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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33)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가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에 올랐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터키와의 8강전에서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승리했다. 한국은 2012 런던 올림픽(4위)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4강에 진출해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의 희망을 이어갔다. 세계 랭킹 4위 터키는 13위 한국보다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역대 상대 전적에서도 이날 전까지 2승 7패 열세로 2010년 세계선수권 승리 이후 6연패 중이었다. 한 해외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승리 배당률을 6배로 내걸며 승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국의 평균 신장(약 182.3cm)도 터키(약 188.3cm)보다 6cm 낮다. 한국 여자 배구는 모든 불리함을 극복했다. 특히 마지막 5세트 5-7까지 뒤지고 있었던 한국은 10-10 동점 상황에서 센터 박은진(22)이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든 뒤 바로 넘어온 공을 레프트 김연경이 밀어 넣는 패턴으로 연속 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조별예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극적인 풀세트 승리를 재현했다. 터키 리그에서도 활약했던 김연경은 공격으로 직접 경기를 마무리하는 등 이날 양 팀 최다인 28득점(공격성공률 49.06%)을 기록했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레드카드(1실점)까지 불사하며 항의해 동료들의 동요를 막았다. 레프트 박정아(28)도 결정적 순간에 해결사로 나서며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16점)을 올렸다. 경기 뒤 한껏 쉰 목소리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온 김연경은 “런던 4강 때보다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은 정말 자신 있게 많은 준비를 했다. 한 명의 배구인으로서 많은 분들에게 좋은 배구를 보여 드려 정말 좋다”고 말했다. ‘패배=탈락’인 이날 토너먼트 경기를 앞두고 평소 8시간 이상 충분히 자는 김연경은 전날 겨우 1시간 눈을 붙이며 밤새 잠을 설칠 만큼 긴장했다. 하지만 김연경의 마지막 말에서 메달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남은 두 경기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4강에서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의지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약속의 8회가 아닌 아쉬움의 8회였다. 아쉬운 베이스커버 하나가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패배를 떠안게 됐다. 한국 팀의 1루 더그아웃에는 금메달 4개를 따낸 양궁 대표팀이 직접 사인해 전달한 응원 태극기가 걸려 있었지만 승전보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은 이제 패자부활전을 거쳐 다시 결승 진출을 노리게 됐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5로 패했다. 이날 전까지 올림픽 한일전 4전 전승 기록이 5경기 만에 깨졌다. 8회초까지 2-2 동점을 유지하던 한국은 8회말 1사 이후 야나기타 유키(33)에게 안타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곤도 겐스케(28)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투수 고우석(23)이 여유로운 타이밍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며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출루 뒤 2루 방향으로 향하던 곤도를 태그했지만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누상에 주자를 남겨 놨다. 이후 폭투로 곤도를 2루까지 보냈고 자동고의사구에 이어 볼넷이 나오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팽팽했던 동점 상황에서 일본 1번 타자 야마다 데쓰토(29)가 좌측 담장을 맞히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면서 일본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9회초 선두타자 오지환(31)이 볼넷으로 출루해 폭투로 2루까지 갔지만 후속 타자가 침묵하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1회초 이정후(23)의 2루타로 맞은 1사 2, 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4번 양의지(34), 5번 김현수(33)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선취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23)도 넘지 못했다. 1회 위기를 넘은 야마모토는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한국 선발 고영표(30)도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해냈다. 타석에서는 양의지가 4타석 4삼진으로 물러난 것이 아쉬웠다. 팀 안타 개수도 일본(9개)이 한국(7개)을 앞섰다.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패자부활전이 가미된 변형 녹아웃 시스템을 적용한 이번 대회 방식에 따라 한국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패자부활전에서 3-1로 승리한 미국과 5일 오후 7시 패자 준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에 이기면 7일 오후 7시 대망의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금메달을 다툰다.요코하마=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 꿈을 아무도 깨우지 않았으면 한다.” 4일 터키와의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낸 뒤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42·이탈리아·사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리에 드러눕는 듯 양손을 머리 뒤로 갖다대며 “다른 팀 경기를 편하게 볼 여유가 생겼다. 친구랑 전화 좀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믹스트존 너머에서는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코치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도쿄 올림픽은 라바리니 감독에게도 꿈이 현실이 되는 무대다. 그는 이날도 “매일 매일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지도자가 되는 대부분의 감독과 달리 선수 경험이 없는 라바리니 감독은 16세에 이탈리아의 지역 유소년 클럽 감독을 도우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세밀한 분석과 전략을 인정받아 브라질의 명문 클럽 미나스를 맡기도 했던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지휘봉을 잡고 싶다는 마음에 2019년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 배구 첫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현재 이탈리아 이고르 고르곤졸라 노바라 감독직도 맡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용병술이 빛났다. 