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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5일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남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빠진 보수를 살리기 위해 또 한 번 정치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 하나의 힘으로 건강한 보수, 똑똑하고 유능한 보수를 재건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보수를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남 지사는 “당당하게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며 5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 움직임에 대해서는 “중도통합에 앞서 흔들리는 보수부터 통합하고 혁신해야 한다.보수통합이 없는 바른정당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남 지사가 대리인을 통해 이날 오후 4시경 자유한국당 경기도당에 입당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1일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차를 타고 충북도당으로 내려오면서 남 지사와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했다”며 남 지사에게 복당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18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인천시당·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홍 대표와 복당 후 처음으로 만날 것으로 보인다. 홍정수기자 hong@donga.com}
간첩 수사 등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넘겨져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칭)가 대공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은 수사경찰과 일반경찰로 나눠지고, 지역별 치안·경비 업무는 각 시도지사 관할의 자치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검찰은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위 공직자 수사 업무를 넘기고 경제, 금융 등 특수 분야 수사를 제외한 직접 수사 권한도 사라지게 된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 기관이 내놓은 자체 개혁 방안을 청와대가 취합해 ‘견제와 균형’을 핵심으로 하는 종합 개혁안을 내놓은 것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공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명칭을 바꾸게 된다. 조 수석은 “국내 정치 및 대공 수사에서 손을 떼고 오로지 대북·해외에 전념하게 된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감사만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권한을 대폭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고위 공직자 수사는 공수처에, 1차 수사는 경찰에 권한을 넘긴 검찰은 기소 업무와 경제·금융 등 특수 분야 직접 수사 권한만 갖게 된다. 경찰의 권한은 현재보다 강화된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은 물론 고위공직자, 경제·금융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의 수사권을 갖게 된다. 경찰 비대화에 대한 우려에 따라 청와대는 경찰 조직의 분리를 약속했다. 경찰은 △일반경찰(치안·경비·정보 담당) △수사경찰(범죄 1차 수사) △안보수사처(대공 수사)로 분리되고, 세 조직은 상호 지휘를 받지 않는다. 여기에 개헌을 통해 지역 치안,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의 일부 수사는 자치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조 수석은 이 같은 권력기관 개혁안에 대해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 및 청산, 촛불 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의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남용 통제 등이 개혁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이 국회 입법 사항인 만큼 청와대의 개혁안이 현실화될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 대공 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자는 것으로 논의 대상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홍정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수억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12일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과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50),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52)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세 사람이 이 전 대통령의 참모로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국정원에서 부정기적으로 각각 수천만∼수억 원의 특활비를 받은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비서관을 소환해 2010년 국정원에서 특활비 수천만 원을 받아 당시 민간인 불법 사찰을 벌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전달한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 돈이 불법 사찰을 폭로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검사 출신인 김 전 비서관은 2008년 국정원 파견 근무를 거쳐 2년여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내고 퇴직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부속실장도 소환 조사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2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한 최측근이다. 