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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이란 정부의 핵합의 탈퇴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일(현지시간) 정상 간 전화회담 후 “핵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치를 철회할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단계적으로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관련국이 최대한의 억제와 책임감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추가 무력충돌을 자제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때 까지 3국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다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처는 연대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이라크 의회가 3일 미군 철수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이라크 정부가 반IS 연합 지원을 계속 제공해주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6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나토 회원국 주 대사들이 모두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향후 나토군의 중동지역 활동과 무력충돌 시 대처방안 논의할 예정이다. 나토는 5일 이라크에 주둔중인 나토군 활동을 일시 중단시켰다. 나토군은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IS를 막기 위한 현지 병력 훈련을 맡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도 병력 보호를 위해 작전을 축소 중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한국은 ‘복수(vengeance)’에 함몰된 정치로 항상 내전(內戰) 상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복수의 정치를 버려야 사회 갈등이 줄고 민주주의가 완성된다.” 세계적 석학이자 프랑스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 전 프랑스 파리정치대 교수(76)가 2020년을 맞은 한국 사회에 “내부 싸움을 멈추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난해 12월 17일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소르망의 자택에서 ‘2020년대 이후, 세계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한국에서는 어김없이 진영 갈등이 불거진다. 소르망은 반복되는 정치권 갈등이 한국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교체는 바람직하지만 민주주의 핵심은 권력 행사가 아닌 상대 진영에 대한 존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로 거론되는 재벌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재벌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 장점과 단점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재벌이 없으면 한국도 없다. 재벌이 지금의 한국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런 재벌의 역사적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재벌의 독점 체제는 개선해야 한다며 재벌을 여러 분야로 쪼개는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대 한국의 미래부터 이야기하자. 당신은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한국 사회가 가진 고질적 문제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한국 정치 상황은 어떻게 보나. “한국을 100번 넘게 찾은 것 같다(웃음).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보면 슬퍼진다. 민주주의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대화해야 하는데 한국은 정반대다. 서로 내전하는 분위기다. 이런 점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한국의 정치는 ‘복수’에 함몰돼 있다. 전직 대통령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다. 물론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권 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복수전을 펼치고, 한국 사회는 내전 분위기로 치닫는다. 정권을 차지한 당은 상대 진영을 지지한 국민들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행사가 아니다. 상대편의 권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민주주의의 개념이 오늘날 한국에는 내재돼 있지 않다. 한국의 정치 제도는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안정성이 매우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찬반으로 나뉜다. 남북관계가 개선됐다는 의견과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소외됐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남북관계에 진정한 변화는 없었다. 개성공단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등 남한의 노력은 결코 성공한 적이 없다. 현재 남북문제에 있어 한국은 고립된 상태다. 우선 북한은 자기 주도로 통일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은 내부적 문제가 많아 아시아 지역에서 위협 요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 북한을 이용한다. 일본은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강하다. 미국은 세계 경찰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한국은 항상 미국에 의존했는데, 이제 미국은 무책임한 동맹국이 됐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은 물론이고 미국 일본 중국 사이에서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다. 남북 평화와 통일을 진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동맹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프랑스와 독일이 화해하고 유럽연합(EU)을 이뤄 갔듯이, 동북아의 안정은 한일 간 화해에 달려 있다. 한국은 통일을 위해 제대로 된 동맹관계를 찾아야 하는데, 그 대상이 오히려 일본이라고 생각한다.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화해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정치인들이 주도하면 안 된다. 정치인은 항상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해법도 한계가 있다. 한일 간 화합은 프랑스와 독일 간 사례처럼 아래로부터의 관계, 즉 지식인 학생 예술가들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일 간 관계 회복 외에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해야 할까. “각국이 원하는 게 다 다르다. 한국은 통일 비용을 걱정한다. 북한은 본인들 주도로 통일을 하기 원한다. 일본은 남북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중국은 지역의 중재자임을 자처하기 위해 분단된 한반도를 이용한다.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다. 다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는 북한이 여전히 중국 지배하에 있다는 걸 비중 있게 본다. 중국이 북한을 계속 보호할수록 북한은 위협적인 존재로 남는다. 해결책은 베이징이 쥐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양이 아닌 베이징에 압력을 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외교적으로 EU를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동맹으로서 말이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시행으로 노동시장에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도 적지 않다. “한국 젊은이들은 점점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진다. 최저임금이 오른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청년들을 채용하기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건 잘못됐다. 경제는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의 상승과 교육받지 못한 젊은이들의 실업은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교육받은 젊은이와 그렇지 못한 젊은이 사이의 깊은 불공정성도 생겼다. 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나쁘다고 생각한다. 능력과 상관없이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낮다. 여성이 일해야 경제가 활성화된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교육을 해야 하나. “2020년대 전 세계 키워드가 교육이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다. 지금처럼 오래된 교육 시스템으로는 앞으로 올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을 할 수가 없다. 세상을 바꾸려면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핵심은 아주 어린 나이, 즉 2, 3세 때부터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아닌 그들이 결국 세상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교육도 여전히 권위적이고, 특히 너무 늦게 시작한다. 그래서 프랑스는 취학 연령을 만 6세에서 3세로 낮추기로 했다. 외국어 교육은 적어도 3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창의성이 앞으로 다가올 사회를 준비할 방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자국 중심주의의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세계 갈등이 고조됐다. 스트롱맨이 득세하면서 권위주의는 확산되는 반면에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분위기다. 올해 미국 대선은 어떻게 보나. “대선 결과는 미국 외교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외교 정책의 핵심은 미국의 후퇴다. 