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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7∼9월)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0.4%로 집계됐다. 연간 경제성장률 2% 달성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 지출을 계속 늘렸지만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가까이 밀어붙인 소득주도성장 역시 가처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확대→성장률 제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24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건 속보치로, 나중에 조정될 수 있지만 오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1∼3월)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데 이어 3분기마저 기대치(0.6% 안팎)를 밑돌면서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2% 성장은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4분기 성장률이 0.97% 이상 나와야 올해 성장률 2%를 넘길 수 있다”고 했다. 분기별 잠재성장률(0.6% 선)을 감안하면 달성이 쉽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2% 성장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했다. 연간 성장률이 2%를 넘지 못한 건 경제 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세 차례다. 2차 오일 쇼크가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이다. 모두 예측 불가능한 대외 변수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경제에 초대형 충격이 있었던 시기다. 올해는 수출과 내수 부진, 생산성 감소, 경제 체질 개선 지연 등 누적된 내부 요인에 의해 경제 활력이 서서히 가라앉은 결과란 점에서 과거 사례와 다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현 정부 들어 재정을 대폭 늘렸는데도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건 대부분 돈을 복지에 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글로벌 경제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정부는 세율 인상,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를 쏟아냈다”며 ‘정책 오류’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청와대는 올해 말까지 남은 재정을 최대한 투입해 성장률 1%대 추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9월까지 올해 예산의 80% 가까이를 이미 소진했다. 남은 ‘실탄’이 많지 않다.이건혁 gun@donga.com·문병기 / 세종=주애진 기자}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기업의 발목을 잡은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한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글로벌 흐름을 역행하는 경제정책 실험이 부진한 성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이는 본보가 3분기 성장 쇼크의 원인과 대안을 듣기 위해 전·현직 국책연구기관 관계자(2명), 민간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3명), 재계단체 관계자(1명), 경제학 교수(2명), 전직 경제부처 장관(2명) 등 경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전화 인터뷰를 한 결과다. ○ 경기 오판해 정책 실험하다 실패 정부가 재정 확대에만 매달리며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투자, 소비 등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있는데 소득주도성장론에 얽매여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들로 투자 의욕을 더 꺾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들이 건설 투자, 기업 투자를 억누르고 있다”며 “재정이 이미 80% 가까이 집행된 상태라 재정을 투입할 여력도 부족한데 정부는 정책 방향을 바꿀 기미가 안 보인다”고 했다. 정부의 경기 오판이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글로벌 경제의 장기 추세선이 작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예측 오차에 따른 정책 오류”라고 했다. 2017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붕괴하면서 세계적으로 공급이 위축되는 국면에서 국내 정책까지 공급 부문을 옥죄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정책 실패의 징후가 작년부터 나타났는데도 최저임금을 10% 이상 올렸다”며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기 대책으로 재정 확대에만 의존하려는 점도 문제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한국 경제에 대해 재정을 풀되 규제 개혁을 같이 하라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제언은 재정보다 규제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개혁 없이 재정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했다. ○ “바깥만 보지 말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이 금방 좋아지기 어려운 만큼 재정을 늘리되 경제정책 방향을 과감하게 전환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으로 부진한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요인은 어차피 정부가 컨트롤할 수 없다”며 “그 대신 주 52시간제 보완책이나 노동 유연성 확보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 민간 투자의 활력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건설 투자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3기 신도시 조성을 최대한 앞당기는 등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상황이 나쁠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선제적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단기적 성장률 방어에 매달리는 대신에 장기적 시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 성장률 등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경기가 회복될 때를 대비한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 세종=송충현 기자}