라바리니 감독은 고참 센터 김수지(34) 대신 막내 박은진(22)을 마지막 5세트 선발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박은진의 까다로운 서브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기대대로 박은진은 10-10에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며 김연경의 연속 득점을 뒷받침했다. 상대 리시브를 맞고 튀어나온 공을 김연경이 두 차례 연속 그대로 밀어 넣었다. 경기 뒤 박은진은 “감독님이 손가락으로 사인을 주는 대로 서브를 때렸다”고 말했다.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할 수 있는 것을 믿고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가능성은 이미 우리 손에 쥐고 있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지금이 최고라고 하면 런던 올림픽 (함께 나갔던) 언니들한테 혼나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지금이 최고인 것 같아요.” 한국과 터키의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이 열린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2시간 17분의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이겨 준결승 티켓을 따낸 주장 김연경(33)은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원 팀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자기 경기 한다” 김연경은 “잠깐 들어오는 선수도 언제든지 자신이 들어와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준비한다. 결국 그런 게 ‘원 팀’이 된 원동력”이라며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선 교체선수 포함 12명이 전원 코트에 투입돼 다 함께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원 팀’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늘 경기는 100점 만점에 5000점이다. 선수들이 집중을 잘했고, 그들의 의지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팀워크를 세우기까진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김연경은 11년 만에 국내에 복귀했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대표팀 주전이던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 자매(이상 25)는 ‘학교폭력’ 논란으로 코트를 떠났다. 4월 대표팀 소집 이후에는 연일 강행군이었다. 5,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16팀 중 15위에 그쳤다. 귀국 후 자가 격리를 거쳐 경남 하동군에서 코호트(동일 집단격리) 훈련을 했다. 4, 5월 결혼식을 올린 양효진(32), 표승주(29)는 신혼의 단꿈도 뒤로 미뤄야 했다. 선수들 모두 3, 4개월을 외부와 차단된 채 코트 위에서 배구공만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 선다는 자부심이 선수들을 부채질했다. 특히 올림픽 고별 무대에 오르는 주장 김연경, 김수지(34), 양효진 등 베테랑들과 함께한다는 책임감도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마다 “언니들의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 원 톱 “김연경은 10억 중 단 하나의 스타”김연경은 코트 안에서 노련하게 ‘원 팀’을 이끌었다. 3세트 후반과 4세트 초반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자 김연경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동료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판정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 팀이 항의하면 꼭 다음에 (휘슬을) 불어줬다. 항의하면 반응을 보이는 심판이라 생각했다”며 “(3, 4세트) 그때는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후배들을 모았을 때 (심판) 욕도 하고 그랬다”고 웃었다. 여자 배구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터키리그에서 2011년부터 2020년(중국에서 뛴 2017~2018시즌 제외)까지 뛴 김연경의 노하우도 도움이 됐다. 이날 맞붙은 터키의 주장 에다 에르뎀(34), 멜리하 이스마일로을루(28) 등은 과거 터키 페네르바흐체에서 한솥밥을 먹은 옛 동료다. 에르뎀은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한국을 8강에서 탈락시킨 조반니 귀데티 터키 감독에게 설욕도 성공했다. 과거 김연경에게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 이상의 선수”라고 극찬했던 감독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말하고 또 말했다. 김연경은 10억 중 단 1명이라고”란 글을 적었다. 물론 ‘원 톱’ 김연경이 있기에 ‘원 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위대한 선수가 있고, 위대한 리더가 있는데 김연경은 둘 다다.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을 믿고, 김연경은 선수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자리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를 주로 다루는 브라질의 한 매체는 “터키전에서 김연경이 이렇게 잘 하는 건 반칙 아니냐”며 놀라워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도 경기 뒤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이날 SNS에 공개한 영상 속에서 김연경은 경기장 한쪽에 앉아 물을 마시다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아따 죽겄다잉. 한 경기 한 경기가 피가 말린다잉.”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김연경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근대5종 대표팀 전웅태(26)는 3년 전 자신의 오른팔 안쪽에 고래, 왕관, 나침반, 닻이 조합된 이색 문신을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전 새겼다고 한다. 전웅태는 “나침반으로 세계 최고가 되는 방향을 잡고 왕관을 쓴 뒤 닻을 내리고 고래처럼 오래오래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전웅태에게 그 꿈을 현실로 만들 무대다. 2018년 국제근대5종경기연맹(UIPM)의 최고선수상을 받은 현 세계랭킹 4위는 한국 근대5종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근대5종 남자 경기는 5일 펜싱 랭킹 라운드로 시작된다. 이어 7일 수영, 펜싱(보너스 라운드), 승마, 레이저런(사격과 육상이 결합) 경기를 치른다. 여러 종목을 연이어 하다 보니 전략도 시시때때로 변한다. 전웅태가 미리 세운 ‘금빛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수영으로 운동을 시작한 전웅태가 가장 고민인 종목은 펜싱이다. 참가자 36명이 전원 풀리그로 1분씩 에페 단판 승부를 펼치는데 전웅태는 그중에서 23, 24승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취약한 펜싱을 보완하기 위해 전웅태는 동갑내기이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펜싱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이자 도쿄에서는 에페 단체전 동메달을 딴 박상영(26)에게 많은 조언을 구한다. 