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이 ‘약속의 땅’에서 약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임희정은 22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민쉼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정상에 섰다. 박민지(23) 오지현(25) 등 공동 2위 4명을 1타 차로 따돌리며 2019년 10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개인 통산 4승째로 우승 상금은 1억4400만 원. 강원 태백이 고향인 임희정에게 하이원리조트CC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2019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한 임희정은 그해에만 3승을 따내며 신인상 2위에 올랐다. 웃는 얼굴과 눈매로 ‘사막여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임희정에겐 사막 위 오아시스 같은 곳인 셈이다. 임희정의 팬클럽인 ‘예사’(예쁜 사막여우)는 대회장 입구 언덕에 응원 플래카드를 내걸며 지원 사격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임희정은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 전날 3라운드 도중 경기가 우천 순연되면서 이날 오전 6시 50분부터 경기를 해야 했던 임희정은 이날만 총 28개 홀(잔여 10홀, 4라운드 18홀)을 소화하면서 서서히 추격의 끈을 당겼다. 오전 11시 50분 전 홀 동시 티오프로 4라운드가 시작되기까지 1시간의 여유 동안 퍼트 연습을 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 대신 떡을 챙겨 먹으며 대비했다. 선두 이가영(22)과 3타 차 공동 4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임희정은 4∼13번홀에서 버디만 5개를 뽑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13번홀(파4)에서 5.1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나섰다. 먼저 경기를 마무리한 임희정은 챔피언 조의 이가영, 오지현, 김재희가 나란히 버디에 실패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임희정은 이날 그린적중률 94.44%, 페어웨이 안착률 57.14%를 기록했다. 대회 뒤 임희정은 “지난해 하반기에 퍼트로 고생했고 설상가상 비거리도 줄어들어 스윙 교정까지 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한때 원형탈모를 겪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컸다고 한다. 이날 우승으로 사인 위 깃발 속 숫자를 3에서 4로 바꾼 임희정은 “오늘은 우승 욕심 버리고 마음 편하게 플레이했다. 하반기에 예정된 메이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생애 첫 승에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까지 노렸던 이가영은 4라운드에서만 2타를 잃으며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6위에 만족해야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남자부 우리카드가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정상에 섰다. 우리카드는 21일 경기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의 결승전에서 3-0(25-23, 28-26, 25-21) 완승을 거두며 2015년 대회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컵 대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지연으로 각 팀 외국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한 가운데 우리카드 나경복(27·사진)이 토종 에이스다운 화력을 뽐냈다. 조별리그에서 득점 1위(87점)를 기록했던 나경복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블로킹 4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2득점(공격성공률 62.06%)을 올렸다. 승부처인 2세트 26-26 동점에서 연속 공격 득점으로 세트를 마무리하며 ‘클러치 복’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얻었다. 나경복은 기자단 투표 31표 중 30표를 싹쓸이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우리카드로서는 직전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통산 첫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당시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섰던 우리카드는 4차전에서 알렉스가 배탈 증세를 보이면서 남은 4, 5차전을 대한항공에 모두 내줬다. 한편 23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여자부 대회에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4강 멤버 중 주장 김연경(33·상하이 광밍)을 제외한 대부분이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시작되는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의 경기다. 지난 시즌 GS칼텍스에서 트레블(한 시즌 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 동시 석권)을 합작한 ‘소소자매’ 이소영(27·인삼공사 이적)과 강소휘(24)의 프로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마지막 경기(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왔는데 ‘이 팀으로 더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에는 지난 여름날의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지영(33·GS칼텍스)은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끝나고 보니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는데 왜 그땐 그저 ‘버텨야 돼’란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다. 귀국 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에서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루기까지 대표팀은 남모를 눈물을 흘렸다. 그중에서도 서른셋의 나이에 첫 올림픽 꿈을 이룬 그는 누구보다 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림픽 직전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경기력 부진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앞서 두 차례 은퇴 선언 뒤에도 다시 코트로 돌아왔던 그는 “배구 인생에서 이렇게 멘털이 흔들린 건 처음이었다. 팀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국 직전까지 감독님 방에 찾아가 리베로 교체해 달라는 말을 할 생각을 수십 번이나 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대회 전까지 큰 부담을 느끼면서 첫 경기인 브라질과의 조별예선 당시 손발을 덜덜 떨며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주장이자 1년 선배 김연경(33)의 어깨 위 짐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는 “혹여 언니의 패턴을 깨뜨릴까 봐 ‘언니 힘내’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언니 말대로 코트 위에서 더 소리 질렀다. 후배들이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는 이번 대회 디그(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수비) 1위(93개)를 차지하며 4강 진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에 몰린 수백 명의 환영 인파를 보고 “연경 언니는 이렇게 살아 왔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4강에서 만난 브라질의 16번 공격수 페르난다 호드리기스(35·레프트)를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 꼽았다. 그는 “분석한 코스대로 공이 와도 파워가 워낙 세서 공에 손이 닿질 않았다. 