그런데 이런 기조는 사실 트럼프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트럼프가 스타일을 공격적으로 바꿨을 뿐이다. 누가 트럼프에 이어 대통령직에 오르든 미국은 세계 문제에서 한발 물러나 고립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권위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과 본질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유럽과 미국 등은 리더보다는 민주주의, 즉 제도가 강하다. 반면 중국은 제도는 없고 리더만 있다.”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웠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일었고,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중국 밖에서 군사적 개입을 할 능력이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나머지 세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는 미국, 유럽, 일본 시장에 완전히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은 온전히 정치적 과시를 위한 대립이다. 정치적 기 싸움으로 대립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경제 교류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양국 모두 손해를 입기 때문에 대립은 완화될 것이다. 중국 내 인권 문제는 여전히 걱정된다. 시민들 대부분이 인권과 자유가 없고, 절망적인 상태에 있다. 공산당 정부가 권력으로 주민들을 누르는데, 얼마나 이들이 이 억압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민자 문제가 사회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 핵 등 중동지역의 전쟁 위기도 우려된다. “오늘날 유럽, 나아가 전 세계의 본질적 문제는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인구가 늘어날수록 더 가난해지고, 이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 수는 불어날 것이다. 이들을 어떻게 맞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이란의 위협 등 중동 문제는 미국이 만든 거짓된 위협이다. 유럽은 이란과 얼마든지 정상적인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란을 악마로 변모시키는 것을 멈춰야 한다.” ―난민으로 인한 사회 갈등은 일자리 감소와 관련이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노동력 수요가 줄어 일자리 감소도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2020년대 세계 경제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나. “난 다르게 본다. 경제 성장의 동력은 기술 혁신이다. 18세기 방직 기계가 영국과 프랑스에 처음 나왔을 때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준다’며 반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상황은 반대였다. 오히려 각종 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가 늘어났다. 기술 혁신이 고용을 막는다는 건 잘못된, 구시대적 사고다. 혁신은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더군다나 AI는 인간의 뇌를 대체할 수 없다. 인간이 하는 일을 무조건 빼앗을 수 없다. 결국 AI, 혹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조화롭게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는 미래 세대를 어떻게 교육할지에 달렸다. 미래 세대에 좋은 교육 시스템은 무엇일까. 단순히 하나의 직업을 가질 능력이 아닌, 다양한 일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대 세계의 핵심 키워드를 기후변화로 꼽는 사람이 많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우선 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탄소가 온난화에 공헌한 것은 맞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탄소를 저감해도 지구 온난화는 계속될 거고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혹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이론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에서 우선 벗어나야 한다. 점진적으로 탄소 발생을 줄이는 건 맞다. 그러나 이것이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기엔 충분치 않음을 알아야 한다. 생활양식을 바꾸는 것을 비롯해 온난화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나아가 전 세계에서 한류가 확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까. “한국 문화는 우리를 풍요롭게 만들었다. 프랑스인들이 처음에는 한국 문학, 영화에 열광했고, 케이팝은 그 다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현재 한류를 잘못 활용하고 있다. 케이팝에 열광하는 한류 팬은 많다. 하지만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보니 그곳에는 외국인들이 별로 없었다. 한류가 계속되려면 대중문화를 넘어 한국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케이팝뿐 아니라 영화, 문학, 미술 등 여러 예술을 풍부하게 가꿔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류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기 소르망은…‘프랑스의 지성’으로 통하는 석학 기 소르망 전 파리정치학교 교수(76)는 1944년 프랑스 남부 로트에가론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파리정치학교와 동양어전문학교(일본어 전공)에서 동시 수학한 뒤 1966년 명문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에 진학했다. 1970∼2000년 파리정치학교 교수로 지내면서 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러시아 모스크바대 등에서 초빙교수로도 활동했다. ‘실천하는 지식’을 중시하는 그는 1995년부터 3년간 총리실에서 근무하며 대외 문화정책을 지휘했고 파리 인근 불로뉴비양크루시 부시장도 지냈다. 현재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열린 세계와 문화창조’ ‘진보와 그의 적들’ ‘중국이라는 거짓말’ ‘Made in USA’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집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세계 최연소 총리를 지내다 물러났던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국민당 대표(34·사진)가 다시 세계 최연소 총리에 오르게 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쿠르츠 대표는 1일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진 녹색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끝났다. 양측이 가진 장점을 하나로 묶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6일 취임식을 갖는다. 첫 번째 집권 당시에는 중도우파 국민당보다 훨씬 오른쪽에 있는 극우 자유당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했지만 이번에는 진보 성향의 녹색당을 파트너로 택했다. 오스트리아는 스웨덴, 룩셈부르크, 핀란드, 리투아니아에 이어 중앙정부에 녹색당을 포함시킨 다섯 번째 유럽 국가가 된다. 1986년 8월생인 쿠르츠 대표는 자신이 총리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지난해 12월 세계 최연소 총리에 올랐던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35·1985년 11월생)보다 한 살 어리다. 10대 시절부터 국민당 청년 조직에서 활동했고 22세에 빈대학 법학과를 중퇴한 뒤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7세인 2013년 유럽연합(EU)의 최연소 외교장관, 31세인 2017년 세계 최연소 총리에 올라 ‘정계 신동’으로 불렸다. EU 외교장관 시절 중동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동유럽 ‘발칸반도 루트’를 폐쇄하는 등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펼쳤다. 낡은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국민당은 2017년 총선에서 젊고 참신한 쿠르츠를 대표로 내세워 승리했다. 뛰어난 대중연설 능력, 장관 출장 때마다 이코노미석만 이용하는 서민 행보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았고 ‘정계의 저스틴 비버’로도 불렸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반유대주의 등 국민당의 기존 정책보다 훨씬 강경보수 성향의 그를 ‘오스트리아의 트럼프’라고 비판한다. 국민당의 전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을 이끌었던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전 부총리는 지난해 5월 러시아 재벌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에게 “공공건설 계약 수주를 돕겠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큰 파문을 불렀다. 당시 총리였던 쿠르츠 대표는 동영상 공개 직후 자유당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조기 총선을 택했다. 같은 해 9월 선거에서 국민당은 37%를 얻어 제1당을 차지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득표율 14%로 4위에 오른 녹색당과의 연정 구성을 논의해왔다. 새 연정의 탄생으로 유럽의 녹색바람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녹색당 약진, 지난해 내내 유럽을 덮친 이상기온, 스웨덴 17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열풍까지 겹쳐 EU 각국에서 녹색당의 지지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당장 연극을 멈춰라. 용서할 수 없다!” 50여 명의 시위대가 들이닥쳐 소리를 지르자 무대를 준비하던 아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성모 마리아, 동방박사, 천사 등의 역할을 맡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결국 1시간 만에 모두 중단됐다. 최근 성탄절 행사가 열린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 위치한 생조르주 광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성탄 행사를 공격한 시위대는 ‘공공장소에서의 종교적 중립성 위반’을 문제 삼았다. 