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환

정양환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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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양환 기자입니다.

ray@donga.com

취재분야

2024-10-02~2024-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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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신세대 예술가들, 금기 깨고 캔버스에 ‘현실’을 담다

    캔버스에 홀로 한 소녀가 서 있다. 사방이 가로막힌 채 주위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어둠 속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군인들이 총칼로 무장하고 섰다. 하지만 소녀는 두려움도 눈물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멍하니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올해 초 이라크에선 정부가 주최한 신인 대상 미술대전이 열렸다. 군인 속 소녀를 그린 작품도 당시 출품작 가운데 하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런 어두운 주제를 다룬 작품은 이라크 현대미술에선 전례가 없는 새로운 흐름”이라며 “젊은 예술가들이 조국의 고통과 아픔이 밴 ‘현실’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물론 이라크 미술이 과거 빈약했단 뜻은 아니다. 광적인 예술 애호가였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미술계를 후원했다. 지금도 당시가 더 풍요로웠다고 회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부 통제가 강하다보니 획일화된 경향이 강했다. 정치와 관련 없는 풍경화나 정물화, 아니면 밝고 희망찬 미래를 그린 작품이 주를 이뤘다. 그리고 2003년 이라크전쟁이 일어나자 많은 예술가들은 포화를 피해 국외로 떠났다. 이 ‘공백의 시기’에 등장한 신세대들은 기존 관례에 얽매일 이유가 없었다. 미술가 하림 카심 씨(34)는 “예전엔 교사나 선배들을 따라 ‘행복한 인생’만 그렸지만, 이젠 진짜 우리네 삶을 화폭에 담는다”고 말했다.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전쟁의 상처, 가난의 고통 등을 다룬 작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카심 씨 역시 과거 금기시됐던 여성을 소재로 ‘이라크의 눈물’을 연작으로 그리고 있다. 바그다드예술대학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카나니 씨는 “학생들이 죽음이나 전쟁을 다룬 작품들만 너무 그려서 좀 밝은 주제도 다뤄보라고 권유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예술의 봄’은 속단하기 이르다. 최근 촉망받던 신인작가 바심 샤키르 씨(24)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구걸하는 여성이나 전쟁고아를 사실적으로 그려 해외 평단에서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적 명성을 얻자 정부 관료들은 ‘이라크 비하’라며 못마땅해했다. 경찰이 그를 감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그는 조국을 등지고 시리아로 떠났다. 샤키르 씨는 “여전히 이라크엔 예술을 규제 아래 묶어두려는 세력이 있다”며 “바깥에서라도 진실을 담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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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킹그룹 ‘룰즈섹’ CIA도 뚫었다

    소니와 닌텐도, 미국 공영방송 PBS 웹사이트를 해킹했던 ‘룰즈섹(LulzSec)’이 미 상원과 연방수사국(FBI) 애틀랜타 지부에 이어 중앙정보국(CIA)의 홈페이지까지 공격했다.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룰즈섹의 해킹으로 CIA 홈페이지가 전날 오후 6시경부터 2시간가량 접속이 차단됐다”고 전했다. 룰즈섹은 접속이 끊기기 10여 분 전 트위터에 ‘CIA 홈페이지, 탱고다운(Tango Down·교전 중 목표물 사살)’이란 글을 남겨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혔다.CIA는 이날 공격에 대해 “잠깐 접속이 어려웠을 뿐 특별한 정보가 유출되진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이버보안 전문가 리처드 스티넌 씨는 “만약 룰즈섹이 ‘확실하게’ 뚫었다면 앞으로 CIA 세부 조직원까지 파악할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룰즈섹의 해킹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정체는 안갯속이다. ‘룰즈 시큐리티(Lulz Security)’란 풀 네임은 ‘LOL(laugh out loud)’을 변형한 룰즈와 ‘보안’을 합친 말. LOL은 국내 인터넷 용어 ‘ㅋㅋㅋ’와 비슷한 용도로 “보안, 웃기시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FBI가 수배령을 내리고 뒤쫓고 있지만, 주축이 4명이란 소문 외엔 알려진 게 없다.전문 해커와 달리 이들은 돈엔 별 관심이 없다. 최근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넷 채팅 인터뷰에서 해킹 목적을 묻는 질문에 “즐거움과 웃음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PBS를 해킹한 뒤 “(1996년 사망한) 유명 래퍼 ‘투팍(2pac)’이 살아있다”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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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이 커갈수록 슈워제네거 닮아 외도 눈치챈 부인과 함께 울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혼외정사로 아들까지 둔 전직 가사도우미 밀드레드 퍼트리샤 바에나 씨(50·사진)가 “외도를 눈치 챈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 씨와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고 털어놓았다.바에나 씨는 14일 영국 연예잡지 ‘헬로’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처음엔 그(슈워제네거)가 아들 조지프(13)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했지만 아들이 커갈수록 그를 빼닮아 가족들 모두 의심스러워했다”며 “지난해 말 슈라이버 씨가 직접 ‘남편 아들이냐’고 물어 솔직히 인정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꿇어앉아 용서를 빌었는데 슈라이버 씨가 ‘무릎 꿇지 마라’며 일으켜 세운 뒤 껴안고 함께 눈물 흘렸다”고 회상했다.바에나 씨는 아들이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그는 “아들은 1년 전쯤 생부가 ‘터미네이터’임을 알게 됐다”며 “조지프는 ‘멋진데(cool)’라고 반응한 뒤 ‘언제쯤 아빠와 만날 수 있느냐’고 자주 물었다”고 말했다.그는 슈워제네거 전 주지사에 대해 “자신이 (조지프의) 아버지인 걸 짐작하면서도 한 번도 물어보진 않았다”며 “아내를 사랑하기에 고통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족을 아끼는 좋은 사람”이라며 “부부가 화해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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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 재건’ 美 현금뭉치 7조원 증발

