 금천구 콜센터는 건물 13층에 근무한 직원 74명의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매 2명은 27일 정상 출근했다. 30일 오전 동아일보가 둘러본 콜센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두세 걸음 떨어져 있었다. 1m 남짓 되는 좁은 통로를 지나야 상담 부스로 연결됐다. 현재 폐쇄 상태인 콜센터 내부 좌석의 간격은 1m 남짓했다. 좌석 사이엔 격벽이 놓여 있었다. 직원들이 드나든 출입구는 현대아울렛 가산점 입구와 10여m 떨어져있다. 서울시는 집회금지 행정명령에도 현장예배를 강행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를 이번 주 고발할 예정이다. 29일 서울에서 현장예배를 한 교회는 1817개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0-03-30
    • 좋아요
    • 코멘트
  • [단독]“천안함 폭침, 우리에겐 여전히 현재 진행형”

    “전우를 버리고 살아 돌아온 놈.” 2010년 3월 26일. 그 사건, ‘천안함 폭침’이 터졌다. 생존 장병인 김정원 씨(31)는 25일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이 말이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생환 당시 한 해군 동료는 김 씨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고 한다. 폭침이 터지고 2년 뒤 결국 제대를 택한 김 씨는 “따뜻하게 보듬어주기는커녕 오히려 매몰차게 대하는 주위의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26일 10주년을 맞는 천안함 폭침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그 역시 생존 장병인 전준영 씨(33)는 올해 1월부터 전국으로 흩어진 생존 전우들을 찾아다녔다. 현재 천안함 생존 장병은 모두 58명. 군을 떠나 사회에 정착한 33명 가운데 17명을 만났다.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이 담긴 책 ‘살아남은 자의 눈물’(사진)이 다음 달 초 출간된다. “진짜 북한이 폭침을 한 게 맞아?” 전 씨가 만난 생존 장병들이 10년 동안 가장 많이 받은 건 바로 의심의 눈초리였다고 한다. “진실을 숨기려고 말맞추기를 했다” “군에서 거짓말하라고 지시 받았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이 때문에 생존 장병들은 스스로 혹은 동료에게 항상 다짐하는 게 있다. “천안함 생존 장병이란 사실을 최대한 숨기고 살아라.” 공무원으로 일하는 한 생존 장병은 “천안함 생존자라는 게 알려지면 괜한 편견과 오해가 생길까봐 천안함 행사도 참석하지 못 한다”고 했다. 뭣보다 천안함 폭침은 그들에게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생존 장병들은 “취업을 하려 할 때 천안함 생존자라고 하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천안함예비역전우회가 예비역 생존 장병 17명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을 조사했을 때도 ‘취업 지원’(8명)이란 대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 전 씨는 “초기에는 국가가 취업을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아’ 취급을 했다”고 했다. 생존 장병 김윤일 씨(32)는 “패잔병이니 사형시켜야 한다는 인터넷 댓글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일도 있다”고 떠올렸다. 의료 지원도 이들에게 꼭 필요했다. 생존 장병 신모 씨는 폭침 후유증이 심해 지난해 수술까지 받았다. 신 씨는 “의료장비와 수술비까지 4000만 원 넘게 들었지만 국방부로부터 500만 원을 지급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정부에 대한 실망도 컸다. 보훈 행사에서 생존 장병들이 ‘찬밥 신세’가 될 때 더욱 가슴 아팠다고 한다. 언제나 정부 고위직들을 앞쪽에 배치한 뒤 생존 장병들은 겨우 구석 쪽에나 자리를 마련해줬다. 천안함 전사자에게 헌화할 때조차 마지막 순번이거나 아예 생략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생존 장병들은 “진보는 우리를 외면했고 보수는 우리를 이용했다”고 개탄했다. 전 씨는 ‘살아남은…’ 책표지에 이런 글을 남길 예정이다. “‘죽은 자의 명예’가 자랑스럽고 ‘살아남은 자의 눈물’이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구특교 kootg@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계급 틀리고 출생일도 엉터리… 천안함 용사께 용서 구합니다

