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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프누(FC바르셀로나의 안방 구장)에서의 두 번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바르사)는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12일)에서 0-3으로 졌지만 4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의 16강 1차전 방문 경기에서 0-4로 지고도 캄프누에서 열린 2차전 안방 경기에서 6-1로 이겨 극적으로 8강에 오른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사 감독은 유벤투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PSG와의 2차전보다 더 적은 골을 넣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는 5골을 넣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일 캄프누에서 열린 유벤투스와의 2차전이 끝난 후 엔리케 감독은 아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바르사는 이날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도 0-0으로 비겨 1, 2차전 합계 0-3(1무 1패)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역전극을 노린 바르사는 ‘MSN 트리오’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 네이마르를 선발로 내세워 다득점을 노렸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바르사는 전후반을 통틀어 17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1개에 그쳤다. 볼 점유율에서는 61%를 기록해 유벤투스(39%)보다 앞섰지만 유벤투스의 강력한 수비를 뚫는 데 실패했다. 메시는 전반전에 상대 선수와 충돌한 뒤 그라운드에 얼굴을 박아 왼쪽 뺨에서 피가 흐르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응급처치를 받고 경기장으로 돌아온 메시는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끝내 상대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PSG와의 2차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역전극을 이끌었던 네이마르도 이날은 침묵했다. 그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경기 후 엔리케 감독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정확성이 떨어졌다. 우리가 가진 경기력을 완벽히 보여주지 못해 슬프다”고 말했다. 한편 AS모나코(프랑스)는 이날 열린 도르트문트(독일)와의 8강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도 3-2로 이겼던 모나코는 1, 2차전 합계 6-3으로 4강에 올랐다.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세계적 명문 클럽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바르사) 소속 백승호(20·바르사B)와 이승우(19·바르사 후베닐A)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사령탑인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는 ‘싸움닭’ 같은 선수이고, 백승호는 ‘모범생’이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승우는 팀이 지면 울분을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다. 하지만 그만큼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경기장 안에서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3월 열린 아디다스 20세 이하 4개국 대회 잠비아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칩슛 등으로 2골을 넣는 등 대표팀에 완벽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은 스피드와 발 기술이 뛰어난 이승우에게 근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 감독은 “승우에게 리오넬 메시와 디에고 마라도나(이상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고 선수가 된 것은 강한 상체 근육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장차 프로 1군 무대 등에서 뛰기 위해서는 몸싸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4개국 대회 후에 이승우가 소속팀 경기를 위해 스페인으로 돌아간 것과 달리 백승호는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월드컵 본선에 대비한 체력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 감독은 “백승호는 기본기가 매우 뛰어나지만 실전 체력이 떨어져 있다. 특히 공격 시 호흡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체력 훈련을 지속해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소속팀에서 실전 경기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해 체력과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다는 문제가 있다. 신 감독은 “승호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는 모범적인 선수다. 최근에는 몸싸움 능력도 보완하면서 조금씩 ‘그라운드의 싸움닭’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티키타카’(짧은 패스 중심의 축구) 전술을 사용하는 바르사에서 성장한 두 선수는 전술이 유사한 ‘신태용호’에도 빠르게 적응 중이다. 신 감독은 “내가 패스 플레이와 상대 수비 뒤 공간을 한 번에 공략하는 공격 방식 등 바르사 스타일을 주문하기 때문에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재밌어 한다”고 말했다.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한국 축구가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을 때 신태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47)은 소속팀 성남 일화의 전지훈련지인 강원도의 한 숙소에서 TV로 그 장면을 지켜봤다. 2001년 K리그 최우수선수(MVP)였던 그였지만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신 감독은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숙소와 거리에서 대표팀을 응원하면서 희열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15년이 흐른 2017년. ‘리틀 태극전사’의 수장이 된 신 감독은 5월 20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또 한 번의 신화 창조에 나선다. 18일 경기 파주시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그는 “1997, 1998년생이 대부분인 20세 이하 선수들은 2002년의 뜨거운 감정을 잘 모른다. 이들을 잘 지도해서 ‘감동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 A조에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기니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신 감독은 “전통의 강호(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및 복병(기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조별리그부터 힘든 여정이 될 것 같다. 최소 8강 진출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때와 마찬가지로 ‘공격 축구’를 강조하고 있다. 적극적인 공간 침투와 강한 전방 압박을 중심으로 한 신 감독의 전술에는 선수들의 강한 체력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NFC에서 진행 중인 소집훈련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강도 높은 체력 훈련(웨이트트레이닝 제외)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우리 선수 중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2명 정도에 불과하다. 