수영의 경우 영법 관계없이 200m를 하는데 1분56, 57초를 목표로 세웠다. 올림픽의 경우 25m 길이의 레인을 활용하는데 턴이 많다 보니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승마의 경우 말을 랜덤으로 받아 가장 변수가 큰데 감점 없이 300점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대미를 장식하는 레이저런은 전웅태의 강점인 종목이다. 앞서 전웅태는 리우에서 레이저런 올림픽 신기록(11분2초50)을 세웠다. 육상 800m를 네 차례 반복하는데 평균 2분25초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레이저런은 앞선 종목의 성적에 따라 1점당 1초 순차 출발을 하는데 어떤 스타일의 선수가 상위권에 있느냐에 따라 수시로 전략이 바뀐다. 생일이던 8월 1일 도쿄로 출국하면서 “생일선물 받으러 다녀오겠다”는 전웅태가 이제 출발선에 선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약속의 8회가 아닌 아쉬움의 8회였다. 아쉬운 베이스커버 하나가 뼈아픈 실점으로 이어지더니 결국 패배를 떠안게 됐다. 한국 팀의 1루 더그아웃에는 금메달 4개를 따낸 양궁 대표팀이 직접 사인해 전달한 응원 태극기가 걸려 있었지만 승전보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한국은 이제 패자부활전을 거쳐 다시 결승 진출을 노리게 됐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2-5로 패했다. 이날 전까지 올림픽 한일전 4전 전승 기록이 5경기 만에 깨졌다. 8회초까지 2-2 동점을 유지하던 한국은 8회말 1사 이후 야나기타 유키(33)에게 안타를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곤도 켄스케(28)에게 1루 땅볼을 유도했지만 투수 고우석(23)이 여유로운 타이밍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며 더블 플레이를 완성하지 못했다. 출루 뒤 2루 방향으로 향하던 곤도를 태그 했지만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누상에 주자를 남겨 놨다. 이후 폭투로 곤도를 2루까지 보냈고 자동고의사구에 이어 볼넷이 나오면서 2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팽팽했던 동점 상황에서 일본 1번타자 야마다 테츠토(29)가 좌측 담장을 때리는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면서 일본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국은 9회초 선두타자 오지환(31)이 볼넷으로 출루해 폭투로 2루까지 갔지만 후속타자가 침묵하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1회초 이정후(23)의 2루타로 맞은 1사 2,3루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4번 양의지(34), 5번 김현수(33)가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 선취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23)도 넘지 못했다. 1회 위기를 넘은 야마모토는 이날 5와 3분의 1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틀어막았다. 한국 선발 고영표(30)도 5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 역할을 해냈다. 타석에서는 양의지가 4타석 4삼진으로 물러선 것이 아쉬웠다. 팀 안타 개수도 일본(9개)이 한국(7개)에 앞섰다.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다. 패자부활전이 가미된 변형 녹아웃 시스템을 적용한 이번 대회 방식에 따라 한국은 이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패자부활전에서 3-1로 승리한 미국과 5일 오후 7시 패자 준결승전을 치른다. 미국에게 이기면 7일 오후 7시 대망의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 금메달을 다툰다. 요코하마=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지금이 최고라고 하면 런던 올림픽 (함께 나갔던) 언니들한테 혼나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지금이 최고인 것 같아요.” 한국과 터키의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8강전이 열린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2시간 17분의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이겨 준결승 티켓을 따낸 주장 김연경(33)은 승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원 팀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자기 경기한다”김연경은 “잠깐 들어오는 선수도 언제든지 자신이 들어와서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서 준비한다. 결국 그런 게 ‘원 팀’이 된 원동력”이라며 동료들을 향한 믿음을 나타냈다. 이날 경기에선 교체선수 포함 12명이 전원 코트에 투입돼 다함께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원 팀’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오늘 경기는 100점 만점에 5000점이다. 선수들이 집중을 잘했고, 그들의 의지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아는 팀워크를 세우기까진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김연경은 11년 만에 국내에 복귀했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대표팀 주전이던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 자매(이상 25)는 ‘학교폭력’ 논란으로 코트를 떠났다. 4월 대표팀 소집 이후에는 연일 강행군이었다. 5,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16팀 중 15위에 그쳤다. 귀국 후 자가 격리를 거쳐 경남 하동군에서 코호트(동일 집단격리) 훈련을 했다. 4, 5월 결혼식을 올린 양효진(32), 표승주(29)는 신혼의 단꿈도 뒤로 미뤄야 했다. 선수들 모두 3, 4개월을 외부와 차단된 채 코트 위에서 배구공만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 선다는 자부심이 선수들을 부채질했다. 특히 올림픽 고별 무대에 오르는 주장 김연경, 김수지(34), 양효진 등 베테랑들과 함께한다는 책임감도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어린 선수들은 경기마다 “언니들의 마지막 올림픽인만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원 톱 “김연경은 10억 중 단 하나의 스타”김연경은 코트 안에서 노련하게 ‘원 팀’을 이끌었다. 3세트 후반과 4세트 초반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자 김연경은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레드카드를 받아 1점을 내주긴 했지만 동료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김연경은 “1세트부터 판정이 마음에 안 들었다. 상대 팀이 항의하면 꼭 다음에 (휘슬을) 불어줬다. 항의하면 반응을 보이는 심판이라 생각했다”며 “(3, 4세트) 그 때는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후배들을 모았을 때 (심판) 욕도 하고 그랬다”고 웃었다. 여자 배구 최고의 무대로 꼽히는 터키리그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뛴 김연경의 노하우도 도움이 됐다. 이날 맞붙은 터키의 주장 에다 에르뎀(34), 멜리하 이스마일로글루(28) 등은 과거 터키 페네르바흐체에서 한솥밥을 먹은 옛 동료다. 