검찰은 13일 김 전 기획관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특활비 수억 원을 받아 쓴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서울메트로 상임감사를 지냈다. 또 청와대에서 청와대 살림을 도맡아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다. 검찰은 최근 국정원 예산 담당 직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특활비가 김 전 기획관 등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67·구속 기소) 등을 상대로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의 특활비 수수에 관여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특활비를 받아 쓴 단서가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직후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과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또 다른 표적 수사이며 정치 보복”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김윤수 ys@donga.com·홍정수 기자}
이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66번째 생일을 앞두고 서울 시내 지하철에 축하 광고가 실렸다. 현직 대통령의 생일 광고가 나온 건 처음이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생일 광고는 11일부터 광화문역 여의도역 고속터미널역 잠실역 등 서울지하철 10개 역에 걸렸다.문 대통령이 활짝 웃는 얼굴 사진과 함께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광고는 최장 다음 달 28일까지 걸린다. 에스컬레이터 구간 벽면에는 영상 광고가 송출되고, 5호선 광화문역에는 벽면광고도 게재한다. 광고 제작에 관여한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광고비용은 영상광고 1200만 원, 벽면광고 160만 원으로 총 136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광고주는 문 대통령 팬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Moon_rise_day’라는 계정의 트위터는 광고 게재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이번 이벤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한 것이다. 특정 지역, 단체, 인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국내외 팬클럽이 아이돌 스타의 생일 광고를 게재하듯 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설명이다. 야당에선 날선 반응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2일 “일찌감치 저도 축하한다”면서도 “이제는 사생팬(연예인을 밤낮없이 쫓아다니는 극성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 되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내가 볼 땐 교묘한 안티다. 대통령 생일을 국민이 떠들썩하게 축하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올렸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언급하며 지지자들의 행태를 비판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지하철 광고를 심의하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정치인 생일 축하 광고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 내부적으로 꼼꼼히 심의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 등이 없어 심의기준에 위반될 소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홍정수 기자}
7선 의원을 지낸 고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부인 김창희 여사(사진)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서울에서 출생해 수도여자의대(고려대 의대의 전신)를 졸업한 고인은 소아과 산부인과 의사로 촉망받았다. 학생회장 출신인 고인은 학생운동을 하다 이 전 총재와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1946년 당시 반탁전국학생연맹 회장이었던 이 전 총재를 학생운동 동지로 만났고 1948년 결혼했다. 이후 고인은 평생 ‘정치적 동지’로서 이 전 총재를 도왔다. 망명과 투옥, 방화 사건을 헤쳐 가며 이 전 총재가 야당의 거목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고인의 내조 덕분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특히 5·16군사정변 이후 이 전 총재가 8년간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할 당시에는 의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1970년 이 전 총재가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자 의사 일을 접고 전국에서 몰려든 정치적 동지들을 보살폈다. 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머니께서 해준 밥을 안 먹은 정치인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고 회고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동우 씨(전 호남대 교수), 양희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9시, 장지는 이 전 총재가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 02-2072-2018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7선 의원을 지낸 고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부인 김창희 여사(사진)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서울에서 출생해 수도여자의과대학(고려대 의과대학의 전신)을 졸업한 고인은 소아과·산부인과 의사로 촉망받았다. 학생회장 출신인 고인은 학생 운동을 하다 이 전 총재와 평생의 인연을 맺었다. 1946년 당시 반탁전국학생연맹 회장이었던 이 전 총재를 학생운동 동지로 만났고 1948년 결혼했다. 이후 고인은 평생 ‘정치적 동지’로서 이 전 총재를 도왔다. 