최우선적으로 선수들의 실전 체력을 키워 90분 이상을 뛸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체력 훈련과 함께 프로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약점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팀은 26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최강으로 평가받는 전북과 평가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전북이 최상의 전력으로 평가전에 나섰으면 좋겠다”면서 “전력이 비슷한 팀과 경기를 해서 이기면 기분은 좋을 수 있지만 약점을 찾을 수 없다. 전북과의 경기에서 10골을 먹더라도 10골을 먹은 이유를 찾고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과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중 하나는 ‘돌려치기’다. 이는 자신에게 온 공을 동료가 있는 쪽으로 패스해 상대 압박을 피한 뒤에 수비가 없는 빈 공간으로 가서 다시 받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패스 플레이로 적진 깊숙이 침투하라는 것이다. 신 감독은 “수비 지역에서 공을 돌려서 점유율을 높여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패스 플레이로 상대 문전까지 빠르게 올라간 뒤에 위협을 줘야 점유율의 의미가 생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장차 국가대표팀(A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해야 할 20세 이하 선수들이 강팀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붙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과거 한국 축구는 강팀을 상대로 수비만 하다가 역습으로 한 골 넣고 이기면 좋아했다. 하지만 맞불을 놓지 않고서는 우리의 약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공격 축구로 세계의 강호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는 의욕을 강하게 드러냈다.파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벼랑 끝까지 몰렸던 오리온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리온은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 방문경기에서 79-76으로 이기고 2승 2패를 기록했다… 1, 2차전 안방경기를 모두 삼성에 내줬던 오리온은 3차전부터 주전들의 득점력이 살아나면서 반격에 성공했다. 역대 4강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지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팀은 없지만 오리온은 ‘뒷심’을 살려 새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경기 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이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된 것 같다. 시리즈 전적이 1승 2패로 몰렸지만 모두가 진다는 생각 없이 여유를 갖고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3차전에 이어 4차전에서도 오리온의 상승세를 이끈 선수는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26득점 10리바운드 8도움)다. 1, 2차전에서 각각 16, 13득점에 그쳤던 그는 3차전(26득점)부터 슛 감각을 회복했다. 4차전에서도 헤인즈는 1쿼터에만 9점을 몰아넣는 등 오리온의 공격을 이끌었다. 4쿼터 종료 13초를 남기고 75-71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는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헤인즈와 함께 오리온은 이승현(19득점)이 고비마다 3점 슛(3개)을 림에 꽂아 넣었다. 경기 후 추 감독은 “3연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보겠다. 우리 팀의 근본적 목표는 삼성을 4강 PO에서 꺾는 것이 아니라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것이었다”면서 “5차전에서도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적지에서 2승을 거둔 것을 두고 “삼성과 안방을 바꿔야 하나”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삼성은 리카르도 라틀리프(43득점 16리바운드)가 분전했지만 슈터들이 부진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드 김태술은 2점 슛 3개를 시도해 모두 놓치는 등 무득점에 그쳤고, 임동섭(2득점)과 문태영(8득점)은 단 한 개의 3점 슛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양 팀의 5차전은 19일 오리온의 안방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번 시즌에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주전과 벤치 멤버를 오가며 40경기에서 19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붙박이 주전’이 보장된 국가대표팀에서는 득점력이 떨어진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경기에 출전한 손흥민은 1골에 그치고 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의 경기력 차이에 대해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측면 수비수들의 탁월한 공격 지원 덕분에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트넘은 벤 데이비스와 대니 로즈 등 왼쪽 측면 수비수들이 공격할 때 빠르게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 공격수와 2 대 1 패스 등으로 수비를 허물거나 크로스 공간을 확보한다. 이 때문에 손흥민은 측면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이나 상대 수비 뒤 공간으로 침투하는 등 다양한 위치에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반면 대표팀의 왼쪽 측면 수비수들은 부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측면에 고립되거나 홀로 무리한 돌파를 하다가 볼을 빼앗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를 넣어줄 동료가 없다는 것도 지적된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토트넘은 전방에서 볼을 잡은 공격수가 2선에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하는 공격 방식이 효과를 보고 있다. 대표팀도 연계 플레이에 능한 최전방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준희 위원은 “토트넘은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능력이 대표팀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대표팀에서처럼) 수비 지역에서부터 볼을 몰고 갈 필요 없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흥민아! 네가 이렇게 빨리 (나를) 넘을 줄은 몰랐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64·현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손흥민(25·토트넘)에게 축하를 건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가까운 미래에 후배가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듯 그는 손흥민이 이미 자신을 뛰어넘었다는 표현을 썼다. 16일 20세 이하 월드컵 트로피 공개 행사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그는 “손흥민 덕분에 잊혀졌던 내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다. 동양 선수가 2자리 숫자의 골을 넣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전반 19분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현지 방송 해설자는 “봄이 되자 ‘해(Sun)’가 떴고 ‘손(Son·손흥민)’이 꽃을 피웠다. ‘손샤인(Sonshine·햇살을 뜻하는 ‘Sunshine’에 손흥민을 빗댄 표현)’답다”며 극찬했다. EPL 2위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 속에 4-0으로 이겼다. 