    26일은 2010년 천안함 폭침이 터진 지 10주년을 맞는다. 전쟁기념관과 국립현충원 등은 천안함 폭침 등의 기록과 공훈을 홈페이지에 올려 전사자를 추모해 왔다. 하지만 보훈단체들이 천안함 폭침과 2002년 제2연평해전 등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생년월일은 물론이고 계급까지 잘못 작성한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일 잘못 적고, 출생일은 ‘8910년’(?) 천안함예비역전우회는 올해 3월부터 천안함 10주년을 맞아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 등의 전사자 기록과 공훈록을 전수 확인했다. 전쟁기념관의 전사자 정보와 국립현충원의 공훈록은 해당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전쟁기념관의 ‘전사자 정보 검색 서비스’에는 천안함 폭침으로 순직한 46명 용사의 사망일자가 모두 ‘2010년 4월 3일’로 적혀 있었다. 천안함 용사들의 공식 사망일은 천안함이 침몰한 ‘2010년 3월 26일’이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전사자의 시신이 처음 발견된 날이 4월 3일인데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안함 전사자들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계급 등 기본정보가 틀린 경우도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강현구 하사의 생년월일은 ‘8901년 15월 일’, 박성균 중사는 ‘8910년 06월 일’로 나와 있었다. 임재엽 상사는 관련법 통과 뒤 지난해 10월 1계급 특별 진급했지만 여전히 ‘중사’로 표기돼 있었다. 2001년 정부는 ‘하사관’의 공식 명칭을 ‘부사관’으로 바꿨지만 ‘신분란’에는 여전히 ‘하사관’으로 돼 있기도 했다. 보훈단체 ‘리멤버코리아’의 안종민 사무국장은 “천안함 폭침은 물론이고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 등 ‘서해수호 55용사’의 전사자 정보가 80∼90% 정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2일 문제를 제기하자 기념관은 뒤늦게 20∼26일 ‘전사자 정보 검색 서비스를 임시 중단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국립현충원은 전사자끼리 뒤바뀐 정보 입력 국립현충원도 전쟁기념관과 별다르지 않았다. 국립대전현충원의 ‘공훈록’에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 한상국 상사의 신상정보가 완전히 틀렸다. 한 상사는 1975년 1월 31일생이며 사망일은 2002년 8월 9일, 출생지는 충남 보령이다. 하지만 공훈록에는 1980년 11월 28일 출생, 2002년 6월 29일 사망으로 기록돼 있었다. 계급도 ‘중사’, 출생지는 경북 의성으로 잘못 적혀 있었다. 확인 결과 한 상사의 공훈에 적혀 있던 건 또 다른 제2연평해전 전사자인 서후원 중사의 신상정보로 밝혀졌다. 한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는 “국립현충원이라 당연히 정확히 기록돼 있을 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현충원에 물어 보니 전사자 정보가 워낙 많아 잘못 적은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 뒤 수색·구조작업을 하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는 2010년 ‘충무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하지만 공훈록에는 한 등급 낮은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현충원은 이를 지적받은 뒤인 24일 현재 잘못 표기한 부분을 수정한 상태다. 천안함예비역전우회 회장 전준영 씨는 “아빠와 아들을 잃은 유족들은 국가에서 당연히 이런 부분을 신경 쓴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국가의 무관심’은 큰 상처가 된다”며 “보훈관리 시스템을 세세히 관리해야 전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최근 1주일 서울환자 24%가 해외감염… 대부분 유럽