자유한국당의 경제정책인 ‘민부론’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를 기획재정부가 작성해 더불어민주당에 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공무원의 정치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처가 정책자료를 여당에 제공할 수 있지만 그 자료가 야당 비판용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내부적으로 (민부론에 대해) 검토했고 민주당에 그 자료를 참고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민부론이 경제 전반을 다루고 있는 만큼 현 정부 정책과 비교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민주당의 요청에 당정 협의 차원에서 검토 자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국당 측에서 검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자 홍 부총리는 “내부 검토용이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2일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을 뼈대로 하는 민부론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1일 ‘민부론 팩트체크’라는 자료를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한국당은 이 반박 자료의 최초 작성자가 기재부 공무원이라며 공무원의 정치 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당과 행정부가 정책 협조를 할 필요성은 있지만 정치적 논란에 정부가 과도하게 끼어드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경제정책 분야에서 여당과 정부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삼권분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키우던 돼지를 수매 및 살처분한 돼지농가에 정부가 정책자금 대출 상환을 최대 2년 늦추고 상환유예 기간 이자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ASF 발병 지역 등에서 예방적 살처분이나 수매에 참여한 농가를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살처분 명령일이나 수매 신청일로부터 1년 내에 농축산 경영자금, 농업 종합자금,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 등 정책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농가가 대상이다. 단, 질병 발생 신고를 늦게 했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농가, 예방접종 명령이나 살처분 명령을 어긴 농가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농식품부는 이번 조치로 경기 파주시, 연천군 등 5개 시군에서 9월 말 기준 1095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 지원을 받은 농가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봤다. 연간 이자 감면 예상액은 49억 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매 및 살처분 참여 농가에 대한 추가적인 생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처분 후 돼지를 다시 키우기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어서다.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안정자금은 최대 6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생계안정자금 지원 기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0월 들어 20일까지의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 가까이 감소하면서 11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수출이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둔화라는 악재에 장기간 짓눌려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5% 적은 268억33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누적 수출액은 4329억37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5% 줄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이달 1∼20일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작년보다 20.0% 줄었다. 미국(―17.4%), EU(―36.6%), 일본(―21.3%)으로 수출한 금액도 모두 두 자릿수 감소폭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지면서 반도체 수출액이 작년보다 28.8% 줄어 수출 실적이 부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수출 실적이 좋았던 탓에 올해 실적이 수치상 더 부진해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20일 수출액은 전년 대비 25.8% 늘어난 333억3500달러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은 반도체 호황 사이클의 정점이어서 수출 실적이 매우 좋았다”며 “올해도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작년 대비 하루 평균 수출액 감소폭이 13.5%로 떨어지는 만큼 월말에는 전체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올해 10월 1∼20일 조업일은 13.5일로 작년(14.5일)보다 하루 더 적었다. 이달 1∼20일 수입액은 254억1600달러로 작년보다 20.1% 줄었다. 원유(―31.5%), 가스(―39.1%), 석유제품(―37.0%) 등의 수입 규모가 많이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21.9%) 일본(―30.1%) 중동(―34.8%) 등에서 줄었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14억1700만 달러로 작년보다 7.6% 감소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보완책을 검토하는 것은 이 제도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1인당 근로시간이 줄어든 뒤에도 기업이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직원을 추가 고용하거나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으로선 여의치 않다. 16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계도기간 부여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특별연장근로 가능 사유 확대 △재량근로제 적용 업무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주 52시간제 시행이라는 경영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4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체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6%가 주 52시간제 도입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정부 검토안 중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실제 시행이 가장 유력한 방안이다. 계도기간에는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아 사실상 제도 시행 연기와 같은 효과가 있다. 현재 자연재해 및 재난 등에 한정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가 ‘사업상 불가피하게 일시적으로 추가 근로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확대되면 기업은 업무량에 따라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초만 해도 정부 차원의 주 52시간제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슈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국회를 통한 보완책 마련이 원천적으로 힘들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법안 처리 가능성이 생기자 정부 대책을 천천히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여당은 탄력근로제 확대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와 야당은 탄력근로제 확대기간을 1년으로 하거나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시행 시기를 법적으로 연기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대립 구도에서 정부가 시행령과 고시 개정 위주의 보완책을 내놓으면 야당이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라고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행령 등은 언제든 고칠 수 있기 때문에 야당이 아예 입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반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협상 자체가 어그러진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불만스러워한다. 