망명과 투옥, 방화 사건을 헤쳐 가며 이 전 총재가 야당의 거목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고인의 내조 덕분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특히 5·16군사정변 이후 이 전 총재가 8년간 미국에서 망명을 할 당시에는 의사로 일하며 생계를 책임졌다. 1970년 이 전 총재가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자 의사 일을 접고 전국에서 몰려든 정치적 동지들을 보살폈다. 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머니께서 해준 밥을 안 먹은 정치인이 별로 없다고 들었다”고 회고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동우 씨(전 호남대 교수), 양희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3일 오전 9시, 장지는 이 전 총재가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 02-2072-2018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6월 민주항쟁의 주역 중 하나인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소속 인사 50여 명이 11일 영화 ‘1987’을 단체로 관람했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등 보수정당 인사들도 동참했다. 한국당 소속으로는 이례적으로 ‘1987’을 공개 관람한 김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당시 상황이 사실대로 잘 표현돼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민추협 공동회장인 김 의원은 1984년 결성된 민추협의 양대 축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를 지냈다. 김 의원은 당내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우리 보수정권이 밝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주역이었다고 말하기보다 민주화 투쟁을 하다가 희생당한 이름 없는 투사들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권도 현재의 제왕적 권력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3년 정도 지난 뒤 반드시 권력형 부정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영화 ‘1987’ 공동 관람을 페이스북을 통해 제안했다. 지난해 8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총리는 페이스북 댓글 작성자 중 스무 명 정도를 선정해 1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의 한 영화관에서 함께 관람한 뒤 인근에서 호프 타임을 가질 예정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 씨를 살리는 데 기여한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오프’ 팀이 11일 국회의원들에게 표창을 받았다(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주축인 국회의원 모임 ‘포용과 도전’은 이날 더스트오프 팀 의무항공대 3-2 항공대대장인 대런 부스 중령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의무헬기 조종사였던 에릭 타이로 준위, 탑승팀장이었던 캐럴 무어 상등병에게는 표창장을 수여했다. 더스트오프 팀은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넘어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탄을 맞고 중상을 입은 오 씨를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까지 헬기로 이송했다. 이번 표창은 오 씨를 치료한 아주대 이국종 교수가 나 의원에게 “이들은 테이블이 아닌 현장에서 진정한 한미동맹을 보여준다”며 국회 차원의 표창장 수여를 추천해 이뤄졌다. 시상식에 참석한 이 교수는 “2003년부터 더스트오프 팀 의무항공대와 같이 일하면서 그 임무와 사명에 깊은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영어로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물 흐르듯 진행되던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분위기가 뒤집힌 건 막판 남북 공동보도문 도출을 위한 ‘종결회의’ 때부터였다. 앞서 오후 8시 종결회의 예고 공지 때만 해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는 ‘마라톤 밤샘회의’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퍼졌지만, 8시 14분경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회담 시작 후 처음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판문점 평화의집 테이블에 마주 앉은 10명의 양측 대표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논의는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비핵화 언급과 군 통신선 재개 문제로 사달이 났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 간다” “기대도 큰 만큼 회담을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첫 회의에서 호방하고 유쾌했던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공동보도문을 읽었다. 얼굴색이 상기된 리 위원장은 공동보도문 낭독을 마친 후 결국 ‘핏대’를 세웠다. “회담장과는 달리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인 것. 남측 대표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종결 발언을 마친 리 위원장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지 않았다. “남측 언론에서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남측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하자,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을 오래 응시했다. 종결회의가 37분이나 걸린 것도 리 위원장이 상당 시간을 군 통신선 재개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지연된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리 위원장은 “3일 우리 최고 수뇌부 결심에 따라 오후 3시부터 군 통신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마치 오늘에야 비로소 열린 것처럼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측 대표단이 9일 오후 2시부터 재개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발끈한 것이다. 