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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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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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벗으면 주연” 영화제작자의 요구에…문화계에 만연한 ‘乙의 설움’

    신인 배우 A씨(27·여)는 올해 초 한 영화 오디션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이 잊혀지지 않아 힘들다. 조연을 지원했는데 면접장에서 제작자가 “(옷을) 벗으면 주연을 시켜주겠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A씨는 가까스로 “그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거절한 뒤 면접장을 뛰쳐나왔다. A씨는 “너무 두려워 지금까지도 면접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인 배우나 배우 지망생들은 이런 일은 흔하다고 입을 모은다. 10대 보이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에 대한 프로듀서의 폭행 사실이 폭로되기도 되면서 출연료 미지급, 성추행, 폭행 등 문화계에 만연한 ‘을(乙)의 설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예술계의 불공정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공정상생센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예술인 신문고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현실이다. 배우 민지혁은 영화 ‘임의 침묵’ 제작사가 오디션 배우들에게 면접비 1만 원을 요구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다. 연출을 맡은 한명구 감독은 “오디션비는 관행이며 지원자들의 간식비로 다 쓰였다”고 반박했다. 배우 지망생들도 “면접비 요구는 종종 있었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 영화계 구인구직 온라인 사이트에는 여전히 1만 원선의 면접비를 요구하는 공고가 적지 않다. 신인 배우 김모 씨(25·여)는 “면접비 5000원을 준비하지 못해 면접장을 갔는데 ‘이 정도도 못 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사는 보안을 이유로 작품 제목, 감독, 촬영 일자 등을 공개하지 않아 어떤 역할에 캐스팅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고질적 문제인 출연료 미지급도 여전하다.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를 ‘스펙’으로 인식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신인 배우 B씨(25·여)는 “정당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되어도 ‘사전에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제작사에서 화를 낸다”고 말했다. 배우들 사이에는 제작사가 계약서 작성을 거론하지 않으면 출연료를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원로배우 이순재 씨도 “나도 몇 년 전 제작사로부터 출연료를 받지 못한 일이 있다”며 “우리 드라마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지만 배우들은 돈을 받지 못한다. 창피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교육을 명분으로 기획사에서 연습생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악습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받은 ‘대중문화예술 법률자문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8월까지 163건의 상담 중 75건이 연습생에 대한 기획사의 무리한 금전 요구나 계약 불이행에 대한 고소·고발이다. 연습생들은 데뷔할 기회가 제한된데다 소속사 대표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수직적 구조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3년 간 아이돌 그룹 데뷔를 준비했던 C씨(23)는 “소속사 없이 연예인으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폭언, 폭행은 당연히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부모가 나서 ‘조금만 참자’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연예인을 위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해 적정 전속기간, 기본권 등을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도 “해당 규정을 위반해도 이를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해 신분이 드러나면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현실도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문화계에서는 약자인 신고인이 권력을 쥐고 있는 피신고인과 얼굴을 맞대고 피해를 입증하고 합의해야 하는 절차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지운: 가난한 단역배우들, 면접비 챙겨주진 못할망정 오디션비 요구라니!규진: 벼룩의 간을 빼먹네.지운: ‘열정페이’가 제일 심한 곳이 문화계인 것 같아.규진: 연예인도 TV에선 화려해보이지만, 그들도 결국 을(乙)이지.지운: 그래서 내가 연예인 안 한 거야.규진: ;; (당황) ▼ “단역 배우들은 근로계약서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 임금체불다큐 만든 배우 곽민석 “단역 배우들은 본인들이 근로계약서를 쓸 수 있다는 생각도 못 해요. 계약서 얘기 꺼냈다가 좁은 판에서 ‘건방진 애’로 찍히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니까요. 돈을 못 받아도 제작자가 ‘미안하다, 다음 작품 때 비중 있는 역할 챙겨줄게’ 하면 혹할 수밖에 없죠. 그만큼 일이 급하니까요.” 영화 ‘범죄의 재구성’,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에 출연해 대중에게 낯익은 20년차 배우 곽민석 씨(48)가 배우들의 임금 미지급 문제를 고발하고 나섰다. 그는 2016년 출연한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제작진의 문제점을 다룬 10분짜리 미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를 2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웹드라마 ‘행복한 인질’ 촬영에 참여한 배우와 음향, 조명, 분장 스태프 등 40여 명은 일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했다. 함께 일한 후배들의 수당을 자비로 미리 챙겨 준 스태프들은 빚더미에 나앉기까지 했다. 제작사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면 임금을 지급하겠다”며 버티다 잠적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지만 대부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단돈 5만원을 받더라도 계약서를 당연히 쓰는 문화가 정착돼야죠. 만약 불가피하게 계약서를 못 썼다면 당일 퇴근할 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맞고요. 또 제작현장에는 제작비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프로덕션 수퍼바이저(PS)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인건비 지급에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우는 없었는지를 감시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곽 씨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2008년 MBC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에 출연하고도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제작사는 출연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회사가 없어졌다. 해당 제작사 대표는 뻔뻔하게 새 회사를 차려 버젓이 영업을 계속했다. 그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솔직히 저는 그 돈(출연료) 못 받아도 살 수 있어요. 하지만 차비조차 없어서 촬영장까지 걸어 다니는 많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 2018-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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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시골 살게 된 삼남매, 스마트폰 금세 잊더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튜브는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다. 아이는 손바닥만 한 화면만 종일 들여다보고,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아이들은 들판을 맘껏 뛰놀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지만 들판은커녕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 만져보기도 어려워진 세상이다. 저자는 7년 전 전원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빵빵한 와이파이는커녕 케이블TV도 나오지 않는 시골에는 마을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만 왔다. 삼남매 중 큰아이가 아홉 살, 막내는 두 살이었다. ‘저질렀다’는 말이 어울릴 만한 결정이었다. 엄마는 외풍이 심한 집 안 환경에 아이들 건강을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잔병치레를 뚝 뗐다. 들꽃과 새 이름도 줄줄 읊었다. 알파벳은 못 외웠지만 그건 부모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 한 문제될 일이 없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둘째 딸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한동안 대소변을 못 가려 고생하기도 하고, 아파트에서보다 몇 곱절 많은 집안일에 지쳐 아이들에게 모질게 대하고는 이내 후회하기도 한다. ‘육아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목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저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실수에 솔직하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간다. 아이들이 학습지 대신 풀꽃을 만지작거리고 학원 대신 뒷동산을 들락거릴 수 있다면, 유튜브도 지금보다는 덜 밉지 않을까. 이렇게 놀 것이 많다면 아이들이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릴 일도 없을 테니 말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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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명품 프로의 귀환… 에버그린 콘텐츠 붐