허벅지에 그 선수가 때린 공을 맞았는데 다음 날 보니 피멍이 들어 있더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 자택에 돌아가 휴가를 보낸 그는 13일 팀에 합류해 23일 시작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여자부 경기 준비에 나선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이소영(27)의 보상선수로 KGC인삼공사에서 GS칼텍스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 맞는 시즌이라 새로운 의욕이 넘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어요. 휴식 뒤 다시 본캐(본캐릭터)인 배구선수로 돌아가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어떤 공이 오더라도 받아내겠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9일 여자배구 대표팀의 입국 과정에서 주장 김연경(33)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는 질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공식 사과문을 냈다. 협회는 12일 오한남 협회장 명의로 “사회자가 선수단에 지급하는 포상금과 문재인 대통령의 격려 메시지에 관한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하는 무례한 표현이 있었다. 이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리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사회를 맡았던 유애자 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김연경은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표팀 선배님이자 협회 임원으로 오랜 시간 배구 발전과 홍보를 위해 힘써 주신 분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다시 힘내셔서 돌아올 수 있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할리우드 스타 케빈 코스트너(66)가 옥수수 밭을 헤치고 외야에 나타나자 관중석의 7832명이 일제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흰색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채 야구공을 쥐고 나타난 코스트너는 감상에 젖은 듯 야구장을 둘러보고는 내야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뒤이어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뉴욕 양키스 선수들이 1910년대 유니폼 복장을 한 채 옥수수 밭을 헤치고 나왔다. 영화 속 한 장면이 현실로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경기장 위에서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코스트너는 “완벽하다. 이곳이 천국인가? 그렇다”는 소감을 남겼다. 1989년 개봉된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 이 영화 촬영지였던 미국 아이오와주 다이어스빌 옥수수 밭에서 13일 MLB 뉴욕 양키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열렸다.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1919년 MLB 역사상 가장 큰 승부조작 사건인 ‘블랙삭스 스캔들’을 소재로 다뤘다. 코스트너가 연기한 주인공 레이가 ‘야구장을 지으면 그들이 올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옥수수 밭에 야구장을 만들었고, 블랙삭스 스캔들로 영구 제명된 선수들의 유령이 이곳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판타지 성격의 영화다. 블랙삭스 스캔들은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신시내티 레즈에 고의로 패배한 사건으로, 연루된 선수 8명이 영구 제명됐다. MLB 사무국은 이 경기를 앞두고 화이트삭스가 1919년 당시 안방으로 썼던 코미스키 파크를 본뜬 8000석 규모의 임시 경기장을 마련했다. 경기장 건설에는 600만 달러(약 70억 원)가 들었다. 아이오와주에서 MLB 경기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다이어스빌은 인구 4000명의 소도시이다. 사무국은 애초 지난해 ‘꿈의 구장’ 경기를 치를 생각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정을 미뤘다. 선수들도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꿈의 구장이란 글자와 영화 속 한 장면이 새겨진 운동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 뉴욕 양키스의 우익수 애런 저지는 “선수들이 헤드폰을 벗어던진 건 처음이다. 모두 창문에 붙어 창밖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2022년 8월에 ‘꿈의 구장’ 경기를 다시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중의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티켓은 아이오와 지역 주민 및 시카고 화이트삭스 시즌 티켓 소지자에 한해 추첨으로 돌아갔는데 약 400달러(약 47만 원)의 티켓 가격이 암표 시장에서 1400달러(약 164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영화 같았다. 안방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7-8로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팀 앤더슨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치면서 9-8로 끝내기 역전 승리했다. 9회초 4점을 주며 역전을 허용하고도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양 팀은 4개씩의 홈런을 터뜨리며 모든 득점을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이 경기장의 좌우 담장 길이는 335피트(약 102m), 중간 담장은 400피트(약 122m)로 세인트루이스의 안방인 부시스타디움과 가장 규모가 비슷하다.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앤더슨은 1993년생으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마지막 경기(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를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왔는데 ‘이 팀으로 더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목소리에는 지난 여름날의 희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주전 리베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오지영(33·GS칼텍스)은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끝나고 보니 올림픽 기간 동안 하루하루가 행복했었는데 왜 그땐 그저 ‘버텨야 돼’란 생각만 했는지 모르겠다. 귀국 후 비로소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에서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루기까지 대표팀은 남모를 눈물을 흘렸다. 그중에서도 서른셋의 나이에 첫 올림픽 꿈을 이룬 그는 누구보다 많은 눈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올림픽 직전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경기력 부진으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앞서 두 차례 은퇴 선언 뒤에도 다시 코트로 돌아왔던 그는 “배구 인생에서 이렇게 멘털이 흔들린 건 처음이었다. 팀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출국 직전까지 감독님 방에 찾아가 리베로 교체해 달라는 말을 할 생각을 수십 번이나 했다”고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대회 전까지 큰 부담을 느끼면서 첫 경기인 브라질과의 조별예선에서 손발이 덜덜 떨리는 채로 들어갔다고 한다. 대회 기간 중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주장이자 1년 선배 김연경(33)의 어깨 위 짐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는 “혹여 언니의 패턴을 깨뜨릴까 봐 ‘언니 힘내’라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언니 말대로 코트 위에서 더 소리 질렀다. 후배들이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그는 이번 대회 디그 1위(93개)를 차지하며 4강 진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첫 올림픽의 경험은 달콤했다. 대표팀 막내이자 룸메이트 정지윤(20)과 함께 선수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 개회식에 참석해 세계 각국 선수들과 나눈 기념핀을 모아 액자에 끼워 간직했다. 