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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와 책’ 목록에 한국 감독 및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포함해 올해 자신이 좋아한 영화 18개 작품을 공개했다. 크리스천 베일과 맷 데이먼 주연의 자동차를 주제로 한 ‘포드 v 페라리’, 결혼과 이혼에 관한 진솔하고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스칼릿 조핸슨 주연의 ‘결혼 이야기’, ‘솔(soul)의 여왕’으로 불리는 전설적 흑인 여가수 어리사 프랭클린의 히트곡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녹음 현장을 담은 동명의 영화 등도 포함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루 전 ‘올해 감명 깊게 읽은 책’ 목록도 공개했다. 한국계 수전 최 작가의 소설 ‘트러스트 엑서사이즈’,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포함됐다. 두 작품 모두 이 민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쇼샤나 주보프가 쓴 ‘감시자본주의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자 없는 남자들’도 자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으로 당선된 2008년부터 ‘올해의 영화, 책, 음악’ 목록 등을 공개해왔다. 그는 “문학과 예술은 일, 가정생활 등 바쁜 일상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매일 매일을 새롭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목록 공유가) 여러분에게도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중 무역전쟁은 사실 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라고 평가했다. 무역 전쟁이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과 국가 안보가 걸린, 양국의 기술 우위 다툼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 상태(cooling off)에 접어들었지만 기술 전쟁은 가열되고 있다(heating up)고 경고했다. 미중 양국이 AI 개발 등 전 분야에서 경쟁하면서 무역 갈등보다 더 심각한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서 우주와 해저까지 전선 확장 미국이 중국의 기술발전 가운데 특히 견제하는 분야는 AI다.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는 지난달 발표한 임시 보고서에서 미중 기술냉전의 가장 큰 위험은 AI에 있다고 지적했다. NSCAI는 지난해 8월 상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위원회로 에릭 슈밋 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로버트 워크 전 국방차관이 이끌고 있다. AI는 향후 20년 내에 성장률을 두 배로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어 혁신의 첨단에 있는 국가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21세기를 중국이 지배할 것인지, 미국이 지배할 것인지는 AI 혁신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AI는 이미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정부 간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AI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단계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은 AI를 사회신용 시스템에 도입해 21세기 ‘빅브러더’를 구축했다. 중국은 얼굴 인식 시스템과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폐쇄회로(CC)TV 2억 대를 도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ZTE, 다화, 중국전신 등 중국 기업들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얼굴인식, 비디오 감시 등을 위한 국제적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 선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정보를 강제로 수집하지 않는 민주주의 정부는 상대적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 취약하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미중은 ‘미래형 컴퓨터’라 평가받는 양자컴퓨터에서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저장소로 활용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성능을 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이 양자컴퓨터를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양자컴퓨터 실험실 구축에 4억 달러(약 4648억 원)를 투입하자 미국도 지난해 말 12억 달러 규모를 투입할 양자기술 진흥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술냉전의 전선은 바다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통신 중 1%만이 위성을 이용하며 나머지 99%는 해저 케이블로 전달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회사들이 태평양 국가들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부설 사업에 뛰어들자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1월 3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키자 미국은 우주군 창설을 공포하는 등 경쟁은 모든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최후의 승자’ 없는 싸움 블룸버그는 6월 미중 기술 냉전의 승패를 분석하며 “무역전쟁처럼 완벽한 승자가 없는 길고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평가에 따르면 시장 가치가 높은 상위 10개 기술 기업에 1위부터 5위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회사들이 싹쓸이했다. 중국 회사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9위에 랭크됐다. 아직은 시장가치와 관련된 분야에선 미국이 앞서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AI 인재 비율에서도 미국에 밀렸다. 중국 칭화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미국은 2만8000명의 AI 인재가 국제 AI 인력 풀에 등록돼 있으나 중국의 AI 인재는 1만8000명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 하이실리콘의 지난해 이익은 인텔의 지난해 이익 70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인 72억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첨단 산업 제조와 5세대(5G)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이 두려움을 갖기 시작한 것도 중국의 갑작스러운 성장 때문이었다. 중국의 스마트폰, 항공우주품 등 생산 규모는 약 4조 달러에 달했으나 미국은 그 절반 수준이었다. 모바일 인프라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화웨이는 29%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 회사는 상위 3개 회사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한편으로는 미중이 따로 갈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미중이 첨단 산업에 있어서 ‘디커플링(탈동조화)’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기술 발전에 관계없이 여전히 서구 국가들의 노하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 자국 회사들의 제품 생산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밋 전 알파벳 회장 역시 “디커플링은 미국에도 손해다. AI 경쟁에 참여하더라도 미국은 극단적인 정책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기술전쟁 직격탄 맞은 화웨이 미국의 제재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미중 무역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지난해 12월 1일 캐나다 경찰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란 제재 위반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것으로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미 법무부가 미국 3위 통신회사인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들어 화웨이 수사에 나섰다. 화웨이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며 5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선포하면서 최고조에 올랐다. 미 상무부는 이어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고, 미국 기업이 화웨이 계열사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도 5G 인프라 사업자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에 결정타를 안기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의 올 3분기(7∼9월)까지 매출액은 6810억 위안(약 113조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트럼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상황에도 내년에 최소한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는 사이 미 상무부는 미국 소비자들의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거래제한 조치 적용을 벌써 세 차례나 유예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발표하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연계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들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20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안보 위협 외에도 세계 5G 통신망 산업에서 화웨이를 몰아내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현재 통신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29%)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는 5G 분야 점유율 1위를 굳히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5G 표준 필수 특허 보유 상위 10개 회사에 화웨이가 1529건으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핀란드 노키아(1397건), 3위는 삼성전자(1296건)였다. 