손흥민은 이 골로 차 전 감독이 1985∼1986시즌에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작성한 한국인 선수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19골)과 타이를 이뤘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 EPL 12골,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6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골을 기록 중이다. 토트넘은 23일 첼시와의 FA컵 4강전과 리그 6경기 등을 남겨뒀기 때문에 손흥민이 차 전 감독의 기록을 뛰어넘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차 전 감독은 당시 리그에서만 17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리그에서의 활약만 놓고 보면 차 전 감독의 골이 순도가 더 높다. 하지만 손흥민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골의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 차 전 감독보다 많은 리그 골을 노리는 동시에 개인 득점 톱10 진입까지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 15일까지 손흥민의 EPL 득점 순위는 공동 12위다. 차 전 감독과 손흥민은 역대 한국인 공격수 중 유럽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로 꼽힌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차 전 감독과 손흥민은 스피드와 골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둘의 플레이 스타일에는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몸싸움이 뛰어났던 차 전 감독은 주로 측면 공격수로 뛰었고 헤딩 능력도 있었다. 반면에 손흥민은 측면과 최전방, 처진 스트라이커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해외 축구 통계 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서 11골,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서 7골,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1골을 넣었다. 차 전 감독은 손흥민이 헤딩 능력을 키운다면 더욱 완벽한 공격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손흥민은 대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제공권을 보완한다면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차 전 감독은 33세의 나이에 한 시즌 19골을 터뜨렸지만 손흥민은 25세의 나이로 같은 기록을 세웠다. 차 전 감독은 25세 때 독일 무대에 진출했다. 손흥민이 앞으로 차 전 감독을 뛰어넘어 더 많은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김 해설위원은 “차 전 감독은 개인의 노력으로 체력을 관리하며 유럽 무대를 누볐다. 손흥민은 현대 축구의 발달과 함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기록을 작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PL 2년 차에 선배들의 기록을 하나씩 갈아 치우고 있는 손흥민은 ‘기록 제조기’로 불리고 있다. 이날 그는 잉글랜드 무대 통산 27골을 기록해 ‘산소 탱크’ 박지성(36·은퇴)의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포지션의 차이는 있지만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이 8시즌 동안 세운 기록을 손흥민은 2시즌 만에 달성했다. 앞서 손흥민은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보유했던 아시아선수 EPL 한 시즌 최다골(8골)도 뛰어넘었다. 한국인 선수 최초의 잉글랜드 무대 해트트릭과 ‘EPL 이달의 선수’ 수상도 모두 손흥민이 보유하고 있다. 이날 손흥민의 골이 터지자 아이처럼 펄쩍 뛰며 환호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그는 이제 EPL에 완벽히 적응했다”고 칭찬했다. 영국 언론은 이날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유승진 채널A 기자}
경질 논란 끝에 유임된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3)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선수 선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부임 초기 다양한 K리그 선수를 실험했던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해외파 등 기존의 대표팀 선수들을 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떨어진 일부 선수는 대표팀에서도 부진한 경기를 펼쳤고, 대표팀은 졸전을 거듭한 끝에 간신히 A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6월 13일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두고 대표팀은 조기 소집될 예정이다. 대표팀은 통상 경기 3, 4일 전에 소집되지만 이번엔 빠르면 2주 전에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최종예선에서 뽑지 않았던 새로운 선수들을 점검하고 내부 경쟁을 통한 경기력 강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최종예선 1∼7차전에서 드러난 문제점 중 하나는 9득점 가운데 선발 출전한 최전방 공격수의 골이 없다는 것이다. K리그 클래식 득점 선두인 포항의 공격수 양동현(31)은 최전방 골 가뭄을 해결할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몸싸움 능력과 골 결정력이 탁월한 양동현은 올 시즌 5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슈팅 능력이 좋은 양동현이 최전방에서 공격에만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전술에 맞춰 뛴다면 대표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미드필더에서는 이명주(27·알 아인)를 주목할 만하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이명주는 왕성한 활동량이 장점이다. 수비와 경기 조율 능력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기성용(28·스완지시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예선에서 기성용의 파트너로는 한국영(27·알 가라파), 고명진(29·알 라이안) 등이 투입됐다. 하지만 기성용이 공격과 수비 지역 패스 순위에서 각각 팀 내 1, 2위에 오르며 고군분투한 반면 나머지 선수들은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주는 소속팀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기 때문에 경기력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K리그 최고 왼발잡이인 수원의 염기훈(34·A매치 51경기)과 돌파가 뛰어난 강원의 이근호(32·A매치 75경기) 등 노련미를 갖춘 선수의 발탁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장신 공격수가 투입됐을 때 정확도 높은 크로스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의 크로스 정확도는 12.5%에 불과했다. 베테랑의 선발은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조건 중 하나인 ‘경험과 함께 헌신성을 가진 선수의 발탁’에도 부합한다. 한편 13일 유럽파 점검을 마치고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팀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기강 잡기’에 나섰다. 그는 “우리는 한배를 타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KGC 구단에서 데이비드 사이먼(203cm·사진)에게 뭘 먹게 한 건지….