팀원들 사이에서 ‘올림픽을 제일 잘 즐기는 건 오지영과 정지윤’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선수촌에서 유명 스포츠 스타를 봤냐는 말에 그는 “마스크를 써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며 “대스타(주장 김연경)가 우리 바로 옆에 있어서 누군들 부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에 몰린 수백 명의 환영 인파를 보고 “연경 언니는 이렇게 살아 왔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4강에서 만난 브라질의 16번 공격수 페르난다 호드리기스(35·레프트)를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 꼽았다. 그는 “분석한 코스대로 공이 와도 파워가 워낙 세서 공에 손이 닿질 않았다. 허벅지에 그 선수가 때린 공을 맞았는데 다음 날 보니 피멍이 들어 있더라”고 말했다. 꿈만 같은 올림픽을 마친 뒤 4개월 만에 충남 당진 자택에 돌아가 휴가를 보낸 그는 13일 팀에 합류해 23일 시작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여자부 경기 준비에 나선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이소영(27)의 보상선수로 KGC인삼공사에서 GS칼텍스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처음 맞는 시즌이라 새로운 의욕이 넘친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팬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어요. 다시 본캐(본캐릭터)인 배구선수로 돌아가 좋은 모습 보여 드릴게요.” 어떤 공이 오더라도 받아내겠다는 자신감으로 들렸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12일 오후 서울 강동구 대한민국배구협회 사무실에서 오한남 협회장과 면담을 갖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협회도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연경은 수원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2학년이던 2004년 아시아청소년여자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인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세 번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네 번의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며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첫 올림픽이었던 2012년 런던 대회에서 김연경은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해 시상대 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하며 세계 배구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4년부터 주장을 맡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견인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다.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무대가 된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득점 2위(136점), 디그 2위(83개)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것은 물론이고 동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며 9년 만의 올림픽 4강행을 이끌었다. 한국 선수단 개회식 공동 기수와 여자 선수단 주장도 맡았다.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 뒤에는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이날 “막상 대표 선수를 그만둔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대표 선수로서의 활동은 제 인생에 있어서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함께해 온 감독, 코칭스태프,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대표팀을 떠나지만 우리 후배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비록 코트 밖이지만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오 회장도 “지금까지 이룬 성과도 클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 계획도 중요하니 은퇴 의견을 존중하겠다. 회장으로서 이런 훌륭한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행운”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협회는 김연경의 대표팀 공식 은퇴 행사를 제안했으나 김연경의 뜻을 받아들여 선수로서의 모든 생활이 끝나는 시점에 은퇴식 행사를 열기로 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잘 차려진 밥상을 보면 도저히 손을 부여잡을 수 없는 걸까. 2020 도쿄 올림픽 한국 선수단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숟가락 얹기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가만 보면 숟가락질마저 서툴다. 5년간 올림픽 무대만을 보고 정직한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을 위한 배려는 온데간데없다. 10일에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근대5종 남자 개인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의 전화 인터뷰가 도마에 올랐다. 전웅태는 이번 대회 결승선을 세 번째로 통과하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을 목에 걸었다. 1912년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첫 쾌거다. 진행자 김 씨는 근대5종의 마지막 종목인 레이저런(육상과 사격 결합)에 대해 “굉장히 이상하더라. 중학교 운동회 같은 느낌. 빨리 뛰어가서 뭘 집어가지고 뭘 쏘고 뛰어가고” 등의 발언들을 이어갔다. 앞서 근대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근대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승패와 관계없이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라 표현한 바 있다. 경기 방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 김 씨는 “이 종목들을 따로따로 국내 대회에 나간다면 예선 통과는 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무례하다”고 입을 모았다. 첫 올림픽 메달에 기뻐하던 현장 지도자들도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저 전웅태만이 “뭐 아무렇지 않다”며 애써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어렵게 찾아온 근대5종을 알릴 기회를 논란에 휘말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앞서 9일에는 대한민국배구협회의 선 넘은 질문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여자배구 대표팀 환영식에서 진행을 맡은 유애자 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장 김연경(33)에게 포상금 규모가 얼마인지를 묻고,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에 대한 답변을 반복적으로 요구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수백 명의 팬들이 모인 현장 상황을 정리하기는커녕 그저 자기들끼리 공치사에만 급급했다. 반복된 질문에 그동안 숱한 인터뷰로 단련된 김연경도 “제가요? 제가 감히 대통령한테 뭐…”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틀이 지난 11일에도 협회 홈페이지에 팬들의 질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숟가락 얹기를 넘어 재까지 뿌리는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자성이 필요한 때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도쿄의 열기를 안방으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며 배구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관중이 유력하지만 높은 시청률 등 정규시즌 흥행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부는 14∼21일, 여자부는 23∼29일 각각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른다. 9일 입국 뒤 소속팀으로 복귀한 대표팀 선수들은 바로 휴식에 돌입했다. 