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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경매를 거쳐 일본인 손에 넘어갔던 석조유물 8점이 한 세기 만에 타향살이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서울 성북구 우리옛돌박물관은 2일 오후 환수 기념식을 열고 일본인 오자와 데루유키(尾澤輝行) 씨 부부로부터 기증받은 장군석, 장명등(長明燈), 비석받침, 수병(水甁) 등 각 2점씩 8점의 유물을 공개했다. 오자와 씨 외조부인 자산가 요시이에 게이조(佶家敬造)는 1927년 열린 경매에서 유물 소유권을 얻었다. 그는 당시 게이오(慶應)대 근처에 조성한 대규모 정원에 설치했다가, 도쿄 인근의 별장 내 정원으로 유물들을 이전했다. 별장을 물려받은 오자와 씨는 최근 고심 끝에 한국으로의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장군석과 장명등은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기증한다면 일본이 아닌 한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오자와 씨는 우리옛돌문화재단 측과 2년간 접촉해 유물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합의했다. 유물들은 지난달 14일 박물관 정원에 설치했다. 이 박물관은 2001년에도 일본에서 석조유물 약 70점을 되찾아왔다. 장군석은 무덤 앞에 세우는 조각상으로, 조선 중기 능묘를 지키는 장군의 형상을 하고 있다. 장명등은 무덤이나 절 앞에 세우는 등으로 사대부가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2일 기념식에서 오자와 씨 부부에게 감사패를 수여했으며, 박물관과 오자와 씨 사이에서 기증을 중재한 장선경 제이넷컴 부사장에게 공로패를 건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금 연기 봤어? 저 배우 누구야?”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큰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게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주연 이상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무대 위 ‘신 스틸러’가 있다. 이들은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객석의 분위기 전환과 웃음, 눈물까지 담당한다. 최근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신 스틸러’ 임기홍(44) 원종환(40) 육현욱(39)을 만났다. 데뷔 후 평균 15년 넘게 무대에 선 이들은 “주연과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절대 튀지 않아야 하는 게 신 스틸러의 미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셋은 서울 대학로 흥행작 ‘김종욱 찾기’에서 1인 23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배역을 맡은 공통점이 있다. 현재 뮤지컬 ‘그리스’에서 10대들의 우상인 라디오 DJ ‘빈스 폰테인’으로 활약하는 임기홍은 “캐릭터의 자유분방함과 재미를 표현하면서도 전체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연기하고 있다. 장면을 훔치고 도움을 준다는 ‘신 스틸러’의 뜻처럼 나보다는 작품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2001년부터 ‘명성황후’ ‘페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거친 그는 영화와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악인 ‘토니 보일’을 연기한 원종환은 “튀게 보이려고만 한다면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어렵기에 절제미를 갖추려 노력한다. 연습 때 다양한 파이팅 구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도 저희 몫”이라며 웃었다. ‘광화문 연가’에서 ‘그대들’ 역으로 출연한 육현욱은 “장면의 목적이 웃음을 주거나 돋보여도 되는 때라면 마음껏 연기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주연 욕심이 날 법도 하다. 때론 무대에 서는 횟수가 주연보다 많아도 캐스팅 달력이 주요 배역 위주로만 소개되는 현실에 대해 묻자 이들은 “아쉬움은 전혀 없다.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사람인지라 욕심이 날 때도 있죠. 다만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생활리듬을 공연에 맞추고 스스로 관리하는 건 누구든 똑같거든요.”(임기홍) 수많은 배역을 거친 세 배우가 ‘신 스틸러’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 역할은 너 아니면 못 하겠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죠.”(육현욱)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밖에 안 보였어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월급통장에 ‘신 스틸러 원종환’이라고 찍힐 때도 좋죠.”(원종환)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고, 슬픈 장면에서 우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볼 때 가장 짜릿합니다.”(임기홍)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방금 연기 봤어? 저 배우 누구야?” 주연 배우의 티켓 파워가 큰 흥행 요인으로 꼽히는 게 한국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주연 이상으로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무대 위 ‘신 스틸러’가 있다. 이들은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객석의 분위기 전환과 웃음, 눈물까지 담당한다. 최근 무대를 활발히 누비는 ‘신 스틸러’ 임기홍(44) 원종환(40) 육현욱(39)을 만났다. 데뷔 후 평균 15년 넘게 무대에 선 이들은 “주연과 작품이 빛날 수 있도록 절대 튀지 않아야 하는 게 신 스틸러의 미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셋은 서울 대학로 흥행작 ‘김종욱 찾기’에서 1인 23역을 소화하는 ‘멀티맨’ 배역을 맡은 공통점이 있다. 현재 뮤지컬 ‘그리스’에서 10대들의 우상인 라디오DJ ‘빈스 폰테인’으로 활약하는 임기홍은 “캐릭터의 자유분방함과 재미를 표현하면서도 전체 분위기에 어긋나지 않도록 연기하고 있다. 장면을 훔치고 도움을 준다는 ‘신 스틸러’의 뜻처럼 나보다는 작품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2001년부터 ‘명성황후’ ‘페임’ ‘브로드웨이 42번가’ 등을 거친 그는 영화와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에서 악인 ‘토니 보일’을 연기한 원종환은 “튀게 보이려고만 한다면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어렵기에 절제미를 갖추려 노력한다. 연습 때 다양한 화이팅 구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도 저희 몫”이라며 웃었다. ‘광화문 연가’에서 ‘그대들’ 역으로 출연한 육현욱은 “장면의 목적이 웃음을 주거나 돋보여도 되는 때라면 마음껏 연기한다”고 했다.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주연 욕심이 날 법도 하다. 때론 무대에 서는 횟수가 주연보다 많아도 캐스팅 달력이 주요 배역 위주로만 소개되는 현실에 대해 묻자 이들은 “아쉬움은 전혀 없다.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은 절대 없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물론 사람인지라 욕심이 날 때도 있죠. 다만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생활리듬을 공연에 맞추고 스스로 관리하는 건 누구든 똑같거든요.”(임기홍) 수많은 배역을 거친 세 배우가 ‘신 스틸러’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이 역할은 너 아니면 못 하겠다’라는 칭찬을 들을 때죠.”(육현욱) “공연이 끝나고 ‘배우님 밖에 안 보였어요’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월급통장에 ‘신스틸러 원종환’이라고 찍힐 때도 좋죠.”(원종환) “재미있는 장면에서 웃고, 슬픈 장면에서 우는 관객의 즉각적 반응을 볼 때 가장 짜릿합니다.”(임기홍) 김기윤기자 pep@donga.com}
