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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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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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의 왕국’ 日서도 종이책 사라지고 있지만…“서점은 남을것” 왜?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영화 ‘귀를 기울이면’의 주인공 시즈쿠는 늘 책을 끼고 사는 중학생 소녀다. 이른 아침 전철 안에서 문고판 책에 푹 빠져 있는 수많은 ‘시즈쿠’들은 일본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 중 하나였다. 1인당 월평균 독서량이 6.1권(OECD 조사 결과)인 일본은 전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국가로 미국과 1,2위를 다퉈왔다. 그러나 최근 방문한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종이책을 든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 ‘시즈쿠’들의 손에는 책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들려 있었다. 1999년 2만2296개였던 일본의 서점 수는 2017년 반 토막(1만2526개)이 났고, 출판 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종이 수요는 12년째 하락 중이다. ‘출판의 왕국’은 무너지는 걸까. ●“오늘날 서점, 과거의 카페와 같다”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본명 요시모토 마호코·54)는 현대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88년 카이엔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한 이래 젊은 세대의 고민과 아픔을 간결한 문체로 보듬는 소설을 꾸준히 내왔다. 여성 독자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현상’이라는 용어까지 탄생했다. 2010년 네이버에서 소설 ‘그녀에 대하여’를 연재했고, 가수 겸 배우 이승기를 모델로 한 소설 ‘우리 연애할까’를 집필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영화 여섯 편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데뷔작 ‘키친’은 일본과 홍콩에서 두 차례 영화화됐고, ‘티티새’ ‘아르헨티나 할머니’ ‘바다의 뚜껑’도 영화로 제작됐다. 올해도 단편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소녀시대 수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그의 서재에서 최근 만난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본에서도 ‘젊은이들이 책을 안 읽어서 문제라며 스마트폰이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듯이 말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그러더니 대뜸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유튜브의 ‘arufa’라는 채널에 접속했다. 한 익명의 청년이 온갖 기발한 실험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채널로, 한눈에도 10, 20대 취향이었다. “요즘 제가 즐겨 보는 채널이에요. 이를 보다 관심이 생겨 지금은 운영자의 블로그도 구독하고 있지요. 유튜브 클립에도 영상만 있는 게 아니라 자막이 빼곡하게 달려요. 책 읽는 양은 줄었을지 몰라도, 사람들이 읽는 활자의 양은 훨씬 늘어났다고 봅니다.” 글을 담는 플랫폼이 종이책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졌을 뿐 활자 매체가 갖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건재하다는 것이다. 또 그는 “글이 아니라면 절대 만족할 수 없는 분야가 분명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감을 다 활용해 내용을 재구성하게 되는 활자에 비해 영상 매체에는 시각과 청각 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스마트폰과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밀어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요시모토 바나나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보를 판매하는 공간’이던 서점이 ‘감성과 취향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변할 수는 있지만, 서점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서점이 하는 역할은 카페가 하던 역할과 같다고 봅니다. 30년 전에 ‘카페에 간다’고 하면 어른들은 집에서도 마실 수 있는 차를 왜 나가서 마시느냐며 혼을 내곤 했거든요. 스마트폰으로도 활자를 읽을 순 있지만, 책을 집어 들고 고를 때의 설렘이나 책장을 넘길 때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감촉까지 재현해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가장 큰 서점’ 츠타야 vs ‘가장 작은 서점’ 모리오카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요시모토 바나나가 ‘감성과 취향을 판매하는 곳’으로 가리킨 곳은 츠타야 서점이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출발해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 체인이 된 츠타야는 책뿐만 아니라 생활 및 취미 용품 등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한국의 주요 서점들도 이 곳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으로 치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쯤 될 도쿄 근교 신도시인 후타고타마가와에 있는 츠타야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웬만한 백화점만큼 넓은 공간, 카페를 중심으로 사방에 서가들이 드문드문 서 있고, 사이사이 빈 공간엔 푹신한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요리책 서가의 바로 옆 칸엔 음식 에세이집들이 꽂혀 있고, 그 옆엔 각종 주방 도구들이 진열돼 있다. 음악 서적 옆엔 여지없이 하이엔드 음향기기들이 놓여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전통적인 서점의 관점에서 츠타야는 매우 불친절한 곳이다. ‘국내 소설’ ‘실용서적’ 등 우리에게 익숙한 책 분류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화작가 구스미 마사유키와의 인터뷰(2018년 11월 1일자 A22면)를 앞두고 이곳에서 만화 ‘고독한 미식가’의 일본어판을 찾아 20분을 헤맸으나 허사였다. ‘고독한…’은 후에 만화 섹션도 요리 섹션도 아닌 ‘도쿄 여행’ 섹션에서 발견됐다. 도쿄 시내 곳곳의 맛집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은 도쿄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할 것이란 의미였을까. 한편 도쿄 긴자에는 츠타야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별난 서점이 하나 있다. 번화가에서 조금 비껴난 호젓한 골목. 16.5㎡(약 5평) 남짓한 공간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에는 한 종류의 책만 쌓여 있고, 벽을 빼곡히 채운 책꽂이는 없어 책방이라기보다는 아주 작은 갤러리에 가까워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모리오카 서점이다. 츠타야가 고객이 취향을 탐색할 수 있는 놀이터라면, 모리오카는 고객에게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 소믈리에와 같다. 서점 주인 모리오카 요시유키 씨는 매주 자신이 읽은 책 중에서 판매할 책 한 권을 정하고, 이 책과 관련된 것들로 서점을 채운다. 여행 에세이인 경우 책 속 여행지의 사진들을 벽에 건다. 음악책인 경우 해당 음악을 매장에 틀어둔다. 저자와 독자들을 초청해 북 토크를 열기도 한다. 저자와 독자, 서점 주인과 독자 사이의 정서적 교감이 이뤄지는 곳이다. 모리오카 서점은 ‘가장 작은 하나의 서점’이자 ‘가장 큰 한 권의 책’이기도 했다.요시모토 바나나는 “시대가 바뀌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어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읽는 독자가 있다면 모든 콘텐츠의 근본인 활자의 입지는 굳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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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노라마 3m에 펼친 파란만장 연어의 회귀

    거친 물살을 뚫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어미 연어와 강에서 태어나 바다로 떠나는 새끼 연어. 판화 그림책 ‘연어’(고래뱃속·1만5000원)에서는 연어의 삶이 펼쳐진다. ‘연어’의 그림을 그린 김주희 작가(36)를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알을 낳고 죽은 어미 연어의 몸은 새끼들을 살찌우는 영양분이 되죠. 그렇게 순환하며 이어지는 연어의 삶을 전하고 싶었답니다.” ‘연어’는 모두 펼치면 3m가 넘는 파노라마북(아코디언처럼 펼치면 늘어나는 책)으로 제작됐다. 수만 km에 이르는 연어의 회귀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리놀륨 판화 아래에는 작가의 언니인 김주현 씨가 쓴 글이 들어갔다. 김 작가는 “엄마가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처럼 책을 읽으며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작업했다”고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김 작가는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대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곧 출간할 차기작은 펭귄에 관한 내용이다. “어린 시절 시골집에서 강아지부터 꿩, 사슴까지 온갖 동물을 기르며 자랐어요. 책을 통해 아이들이 한 생명의 일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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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앞세운 ‘유튜브 드라마’, 완성도는 글쎄…