그는 “우리 성원들이 달라붙었지만 (남측은) 우리 구간에 반응이 없었다. 3일 개통한 문제는 여론을 속이자는 게 아니다”라며 섭섭하다고도 말했다. ‘돌부처’ 조 장관과 다혈질인 리 위원장의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우리는) 열지 않고 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남측은 아직 원인을 모르지 않느냐”고 리 위원장이 몰아붙이자 조 장관이 “내일부터는 완전하게 통화될 것이라는 사실만 이야기했지 다른 설명이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격정 토론이 휩쓸고 간 회담장을 뒤로하고 리 위원장과 대표단, 수행단은 오후 9시 25분경 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판문각으로 돌아갔다. 이날만 3번째 넘나든 군사분계선이다. 759일 만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마주한 남북의 대화는 하루 만에 총 8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회시간을 제외한 회의시간은 264분으로 4시간 24분이었다. 가장 긴 회의가 65분이었고, 3차 대표 접촉은 15분 만에 끝났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10명 모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짙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 차림이었다. ‘평창수’가 준비된 회담 테이블 위에서 처음 오른 화제는 영하 7.5도의 혹한이었다. “자연계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 위원장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을 비쳤었다. 6·15남북공동선언 당시를 아련히 추억하며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떤가”라고 운도 뗐다. 조 장관이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와 함께 상충되는 ‘첫술에 배부르랴’ 메시지를 건넨 건 결과적으로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다소 긴장감이 돌았던 마지막 회의로 인해 이날 오후 회담 중간에 지원단으로 얼굴을 비친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2015년 이희호 여사가 평양에 갔을 때 안내를 맡았고, 남북회담에 다양하게 참가했던 실무자로 잘 알려져 있다. 리 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조평통이 통전부의 산하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맹 부부장의 등장이 지나쳐서는 안 될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전부가 조평통을 앞세워 뒤에서 회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지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일 수도 있다.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판문점=공동취재단·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당초 우려와 달리 서울과 평양 간 시차(時差) 문제는 없었다. 앞서 북측은 이번 회담 준비 과정에서 우리보다 30분 늦은 평양시(時)에 따라 모든 업무 개시와 종료를 통보해왔다. 2015년 8월 고위급 접촉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판문점 연락채널이 복원된 이튿날에는 통일부 연락관이 오전 9시에 업무개시 전화를 걸었을 때 받지 않고 30분 뒤에 다시 걸어오는 등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고위급 회담은 우리 시간으로 오전 10시 정각에 맞춰 순조롭게 시작됐다. 회담 장소인 평화의집이 판문점 남측 지역이기 때문에 평양시 9시 30분에 회담을 시작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 식사는 낮 12시 20분 수석대표 간 접촉이 끝난 뒤 남북 대표단이 따로 했다. 통상적으로는 주최 측이 식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오전에 왔던 경로를 따라 도보로 다시 통일각으로 이동해 따로 식사한 뒤 오후 2시 14분경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대표단의 점심은 간단한 뷔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회담장소에는 테이블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먹는 샘물로 선정된 ‘강원평창수’(사진)가 놓여 눈길을 끌었다.판문점=공동취재단·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캠퍼스 겨울 계절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고 3일 밝혔다. 50플러스캠퍼스는 50∼64세(50플러스 세대)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번 계절학기는 50플러스 세대들이 직접 기획했거나, 정규 학기 강좌 중 만족도가 높았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꾸렸다. 인생 후반을 창의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부터 문화 예술 인문학까지 다양하다. 22일부터 차례로 개강하며 약 한 달 과정으로 운영한다. 수강료는 강좌당 2만 원 안팎이다. 서울 은평구 서부캠퍼스는 20개 과정 396명을 모집한다. 지난해부터 열풍을 일으킨 비트코인에 관한 ‘가상화폐 바로 알기’, ‘첨가물 없는 나만의 소시지 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다채롭다. 마포구 중부캠퍼스는 20개 강좌를 열고 420명을 뽑는다. 구글 지도서비스(구글맵)를 이용한 ‘나만의 교토(京都)여행 만들기’, ‘나만의 콘텐츠로 전자책 출판하기’ 등이 들어 있다. 50∼64세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서울시민 누구나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 일정과 강사 등 구체적인 내용은 서울시50+ 포털()을 참고하면 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지하철 2호선 신촌역 근처 빌라촌. 골목길마다 두세 면씩 거주자우선주차장이 있다. 밤이 되자 주민들 차량이 속속 세워졌다. 주차장 폭 2m를 제외한 나머지 길 폭을 재보니 247cm에 불과했다. 전폭 250cm인 소방용 중형 펌프차는 지날 수 없다.한 주민은 “거주자우선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간다. 