미국 퀄컴은 787건으로 4위 중국 ZTE(1208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중국의 ‘통신굴기’는 화웨이 하나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중국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3대 이동통신사는 지난달부터 5G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해 중국 내 50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BBC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5G 네트워크 중 하나를 출시했다”며 내년도 예정이었던 상용화를 앞당긴 것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헨리 폴슨은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은 중국이 5G 경쟁에서 이기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이제는 따라잡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폴슨 전 장관은 AI에서 5G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상용화한 것은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5G 장비 제조업체가 없는 미국은 여전히 유럽 또는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믹 동영상 제작 앱 ‘틱톡’에도 불똥 미중 기술냉전의 불똥은 중국산 동영상 제작 앱 ‘틱톡’에도 튀었다. 틱톡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바이트댄스가 2016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올해 1월 틱톡의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로 평가돼 우버를 넘어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유니콘으로 인정받는다. ‘메이드인 차이나’ 앱이지만 틱톡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뮤지컬.리(musical.ly)’라는 앱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1월 기준 미국 내 틱톡 사용자는 월간 265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60%가 16∼24세의 청소년으로 집계돼 젊은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검열 가능성을 이유로 내세워 틱톡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 민주당은 틱톡을 포함한 중국산 소셜미디어를 신병 모집에 이용하지 말 것을 미 육군에 촉구했다. 미 육군과 해군은 사이버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소속 장병들에게 정부가 지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틱톡은 적극적 해명과 함께 ‘중국색 지우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틱톡의 미국 책임자 버네사 패퍼스는 “중국 정부를 포함해 어떤 외국 정부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모든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미 버지니아주와 싱가포르에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틱톡은 내년 초 홍콩 증시 상장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틱톡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중 무역전쟁은 사실 정보기술(IT)·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기술 냉전(Tech Cold War)’이라고 평가했다. 무역 전쟁이 단순한 관세 전쟁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과 국가 안보가 걸린, 양국의 기술 우위 다툼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미중 무역전쟁이 진정 상태(cooling off)에 접어들었지만 기술 전쟁은 가열되고 있다(heating up)고 경고했다. 미중 양국이 AI 개발 등 전 분야에서 경쟁하면서 무역 갈등보다 더 심각한 기술 패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서 우주와 해저까지 전선 확장 미국이 중국의 기술발전 가운데 특히 견제하는 분야는 AI다.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는 지난달 발표한 임시 보고서에서 미중 기술냉전의 가장 큰 위험은 AI에 있다고 지적했다. NSCAI는 지난해 8월 상원을 통과한 국방인증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위원회로 에릭 슈밋 전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회장과 로버트 워크 전 국방차관이 이끌고 있다. AI는 향후 20년 내에 성장률을 두 배로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어 혁신의 첨단에 있는 국가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21세기를 중국이 지배할 것인지, 미국이 지배할 것인지는 AI 혁신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AI는 이미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정부 간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AI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단계는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은 AI를 사회신용 시스템에 도입해 21세기 ‘빅브러더’를 구축했다. 중국은 얼굴 인식 시스템과 빅데이터 기술을 사용해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폐쇄회로(CC)TV 2억 대를 도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ZTE, 다화, 중국전신 등 중국 기업들이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얼굴인식, 비디오 감시 등을 위한 국제적 표준화 작업에 참여해 선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정보를 강제로 수집하지 않는 민주주의 정부는 상대적으로 빅데이터 분야에서 취약하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미중은 ‘미래형 컴퓨터’라 평가받는 양자컴퓨터에서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저장소로 활용하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뛰어넘는 성능을 가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중이 양자컴퓨터를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로 간주하고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양자컴퓨터 실험실 구축에 4억 달러(약 4648억 원)를 투입하자 미국도 지난해 말 12억 달러 규모를 투입할 양자기술 진흥 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술냉전의 전선은 바다와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 통신 중 1%만이 위성을 이용하며 나머지 99%는 해저 케이블로 전달된다.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회사들이 태평양 국가들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부설 사업에 뛰어들자 미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이 1월 3일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 ‘창어(嫦娥) 4호’를 착륙시키자 미국은 우주군 창설을 공포하는 등 경쟁은 모든 분야에서 확대되고 있다.● ‘최후의 승자’ 없는 싸움 블룸버그는 6월 미중 기술 냉전의 승패를 분석하며 “무역전쟁처럼 완벽한 승자가 없는 길고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 평가에 따르면 시장 가치가 높은 상위 10개 기술 기업에 1위부터 5위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 회사들이 싹쓸이했다. 중국 회사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6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9위에 랭크됐다. 아직은 시장가치와 관련된 분야에선 미국이 앞서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AI 인재 비율에서도 미국에 밀렸다. 중국 칭화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미국은 2만8000명의 AI 인재가 국제 AI 인력 풀에 등록돼 있으나 중국의 AI 인재는 1만8000명에 불과했다.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 하이실리콘의 지난해 이익은 인텔의 지난해 이익 70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인 72억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은 첨단 산업 제조와 5세대(5G) 시장 점유율에서 미국을 앞질렀다. 미국이 두려움을 갖기 시작한 것도 중국의 갑작스러운 성장 때문이었다. 중국의 스마트폰, 항공우주품 등 생산 규모는 약 4조 달러에 달했으나 미국은 그 절반 수준이었다. 모바일 인프라 시장 점유율에서 중국 화웨이는 29%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미국 회사는 상위 3개 회사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한편으로는 미중이 따로 갈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미중이 첨단 산업에 있어서 ‘디커플링(탈동조화)’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기술 발전에 관계없이 여전히 서구 국가들의 노하우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세계의 공장’ 중국에 자국 회사들의 제품 생산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밋 전 알파벳 회장 역시 “디커플링은 미국에도 손해다. AI 경쟁에 참여하더라도 미국은 극단적인 정책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기술전쟁 직격탄 맞은 화웨이 미국의 제재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미중 무역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지난해 12월 1일 캐나다 경찰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란 제재 위반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한 것으로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미 법무부가 미국 3위 통신회사인 T모바일의 로봇 기술을 빼돌린 혐의를 들어 화웨이 수사에 나섰다. 