에르뎀은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네덜란드 사령탑으로 한국을 8강에서 탈락시킨 조반니 귀데티 터키 감독에게 설욕도 성공했다. 과거 김연경에게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 이상의 선수”라고 극찬했던 감독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말하고 또 말했다. 김연경은 10억 중 단 한 명이라고”란 글을 적었다. 물론 ‘원톱’ 김연경이 있기에 ‘원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위대한 선수가 있고, 위대한 리더가 있는데 김연경은 둘 다다. 모든 선수들이 김연경을 믿고, 김연경은 선수들이 기대하지 못했던 자리까지 팀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의 신’ 김연경도 경기 뒤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이날 SNS에 공개한 영상 속에서 김연경은 경기장 한쪽에 앉아 물을 마시다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아따 죽겄다잉. 한 경기 한 경기가 피가 말린다잉.”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은 김연경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국 여자 배구가 9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45년 만에 메달에도 도전한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터키와의 8강에서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진출 이후 9년 만에 4강에 올랐다. 또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45년 만에 메달 획득도 노려볼 수 있다. 이날 세계랭킹 13위 한국은 랭킹 4위의 터키를 맞아 블로킹은 물론 리시브와 서브가 살아나면서 터키를 맞섰다. 역대 전적에서 2승 7패로 열세였지만 한 마음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1세트를 17-25로 졌지만 2세트를 똑같이 25-17로 되갚아 줬다. 승부의 분수령은 3세트 였다. 24-23으로 앞선 상황에서 양효진이 공격을 시도했는데 주심이 반칙을 선언했다. 이 때 주장 김연경이 네트를 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판정 자체에 대한 불만도 있었지만 듀스 승부에서 자칫 분위기를 내주면 안된다는 의미의 행동이었다. 이 때 김연경은 경고를 받았다. 그만큼 치열한 승부였던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김연경은 28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박정아가 16득점, 양효진이 11득점하며 공격을 도왔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공은 어디로 구를까. 2020 도쿄 올림픽 13일째인 4일에는 국내 스포츠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구기 종목 빅 매치가 쏟아진다. 한국이 시상대에 오르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경기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날 오후 7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숙적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일본을 이기면 결승에 직행해 은메달 확보와 함께 타이틀 방어에 1승만 남긴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패하더라도 변형 녹아웃 시스템에 따라 패자부활전을 거쳐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준결승을 포함해 2승으로 우승 헹가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 한일전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에는 2008 베이징 대회 준결승에서 6-2로 이겼다. 이번 대회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은 앞서 치른 3경기를 모두 이겼다. 한국은 3승 1패를 기록했다. 한국 선발 투수로는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KT)가 나선다. 고영표는 지난달 31일 미국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일본 선발은 시속 150km대 중반의 강속구에 140km대의 스플리터를 던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3·오릭스)다. ‘배구 여제’ 김연경(33)이 이끄는 여자 배구 대표팀은 오전 9시 터키와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김연경의 어깨가 더욱 중요해졌다. 1976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배구는 2012 런던에서는 4위를 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앙골라와 종료 11초 전 터진 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기록한 뒤 골 득실에서 앞서며 극적으로 8강 진출 티켓을 따낸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스웨덴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다툰다.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금빛 퍼트를 꿈꾸는 한국 여자 골프도 이날 티오프해 나흘간의 승부를 시작한다. 리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33·세계 랭킹 3위)를 비롯해 세계 2위 고진영(26),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가 출전한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일 오전 9시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터키와의 8강전을 치르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열쇠는 단연 김연경(33)이다. 공격과 블로킹은 물론 리시브까지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김연경은 조별리그 5경기 중 4경기 동안 한 차례도 교체 없이 코트를 지켰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고 나온 김연경은 허벅지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서 생긴 피멍 자국으로 팬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정작 스스로는 “괜찮다”고만 말한다. 오랜 세월 월드스타로 활약하는 건 몸에 밴 체력관리 덕분이다. 2005년 김연경이 V리그에 데뷔했을 때부터 꾸준히 그의 트레이닝을 담당해온 이상화 트레이너를 통해 배구여제의 자기관리 노하우를 살펴봤다. 이 트레이너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도 김연경의 훈련을 도왔다. 터키, 일본, 중국 등 해외무대에서 혼자 생활해온 김연경은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시간 넘는 접전을 치른 뒤에도 정상 컨디션을 빨리 되찾아야 다음 경기에 바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는 경기시간이 널뛰다 보니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4일 터키전도 오전 9시에 시작되다 보니 적어도 오전 6시에 일어나야 한다. 김연경은 평소 밤 12시 전에 취침을 하고 8시간 정도 수면시간을 꼭 지킨다. 매일 1시간∼1시간 반가량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코어 및 파워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케틀벨, 슬라이딩 보드 등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한 훈련을 한다. 