기약 없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매달리기보다는 정부가 보완책을 통해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개선 등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상황이 꽤 해결되기 때문에 행정부 대책을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할지 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기간이 6개월로 되더라도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은 매일 근로시간표를 짜는 등 절차를 지키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주애진 / 김호경 기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 주 52시간제 위반 시 처벌을 6개월 이상 유예하고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늘려주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시행 중인 주 52시간제가 내년 1월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소기업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 52시간제 보완 대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 형태로 일괄 발표하지 않고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법안 등이 처리되는 상황과 연계해 정부 대책을 순차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예정대로 중소기업에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되 고용부 지침으로 계도기간을 6개월 이상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를 시행한 300인 이상 대기업에 총 9개월의 계도기간을 준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대기업만큼 계도기간을 줄 거라는 기대가 생긴 데다 대기업과의 형평성도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특별연장근로 적용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자연재해,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가 났을 때만 예외적으로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연장근로시간 한도(12시간)를 초과해 일할 수 있다. 이 범위를 ‘경영상의 위기’ 등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노사가 합의한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반 사무직 종사자 등에게 재량근로제를 폭넓게 적용해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금은 신문·방송업, 연구개발 등 전문 업종 종사자에게만 재량근로제를 노사 합의로 적용할 수 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송충현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산하는 가운데 올가을 처음으로 야생 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돼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10일 채취한 야생 조류의 분변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AI 항원은 조류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항체를 만들도록 하는 물질로 항원이 검출됐다는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바이러스가 저병원성이면 별문제가 없지만 고병원성이라면 조류 치사율이 100%에 이르고 전염성도 높다. 고병원성 여부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2, 3일 뒤 알 수 있다. 농식품부는 항원이 검출된 지점에서 반경 10km 이내를 야생 조류 예찰 지역으로 정하고 지역 내 사육 중인 가금류와 조류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지역 내에서는 오리농장에 새로 오리를 들이는 것이 금지된다. AI는 주로 야생 조류에서 오리를 통해 닭으로 전파된다. 해당 지자체는 방역차량을 이용해 매일 소독하고 전국 철새 도래지와 인근 농가에 대한 방역도 강화한다. 국내에서 고병원성 AI는 2018년 3월 17일 마지막으로 발생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11, 12일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 4마리가 잇따라 발견돼 정부가 접경지 인근 야생 멧돼지를 사실상 모두 없애기로 했다. ASF 발생 초기부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라는 지적이 나온 만큼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1, 12일 이틀간 연천군 왕징면,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1마리와 사체 3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멧돼지들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서 군이 발견했다. 2일 DMZ에서 발견된 것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는 총 5마리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는 이날 접경지역을 4개의 관리지역으로 나눠 야생 멧돼지를 적극 사살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연천군과 철원군 ASF 감염 멧돼지 발견 지점에서 300km² 이내는 감염위험지역으로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책을 설치하고 총기 포획을 허용한다. 원래 정부는 멧돼지가 놀라 달아날 것을 우려해 총기를 이용한 포획을 금지했다. ASF가 발생한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철원군, 인천 강화군과 그 인근 경기 고양시,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 강원 화천군은 각각 발생지역과 완충지역으로 정한다. 여기선 총기 포획을 금지하고 포획 틀과 트랩을 확대 설치한다. 경기 남양주시, 가평군, 의정부시, 강원 춘천시,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 경계지역에선 총기를 이용해 집중 포획에 나선다. 무료 수렵장을 운영하고 마리당 10만 원의 포획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멧돼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걸 막기 위해 경계지역의 남측과 북측 둘레에 폭 2km의 차단지역을 만든다. 차단지역 내 야생 멧돼지는 빠른 시일 내 전부 없애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처음 ASF가 발병했을 때부터 방역 전문가와 돼지농가들은 야생 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하며 멧돼지 관리 강화를 요구해 왔다. ‘뒷북 대응’ 논란에 환경부는 “처음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건 DMZ 남방한계선 위쪽이라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환경부는 철책 밖으로 멧돼지가 직접 이동하는 것 외에 쥐, 새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고유 업무상 멧돼지 관리에 한계가 있다. 멧돼지 방역 업무를 환경부에서 농식품부로 이관하라”고 주장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사지원 기자}
