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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여러분. 현재 선별진료소가 매우 붐빕니다. 잠시 뒤 검사받으러 오시기 바랍니다.”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에선 다급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빌딩 앞 선별진료소는 순식간에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 건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다. 주민 양모 씨(33)는 “너무 겁이 나 마스크에 일회용 장갑까지 끼고 검사 받으러 왔다”며 초조해했다. 서울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터졌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금융·보험 관련 콜센터에서 대거 86명(10일 오후 11시 기준)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경북 지역을 빼면 최대의 집단 감염이자 대규모 직장 내 감염이다. 확진자들은 서울(56명)과 인천(15명) 경기(15명) 등 수도권 전역에 거주하고 있다. 주로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1호선 구로역 등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해 왔다. 게다가 30∼50대 여성이 대부분인 콜센터 직원들은 가족 등에게 2, 3차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수도권 집단 감염의 발화점이 되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콜센터는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7∼9층과 11층을 사용한다. 1층에 커피숍, 2∼4층에 웨딩홀이 있고, 13∼19층 오피스텔엔 140가구가 거주하는 건물이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상당히 많다. 현재까지 확진자는 모두 콜센터 11층에서 나왔다. 방역 당국은 1∼12층을 폐쇄하고 11층에서 근무했던 직원 148명과 교육생 59명 등 207명에 대한 검체 검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콜센터는 7∼9층 근무 인원 550명까지 합하면 750명이 넘는다. 현장에 가보니 콜센터 사무실에서 직원들은 너비가 1m 정도인 책상에 앉아 근무해왔다. 5개 정도씩 가로로 붙어 있고 각각 마주보는 구조라 대략 10명이 한 파티션을 이룬다. 의자 간격은 1m 정도였다. 자리마다 대부분 칸막이가 있지만, 없는 자리도 여러 곳 있었다. 콜센터 직원 A 씨는 “감기가 유행할 때 동료 직원들에게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직원들에게 2번에 걸쳐 모두 마스크 10장씩 배부했다. 근무할 때도 착용을 권고했으며 곳곳에 손 소독제도 비치했다. 하지만 하루 많게는 70통까지 전화를 받는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이 불편했다고 한다. A 씨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 직원이 꽤 됐다”고 했다. 직원 B 씨도 “업무에 따라 직원끼리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도 불가능했다고 한다. 다른 은행 콜센터에서 2년간 근무했던 C 씨는 “콜센터는 고객 정보를 다루는 곳이라 개인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다. 재택근무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 가족이나 대중교통으로 무차별 감염 우려도 10일까지 확인된 확진자 동선에는 대형마트나 지하철 환승역 등 다중이용시설이 다수 포함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콜센터 직원은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구로구에 거주하는 확진자는 대중사우나를 이용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한 확진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콜센터가 있는 빌딩은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도보 7분,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도보 12분 거리에 있다.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 D 씨는 노원구 자택에서 구로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구로역은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 내리고 탄다. 신도림역은 하루 약 11만8000명이 이용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콜센터는) 4일경 환자가 증상이 처음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8일 노원구에 거주하는 콜센터 직원이 처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아직 어디서부터 감염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했다.전채은 chan2@donga.com·김하경·이청아 기자}
8일 오후 서울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일가족 4명이 다급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근 일본 소재 기업에 취업한 20대 여성 A 씨가 출국하는 길에 가족들이 배웅을 나온 것이다. 당초 A 씨는 15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급하게 8일로 출국을 앞당겼다고 한다. A 씨는 “오늘(8일) 일본 입국자까지는 격리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부모님과 남동생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일본 정부가 9일부터 한국에 대한 비자 면제를 중지하고 기존 발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5일 발표하자 한국 정부도 일본인에 대한 비자 면제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양국 국민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에 8일 한일 양국의 공항은 ‘막차’를 타려는 승객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김포공항에서는 일본행 승객들이 크게 줄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날 취재진이 김포공항에서 만난 탑승객 8팀은 모두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출국을 앞당긴 승객들이었다. 일본 취업자와 유학생, 주재원 등 일본을 찾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일본 입국이 어려워지기 전에 급하게 티켓을 변경했다”고 했다. 일본 가나가와대 유학생 김모 씨(24)는 “4월 개학을 앞두고 나리타공항을 이용해 입국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와 너무 멀다”며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라고 하니 사실상 9일 이후에는 오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다가 일찍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 조카와 아쉬운 작별을 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정모 씨(51)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때문에 가족끼리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짜증스럽다”고 했다. 일본 하네다공항도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3층 출국장에서 만난 정유림 씨는 “엄마를 보러 온 딸이 23시간 만에 돌아가는 황당한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9일부터 하네다공항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지고, 나리타공항에서 출국하려 해도 티켓 가격이 2배로 뛰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9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안 되기 때문에 출국 일정을 일주일 앞당겼다는 일본인 대학생 사토 겐타로 씨도 “이웃 나라인데 갑자기 이렇게 통행이 불편해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일본 정부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강화를 측근에 지시한 것은 발표 하루 전인 4일 오전이었다. 국토교통성은 6일이 돼서야 각 항공사에 한국,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나리타와 간사이공항을 이용토록 운항 계획 변경을 요청했다. 일본 대학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학생지원기구에 따르면 일본 대학에 유학 중인 한국인은 1만7000여 명. 대학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4월 1일 이후 일본에 건너오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일본 대학의 개학은 4월 첫 주. 만약 일본 정부가 대책을 연장한다면 개학 날짜, 등록금과 기숙사 문제 등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전채은 / 김포=이청아 기자}