    유튜브가 드라마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유튜브는 직접 제작한 미니시리즈 ‘탑 매니지먼트’의 전반부 8편을 지난달 31일 유튜브 프리미엄(유튜브의 유료 결제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유튜브는 상반기부터 ‘달려라, 빅뱅단!’ ‘BTS: 번 더 스테이지’ 등 아이돌그룹 관련 자체 제작 콘텐츠를 내놓았지만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는 ‘탑…’이 처음이다. 이 드라마는 표절 및 인성 논란으로 위기에 빠진 가상의 아이돌그룹 ‘소울’과 그들의 매니저가 역경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차은우 안효섭 등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대거 캐스팅했고 공개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케이팝 팬심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완성도 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이야기 전개는 평면적이고 뻔한 데다 ‘빵빵 터지는’ 웃음 코드가 녹아 있는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배우를 출연시키기 위해 서사를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다. 아이돌 가수가 ‘탈덕’(팬 활동을 그만둠)을 선언한 열혈 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등 현실성 떨어지는 장면도 잦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연기도 안정감이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11일 기준으로 1회에서 300만 회가 넘는 조회수가 2회에선 47만여 회, 3회는 37만여 회로 급락했다. 유료로 제공하는 4회부터는 댓글 수가 100개 안팎으로 줄어든다. 유료 결제를 통한 ‘정주행’을 이끌어내기에는 콘텐츠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탑…’은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을 타깃 시청자로 잡았다.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튜브 오리지널의 아태지역 책임자 네이딘 질스트라는 “조회수보다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탑…’은 분명 순항 중이다. 1화에 달린 2000여 개의 댓글 중 약 80%가 외국어로 작성됐으니 말이다. 남은 건 이에 걸맞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웹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화제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더 많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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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맨부커 수상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

    “완전히 독창적인 소설. 위트 있고 지적이며 감동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2017년 맨부커상 심사위원장 롤라 영은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며 이런 심사평을 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소설은 전에 본 적 없는 형식으로 씌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몇 초짜리 짧은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고 또 재생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2년 열한 살짜리 아들 윌리를 장티푸스로 잃는다. 끔찍이 아끼던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링컨은 남몰래 아들의 묘지를 찾아 시신을 꺼내 안고 오열한다. 그 때문에 윌리의 넋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바르도’에 머무르며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바르도에 머무는 세 영혼 한스, 로저, 에벌리는 어떻게든 그를 빨리 저승으로 보내고자 한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가 주는 고통으로부터 어린 윌리를 구해내기 위해서다. 작가는 “나 말고 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집필했다고 한다. 170여 개의 목소리가 치밀하게 엮여 들어간 이 언어의 모자이크를 완전히 이해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겪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맨부커’라는 이름값은 빼고서라도 말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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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이 다른 음악경연… 목소리 신비의 세계 열린다

    “이게 다 사람 입으로 만든 소리라고?” 발라드부터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까지. 장르와 세대를 아우른 음악가들이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모든 음악을 악기와 전자음의 도움 없이 목소리로만 만들어낸다는 것. 채널A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아카펠라 음악 경연 프로그램 ‘보컬플레이’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이탈리아어로 ‘교회당에서 하는 방식’이란 뜻을 가진 아카펠라는 정적이고 점잖은 음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음악 시장에서 아카펠라는 가장 ‘힙’한 장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만 봐도 알 수 있다. 미 NBC 아카펠라 경연 프로그램 ‘더 싱 오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한 펜타토닉스는 빌보드2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슈스케(슈퍼스타K)’가 재능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보컬플레이’는 아카펠라 장르 자체를 재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전경남 PD) ‘보컬플레이’는 음악 경연의 최고 전문가가 맡아 기대를 더 높인다. Mnet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슈스케’ 시리즈를 연출했던 전경남 PD가 진두지휘한다. 전 PD는 “잔인하고 ‘짠내’ 나는 경쟁이 없다는 것이 ‘보컬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매 경연에서 청중 투표로 한 팀의 MVP를 뽑긴 하지만, 한 팀의 우승자가 남을 때까지 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던 기존의 음악 예능과 차별화했다. 전 PD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뮤지션을 선보여 아카펠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보컬플레이’의 목표”라고 말했다. ‘보컬플레이’는 아카펠라 그룹은 물론이고 솔로 보컬, 케이팝 아이돌, 비트박서, 래퍼 등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이들로 16팀의 ‘플레이어’들을 선정했다. 모든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뉴 아카펠라’를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곡가 윤상과 윤일상을 비롯해 가수 겸 DJ 뮤지, 아카펠라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가 프로듀서로 나선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누구인지 모른 채 오직 목소리만 듣고 팀을 선정하는 ‘블라인드 드래프트’ 과정을 거쳐 각각 4팀의 프로듀싱을 맡게 된다. 뮤지는 “예상치 못한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정관념을 깨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방송인 노홍철과 아나운서 오상진이 진행을 맡는다. 한국에서는 아카펠라에 대해 ‘마냥 착한 음악’ 또는 ‘아름답지만 조금 지루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 PD는 “10여 년째 아카펠라나 비트박스를 해오고 있는 출중한 음악가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며 “‘보컬플레이’를 계기로 아카펠라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의 숨은 실력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흔히 ‘인간의 목소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말한다. ‘보컬플레이’를 통해 ‘한국의 펜타토닉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들의 첫 무대는 10일 오후 10시 20분 채널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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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아카펠라 경연…채널A 신작 ‘보컬플레이’ 10일 첫선