“대사를 하다 말고 뜬금없이 노래하는 공연을 누가 보겠어?” 연극만이 존재하던 르네상스 시대. 주인공의 이 질문에 뮤지컬 ‘썸씽 로튼’은 뮤지컬이 왜 오래도록 인류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 스스로 답을 내린다. “노래하면 재밌거든!” 작품은 영국 코미디 작가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상상에서 시작됐다. 극 중 무명 극작가인 바텀 형제가 셰익스피어 희곡에 대항해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2015년 미국 초연 당시 ‘렌트’ ‘북 오브 모르몬’ ‘알라딘’ 등을 연출한 제작진이 합세하며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다. 서울 공연은 미국 투어 후 첫 해외 무대다. 아는 만큼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장면마다 뮤지컬 ‘캣츠’ ‘레미제라블’ ‘위키드’ 등 뮤지컬 10여 편을 패러디해 재치 있게 구성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하며 대사마다 곱씹는 맛을 남긴다. 뮤지컬 제목을 ‘햄릿’ 대신 ‘오믈릿’으로 바꾸고, 등장 배우 ‘샤일록’은 희곡 베니스의 상인 속 ‘그 상인’을 떠올리게 하는 식으로 웃음을 뽑아낸다. 그저 패러디만 가득했다면 작품이 성공적이지 못했을 터. ‘어 뮤지컬’ ‘웰컴 투 더 르네상스’ 등 넘버는 귀에 친숙하게 맴돌며 극의 얼개와 무대 장치가 뛰어나다. 배우들의 현란한 탭댄스까지 더해져 뮤지컬의 판타지적 요소도 두루 갖췄다. 다만 영미 문화와 역사를 토대로 한 패러디가 ‘한국 감성 코드’와 맞지 않아 극의 호흡을 따라가기에 다소 벅차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다행히 작품은 번역가 ‘황석희 표’ 대사를 곳곳에 녹여 넣으며 이질감을 최소화하려 노력했다. 뮤지컬 역사에 바치는 한 편의 유쾌한 오마주는 막이 내린 뒤에도 깊은 흥을 남긴다. 3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6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국은 K뮤(한국 뮤지컬)를 좋아해∼.” 최근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가 5월 상하이(上海) 공연을 시작으로 창사(長沙) 시안(西安) 칭다오(靑島) 등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12월까지 총 47회 라이선스 공연을 앞뒀다. ‘마이…’는 시한부 소년과 불량소년이 함께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내용으로, 2014년 국내 초연 뒤 2017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는 중국 인기 가수들을 대거 캐스팅했으며 영화화도 논의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탄생한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중국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공연시장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K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이미 2012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공연 기간과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문가들은 K뮤지컬이 서양 작품보다 중국 관객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현지화 수정 작업도 용이한 점을 흥행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 뮤지컬 해외 진출 현황’에 따르면 K뮤지컬은 2012년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미용명가’ 오리지널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공연은 2001년 ‘지하철 1호선’ 등이 있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김종욱 찾기’가 2013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총각네 야채가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반응이 좋았다. ‘빈센트 반 고흐’나 ‘라흐마니노프’ 등 서양 인물을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한 작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9월 ‘중국 K뮤지컬 로드쇼’에서 4개 소극장 뮤지컬을 시연하는데, 중국 공연 제작자들의 관심이 크다. 중국에 진출하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라이선스 공연이 주를 이룬다. 톡톡 튀는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되 중국 배우가 표현하기 쉬운 대사와 장면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다. 주제는 가족이나 사랑, 청년 등 전반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 많다. 중국 대형 극장인 상하이문화광장의 훙페이위안 예술감독은 “대형 공연은 한국에서 성공했더라도 관객 성향에 맞지 않으면 수정하기 힘든 구조라 제작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면 대학로 공연은 도시별 투어도 쉽고, 브로드웨이 작품에 비해 스토리가 쉽게 와닿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창작뮤지컬 육성에 적극적이나 아직 대중의 취향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라 ‘틈새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 진출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안주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대학로 뮤지컬은 제작비나 티켓 판매에 강점이 있어 앞으로도 중국 제작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한국 제작 시스템을 학습하는 속도나 배우들의 실력 향상이 빨라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과거 ‘한한령’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중국은 K-뮤(한국 뮤지컬)를 좋아해~” 최근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가 5월 상하이(上海) 공연을 시작으로 창사(長沙) 시안(西安) 칭다오(靑島) 등 중국 13개 도시 투어를 확정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의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12월까지 총 47회 라이선스 공연을 앞뒀다. ‘마이…’는 시한부 소년과 불량학생 소년이 함께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내용으로, 2014년 국내 초연 뒤 2017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올해는 중국 인기가수들도 대거 캐스팅했으며, 영화화도 논의하고 있다. 대학로에서 탄생한 소극장 창작뮤지컬이 중국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국내 공연시장에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K-뮤지컬’의 중국 진출은 이미 2012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공연기간과 횟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 전문가들은 K-뮤지컬이 서양 작품보다 중국 관객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고, 현지화 수정 작업도 용이한 점을 흥행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뮤지컬 해외진출 현황’에 따르면, K-뮤지컬은 2012년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미용명가’ 오리지널 공연을 시작으로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최초의 오리지널 공연은 2001년 ‘지하철 1호선’ 등이 있긴 했으나,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했다. 