화웨이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며 5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선포하면서 최고조에 올랐다. 미 상무부는 이어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고, 미국 기업이 화웨이 계열사와 거래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에도 5G 인프라 사업자 선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요청하면서 반(反)화웨이 전선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에 결정타를 안기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의 올 3분기(7~9월)까지 매출액은 6810억 위안(약 113조8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트럼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상황에도 내년에 최소한 1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는 사이 미 상무부는 미국 소비자들의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거래제한 조치 적용을 벌써 세 차례나 유예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제재를 발표하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연계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들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2000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아 성장했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안보 위협 외에도 세계 5G 통신망 산업에서 화웨이를 몰아내겠다는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현재 통신 장비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29%)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는 5G 분야 점유율 1위를 굳히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5G 표준 필수 특허 보유 상위 10개 회사에 화웨이가 1529건으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핀란드 노키아(1397건), 3위는 삼성전자(1296건)였다. 미국 퀄컴은 787건으로 4위 중국 ZTE(1208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중국의 ‘통신굴기’는 화웨이 하나에 의존하지는 않는다. 중국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등 3대 이동통신사는 지난달부터 5G 서비스 상용화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해 중국 내 50개 도시에서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BBC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5G 네트워크 중 하나를 출시했다”며 내년도 예정이었던 상용화를 앞당긴 것은 미국과의 기술 전쟁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헨리 폴슨은 WP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은 중국이 5G 경쟁에서 이기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이제는 따라잡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폴슨 전 장관은 AI에서 5G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미국이지만 이를 상용화한 것은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5G 장비 제조업체가 없는 미국은 여전히 유럽 또는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믹 동영상 제작 앱 ‘틱톡’에도 불똥 미중 기술냉전의 불똥은 중국산 동영상 제작 앱 ‘틱톡’에도 튀었다. 틱톡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바이트댄스가 2016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올해 1월 틱톡의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로 평가돼 우버를 넘어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유니콘으로 인정받는다. ‘메이드인 차이나’ 앱이지만 틱톡은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17년에는 ‘뮤지컬.리(musical.ly)’라는 앱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11월 기준 미국 내 틱톡 사용자는 월간 265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60%가 16~24세의 청소년으로 집계돼 젊은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검열 가능성을 이유로 내세워 틱톡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 민주당은 틱톡을 포함한 중국산 소셜미디어를 신병 모집에 이용하지 말 것을 미 육군에 촉구했다. 미 육군과 해군은 사이버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소속 장병들에게 정부가 지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틱톡은 적극적 해명과 함께 ‘중국색 지우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틱톡의 미국 책임자 버네사 패퍼스는 “중국 정부를 포함해 어떤 외국 정부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모든 미국 사용자의 데이터는 미 버지니아주와 싱가포르에 저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틱톡은 내년 초 홍콩 증시 상장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틱톡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칠레 정부가 10월 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돼 두 달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배후 중 하나로 K팝을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는 21일(현지 시간) 칠레 내무부가 작성해 검찰에 제출한 112쪽 분량의 시위 요인 분석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시위가 격화된 10월 18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한 달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시위와 관련해 500만 명의 사용자가 쓴 게시물 6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SNS에서 칠레 시위와 관련해 언급한 주요 집단을 5개로 구분하며 이 중에서 K팝 팬 집단이 세 번째로 컸다고 지적했다. 젊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시위 초기 400만 건 이상의 리트윗을 통해 시위 참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분석에 시민들은 SNS에 풍자 글을 올리며 조롱했다. 한 누리꾼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K팝 아이돌 가수의 사진을 올리며 “칠레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 주범들의 공항 독점 사진. 얼굴을 가려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썼다. K팝 팬들은 정부의 보고서를 반박하기 위해 ‘칠레 K팝 팬 대규모 행진’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27일 산티아고에서 열 계획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볼리비아, 이라크, 레바논, 알제리, 칠레, 홍콩, 스페인, 프랑스, 에콰도르, 아이티, 온두라스,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올해 세계 곳곳에서는 불평등 타파와 체제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대거 거리로 몰려나오는 시민 봉기(Civil Disorder)가 활발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019년을 ‘거리 시위대의 해(the year of the street protester)’라고 진단한 이유다. 시위 여파로 볼리비아, 이라크, 레바논, 알제리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혹은 총리가 물러났다. 9월 홍콩 구의원 선거와 11월 스페인 총선에서도 모두 현 집권 세력과 대립각을 세운 반중 정치인과 극우 정당이 몰표를 받았다. 이들은 왜 뛰쳐나왔을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경제적 불만이 깔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불평등까지 심해지니 “못 살겠다, 갈아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기성 정치권이 내세우는 해법으로는 결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느낀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리처드 영 미 카네기 국제평화센터 연구원은 WSJ에 “시위대가 정치적 해결책이 아니라 더 직접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현상은 일회성이 아니다. 세계 정치의 주류가 될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시민 봉기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튀니지에서 발원한 민주화 운동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체를 물들인 ‘아랍의 봄’으로 번진 이유는 해외 거주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자국의 시위 소식을 널리 퍼뜨렸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물리적으로 시위 현장에 없지만 온라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하고 퍼 나르는 것만으로도 연대와 결속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다. 온라인에서 손쉽게 상위 1% 부자의 소식을 접하면서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도 급속도로 커졌다. 