    “이게 다 사람 입으로 만든 소리라고?” 발라드부터 댄스, 힙합,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까지. 장르와 세대를 아우른 음악가들이 한바탕 축제를 벌인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모든 음악을 악기와 전자음의 도움 없이 목소리로만 만들어낸다는 것. 채널A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아카펠라 음악 경연 프로그램 ‘보컬플레이’가 시청자를 찾아간다. 이탈리아어로 ‘교회당에서 하는 방식’이란 뜻을 가진 아카펠라는 정적이고 점잖은 음악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음악 시장에서 아카펠라는 가장 ‘힙’한 장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Pentatonix)만 봐도 알 수 있다. 미 NBC 아카펠라 경연 프로그램 ‘더 싱 오프(The Sing-Off)’에서 1위를 차지하며 데뷔한 펜타토닉스는 빌보드2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슈스케(슈퍼스타K)’가 재능 있는 뮤지션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보컬플레이’는 아카펠라 장르 자체를 재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전경남 PD) ‘보컬플레이’는 음악경연의 최고 전문가가 맡아 더 큰 기대를 높인다. Mnet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슈스케’ 시리즈 연출했던 전경남 PD가 진두지휘한다. 전 PD는 “잔인하고 ‘짠내’ 나는 경쟁이 없다는 것이 ‘보컬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매 경연마다 청중 투표로 한 팀의 MVP를 뽑긴 하지만, 한 팀의 우승자가 남을 때까지 무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던 기존의 음악 예능과 차별화했다. 전 PD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뮤지션을 선보여 아카펠라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보컬플레이’의 목표”라고 말했다. ‘보컬플레이’는 아카펠라 그룹은 물론 솔로 보컬, 케이팝 아이돌, 비트박서, 래퍼 등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이들로 16팀의 ‘플레이어’들을 선정했다. 모든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뉴 아카펠라’를 추구하는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곡가 윤상과 윤일상을 비롯해 가수 겸 DJ 뮤지, 아카펠라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가 프로듀서로 나선다. 이들은 참가자들이 누구인지 모른 채 오직 목소리만 듣고 팀을 선정하는 ‘블라인드 드래프트’ 과정을 거쳐 각각 4팀씩의 프로듀싱을 맡게 된다. 뮤지는 “예상치 못한 플레이어들과 함께 고정관념을 깨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방송인 노홍철과 아나운서 오상진이 진행을 맡는다. 한국에서는 아카펠라에 대해 ‘마냥 착한 음악’ 또는 ‘아름답지만 조금 지루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 PD는 “십수 년째 아카펠라나 비트박스를 해오고 있는 출중한 음악가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며 “‘보컬플레이’를 계기로 아카펠라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의 숨은 실력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흔히 ‘인간의 목소리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말한다. ‘보컬플레이’를 통해 ‘한국의 펜타토닉스’가 탄생할 수 있을까. 이들의 첫 무대는 10일 오후 10시 20분 채널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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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룡선녀전’ 원작 웹툰작가 돌배 “제주서 고추 말리는 할머니, 비밀 숨긴 선녀로 보였죠”

    계룡산 중턱 카페에서 커피를 달여(?) 사발에 내놓는 바리스타 할머니. 한복을 입고 머리엔 작약꽃을 꽂은 그는 사실 오래전 사고로 남편(나무꾼)을 여의고 699년간 인간계에 머물고 있는 선녀 선옥남이다. 그의 사연을 다룬 tvN ‘계룡선녀전’은 5일 첫 방송 뒤 시청률 5.0%(2회·닐슨코리아)로 나름 화제몰이에 성공한 편. 드라마의 원작 웹툰을 그린 작가 돌배(본명 장혜원·37)를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제주도 월정리에서 마라톤을 하다 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는 할머니들을 보고 ‘저분들이 사실은 선녀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어요.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조용히 살아가는 할머니, 너무 ‘쿨’하잖아요!” 돌배는 작품에 강한 악역이 없는데도 작품의 흐름을 느슨하지 않게 풀어내는 이야기꾼이다. 색채는 파스텔 톤을 많이 활용해 보는 내내 눈이 편안하다는 평도 받는다. 첫 작품 ‘샌프란시스코 화랑관’은 미국의 한 태권도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다뤘고, 최근작 ‘헤어진 다음날, 달리기’도 주인공이 마라톤을 통해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는 훈훈한 내용. 이런 면면 때문에 팬들은 돌배의 작품을 두고 ‘힐링 웹툰’이라 부른다. 한데 정작 작가는 ‘저(低)자극’ 웹툰을 그리겠단 의도가 없었단다. 일부러 악역을 내세우지 않는 게 아니라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사람들”을 캐릭터로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자극적인 블랙코미디로 가득 차 ‘힐링’과는 거리가 먼 ‘사우스 파크’ 시리즈. “아니 (무서운) 호랑이와 용까지 나오는데도 힐링이 된다니, 다음 작품은 ‘왕좌의 게임’처럼 처절하고 피 튀는 작품으로 한번 해봐야겠어요, 하하.” 2013년 데뷔한 돌배는 원래 애니메이터였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전공했고,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때는 미국에서 게임회사를 다니며 퇴근한 뒤 만화를 그렸다. 작가는 항상 영화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던 방식으로 웹툰을 그려 왔기에 영상으로 표현한 이번 드라마가 무척 기대되는 눈치다. “‘계룡선녀전’은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본질적으로는 꿈을 위한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많은 분들이 강하고 ‘쿨’한 선옥남을 보며 즐거움을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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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셜록 홈스’ 비틀고 뒤집고… 마니아가 이끄는 콘텐츠 재창조