라이선스 공연은 ‘김종욱 찾기’가 2013년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총각네 야채가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도 반응이 좋았다. ‘빈센트 반 고흐’나 ‘라흐마니노프’ 등 서양 인물을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한 작품도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9월 ‘중국 K-뮤지컬 로드쇼’에서 4개 소극장 뮤지컬을 시연하는데, 중국 공연제작자들의 관심이 크다. 중국에 진출하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은 라이선스 공연이 주를 이룬다. 톡톡 튀는 소재를 그대로 가져오되, 중국 배우가 표현하기 쉬운 대사와 장면으로 수정 작업을 거친다. 주제는 가족이나 사랑, 청년 등 전반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내용이 많다. 중국 대형극장인 상하이문화광장의 홍 페이위안 예술감독은 “대형공연은 한국에서 성공했더라도 관객 성향에 맞지 않으면 수정하기 힘든 구조라 제작비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반면 대학로 공연은 도시별 투어도 쉽고, 브로드웨이 작품에 비해 스토리가 쉽게 와닿는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정부 주도로 창작뮤지컬 육성에 적극적이나, 아직 대중의 취향을 충족시킬 정도는 아니라 ‘틈새 시장’을 잘 파고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 진출은 긍정적인 면이 많지만 안주할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대학로 뮤지컬이 제작비나 티켓 판매에 강점이 있어 앞으로도 중국 제작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한국 제작시스템을 학습하는 속도나 배우들의 실력 향상이 빨라 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뮤지컬 기획사 대표는 “과거 ‘한한령’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유통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여자가 신체적 페널티를 지닌 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중요해? 총과 돈만 있으면 못 할 게 없는 세상, 왜 여자들이 그걸 쥘 거라는 생각을 못 하지?” 가상의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 ‘더 블랙 인터내셔널’은 대외적으로 선행을 베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기업형 조폭이나 다름없는 곳. 이 기업에는 알려지지 않은 별도 조직 ‘블랙라벨’이 있는데, 주로 범죄를 도맡기 위해 만들었다.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블랙라벨’은 남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페널티’를 인정하고 시작한다. 그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할수록 강함’을 추구하며 결국 남성들을 무릎 꿇린다. 김태희 작가의 다음(DAUM) 웹툰 ‘더블랙LABEL’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누아르 액션을 여성 캐릭터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다. 독자들은 “보고 싶던 여성 누아르물” “여자가 주연인 웹툰 탄생”이라는 반응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선한 반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웹툰 웹소설에서 ‘쎈캐’(강한 캐릭터) 여자 주인공이 대세다. 보조적 역할이나 약한 캐릭터에 머물던 여성상에서 탈피한 ‘걸크러시’ 주인공의 파괴력에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미애 작가의 ‘어글리후드’가 대표적이다. 여학생 ‘엘사’는 외계인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사회 체제에 끝없이 저항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숨긴 채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 고독한 영웅이다. 어린 시절 아픔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는 등 전형적 남성 영웅의 서사를 이어받았다. 다만 엘사가 보고 자란 어머니 역시 ‘쎈캐’이며,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엘사를 돕는 강력한 조력자 역시 여성이다. 전선욱 작가의 학원물 웹툰 ‘프리드로우’에서도 여성 주인공 ‘구하린’은 어떤 남학생에게도 물리적 힘에서 뒤지지 않는 강한 면모를 뽐낸다. 남성 주인공에 전형적 여성상을 투영해 ‘미러링’(mirroring·따라하기) 요소를 가미한 웹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부로콜리왕자’에서는 주인공이 “울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지. 항상 남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밖에서 사랑받는다고”라며 여성에게 강요된 성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여성 독자가 80% 이상인 웹소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소설 ‘재혼황후’에서는 황제가 노예 출신의 여자를 옆에 두고 지내자, 과감히 황후 자리를 버리는 주체적 모습을 그렸다. “황제의 배우자이자 동료가 되고 싶었다”는 황후는 과감히 이혼을 결심하고 옆 나라 황제와 재혼한다. 웹소설 ‘혼전계약서’에서는 비혼주의자인 여자 주인공이 재벌 2세와의 결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계약서를 쥐고 결혼을 유예한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웹툰이 없던 건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 독자가 바라는 서사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며 “작가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반영해 남녀 역할을 뒤집거나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여자가 신체적 패널티를 지닌 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중요해? 총과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 왜 여자들이 그걸 쥘 거라는 생각을 못하지?” 가상의 국내 굴지의 무역상사 ‘더 블랙 인터내셔널’은 대외적으로 선행을 베풀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1등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범죄와 불법을 일삼는 기업형 조폭이나 다름없는 곳. 이 기업에는 알려지지 않은 별도 조직 ‘블랙라벨’이 있는데, 주로 범죄를 도맡기 위해 만들었다. 구성원은 대부분 여성이다. ‘블랙라벨’은 남성과 싸우는 과정에서 ‘신체적 패널티’를 인정하고 시작한다. 대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할수록 강함’을 추구하며 결국 남성들을 무릎 꿇린다. 김태희 작가의 다음(DAUM) 웹툰 ‘더블랙LABEL’은 남성의 전유물이던 느와르 액션을 여성 캐릭터로 변화시킨 대표 사례다. 독자들은 “보고 싶던 여성 느와르물”, “여자가 주연인 웹툰 탄생”이라는 반응과 함께 여성 캐릭터의 신선한 반전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웹툰 웹소설에서 ‘쎈캐’(강한 캐릭터) 여자 주인공이 대세다. 보조적 역할이나 약한 캐릭터에 머물던 여성상에서 탈피한 ‘걸크러시’ 주인공의 파괴력에 열광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미애 작가의 ‘어글리후드’가 대표적이다. 여학생 ‘엘사’는 외계인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사회 체제에 끝없이 저항하는 인물이다. 정체를 숨긴 채 폭력과 테러를 서슴지 않는 고독한 영웅이다. 어린시절 아픔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는 등 전형적 남성 영웅의 서사를 이어 받았다. 다만 엘사가 보고 자란 어머니 역시 ‘쎈캐’이며, 아버지는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엘사를 돕는 강력한 조력자 역시 여성이다. 