텔레그램 같은 암호화된 메신저도 시위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6월 9일부터 반년 넘게 반중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홍콩 시위대는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무장경찰의 위치를 공유하고 도망치는 ‘히트앤드런’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 ‘카탈루냐 독립’을 외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역의 시위대도 텔레그램에서 다음 게릴라 시위 장소를 긴급 공지하며 경찰을 따돌렸다. 이 같은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달로 각국 10대들이 시위의 최전선에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0월 초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으로 촉발된 칠레 시위는 교통비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이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어 공짜로 지하철을 타는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전국적 시위로 비화했다. 레바논 시위도 자신들이 즐겨 쓰는 ‘왓츠앱’ 메신저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사실에 분노한 청년층이 주도했다. WSJ는 “스마트폰에 중독된 청년들이 온라인에서만 활동할 것이라는 기존 시각을 완전히 뒤집었다”고 진단했다. 올해 각국 반정부 시위를 ‘주변부에서의 반란’이라고 진단한 영국 분쟁전문 싱크탱크 옥스퍼드리서치그룹(ORG)은 “이런 현상이 향후 30년간 국제사회를 뒤흔들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랍의 봄’에서 발발한 시리아 내전이 2011년부터 8년째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의 시위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시위대의 요구가 적절하게 수용되지 않으면 종교적 극단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실각했지만 이후 내내 경제난이 계속된 이집트에서 실권을 잡은 세력은 시아파 급진단체 무슬림형제단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최근 미국 국방부 고위직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서 핵심 직무 수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2일 보도했다. 더힐은 지난 1주일간 국방부 고위직 인사 5명이 연달아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경질된 이후 줄 사퇴가 이어지고 있는 것. 국방부 내에서 한반도 정책을 총괄하던 랜들 슈라이버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가 12일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어 제임스 스튜어트 인사담당 부장관, 티나 카이다노 국제협력 선임 고문, 스티븐 워커 방위고등연구계획국장(DARP) 국장, 카리 빙엔 정보담당 수석 부장관보가 사직을 통보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포린폴리시(FP)는 국방부 인사의 엑소더스로 정책에 치명적인 빈틈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FP에 따르면 국방부 59개 고위직 중 현재 15석이 공석이다. 국방부 차관보급 21개 자리 중 6개도 공석이다. 국방부 고위직 줄 사퇴에 대해 국방부 내에 적대적인(hostile) 업무 환경을 조성한 존 루드 국방차관에게 책임이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루드 차관의 까칠함 때문에 최고의 인재들이 국방부에 영입됐지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FP는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루드 차관이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하고, 고함을 지르며 테이블을 내리친 사건 등이 국방부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 고위직이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보니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 재판을 앞두고 있어 인준이 필요한 국방부 인사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FP는 분석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세 지도자가 ‘3개국 협력 미래 10년 전망’을 발표할 겁니다.” 이달 말 이임을 앞둔 추궈훙(邱國洪·62) 주한 중국대사가 1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대면 및 서면 인터뷰를 갖고 “1999년 한중일 3국 협력체제가 출범한 지 꼭 2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3개국 정상이 청두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2월부터 이달까지 71개월간 재직한 그는 1992년 9월∼1998년 8월까지 72개월간 대사를 지낸 장팅옌(張庭延·83) 초대 대사의 임기보다 불과 한 달 부족한 두 번째 장수 대사다. 두 대사는 중국 외교관 정년(60세)을 넘긴 상태에서 마지막 커리어를 한국에서 마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후임자인 싱하이밍(邢海明·55) 주몽골 중국대사는 내년 초에 부임한다. 한중일 3개국 인구는 전 세계의 21%인 약 16억 명,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전체의 24%인 20조2000억 달러(약 2경3452조 원)에 달한다. 추 대사는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엄청난 비중을 지닌 3개국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우위이고 중국은 5세대(5G) 통신과 인터넷 부문에서 후발 우위를 지녀 거대한 시장 및 발전 기회를 공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추 대사는 “2014년 7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한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동의한 2016년 7월 사이 2년간 한중 관계가 역사상 최고 시기”라고 했다. 그는 “이후 어려움이 있었지만 비교적 빨리 회복했다. 사드는 미국이라는 ‘제3자의 문제’일 뿐 한중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또 양국의 공동이익이 많고 다른 충돌이 없기에 다시 최상의 시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 목표를 실현해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강조했다. 그는 2022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이 지난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한국의 사례와 경험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추 대사는 한국 언론인과의 잦은 만남도 의미 있는 일로 꼽았다.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는 딱딱한 답변밖에 할 수 없어 비공개 자리를 자주 가졌다. 그 자리에서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저는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후임 싱 대사는 한국에서 세 차례나 근무했고 한국어도 유창해 양국 관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1957년 상하이에서 출생한 추 대사는 상하이외국어대를 졸업한 후 외교부에 입부했고 일본, 네팔 등을 거쳐 한국에 부임했다. 그는 “퇴직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외교 업무를 맡아 그간의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 밝혔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980년대 후반 동유럽권 붕괴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전까지 약 20년은 흔히 세계화의 시대로 불린다. 상품, 노동,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각국 경제 통합으로 전 세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연결됐다.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등의 저서에서 세계화의 장점을 칭송했고 세계적인 권위자로 불렸다.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평등, 저성장, 보호무역, 자국우선주의 등이 고착화하면서 각국의 교역, 투자, 인력, 정보 교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세계화 후퇴, 즉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zation)’이 나타난 것이다. ‘느린(Slow)’과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로 한때 세계 경제성장과 각국 통합을 촉진했던 세계화 시대와 달리 자본과 노동의 이동 제약, 금융 및 기업 규제 강화, 국제 공조 균열이 두드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네덜란드 경제학자 아지즈 바카스가 명명한 슬로벌라이제이션은 올해 초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그 부작용을 우려한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경제, 사회 교류 범위가 극소수 이웃 나라로 좁혀지는 ‘블록화’ 양상이 심화하면서 성장 둔화가 가속화하고 난민, 기후변화, 탈세, 사이버 범죄 등 국제 공조가 불가피한 문제가 방치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대립하는 경쟁 국가나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보복 관세 등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교역이 줄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지적했다. 슬로벌라이제이션으로 교역 감소와 저성장이 나타나면 불평등을 해결하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앞세운 세력이 곳곳에서 발호한다는 의미다. 세계화의 동력과 지지 세력이 크게 줄어들면 브렉시트 등 세계화 후퇴가 아예 노골적인 반(反)세계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세계화 후퇴를 야기한 저성장과 불평등이 반세계화 세력에게 일종의 명분을 제공해 슬로벌라이제이션을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0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금융위기 이후 11년 최저치인 2.9%로 제시했다. 