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기자

동아일보 경영전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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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4-10-24~2024-11-23
사회일반41%
보건27%
칼럼13%
복지10%
인사일반3%
미담3%
대통령3%
  • 국립재활원, 장애인 게임-그림 보조기기 상용화 추진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대형 미술작품을 그리거나,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보조기기가 시중에 출시된다. 31일 국립재활원은 노인·장애인 보조기기개발연구사업단이 개발한 ‘휠체어 부착 가능한 그림그리기 보조기기’와 ‘게임 접근성 콘트롤러’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제품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림 그리기 보조기기는 휠체어에 붓 등을 달아 바닥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 장치다. 게임 보조기기는 조이스틱을 장애인의 손 모양에 맞게 개조하고 버튼이 달린 판과 분리해, 뇌성마비 환자 등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국립재활원은 그간 개발한 보조기기의 설계도를 모두 공개해왔지만, 장애인들로부터 ‘설계도만 보고 직접 제작하기는 어려우니 시판해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접수됐다고 한다. 강윤규 국립재활원장은 “새 보조기기를 통해 장애인이 여가와 문화 생활을 할 때 겪는 어려움이 개선돼 평등한 삶을 누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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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급차 96%, 비좁아 CPR도 어려운 ‘소형’

    올해 4월 경기도의 한 종합운동장. 119구급대가 중증외상을 당한 40대 남성을 가까운 권역외상센터로 옮기기 위해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헬기가 도착하기 직전, 환자가 심정지에 빠졌다. 구급대는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기 전에 먼저 환자를 구급차 밖으로 빼내야 했다. 구급차 내부가 좁은 탓이었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하고, 기도를 확보하고, 출혈 부위를 누르는 등 여러 대원이 동시에 응급처치를 해야 했지만 12인승 승합차에 기반을 둔 국내 소형 구급차 안에서는 불가능했다. 구급대원들은 구급차 밖에서 초속 20m가 넘는 헬기의 하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위태하게 환자의 심장을 마사지해야 했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119구급차 1811대 가운데 1737대(95.9%)는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소형차다. 소형 구급차는 앞뒤 길이(전장)가 5.12∼5.25m로 짧다. 구급차 내 환자실에 들것을 싣고 나면 누워 있는 환자 머리 위로는 공간이 남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도를 확보할 때 구급대원이 비스듬히 앉은 채 환자의 목 안쪽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튜브를 삽관해야 한다. 환자 옆에 설치된 좌석도 구급대원 2명과 보호자 1명이 앉으면 꽉 차 구급용 가방을 올려둘 공간만 간신히 남는다. 119구급대는 평소 운전자 1명과 구급대원 2명 등 3인 1조로 활동한다. 심정지 등 중증환자가 발생하면 2개 팀(최소 5명)이 한 구급차에 함께 탄다. 운전자를 제외한 구급대원 4명이 정신없이 달리는 소형 구급차에 함께 타면 동선이 부딪쳐 부상 위험도 크다. 소방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5인승 승합차인 ‘쏠라티’를 활용한 중형 구급차를 현장에 도입했다. 중형 구급차는 전장이 6.19m로 소형 구급차보다 1m가량 길어 환자 머리맡에 구급대원이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중형 구급차는 전국에 74대(4.1%)뿐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14∼15인승 승합차를 주력으로 쓰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구급대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CPR과 기도 확보인데, 국내 소형 구급차는 이에 적합하지 않다”라며 “정부와 한국 자동차 회사가 손을 맞잡고 충분한 내부 공간과 기동성을 겸비한 구급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환자 머리맡 공간 없는 소형 구급차, 기도 확보 실패 위험 국내 구급차 96%가 ‘소형’환자 옆에서 기관 삽관 쉽지 않아구급대원도 좁은 실내에 부상 위험日선 도로 사정 맞춰 전용차 제작 20일 오후 2시경 경기 김포시 장기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70대 여성 A 씨가 문턱에 걸려 넘어져 일어서지 못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김포소방서 최경훈 반장이 이끄는 119구급대는 올 5월 소방서에 배치된 1대뿐인 중형 구급차(15인승)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A 씨는 오른 다리가 부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최 반장과 동료 대원들은 능숙하게 A 씨를 들것에 태워 차에 올린 뒤 다리에 부목을 대고 곧장 인근 병원으로 출발했다. A 씨의 머리맡에 앉은 나하늘 대원은 A 씨가 머리를 다쳤을 가능성을 감안해 동공을 확인하고 호흡을 관찰했다.● “환자 머리맡 공간, 기도 확보 성패 좌우”얼핏 간단해 보이는 현장 응급처치와 이송 장면이지만, 만약 A 씨를 태운 구급차가 중형이 아닌 소형(12인승)이었다면 일련의 과정은 사뭇 달랐을 가능성이 크다. 소형 구급차는 내부가 좁은 탓에 차량 밖에서 응급처치를 마친 뒤 환자를 태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환자 이송은 늦어진다. 소형 구급차는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없어 환자 상태를 관찰하기도 더 어렵다. 최 반장은 “10년간 소형 구급차만 타다가 중형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해 보니 확실히 응급처치를 할 때 여유가 있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74대(4.1%)뿐인 중형 구급차와 기존 소형 구급차의 가장 큰 차이점은 ‘환자 머리맡 공간’이다. 이 공간이 기도 확보의 속도와 안정성을 좌우한다.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는 환자의 기관지에 튜브를 정확히 끼우고 이를 유지하려면 환자 정수리 위에 앉아 목 안쪽을 봐야 한다. 전국 응급구조과와 간호학과에서 그렇게 가르친다. 그런데 국내 119구급차 가운데 95.9%(1737대)를 차지하는 소형 구급차에는 이런 공간이 없다. 대다수의 구급대원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달리 환자의 머리 옆에 앉은 채 비스듬히 튜브를 끼워야 한다. 1급 응급구조사인 윤상은 대원은 “기관삽관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장비가 도입되긴 했지만, 환자 머리맡에서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좁은 실내서 응급처치… 부상도 잦아소형 구급차의 좁고 낮은 환자실은 구급대원과 환자에게도 위험할 때가 많다. 올 1월 말 경기의 한 119구급대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12세 아이를 이송할 때가 그랬다. 뇌출혈일 가능성이 있어 속력을 높였는데, 아이가 멀미로 누운 채 구토를 하려 했다. 토사물이 기도를 막을 수 있는 상황. 구급대원이 아이를 세워 앉힌 뒤 엉거주춤 서서 봉투를 받쳐야 했다. 그러나 구급차가 퇴근길 정체된 도로를 지그재그로 빠르게 달리는 통에 구급대원이 차 내부에 부딪혔다. 구급대원들은 출동 중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기 일쑤다. 허리 디스크는 ‘직업병’일 정도로 흔하다. 심정지나 중증외상 등 중증 응급환자를 여러 구급대원이 동시에 응급처치를 할 땐 특히 동선이 복잡해 부상 위험이 높다. 지난해 전국 119구급대가 실어 나른 중증외상 환자는 1만3573명, 심정지 환자는 3만5073명, 기도가 막힌 환자는 36만2032명이었다. 소방청이 2021년 1월 29개 소방서에서 소형과 중형 구급차를 모두 타 본 구급대원들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중형의 응급 처치 공간이 좋다는 응답률이 81%로 소형(11%)에 비해 선호도가 7.4배로 높았다.● “내부 넓고 기동성도 갖춘 기종으로 바꿔야”상황이 이런데도 소형 구급차를 주력으로 운행하는 이유는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구급차 전용 차량을 만들지 않는다. 소방당국은 일반 승합차를 산 후 전문업체를 통해 개조한다. 2004년경까진 국내 119구급차도 ‘토픽’과 ‘이스타나’ ‘그레이스’ 등 15인승 승합차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승합차 주력 판매 모델을 12인승으로 바꾸면서 15인승 모델 대다수는 단종됐다. 이후 출시된 15인승 승합차는 전폭(차량 너비)이 2m 이상으로 넓어 골목길 운행이 어렵다. 구급대원 사이에서도 현행 중형 구급차가 응급처치에는 도움이 되지만 전폭이 넓어 꽉 막힌 도로에서 다른 차를 피해 달리기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과 도로 사정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구급차 전용 차량을 만들어 소방 당국에 공급하고 있다. 모두 14∼15인승으로, 환자 머리맡에 공간을 갖춘 구급차들이다. 미국은 구급차를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그중 가장 작은 종류도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있다. 이에 따라 내부 공간이 넓으면서도 기동성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차세대 국산 구급차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소방청(당시 소방방재청)은 224억 원을 들여 환자실이 넓고 첨단장비를 탑재한 벤츠 구급차 142대를 소방서에 배치했지만, 전폭이 넓어 골목길 운행이 어려웠고 수입차인 탓에 유지와 개량이 힘들어 폐기했다. 김포=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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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돌아다니는 한국 구급차는 세계적 망신”… 30년전 첫 ‘한국형 구급차’ 설계 인요한의 한탄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64)은 1993년 ‘한국형 구급차’를 직접 설계해 제작한 주인공이다. 그 공로로 인 센터장은 2005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고, 2012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됐다. 