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12일 KGC와의 2016∼2017 KCC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앞두고 걱정을 토로했다. 1차전에서 내·외곽을 오가며 33점을 터뜨린 KGC의 주포 사이먼을 막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유 감독은 “사이먼이 미들슛 성공률까지 높아지다 보니 네이트 밀러(187cm)가 수비하면 높이의 우위를 살려 자신 있게 슛을 쏘고, 발이 느린 허버트 힐(203cm)이 막으면 돌파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승기 KGC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사이먼에게) 구단에서 모기업의 지원을 받아 제공하는 홍삼 음식을 먹게 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사이먼이 우승에 대한 동기 부여가 강하게 돼 있어서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이먼은 과거 동부, SK에서 뛴 경험이 있다. 이날 KGC의 안방인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4강 PO(5전 3승제) 2차전에서도 사이먼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사이먼이 29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한 KGC는 82-73으로 모비스를 꺾었다. 정규시즌을 포함해 11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간 KGC는 4강 PO 전적 2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역대 4강 PO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100%다. 이날 모비스는 힐과 국내 센터 이종현(203cm)이 돌아가며 사이먼을 수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쿼터부터 13점을 몰아넣은 사이먼은 승부처였던 3쿼터에도 12점을 넣어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KGC의 가드 키퍼 사익스도 스피드를 살린 적극적인 돌파를 앞세워 18득점(7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사이먼은 별도의 평가가 필요 없을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상대가 트랩수비를 시도해도 영리하게 벗어나 득점을 성공시켰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양 팀의 3차전은 14일 모비스의 안방인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다.안양=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스페인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37·사진)가 24일 열리는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레알)와 FC 바르셀로나의 맞대결 ‘엘클라시코’에서 시축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스페인의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두 팀의 경기를 현장에서 볼 예정이다. 시축을 하게 되면 멋진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레알의 팬으로 알려진 그는 “레알과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19일)도 경기장에서 보고 싶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안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알은 10일 가르시아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자 구단 트위터를 통해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또한 레알의 공격수 개러스 베일(웨일스)도 자신의 트위터에 “내 친구 가르시아가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낸 것을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레알은 과거에 스페인 피겨 스타 하비에르 페르난데스 등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시축자로 초청한 바 있다. 한편 7월 미국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인 앤절라 에이킨스와 결혼할 예정인 가르시아가 마스터스 우승자가 입는 ‘그린재킷’을 결혼식 예복으로 입을지도 관심거리다. 가르시아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그린재킷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마오짱, 고생 많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10일 밤 방송 속보와 11일자 각종 신문 1면을 통해 한국의 김연아(27·은퇴)와 치열한 라이벌전을 펼쳤던 일본 피겨 스타 아사다 마오(27)의 은퇴 소식을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사다가 다시 한번 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아사다는 최후까지 도전했다”며 아사다에게 “앞으로도 계속 빛나 달라”고 기원하는 일본인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아사다와 교류를 계속해 온 동일본대지진 피해 주민들도 “다음 꿈을 향해 도전해 달라”고 축복했다. 아사다를 지도해 온 사토 노부오 코치는 11일 “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아사다를 신요코하마 스케이트 센터에서 만났을 때 “정리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사다가) 슬퍼 보이지 않고 밝게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에 전했다. 그는 “아사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대단했다”고 평가했다. 또 아사다가 “앞으로 제가 출연하는 아이스쇼 ‘더 아이스’가 있으니 보러 와 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사다는 12일 도쿄에서 정식 은퇴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아사다는 10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갑작스럽지만 피겨 선수 생활을 끝내겠다는 결정을 했다. 피겨 선수로서의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아사다와 김연아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없었다면 나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고 김연아는 “아사다와는 참 징한 인연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니어 시절에는 아사다가 우위에 있었지만 2008∼2009시즌부터 김연아 쪽으로 추가 기울었다. 두 선수의 명암은 올림픽에서 극명히 갈렸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김연아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사다는 은메달에 그쳤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는 김연아가 은메달을 땄지만 아사다는 6위에 그쳤다. 소치 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아는 빙판을 떠났지만 아사다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2015년 5월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피겨선수권대회에서 12위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이 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끝난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얻는 데 그친 것도 아사다의 은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여자 싱글에 미야하라 사토코(19·세계 2위), 혼고 리카(21·세계 9위) 등 쟁쟁한 선수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아사다(세계 25위)로서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도쿄=서영아 특파원}