11~12일 강원 철원군과 경기 연천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멧돼지 4마리가 잇따라 발견돼 정부가 접경지 인근 야생 멧돼지를 사실상 모두 없애기로 했다. ASF 발생 초기부터 야생멧돼지가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라는 지적이 나온 만큼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1, 12일 이틀간 연천군 왕징면, 철원군 원남면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1마리와 사체 3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멧돼지들은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에서 군이 발견했다. 2일 DMZ에서 발견된 것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는 총 5마리다.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방부는 이날 접경지역을 4개의 관리지역으로 나눠 야생멧돼지를 적극 사살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연천군과 철원군 ASF 감염 멧돼지 발견지점에서 300㎢ 이내는 감염위험지역으로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책을 설치하고 총기 포획을 허용한다. 원래 정부는 멧돼지가 놀라 달아날 것을 우려해 총기를 이용한 포획을 금지했다. ASF가 발생한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철원군, 인천 강화군과 그 인근 경기 고양시,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 강원 화천군은 각각 발생지역과 완충지역으로 정한다. 여기선 총기 포획을 금지하고 포획 틀과 트랩을 확대 설치한다. 서울과 인천, 경기 남양주시, 가평군, 의정부시, 강원 춘천시,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등 경계지역에선 총기를 이용해 집중 포획에 나선다. 무료 수렵장을 운영하고 한 마리당 10만 원의 포획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멧돼지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걸 막기 위해 경계지역의 남측과 북측 둘레에 폭 2㎞의 차단지역을 만든다. 차단지역 내 야생멧돼지는 빠른 시일 내 전부 없애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시 돼지농장에서 처음 ASF가 발병했을 때부터 방역 전문가와 돼지농가들은 야생멧돼지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하며 멧돼지 관리 강화를 요구해왔다. ‘뒷북 대응’ 논란에 환경부는 “처음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건 DMZ 남방한계선 위쪽이라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환경부는 철책 밖으로 멧돼지가 직접 이동하는 것 외에 쥐, 새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한한돈협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고유 업무상 멧돼지 관리에 한계가 있다. 멧돼지 방역 업무를 환경부에서 농식품부로 이관하라”고 주장했다.돼지 방역 업무를 환경부에서 농식품부로 이관하라”고 주장했다.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사지원기자 4g1@donga.com}
‘지옥문이 열렸다. 최악의 경우 신선육 냉장 삼겹살은 30년간 먹기 힘들게 될지도.’ 지난달 16일 경기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ASF가 확산되면 국내 돼지가 절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방역체계를 고려하면 ASF로 국내 돼지가 절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판단이다. 하지만 ASF의 특성상 백신과 치료약이 없어 한 번 퍼지면 뿌리 뽑기 힘들다는 점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그냥 흘려듣기가 어렵다. 실제로 국내 가축전염병은 토착화, 만성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제역은 2014년부터 6년째 거르지 않고 해마다 찾아왔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지난겨울 발병 없이 넘어갔지만 2003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돼 안심할 수 없다. ASF의 경우 2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사체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토착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가의 사육용 돼지에서 발병하는 ASF는 도살처분을 통해 어느 정도 확산을 저지할 수 있지만 야생 멧돼지는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ASF에 구제역과 고병원성 AI가 겹치는 ‘다중복합 전염병’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 십수 년째 반복돼 온 구제역과 AI를 통해 만성화하는 가축전염병의 실태와 해결책을 살펴봤다.○ 6년 연속 발병으로 사실상 토착화한 구제역 수의학계에서는 구제역이 2010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토착화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최악의 구제역 사태로 기억되는 2010∼2011년 발병을 계기로 2011년 1월 전국적인 상시 백신 접종 정책을 도입했다. 백신 처방 덕분에 그 이후에는 2010년처럼 큰 파동을 겪지는 않았지만 연중 산발적인 발병은 계속 이어졌다. 정부는 ‘2014∼2016 구제역 백서’에서 이전 사례와 달리 2016년 구제역은 국내 잔존 바이러스로 발병했다고 추정했다. 외부 유입 때문이 아닌 토착화한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이라는 것이다. 기록상 한국 최초의 구제역은 1911년 발병했다. 이때부터 1934년까지 총 23차례 나타난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2000년 3월 24일∼4월 15일, 2002년 5월 2일∼6월 23일 각각 15건, 16건 발생했다. 추가 확산 방지에 성공한 덕분에 2002년 11월 한국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했다. 하지만 8년 만에 최악의 구제역 사태가 터졌다. 2010년 11월 28일부터 2011년 4월 21일까지 소, 돼지, 염소 등에서 구제역이 창궐했다. 이때 도살 처분된 가축만 347만9962마리에 이른다. 이때부터 소, 돼지 등 우제류에 구제역 백신 접종을 시작해 한국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 상의 백신 미접종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됐다. 2014년 5월에야 겨우 백신 청정국이 됐다. 하지만 그해 7월 다시 발병해 6년째 발병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언제 변종 창궐할지 모르는 AI 고병원성 AI는 2003년 말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뒤 거의 매년 발생했다. 국내 AI 발생 횟수는 연도별로 분류하면 크게 7차례다. 가장 심각했던 건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 19일 사이 세 번에 걸쳐 발생했을 때다. 이 시기 전국 62개 시군에서 총 421건의 양성 판정이 나왔다. 도살 처분된 닭, 오리 등 가금류도 3807만6000마리로 가장 많았다. 도살 처분과 생계소득 지원 등에 총 3621억 원이 쓰였다. 대부분 외부 오염원 유입을 차단할 시설 부족, 철새 등 야생 조류나 축산 차량에 의한 오염원 유입 등으로 추정된다. 특히 산란계는 기업형 농장에서 밀집 사육되는 데다 계란 수집을 위한 농장 내 차량 출입이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AI 감염에 더 취약하다. 기존 발생지에서 재발하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AI중점방역관리지구를 513개 읍면동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AI 발병 농가는 중점방역관리지구에 집중됐다. 지난겨울에는 AI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부는 역대 최악이었던 2016∼2017년 AI 사태 이후 오리 사육 휴지기 등 고강도 방역대책을 내놨다. 