    19일 방송된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탤런트 최불암 씨가 옛 친구를 찾아 나섰다. 고교 시절 친구를 만나 오랜 오해를 풀게 되는 사연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9.1%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올리며 당일 교양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오래전에 종영한 프로그램이 새롭게 생명력을 갖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가 최근 방송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첫 방송을 한 ‘TV는…’은 1990년대 40%대의 시청률을 구가했던 교양 프로그램을 ‘리부트’한 것이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장면은 과감하게 들어내고,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강조해 야외 촬영 비중을 높였다. 8년 만에 부활한 ‘TV는…’은 “종영한 작품 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명작 프로그램이 많다”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가을 개편을 통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당시 KBS 내부에서는 ‘체험 삶의 현장’ 등 몇 개의 ‘고전’ 프로그램을 물망에 올렸고, 다른 ‘리부트’ 프로그램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그린 콘텐츠의 확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활발하다. 누리꾼들이 ‘추억의 명작’을 찾아내 공유하고 퍼뜨리며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하자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웬그막(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나오는 노홍렬 아저씨라고 하면서요!” 코미디언 이홍렬 씨(64)는 최근 들어 자신을 알아보는 10대 학생들이 많아져 신기하다고 했다. 2000∼2002년 SBS 시트콤 ‘웬만해선…’에서 이 씨를 봤다며 반가워했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직후에 방영됐던 작품을 그들은 어떻게 접했을까. 바로 유튜브였다. ‘웬만해선…’은 처음엔 누리꾼들이 만든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로 SNS에서 소화되곤 했다. 인기가 점점 많아지자 SBS는 6월 하순부터 ‘레전드’로 꼽히는 에피소드들을 SNS 환경에 맞는 5분 내외의 영상으로 새로 편집해 올리기 시작했다. ‘웬만해선…’은 물론이고 앞서 인기를 끌었던 ‘순풍산부인과’(1998∼2000년)도 만날 수 있다. MBC도 비슷한 시기 같은 형식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을 선보였다. 요즘 세대의 입맛에 맞게 자막을 새로 단 것이 특징이다. KBS도 이달 유튜브 채널 ‘크큭티비’를 신설해 1983∼1992년 방송했던 ‘유머 일번지’ 같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SNS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물 발굴’ 문화가 시발점이었다. 이전에도 옛 TV 프로그램 ‘짤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지은 ‘유물 발굴’이란 이름이 퍼지며 더욱 확대됐다. 그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화제가 됐고, 젊은 세대에게는 SNS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자막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어필했다. 방송사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유료로 다시보기를 제공하는 최신 프로그램이 아니기에 SNS에 올리는 데 부담이 없었다. ‘TV는…’의 최형준 PD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와 인연을 맺었던 이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전드’ 대접받는 옛 프로그램은 그 자체의 완성도로 잠깐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변화 없이 복고풍 감성에만 매달려서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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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도 반응이 ‘핫’하네? 방송계, 종영 콘텐츠 ‘유물 발굴’ 붐

    지난 19일 방송된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최불암 씨가 옛 친구를 찾아 나섰다. 고교시절 친구를 만나 오랜 오해를 풀게 되는 사연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9.1%의 시청률을 기록(닐슨코리아 기준)하며 당일 교양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첫 방송한 이 프로그램은 1990년대 40%대 시청률을 구가했던 예능프로그램을 ‘리부트’한 것이다. 익숙한 시그널 음악과 함께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스튜디오 장면은 과감하게 들어내고,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강조해 야외 촬영 비중을 높였다. 최근 오래 전에 종영한 TV프로그램이지만 꾸준히 생명력을 갖고 소비되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가 방송가에서 화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세대들이 ‘추억의 명작’을 찾아내 공유하고 퍼뜨리며 새롭게 조명 받는 경우가 많다. 의외로 반응이 ‘핫’하자 업계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저를 알아보더라고요. ‘웬그막(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나오는 노홍렬 아저씨라고 하면서요!” 코미디언 이홍렬 씨(64)는 최근 들어 자신을 알아보는 10대 학생들이 많아져 신기하다고 했다. 2000~2년 SBS 시트콤 ‘웬만해선…’에서 이 씨를 봤다며 반가워했다는 것. 태어나기도 전이거나 직후에 방영했던 작품을 그들은 어떻게 접했을까. 바로 유튜브였다. ‘웬만해선…’은 처음엔 누리꾼들이 만든 ‘짤방’(간단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도 SNS에서 소화되곤 했다. 인기가 점점 늘어나자 SBS는 8월부터 ‘레전드’로 꼽히는 에피소드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요즘 추세에 맞게, 20분 내외인 1편을 5분 분량으로 편집한 뒤 요즘 입맛에 맞는 ‘자막’을 달았다. ‘웬만해선…’은 물론 앞서 인기였던 ‘순풍산부인과’(1998~2000)도 만날 수 있다. MBC 역시 비슷한 시기 같은 형식으로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을 선보였다. KBS는 1983~1992년 방송했던 ‘유머 일번지’의 인기 코너를 자사 유튜브채널 ‘크큭티비’를 통해 내보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부터 SNS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물 발굴’ 문화가 시발점이었다. 이전에도 옛 TV프로그램 ‘짤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누리꾼들이 지은 ‘유물 발굴’이란 이름이 퍼지며 더욱 확대됐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기억하는 세대에게는 추억으로 화제가 됐고, 젊은 세대에겐 SNS 환경에 어울리는 새로운 자막과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어필했다. 업계에선 최신 프로그램이 아니었기에 이런 SNS라는 무료 유통 구조의 확산에 한몫했다고 말한다. 최신 프로그램이라면 유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기 잠식의 우려가 있어 SNS로 소화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옛날 작품’은 판매 대상이 아니라 부담이 없다. SBS 홍보팀의 SNS 담당 관계자는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 시리즈를 올리기 시작한 뒤 구독자 수가 매일 5000명꼴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는 ‘체험! 삶의 현장’ 등 다양한 고전이 ‘리부트’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TV는…’의 최형준 PD는 “(시청자들이) 어린 시절을 함께한 프로그램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라는 인류 공통의 감정이 맞물려 좋은 반응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레전드’ 대접받는 옛 프로그램은 그 자체의 완성도로 잠깐은 화제가 될 수 있지만, 변화 없이 복고풍 감성에만 매달려서는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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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각국 전통음악가들이 펼친 축제 한마당