“집사람 좀 살려주세요!” 지난달 29일 대구 수성구의 한 내과 의원으로 중년 남성이 뛰어들었다. 남성은 식은땀을 흘리는 부인을 등에 업고 있었다. 한데 남성은 병원을 찾아 1시간을 헤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들이 문을 닫아서였다. 박언휘 원장(65·여)은 그날 “병원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원장도 휴업을 고민했다. 가족은 출근을 말렸고, 병원 적자도 뻔했다. 한 환자에게 “열이 나니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했다가 고발도 당했다. 박 원장은 “그래도 환자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넘게 써서 너덜너덜해진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심각한 의료 공백에 빠질 위기에 처한 대구에서 피해를 감수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대구의 ‘동네 의원’들이 있다. 수성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은용 원장(50)과 정은정 원장(48·여) 부부는 지난달 20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 하지만 둘은 병원을 닫을 생각이 없다. 김 원장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지 못해 우리 병원에 온다”며 “코로나19와 싸우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중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제석준 원장(52)도 같은 마음이다. 제 원장은 지난달 27일 휴업을 준비했다. 그때 고혈압 환자 3명이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며칠째 치료약이 없다며 처방전을 요청했다. 제 원장은 “몇 번씩 허리를 숙이던 환자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의사들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전경숙 원장(51·여)은 “미열이 있다는 산모에게 ‘다음에 오라’고 한 적이 있다”며 “누군가를 치료하려고 다른 누군가를 돌려보내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확진자를 진료했다가 2주 동안 격리됐던 조창식 원장(52)도 “일부러 방역복을 구했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했다. 식당들이 문을 닫으며 동네 의사들은 식사 해결도 어려워졌다. 환자들이 의사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한 일도 있었다. 3일 수성구의 한 내과는 80대 여성 환자가 직접 마련한 도시락을 싸왔다. 병원 관계자는 “2주 동안 라면으로 때웠는데 이런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
“직접 못 가서 미안합니다….” 지난달 26일 손창용 씨(54)는 대구시의사회에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화가 끝난 뒤 의사회 후원 계좌엔 300만 원이 입금됐다. 손 씨의 지난달 수입 대부분이었다. 의사인 손 씨는 대구에서 20년째 화상 환자를 진료해왔다.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 명씩 늘자 손 씨도 의료 봉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심장병 탓에 나설 수 없어 대신 의사회에 돈을 보냈다. 손 씨는 “동료 의사들의 고생을 차마 두고 보기 힘들다. 마스크나 보호 장비 구입 비용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전국 곳곳에서 불안과 근심이 만연하고 있지만, 위기를 이겨내려는 시민들의 노력도 멈추지 않고 있다. 감염병 여파로 일부 공공기관까지 문을 닫자 복지 공백을 메우려 직접 봉사에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힘을 모아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민들은 코로나19 전담치료병원인 서울시립서남병원에 130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주민 130명이 1인당 1만 원씩 냈다. 중고교생들도 “의사 선생님께 마스크를 사주세요”라며 용돈을 선뜻 내놓았다. 모금을 진행한 이선미 씨(49·여)는 “많은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의료진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양천구의 청년 행복주택 입주민들도 돈을 모아 서남병원에 생수, 물휴지 등을 보냈다. 충남 천안 서북구청엔 지난달 28일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탠다”는 익명의 편지와 현금 5만 원이 담긴 봉투가 전해졌다. 대구 서구보건소에도 1일 “고생하시는 분들이 끼니를 거를까 봐…”란 글과 함께 도넛 한 박스가 도착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대구의료원 주차장은 전국에서 보낸 구호물품이 가득 쌓여 있다.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 음료수 등이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이 현금 기부를 받지 않자 시민들이 물품을 보냈다”며 “병원 창고가 꽉 차서 주차장에 일부를 보관할 정도”라고 했다. 대구 북구 칠성야시장 상인들도 지난달 29일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구의료원에 도시락 200인분을 보냈다. 상인 김수찬 씨(40)는 “코로나19 여파로 하루 수입이 전혀 없지만 앞으로도 최소 다섯 번은 도시락을 보내겠다”며 “대구시민들이 그간 상인들을 도와줬듯 우리도 의료진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모은 특별 성금은 2일 현재 약 270억 원이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성금 모금은 일주일 만에 200억 원이 넘었다.○ 봉사에 나선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거나 일손이 부족한 공공기관을 대신해 취약계층 돕기 등에 나선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 임남훈 씨(29)는 최근 일주일에 3번씩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노인 복지시설 여러 곳이 문을 닫자 임 씨를 비롯한 자원봉사자 5명이 나섰다. 이들은 마스크 여러 장을 겹쳐 쓰고는 홀몸노인 83명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한다. 임 씨는 “하루는 한 어르신이 고맙다며 손에 요구르트를 말없이 쥐여줬다”며 “그럴 때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함께 이겨낼 수 있단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 동네 공공시설과 시장 등을 자원해서 방역하는 시민들도 있다. 종로구에 사는 전승철 씨(55)는 매주 2번씩 사직동 일대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을 소독하고 있다. 전 씨를 포함해 70여 명이나 ‘방역 봉사’를 자처했다. 전 씨는 “내 이웃과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동네를 소독하겠다”고 했다. 자원봉사 의료진 16명이 묵는 대구의 한 숙박업소 사장인 허영철 씨(51)는 “시민들이 매일같이 식품과 후원금을 보내온다”며 “한 익명의 시민이 홍삼 2박스와 함께 ‘여러분이 진정한 영웅이다’라는 글을 보내온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청아 clearlee@donga.com·김태성·고도예 기자}
“현지인들은 우릴 ‘코리아’가 아니라 ‘코로나’라고 불렀어요.” 25일 오후 3시 강모 씨(48)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게이트를 빠져나가며 짧게 말했다. 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강 씨는 9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 씨가 여행하던 중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호텔은 “한국인은 묵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해 버렸다. 강 씨는 결국 숙소를 찾지 못해 전세버스 안에서 하루를 지냈다. 가까스로 숙소를 구한 뒤엔 방 안에서만 지냈다. 강 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객 400여 명이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운항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면서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지 사흘 만이다. 입국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22일부터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천주교 신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현지에 알려진 뒤였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하루 종일 호텔 방에만 머물러야 했다. 호텔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방 밖에 나갔다가 호텔 관계자들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70대 여성 이선자 씨는 “방 안에만 있는 게 하도 답답해 잠시 운동이나 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며 “호텔 직원이 쫓아와서 방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했다. 유현숙 씨는 “호텔 직원들은 한국인을 보면 도망치듯 피했다”며 “직원들이 하루 세 끼 도시락을 줄 때도 방 밖에서 던지듯 주고 갔다”고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날 공항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지를 적어 당국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12일 한국 정부의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 교민들처럼 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높게 판단해서 입국 금지 등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입국한 한국인들을 특별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남아 있는 한국인 500여 명을 돌려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예 yea@donga.com / 인천=이청아 기자}