    과거 영국 상류층의 쇼핑 거리였던 팰맬(Pall Mall)가. 런던 시내 중심지인 세인트제임스 지구와 트래펄가 광장을 잇는 이 거리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9세기 상류층 남성들이 비공개 사교 모임을 가졌던 ‘젠틀맨 클럽’입니다. 셜록 홈스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만든 ‘디오게네스 클럽’의 배경이 바로 여기죠.” ‘셜록 홈스 투어’ 가이드의 목소리에 미국, 스웨덴,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런던으로 모인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스 마니아를 일컫는 말)’이 귀를 쫑긋 세웠다. 이 투어는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한다. ‘셜록 홈스’는 영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재창작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소멸된 콘텐츠)이다. 그래서 셜록 홈스 박물관, 맥줏집 같은 공간으로도 풍부하게 재창작되며 대규모 제작사뿐 아니라 개인까지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이 투어의 운영자 르위스 스완은 “고전을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는 마니아는 콘텐츠 재해석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의 콘텐츠를 일상에서 즐기고 재창조하는 마니아는 전 세계 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셜록에 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닉 우테힌(66)은 25년 동안 BBC 등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평생 가장 꾸준히 해 온 일은 ‘셜록 홈스 마니아’다. “8세 때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셜록을 처음 만났죠. 14세 때 책 뒤의 엽서를 보고 ‘셜록 홈스 협회’에 가입했어요. 30년 동안 협회 저널 편집장을 맡았고 지금은 명예회원입니다.” 1951년 결성된 셜록 홈스 협회는 매년 1월 영국 의회 ‘하우스 오브 커먼스(하원)’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단순 친목모임이 아니라 셜록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저널에도 가벼운 글부터 ‘유사 논문’까지 게재한다. “저도 셜록 홈스가 옥스퍼드대에 다녔을 상황을 가정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셜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요. 셜록의 의상을 입는 모임도 있고, 그 시대 방식으로 크리켓 경기도 해요. 가장 값비싼 취미는 컬렉팅이죠. 소설 원본이나 편지 등을 수집하는데 애플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오리지널 삽화 25개 중 7개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죠.(웃음)” 셜록 다큐멘터리에도 여러 번 출연한 그는 “셜록의 재창조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셜록과 평범한 왓슨, 두 캐릭터의 조합이 만든 보편적 스토리가 매력적이에요. 위대한 문학작품으로 평가되진 않지만 셜록에 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끊임없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윤동주를 기억하는 ‘릿쿄 모임’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쉽게 쓰여진 시’에서) 윤동주 시인(1917∼1945)은 1942년 일본 도쿄의 릿쿄(立敎)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 시기 대표작 ‘쉽게 쓰여진 시’를 썼다. 이곳에선 매년 2월 윤동주의 기일을 전후해 그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주최하는데 매년 행사 때면 250석 규모의 고즈넉한 성공회 예배당에 300명이 넘는 사람이 모인다. ‘릿쿄 모임’은 ‘육첩방’의 위치가 ‘도쿄 신주쿠 구 다카다노바바 1초메’이며 ‘늙은 교수’는 동양철학을 가르친 우노 데쓰도 교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임을 결성한 릿쿄대 동문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72·여)가 20년 넘게 윤동주의 발자취를 수소문한 끝에 이룬 결과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윤동주의 시를 대사로 사용한 연극을 만들어 DVD로 제작하거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팀을 초청해 교정에서 공연을 여는 등 문화 사업도 진행한다. 2010년부터 릿쿄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윤동주장학금’ 또한 이들의 노력에 의해 탄생했다. 릿쿄대는 윤동주가 다닌 학교라고는 하지만 6개월 남짓, 그것도 청강생 자격으로 다녔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장 격렬하게 드러낸 시인이 아닌가. 야나기하라 씨와 ‘릿쿄 모임’에 윤동주가 이토록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윤동주를 사모하는 것은 시어 하나하나에서 청년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이 절절히 묻어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청년을 아프게 한 우리(일본) 역사의 과오를 꼭 기억하고자 합니다.”(야나기하라 씨)○ 민요와 메탈 결합시킨 언어학 마니아 “페로제도는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전통 민요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곳이에요. 결혼식과 국가의식이 있을 때마다 불리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제도에도 괴팍한 마니아가 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영웅담을 주요 소재로 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헤비메탈 밴드 ‘튀르(T,r)’의 리더인 헤리 요엔센(45). 그는 튀르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전기기타와 검을 휘두르며 근육질의 고대 영웅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책벌레이고 언어학과 문학 마니아다. “20대 초반에 인도유럽어족 언어 비교학을 전공하기 위해 덴마크로 유학을 갔어요. 근데 헤비메탈에 너무 심취해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죠.” 메탈 음악이 좋았지만 열 살 무렵부터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덴마크 록 가수 페르 프로스트가 페로제도 민요 ‘푸글라그라야’를 활용해 만든 곡이 나와 자극 받았다. 메탈과 신화, 둘을 합쳐 보기로 했다. 그는 북유럽과 페로제도의 민요를 뒤져 가며 그 선율과 가사를 자신이 지은 메탈 선율에 합쳐 창작했다. 튀르의 음악에 5박, 7박 같은 변칙 박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고대의 운율에 음악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팀명인 ‘튀르’ 역시 북유럽 신화 속 신의 이름. 요엔센은 2013년, 메탈 밴드 활동을 잠시 쉬고 늦깎이 학생으로 이번엔 코펜하겐의 학교가 아닌 자국 페로제도 대학교에 재입학해 페로제도어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북유럽 각국의 언어에 독일어, 영어까지 7개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북유럽 민요와 민담을 더욱더 좋은 메탈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런던=김민 kimmin@donga.com / 도쿄=이지운 / 스톡홀름=임희윤 기자}

    •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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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의 매력 즐기다보니 재창조까지…전문가가 된 마니아들

    과거 영국 상류층의 쇼핑 거리였던 팰 맬(Pall Mall)가. 런던 시내 중심지인 세인트 제임스 지구와 트라팔가 광장을 잇는 이 거리엔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대저택이 늘어서 있다. “이곳은 19세기 상류층 남성들이 비공개 사교 모임을 가졌던 ‘젠틀맨 클럽’입니다. 셜록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만든 ‘디오게네스 클럽’의 배경이 바로 여기죠.” ‘셜록 홈즈 투어’ 가이드의 목소리에 미국, 스웨덴,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런던으로 모인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즈 마니아를 일컫는 말)’이 귀를 쫑긋 기울였다. 이 투어는 공식 기관이 아닌 개인이 운영한다. ‘셜록 홈즈’는 영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재창작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저작권이 소멸된 컨텐츠)이다. 그래서 셜록 홈즈 박물관, 맥주집 같은 공간으로도 풍부하게 재창작되며 대규모 제작사뿐 아니라 개인까지 먹여 살리고 있었다. 이 투어의 운영자 르위스 스완은 “고전을 다양한 관점으로 즐기는 마니아는 컨텐츠 재해석의 전문가들”이라고 했다. 이처럼 과거의 콘텐츠를 일상에서 즐기고 재창조하는 마니아는 전세계 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셜록에 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닉 우테힌(66)은 25년 동안 BBC 등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듀서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평생 가장 꾸준히 해 온 일은 ‘셜록 홈즈 마니아’다. “8살 때 ‘바스커빌 가문의 개’로 셜록을 처음 만났죠. 14살 때 책 뒤의 엽서를 보고 ‘셜록 홈즈 협회’에 가입했어요. 30년 동안 협회 저널 편집장을 맡았고, 지금은 명예 회원입니다.” 1951년 결성된 셜록 홈즈 협회는 매년 1월 영국 의회 ‘하우스 오브 커먼즈(하원)’에서 정기모임을 갖는다. 단순 친목모임이 아니라 셜록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모임으로 저널에도 가벼운 글부터 ‘유사 논문’까지 게재한다. “저도 셜록 홈즈가 옥스퍼드대에 다녔을 상황을 가정해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셜록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해요. 셜록의 의상을 입는 모임도 있고, 그 시대 방식으로 크리켓 경기도 해요. 가장 값비싼 취미는 컬렉팅이죠. 소설 원본이나 편지 등을 수집하는데, 애플사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오리지널 삽화 25개 중 7개를 갖고 있다는 소문도 있죠.(웃음)” 셜록 다큐멘터리에도 여러 번 출연한 그는 “셜록의 재창조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똑똑한 셜록과 평범한 왓슨, 두 캐릭터의 조합이 만든 보편적 스토리가 매력적이에요.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되진 않지만, 셜록에 관한 관심은 20년 주기로 끊임없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 윤동주를 기억하는 ‘릿쿄 모임’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육첩방은 남의 나라/…/대학 노-트를 끼고/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쉽게 쓰여진 시’에서) 윤동주 시인(1917~1945)은 1942년 일본 도쿄의 릿쿄(立敎)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이 시기 대표작 ‘쉽게 쓰여진 시’를 썼다. 이곳에선 매년 2월 윤동주의 기일을 전후해 그를 기리는 추모식이 열린다. ‘시인 윤동주를 기념하는 릿쿄 모임’이 주최하는데, 매년 행사 때면 250석 규모의 고즈넉한 성공회 예배당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 ‘릿쿄 모임’은 ‘육첩방’의 위치가 ‘도쿄 신주쿠 구 다카다노바바 1초메’이며, ‘늙은 교수’는 동양철학을 가르친 우노 데츠도 교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모임을 결성한 릿쿄 대학 동문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72·여)가 20년 넘게 윤동주의 발자취를 수소문한 끝에 이룬 결과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윤동주의 시를 대사로 사용한 연극을 만들어 DVD로 제작하거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팀을 초청해 교정에서 공연을 여는 등 문화 사업도 진행한다. 2010년부터 릿쿄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윤동주 장학금’ 또한 이들의 노력에 의해 탄생했다. 릿쿄대학은 윤동주가 다닌 학교라고는 하지만 6개월 남짓, 그것도 청강생 자격으로 다녔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식을 가장 간절하게 드러낸 시인이 아닌가. 야스코 씨와 ‘릿쿄 모임’에게 윤동주가 이토록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물었다. “우리가 윤동주를 사모하는 것은 시어 하나 하나에서 청년 윤동주의 고뇌와 아픔이 절절이 묻어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아름다운 청년을 아프게 한 우리(일본) 역사의 과오를 꼭 기억하고자 합니다.”(야나기하라 야스코) ● 민요와 메탈 결합시킨 언어학 마니아 “페로제도는 북유럽 국가들 중에서 전통 민요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나라예요. 결혼식과 국가의식이 있을 때마다 불리죠.”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페로제도에도 괴팍한 마니아가 있다.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영웅담을 주요 소재로 한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헤비메탈 밴드 ‘튀르(T¤r)’의 리더인 헤리 요엔센(45). 그는 튀르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그는 전기기타와 검을 휘두르며 근육질 고대 영웅을 연기하지만 사실은 책벌레이고 언어학과 문학 마니아다. “20대 초반에 인도유럽어족 언어 비교학을 전공하기 위해 덴마크로 유학을 갔어요. 근데 헤비메탈에 너무 심취해 음악으로 전공을 바꿨죠.” 메탈 음악이 좋았지만 열 살 무렵부터 자신의 세계를 뒤흔든 북유럽 신화와 바이킹 이야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침 덴마크 록 가수 페르 프로스트가 페로제도 민요 ‘푸글라그라야’를 활용해 만든 곡이 나와 자극 받았다. 메탈과 신화, 둘을 합쳐보기로 했다. 그는 북유럽과 페로제도의 민요를 뒤져가며 그 선율과 가사를 자신이 지은 메탈 선율에 합쳐 창작했다. 튀르의 음악에 5박, 7박 같은 변칙박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고대의 운율에 음악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생긴 현상이다. 팀명인 ‘튀르’ 역시 북유럽 신화 속 신의 이름. 요엔센은 2013년, 메탈 밴드 활동을 잠시 쉬고 늦깎이 학생으로 이번엔 코펜하겐의 학교가 아닌 자국 페로제도 대학교에 재입학해 페로제도어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북유럽 각국의 언어에 독일어, 영어까지 7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북유럽 민요와 민담을 더욱더 좋은 메탈 음악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런던=김민 kimmin@donga.com/페로제도=임희윤/도쿄=이지운 기자}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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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들의 별’ 신성일 조문 끊이지 않는 행렬…엄앵란 “연기처럼 다시 만나”