최근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불이 났을 때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 접근이 늦어진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었다. 그런데 불법 주차뿐만 아니라 합법인 거주자우선주차장 역시 소방차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거주자우선주차장은 12만9407면. 일정 비용을 내면 거주자가 전용하는 노상(路上) 주차장이다. 주택가 주차난 해결을 위해 1996년 도입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상 주차장은 폭 6m 이상 도로에 폭 2m, 길이 5m로 설치할 수 있다. 남는 도로 폭은 4m 남짓으로 중형 펌프차 통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자치구가 폭 6m 미만인 도로라도 보행자나 차량 통행에 차질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거주자우선주차장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주자우선주차장을 뺀 나머지 길로 중형 펌프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 생긴다. 2015년 1월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로 거주자우선주차장의 소방차 진입 방해 문제가 공론화됐다. 당시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는 소방차 진입을 어렵게 하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은 해제하고, 새로 그을 때에는 소방당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진척은 더디다. 집 앞 주차장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 민원과 주차난을 우려해서다. 강남구는 제천 화재 이후 관내 거주자우선주차장 설치 도로를 조사한 결과 8217면 중 26%인 2137면이 폭 6m 미만 도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구 관계자는 “거주자우선주차장을 한꺼번에 없애면 극심한 주차난이 예상돼 단계별로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폭 3m 이상이지만 차량 등 장애물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소방차 진입곤란지역’은 411곳에 이른다.황태호 taeho@donga.com·홍정수 기자}
서울시 대표 하계 축제인 ‘2018 한강몽땅 여름축제’를 시민 손으로 꾸리는 한강몽땅 시민기획 프로젝트 공모가 3일 시작됐다. 올해 공모 과제는 ‘한강에서 여름을 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공모에 참가할 단체는 더위를 극복하는 ‘시원한강’,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감동한강’, 자연친화적 ‘함께한강’, 공원별 특성을 반영한 ‘특별한강’ 등 네 가지 주제 가운데 하나를 골라 공연, 전시, 체험 등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된다. 여름 한 달 열리는 한강몽땅 축제는 2015년부터 시민 주도형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다리 밑 헌책방’, ‘예술동물원 한강ZOO’를 비롯해 전체 프로그램의 26%(21개)를 시민기획 프로젝트로 꾸몄다. 비영리 목적 시민단체 또는 예술단체나 대학, 동호회 등 축제에 관심 있는 시민으로 구성된 단체는 어디나 신청할 수 있다. 축제를 위해 한시적으로 만든 단체도 가능하다. 선정되면 최대 3000만 원까지 사업비를 대준다. 한강공원 장소 사용 협조와 전문가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시 한강사업본부는 10일 오후 3시 성동구 본부 대회의실에서 공모 설명회를 연다. 공모신청 마감은 31일이다. 최종 결과는 3월 16일 발표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2일부터 서울 시내 426개 동 주민센터에서 정부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받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7530원인 최저임금으로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이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월 보수 190만 원 미만 근로자를 한 달 이상 고용한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근로자 한 명당 월 13만 원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해당 사업주가 빠르게 지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동 주민센터에 전담 창구와 직원을 뒀다. 방문은 물론이고 우편과 팩스로도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 사업주가 내용을 몰라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유관기관 및 자치구와 협력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시 국장급(3급) 이상 공무원을 자치구별 현장책임관으로 지정해 불편사항 등을 현장에서 받아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임차료가 급격하게 올라 밀려나는(젠트리피케이션) 소상공인을 위한 ‘안심상가’ 입주 접수도 시작한다.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조성한 안심상가 입주 신청을 10∼19일 받는다고 이날 밝혔다. 성수동에 조성한 안심상가 두 곳의 점포 34개가 대상이다. 기존 성동구에 없던 업체라도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입었다고 입증할 수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성동구에 거주하는 청년 창업자와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 임차 기간은 기본 5년이며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임차료는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이다. 관리와 운영은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맡는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성동구가 어르신 일자리 마련을 위해 주민들과 공동 출자해 지난해 7월 설립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황금개 해’라는 2018년 무술년(戊戌年) 첫날. 언뜻 카페처럼 보이는 서울 강동구 한 건물은 “왈왈!”대며 뛰노는 강아지로 가득했다. 강동구가 지난해 12월 중순 공식 개장한 카페형 유기견 분양기관 ‘리본센터’다. 