“호텔을 못 구해서 노숙했어요.” 25일 오후 3시 강모 씨(48)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게이트를 빠져 나가며 짧게 말했다. 이달 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강 씨는 열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 씨가 여행하던 도중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호텔은 “한국인은 묵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A 씨는 결국 숙소를 찾지 못해 전세버스 안에서 하루를 지냈다. 가까스로 숙소를 구한 뒤엔 방 안에서만 지냈다.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객 400여 명이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운항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면서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지 사흘 만이다. 입국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22일부터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천주교 신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현지에 알려진 뒤였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하루 종일 호텔 방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호텔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방 밖에 나갔다가 호텔 관계자들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70대 여성 이선자 씨는 “방 안에만 있는 게 하도 답답해 잠시 운동이나 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며 “호텔 직원이 쫓아와서 방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했다. 유현숙 씨는 “호텔 직원들은 한국인을 보면 도망치듯 피했다”며 “직원들이 하루 세 끼 도시락을 줄 때도 방 밖에서 던지듯 주고 갔다”고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날 공항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지를 적어 당국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12일에 한국 정부의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 교민들처럼 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높게 판단해서 입국 금지 등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입국한 한국인들을 특별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남아있는 한국인 500여 명도 돌려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추가 투입할지 검토하고 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인천=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4일 오후 1시경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빠져나온 대전 목원대 중국인 유학생 11명은 14번 출구 앞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이날부터 기숙사에 들어갈 중국인 학생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학교가 공항에서 직접 태워가기로 했다. 방호복 등을 갖춘 교직원 2명은 입국장에서부터 학생들을 신중하게 인솔했다. 학생들의 여행가방과 겉옷에는 연신 분사식 소독제도 뿌렸다. 바로 옆에서도 방호복을 입은 충북대 교직원들이 무척 분주했다. 중국 산둥성에서 온 중국인 유학생 10여 명의 체온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었다. 충북대 관계자는 “학생이 ‘정상 체온’이 아니면 버스에 태우지 않는다”며 “검사를 통과한 학생들은 바로 기숙사로 데려가 2주 동안 격리한다”고 했다. 개강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 1만여 명이 24일 본격적으로 입국하기 시작했다. 이들에 대한 관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에 최대 고비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들은 공항과 학교를 잇는 셔틀버스를 마련하고 교내에 간이 진료실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용인시에 있는 단국대 죽전캠퍼스 웅비홀 기숙사. 오후 2시 반경 중국인 유학생 9명을 태운 버스가 기숙사에 도착했다. 이들이 2주간 격리 생활할 기숙사 입구엔 특수 제작한 철제 방호벽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 교직원 3명 역시 모두 방호복을 차려입었다. 교직원들은 적외선 온도측정기로 유학생을 한 명씩 체크한 뒤 기숙사에 들여보냈다. 중국인 유학생이 2949명(지난해 4월 기준)인 한양대는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주차장에 이동식 카라반 10실을 설치했다. 24∼26일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 800여 명 가운데 발열 증세를 보이면 코로나19 검진 뒤 임시 격리한다. 다른 대학 역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전북 지역 10개 대학도 인천공항에서 중국인 유학생 2102명을 태워 올 차량을 별도로 마련해뒀다. 인하대는 이번 주 대거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이송하기 위해 인천시가 지원하는 콜밴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구경북에선 중국인 유학생의 휴학 신청과 입학 취소가 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4일 오전 기준 225명이 휴학하거나 입학을 취소했다. 특히 23일 정부가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뒤 각 대학들엔 휴학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24일 대구 경북대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한국인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대는 “확진자 학생은 16일 이미 기숙사에서 퇴소했지만, 안전 차원에서 기숙사를 방역한 뒤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북 경산시 영남대의 여학생 기숙사에서도 학생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기숙사 방역 및 폐쇄에 들어갔다. 경북도 관계자는 “그나마 안전하다 여겼던 대학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등 학내 방역망도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고 했다.인천=이청아 clearlee@donga.com / 이소연 / 대구=명민준 기자}
사상자 48명이 발생한 전북 남원시 순천∼완주 고속도로 추돌사고는 대형 화물차가 얼어붙은 도로에서 넘어지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뒤따라온 운전자들이 차량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지 않아 연쇄 추돌이 일어나는 등 안전수칙 미준수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1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화물트럭 운전자 A 씨는 전날 낮 12시 23분경 사매2터널 앞에서 앞서가던 장갑차를 실은 트레일러를 들이받았고 두 차량은 터널 안에서 정차했다. 이후 차량 여러 대가 사고 현장에 멈췄고 뒤따르던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와 곡물 운반 차량 등이 이를 잇달아 들이받으면서 사고가 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서가던 차량이 감속해 엔진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이려고 했다”며 “그러나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트레일러에 실린 차량 위로 올라가 끌려가다가 조향이 불가능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렸을 가능성” 경찰은 화물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겨 운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운전자가 터널 안에서 정차한 차량들을 보고 급히 정차하려고 했는데, 달리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추돌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적재중량 1.5t 이상의 화물차는 고속도로에서 일반 차량(시속 100km)보다 낮은 시속 8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 도로가 얼어붙거나 눈이 20mm 이상 쌓이면 속도를 더 줄여 시속 40km 미만으로 주행해야 한다. 