전선욱 작가의 학원물 웹툰 ‘프리드로우’에서도 여성 주인공 ‘구하린’은 어떤 남학생보다도 물리적 힘에서 뒤지지 않는 강한 면모를 뽐낸다. 남성 주인공에 전형적 여성상을 투영해 ‘미러링’(mirroring·따라하기) 요소를 가미한 웹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 작가의 네이버 웹툰 ‘부로콜리왕자’에서는 주인공이 “울 엄마는 매일 내게 말했지. 항상 남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밖에서 사랑받는다고”라며 여성에게 강요된 성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여성 독자가 80% 이상인 웹소설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소설 ‘재혼황후’에서는 황제가 노예 출신의 여자를 옆에 두고 지내자, 과감히 황후 자리를 버리는 주체적 모습을 그렸다. “황제의 배우자이자 동료가 되고 싶었다”는 황후는 과감히 이혼을 결심하고 옆 나라 황제와 재혼한다. 웹소설 ‘혼전계약서’에서는 비혼주의자인 여자주인공이 재벌 2세와의 결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계약서를 쥐고 결혼을 유예한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다룬 웹툰이 없던 건 아니지만 2~3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여성 독자가 바라는 서사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도 등장했다”며 “작가들도 페미니즘 이슈를 반영해 남녀 역할을 뒤집거나 여성 서사 중심의 작품을 더 많이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
“세종문화회관 9개 예술단을 아우르는, 개관 이래 최대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소속 예술인들이 실컷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게 제 몫이니까요.” 지난해 9월 김성규 사장(53)이 부임한 뒤 세종문화회관은 빠르게 변모했다. 공연 기간에 분장한 채로 식사하거나 쉴 곳이 마땅치 않았던 예술인들을 위한 ‘세종 아티스트 라운지’가 탄생했다.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그는 기존 대관 수익사업에 쓰이던 공간을 예술인을 위해 과감히 투자했다. 소규모 기획·이벤트 공연도 꾸준히 열며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브랜드를 착실히 구축하고 있다.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김 사장은 “더 큰 판을 준비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가 말한 큰 판은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인 300여 명이 만드는 홍범도 장군 이야기 ‘극장 앞 독립군’ 공연이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9개 예술단(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극단 서울시오페라단 등)이 9월 개관 이래 최대 규모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합창과 오케스트라, 무용, 극단 등 다양한 성격의 예술단이 힘을 모으고 있다. “작품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 대신 좋은 공연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 독려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술단원들을 만나본 뒤 ‘단체별 소통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느꼈어요.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어도 매개가 없어 단체별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던 거죠. 세종이라는 브랜드를 위해 ‘함께하자’고 설득하니 결국 모두 ‘오케이’했습니다.” 김 사장이 처음 부임할 때는 그의 회계법인 대표 이력을 들어 ‘예술을 잘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극장도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해야 한다. 시민과 예술인을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세계적 예술 경영의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9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는 문화현장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즉각적으로 관객의 피드백을 받는 게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만큼 민첩하고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죠. ‘공연장은 작품으로 얘기한다’는 말처럼 모두가 부러워하는 세종의 래퍼토리와 브랜드를 빠르게 만들 생각입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소리’만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동극장의 창작극 ‘춘향전쟁’은 소리꾼의 ‘판소리’와 무대 위 ‘음향’을 조합해 관객에게 신선한 무대 경험을 선물한다. 이 연극은 1961년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신 감독과 폴리아티스트(효과음 전문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당시 두 영화에는 최고 여배우로 불리던 최은희와 김지미가 춘향 역으로 출연해 큰 화제가 됐다. 사람들은 이 대결구도를 ‘춘향전쟁’으로 불렀으며, 작품 제목도 여기서 착안했다. 개봉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흥행에서 앞서기 위해 ‘성춘향’의 제작진은 입체적 효과음을 입히기로 했다. ‘레트로 소리극’을 표방하는 작품은 인터넷 방송에서 유행하는 ASMR(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를 떠올리게 할 만큼 치밀하게 소리에 접근했다. 영화 영상을 무대 위로 비추며 각 장면에 맞는 효과음을 배우가 만들어 입히며 극이 전개된다. 무대 위 배우는 풍선 소리로 불꽃놀이 음향을 만들고, 양배추 단면을 비비며 직접 낙엽 밟는 소리도 만들어낸다. ‘기발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소리를 연구한 흔적이 돋보인다. 장면을 전환시키는 정동극장표의 맛깔 나는 판소리는 구성진 목소리로 극을 이끈다. 소리의 재발견에 집중한 탓인지 극의 줄거리나 배우의 감정 연기가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극 중 폴리아티스트와 신 감독이 소리를 두고 비슷한 갈등 구도를 반복하며 ‘예상 가능한 웃음’을 낳는다. 그럼에도 배우, 줄거리, 영상 등에 비해 항상 부차적 요소로만 느껴지던 소리에 주목해 이를 국악과 결합한 점은 참신하다.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붙잡으려는 시도는 무대 위에서 계속돼야 한다. 23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3만, 5만 원. 8세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전 세계 케이팝 팬이 열광하는 아이돌 댄스 영상은 다 제 자취방에서 시작됐지요.” 2015년 열렸던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동영상 공모전에 참가했던 고퇴경 씨(29). 억지로 떠밀려 나갔지만 이왕 하는 거 재밌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영상 덕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재미와 희열을 느낀 그는 자취방에서 좋아하는 케이팝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영상을 올린 지 약 5년, 그의 유튜브 채널 ‘퇴경아 약먹자’는 11일 기준 178만7000명이 구독 중이다. 기본 조회수는 수십만 회에서 800만 회까지 육박한다. “알아보는 사람도 별로 없고 인생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지만 ‘유튜브계 BTS, 케이팝 대통령’이란 별명도 생겼다. 그렇다고 그가 전업 유튜버는 아니다. 낮에는 약사로 일하고 밤과 주말에만 춤춘다. “직업은 엄연히 약사”라고 강조하는 그의 정체는 뭘까. 