    현대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라도 나타난 걸까.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이라크에 100달러짜리 현금 뭉치로 보냈던 재건자금 가운데 무려 66억 달러(약 7조1500억 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3일 “미 정부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절도 사건이 벌어졌다”며 “6년째 추적하고 있지만 별다른 단서조차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66억 달러는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 있는 모든 공립학교의 1년 예산을 합친 액수와 맞먹는다. 현금의 행방을 뒤쫓는 미 의회 재무감사팀이 지금까지 밝힌 것은 도난 과정뿐이다.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재건자금으로 12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뉴저지 주 이스트러더퍼드의 연방은행 금고에서 모두 100달러 지폐로 마련된 돈은 정부 수송트럭에 실려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옮겨졌다. C130 군수송기로 20차례에 걸쳐 바그다드로 공수된 돈다발들은 미군이 사령본부로 썼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궁의 지하 저장고에 보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1년쯤 뒤 66억 달러가 증발해버렸다. 100달러짜리 6600만 장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로선 돈이 수송 도중 사라진 건지, 저장고에서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다. 스튜어트 보언 특별감사관은 “회계 실수나 장부상 누락은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돈에 문제가 생긴 걸 알고부터 이라크 정부와 함께 수십 차례나 검토했지만 돈의 행방은 찾지 못했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을 의심하고 나섰다. 미국 내에서는 “재건자금 가운데 뇌물 등으로 관리와 건설업자의 주머니로 헛되게 들어가는 돈이 많다”는 지적이 자주 일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마대에 담긴 현찰이 저장고에 허술하게 보관돼 있었다”며 “궁 사정을 잘 아는 고위층이 관련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정부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공동조사를 맡았던 압둘 바시트 투르키 사이드 회계감사관은 “자기들이 보관을 허술히 해놓고 누굴 탓하느냐”며 “재건자금은 명백히 이라크 재산이므로 손실 액수에 대해서는 법정을 통해서라도 미국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 자금 보관 책임은 미군이 맡고 있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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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 자치정부 명예선언 “명예살인 인정 않겠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코와 귀가 잘린 젊은 여성의 얼굴을 찍은 섬뜩한 사진이 실렸다. 사진 속 여성은 아프가니스탄 19세 소녀 비비 아이샤였다. 열두 살에 빚을 갚기 위해 탈레반 반군과 결혼한 그는 남편의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다 붙잡혀 코와 귀가 잘렸다. 그의 잔혹한 남편이 그에게 씌운 멍에는 ‘명예 살인(honor killings)’이었다. 지아비를 버리고 도주한 것은 죽어 마땅한 죄라는 것이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당시 명예살인에 대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구성원을 죽이는 행위”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러나 명예 살인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이슬람과 힌두교 사회에선 여전히 위세 등등하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해마다 약 2만 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줄기찬 요구에도 가해자 남성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12일 “길고긴 악습과의 전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법률상 명예살인을 인정하던 팔레스타인에서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명예살인 가해자 처벌을 면제하는 법의 적용을 대통령령을 발동해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명예살인은 상당수 아랍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에는 여전히 처벌 면제법이 있다.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명예살인을 인정한 1960년 요르단 형법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한 뒤 요르단 형법을 폐지하고 자국 법을 적용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강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바람에 명예살인을 인정한 악법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1세 아야 바라디야 씨 살해는 팔레스타인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다. 헤르본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이 여성은 온몸에 멍이 든 채 우물에 버려져 있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은 경찰과 여성단체의 추적으로 아버지와 오빠가 진범으로 밝혀졌다. 살해 이유는 가족의 의사를 따르지 않고 자유연애를 했다는 것이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아바스 수반은 “어떤 살인도 명예로울 수 없다”며 악습을 비난했다. 그러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인권단체 ‘팔레스타인 여권위원회’는 “적용은 금지됐지만 법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차기 국회에서 법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논평했다. 법 개정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단 주장도 있다. 지난달 인도에서 벌어진 명예살인은 좋은 본보기다. 북부 한 마을에서 힌두교 남성과 연애한 이슬람 소녀를 가족들이 목 졸라 살해했다. 그러나 가족들은 반성은커녕 당당했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을 영웅시했다. 일간지 하레츠는 “명예살인을 스스럼없이 여기는 통념을 바꾸지 않는 한 쉽게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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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정 논란 미주총련 회장선거… 이번엔 15만달러 수표 파문