프랑스는 학교, 관공서, 공공건물에서 예수 탄생 연극, 캐럴 합창 같은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행위를 금한다. 1905년 제정된 정교분리법에 따라 일상생활과 종교를 분리하는 ‘라이시테(la¨icit´e·세속주의)’가 사회적 근간으로 확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탄절 행사나 설치물에 대한 의견 차 때문에 매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프랑스 중서부 방데 도의회가 의회 건물에 아기 예수 탄생 모형을 설치했다가 지방법원의 철거 명령을 받았다. 방데 도지사는 “종교와 큰 상관없는 보편적 문화”라며 거부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2016년에도 프랑스 중부 오베르뉴론알프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특정 종교나 국가를 넘어선 갈등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의회를 견학하는 자녀의 보호자로서 동행한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건물에서 쫓겨났다. 2004년부터 공공장소에서 히잡, 부르카 등 특정 종교의 상징이 되는 복장을 입는 행위가 금지된 탓이다. 미국에서는 성탄절 인사를 그리스도(Christ)라는 의미가 담긴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로 할지, 중립적 의미인 ‘해피 홀리데이스(Happy Holidays)’로 할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갑론을박을 벌인다. 새해 초부터 거창하게 ‘종교적 중립성’ ‘다양성 보호’를 운운하려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새해에는 더 행복하세요”를 반복하다 보니 불현듯 궁금증이 들었다. 맨날 ‘행복 행복’ 하는데, 대체 무엇이 행복을 결정할까? 돈, 건강, 명예, 권력….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웠다. 칼럼 주제를 ‘행복의 조건’으로 정하고 심리학 서적을 뒤졌다. 핀란드, 덴마크처럼 행복지수가 최상위권인 북유럽 국가의 특징도 따져봤다. 그러나 행복의 조건은 상황마다 너무 달랐고, 명확하게 정의할 수도 없었다. 다만 사람들은 부나 명성보다는 주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더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버트 월딩어 미 하버드대 교수가 약 75년간 724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돈과 성공, 명예보다는 가족, 지인, 집단 내에서 고독을 느끼지 않으면서 양질의 관계가 유지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었다. 이런 좋은 관계는 차이를 인정하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됐다. 올해도 주변에 수많은 사건이 생기고, 해결 방식에 대한 생각 차로 계속 갈등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 번쯤 상대 입장에서 사안을 보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 어떨까. ‘행복의 조건’에 대한 소박한 결론이자, 2020년에 행복하기 위한 다짐이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전화로 양국 간 테러 대응 협력 강화를 비롯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러시아 크렘린궁이 밝혔다. 두 정상 간 통화 사실을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공개한 데에는 양측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푸틴과 트럼프 간 통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정보를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은 ‘내년 1월 1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가 신년축제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CIA의 정보를 토대로 테러를 준비하던 러시아 국적의 남녀 2명을 체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정보를 포착하면 러시아도 곧바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가 두 정상 간의 통화를 적극 공개한 것과 달리 백악관은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8월에도 크렘린궁이 ‘트럼프와 푸틴이 미국 측 요청으로 전화 통화를 갖고 시베리아의 산불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고 먼저 발표한 뒤에야 이를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동했을 때에도 미 언론은 크렘린궁이 사진을 온라인에 게재할 때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를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백악관이 두 사람의 교류 정보를 의도적으로 통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는 “러시아 개입은 없었다”며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테러 협력 확대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C는 “선거 개입 논란으로 양국 간 긴장된 관계 속에서도 두 대통령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트럼프는 푸틴의 초청으로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기념일 참석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 간 테러 정보 공유는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정보를 얻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224명이 숨진 러시아 전세기 추락사건을 비롯해 IS의 테러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정상 간 통화에서 두 사람이 북한 관련 문제를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설정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임박해 있는 데다 러시아가 중국과 함께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해 놓은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년 연속으로 교량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민간 기업의 도로 운영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나아가 20년간 유지해온 민자 고속도로 정책을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23일 내각회의를 열고 패션그룹 베네통의 인프라 자회사인 아틀란티아가 갖고 있던 고속도로 운영권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아틀란티아는 이탈리아 전체 고속도로 중 절반에 달하는 3000km 구간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운영권은 2038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지만 도로 붕괴 참사 등을 이유로 이를 조기에 회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북부 지역의 제노바에 설치된 모란디 대교가 무너져 43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1년간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보수 유지 등 관리 부실이 붕괴의 주원인으로 판명됐다. 이 대교의 운영권이 아틀란티아에 있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 토리노와 리구리아주 사보나를 잇는 고속도로 교량이 또다시 붕괴되면서 고속도로 인프라 안전에 대한 우려 여론이 거세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민자 고속도로 운영권 회수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관련 법령도 정비했다. 운영권을 계약기간 만료 전 회수하려면 정부가 계약 위반에 따른 보상금을 해당 업체에 줘야 하는데 법 개정으로 보상금을 3분의 1 정도로 줄였다. 또 민자 고속도로 운영권 박탈 후 국영 도로관리기관(ANAS)이 곧바로 관리를 맡는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민자 고속도로 전체를 다시 국영으로 되돌리는 정책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1999년 공기업 부채 문제를 이유로 고속도로 운영을 민영화했다. 이후 민간 기업이 수익을 내는 데만 혈안이 돼 도로를 부실하게 유지한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는 세계 최초의 극초음속 무기 강국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최고위 장성들과의 회의에서 러시아를 최첨단 신무기 국가로 선언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냉전시대 소련은 핵무기와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에서 미국에 훨씬 뒤처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미국이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애써야 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아방가르드, 킨잘 등을 소개했다. 극초음속활공체(HGV)인 아방가르드는 음속의 20배에 이르는 대륙간미사일로 비행 도중 경로와 고도를 바꿀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나올 미사일 방어 시스템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미래의 무기”라고 자랑했다. 단검이라는 뜻을 가진 킨잘은 미그-31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로 러시아 공군이 지난해부터 실전 배치했다. 이 미사일은 음속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사거리는 2000km가 넘는다. 핵탄두를 비롯해 기존의 다른 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미국을 의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올해 8월 “미국이 극초음속 첫 무기를 갖게 되려면 아직도 2, 3년은 걸린다. 현재 장거리 화력을 가진 극초음속 무기 개발이 미군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로버트 카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보도를 접했지만 러시아의 주장에 대해 보탤 만한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드디어 유럽연합(EU)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영국은 다시 위대해질 겁니다.” “착각이에요. 미래가 너무 불안합니다. EU에 남는 게 훨씬 영국에 도움이 됩니다.” 