오랜 메이저 대회 무관의 징크스를 떨쳐낸 세르히오 가르시아(37·스페인)는 우승을 확정한 뒤에 한풀이라도 하듯 제81회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의 그린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쳤다. 한동안 그린을 응시하던 그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약혼녀를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가르시아는 “1999년 아마추어로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했을 때 ‘언젠가는 이 코스에서 한 번은 우승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고 말했다. 가르시아는 10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연장 끝에 저스틴 로즈(37·잉글랜드)를 제치고 메이저 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4라운드까지 9언더파 279타로 로즈와 동 타를 이룬 가르시아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첫 연장에서 버디를 낚아 보기를 한 로즈를 꺾었다. 가르시아는 1996년 브리티시오픈(컷 탈락)에서 메이저 대회에 데뷔한 이후 21년 만에, 메이저 대회 74번째 출전 만에 메이저 왕관을 차지했다. 마스터스에서는 19번째 도전 만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가르시아는 “메이저 대회 마지막 라운드가 열린 일요일(현지 시간)에 이렇게 편안한 기분이 든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세 살 때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가르시아는 19세이던 1999년 마스터스에서 당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인 공동 38위를 차지하며 ‘신동’으로 떠올랐다. 그해 프로로 전향한 뒤 참가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42·미국)와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유럽의 우즈’로 불렸던 그는 이후 PGA투어 9승, 유럽 투어 12승 등을 기록했지만 메이저 대회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2007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연장 끝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등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네 번을 기록했다. 그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는 강자’로 불렸던 가르시아는 마침내 그린재킷을 입고 불명예를 벗었다. 그는 “이제 메이저 대회 1승을 거둔 선수 중에 최고의 선수로 불릴 것 같다”며 웃었다. 가르시아의 메이저 우승 소식에 우즈는 트위터를 통해 “가르시아에게 축하를 건넨다. 그는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가르시아가 우승한 날은 현지 시간으로 그의 우상인 ‘스페인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0년 전 태어난 날이다. 바예스테로스는 1980, 1983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선수로 프로 통산 91승을 기록했다. 그는 2011년 뇌종양으로 숨졌다. 미국 ESPN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첫 마스터스에 참가했던 1999년 연습 라운드에서 바예스테로스, 우즈와 함께 경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가르시아는 “바예스테로스는 내가 마스터스에 참가할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면서 “오늘 우승한 것도 오늘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예스테로스가 하늘에서 내 퍼팅과 샷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던 가르시아는 샷을 할 때 30차례까지 왜글(손목풀기)을 하는 등 나쁜 경기 매너로 눈총을 사기도 했으며 테니스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한물간 스타로 취급됐던 가르시아의 우승에는 7월 결혼을 앞둔 연인이자 미국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인 앤절라 앳킨스의 내조도 도움이 됐다. 가르시아는 “언제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게 불어넣어 주는 그녀 덕분에 큰 대회를 앞두고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28년 전부터 시작됐다. 7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여자 아시안컵 예선 맞대결을 펼친 윤덕여 한국 감독(56)과 김광민 북한 감독(55)은 현역 시절에 이어 사령탑이 된 지금까지도 양보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란히 수비수 출신인 두 감독이 대표팀에서 현역 선수로 맞붙었을 때는 윤 감독이 웃을 때가 더 많았다. 윤 감독은 북한을 처음 상대한 이탈리아 월드컵 최종예선(1989년·한국 1-0 승)을 포함해 4번의 남북 대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윤 감독의 1패는 1990년 남북통일축구 평양 방문 경기에서 1-2로 진 것이다. 윤 감독은 “김(광민) 감독은 오른쪽 풀백이었는데 아주 빨랐고 투지도 강했다”고 회상했다. 감독으로서의 대결에서는 김 감독이 앞섰다. 윤 감독은 2012년 12월 여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이 사령탑으로 한국과 처음 맞붙은 것은 2003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친선경기(한국 0-4 패)다. 윤 감독 부임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위 한국은 FIFA 랭킹 10위 북한을 상대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7일 무승부를 거둔 것을 포함해 윤 감독의 북한전 성적은 2무 3패다. 한국의 안방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도 한국은 북한에 1-2로 패했다. 27년 전 윤 감독이 평양에 입성할 때 북한은 수천 명의 환영 인파가 나와 선수들을 일일이 무동 태우며 환영했다. 경기장에서는 박종환 한국 감독과 명동찬 북한 감독을 비롯해 남북 선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입장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분위기는 그때보다 치열했다. 윤 감독은 북한 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서도 무승부를 거둔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는 “선수들이 주눅 들지 않고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 선수들을 믿었기 때문에 패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기 초반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선수들이 심리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후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아쉬워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평양=공동취재단}