그는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벨 선교사(1868∼1925)의 외증손자이자, 독립유공자인 윌리엄 린턴 목사(1891∼1960)의 손자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한국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런 인 교수가 25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와 만나 “지금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119구급차는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성토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한국형 구급차를 만들었나. “1984년 4월 순천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제대로 된 구급차가 없었다. 아버지는 택시 뒷자리에 실려서 병원으로 가던 중 돌아가셨다. 한국에도 제대로 된 구급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구급차의 조건은 무엇인가. “구급대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 세 가지는 △기도 확보 △심폐 소생 △중추신경 보호다. 그러려면 구급대원들이 응급처치를 할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12인승이 아니라 15인승이 필요한 이유다. 당시 아버지 지인들이 미국에서 모아준 4만 달러에 내 돈을 보태 총 1억 원을 들여 기아차(당시 아시아) 15인승 승합차 ‘토픽’을 개조한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걸 1993년 3월 순천소방서에 기증한 거다. 그 후로 개량을 거듭해서 1997년에 최종 모델이 나왔다.” ―현재 사용 중인 국내 구급차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12인승 승합차 기반이라서 환자 머리맡에 공간이 없다.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에 적합하지 않다. 모든 선진국을 통틀어 이런 구급차를 주력으로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찾기 어렵다. 해외 동료 의료인이 보면 놀란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정부와 국내 자동차 회사가 합심해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걸맞은 구급차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일부 도입된 15인승 중형 구급차도 문제가 많다. 옆으로 뚱뚱해서 골목길 들어가기가 힘들다. 양옆으로 날씬하면서 앞뒤로 길어서 환자 머리맡을 포함해 응급처치 공간이 넉넉한 차로 119구급차를 확 바꿔야 한다.” ―구급차 말고 바꿔야 할 응급의료 문제가 있나. “구급대원이 환자를 살리는 걸 가로막는 ‘업무 범위’ 제약도 확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 구급대원은 법적 제한 때문에 심근경색 환자 심전도를 못 잰다. 응급분만 산모 탯줄도 못 자른다. 나는 한국에 응급구조사 자격이 없었던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 베테랑 구급대원을 사비로 초빙해 와서 국내 구급대원들을 교육했다. 미국의 응급의료가 강한 건 구급대원이 못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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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접종, 겨울에 안했다면 10월경 새 백신 권장

    회사원 성모 씨(38)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두 번째로 확진됐다. 지난해 초 첫 확진 때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사나흘간 몸살에 시달렸다. 여전히 일반 감기보다는 독한 코로나19의 위력을 실감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4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과 방역 당국의 조언을 토대로 최근 확진자 급증을 둘러싼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재유행으로 봐야 하나. “맞다. 하루 확진자가 4만 명이 넘어 발생 규모가 올 1월 유행 때와 비슷하고, 확산 속도는 그보다 빠르다. 격리 의무 해제로 ‘숨은 감염자’가 많아진 걸 감안하면 실제론 하루 8만∼10만 명 규모의 유행으로 본다.” ―겨울 접종을 건너뛰었다. 이제라도 백신을 맞는 게 좋을까. “3차 이상 접종받았다면 지금 추가로 접종받는 건 권하지 않는다. 현재 유행하는 건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계통 ‘XBB’인데, 국내에 도입된 2가 백신은 ‘BA.5’ 등 다른 변이의 세부 계통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예방 효과가 약하다. 10월경 ‘XBB’를 겨냥한 새 백신이 나오면 그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함께 접종받는 게 낫다. 오히려 지금 옛 백신을 맞으면 최소 접종 간격(3개월)에 걸려서 새 백신 접종이 늦어진다.” ―그럼 어떻게 예방하나. “30초 이상 손 씻기, 팔꿈치 안쪽에 기침하기 등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최선이다. 특히 고령자와 기저질환자는 대중교통에 타거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갈 때 마스크를 쓰는 걸 강력히 권고한다. 코로나19나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에 걸렸다면 격리 의무와 무관하게 외출을 삼가야 한다.” ―집에 오래된 자가검사키트가 남아있는데, 최근 유행 변이도 잡아낼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된 키트는 전부 오미크론 변이를 대상으로 성능이 입증됐다. 최근 유행하는 ‘XBB’도 오미크론 변이의 일종이므로 기존 키트로 잡아낼 수 있다. 다만 유효기한이 지난 키트는 신뢰할 수 없다.” ―걸렸을 땐 어떻게 하나. “만 60세 이상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병의원에서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아 복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해열제와 감기약으로 증상을 다스리면 대부분 곧 낫는다. 코로나19 확진자는 비대면 초진 허용 대상이라서 전화로 상담과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 높은 변이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돌던데…. “가짜뉴스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진 치명률은 0.03%로 델타 변이 유행기인 2021년 11월(1.72%)이나 오미크론 유행기인 지난해 1월(0.83%)보다 낮다. 실제로 중환자 병상에도 여유가 있다.” ―코로나19 검사가 유료화된다는데…. “방역 당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의료 대응 여력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다음 달 중순 ‘2단계 일상 회복 조치’를 계획대로 시행한다. 이에 따라 선별진료소 587곳이 문을 닫는다. 증상이 있으면 병의원에서 유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고위험군은 현재 검사가 무료지만 앞으론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1만∼3만 원을 내야 한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약 5만 원인 검사비를 전부 본인이 부담한다.” ―치료비도 부담해야 하나. “앞으론 다른 질병과 똑같이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입원 치료도 마찬가지다. 고액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에게만 한시적으로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한다. 먹는 치료제와 백신은 무료로 유지한다. 치료제는 내년 상반기(1∼6월) 정도에 유료가 된다.” ―코로나19가 아무리 약해졌다지만 노인이 걸리면 위험하지 않나. “맞다. 만 80세 이상의 코로나19 확진 치명률은 1.82%로 전체 연령대보다 60배 높다. 다른 질환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게도 코로나19는 위협적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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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과목 전문의 57%가 50세 이상… 갈수록 고령화

    외과 전문의 등 필수의료를 주로 담당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령대가 최근 10년 새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60세 이상 필수과목 의사 수가 39세 이하 의사 수보다 1.7배 많아졌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외과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주요 필수과목 전문의 1만9939명 가운데 1만1311명(56.7%)은 50세 이상이었다. 2013년엔 필수과목 전문의 1만7045명 중 50세 이상이 7096명(41.6%)이었는데, 10년 새 그 비율이 15.1%포인트 높아진 것. 2013년에 39세 이하 젊은 필수과목 전문의가 3988명으로 60세 이상(2646명)보다 많았다. 하지만 2017년부터 60세 이상 의사 수가 39세 이하 의사 수를 앞지르더니 지난해 말엔 각각 5277명과 3024명으로 그 차이(약 1.7배)가 벌어졌다. 이는 의대 졸업생들이 필수과목 전공을 꺼리면서 젊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계에선 외과 의사 등이 활발히 수술할 수 있는 나이를 50대 중반으로 본다. 이미 50대로 고령화한 전문의들마저 메스를 놓기 시작하면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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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 내 정신건강 문제로 상처받은 아이들… 꿈 실현 도와요”