이달 12일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여당인 보수당이 하원 과반 기준(326석)을 훌쩍 넘는 365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보수당은 여세를 몰아 20일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내년 1월 31일 시행, 2020년 12월 31일까지 EU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미래관계 협상 종료 내용을 담은 EU탈퇴협정법안(WAB)을 통과시켰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반 동안 지지부진하던 브렉시트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인들의 의견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기자가 12일 총선 현장과 선거가 끝난 13일 런던 시내를 돌며 영국의 미래를 물어본 결과다.○ “어쨌든 속이 시원하다”는 중장년층 런던의 한 식당에서 만난 60대 은퇴자 제프리 화이트 씨는 “안도감부터 생겼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런던 토박이 중산층인 장년 남성의 의견으로 한정해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브렉시트가 미뤄진 3년 반 동안 정말 답답했습니다. EU의 통제가 불편했거든요. EU를 탈퇴하면 대가를 치르겠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입니다.” 화이트 씨처럼 영국의 중장년층 상당수는 보수당의 압승과 브렉시트 시행에 대해 “영국이 다시 주권을 회복했다”며 정치적 혼란이 끝났다는 분위기였다. 앤디 필 씨(70)는 보수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13일 오전 런던 중심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 앞에서 ‘빨리 EU에서 탈퇴하라’고 외치며 1인 시위를 펼쳤다. 그 역시 “위대한 영국만의 길을 가야 한다”며 “영국인들의 정서에는 ‘영국은 유럽과 다르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섬나라인 영국은 역사적으로 유럽 대륙의 어느 국가와도 일방적인 동맹을 맺지 않았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특정 국가가 세력이 강해질 때마다 영국은 그 상대편 국가를 지원하는 세력균형 정책을 추구해왔다. 이를 잘 드러내는 영국 외교정책 용어가 ‘위대한 고립(splendid isolation)’이다. 잦은 혁명과 전쟁으로 정치 구조가 급변해온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영국은 꾸준히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점도 외교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의식을 반영한 것이 EU 가입 과정에서 드러났던 영국의 태도다. EU의 뿌리는 독일, 프랑스 등 6개국 주도로 1958년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은 15년이 지난 1973년에야 EEC에 가입했다. 1992년 유로화와 유럽중앙은행(ECB) 출범의 계기가 된 마스트리흐트 조약에도 영국은 경제 주권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에 투표했다는 회사원 엔에스 씨(35)는 “당장 이민자 문제만 봐도 EU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총선 압승 원인으로 제1야당인 노동당의 텃밭인 중북부 석탄·제조업 밀집 지역 ‘레드월’에서의 승리가 꼽힌다. 이 지역은 일자리를 위협하는 이민자 유입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은 곳이다.○ “브렉시트 후회할 것”이라는 젊은이들 기자가 인터뷰한 영국인 중 자신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 또는 20, 30대는 ‘난 잔류파(Remainer)’라며 야당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투표장에서 만난 테런스(65), 브라이언 씨(60) 형제는 “우리는 무역업자”라며 영국이 EU에 남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린 노동당을 찍었습니다. 영국이 세계 최대 단일 시장 EU에서 떠나면 유럽의 한 나라에 불과해집니다. 당장 EU의 단일 시장, 관세동맹, 각종 세금 면제가 다 사라져 사업하기 힘들어져요.” EU 회원국인 영국의 기업들은 아무 제한 없이 다른 EU 회원국에 상품을 수출했다. 브렉시트가 시행되면 영국산 제품을 유럽에서 팔 경우 관세 등 각종 장벽이 생긴다.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에서 철수해 다른 EU 회원국에 투자할 확률도 커진다. 영국 싱크탱크인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영국이 EU를 통하지 않으면 무역, 투자 손실은 물론이고 고용 감소, 경제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도 브렉시트로 자동차, 화학 등 영국의 주요 산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런던 시내에서 만난 맥 씨(22)는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직장을 찾고 있다”며 “EU를 탈퇴하면 유학은 물론이고 해외취업에 타격이 생긴다”고 말했다. 총선 출구조사에서 보수당의 압승이 전해지자 런던정경대(LSE) 등 주요 대학 곳곳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거시적 경제 효과 외에도 브렉시트 후 나타날 일상의 불편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식료품의 30% 이상은 EU에서 수입된다. 그러나 EU를 탈퇴하면 통관 지체, 관세 부과 등으로 수입량이 줄고 가격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비를 절감해주는 유럽건강보험카드(EHIC) 역시 효력이 상실된다. 대학생 루시카 씨(20)는 “유럽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로밍 요금마저 인상된다고 들었다.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하나의 영국’이 사라진다는 공포 내년 1월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인들의 또 다른 화두는 ‘하나의 영국이 지속될 것인가’였다. EU를 떠나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영국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40대 이상에서 컸다. 50대 회사원 토머스 씨는 “EU 탈퇴는 좋지만 영국이 조각나는 건 반대”라며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가 독립을 운운하는 걸 TV에서 보면 리모컨으로 화면을 끄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19일 영국 중앙정부에 분리독립 주민투표의 개최 권한을 공식 요구한 상태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그러나 브렉시트 시행 찬반 논란이 지속되자 스코틀랜드는 EU에 잔류해야 경제적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여론이 커졌다. 분리 독립을 찬성해온 SNP가 이번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59개 지역구에서 48석을 차지한 것도 이런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이와 맞물려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통합 요구도 커지고 있다. EU와 영국은 북아일랜드에는 법적으로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두 개의 관세체계,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을 넣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10월에 만들었다. 그럼에도 브렉시트 시행 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교류나 통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통일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일간 가디언은 “2024년 총선에서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런 난관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압승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 단행 이후 그해 말까지 EU와의 완전한 결별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EU와 영국은 2020년 12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둬 FTA, 이민 문제, 안보 등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상 FTA 협상은 최소 3년이 필요하다. FTA 등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 12월 이후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와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된다. 런던브리지에서 만난 회사원 맥신 매케이 씨(51)는 “브렉시트로 여러 문제가 생길 게 뻔한 만큼 차라리 빨리 문제가 불거지고 이를 하나씩 해결하면 좋겠다”며 “몇 년이 지난 후 브렉시트가 영국에 손해만 준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EU에 가입하는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여론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혼란을 정치인들이 만들어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 런던에서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잉글랜드 프로축구 경기에서 ‘인종차별’ 형태의 응원 문제가 논란을 빚자 영국 총리실이 23일(현지 시간) 직접 “강력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의 경기는 바로 손흥민 선수가 뛰었던 경기다. BBC 등에 따르면 22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첼시의 경기에서 수차례 인종차별과 관련된 응원 행위가 발생했다. 이날 손흥민은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반칙이 일어나 손흥민이 퇴장당했다. 그러자 관람 중이던 일부 토트넘 팬이 뤼디거를 향해 원숭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非)백인인 뤼디거를 원숭이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뤼디거는 심판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경기도 중단됐다. 장내에 ‘인종차별 응원을 중지하라’는 경고 방송까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도 첼시 팬들의 목표가 됐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 첼시 팬도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비난을 했다. 주변 관중의 신고로 이 팬은 23일 체포됐다. 