스쾃의 경우 60∼70kg 중량을 짊어진다. 시즌 전에 최대한 중량을 올렸다가 시즌 중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 트레이너는 “연경이는 큰 키(192cm)에 비해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하체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크게 가리는 음식은 없다. 붉은 고기는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으면서 닭발, 곱창 등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철저하게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당시 복근이 찢어진 경험이 있는 만큼 부상 방지 차원에서 스트레칭도 신경을 쓴다. 이 밖에 멘털 관리를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명상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트레이너는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지만 운동만 시작하면 집중력이 달라진다. 강도 높은 볼 훈련을 하다 보면 트레이닝에 소홀하기 쉬운데 연경이는 (트레이닝도) 100%를 넘어 110%로 한다”고 설명했다. 남모를 노력 덕분에 김연경을 향해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 이상의 선수”라는 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말을 한 사람이 4일 맞붙는 터키 대표팀 조반니 귀데티 감독(49)이다. 김연경이 터키 페네르바흐체에서 뛸 당시 라이벌 팀 바키프방크의 감독이었던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8강에서 탈락시켰다. 배구여제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까.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4일 대망의 8강전을 펼친다. 이날 오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터키와 맞붙는다. 5세트 12-14 열세를 뒤집은 한일전 승리는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선전의 비결로 선수들이 꼽는 건 늘 ‘팀워크’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이 자매 같다. 그래서 더 특별하다”고 말할 정도다. 주장 김연경도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팀워크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보내는 선수촌 룸메이트만 봐도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통상 연차가 높은 순서대로 방장이 되어 함께 방을 쓸 룸메이트를 정한다. 그런데 여자배구 대표팀엔 예전부터 이어오던 암묵적인 룰이 있다. 통상 같은 구단 선수들끼리는 룸메이트가 되지 않는 것이다. 대표팀 소집 기간만큼 평소 자주 보지 못했던 다른 팀 선수들과 가까워지라는 의미다. 실제로 현재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12명은 총 5개 방(2인실 3개, 3인실 2개)에 나눠 생활하고 있는데 이 중에 같은 팀 동료와 한 방을 쓰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고참 센터 김수지(34·IBK기업은행)는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세터 안혜진(23·GS칼텍스)과 룸메이트다. “함께 방을 써본 적도 없고 혜진이가 워낙 밝으니까 룸메이트를 해보고 싶었다”는 게 김수지의 설명. 주전 세터 염혜선(30·KGC인삼공사)은 라이트 김희진(30·IBK기업은행)과 한 방을 쓴다. 세터와 라이트의 호흡은 팀 공격을 풀어가는 데 중요한 열쇠다. 염혜선은 “같은 1991년생이긴 하지만 2월 생일인 내가 엄연히 선배”라며 웃고는 “다른 것보다 ‘우리 둘이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같은 포지션 선수끼리 룸메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도 라이트 황연주와 김희진이 한 방을 썼다. 이번에도 양효진(32·현대건설)은 레프트 박정아(28·한국도로공사) 외에도 같은 센터 포지션의 박은진(22·KGC인삼공사)과 룸메이트다. 양효진은 VNL 때도 박은진과 룸메이트였다. 애초 이번 대회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인 1실도 쓸 계획이었으나 방에 여유가 생기면서 적게는 둘, 많게는 셋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나머지 3인실은 오지영(33·GS칼텍스), 이소영(27·KGC인삼공사), 정지윤(20·현대건설)이 쓴다. 공교롭게 세 선수 모두 첫 올림픽이다. 막내 정지윤은 ”AVC 컵 빼고 이렇게 큰 대회를 나와 본 적이 없는데 경험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주장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은 표승주(29·IBK기업은행)와 한 방을 쓰고 있다. 팀이 다르면서 포지션(레프트)이 같다는 불문율 아닌 불문율을 모두 지키고 있다. 전속(?) 룸메이트였던 양효진이 어느덧 대표팀에서 어엿한 고참이 됐으니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는 후문이다. 김연경의 한일전산여고 후배인 표승주는 그를 믿고 따르는 후배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인생의 값진 기억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서 지난달 23일 개회식에서는 한국 선수단 공동 기수인 김연경의 뒤를 이어 개회식 무대를 밟기도 했다. 4일 예정된 터키와의 8강전에서 승리를 따낼 경우 그 기억들을 더 길게 만들어나갈 기회를 얻는다. 운명의 시간이 이제 곧 다가온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공은 어디로 구를까. 2020 도쿄올림픽 13일째인 4일에는 국내 스포츠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구기 종목 빅 매치가 쏟아진다. 한국이 시상대에 오르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경기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날 오후 7시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숙적 일본과 준결승을 치른다. 일본을 이기면 결승에 직행해 은메달을 확보와 함께 타이틀 방어에 1승만 남긴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패하더라도 변형 녹아웃 시스템에 따라 패자부활전을 거쳐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준결승을 포함해 2승으로 우승 헹가래를 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국은 역대 올림픽 한일전에서 4전 전승을 거뒀다. 가장 최근에는 2008 베이징 대회 준결승에서 6-2로 이겼다. 이번 대회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은 앞서 치른 3경기를 모두 이겼다. 한국은 3승 1패를 기록했다. 한국 선발 투수로는 조별리그 첫 경기 선발로 나섰던 원태인(21·삼성)이나 왼손 베테랑 차우찬(34·LG)이 거론된다. 일본 선발은 150km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23·오릭스)가 유력하다. ‘배구여제’ 김연경(33)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전 9시 터키와 8강 토너먼트를 치른다.