    최근 일주일(12∼18일) 사이 서울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23.8%가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이전 확진자는 18명 중 13명이 중국 등 아시아에서 감염된 반면 12일 이후엔 15명 중 11명이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감염됐다.○ 최근 일주일 유럽 확진자 급증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19일 오전 0시 기준 해외에서 감염된 국내 확진자는 모두 79명. 이 가운데 64.6%(51명)가 서울, 경기에서 나왔다. 특히 서울은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282명 가운데 33명(11.7%)이 해외 감염으로 추정된다. 이달 12∼18일로 좁히면 해외 감염은 대폭 늘어난다. 서울 확진자 4명 가운데 1명꼴(23.8%)로 유럽 등에서 귀국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2일 이전엔 해외 접촉 감염이 8.2%였던 걸 감안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유럽을 빠져나온 유학생과 여행객들이 최근 대거 귀국하면서 해외 유입 확진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19일에도 서울에선 이탈리아 출장을 다녀온 뒤 11일 귀국한 50세 여성과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성균관대 학생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입국자와 접촉한 확진자도 발생 해외에서 감염된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이 추가 감염된 사례도 잇따랐다. 18일 울산에선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모두 해외여행을 다녀온 당사자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족에게 감염된 이들이었다. 울산시에 따르면 A 씨(26·여)와 어머니(54)는 지난달 27일부터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을 다녀온 뒤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귀국한 지 이틀 만인 16일부터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다음 날 자택 주변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이들 모녀와 함께 사는 아버지와 동생, 사촌동생도 18일 오후 잇따라 확진됐다. 울산에선 17일에도 필리핀 여행에서 감염된 부인과 접촉한 30대 남성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29일부터 여행을 다녀온 뒤 이달 4일 귀국한 B 씨(30·여)는 8일부터 기침 등 증상을 느꼈지만 남편과 함께 할인마트 등에 다녔다. 직장에도 출근했다. 이들 부부와 접촉한 49명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입국자의 자가 격리 의무화해야”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자가 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방역당국은 입국자들에게 2주간 자가 격리를 권고할 뿐 강제하진 않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항 검역으로는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기 어렵다. 입국자는 의무적으로 자가 격리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한 첫날인 19일 인천국제공항에는 유학생과 교민 등 6329명이 입국했다. 이날 오후 5시 25분경 이란에서 전세기를 타고 온 교민과 가족 80명도 제1터미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민 김태현 씨는 “이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은 사태가 많이 진정돼 믿음을 갖고 귀국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기 성남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연수센터에서 이틀간 머물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질본은 검역관과 군의관 등 64명을 공항 검역지원 인력에 추가 투입했다. 기존 공항검역소 격리시설(50명 정원)에 영종도의 국민체육공단 경정훈련원을 추가 격리시설로 확보해 최대 120명을 수용할 수 있다.이소연 always99@donga.com·한성희 / 인천=이청아 기자}

    • 2020-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또 5일 기다려야 하는데…” 마스크 한숨

    “일요일도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15일 낮 12시경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A 약국 앞.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약국을 찾은 윤모 씨(33)는 한숨 섞인 말을 했다. 이날은 ‘공적 마스크 구매 5부제’ 시행 후 첫 일요일로, 평일인 월∼금요일에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이라면 출생연도 끝자리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었다. 평일에 직장을 다니느라 약국 앞에 줄을 서기 힘들었던 윤 씨 부부는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으로 재고를 확인한 뒤 A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윤 씨가 도착했을 땐 A 약국에 배부된 공적 마스크 250장이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이 약국에 따르면 250장이 다 팔리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윤 씨는 “‘마스크 앱’에서 (집 바로 앞에 있는 약국에) 재고가 있다는 걸 보고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는데 5분 전에 매진됐다고 한다. 남은 마스크가 하나도 없다. 다른 약국을 더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첫 주말인 14, 15일 이틀 동안에도 약국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윤 씨 부부처럼 맞벌이를 하거나 생업 등 이유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약국별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마스크 앱’에 따르면 15일 문을 연 약국은 4곳당 1곳 정도였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서대문구의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 약국 20여 곳 중 유일하게 문을 연 B 약국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 약국도 판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가 모두 팔렸다. 줄을 섰다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한 시민은 “면마스크라도 없느냐”고 약사에게 묻기도 했다. 이 시민은 “면마스크도 없다”는 약사의 말에 난감한 표정으로 약국을 나섰다. 평일에 약국을 찾았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최모 씨(50·여)는 “약국이 문을 연 걸 보고 일찍 줄 섰는데도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생으로 평일에 마스크를 사려면 오는 금요일(20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최 씨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했다. 주말이라 주택가 인근의 약국에선 판매 시작 후 금세 마스크가 동났지만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는 도심 약국에서는 마스크 구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의 한 약국 관계자는 “평일에는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섰는데 오늘은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지 3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 재고가 있다”고 말했다. 긴 줄이 있는 약국 앞을 지나면서 “근처 ○○약국으로 가면 줄을 길게 서지 않아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알려주는 시민들도 있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예민해진 탓인지 약국 앞에 줄을 서 있던 한 시민은 줄 사이를 지나 길을 가려던 행인을 보고 새치기를 하는 것으로 오해해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 2020-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콜센터, 구로-신도림역서 인접… 직원들 1m 간격 다닥다닥 근무