    내년 4월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해외 한인 사회에서 한국 정치 바람이 우려되는 가운데 지난달 신임회장 선거 당시 부정선거 시비로 홍역을 치렀던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가 금품 제공 논란에까지 휘말리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주총련은 미국 전역 전·현직 한인회장 116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단체로 250만 미국 한인 동포를 명목상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미주총련은 재외국민 참정권 결정 이후 국내 정치 영향권에 들어가며 회장직을 두고 볼썽사나운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부재자 투표, 금권 선거 논란 지난달 28일 시카고 서북쪽 노스브룩힐턴 호텔에서 미주총련 회장 선거가 열렸다. 올해 선거는 한인회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총련 이사장(64)과 한인회 동남부연합회장을 지낸 유진철 총련 부회장(57)이 맞붙어 치열한 선거전 양상이 전개됐다. 이날 선거에선 김 이사장이 516표를 얻어 411표를 획득한 유 부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문제는 당선 발표 직후 행사장에서 벌어졌다. 유 부회장이 부재자 투표에 부정을 제기한 것. 유 부회장 측은 “부재자가 아닌 사람에게서도 우편 투표가 들어왔고, 우편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문제 제기는 극심한 소란으로 이어졌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논란은 당선자가 거액으로 시비를 무마하려 했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유 부회장은 1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이사장이 패배 인정 대가로 15만 달러를 수표로 건넸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이 6일 애틀랜타로 자신을 찾아와 선거운동원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하며, 이사장 자리와 임원 추천권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주장이었다. 유 부회장은 당시 대화 내용을 모두 녹음해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 역시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은 미주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돈은) 유 부회장이 사업상 어려움을 겪는다기에 위로금 차원에서 건넨 것”이라며 “부정 선거 인정이나 회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평온하던 교민사회에 조직 난립 사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이러한 ‘잡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정치색이나 출신 지역별로 향우회와 후원회가 속속 생겨나며 과열 조짐을 보여 왔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박근혜 조국사랑 미주연합’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는 ‘자유광장’이 발족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활발하게 움직인다. 게다가 워싱턴 일대에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정치색이 뚜렷한 향우회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재외국민 선거 바람이 일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009년 3월 의전적 자리에 불과한 뉴욕 한인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며 후보들이 1인당 최소 2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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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겨냥 “阿자원수탈 위험수위”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신식민주의(new colonialism)’의 위험에 대비하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20세기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좌파진영으로부터 신식민주의 비난을 받아온 미국이 오히려 중국을 신식민주의로 비난하는 역설적 상황이 된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11일 첫 방문국인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가진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프리카가 별 다른 도움도 못 받고 천연자원만 빼앗겼던 식민지 시절을 기억한다”며 “또다시 이곳에 신식민주의 시대가 오는 걸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잠비아는 19세기 말부터 오랫동안 영국 통치를 받았다.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잠비아 미래에 적합한 ‘롤 모델’이라고 보느냐는 질의응답 직후 나온 이야기라 누구라도 중국을 지칭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질문에도 그는 “장기적이건 중기적이건, 아니면 단기적이건 답은 분명하다”며 “절대 (중국은)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아프리카를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앞으로 아프리카를 후원이나 기부 대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볼 것”이라며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신식민주의 발언의 여파를 고려한 탓인지 그후 열린 비즈니스 콘퍼런스에선 “미국은 중국과 밀접한 관계”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중국은 이번 발언에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세계 내부에서 중국의 팽창주의를 ‘신식민주의’로 비판하는 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여 왔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지난해 사설을 통해 “누가 누구보고 식민주의자라 부르느냐”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야말로 수세기 동안 제3세계를 약탈하고 지배했던 나라들”이라고 맞받아쳤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역시 “식민주의란 모자는 중국이 써야 할 것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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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코미디방송 타고 ‘사우디의 봄’ 오나