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김연경의 어깨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에서는 4위를 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앙골라와 종료 11초전 터진 골에 힘입어 무승부를 기록한 뒤 골 득실에서 앞서며 극적으로 8강 진출 티켓을 따낸 여자 핸드볼 대표팀도 스웨덴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2016년 리우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금빛 퍼트를 꿈꾸는 한국 여자 골프도 이날 티오프해 나흘간의 승부를 시작한다. 리우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박인비(33·세계랭킹 3위)를 비롯해 세계2위 고진영(26),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가 출전한다.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TV 앞에서 맞절할 준비하고 있으려고요.” 도쿄행 티켓을 따지 못한 2012 런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현우(33)는 도쿄 올림픽 레슬링 경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회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kg급에 출전하는 류한수(33)가 금메달을 따면 자신이 해오던 매트 위에 태극기를 깔고 절을 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1일 김민석(그레코로만형 130kg급)이 16강 첫 경기에서 탈락하면서 한국 선수 중에는 류한수만이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다. 김현우는 5월 세계 쿼터 대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아 도전이 무산됐다. ‘한국 레슬링 쌍두마차’로 불려온 류한수와 김현우의 관계는 각별하다. 같은 1988년생이지만 생일이 2월인 류한수가 1년 선배다. 같은 소속팀(삼성생명)에서 2006년부터 15년 가까이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전 세계를 누볐다. 김현우가 2012년 런던에서 금메달을 딸 때는 류한수가 연습 파트너였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당시 감독이 심판 판정 항의로 퇴장당하면서 류한수의 경기 때 김현우가 세컨드 코치로 들어갔다. 류한수는 먼저 올림픽 티켓을 따내고도 세계 쿼터 대회에 출전하는 김현우를 도우러 불가리아에 함께 가기도 했다. 류한수가 도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선수 중 네 번째로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달성한다. 김현우는 “한국 레슬링이 위기란 이야기가 많지만 한수 형에게 ‘올림픽 때만큼은 이기적으로 자신만 생각하라’고 했다. 한수 형보다 포기를 모르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 꼭 금메달 들고 웃으며 만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류한수는 3, 4일 경기를 치른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은 유망주들에게 도약의 발판이 되는 무대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경기가 열리는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도 성장의 자양분을 듬뿍 머금고 자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여자배구 대표팀 막내 박은진(22·KGC인삼공사), 정지윤(20·현대건설)이다. 둘은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 입단 동기다. 2일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전(0-3패)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두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를 남겨놓고 애초 목표로 삼았던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는 기쁨이 얼굴에 묻어났다. 박은진은 “처음 목표였던 8강 올라가게 돼 기쁘다. (8강에서) 어느 팀과 붙을지 모르겠지만 꼭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일본과의 승부(3-2 승)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정지윤은 “연락이 끊겼던 친구들까지 축하가 다 왔다”며 웃고는 “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주변 분들이 기뻐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해 하도 많은 메시지를 받은 나머지 선수단 사이에서는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이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교체 선수로 주로 투입되고 있지만 웜업존에서 보는 경기 장면 하나하나가 두 선수에겐 생생한 교과서다. 박은진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때만 해도 2군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VNL은 모두 정예멤버가 나온다. 팀들의 위력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정지윤도 “올림픽은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대회”라고 했다. 인상적인 해외 선수로는 박은진은 터키의 센터 에다 에르뎀(34), 정지윤은 브라질의 라이트 탄다라 카이세타(33), 레프트 브라가 구이마레스 가브리엘(27) 등을 꼽았다. 박은진은 “같은 포지션의 선수다보니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보면서 알게 됐다”, 정지윤은 “왜 세계적인 공격수인지를 알 것 같다”는 소감이다. 특히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 이시카와 마유(21)의 활약은 두 선수에게도 자극이 됐다. 어려서부터 국제대회에서 이시카와를 봐왔다는 정지윤은 “고등학생 때부터 일본에서 손꼽히는 레프트라고 들었다. 또래들에 비해 기술과 수비도 좋았다. 성인이 되서 보니 센스도 책임감도 많이 늘어난 모습”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선수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에 선 20대 초반 두 선수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하게 했다.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해보자.” 지난달 29일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예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 9-15로 패색이 짙었던 4세트 작전타임에서 주장 김연경(33)은 이같이 소리쳤다. 손바닥을 치며 “해보자”를 다섯 번 외친 김연경은 “후회하지 말고”라고 덧붙였다. 주장의 외침에 똘똘 뭉친 한국은 이날 5세트 끝에 3-2로 이겼다. 이틀 뒤 열린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3-2 대역전승을 따내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 무대에서 ‘후회 없는’ 경기들을 만들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4위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고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연경은 도쿄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여기까지 오는 길도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맞고 복대를 멘 채 출전을 강행했다. 