    “제 꿈을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초 국내 한 대학 심리학과에 진학한 강지연(가명·19) 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꿈꿔왔던 ‘청소년 상담사’라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간 것. 그는 어려운 가정 환경 속에서 상담사라는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월드비전의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 덕분이라고 했다. 강 씨가 상담사의 꿈을 품게 된 건 가정 환경의 영향이 컸다. 알코올의존증인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폭력까지 행사했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언니와 오빠가 성인이 된 후 타지로 떠나면서 강 씨가 기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루하루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도 막연하게 ‘나처럼 가정에서 평안을 찾지 못하고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런 강 씨의 생각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강 씨의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초 정신재활시설 ‘비타민’의 홍선화 시설장을 만나고부터였다. 홍 시설장은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가 월드비전과 함께 정신건강 문제를 지닌 보호자의 아이들에게 진로 탐색을 후원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에 따르면 정신건강 취약 가정의 자녀는 언어적,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다가 불안과 우울까지 겪는 일이 흔하다. 하지만 공적 지원은 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는다. 복지 사각지대인 셈이다. 홍 시설장의 추천을 통해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게 된 강 씨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됐다. 값이 비싸 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전문 서적을 구해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을 땄고, 입시에 매진한 끝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 무엇보다 강 씨의 처지에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돕고 싶어 한다는 사실 자체가 살아갈 용기가 됐다. 강 씨는 “막연했던 장래 희망이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덕에 큰 도움이 됐다”며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일하며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고, 더 나아가 나만의 상담 기법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이 4억 원을 들여 ‘정신건강 문제 취약가정 자녀 꿈 지원 사업’을 시작한 건 2021년 12월. 그간 강 씨를 포함해 162명의 아동이 후원금을 통해 진로 관련 활동에 도움을 받았다. 문제집을 살 돈도 없었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은 후원 덕에 독서실에 등록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폭력 가정에서 자라 덩달아 거친 성정을 보였던 다른 한 아동은 상담과 후원 덕에 행동을 개선할 수 있었다. 월드비전은 한편으로는 관계가 악화된 부모와 자녀 사이를 증진하는 프로그램도 아동청소년정신건강지원시설 ‘아이존’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정신건강 문제를 지닌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어려움을 드러내지 못하고, 여러 지원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그 수는 적지만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들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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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하루 4만명 확진… 휴가철 독감까지 확산세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8월 중순으로 계획한 방역 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지만 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만큼은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1주일(18∼24일) 일평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8일부터 엿새 연속으로 4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하루 확진자가 4만 명을 넘은 건 올해 1월 17일(4만169명) 이후 6개월 만이다. 무엇보다 확진자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직전 한 주(11∼17일) 일평균 2만7955명이었던 신규 확진자가 38.9%나 증가했다.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6월 셋째 주(18∼24일) 이후 4주 연속 ‘1’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1 이상이면 당분간 유행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 같은 확산세는 지난달 1일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해제되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바깥 활동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겨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 참가자의 면역 효과도 줄어들 시점이 됐다. 확진자 집계를 중단한 해외에서도 표본 감시를 통해 재유행이 확인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 “응급실 방문 환자와 하수 검사를 종합한 결과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코로나19 증가세가 전국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공공보건국도 이달 8∼14일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전주 대비 22.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선 병원에선 환자가 입원 중 확진돼 격리 병상으로 옮기거나, 의료진 확진으로 일손이 부족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꺼리는 ‘숨은 환자’까지 고려하면 실제 유행 규모는 공식 집계의 최소 2배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휴가철 활동 증가는 인플루엔자(독감) 등 다른 감염병 유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 표본 감시 병원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이달 둘째 주(9∼15일) 기준 16.9명으로 3주 연속 증가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중환자 병상 등 의료 대응에 여유가 있다고 보고 ‘2단계 일상 회복 조치’를 8월 중순경 시행할 방침이다. 2단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대다수 나라처럼 코로나19 감시가 표본 감시로 바뀌고 병원이나 요양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최근 코로나19와 독감의 확산세를 감안해 고위험 환자가 밀집한 시설 내 마스크 착용 의무만큼은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저질환을 지닌 고령층에선 위협적인 질병이다”라며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의료기관의 권고에만 맡기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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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서울병원, 국내 병원 두 번째로 ESG 보고서 발간

    삼성서울병원은 21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 ESG 보고서를 낸 것은 올 2월 고려대의료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보고서에는 삼성서울병원이 2021년 ESG 위원회를 발족해 △친환경 병원 △안전한 병원 △공정한 병원을 목표로 추진해온 결과가 담겼다. 대표적으로는 진료 과정에서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문서를 디지털로 전환한 결과 종이 사용량을 80% 줄였고, 환자와 직원에게 모두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간호사 유연근무제와 비대면 회진을 도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앞으로 매년 ESG 보고서를 공개할 방침이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병원은 본질적으로 ESG 경영과 매우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면서 “대한민국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으로서 ESG를 적극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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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숙인에 외투 벗어주던 70대, 마지막엔 장기기증

    노숙인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평소 나눔을 실천해온 70대가 마지막 길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홍남선 씨(75·사진)가 8일 간과 인체조직을 뇌사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유가족에 따르면 홍 씨는 전남 담양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외면하지 못하고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는 따뜻한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월급날엔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밥과 옷을 사주는 게 일상이었다. 추위가 매서웠던 어느 하루는 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숙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노숙인의 옷을 대신 입고 집에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6일 자택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홍 씨의 가족은 갑작스러운 비극에 큰 슬픔에 빠졌지만, ‘누군가 살릴 수 있다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밝혀온 고인의 평소 뜻을 존중해 뇌사 기증에 동의했다. 