    “입주민 여러분. 현재 선별진료소가 매우 붐빕니다. 잠시 뒤 검사받으러 오시기 바랍니다.”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선 다급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빌딩 앞 선별진료소는 순식간에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 건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다. 주민 양모 씨(33)는 “너무 겁이 나 마스크에 일회용 장갑까지 끼고 검사 받으러 왔다”며 초조해했다. 서울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터졌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금융·보험 관련 콜센터에서 대거 86명(10일 오후 11시 기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경북 지역을 빼면 최대의 집단 감염이자 대규모 직장 내 감염이다. 확진자들은 서울(56명)과 인천(15명) 경기(15명) 등 수도권 전역에 거주하고 있다. 주로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1호선 구로역 등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 왔다. 게다가 30∼50대 여성이 대부분인 콜센터 직원들은 가족 등에게 2, 3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 집단 감염의 발화점이 되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콜센터는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7∼9층과 11층을 사용한다. 1층에 커피숍, 2∼4층에 웨딩홀이 있고, 13∼19층 오피스텔엔 140가구가 거주하는 건물이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모두 콜센터 11층에서 나왔다. 방역 당국은 1∼12층을 폐쇄하고 11층에서 근무했던 직원 148명과 교육생 59명 등 207명에 대한 검체 검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콜센터는 7∼9층 근무 인원 550명까지 합하면 750명이 넘는다. 현장에 가보니 콜센터 사무실에서 직원들은 너비가 1m 정도인 책상에 앉아 근무해왔다. 5개 정도씩 가로로 붙어 있고 각각 마주보는 구조라 대략 10명이 한 파티션을 이룬다. 의자 간격은 1m 정도였다. 자리마다 대부분 칸막이가 있지만, 없는 자리도 여러 곳 있었다. 콜센터 직원 A 씨는 “감기가 유행할 때 동료 직원들에게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직원들에게 2번에 걸쳐 모두 마스크 10장씩 배부했다. 근무할 때도 착용을 권고했으며 곳곳에 손 소독제도 비치했다. 하지만 하루 많게는 70통까지 전화를 받는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이 불편했다고 한다. A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직원이 꽤 됐다”고 했다. 직원 B 씨도 “업무에 따라 직원끼리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도 불가능했다고 한다. 다른 은행 콜센터에서 2년간 근무했던 C 씨는 “콜센터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곳이라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재택근무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 가족이나 대중교통으로 무차별 감염 우려도 10일까지 확인된 확진자 동선에는 대형마트나 지하철 환승역 등 다중이용시설이 다수 포함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콜센터 직원은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구로구에 거주하는 확진자는 대중사우나를 이용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 확진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콜센터가 있는 빌딩은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도보 7분,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있다.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D 씨는 노원구 자택에서 구로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구로역은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 내리고 탄다. 신도림역은 하루 약 11만8000명이 이용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콜센터는) 4일경 환자가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8일 노원구에 거주하는 콜센터 직원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아직 어디서부터 감염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하경·이청아 기자}

    • 2020-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용센터마다 실업급여 신청 긴 줄

    “사장님이 ‘코로나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습니다.” 10일 서울 구로구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구직급여) 신청 창구 앞에 줄을 서 있던 A 씨(64·여)는 표정이 굳어 있었다. 냉면 전문점에서 일하던 A 씨는 지난달 일을 그만뒀다. 사장은 말없이 사직서를 내밀었고, A 씨도 받아들였다. A 씨는 “젊은 사장이 폐업까지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A 씨 뒤로도 150여 명이 서 있었다. 9, 10일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 4곳은 실업급여 신청자들로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동아일보가 현장에 나가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이들이 상당했다. 노원구 북부고용센터의 실업급여 설명회장에는 9일 800명 가까운 실업자가 다녀갔다. 서울의 한 호텔 직원이었다는 감모 씨(59)는 “호텔에서 확진자가 나온 뒤 투숙객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선박을 운항하던 서모 씨(61)도 “일본에서 미국으로 배를 운항하려 대기하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회사는 코로나19 탓에 도산할 위기라더라”고 했다.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한 상담원은 “평상시 하루에 300명이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오는데 9일만 600명 가까이 왔다. 숙박업소나 음식점 직원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담원도 “신청자 서류를 보면 ‘코로나19’란 단어가 빠짐없이 들어있다”고 했다. 실업자들은 실업급여를 계속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재취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동대문구 일식당 주방장이던 최모 씨(37)는 “식당이 지난달 폐업했다”며 “다른 식당도 ‘휴업 일보 직전’이라며 요리사를 새로 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용직인 곽모 씨(62)도 “인력시장에 가도 일감을 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센터에는 자영업자들이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고 방문하기도 했다. 9일 송파구 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선 학원장과 문구업체 사장 등 25명이 강의실에서 지원금 수급 절차를 받아 적었다. 센터 관계자는 “평소엔 고용유지지원금과 관련한 문의가 없었는데 지난주에만 5000통 넘게 전화가 왔다”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7819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도 10만7000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7000명이 늘어났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3월에는 실업자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입국제한前 마지막 비행기 잡아라”… 김포-하네다공항 종일 북적