길게는 1주일 집이나 숙소 등에서 휴식을 취한 뒤 팀 훈련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특히 대한민국배구협회가 8월 29일∼9월 4일 필리핀에서 예정된 아시아여자선수권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대표팀 선수들도 컵 대회에서 뛸 수 있다. 각 팀 외국인 선수들은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에 따라 일괄적으로 출전 여부가 정해진다. 여자부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여자부 개막전은 23일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의 경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대표팀 레프트 이소영(27)의 전 소속팀(GS칼텍스)과 현 소속팀(KGC인삼공사)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흥국생명에서 중국 리그로 옮긴 주장 김연경(33·상하이 광밍)은 현재 경기 용인시 자택에 머물고 있다. 중국 리그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다음 달 정도까지는 국내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한다. 올림픽 기간 통증으로 고생했던 오른쪽 무릎 상태를 살피기 위해 11일 병원에 갈 계획이다. 각종 TV 예능프로그램, CF 출연 요청도 뜨겁다. 이미 섭외 요청만 수십 건이라고 한다. 김연경은 “휴식이 중요한 만큼 많은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은 없다. 대표팀 후배들과 함께 나가는 프로그램 위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제는 우리 여자배구가 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본다. 모두가 더 책임감을 가지고 더 나은 모습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기를 바라고 응원한다”는 글을 남겼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99점을 주고 싶다. (메달) 하나를 걸고 왔어야 했는데 못 걸고 와서 1점을 뺐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를 4강으로 이끈 뒤 귀국한 ‘배구 여제’ 김연경(33·중국 광밍)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9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국민 여러분이 배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셨기에 우리가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사실 떠나기 전만 해도 예선 통과가 가능할까 싶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기대를 안 한 건 사실이다. 우리가 원팀으로 똘똘 뭉쳐서 이뤄낸 값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김연경은 “빨리 집에 가서 씻고, 누워서 치킨을 시켜 먹을 거다. 중국 리그에 가기 전까지 한두 달 정도 몸을 다시 만들어서 리그를 준비하겠다”며 웃었다. 이날 공항에는 200명 넘는 팬들이 몰려 김연경을 비롯한 여자 배구 대표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연경은 출발지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도 자신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자신의 별명(식빵언니)을 떠올리게 하는 ‘식빵’ 그림을 넣어 사인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김연경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께서 (자가 격리 때문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면서 “그래서 (전날) 다같이 모여 이때까지 있었던 고생한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전날 라바리니 감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의 활약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대회를 치렀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김연경은 “우리도 감독님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표팀 은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전날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뒤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눈물을 흘렸던 김연경은 “아직은 은퇴 발표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그런 것 같다. 의논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 단정지어서 말씀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복근 부상을 이겨내고 초중고교 동창인 김연경과 함께 도쿄로 향했던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요즘같이 힘든 시국에 저희 경기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4강 진출로 대한민국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KOVO), 대표팀 메인 스폰서인 신한금융그룹에서 2억 원씩, 총 6억 원을 포상금으로 받는다.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건 전웅태와 4위 정진화도 이날 귀국해 가족, 관계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전웅태와 정진화는 나리타공항에서부터 사인 공세를 받으며 인기를 실감했다.인천=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스크를 쓴 채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던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은 이 얘기를 꺼내는 동안 두 차례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고교 2학년이던 2004년 이후 17년 동안 왼쪽 가슴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던 태극마크와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는 법이 없었던 김연경은 이날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카메라 앞에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한국 여자 배구(세계랭킹 11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르비아(세계 6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의 활약은 눈부셨다.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쓰고 9년 만에 4강 무대에 올랐다. 한일전에서는 5세트 12-14를 뒤집는 대역전극도 썼다. “도쿄에 최대한 오래 남겠다”는 김연경의 각오대로 폐회식이 열리는 8일까지 경기를 치르며 여자 배구는 한국 선수단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여자 배구의 좋은 기운을 받아 좋은 경기를 했다”는 선수도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을 향한 김연경의 투혼도 빛났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선 김연경은 이번 대회 득점(136점), 디그(상대 득점을 막는 수비·83개) 전체 2위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승리를 위해 뛰어서 때리고, 날려서 공을 건졌다.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웃으라고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 4강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함께해 온 이상화 트레이너는 “(테이핑을 했다 떼면서 생긴) 피멍 흔적보다 사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평소 시즌 중에도 테이핑을 하는 일이 없는 선수라 놀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무릎이 흔들리는지 통증이 꽤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허벅지 위 피멍이 이슈가 되자 이를 가리려는 듯 다음 경기 오히려 더 테이핑을 길게 감고 나오기도 했다. 김연경은 귀국 뒤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어쩌겠어요. 