그는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1명에게 간을, 100여 명에게 인체조직을 기증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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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 아이’ 2123명 중 814명 생사-학대 여부 수사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확인되지 않는 ‘유령 아이’ 2123명 중 814명(38.3%)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범죄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어 경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5명은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친모처럼 보호자가 초기 조사에서 출생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조사를 거부한 사례로 학대당한 영유아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18일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 출생했지만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고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되지 않은 212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최소 24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7명이 범죄에 연관됐다고 보고 보호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사망 아동 중 20명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었고, 222명은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가 있어 수사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사에서 생존이 확인된 건 1025명으로 전체의 48.3%에 불과했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1095명이다. 이 중 814명을 수사 중인 경찰은 추가 사망 아동이 여러 명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호자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라며 부인한 경우(72명), 연락이 두절되거나 방문조사를 거부한 사례(232명), 사망 관련 서류를 내지 못하거나 아동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101명) 등 405명에 대해 학대나 유기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전북경찰청은 2017년 전북 전주에서 출산한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30대 친모 A 씨를 학대치사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태어난 지 13일 만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A 씨의 아들은 814명 중 1명이다. 사망한 ‘유령 아이’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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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령 아이’ 405명 범죄피해 우려… 보호자, 출생 부인-조사 거부

    정부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확인되지 않은 ‘유령 아이’ 2123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이가 1025명(48.3%)으로, 2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확인된 사망 아동만 249명(11.7%)에 이르는 가운데 아직 생사나 학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814명(38.2%)의 추가 피해 우려가 나온다.● 조사 회피-출생 부인 405명 ‘학대 의심’보건복지부는 지난 8년간 예방접종 시스템상 출생 직후 부여된 임시 신생아 번호가 주민등록번호로 전환되지 않은 아동에 대해 지난달 28일부터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을 통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자체 담당자가 방문 조사에서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사망이 확인된 249명 중 7명은 살해나 유기 등 범죄 피해가 의심돼 경찰이 보호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사망 아동 중 20명은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없었고, 222명은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가 있어 수사에서 제외했다. 대다수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병원에서 질병 등으로 숨져 미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경우였다고 한다. 문제는 지자체 조사에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095명이다. 이 중 601명은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됐다. 89명도 출생신고 전에 다른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72명은 보호자가 “아이를 낳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또 101명은 아동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거나 사망 관련 서류를 내지 않았다. 232명은 방문 조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됐다. 정부는 이를 합친 405명이 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자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경기 수원시 자택 냉장고에 보관하다가 지난달 구속된 A 씨도 현장 조사를 거부했고, 초기 조사에선 ‘개인정보가 도용된 것 같다’는 취지로 출산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1095명 가운데 27명의 사망과 254명의 생존을 확인한 상태다. 나머지 814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아동 가운데 사망자가 몇 명 더 있다”며 “오래된 사건의 경우 관련 기록을 찾기 어려워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전북경찰청은 2017년 전북 전주에서 출산한 아들이 사망하자 충남 지역 바다에 시신을 버린 30대 친모 B 씨를 학대치사 및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814명 중에는 B 씨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생존 아동 상당수는 입양 및 시설 거주이번 조사에서 생존이 확인됐더라도 상당수 아이들은 친부모를 떠난 양육 환경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지자체가 생존을 확인한 771명 중 친부모 등 원 가정 내에서 자라는 경우는 378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입양되거나 시설에 입소되는 등 보호자가 친부모와 달랐다. ‘유령 아이’를 출산할 당시 양육이 어려운 10대였던 보호자는 230명으로 전체의 10.8%였다. 조사 과정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아동은 45명이었다. 혼외자이거나 부모 중 한 명이 불법체류자(미등록 외국인)라는 이유 등으로 출생신고가 늦어진 사례도 46명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생존 아동 가운데 아동 학대가 의심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인계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개선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출생신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번 전수조사에서 제외된 외국인 아동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임시 신생아 번호 활용을 허가하는 대로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매년 7월 ‘유령 아이’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복지부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로 보육료나 아동수당을 받는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주기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다. 또, 산부인과 등 병의원이 아이의 출생을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의 경우 내년 7월 정식 시행 이전에라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위기 임신부가 일정 상담을 거친 후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호출산제도 추진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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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노조 파업 끝났지만… 부산대병원은 독자 파업 이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총파업을 종료한 뒤로도 부산대병원 등 일부 병원 노조가 개별 파업을 이어가며 환자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다. 16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부산대병원과 고려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등 일부 병원의 노조 지부는 이날도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나흘째 파업을 벌였다. 보건의료노조가 14일 오후 5시를 기해 산별 총파업을 끝내며 대다수 병원 노사가 현장 교섭을 타결해 진료를 정상화하고 있지만, 일부는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해 주말까지 파업이 이어진 것이다. 그중 가장 파업 참가 규모가 크면서 노사 입장 차가 극명한 곳은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이다. 두 병원 노조 파업엔 조합원의 약 80%인 25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어, 10% 안팎인 다른 병원보다 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임금 10.7% 인상 등 올해 임·단협 교섭 사항 외에도 ‘파견 계약직 500여 명 직접 고용’ 등 핵심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한다는 입장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도 17일 부산대병원으로 집결해 투쟁을 지원할 방침이다. 부산대병원 측은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이번 주초에 수술이나 외래진료를 예약했던 환자들에게 취소나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걸고 있어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은 지난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을 앞두고 환자 700여 명을 퇴원시켰고, 중증·산모·유아 등 퇴원이나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이 어려운 100여 명만 입원 치료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하루 평균 4000건 안팎이던 외래진료를 1500여 건으로 축소했다. 병상 1280개 가운데 100여 개만 가동하면서 하루 평균 80여 건이었던 수술도 10여 건으로 줄인 상태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 2023-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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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혈증 위험 환자, 파업에 병상 없어 내보내”