    페르시아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닮은 현의 떨림은 강렬한 전자음 비트를 너끈히 뚫고 나왔다. 우드(Oud·중앙아시아의 전통 현악기) 연주에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접목한 프랑스 밴드 뒤우드(DuOud)의 무대였다. 박자에 맞춰 통통 뛰어다니는 일곱 살배기 남자아이부터 우아한 몸짓으로 리듬을 타는 백발 노부인까지, 국경과 세대를 불문한 관객들이 강바람 산뜻한 객석을 메웠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2018 월드 뮤직 페스티벌 앳 타이완(World Music Festival @Taiwan)’이 19일부터 21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시 다지아 강변 공원에서 열렸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 전통 음악을 기반으로 한 음악가들이 모인 가운데 5만여 명의 관객이 한바탕 축제를 즐겼다. 가장 눈에 띈 팀은 예멘 블루스. 북아프리카의 전통 가락을 바탕으로 신과 사랑에 대해 아랍어로 노래하는 이스라엘 출신 5인조 밴드였다. 귐브리(guembri·울림통이 낙타 가죽으로 된 모로코 전통 현악기)를 연주하며 신경질적인 고음을 뽑아 올리는 리더 라비드의 폭발적인 무대매너가 돋보였다. 말레이시아 전통악기 사페 연주자와의 협연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축제의 대미는 마츠카가 장식했다. 인구 9만여 명의 소수민족 바이완족 출신인 그의 음악은 레게 리듬에 부족 전통 언어로 쓴 가사를 얹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축제장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았다. 에콰도르, 헝가리 등 세계 각국의 전통춤을 현지 음악가에게 배우는 ‘댄스 워크숍’도 3일 내내 이어졌다. 축제를 기획한 윈드뮤직사의 켄 양 대표는 “우리 축제의 타깃은 가족 단위 손님이다. 또한 매년 2000여 명의 장애인을 무료로 초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양성에만 치중해 공연 구성이 다소 산만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축제장에서 만난 일본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페스티벌의 프로듀서 니콜라 리발레는 “전체 무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담아낸다면 더 좋은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평했다. 타이베이=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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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한 설정에 막장향기 스멀스멀… 그래도, 좋은걸 어떡해

    문무(文武)에 두루 출중하며 용모까지 빼어난 왕세자 이율(도경수), 어느 날 궁중 암투에 휘말려 기억을 잃고 평민 ‘원득’으로 살아가게 된다. 그 앞에 나타난 여인 홍심(남지현)은 사실 그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윤이서. 이율의 아버지가 역모를 저지르고 왕이 될 때 희생양이 돼 몰락한 집안의 딸이다.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현재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13회 11.3%, 닐슨코리아 기준)을 올리고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풀어낸 ‘뻔함’이 매력이랄까. 신분 격차와 기억상실, ‘원수 가문의 아들딸’이라는 배경까지 주인공 커플의 관계는 상투적인 설정으로 가득하다. 여기에 정치 암투와 치정 요소까지 가미됐다. 호시탐탐 이율의 목숨을 노리는 장인 김차언(조성하)의 행보는 ‘마지막 회에 파멸하는 악당’이라는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를 철저히 따른다. 세자빈이 세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다는 대목에서는 자극성으로 승부하는 아침드라마의 ‘막장 향기’까지 난다. 이 드라마는 MBC ‘환상의 커플’과 ‘로미오와 줄리엣’을 뒤섞어 조선시대에 떨어뜨려 놓은 듯하다. 둘의 인연이 이어지는 과정 역시 늘 봐 오던 우연의 연속이다. 하지만 MBC ‘해를 품은 달’의 이훤(김수현)과 KBS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영(박보검)이 그랬듯 이율의 러브스토리도 해피엔딩이 될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미 종영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흥미로운 건 아이돌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코미디물인 이 드라마가 중장년층과 남성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드라마는 성별·연령대별 시청률이 30대 남성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동시간대 1위(닐슨코리아 기준)를 달리고 있다. 트렌디한 로맨틱코미디 사극이라는 겉포장 속에 익숙한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 들어 있어 기성세대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뻔한’ 스토리이지만 완성도까지 뻔하지는 않다. 첫 방송 전에 이미 촬영을 마친 완전 사전제작 드라마로 매 회 구성이 자연스럽고 영상미와 색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어린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이 베테랑 배우들 못지않게 출중하다. 이런 탄탄한 만듦새가 뒷받침됐기에 시청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요소만을 골라 담은 제작진의 영악한 의도를 ‘알면서도 속아 주는’ 게 아닐까. 오락성과 흥행은 TV 드라마의 기본 덕목이자 존재 이유다. 그렇기에 ‘백일의…’는 분명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한 편으론 기존 공식에서 벗어난 참신한 작품을 기다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온갖 클리셰를 깨부수고 주인공들이 수시로 죽어 나감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TV시리즈 중 하나가 된 HBO의 ‘왕좌의 게임’처럼 말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류 팬들 사이에서도 ‘한국 드라마는 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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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자란 떡잎만 지원… ‘1인 크리에이터’ 새싹은 서럽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1인 미디어 지원사업, 있기야 있죠. 문제는 저희처럼 바닥부터 시작하는 신진 크리에이터들에겐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방송 관계자였던 김모 씨(33)는 최근 퇴사해 1인 크리에이터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일상에 밀접한 뉴스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방송뉴스 형식의 콘텐츠를 제작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하지만 그는 경기콘텐츠진흥원(경기콘진원)의 ‘경기도 1인 크리에이터 제작지원’ 사업에 지원했다가 자격 미달 통보를 받았다. 지원 자격 가운데 ‘SNS 구독자 1000명 이상’ 조항 때문이었다. 최근 문화계에서 콘텐츠 창작자를 위한 공공 지원 기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건이 까다롭거나 현실적이지 않아 정작 지원이 절실한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씨가 지원했던 지원 사업은 해마다 40팀을 선정해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영상 20편의 제작을 돕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산업진흥원도 비슷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지만 현실성 있는 제작비를 지원하는 건 경기콘진원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때문에 매번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 그러나 ‘최소 구독자 수’ 기준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크리에이터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 많다. 경기콘진원 관계자는 “외부 심사위원이 지원자의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한다. 구독자 수 기준은 꾸준히 활동할 크리에이터인지 판별하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 뽑힌 40팀의 선발 당시 평균 구독자 수는 약 10만 명. 지원 기준보다 100배 가까이 높아 구독자 수가 상당한 허들로 작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지원 기준이 1인 미디어 콘텐츠의 획일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산업진흥원에서 1인 미디어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신득수 책임은 “이 분야는 사실 첫 구독자 1000명을 모으는 게 가장 어렵다”며 “조회 수나 구독자 수가 곧 지원 사업의 성과로 인식되는 현 상황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은 다중채널네트워크(MCN·1인 크리에이터 방송을 관리하는 회사) 업체들이 알아서 활발히 지원한다. 공공기관이라면 콘텐츠의 질이나 아이디어에 초점을 맞춰 지원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순수예술계도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문학 미술 국악 등 11개 분야 저소득 예술인에게 연 300만 원을 주는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걸 받으려면 최근 3년간 예술활동을 통해 번 소득을 증명하거나 앨범, 공연 등 활동 내용을 입증해야 한다. 업계에선 “경력이 일천한 신진 예술가에겐 지나치게 높은 요건”이라며 “‘활동 기간’ 조건만 채운 ‘취미 예술인’들이 지원금을 타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 관계자도 “전업 예술인도 아니면서 지원받은 사례가 있는 건 인지하고 있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개선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열악한 사정의 중견 예술인들은 나이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최초예술지원’ ‘서울청년예술단’ ‘청년예술공간지원’ 등은 39세 미만 또는 데뷔 10년 이하 예술인만 대상이다. 40대 연극인 A 씨는 “원로 연극인을 위한 늘푸른연극제 같은 제도도 있지만 아무래도 청년들보다는 수혜의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조윤경 기자}