    “사우디아(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항공사의 별칭)는 왜 부회장이 29명이나 될까요? 딱히 일이 없으면 비행기 통로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치우는 거라도 맡기면 좋을 텐데.” 여성 운전조차 허용되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 이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최근 은근슬쩍 금기를 넘나드는 코미디 인터넷방송이 등장해 국민을 열광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프로그램 제목은 ‘온 더 플라이(On the fly)’. ‘on the fly’는 ‘슬그머니’ ‘대충 상황 봐서’란 뜻이며, 방송편집 전문용어이기도 하다. 이 쇼는 출연자들이 만담을 주고받는 스탠딩 코미디다. 지상파 방송에선 불가능한 서구 댄스음악을 틀고 나이트클럽 조명도 쏘아댄다. 자국 방송윤리법을 피하려 사막 텐트에서 촬영하고, 유튜브로만 방영한다. 사우디 사회로선 제작 및 출연진부터 충격적이다. 얼굴은 가렸지만 여성이 남성MC와 함께 출연한다. 구성작가도 여성이 상당수다. 가족이 아닌 남녀가 한 장소에서 같이 일할 수 없는 이슬람 율법을 적용한다면 채찍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내용도 아슬아슬하다. 우회적이긴 해도 정치인이나 공무원을 놀림감으로 삼는다. 왕족이 소유한 국영기업도 조롱거리다. 자주 과잉폭력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경찰에겐 “(곤봉 대신) 손톱깎이를 지급하라”며 비꼬았다. 이슬람 민주화 혁명을 다루지 않는 공영방송을 유명 TV쇼에 빗대 ‘아랍 갓 탤런트’라 불렀다. 뉴욕타임스는 “온 더 플라이의 성공은 작지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우디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제작진은 거의가 20대다. 해외 유학파가 많아 외국 문화에 익숙해 정치 사회 이슈를 개그 소재로 다루는 데 꺼림이 없다. 사우디 인구의 약 70%가 30세 이하인 점도 작용했다. 애청자인 핫산 후세인 씨(27)는 “인터넷에 능숙하고 통제를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즐겨 본다”며 “기성세대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라 말했다. 에피소드별 최고 조회수 80만 건이 넘는 인기를 자랑하지만 왕족을 직접 비난하는 일은 절대 없다. 꾸란이나 율법, 성직자도 문제 삼지 않는다. 방방 날뛰다가도 신실한 이슬람 신도라는 건 꼭 언급한다. 성역은 건들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내버려둔단 평가도 있다. 제작자 파하드 알부타이리 씨(26)는 “사우디인의, 사우디인에 의한, 사우디인을 위한 방송”이라고 선을 그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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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식도 중국식도 아닌 제3의 길 걷는 인도… ‘경제 수도’ 구르가온의 두얼굴

    ‘최첨단 꿈의 도시’ ‘인도의 미래’. 구르가온이라는 도시에 인도인들이 붙여 준 또 다른 이름이다. 수도 뉴델리에서 남쪽으로 약 24km. 20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의 벽촌. 그러나 지금은 명실상부한 인도 경제의 메카다. 1인당 소득은 수도보다 높은 국내 최고. 코카콜라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의 현지 본사도 이곳에 밀집해 있다. 초호화 대형쇼핑몰만 26개.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에 꿀릴 게 없는 이 도시지만 뉴욕이나 도쿄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신호등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찰도 드문드문 눈에 띄며, 공공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전기와 수도는 밥 먹듯 끊기고 제대로 된 하수시설도 없다. 루이뷔통과 샤넬 매장에서 10m만 가면 길거리에 생활폐수가 흘러넘친다. 21세기 최신 빌딩과 19세기 진흙탕 길이 공존하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8일 “인도 경제의 빛과 그림자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무서운 신흥세력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의 부실로 인도 경제는 ‘모래 위의 성’처럼 위태롭다는 지적을 받는다. 구르가온에서 시민들의 삶은 둘로 갈린다. 이곳에 본사를 둔 인도 대기업 ‘젠팩트’의 직원들은 천국에 산다. 그들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발전기 덕에 정전 걱정이 없다. 식수 역시 본사 정수기가 관리한다. 회사가 지은 아파트에 살며 통근버스로 출퇴근한다. 입주업체들이 함께 지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물건은 전용 쇼핑몰에서 산다. 대부분 기업들은 젠팩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반면 도시 외곽은 지옥에 가깝다. 슬럼가에 사는 일용직이나 공장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2달러 내외를 번다. 쪽방에 수십 명이 모여 자며 식수는 쓰레기가 둥둥 뜬 하천에서 길어 마신다. 아이들을 공립학교에 보내지만 학교에 교사는 거의 없다. 성폭행과 폭력이 빈번한데 경찰은 순찰조차 하지 않는다. 이 기이한 공존(共存)은 인도 공권력의 무능력이 빚어낸 결과다. 현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정부가 발표한 도시계획 중 1%도 실행이 안 됐다. 그나마 착수됐던 치안 개선안 등도 예산이 없어 중단됐다. 뉴욕타임스는 “모든 걸 정부가 관할하는 중국과 달리 사기업이 주도하는 인도 경제는 공공인프라 구축을 뒷전으로 미뤄버렸다”고 진단했다. 뒤늦게 정부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선뜻 비용을 내놓는 기업은 없다. 시민운동가 라티카 투크랄 씨는 “어차피 뒷돈 받는 처지인 정부가 그런 제안조차 하기 힘들다”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년 전부터 구르가온 거리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처음엔 하층민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중산층도 가담했다. 교통 체증과 쓰레기 투기가 갈수록 심해지는 데다 범죄가 도심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 사설경비업체에서 일하는 라탄 싱 씨는 “그들만의 성에서 삶을 누리던 사람들조차 ‘정부의 존재 이유’를 깨달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이 도시에도 변화의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개혁세력의 지지를 받은 새 주정부가 지난달 13일 치러진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언론인 산지브 아후야 씨는 “구르가온이 실패하면 인도 전체가 무너진다는 경각심이 발동한 결과”라며 “조만간 구체적 도시 재정비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정보기술업체에 다니는 산토시 코슬라 씨는 불안한 심정을 한마디로 말했다. “인도엔 이런 말이 있다. ‘정부가 나선 일 치고 안 망한 게 없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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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관 출신 美국무장관 로런스 이글버거 별세