양측 팬이 모두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르자 토트넘과 첼시 구단은 물론 잉글랜드축구협회(FA)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23일 명장으로 유명한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축구장도 하나의 사회”라며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총리실도 “축구협회와 EPL이 인종차별 규제를 강화했지만 문제가 여전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 남았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축구계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면 정부가 강화된 법적 제재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풀이했다. EPL뿐 아니라 프랑스 리그1,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 각국 프로축구에서 최근 인종차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가 득세하면서 강화된 이민자 혐오, 경제난으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가 맞물린 현상이란 분석도 나온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본토와 연결하는 19km의 ‘케르치 철교’를 23일 개통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주권 침해’ ‘우크라이나 전체를 합병하려는 시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BBC 등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철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직접 열차 기관실에 탑승해 철교 위를 달리며 일대도 시찰했다. 그는 “연간 1400만 명의 여행객과 1300만 t의 물류가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오갈 것”이라며 “러시아 경제 전반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푸틴 정권은 크림반도 합병 직후부터 “러시아와 크림반도의 인력, 물자 이동을 활발하게 하겠다”며 현재 유럽에서 가장 긴 철교인 이 다리의 건설을 추진해 왔다. 푸틴 정권은 지난해 5월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자동차용 ‘케르치 대교’를 먼저 완공했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은 직접 트럭을 몰고 케르치 대교를 건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시찰 모습은 러시아 전국에 생중계됐다. 개통식 직후부터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크림반도행 직행 열차의 운행도 시작됐다. 이 모든 행보의 저변에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실효적인 지배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르치 대교와 철교가 연달아 건설되면서 우크라이나는 흑해와 맞닿은 남부에서 지중해로 진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도 러시아 해군 함정이 케르치 대교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해 양국 관계가 극도의 긴장을 빚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크림반도는 일시적으로 러시아에 점령됐을 뿐”이라며 “크림반도의 국경 역시 우리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페테르 스타노 EU 대변인도 “케르치 철교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선박의 자유로운 통행이 제한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9일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전면 휴전을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케르치 철교 개통으로 5년 만에 찾아오는 듯했던 양국의 해빙 무드도 악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철도는 과거 나치 독일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옛 소련 정복 및 남부 유전 장악을 위해 케르치 철교 건립을 추진했다. 독일군은 이 다리를 약 30% 건설했을 때 소련군이 진격해 오자 소련군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폭파시켰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퇴임 후 매달 지급되는 1만9720유로(약 2539만 원) 상당의 연금과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22일 선언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연금개편 반대 파업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개혁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앞세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1955년 4월에 정해진 대통령 퇴직 관련법에 따라 5년 임기를 마치면 연령에 상관없이 곧바로 월 6220유로(약 801만 원)의 대통령 연금을 받는다. 또 퇴임 후 자동적으로 헌법재판소 종신위원이 된다. 헌재 위원이 되면 월 1만3500유로(약 1738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퇴임 후 이런 연금과 수당을 모두 포기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연금체계의 적용을 받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개편의 중요성과 일관성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르파리지엔은 마크롱 대통령이 ‘대통령 연금을 포기하는 최초의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이런 특혜 포기 구상은 18일째 이어지는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프랑스는 현재 직능, 직종별로 연금 수령 시기와 액수가 달라 ‘덜 내고 더 받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연간 100억 유로(약 13조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연금 개편이 절실한 상태다. 마크롱 정부는 직업에 따라 42개로 나뉜 기존 퇴직연금 제도를 일한 개월 수만큼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단일 연금제도로 통일하는 한편 첫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더 내고 덜 받게 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5일부터 대규모 파업에 나서면서 열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금개편에 대한 거부감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파업이 지속돼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1975년생 이후부터 새 연금제도를 적용시키겠다는 양보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1일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만큼은 일단 파업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주요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과 철도노조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연금개편안이 폐기되지 않으면 파업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가 ‘공격용 드론’(무인 정찰기)을 활용한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21일 프랑스군은 드론을 사용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원 33명을 사살하고 1명을 포로로 사로잡았다. 프랑스군은 공격 헬기 타이거와 공격용 리퍼 드론(MQ-9)을 투입해 이슬람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의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이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말리 경찰관 2명도 구조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19일 “레이저 유도 미사일 2기를 장착 가능한 리퍼 드론을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대에서 벌어지는 대테러전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에 드론을 이용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정부 전체가 고무된 분위기다. 이번 성과는 21일 말리의 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표로 알려졌다. 사헬 지대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거점으로 통한다. 카티바 마시나 역시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서아프리카 대부분을 식민통치했고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는 2013년부터 군인 수천 명을 투입해 사헬 지대의 테러단체 격퇴가 목표인 ‘바르칸 작전’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지상군 위주의 기존 전략에 변화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했다. 지난달 25일 말리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와 교전 중이던 헬리콥터 두 대가 충돌해 장병 13명이 전사했다. 최근까지 정찰용 드론만 활용해왔던 군사 전략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의 시대가 저물고 드론이 대세로 떠오른 점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9월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공격형 드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공격용 드론을 활발히 활용하는 국가로는 미국, 영국, 이란, 이스라엘 등이 꼽힌다. 드론은 작고 빠를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전투기에 비해 제작비용도 훨씬 적기 때문에 비(非)대칭 전쟁이 일반화한 21세기에 적합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가디언은 “드론이 ‘전쟁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프랑스가 ‘공격용 드론’(무인 정찰기)을 활용한 군사력 강화에 나섰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21일 프랑스군은 드론을 사용해 서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원 33명을 사살하고 1명을 포로로 사로잡았다. 