참고 뛰어야지”란 말로 스스로를 달랜 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 김연경은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렀다. 여자 배구를 알려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후배들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란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로 한국 팀과 계약이 종료됐지만 대한민국배구협회에 2022년까지 계약 연장을 제안받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은 “김연경과 함께하면서 나는 그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를 이해했다. 위대한 인물이자 리더로서 김연경이 가진 카리스마에 대한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뒤 아리아케 아레나에는 거센 비가 내렸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메달 색이 결정되는 마지막 레이저런(육상과 사격이 결합된 종목) 경기를 앞두고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와 정진화(32·LH)는 코스 점검을 위해 나란히 도쿄 스타디움을 둘러봤다. 한껏 호흡을 가다듬고는 한 차례 손바닥을 마주치고 포옹을 했다. 국제대회 때마다 전 세계를 누비면서 “올림픽에선 꼭 함께 시상대에 서자”고 했던 약속을 되새겼다. 약 11분에 걸쳐 사격을 하며 3.2km를 도는 혼신의 힘을 다한 레이스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먼저 찾았다. 그들은 땀범벅이 된 채로 다시 한번 부둥켜안았다. 한 명은 메달을 따냈고, 한 명은 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그들에겐 메달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정진화는 경기 뒤 “동생이 3등을 해서 메달을 따고 근대5종을 알릴 수 있어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근대5종 첫 올림픽 메달 만든 브로맨스도쿄에서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메달의 역사를 쓸 수 있었던 건 바로 전웅태와 정진화의 ‘브로맨스’(남성 간의 친밀하고 깊은 우정)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7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전웅태는 영국의 조지프 충, 이집트의 아흐메드 엘젠디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해 총점 1470점으로 동메달을 땄다. 정진화(총점 1466점)는 등번호 4번을 달고 뛴 전웅태보다 4초 늦게 들어와 4위에 올랐다. 1912년 근대5종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의 첫 근대5종 메달이다. 한국은 1964년 도쿄 대회부터 근대5종에 선수를 출전시켜왔다. 시상대에서 내려온 전웅태는 “56년(정확히는 57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일본 하늘로 태극기가 올라가 기쁘다”고 했다. 2012년 전웅태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한솥밥을 먹은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충실히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해냈다. 레이저런 전까지 종합 4위를 달리던 전웅태는 2위를 하고 있던 정진화와 한동안 2, 3위 경합을 벌였다. 이내 레이저런에 강점이 있는 전웅태가 치고 나왔다. 육상에 강한 엘젠디가 사격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결국 전웅태가 3위, 정진화가 4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정진화는 “4등만은 하지 말자고 했는데 4등을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다른 사람이 아닌 동생 웅태의 등을 보면서 뛰어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화의 이야기를 들은 전웅태도 “진화 형은 정말 ‘맘따남(마음이 따뜻한 남자)’”이라며 “진화 형이랑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 힘들게 운동했다.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세 번째 올림픽을 마친 정진화는 11월 2년간 교제한 일반인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린다. ○ 승마, 펜싱 전문 코치의 체계적 훈련근대5종 새 역사에는 숨은 조력자도 많다. 최은종 감독이 이끈 근대5종 대표팀은 김성진 코치 외에도 펜싱 전문 코치(3명), 승마 전문 코치(2명), 트레이너(2명) 등을 선임해 체계적인 훈련을 했다. 오전 5시 42분 기상 알람을 맞춰놓는다는 전웅태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레이저런, 수영, 승마, 펜싱 순으로 약 2시간씩 훈련해 왔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KISS)도 선수별로 기초, 전문, 정밀체력을 측정해 맞춤형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가족의 든든한 후원이 큰 힘이 됐다.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아버지 전원휘 씨(54)는 “웅태가 주변의 높은 관심으로 알게 모르게 많은 부담을 느꼈다. 집에서만큼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경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방윤정 씨(53)는 “웅태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에 불고기를 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반려견 웅자, 단풍이도 전웅태를 기다리고 있다. 8일 올림픽 폐회식에서 한국선수단 기수를 맡은 전웅태는 9일 금의환향한다.근대5종펜싱(에페), 수영(영법 관계없이 200m), 승마(장애물 비월)를 소화한 뒤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레이저런으로 마무리해 순위를 매긴다. 레이저런은 4개의 서킷으로 구성된다. 1개의 서킷은 육상 800m와 레이저건 사격 5발로 구성된다. 총 3200m를 달리는 동안 사격에서 5발의 명중 시간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전 세터 염혜선(30·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우려의 시선에 부딪혔다. 올림픽 한 달 전까지도 당시 대표팀 세터 3명과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올 2월 오른손 손가락 골절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그는 여전히 손가락 2개의 상태가 온전치 않아 뼈를 고정하는 핀도 제거하지 않은 상태였다. 2월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된 세터 이다영(25)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염혜선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아픔을 겪었다. 2015∼2016시즌 당시 소속팀(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끈 뒤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정작 리우에서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채 대부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염혜선은 5년 만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손가락 8개만으로 공을 배급하며 분투했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한국을 9년 만에 ‘세계 4강’으로 견인했다. 이번 대회 총 223개의 세트(토스)를 성공하며 이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브 공동 3위(8개)에도 올랐다. 한일전 승리 후 “주전 세터로 일본에 처음 이겨봤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8일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 뒤에 그는 “정말 다시없을 시간. 