    외교관 출신으로 유일하게 미국 국무부 장관에 올랐던 로런스 이글버거 전 장관(사진)이 4일 버지니아 주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이글버거 전 장관은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제임스 베이커 전 장관을 이어 약 5개월간 장관을 지냈다. 미국에서 외교공무원으로 출발해 국무부 수장에 오른 건 그가 유일하다. 27세에 공직에 입문한 뒤 국무장관 보좌관과 국무부 차관보, 주유고슬라비아 미국대사 등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의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평생 골초로 살았던 그는 말년에 비만과 천식, 근육질환 등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글버거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베이커, 헨리 키신저, 조지 슐츠 장관 등 전직 공화당 출신 장관 3명과 함께 미 워싱턴포스트에 공동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비준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압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에 대해 “가장 능력 있고 존경받는 외교관 가운데 한 명”이라며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으로 중동지역이 어지러울 때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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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라덴 후계자 카슈미리 사망說

    오사마 빈라덴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사악한 천재’ 일리아스 카슈미리(47·사진)가 미국의 무인기 폭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은 “파키스탄 서북부 국경지대에서 3일(현지 시간) 미 무인기 공격으로 9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다쳤다”며 “사망자 가운데 카슈미리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가 이끌던 테러단체 ‘313여단’ 역시 파키스탄 현지 방송에 보낸 팩스에서 “(그가) 성전을 이끌다 순교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만큼은 파키스탄도 미국의 폭격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자국에서 맘대로 작전을 일삼는 미국에 불만이 컸다. 그러나 카슈미리는 파키스탄 시민의 목숨도 수없이 앗아간 공적(公敵)인 데다 미국이 이번 공습을 사전에 통보해 모양새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 CBS방송은 “속단은 이르다”며 경계했다. 카슈미리는 2009년에도 사망설이 돌았지만 버젓이 살아 있었다. 당시 313여단도 미국의 혼선을 노리고 그의 죽음을 인정하는 척했다. 파키스탄 특수부대원 출신인 카슈미리는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등을 이끈 인물로 미국 정부는 빈라덴과 함께 ‘가장 척결해야 할 테러리스트 5인’으로 꼽았다. 전술과 폭파에 능해 ‘사악한 천재’ ‘전투 도사’라 불렸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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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미 “이러다 中 경제식민지 될라”

    “중국의 거침없는 ‘싹쓸이 식’ 투자가 남미 대륙의 심기를 건드렸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과감한 경제 투자를 벌이는 건 잘 알려진 일.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너무 과열되자 브라질 등 남미국가 및 시민단체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남미 투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남미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액만도 295억 달러(약 32조 원)가 넘는다. 간접 투자는 이보다 몇 배 더 많다. 이 가운데 84% 이상은 농작물이나 산림, 철강 등 1차 산업에 몰려 있다. 이런 중국의 현지투자는 최근까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엄청난 땅과 천연자원을 가졌으나 개발자금이 부족했던 남미로선 고마운 거래처였다. 중국의 저가 공산품 공세 역시 자급생산이 어렵던 처지에 반가웠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재임 시 “중국이야말로 브라질의 형제국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과 남미는 새로운 식민지(neo-colonial) 관계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화(中華)제국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매나 장기임대 방식으로 중국이 점유한 토지와 산림이 갈수록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농업연맹(AAF)에 따르면 현재 전 국토의 11%를 외국인이 차지했다. 브라질은 전체 통계는 없지만 상파울루 주의 약 20%가 외국 국적 소유인데 그중 상당수가 중국계 기업이나 개인으로 추정된다. 이러다보니 남미 정부들도 생각이 바뀌고 있다. 브라질은 올 초 외국자본의 토지 매입을 규제하는 시행령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역시 지난달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 규모를 대폭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후벵스 히쿠페루 전 브라질 재무장관은 “남미로선 중국과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전략적인 제재 수단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의문이다. 브라질이 규제 안을 내놓자 중국 기업들은 당초 계획됐던 투자를 전면 보류하기 시작했다. 전체 150억 달러(약 16조 원)가 넘는 규모다. 브라질-중국 상공회의소의 찰스 탕 대표는 “원칙 없는 국수주의는 남미 경제를 쥐라기 시대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NYT는 “그만큼 현재 남미의 중국경제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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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안타는 효자” 美-유럽 유기농 농가 쑥