최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인근 10평 남짓한 자취방에서 만난 그는 “제 영상이 사랑받는다는 게 요즘도 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영상이 인기를 끈 건 코믹한 춤과 기발한 편집 때문이다. 영상에는 사람을 복사해 붙여넣기 하듯 ‘고퇴경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춘다. 지금도 몇몇 해외 팬은 “집에 다른 고퇴경이나 쌍둥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댓글도 남긴다. 그는 “삼각대 앞에서 춤추고 편집까지 다 혼자 작업한다. 간단한 편집 기술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웃었다. 고퇴경의 무대는 최근 세계로 넓어졌다. 공원, 광장에서 케이팝 팬이 함께 춤을 추는 ‘랜덤플레이댄스(RPD)’ 행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해외 팬 중에는 RPD만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먼 도시로 향하는 이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일정을 공지하면 밀라노, 파리, 로스앤젤레스(LA), 뉴욕 등 그가 뜨는 곳 어디든 팬 수백 명이 몰린다. 그는 “저를 보러 오는 분도 있지만 케이팝을 좋아해서 오는 사람이 늘어난 걸 보면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한다’는 영상도 최근 RPD 행사 중 탄생했다. “미국 LA에서 NCT 춤을 추고 있는데 실제로 NCT가 눈앞에 나타나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 좋아하는 가수와 한곳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죠. 꿈이 이뤄지는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그때 영상을 끊임없이 돌려봐요.” 당분간 그의 춤은 계속될 듯하다.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아 대중 앞보다는 유튜브가 더 잘 맞는다”는 그는 한 명의 케이팝 팬으로서 계속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케이팝에 대한 자기 나름의 비전과 소박한 포부도 밝혔다. “음반 차트는 물론 저스틴 비버가 받던 미국의 ‘소셜 아티스트 상’도 BTS와 한국 그룹이 받을 정도로 이미 케이팝은 대세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세계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는 지금, 저는 저대로 일하면서 영상도 열심히 만들 겁니다. 남들이 저를 볼 때 ‘하고 싶은 일하며 잘 사는 애’라고 생각한다면 그걸로 만족해요.”경산=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클래식부터 이색적인 모던 발레까지 한국 발레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모인다. 제9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1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다. 축제는 18일 해외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서혜, 채지영, 조안나 등이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스페셜 갈라’로 막을 연다. 국립발레단은 18, 19일 ‘마타 하리’와 22, 23일 ‘지젤’을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지젤’은 1997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발레리나 김지영의 퇴단작이기도 하다. 아울러 23, 24일에는 와이즈발레단, 보스턴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이 무대를 꾸민다. 허용순 안무가의 ‘임퍼펙틀리 퍼펙트(Imperfectly Perfect)’도 29일 첫선을 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레퍼토리 ‘마이너스 7’로 29, 30일 폐막무대를 장식한다. 공모를 통해 뽑힌 여섯 가지 모던 발레 작품도 20일부터 30일까지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청중 앞에서 옷을 벗은 것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맨발의 신데렐라’를 보여줄 겁니다.”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신데렐라’를 들고 14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고전의 진화’ ‘맨발의 신데렐라’라는 수식어가 붙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는 역대 가장 성공한 신데렐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발레단의 한국인 수석무용수 안재용(26)이 신데렐라의 아버지 역할을 맡아 금의환향한다. 10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장크리스토프 마요 예술감독(58)과 안재용은 “과연 하이힐이나 유리구두를 신은 신데렐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맨발도 쉽지 않지만, 사랑 앞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1985년 설립한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1993년부터 마요 감독이 이끌어 왔다. 클래식 발레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모던 발레의 숨결을 불어넣는 특유의 스타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신데렐라는 1999년 그의 손에서 재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올해 공연의 차별점에 대해 “디즈니 속 ‘신데렐라’의 판타지와 상투적인 면에서 좀 더 벗어나려 했다”며 “무용수들에게 관객이 더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캐릭터 표현을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안재용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마요 감독은 “안재용의 춤과 연기는 캐릭터를 살아 숨쉬게 한다”며 “그가 3년 전 무작정 발레단 오디션에 찾아온 순간은 나중에 은퇴한 뒤라도 두고두고 떠올릴 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 공연은 누구보다 안재용에게 가장 뜻깊은 ‘고국 공연’이다. 2016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뒤 3년 만에 초고속 승급을 거쳐 수석무용수로 고국 무대에 오른다. 그는 “테크닉을 강조하는 클래식 발레와 다르게 제 몸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중점적으로 연습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도 그는 앞선 대구 공연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9일 대구 공연이 끝나고 한 꼬마가 제게 ‘공연이 어렵긴 한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고 했어요. 한국 관객에게 제 춤의 감동이 통한 거겠죠?” 12∼1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 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7만∼23만 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한국 발레계의 메시, 호날두요? 발레 불모지에서 ‘K-발레(한국발레) 붐’을 일으킨 걸 생각하면 발레인 모두가 그 정도 자부심은 가져도 됩니다.” 1세대 한국 발레의 역사를 짚을 때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허용순 안무가, 김인희 서울발레씨어터 단장 등의 이름이 입에 오르내린다. 그중 문훈숙 단장(56)은 발레리나로 활동한 뒤 30대부터 발레단을 물려받아 국내에서 가장 큰 민간발레단으로 성장시킨 ‘발레가 곧 인생’인 인물이다. 유명 래퍼토리는 물론 창작발레 ‘심청’ ‘발레 춘향’ 등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발레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문 단장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났다. 