자동차정비소를 개조해 만든 리본센터는 1층과 2층이 트여 개방적이며 분위기도 밝다. 그동안 유기동물보호소는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점을 감안해 리본센터는 접근성을 가장 강조했다.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유기동물 입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리본센터를 들어서면 1층 입구 쪽과 2층 일부는 카페로, 1층 안쪽은 개를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경계는 유리벽이다. 직원들은 어느 정도 큰 개와 어리고 작은 개들을 작은 방과 놀이공간에 번갈아 가며 풀어놓는다.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다가도 개들이 유리벽 너머로 나타나면 “우아” 하며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있는 개 14마리는 저마다 아픔이 있다. 학대받은 상태로 구조된 3년생 진돗개는 여전히 목 주변에 붕대를 감았다. 보송보송한 새끼 셰틀랜드시프도그 3형제는 종이상자 안에 사료 약간과 함께 버려졌다. 길을 잃고 헤매다 오는 개도 있다. 리본센터는 보호공간이 아니라 유기견 입양을 준비하는 곳이다. 버려진 개를 구조해 병원 검사를 마친 뒤 15일간 보호한다. 현재 14마리 중 8마리는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1년생 반려견을 데리고 리본센터를 찾은 강주연 씨(43·경기 평택시) 부부는 “난임 때문에 자녀 없이 강아지만 기르고 있다. 새해에는 이 아이(강아지)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보름 동안 입양되지 않은 개는 경기 양주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로 보낸다. 최재민 강동구 동물복지팀장은 “동구협으로 가면 절반가량은 안락사된다. 그 전에 한 마리라도 더 살려보자는 것이 리본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이 두 번 버려지지 않도록 입양 절차도 강화했다. 최 팀장은 “이곳의 개들은 분리불안 등이 있거나 주인과 맞지 않아 버려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충동적인 입양을 막기 위해 입양 의사를 밝힌 사람은 한 달의 숙려기간이 지난 뒤 5주간 교육을 거쳐야 한다. 견주 한 명이 아니라 같이 사는 모든 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3층 강의실에서 반려견 교육 프로그램 ‘서당개’를 운영하고, 6개월짜리 반려동물 행동전문가 양성 교육을 한다. ‘리본(re-born)’이라는 센터 이름도 입양과 교육을 통해 유기동물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약 2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리본센터의 첫 입양식은 13일 열린다. 최 팀장은 “황금개 해인 올해에는 더 이상 버려져 죽어 가는 개들이 없도록 반려견 입양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소망을 말했다. 연중무휴이며 매주 월요일은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 070-4163-7350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개통한 지 넉 달도 되지 않은 서울시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선로 부품 손상에 따른 단전으로 24시간 가까이 정상 운행을 하지 못했다. 운영사인 우이신설경전철㈜과 서울시는 서둘러 복구에 나섰지만 왜 부품에 손상이 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4분 우이신설선 신설동역 방향 열차가 솔샘역과 북한산보국문역 중간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며 멈춰 섰다. 열차 승객 약 40명은 26분간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다가 6시 20분경 직원 안내에 따라 선로에 내려 북한산보국문역으로 걸어서 대피했다. 단전 원인은 열차가 전력을 공급하는 전차선(電車線)을 치면서 전력공급 라인과 지지대가 손상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선로 양쪽 전차선은 열차에 달린 ‘집전 슈(集電 shoe)’라는 장치와 접촉해 전력을 공급한다. 그러나 열차의 다른 부분이 전차선을 건드려 설비가 파손됐다. 우이신설경전철 관계자는 “단전 구간은 약 200m 거리지만 안전을 위해 다른 구간도 운행을 중단했다. 잘못된 접촉이 발생한 원인은 복구 작업이 끝난 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8시간 동안 전면 중단된 운행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북한산우이역∼솔샘역 구간 상하선(上下線)과 솔샘역∼신설동역 하선에서 임시 재개됐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임시운행 열차가 12분 간격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배차 간격은 30분 이상 벌어져 곳곳에서 혼란을 초래했다. 각 역에도 ‘금일 열차는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서울시 지하철과 전철이 고장으로 24시간 가까이 정상 운행하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깐 지 30년 넘은 선로에서도 없던 상황이 올 9월 2일 개통한 새 선로에서 발생한 것이다. 공사 기간 잦은 설계변경으로 부실하게 마감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우이신설선은 북한산우이역을 출발해 서울지하철 1, 2호선 환승역인 신설동역까지 11.4km 구간을 달린다. 열차 2량 1편성이어서 출퇴근 시간대 사람이 몰리면 출발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 무인운전 시스템이어서 기관사는 없다. 2009년 착공해 2014년 3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했지만 3년 6개월이 지나서야 운행을 시작했다. 우이신설경전철은 26일 오전 첫차부터 정상 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장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더 늦춰질 수 있다. 고홍석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복구가 지연되면 출퇴근 시간대 버스 운행을 늘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황태호 taeho@donga.com·홍정수 기자}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를 든 홍서준 씨(38),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낀 손지민 씨(34), 전동휠체어를 탄 김은숙 씨(50)가 20일 서울 마포구 서강로 한 보도(步道)를 걸었다. 