    •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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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애가 말을 할 수 있다면… 풀벌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죠”

    “풀벌, 나 출장 갔다 올 동안 죽지 마! 알았지?” 영상 속 회색 고양이는 한쪽 눈으로 힘없이 주인을 응시한다. ‘나 아픈데 어디 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다른 한쪽 눈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져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이 고양이 ‘풀벌’은 안타깝게도 7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개그맨 이홍렬 씨(64)다. 6월부터 유튜브 ‘이홍렬TV’를 운영하고 있는 그를 17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만났다. 40년 차 베테랑 방송인인 그가 왜 낯선 유튜버가 되려 한 걸까. “나이가 많은 풀벌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요. 저 애가 사람 말을 할 수 있다면, 내게 할 말이 얼마나 많을까? ‘풀벌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됐죠.” 풀벌은 올해 17세, 사람 나이로는 여든이 넘은 고령이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 난 뒤, 괴로워하던 이 씨는 가족과도 같은 반려묘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죽지 마’라는 제목으로 첫 영상을 올렸고, 풀벌은 보름 만에 이 씨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현재 풀벌 이야기는 고양이가 어릴 때부터 이 씨가 차곡차곡 모아뒀던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다. 영상마다 ‘떠나보낸 강아지가 생각났다’ ‘울컥해서 펑펑 울었다’며 공감 댓글이 줄을 잇는다. “반려동물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은 아픈 강아지나 고양이 이야기가 나오면 시청률이 뚝 떨어진단 얘길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내는 날은 반드시 옵니다. 사람들이 그걸 잊지 말아 줬으면 해요.” 풀벌은 ‘이 집사’를 두고 떠났지만 그에게 유튜브라는 새로운 세상을 선물로 남겼다. 평생 그의 터전이었던 TV와 달리, SNS 세상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놀이터였다. 최근엔 ‘강화 아재’란 제목으로 친구들과의 일상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단다. 이 씨는 “3분짜리 영상 하나 만드는 데 5, 6시간이 걸리지만 ‘ㅋㅋㅋ’ 댓글 하나만 봐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 쪽이 어렵고 생소합니다. 허참 선배는 ‘유튜브 하려면 스튜디오는 어떻게 차리냐’고 물어보실 정도였어요. 근데 막상 해보니까, 60대 이상도 충분히 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스마트폰 하나만 갖고 하고 있잖아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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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예술에 가구의 기능을 입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을 묘사한 뾰족한 봉우리와 금빛 계곡은 수묵으로 그린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연상시켰다. 너비 1m 남짓한 오크 원목 오브제의 표면은 먹(墨)을 깊숙이 머금어 칠흑처럼 어두우면서도 단단한 나무의 결을 자연스럽게 내비쳤다. 투명한 햇살이 쏟아지는 웅장한 산맥 아래 선 듯한 착각에 빠져 한참을 매료돼 있을 때, 작가 훈 모로(한국명 전훈·50·여)가 작품에 척 걸터앉으며 말했다. “앉아 보실래요? 보기보다 편하답니다!” 훈 모로의 작품은 미술품인 동시에 가구다.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2010년대 이후 미주와 유럽에서 조소 예술의 한 분야로 부상하고 있는 현대 예술 가구를 선보인다. 그가 신구상주의의 창시자 피터 클라젠(83)과 함께 ‘인간∞자연’을 주제로 18일부터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첫 국내 전시회를 연다. “자연의 재료로 작품을 만들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직접 만지고 사용하며 예술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꿈꿉니다.”그의 가구는 뾰족한 바위와 거대한 산맥,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이다. 여기에 보석세공의 화려함까지 갖췄다.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시선의 경청’ 연작 또한 그의 작업 세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밤하늘에 빛나는 보름달과 별을 그린 회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을 조심스럽게 열면 수납장으로서의 쓰임새가 드러난다. 미술비평가 호리아 마클루프는 훈 모로를 두고 “자연이 이룩한 놀라운 업적을 가구로 번역하려는 기발한 몽상가”라고 칭했다. 훈 모로는 프랑스 부르고뉴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나무를 깎고 흙을 주물러 청동 주물을 만드는 등 작업 과정 전체를 손수한다. 하나의 디자인은 최대 8개의 에디션까지만 제작된다. 가구의 속성을 갖고 있지만 모든 작품은 조소 예술품이라는 점에서 ‘럭셔리 가구’와는 구분된다. 그는 “가구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조각 작품에 가구로서의 ‘유용성’이 더해진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서울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그는 파리 에콜카몽도에서 유학을 한 뒤 20여 년간 실내 디자이너로 일했다. 프랑스 유명 건축회사 ‘빌모트&아소시에’의 실내 디자인팀을 이끌며 중동의 왕궁과 고급 호텔의 인테리어를 도맡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2014년 돌연 회사를 나와 예술가로 전향했다. “‘자유로움’ 때문이었죠. 조각과 미술, 디자인의 경계를 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내 건축가 시절부터 노트에 그려놨던 수많은 레퍼토리를 작품으로 만들면서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의 작품에는 섬세하게 뻗은 선과 모노크롬(단색화)의 미묘한 색조 변화, 금방이라도 비상할 것 같은 유려한 자태가 응축돼 있다. 동서양의 분위기가 오묘하게 조화돼 있는 그의 가구는 파리와 뉴욕에서 컬렉터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작가로서의 바람요? 내 작품이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하며, 추억이 쌓이고,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11월 20일까지.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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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빠!” 소녀시절로 돌아간 30대 엄마들