대설특보로 많은 눈이 내리고 추운 날씨로 터널 안 도로가 얼면서 차량들이 미끄러진 것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사고 발생 30여 분 전인 17일 오전 11시 56분경 사매2터널에서 제설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제설 작업을 마친 도로에는 최소 1시간 동안은 결빙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공사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눈 때문에 얼어붙어 탱크로리 운전자가 미끄러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의 폐쇄회로(CC)TV를 보면 탱크로리가 넘어진 뒤에도 차량 20여 대가 잇따라 추돌했다. 운전자들이 대부분 안전거리를 충분하게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터널 앞 교통정보 전광판 없어 사매2터널 입구에는 터널 내부 상황을 알릴 교통정보전광판(VMS)이 없다. 북남원 나들목(IC)부터 오수 나들목을 잇는 사매1∼4터널은 길이 4.4km에 이른다. VMS는 사매1터널 앞에만 설치돼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17일 낮 12시 33분 사매1터널 앞의 전광판에 ‘사매2터널 화재사고 북남원 IC 이용 바람’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하지만 이미 사매1터널 안으로 들어간 운전자들은 2터널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터널 안엔 추돌사고로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를 바깥으로 빼줄 환기시설도 없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관리지침에 따르면 길이 1km를 넘는 터널에 대해서만 소화전이나 환기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사매2터널은 길이가 726m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질산을 실은 탱크로리가 옆으로 넘어진 뒤 유독물질이 흘러나와서 운전자들이 질식했다”며 “환기시설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8일 오후 터널에 넘어진 화물차량 아래에서 불에 탄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날부터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탱크로리와 화물차 주변에서 나왔다.고도예 yea@donga.com / 남원=박영민 / 이청아 기자}
16일 오후 1시 반경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은 무거운 공기가 주위를 짓눌렀다. 15일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북단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은 유재국 경위(39·사진)의 빈소가 차려졌기 때문이다. 언제 찍었는지 모르는 영정 사진 속 유 경위는 참 앳된 얼굴이었다. 순직 당시 경사였던 그는 16일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12분경 고인은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고 있었다. 당시 한강은 거센 물살에 흙탕물로 혼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 경위는 주저 없이 잠수복을 입고 공기통을 맨 채 물속에 몸을 던졌다.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유 경위는 이날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애를 먹다가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버렸다.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가 출동해 유 경위를 구조했다. 심폐소생술(CPR) 조치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유 경위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16일 유 경위의 빈소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경찰관 4명이 줄곧 자리를 지켰다. 위로를 전하러 온 동료들의 포옹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는 이도 있었다. 동료들은 유 경위가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한 베테랑”이라며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경찰 관계자는 “(유 경위) 부인이 임신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 경위는 2017년 7월부터 한강경찰대에서 근무해왔다. 한강경찰대 소속 A 씨는 “현장 출동 경험이 많아 동료들이 믿고 의지했다”며 “잠수나 수영 등을 동료와 후배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동료 B 씨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휴일에도 쉬지 않고 뭔가를 배웠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날 빈소에는 유 경위 지인인 한강카약클럽 소속 김일준 씨(39)도 조문했다. 김 씨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제대로 된 영정 사진 한 장도 없는 젊은 사람이 왜 이렇게 빨리 가냐”며 울먹였다. 유 경위와 김 씨가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지구에서 카약을 타던 김 씨는 한 남성의 투신을 목격했다. 112에 신고하자 2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정 한 대가 나타났다고 한다. 당시 그 배에 유 경위가 타고 있었다. 강물이 손에만 닿아도 피부가 벌게질 정도로 추웠지만 유 경위는 망설임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투신 남성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김 씨는 “그렇게 살신성인하는 경찰을 두 눈으로 본 건 처음이었다. 유 경위 같은 경찰 덕에 세상이 그리 절망스럽지만은 않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 경위가 몸담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 등 4개 치안센터로 나뉘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약 41.5km의 물길을 지킨다. 여기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식사를 하다가도 무전 소리가 울리면 곧장 튀어나간다고 한다. 한강경찰대 관계자는 “생명이 걸린 일이라 1초라도 늦으면 안 된다. 항상 초긴장 상태로 일한다”고 했다. 2007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유 경위는 서울 용산경찰서 등을 거친 뒤 한강경찰대로 옮겨와 해마다 수십 명씩 목숨을 구해왔다. 최우수 실적 수상안전요원으로 꼽혀 서울지방경찰청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16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은 고인에게 옥조 근정훈장과 경찰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장례는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거행한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이청아 기자}
3차 중국 우한 교민의 도착을 하루 앞둔 11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합동군사대 국방어학원 앞은 차분하고 한산했다. 입구에 선 공중전화박스 크기의 무균소독기 2대와 ‘방문객은 필히 소독실을 경유하십시오’란 경고 문구가 이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교민 격리 장소로 정해졌음을 넌지시 일깨웠다. 주변을 돌아보니 벌써부터 여러 현수막이 내걸렸다. 모두 교민을 따듯하게 맞이하겠단 내용이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 씨(56)는 “직원 5명과 함께 ‘우한 교민 여러분, 환영합니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며 “여기 오는 교민들을 안심시키고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국방어학원 인근 마을도 평상시와 큰 차이가 없었다. 1, 2차 우한 교민 격리시설을 운영하는 아산시와 진천군 초기처럼 강한 반발은 접하기 어려웠다. 아침부터 방역차들이 주변 방역에 나서자, 한 행인은 “다들 건강하고 무사하자”며 응원을 보내고 지나갔다. 국방어학원 앞에 환영 현수막을 건 주민 이모 씨(45)도 마찬가지였다. 이 씨는 “증세가 없는 교민들만 이송해 격리 상태로 지낸다고 들었다. 그들도 고충이 많을 것”이라며 “지인들에게 현수막을 걸 거라 했더니 다들 ‘잘했다’며 격려했다”고 말했다. 아쉬움을 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부분 교민들이 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정부가 선정 전후에 소통이 부족했단 지적이었다. 뭣보다 10일 선정 발표 직후 열렸던 주민설명회가 다소 형식적이었다고 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설명회는 이날 오전 11시경 격리시설이 발표되고 5시간 뒤인 오후 4시경 인근 마을회관에서 열렸다. 주민 신현복 씨(73)는 “여기도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많다. 