‘골프 명인의 열전’인 마스터스는 출전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큰 영광인 대회다. 6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올해 대회는 까다로운 출전 자격을 통과한 94명만이 그린을 밟는다. 4대 메이저대회 중 가장 먼저 열리는 마스터스의 초청장을 받으려면 역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거나,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진입해야 하는 등의 19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세 명의 우승 후보가 치열할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더스틴 존슨(33·미국)은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출전한 3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존슨이 ‘그린재킷’을 입게 되면 2002년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15년 만에 세계 1위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로리 매킬로이(28·북아일랜드·세계 2위)는 마스터스를 제패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다. 매킬로이는 “내 골프 인생의 마지막 퍼즐 조각을 이번에는 반드시 맞추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마스터스의 사나이’로 불리는 조던 스피스(24·미국·세계 6위)는 그동안 마스터스에서 우승 1번과 준우승 2번을 차지했다. 그는 올해 대회에서 지난해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역전패했던 아픔을 씻어내겠다는 각오다. 스피스는 5일 연습라운드 12번홀을 탭인 버디로 가볍게 홀아웃했다. 그는 “1년 전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쉽다”면서 “지난해 실수에 따른 패배는 잊겠다”고 말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예측한 우승 확률에서 존슨이 1위를, 스피스와 매킬로이가 각각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경기력 등으로 보면 ‘3파전’이 예상되지만 오거스타의 거센 바람과 유리판으로 불릴 정도로 빠른 그린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CBS스포츠에 따르면 대회 1라운드에는 최대 풍속이 초속 13m에 이르는 강풍이 예보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나쁜 날씨는 경험이 많은 노장 필 미컬슨(47·미국·세계 18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대회가 25번째 마스터스 출전인 미컬슨은 세 번의 우승(2004년, 2006년, 2010년)을 차지한 바 있다. 미컬슨은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악천후에 고전할 수 있다. 하지만 내겐 오랜 골프 지식과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경기장에서 보고 싶지만 경기 시간 때문에 걱정이네요.” 직장인 박근호 씨(30)는 6일(목요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과 북한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 오후 9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오후 11시가 넘어 끝나기 때문에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그에게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인 이번 대회는 올림픽과 같은 시간에 경기가 열린다. 하루에 3경기 중 가장 늦은 시간에 배정된 경기는 시작 시간이 오후 9시다. 2일 정오에 열린 북한과 호주의 경기는 2000명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오후 9시에 열린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는 관중 수가 1128명으로 줄었다. 경기 시간 배정은 중계 방송사의 입김이 작용했다.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에서 아이스하키 인기가 많은 북미 지역 등의 시청자를 위해 한국 시간으로 밤 경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후 9시에 한국은 밤이지만 미국 동부 뉴욕 기준으로는 오전 8시다. NB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장 많은 올림픽 중계권료를 내는 방송사로 그동안 경기 시간 배정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NBC는 2014년에 2032년 올림픽까지의 중계권을 사들이면서 8조 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 NBC는 여름 올림픽에도 자국 시청자들이 저녁 시간에 수영 등 주요 경기를 시청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했다. 오후 9시 경기가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의 경기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학생 선수가 있는 여자 대표팀은 오래전부터 ‘방과 후 훈련’을 해야 했기 때문에 통상 오후 8∼10시에 훈련을 해왔다. 이 때문에 경기 시간이 늦어도 경기력에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여자 대표팀 23명 가운데 6명이 고교생이다. 남자 대표팀은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경기 시간에 맞춰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훈련을 할 예정이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혼 좀 나야겠다.”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호주와의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경기에서 1-2로 패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자국 대표팀 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슈팅 수 등 경기 내용에서 호주를 압도하고도 골 결정력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북한 관계자가 농담조로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고 전했다. 숙소로 가는 동안 풀이 죽어 있던 북한 선수들은 같은 날 저녁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개막식에서는 생기를 찾았다.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를 2피리어드까지 관람석에서 본 이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거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활짝 웃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3일 북한과 네덜란드의 맞대결을 앞두고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북한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이 슬로베니아를 5-1로 이기는 것을 봤느냐”는 질문에 “같은 민족끼리 서로 잘하면 좋지 뭐. 밤에 잠도 잘 잤으니 오늘은 이겨야지”라고 답했다. 이날 경기에 앞서 북한 선수들은 숙소 인근 경포 해변을 거닐며 긴장을 풀었다. 관동하키센터에 도착해서는 경기장 앞에서 축구공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유롭게 몸을 풀었다. 일부 시민들이 이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도 했지만 북한 선수들은 개의치 않았다. 한국 측 관계자는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선수들이 북한 노래를 부르는 등 기분이 많이 좋아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의 밝은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날 북한(세계 26위)은 네덜란드(세계 19위)에 2-4로 패하면서 2연패에 빠졌다. 2피리어드 한때 2-1로 앞섰던 북한이지만 탄탄한 체격을 지닌 네덜란드 선수들과의 몸싸움에 고전하면서 연달아 3골을 내줬다. 경기 후 북한 선수들은 전날 호주에 졌을 때처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한 선수는 인터뷰를 사양한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경기에서 패한 직후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자신들을 목청껏 응원하던 관중석을 향해 고마움을 전할 때만은 밝은 표정이었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역전패의 아쉬움 속에서도 한국 응원단을 향해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를 하거나 스틱을 흔들어 보였다. 여자 아이스하키 세계 26위 북한은 2일 강원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 호주(세계 28위)와의 경기에서 1-2로 졌다. 호주는 이번 대회 참가국 중에서 세계 랭킹이 가장 낮다. 북한은 1피리어드 7분 52초에 김은향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1피리어드 16분 17초에 호주에 동점을 허용한 데 이어 3피리어드에 결승골을 내주며 패했다. 