    13일 오전 7시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이틀간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의료 현장에서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이 병원 문턱에서 발길을 돌리고, 병원과 병원 사이에 숨 가쁘게 환자가 이송되는 등 혼란이 현실화됐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고, 대통령실은 “정치 투쟁에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는 간에 농양(고름)이 찬 28세 남성이 실려 왔다.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의 배에 관을 꽂아 농양을 빼는 긴급 시술을 했지만 상태가 악화하면 패혈증으로 번질 위험도 있었다.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가동 가능한 병상이 없었다. 결국 이 환자는 배에 꽂은 관을 그대로 단 채 인근 중소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 관계자는 “옮겨진 병원에선 농양 배출 시술을 못 하기 때문에 다시 농양이 차오르면 우리 병원으로 재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한 건 2004년 ‘의료 민영화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이날 전국 145개 의료기관 소속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력 4만5000여 명(노조 측 추산)이 파업에 참여했다. 응급실 인력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파업 참여가 제한된다. 하지만 일반 병상 근무 의료진이 파업에 참여하면 응급실까지 ‘도미노 여파’가 미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생긴 병원은 최소 15곳으로 늘었다. 이 중 11곳은 중증 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혹은 권역외상센터였다. 같은 날 오전 당정은 국회에서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총파업 대책을 논의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노조가 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불법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가동해온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을 이날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하고, 지방자치단체별 대책본부를 구성해 진료 차질에 대응하기로 했다.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오후에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거리 집회도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참가했다. 14일에도 서울 세종 부산 광주 등 4개 지역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노조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로 인력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시행, 임금 10.73%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산소마스크 쓴 채 응급환자 ‘표류’… “소아환자도 받아줄 곳 없어” 파업에 응급의료 마비 위기119구급차, 병원앞 줄지어 기다려전광판엔 ‘응급실 대기환자 25명’“보호자 대기실까지 환자 들어차” 13일 오전 부산 서구 동아대병원 응급실 앞. 119구급차와 사설 구급차 여러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줄지어 서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다급하게 뛰어다니며 환자를 들것에 실어 옮겼다. 코에 산소마스크를 쓴 한 중년 환자는 병원에 도착했으나 응급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시 119구급차에 실려 떠났다. 응급실 병상 39개가 포화상태라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응급실, 응급의료 마비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소속 의료인력 4만5000여 명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지방 병원 응급실부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대체 병원을 찾기 어려운 지역 거점병원들이 제 기능을 멈추자 인근 병원들까지도 응급의료가 마비됐다. 파업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의료 인력들이 참여했다. 동아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의 파업 대상이 아니지만, 인근 부산대병원이 파업하면서 받지 못하게 된 응급환자들을 떠안게 됐다. 이날 동아대병원 응급실은 보호자 대기실까지 환자들이 들어찼다. 몇몇 환자는 복대를 찬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고, 병상이 없어 의자에 드러누운 환자도 있었다. 폐부종을 앓는 80대 아버지를 모시고 이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50대 여성 김모 씨는 “환자들이 보호자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병원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고신대복음병원 응급실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병상 24개가 다 찼고, 환자 3명이 추가로 대기 중이었다.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도 병상 23개 중 22개를 사용 중이었다. 부산 지역 응급 의료진들은 특히 소아 응급환자 진료 차질을 크게 우려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도 부산에선 소아 응급환자를 받아줄 병원이 없어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으로 보내는 일이 잦은데, 이번엔 양산부산대병원 응급실마저 파업으로 사실상 운영이 중단돼 걱정된다”고 했다.● 포화, 또 포화… 35km 밖 병원까지 여파파업의 ‘풍선 효과’는 전국에서 나타났다. 서울에선 12일 오후 70대 노인이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119에 신고했지만 파업 중인 국립중앙의료원과 한양대병원 응급실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1시간 10분 만에 영등포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13일 오전 7시경엔 자전거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60대 환자가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재이송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입원하지 못했고 또다시 다른 병원으로 옮겨졌다. 응급수술 가능 병원이 적은 비수도권에서는 파업의 여파가 더 극명했다. 이날 오후 대전 서구 건양대병원은 “응급실 소아 구역과 소생실을 제외한 모든 병상이 가득 찼다”고 공지했다. 중구 충남대병원이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응급입원 병동을 축소 운영하자 건양대병원으로 환자가 몰린 것. 충남대병원은 이날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에게 ‘입원 진료가 불가능할 수 있다’고 안내한 뒤 동의한 경우에만 들여보냈다. 충남대병원 관계자는 “우리 응급실엔 하루 평균 120∼130명의 환자가 오는데, 오늘은 절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광주와 전남은 권역 내 중증 응급환자를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 4곳 가운데 목포한국병원을 제외한 3곳이 전부 파업으로 진료 차질을 겪었다.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은 인근 병원들에 ‘환자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시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전남 순천시 성가롤로병원 응급실은 경증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돌려보냈다. 전북도 상황이 비슷했다. 전주시 전북대병원이 파업 여파로 12일 ‘산부인과 응급 입원 및 수술 불가’를 통보한 데 이어 13일엔 응급 투석 환자도 받지 못한다고 고지하자 약 35km 떨어진 익산시 원광대병원까지 여파가 미쳤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앙응급의료센터 병상 상황판에는 원광대병원 응급실 병상 31개가 가득 찼고 대기 환자가 25명이나 더 밀려 있다고 표시됐다. 비수도권의 한 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평소에도 지방 응급수술은 의료진 부족 탓에 위태로운데 이번 파업으로 한계가 드러났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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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중앙의료원 “119 이송 자제를”… 파업에 응급진료도 차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응급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지방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에서도 진료 차질이 생기며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 결과 서울에서 유일한 외상센터를 운영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10일 119종합상황실과 다른 병원들에 ‘환자 이송 및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경희대병원도 12일 같은 조치를 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파업으로 입원 병동이 사실상 폐쇄되고 응급실 병상이 가득 차 새 환자를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가운데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병원은 “파업으로 인해 심정지와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환자 외에는 수용이 불가하다”라고 소방 당국에 알렸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도 산부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을 중단했다. 