오리 사육 휴지기는 AI 감염 경로가 주로 철새→오리→닭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겨울철 오리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보상금을 주는 제도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초기 AI 발생 때는 신속한 도살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등 방역에 허점이 많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리 사육 휴지기, 즉각적인 일시이동중지 명령 조치 등을 도입한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발병 사례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요즘엔 겨울과 봄이 아닌 여름에도 AI가 발병하면서 연중 상시화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다. AI 역시 토착 질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AI 바이러스는 고온과 습도에 약해 겨울과 봄에 확산되다 날씨가 더워지면 자연스레 기세가 꺾였다. 2014년 처음 ‘여름 AI’가 발생하면서 이 법칙이 깨졌다. 2017년 6월에도 전북 군산시의 한 농장에서 시작된 AI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철새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AI가 변이 과정을 거쳐 국내에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AI 바이러스는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가 생기면 대대적으로 창궐할 가능성이 크다.○ 방역체계 개선과 농가 협조 병행돼야 한국의 가축 질병 방역체계는 구제역과 AI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돼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다만 초기 대응 실패로 토착화를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고질적인 재발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염병 발병 초창기에는 농가들의 강력한 저항 탓에 신속하게 도살 처분이 이뤄지지 못했고, 일시이동중지 명령도 곧바로 시행되지 않았다. 구제역은 품질이 떨어지는 백신을 써서 예방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될 통로가 늘어난 점은 가축전염병의 완벽한 퇴치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보다 방역 수준이 떨어져 주기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창궐하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게 취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ASF 역시 중국에서 북한을 거쳐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로 철새의 이동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AI는 중국 내 변종이 너무 많아 종류를 특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농가에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이들이 자국을 오가거나 근로자끼리 교류하면서 바이러스를 옮길 위험도 커졌다. 현장에서 직접 방역작업을 수행하는 지방자체단체의 방역 능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일부 전문가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자체 방역 전문 인력을 직접 관리하거나 아예 중앙과 지방의 방역기관을 일원화하는 등의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열악한 방역 환경 탓에 전문 인력의 이탈이 많은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전문가들은 초기 방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농가의 적극적인 협조라고 강조한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국가 방역시스템이 아무리 뛰어나도 농장 주인들이 발병 사실을 숨기거나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역인력과 농가가 직접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역 백신 미접종 청정국인 일본은 지자체의 방역 공무원 1명당 농가 15곳을 배정해 평소에도 소통하고 예찰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우리는 발병이 확인되면 방역인력이 투입되는 구조다. 김 교수는 한국도 일본과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도살 처분 농가에 대한 보상과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ASF 발병 농가 인근 지역에서는 지금도 강제 도살 처분 조치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ASF로 돼지가 도살 처분되면 2, 3년간 재입식이 어려운데 생활안정자금 지원은 6개월뿐”이라며 “생계 문제로 농가에서 신고를 꺼리게 되면 ASF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완전히 밭을 엎은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그나마 피해가 적은 곳도 작년 대비 절반밖에 수확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덮치면서 농가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겨울철 김장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9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1∼8일 전국에서 거래된 배추 10kg의 도소매 평균가격은 1만9720원이었다. 10월 기준으로 2017년 7251원, 2018년 8468원으로 1만 원이 채 안 됐던 배추값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깍두기의 주 재료인 무값도 출렁이고 있다. 10월 기준 2017년 9628원이었던 무(20kg)값은 지난해 1만4843원, 이달엔 2만160원이었다.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값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가을 태풍의 영향이 컸다. 배추는 일반적으로 8월 말경 심어 11월 수확에 들어간다. 9, 10월은 배추의 증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다. 한참 중요한 생육 과정을 거쳐야 할 9월 초에 13호 태풍 링링이 상륙했다. 이어 9월 말에는 타파, 이달 초에는 미탁이 한반도를 할퀴었다. 주로 6∼8월 찾아오던 태풍이 올해는 가을에 연달아 상륙하면서 배추, 무 농사에 큰 피해를 줬다. 특히 배추 주산지인 해남 등 전남지역과 제주도에 비바람이 집중되면서 큰 피해를 본 배추 농가가 많다. 전남 해남군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승래 현우영농조합 대표(55)는 “올가을 유독 태풍이 여러 번 오면서 유실된 모종이 상당수”라며 “해남 지역에서는 밭을 아예 갈아엎게 돼 한 해 농사를 망친 곳도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는 대풍(大豐)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져 배추를 버려야 할 정도로 손해를 봤는데, 올해는 반대로 태풍 피해를 입게 됐다”면서 “배추뿐 아니라 무, 양파 등의 피해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전남지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8일 해남군의 한 배추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해남의 가을배추가 세 번의 연이은 태풍에 습해를 입어 90% 이상 시들어가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산지 피해는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aT는 “태풍의 영향으로 배추의 출하 물량 감소가 예상돼 가격대가 높은 상태에서 보합세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포장김치 판매업체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포장김치 업체들은 얼마 전부터 계약 가격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섰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산지를 직접 돌며 점검을 하고 있는데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당분간은 복구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태풍 ‘링링’으로 인한 무밭과 배추밭의 침수 피해는 각각 311ha, 300ha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가을 태풍 피해로 배추와 무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지만 이달부터 강원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고랭지 채소가 출하되면 가격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만약 수급이 불안해지면 겨울 월동배추 출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정부 예산을 투입해 할인 판매를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