    프랑스 파리 인근에 사는 농부 다미앵 비뇽 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난다. 키우던 닭을 1만2000마리에서 3000마리로 75%나 줄였는데 수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유기농 달걀’로 업종을 바꾼 덕분이다. 6개 묶음을 예전보다 2배 이상 비싼 2유로(약 3078원)에 파는데도 주문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비뇽 씨처럼 최근 유럽과 미국엔 유기농에 뛰어드는 농가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장기 경기침체와 심각한 물가상승에도 고가의 유기농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전했다. 유기농 시장의 성장은 21세기 초부터 예견됐다.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질 좋고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영국 유기농연구단체 ‘오가닉 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2009년 기준 550억 달러(약 60조 원)로 10년 새 2배 이상 커졌다. 가장 큰 고객은 역시 미국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267억 달러로 2009년보다 7.7%가 늘었다. 유기농 농업 인구도 같은 시기에 127%나 급증했다. 유럽 역시 지속적인 성장세다. 프랑스와 스웨덴, 벨기에는 평균 15% 이상 시장이 커졌다. 값비싼 유기농 제품이 경기를 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스위스 비영리재단 FiBL의 우르스 니글리 대표는 “경제적으로 힘들수록 먹는 것만은 좋은 걸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설명했다. 주소비자가 중산층 이상이라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화되다 보니 기존 대량생산 제품과 차별성이 떨어진다. 미국 유명 유기농회사 ‘헤인 설레스티얼 그룹’은 최근 프랑스와 노르웨이 업체에 대한 ‘문어발식’ 인수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유기농으로 전환하는 농업 인구가 너무 많은 것도 골칫거리다. 유럽에선 유기농 지원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 빚을 지는 농가가 늘고 있다. NYT는 “참다운 유기농 시대가 오기도 전에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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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컴퓨터 이용 ‘척수 전기자극기술’ 개발… 하반신 마비 환자 제발로 걸어

    롭 서머스 씨(25)는 2006년 미국 오리건주립대의 촉망받는 투수였다. 하지만 그해 7월 뺑소니 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이 뒤엉켰다. 하반신 마비에 치료불가 판정. 3년 내내 재활에 매달렸지만 모두 실패였다. 그랬던 그가 최근 스스로 걷는 기적을 맛봤다.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와 루이빌대 공동연구팀은 19일 “뇌가 아닌 외부에서 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의 치료를 돕는 획기적인 방법이 마련됐다”고 발표했다. 서머스 씨가 그 첫 번째 주인공. 사고 뒤 발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던 그는 시술 후 스스로 일어섰고 무릎과 엉덩이를 움직였으며, 성기능도 일부 회복했다. 비록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였지만 걷기까지 했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 기적의 비결이 “컴퓨터를 이용한 전기신호 자극”이라고 전했다. 보통 팔다리는 뇌가 신경을 통해 보낸 명령(신호)이 척수로 전달돼 움직인다. 대부분 신체마비는 이 신호체계 손상으로 일어난다. 연구팀은 뇌의 역할을 컴퓨터가 대신하게 만든 것. 이 장치를 고안한 레지 에저턴 UCLA 신경생물학 박사는 “컴퓨터를 척수에 연결해 반복적으로 전기 자극을 계속 보내 척수가 이를 뇌의 명령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어 마비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이 치료법이 상용화되면 신체마비 환자 가운데 10∼15%는 재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확신보다는 조심스레 지켜볼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 서머스 씨는 트레드밀 위에서 겨우 몇 분 걸었을 뿐이다. 게다가 전기자극이 지속돼야만 움직일 수 있다. 그가 타고난 건강체질에 끊임없이 노력한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서머스 씨는 “모두가 고개를 저었어도 포기하지 않았다”며 “꼭 다시 야구장에서 공 던지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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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오늘 대국민 연설… “중동 민주화, 획기적 지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발표할 새 중동정책이 향후 중동 평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백악관이 하루 앞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중동판 마셜플랜’이라 불릴 만한 대규모 지원방안을 담고 있다. 연설의 핵심은 ‘중동 민주화를 위한 지속적 경제 지원’이다. 중동 사회에 움트고 있는 민주주의 열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민주화의 토대가 될 경제적 발전을 돕겠다는 포괄적 구상이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이집트에 20억 달러 경제 패키지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집트에 대한 경제적 지원. 중장기적으로 부채를 10억 달러 이상 줄여주고,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경제 인프라 확충 및 실업률 경감을 위해 10억 달러를 빌려줄 방침이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집트 지원은) 경제 근대화를 통해 중동의 지속적인 민주주의 정착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중동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치·사회적 개혁을 통해 경제발전을 추구한다면 어떤 중동국가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연설에는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 이후 중동지역 민주화 및 인권개선 지지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중재 방안 부족 그러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18일 “연설 다음 날 만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겐 뭐라 설명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팔레스타인과 교섭 중인 유엔이 이스라엘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어 곤혹스러운 상태다. 팔레스타인 역시 불만족스럽긴 마찬가지. 뉴욕타임스는 “2009년 카이로 선언 이후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미국에 실망이 크다”고 전했다. 아랍국가 지도자들 역시 이번 연설을 개운치 않게 받아들일 여지가 많다. 영국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은 “친미를 표방해온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다른 친미 정권들의 입맛을 쓰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아랍 민중 사이에 퍼지는 반미감정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현재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미국의 빈라덴 사살 자체에, 또 민주화 세력은 미국이 시리아 사태에 확실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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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誌 “김정일 축첩은 꼴불견 권력남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사진)이 여러 여성들을 ‘내연의 처(concubine)’로 삼은 것은 대표적인 권력남용이라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7일 꼬집었다. 타임은 “김 위원장의 축첩은 그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문제”라며 “심지어 남한에 특공대를 보내 유명 영화배우 등 여러 여성을 납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잡지는 또 “이 ‘친애하는 지도자’는 혼인을 거듭하며 자녀 5명을 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9명의 사생아가 더 있다”고 보도했다.타임은 이 밖에 △워터게이트 사건을 일으킨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모셰 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 △섹스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족벌정치의 선두주자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등도 권력남용 사례로 선정했다. 타임은 매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용도로 그 주의 화제와 연결지은 ‘톱10 리스트’를 소개한다. 타임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의 성폭행이 유죄라면, 그도 과도한 권력을 행사한 ‘수치스러운 통치자 클럽’ 회원이 될 것”이라며 권력남용 톱10을 뽑았다. 김 위원장의 축첩은 7번째로 소개됐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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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편력?… 칸에 비하면 난 목사” 사르코지 1년전 발언 화제