    ‘별들의 별’ 고 신성일 배우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조문객의 발걸음은 고인이 영면한 둘째 날인 5일에도 끊이지 않았다. 원로 방송인 송해 씨와 이회창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아 신 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인생은 연기(煙氣)야. (입관식에서) 스님께 법문을 들었는데 그 말이 딱 맞아. (신 씨는) 이제 연기로 떠서 돌아다니다가 나하고도 다시 연기로 만나게 될 거야.”(엄앵란) 이날 오전 엄수된 입관식에서 엄앵란 씨(83)를 비롯한 유족들은 의연하게 신 씨의 입관을 지켜봤다. 다리가 불편해 딸 수화 씨의 부축을 받으며 입관식장을 나선 엄 씨는 “이승에선 인연을 맺어 내 새끼, 내 식구 하지만 저 세상에선 그런 게 없다. 나도 이젠 욕심 없이 살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입관식을 참관한 유족들은 “(신 씨가) 한창 때처럼 멋지고 편안하신 모습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입관식 전 빈소를 찾은 송해 씨(91)는 “아무런 제약도 검열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화 많이 찍으시라”는 말을 전하며 울음을 삼켰다. 배우 양택조 씨(79)도 “이만희 감독 밑에서 조연출을 할 때, ‘만추’ 작업을 함께 하며 (신 씨를) 처음 만났다”며 “이후에도 동시녹음이 없던 시절 ‘성일이 형’의 목소리 연기를 도맡다시피 했다”고 회고했다. 신 씨와 함께 한국영화배우협회를 초창기부터 이끌어 온 배우 김영인 씨(78)도 “가장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보낸 동지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남에게 지기 싫어한 신 씨는 하늘에서도 대 스타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회창 전 국무총리는 “고인을 보면 천의무봉(天衣無縫·성격이나 언동이 매우 자연스러워 꾸민 데가 없음)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꾸밈과 거짓이 없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대선배를 그리워하는 후배 배우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덕화 씨(66)는 “우리 세대는 고인의 연기를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운 세대다. 우리에겐 영원한 별”이라고 말했다. 김창숙 씨(69)는 “고인과 함께 영화를 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늘 상대 배우들을 감싸고 배려해 준 다정한 분”이라고 추억했다. 김 씨는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엄앵란 씨를 한참동안 끌어안고 아픔을 위로하기도 했다. 방송인 이정섭 이상용 씨, 이종격투기 선수 김동현 씨, 김재박 전 야구감독 등 각계의 인물들이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정진석 국회의원은 “16대 국회에서 초선 의원으로 처음 만났다. 어려움(구속 수감)에 처했을 때 탄원서를 써 여야 국회의원 200여 명의 사인을 받아 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신 씨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발인은 11시다. 화장한 유해는 경북 영천시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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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의 아이콘, 큰별 졌다” 조문객 줄이어

    신성일 씨 빈소에는 ‘별들의 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하늘의 별이 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내 배우 엄앵란 씨(82)와 자녀들, 조카인 강석호 국회의원 등 유족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다. 입구에는 평소 즐겨 입던 흰 셔츠 차림으로 미소 짓고 있는 고인의 초상화가 놓였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4일 오후 1시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을 비롯해 선우용여 신영균 안성기 이순재 임하룡 조인성 씨 등 동료 및 후배 배우와 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 김홍신 소설가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배우 이순재 씨(84)는 “고인은 한국 영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며 “너무 일찍 떠났다. 건강이 좋았다면 말년까지 좋은 작업을 했을 것”이라며 추모했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최불암 씨(78)는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조금 더 우리 곁을 지켜 주셨으면 했기에 아쉬움이 크다”며 애통해했다. 배우 김수미 씨(69)는 “두 달 전 함께 식사를 할 정도로 정정하셨다. 더 계실 수 있는 분이셨는데…”라며 흐느꼈다. 김 씨는 “선배님, 하늘에서도 배우 하시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방송인 이상벽 씨(71)는 “본인 건강에 자신 있어 하셨고, 늘 후배들 건강 걱정을 해 주던 맏형 같은 존재였다”고 회고했다. 배우 박상원 씨(59)는 “연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해 준 선배였다. 고향을 잃어버린 기분”이라며 울음을 삼켰다.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은 “고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이장호 감독과 함께 영화 ‘소확행’(가제)을 준비 중이셨다. 본인의 전기 영화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기까지 하셨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홍신 씨(71)도 “내년에 내 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의 영화화에도 참여하시기로 했었다”며 아쉬워했다. 고인의 2년 선배로 ‘만추’ 등 20여 편의 작품에 함께 출연한 이해룡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도 “내게 ‘선배, 선배’ 하던 모습이 선한데, 5일 전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결국 이렇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한복디자이너 박술녀 씨(62)는 “빈소에 오니 허망함에 눈물이 났는데, 오히려 엄앵란 선생님이 웃으며 의연하게 다독여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 씨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배우 강수연 거룡 송강호 이덕화 장미희 최민식 씨(가나다순)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위원장을 맡은 안 씨는 “내년 고인과 ‘소확행’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너무 허망하다”며 “후배들에게 큰 버팀목이셨고, 차마 범접할 수 없는 빛이셨다”고 추모했다. 발인은 6일 오전 11시에 엄수될 예정이며, 화장 후 경북 영천시에 있는 고인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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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앵란 “저승에선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길…”