평일 낮이라 주민은 10명 정도밖에 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종환 씨(71)는 “정부도 고심과 계획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도 설명만 길게 하고 질문은 딱 2명만 받은 건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이천=이청아 clearlee@donga.com / 전채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번째 확진자가 처음 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을 때 의료진과 보건당국이 의심 환자로 판단하고도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채 돌려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소를 나간 확진자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시민 7명과 접촉했다. 10일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시흥시보건소에 따르면 25번째 확진자인 A 씨(73·여)는 7일 오전 9시 8분 경기 시흥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다. 26번째 확진자인 아들 B 씨(52)도 동행했다.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A 씨 목 안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이후 선별진료소는 시흥시보건소로 연락해 A 씨 검체를 어느 기관에 맡겨야 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보건소는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A 씨는 2주 안에 중국을 방문하지도, 확진자와 접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진료소를 찾은 7일부터 A 씨 같은 환자도 의심 환자로 보고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바꿨다. 시흥시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대상을 확대한 첫날이라 어떤 기관에서 검체 검사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보건소와 진료소가 검사 가능한 기관을 찾는 동안, A 씨와 아들은 “검사 받을 대형병원을 찾았으니 그리 가겠다”고 했다. 보건소와 진료소는 A 씨 말을 믿고 돌려보냈다. 보건소는 A 씨가 의심 환자란 사실도 질본에 알리지 않았다. 질본이 7일 시행한 ‘신종 코로나 대응 지침’대로라면 의심 환자를 처음 알게 된 시흥보건소는 질본 긴급상황실에 곧장 알려야 했다. 병원을 나온 A 씨와 아들은 오전 10시 44분 인근 대형 슈퍼마켓인 ‘엘마트 시흥점’에서 장을 보며 직원 3명, 고객 4명과 접촉했다. 이후 집에 간 A 씨는 이튿날인 8일 오후 2시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다시 찾았다. A 씨는 9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됐다. 27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의 중국인 며느리 C 씨(38)도 귀국 닷새 만인 이달 5일 열이 나 신천연합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았지만 검사를 받지 못했다. 당시 기준을 보면 14일 안에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한 사람만 검사 대상이었다. 광저우 등을 방문했던 C 씨는 입국 뒤 줄곧 자택인 시흥시 아파트에 머물렀다. C 씨는 9일 오전 시어머니 A 씨가 확진자로 분류된 뒤 그날 오후 검사를 받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시흥=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방역 다시 해요! 같은 아파트 사는 다른 주민들은 죽으라는 겁니까?” 9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시흥시 매화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은 한 60대 남성 입주민이 고함을 질렀다. 곧이어 마스크를 쓴 입주민 다섯 명이 사무소 유리문을 열고 뛰어들었다.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이 아파트 사는 할머니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게 맞느냐”고 물었다. 아파트 159가구와 관리사무소를 연결하는 전화기도 끊임없이 울렸다. 이 아파트는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25∼27번째 확진자로 판정된 A 씨(73·여) 일가족 3명이 사는 곳이다. 보건당국은 이날 오전 A 씨 집이 있는 층과 엘리베이터, 계단을 방역했다. 그런데 주민들이 “아파트 동 전체를 충분히 방역해 달라”며 항의하고 나섰다. 보건당국은 A 씨가 올 1월 31일 중국 광둥성에서 귀국한 아들 부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옮았다고 보고 있다. 광둥성은 중국에서 후베이성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이다. 아직 가족 세 명의 구체적인 동선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선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시흥 시내 곳곳에선 방역 작업이 이뤄졌다. A 씨 가족이 바이러스 잠복기에 방문한 시흥시 은행동 대형 슈퍼마켓은 이날 오후 방호복을 입은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건물 안을 소독했다. A 씨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두 차례 방문한 시흥시 한 종합병원 선별진료소도 당국의 방역 대상에 포함됐다. 시흥시는 A 씨 집 인근 공중 화장실과 버스정류장, 동 주민센터 등도 소독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A 씨 일가족이 사는 아파트 반경 1.5km 안 약국과 편의점에선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매화동 한 편의점 사장인 B 씨는 “오전부터 찾아온 주민 여러 명이 마스크가 없어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고 했다. 매화동 한 아파트 주민 C 씨는 “주변 편의점과 약국은 마스크가 다 품절이라 다른 동네에 차를 몰고 가 겨우 사왔다”고 했다. A 씨 일가족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시설들도 이날 잇따라 휴업했다. 시흥시는 어린이집 465곳과 지역아동센터 50곳, 돌봄나눔센터 12곳 등 총 517곳의 시설에 이달 16일까지 운영을 중단하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이 일가족이 어린이집을 오갔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휴업하라고 권고했다”고 했다. A 씨 집에서 800m 떨어진 매화고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내달 2일까지 휴교하겠다고 알렸다. 매화고는 10∼13일 학생들을 등교시켜 ‘종업식’을 할 계획이었다가 행사를 취소했다.고도예 yea@donga.com / 시흥=이청아 기자}
“갑자기 나오느라 코트도 제대로 못 입었네요.” 6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GS홈쇼핑 본사 정문을 통해 직원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왔다. 업무를 보던 도중에 급히 빠져나오느라 겉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거나, 책과 노트 여러 권을 가방에 넣지 못한 채 양손에 들고 나오는 직원들도 있었다. 직원 A 씨(25)는 “아침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빨리 퇴근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전날 직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질병관리본부는 GS홈쇼핑 직원 B 씨(41·여)가 신종 코로나 국내 20번째 확진환자로 판정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GS홈쇼핑은 이날 오후 1시경 사옥을 폐쇄했다. GS홈쇼핑에 따르면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B 씨는 같은 지역에 사는 15번째 확진자 C 씨(43)와 가족이다. C 씨는 중국 우한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31일 B 씨는 회사에 “우한을 다녀온 가족과 접촉했는데 불안하다”고 알린 뒤 자가 격리됐다. 회사는 B 씨와 같은 팀에 속한 직원 8명에 대해 14일간 재택근무와 유급휴가 조치를 내렸다. 이후 B 씨는 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3일 만인 5일에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는 5일 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회사에 알렸다. GS홈쇼핑은 6일 오전 8시경 간부급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사옥 폐쇄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하고 협력사와 방송 편성 계획을 변경했다. 본사 근무 직원들에겐 오후 1시경 안내방송을 통해 “최대한 빨리 퇴근하라”고 알렸다. 본사 건물 2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은 이날 오전 휴원을 결정하고 등원한 어린이들을 전부 집으로 돌려보냈다. 또 전체 직원 마스크 착용, 단체 행사와 직원회의 금지 등 행동수칙을 배포하고 건물 소독을 실시했다. 본사는 8일 오전 6시까지 3일간 문을 닫는다. 이 기간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가게 된다. GS홈쇼핑 방송은 3일간 재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 송출을 위한 최소 인력만 본사에 남았다. 정부가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홈쇼핑 기업이 생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결정한 건 처음이다. 이날 오후 GS홈쇼핑 채널 화면엔 ‘재방송’이란 자막이 떴고, “지금 주문하시면 설 연휴 전에 배송된다”는 쇼호스트의 안내가 흘러나왔다. 지난달 18일 녹화된 화면을 틀어놓은 것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평일 평균 50억 원가량의 매출이 나오는데, 재방 편성으로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직원들 다수가 빠져나온 본사 건물엔 이날 오후 1시 40분경부터 영등포구 소속 방역팀이 나와 건물 두 개동 전 층에 방역 작업을 진행했다. B 씨가 평소 이용했던 지하철 2호선 문래역 인근은 이날 오후 방역을 마쳤다. GS홈쇼핑 건물에서 500m가량 떨어져 있는 문래초등학교는 7일부터 10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이소연 always99@donga.com·이청아·조윤경 기자}