문 단장은 “그런 별명이 정말 맘에 든다”며 “정말 아무것도 없던 30년 전과 수많은 한국인 무용수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요즘 한국 발레의 위상을 비교하면 감회가 남다르다”며 소녀처럼 미소 지었다. 18년 전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직접 무대에 서는 것보다 단장으로서 세계적 발레단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싶다”고 했던 그는 바람대로 요즘 시간을 분, 초 단위로 쪼개 발레단에 헌신하고 있다. 지난달 민간발레단 연합인 ‘발레STP협동조합’ 일원으로 ‘발레갈라 더 마스터피스’ 공연을 마쳤고, ‘백조의 호수’ 프랑스 파리 초청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6월 말엔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폐막 공연이 있고, 7월에도 충무아트센터에서 레퍼토리 ‘지젤’ 공연을 한다. 문 단장은 “발레라는 나무가 아름답게 형성되고 뿌리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해외에 비해 아직 토양이 얕은 한국 발레를 위해 할 일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무대에 대한 욕심도 끝이 없었다. “‘백조의 호수’ 파리 공연을 앞두고 최고의 공연을 위해 낡은 의상을 전부 손보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며 아쉬운 기색도 드러냈다. 발레단 경영자로서의 끝없는 노력과 별개로 심정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다. 그가 운영하는 선화예중·예고와 발레단을 거친 뛰어난 인재들이 해외로 ‘스카우트’되는 날이면 마치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펑펑 울었다. “키워 놓으면 다 해외로 가버리는 것 같아 한때는 매일 울 정도로 우울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한 감독이 ‘단원이 훨훨 날아가도록 하는 게 우리의 소명’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좀 위안받는 느낌이었어요. 단원들이 결국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 발레에 큰 자양분이자 날개가 될 테니까요.” 문 단장은 인터뷰 말미에 미국의 한 낡은 교회에서 처음 발레 공연을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가 맡았던 역할은 ‘도토리 줍는 다람쥐’였다. “제 인생이 곧 발레라지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부모님 덕분에 발레를 만나 도토리를 줍듯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으니 행복한 사람이죠. 풍요로움을 준 발레에 늘 감사할 뿐입니다.”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현역 군인, 프로 성악가 못지않은 청춘들입니다.” 지난주 서울 강남구의 한 합창연습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60여 명 앞에 선 지휘자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71·사진)는 열정적인 몸짓으로 지휘봉을 휘둘렀다.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제4회 정기연주회를 여는 대한민국 군가합창단은 기업, 학계, 언론, 법조계 등 사회 각계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군가 합창모임이다.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으며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정승조 전 합참의장, 박남수 전 육사교장, 이용준 전 주이탈리아 대사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공연에는 특별히 ‘전선을 간다’ 등 한국의 군가 외에도 ‘평화의 미사’ ‘라이언 일병 구하기’ ‘늙은 군인의 노래’ ‘애국 군인의 노래’ 등 외국의 군가, 찬가 등 다채로운 곡을 선보인다. 학군단(ROTC) 10기 출신인 이 교수는 “2015년 식사 자리에서 ‘군가 부르는 모임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제의로 이 모임이 발족됐다”고 말했다. ROTC, 국방부, 육군포병학교 또는 일반 사병 출신으로서 군가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누구든 합창단원이 될 수 있다. 그는 “처음엔 합창을 어려워하던 회원들이 이제는 군부대 위문공연과 정기연주회까지 이어갈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했다. 합창단의 수준은 몇 년 사이 크게 높아졌다. 몇몇 단원은 주 1회 연습은 물론 인터넷 보강, 자습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는 “홍두승 단장과 김태영 전 장관의 솔선수범으로 매년 화음이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합창단은 이제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10월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공연에 나선다. 그는 “6·25전쟁이 잊혀가지만 참전국 각지에서는 아직 생존 노병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린다”며 “더 늦기 전에 고마운 친구나라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석 초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이달 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VR스퀘어’ 홍대점. 이곳을 찾은 기자는 누덕도사의 도술로 평정심을 훈련받는 애니메이션 ‘머털도사’ 속 머털이가 된 느낌이었다. 버려진 우주선 내부는 위험천만했고, 한 발 잘못 디디면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질 참이었다. 끊임없이 출몰하는 우주 괴물 앞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손에 들린 레이저 총뿐. 물론 이성은 평평하고 안전한 ‘VR(가상현실)’ 카페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감각은 끊임없이 자신이 전장(戰場)의 외로운 병사라고 인지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게임 속 구출 헬리콥터를 향해 평균대처럼 좁은 다리를 건너다 휘청…. 넘어질 뻔까지 했다. 이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얼마나 웃었을까. 이날 체험한 건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2017년 발매한 건 슈팅 게임 ‘모탈 블리츠 워킹 어트랙션’.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여러 테마파크에 공급돼 있다. ‘워킹 어트랙션’은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행동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이른다. 게임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손에 낀 장갑의 센서가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머리에 착용한 ‘HMD(Head Mounted Display)’가 이를 가상현실 속에 구현한다. 몰입도가 상당하다. 이날 회사 동료들과 단합 대회차 VR스퀘어를 찾은 권승완 씨(48)는 “옛날 오락실 게임과 달리 조마조마할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VR 카페는 2년여 전부터 서울 홍익대 인근과 강남역 중심으로 등장하기 시작해 각지로 확산됐다. 갈수록 VR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과거 인기를 모았던 콘텐츠가 VR 게임으로 재탄생하는 사례가 많다. VR가 젊은층뿐만 아니라 윗세대들까지 타깃을 확장하고 있단 뜻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VR 게임으로 꼽히는 ‘비트 세이버’ 역시 과거 ‘펌프’나 ‘DDR’와 같은 리듬 게임의 일종이다. 음악에 맞춰 광선검으로 날아오는 작은 큐브를 쪼개야 한다. 손님 오예린 씨(24)는 “몸을 써서 광선검을 휘두르는 점이 재미”라고 했다. 