이 와중에 세계 소득불평등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성인 인구 중 상위 1%가 전체의 절반(45%)에 가까운 부를 독점하고 있다. 영국 비영리단체 옥스팜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세계 억만장자 380명의 부를 합쳐야 세계 하위 50%의 부와 동일했지만 2017년에는 상위 42명의 부자가 하위 50%의 부와 같았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각국에서 나타나는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인구 집중화 현상도 슬로벌라이제이션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저금리와 저성장, 고용 부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나마 일자리와 기회가 있는 수도권으로 몰려 각국 주요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웨덴 스톡홀름,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최소 30% 상승했다.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등에서는 평균 40% 넘게 올랐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독일 뮌헨과 프랑스 파리 부동산 시장이 이미 거품에 진입했거나 거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년 전 세계화는 곧 선진화를 의미했지만 금융위기로 이 신화가 산산조각 난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사조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세계화에 대한 반감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들이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고난에 처한 예수와 같다”고 비유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배리 라우더밀크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이날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열린 토론에서 “예수가 반역죄로 억울하게 기소됐을 때 본디오 빌라도도 고발자는 대면하도록 해줬다”며 “엉터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빌라도가 예수에게 제공한 권한이 민주당이 탄핵 절차 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공한 권리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예수, 탄핵 조사를 주도한 야당 민주당을 예수를 탄압한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빗댄 셈이다. 프레드 켈러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도 성경 누가복음에 나오는 구절을 이용해 대통령을 두둔했다. 그는 “민주당을 위해 이렇게 기도하겠다. ‘아버지, 그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릅니다’”라고 가세했다. 케빈 브래디 하원의원(텍사스)은 “민주당은 우리 시대의 조 매카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매카시는 1950년 미 국무부에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주장해 미국 내 반공주의 광풍, 즉 ‘매카시즘’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잇따른 엄호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한때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부를 얼마나 잘 장악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고 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라우더밀크 의원의 발언을 차용한 ‘트럼프에서 예수까지(Trump to Jesus)’란 문구도 유행하고 있다. 빌라도 역시 이날 인기검색어 10위 안에 포함됐다. 이번 탄핵소추안 가결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도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1월 집권 후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을 뜻하는 러시아 스캔들에 내내 시달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벗어나기 위해 당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자충수’를 뒀다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2020년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가 2014년부터 이사로 재직한 에너지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의 비리에 대해 조사하라고 압박했다. 이날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하원 청문회에서 러시아 스캔들 조사 내용에 대해 증언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이 통화 내용을 들은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한 정보 요원은 8월에 약 9쪽의 메모를 작성해 마이클 앳킨슨 미 정보기관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9월 18일 미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사실을 보도했고, 6일 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 조사를 개시했다. 탄핵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수사에 대해 대가성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3억9000만 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중단했다가 재개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음이 드러났다. 고든 손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 등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가성이 있었다”고 시인한 것도 백악관 측에 큰 타격을 안겼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보기술(IT)과 공유경제의 급격한 발전으로 소셜미디어와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신종 일자리 및 고용 형태를 뜻하는 ‘플랫폼 노동(Platform Labor)’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이 포진한 각국 승차 공유업체가 대표적이다. 음식 배달, 인력 중개, 대리운전, 온라인 상거래 등으로 범위도 확산되고 있다. 변화는 수치로도 쉽게 확인된다. 미 노동통계국은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36%인 57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수입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 수도 2020년 6220만 명, 2028년 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회사 갤럽도 지난해 미 노동자의 29%가 플랫폼 노동을 주 직업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매킨지 컨설팅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6400만 명이 플랫폼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엄연한 평생 일자리로 플랫폼 노동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자영업자도 임금 근로자도 아닌 플랫폼 노동자의 애매모호한 처지, 플랫폼 소유주와 노동자의 엄청난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도 날로 커진다는 데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플랫폼 노동이 일반적인 노동 형태로 자리 잡으면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를 지원하거나 고용하는 부담을 온전히 국가가 떠안아야 한다. 더 많은 공공지출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돈을 누가 대느냐에 따른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5월 미 음식배달 앱 ‘캐비아’의 배달 기사 파블로 아벤다노 씨는 빗길에 무리하게 운행하다 차 사고로 숨졌다. 그는 캐비아 직원이 아니었기에 유족들은 단 한 푼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분노한 동료 배달 기사들은 노조 결성으로 대응했고 회사와 유족의 다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자신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수요자(고객)와 서비스 공급자(노동력 제공자)를 연결해줄 뿐이라고 강조한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플랫폼 노동자가 자영업자와 다를 게 없다며 해고도 당연히 자유로워야 하고 이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해당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고 회사의 업무 지시, 평가, 제재를 받기에 자영업자로 보기도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올해 9월 미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플랫폼 노동자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 1월 시행될 이 법으로 캘리포니아에서만 최소 100만 명의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버 등 플랫폼 회사들은 “최소 20∼30%의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영국 우버도 우버 기사에게 최저임금과 연간 휴가 일수를 보장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항소했다. 플랫폼 노동이 양극화를 더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 11월 기준 미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450억 달러(약 54조 원),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275억 달러(약 33조 원)의 재산을 보유했다. 