이 순간 이 멤버들과 함께해서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염혜선은 앞으로 웃을 날만을 고대하며 두 번째 올림픽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번 경기가 제 국가대표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스크를 쓴 채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은 이 얘기를 꺼내는 동안 두 차례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고교 2학년이던 2004년 이후 17년 동안 왼쪽 가슴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던 태극마크와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도 늘 여유를 잃는 법이 없었던 김연경은 이날 “머릿속이 하얗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카메라 앞에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렸던 한국 여자배구(세계랭킹 11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세르비아(세계 6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이번 대회 대표팀의 활약은 눈부셨다.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터키를 무너뜨리는 이변을 쓰고 9년 만에 4강 무대에 올랐다. 한일전에서는 5세트 12-14를 뒤집는 대역전극도 썼다. “도쿄에 최대한 오래 남겠다”는 김연경의 각오대로 폐회식이 열리는 8일까지 경기를 치르며 여자배구는 한국 선수단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여자배구의 좋은 기운을 받아 좋은 경기를 했다”는 선수들도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을 향한 김연경의 투혼도 빛났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나선 김연경은 이번 대회 득점(136점), 디그(83개) 전체 2위로 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승리를 위해 뛰어서 때리고, 날려서 공을 건졌다. 주장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도 했다. 경기 뒤 김연경은 “충분히 웃을 자격이 있는 만큼 선수들에게 웃으라고 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다. (올림픽 4강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내내 통증에 시달렸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함께해 온 이상화 트레이너는 “(테이핑을 붙였다 떼면서 생긴) 피멍 흔적보다 사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평소 시즌 중에도 테이핑을 하는 일이 없는 선수라 놀라서 전화를 해봤더니 무릎이 흔들리는지 통증이 꽤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허벅지 위 피멍이 이슈가 되자 이를 가리려는 듯 다음 경기 오히려 더 테이핑을 길게 감고 나오기도 했다. 김연경은 귀국 뒤 상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어쩌겠어요 참고 뛰어야지”란 말로 스스로를 달랜 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였다.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게 된 김연경은 “너무나도 많은 관심 속에서 올림픽을 치렀다. 여자배구를 알려 기분이 좋다. 정말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후배들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란 말로 작별인사를 했다. 이날로 한국 팀과 계약이 종료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은 “김연경과 함께하면서 나는 그가 왜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를 이해했다. 위대한 인물이자 리더로서 김연경이 가진 카리스마에 대한 기억을 안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 나왔다. 한국 근대5종 간판스타 전웅태(26·광주시청)7일 일본 도쿄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총 1470점으로 영국의 조셉 충(1482점), 이집트의 아흐메드 엘젠디(1477점)에 이어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부터 열린 올림픽 근대5종에서 한국 선수가 시상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12년 런던에서 정진화(32·LH) 등이 세웠던 11위다. 전웅태는 이틀 전 펜싱 랭킹라운드(35경기)에서 21승 14패(226점)로 9위를 했다. 이어서 이날 첫 경기로 열린 수영 200m(영법 관계없음)에서 1분 57초 23으로 316점을 기록했다. 펜싱 보너스라운드에서는 첫 경기에서 패하며 추가 점수를 챙기지 못했지만 승마에서 11점 감점된 289점을 따냈다. 세 종목에서 총합 831점으로 4위를 했다. 마지막 레이저런(육상과 사격이 결합된 종목)에서 뒤집기가 일어났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레이저런(11분2초50)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 종목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전웅태는 첫 사격 5발에서부터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리며 메달권에 들었다. 한 때 2위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28초 먼저 출발한 충과의 거리는 좁히지 못했다. 엘젠디가 사격에서 예상 밖 선전을 하면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웅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체중에 입학 뒤 쟁쟁한 선수들을 만나면서 진로 고민도 커졌다. 중 1때 수영 선수로 소년 체전 출전이 무산되면서 펑펑 울기도 했다. 이후 근대5종 선생님의 눈에 띄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고등학교 때 승마 훈련을 하다 낙마한 전웅태는 말발굽에 밟혀 왼팔 뼈가 부러졌다. 20㎝길이의 수술자국이 남아 있다. 이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아 경기에서도 남자 개인 금메달을 따내는 등 국제대회를 휩쓴 전웅태는 2018년 당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의 최고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곱상한 외모에 ‘근대5종의 아이돌’로 불리기도 한다. 메달을 걸고 취재진 앞에 선 전웅태는 “56년(실제로는 57년)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일본 하늘에 태극기가 올라가서 기쁘다”고 말했다. “내년에 아시아경기, 3년 뒤 파리올림픽 있으니까 파리에서는 동이 아니라 좀 더 발전하는 전웅태가 돼서 금, 은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근대5종을 알리고 싶다’는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던 전웅태는 “아직 (한국에 돌아가지 않아서) 실감을 못하지만 앞으로도 더 많이 알릴 기회가 있으니까 기대해달라. 모르는 분이 많을수록 더 알릴 준비가 됐다. 나에게 많이 물어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근대5종 대표팀 주장 정진화는 전웅태에 이어 네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2년 런던 때부터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정진화는 마지막 레이저런을 2위로 출발하면서 입상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 시상대 위에 서진 못했다. 경기 뒤 한참 눈물을 쏟으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정진화는 “4등만 하지 말자 했는데 4등으로 들어와서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닌 웅태의 등을 보고 뛰어서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했다. “선배들이 닦아준 길을 누가 되지 않게 따라 뛰었고 내가 만든 길을 전웅태 선수가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근대5종 세계적인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1위)이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브라질(세계 2위)과의 준결승전에서 0-3(16-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도 18승 46패가 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한국 여자 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5년 만의 동메달이 걸린 마지막 한 판이 남았다. 사상 첫 올림픽 결승을 노렸던 한국은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최상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레프트 김연경(33) 박정아(28), 라이트 김희진(30), 세터 염혜선(30), 센터 양효진(32) 김수지(34), 리베로 오지영(33)을 선발 출전시켰다. 