최근에는 레이싱게임 ‘마리오 카트’가 VR 게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모탈 블리츠’ 역시 오락실에 있던 1인칭 슈팅(FPS) 게임의 VR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방 탈출 카페’를 VR 버전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날 체험한 ‘VR 방 탈출’ ‘파라오의 저주’는 2인이 협력해 여러 단서를 활용함으로써 피라미드를 탈출하는 설정이었다. 기존 방 탈출 카페가 정해진 현실 공간에서 실제 물건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데 비해, VR 방 탈출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해 마치 영화 속 인디아나 존스가 된 듯한 느낌을 줬다. 전용 VR 장비와 고사양의 컴퓨터를 마련하면 집에서 할 수 있는 VR 게임도 있지만, 아직 워킹 어트랙션 같은 장르는 VR 카페, 테마파크에서나 체험할 수 있다. 과거 오락실과 비교하면 플레이에 넓은 공간이 필요하기에 게임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건 단점(VR스퀘어 홍대점의 경우 2인 4시간 자유이용권이 8만 원)이다. 이런 VR 카페의 인기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공저한 ‘게임의 이론’(문화과학사)에서 “미국에서 한때 인기를 얻은 게임 ‘세컨드 라이프’처럼 가상공간에서 잠시 허구의 삶을 체험하는 단계를 넘어, 앞으로는 가상현실이 실제 현실이 되는 삶을 가능케 하는 ‘서드(third) 라이프’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사이버 세계’와 우리를 잇는 고리는 대체로 화면과 손가락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VR는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알려준다. 기술 고도화로 전면적인 감각이 인간과 가상세계를 연결할 때 인류의 인지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 ‘바츠 해방 전쟁’(‘리니지2’ 게임 속에서 2004∼2008년 다수의 저레벨 플레이어가 연합해 서버를 장악한 거대 혈맹에 맞선 일)과 같은 사건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게임 연구자 이경혁 씨는 “VR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밝게만 전망되지는 않는다. 당장은 거추장스럽지 않은 무선 VR 기기의 보급과 최적화된 콘텐츠의 등장이 관건”이라면서도 “게임이 현실로 들어오고, 현실은 게임화하는 경향은 날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jjj@donga.com·김기윤 기자}
20대가 보수화됐다는 시각에는 ‘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의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이 투영된 담론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아시아비정부기구학전공(MAINS)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최성용 씨(30)는 계간지 ‘황해문화’의 여름호(제103호)에 실린 ‘20대 남성 담론을 질문하다’에서 정치권이 20대를 대하는 담론의 허와 실을 분석했다. 최씨는 “현 정부와 민주 진영이 20대 남성의 지지율을 회복하길 바라는 까닭은 20대, 특히 남성이 민주주의와 진보의 편이어야 한다는 소망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며 “이 막연한 소망이 마땅한 근거를 가졌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씨는 “86세대가 민주주의, 진보, 정의의 편에 있다는 나르시시즘적 자아상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많은 권력과 자본을 확보하게 됐고, 예전에 비판한 사회의 구조적 구습을 극복하지 못한 채 닮아버렸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86세대는 페미니즘에 대한 모순적 태도를 비롯해 학벌주의와 학력 차별, 권위주의, 비민주적 조직 운영 등에서 진보적이지 않은 면모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논란이 선명하게 보여준 것처럼 자녀 교육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에서 86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정의로운 대의를 말하는 86세대도 ‘헬조선’을 만든 공범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최씨는 “86세대는 정치적으로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를 기준으로 보수와 진보를 나누고, 자신들을 항상 진보에 위치시킨다”며 20대가 보수적이어서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그는 “20대 남성은 거창한 이념에 사로잡힌 86세대보다 오히려 솔직하다”면서 “86세대에게서 도덕주의라는 외양을 걷어낸 자리엔 속물주의로 무장한 20대 남성의 얼굴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현역군인, 프로 성악가 못지않은 청춘들입니다.” 지난 주 서울 강남구의 한 합창연습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 60여 명 앞에서 선 지휘자 이판준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71)는 열정적인 몸짓으로 지휘봉을 휘둘렀다. 프로 합창단에 비해 가창력은 다소 서툴렀다. 그러나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빨간 마후~라!”라고 부르는 군가 합창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15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4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대한민국 군가합창단’은 기업, 학계, 언론, 법조계 등 사회 각계에서 리더 역할을 했던 ‘베테랑’으로 구성된 군가 합창모임이다. 홍두승 서울대 명예교수가 단장을 맡고 있으며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 정승조 전 합참의장, 김요환 전 육군참모총장, 박병일 한국갤럽 전무, 이용준 전 이탈리아 대사, 선상신 불교방송 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올해 공연에는 특별히 ‘전선을 간다’ 등 한국의 군가 외에도 ‘평화의 미사’ ‘라이언 일병 구하기’ ‘늙은 군인의 노래’ ‘애국 군인의 노래’ 등 외국의 군가, 찬가 등 다채로운 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군장교 10기 출신인 이 교수는 “2015년 어느 날 식사 자리에서 ‘군가 부르는 모임 한번 해보자’라는 가벼운 제의로 이 모임이 발족됐다”고 말했다. 합창단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학군사관장교(ROTC), 국방부, 육군포병학교 또는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며 군가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 충분했다. 그는 “처음엔 합창을 어려워하던 회원들이 이제는 군부대 위문공연과 정기연주회까지 이어갈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했다. 합창단의 수준은 몇 년 사이 크게 발전했다. 이 교수는 “전문 음악인이 아닌 단원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일념을 갖고 노력했기에 합창단 수준이 높아졌다”며 “이제 들어줄 만한 정도는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몇몇 단원은 주1회 연습은 물론 인터넷 보강, 자습도 병행했다고 한다. 그는 “홍두승 단장과 김태영 전 국방장관의 솔선수범으로 매년 화음이 풍요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합창단은 이제 더 넓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10월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공연에 나선다. 그는 “6·25 전쟁이 잊혀가지만 참전국 각지에서는 아직 생존 노병과 참전용사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린다”며 “더 늦기 전에 고마운 친구나라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라사랑, 국민화합이라는 가치를 일깨우며 단원들은 끝없이, 뜨겁게 노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전석초대.