“우리 학원 학생인지 저도 몰라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수학학원의 직원은 4일 수화기에 대고 머뭇거렸다. 이날만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100번째 전화였다. 전날 목동의 한 학부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 옆자리에서 영화를 봤다고 자가 격리된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그 학부모의 자녀들이 이 학원에 다녔느냐는 문의가 끝없이 이어졌다. 실제로 목동 학원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학원 수천 곳이 몰린 이 일대는 서울은 물론 여러 지역 학생들이 모여든다. 시민들은 신종 코로나가 어린 학생들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자가 격리된 학부모 자녀들이 다니던 목동 학원은 모두 6곳이었다. 그중 4곳은 이날 오후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목동 일대 학원 48곳에 이날 휴원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청은 격리 대상인 학부모의 자녀들이 다닌 학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다. 이날 정상 운영한 목동의 다른 학원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목동 학원 8곳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쉴 틈 없이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우리도 어떤 학생이 해당 자녀인지 몰라 답답하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학원마다 결석생도 많았다. 한 대형 어학원은 이날 정원 1000명 가운데 10%가 넘는 학생이 “전염이 걱정된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한 영어학원에는 강의실마다 책상이 5∼15개씩 비어 있었다. 이 학원 특목고 준비반은 결석이 많아 수업을 취소했다. 학부모 김명아 씨(36·여)는 “시민들은 접촉자 자녀가 어느 학원에 다녔는지 알 수 없어 안심하고 학원에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자가 격리된 학부모 자녀가 다닌다는 이유로 휴업한 목운초 인근에서도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옆 목운중도 이날 수업 시간을 단축했다. 2학년 정모 군(15)은 “동네에서 접촉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이 늘었다”며 “기침만 해도 친구들이 놀라서 째려본다”고 했다. 인근 중학교와 시의회 의원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일도 있었다. 목운중은 이날 오전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목운초 학부모는 보건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양천구 등은 이 학부모가 발열 등을 호소하지 않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목운중 관계자는 “시의회 의원이 해당 학부모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줘 긴급하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야 허위 정보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명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김태성 기자}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목운초. 학교 앞은 오가는 사람 한 명도 없이 썰렁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과 데리러 온 학부모로 붐비던 평상시와 완전히 달랐다. 굳게 닫힌 학교 건물 앞에는 ‘방역을 위해 휴교한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목운초는 4일부터 8일까지 수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간 동안 학교 건물 전체를 방역할 계획이다. 학부모 A 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와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중국인 남성(49)이 1일 12번째 확진자로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12번째 확진자가 11일 동안 서울 중구와 강원 강릉시, 경기 수원시, 군포시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러 곳에서 이 남성과 접촉한 사람이 나오고 있다. 목운초에 다니는 자녀를 둔 A 씨는 지난달 26일 경기 부천역 인근에 있는 CGV부천역점에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관람했다. A 씨는 이때 12번째 확진자의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12번 환자는 이 당시 근육통 등 신종 코로나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 A 씨는 자녀가 3명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자녀가 다니던 양천구 목동의 한 어학원도 학부모들에게 “잠시 영업을 중단하겠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목동의 또 다른 수학학원도 같은 이유로 문을 닫았다. A 씨의 막내가 다니던 유치원도 휴업했다. 목동 일대 학원들은 상당수가 목운초 학생들의 등원을 이번 주 금지할 방침이다. 목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학원 전 층을 방역할 것”이라며 “직원을 포함해 원생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목동의 또 다른 어학원도 “휴교령이 해제되는 날까지 목운초 학생들은 학원을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의 자녀들이 여러 입시생이 모이는 목동 지역의 학교와 학원을 오갔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소셜미디어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목동 지역 학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누리꾼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목운초와 목운중은 울타리도 없이 사실상 같은 학교”라며 “목운중도 휴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동의 주부라는 또 다른 누리꾼도 “전국에서 목동의 학원을 오가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데 바이러스가 학생들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질까 우려된다”고 썼다. 12번째 확진자는 군으로도 파장을 퍼뜨렸다. 확진자가 지난달 23일 강원 강릉시의 한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육군 모 부대 소속 최모 일병이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 일병은 휴가 때 부모와 함께 12번째 확진자와 같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같은 날 부대로 복귀했다. 이런 사실은 이달 2일 오후 4시경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최 일병의 부모가 부대로 알리면서 확인됐다. 군은 이에 따라 최 일병을 포함한 생활관 인원 8명을 모두 부대 의무실에 격리시켰다. 최 일병은 곧 음압격리 병상이 있는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간다. 군은 3일 오후 군 중앙역학조사반을 통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고, 최 일병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동료 군인들의 검체는 국군의학연구소에 보낼 예정이다. 이 부대는 전 장병에게 마스크 착용을 지시하고 건물 외부 이동을 금지시켰으며 6일까지 휴가와 외출, 외박 등을 통제하기로 했다.고도예 yea@donga.com·신규진·이청아 기자}