    “우리 남편은 저승에 가서도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서 재밌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슬슬 놀러 다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4일 남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배우 엄앵란 씨(82)는 평생의 동반자 신성일에게 마지막으로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1964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신성일 엄앵란 부부는 사랑과 원망, 애증과 연민으로 55년의 세월을 함께했다. 부부가 인연을 맺은 것은 ‘로맨스 빠빠’(1960년)에 함께 출연하면서부터다. 엄 씨는 남편에 대해 “가정 남자는 아니었다. 사회 남자, 대문 밖의 남자지 집 안의 남자는 아니었다. 일에 미쳐서 집 안은 나한테 다 맡기고, 영화만 하러 돌아다녔다”고 회고했다. 그는 “집에는 늦게 들어와서 자고 일찍 나가는 것밖에 없었다. 늘그막에 재밌게 살려고 했더니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고 아쉬워했다. 신성일의 유언은 그의 삶처럼 자유롭고 로맨틱했다. 엄 씨는 “딸이 ‘아버지 재산 뭐 있소?’라고 물어봤더니 ‘재산 없다’고 했단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다 그래라. 미안하다 그래라 가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며 “사회적인 남자이고, 일밖에 모르는 남자지만 존경할 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성일은 임종 직전까지 촬영 예정이었던 영화 ‘소확행’(가제)의 세세한 준비 사항까지 직접 챙기고 있었다. 엄 씨는 “우리 남편은 뼛속까지 영화물이 들어간 영화인이다”라며 “까무러쳐서 넘어가는 순간에도 영화는 이렇게 찍고, 저렇게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지만 ‘이토록 영화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위기 때 빛나는 부부의 사랑이었다. 엄 씨가 2015년 12월 채널A 건강정보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에 출연하면서 유방암 확진 판결을 받자 20여 년간 별거 중이던 남편이 달려와 극진히 간호했다. 엄 씨는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완쾌한 후 “수술 후 깨어나니 웬 남자가 침대를 끌고 있더라. 누군가 살펴봤더니 그렇게 욕하던 남편이었다. 한참 안 보다가도 급한 상황에 나타나니까 의사 선생님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졌다”며 고마운 마음을 나타냈다. 반대로 신성일이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자 엄 씨가 수천만 원 병원비를 부담하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엄 씨는 올해 3월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 “내 남편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VVIP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유원모 onemore@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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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관리 철두철미했는데 어떻게…” 신성일 빈소에 조문행렬

    고(故) 신성일 씨의 빈소에는 ‘별들의 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된 신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아내 배우 엄앵란 씨(83)와 자녀들, 조카인 강상호 국회의원 등 유족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았고, 입구에는 평소 즐겨 입던 흰 셔츠 차림으로 미소 짓고 있는 고인의 초상화가 놓였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은 4일 오후 1시부터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전 이사장을 비롯해 선우용여 이동준 등 동료 배우와 이창동 정지영 영화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배우 최불암 씨(78)는 “반짝이는 별이 사라졌다. 동 시대 연기자로서 조금 더 우리 곁을 지켜주셨으면 했기에 아쉬움이 크다”고 밝혔다. 또 “고인은 평소 연기자로서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했는데 어떻게 (암에 걸렸는지)…”라며 애통해 했다. 장례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국현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은 “고인은 임종 직전까지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였고, 우리나라 영화계에 대한 고민과 애정도 누구보다 컸다”고 회고했다. 그는 “2019년 중 제작을 목표로 이장호 감독과 함께 새 영화 제작을 준비 중이셨다. 시놉시스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전기 영화에 가까운 내용이었고, 그렇기에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각색하기까지 하셨다”이라고 말했다. 호상을 맡은 이해룡 한국영화인원로회 이사장도 “고인의 영화계 2년 선배로서 ‘만추’ 등 20편이 넘는 작품에 함께 출연했고, 나는 주로 악역을 맡았다. (고인은) 내게 ‘선배, 선배’ 하며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라며 “최근까지도 전화 통화로 안부를 나누었는데, 5일 전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3일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안색이 상당히 창백했으나 본인은 끝까지 아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혼성그룹 투투 출신의 황혜영 씨(45)도 빈소를 찾았다. 황 씨는 “고인을 ‘큰아버지’로, 엄앵란 선생님은 ‘큰어머니’라고 불렀다”며 “집안 경조사는 물론 내 결혼식도 와 주실 정도로 다정하신 분이셨고, 늘 유머를 잃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어 안도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돼 당황스럽고 애통하다”고 말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신 씨의 장례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지상학 회장과 배우 안성기 씨가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고, 배우 강수연 거룡 송강호 이덕화 장미희 최민식 씨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지성학 위원장은 “(신성일은)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그 어떤 톱스타도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이전까지도 없었고, 이후로도 있기 힘들’ 대단한 연기자”라고 고인을 기렸다. 발인은 6일 오전 11시에 엄수될 예정이며, 화장 후 경북 영천시에 있는 신 씨의 자택 성일가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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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창 일할 나이 50대 치매 환자가 된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치매 환자는 50만 명에 이르고, 매년 10%씩 증가한다. 이에 정부에서도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치매를 다루는 방식은 고루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치매 환자를 부양해야 할 대상, 혹은 연인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는 신파극 주인공으로 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치매 판정을 받은 어느 50대 커리어우먼의 수기다. 영국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년간 근무한 ‘싱글맘’인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주 넘어지고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등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는다.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느낌과 함께. 병원에서 치매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한순간에 치매 환자를 관리하던 입장에서 치매 당사자가 된다. 처음엔 자신이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모습을 잃어간다는 사실에 좌절하지만, 서서히 치매를 자신의 삶 속에 포용해나간다. 그는 치매에 걸려도 얼마든지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담론은 환자 부양에 드는 부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도 언제든 치매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치매에 걸린다고 해서 당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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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영화로 무한확장… 日만화는 세계 문화콘텐츠의 ‘자양분’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국제만화박물관은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는 ‘만화 덕후’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30만여 권의 장서를 연도별, 주제별로 정리한 ‘만화의 벽’이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서가에서 뽑아낸 만화를 몇 권씩 쌓아놓은 채 읽고 있었다. 서가 옆에 놓인 안락의자에 기대앉거나 박물관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만화를 읽는 모습에서 만화를 일상의 일부로 함께하는 일본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옷과 가방에 일본 만화 캐릭터 굿즈를 주렁주렁 매단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아라마타 히로시 만화박물관 전무이사는 “만화는 일본이 지켜내야 할 문화적 보물”이라며 “최대한 많은 양의 만화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우리 박물관의 소임이다”고 밝혔다.○ 세계 콘텐츠 시장의 원천, 일본 만화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발표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데스노트’와 ‘진격의 거인’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약 26억4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2∼5위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야말로 ‘만가(マンガ·漫畵) 공화국’이다.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게임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다. 파생 콘텐츠까지 아우르면 일본 만화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만화는 바야흐로 세계 콘텐츠 시장의 자양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2년 전 ‘포켓몬고’ 열풍을 일으키며 가장 성공한 증강현실 활용 콘텐츠로 꼽히는 ‘포켓몬스터’는 세계적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정식으로 번역 출간된 최초의 일본 만화이자 서구권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표적인 ‘양덕’(서양인 덕후) 만화로 꼽히는 ‘드래곤볼’ 시리즈 역시 한 해가 멀다 하고 PC와 콘솔용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향기가 짙게 밴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일본 만화의 열성팬이라고 말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서구 영화에서는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 ‘철인28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에반게리온’과 ‘마징가Z’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물의 이름인 ‘카이주’는 ‘괴수(怪獸)’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 영상으로 재창조되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 만화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도쿄가 드라마로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다. 9월 일본 도쿄 기치조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만화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60)는 활자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화든 소설이든,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그려내는 것과 같습니다.” 드라마 ‘고독한…’은 언뜻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 평범한 세일즈맨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쓰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후 “배가 고파졌다”는 대사를 날리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밥’을 한다. 사람들은 이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2012년 첫 시즌이 방송된 이후 일곱 개의 시즌으로 제작됐으며, 시즌8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판권을 사들여 중국판 드라마가 나왔고, 2018년 말 초연을 목표로 연극으로도 제작 중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국으로 출장 온 주인공이 한국 식당을 찾는 내용을 담은 특별편도 제작됐다. 만화책을 읽는 독자는 음식의 맛과 냄새, 조리할 때와 맛볼 때 나는 소리 등을 직접 느낄 수 없다. 심지어 ‘고독한…’은 전 페이지가 흑백이어서 음식의 색깔조차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구스미 작가는 이런 한계야말로 만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했다. “흑백의 그림과 글자만 보고 그 속의 상황을 독자가 스스로 그려내야 합니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매체는 냄새와 맛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직접 전달하기에 시청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작죠. 그렇기에 책이야말로 독자 입장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만화 ‘고독한…’의 대사량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음식의 맛과 식당의 분위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독자가 음미하며 상상해보기를 원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고독한…’의 그림 작가)도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주인공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해내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만화가 영상으로 재창작되기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 제작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좋은 ‘소스’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영상화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되니 원작을 읽었더라도 또 다른 해석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땐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만화에는 이렇다 할 스토리도, 극적인 갈등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건, 만화야말로 창작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뛰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겠지요!”도쿄·교토=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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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게임, 드라마…콘텐츠 시장의 원천 ‘만화’ 그 무한한 가능성