전맹(全盲)인 홍 씨와 약시(弱視)인 손 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연구원, 김 씨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정책실 공무원이다. 이들이 모인 것은 서울시의 보도 장애물 정비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장애인이나 목발을 짚는 사람, 노약자, 유모차 이용자 같은 이른바 보행약자(弱者)를 위해 보도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폈다. 보도 턱을 완전히 없앤 점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걷는 데 불편함이 없는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보도와 찻길 사이의 차가 크면 발이 걸리거나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 있다. 또 보도의 턱을 낮춘 부분의 폭이 1m 안팎으로 좁거나, 낮추지 않은 부분과의 경사가 심하면 휠체어 바퀴로 넘어가기 힘들다. 김 씨는 “휠체어를 타면 1cm의 단차(段差)도 높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도 정비했다. 점으로 된 블록은 장애물이나 위험지역을 알려주고 선으로 된 블록은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하지만 기준을 지키지 않고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거나 수량을 잘못 설치한 경우가 많다. 이날 점검한 보도도 기존에는 보도 폭 절반가량만 점형 블록을 설치했고 진행 방향 안내도 한쪽 구석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번 개선을 통해 점형 블록을 보도 전체로 늘리고 선형 블록은 길 가운데로 길게 뻗도록 설치했다. 홍 씨는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블록은 나침반 같은 존재”라며 반겼다. 지방자치단체나 건물주가 차량이 인도로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 세워놓은 볼라드(bollard·길 말뚝)도 재배치했다. 길 한가운데나 점자블록과 너무 가까운 곳에 설치하면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하다. 손 씨는 “무심코 걷다가 정강이를 찧거나 부딪혀 넘어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간격이 너무 좁아 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나다니기 불편한 곳은 간격을 넓혔다. 올 한 해 서울시는 22개 자치구 1840여 곳을 이 같은 방식으로 정비했다. 휴대전화 통신사 빅데이터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지역별 통화빈도와 현장조사 내용을 분석, 종합해 시급한 곳부터 바꿨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5년간 185억 원을 들여 시가 관리하는 보도 427km 가운데 점자블록이 미흡한 구간 193km의 1만968곳과 보도 턱이 높은 구간 4.7km의 929곳을 단계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보행자들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은 선형 블록이 필요하지만 비장애인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장상규 시 보도정책팀장은 “궁극적 목표는 보행장애물 자체를 최대한 줄여 ‘무(無)장애 보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자치구가 앞다퉈 설치하는 횡단보도 앞 그늘막 등도 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하수(下水)를 생각하면 똥물이 떠오릅니다. 거무튀튀하고 질척한 물에 각종 오물이 둥둥 뜬 그런 것 말입니다. 하지만 하수에 숨겨진 ‘보석’을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수 찌꺼기에서 인(燐)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물환경연구부입니다. 뼈나 이의 주요 성분인 인이 왜 보석이냐고요? 학창시절 비료의 3요소라며 외웠던 ‘NPK’를 기억할 겁니다. 인이 바로 그 P입니다. 질 좋은 비료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 1g도 나지 않습니다. 인의 원료인 인광석은 미국 러시아 모로코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됩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인광석 수입은 7만8749t, 5607억 원어치나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지구상에서 100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폐수에서 인을 얻어내는 기술은 세계에서도 주목받고 있죠. 인을 정제하려면 먼저 탁한 하수를 얌전히 가라앉혀 찌꺼기를 모아야 합니다. 슬러지(sludge)라고 부르는 개흙 같은 하수 찌꺼기를 높은 온도로 말려서 태우면 인이 약 10% 포함된 소각(燒却)재가 남습니다. 소각재를 화학 처리해 새하얀 인을 걸러냅니다. 이번에 물환경연구부는 초음파세척기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인을 정제해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안경점에서 흔히 보는 안경세척기도 초음파세척기의 일종입니다. 주파수가 높은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세척기 안의 물분자가 진동해 소각재에서 인을 분리해내는 원리입니다. 기존 기술로는 소각재 1kg을 처리하는 데 120분이 걸리지만 이 기술로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최예덕 환경연구사는 “부품이나 실험도구의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평소 자주 쓰는 초음파세척기를 활용해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새 기술은 환경오염 방지에도 유용합니다. 인은 질소와 함께 강이나 바다, 호수에서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일으킵니다. 이른바 ‘녹조라테’의 원인이죠. 하수에서 인을 걸러내면 부영양화 피해를 막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실에서만 성공한 기술입니다. 올 9월 특허등록을 마치고 서남물재생센터와 추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소각재에 포함된 인을 80% 이상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더럽다고만 생각했던 하수가 자원의 보고(寶庫)로 재탄생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수도권에 한파주의보가 내린 12일 오전 6시 반. 