    “마음속에 같은 꿈을 그리고 있어/이 순간 우리 모두 함께 하나라고 느껴….” 새하얀 ‘천사 옷’을 입고 등장한 다섯 멤버. 늘 H.O.T.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곤 하던 ‘우리들의 맹세(The Promise of H.O.T.)’였다. 막내 이재원이 첫 소절을 시작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다렸어 H.O.T.’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 보였다. 한국 아이돌 문화를 창시한 H.O.T.가 17년 만에 팬들과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3, 14일 열린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에서 H.O.T. 다섯 멤버가 10만여 명의 팬들 앞에 섰다. 2월 MBC ‘무한도전’에서 이벤트성 무대를 가진 적은 있지만 공식 콘서트는 2001년 2월 27일 이곳에서 열렸던 마지막 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전사의 후예’로 시작해 ‘Outside Castle(The Castle Outsider)’ ‘아이야(I yah!)’ 등으로 이어진 13일 공연의 전반부에서 멤버들은 전성기 못지않은 춤과 가창력을 선보여 불혹의 나이를 무색하게 했다. 멤버들은 그간의 아쉬움과 갈증을 단번에 풀어내듯 일곱 곡을 연이어 부른 후에야 팬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저마다 “꿈만 같다” “TV로 보는 것처럼 이 순간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캔디’ 활동 당시의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알록달록한 멜빵바지를 입은 멤버들이 객석 한가운데 설치된 무대에 깜짝 등장하며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흰색 우비와 야광 머리띠, 야광봉으로 무장한 ‘안승부인’ ‘칠현마누라’들도 소싯적 ‘빠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시절과 달랐던 점은 딱 하나, 상표권 분쟁으로 활동 당시 사용하던 H.O.T.라는 이름과 로고를 쓰지 못했다는 것뿐. 리더 문희준은 이를 의식한 듯 “우리가 누구냐”고 물었고,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H.O.T.”를 외쳤다. 장외의 열기도 객석만큼이나 뜨거웠다. 응원도구와 소품, 의류를 판매하는 부스에는 당일 새벽부터 끝없이 줄이 이어졌다. 어느덧 30대 중후반이 된 주축 팬들의 연령대를 반영하듯 매표소 인근에 미아보호소가 차려진 점도 이채로웠다. 13일 오후 공연장에서 만난 정의연 씨(36·여)는 “아침부터 줄을 서면서 너무 많이 울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오빠들을 보니 눈물 흘릴 새가 없었다. 세 시간이 30분처럼 지나갔다”고 했다. 이모 씨(37·여)는 “공연 중 배경화면에 ‘#2019’라는 문구가 뜨는 걸 봤다. 내년에도 오빠들의 무대를 볼 기회가 또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H.O.T.의 영원한 라이벌 젝스키스도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8 지금·여기·다시’ 콘서트를 열었다. 젝스키스는 2016년 해체 16년 만에 고지용을 제외한 5인 체제로 재결합한 이후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번 콘서트의 규모는 H.O.T.에 비해 작았지만 “젝키짱!”을 외치는 2만여 ‘노랭이들’(젝스키스 멤버들이 팬덤을 부르는 애칭)의 열정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미디어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라이벌’다웠다. 다만 김재덕 은지원 이재진 장수원의 4인조로 무대에 오른 점은 옥에 티로 남았다. 강성훈은 최근 연이은 사기 및 횡령 의혹으로 구설에 올라 자진 하차했다. 공연 전 리더 은지원은 “전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서지 못해 기대했을 팬분들께 미안하다. 부족함과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네 명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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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 세월이 느껴지지 않는 H.O.T. 콘서트…한가지 달라진 점은

    “마음속에 같은 꿈을 그리고 있어/ 이 순간 우리 모두 함께 하나라고 느껴…” 새하얀 ‘천사 옷’을 입고 등장한 다섯 멤버. 늘 H.O.T.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곤 하던 ‘우리들의 맹세(The Promise of H.O.T.)’였다. 막내 이재원이 첫 소절을 시작하자 관객들은 일제히 ‘기다렸어 H.O.T.’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보였다. 한국 아이돌 문화를 창시한 H.O.T.가 17년 만에 팬들과 재회하는 순간이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13, 14일 열린 ‘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콘서트에서 H.O.T. 다섯 멤버가 10만여 명의 팬들 앞에 섰다. 2월 MBC ‘무한도전’에서 이벤트성 무대를 가진 적은 있지만 공식 콘서트는 2001년 2월 27일 이곳에서 열렸던 마지막 콘서트 이후 처음이다. ‘전사의 후예’로 시작해 ‘Outside Castle(The Castle Outsider)’ ‘아이야(I yah!)’ 등으로 이어진 13일 공연의 전반부에서 멤버들은 전성기 못지않은 춤과 가창력을 선보여 불혹의 나이를 무색케 했다. 멤버들은 그간의 아쉬움과 갈증을 단번에 풀어내듯 일곱 곡을 연이어 부른 후에야 팬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저마다 “꿈만 같다” “TV로 보는 것처럼 이 순간이 실감나지 않는다”며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캔디’ 활동 당시의 의상을 그대로 재현한 알록달록한 멜빵바지를 입은 멤버들이 객석 한가운데 설치된 무대에 깜짝 등장하며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흰색 우비와 야광 머리띠, 야광봉으로 무장한 ‘안승부인’ ‘칠현마누라’들도 소싯적 ‘빠심’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시절과 달랐던 점은 딱 하나, 상표권 분쟁으로 활동 당시 사용하던 H.O.T.라는 이름과 로고를 쓰지 못했다는 것뿐. 리더 문희준은 이를 의식한 듯 “우리가 누구냐”고 물었고,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H.O.T.”를 외쳤다. 장외의 열기도 객석만큼이나 뜨거웠다. 응원도구와 소품, 의류를 판매하는 부스에는 당일 새벽부터 끝없이 줄이 이어졌다. 어느덧 삼십대 중후반이 된 주축 팬들의 연령대를 반영하듯 매표소 인근에 미아보호소가 차려진 점도 이채로웠다. 13일 오후 공연장에서 만난 정의연 씨(36·여)는 “아침부터 줄을 서면서 너무 많이 울까봐 걱정했는데, 막상 오빠들을 보니 눈물 흘릴 새가 없었다. 세 시간이 30분처럼 지나갔다”고 했다. 이모 씨(37·여)는 “공연 중 배경화면에 ‘#2019’라는 문구가 뜨는 걸 봤다. 내년에도 오빠들의 무대를 볼 기회가 또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H.O.T.의 영원한 라이벌 젝스키스도 같은 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8 지금·여기·다시’ 콘서트를 열었다. 젝스키스는 2016년 해체 16년 만에 고지용을 제외한 5인 체제로 재결합한 이후 매년 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번 콘서트의 규모는 H.O.T.에 비해 작았지만 “젝키짱!”을 외치는 2만여 ‘노랭이들’(젝스키스 멤버들이 팬덤을 부르는 애칭)의 열정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등 미디어에서 최근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의 라이벌’ 다웠다. 다만 김재덕 은지원 이재진 장수원의 4인조로 무대에 오른 점은 옥의 티로 남았다. 강성훈은 최근 연이은 사기 및 횡령 의혹으로 구설에 올라 자진 하차했다. 공연 전 리더 은지원은 “전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서지 못해 기대했을 팬 분들께 미안하다. 부족함과 허전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네 명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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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 알수없는 떨림