“완전히 밭을 엎은 농가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그나마 피해가 적은 곳도 작년 대비 절반밖에 수확을 못 할 것 같습니다.” 링링, 타파, 미탁 등 가을 태풍이 연이어 한반도를 덮치면서 농가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배추, 무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겨울철 김장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9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1~8일 전국에서 거래된 배추 10kg의 도·소매 평균가격은 1만9720원이었다. 10월 기준으로 2017년 7251원, 2018년 8468원으로 1만 원이 채 안 됐던 배추값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깍두기의 주 재료인 무값도 출렁이고 있다. 10월 기준 2017년 9628원이었던 무(20㎏)값은 지난해 1만4843원, 이달엔 2만160원이었다. 겨울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값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가을 태풍의 영향이 컸다. 배추는 일반적으로 8월 말경 심어 11월 수확에 들어간다. 9, 10월은 배추의 증식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다. 한참 중요한 생육 과정을 거쳐야 할 9월 초에 13호 태풍 링링이 상륙했다. 이어 9월 말에는 타파, 이달 초에는 미탁이 한반도를 할퀴었다. 주로 6~8월 찾아오던 태풍이 올해는 가을에 연달아 상륙하면서 배추, 무 농사에 큰 피해를 줬다. 특히 배추 주산지인 해남 등 전남지역과 제주도에 비바람이 집중되면서 큰 피해를 본 배추 농가가 많다. 전남 해남군에서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이승래 현우영농조합 대표(55)는 “올가을 유독 태풍이 여러 번 오면서 유실된 모종이 상당수”라며 “해남 지역에서는 밭을 아예 갈아엎게 돼 한 해 농사를 망친 곳도 여러 곳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는 대풍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져 배추를 버려야 할 정도로 손해를 봤는데, 올해는 반대로 태풍 피해를 입게 됐다”면서 “배추뿐 아니라 무, 양파 등의 피해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배추생산자협회 전남지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8일 해남군의 한 배추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해남의 가을배추가 세 번의 연이은 태풍에 습해를 입어 90% 이상 시들어가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산지 피해는 소비자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aT는 “태풍의 영향으로 배추의 출하 물량 감소가 예상돼 가격대가 높은 상태에서 보합세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포장김치 판매업체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포장김치 업체들은 얼마 전부터 계약 가격보다 3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서라도 물량 확보에 나섰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산지를 직접 돌며 점검을 하고 있는데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당분간은 복구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태풍 ‘링링’으로 인한 무밭과 배추밭의 침수 피해는 각각 311㏊, 300㏊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농식품부는 가을 태풍 피해로 배추와 무 가격이 최근 크게 올랐지만 이달부터 강원과 충청 일부 지역에서 고랭지 채소가 출하되면 가격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만약 수급이 불안해지면 겨울 월동배추 출하 시기를 앞당기거나 정부 예산을 투입해 할인 판매를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복지 지출 확대로 정부 보조금이 124조 원으로 늘면서 ‘눈먼 돈’을 노린 부정 수급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합동단속을 벌인 결과 올 들어 1854억 원에 이르는 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적발됐다. 기획재정부는 8일 중앙부처, 감사원,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단속한 결과 1∼7월에만 총 1854억 원 규모의 부정 수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부정이 확인된 647억 원은 바로 환수하고 나머지 금액은 경찰 수사 등을 거쳐 환수를 추진한다. 지난해 총 4만2652건, 388억 원 규모로 적발해 환수 조치한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작년 한 해 적발 규모의 약 5배로 늘었다. 부정 수급이 늘어난 건 현 정부 들어 보조금이 급격하게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2015년 94조3000억 원이던 국고 및 지방보조금은 지난해 105조4000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겼다. 이어 1년 만에 19조 원 늘어난 124조4000억 원이 됐다. 적발된 사례 중에는 현 정부가 확대하거나 신설한 사업이 많았다. 일자리안정자금 부정 수급이 약 9만5000건, 335억 원이었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199건), 기초연금(5759건) 등도 다수 적발됐다. 환수가 결정된 국고보조금 601억 원 중 고용 분야 적발 규모가 368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경찰, 감사원, 지자체 등이 대대적으로 합동 점검에 나선 건 사실상 올해가 처음이라 규모가 급증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정부 부처가 적발한 것만 포함해 규모가 작았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부정 수급 신고포상금 한도를 없애고 환수액의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신고포상금은 2억 원 한도에 환수액의 30% 내에서 부처 자율로 지급해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정 수급 신고자를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보호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부정 수급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개별법마다 제각각인 제재부가금 기준을 현행 보조금법에서 규정한 대로 부정 수급액의 최대 5배로 통일한다. 한 번 적발되면 5년간 다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고용안정사업, 기초생활급여, 장애인활동지원, 직불금 등 4개 보조금 사업에 대해서도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한다. 현재는 사회복지시설 보조금 등 일부 분야만 특사경이 활동하고 있다. 부처별 부정 수급자 명단을 공유할 수 있도록 ‘통합수급자격 검증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부정 수급자는 모든 국고보조 사업에서 배제한다. 