동도 트기 전 영하 12도의 칼바람이 불었지만 서울 종로구의 작은 고물상 ‘인선사’ 앞에는 폐지를 잔뜩 실은, 크고 작은 손수레 8대가 서 있었다. 손수레 주인은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몸은 아프지만 사지육신 멀쩡한데…” 이들이 한 명씩 손수레를 끌고 들어와 바닥저울에 올려놓자 전광판에 무게가 표시됐다. 폐지 10kg에 대략 1000원꼴. 퇴직 공무원인 남성은 “운동하니까 땀이 나는걸!”이라며 씩씩하게 고물상을 나섰다. 큰 수레, 작은 수레를 가져온 60대 여성은 “대학생 조카와 같이 모은 거야. 난 병자야. 몸이 아파. 그래도 사정이 있으니까…”라며 말을 흐리다가 “이제 또 일 나가야지”라며 총총 자리를 떴다. 인선사를 찾는 사람은 하루에 30명 안팎. 최기봉 대표(58)는 “겨울철에는 건강한 분들은 오전 6∼7시에, 나이 드신 분들은 9∼10시에 주로 오신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말하는 사이 허리가 잔뜩 굽은 할머니가 수레를 끌고 인선사 앞을 지나쳤다. “아이고, 어디까지 가셔!”라는 최 대표의 외침에 고개를 든 할머니는 그제야 정신이 든다는 듯 인선사로 들어왔다. 수레까지 38kg을 끌고 온 할머니는 손에 2700원을 쥐었다. 추위에 곱은 손가락이 자꾸 동전을 떨어뜨렸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추운데 왜 나오셨느냐”는 질문에 “다리가 저려”라면서 천천히 동전을 주웠다.○ 폐지 줍는 ‘여성·홀몸·저소득’ 노인 서울에서 이들처럼 폐지를 줍는 만 65세 이상은 2417명이다. 서울시가 9월 한 달간 25개 자치구 재활용품 수집업체를 방문해 전수조사한 결과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폐지 수집 노인의 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적으로는 약 17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수조사 결과 폐지를 줍는 노인의 상당수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 가운데 한 명(35.2%)은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다. 절반가량은 홀몸노인이다. 여성 비율이 남성의 두 배였다. 81세 이상이 39.4%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지만 주 5일 이상 폐지를 줍는다는 응답자는 48.9%나 됐다. 대부분(82.3%)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폐지를 수집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폐지를 팔아 버는 돈은 많지 않다. 한 달에 5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28.8%였다. 대부분 식비(34.3%)와 의료비(30.8%)로 지출한다. 남편이 건강이 나빠 일하지 못한다는 77세 여성은 “이거 벌어서 약값은 턱도 없다. 먹고 싶은 반찬이나마 사먹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회성 지원보다 장기적 돌봄 절실 하지만 이들을 폐지 수집 대신 규칙적인 일자리로 전환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판단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본 응답자는 27.9%에 불과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수당이 낮다(2.9%)거나 기초연금을 받지 않아 신청자격이 없다(2.2%)보다 기타(89.4%)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현정 서울시 복지혁신팀장은 “날씨나 건강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폐지 줍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현금으로 바로 교환되기 때문에 폐지 수집을 선호하기도 한다. 소득원이 외부에 드러나면 수급자 지위가 박탈될 것을 우려해서다. 건강이 좋지 않더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으면 “사지육신 멀쩡한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응답자도 많았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기보다 사회보장 체계에 깊숙이 끌어들일 방안을 찾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과 연계해 복지 플래너나 방문 간호사들이 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기업과 협력해 수익금 매칭 사업을 하거나 야광조끼 등 안전물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환중 시 복지정책과장은 “최소한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일하는 것이 우선이다. 주거나 의료 등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생기면 먼저 찾아낼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연방을 구성하는 섬 600여 개 중에 ‘트럭섬’이 있다. 정식 명칭은 추크(Chuuk)제도다. 서울에서 약 4200km 떨어진 곳이다. 일제강점기 머나먼 트럭섬까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한국인의 존재가 자료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트럭섬에 끌려간 한국인 위안부 26명의 명부를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시 한국인 위안부가 탔던 일본 선박 ‘이키노호’의 승선명부와 미군이 쓴 전투일지, 사진자료, 뉴욕타임스 기사 등을 분석한 결과다. 승선명부에 적힌 조선인은 249명. 이 중 여성 26명이 위안부로 추정됐다. 이들의 이름은 창씨개명한 일본식 이름이었고 직업은 노동자로 적혀 있다. 특히 대구 출신인 ‘히토가와 후쿠준’이란 인물은 2011년 숨진 위안부 피해자 이복순 할머니로 확인됐다. 이 할머니는 한국 정부가 파악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유일하게 트럭섬에 끌려갔다고 증언했다. 트럭섬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해군함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추크의 일본식 발음인 ‘트루크’ ‘토라크’가 한국에서 ‘트럭’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등록 전 세상을 떠난 하복향 할머니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도 공개됐다. 연구팀은 연합군이 만든 위안부 피해자 33명의 포로 심문카드에서 하 할머니로 추정된 ‘가푸코’의 인적사항과 열 손가락 지문을 대조했고 동일인임을 확인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