올 2월에는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사태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전체 16팀 중 15위를 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고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전에서 양 팀 최다인 30득점을 하면서 역대 올림픽 최초로 4차례 이상 30득점을 한 선수가 됐다. 일본전 경기 도중 김연경의 오른쪽 허벅지에 붉은 상처가 보여 핏줄이 터지도록 뛴 게 아닌가 하는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테이핑을 자주 해서 생긴 자국으로 경기 출전 등에는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팀에서 유일하게 한 차례 교체도 없이 뛰고 있는 만큼 체력 부담이 작지 않다. 일본전 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계배구연맹(FIVB)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왜 그녀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했다. 치열한 승부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다. 여태껏 올림픽에서 한 세트도 따낸 적이 없는 케냐의 한 선수가 지난달 27일 경기 뒤 “한 세트만 져주지 그랬냐”고 묻자 “내가 은퇴한 뒤에 져주겠다”고 말한 일화도 있다. 김연경의 활약에 그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교회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팬들이 다시 찾아가 댓글을 다는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 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A조 3위 한국은 2일 오전 9시 2위 세르비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결과로 8강 상대가 정해진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경기가 진행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서 25년 만에 올림픽과 재회한 이가 있다. 바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유도 여자 52kg급 은메달리스트 현숙희 심판위원(48·사진)이다. 스물셋의 나이로 올림픽 매트를 밟았던 현 위원은 마흔여덟 심판으로 다시 같은 무대에 섰다. 지난달 31일 모든 유도 경기를 마친 뒤 1일 귀국했다. 심판에게 올림픽 바늘구멍은 선수보다 더 좁다. 선수는 남녀 총 14체급에 각각 20여 명씩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만 심판은 전 세계 단 16명만이 기회를 얻는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랭킹 13위인 현 위원도 올해 들어서만 올림픽 전까지 4개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여해 포인트 관리를 했다. 현 위원은 “무엇보다 무사히 판정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은 이번 대회 심판 중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다. 유도 대표 안창림의 천적이자 남자 73kg 금메달리스트 오노 쇼헤이(일본)의 준결승전 주심을 맡기도 했던 현 위원은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는 선수들의 눈빛을 바로 앞에서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했다. 서울 광영여고 체육교사로 유도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 위원은 “올림픽에서 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메모해 놨다.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현 위원의 둘째 아들은 청소년 농구 국가대표 포워드 김태훈(고려대)이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김현수(33·LG)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도미니카공화국을 물리쳤다. 한국은 1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첫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3루에서 김현수가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안타를 치면서 4-3,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1-3으로 시작한 9회 말 대타 최주환(33·SSG)의 안타와 대주자 김혜성(22·키움)의 도루로 추격에 불을 붙였다. 이어 박해민(31·삼성)의 적시타와 이정후(23·키움)의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김현수의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2일 낮 12시 이스라엘과 녹아웃 스테이지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지난달 29일 열린 조별리그에서 이스라엘에 연장 끝에 6-5로 이긴바 있다. 이스라엘을 연파하면 같은 날 열리는 일본-미국 경기 승자와 4일에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된다. 이스라엘에 지더라도 곧바로 탈락은 아니다. 만약 한국이 이 경기에서 패하면 3일 오후 7시에 도미니카공화국과 다시 맞대결을 벌여 패자부활에 도전하게 된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한 ‘변칙 패자부활전 제도’를 통해 도쿄 올림픽 메달을 가린다. 연패를 당하지만 않으면 계속 다음 라운드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개최국 일본이 어떻게든 금메달을 따려고 이상한 경기방식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많다. 2008 베이징 대회 때는 본선 진출 8개국이 풀리그를 진행한 뒤 1-4위, 2-3위가 맞붙는 4강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야구와 소프트볼을 같은 종목으로 묶으면서 참가국 숫자를 8개국에서 6개국으로 줄였다. 같은 종목에서는 남녀 참가 숫자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춰야 하는데 야구(24명)와 소프트볼(15명)의 엔트리 숫자 차이가 나자 참가팀을 줄이는 방식으로 남녀 선수 차이를 최소화했다. 이 때문에 여러 번 지고도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기묘한(?) 방식으로 경기가 운영된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2020 도쿄 올림픽 유도 경기가 진행된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부도칸에 25년 만에 올림픽과 재회한 이가 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유도 여자 52kg급 은메달리스트 현숙희 심판위원(48)이다. 스물 셋의 나이로 유도복을 입고 올림픽 매트를 밟았던 현 위원은 마흔 여덟이 돼 이번엔 심판 재킷을 입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지난달 31일 모든 유도 경기가 끝나면서 1일 귀국했다. 사실 유도 선수보다 심판에게 올림픽 바늘구멍은 더 좁다. 선수의 경우 남여 총 14체급에 각각 20여 명씩 올림픽 출전 기회를 얻지만 심판은 전 세계 단 16명만이 기회를 얻는다.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여해 포인트도 관리해야 한다. 오심은 물론 운영까지 매 경기마다 점수가 매겨진다. 국제유도연맹(IJF) 심판랭킹 13위인 현 위원도 올해 들어서만 올림픽 전까지 4개 국제대회에 나섰다. 현 위원은 출국을 앞두고 “정말 영광스럽고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무사히 판정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 위원은 이번 대회 16명의 심판 중 유일한 올림픽 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올림픽이 주는 특별함은 심판에게도 마찬가지다. 