부산대병원은 중증외상 환자를 최종 책임지는 권역외상센터마저 진료 차질을 빚으며, 11일 갈비뼈가 부러진 60대 여성 환자가 390km 떨어진 경기 지역을 포함한 전국 병원에 병상을 수소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노조 측은 13, 14일 이틀간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일부 병원에선 진료 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파업에 중증환자 병상찾아 전국 수소문… 암수술뒤 떠밀려 퇴원 의료파업 응급진료도 차질입원실 폐쇄 “파업 끝나면 오시라”병상 회전 안돼 응급실 연쇄 포화환자들 “갑자기 나가라니 걱정”1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앞. 평소와 달리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소방 당국에 ‘응급 이송 자제’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전체 입원 병상의 80%를 폐쇄하느라 이날 수술 후 회복이 덜 된 환자를 퇴원시키며 ‘파업이 끝나면 다시 입원해달라’고 안내했다.●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 포화” 응급실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파업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파업 여파가 응급실에 미친 이유는 ‘병상 회전’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기고, 회복되면 일반 입원 병실로 옮긴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간호사 등 의료진이 대거 참여하면서 일반 입원 병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그대로 환자들이 머물면서 새 응급환자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파업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13일 오전 7시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한양대병원이 그렇다. 12일 오후 6시 기준 이 병원 응급 중환자실은 병상 20개가 모두 차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실 환자 중 7명은 일반 입원 병실로 옮겨도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라며 “곧 새 환자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평소 응급입원이 어려운 지방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산 동아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대상이 아니지만 12일 오후 2시경 ‘모든 응급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했다. 평소 부산 내 중증 응급 환자를 나눠서 진료하던 부산대병원 응급실의 기능이 파업을 앞두고 사실상 마비되면서 동아대병원에 환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국립대병원들의 파업 여파가 지역 다른 병원들의 응급의료 마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강제 ‘조기 퇴원’에 환자 혼란 갑자기 서둘러 퇴원해야 하는 입원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후 부산대병원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김시현 씨(45)는 “어머니가 심한 잇몸 염증으로 4주간 입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1주일 만에 퇴원하게 됐다”라고 하소연했다. 한 환자는 암 수술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나지 않아 진통 주사를 맞고 있지만, 파업 영향으로 퇴원이 결정됐다. 입원 병동은 불이 꺼진 채 텅 빈 반면에 병원 앞은 퇴원 환자를 태워 가려는 사설 구급차들로 붐볐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이 비슷했다. 원인 불명의 장출혈로 경남 양산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인근 중소 병원으로 갑자기 옮기게 된 A 씨(64)는 “주치의가 발병 원인을 집중적으로 추적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낯선 병원으로 옮기게 돼 걱정된다”고 했다. 이 병원은 입원 환자 900여 명 가운데 심장이식 대기 환자 등 중증 환자 100여 명을 뺀 나머지를 전부 퇴원시켰다. 전북 전주시 전북대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진이 기존 3교대에서 2교대로 업무 강도를 높였지만 응급을 제외한 수술은 환자와 상의해 일정을 미루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 인력을 확충해 간호사 1명이 돌봐야 하는 평균 환자 수를 현행 16명에서 5명으로 줄여달라고 보건복지부와 각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가 2021년 ‘9·2 노정합의’와 올 4월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통해 이런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없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복지부는 파업 참가자들의 현장 복귀를 요청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파업 대상인 18개 상급종합병원 원장들과의 긴급상황점검회의에서 “정부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며 “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양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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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 파업에, 국립암센터 암수술 100여건 취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을 이틀 앞둔 11일 국립암센터에서 100건이 넘는 암 수술이 취소됐다. 부산대병원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수술 직후 회복도 하기 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날 국립암센터는 13, 14일 실시하기로 했던 암 환자 수술 100여 건을 취소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 보건의료 인력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입원실 운영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양성자 치료기 등 첨단 의료기기를 보유하고 있어 말기 암 환자가 몰리지만, 항암 치료 등 외래진료 일정도 2000건 넘게 취소됐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있다. 이 병원은 총 1136개 병상을 두고 있지만 13일부턴 일반 병동 2개와 중환자 병동 등 약 200개 병상을 제외한 나머지를 전부 비워야 한다.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개흉 수술을 받은 60대 남성도 통상 일주일은 입원하며 안정해야 하지만 파업 탓에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담당 부서의 업무가 마비돼 의료진 개인 인맥을 동원해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조합원 6만4000여 명 가운데 4만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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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압산소치료기 20년째 살 돈 없어… 응급 화상환자 못 받는 국립대병원

    4월 지방의 A국립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40대 남성이 공장에서 일하다 폭발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다. 환자의 몸에 고압 산소를 주입하지 않으면 뇌와 폐의 기능을 영영 잃을 수도 있는 응급 상황. 하지만 A국립대병원에는 이런 치료가 가능한 고압산소치료기가 없었다. 2000년대 초반에 1대 남아 있던 낡은 장비를 폐기한 뒤 새 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권역 내에서 대형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다른 병원으로 환자들을 돌려보낸다. A국립대병원에는 권역 내에서 생긴 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있다. 하지만 정작 환자를 돌볼 기본 장비조차 없는 것이다. 40대 남성이 실려온 이날은 하필 장비가 있는 다른 병원을 수소문하는 데도 실패했다. 결국 이 환자는 폐가 망가져 제 기능을 못 하게 됐다. A국립대병원이 새 장비 구입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이다 보니 시설이나 장비를 교체, 구입할 때 국고 지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정부가 제한된 예산을 기존 사업에 먼저 투입하면서 삭감되기 일쑤였다. 지역사회 기업이나 대학 동문에게 손을 벌리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국립대병원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 모집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제3자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기부하지 않는 이상 병원이 먼저 기부금 모금 행사를 열거나 홍보를 하는 것도 모두 금지된다. A국립대병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누적 적자가 264억 원이었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국립대병원은 ‘돈 안 되는’ 공공의료를 수행하느라 의료 수지가 만성 적자다. 