    평생 알고 지낸 가족보다 오늘 처음 만난 이가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게스트하우스 한구석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낯설고 두렵기에 더 설레는 여행을 닮은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채널A에서 6년 만에 선보이는 미니시리즈 ‘열두밤’이다. “낯선 여행지, 한정된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이 겪는 감정은 사랑일까요, 아니면 순간의 설렘일까요? ‘열두밤’은 누구든 한 번쯤 꿈꿔 봤을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그립니다.”(정헌수 PD) 미국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는 사진작가 지망생 한유경(한승연)과 무용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내팽개친 재일교포 차현오(신현수). 다른 삶을 살던 ‘열두밤’의 두 주인공은 서울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1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진은 “잔잔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드라마”라고 입을 모았다. “주인공들이 겪는 별일 아닌 일들이 쌓여 어느 순간 커다란 감정으로 성큼 다가와요. 잔잔한 물결이 모여 큰 파도가 되듯이 말이죠.”(신현수)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요즘 드라마들과는 달리 잔잔하게 예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는 점이 좋았어요. 집에 있는 소파처럼 따뜻하고 편안한 이 작품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한승연) 유경과 현오는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총 열두 번의 밤을 함께한다. 2010년 첫 여행에서 만나 나흘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2015년과 2018년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하루를 한 회씩 담아내며 12회 방송된다. 정 PD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성숙해져 가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주연배우는 ‘열두밤’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승연은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데 취미를 붙였고, 신현수는 촬영 전부터 발레와 현대무용을 배워 대역 없이 무용 장면 전체를 소화하고 있다. 두 청춘 배우의 뒤에서는 ‘믿고 보는’ 중견배우 장현성과 예수정이 중심을 잡아 준다. 장현성은 북촌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백만 역을, 예수정은 사진관 주인 이리 역을 맡았다. “제 20대는 연극 연습과 공연, 그리고 여행으로 삼등분돼 있었어요. 여행지에서 겪는 설렘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느끼는 ‘내 자리’의 소중함 같은 경험들은 40대까지 배우 생활을 해오는 데 큰 자양분이 됐어요.”(장현성) “유경과 현오가 8년 동안 어떻게 서로의 추억을 조합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예수정) 드라마는 북촌 등 서울 구시가지의 고즈넉한 풍경을 따스한 색감으로 담아냈다. 선선한 가을 밤공기 같은 설렘을 전할 ‘열두밤’은 12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채널A에서 방영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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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문재인 대통령과 많은 얘기 나누고 싶다”… 교황청, 방북엔 신중

    “7·4 남북 공동성명부터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 공동선언, 10·4 남북 공동선언 등 모든 조항에서 교황이 이르는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민족 공동의 번영과 이익을 추구하자는 원칙적인 약속을 변함없이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월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 대목을 시작했다. 대선 출사표 성격의 이 책에서 “공동선으로 서로를 돕는 것, 상호부조를 하는 것”이라는 교황의 말이 남북 관계의 근본이라고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교황 접견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인식이 배경이 됐다. 여기에 북한 인권 문제, 북한의 ‘정상 국가화’ 등 다양한 포석까지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김정은의 초청에도 불구하고 교황청은 교황의 방북 여부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교황 초청은 다목적 포석 천주교 신자인 문 대통령(세레명 디모테오)은 취임 초기부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황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24일 김희중 대주교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친서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실 외교가 풀지 못하는 한반도의 긴장을 과거처럼 종교 지도자가 나서 완화해 달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2월 타계한 미국 개신교계의 대부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1994년 북핵 문제로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북폭을 검토했을 때 방북해 핵 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교황의 첫 방북이 성사된다면 국제사회에 ‘변화하는 한반도’의 인상을 다시 한 번 강렬하게 심어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최대 약점인 인권 문제를 보완하고 종교의 자유가 있는 정상 국가의 이미지를 과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의 방북 시점도 고려했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교황이 방북한다면 내년 일본 방문과 함께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됐지만 내년에 또 한 번 교착 상태를 맞는다면 교황의 방북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 교황, 문 대통령 1시간가량 만날 듯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9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메시지를 가지고 교황을 예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티칸에서는 17일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열린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직접 미사를 집전하며 바티칸 방송국이 생중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미사 후 대성당에서 특별 메시지도 발표한다.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별 국가를 위한 미사가 집전되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이어 18일 정오에는 교황과의 개별 면담이 예정돼 있다. 당초 교황청 관계자들은 교황청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3∼28일)가 열리는 기간인 만큼 교황이 17일 문 대통령과 20여 분간 면담하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교황이 직접 “문 대통령과 더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포함해 보통 교황의 개별 면담 시간은 30분을 넘지 않지만 문 대통령과는 한 시간가량 만날 것으로 전해져 시간과 형식 모두 파격의 연속이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이날 면담은 배석자 없이 교황과 문 대통령, 통역만 참석한다. 다만 교황청은 김정은의 방북 초청에 대한 공식 답변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이 끝나고 북-미 협상 상황을 지켜본 뒤에야 방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희중 대주교는 9일 “바티칸 교황청과 북한과의 관계가 진전되고 개선되기를 바라며 한국 천주교회는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 정착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 이지운 기자}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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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의 ‘신 스틸러’는 우리라오”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구원커플’(진구 김지원)부터 애신(김태리)의 스승인 ‘택이 아버지’ 최무성까지. 숱한 화제 속에 지난달 종영한 tvN ‘미스터 션샤인’(이하 ‘미션’)은 개성 강한 조연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신 스틸러’가 있었으니, 애신의 오른팔 함안댁(이정은)과 전당포를 운영하다 의병 활동에 뛰어든 일식이(김병철)다. 서울 성동구와 강남구의 카페에서 2일과 8일, 배우 김병철(44)과 이정은(48)을 각각 만났다. “시청자분들, 특히 제 또래 여성분들이 요즘 너무 많이 알아봐 주셔서 깜짝 놀랄 정도예요. 행랑아범과 손 한번 못 잡아보고 죽어서 안타까웠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답니다.”(이정은) ‘귀염뽀짝 함블리.’ 이번 작품을 통해 그에게 생긴 별명이다. 눈깔사탕이나 자장면 ‘먹방’부터 행랑아범(신정근)과의 로맨스까지, 그가 등장한 거의 모든 신에서 화제를 모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미션’ 갤러리의 진정한 갤주(갤러리 주인)는 함안댁”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애신을 젖먹이 시절부터 품에 안고 키워 온 함안댁은 일본군의 총에 맞고 애신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팬들이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는 장면이다. 이 씨는 이 장면에 대해 “나흘을 투자해 공들여 찍었다. 담담하게 눈을 감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애신의 품에 안기니 주체할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와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아는 와이프’, ‘쌈, 마이웨이’ 등 여러 작품에서 주로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역을 많이 맡았어요. 함안댁 역시 애신의 조력자이지만 ‘해결사’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히 매력적이었어요. 주체적인 여성상을 점점 더 많이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가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이정은) 김병철은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에 이어 김은숙 작가의 최근작 3편에 모두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김은숙의 남자’라는 말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혹시라도 그런 말이 작가의 캐스팅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신 스틸러’라는 말에 대해서도 “장면은 혼자 만들거나 훔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 말하고서는 멋쩍게 웃었다. “답변이 재미없나요? 제가 원래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웃음) ‘도깨비’에서 등장만으로도 시청자를 섬뜩하게 한 박중헌 역을 맡았던 김병철은 ‘미션’에서 180도 변신해 코믹한 매력을 맘껏 뽐냈다. 감초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의병 활동에 필요한 폭탄을 구해 주는 등 ‘능력자’의 면모도 보였다. ‘미션’ 배역 중에서는 함안댁 역이 가장 탐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본만 봐도 (함안댁 캐릭터가) 진짜 매력적이더라고요. 이정은 씨는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시더군요!” 그는 “늘 새로운 역할을 통해 다른 이미지를 선보이는 게 연기자로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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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개월새 구독자 50만 눈앞… 초-중딩 마음 훔쳤다