    “스트로스칸에 비하면 난 목사 수준이다.”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여성편력을 비꼬았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16일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약 1년 전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국회의원들에게 “내 여자 문제가 복잡하다지만 스트로스칸 총재와 비교하면 감리교 목사급”이라고 말했다는 것. 르파리지앵은 대통령이 여성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내가 아니라 당신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한편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트로스칸 총재는 프랑스에 돌아와도 뉴욕에서와 비슷한 이유로 법정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2년 그에게 성폭행당할 뻔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언론인 트리스탄 바농 씨(31)가 총재를 고소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바농 씨의 변호사 다비드 쿠비 씨는 “당시엔 바농 씨가 가족이 만류한 데다 자기 경력에도 흠집이 날까 봐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젠 충분히 심각하게 다뤄질 ‘여건’이 마련돼 고소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의원의 딸이기도 한 바농 씨는 2007년 인터뷰 때문에 스트로스칸을 만났을 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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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국-사후세계란 없다… 인간이 만든 동화일뿐”

    “천국은 없다. 그건 인간이 만들어낸 동화(fairy story)일 뿐이다.”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69·사진)가 ‘신’의 우주 창조를 부정하는 자신의 신념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호킹 박사는 1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뇌란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와 같다”며 “망가진 컴퓨터를 위한 천국이나 사후세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암흑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화”라고 주장했다.또 호킹 박사는 2009년 병상에서의 소회를 전하며 사후세계의 부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당시 심각한 상태의 흉부 질환으로 런던 아덴브룩스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신체적 고통을 겪어왔기 때문에 죽음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며 “마지막 순간 뇌 활동이 멈춘 뒤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다.세계적 물리학자인 호킹 박사는 지난해 9월 미국 물리학자 레너드 믈로디노프 씨와 함께 쓴 책 ‘위대한 설계(Grand Design)’에서 “현대물리학은 우주 창조에서 신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주는 중력 같은 물리학법칙에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므로 창조자의 역할은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 대해 영미 종교계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논리적 궤변”이라고 비난했다.전 세계에서 9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출간한 1988년까지만 해도 호킹 박사는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았다. ‘시간의 역사’에서 그는 “인류가 완벽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건 인간 이성의 궁극적 승리가 될 것”이라며 “그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 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후 신의 존재에 대해 모호한 의견을 보이던 그는 ‘위대한 설계’ 출간을 준비하던 2009년부터 창조자의 존재를 부정하기 시작했다.호킹 박사의 어조가 바뀐 까닭은 뭘까. 가디언은 “호킹 박사가 지지하는 M이론이 완벽한 이론이 될 거란 자신감의 발로”라고 분석했다. 그는 세상을 이루는 기본단위를 입자 대신 ‘끈’으로 보는 M이론을 통해 자연의 모든 현상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호킹 박사는 ‘인간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한 생각도 보여줬다. 그는 “인류와 우주는 무(無)에서 유(有)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의 가장 위대한 가치는 스스로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학은 수없는 관찰에서 발견되는 현상과 관계를 가장 수월하게 설명할 수 있어 아름답다”며 “특히 생물학에 나오는 DNA 이중나선 구조나 물리학의 기본방정식 등은 매혹적이다”고 덧붙였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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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反이민 악명’ 이탈리아에 다문화 희망 솟다