민간 병원과 달리 기부금 모집마저 막혀 있어 낡은 장비와 시설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환자들”이라고 지적했다.18년된 심혈관 조영기 툭하면 꺼지고… 27년된 신생아 치료기 사용 의료진 “심혈관 시술중 꺼질까 불안”뇌혈관 MRI 찍으려면 한달 대기의료장비 대여업체서 빌려쓰기도“열악한 환경에 의사도 환자도 떠나” B국립대병원의 심혈관 조영기 중 1대는 2005년 7월에 도입돼 18년째 사용 중이다. 심혈관 조영기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환자의 막힌 심장 혈관을 뚫을 때 필요한 의료기기다. 보통 10년 정도 쓰고 교체해야 한다. 이 병원 의료진들은 낡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서 오작동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오진으로 이어질까 봐 불안해한다. 기자가 지난달 28일 B국립대병원을 찾은 날에도 이 기기는 시술 도중 작동이 멈춰버렸다.● 낡은 장비들, 수술-시술 도중 ‘먹통’ B국립대병원은 총 3대의 조영기를 보유하고 있다. 노후된 조영기는 되도록 안 쓰는 게 좋지만 환자가 밀리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 병원 관계자는 “심장을 다루는 시술이라 노후 의료기기를 사용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대처가 어려울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예산 확보 과정에서 준정부기관 수준의 각종 규제를 받기 때문에 노후 의료기기 및 시설 교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 사용 연한이 한참 넘은 의료기기를 그대로 쓰는 이유다. 대당 10억 원을 넘는 기기를 정부 보조나 기부금 모집 없이 국립대병원 재원으로만 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B국립대병원은 권역에서 유일하게 신생아중환자실도 운영하고 있다. 병상 25개는 항상 몰려드는 신생아 환자들로 가득 차 있다. 권역 내 미숙아 진료나 조산도 이 병원이 전담한다. 하지만 신생아 환자 역시 노후 의료기기로 돌보는 상황이다. ‘신생아집중치료시스템(ICS)’이 대표적인 예다. 인공호흡, 보온, 산소치료가 결합된 진료대로 신생아 환자의 호흡을 돕고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B국립대병원에 설치된 ICS 8대 중 3대는 1996∼1998년 도입됐다. 27년 된 기기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낡은 기기는 체중계 기능이 없고 인공호흡 기능도 신제품에 비해 떨어진다. 고장이라도 나면 빠른 시간 내 수리가 불가능하다.● 비 오면 줄줄 새는 병원… 환자도, 의사도 떠나 B국립대병원 건물에는 외벽 타일이 깨지거나 병실 벽에 균열이 가 있는 곳이 수두룩했다. 고층 타일이 떨어지면 보행자가 다칠 우려도 있었다. 환자가 입원하는 본관 55병상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벽에 금이 가 있어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이 들이친다고 한다. 병원 측은 “의료기기도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에 건물 외벽이나 타일 보수는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도 부족해 뇌혈관 사진을 찍으려면 1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차라리 서울에 가서 찍고 오는 게 빠르지 않겠냐”며 하소연했다. 다른 국립대병원 사정도 비슷하다. C국립대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최근 3년 동안 인공호흡기와 침대를 제외한 새 장비가 도입된 적이 없다. 심정지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환자는 이후 3일가량 저체온요법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장비가 없어 외부 대여 업체에서 빌려 쓰고 있다. 이 병원 소아중환자실에는 뇌압 감지 장치도 없다. 혈액투석기도 턱없이 모자라 수시로 성인 병동에서 빌려온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다른 병원들은 로봇 수술 기기처럼 새로운 의료 기술을 도입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해, 국립대병원은 처지가 열악하다”며 “좌절감을 느끼고 병원을 떠나는 의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국고 지원은 25%에 불과, 기부금 모금도 금지 국립대병원은 교육부의 관할이다. 새 의료기기를 도입하려면 교육부에 국고출연금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이 통과돼도 국고 지원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한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다섯 건 신청해서 한 건 통과되면 많이 된 거다. 심지어는 국고 지원 없이 우리 돈으로 기기를 사겠다고 해도 불허되는 경우도 있다”며 “방만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병원이 환자 위한 의료기기 구입하는 것이 어떻게 방만 경영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인 지방의료원은 전액 국고 및 지자체 지원을 받아 새 의료기기를 구입한다. 인건비와 적자 보전에 쓰이는 운영비도 지원을 받는다. 지역의료 거점 역할을 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메이오클리닉 등 해외 주요 대학병원들은 전체 수익의 10% 이상을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공공의료에 공헌하는 만큼 기부하려는 개인과 기업들이 적지 않다.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기부금 유치에 나선다. 국내의 경우 기부금품법상 국립대병원의 기부금 ‘모금’이 불법이다. 기부자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돈만 받을 수 있다. 병원이 나서서 기부금 모금 행사 등은 할 수 없다. 국립대병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수익 악화가 심해져 자발적인 기부금 접수만으로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국립대병원의 기부금 모금을 허용하는 기부금품법 개정안은 2011년 8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당시 행정안전부가 반대해 법제화가 무산됐다. 기부금을 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인 국립대병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번 국회에서도 비슷한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청주=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전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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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R&D예산 27조 중 국립대병원 투입 단 0.4%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 중에는 부실한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도 있다. 정부가 바이오·디지털헬스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전체 국가 R&D 예산 가운데 국립대병원에 투입되는 것은 0.5%도 되지 않는다. 2013년 지정한 전국 연구중심병원 10곳 중 국립대병원은 2곳(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뿐이다. 현장에선 “빡빡한 진료 일정에 허덕이느라 R&D는 꿈도 꾸기 어려운 여건에선 인재를 모으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 R&D 예산 27조4005억 원 중 전국 국립대병원 17곳에 투입된 금액은 1188억 원(0.4%)에 그쳤다. 그중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804억 원이 투입됐다.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이 받은 지원액은 총 338억 원에 불과해 1곳당 22억 원꼴이었다. 이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 등 선진국 병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에서 오사카대와 교토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부속병원들이 5∼10년 단위로 장기간 정부 지원을 받아 중증외상이나 난치암 등 필수의료 R&D를 선도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R&D 지원이 결국 환자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신약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임상 2, 3상은 말기 암 환자에게 최후의 희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 국립대병원은 임상시험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전용 병동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시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냉동고 등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대학병원이 제약사나 인공지능(AI) 의료업체 등 민간과 합작해 신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적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산학협력법에 따르면 대학과 달리 대학병원은 산학협력단을 만들 수 없다. 사립대병원도 마찬가지다. 관련 개정안은 10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대형병원이 갖춘 진료 인프라와 치료 설비를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활용할 길이 막힌 셈이다. 김용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미래 의료로 주목받는 맞춤의료도 환자 데이터와 함께 첨단 연구 역량을 갖춘 병원만이 제대로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다”며 “국립대병원이 의료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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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어린이병원도 규제 탓 인력난… 전문의, 하버드대 10분의 1