    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일가족 4명이 다급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근 일본 소재 기업에 취업한 20대 여성 A 씨가 출국하는 길에 가족들이 배웅을 나온 것이다. 당초 A 씨는 15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급하게 8일로 출국을 앞당겼다고 한다. A 씨는 “오늘(8일) 일본 입국자까지는 격리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부모님과 남동생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일본 정부가 9일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중지하고 기존 발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5일 발표하자 한국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양국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8일 한일 양국의 공항은 ‘막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김포공항에서는 일본행 승객들이 크게 줄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날 취재진이 김포공항에서 만난 탑승객 8팀은 모두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출국을 앞당긴 승객들이었다. 일본 취업자와 유학생, 주재원 등 일본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일본 입국이 어려워지기 전에 급하게 티켓을 변경했다”고 했다. 일본 가나가와대 유학생 김모 씨(24)는 “4월 개학을 앞두고 나리타공항을 이용해 입국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와 너무 멀다”며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라고 하니 사실상 9일 이후에는 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가 일찍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조카와 아쉬운 작별을 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정모 씨(51)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때문에 가족끼리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짜증스럽다”고 했다. 일본 하네다공항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3층 출국장에서 만난 정유림 씨는 “엄마를 보러 온 딸이 23시간 만에 돌아가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9일부터 하네다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지고, 나리타공항에서 출국하려 해도 티켓 가격이 2배로 뛰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9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안 되기 때문에 출국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는 일본인 대학생 사토 겐타로 씨도 “이웃 나라인데 갑자기 이렇게 통행이 불편해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를 측근에 지시한 것은 발표 하루 전인 4일 오전이었다. 국토교통성은 6일이 돼서야 각 항공사에 한국,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나리타와 간사이공항을 이용토록 운항 계획 변경을 요청했다. 일본 대학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일본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은 1만7000여 명. 대학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4월 1일 이후 일본에 건너오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일본 대학의 개학은 4월 첫 주. 만약 일본 정부가 대책을 연장한다면 개학 날짜, 등록금과 기숙사 문제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전채은 / 김포=이청아 기자}

    • 2020-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동네병원 닫으면 환자 어쩝니까” 의료공백 메우는 대구 개원의들

    “집사람 좀 살려주세요!” 지난달 29일 대구 수성구의 한 내과 의원으로 중년 남성이 뛰어들었다. 남성은 식은땀을 흘리는 부인을 등에 업고 있었다. 한데 남성은 병원을 찾아 1시간을 헤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들이 문을 닫아서였다. 박언휘 원장(65·여)은 그날 “병원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원장도 휴업을 고민했다. 가족은 출근을 말렸고, 병원 적자도 뻔했다. 한 환자에게 “열이 나니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했다가 고발도 당했다. 박 원장은 “그래도 환자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넘게 써서 너덜너덜해진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심각한 의료 공백에 빠질 위기에 처한 대구에서 피해를 감수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대구의 ‘동네 의원’들이 있다. 수성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은용 원장(50)과 정은정 원장(48·여) 부부는 지난달 20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 하지만 둘은 병원을 닫을 생각이 없다. 김 원장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지 못해 우리 병원에 온다”며 “코로나19와 싸우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중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제석준 원장(52)도 같은 마음이다. 제 원장은 지난달 27일 휴업을 준비했다. 그때 고혈압 환자 3명이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며칠째 치료약이 없다며 처방전을 요청했다. 제 원장은 “몇 번씩 허리를 숙이던 환자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의사들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전경숙 원장(51·여)은 “미열이 있다는 산모에게 ‘다음에 오라’고 한 적이 있다”며 “누군가를 치료하려고 다른 누군가를 돌려보내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확진자를 진료했다가 2주 동안 격리됐던 조창식 원장(52)도 “일부러 방역복을 구했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했다. 식당들이 문을 닫으며 동네 의사들은 식사 해결도 어려워졌다. 환자들이 의사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한 일도 있었다. 3일 수성구의 한 내과는 80대 여성 환자가 직접 마련한 도시락을 싸왔다. 병원 관계자는 “2주 동안 라면으로 때웠는데 이런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