3일 오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중국 상하이행 항공사 카운터에서는 길게 줄을 선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소 중국으로 떠나는 한국인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중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다. 출국장에서 만난 한 여행사 직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항공권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여객기 노선 운항이 잠정 중단되거나 감편돼 국제공항 이용객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9만4985명(출발과 도착 포함)이 다녀간 인천국제공항은 2일 이용객이 17만4485명으로 약 10.5% 줄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오가는 40개 노선에서 하루 평균 3만7104명이 이용했으나 2일 현재 28개 노선, 2만609명으로 줄었다. 3일에는 공항 이용객이 1만8645명으로 떨어졌다. 보건당국 등에 따르면 4일 0시부터 시작되는 ‘후베이(湖北)성 방문 외국인 입국 제한’ 대책에 따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A, F입국장과 제2터미널 A입국장 등 3곳에는 중국 전용 입국장이 설치됐다. 검역 관계자들은 여행객들이 적어 낸 연락처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를 위해 입국장 3곳에 전화기 90여 대가 설치됐다. 이후 승객들은 입국심사를 받는다. 낮 12시 반경 서울 김포국제공항의 중국둥팡항공 카운터는 아예 불이 꺼져 있었다. 매일 낮 12시 상하이행 항공편을 운항하는 중국둥팡항공은 승객이 크게 줄어 이날부터 7일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김포와 베이징을 오가는 중국난팡항공 노선도 8일까지 중단된다. 오후 1시 55분경 베이징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했지만 출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관광 가이드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A 씨는 “예약 취소율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 공항 직원 김모 씨(48)는 “평소 입국장은 항상 중국인으로 북적였다. 요샌 중국어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이청아 기자}
“한국행 비행기가 뜨는 순간 긴장이 탁 풀렸습니다. 악몽이 끝났구나 싶었어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31일 전세기로 귀국한 안모 씨(33)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씨는 이날 충남 아산의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됐다. 이곳에서 2주 동안 감염 증세를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안 씨는 “우한에선 기한 없이 호텔에만 갇혀 있었다”며 “지금은 비록 격리돼 있지만 2주 후 건강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했다.○ ‘안내방송’ ‘통지문’ 활용해 철저히 격리 안 씨를 포함한 한국인 368명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서 전세기로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이 발열 등 감염 의심 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곧바로 병원(국립중앙의료원 14명, 중앙대병원 4명)으로 옮겨졌다.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350명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나뉘어 이동했다. 아산과 진천에 각각 200명과 150명이 남겨졌다. 격리 시설에 입소한 교민들은 사실상 방 안에서 혼자 생활하게 된다. 방마다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방 밖으로 나서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주간 건물 밖을 나갈 수 없는 건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시설에선 상주 지원단과 교민들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안내 방송’을 주로 활용한다. 지원단은 방 앞에 도시락을 갖다 놓고 “도시락이 준비됐다”고 방송으로 안내한다. 교민들이 방문을 열고 나와 도시락을 챙겨 방 안에서 먹는다. 안 씨는 “거의 사람을 만날 일이 없다”며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착륙 후 6시간 ‘긴장’ 속에서 비상수송 작전 이날 오전 6시 5분경 우한을 출발한 전세기는 7시 58분경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교민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 메신저방에서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 순간부터 김포공항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교민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경 방역용 N95 마스크를 쓴 채 전세기 계단을 내려왔다. 당국은 곧장 차량으로 교민들을 김포공항 청사에서 600m 떨어진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이동시켰다. 교민들은 이곳에서 입국 수속을 밟고 검역을 받았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공무원과 경찰관들이 교민들을 안내했다. 센터의 출입구는 봉쇄됐다. 교민들이 이용할 이동식 화장실 차량과 구급차량만 센터 안팎을 오갔다. 정부 당국의 2차례 검역 절차에서 교민 18명이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으로 분류됐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에서 교민 12명이 검역 기준인 37.5도보다 체온이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2차 검역에선 6명이 감염 의심자로 추가됐다.○ “우한 폐렴 옮길라” 침묵의 귀국길 고국으로 돌아온 교민들은 우한 공항에서 격리시설까지 이르는 과정을 ‘침묵의 귀국길’이라고 표현했다. 전날인 30일 오후 9시 우한 공항에 모인 교민들은 공항에 대기하는 8시간 동안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은 입국심사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갖다 뒀다. 당국과 항공사는 승무원과 교민들의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았다. 교민들은 전세기에 탄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소통했다고 한다. 이날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격리된 한 20대 남성 유학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착륙 순간을 떠올리며 “드디어 살았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다”며 “감사한 마음뿐이고 내가 폐가 되지 않도록 격리 생활을 잘 마치겠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이소연 기자}
“굉장히 감격스러웠고, 고국의 하늘이 예뻤습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20대 교민은 자신을 태운 전세기가 31일 서울국제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민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체방에는 ‘고맙다’, ‘고생 많았다’는 메시지가 줄지어 올라왔다. 전세기 탑승객 안종현 씨(33)는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몇 달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벗어나 2주 격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말했다. ● “독방 생활보다 주민들에게 미안함 더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생지인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됐던 한국인 368명이 전세기로 이날 귀국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발열 등 우한 폐렴 의심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상 증세를 보이지 않은 교민 350명은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오전 10시 45분부터 버스 36대를 나눠 타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다. 아산과 진천에 각각 200명과 150명이 격리됐다. 교민들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각 방에는 샤워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딸려 있다. 교민들은 마스크와 체온계, 손세정제, 속옷, 수건, 생수 그림책 등을 지급받았다. 각방에는 TV와 달력, 거울도 비치돼 있다. 2주간 외부로부터 외출은 물론 가족과 면회도 할 수 없다. 식사동 방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고, 방밖을 나설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안 씨는 “2주간 독방 생활이 걱정되지만 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미안함이 더 크다”고 했다.● ‘감염 의심자’ 발견에 긴장감 커져 이날 오전 6시경(한국 시간) 우한시를 출발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7시 58분경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두꺼운 외투 차림의 교민들은 방역용 N95 마스크를 쓴 채 전세기 계단을 내려왔다. 곧장 버스를 타고 자가용 비행기 터미널인 비즈니스항공센터(SGBAC) 인근으로 이동했다. 항공센터 격납고에 마려된 간이 검역소에서 검역을 했다. 정부 당국은 교민을 대상으로 2차례 검역 절차를 진행해 18명을 유증상자(우한 폐렴 증상과 유사한 사람)로 분류했다. 