    일본 교토에 있는 교토국제만화박물관은 간사이 지방을 여행하는 ‘만화 덕후’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건 30만여 권의 장서를 연도별, 주제별로 정리한 ‘만화의 벽’이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노부인까지 너나할 것 없이 서가에서 뽑아낸 만화를 몇 권씩 쌓아놓은 채 읽고 있었다. 서가 옆에 놓인 안락의자에 기대앉거나 박물관 앞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누워 만화를 읽는 모습에서 만화를 일상의 일부로 함께하는 일본인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베르사유의 장미’의 작가 리요코 이케다를 비롯한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작가 120명의 손을 본뜬 석고상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아라마타 히로시 만화박물관 전무는 “만화는 일본이 지켜내야 할 문화적 보물”이라며 “최대한 많은 양의 만화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을 우리 박물관의 소임이다”고 밝혔다. ●영화, 게임, 드라마…세계 콘텐츠 시장의 원천, 일본 만화 최고의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으며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SF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발표 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데스노트’와 ‘진격의 거인’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일본의 만화 시장 규모는 약 26억4000만 달러(약 3조 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2~5위인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그야말로 ‘망가(マンガ·漫畵) 공화국’이다. 만화는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영화를 비롯해 연극, 뮤지컬, 게임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확장성을 지녔다. 파생 콘텐츠까지 아우르면 일본 만화의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만화는 바야흐로 세계 콘텐츠 시장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원천이다. 2년 전 ‘포켓몬고’ 열풍을 일으키며 가장 성공한 증강현실 활용 콘텐츠로 꼽히는 ‘포켓몬스터’는 세계적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 정식 번역 출간된 최초의 일본 만화이자 서구권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대표적인 ‘양덕(서양인 덕후)’ 만화로 꼽히는 ‘드래곤볼’ 시리즈 역시 한 해가 멀다 하고 PC와 콘솔용 게임으로 제작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향기가 짙게 밴 작품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퍼시픽 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스스로를 일본 만화의 열성팬이라고 말하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서구영화에서는 거대 로봇에 대한 전통이 없다. ‘철인28호’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 ‘퍼시픽 림’에 등장하는 로봇들은 ‘에반게리온’과 ‘마징가Z’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인상을 풍린다. 지구를 위협하는 괴물의 이름인 ‘카이주’는 ‘괴수(怪獸)’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영상으로 재창조되는 만화 ‘고독한 미식가’ 만화 ‘고독한 미식가’는 일본 TV도쿄가 드라마로 만들어 큰 사랑을 받았다. 9월 일본 도쿄 기치죠지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만화의 작가 구스미 마사유키(60)는 활자 콘텐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만화든 소설이든,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그려내는 것과 같습니다.” 드라마 ‘고독한…’은 언뜻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 평범한 세일즈맨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타카)가 일을 마친 후 “배가 고파졌다”는 대사를 날리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 ‘혼밥’을 한다. 사람들은 이 ‘아무것도 없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2012년 첫 시즌이 방송된 이후 일곱 개의 시즌으로 제작됐으며, 시즌8도 준비 중이다. 중국에서도 판권을 사들여 중국판 드라마가 나왔고, 2018년 말 초연을 목표로 연극으로도 제작 중이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한국으로 출장 온 주인공이 한국 식당을 찾는 내용을 담은 특별편도 제작됐다. 만화책을 읽는 독자는 음식의 맛과 냄새, 조리할 때와 맛볼 때 나는 소리 등을 직접 느낄 수 없다. 심지어 ‘고독한…’은 전 페이지가 흑백이어서 음식의 색깔조차도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구스미 작가는 이런 한계야말로 만화가 가진 장점이라고 했다. “흑백의 그림과 글자만 보고 그 속의 상황을 독자가 스스로 그려내야 합니다. 반면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 매체는 냄새와 맛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직접 전달하기에 시청자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적죠. 그렇기에 책이야말로 독자 입장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만화 ‘고독한…’의 대사량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음식의 맛과 식당의 분위기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는 독자가 음미하며 상상해보기를 원했다. 다니구치 지로 선생(‘고독한…’의 그림 작가)도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주인공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표현해내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만화가 영상으로 재창작되기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아 제작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기 좋은 ‘소스’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영상화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차만별이 되니 원작을 읽었더라도 또 다른 해석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만화를 그릴 땐 영상으로 만들어질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만화에는 이렇다할 스토리도, 극적인 갈등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만화가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지는 건, 만화야말로 창작자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뛰놀 수 있는 바탕이 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겠지요!” 도쿄·교토=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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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저한 검증으로 쌓은 신뢰+보는 재미… 이유있는 장수 비결