유도 대표 안창림의 천적이자 남자 73㎏금메달리스트 오노 쇼헤이(일본)의 준결승전 주심을 맡기도 했던 현 위원은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는 선수들의 눈빛을 바로 앞에서 보니 느끼는 바가 많았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는 명제도 다시 익혔다”고 했다. 서울 광영여고 체육교사로 유도부 학생들도 지도하고 있는 현 위원은 “올림픽에서 본 선수들의 장단점을 메모해 놨다. 돌아가서 제자들에게 가르쳐줄 생각”이라며 웃었다. 현 위원의 둘째아들은 청소년 농구 국가대표 포워드 김태훈(고려대)이기도 하다. ‘노 골드’에 그친 한국 유도에 대한 걱정도 전했다. 한국 유도는 이번에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지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걸지 못했다. 현 위원이 선수로 뛰던 1990년대 중반은 한국 유도의 전성기였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현 위원은 조민선, 정선용, 정성숙과 여자유도 세계 최강 4총사로 이름을 날렸다. 현 위원은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는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생활체육도 중요하지만 엘리트 체육을 소홀히 여기고 있지는 않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승리였다. 한국 여자배구가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 승리하며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일본과의 A조 예선 4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19, 19-25, 25-22, 15-25, 16-14) 승리를 따냈다. 첫 경기 브라질 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달린 한국 여자배구는 3승 1패로 남은 세르비아전 결과와 관계없이 8강에 올랐다. 대역전극이었다. 1,3세트를 따냈지만 일본에게 2,4세트를 내주며 최종 5세트까지 승부를 몰고 갔다. 9-9까지 팽팽하게 이어진 승부는 일본의 코가 사리나(25)가 연속 공격 득점에 성공하면서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 12-14까지 점수가 벌어지면서 이대로 경기를 내주는 듯 했다. 그러나 ‘클러치 박’ 레프트 박정아(28)가 해결사로 나섰다. 연속 공격 득점을 성공하며 14-14 듀스로 승부를 몰고 갔다. 일본 이시카와 마유(21)의 공격 범실로 역전에 성공한 한국은 다시 한 번 박정아가 공격에 성공하면서 2시간 17분 혈투의 마침표를 찍었다. 승리의 원동력은 역시 주장 김연경(33)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최다인 30득점(공격 효율 32.81%)을 기록하면서 팀을 이끌어나갔다. 리시브 효율도 47.50%를 했다. 김연경은 리시브에서도 가장 많은 40개를 받아 리시브 성공 19개를 기록했다. 리시브 범실을 1개도 기록하지 않으며 47.50%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레프트 박정아도 15득점, 센터 양효진 12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한일전 승리의 열쇠로 꼽혔던 블로킹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평균신장 182.3㎝의 한국은 일본(평균 177.3㎝)을 상대로 높이에서 우위를 지키며 총 14개의 팀 블로킹을 성공했다. 1세트에서만 블로킹 6개를 성공시키며 기선제압을 하는데도 성공했다. 경기 뒤 주장 김연경은 “힘든 경기 잘 한 것 같다. 어려운 상황 많이 있었는데 중요한 순간에 이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전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다. 김연경은 앞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일본에게 3~4위전에서 만나 패했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조별 예선에서 만나 승리했다. 이날로 김연경의 올림픽 한일전은 2승 1패가 됐다. 김연경은 “안 그래도 오늘 경기 오기 전에 그 생각을 했다. 부담이 있었는데 3,4배 이상 갚아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일본과의 경기는 감정에 휩쓸리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서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해 한 점 한 점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3승 1패 승점 7점으로 A조 3위가 됐다. 남은 세르비아와의 4차전 경기 결과에 따라 2~4위중에서 순위가 결정된다. 8강 토너먼트의 경우 각 조 1위와 상대 조 4위가 맞붙고 2,3위는 추첨을 통해 상대 조 팀 중 대결상대가 결정된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일전에서 처음 승리했다는 세터 염혜선(30)은 눈물을 흘리며 “목표는 8강 토너먼트를 넘어 메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방팀 일본은 이날 오른 발목 부상을 당했던 레프트 코가 사리나(25)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주전 세터 모미 아키(21)대신 타시히로 카나미(30)를 투입하는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패배로 조별 예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1승 4패로 A조 5위가 된 일본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할 경우 8강에 오르지 못한다.도쿄=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8월 6일 A조 예선 첫 경기에서 일본에게 3-1 승리했다.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9시 30분 ‘황금시간’에 편성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자배구 인기 붐의 촉매 역할을 한 경기였다. 주장 김연경(33)은 경기 도중 비속어를 하는 입 모양이 중계화면에 잡히면서 ‘식빵언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일 여자배구가 다시 한 번 토요일 ‘황금시간’에 진검승부를 펼친다. 31일 오후 7시 40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A조 예선 4차전에서 맞붙는다. 한국은 현재 2승 1패(승점 5)로 3위, 일본은 1승 2패(승점 3)로 4위다. 한국은 이날 승리 시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다. 일본은 이번 대회 자국 팀의 예선 5경기 중 4경기를 같은 오후 7시 40분에 배치했다. 일정한 훈련 패턴으로 컨디션 관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대회를 앞두고는 로스터 12명 중 10명의 등번호를 바꾸며 상대 팀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일본의 페이스는 좋지 않다. 주전 공격수 코가 사리나(25)가 케냐와의 1차전에서 오른 발목 부상을 당했고 이후 브라질, 세르비아에게 모두 0-3 완패했다. 이날 질 경우 예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평균신장 182.3cm로 일본(177.3cm)에 비해 5cm가 높은 한국의 열쇠는 블로킹이 될 전망이다. 김연경은 “일본의 플레이가 빠르기 때문에 블로킹을 잘해야 한다. 우리의 강점인 강한 서브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계대상은 레프트 이시카와 마유(21)가 꼽힌다. 일본 남자 배구 대표팀 주장 이시카와 유키(26)의 동생이다.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