    《 유튜브에 범상치 않은 이들이 나타났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올해 5월 난데없이 나타나 다섯 달 만에 구독자 5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최근 재생횟수 총 1억 회를 기록했다. ‘급식 세대’의 패자 자리를 넘보는 이 크리에이터 그룹은 이름부터 ‘급식왕’이다. 》  공부를 잘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광자(정광진), 놀 궁리만 하는 두더지(박강균), 꼰대 같지만 정 많은 발가락쌤(박병규)이 주인공. ‘체육시간에 이런 친구 꼭 있다’, ‘준비물 안 가져왔을 때 꿀팁’ 등 학생들의 일상을 소재로 10분 안팎의 콩트를 선보인다. ‘수행평가’라는 제목으로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볼 법한 게임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4일 급식왕 3인방을 만났다. “지난해까지 드라마 보조작가로 일했는데, 연기에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유튜브 하려고 작가 그만둔다고 했을 땐 다들 미쳤다고 했죠.”(박병규) 이들의 인연은 10년 전 SBS에서 운영하는 공개 코미디 극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무명 개그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의 김병만’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하며 배고픔을 견뎠지만 S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마저 폐지되는 마당에 무명 배우들에겐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유튜브는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의 마지막 돌파구였다. 박병규는 “딱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코미디 영상들을 올렸지만 반응이 신통찮았다. 5개월 동안 구독자 수는 고작 3000여 명. 유튜브 시청자층의 70%가 10대 이하라는 ‘썰’을 듣고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스승의 날 무렵 구성을 완전히 바꿔 올린 ‘급식왕’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 1위에 올랐을 때, 멤버들은 ‘누군가가 장난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단다. 개그맨 생활을 하며 갈고닦은 콩트를 선보이되 야외 촬영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B급 정서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싼티 나는’ 촬영기법과 편집을 사용한다. 슬로모션이 필요한 장면에서 영상을 느리게 재생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천천히 움직이며 촬영하는 식이다. “구독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와 유행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새 영상 콘티를 미리 보여주며 ‘재미있을 것 같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정광진) “중학생들이 (30대인) 저희가 진짜 중학생인 줄 알고 ‘야 두더지!’ 하고 부르기도 해요. 그럴 때면 그냥 친구 대하듯 해 주죠. 저희가 그만큼 아이들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 기분 좋습니다.”(박강균) 세 사람은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으로 ‘싸움’을 꼽았다. 합숙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논쟁을 하면서 새 아이템을 기획한다는 것. 롤 모델로는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을 꼽았다. “캐릭터의 특징과 색깔이 선명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더지와 광자, 발가락쌤도 ‘빅뱅이론’의 셸던과 레너드처럼 오래도록 정 붙일 수 있는 캐릭터로 남고 싶습니다!”(박병규)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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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글 사랑 대상’ 정현복 광양시장

    공공기관이 잘못 쓴 문장을 바로잡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공익법인 우리글진흥원(원장 강상헌)이 ‘2018 우리글 사랑 자치단체 대상’ 수상자로 정현복 광양시장(사진)을 선정했다고 한글날인 9일 밝혔다. 우리글진흥원은 “광양시는 작은 마을공원 안내문에까지 제대로 된 공공문장을 쓰려고 노력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흥원은 또 ‘공공문장 바로 세우기 시민운동’ 대상 수상자로 서울 중앙고에 재학 중인 박시현 군(15)을 선정했다. 박 군은 공공기관에서 제작한 안내문에서 잘못 사용된 표현 40건을 바로잡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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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물 안 가져왔을 때 꿀팁”…급식세대 패자 자리 넘보는 ‘급식왕’