일반 기업의 근로자는 회사가 성장하면 임금 인상, 성과급, 스톡옵션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그 과실을 누리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이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신뢰도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순기능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양극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소한 플랫폼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 회사가 지게 하고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평등 해소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3월 중국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해킹, 5월 유럽의회 선거 러시아 개입설, 9월 이란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 피격, 11월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인도 핵발전소 해킹…. 올해 각국에서 벌어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의 대표 사례다. 재래식 무기 외에 해킹, 가짜뉴스, 심리전 등으로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뜻하며 복합전쟁, 비(非)대칭전쟁으로도 불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 의미의 전쟁과 관련이 없는 행위를 통해 공격하므로 상대방은 공격당하고 있다는 인식조차 하기 어렵다”며 하이브리드전쟁의 진화가 세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리드 전쟁의 선두 주자는 ‘해킹’과 ‘가짜뉴스’를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다. 10월 미 외교안보지 내셔널인터레스트는 “최근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J-20’ 스텔스기는 미국의 ‘F-35’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중국이 해외 기술을 훔쳐 무기 개선에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F-35에 탑재된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전기광학타깃시스템(EOTS)과 흡사한 센서가 J-20에도 있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록히드마틴 측은 “EOTS가 해킹으로 유출됐다”며 중국에 날을 세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에 중국 해커들이 잠수함, 미사일 등 최첨단 군사연구를 진행하는 미 MIT 및 워싱턴대를 해킹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해 1, 2월 중국이 미 해군 수중전센터의 계약직 직원 컴퓨터를 해킹해 2020년부터 미 해군 잠수함이 사용할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 개발 계획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2013년 패트리엇 지대공 유도미사일,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호넷 전투기, 블랙호크 헬기, F-35 등 최첨단 무기 설계도 20여 개가 해킹당했을 때도 미 국방부는 중국을 지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가짜뉴스 등을 앞세운 정보전을 위해 ‘29155’ 특수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러시아 정당이 친서방 정당을 연정에서 배제해 발생한 올해 2월 몰도바 헌법 위기, 2016년 몬테네그로의 쿠데타 시도 등에 이 부대가 개입했다고 전했다. 체제 전복, 사보타주, 암살 등이 전문이며 2014년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등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과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승리했던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는 난데없이 한 민족주의자가 대선 승자가 됐다는 이미지가 올라왔다. 러시아 방송들은 이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보도해 우크라이나 사회의 혼란을 부추겼다. 2016년 가을 우크라이나 항만, 재무부, 방위 시설 등이 공격받았을 때도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다. 2016년 1월 13세의 러시아계 독일 소녀의 가출 사건 당시 러시아 언론은 이 소녀가 무슬림 난민에게 유괴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집단 성폭행은 명백한 가짜뉴스였지만 독일 언론도 이를 추종 보도했고 반난민 심리가 강화됐다. 이 여파로 같은 해 9월 극우 독일대안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연방의회에 입성했고 세를 불려가고 있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 대상인 한국도 하이브리드 전쟁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디도스 공격, 2015년 국방망 해킹 등 배후에 북한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는 “강대국 사이에 낀 지정학적 특수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발전해 있고,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제조업 기반을 가진 한국은 늘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이버 테러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12일(현지 시간)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압승을 거둔 주요 이유로 제1야당인 노동당의 텃밭이었던 ‘레드월’의 민심 이반이 꼽힌다. 중북부의 석탄, 철강, 제조업 밀집 지역으로 ‘영국판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로도 불린다. BBC에 따르면 보수당은 약 100석이 걸린 레드월에서 50석 이상을 확보했다. 비숍오클랜드, 워킹턴, 렉섬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곳에서도 승리했다. 레드월은 탄광 통폐합 등을 단행한 ‘보수의 거두’ 마거릿 대처 전 총리(1979∼1990년 집권) 때 몰락해 반(反)보수당 정서가 강했다. 이후 30여 년간 노동당 텃밭이었지만 최근 반이민 정서로 보수당 지지자가 늘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10월 말 총선 실시를 발표한 후 줄곧 이곳을 누볐다. 현지 언론은 ‘산토끼’ 공략에 나선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를 집중 공략해 백악관 주인이 됐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후 3년 반 넘게 이어진 브렉시트 혼란 정국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도 보수당의 승리 요인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탈퇴’란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고수한 존슨 총리와 대비됐다. 노동당은 불과 154석을 얻었던 1935년 선거 이후 84년 만에 최악의 패배를 당했다. 코빈 대표는 “다음 총선 땐 대표를 안 할 것”이라며 사퇴를 시사했다. 존슨 총리와의 불화로 보수당을 탈당한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장관,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 정계 거물도 줄줄이 낙선했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해소로 12일 런던 외환시장의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보다 약 3% 올랐다. 다만 유럽연합(EU)과 영국은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에 남을 수 있고 내년 7월 1일 전까지 전환 기간도 조율할 수 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조유라 기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2013년 오바마케어 갈등으로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에 이른 미국 정치를 개탄하며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 정치)’란 단어를 썼다. 상대방의 정책과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극단적 당파 정치를 뜻한다. 올해 미국 영국 등에서도 ‘극단적 소수’ 정파가 반대만 일삼는 전형적 비토크라시가 나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표적 예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란의 핵심인 집권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이다. DUP는 하원 650석 중 불과 10석(1.5%)을 점유한 초미니 정당이다. 복음주의 개신교도가 지지층이며 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 브렉시트를 강력히 지지한다. 이들은 올해 1월 연정 파트너인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메이 전 총리 사임,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등 주요 계기마다 실력행사에 나섰다. 점유율 1.5%의 정당이 ‘의회민주주의의 본산’ 영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DUP는 연정 파트너이면서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보수당의 정책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7년 6월 조기총선에서 과반 획득에 실패한 보수당은 DUP와 제휴했다. 현재도 하원 650석 중 288석(약 44%)만 차지하고 있다. 한 석이 아쉽다 보니 줄곧 DUP에 끌려다녔다. 12일 조기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면 또 DUP에 끌려다닐 수 있다.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존슨 총리가 총선이 아닌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현 위치에 올랐기에 정당성이 부족하다. 10석짜리 정당이 브렉시트란 특수 상황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에서는 1월 하원에 처음 입성한 ‘유색인종 4인방’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14지구), 아이아나 프레슬리(45·매사추세츠 7지구), 러시다 털리브(43·미시간 13지구), 일한 오마 의원(37·미네소타 5지구)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지도부를 애태우고 있다. 지나친 강경 진보 성향, 반(反)유대주의 등으로 전통적 지지자들과 반목하는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사사건건 맞서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선 의원이 공천권을 쥔 지도부나 세계 최고권력자와 대립할 수 있는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프레슬리 의원의 지역구는 1923년부터 96년째, 털리브 의원 지역구는 1949년부터 70년째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오마 의원(46년째)과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26년째)의 상황도 비슷하다. 