이날 오전 프랑스군은 말리와 모리타니의 국경 지대에서 공격 헬기 타이거와 공격용 리퍼 드론(MQ-9)을 투입해 이슬람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의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이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말리 경찰관 2명도 구조했다. 프랑스 국방부는 19일 “레이저 유도 미사일 2기를 장착 가능한 리퍼 드론을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대에서 벌어지는 대테러전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을 한 지 이틀 만에 드론을 이용한 두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 정부 전체가 고무된 분위기다. 이번 성과는 21일 말리의 이웃 국가인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발표로 알려졌다. 사헬 지대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거점으로 통한다. 카티바 마시나 역시 9·11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과거 서아프리카 대부분을 식민통치했고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는 2013년부터 군인 수천 명을 투입해 사헬 지대의 테러단체 격퇴가 목표인 ‘바르칸 작전’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군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지상군 위주의 기존 전략에 변화를 가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했다. 지난달 25일 말리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와 교전 중이던 헬리콥터 두 대가 충돌해 장병 13명이 전사했다. 최근까지 정찰용 드론만 활용해왔던 군사 전략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의 시대가 저물고 드론이 대세로 떠오른 점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9월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공격형 드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공격용 드론을 활발히 활용하는 국가로는 미국, 영국, 이란, 이스라엘 등이 꼽힌다. 드론은 작고 빠를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전투기에 비해 제작비용도 훨씬 적기 때문에 비(非)대칭 전쟁이 일반화한 21세기에 적합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가디언은 “드론이 ‘전쟁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미국의 위협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조국과 유럽의 이익을 지키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전에서 외친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와인, 치즈, 화장품 등 24억 달러(약 2조8440억 원) 규모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울분을 터뜨린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강하게 반박했다. “당신들은 미국 기업들에 과세를 한다. 내가 그 업체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세금을 매겨야 하는 건 미국이다. 다른 이들이 세금을 매겨선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미국 업체들이란 구글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을 뜻한다. 프랑스가 올해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IT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매기기로 결정한 것이 두 정상 간 감정싸움을 확산시킨 배경이었다. 두 정상 간 설전 후 주요 외신들은 “‘우리는 친구’라며 치켜세우던 두 정상 간의 브로맨스가 악연으로 변했다”고 평했다. ○ 디지털세가 뭐길래 프랑스는 올해부터 연 매출 7억5000만 유로(약 9732억 원) 이상을 올리면서 자국 내에서 2500만 유로(약 324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거대 IT 기업을 대상으로 자국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일명 ‘디지털세(Digital Tax)’다. ‘구글세’ 혹은 구글을 포함해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 주요 IT 기업 이름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 ‘GAFA세’라고도 불린다. 디지털세를 두고 양국 정상까지 나서 논쟁을 벌인 근원적 이유는 디지털 발전에 따른 경제 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한 예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본사는 미국에 있지만 넷플릭스 지사가 없는 국가에서도 미국 혹은 다른 국가의 서비스에 가입해 돈을 지불하면 영화 등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이용자를 많이 확보해 큰 수익을 올린다고 해도 해당 국가에 별도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현행 국제 기준의 조세조약에 따르면 외국 법인은 서비스 등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에 사무실 등 물리적 고정 사업장이 있어야 법인세 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등은 자사 서버가 설치된 국가에서만 법인세를 낸다. 디지털세는 이처럼 각국 정부들이 주로 미국에 본사를 둔 IT 기업을 대상으로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고 세금은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이탈리아의 경우 내년부터 전 세계 연 매출 7억5000만 유로, 자국 내 연 매출 550만 유로(약 71억 원) 이상의 IT 기업에 매출액의 3%를 세금으로 거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4일 “미국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지만 주권 국가로서의 결정은 우리 몫”이라며 디지털세 도입 의지를 밝혔다. 영국도 내년 4월부터 글로벌 연 매출이 5억 파운드(약 7638억 원), 영국 내 연 매출이 2500만 파운드(약 382억 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영국 내 매출의 2%를 세금으로 받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마저 “거대 디지털 기업이 영국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 그들이 내는 세금을 들여다봐야 한다. 기업들은 더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며 디지털세를 강력히 지지했다. 이 밖에도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에서도 ‘공정 과세’를 외치며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는 오스트리아의 요하네스 파슈콸리 재무부 대변인은 “내년 1월 디지털세 도입은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에 동일한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서로 처벌 위협을 통해 관계를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디지털 무역에 있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가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EU 차원에서도 일반 기업은 이익의 23.2%를 세금으로 내는 반면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익의 9.5%를 낸다는 통계를 앞세워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정감사 때마다 구글 페이스북 관계자가 국감장에 불려와 여야 의원들로부터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는데 이에 따른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는다”며 압박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구글의 경우 앱을 내려받는 구글플레이, 동영상을 보는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서만 5조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린다. 그런데도 구글이 낸 법인세는 200억 원 수준(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4조 원대 매출의 네이버가 낸 법인세는 4000억 원대에 달하다 보니 형평성 문제가 나온다.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존 제조업체들도 “왜 IT 기업에 제대로 과세를 하지 않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구글 등에 과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탓이다. 최근 유럽을 넘어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 무역 분쟁의 화두 ‘디지털세’ 거대 IT 기업들의 본거지인 미국은 이 같은 흐름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나라에 관세 보복을 위협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달 2일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소급 적용, 특정 미국 IT 기업에 벌칙을 가하려는 목적 등 일반적인 조세 원칙과 맞지 않는 차별적 조치”라며 무역 보복 절차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맞서 24억 달러 상당의 프랑스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기 위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어 미국 내 프랑스 기업의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제한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한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려 하지 말고 스스로 기술을 개발할 생각을 하는 게 낫다”며 디지털세 도입 국가들에 독설을 퍼부었다. 트럼프 정부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가 추진 중인 디지털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뒤 추가 보복 관세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강경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측에 ‘디지털세를 의무적으로 부과하기보다는 선택적으로 적용하자’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물밑에서 절충점을 찾는 모습도 없지 않은 셈이다. 