    유튜브에 범상치 않은 이들이 나타났다. 이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올해 5월 난데없이 나타나 다섯 달 만에 구독자 5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최근 총 재생수 1억 회를 기록했다. ‘급식 세대’의 패자 자리를 넘보는 이 크리에이터 그룹은 이름부터 ‘급식왕’이다. 공부를 잘하지만 엉뚱한 구석이 있는 광자(정광진), 놀 궁리만 하는 두더지(박강균), 꼰대 같지만 정 많은 발가락쌤(박병규)이 주인공. ‘체육시간에 이런 친구 꼭 있다’, ‘준비물 안 가져왔을 때 꿀팁’ 등 학생들의 일상을 소재로 10분 안팎의 꽁트를 선보인다. ‘수행평가’라는 제목으로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볼 법한 게임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4일 급식왕 3인방을 만났다. “지난해까지 드라마 보조 작가로 일했는데, 연기에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유튜브 하려고 작가 그만둔다고 했을 땐 다들 미쳤다고 했죠.”(박병규) 이들의 인연은 10년 전 SBS에서 운영하는 공개코미디 극장에서 한솥밥을 먹던 무명 개그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의 김병만’으로 우뚝 설 날을 기약하며 배고픔을 견뎠지만 SBS의 공개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마저 폐지되는 마당에 무명 배우들에겐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유튜브는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의 마지막 돌파구였다. 박병규 씨는 “딱 한 번만 더 해보고 안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올해 1월부터 코미디 영상들을 올렸지만 반응은 신통찮았다. 5개월 동안 구독자 수는 고작 3000여 명. 유튜브 시청자 층의 70%가 10대 이하라는 ‘썰’을 듣고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스승의 날 무렵 구성을 완전히 바꿔 올린 ‘급식왕’이 유튜브 인기동영상 1위에 올랐을 때, 멤버들은 ‘누군가 장난친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단다. 개그맨 생활을 하며 갈고닦은 꽁트를 선보이되 야외 촬영을 통해 극장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B급 정서를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싼티 나는’ 촬영기법과 편집을 사용한다. 슬로우 모션이 필요한 장면에서 영상을 느리게 재생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천천히 움직이며 촬영하는 식이다. “구독자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와 유행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새 영상 콘티를 미리 보여주며 ‘재미있을 것 같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정광진) “중학생들이 (30대인) 저희가 진짜 중학생인 줄 알고 ‘야 두더지!’ 하고 부르기도 해요. 그럴 때면 그냥 친구 대하듯 해 주죠. 저희가 그만큼 아이들 코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라 기분 좋습니다.”(박강균) 세 사람은 콘텐츠 생산의 원동력으로 ‘싸움’을 꼽았다. 합숙 생활을 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논쟁을 하며 새 아이템을 기획한다는 것. 롤 모델로는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을 꼽았다. “캐릭터의 특징과 색깔이 선명해야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더지와 광자, 발가락쌤도 ‘빅뱅이론’의 쉘든과 레너드처럼 오래도록 정 붙일 수 있는 캐릭터로 남고 싶습니다!”(박병규)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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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 불교문화 진수 느껴보세요” 용인대 특별전 10일부터 두달간

    용인대박물관(관장 배재호)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 불교문화의 진수를 살피는 특별전 ‘고려국풍’을 10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귀족적이고 불교적인 고려 문화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불화, 도자기, 금속 공예품 등을 소개한다. 보물 1286호 ‘수월관음도’와 보물 978호 ‘백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29’ 등과 죽주(竹州·현재 경기 안성시) 대혜원에 있었던 범종인 ‘대혜원명 동종’(보물 1781호·사진)도 만나볼 수 있다. ‘찬란한 고려 도자’ 섹션에서는 청자와 백자 90여 점을 통해 도자기 역사에서 고려의 위상을 가늠해볼 수 있다. 12월 9일까지. 무료.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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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日간 불행한 과거, 문화재 통한 교류로 치유 시도

    일본 교토(京都)시 북부의 호젓한 주택가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정겨운 한국식 기와 담장으로 둘러싸인 3층 건물. 한국 문화재만 전시하는 해외 유일의 박물관인 고려미술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어딘지 낯익은 5층 석탑이 반겼다. 정희두 고려미술관 상임이사(59)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고려 전기 양식인 이 탑은 1910년대 일제에 수탈된 것을 되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탑의 기단을 연신 어루만지는 손길에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이 탑은 고베의 한 부잣집 앞뜰에 무너진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10년간 집주인을 설득한 끝에 찾아왔지요. 우리 미술관의 소장품은 저마다 이런 사연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미술관은 정 이사의 아버지인 재일교포 정조문 씨(1918∼1989)가 사재를 털어 1988년 10월 25일 세운 것으로 도자기와 책, 그림 등 한국 문화재 17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지난달 7일 방문한 고려미술관은 30주년 기념 ‘정조문과 고려미술관’ 전시가 한창이었다. 12월까지 이어지는 기념전에서는 정조문 씨가 각별히 아꼈던 소장품 80여 점을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한 작품은 돛단배와 물고기가 그려진 질박한 철사항아리. 그는 생전에 “이런 돛단배를 타고서라도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고려미술관이 이 항아리에 그려진 돛단배 문양을 로고로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뿌리 깊은 차별을 겪으며 자란 정조문 씨는 문화재를 통한 한일 교류에 치유의 길이 있다고 믿었다. 그는 32차례에 걸쳐 일본인 1만 명과 함께 일본 역사에 남은 한국 문화의 흔적을 찾는 답사를 진행했다. 한국 문화를 일본인에게 소개하는 박물관을 짓는 것은 그의 일생의 목표였다. 일본의 문호 시바 료타로(1923∼1996)가 그 열정에 감복해 ‘기필(期必) 조선미술관’이라는 붓글씨를 써 선물하기도 했다. “간송미술관에서 우리 소장품으로 서울에서 특별전을 열자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고심 끝에 고사했습니다. 우리 미술관은 일본인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세운 것이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우리 관람객의 4분의 3은 한국에 연고가 없는 순수 일본인입니다.”(정 이사) 그렇기에 한일 문화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조선통신사 행렬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소장품이다. 지난해 10월 소장 중인 행렬도 2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경사도 있었다. 정 이사는 “수백 년간 전쟁을 치렀지만 프랑스에는 독일문화 전시관이 있고 독일에는 프랑스 전시관이 있듯이 한일 관계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함께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토=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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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과학자들의 일대기, 만화로 쉽게 풀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명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유전자의 구조를 밝힐 증거를 발견한 로절린드 프랭클린…. 오늘날의 과학기술을 있게 한 선대 과학자들의 일대기를 소개한 책은 많다. 이 책도 그중 하나. 그런데 이번엔 만화책이다. 이 책의 첫 장은 자연철학자로서의 아리스토텔레스를 다룬다. 천문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을 정립한 그의 자연과학 체계는 2000년 이상 과학의 표준으로 군림했다. 그 가운데엔 틀린 것으로 밝혀진 부분도 적지 않지만 그의 이론을 깨뜨려나가는 과정이 곧 근대과학의 발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천문학자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사연도 흥미롭다. 케플러의 수학적 재능을 알아본 브라헤는 자신이 연구한 천동설을 더 공고히 해줄 것이란 기대와 함께 평생을 바쳐 축적한 관측 자료를 케플러에게 넘긴다. 그러나 케플러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동설에 따른 행성 운동법칙을 발견해낸다. 천동설 신봉자가 지동설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사의 거인들은 독자에게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때로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까지 구사한다. 책에 소개된 과학 이론의 깊이도 교양서로 읽기엔 부족함이 없다. 과학도 싫고 역사도 싫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즐겁게 읽을 만한 과학 역사책이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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