북한은 슈팅 수에서 32-19로 크게 앞섰지만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 등이 주도해 만든 ‘남북공동응원단’ 270여 명이 북한 대표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해 북한 선수들은 마치 안방과 같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전국에서 온 대학생, 실향민 등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우리는 하나다” “통일 조국”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아리랑’이나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선경 남북공동응원단 운영위원장은 “북한에서 온 선수들에게 동포애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뜨거운 응원이 스포츠를 넘어 남북한의 긴장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창복 남북공동응원단 단장은 “2월 중국에서 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 위원장인 박명철 전 체육상과 만나 남북 체육 교류 시에 공동응원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자 축구대표팀도 평양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에서 북측의 응원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최초로 한국에서 펼친 경기다. 한국 빙판에 첫선을 보인 경기에서 패배한 북한 선수들은 풀이 죽은 얼굴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경기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선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들은 경기 후 함께 모여 북한산 담배를 피우며 경기 내용을 복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나도 어릴 적 골목 축구에서 많이 져 보기도 하면서 실력이 늘었다” “첫 경기에서 졌을 뿐이다. 남은 경기를 잘 치르면 된다”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3일 세계 19위 네덜란드와 2차전을 치른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우리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로 부릅니다. 스틱은 ‘호케이 채’로 부르죠.”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관계자는 남북한의 용어 차이에 대해 설명했다. ‘호케이’는 ‘하키(hockey)’의 러시아식 발음과 비슷하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1일 한국에 온 북한 대표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강원 강릉으로 이동한 뒤 첫 경기가 열리는 강릉하키센터에서 1시간 동안 야간 훈련을 했다. 그러나 2일 오전 8시로 예정된 공식 훈련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숙소인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를 찾아가 보니 선수들은 단체로 리조트 주위를 둘러보며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북한 대표팀 관계자에게 “훈련을 쉬어도 괜찮으냐”고 묻자 “직접 경기장에 가서 경기하는 것을 보면 알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는 투혼 넘치는 경기를 펼치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한때 세계 13위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26위까지 추락했다. 남북한의 하키 용어 차이에 대해 말하던 그는 “우리도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할 텐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었지만 긴장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취재진을 향해 단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베이지색 코트를 단복으로 맞춰 입은 이들은 버스에 올라탄 뒤에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북한 대표팀을 지켜본 한국 측 관계자는 “어제는 북한 선수들이 지친 듯 조용했지만 오늘은 ‘강릉은 (아이스하키) 시설과 풍경이 참 좋다’고 말하는 등 활력을 찾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북한 관계자와 함께 경기를 본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북한 관계자가 수차례 ‘평창에 오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체육 교류 실무단의 책임자급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대결’은 6일 오후 9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은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4패로 열세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아오모리 겨울아시아경기에서 북한에 0-10으로 패한 것을 포함해 4연패를 당하던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1로 첫 승을 챙겼다.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 분위기는 ‘냉온탕’을 오갔다. 2003년 첫 대결 때 북한 선수들은 한국의 ‘탈북 선수’ 황보영(은퇴)을 작심한 듯 거칠게 다뤘고 욕을 하기도 했다. 경기 후에도 북한 선수들은 황보영의 악수를 거절했다. 당시 황보영은 “난 친구를 배신한 것은 아닌데 아쉽다”고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북한이 우리보다 월등히 전력이 강할 때는 우리 골문 앞까지 와 놓고도 퍽을 빙빙 돌리면서 농락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측이 대결을 거듭하고 서로의 얼굴을 익히면서 ‘빙판 위의 우정’을 나눈 적도 있다. 북한과 세 차례 맞대결을 펼쳐 본 골리 신소정은 “북한 골리와 ‘잘 있어라. 앞으로도 잘해라’라고 서로 격려하며 기념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선물을 교환하기도 했다. 신소정은 “2011년 카자흐스탄에서 겨울아시아경기가 끝난 뒤에 우리는 스틱과 골리 패드 등 최신 장비를 북한에 선물로 주고 북한 측은 북한산 소주 등을 답례로 건넸다”고 말했다. 인천·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엄마, 우리가 금메달을 땄어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열렸던 지난해 8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딸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물었다. “오늘 캐나다가 메달을 땄다고?” 한참을 웃던 딸은 엄마에게 답했다. “캐나다가 아니고 한국요!”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던 금발의 외국인. 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한국 팀을 이끌고 직접 대회에 참가한다.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 선수들이 ‘쌤(선생님)’으로 부르는 세라 머리 감독(29·캐나다)이다. 스위스 리그에서 선수 겸 코치로 뛰던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세계 랭킹이 23위(총 38개 국가)인 한국 대표팀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보던 그는 패배 기록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선수 구성도 피아노 전공자, 전직 쇼트트랙 선수, 의대 대학원생 등이 모인 ‘외인군단’이다 보니 경기 경험 등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은 세계 7위, 중국은 16위다. 이 때문에 머리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선수들의 ‘패배 의식 떨치기’에 집중했다. 27일 강원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만난 그는 “선수들의 기술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좋았다. 하지만 큰 점수 차로 지지 않은 것에도 좋아하는 등 패배에 익숙한 것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정신력 관리를 위해 명상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 머리 감독은 “아무리 점수 차가 적어도 패배라는 결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라”라고 강조했다. 