전세기 안에서 이뤄진 1차 검역 과정에서 12명이 발열 증상을 보였다. 간이 검역소에서 진행된 검사에서 6명이 추가됐다. 당국은 이들 18명을 소방 구급차를 이용해 국립중앙의료원(14명)과 중앙대병원(4명)으로 옮겼다. 비즈니스항공센터는 개인용 전세기 이용객들이 입출국하는 시설로 국제선 청사에서 약 800m 떨어져 있다. 경찰은 일반 이용객과 접촉을 막기 위해 교민들이 이동하는 통로마다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찰관이 교민들을 안내했다.● 검역 또 검역, 고된 귀국길 교민들은 한국 시간으로 전날 오후 9시경 공항에 집결했다. 8시간가량 공항을 머무는 동안 침묵이이어졌다. 혹시나 우한 폐렴을 옮길까 교민 가족이나 지인도 서로 조심스러운지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전세기 탑승 후에도 침묵은 계속됐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도 교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국 서류와 생수를 미리 자리에 비치했다. 기내식도 접촉 우려 때문에 준비되지 않았다. 우한 폐렴 감염 우려 때문에 다른 교민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할 때도 말 대신 눈짓, 손짓으로 의사를 소통했다. 전세기가 당초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지그재그로 자리에 앉았다. 정부는 당초 교민 철수 과정에서 기내 감염을 막기 위해 탑승객의 앞, 뒤, 양옆을 모두 띄우고 앉힐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날 운항하기로 했던 전세기가 당초 계획했던 2대에서 1대로 줄면서 교민들은 간격없이 붙어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기에 탑승했던 한 승무원은 “교민이 전세기에 내리며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 뿌듯했다. 교민의 수송에 힘이 되고자 전세기 탑승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25일 가스 폭발로 일가족 6명이 숨진 강원 동해시 ‘미신고 펜션’의 반경 5km 안에 있는 숙박업소들이 대부분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업소들이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에 퍼져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동아일보가 사고가 난 토바펜션 반경 5km 안에 있는 펜션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펜션이란 상호를 단 업소는 모두 74곳이었다. 이 업소들의 건축물 대장을 확인해 보니 숙박업소나 농어촌 민박으로 시에 신고한 업소는 10곳뿐이다. 나머지 64개 업소(86.4%)는 사고가 난 펜션처럼 다가구주택으로 등록했거나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업지구에서 펜션을 운영하려는 업주는 반드시 시에 ‘숙박시설’로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토바펜션 인근 상업지구에 있는 펜션 13곳 가운데 숙박시설로 신고한 곳은 7곳에 불과했다.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된 펜션도 5곳뿐이었다. 숙박시설이나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하지 않은 업소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실시하는 각종 안전점검을 피해갈 수 있다. 가스 폭발 사고가 난 토바펜션도 9년 동안 불법으로 영업하면서 한 차례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점검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미신고 펜션은 사고가 난 동해시는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6월 온라인 숙박중개 사이트 등을 확인한 결과 미신고 숙박업소가 최소 10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 비상구 막히고 소화기 없어… 즐비한 불법 펜션, 안전은 나몰라라 ▼전국 관광지 미신고 펜션 난립28일 오전 8시 강원 동해시 A펜션. 건물에 들어가 초록색 비상구 표시를 찾으려 한참을 돌아다녔지만 눈에 띄질 않았다. 객실 10개가 붙어 있는 복도는 폭이 1m도 되지 않았다. 복도엔 물건이 쌓여 있어 유일한 비상구인 건물 입구까지 가는 데 3분 넘게 걸렸다. 천장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창고에는 녹슨 소화기 3대만 놓여 있었다. A펜션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다. 25일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난 토바펜션도 미신고 불법 숙박업소였다. A펜션 업주는 2001년 12월 이 건물을 다가구주택으로 시에 알렸다. 그리고 20년 가까이 객실 10개를 둔 펜션으로 운영해 왔다. 실제론 숙박업소를 운영하면서 신고는 주택으로 한 ‘꼼수 영업’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8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한 결과, 토바펜션 반경 5km 안에 있는 펜션은 모두 74곳이었다. 이 펜션들의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64곳이 숙박업소나 민박으로 신고하지 않고 불법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미신고 불법 펜션’은 안전 사각지대 꼼수 영업을 하는 미신고 펜션들은 당국의 안전 점검이나 위생 검사도 받지 않는다. 소방 당국은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박시설을 1년에 한 번씩, 농어촌 민박을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한다. 하지만 미신고 펜션들은 점검을 받지 않는 데다 스프링클러 등 설비를 갖출 법적 의무도 지지 않는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정기 점검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한 동해시 B펜션의 비상구는 빨래 더미와 화분에 가로막혀 있었다. ‘음식점’으로 분류된 C펜션은 폭이 약 50cm인 복도가 미로처럼 설계돼 있었다. 불이 나면 탈출이 어려운 구조였다. 객실엔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엉켜 있었다. 소화기도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미신고 펜션’에 대한 시의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시의 단속 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불법 행위를 적발해야만 업주를 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 적발이 어려워 단속은 거의 손을 놨다는 게 담당 공무원들의 해명이다. 속초시 위생과 관계자는 “단속 대상인 업소가 숙박업을 한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해야 업주를 고발할 수 있다”며 “단속을 나갔다가 업주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 투숙객에게 영수증을 달라고 애원한 적도 있다”고 했다.○ 펜션 업주 “비현실적 규제 탓 불법 양산” 일부 펜션 업주들은 당국이 농어촌 민박업에 너무 높은 기준을 적용해 불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농어촌 녹지지역에서 펜션을 운영하려면 시에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현행법상 연면적 230m²(약 69.57평) 이하 건물만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할 수 있다. 본보가 건축물대장을 확인한 펜션 74곳 가운데 ‘농어촌 민박’ 등록이 가능한 지역에 있는 업소는 모두 20곳이었다. 그런데 15곳은 건물 크기가 230m²를 넘었다. 이 펜션들은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하고 펜션을 운영하는 D펜션 업주는 “농어촌 민박으로 등록하려고 해도 건물이 커서 안 된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불법인 줄 알지만 생계가 걸려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숙박업소로 신고했다가 시에서 까다로운 안전 기준을 제시해 불법 영업으로 돌아선 업주들도 있었다. 바닷가 주변 상업지역에서 이른바 ‘오션뷰 펜션’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대체로 그랬다. 토바펜션 업주 남모 씨도 지난해 11월 “건물 용도를 주택에서 숙박업소로 바꾸겠다”고 시에 신고했다가 반려 통보를 받았다. 1973년 지어진 이 건물은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숙박업소로 운영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게 시의 판단이었다. 이삼열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신고 펜션을 단속하지 않는 건 공무원들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숙박업소로 신고하지 않고 불법 영업하는 펜션들을 철저히 단속해야 이용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연면적 230m²가 넘는 건물을 ‘농어촌 민박’으로 신고할 수 없게 제한하면 안 된다. 규모에 따라 영업 조건을 다르게 정하는 탄력적인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며 “더 많은 영업장을 정부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제2의 토바펜션 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고도예 yea@donga.com·한성희·동해=박종민·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