디지털세에 대해선 미국의 반발뿐 아니라 정보 산업계의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디지털세가 IT 기업들을 위축시켜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저해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밖에 현행 디지털세가 이익 대신 매출에 세금을 매기는 점, 자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서비스 국가에도 세금을 내는 이중 과세 구조라 기존 조세 원칙을 붕괴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세 도입은 필연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세 도입은 필연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산업과 경제 구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국제기구들은 디지털세로 인한 무역 분쟁과 세계 경제 악화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각국의 불만을 최소화시킬 ‘디지털세 국제 표준’을 만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미국을 포함한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디지털 경제 구조에 맞는 과세가 필요하다는 큰 틀의 원칙이 합의됐다. OECD는 내년까지 디지털세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통합접근법’과 ‘글로벌 최저한세(最低限稅)’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접근법은 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한 개별 국가의 소비자로부터 얻은 이익이 일정 정도를 초과하면 해당 기업 소재지에서만 과세하지 말고 소비자가 있는 모든 국가에서 과세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IT 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휴대전화, TV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기업도 포함된다. 소비자가 있는 국가에 법인이 없더라도 인터넷, 소셜미디어, 모바일을 통해 마케팅 데이터 수집과 같은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디지털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OECD의 논리다. 다만 1차산업이나 광업 등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지 않거나 금융업처럼 조세 회피를 할 가능성이 작은 산업은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최소한의 법인세를 의미한다. IT 기업들이 해외에서 서비스를 할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세금을 무조건 납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서비스를 할 때 해당 지역에서 서버를 운영하는 회사가 세율이 낮은 지역에 있더라도, 유럽 일대에서 얻은 수익 중 일정 비율만큼은 무조건 세금으로 내게 하는 조치다. 조세 회피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인 셈이다. ‘납세 우수기업’을 인증하는 영국 페어택스마크(Fair Tax Mark)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의 탈세 규모는 1002억 달러(약 117조 원)에 달한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와 같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회사를 둬 세금을 덜 내는 방식이 탈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OECD는 통합접근법과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각국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말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연말까지 세부 내용을 담은 합의안이 마련된다. 디지털세 기준이 마련되더라도 실제 이행까지는 3년 이상이 걸린다. 그사이 미국과 EU 등의 양보나 조율이 없으면 디지털세로 인한 무역 분쟁은 계속 악화될 수 있다. 특히 통합접근법이 디지털세 국제 기준의 주요 근간이 된다면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에서 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네이버나 다음 등도 디지털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16일부터 세제실 내에 ‘디지털세 대응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국세청,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로펌, 회계법인 등이 참여하는 민관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해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디지털세(Digital Tax) ::특정 국가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대상으로 자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으로 유럽연합(EU)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국가에 별다른 사업장이 없어도 과세가 가능하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공포에 다시 휩싸였다. 12일 총선에서 절반을 훌쩍 넘겨 승리한 보수당이 ‘브렉시트 전환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EU 탈퇴 협정법안’(탈퇴안)을 표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탈퇴안은 20일 영국 하원에서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보수당 의원들에게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정부에 전적으로 동의해달라는 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실질적 브렉시트’를 내년 내 마무리하는 게 보수당의 목표다. 내년 1월 브렉시트가 시행돼도 영국은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등 EU 내 경제적 동맹은 그대로 유지한다. 양측은 브렉시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내년 12월 31일까지 전환 기간을 두기로 하고, 이 기간에 자유무역협정(FTA), 이민 문제, 안보 등을 협상하기로 했다. 문제는 11개월 내 협상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통상 FTA 협상은 최소 3년이 필요하다. EU와 캐나다의 FTA는 12년이나 걸렸다. FTA 등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내년 12월 31일 이후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와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된다. 당장 영국이나 EU 시민들이 비자 없이는 이동이 어려워진다. 관세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에 따라 개별 국가별로 각각 적용되는 등 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협의 없는 탈퇴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18일 파운드-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0.5% 하락한 1.3070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1.5% 하락한 것을 포함하면 2일 동안 2%가량 하락해 2018년 2월 하락 규모로는 가장 크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영국 연방 내 파열음도 또 다른 숙제다.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총리는 19일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법안과 자신의 주장을 담은 문서를 영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 발레학교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재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 BBC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당국이 조사한 결과 빈 국립오페라극장 산하 학교인 빈 스테이트 오페라는 연습 중인 어린 학생들의 이름과 옷 사이즈를 함께 불렀다. 몸무게를 줄이라는 압박을 주기 위해서다.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흡연을 하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키다가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71년 설립된 이 발레학교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발레 교육기관으로 통한다. 발레 유망주로 꼽히는 10∼18세 학생 100명 이상이 매년 유럽 전역에서 모여 발레 수업을 받는다. 이곳 졸업생들이 런던 로열 발레단, 뉴욕 아메리칸 발레극장 등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단에 들어가 명성이 높다. 그러나 앞선 4월 이 학교에서는 교육을 명목으로 연습 중 발톱이 빠지거나 피가 나도 ‘근성으로 그냥 계속하라’고 강요하는 등 학대에 가까운 19세기 훈련 스타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동작을 실수하면 머리카락을 잡아채거나 때리는 등 수시로 구타가 일어난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이 학교 학생들이 피 흘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된 것은 물론이고 일부 학생은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오스트리아 문화부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해당 학교는 “이미 학생들의 공연 횟수를 줄이고 있으며 내부 검토 후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추가 조사 등 학생들의 피해를 모두 밝히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5일 시작된 연금 개편 저지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13일째 교통과 물류가 마비된 가운데 적정 정년에 대한 논쟁도 거세다.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개편안의 일부 내용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노조는 17일 연금 개편 저지 결의대회를 전국 곳곳에서 개최했다.