    규제의 벽에 가로막힌 건 비단 지방 국립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아 진료 분야에서 국내 독보적 1위인 서울 종로구 서울대 어린이병원조차 ‘기타공공기관’으로 묶여 인력난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 소아중환자실은 가장 중증도가 심한 어린이 환자들이 전국에서 몰리는 소아청소년과 ‘최후의 보루’다. 취재진이 방문한 5일 오후, 갓난아이부터 청소년까지 이곳에 입원한 아이들은 저마다 각종 의료 장비를 주렁주렁 몸에 단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파란색 처치복을 입은 간호사들은 각자 맡은 병상들 사이를 분주히 뛰어다니며 환아를 돌봤다. 수술을 마친 환아가 실려 오면 간호사 4, 5명이 즉시 달려가 환자의 상태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날도 심장 수술을 받은 3개월 영아 등 환아 8명이 중환자실에 새로 들어왔다. 24개 병상이 있는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11명(근무조). 간호사 1명이 환자를 2, 3명씩 돌봐야 한다. 이 병원 김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에크모(인공심폐장치)를 단 소아 환자는 1명당 간호사가 2명씩 붙는 게 의료 선진국의 ‘스탠더드’”라며 “우리는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 1명이 최중증 환자를 2명씩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314병상 규모인 이 병원에서 소아 감염내과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는 어린이병원장을 맡고 있는 최은화 교수를 포함해 단 2명뿐이다. 소아 혈액종양분과 전문의도 4명뿐이다. 최 원장은 “서울대 어린이병원과 규모가 비슷한 보스턴 어린이병원(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소아 감염내과, 혈액종양분과 전문의가 각각 우리 병원의 10배인 20명, 4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156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인력 부족을 인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월 이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의 고충을 듣고 “중증 소아 환자야말로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약자”라며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보건복지부는 올해 초 이 병원을 비롯한 어린이병원 9곳에 대해 ‘적자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다가 적자가 발생하면 이를 추후에 정부 지원금 형식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다. 어린이병원들이 ‘돈이 없어서’ 필요한 처치를 하지 못하는 일만큼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에도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아직 추가 인력을 본격적으로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탓에 올해 늘릴 수 있는 인건비 지출 규모가 전년 대비 1.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 문제’를 해결해 줬지만 규제가 다시 어린이병원들의 발목을 잡은 상황이다.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 국립대병원장들은 “올해 추가 채용하는 인력에 대해서만이라도 총액 인건비 제한의 예외로 해 달라”는 의견을 4월 정부에 전달했다. 재정당국에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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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츠하이머 진행 늦추는 신약, 美FDA 첫 승인

    미국과 일본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초기 치매 환자의 진행을 늦출 수 있어 ‘치매 극복의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 시간) FDA는 올 1월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네카맙-임브루비)가 임상 효과를 입증했다며 정식 승인을 의미하는 통상 승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일본 에이사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치료제로,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18개월 동안 2주마다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5개월(27%)가량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가 늦춰졌다. 기억력, 문제 해결 등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18점 인지 척도’에서 레켐비 투약 환자들이 위약(僞藥) 투약 대조군보다 점수 하락 폭이 0.5점가량 낮았다는 것. 테레사 부라키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국장 대행은 “알츠하이머의 근본적 질병 발생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임상 효과를 보였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이 증명됐다”고 밝혔다.초기 치매 늦춰… 年 3460만원 약값은 부담 알츠하이머 신약 美승인 레켐비(사진)에 앞서 에이사이-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2021년 긴급 치료를 위한 조건부 승인인 신속 승인을 받았지만 통상 승인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아두헬름은 신속 승인 당시부터 효력 논란에 휩싸인 데다 안전성 우려로 사실상 의료 현장에서 외면을 받아 왔다. 국내 치매 치료 전문가들은 환영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명예회장)는 “증상 완화가 아닌 치매 발생의 근본 원인을 억제하는 약이 나온 건 엄청난 발전이며 초기 환자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96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만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초기 치매 환자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수준이라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환자가 2주마다 병원에 들러 혈관 주사로 약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투약 후 뇌부종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약점이다. 이 때문에 FDA는 뇌출혈 뇌부종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가장 높은 위험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내렸다. 연간 약값이 2만6500달러(약 3460만 원)여서 국민건강보험 적용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공적 건강보험 메디케어에서 가격의 약 80%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건호 조선대 아시안치매연구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은 “과학적으로 큰 성과인 건 맞지만 실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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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세계 최초 美FDA 정식 승인…“치매 진행 늦춰”

    미국과 일본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정식 승인을 받았다. 초기 환자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어 ‘치매 극복의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온다.6일(현지 시간) FDA는 올 1월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네카맙-임브루비)가 임상 효과를 입증했다며 정식 승인을 의미하는 통상 승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레켐비는 일본 에이사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한 치료제로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18개월 동안 2주마다 레캠비를 투약한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약 5개월(27%)가량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가 늦춰졌다. 기억력, 문제 해결 등 인지 기능을 평가하는 ‘18점 인지 척도’에서 레캠비 투약 환자들이 위약(僞藥) 투약 대조군보다 점수 하락 폭이 0.5점가량 낮았다는 것. 테레사 부라키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국장 대행은 “알츠하이머의 근본적 질병 발생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 임상 효과를 보였다는 것을 최초로 입증했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레켐비에 앞서 에이사이-바이오젠이 개발한 아두헬렘(성분명 아두카누맙)이 2021년 긴급 치료를 위한 조건부 승인인 신속 승인을 받았지만 통상 승인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아두헬렘은 신속 승인 당시부터 효력 논란에 휩싸인 데다 안전성 우려로 사실상 의료 현장에서 외면을 받아왔다.국내 치매 치료 전문가들은 환영했다.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명예회장)는 “증상 완화가 아닌 치매 발생의 근본 원인을 억제하는 약이 나온 건 엄청난 발전이며 초기 환자에게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약 96만 명으로 추정된다.다만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환자에게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고, 초기 치매 환자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수준이라 효과 자체는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환자가 2주마다 병원에 들러 혈관 주사로 약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과 복용 후 뇌부종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점도 약점이다. 이 때문에 FDA는 뇌출혈 뇌부종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가장 높은 위험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내렸다. 연간 약값이 2만6500달러(약 3461만 원)여서 국민건강보험 적용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공적 건강보험 메디케어에서 가격의 약 80%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건호 조선대 아시안치매연구단장(의생명과학과 교수)은 “과학적으로 큰 성과인 건 맞지만 실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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