기재부 측은 “빠른 시일 내 관련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보조금 부정 수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서 여성 기자가 시위 참가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해당 기자의 소속 언론사인 JTBC와 한국여기자협회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JTBC는 4일 “파손 등 다른 피해도 문제지만 현장에 나간 여기자를 장시간에 걸쳐 둘러싸고 성추행까지 하며 가두다시피한 것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가해자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의 피해 사례를 모아 자료를 경찰에 넘길 예정”이라며 “경찰이 이미 수사에 들어가 JTBC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여기자협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취재 현장에서 그 어떤 이유에서든 기자가 성추행 또는 폭력을 당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이번 사건은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자 여성 인권 침해”라며 신속한 경찰 수사를 촉구했다.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경기 파주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의심되는 신고 2건이 추가로 접수됐다. 이 지역에서 16일 ASF가 발생한 지 4일 만이다. 이번 주말 태풍 타파가 남해안에 상륙해 많은 비가 내리면 소독약이 씻겨 내려가 방역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오전 경기 파주시 적성면과 파평면의 돼지농장 2곳에서 ASF 의심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적성면 농장은 3000마리, 파평면 농장은 4200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두 농장은 앞서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연천군 백학면의 돼지농장과 10㎞ 이내에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새로 신고된 농장과 기존 발병 농장 간 역학관계를 재조사 중이라고 했다. 새로 의심신고가 접수된 두 농장은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와 연천군 농장과 마찬가지로 감염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다. 남은 음식물이 아닌 사료를 돼지먹이로 썼고, 울타리가 있어 야생 멧돼지가 침입했을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두 곳 모두 태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지만 태국은 ASF 발병국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파주를 포함한 경기 강원 6개 시 군을 중점 관리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미 바이러스가 경기 북부 일대에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평면 농장 반경 3㎞ 내에는 24개 농장이 돼지 약 3만5000마리를 키우고 있다. 적성면 농장 반경 3㎞ 내에도 11개 농장에서 약 6300마리를 키운다. 22일 태풍 타파가 남해안 중심으로 한반도를 지나갈 예정이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비가 많이 내리면 소독 효과가 떨어지고 도살 처분 돼지를 파묻은 일부 매몰지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이 배어나올 수 있어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풍이 지난 뒤 소독작업을 강화하고 매몰지 배수로 등을 미리 정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ASF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19일 한국산 돼지고기의 중국 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는 이날 한국으로부터 돼지 멧돼지 및 관련 제품의 직 간접적인 수입을 금지하고 여행객 짐 등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구제역 발병 국가로 분류돼 현재 돼지고기를 수출하지 않고 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정부의 분석은 지난 2년 동안 경기가 가라앉고 있었다는 의미다. 서서히 끓는 물 속에서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한국 경제가 경기 하락세를 감지하지 못한 채 경쟁력을 잃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일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하강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대외 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각국의 경기 정점이 2017년 말∼2018년 초에 집중되는 등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의 경제동향이 동조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만큼 대외환경 악화가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경기동행지수, 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을 종합해 경기 순환과정에서 국면이 바뀌는 정점과 저점을 정한다. 원래 올 6월 경기 정점을 발표하려 했지만 한 차례 유보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같은 경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무리한 정책들을 밀어붙여 경제에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획재정부가 매달 내놓는 경제동향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9월까지도 우리 경제가 수출 호조, 세계 경제 개선에 힘입어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기재부가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은 건 올해 4월부터다. 현 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상향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한 증세 조치도 내놨다. 최저임금은 2년 만에 27% 이상 인상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는 등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 쏟아졌다. 경기 하강 시기에는 감세 등 기업 부담을 덜고 경제 활력을 찾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지만 정반대의 정책으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린 셈이다. 정부가 2017년 당시에는 수축 신호를 알기 힘들었다고 해도 고용부진이 시작된 2018년 이후까지 정책궤도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경기 흐름과 엇박자를 냈다. 한은은 경기 상승기였던 2013년 3월∼2017년 9월 금리를 2.75%에서 1.25%까지 내린 반면 경기 하강기인 2017년 11월과 2018년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 52시간제의 탄력적인 보완 등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은 보완해야 경기 하강 속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 / 김자현 기자}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정부의 공식 진단이 나왔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년 전 이미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상황에서 법인세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강행해 경기 하강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0일 대전 통계센터에서 국가통계위원회 경제통계분과위원회를 열어 경기가 꺾이는 ‘기준순환일’을 분석한 결과 2017년 9월이 최근 경기의 정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경기가 저점을 찍은 뒤 역대 최장인 54개월간 상승 곡선을 그리다가 2017년 9월 꼭짓점에 이른 뒤 하락했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현재 경기 사이클상 수축기에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통계청 분석에 따르면 경기 저점인 2013년 3월 이후 내수가 서서히 회복됐고 같은 해 4분기(10∼12월)부터 세계 경제 성장세와 교역 확대 등으로 경기 개선세가 확대됐다. 