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연금 개편의 핵심은 현행 62세인 정년을 64세로 올리는 데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자동적으로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져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정년을 늦추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정년과 연금 수급 연령을 현행 남성 60세, 여성 55세에서 각각 65세와 63세로 올리려다가 반발이 커지자 여성만 60세로 늦추기로 했다. 호주 정부도 2015년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지만 4년간 사회적 갈등만 커지자 결국 지난해 포기했다. 정년 연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 사례도 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저출산으로 인한 만성적 구인난이 워낙 심한 데다 장수 국가의 특성상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큰 사회 갈등 없이 마무리됐다. 싱가포르도 올해 8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5세로 높이기로 했다. 역시 정부가 고령 노동력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은 덕에 비교적 반발이 적었다. 영국은 나이를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는 취지로 2011년 아예 정년을 없앴다. 연금 개편으로 인한 프랑스의 갈등 및 파업 장기화도 향후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시기를 정부와 노조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랑스 연금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해 ‘미스터 연금’으로 불리던 장폴 들르부아 연금개혁위원장은 16일 사임했다. 그는 연금위원장에 취임한 2017년 이후 총 13개의 민간직에서 약 12만3000유로(약 1억6000만 원)의 부수입을 얻고도 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마크롱 정권은 들르부아 위원장의 사임과 상관없이 연금 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5일 시작된 연금개편 저지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13일째 교통과 물류가 마비된 가운데 적정 정년에 대한 논쟁도 거세다. 프랑스 정부가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개편안의 일부 내용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프랑스 주요 노조는 17일 연금개편 저지 결의대회를 전국 곳곳에서 개최했다.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연금개편의 핵심은 현행 62세인 정년을 64세로 올리는 데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자동적으로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져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정년을 늦추려는 정부와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정년과 연금수급 연령을 현행 남성 60세, 여성 55세에서 각각 65세와 63세로 올리려다가 반발이 커지자 여성만 60세로 늦추기로 했다. 호주 정부도 2015년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했지만 4년간 사회적 갈등만 커지자 결국 지난해 포기했다. 정년 연장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된 사례도 있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였다. 저출산으로 인한 만성적 구인난이 워낙 심한 데다 장수 국가의 특성상 더 일하고 싶어 하는 고령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큰 사회 갈등 없이 마무리됐다. 싱가포르도 올해 8월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5세로 높이기로 했다. 역시 정부가 고령 노동력의 활용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은 덕에 비교적 반발이 적었다. 영국은 나이를 이유로 퇴직시키는 것은 차별이라는 취지하에 2011년 아예 정년을 없앴다. 연금 개편으로 인한 프랑스의 갈등 및 파업 장기화도 향후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시기를 정부와 노조가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랑스 연금 개편 작업을 진두지휘해 ‘미스터 연금’으로 불리던 장폴 들르부아 연금개혁위원장은 16일 사임했다. 그는 연금위원장에 취임한 2017년 이후에도 총 13개의 민간직에서 약 12만3000유로(약 1억6000만 원)의 부수입을 얻고도 이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마크롱 정권은 들르부아 위원장의 사임과 상관없이 연금 개혁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12일 영국 조기총선에서 84년 만에 최대 패배를 당한 제1야당 노동당이 새 대표 선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70대 남성인 제러미 코빈 대표(70)와 차별점이 뚜렷한 3040 여성 의원들이 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00년 창당한 노동당은 ‘보수의 거두’ 마거릿 대처 전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등을 배출한 집권 보수당과 달리 119년 동안 여성 대표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당 대변인 출신인 노동당 예비내각의 리베카 롱베일리 기업부 장관(40)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노동당의 녹색 일자리 정책을 주도했으며 코빈 대표와도 가깝다. 다만 코빈 대표와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수당 저격수’로 통하는 제스 필립스 의원(38),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리사 낸디 의원(40), 10대 임신으로 학교를 조기 중퇴한 후 보모 등을 거쳐 정계에 진출한 입지전적 인물인 앤절라 레이너 예비내각 교육부 장관(39), 이베트 쿠퍼 의원(50), 에밀리 손베리 예비내각 외교장관(59)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다이앤 애벗 예비내각 노동부 장관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 후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체 당선자 203명의 절반이 넘는 104명의 여성 당선자도 배출했다. 노동당은 이번 주 대표 경선에 관한 절차를 결정한 후 내년 1월 7일 새 지도부 선거를 시작한다. 새 대표는 충격적 패배에 빠진 노동당을 재건할 임무를 짊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은 12일 총선에서 전체 650석 중 203석을 얻는 데 그쳐 154석을 얻었던 1935년 총선 이후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코빈 대표의 모호한 태도와 지나친 강경 진보 노선이 총선의 최대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코빈 대표가 당장 사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부의 사퇴 요구가 더 거세다. 코빈 대표는 15일 가디언 기고문에서도 “노동당의 공약은 옳았다”며 자신을 행보를 정당화했다.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정치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그 신뢰에 보답하겠습니다.” 14일 영국 북부 세지필드에서 유권자들 앞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첫마디였다. 12일 총선에서 50여 년간 제1야당 노동당 텃밭이던 북부 지역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인 보수당을 지지한 것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한편으로는 이번 총선에 기성 정치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여론이 반영됐음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보수당 압승 못지않게 눈에 띄는 것은 거물급 정치인들의 줄 이은 낙선이다. 49년간 의원직을 이어온 데니스 스키너 노동당 의원은 역대 최장 기간 의원직 유지 기록을 코앞에 두고 낙선했다. 고용연금장관, 법무장관 등을 역임한 데이비드 고크 의원과 검찰총장 출신 도미닉 그리브 의원 등 굵직한 중진도 낙선했다. 자유민주당 최초 여성 대표인 조 스윈슨과 보수당과 연정을 이뤘던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 나이절 도즈 하원 원내대표마저 낙선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피로감에 더해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이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브렉시트 찬반 여론이나 총선 직전 여야 지지율 격치는 5∼12% 정도로 의석수만큼 차이가 크지 않았다. 결국 거물 정치인 낙마나 ‘붉은 벽(red wall)’으로 불리던 노동당 텃밭에서 보수당이 승리한 것은 기성 정치를 바꾸려는 유권자의 ‘변화’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에서 역대 최대인 여성 의원 220명(전체의 3분의 1)이 하원에 입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선거로 내년 1월 31일 브렉시트 시행은 사실상 확정됐지만 영국이 완전히 EU를 떠나는 과정에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보수당은 이달 23일 전 브렉시트 합의안을 새 의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1월 말 브렉시트가 발효돼도 영국과 EU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전환기’를 두고 자유무역협정(FTA), 이민 문제, 안보 등 미래 관계에 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11개월 내 협상을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총선 후 EU 정상들은 협상이 영국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제 영국은 경쟁자”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영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 접근하려면 EU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간 가디언은 “EU가 전환기를 2020년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존슨 총리 역시 브렉시트 연착륙을 위해 전환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59석 가운데 48석을 얻어 독립을 추진할 기반을 마련한 것도 영국에는 과제로 떠올랐다.런던=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