앞서 일본과의 조별 예선, 터키와의 8강전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던 그 라인업이었다. 브라질은 경기에 앞서 라이트 탄다라 카이셰타(33)가 도핑 위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됐지만 큰 영향은 없어 보였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한국은 레프트 페르난다 호드리게스(35)에게만 5점을 내주며 1세트를 쉽게 내줬다. 2세트에서도 10-10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지만 쉽사리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주장 김연경도 상대의 집중 견제에 시달렸다. 블로킹 벽이 몰리면서 김연경은 1세트 3득점, 2세트 2득점으로 묶였다. 한국은 김희진 대신 이소영(27)을, 센터 김수지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교체 투입했지만 원했던 분위기 반전으로 연결할 수 없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한국의 강점인 서브도 힘을 잃었다. 결국 1시간 22분 만에 경기를 마감했다. 김연경이 10득점, 박정아가 1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지만 브라질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브라질은 호드리게스가 양 팀 최다인 17득점, 기마랑에스가 12득점으로 활약했다. 카이셰타를 대신해 나온 라이트 호자마리아 몬치벨레르(27)도 10득점했다. 브라질은 팀 블로킹 15개로 한국(3개)을 압도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크게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이 범실 등을 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어려웠다”며 “수비 등에서 상대가 실력이 좋아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같은 강팀과 경기를 하면서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이런 경기를 아쉬워하기보단 상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게 맞다”며 “터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승부욕이나 투지를 발휘하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올림픽(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 준결승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결승 진출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은 8일 오전 9시 세계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두고 다툰다. 세르비아는 미국과의 4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자신의 올림픽 고별전을 앞둔 김연경은 “이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선수들 마음가짐도 꼭 이기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에서는 김연경의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시절 팀 동료인 티야나 보슈코비치(24)가 주요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비록 패했지만 누리꾼들은 “세계 강팀을 맞아 선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세에서 감동받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유미 KBS 해설위원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을 맞아 당당하게 잘 싸웠다.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11위)이 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브라질(세계 2위)과의 준결승전에서 0-3(16-25, 16-25, 16-25)으로 완패했다.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도 18승 46패가 됐다. 하지만 지난 며칠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한국 여자배구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5년 만의 동메달이 걸린 마지막 한판이 남았다. 사상 첫 올림픽 결승을 노렸던 한국은 브라질과의 준결승에서 최상의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레프트 김연경(33), 박정아(28), 라이트 김희진(30), 세터 염혜선(30), 센터 양효진(32), 김수지(34), 리베로 오지영(33)을 선발 출전시켰다. 앞서 일본과의 조별 예선, 터키와의 8강전 극적인 승리를 가져왔던 그 라인업이었다. 브라질은 경기에 앞서 라이트 탄다라 카이세타(33)가 도핑 위반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됐지만 큰 영향을 없어 보였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챔피언 브라질은 역시 강했다. 한국은 레프트 페르난다 호드리게스(35)에게만 5점을 내주며 1세트를 쉽게 내줬다. 2세트에서도 10-10까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지만 쉽사리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주장 김연경도 상대의 집중견제에 시달렸다. 블로킹 벽이 몰리면서 김연경은 1세트 3득점, 2세트 2득점으로 묶였다. 한국은 김희진 대신 이소영(27)을, 센터 김수지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교체 투입했지만 원했던 분위기 반전으로 연결될 수 없었다.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한국의 강점인 서브도 힘을 잃었다. 결국 1시간 22분 만에 경기를 마감했다. 김연경이 10득점, 박정아가 10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지만 브라질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 반면 브라질은 호드리게스가 양 팀 최다인 17득점, 기마랑이스가 12득점으로 활약했다. 탄다라를 대신해 나온 라이트 호사마리아 몬티벨레(27)도 10득점했다. 브라질은 팀 블로킹 15개로 한국(3개)을 압도했다. 김연경은 경기 뒤 “크게 할 말은 없는 것 같다. 브라질이 범실 등을 하지 않아서 분위기를 가져오기 어려웠다”며 “수비 등에서 상대가 실력이 좋아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같은 강팀과 경기를 하면서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이런 경기를 아쉬워하기보단 상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게 맞다”며 “터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승부욕이나 투지를 발휘하면서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세 차례 올림픽(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 준결승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결승 진출을 다음으로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올림픽 메달 획득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은 8일 오전 9시 세계 6위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두고 다툰다. 세르비아는 미국과의 4강전에서 0-3으로 패했다. 자신의 올림픽 고별전을 앞둔 김연경은 “이제 진짜 물러설 곳이 없다.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선수들 마음가짐도 꼭 이기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에서는 김연경의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시절 팀 동료인 티아나 보스코비치(24)가 주요 경계대상으로 꼽힌다. 비록 패했지만 누리꾼들은 “세계 강팀을 맞아 선전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세에서 감동받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유미 KBS해설위원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하나인 브라질을 맞아 당당하게 잘 싸웠다. 