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자판 스페이스 바 1500번 누르기는 기본, 한 공연을 수십 번 ‘강제 관람’해요. 공연 중 화장실을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너무 집중하느라 막이 내리는 순간 탈진해 버려요.” 해외 공연 팀이 내한하면 빠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꼭’ 필요한 인원이지만 절대 무대에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관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을 발한다.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무대 뒤 콘솔에서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는 이들. 바로 ‘자막 오퍼레이터’다. 일반 관객에게 이들의 직업은 낯설다. 흔히들 “자막은 자동으로 나오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실은 공연 자막은 영화와 달리 100% 사람이 현장에 띄우는 ‘수작업’이다. 라이브 공연은 언제나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계에서 자막 오퍼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미희(36) 여태민(30) 이호진(28) 부소정 씨(25)를 만났다. 그들의 작업은 공연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먼저 기본 원문과 번역 대본을 꼼꼼히 읽는다. 문장도 대략 파악해야 하지만, 전체 흐름도 숙지해야 한다. 미묘한 표현은 번역가와 논의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리 자막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영화처럼 긴 자막을 쓸 수 없어 두 줄 이내로 자른다. 그렇게 만든 슬라이드는 공연당 1300∼2000장에 이른다. 9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썸씽로튼’에 참여하는 여태민 씨는 “공연이 시작되면 귀로 영어를 듣고, 눈으로는 한글 자막에 집중하며 수천 장을 넘겨야 한다”며 “동시통역만큼은 아니라도 타이밍을 조율해야 해 느슨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투어를 따라다니며 수십 번 작품을 강제 관람하면 대사, 넘버를 다 외우는 수준이다.”(뮤지컬 ‘라이온 킹’의 이호진 씨) 자막 오퍼레이터에게 외국어 실력은 당연히 필수다. 뮤지컬 ‘플래시댄스’를 비롯해 2014년부터 대형 공연을 자주 맡은 김미희 씨는 “대사의 뉘앙스, 어감, 박자도 파악해야 수준 높은 오퍼레이팅이 가능하다”고 했다. 영어·프랑스어가 함께 사용된 연극 ‘887’의 부소정 씨는 “두 언어가 한글과 어순이 달라 대사에 맞게 슬라이드 순서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뭣보다 대사 타이밍을 맞추는 ‘순발력’을 주요 덕목으로 꼽았다. 이호진 씨는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타이밍에 자막이 적절하게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여태민 씨는 “배우가 입을 벌리거나 움직이는 시점 등 아주 작은 특징도 꼼꼼히 노트에 적어 놓는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상황은 벌어진다. 가끔 배우가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를 치거나 대사를 건너뛰기도 한다. 김미희 씨는 “재빨리 자막이 없는 ‘블랭크(검은색 슬라이드)’ 화면을 띄워 자막과 대사가 엇나가는 일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사랑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에 대한 애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는 배우의 동작을 흉내 내고 노래도 따라 하면서 어둠 속에서 홀로 공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배우인 것 같아요.”(김미희) “‘자막 덕분에 작품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후기에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부소정)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자판 스페이스 바 1500번 누르기는 기본, 한 공연을 수십 번 ‘강제 관람’해요. 공연 중 화장실을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물도 마시지 않습니다. 너무 집중하느라 막이 내리는 순간 탈진해버려요.” 해외 공연 팀이 내한하면 빠지지 않는 이들이 있다. ‘꼭’ 필요한 인원이지만 절대 무대에선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관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빛을 발한다. 배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이 무대 뒤 콘솔에서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는 이들. 바로 ‘자막 오퍼레이터’다. 일반 관객에게 이들의 직업은 낯설다. 흔히들 “자막은 자동으로 나오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실은 공연 자막은 영화와 달리 100% 사람이 현장에 띄우는 ‘수작업’이다. 라이브 공연은 언제나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계에서 자막 오퍼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미희(36) 이호진(32) 여태민(30) 부소정 씨(25)를 만났다. 그들의 작업은 공연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먼저 기본 원문과 번역 대본을 꼼꼼히 읽는다. 문장도 대략 파악해야 하지만, 전체 흐름도 숙지해야 한다. 미묘한 표현은 번역가와 논의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리 자막 슬라이드를 만드는데, 영화처럼 긴 자막을 쓸 수 없어 두 줄 이내로 자른다. 그렇게 만든 슬라이드는 공연 당 1300~2000장에 이른다. 9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썸씽로튼’에 참여하는 여태민 씨는 “공연이 시작되면 귀로 영어를 듣고, 눈으로는 한글 자막에 집중하며 수천 장을 넘겨야 한다”며 “동시통역만큼은 아니라도 타이밍을 조율해야 해 느슨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지방투어를 따라다니며 수십 번 작품을 강제 관람하면 대사, 넘버를 다 외우는 수준이다.”(뮤지컬 ‘라이온킹’의 이호진 씨) 자막 오퍼레이터에 외국어 실력은 당연히 필수다. 뮤지컬 ‘플래시댄스’를 비롯해 2014년부터 대형공연을 자주 맡은 김미희 씨는 “대사의 뉘앙스, 어감, 박자도 파악해야 수준 높은 오퍼레이팅이 가능하다”고 했다. 영어·프랑스어가 함께 사용된 연극 ‘887’의 부소정 씨는 “두 언어가 한글과 어순이 달라 대사에 맞게 슬라이드 순서를 잡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뭣보다 대사 타이밍을 맞추는 ‘순발력’을 주요 덕목으로 꼽았다. 이호진 씨는 “웃음을 유발해야 하는 타이밍에 자막이 적절하게 나가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여태민 씨는 “배우가 입을 벌리거나 움직이는 시점 등 아주 작은 특징도 꼼꼼히 노트에 적어 놓는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해도 예기치 못한 상황은 벌어진다. 가끔 배우가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를 치거나 대사를 건너뛰기도 한다. 김미희 씨는 “재빨리 자막이 없는 ‘블랭크(검은색 슬라이드)’ 화면을 띄워 자막과 대사가 엇나가는 일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사랑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연에 대한 애정이 넘치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는 배우의 동작을 흉내 내고 노래도 따라하면서 어둠 속에서 홀로 공연을 즐기는 또 다른 배우인 것 같아요.” (김미희) “‘자막 덕분에 작품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후기에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부소정)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