    혹자는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 젊은 세대뿐 아니라 장·노년층까지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정보 전달성 TV 프로그램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런 엄혹한 현실을 이겨내고 200회를 맞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있다.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 26일 서울 마포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만난 ‘몸신’ 마사지 전문가 박성영 박사는 제작진의 사전 검증 작업이 철두철미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촬영 3주 전부터 수도 없이 찾아와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데 정말이지 괴로울 지경이었다”며 하소연했다. ‘몸신’이 롱런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인터넷에 흘러넘치는 모든 건강정보를 제작진이 직접 몸을 던져가며 검증한 데서 나오는 신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몸신에 나온 내용은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쌓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았다. ‘몸신’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자리 잡은 데는 패널로 나왔던 배우 엄앵란 씨의 유방암을 촬영 중 발견해낸 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 엄 씨는 2015년 말 유방암 편(56회) 촬영 중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1월 수술을 받아 2개월여 만에 건강을 되찾은 후 복귀했다. 통상 70대 이상 고령자에게는 유방암 검진을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더 아찔한 순간이었다. 당시 “80세 가까이 살았는데 암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출연진과 제작진을 안심시킨 엄 씨는 수술 후 “몸신은 나를 살린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진 PD는 “아무리 유명한 ‘예비 몸신’의 비결이어도 우리가 효과를 몸으로 느끼지 못하면 섭외하지 않는다”며 “나를 필두로 모든 제작진이 간단한 체조부터 긴 기간이 필요한 식이요법까지 모든 건강 비결을 직접 체험하며 검증하는 것이 철칙”이라고 말했다. 건강 비법의 효과를 말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 연출해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2015년 방영된 4회에서는 뇌 건강의 척도로 쓰이는 뇌파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 특수 장치를 통해 뇌파로 선풍기를 돌리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김 PD는 “‘몸신’은 건강정보 프로그램계의 ‘스타킹’(SBS 예능)을 만들겠다는 모토로 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몸신’이 정보성과 재미의 균형을 잡는 데는 터줏대감 정은아 아나운서의 공이 컸다. 정 아나운서는 “(뇌파 선풍기 실험은) 얼핏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출연진이 조금 망가지더라도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개인이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을 다뤄온 이 프로그램은 200회를 맞아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장을 초빙해 국가가 ‘국민의 몸’을 지키는 일에 대해 톺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 특별편을 위해 제작진은 7일간 아주대 중증외상센터를 밀착 취재했다. 정 아나운서는 “‘닥터 헬기’ 운용으로 발생하는 헬기 소음 때문에 민원이 종종 접수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당장은 조금 시끄러울지라도 그 소리가 내 가족의 생명을 구하는 소리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몸신’으로 나서는 200회 특집 방송은 다음 달 6일 오후 9시 30분에 방영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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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구석구석 “진정 난 몰랐었네”

    “외국인 관광객 눈에 비친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시즌2를 맞은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지난해 7월 이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예능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호스트)이 친구 3명을 초청한다. 그 친구들은 알아서 자유롭게 관광을 즐기거나 한국에 사는 친구가 준비한 여행을 떠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속된 말로 대박이 났다. 평균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이 3%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엔 두 차례 5%를 돌파하기도 했다. 해당 방송국에서조차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있기 힘들 기록”이란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어서와…’의 매력은 질문은 뻔했을지언정 답이 허를 찔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을 처음 찾은, 가공되지 않은 외국인 출연자의 반응이 너무나 신선했다. 예를 들어, 주로 외국인이 좋아하는 우리나라 음식 하면 삼겹살이나 치킨 정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막상 출연자들은 들깨칼국수나 미역국 등에 열광한다. 게다가 한국의 역사나 사회적 분위기를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모습도 호응이 크다. 외국인들이 꼽는 ‘한국이 특별한 이유’도 통념을 깨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역에 번호가 매겨져 있어 찾기 쉽다든가, 바뀐 주소가 외국인들의 길 찾기에 편리하다는 등의 내용은 한국인들은 미처 알지 못한 장점이다. 다만 갈수록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목은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풀어야 할 숙제다. 정해진 틀이 없어서라지만, 거의 매번 ‘산낙지’를 기겁하며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 건 다소 지겹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친구로 국한했던 초청 대상을 최근엔 ‘가족’으로 넓히고 있다. 패널로 출연하는 알베르토 몬디는 “한국인도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이 많은 만큼, ‘가족 예능’으로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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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돈 5만원 받더라도 계약서 당연히 쓰는 문화 정착돼야”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 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 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 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슈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를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 easy@donga.com·신규진 기자}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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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옷 벗으면 주연 시켜줄게” 오디션장의 악몽

    신인 배우 A 씨(27·여)는 올해 초 한 영화 오디션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이 잊혀지지 않아 힘들다. 조연을 지원했는데 면접장에서 제작자가 “(옷을) 벗으면 주연을 시켜주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 씨는 가까스로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한 뒤 뛰쳐나왔다. A 씨는 “너무 두려워 지금까지도 면접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인 배우나 배우 지망생들은 이런 일이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이 폭로되면서 출연료 미지급, 성추행, 폭행 등 문화계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계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신문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연출을 맡은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는 관행이며 지원자들의 간식비로 다 쓰였다”고 반박했다. 배우 지망생들도 “면접비 요구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한 영화계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는 1만 원 선의 면접비를 요구하는 공고가 적지 않다. 신인 배우 김모 씨(25·여)는 “면접비 5000원을 준비하지 못하고 면접장에 갔는데 ‘이 정도도 못 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고질적 문제인 출연료 미지급도 여전하다.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스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B 씨(25·여)는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돼도 ‘사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제작사에서 화를 낸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제작사가 계약서 작성을 거론하지 않으면 출연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고 여길 정도다. 원로 배우 이순재 씨도 “몇 년 전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악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콘텐츠진흥원에서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 고발이다. 연습생들은 데뷔할 기회가 제한된 데다 소속사 대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년간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C 씨(23)는 “소속사 없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폭언, 폭행은 참고 견뎌야 한다. 부모가 나서 ‘조금만 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을 위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적정 전속기간, 기본권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문제를 제기해 신분이 드러나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문화계에서는 약자인 신고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피신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피해를 입증하는 절차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소속사의 부당 행위에 대한 감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진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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