민주당 소속이면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되니 지역구민의 지지만 신경 쓰면 되는 셈이다. 4인방 지역구민의 대다수인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는 이들이 더 강경한 진보 정책을 내세우고, 트럼프 대통령을 더 세게 비판할수록 더 많은 지지를 보낸다.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부유세, 무상 의료 및 등록금, 탄소배출 제로 등 이들이 내세우는 급진 정책을 택하면 중도층 유권자를 포섭하기 어렵다. 최근 이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성향이 비슷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8·버몬트) 지지를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우려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각국 정계에도 극단적 축구팬 같은 ‘훌리건’이 넘쳐난다. 서로 더 극단적 메시지를 내놓기 위한 경쟁만 펼치다 보니 정치에 대한 일반 유권자의 무관심과 불신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이들의 극단적 주장이 퍼지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는 악순환도 되풀이되고 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조유라 기자}
파키스탄의 변호사 200여 명이 11일 펀자브주 라호르의 한 병원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져 이 병원의 심장환자 3명이 사망했다고 파키스탄 일간 ‘돈’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변호사들은 라호르 지역 펀자브심장병센터(PIC)에 몰려와 창문과 집기를 부수는 등 병원 기물을 파손하며 의료진을 위협했다. 이들은 또 경찰차를 포함한 수십 대의 차량도 파손하고 불을 질렀다. 변호사들은 몇 주 전 이 병원에서 구타당한 변호사의 복수를 위해 PIC로 몰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변호사가 이 병원 의사들에게 구타와 조롱을 당하는 영상을 보고 분노해 달려왔다고 돈은 보도했다. 해당 변호사는 지난달 자신의 친척이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고 병원 측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변호사들의 병원 습격으로 경찰 특수부대가 투입돼 몇 시간에 걸쳐 진압작전을 펼쳤고 40명의 변호사가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 3명이 숨졌다고 돈은 보도했다. 시린 마자리 파키스탄 인권부 장관은 “변호사들은 환자들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등 테러라고 볼 수밖에 없는 행동을 저질렀다”고 규탄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펀자브 주 정부에 폭력과 관련된 모든 사람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할 것을 지시했다. 펀자브주 당국은 관련자 모두를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사진)로 뽑혔다. 타임은 11일 “수십 년간 과학자와 환경 운동가들이 각국 지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조언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이 10대 소녀가 전 세계의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툰베리는 1927년부터 시작된 ‘올해의 인물’ 역사상 최연소 인사다. 2003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툰베리는 아스퍼거증후군과 강박장애(OCD)를 앓고 있다. 이로 인해 남다른 유년 시절을 보냈고 12세인 2015년 “채식주의자로 살겠다. 자전거를 타며 탄소 배출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8월 학교를 결석하고 국회의사당 밖에서 기후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1인 등교 거부 시위’를 이끌면서 주목받았다. 올해 8월에는 무동력 보트로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당도하는 데 성공했고, 한 달 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적극적 대처를 호소해 세계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다. 올해 10월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툰베리는 유엔 연설 당시 “당신들의 빈말이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며 호통을 쳤다. 이 자리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쏘아 보는 듯한 모습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타임은 “툰베리가 ‘청소년 시민운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정당이나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도 않았으며,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인 사람도 아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진실을 말할 용기를 발휘해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극찬했다. 역시 환경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역사를 통틀어 많은 위대한 발전은 젊은이들이 행동할 때 만들어졌다”며 툰베리의 수상을 축하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권력남용과 의회방해 혐의를 명시한 탄핵소추안 초안을 10일 공개했다. 쟁점이었던 뇌물 수수와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해 기존보다 ‘뒷걸음질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9일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6개 상임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소추안 주요 내용과 탄핵의 다음 단계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CNN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12일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소추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추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이르면 다음 주 초 하원 전체 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이 공개한 소추안 초안은 이번 탄핵 정국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내용에만 집중했다. 제1조에는 권력 남용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의 잠재적 라이벌인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수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측에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국가의 이익을 해치면서 공적인 자리에 있는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중대한 탄핵 사유”라고 설명했다. 제2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서 하원의 소환장을 거부하며 증언을 하지 않고 문서 제공을 거부해 의회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혐의가 적시됐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에 의거한 하원의 ‘탄핵에 대한 단독 권력 행사’를 막았다는 내용을 탄핵소추안에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핵심 쟁점이었던 ‘쿼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에 따른 뇌물 수수 혐의가 빠진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문서와 증인을 원천 차단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쿼드 프로 쿼’를 지시했다고 말해줄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대신에 더 넓은 범위인 권력 남용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앞서 뮬러 전 특검의 수사 방해에 대한 내용도 탄핵소추안에 담을 것을 검토했지만 탄핵안 통과를 위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로 범위를 좁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초안에 대해 “마녀사냥”이라며 “아무 잘못도 없는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정치적 광기”라고 10일 트윗을 올렸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각각 2000년과 1978년에 워싱턴 인근의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조정에 나섰다.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에서 일본과 러시아의 강화 조약을 주선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은 각종 국제 분쟁을 중재하고 전 세계의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확립에 기여하면서 막대한 영향력과 권위를 얻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뭔가 달랐다. 이런 기존 질서를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무너뜨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다자무역, 환경, 동맹 등의 가치가 미 경제와 자신의 재선에도 이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달 3일 이런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의 질서 파괴자(Disruptor-in-chief)’라고 비판했다. 미 대통령을 지칭하는 또 다른 용어인 군 통수권자(Commander-in-chief)를 변형한 말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동맹 경시, 파리기후협약, 이란 핵합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시리아 철군, 관세 전쟁 등에서 기존 질서 파괴가 뚜렷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주역 자리를 스스로 내팽개칠까. 첫째도 둘째도 이유는 ‘돈’이다. 