미네소타 덜루스대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그는 단신(약 157cm)이지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2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는 장신 선수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항상 주문을 외웠고 이를 한국 선수들에게도 전수했다. 머리 감독은 “‘빙판 위에서는 내가 가장 큰 선수다. 작다고 생각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정신력과 기술 전수에 주력한 머리 감독은 대표팀 내 위계질서에 따른 문제점도 과감히 뜯어고쳤다. 머리 감독은 “과거에는 고참 선수가 팀 내 핵심 포지션을 선점하고, 어린 선수들은 고참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내가 팀을 이끈 후부터는 오직 기량과 훈련 성적 등에 따라 팀을 구성한다. 덕분에 모든 선수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머리 감독의 노력 속에 대표팀은 성장했다. 올해 초 독일(세계 8위)과의 평가전에서 2-4로 아쉽게 지는 등 전력이 좋아진 대표팀은 지난달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에서 7전 전패를 기록 중이던 중국을 상대로 3-2로 승리했다. 머리 감독은 “중국전은 우리 팀의 전환점이 됐다. 어떤 상대와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내달 2∼8일 관동하키센터와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리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에서 평창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한국, 북한, 네덜란드, 영국, 슬로베니아, 호주 등 6개 팀이 참가한다. 머리 감독은 내달 6일 열리는 북한(세계 26위)과의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머리 감독은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북한전 첫 승을 안겼다. 그는 “북한 선수들은 우리 팀과 공통점이 있다. 날아오는 퍽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강한 투혼이 있다는 것이다”라면서도 “기술 측면에서 우리 팀이 앞서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위기의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은 안방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28일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출전 선수와 감독이 전광판을 통해 소개됐다. 장내 아나운서가 “대한민국 슈퍼 히어로 손흥민”이라고 소개할 때 가장 소리가 컸던 관중의 함성은 슈틸리케 감독이 소개되자 잠잠해졌다.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이 소수의 시리아 방문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은 것과 대조적이었다. 최종예선 내내 답답한 전술로 일관해 온 슈틸리케 감독이 중국과의 6차전 방문경기에서도 졸전 끝에 패하자 그를 ‘갓틸리케’로 부르던 팬들의 반응이 차가워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안방 팬들의 응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가 경기장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에게 묻는 말이 “팬이 얼마나 왔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3만352명의 팬은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뜨거운 응원을 보냈지만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큰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관중 수도 최종예선 안방경기 중 최소를 기록해 흥행도 타격을 입었다. 팬들은 시리아전 승리에도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면서 완승도 예상됐던 경기였으나 이후 답답한 공격력으로 한 골 차의 신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이기기는 했지만 중국과의 경기에서 졸전으로 돌아선 축구 팬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부족한 승리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7차전 시리아와의 경기에서 전반 4분 터진 중앙 수비수 홍정호(장쑤 쑤닝)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4승 1무 2패로 승점 13점이 되면서 이란에 이어 A조 2위를 유지했다.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는 A, B조의 각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이날 홍정호의 선취골은 한국이 아시아 최종 예선을 치르는 동안 가장 이른 시간에 만든 득점이었다. 홍정호는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가 걷어낸 공을 페널티킥 지점 부근에서 강한 왼발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2013년 11월 스위스와의 친선경기 이후 4년 만에 터진 홍정호의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 두 번째 골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6차전까지 모두 8골을 넣었다. 이 중 전반에 나온 골은 2골뿐일 정도로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는 경기를 여러 차례 해 왔다. 전반에 나온 한국의 2골 중 한 골은 상대 자책골이기도 했다. 한국이 5분이 채 안 돼 상대 골문을 열어젖히면서 최종 예선에서 처음으로 2골 차 이상의 낙승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로 한국은 상대에 위협이 될 만한 공격 장면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대표팀 막내 황희찬(21·잘츠부르크)은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많은 활동량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직 원톱으로서의 무게감은 많이 떨어졌다. 경고 누적으로 23일 중국과의 경기에 결장했던 손흥민(토트넘)도 의욕이 앞선 탓인지 평소와 달리 슈팅과 패스에서 모두 세밀함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여러 차례 맞는 등 최종 예선 들어 줄곧 지적돼 온 수비 불안을 이날도 털어내지 못했다. 수비라인이 우왕좌왕하면서 상대 선수를 놓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골키퍼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다면 실점으로 연결됐을 위기도 있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크로스바를 때리는 슈팅을 상대에게 내주면서 다 잡은 경기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인 한국은 한참 아래인 시리아(95위)를 상대로 안방에서 팬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였다. 아이만 알하킴 시리아 감독이 “경기 내용면에서는 무승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 4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면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패스 연결 등에서 원하는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상대 슛이 골대를 맞는 등 행운이 따른 승리였다.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을 따내 러시아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 순위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은 6월 13일 카타르와 최종 예선 방문 8차전을 치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