    • 2020-03-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매출 0원’ 상인부터 고사리손까지 십시일반… “힘내라 대한민국”

    “직접 못 가서 미안합니다….” 지난달 26일 손창용 씨(54)는 대구시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가 끝난 뒤 의사회 후원 계좌엔 300만 원이 입금됐다. 손 씨의 지난달 수입 대부분이었다. 의사인 손 씨는 대구에서 20년째 화상 환자를 진료해왔다.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늘자 손 씨도 의료 봉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병 탓에 나설 수 없어 대신 의사회에 돈을 보냈다. 손 씨는 “동료 의사들의 고생을 차마 두고 보기 힘들다. 마스크나 보호 장비 구입 비용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전국 곳곳에서 불안과 근심이 만연하고 있지만, 위기를 이겨내려는 시민들의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감염병 여파로 일부 공공기관까지 문을 닫자 복지 공백을 메우려 직접 봉사에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힘을 모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민들은 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인 서울시립서남병원에 13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주민 130명이 1인당 1만 원씩 냈다. 중고교생들도 “의사 선생님께 마스크를 사주세요”라며 용돈을 선뜻 내놓았다. 모금을 진행한 이선미 씨(49·여)는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양천구의 청년 행복주택 입주민들도 돈을 모아 서남병원에 생수, 물휴지 등을 보냈다. 충남 천안 서북구청엔 지난달 28일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탠다”는 익명의 편지와 현금 5만 원이 담긴 봉투가 전해졌다. 대구 서구보건소에도 1일 “고생하시는 분들이 끼니를 거를까 봐…”란 글과 함께 도넛 한 박스가 도착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대구의료원 주차장은 전국에서 보낸 구호물품이 가득 쌓여 있다.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 음료수 등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현금 기부를 받지 않자 시민들이 물품을 보냈다”며 “병원 창고가 꽉 차서 주차장에 일부를 보관할 정도”라고 했다.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 상인들도 지난달 29일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구의료원에 도시락 200인분을 보냈다. 상인 김수찬 씨(40)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루 수입이 전혀 없지만 앞으로도 최소 다섯 번은 도시락을 보내겠다”며 “대구시민들이 그간 상인들을 도와줬듯 우리도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은 특별 성금은 2일 현재 약 270억 원이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성금 모금은 일주일 만에 200억 원이 넘었다.○ 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거나 일손이 부족한 공공기관을 대신해 취약계층 돕기 등에 나선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임남훈 씨(29)는 최근 일주일에 3번씩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노인 복지시설 여러 곳이 문을 닫자 임 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5명이 나섰다. 이들은 마스크 여러 장을 겹쳐 쓰고는 홀몸노인 83명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한다. 임 씨는 “하루는 한 어르신이 고맙다며 손에 요구르트를 말없이 쥐여줬다”며 “그럴 때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함께 이겨낼 수 있단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동네 공공시설과 시장 등을 자원해서 방역하는 시민들도 있다. 종로구에 사는 전승철 씨(55)는 매주 2번씩 사직동 일대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을 소독하고 있다. 전 씨를 포함해 70여 명이나 ‘방역 봉사’를 자처했다. 전 씨는 “내 이웃과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동네를 소독하겠다”고 했다. 자원봉사 의료진 16명이 묵는 대구의 한 숙박업소 사장인 허영철 씨(51)는 “시민들이 매일같이 식품과 후원금을 보내온다”며 “한 익명의 시민이 홍삼 2박스와 함께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다’라는 글을 보내온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성·고도예 기자}

    • 2020-03-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