그는 시리아 철군 때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 한국, 일본, 나토 회권국에 대해서는 “잘사는 동맹이 적보다 미국을 더 벗겨 먹는다”는 원색적 비난도 가했다. 단순히 미국인의 세금 낭비를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에도 대통령직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을 정도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터키 편에 선 이유는 터키에 그의 사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거센 이해상충 비판에도 미국이 개최하는 주요 행사의 장소로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고른다. 그는 취임 초인 2017년 2월과 같은 해 4월에 플로리다의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올해 9월 아일랜드를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아일랜드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도 더블린에서 무려 300km 떨어진 트럼프 소유의 둔버그 골프링크스&호텔에서 묵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플로리다의 도럴 골프리조트에서 열겠다고 밝혔다가 거센 비난이 나오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1억5000만 달러(약 1793억 원)를 들여 파산 직전의 도럴 리조트를 매입했지만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이에 “망해 가는 자신의 호텔을 살리기 위해 정부 행사를 개최한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의 대외 정책을 경매에 부쳤다”고 비판했다. AP통신도 “미 외교안보 정책의 상당수 사안이 동맹과 친구를 좌절하게 만들고, 적과 동지를 헛갈리게 한다”고 가세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질서 파괴가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 국제 질서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국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지부진한 ‘호르무즈 연합군’ 구성이다. 미국은 올해 상반기 이란과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서방 유조선이 자주 공격을 받자 우방국에 항로 보호를 위한 군대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핵심 우방국 대부분이 사실상 거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맹을 배반한 미국을 따를 나라는 없다. 미국의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동맹의 미국 출구전략이 본격화했다”고 진단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이윤태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올해 8월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컷 판다 두 마리에게 반중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홍’과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주장이 등장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아기 판다들은 중국이 독일에 대여한 암컷 자이언트 판다 ‘멍멍’과 수컷 ‘자오칭’ 사이에서 올해 8월 태어났다. ‘멍멍’은 2017년 중국에서 독일로 임대된 지 2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아기 판다들은 생후 100일째에 이름을 지어주는 중국 전통에 따라 9일 ‘멍샹’(간절히 기다린 꿈), ‘멍위안’(이뤄진 꿈)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현재 몸무게가 6kg에 달하며 2∼4년간 베를린 동물원에서 자란 뒤 중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멍멍’과 ‘자오칭’은 2017년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9000만 원)의 임대료에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독일에 대여됐다. 일간지 빌트는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 “중국이 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지만 반인권, 민주주의 탄압 등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은 이 이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그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 판다들을 중국으로 다시 데려오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독일 베를린에서 올해 8월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아기 수컷 판다 두 마리에게 반중 시위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홍’과 ‘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주장이 등장했다고 영국 더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아기 판다들은 중국이 독일에 대여한 암컷 자이언트 판다 ‘멩멩’과 수컷 ‘지아오칭’ 사이에서 올해 8월 태어났다. ‘멩멩’은 2017년 중국에서 독일로 임대된 지 2년 만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아기 판다들은 생후 100일 째에 이름을 지어주는 중국 전통에 따라 9일 ‘멩시앙(간절히 기다린 꿈)’, ‘멩유안(이뤄진 꿈)’이라는 이름을 받았다. 현재 “무게 6kg에 달하며 2~4년 간 베를린 동물원에서 자란 뒤 중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멩멩’과 ‘지아오칭’은 2017년 연간 100만 달러(약 11억 9000만 원)의 임대료와 함께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독일에 대여됐다. 일간지 빌트는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해 “중국이 서구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용하지만 반인권, 민주주의 탄압 등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리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누리꾼는 이 이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그 이름을 인정할 수 없다. 판다들을 중국으로 다시 데려와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도한 환경 규제로 미국인들이 화장실 변기 물을 15번이나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反)트럼프 진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가 진행 중임을 빗대 이날 발언을 ‘화장실게이트(#toiletgate)’로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재계 인사들과 규제 완화를 논의하며 “환경보호국(EPA)의 과도한 규제로 미국인들이 볼일을 본 후 한 번만 내리면 될 물을 10번, 15번씩 내리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안 나오는 수도꼭지, 수압이 낮은 샤워기도 많다.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번, 또 오래도록 물을 틀게 한다. 결국 더 많은 물을 쓴다”며 “EPA를 아주 철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지칭한 규제가 1994년부터 시행된 ‘에너지정책법(Energy Policy Act)’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19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만들어졌으며 수자원 보호 차원에서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6갤런(약 6L)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인터넷매체 복스는 2006년부터 시행된 ‘워터센스 프로그램’을 거론했다. 변기 물을 한 번 내릴 때 1.28갤런(약 4.8L) 이하만 사용하는 ‘수자원 절약형’ 화장실에 미 정부가 인증을 해 주는 제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미국 주(州)에는 비가 오기에 충분한 물이 있다. 이런 과도한 수자원 규제는 사막 같은 곳에서나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새 건물과 새 집에 입주할 때도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는 물이 없어 손조차 씻을 수 없을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에너지 절약형 백열등도 비판했다. 그는 특유의 주황색이 나는 이 전구에 대해 “기존 백열등보다 더 비싸고, 안색이 더 안 좋게 보이는 전구”라며 “사람들의 안색을 주황색으로 보이게 한다. 나는 내 얼굴이 주황색으로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화장실게이트’ 해시태그를 사용해 이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이 넘쳐나고 있다. 앤더슨 쿠퍼 CNN 앵커는 “사람들이 화장실 물을 10∼15번이나 내리지는 않는다”며 대통령 발언의 지저분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줄곧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위협은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 대선 공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내건 그는 지난달 “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올해 10월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EPA 규제를 완화했고 1월에는 야당 민주당의 거센 반발에도 석탄업계 로비스트 출신인 앤드루 휠러를 EPA 청장으로 임명했다. 9월 EPA는 늪지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 도입된 수자원법도 폐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도 휠러 청장의 환경 규제 완화가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더 강력한 규제 완화를 주문한 셈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복스는 “화장실 물은 미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화장실 물 낭비를 규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탄소배출량이 2017년보다 3.4% 증가했고 대기오염으로 사망한 미국인도 2년 전보다 9700명 늘었다고 분석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