오늘 부족했던 점을 보완한다면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전전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 배구가 6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세 차례 올림픽 준결승(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전승(6승) 행진 중인 최강이다. 세계 랭킹 11위 한국은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세계 2위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18승 45패로 열세다. 2019년 9월 월드컵에서 3-1로 이긴 뒤 최근 2연패다.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다시 만난 각별한 ‘절친’도 있다. 양 팀의 주장인 한국 김연경(33)과 브라질 나탈리아 페레이라(32)다. 과거 터키 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페레이라는 김연경이 인정하는 절친이다. 2018∼2019시즌 에즈자즈바시으 이적 뒤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연경은 이듬해 페레이라가 이적해 오면서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했다. 앞서 김연경은 자신이 감독이 돼 ‘월드 베스트 7’을 뽑아 달라는 질문에 레프트 자리에 중국의 주팅(27)과 페레이라를 뽑기도 했다. “파워풀한 공격력에 리더십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두 팀의 조별 예선 맞대결 뒤 두 선수의 우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 리그에서 뛸 당시 한식을 먹으며 건배를 하는 등 함께 타지 생활의 힘겨움을 달랬던 두 선수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에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4강 진출 팀 선수 중 득점 2위(115점), 디그 4위(세트당 평균 2.63개)로 공수에서 맹활약 중인 김연경과 달리 페레이라는 이번 대회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무게 중심을 잡는 건 똑같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2018∼2019시즌 브라질 미나스에서 뛰었던 페레이라는 당시 팀을 이끌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2)을 김연경에게 한국팀 사령탑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 밖에 브라질 주전 레프트 가브리엘라 기마랑이스(27), 센터 카로우 가타스(40) 등과도 미나스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4일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뒤 쏟아지는 축하 연락을 받은 김연경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여자 배구 대표팀에 기존 포상금 외에 추가로 1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애초 연맹은 금메달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 4위 1억 원의 포상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청신호를 켰다. 김세희(25·BNK저축은행)는 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모리 종합 스포츠플라자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여자 펜싱 랭킹라운드 35경기에서 24승 11패(244점)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니카 슐로이(독일·274점), 김선우(24)는 214점으로 14위다. 대표팀 동료 김선우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한 김세희는 초반 8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국제대회에서 잘해도 19~20승을 하는 김세희가 랭킹라운드에서 24승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희는 경기 뒤 “이번 올림픽에서 내가 사고 칠 차례라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승수보다는 순간 상대만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국 이틀 전 펜싱장갑에 구멍이 나면서 바꿔야 했던 김세희는 새 장갑에 ‘지금 이 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문구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OST ‘지금 이 순간’을 듣다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김세희는 6일 수영, 펜싱(보너스라운드),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치르며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최고 순위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김선우가 세운 13위다. 김세희가 자신 있는 종목은 승마다. 남자 펜싱 랭킹라운드에서는 정진화가 23승 12패(238점)로 5위, 전웅태가 21승 14패(226점)로 9위를 했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넘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진출한 한국 여자배구가 5일 오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과 준결승전을 펼친다. 과거 세 차례 올림픽 준결승(1972년 뮌헨, 1976년 몬트리올, 2012년 런던)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2008 베이징, 2012 런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이번 대회 유일하게 전승(6승) 행진 중인 명실상부 최고 팀이다. 한국은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는 등 브라질과 상대 전적에서 최근 2연패를 포함해 18승 45패로 열세다. 결승으로 가는 외나무다리 경기에서 다시 만난 각별한 ‘절친’도 있다. 양 팀의 주장인 한국 김연경(33)과 브라질 나탈리아 페레이라(32)다. 과거 터키리그 페네르바흐체와 에즈자즈바시으에서 두 차례 김연경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던 페레이라는 김연경이 인정하는 절친이다. 2018~2019시즌 에즈자즈바시 이적 뒤 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연경은 이듬해 페레이라가 이적해오면서 팀에 완전히 뿌리내리기도 했다. 앞서 김연경은 자신이 감독이 돼 ‘월드 베스트7’을 뽑아달라는 질문에 레프트 자리에 중국의 주팅(27)과 페에리라를 뽑기도 했다. “파워풀한 공격력에 리더십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나띠’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지난달 두 팀의 조별예선 맞대결 뒤 두 선수의 우정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터키리그에서 뛸 당시 한식 등을 먹으며 함께 타지생활을 달랬던 두 선수는 지금도 채팅이나 전화 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페레이라는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가장 친한 친구다. 나에게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고 언제나 최고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4강 진출 팀 선수 중 득점 2위(115점), 디그 4위(세트 당 평균 2.63개)로 공수 맹활약 중인 김연경과 달리 페레이라는 이번 대회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주장으로서 팀의 무게중심을 잡는 건 똑같다. 큰 무대 경험이 많은 만큼 승부처에 투입될 가능성도 높다. 공교롭게도 페레이라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대표팀 감독과 2018~2019시즌 브라질 미나스에서 생활한 바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브라질 주전 레프트 가브리엘라 기마레스(27), 센터 캐롤라인 가타즈(40) 등과도 미나스에서 호흡을 맞췄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치열한 승부가 전망된다. 4일 터키와의 8강전 승리 뒤 주변의 쏟아지는 축하 연락을 받은 김연경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답하며 준결승전 후회 없는 승부를 다짐했다. 기적 같은 4강 진출에 따라 한국배구연맹(KOVO)은 5일 여자배구 대표팀에 기존 포상금 외에 추가로 1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애초 연맹은 금메달 5억 원, 은메달 3억 원, 동메달 2억 원, 4위 1억 원의 포상금 지급 계획을 세웠다. 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