이어 2017년 9월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선 한국 경제는 2018년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대외환경이 악화되면서 성장 폭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향후 경기가 ‘U자’ 형태로 반등하지 못하고 불황이 오래 이어지는 ‘L자’에 가까운 형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가장 길었던 경기 수축기는 1996년 3월∼1998년 8월(29개월)이었다. 내년 3월까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30개월 이상 역대 최장기 불황을 나타내게 된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전문가 간담회에서 경기 정점을 예단해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경제 활력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면 점차 성장궤도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전국 돼지농가에 내려졌던 일시이동중지 명령이 48시간 만에 해제됐다. ASF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외 추가 의심 신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돼지농가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6시 반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단, 전날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한 경기·강원 6개 시군 내 농장은 향후 3주일 동안 살아 있는 돼지의 이동을 금지했다. 중점관리지역 내 농장은 3주간 지역 내 별도로 지정된 도축장 4곳을 통해 도축한 돼지만 출하할 수 있다. 파주와 연천의 발병 농장에 차량 등으로 방문한 적이 있는 다른 농장들도 이동 제한이 연장됐다. 전문가들은 “안심하기는 이르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전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을 통한 관련 차량 경로 추적에도 구멍이 드러났다. 전날 파주와 연천의 발병 농장이 같은 회사에서 만든 사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사료운반 차량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19일까지 사료운반 차량이 발병 농장을 방문한 시기와 다른 농장 경유 여부 등을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는 축산업계에서 이용하는 차량 5만9000여 대에 부착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이동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지만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관련 데이터 공개도 제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축산 종사자들이 GPS를 끄거나 미등록 차량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쓰면 확인할 길이 없다”며 “관련 데이터가 제대로 수집되고 있는지 공개되지 않는 운영 실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19일 오후 6시 현재 돼지고기 kg당 도매가격은 6124원으로 전날 6201원보다 소폭 내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출하하지 못한 물량이 공급되면 도매가격이 곧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경기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ASF가 발병한 파주와 연천 농장을 드나든 차량들이 전국 농장 500여 곳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전염 경로와 발병 농장에 대한 인적 교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궁에 빠진 전염 경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연천군 백학면 소재 돼지농장에서 폐사한 어미 돼지 한 마리가 이날 오전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주 연다산동 돼지농장에 이어 두 번째다. 정부는 해당 농장의 돼지 4730여 마리와 이 농장에서 반경 3km 이내 농장 3곳의 돼지 약 5500마리를 도살 처분하기로 했다. 파주와 마찬가지로 연천 농장도 감염 경로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농장 모두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지 않았고, 야생 멧돼지를 막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연천 농장의 주인과 외국인 노동자 5명은 올 5월 고국을 방문한 네팔인 1명을 제외하면 최근 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다. 네팔은 ASF 발생국이 아니다.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역학조사에 대한 공식 결과가 나오는 데는 6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 이미 경기 북부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확진일로부터 14일 이내 이들 농장을 방문했던 차량이 전국 각지의 다른 농장을 방문했던 것으로 나타나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파주의 발병 농장과 인근 가족농장 2곳을 방문했던 차량이 드나든 농장은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등 328곳에 이른다. 연천 농장을 방문했던 차량이 들른 곳도 경기, 인천, 강원, 충남, 충북, 경북, 전남 등 179곳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농가들은 우선적으로 예찰과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연천 농장에서 이달 4일 이후 출하된 돼지는 없었다.○ 포천 동두천 등 발병지 인근 중점 관리 농식품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파주, 연천을 포함해 그 주변의 경기 포천시, 동두천시, 김포시와 강원 철원군 등 6곳을 중점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선 3주간 축사에 질병 관련 목적 외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고 돼지고기를 반출하지 못한다. 환경부는 파주와 연천은 물론 경기 고양, 동두천, 양주, 김포시와 인천 강화군 등 7개 시군의 야생 멧돼지 관리를 강화했다. 이들 지역에선 멧돼지를 총으로 사냥하지 못하게 했다.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가 총소리에 놀라 달아날 수 있어서다. 경기 지역 돼지농장 주인들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연천군 백학면의 농장주 A 씨(33)는 “감염이 우려돼 축사 근처에서 풀어놓고 키우던 개들도 돌아다니지 못하게끔 다 묶어 놨다”며 “구제역 파동 때는 약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약도 없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ASF는 공기로 전파되는 구제역과 달리 직접 접촉해야 감염되고, 한국의 방역체계가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잘 갖춰져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바이러스 생존기간이 길어 이번 발병 자체로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발병한 농장 두 곳에서 폐사한 돼지가 외견상 붉은 반점 등 기존에 알려진 증상 없이 급사한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호성 전북대 동물질병진단센터장은 “ASF는 혈액 내 바이러스가 굉장히 많은데 ASF인 줄 모르고 농장 등에서 섣불리 사체를 부검하다 오염원이 파리, 쥐, 까마귀 등에 의해 순식간에 퍼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확산을 차단하려면 감염 경로를 빨리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세종=주애진 jaj@donga.com / 연천=김소영 / 사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