    은은한 올리브 향이 감도는 언덕. 창밖엔 이오니아 해의 쪽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그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강독 소리. 지중해식 건물이 아니어도 미뤄 짐작되는 흔한 이탈리아 시골학교의 풍경이다. 하지만 이 학교는 뭔가 색다르다. 교실을 채운 학생들의 생김새가 낯설다. 초롱초롱한 눈빛에 까무잡잡한 피부. 대부분 소말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온 아이들이다. 오히려 이탈리아 출신은 몇 명 없다. 한참 수업을 지켜보던 도메니코 루카노 시장이 흐뭇하게 입을 뗐다. “저 아이들이야말로 이탈리아의 희망입니다.”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주의 소도시 리아체 시가 최근 유럽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쓰러져 가던 한 시골마을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럽의 미래(City of European Future)’란 칭송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빈민지역인 칼라브리아 주에서 리아체 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때 주민들이 줄줄이 떠나며 인구가 1700명 아래로 감소했을 정도였다. 학교는 차례로 문을 닫았고, 수백 채의 빈집이 팔리지 않은 채 먼지가 쌓여갔다. 하지만 2004년 루카노 시장이 취임하며 리아체 시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던 노동력 기근을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치로 상쇄시켜 나갔다. 이탈리아는 최근 반(反)이민 정서가 드높던 유럽에서도 가장 인종차별 성향이 강했던 나라. 루카노 시장의 정책이 입소문을 타며 이탈리아 각지를 떠돌던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정착을 위해 루카노 시장은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를 설득해 이민자 통합프로그램 비용을 끌어왔다. 어차피 비어있던 집의 주인에게 연락해 무상임대를 얻어냈다. 외국인 자녀들을 위한 학교와 직업훈련소도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과 외국인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농장이나 공장은 감세 등 혜택을 지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타 지역에서 따돌림받던 난민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성실한 시민으로 변모했다. 지역산업이 활기를 띠자 주민들도 이들을 보는 시각이 따뜻해졌다.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유리 세공 가게에서 일하는 20대 이레나 씨는 “피부색이 달라도 가난에 고생했던 공통점 덕분인지 금방 친해졌다”며 “고향을 떠났던 친구와 친척들도 돌아오고 싶어 한다”며 기뻐했다. 물론 아직 난관은 남아있다. 가난한 주민을 상대로 위세를 떨치던 지역 마피아들이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장 사무실에 날아든 총알 2발도 이들이 저지른 위협사격이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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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3만명 넘게 총기사고로 숨지는데…美國은 ‘총기 해방구’ 왜?

    “총기의 자유로운 소유는 애리조나 주의 위대한 전통이다.”미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 그런데 이 말을 한 장본인은 다름 아닌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그는 2008년 연방대법원이 총기규제법안의 위헌 여부를 심리할 당시 적극적으로 총기 허용을 지지했다. 숨진 존 롤 연방지방판사 역시 “연방정부가 총기 소유자 신원을 조사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말한 바 있다.미 시사주간지 타임 모바일판은 10일 “이런 전력이 있다고 이번 사건이 자업자득이란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용의자 재러드 리 러프너 같은 이에게 총기가 허용되는 현 상황은 되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해마다 총기 사고로 3만 명 이상 목숨을 잃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에 관대한 나라다. 애리조나 주만 해도 21세만 넘으면 누구나 허가 없이 총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정신이상자나 위험인물마저 손쉽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프너는 2007년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급진사상과 불안한 정신 병력으로 몇 년 전부터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물론 미국 역시 ‘잠재적 범죄자’의 총기 접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타임에 따르면 2007년 버지니아공대 참사 이후 미 행정부는 ‘범죄기록관리시스템(NICS)’을 개편해 집중 관리대상을 대폭 늘렸다. 이후 3년 동안 데이터베이스 추가 명단은 2배 이상 늘어 200여만 명에 이른다.문제는 연방정부와 달리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주 정부가 많다는 점이다. 사고가 일어난 애리조나 주의 경우 NICS에 등록된 12만1700명이 거주하는데도 막상 주 정부는 4%도 안 되는 4465명만 관리대상에 포함시켰다. 심지어 루이지애나와 네브래스카, 펜실베이니아 주는 단 한 명도 조치하지 않았다. 미 최대 총기소지 반대단체인 ‘브래디 캠페인’의 폴 헬름키 회장은 “이번 사건은 애리조나 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 허용론자의 태도는 여전하다. ‘애리조나시민방위연맹(ACDL)’의 창립자 찰스 헬러 씨는 “시민들이 더욱 무장해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임은 “주 정부가 총기 소유를 허용하더라도 범죄 예방에 힘쓸 책임마저 저버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한편 살인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러프너는 이날 머리를 짧게 깎은 채 피닉스연방법원에 출두했다. 법원은 혐의 인지 여부만 확인한 채 보석 없이 구금을 명령했으며, 다음 공판은 24일 열릴 예정이다. 투손의 애리조나대 의료센터에 입원한 기퍼즈 의원은 현재 손가락을 움직이며 의료진의 지시에 약간씩 반응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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